이성호

이성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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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성호 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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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4~202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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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성호]광복절 특사와 음주운전

    75.1%. 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 이만큼 높은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이 있을까? 올 5월 경찰청은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고 설문조사를 벌였다. 핵심은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현행 혈중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낮추는 것. 조사 결과 응답자의 75.1%가 찬성했다. 운전자와 비운전자,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찬성이 반대를 크게 앞섰다. 특히 20대의 찬성률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 정부에 대한 젊은층의 인기가 시들한 걸 감안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동아일보는 ‘시동 꺼! 반칙운전’ ‘시동 켜요, 착한 운전’ 등 2013년부터 교통안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5년간 총 2000명 줄이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내놓은 첫 번째 방안이 바로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였다. 이제야 털어놓지만 사실 교통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 중 상당수는 이 제언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음주운전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음주운전 대책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봤기 때문이다. 이들의 생각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술에 관대했다. 성폭행이나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만취상태라는 이유로 형량이 줄어드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술 먹고 운전하는 건 누구나 한두 번 경험하는 실수일 뿐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퍼져 있었다. 음주운전을 근절하겠다며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라고 해봤자 경찰의 일제단속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올해 본보 보도 후 정부가 단속 기준 강화, 동승자 및 업주 처벌 등 강력한 음주운전 대책을 잇달아 내놓자 전문가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전문가는 “정부 안에서조차 음주운전 단속이나 처벌 강화를 규제 강화로 보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정부가 획기적인 음주운전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고 말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혈중알코올 농도 조정 등 주요 대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329명에 이르던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는 올해 171명으로 절반가량(48%) 감소했다. 검찰과 경찰 등 정부 기관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 것만으로도 효과를 얻은 것이다. 이제 음주운전 대책을 완성할 마지막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바로 광복절 특별사면이다. 정부와 여당이 광복절 특사 추진을 밝힌 뒤 인터넷에서는 자신을 ‘생계형 음주운전자’라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이 “특사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인들과 비교하며 ‘형평성’ 문제를 꺼내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이번 특사에 음주운전 사범을 포함시키면 안 된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면해주는 관행을 이제는 없앨 때가 됐다. 만약 정부가 기업인 사면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아니면 떨어진 인기를 조금이라도 올려보려고 음주운전 사범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모처럼 조성된 긍정적 분위기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다. “단속돼도 어차피 사면될 텐데”라는 잘못된 생각은 영원히 고치지 못할 것이다. 음주운전 대책은 외교 정책처럼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따져볼 필요가 없다. 경제 정책처럼 불확실한 전망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면 다른 외부요인에 상관없이 확실한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게 확인된 정책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나아가 국민 의식까지 개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책 중 하나다. 정부가 마지막 단추 하나를 잘못 끼우지 않기를 바란다.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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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성호]길 위에서 노인들이 죽어간다

    “이번 사건에 무슨 특별한 수사 방향이라도 있습니까?” 영화 ‘살인의 추억’의 끝자락. 어린 여학생의 희생을 막지 못한 형사반장에게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물론 형사반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질문 하나를 던지겠다. “도대체 이 나라 고령화 정책에 무슨 특별한 추진 방향이라도 있습니까?” 고령화사회라는 단어가 처음 거론된 것은 1970년대 후반.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노인연금 돌봄서비스 실버주택 등 셀 수 없이 많은 정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이 내놓은 대책 중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내용을 본 기억은 없다. 미국 통계국은 2050년 한국의 고령화율을 35.9%로 내다봤다. 지금(13.1%)의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인구 10명 중 4명가량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의미다. 고령화 속도만 놓고 보면 일본에 이어 2위다. 당연히 고령 운전자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예측대로면 현재 약 230만 명인 고령 운전자(면허 소지 기준)가 2050년 600만 명 안팎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미 국내에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2011년 605명에서 이듬해 718명으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에는 815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운전자 본인이나 동승자, 상대 운전자, 보행자가 숨진 경우다. 물론 이런 사고는 대부분 실수나 부주의가 원인으로 결론 난다. 하지만 이런 실수나 부주의가 왜 일어났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나이가 들면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돌발 상황 때 반응 속도도 느려진다. 젊을 때야 운전이 누워서 떡 먹듯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1t이 넘는 차량을 시속 수십 km로 운전하는 일이 쉽지 않다. 문제는 대부분의 고령 운전자들이 자신의 몸 상태가 운전에 적합한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본은 75세 이상의 경우 인지기능 검사를 받게 하고 70세만 넘어도 면허 갱신 때 안전교육을 이수토록 했다. 면허 유지 조건을 까다롭게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제도 강화 방안을 놓고 대화할 때마다 공무원들은 손사래부터 친다. 이유는 똑같다. “노인들이 반대해요.” 총선을 앞둔 올해 초에는 더 심했다. “어휴, 선거가 코앞인데…”, “표 떨어지는 얘기 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공무원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강화를 ‘노인 폄훼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동아일보가 고령 운전자 2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0.2%)이 적성검사 강화에 찬성했다. 의무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60%가 넘었다. 공무원들이 ‘표심’만 생각하며 손놓고 있을 때 노인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제도 마련을 절실히 원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노인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손에 현금을 쥐여주는 고령화 정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한 해 800명이 넘는 사람이 길 위에서 숨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고령화 정책이 과연 정상일까? 고령화 정책의 목표는 건강한 노년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노인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건 고령화 정책의 기본이다. 뒤늦게 경찰 등 관계기관이 제도 강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건강검진 받듯이 나이가 들면 ‘면허검진’을 자연스럽게 받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대책은 ‘노인 폄훼 정책’이라는 오명을 절대 벗을 수 없다. 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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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서 ‘무궁화호 탈선’ 사고…부기관사 왜 과속했나?

