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

이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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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가 되고 싶었는데 되지 못해서, 조종사 다음으로 비행기 많이 탈 것 같은 직업을 택했습니다. 비행기와 날씨에 대한 '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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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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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울릉공항 시계비행하면 10번 중 1번 꼴로 결항

    80인승 항공기 취항을 위해 설계 변경을 추진하는 울릉공항이 활주로 운영 방식을 변경할 경우 열 번에 한 번 꼴로 항공편이 결항 또는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 한 가운데 솟아난 화산섬인 울릉도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수시로 해무 등 저시정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울릉공항은 3C급 항공기 취항을 위해 계기비행 방식으로 운영하려던 활주로를 시계비행 방식으로 변경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시계비행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착륙대(활주로 주변 안전지대) 폭을 현재 설계안인 140m에서 2배 넓은 280m로 늘려야 하는 대규모 확장 공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보 5일자 A1, 2면 참조)시계비행은 조종사가 항행시설 등의 도움 없이 육안으로 지형과 장애물을 파악해 이착륙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계비행으로 공항을 지을 경우 가시거리(시계) 불량으로 비행기가 울릉공항에 이착륙하지 못 하는 상황이 10번 중 1번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최근 10년치(2013~2022년) 울릉도의 기상 기록을 1시간 단위로 분석한 결과다.국토부에서 정한 항공교통관제절차에는 비행기가 시계비행으로 공항에 접근하려면 시정이 최소 3마일(4.8km) 이상이어야 한다. 분석한 시정 자료 8만3452건(총 8만7647건 중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은 4195건 제외) 중 울릉도의 시정이 4.8km를 넘지 못하는 때는 총 7867회였다. 전체 분석 대상의 9.4%에 해당하는 수치다.특히 시계 불량 상황은 오전 6~10시에 23.9%가 집중됐다. 이 시간대에는 2~3시간 연속해서 시정이 나쁜 경우가 많아 특히 결항률이 높을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눈비 등 악천후, 강한 바람, 구름의 최저고도, 항공기 결함 등으로 인한 결항이나 지연이 더해지면 결항률은 더 오를 수 있다.한국항공협회가 운영하는 항공정보포털시스템 통계를 보면 국내선 결항률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2021년까지 국내선 총 결항률은 0.98%(총 204만3888편 중 1만9967편 결항), 총 지연율은 10.7%(202만8022편 운항 21만6917편 지연)다.항공업계에서는 울릉공항이 시계비행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반쪽 공항’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항공사의 한 조종사는 “시계비행은 야간운항도 많은 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연율이 높아지면 승객들이 섬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국토교통부 측은 현재로서는 시계 비행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울릉공항은 활주로 내륙 쪽으로는 산으로 둘러 싸여 있고, 반대쪽으로는 바다와 연결돼 있다. 활주로 폭이나 길이를 늘이려면 바다를 매립해야 하기 때문에 수천 억 원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공사비가 더 들어가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시계비행에 따른 결항률 문제에 대해서 국토부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영국 등에서는 비계기활주로(시계비행)에서도 계기접근 비행 만큼의 안전 수준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과 규정 등이 논의되고 있다”며 “안전과 결항에 문제가 없도록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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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한국에 없는 소형機 맞춰 설계한 울릉공항, 또 재설계 추진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이미 30%가량 공사가 진행된 울릉공항이 또다시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한 대도 없는 50인승 소형 항공기에 맞춰 설계했지만, 항공시장 여건상 그보다 큰 항공기 투입이 필요해 활주로 등을 더 넓혀야 하는 것이다. 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 등은 현재 80인까지 탑승이 가능한 ‘ATR 72’ 항공기와 ‘E190-E2’ 항공기의 울릉도 취항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공항은 그보다 작은 ‘ATR 42’나 ‘DHC-8-300(Q300)’ 등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크기(2C급)다. 항공업계에서는 50인 이하 항공기는 경제성이 없어 현재 보유한 곳도, 도입을 계획 중인 곳도 없다. Q300은 심지어 2009년 단종됐다. 