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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개씩 ‘감사 일기’를 한 번 써보세요. 우리가 얼마나 감사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될 겁니다.” “불교가 이렇게 ‘힙’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 불교. 그 배경에는 산속이 아니라 도심 젊음의 거리에 템플스테이를 차리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젊은 스님’들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스타트업 플랫폼, 크라우드 펀딩도 젊은 스님들에게는 활용하기 좋은 포교 수단. 12일 울산 중구 백양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한산 스님은 이를 이용해 1인 출판사(그봄출판사)를 설립해 포교 활동을 하는 젊은 비구니 스님이다. 최근 ‘지금 여기, 감사 일기’를 출간한 그는 “기존 불교 관련 출판사들도 있지만 아무 제약 없이 제가 생각하는, 제 마음에 쏙 드는 내용과 방식으로 불교를 알리는 데는 직접 1인 출판사를 차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지금 여기, 감사 일기’는 100일 동안 감사 일기와 분노 일기를 실제로 쓰며 마음을 수행하는 일종의 명상 연습서. 한산 스님은 “우리가 살면서 수많은 도움을 받지만 의외로 ‘고맙다’ ‘감사하다’라는 말 대신 ‘말 안 해도 알겠지’하고 넘어간다”며 “특히 가족, 가까운 친구일수록 더 표현에 인색한데 감사 일기를 쓰는 연습을 하면 고마움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감사 일기’와 함께 ‘분노 일기’도 함께 쓸 것을 권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마음 속에 눌러 놓고 있다 보면 그것이 마음의 병이 된다는 것. 그렇다고 제대로 생각도 해보지 않고 ‘욱’해서 행동으로 옮기면 더 큰 괴로움에 빠지기 때문에 ‘화’, ‘분노’를 잘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산 스님은 “분노 일기는 먼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상대방의 마음을 역지사지로 헤아려보는 연습”이라며 “그래서 문장을 ‘~구나’, ‘~겠지’, ‘~감사’로 쓰게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방 청소를 안 했다고 엄마가 화를 내는구나’ ‘며칠 동안 말했는데 안 하니까 화가 나셨겠지’하는 식이다. 한산 스님은 “감사 일기를 쓰다 보면 작은 것 하나라도 세상에 얼마나 감사한 것이 많은지, 우리가 이런 감사함을 그동안 얼마나 모르고 살았고, 또 표현하지 않았는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라며 “분노나 화, 두려움도 실재하지 않는 환상이기에 있는 그대로 보고 놓아주면 사라지고 감사와 사랑이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분노 일기는 사실은 ‘지혜 일기’”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方丈) 원각 스님(사진)에 대한 불신임안이 9일 해인사 교구 종회에서 의결됐다. 해인사는 이날 긴급 교구 종회를 열고 원각 스님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방장은 불교의 종합수도원인 총림(叢林)의 최고 책임자를 말하며, 조계종 역사상 현직 방장이 불신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인사 측은 불신임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으나, 승풍(僧風·불교에서 종파에 대대로 이어 오는 기풍)을 실추시킨 여러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성장기가 끝난 뒤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머리카락 성장 세포를 다리에 넣으면 원하는 만큼 키가 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머리카락은 죽을 때까지 자라니, 만약 이런 과학 기술이 개발된다면 인류는 더 이상 키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아쉽게도 머리카락 성장 세포를 다리에 넣는 기술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지만 인공 피부, 인공 혈액, 스마트 의수와 의족, 인공 폐 등은 이런 생각을 현실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한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질병과 사고, 선천적인 장애 등으로 손상되거나 잃은 몸을 인류가 과학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보완하고 대체해 가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를 기술했다. 저자는 “인간다움이란, 자연이 부여한 조건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몸이 기능을 잃었을 때 그걸 대신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행동”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사례와 자료, 이야기 등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인류의 이런 노력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생명을 구하고, 정상적으로 또는 전보다 덜 불편하게 살게 됐는지 새삼 인류애가 충전되는 느낌도 든다. ‘인공 피부는 치료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인공 피부의 개발이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동물실험에 희생되는 동물들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입니다.’(11장 ‘새로운 옷을 입다―피부’ 중) 저자는 몸을 대체하는 과학 기술의 발전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는 다양한 노력과 마음도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마트 의족을 장착해 줄 수도 있지만 휠체어가 다니기 쉽게 길가의 턱을 없애고 여닫이문을 미닫이 자동문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과학 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계산대. 그 옆으로는 10여 대의 컴퓨터가 줄지어 있고, 반대편 벽에는 소설, 동화, 만화책이 가득했다. 어디선가 구수한 라면 냄새도 풍긴다. 벽에 걸린 십자가만 아니었다면 교회가 아니라 흔한 동네 PC방이나 도서관 또는 만홧가게라고 착각할 것 같은 곳. 6일 경기 의정부시 하늘샘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만난 전웅제 목사(43)는 교회를 왜 이렇게 꾸몄냐는 질문에 “PC방에서는 거침없이 욕하던 아이들도 여기서 게임을 할 때는 욕을 하지 않는다. 전도 이전에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교회를 도서관, PC방처럼 꾸밀 생각은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 와서 보니까 동네는 많이 낙후됐는데 아이들은 매우 많았어요. 하루는 꽤 추운 날이었는데 아이들이 길에서 100원 넣고 하는 게임기로 놀고 있더라고요. 보니까 마침 저도 갖고 있던 게임이라 ‘얘들아, 추운데 우리 교회 가서 게임하지 않을래?’라고 했더니 몇 명이 따라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거죠.”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대형 교회에서 목회하던 그는 2011년 겨울 이곳에 왔다. 전도사가 담임목사가 되려면 1년 이상 담임 목회를 해야 하는 교단 규정 때문이다. 부임했을 때 신도는 0명. 낙후된 지역의 작은 교회는 대체로 경력을 쌓는 코스로 거쳐 가기 때문에 기간만 채우고 떠나 신자를 늘리려는 노력은 잘 안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목사는 “1년이 지나고 떠날 수 있었지만 하나둘씩 모인 아이들을 두고 갈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교회는 교회라기보다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 쉼터에 가깝다. 