    여수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과속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로 드러난 가운데 열차를 운전한 부기관사가 관제 지시를 어기고 왜 과속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방철도경찰대는 22일 전남 여수시 율촌역 인근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사고가 상행선과 하행선 합류지점에서 과속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부기관사 정모 씨(51)가 운전을 했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속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순천역과 율촌역 사이 성산역 인근에서는 지반다지기 등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해 하행선을 달리던 사고 열차는 순천역에서 상행선으로 선로를 바꿨다. 이어 율촌역 인근에서 다시 하행선으로 선로를 변경하려고 했다. 철도경찰대에 따르면 열차가 선로를 변경할 경우 시속 45㎞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 열차는 당시 시속 127㎞의 속도로 달리다 곡선 구간인 사고 지점에서 탈선했다. 이후 율촌역을 200m 앞두고 철로의 신호 기둥과 충돌해 기관사 양모 씨53)가 숨지고 정 씨와 승객 7명이 다쳤다. 철도 전문가들은 곡선 구간에서 열차가 시속 127㎞의 속도로 달릴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원시적인 형태의 사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궁화호 열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150㎞정도다. 평상시 운행속도는 직선 구간에서 125~135㎞다. 열차 속도는 관제실에서 제어하지 못하고 기관사가 직접 조절해야 한다. 경찰은 부기관사 정 씨를 상대로 이 구간에서 과속을 한 이유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정 씨가 지반 공사에 따른 선로 변경과 감속 운행으로 종착역 도착 예상 시각이 지연되자 과속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 열차는 당초 오전 3시 23분경 순천역을 출발해 여천역에 3시 41분경 도착한 뒤 종착역인 여수엑스포역에 3시 52분경 도착 예정이었다. 그러나 감속과 선로변경 등으로 6분 늦은 오전 3시 29분경 순천역을 출발했다. 일부에서는 부기관사가 선로 변경 지점을 덕양역으로 착각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율촌역 구간을 지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부기관사 진술 내용과 블랙박스(운행정보장치), 무전기록 자료를 정밀 분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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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비 경감대책 “생활 밀착”… 공직개방 확대 “내실 부족”

    사회복지 분야는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 생활 밀착형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위를 차지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척결 대책’은 많은 국민이 느꼈을 불편과 두려움을 해소해줬다는 점에서, 2위인 ‘의료비 경감 대책’과 3위인 ‘한부모자녀 양육 지원’은 수혜 대상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반면 개혁, 종합대책 등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내실이 미흡하거나 정치적 성격을 띤 정책은 낙제점을 받았다.○ 국민의 불편과 두려움 해소 금융감독원은 금융사기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7월부터 보이스피싱 사건의 실제 통화 내용을 ‘그놈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공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개 4개월 만에 조회수 100만 건을 넘겼고,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하는 사기범의 능청스러운 목소리와 호통을 치거나 차분히 타이르기도 하는 피해자의 다양한 대처법도 관심을 끌었다. 또 금감원은 △대포통장 거래자에 대한 처벌 강화 △대포통장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100만 원 이상이 입금되면 30분 동안 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 금지 등의 조치를 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월평균 181억 원에 이르던 금융사기 순 피해액은 7월부터 10월까지는 월평균 89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은 건 국민의 불편과 두려움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였다는 점에서다.○ 의료비 경감, 수요자 만족도 높아 보건복지부의 의료비에 대한 가계 부담 경감 정책도 상위권에 올랐다. 올해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에 대한 보장범위를 확대했고,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환자가 모든 진료비를 지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했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9월부터 복지부는 선택의사 지정 비율을 80%에서 67%로 낮췄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4인실 병실을 현재 50%에서 70%로 늘리도록 했다. 이로 인해 환자 부담금은 연간 26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정책은 현재 수요자가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특히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수요자의 만족도가 높다”며 “정책을 통해 현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해온 ‘한부모자녀 양육 지원’ 정책은 지원 대상과 목표가 명확하다는 점이 주효했다. 특히 올해 새롭게 진행한 양육비 이행확보 종합지원 서비스 덕택에 그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한부모가정이 실질적 도움을 받았다.○ 잡음 많은 정책은 낙제점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구조 개혁’, 복지부의 ‘금연종합대책 추진’,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인사혁신처의 ‘국민인재채용 및 공직개방 확대’ 정책은 모두 2.66∼2.87점을 얻어 ‘보통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 순위에서는 모두 30위 밖이다. 국민이 체감하기 힘들고 추진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많았다. 특히 ‘국민인재채용 및 공직개방 확대’ 정책은 이 분야 평가대상 정책 10개 가운데 10위에 그쳤다. 정부가 공직사회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2000년부터 과장급 이상 공무원을 민간에게 개방하는 ‘개방형 직위 제도’를 시행한 후 올해에는 경력개방형 직위, 민간 스카우트 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아직도 민간 임용률이 10%대에 그치는 등 관련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결과물을 낳기엔 기간이 짧았다는 점과 오랜 기간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공무원 조직문화 때문에 공직개방 정책 성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점 등으로 인해 점수가 낮게 나온 측면도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이선우 교수(행정학과)는 “다만, 공직을 무조건 많이 민간에 개방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해당 자리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민간인지, 공무원인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에 휘둘리지 말아야 복지부가 추진한 금연종합대책은 1월 담뱃값을 올린 이후 크게 이슈가 된 것에 비해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인 흡연율을 크게 낮추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늘어난 건강증진기금을 흡연자 치료 및 흡연 예방에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지 분야 평가를 맡은 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내용과 상관없이 정치권이 개입됐다고 여겨지는 정책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사회복지분야 평가: 최흥석, 윤견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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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람” “난감” 엇갈린 부처들, 피부 와닿는 정책 주문엔 공감