정부는 앞서 2013년 2C급 공항을 기준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이대로 공사를 끝낸다면 항공사들이 취항을 하지 않는 ‘유령 공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정부는 8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 기준에 맞도록 활주로 양옆 안전구역(착륙대) 등을 확장하는 쪽으로 설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 사업비도 현재 6651억 원에서 최소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울릉공항 착륙대 폭 80→140→150m… 사업비 900억+α 추가 개항 2년 앞두고 설계변경 불가피2010년 150m로 신청… 예타 퇴짜사업비 줄이려 80m로 수정해 통과안전 문제 제기되자 140m 되돌려울릉공항이 개항 2년을 앞두고 또다시 설계 변경이 불가피한 것은 항공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기본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울릉공항은 특히 이전에도 수차례 활주로 길이나 안전구역 폭이 늘어나는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서 총사업비가 10년 전 계획 확정 시 대비 약 900억 원이 늘어났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는 이륙하기 위한 최소 거리와 항공기 날개폭 등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국토교통부가 현재 울릉공항 취항 가능성을 염두에 둔 프랑스 ATR의 ‘ATR 72’와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E190-E2’ 항공기는 최소 이륙 거리가 1200m가 넘고, 날개폭이 24∼36m로 ‘3C’ 등급으로 분류된다.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 따라 공항도 3C 등급에 맞게 건설돼야 한다. 울릉공항은 현재 1200m의 활주로 주변으로 착륙대(활주로 양옆에 설치된 안전구역)가 지어지고 있다. 활주로 양 끝에는 길이 60m의 착륙대가, 활주로를 따라서는 폭 140m 착륙대가 건설 중이다. 계획 중인 활주로 운영은 각종 항행 시설의 도움으로 이착륙을 할 수 있는 ‘계기활주로’(정밀 진입 비행)다. 그런데 3C 등급 공항이 되려면 계기활주로 기준 폭 280m 이상의 착륙대가 필요하다. 착륙대 끝엔 최소 90m 이상의 종단안전구역(240m 권고)도 설치해야 한다. 현재 울릉공항의 크기보다 착륙대의 폭과 길이가 모두 2배 이상 커져야 한다는 얘기다. 울릉공항은 특히 바다를 매립해 만들고 있다. 착륙대 폭과 활주로 끝단을 늘리려면 바다를 추가로 매립해야 할 수도 있다. 사업비 조정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질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을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사업비를 최소화하면서 3C 등급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활주로 운영 등급을 계기활주로에서 ‘비계기활주로’(시계비행)로 바꾸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 시계비행은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지상의 지형지물 등을 확인하며 비행하는 방식이다. 비계기활주로 기준일 경우 착륙대의 폭은 현재 140m에서 150m로 10m만 늘리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계비행 방식으로 바꿔 설계를 변경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정확한 설계 변경안이 나와야 추가 비용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계비행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악천후나 안개, 야간 등에는 이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계의 도움으로 정밀한 이착륙이 가능한 계기비행에 비해 시계비행은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시계비행으로 운영되는 공항은 한 곳도 없다. 울릉공항 인근 한 주민은 “울릉도는 해무가 끼면 불이 났다고 착각할 정도로 앞이 안 보이는데 비행기를 사람 눈에 의지해 운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설계를 지금 또 바꾸면 공사 기간이 더 늘어나는 건 아닌지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울릉공항 설계 변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1월 울릉공항은 활주로 1200m와 착륙대 폭 150m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는데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사업비를 줄이려고 활주로 길이 1100m, 착륙대 폭은 80m로 수정한 채로 2013년 3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2015년 11월 고시된 공항 개발 기본계획에서는 활주로 길이가 다시 1200m로 되돌아갔다. 2019년 5월 총사업비도 5755억 원에서 6633억 원으로 878억 원 늘리면서 착륙대 폭도 140m로 복구됐다. 착륙대 폭을 150m로 다시 넓히면, 결국 최종 설계안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2010년 당시와 거의 같아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근시안적 공항 정책으로 계획이 계속 수정되는 ‘누더기 공항’이 됐다”며 “공항 안전과 효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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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윤두현 의원 “포털, 뉴스 유통자로서 걸맞는 책임 져야”

    한국온라인신문협회(회장 박학용)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포털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윤두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간담회에서는 뉴스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윤 의원은 “네이버가 검색 수(PV)에 중점을 두고 이익을 배분하면서 양질의 뉴스는 묻히고 자극적인 기사만 부각되고 있다”며 “이는 다양하고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만아니라 가짜뉴스를 양산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에 공적 책임을 전가하는 포털의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윤 의원은 “포털이 자신들은 뒤에 숨은 채 외부 인원으로 구성된 제평위를 ‘방패막이’처럼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포털 스스로 제휴사를 결정하고 뉴스 유통자로서 그에 걸맞는 책임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윤 의원은 정치권 일부에서 나온 ‘제평위 법제화’에 대해서는 “언론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여당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박 회장은 “디지털뉴스 생태계가 부작용 없이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쾌도난마식 정책 결정이 아닌 정교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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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열린 채 착륙’ 아시아나 사고, 근본 원인은 FAA 규정 미비[이원주의 날飛]