아이들은 집에 가다 들러서 게임하고, 컵라면 얻어먹고, 스스럼없이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잡는다. 하나님을 믿든 안 믿든 아무 상관없다. 교회가 전도가 아니라 소통과 만남, 휴식의 장소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동네에 담배 피우고, 툭 하면 가출하는 청소년이 많았다”라며 “집이 어려워서 하루 종일 전단을 붙이고, 고깃집에서 알바하고 온 아이들에게 전도부터 생각할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떠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방에서 담배가 나와 어디서 났냐고 물으면 “집에 부모님이 피우는 게 잔뜩 있다”라고 답하는 아이들. 관심 없는 부모들 대신 사고 친 아이들 경찰서에서 데려오기. 설상가상으로 건물 주인은 불량해 보이는 아이들 몇십 명이 드나들기 시작하자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에게 떠나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자기들 버리고 가면 안 된다고, 어떻게든 돕겠다고 하더라”라며 “그렇게 해서 함께 새 자리를 알아보고, 같이 내부 실내장식 공사를 해 만든 보금자리가 지금 여기”라고 말했다. 문 앞 계산대처럼 보이는 책상은 계산대가 아니라 전 목사가 사용하는 사무용 책상이다. 비난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목사가 게임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조장한다’, ‘저게 무슨 교회냐 PC방이지’라는 악플도 많다. 그러면 오히려 아이들이 “거리에서 방황하던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곳이다. 욕하지 말아 달라” “컴퓨터 몇 대 놓았다고 교회란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라며 실명으로 댓글을 단다. 전 목사는 “교회를 찾지 않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교회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고, 세상에 필요한 것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며 “알바하고 와서 피곤해 조는 아이를 흔들어 깨워 설교를 듣게 하는 것이 목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정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때가 있다. 그때마다 신기한 것은 ‘하늘이 참 맑고 푸르구나’ 하는 생각과, 의외로 하늘을 제대로 올려다본 적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뭐에 그리 정신이 팔렸는지…. ‘헌법’이 딱 그렇다. 매일같이 부딪히는 모든 법의 어머니이자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원리. 그런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1조 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1조 2항) 외에는 별로 아는 것도 없다.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검사 출신의 헌법학자가 ‘헌법’ 이야기를 썼다. 그렇다고 법대생을 위한 헌법 강의서는 아니다. 이런 헌법 조항이 나온 이유와 배경,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꿈꾸고 지향하려는 것을 설명했는데, 마치 노(老) 수학자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수학 공식의 원리를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지금 너희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그 공식이 사실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우리는 국가 그 자체를 사랑해서는 안 되고, ‘국가를 사랑하는 이유’를 사랑해야 합니다. 국가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은 모두를 파멸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헌법적 가치 때문입니다.”(서문 중)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헌법의 아버지’들이 꿈꿨던 나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생하게 그려진다. 동시에 의도했든 아니든 우리가 그 이상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도 알 수 있어 부끄럽다. 저자는 “헌법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내일로 나아갈 용기’”라고 말한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권력에 쪼그라들고, 주어진 책임에 잠식당해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낄지라도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다시 세워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을 때 드는, 그런 감정을 주는 책이다. 부제는 ‘흔들릴 때마다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에 관하여’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최고의 방법은 용서예요. 용서는 남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니까요.” 알 듯 모를 듯한 말. 7월 30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주지 법해 스님)에서 만난 혜주 스님(진관사 명상센터장)은 ‘자비(慈悲) 명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자비 명상은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9월 개최하는 국제선명상 대회에서 공개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각종 선명상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혜주 스님은 “‘자(慈)’는 타인을 사랑하고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이고, ‘비(悲)’는 남의 슬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덜어주려는 마음”이라며 “내 마음속에서 ‘자비’를 찾고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들부터 먼 사람들에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비 명상”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마음속에서 자비를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누군가로부터 따뜻함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막 뜨거운 물을 부은 찻잔 속 찻잎처럼 이런저런 생각이 요동치지만, 점차 침전되면서 어떤 모습이 떠오른다는 것. 생각이 나면 더 구체적으로 친절을 베푼 사람과 행동을 마음에서 그려 보라고 말했다. 처음이라 잘 안된다고 하자 그는 “자신은 볼 수 없겠지만 지금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며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아동청소년교육학과 교수이기도 한 혜주 스님은 “사회가 갈수록 흉포해지고, 과도한 경쟁과 눈치 보기 등으로 우울증은 물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느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마음 챙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움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며 “따라서 무조건 ‘미워해서는 안 돼’ ‘화해해’라고 할 게 아니라, 아이(어른도 마찬가지)가 왜 미워하고 있는지 그래서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화가 나고, 숨이 가빠지고, 즐거움을 못 느끼는 등 불편한 상태가 되는데 명상을 통해 분별하는 법을 배우면 불편함에서 빠져나오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 상대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그 이면에 있는 숨겨진 이유 등을 찾는 과정에서 미움을 내려놓게 되고, 이는 용서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움을 내려놓는 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해방을 위해서라는 점이에요. 