    《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실시한 ‘2015 대한민국 정책평가’ 결과에 대해 평가 대상이 된 부처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상위권에 정책을 올린 부처들은 “국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아 보람이 있다”는 분위기였다. 저조한 평가를 받은 정책에 대해서는 개선 의지를 밝히거나,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호소하기도 했다. 》 ■ 경제경제분야 평가 결과 1, 2위를 차지한 공정거래위원회(가맹분야 불공정행위 시정)와 기획재정부(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는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라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하위권에 맴도는 정책을 추진한 부처들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최하위로 평가받은 것에 대해 “최근 중저가 휴대전화 시장이 활성화되고, 가계 통신비도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등 단통법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경제분야 정책평가를 총괄한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통법이 작년과 비교하면 평가점수가 많이 올랐고 시간이 흐르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국민이 단통법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불식시킬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 정상화’ 정책이 하위권에 머문 것에 대해 “전월세난은 저성장기에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로 경기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고려대 정부학연구소는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 결국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바뀌어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이 맞다고 해도 단기적으로는 고통 경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임금피크제가 낮은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국회가 정년 연장만 해놓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 고용절벽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당장 내 아버지, 내 남편, 내 자신의 임금이 깎인다고 생각해 거부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구 교수는 “임금피크제의 필요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정부가 얘기한 대로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재원이 청년고용으로 이어질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사회복지사회복지 분야는 이번 정책평가 지면 공개 전에 해당 부처의 반응을 들었다. 국민인재채용 및 공직개방 확대 정책이 사회복지 분야 10개 정책 가운데 최하위로 평가받은 인사혁신처는 “올해 경력개방형 직위, 민간스카우트제, 국민추천제 등 다양한 민간 교류 사업을 실시했고 그 결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인사처는 “우수한 민간 인력을 공직에 데려오는 것 못지않게 공무원을 민간 기업에 근무시키는 ‘민간근무휴직제도’를 안착시켜 공직과 민간 영역이 자유롭게 교류 발전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재정구조 개혁이 2.87점으로 낮게 나온 것에 대해 “올해 12년 만에 지방공기업 부채가 3000억 원 줄어들고 유사·중복 기능 조정 노력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자치단체 재정지원, 투자심사 이력관리제 등의 주요 과제는 올해 제도 개선이 완료돼 내년부터 시행되므로 현 시점에서 국민 체감도가 낮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재정구조 개혁’ 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책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관심과 이해가 떨어지고, 결국 모르는 정책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년에 운영될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이 국회의원 선거(4월 13일)에 맞춰 유권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기 어렵다는 점, 매년 10%씩 줄이기로 한 지방공기업 부채 감소 목표치가 너무 낮다는 점 등에서 점수가 깎였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비 가계부담 경감 정책은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다른 정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시행된 지 6개월도 안돼 효과를 말하기 이르다”고, 금연종합대책에 대해서는 “경고그림 도입, 금연구역 확대 등 비가격정책을 강화하고 흡연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외교 안보이번 정책평가에서 전체 최하위를 기록한 방위사업청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지난해 새 방사청장 취임 후 다양한 방위사업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후로도 일광공영을 비롯한 무기 중개상들의 비리와 돈 거래 의혹들은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체인(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탐지해 타격하는 체계) 정책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국방부는 “두 시스템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대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어 개념에서 출발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은 것 같다”며 “국방 정책 중 무기체계와 관련된 부분은 국민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가 어렵고, 적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군사 보안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공개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임현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안이라고 해도 모든 부분이 비밀일 수 없다.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이라면 국민들에게 쉽게 알리려는 노력이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외교안보 정책이 보안이라는 이유로 제3자에 의한 모니터링이 지나치게 제약을 받는다면 문제가 터진 뒤에 고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교부는 ‘국제구호 활동 주도적 참여 등 인도주의 외교’가 1위를 기록한 것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외기조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모두 평균 이하 점수를 받은 것은 안타까워했다. ■ 교육 문화보건복지부와 더불어 가장 많은 정책(5개)을 평가받은 교육부는 초등돌봄교실이 40개 정책 가운데 전체 1위를 차지한 반면 대학 관련 정책들이 저조한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의 경우 정책 연구진 제안, 대학별 의견 수렴, 관련 전문가 토론, 대학구조개혁위원회 등 40여 차례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평가 지표와 추진 방식을 지속적으로 보완했다”면서 “대학 특성화 정책도 지방대 살리기 등에서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는 정책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내년 전면 시행을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평가 대상 정책이 다른 부처에 비해 많은 것이 어려운 점”이라며 “대학구조개혁 같은 정책과 도시 숲 조성 같은 정책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만큼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상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부 평가 지표가 단일하다면 성격이 다른 정책들을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번 평가 방식은 정책의 목표를 비롯해 구조와 과정, 결과에 이르는 전 과정의 흐름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성격과 상관이 없다”면서 “국민에게 민감성이 있는 정책의 환류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이 사회분야 3위를 기록한 여성가족부는 “지난 10년간 결혼 이주 여성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 기쁘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앞으로 결혼 이주 여성의 자립을 돕고, 다문화 2세가 제대로 양성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특별취재팀 △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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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가1위 차지한 초등돌봄교실, “맞벌이 목소리 반영… 믿고 자녀 맡겨”

    올해 아들을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최희승 씨(42)는 당초 사립초등학교에 지원했다가 추첨에서 떨어졌다. 맞벌이를 하는 최 씨가 사립초에 지원한 이유는 단 하나, 하교 시간이 늦다는 점 때문이었다. 최 씨는 “종일반에서 저녁까지 맡아주는 유치원과 달리 일찍 하교하는 초등학교에 보내려니 아내가 휴직을 해야 할지, 아이에게 학원 뺑뺑이를 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 씨는 2월 학교 예비소집에 참석해서 오후 7시까지 돌봄교실이 운영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1년간 이를 이용한 결과 만족하고 있다. 월 4만 원에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고, 방학 중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초등돌봄교실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줬기 때문이다. 초등돌봄교실은 이명박 정부에서 저소득층 및 맞벌이 가정을 위한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로 출발했다. 박근혜 정부는 전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돌봄교실을 확대하는 한편 1, 2학년에게는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 및 학부모와의 정책 간담회,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현장의 개선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매일 1개 이상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교실 한 곳당 운영비 기준 단가를 2014년 대비 25% 정도 올렸다.특별취재팀△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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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속형 초등돌봄교실 “좋아요”… 구호성 방위사업혁신 “낙제점”