    승객이 약 200m 상공에서 착륙중인 비행기 문을 열어버린 ‘아시아나 개문(開門) 사고’의 수리 비용이 6억4000만 원이라는 국토부 발표가 나왔습니다. 다른 승객까지 위험하게 만들었으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 소위 ‘인생은 실전’이라는 의견 등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그 중에 ‘날飛’는 “비행기가 날고 있을 때 문이 열리지 않도록 잠금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주목했습니다. 사실 이 내용은 지난번 ‘날飛’에서 일부 다뤘던 내용이긴 한데, 되도록 빨리 내용을 독자 여러분께 전달해드리려 하다 보니 조사도 설명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통해 지난 번 기사의 AS를 해 드릴까 합니다.▶날고 있는 비행기 문이 왜 열렸을까[이원주의 날飛]항공기는 매우 복잡한 안전 규정을 지키면서 만들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안전 규정을 사실상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정한 규제를 다른 나라에서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처럼 촘촘한 규정을 만들기 쉽지 않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FAA 규제를 지키지 않은 항공기는 미국 영내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이번 ‘날飛’에서는 항공기 문에 대한 FAA의 지침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미국 정부는 각 분야의 규정과 규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연방 규정집(Code of Federal Regulations, CFR)’을 발간하고 있고, 이 CFR 중 미국 교통부 산하 FAA에서 발행한 항공기 제작 등에 관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 중 항공기 문에 대한 규정(§25.783)도 나열돼 있습니다.문제는 이 규정이 법 조항과 비슷해서 너무 원리원칙적 내용만 담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1항)각 문은 비행 중 기계적 고장, 구조적 문제 등으로 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장치가 있어야 한다.·2항)걸쇠(latch)가 있는 문은 비행 중 걸쇠가 풀리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내용이 너무 두루뭉술합니다. 그렇다보니 항공기 제작사들도 이 규정을 다 해석해가며 항공기를 제작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FAA는 ‘자문 일람(Advisory Circular, AC)’라는 문서를 추가로 내놓습니다. CFR의 내용을 한 줄 한 줄 해석해서 항공기 제작사들이 비행기를 제작할 때 참조할 수 있도록 만든 ‘해설서’입니다. AC의 앞부분에는 “이 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는 CFR 내용과 AC 내용이 상충할 경우 CFR 내용이 우선한다는 일종의 ‘면책조항’을 써 놓은 것에 가깝습니다.해설서에서 항공기 문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면 비행기 문 제작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하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어떤 고장이든 비상 상황에서 비행기 문이 안 열리는 경우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잘 잠겨야 하지만 비상시에는 잘 열려야 하고, 비행기에 어떤 고장이 발생하든 문이 안 열리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이 FAA가 설명하는 항공기 문 설계의 핵심입니다.그러면 이번 사고처럼 사람이 문을 열어버리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요. AC에서는 이 부분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AC에서는 “기압차를 이용해 열리지 않도록 설계된 문의 경우 추가적인 안전 장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어서 추가적인 안전장치란 “일부러 조작해야 하는 방식으로 (문열림) 핸들 조작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놓았습니다. 사고 항공기인 에어버스는 이 내용을 비상문 핸들을 위로 젖혀올리는 것으로 적용한 겁니다.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중에는 “속도나 고도를 감지해서 비행기가 떠 있을 때는 잠기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AC에는 이 내용도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여압을 안전장치로 사용하지 않는 문’에 이런 장비를 하도록 규정해놓았습니다. 사고 항공기는 여압을 안전장치로 사용하는 항공기이고, 이런 ‘추가 잠금장치’의 적용 대상은 아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겁니다.그런데 이번 사고처럼 비행기 문이 여압을 안전장치로 하고 추가 잠금 장치가 없다면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에는 승객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CFR에도, AC에도 ‘규제’가 없습니다. CFR에는 “비행 중 승객이 의도적으로 문을 열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규제만 있고, 그 뒤에 “만약 보조 (잠금)장치를 쓸 경우에는” 이 잠금장치가 어떤 고장이 나더라도 비상시에 문이 열리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내용만 있습니다. 