미움을 내려놓는 일과 화해를 같은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혜주 스님은 “내 마음이 싫고 고통스러우면 그것은 자비가 아니라 억지”라며 “먼저 미움이라는 감정을 잘 다스린 뒤 진심으로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자비)’이 생기면 그때 용서하면 된다. 용서가 자기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인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최고의 방법은 용서에요. 용서는 남을 위한 게 아닌 나를 위한 것이니까요.”알 듯 모를 듯한 말. 7월 30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주지 법해 스님)에서 만난 혜주 스님(진관사 명상센터장)은 ‘자비(慈悲) 명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자비 명상은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9월 개최하는 국제선명상 대회에서 공개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각종 선명상 프로그램 중 하나다.혜주 스님은 “‘자(慈)’는 타인을 사랑하고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이고, ‘비(悲)’는 남의 슬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덜어주려는 마음”이라며 “내 마음 속에서 ‘자비’를 찾고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들부터 먼 사람들에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비 명상”이라고 말했다.“어떻게 하면 마음 속에서 자비를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누군가로부터 따뜻함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막 뜨거운 물을 부은 찻잔 속 찻잎처럼 이런저런 생각이 요동치지만, 점차 침전되면서 어떤 모습이 떠오른다는 것. 생각이 나면 더 구체적으로 친절을 베푼 사람과 행동을 마음에서 그려 보라고 말했다. 처음이라 잘 안 된다고 하자 그는 “자신은 볼 수 없겠지만 지금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며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아동청소년교육학과 교수이기도 한 혜주 스님은 “사회가 갈수록 흉포해지고, 과도한 경쟁과 눈치 보기 등으로 우울증은 물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느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마음 챙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미움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며 “따라서 무조건 ‘미워해서는 안 돼’ ‘화해해’라고 할 게 아니라, 아이(어른도 마찬가지)가 왜 미워하고 있는지 그래서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화가 나고, 숨이 가빠지고, 즐거움을 못 느끼는 등 불편한 상태가 되는데 명상을 통해 분별하는 법을 배우면 불편함에서 빠져나오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 상대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그 이면에 있는 숨겨진 이유 등을 찾는 과정에서 미움을 내려놓게 되고, 이는 용서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미움을 내려놓는 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해방을 위해서라는 점이에요. 미움을 내려놓는 일과 용서를 같은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혜주 스님은 “내 마음이 싫고 고통스러우면 그것은 자비가 아니라 억지”라며 “먼저 미움이라는 감정을 잘 다스린 뒤 진심으로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자비)’이 생기면 그때 용서하면 된다. 용서가 자기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인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지역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주한 교황대사관,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가 공동 주최하는 ‘2027 서울 WYD’ 발대식이 28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렸다. WYD는 국가, 인종, 언어, 종교를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을 위해 가톨릭교회가 주재하는 행사다. 이날 발대식은 3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 WYD를 위한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자리. 194개국 기수단 입장, 발대 선언, 축사, 발대 미사 순으로 진행됐다. 정순택 대주교는 “한 사람이 바뀌고 우리 공동체가 바뀌는 기적을 우리는 앞으로의 준비 과정과 서울 WYD를 통해 체험하고자 한다”며 “젊은이 여러분이 기적을 만드는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기를 청한다”고 했다. 2027년 7월 말∼8월 초에 열리는 서울 WYD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교구에서 5일간 열리는 교구 대회(사전 행사)와 서울에서 6일간 열리는 본대회로 나뉜다. 본대회에서는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각국 주교들의 교리 교육, 성소 박람회, 교황과의 밤샘 기도 및 차기 개최국 발표 등이 진행된다. 50만∼7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 WYD의 생산유발효과는 11조3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지역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주한 교황대사관,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가 공동주최하는 ‘2027 서울 WYD’ 발대식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렸다. WYD는 국가, 인종, 언어, 종교를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을 위해 가톨릭교회가 주재하는 행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제정해 1986년 로마에서 첫 대회가 열렸으며, 이후 2, 3년마다 세계 각국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은 지난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37차 세계청년대회에서 다음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날 발대식은 국민과 모든 신자에게 3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 WYD를 위한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자리. 194개국 기수단 입장, 발대 선언, 축사, 발대 미사 순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와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글레이손 데 파울라 소자 차관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멕시코, 필리핀 등 8개국 외교사절과 국내 정관계 인사, 국내 청년·청소년 9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이 자리에서 “한 사람이 바뀌고 우리 공동체가 바뀌는 기적을 우리는 앞으로의 준비 과정과 서울 WYD를 통해 체험하고자 한다”라며 “젊은이 여러분이 기적을 만드는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기를 청한다”라고 말했다. 2027년 7월 말~8월 초 열릴 예정인 서울 WYD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교구에서 5일간 열리는 교구 대회(사전 행사)와 서울에서 6일간 열리는 본대회로 나뉜다. 