    방과 후 학교에서 어린이를 돌봐주는 초등돌봄교실 제도와 가맹사업분야의 ‘갑질’ 시정 대책이 올해 최고의 정책으로 평가됐다. 반면 방위사업 혁신과 대학 구조개혁 정책은 최악의 정책으로 꼽혔다. 거창한 구호를 내건 두루뭉술한 정책보다 실생활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짚은 정교한 정책을 국민이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및 전문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올해 정부 각 부처가 시행한 정책 중 경제, 사회복지, 교육문화, 외교안보 등 4개 분야 총 40개 대표정책을 선정해 평가한 결과다. 목표의 명확성, 실현 가능성, 사회 현안 반영도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40개 대표 정책에 대한 평점은 5점 만점에 평균 3.05점으로 지난해(3.10점)보다 약간 하락했다. 분야별로 경제 및 교육문화 분야가 3.10점으로 사회복지, 외교안보 분야보다 0.05점 높았다. 40개 정책 중 초등돌봄교실 제도 운영이 5점 만점에 3.53점을 받아 가장 좋은 정책으로 선정됐다. 가맹 분야 불공정행위 시정(3.48점), 보이스피싱 척결(3.46점),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3.45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40개 중 15개 정책은 3.0점을 밑도는 점수를 받아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방위사업 혁신(2.48점), 대학 구조개혁(2.54점), 공직 개방 확대(2.66점), 대학 특성화 분야 육성(2.71점) 등이 미흡한 정책으로 평가됐다. 대표 정책들에 대한 평가 하락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일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36점으로 사회에 대한 신뢰도(2.46점)보다 낮았다.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크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 크다는 의미다.특별취재팀△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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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대책 “흐름 못읽어”… 국고보조금 부정 근절 “적절”

    지난해 실시된 동아일보의 ‘대한민국 정책평가’에서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은 평가 대상 40개 정책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정부는 “시행 초기이므로 단통법의 성패를 단정하기에 이르며 서서히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 정책은 1년이 지난 뒤 이뤄진 올해 평가에서도 경제 분야 10개 정책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강력한 단속으로 더 싼 단말기를 구입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 ‘단말기 대란’은 사라졌지만 국민은 여전히 “시장경쟁을 가로막아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에만 득이 된다”고 이 정책을 평가했다. 이 정책이 기업의 가격 인하에 제동을 거는 규제라는 비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정책평가에서 경제 분야 10개 정책은 5점 만점에 평균 3.14점을 받았다. 작년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보통’ 정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 정부와 국민 평가 엇갈려 편의점주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 분야 불공정행위 시정’ 방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제정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정책에 대해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사회 현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어 기획재정부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이 좋은 경제정책으로 꼽혔다. 3년째 세수 결손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에 사상 처음 40% 선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재정건전성 제고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반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기재부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부가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국민,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토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청약통장 가입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청약제도도 개편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일반 주택 거래도 늘어나 ‘부동산 비수기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건설업체들이 공급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최근 주택 과잉 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고질적인 전·월세난은 더욱 악화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의 이유를 “저금리의 영향이 워낙 커서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속도보다 월세로 바뀌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과 청년실업이란 이중고를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이라 보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들이 올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내년도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이 4000명 이상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국민과 전문가의 정책평가에선 평균 이하인 3.02점을 받았다. 고려대 평가진은 “임금피크제가 청년실업 해결에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채용의 주체인 기업이 아닌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봉환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임금피크제는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무조건 해야 하는 정책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으로부터 호평받은 산업정책 경제정책 중 국민과 전문가가 모두 호평한 정책은 국내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산업정책’들이었다. 고려대 평가진은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위치가 절대적인 만큼 국내 산업을 키워 세계시장과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은 중소기업의 자유무역협정(FTA) 이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FTA 관련 교육, 컨설팅 등 다양한 활용지원 정책을 마련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기업과 달리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FTA로 관세 경감 혜택 등을 볼 수 있는데도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한중 FTA 발효 시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전국 30개 세관에 ‘YES FTA 차이나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는 영세 기업을 위해 상담버스를 운영하고, 공익 관세사를 둬 기업을 찾아가는 ‘방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초대형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적극 대응한 공정위는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목표 선정이 적절했을 뿐 아니라 정책집행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 공정위는 올해 8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7년간 국내외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의 휴대전화 및 태블릿PC 제조사들에 자사 특허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어 노키아의 휴대전화 제조부문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승인했다. 또 4월에는 세계 1위 반도제 제조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와 3위 업체 도쿄 일렉트론 엘티디(TEL)의 합병이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글로벌 M&A의 철회를 이끌어냈다. 공정위는 “국제적 공조를 통해 경쟁 제한의 폐해를 사전에 예방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경제분야 평가: 구교준, 이응균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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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실가스 감축목표, 국민은 1위 전문가 7위

    올해 정책평가에 포함된 경제정책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은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은 10대 경제정책 중 일반 국민으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에서는 7위에 그쳤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온실가스 전망치(BAU·Business As Usual) 대비 37%까지 줄이는 안을 확정해 올해 6월 말 유엔에 제출했다. 일반 국민들은 ‘논리연계성’ ‘책임성’ 등의 세부 평가 항목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1위로 꼽았다. 이에 대해 김재옥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 인류를 위해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 대해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전체 감축 목표를 당초 정부 부처들이 내놓은 방안(14.7∼31.3%)보다 높게 책정하고도 이를 위한 세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국내 산업계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의 위상 등만 고려해 감축 목표를 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생산 활동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류를 위한 ‘당위적’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용건 한국환경정책평가원 기후변화연구실장은 “정부가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놓고도 전력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전기요금 인하 조치를 취했다”면서 “다른 경제 정책들과 조화를 이루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놔야 전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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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평가 어떻게 했나… 1차 681명 2차 2200명 설문-심층인터뷰