해설서인 AC에도 “(고도가 낮은) 이착륙 상황은 (시간이) 짧고, 승객들은 좌석벨트를 메고 앉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사고 직후 아시아나에서는 “비상구 주변 좌석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는 CFR의 “승객이 비행 중 문을 의도적으로 열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한 항공사 측의 적극적인 조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이 조치를 우리 정부가 국내 항공사 전반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FAA의 AC는 2005년에 만들어진 문서입니다. 아직까지 ‘유효(ACTIVE)’한 것으로 미국 정부정보 사이트에 나옵니다. 사고가 해외에도 많이 보도된 만큼 비슷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각 정부기관의 추가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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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고 있는 비행기 문이 왜 열렸을까[이원주의 날飛]

    ‘날飛’는 26일 아시아나 8124편 개문 사고로 병원으로 후송된 탑승객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2023년 5월 26일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 8124편의 비상문이 착륙 직전에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아시아나와 경찰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비상문은 30대 남성 승객이 (이유가 무엇이든) 고의로 열었고 이 과정에서 내부로 강한 바람이 유입되어 승객 여러 명이 큰 충격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사고 기종은 에어버스에서 만든 A321 기종이고 열린 문은 맨 앞에서부터 3번째 왼쪽 문입니다. 좀 더 짧은 A320기종과 달리 이 기종은 비상문이 승객이 타고내리는 출입문과 거의 동일한 구조로 돼 있습니다. 출입문을 열려면 커버를 젖히고 레버를 위로 들어올려야 합니다. 문을 열 마음을 먹었다면 쉽게 열 수 있지만, 실수로 문을 열기는 어려운 구조로 돼 있습니다.이번 사고 소식을 접한 분 중에는 승객이 그렇게 문을 쉽게 열 수 있냐. 비행 중에 문이 열리는 게 가능하냐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날飛’에서는 이런 상황이 왜 가능한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먼저 승객이 그렇게 문을 쉽게 열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해당 승객이 열어젖힌 문은 출입문이 아닌 ‘비상문’입니다. 그리고 비행기 비상문에는 사고가 났을 때 승객들이 빠르게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문 여는 법까지 빨갛고 큰 글자로 붙어있습니다.이렇게 하는 이유는 비행기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 전원이 90초 이내에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입니다. 만약 승무원이 비상문을 승객이 모르는 방식으로 잠글 수 있다면 사고로 모든 승무원이 유고(有故)인 상황일 경우 꼼짝 못 하고 갇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비행기 비상구는 승객이 직접 열 수 있게 돼 있습니다.그럼 이렇게 문이 쉽게 열리면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높은 고도에서도 쉽게 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그건 어렵습니다. 비행기 안과 밖의 기압차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행기의 모든 문은 기압차를 안전장치로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A321 비상문의 경우 높은 하늘에서는 기압차 때문에 레버 자체를 위로 들어 올리는 게 불가능합니다. A321의 문은 대략 가로 1m, 세로 1.8m 크기입니다. 비행기의 객실 기압(약 800hpa)과 외부 기압(약 400hpa, 국내선 통상 고도인 7000m 기준) 차이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 기압차 환경에서 이 크기의 문을 강제로 열려면 7t이 넘는 힘으로 레버를 잡아당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그런데 이번 사고에서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비행기가 거의 착륙 직전이어서 고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나 발표 내용을 보면 문이 열린 시점에서 비행기 고도는 약 200m(800피트)였습니다. 비행기 안팎의 기압차가 거의 없는 높이입니다. 우리가 200m 높이의 산에 올랐다고 해서 공기가 희박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기압차를 안전장치로 하는 비상구도 구조상 열릴 수 있습니다.이번 사고의 경우 비행기 안팎의 기압차가 없었기 때문에 문이 열렸다고 사람이 빨려 나가는 상황까지는 생기지 않습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우리가 타는 민항 여객기는 하늘을 날 때 아무리 느려도 시속 250km는 가뿐히 넘어갑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KTX 유리창이 뜯겨나간 상황과 비슷한 겁니다. 비행기를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비행기 사고가 나지 않은 이상 일반 승객이 출입문을 만지면 절대로 안 됩니다. 