본대회에서는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각국 주교들의 교리교육, 성소 박람회, 교황과의 밤샘 기도 및 차기 개최국 발표 등이 진행된다. 대회를 대표하는 주제 성구는 오는 9월 로마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발표한다. 지난해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의 주제 성구는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였다. 11월에는 WYD 상징물인 나무 십자가와 성화가 인계된다. 한편 이날 발대식에서는 50만~7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WYD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발표됐다. KDI국제정책대학원 분석에 따르면 서울 WYD의 생산유발효과는 11조360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1조5900억원, 고용유발효과는 2만4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중학생 때 컴퓨터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도스, 코볼 등 이름도 생소한 컴퓨터 언어를 배웠는데 솔직히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학원을 간 건 “앞으로 컴퓨터를 모르면 도태된다”는 친구들과 엄마의 무시무시한 ‘협박’(?) 때문이었다. 이런 인생을 볼모로 한 협박은 대학생 때 386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또 한 번 광풍처럼 불었다. 전산과가 컴퓨터학과로 이름을 바꾸고,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의 이름이 신문에 오르내린 것도 이때쯤이었다. 부모님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몰두했던 것은 수많은 대학생들의 1교시를 사라지게 했던 ‘삼국지’ 게임이었지만, 문서 작성과 간단한 엑셀밖에 몰랐어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컴퓨터를 더 많이 알고, 잘했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지금도 비슷한 것 같다. 앞으로는 코딩을 모르면 살 수 없다고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필수로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것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와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저자들은 AI의 작동과 관련한 지식의 30%만 알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컴퓨터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의 세상은 AI가 열겠지만, 30% 수준이면 AI와 협업하는 데 충분하다는 것. 저자들이 말하는 30% 수준은 직접 코딩 등을 하는 전문기술이 아니라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생태계를 이해하는 ‘디지털적 문해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최고경영자(CEO)가 정보기술(IT) 보안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디지털 생태계의 상호 의존성을 포용하면서도 데이터가 온갖 외부 위협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발 IT 대란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AI 시대에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이제 코딩 교육은 필수’라며 아이를 학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도 꼭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스님이 목탁 대신 카메라를 든 까닭은…. “불교가 이렇게 ‘힙’했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한국 불교. 그 배경에는 깊은 산중 참선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변하려고 노력하는 ‘젊은 스님’들이 있다. 유튜브 ‘무여 스님 TV’를 운영하는 비구니 무여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경기 고양 보리선원 주지)도 젊은 그들 중 하나. 목탁 대신 카메라, 염주 대신 마이크를 든 그는 전국을 다니며 우리 사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나만 알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공부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리고 싶어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그때 유튜브가 대중화하면서 1인 방송 시대가 열린 거죠. 이거다 싶더라고요.” 그는 수많은 불교 콘텐츠 중에서 사찰 소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비신자에게도 가장 친숙하게 불교를 알릴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라고 말했다. 석박사 공부하고, 절에서 맡은 일을 하다 보니 스님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본 절이 많지 않았다는 것. 그는 “유튜브 덕분에 2019년 3월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5년여 동안 120여 곳의 사찰을 소개하며 사심을 채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쉽게 생각하고 덤빈 유튜브는 매주 피가 마르는 고통으로 돌아왔다. 대본 작성, 촬영, 편집 등 모든 것이 ‘생초보’인 데다, 혼자 만드는 처지에 겁 없이 구독자와 “매주 한 편씩 올리겠다”라고 약속한 것. 설상가상으로 첫 회인 ‘강화 전등사’ 편은 찍고 돌아와서 보니 화면이 흔들리고, 목소리가 너무 작아 다시 찍으러 가는 ‘참사’까지 벌어졌다. ‘돈벌이를 위한 것 아니냐’ ‘튀어 보이고 싶으냐’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악플도 덤으로 따라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누가 볼까 싶었는데, ‘몰랐던 사찰의 아름다움을 알려줘서 고맙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몸이 안 좋아 못 가는데 고국의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라고 고마워하는 교포들도 계셨고요. 그 힘으로 견뎠지요.” 사찰 소개로 시작한 ‘무여 스님 TV’는 지금 경전 독송, 해외 불교 성지 순례, 다양한 스님들과의 대화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구독자는 5만4000여 명. 촬영을 도와주는 보살 한 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혼자 만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무여 스님은 “지치고 힘들 때 고요하게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삶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종교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모두에게 그런 ‘쉼’을 제공하는 채널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국민이 있어야 교회도, 신자도 있는 것 아닙니까?”