    동아일보는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올해 5∼11월 ‘2015 대한민국 정책평가’를 실시했다. 국민의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을 평가해 정책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취지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제, 사회복지, 교육문화, 외교안보 등 4개 분야에 걸쳐 진행됐다. 각 부처로부터 대표적인 정책 리스트를 제출받은 뒤 일반 국민 600명과 분야별 전문가 81명 등 총 6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야별 10개씩 총 40개의 대표 정책을 선정했다. 이후 정책별 세부 자료를 수집한 뒤 일반 국민 2000명, 분야별 전문가 200명 등 총 2200명을 대상으로 2차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를 통해 각 정책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목표 명확성, 논리 연계성, 사회현안 반영도, 실현가능성, 형평성, 투명성, 책임성, 효과성, 만족도 등 9개 항목별로 세부적인 평가가 이뤄졌다. 이어 동아일보 데스크진과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연구진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설문조사와 별개의 정성평가까지 진행해 각 정책에 대한 최종 평가점수를 산출했다.특별취재팀△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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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구조개혁 “공정성 논란”… 보이스피싱 척결 “효과 높다”

    “방위사업 비리 근절대책이 계속 실패하다 보니 ‘혁신이 가능할까’ 하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려대 정부학연구소) “정부의 대학특성화 정책은 오로지 ‘취업 잘될 학과’만 만들라는 식이어서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A사립대 총장)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5년 대한민국 정책평가’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정책 중 상당수는 구호만 요란하고 실속은 없어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와 현장 실태를 잘 모르고 추진된 ‘브레이크 없는 불도저’란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첫 평가 당시 “정부의 핵심 정책추진 과정에 국민과의 소통이 빠져 있다”는 국민들의 지적이 많았는데도 여전히 구태를 완전히 벗지 못한 셈이다.○ 겉만 화려한 ‘속빈 강정’ 외면 국민과 전문가들이 미흡하다고 본 정책 앞에는 대체로 ‘개혁, 혁신, 종합, 전략’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많이 붙어 있었다. 전체 평가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방위사업 혁신 정책’은 방위사업청 인력의 70%를 공무원으로 채우는 대신 현재 50%인 군인 비율을 30%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방사청 인력을 공무원으로 채우면 무기 관련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고려대 평가진은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추상적인 정책목표 때문에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는 금연종합대책을 실시했지만 성인 흡연율을 크게 낮추지 못했다. 각종 금연치료 지원사업도 지지부진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건강증진기금이 늘었지만, 이를 흡연자 치료 및 흡연 예방 등에 효율적으로 썼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연종합대책은 당장 효과를 내기 힘드니 1, 2년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지난해 초부터 추진해온 대학구조개혁정책은 표류와 혼란의 연속이었다. 개혁을 뒷받침할 법이 2년째 통과되지 않은 가운데 평가지표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실제 평가가 진행된 올해에는 공정성 시비가 일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핵심 교육정책인 ‘자유학기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취지와 목표는 좋지만 현장 여건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할 만한 체험 시설이나 기관이 충분하게 확보되지 못했고, 여전히 입시 위주인 중고교의 교육 현실까지 고려할 때 자유학기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 ‘국민 공감 정책’은 호평 이와 달리 정책수립 당시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추진 과정에서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정책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7월부터 보이스피싱 사건의 실제 통화 내용에 ‘그놈 목소리’라는 이름을 붙여 인터넷에 공개해왔다. 4개월 만에 방문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일반인도 제보에 적극 참여했다. 11월까지 보이스피싱 사기범과의 통화내용을 제보한 건수는 555건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사기 피해는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1∼6월) 월평균 181억 원에 이르던 금융사기 순피해액은 7월 이후 지난달까지 월평균 89억 원으로 급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제 범죄수법을 생생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 관심도를 높여 예방 효과를 높였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올해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을 새로 건강보험 대상에 넣었다. 또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환자가 비용을 대는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늘렸다. 그 결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4월부터 암으로 인해 유방을 제거한 후 받는 재건술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됐는데 기존에 800만∼1400만 원이던 1회당 비용이 200만∼400만 원으로 줄었고 약 1만 명이 혜택을 봤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국민들은 ‘정책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5점 만점 평가항목에 대해 평균 3.1점을 매겼다. 정책에 대한 국민들이 기대감이 보통 이상임을 보여준다. 최진욱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신뢰도가 높으면 정부의 신뢰도로 높아진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설계하는 한편 집행과정을 계속 모니터링해 기존 정책의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정책평가 총괄: 최진욱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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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과잉과 늑장 사이

    ‘긴급 브리핑 공지’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건 4일 오후 9시 26분. 예고된 브리핑 시간은 약 1시간 뒤인 10시 30분. 서울시청 담당기자들은 모두 똑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사회부 기자들은 ‘긴급’이 붙은 공지를 종종 접하긴 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 갑작스러운 브리핑은 그리 흔치 않다. 기자들이 서울시청에 속속 모여들었고 오후 10시 46분 브리핑이 시작됐다. 박원순 시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주요 내용은 알려진 바와 같이 35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동선이었다. 이날 박 시장의 긴급 브리핑은 말 그대로 ‘긴급히’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9시 청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 때 박 시장이 사전 계획에 없던 브리핑 개최를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이날 한밤 브리핑을 놓고 지금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감염 가능성을 정밀하게 따지지 않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비판과 선제적 조치로 위험성을 낮췄다는 칭찬이 엇갈린다. 논란이 커지자 박 시장은 6일 “시민안전 앞에선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반박했다. 필자는 박 시장의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적절한 때를 놓친 대응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지금 전 국민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뼈저리게 실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잉대응만 떼어놓고 보면 여전히 의문스럽다. 위기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과잉도 늑장도 아니다. 바로 정확한 대응이다. 만약 누군가가 박 시장의 한밤 브리핑과 조치가 정확한 대응이었느냐고 질문한다면 “아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발표 내용 중에는 일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됐고 대책 없는 실명 공개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봤다. 35번 환자는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서울시는 밀접 접촉 여부와 상관없이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 전원에게 자가 격리 조치를 내렸다. 그래도 당시 과감하고 선제적인 서울시 조치 덕분에 메르스 경각심이(혹은 메르스 공포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후 서울시가 내린 일부 조치는 과감이나 선제 같은 표현과 어울리지 않았다. 서울시는 메르스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시험을 강행했고 자가 격리자 응시 여부를 놓고선 오락가락했다. 삼성서울병원 민간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의 대중교통 이용 현황은 언론 보도 뒤에야 공개됐다. 자가 격리됐던 재건축 총회 참석자에게 자체 예산으로 긴급생계비를 지원키로 한 것도 뒷말이 많다. 생업을 포기한 채 격리생활을 했던 주민에게 생계비를 주는 건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 주민은 쏙 빠졌다. 서울시로부터 자가 격리 대상자 통보를 받은 타 시도 주민이나 협조 요청에 순순히 따른 지자체들은 졸지에 바보가 됐다. 국비 지원을 제한한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해당 지자체가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논리는 너무 소극적이다. 이는 정확한 대응도 아닐뿐더러 과잉대응보다 못한 늑장대응에 불과하다.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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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나의 택시승차전쟁기