비행 중이 아니라 비행기가 땅에 정지해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계속 말씀드린 대로 비행기에는 기내 압력을 조절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고, 이 장치들이 어떤 이유로 비행기가 땅에 정지해있을 때도 작동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을 강제로 열 경우 문이 바깥으로 펑 하고 튀어 나가듯 열려서 비행기 안팎에 있는 사람이 다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객실승무원들도 출입문을 열 때는 기압에 이상이 없다는 조종사의 확인을 받은 후 비행기 바깥의 지상조업자와 문에 있는 창문으로 수신호를 주고받은 뒤에야 문을 여는 절차를 지키고 있습니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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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활동 중단”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서비스 운영을 위해 설립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포털에 뉴스를 공급해온 제휴 언론사에 대한 규제와 신규 언론사의 입점 심사를 중단한다는 뜻으로 향후 논의에 따라 포털과 언론 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평위 운영위원 전원회의에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대내외적 요청을 반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15년 ‘자율규제’를 명분으로 출범한 제평위는 언론 유관 단체와 학계, 시민사회 단체 등 15곳이 참여해 운영되어 왔다. 올해 7월부터는 참여 기관이 18곳으로 늘어나는 ‘제평위 2.0’ 체제가 출범할 예정이었다.● 각계 비난에 카카오 ‘결별 선언’ 한 듯 제평위 활동 중단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난해부터 제평위를 탈퇴하고 네이버와의 결별을 희망했던 카카오는 지난주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변화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82개의 콘텐츠제휴사(CP)와 700여 개의 검색제휴사들을 한 울타리에 넣고 규제 및 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들어 네이버의 잇따른 실책으로 포털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감시가 강화된 것도 요인이다. 네이버는 언론사에 아웃링크(포털 기사를 통해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방식) 선택권을 주겠다고 밝혔다가 돌연 취소하고 불공정 조항을 담은 약관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가 언론계 안팎의 비난을 산 뒤 철회했다. 이 가운데 정부와 국회, 언론계 등에서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가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정보(disinformation)를 확산시키고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뉴스 유통에 대한 포털의 영향력이 과도해 뉴스 생산과 소비의 생태계를 압도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가 만든 임의기구이면서 법적 행위를 해온 제평위가 이제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학계에서도 이런 뉴스 유통 구조하에서 일부 대형 언론사들마저 포털 기사의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저질·연성 기사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정성, 투명성 논란 이어진 제평위 온라인 기사 어뷰징(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같은 기사를 반복하여 송고하는 등의 일)을 막기 위해 출범했지만 제평위는 7년 동안 끊임없이 폐쇄성과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정보기술(IT) 플랫폼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수의 언론사를 관리하기 위해 ‘자율규제기구’를 내세웠으나 실상은 양사 실무자들이 운영하는 ‘사무국’을 통해 움직였다는 의구심이 이어졌다. 6기(2021년) 제평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개별 심사위원의 성향 등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는 등 심사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참여한 언론계 인사들과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초대된 외부 인사들은 전문성 시비에 휘말렸다. 5기(2020년)에 참여한 학계 인사는 “한 위원이 입점을 신청한 어떤 일간지의 발행 부수 자료를 보고 ‘이렇게 몇만 부를 얼마 동안 발행하는 거냐”고 묻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포털 뉴스 서비스 정상화 계기 될까 제평위의 미래에 대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어떠한 구조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구조일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뉴스 제휴 문제로 네이버와 협의하거나 같이 자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제평위 중단 이후 도입할 새로운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 교수는 “(포털이라는) ‘가두리’ 안에서 이뤄졌던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포털과 언론사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번 기회에 포털에서 뉴스 서비스를 없애고 기사는 해당 언론사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해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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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키운 강풍, 왜 강릉에서 특히 심했을까[이원주의 날飛]