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만난 이영훈 담임목사는 “목사가 정부보다 더 저출생 문제 극복에 앞장서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목사는 2012년 교계에서는 처음으로 매년 출산장려금 지원을 시작했다. 결혼격려금, 미혼모 자립 지원 등 지금까지 순복음교회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지원한 금액은 780억 원에 달한다. 이 목사는 이 같은 공로로 최근 열린 ‘제13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이 목사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2명대에서 1명대로 급격히 떨어지는 걸 보면서 이러다가는 국민이 사라져 국가가 소멸하는 날이 오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가도 국민도 없는데 교회가 어떻게 존립할 수 있겠느냐는 것. 이 때문에 저출생 문제 해결이 국가는 물론이고 교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순복음교회는 현재 첫아이는 2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500만 원, 넷째부터는 1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혜자는 5000여 명, 54억 원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세 자녀 갖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또 2019년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보호시설인 ‘바인센터’를 설립해 자립을 돕고 있다. “청소년 미혼모들은 부모님 집에서 나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렵지만 서류상 부양가족이 있어 정부 지원도 못 받는 사각지대에 있어요. 고시원 같은 열악한 곳에서 힘겹게 아이를 키우는데 그마저 힘들면 아이를 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되도록 촘촘해져야 합니다.” 이 목사는 정부와 정치권의 저출생 극복 정책에 대해 “캠페인, 세미나 등 실질적인 도움도 안 되는, 입만 가지고 하는 것에 한심할 정도로 너무 많은 돈을 쓴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저출생 문제가 대두된 게 이미 오래전이고 한 해 수십조 예산을 쓰는데도 과거 산아제한 운동 때 만들었던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같이 국민 머리에 ‘탁’ 각인되는 저출생 극복 슬로건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과거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에게 ‘이제는 아이 한 명당 1억 원씩 지원하는 아주 파격적인 정책이 아니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더니 대통령 있는 자리에서 자기들끼리 농담 소재로 써먹더라”고도 전했다. 전남 강진군처럼 파격적인 육아수당(7년간 매달 60만 원씩 최대 5000만 원)을 지원한 곳의 출산율이 2022년 93명에서 2023년 154명으로 65.6%나 늘어난 것을 보면 현금성 지원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것. 지난해 출생아 22만여 명에게 1억 원씩 지급하면 22조 원인데, 저출생 극복 예산으로 그 두 배가 넘는 50조 원 가까이 쓰면서 출산율은 더 떨어져 0.7명대인 것은 헛돈을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목사는 말로만 저출생 극복을 외치는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한 게 2019년인데 5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안 하고, 의원들은 각종 캠페인이나 세미나나 다니면서 입으로만 저출생 극복을 외치고 있다”며 “여야가 300만 원짜리 명품 가방만큼의 관심을 저출생 문제에도 기울이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매년 어디로 갈지 고민하게 되는 여름휴가. 번잡함을 피해 조용한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면 템플스테이만 한 게 있을까. 17, 18일 기자가 찾은 곳은 백제시대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충남 예산군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도신 스님). 총림(叢林)이란 선원(禪元), 강원(승가대 또는 승가대학원), 율원(율학승가대학원), 염불원을 모두 갖춘 종합수행 도량으로 조계종 25개 교구, 2800여 개 사찰 중 8곳뿐이다. 수덕사 템플스테이에는 1박 2일인 체험형(‘길 없는 길’)과 휴식형(‘일 없는 일’),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투어(2박 3일), 심화 과정인 ‘하루 선방’(2박 3일) 등이 있다. 체험형에서는 저녁 공양, 새벽 예불, 도량 돌아보기, 암자 순례, 스님과의 차담 등과 함께 참가자 요청에 따라 태극권, 요가, 명상도 할 수 있다. 휴식형은 말 그대로 아무런 구애 없이 편하게 있다 가는 것.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투어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예산·홍성지역 문화유산 탐방을 연계한 것이다. ‘하루 선방’에서는 묵언 수행 등 안거(安居)에 들어가는 스님과 같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것은 휴식형. 저녁 공양을 마친 뒤 국보 제49호 대웅전 앞을 산책하는데 장대한 범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녁 예불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법고(북), 목어, 운판(雲板·구름 모양의 금속악기), 범종 순으로 치는데 법고는 육지 동물, 목어는 수중 생물, 운판은 날짐승, 범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영(靈)을 제도하기 위해 친다고 한다.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초은 스님은 “범종의 의미는 종소리를 듣는 순간만이라도 번뇌와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심지어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빠진 죄인조차 이 순간만큼은 쉬어가길 바라는 자비의 소리”라고 말했다. 모든 지옥은 찰나라도 고통을 당하는 순간과 아닌 순간이 있는데, 무간지옥은 이 간격도 없이 고통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옥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형벌을 당하는 곳이다. 산새와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이곳저곳을 산책하는데 돌담 위와 축대 틈새에 사람들이 쌓아 놓은 작은 돌탑이 수없이 보였다. 손가락 한두 마디 크기에서 주먹만 한 것까지 크기도, 높이도 다양한데 10m 높이 돌 틈새에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선 조약돌 5, 6개를 올려놓은 탑이 보인다. 얼마나 간절한 소원이면 저 위에까지…. 템플스테이의 숨겨진 매력은 마주치는 스님 누구와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침 지나가던 스님과 몇 마디 하다가 “저 쌓인 돌들이 모두 사람들의 번뇌고 아픔인 것 같습니다. 돌이 말을 하는 것 같네요”라고 하자 그는 “마음을 비우고 들으면 세상에 법문 아닌 것이 없지요”라고 답했다. 불교에 무정설법(無情說法)이란 말이 있는데, 사람이 아닌 자연의 사물들이 설법을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새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 모두 우리에게 무상함을 깨우치는 법문이라는 것이다. 다음 날 새벽, 휴식형이지만 절에 온 김에 새벽예불(오전 3시 반)에 참석하려고 방을 나서는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신발이 젖지 않도록 물구덩이를 요리조리 피하려고 애쓰는데 신경만 잔뜩 쓰이고 얼마 가지 못해 다 젖었다. 