    목요일 밤. 시간은 11시를 넘겨 1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부슬부슬 비까지 내렸다. 우산이 없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곧 택시만 잡으면 상관없었다. 목요일 밤 서울 종로에서 택시를 잡기란 보통 일이 아니지만 30분가량 기다리면 택시를 탈 수 있을 걸로 생각했다. 평소 자주 이용하던 콜택시에 전화를 걸었다. “확인한 뒤 연락드리겠습니다.” 콜센터 여직원이 전화를 끊었다. 15분쯤 지났을까, ‘죄송합니다, 배차 가능한 차량이 없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술 한 잔 덜 마시고 일어나서 버스 타고 갈 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진짜 악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다행히 도로 위에 택시가 많았다. 하지만 택시를 타려는 사람도 많았다. 경쟁이 치열했다. 사람들은 차로까지 내려가 택시를 향해 일제히 손을 흔들었다.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예약’ 표시등을 켠 택시들은 마치 메뚜기처럼 줄지어 선 사람들을 옮겨 다니며 손님을 골랐다. 내 앞에도 한 대가 섰다. 조수석 창문이 살짝 열렸다. 새끼손가락이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힘껏 목적지를 외쳤지만 택시기사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내달렸다. 30분 동안 이렇게 3, 4대의 택시를 보냈다. 사람이 드문 청계천 옆길로 왔다. ‘택시가 오면 무조건 타고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내 빈 택시 한 대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성큼성큼 걸어가 곧바로 뒷문 손잡이를 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짜고짜 택시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 어” 하면서 손잡이를 잡은 채 4, 5m를 따라갔다. 아니 끌려갔다.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하다 겨우 손잡이를 놓았고 택시는 쏜살같이 가버렸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자 울화통이 치밀었다. 내 돈 내고 택시도 못타는 상황이 황당했다. 부슬비를 맞으며 1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오전 2시경 택시를 타는 데 성공했다. 이상은 약 1년 전 필자가 겪었던 ‘택시승차전쟁기’다. 이날의 ‘패전’ 이후 필자는 가급적 심야시간(특히 목요일 밤)에 택시 이용을 피한다. 아무리 유쾌한 술자리가 있어도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급적 일찍 자리를 뜬다. 주변에는 이와 비슷한 전쟁을 치러본 사람이 많다. 물론 그들 역시 대부분 패전을 면하지 못한다. 서울지역 택시의 승차 거부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합승’(서울시는 ‘동승’이라고 표현한다)이 허용된다고 한다. 강남역 일대의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서울시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그런데 조건이 까다롭다. 같이 타려는 사람이 반드시 ‘오케이’해야 하고 남녀가 각각 합승하려면 인원도 자리도 제한된다. 목적지가 제각각인데 도대체 요금을 얼마씩 낼지도 의문이다. 비싼 돈 내고 타면서 이렇게 신경 쓸 게 많고 택시기사와 옆자리 승객 눈치까지 봐야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일찍 술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를 타는 것이 몸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아 보인다.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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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커피값 더 올리자

    한국의 원두커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격 비싼 걸로 말이다. 그냥 비싼 편이 아니다. 올해 초 소비자시민모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4100원(톨 사이즈)으로 조사 대상 13개 나라 중 가장 높았다. 톨 사이즈 양이 335mL이니 한 모금(약 20mL) 마실 때 230원가량 지불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점심시간 서울 청계천 일대는 손마다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든 직장인들로 가득 찬다. 마치 컴퓨터에서 하나의 인물사진을 복사한 뒤 무한대로 ‘붙여넣기’ 한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이 모습을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종이로 된 일회용 커피잔을 들고 있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다회용 컵)를 든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솔직히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사실 점심때마다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건 귀찮다. 양복 주머니나 핸드백에 넣고 다닐 수도 없으니 별 수 없이 손에 들고 밥을 먹으러 가야 한다. 다시 쓸 때마다 씻어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려면 이런 귀찮음과 불편함을 감수할 대가가 있어야 한다.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전문점들은 대가를 마련해 놓았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300원 정도 할인해 주는 것이다. 물론 이 돈이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싼 커피값을 감안할 때 이 정도 할인은 솔직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고작 아메리카노 한 모금어치의 돈을 할인받기 위해 텀블러를 씻어 들고 다니는 부지런을 떨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쓸 때 할인해 주는 이유는 환경을 위해서다. 종이컵은 재활용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사용량을 줄이지 않고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종이컵은 연간 230억 개로 추산되고 분리배출을 거쳐 재활용되는 건 1.3%(약 3억2000만 개) 안팎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들고 다니던 수많은 일회용 커피잔은 버스 정류장에 수북이 쌓여 있다가 쓰레기차로 직행한다. 사무실 식당 노점 등에서 쓰이는 종이컵도 쓰레기통으로 가는 일이 많다. 아예 분리배출이 안되니 종이컵을 재활용할 수가 없다. 규제 완화 탓도 있다. 2008년 관련 법률 개정으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규제가 완화됐다. 반환보증금제도 같은 해 폐지됐다. 사람들로 하여금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들게 하려면 할인 폭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적어도 1000원 이상 깎아 줘야 기꺼이 텀블러를 들고 커피 전문점을 찾을 것이다. 그래봤자 현재 커피값과 비교하면 할인율은 25∼30% 정도다. 필요하다면 일회용컵 사용 때 커피값을 올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안전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환경을 보호하는 일도 귀찮고 불편하다. 또 비용도 많이 든다. 그렇다고 외면할 순 없다. 지구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환경보호의 ‘골든타임’이 계속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 20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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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평생 한우물 판 대가가 퇴출?