    ‘날飛’는 2023년 4월 11일 강릉 산불로 유명을 달리한 주민의 명복을 빌며, 이재민 여러분의 빠른 일상 회복을 기원합니다.강릉 산불은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산불은 담뱃불이나 실화(失火)처럼 사람이 잘못한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나무가 부러질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었고, 실제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신주를 건드렸고,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튄 불꽃이 화마로 커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기상청과 소방청이 낸 자료를 보면 이날 강릉에는 최대 풍속이 초속 30m에 이르는 강풍이 불었습니다. 단위를 바꾸면 시속 100km가 넘는 매우 강한 바람입니다.뉴스나 각종 매체를 통해서 이번 산불이 커진 원인이 ‘푄현상’, ‘양간지풍’이라는 분석을 보셨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산을 타고 오르면 온도가 떨어지고, 공기 중에 섞여 있던 수증기가 안개, 비 같은 형태로 분리됩니다. 이처럼 수증기가 비나 안개로 바뀌는 과정에서 수증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열로 내뿜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는 공기가 처음 산을 타기 시작하는 낮은 고도에서보다 기온이 덜 내려가게 됩니다.통상 고도가 100m 높아지면 기온이 1도씩 떨어지는데, 수증기를 떨어뜨리는 (포화 상태인) 공기는 고도가 100m 높아져도 그 절반 수준인 0.5도씩만 떨어집니다. 이렇게 충분히 수증기를 분리한 공기가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면 다시 100m마다 1도씩 기온이 올라갑니다. 공기 중 수증기량은 줄었는데 기온은 올라가니 공기는 뜨겁고 건조해집니다. 이게 ‘푄현상’입니다.● 왜 강릉만 강풍?다만 이 같은 푄현상만 가지고는 강릉 지역에 불었던 강풍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하면서 우리나라에 강한 바람이 부는 통로가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전국에 강릉과 비슷한 수준의 강풍이 불었어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날 강풍 경보가 내려진 지역은 강원 영동 지역에 집중됐습니다.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태백산맥의 꼭대기 부근에 탄탄한 ‘공기의 벽’이 생겼고 이 벽이 바람이 흐르는 틈을 좁게 만들면서 ‘덜 강한 바람’이 ‘매우 강한 바람’으로 바뀌게 만든 겁니다. 이 ‘공기의 벽’을 ‘역전층’이라고 부릅니다. 역전층이 생긴 공간에는 공기가 움직이지 않고 버티면서 다른 공기가 섞이지 않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지표면에서 고도 약 12~13km까지는 높아질수록 온도가 낮아집니다. 아래쪽에는 따뜻한 공기가 위로 아지랑이처럼 올라가고, 위에 있는 찬 공기는 무거워서 아래로 떨어지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복잡하게 어우러지면 우리가 말하는 ‘날씨’가 됩니다. 그런데 특정 고도나 장소에서 따뜻한 공기가 찬 공기 위로 올라타는 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위아래로 섞이는 공기 움직임이 막힙니다. 기온이 거꾸로 쌓인 이 현상이 바로 ‘역전층’입니다.강릉에 산불이 발생한 날 한반도에는 남서쪽에서 따뜻하고 다소 습한 바람이 불어들었습니다. 반면 높은 하늘에서는 북쪽 저기압 영향으로 찬 공기가 밀려왔습니다. 평지가 많은 한반도 서쪽에서는 이 두 공기가 뒤섞이면서 비가 내렸습니다.그런데 태백산맥이 많은 동쪽에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산을 타고 오른 ‘남쪽 출신’ 따뜻한 공기가 충분히 차가워지지 못 한 채 위쪽 찬 공기 위로 올라타버리면서 산 정상에 ‘역전층’을 스스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그다음, 산 밑에서 올라오는 공기가 이 역전층과 산꼭대기 사이의 좁은 공간을 통과한 뒤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면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강풍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이 강한 바람이 강릉 산불을 더욱 강하게 키운 원인이 됐습니다.● ‘양간지풍’은 왜?태백산맥을 넘는 강한 바람 중 강원 영동 중북부에서 부는 바람은 ‘양간지풍’이라는 이름을 따로 갖고 있습니다. ‘양양’과 ‘간성(고성)’의 앞 글자를 딴 이름입니다. 길고 긴 태백산맥 중 이 지역 바람만 이름이 따로 붙은 이유는 바로 지형 때문입니다.한반도 산맥은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많은 산맥 줄기가 북동→남서 방향으로 뻗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이사이에 있는 골짜기들이 바람의 통로 역할을 합니다. 이번처럼 남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은 이 산맥들 사이 골짜기를 타고 모입니다. 그리고 태백산맥 북쪽은 1.5km 전후의 높은 봉우리가 많습니다. 골짜기를 타고 강원도로 모인 바람이 강원 영동 중북부 산맥을 넘을 때 강해질 조건이 만들어지는 이유입니다.● 바람이 아니어도…하지만 굳이 바람 탓을 하지 않더라도 늦겨울~봄철 산불은 이미 심각한 수준입니다. 산림청이 발간한 산불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에는 총 2900여 ㏊가 산불 피해를 입었는데, 이 중 2100㏊가 4월에 타버렸습니다. 1㏊가 약 3000평이니까 2021년 4월에만 630만 평이 잿더미가 된 셈입니다. 2021년에도 산불 피해 면적 총 765㏊ 중 거의 대부분인 625㏊가 2월에 발생한 산불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이유는 한국을 비롯한 지구 전체가 계속해서 건조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981~2010년 사이 서울 기준 습도 평균값은 64.4%였지만 1991~2020년 사이 평균치는 61.8%로 낮아졌습니다. 산불이 발생한 강릉의 경우 같은 기간 평균습도가 61.4%에서 59.5%로 떨어져 60% 벽이 깨졌습니다.일시적인 산불과 바람을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긴 어렵지만, 적어도 대기가 계속해서 건조해지는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기온이 더 오르면 대기는 더 건조해지고, 산불도 그만큼 많아질 수 있습니다. 산불 예방이든, 기후변화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더 거세진 산불, 원인은 ‘지구 사막화’[이원주의 날飛]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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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뉴스약관 불공정” 청문회 검토…편집인협회