벗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 신을 벗었는데 이게 웬걸? 방금까지 길이 아니었던 곳이 길이 되고, 밟지 못할 곳이 없어졌다. 고작 신발 하나 벗었을 뿐인데…. 발은 두 개인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신지도 못한 ‘신발’을 놓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을까. 하나만 놓을 수 있어도 어제보다는 편안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산문을 나섰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매년 어디로 갈지 고민하게 되는 여름휴가. 번잡함을 피해 조용한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면 템플스테이 만한 게 있을까. 17~18일 기자가 찾은 곳은 백제시대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충남 예산군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도신 스님). 총림(叢林)이란 선원(禪元), 강원(승가대 또는 승가대학원), 율원(율학승가대학원), 염불원을 모두 갖춘 종합수행 도량으로 조계종 25개 교구, 2800여 개 사찰 중 8곳뿐이다.수덕사 템플스테이에는 1박 2일인 체험형(‘길 없는 길’)과 휴식형(‘일 없는 일’),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투어(2박 3일), 심화 과정인 ‘하루 선방’(2박 3일) 등이 있다. 체험형에서는 저녁, 새벽 예불, 도량 돌아보기, 암자 순례, 스님과의 차담 등과 함께 참가자 요청에 따라 태극권, 요가, 명상도 할 수 있다. 휴식형은 말 그대로 아무런 구애 없이 편하게 있다 가는 것.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투어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예산·홍성지역 문화유산 탐방을 연계한 것이다. ‘하루 선방’에서는 묵언 수행 등 안거(安居)에 들어가는 스님과 같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이날 기자가 체험한 것은 휴식형. 저녁 공양을 마친 뒤 국보 제49호 대웅전 앞을 산책하는데 장대한 범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녁 예불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법고(북), 목어, 운판(雲板·구름 모양의 금속악기), 범종 순으로 치는데 법고는 육지 동물, 목어는 수중 생물, 운판은 날 짐승, 범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영(靈)을 제도하기 위해 친다고 한다.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초은 스님은 “범종의 의미는 종소리를 듣는 순간 만이라도 번뇌와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심지어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빠진 죄인조차 이 순간만큼은 쉬어가길 바라는 자비의 소리”라고 말했다. 모든 지옥은 찰나라도 고통을 당하는 순간과 아닌 순간이 있는데, 무간지옥은 이 간격도 없이 고통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옥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형벌을 당하는 곳이다.산새와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이곳 저곳을 산책하는데 돌담 위와 축대 틈새 틈새에 사람들이 쌓아놓은 작은 돌탑이 수 없이 보였다. 손가락 한두 마디 크기에서 주먹 만한 것까지 크기도, 높이도 다양한데 10m 높이 돌 틈새에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선 조약돌 5, 6개를 올려놓은 탑이 보인다. 얼마나 간절한 소원이면 저 위까지….템플스테이의 숨겨진 매력은 마주치는 스님 누구와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침 지나가던 스님과 몇 마디 하다가 “저 쌓인 돌들이 모두 사람들의 번뇌고 아픔인 것 같습니다. 돌이 말을 하는 것 같네요”라고 하자 그는 “마음을 비우고 들으면 세상에 법문 아닌 것이 없지요”라고 답했다. 불교에 무정설법(無情說法)이란 말이 있는데, 사람이 아닌 자연의 사물들이 설법을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새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 모두 우리에게 무상함을 깨우치게 하는 법문이라는 것이다.다음 날 새벽, 휴식형이지만 온 김에 새벽예불(오전 3시 반)에 참석하려고 방을 나서는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신발을 젖지 않으려고 물구덩이를 요리조리 피하려고 애쓰는데 신경만 잔뜩 쓰이고 얼마 가지 못해 다 젖었다. 벗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 신을 벗었는데 이게 웬걸? 방금까지 길이 아니었던 곳이 길이 되고, 밟지 못할 곳이 없어졌다. 고작 신발 하나 벗었을 뿐인데…. 발은 두 개인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신지도 못한 ‘신발’을 놓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을까. 하나만 놓을 수 있어도 어제보다는 편안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산문을 나섰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몇 년 전 일본 돗토리현 문화관광 담당 공무원들을 만났을 때다. 한국에는 찜질방이란 곳이 있는데 목욕하면서 숙박도 가능하고 컴퓨터 게임, 영화 감상도 할 수 있다고 했더니 굉장히 신기해했다. 그 모습에 신이 나서 좋은 곳은 볼링장, 노래방, 뜨거운 사우나는 물론이고 냉동고 같은 ‘얼음방’도 있다고 했더니 ‘에? 에?’ 하며 상상이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것이 외국인에게는 굉장히 재미있고 신기한 일이라는 걸 그때 피부로 체감한 것 같다. 이 책에는 그런, 우리는 다 알지만 외국인 눈에는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레스토랑 가격으로 굴 한 개에 4∼5달러가 기본이고, 더 비싼 것도 있다. 시장에서도 굴을 개수를 세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굴을 개수로 판매하지 않고 무게를 달아서 판매한다. 마트에서는 껍데기를 제거한 굴 20마리쯤을 5달러 내외에 판매한다.’(‘서울, 잠들지 않는 도시’ 중) 참 묘한 책이다. 보다시피 솔직히 우리에게는 별로 새롭지도 않은 내용. 그런데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이 읽으면서 신기해할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재미있다. 삼겹살을 처음 먹어보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서양인이나, ‘도전!’을 외치고 청양고추를 먹었다가 뒤로 넘어지는 일본인을 유튜브로 보는 느낌이랄까. 저자는 한국에서는 물건을 분실할 위험이 매우 낮다며 카페와 함께 경기가 열리는 날 지하철역 구내 물품 보관함 사례도 소개한다. 몇만 명이 몰려 보관함이 부족해지면 그 근처에 그냥 놓아뒀다가 경기 종료 후 가져가는 가방이 수백 개나 된다는 것. 택배 물건을 집 앞에 놓고 가도, 심지어 택배 기사가 차 문을 열어놓고 배달을 가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걸 알면 놀라지 않을 외국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게다가 트럭이든, 오토바이든 시동이 걸린 채로 말이다. 같은 내용을 영어로도 번역해 책이 꽤 두껍다. 저자는 한글 원고를 인공지능(AI)과 챗GPT를 활용해 영어로 옮겼다고 했는데, AI가 한국말을 어떻게 번역했는지 보는 것도 소소하게 재미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1700년 전통의 한국 불교와 K명상을 세계에 알리는 ‘2024 불교도 대법회’가 9월 23∼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다. 