    김진현(가명·59) 씨가 구두를 닦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이다. 그는 어둡고 비좁은 구둣방에 청춘을 바쳤다. 하루 수백 켤레의 구두를 닦으며 가정을 꾸리고 보금자리도 마련했다. 일터는 몇 차례 옮겼지만 김 씨의 손에서는 구둣솔과 구두약이 떠나지 않았다. 김 씨가 꿈꾸던 앞으로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60세, 70세 때도 힘이 있는 한 구둣방에서 단골손님들의 구두를 매만지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김 씨의 소박한 바람은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이달 17일 그의 구둣방이 철거됐기 때문이다. 발단은 김 씨의 재산이었다. 그는 ‘돈이 많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법적 근거는 이렇다. 서울시는 2007년 ‘보도상 영업시설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고쳐 구두수선대 운영자의 재산 한도액을 2억 원으로 정했다. 수억 원대의 자산가들이 노점을 운영한다는 지적과 사회취약계층이 순수하게 노점을 운영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자치구는 2년마다 재산명세를 조회해 2억 원 미만일 때만 노점 허가를 갱신해주고 있다. 2011년 재산 조회 결과 김 씨의 재산은 약 2억930만 원. 70m²가 채 안 되는 빌라가 문제였다. 처음 살 때 가격은 약 1억6000만 원이었는데 10년 동안 6000만 원이 오른 것이다. 또 재산 조회 때 은행 융자 등은 감안이 됐지만 차용증 없이 가족에게서 빌린 돈은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함되지 못했다. 관할 자치단체는 그동안 유예기간을 연장해주다 결국 이번에 김 씨의 구둣방을 철거했다. 930만 원 때문에 그는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서울시는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자장면값과 이발비도 오르는 데 9년 전에 정한 2억 원이라는 ‘퇴출’ 기준은 왜 이제껏 그대로인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한 서울시의원이 뒤늦게 이 규정을 삭제하는 쪽으로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조례가 바뀌어도 김 씨처럼 이미 일터를 잃은 사람들이 구제받을지는 미지수다. 구둣방 철거 뒤 열흘. 김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는 여전히 구두를 닦고 있었다. 다만 정들었던 구둣방 대신 한 지인의 사무실 귀퉁이에서 일하고 있다. 자신에게 한 달 치 선금을 줬던 단골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이달 말까지 구두를 닦을 예정이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김 씨는 일할 곳이 없다. 생활비는 물론이고 80대 노모의 치료비 마련도 힘들어진다. 생계도 걱정이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이 인정받지 못한 것에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평생 구두를 닦았는데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범법자까지 됐습니다.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하라는 건 죽으라는 말밖에 안 됩니다. 아무리 법대로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숨 쉴 구멍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 201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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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엄마를 바보로 아는 정치인들

    4만3000 대 140만. 숫자만 놓고 보면 도저히 게임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4만3000은 전국 어린이집 원장들, 140만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숫자다. 3일 국회에서 부결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이런 일방적 수적 구조가 철저하게 무시된 결과였다. 이 정도면 스파르타군 300명과 페르시아군 100만 명의 전투를 다룬 영화 ‘300’에 버금갈 정도다. 처음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고 했을 때도 반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많은 국회의원이 반대 또는 기권으로 개정안 통과를 막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 당의 지도부와 중진의원, 심지어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까지 반대와 기권 행렬에 가세했다. 사실 국회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이번 개정안 부결이 그리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다. 그래도 엄마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불과 두 달 전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보육교사의 ‘핵 펀치’ 사건 때 경쟁하듯 분노를 터뜨리던 국회의원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가 나다 못해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CCTV 설치는 근본 대책이 아니다” “교사들의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 “교사 충원이나 예방 교육이 더 중요하다” 국회의원들이 내세운 갖가지 반대 이유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엄마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마디로 “누굴 바보로 아느냐”는 것이다. 엄마들도 잘 안다. 어린이집 곳곳에 CCTV를 설치해도 아동 학대가 완전히 사라질 수 없고, 보육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며, 정부기관의 관리감독도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럼에도 CCTV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보육교사에게 맞을 수도 있고 다른 아이와 싸우다 다칠 수도 있다. 넘어져 책상 모서리에 부딪칠 수도 있고 밥을 먹다 토할 수도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곳이 어린이집이다.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서도 CCTV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에게 대놓고 CCTV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엄마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내 아이 맡겨 놓았다는 이유로 눈치만 보며 냉가슴만 앓는 엄마들이 많다. 이렇게 엄마들이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정부와 국회가 대신 해달라는 바람이 이번에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이쯤 되면 정치인들의 셈법은 명확하다. 선거를 불과 1년여 앞둔 현재 눈앞에 똘똘 뭉친 4만3000명이 아무 소리 못하는 140만 명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뒤늦게 여야는 4월 임시국회 때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재논의한다고 한다. 그들이 140만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끔 엄마들이 나서야 할 때다.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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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伊 알리탈리아-저가항공 녹스쿠트… 6월부터 인천공항 신규 취항