    네이버가 뉴스 제휴 언론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개정 약관의 내용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언론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가 네이버에 약관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한국신문협회(신문협회)가 이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을 시작한 데 이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집인협회)도 유관 단체들과 함께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편집인협회는 신문, 방송, 통신사의 간부들이 회원으로 있는 언론단체다. 서양원 편집인협회 회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문협회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며 “한국기자협회 및 한국여성기자협회 등 유관 단체들과도 협의해 성명서를 내거나 일종의 민간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의 날 기념대회 개회사에서 “포털의 하청업체가 되어가고 그들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우리 언론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럴싸한 명분으로, 때론 푼돈으로 가해지는 우리 언론에 대한 압박, 언론 자유에 족쇄를 채우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자인 우리 신문부터 단결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보도 “주요 신문사들 ‘뉴스 약관 불공정’… 네이버에 의견서 전달”이라는 제하에 온신협 의견서 제출 사실을 보도했다. 온신협은 의견서에서 네이버가 이런 불공정한 약관 변경을 추진하면서 언론사에 이를 미리 알리고 의견을 듣거나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견서를 전달받은 네이버는 7일 온신협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일정을 정해 알려주면 참석해 협회 회원사들의 의견을 듣고 질문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네이버는 언론사 뉴스 서비스에 아웃링크(네이버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로 넘어가는 서비스) 방식을 적용하는 문제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언론사들에 대한) 의견 수렴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네이버는 당초 4월부터 언론사들이 아웃링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나 언론사들이 ‘편집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아웃링크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회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며 3월 일방적으로 아웃링크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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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채널A서 3일 TV토론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4명이 채널A에서 마지막 TV토론에 나선다.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가나다 순) 후보는 3일 오후 5시 20분부터 1시간 40분 동안 채널A에서 경선 전 마지막 TV토론을 벌인다. ‘뉴스TOP10’을 진행하는 김종석 앵커가 진행하는 3일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다른 TV 토론회에서 보아 왔던 ‘주도권 토론’ 외에도 예능 요소를 결합한 다양한 코너들이 준비된다.정치 인생의 분기점이 된 한 장면을 본인이 직접 설명하는 ‘내 인생의 사진’과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거짓말 탐지기’를 활용해 유쾌하게 풀어낼 진실 게임 등 차별화된 코너들이 예정돼 있다.또 결선 투표가 치러질 경우 시청자들이 각 후보 간 연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도록 ‘나 아니면, 이 사람’ 코너도 준비된다. 채널A 측은 “다양한 형식의 코너를 통해 시청자들이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도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네 후보들의 위기 대처 능력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3일 채널A TV 토론을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은 8일 전당대회를 열고 당 대표를 최종 선출한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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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스트셀러’ 보잉737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이원주의 날飛]

    ‘날飛’는 예티항공 691편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우리 국민 2분과 그 외 모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사실상 가능해진 명절 연휴입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설 연휴기간동안 37만 명 넘는 인원이 해외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가장 큰 국제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서만 약 30만 명이 출국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작년과 비교하면 무려 1236% 증가한 수치입니다.3, 4일 간 짧은 연휴에 멀지 않은 국가로 해외에 나갈 때 여행객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될 비행기가 아마 보잉의 소형 비행기 737 기종이 아닐까 싶습니다. 1968년 처음으로 승객을 태우고 이륙한 이후 지금까지 총 1만1100대가 넘는 보잉 737이 하늘을 날았거나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이원주의 날飛]이 비행기 엔진은 왜 납작한가하지만 보잉 737은 현재 생산되고 있는 737MAX 기종을 끝으로 더 이상 새 기종이 나오지 않고 단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최근 보잉이 겪었던 여러 가지 사건과 그로 인한 미국 정부의 규제 신설로 737 기종을 업그레이드할 이유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날飛’에서는 한 시대를 주름잡았지만 이제는 그늘이 드리운 이 작은 거인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모든 것의 시작은 보잉이 737을 업그레이드한 기종 737MAX를 내놓으면서부터입니다. 