특히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국내외 선(禪) 명상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선’ 명상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18일 “전통 불교 문화 계승 행사를 통해 한국 불교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함양하고, ‘선’ 명상 대중화를 통해 국민 행복에 기여하기 위해 9월 23∼28일 서울 광화문광장 특설무대와 광화문광장 옆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에서 ‘2024 불교도 대법회’와 국제 ‘선’ 명상대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회에서는 △삼귀의계·오계 수계법회, 승보공양 등 전통문화 재현 △명상, 전통 불교 문화 및 템플스테이 체험 △국민음악회 △2024 국제 ‘선’ 명상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이 밖에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에서는 대법회 기간 중 ‘마음의 평화, 행복의 길’을 주제로 전통 한지로 제작한 장엄등 등 20여 종류의 전통 등도 전시된다. 또 28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전국 3만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하는 연합수계법회도 열린다. 불교도 대법회의 대미는 28일 오후 5시부터 광화문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2024 국제 선 명상대회’.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주재하는 이번 대회에는 달라이라마 통역가이자 스탠퍼드 자비명상 핵심 개발자인 툽텐 진파 박사, 구글 명상 지도자 차드멩 탄, 우파야 젠 센터 주지 조앤 핼리팩스 등 해외 유명 명상 지도자들도 참석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1700년 전통의 한국불교와 K 명상을 세계에 알리는 ‘2024 불교도 대법회’가 9월 23~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다. 특히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국내외 선(禪)명상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선’ 명상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18일 “전통 불교문화 계승 행사를 통해 한국불교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함양하고, ‘선’ 명상 대중화를 통해 국민 행복에 기여하기 위해 9월 23~28일 서울 광화문광장 특설무대와 광화문광장 옆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에서 ‘2024 불교도 대법회’와 국제선명상대회를 개최키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대법회에서는 △삼귀의계·오계 수계법회, 승보공양 등 전통문화 재현 △명상, 전통 불교문화 및 템플스테이 체험 △국민음악회 △2024 국제 ‘선’ 명상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이밖에 의정부지 역사유적공원에서는 대법회 기간 중 ‘마음의 평화, 행복의 길’을 주제로 전통 한지로 제작된 장엄등 등 20여 종류의 전통 등도 전시된다. 또 28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전국 3만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하는 연합수계법회도 열린다. 이번 연합수계법회에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전계사로, 원로의원이 지도위원으로 나선다. 수계법회 후에는 승보공양 법회가 봉행 된다. 불교도 대법회 대미는 28일 오후 5시부터 광화문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2024 국제 선명상대회’.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주재하는 이번 대회에는 달라이라마 통역가이자 스탠퍼드 자비명상 핵심 개발자인 툽텐 진파 박사, 구글 명상 지도자 차드 멩 탄, 우파야 젠 센터 주지 조안 핼리팩스, ‘마인드풀니스 인 벨’ 편집장 팝루 스님, 수행 안거센터 운영자 직메 린포체 등 해외 유명 명상 지도자들도 참석한다. 조계종은 2022년 진우 스님 취임 이후 종단 정책으로 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에 기반한 선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으며, 지난 5월 일부를 대중에 공개했다. 진우 스님은 지난달부터 자신이 직접 강의하는 8주 코스의 ‘사회 리더를 위한 선명상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불교도 대법회를 통해 아름다운 불교 전통과 거룩하고 장엄한 불교 의식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젊고 새로운 불교의 저력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아물러 누구나 알기 쉽고 따라 하기 쉬운 K 명상을 통해 국민 모두 마음의 평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예배당 강단 위의 으리으리한 의자는 한국 교회가 얼마나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지요.” 11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만난 주도홍 전 백석대 부총장(부설 신학연구소장·목사)은 “한국 교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모습을 잃고 권위주의에 빠져버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백석대는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계 대학으로, 종교개혁 분야 전문가인 주 전 부총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교회 권위주의의 한 단면으로 강단 위 의자 문제를 지적했다. 이 글은 개신교계 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주 전 부총장은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루터나 칼뱅이 설교했던 유럽 교회에 가보면 설교단만 있을 뿐, 강단 위에 담임목사 등을 위한 별도의 좌석이 없다”고 말했다. 하나님 앞에서는 어떠한 계급도 없고 모두가 동등한 성도이기에 목사도 설교할 때만 단에 오를 뿐, 마치고 나면 설교단에서 내려와 평신도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다른 목사의 설교를 듣는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교회, 특히 대형 교회에서는 담임목사 등 위계가 높은 목회자 여러 명이 설교를 마친 뒤에도 단상에 마련된 큰 의자에 앉아 다음 설교자와 단 아래 신도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일상적이다. 주 전 부총장은 “큰 교회일수록 목사의 위엄과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강단이 엄청나게 크고, 강대상(설교단)과 강단 위 의자도 예술품 수준의 값비싼 것을 쓴다. 의자는 시중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문 제작한 것이며, 강대상을 장식하는 꽃에도 많은 돈을 쓴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단순히 의자의 물리적 배치나 장식을 넘어 목사, 장로, 권사 등 교회 내 서열화, 목회자와 성도 간 수직적 관계, 당회 중심의 일방적 의사결정 구조 등 한국 교회의 권위주의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교회에는 목사가 서는 강단과 신도석 중간 높이로 별도 단을 만들어 사회자나 권사, 집사 등 직급이 낮은 사람이 발언할 때 서도록 하고, 심지어 여성 전도사는 단 아래에서 마이크만 놓고 말하도록 한다는 것. 그는 “여성 전도사가 강단 위에도 못 올라가는 곳에서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줄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 전 부총장은 “한국 교회가 1970, 80년대 급격히 성장하면서 장점도 많지만 성공, 출세, 교회의 호화로움 등 물질적 풍요를 하나님의 축복으로 보는 잘못된 믿음(번영신학)이 자리 잡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교회가 대형화되고, 그러기 위해 목사의 권위를 높이는 쪽으로 교회 문화가 흘렀다는 것이다. 