    인천국제공항에 2개 외국 항공사가 6월부터 잇따라 취항한다. 지난해 타이 에어아시아엑스 등 6개 외국 항공사에 이어 2개 항공사를 추가로 유치하면 90개 항공사가 인천공항에 취항해 세계 190여 개 도시를 연결하게 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탈리아 국적항공사인 ‘알리탈리아’가 6월부터 인천∼로마 노선에 승객 277명이 탈 수 있는 A330-200기를 투입해 매주 3차례 운항한다”고 11일 밝혔다. 알리탈리아는 1997년까지 김포∼로마 노선을 운항하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따른 국내경기 침체 여파로 한국에서 철수했으나 18년 만에 운항을 재개하는 것.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알리탈리아 취항으로 연간 1만 명에 이르는 환승객을 유치할것으로 예상했다. 또 태국 ‘녹에어’와 싱가포르 ‘스쿠트 항공’이 함께 설립한 저비용항공사(LCC)인 ‘녹스쿠트 항공’도 6월부터 인천∼방콕 노선에 415석 규모의 B777-200기를 매일 운항한다. 박완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2개 항공사가 운항을 시작하면 여객이 연간 30만 명 늘어나 동북아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공항의 네트워크가 확충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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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구글의 실패가 부럽다

    “구글 글라스 개발팀은 장애물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글로벌 기업 구글의 실적 발표 현장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패트릭 피셰트가 한 ‘고백’이다. “잠시 시간을 갖고 전략을 다듬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족을 붙였지만 사실상 “우리 제품은 실패했다”고 선언한 셈이다. 구글 글라스는 2012년 웨어러블(몸에 착용할 수 있는) 기기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찬사 속에 등장했지만 불과 3년도 안돼 쓸모없는 기계덩어리가 됐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의 ‘헛발질’에 여기저기서 기다린 듯 비판을 쏟아냈다. 구글이라는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일부에서는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사실 전문가들은 기술적 한계, 사생활 침해 논란 등을 이유로 구글 글라스의 실패를 예상했다. 중요한 점은 구글 글라스의 실패를 구글의 실패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이번 실패가 구글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안다. 그러나 구글 기업문화의 장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은 분명하다. 이번 피셰트의 발표를 뉴스로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실패의 선언이었다. 시쳇말로 ‘세상을 들었다 놨다’ 했던 엄청난 제품을 만들어 놓고 ‘생각보다 별로였음!’을 공식석상에서 밝힌 것이다. 과연 한국 기업들 가운데 구글처럼 자사 제품이나 사업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실토한 곳이 있는가 떠올려봤다. 기억력 탓이기도 하겠지만 한국기업의 ‘고해성사’는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언론보도를 통해서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는 뉴스를 접하거나 “전례 없는 위기”라는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뒤늦게 전해 들을 뿐이었다. 이는 실패를 바라보는 기업문화의 차이 탓이다. 구글은 실패 자체를 비판하거나 부정하지 않는 문화로 유명하다. 구글뿐 아니라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은 구성원의 실패를 용인하고 오히려 장려하는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기업 직원이나 벤처창업가가 한 번 실패하면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에 빠진다. 기업과 사회에서 죄인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2013년 한국을 방문해 “실패를 허용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비슷하다. 월급쟁이 1600만 명을 열 받게 한 연말정산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책 자체의 문제이든, 민심을 잘 읽지 못했든 실패는 실패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 가운데 누구 한 명 나서서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비슷한 증세와 복지 논란을 거치며 이제 사람들은 ‘증세 없는 복지’가 실패한 약속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구글의 실패가 부러운 이유다. 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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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다중인격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켰는데 드라마 한 편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킬미 힐미’. 다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다. 다중인격장애는 한 사람의 정신 속에 여러 인격이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의학용어로는 ‘해리성(解離性) 정체장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2중 3중을 넘어 무려 7중인격의 소유자다. 한 사람이 7개의 인격을 갖고 있는 셈이다. 조만간 이와 비슷한 다중인격장애 환자를 앞세운 TV 드라마가 또 시작된다. 다중인격의 ‘원조’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은 매년 무대에 올려질 정도로 인기다. 몇 해 전 한 개그프로그램의 ‘다중이’라는 코너도 인기가 높았다. 일반적으로 제2, 제3의 인격은 원래 인격과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평소 얌전하고 소극적이라면 또 다른 인격은 활달하고 적극적이다. 때로는 과격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띤다. 정신의학적으로 이런 다중인격 환자를 주변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그저 영화 드라마 코미디에서나 볼 수 있던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땅콩 회항’ ‘백화점 모녀 갑질’ 논란 때만 해도 그저 부유층의 일탈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한 40대 가장, 부인의 전 남편 가족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다 두 명을 죽인 김상훈, 반찬을 남긴 네 살배기 어린이에게 ‘핵 펀치’를 날린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보면서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남부럽지 않은 위치의 사람들이 갑자기 공공장소에서 막말과 욕설을 서슴지 않고 평범한 가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가족의 목을 조르는 상황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한때 자신을 ‘삼촌’이라고 불렀던 의붓딸 앞에서 음란행위를 하고 흉기로 살해한 뒤 “나도 피해자”라고 외치는 사람을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이들이 다중인격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사회적 다중인격’은 의심할 만하다. 자신의 존재나 지위가 흔들리거나 무시를 당한다고 생각할 때 마치 딴사람처럼 평소와 전혀 다른 말과 행동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을 낸 학자들도 있다. 더글러스 T 켄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와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미네소타대 마케팅 겸 심리학과 교수는 ‘이성의 동물’이라는 책에서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다중인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존과 진화를 위해 부분적으로 여러 자아가 만들어졌고 때때로 이 자아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긴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욱’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7개까지는 아니어도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며 이중인격, 3중인격을 고민하는 사람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그러나 대부분 이성(理性)을 앞세워 참는다. 아니면 대체재(예를 들어 음주)를 통해 풀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힘없는 상대방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이들이 우리의 공분(公憤)을 사는 이유다.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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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서 질소가스 누출 사고…2명 사망·4명 부상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근로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경기 파주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0분경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2명이 숨졌다. 또 4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이 가운데 1명은 중상이다. 이들은 공장 9층에서 작업 중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 누출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서 측은 장비 10대와 인력 20여 명을 투입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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