그는 “목사의 권위는 성경에서 이르는 대로 가난하고,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 곁에서 희생하고 봉사하며 생기는 것이지 신도들보다 높은 곳에 앉아 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안=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우리가 악장 자리에 여성을 고용하지 않음을 알려드리게 돼 유감입니다. 우리 오케스트라에 이미 많은 여성 연주자가 있으나 맨 앞자리는 남성으로 채워지기를 원합니다. (중략) 오케스트라의 맨 앞자리는 남성이 앉는 것이 더 낫다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스위스 출신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인 마들렌 카루초는 1982년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 악장 오디션에 응모했다가 이런 편지를 받았다. 분노한 카루초는 같은 해 다른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에 지원했고, 1882년 창단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연주자(단원)가 됐다. 여성 단원을 허용한 베를린 필조차 같은 해 종신 지휘자 카라얀이 클라리넷 수석으로 임명한 여성 연주자(자비네 마이어)는 반대했다. 지휘자와 단원들의 갈등이 커지자, 마이어는 이듬해 스스로 베를린 필을 떠났다. 마이어는 지금 ‘클라리넷의 여제’로 불린다. 이 책은 다리를 벌려 연주하는 첼로는 정숙한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의 성차별이 가득했던 시절,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성 음악가들에 관한 이야기다. 클래식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음악원 입학을 거부당하고, 심지어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거부하는 세상에서 자기 이름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성 음악가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이런 까닭에 수없이 많은 재능있는 여성 음악가들의 이름이 역사 속에서 지워졌는데, 저자는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심지어 ‘신의 목소리’로 표현되는 저 유명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도 바흐의 두 번째 부인인 안나 마그달레나 바흐가 작곡했을 거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남성의 활약을 축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정받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들을 정당하게 평가하기 위해 썼다고 말한다. 도발적인 책의 제목은 모차르트가 여성이었다는 뜻이 아니다. 성만 들어도 천재적인 백인 남성을 떠올리는 클래식 세계 뒤에 동생처럼 뛰어난 음악가였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대서 사라진 누나(마리아 안나 모차르트) 같은 이가 많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비유한 것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금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사실은 자신이 최선을 다해 조심조심,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미예요. 아무것도 안 하거나 대충 살고 있다면 힘든 걸 느낄 수도 없으니까요.” 승려라면 누구나, 전국 모든 사찰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읊는다는 반야심경(般若心經). 서유기의 모델인 당나라 삼장법사 현장이 천축국에서 전래한 54구 260자의 짧은 내용이지만, 불교의 핵심 사상이 응축돼 있어 어떤 불교 행사에서도 빼놓지 않는 경전 중의 경전이다. 최근 ‘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사진)’을 출간한 원영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청룡암 주지)은 “지혜란 뜻의 ‘반야’는 일상에서 활용하는 소소한 지혜가 아니라 만물이 ‘공(空)’한 줄 아는 통 큰 지혜”라며 “모든 사람이 반야심경을 통해 얻은 지혜로 세상을 더 잘 품고, 멋진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만물이 ‘공’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요. “일체 만물에는 원인과 결과(연기·緣起)가 있지요. 하지만 고정된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의지하며 변합니다. 처한 조건이나 결과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단 한 순간도 동일한 상태에 머물지 않기에 ‘무상(無常·항상함이 없다)’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은 ‘아무것도 없다(無)’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또 무엇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원리를 담은 이치를 말합니다. 그 이치를 빌 공(空)으로 쓰기로 약속한 거죠.” ―알 듯 모를 듯합니다만…. “하하하, 겨울에 귤나무를 베어 아무리 안을 찾아본들 귤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그 나무에 귤이 없는 것인가요? 수확 철이 되면 주렁주렁 나오겠지요. 지금은 없으나 없다고 할 수 없는, 이것을 가리켜 ‘공’이라고 합니다. 햇볕과 물을 주고 농부가 잘 가꾸면 탐스러운 귤이 나올 테고, 그러지 못하면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볼품없겠지요. 색즉시공(色卽是空), ‘색(물질로 이루어진 것)이 공과 다르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앞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기에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출가하기 전인데, 저도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할 정도로 사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앞도 보이지 않는 절벽 길을 매달려 가는 느낌이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 험하게 걸었던 그 시간이 내 삶에 가장 힘을 비축했던 성장기였더라고요. 요즘 힘든 사람이 많고, 특히 젊은 세대는 더 그런데… 힘들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느끼는 것이지요. 결코 힘듦으로만 끝나지 않아요. 지금이 한겨울의 귤나무인 순간일 뿐이죠. 지금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은 분명히 바뀝니다.” ―반야심경을 이해하면 마음의 괴로움도 줄일 수 있다고요. “예를 들어 상사가 인사를 안 받았어요.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오르겠죠. ‘내가 뭘 잘못했나’ ‘나를 싫어하나’ ‘나한테 왜 저러지?’ 하며 하루 종일 신경 쓰이고 괴롭겠죠. 근데 상사는 단지 딴생각 때문에 못 들은 것뿐일 수 있어요. 없는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 자신에게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계속 쏜 거죠. ‘공’을 깊이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조건에 따라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도, 안 만들 수도 있는 게 ‘공’이니까요. 뛰어가서 더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테고, 그러면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없겠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