737 MAX는 기존에 있던 737NG(New Generation)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델입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같은 이름의 차를 세부 디자인 변화, 신기능 추가 등으로 포장한 뒤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는 것과 비슷합니다.737MAX는 2017년 상업비행을 시작한 최신 기종이지만 보잉이 유례 없는 위기를 맞게 한 기종이기도 합니다. 2018년 인도네시아의 ‘라이온 에어’와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의 737MAX 기종이 잇따라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두 항공기의 사고 원인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원가 절감에 집착하던 보잉이 안전 시스템을 제대로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변명할 수 없는 보잉의 실책이었습니다.추락의 귀책 사유가 보잉에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찾아내서 보도한 시애틀타임스의 도미닉 게이츠 기자와 취재진은 이후 미국 연방항공청이 신규 기종 등에 대한 감항성 인증(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국가기관이 증명하는 인증) 절차를 직접 진행하지 않고 보잉에 사실상 위탁해 진행했다는 사실까지 폭로합니다.보잉에 대한 분노가 전 세계에서 들끓자 미국 의회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2020년 가을 미국 의회는 항공기 인증에 대한 국가기관과 항공사의 책무를 강화하는 ‘항공기 절차 인증 개정 및 책임에 관한 법률’(the Aircraft Certification Reform and Accountability Act, H.R.8408)을 제정합니다. 사실상 보잉과 737MAX를 겨냥한 법률입니다. 그리고 이 법률 안에 보잉737의 ‘강제 은퇴’를 선언하는 내용이 숨어있습니다.위 법률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인명이나 화물 수송 목적의 비행기에는 운항승무원(조종사) 경보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야 한다. 이 시스템에서는 경보와 주의보와 각종 안전에 대한 안내 사항이 구분되어 표시돼야 한다. 또 운항승무원이 문제 상황을 해결하거나 조치를 취할 때 해야 할 행동을 우선순위를 지정해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문제는 보잉737에는 이런 시스템이 탑재돼 있지 않다는 겁니다. 보잉은 737MAX의 조종석을 보잉787 등 최신 항공기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지만, 여기에 보잉787 등 다른 기종에 탑재된 경보 시스템은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모양만’ 최신으로 보일 뿐 속은 그대로라는 의미입니다.보잉에서는 이 승무원 경보 시스템을 엔진 정보 표기 및 승무원 경보 시스템(EICAS·Engine Indicating and Crew Alerting System)이라고 부릅니다. 보잉사의 다른 비행기인 747 767 777 787 기종에는 모두 이 시스템이 장비돼 있습니다. 같은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에어버스에서도 전자 중앙 집중식 항공기 관리 시스템(ECAM·Electric Centralized Aircraft Moniter)이라는 이름으로 탑재돼 있는데, 에어버스는 모든 기종에 이 장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EICAS 시스템은 사소하게는 어느쪽 항공기 문이 열려 있다는 표시부터 중요하게는 심각한 안전상 문제까지 알려줍니다. 조종사는 EICAS에 표시된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합니다. 777 787 등 최신 항공기에는 조종사가 해야 할 조치까지 순서대로 나열해줍니다. 737MAX에 EICAS가 없다는 건 자동차로 예를 들면 이런 상황입니다. 최신 기종 차의 문을 열었는데, 어느 문이 열렸다는 표시가 디스플레이에 그래픽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빨간색 경고등만 하나 켜지고 끝인 상황.자동차 문열림 경고등이 켜지면 모든 문을 열었다 닫아봐야 하듯이 737 조종사들은 경고등이 켜지면 일단 그 경고등이 ‘왜’ 켜졌는지부터 알아내야 합니다. 수많은 곳에 분산된 경고등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부터가 일입니다. 반면 EICAS가 탑재된 기종의 조종사들은 바로 문제를 해결할 조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상상황에서라면 두 조종사의 업무량 차이가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면 보잉이 다음 737을 업그레이드할 때 EICAS를 장착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항공사에서 더 이상 그 737을 선호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돈 받고 사람을 태우는 항공사에서는 비행기에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무조건 조종사를 새로 교육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항공사는 이 교육제도를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적잖은 교육기간동안 업무에 투입할 수 없으니까요. 교육비용도 상당합니다. 보잉이 737MAX를 출시하면서 추가된 조종 장비(MCAS)를 기를 쓰고 감추려고 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교육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물론 수많은 항공사에서 운용하고 있는 737 기종이 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수십년 간 더 공항에서 737을 보고 탈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 언급한 H.R.8408 법안 때문에 보잉은 현재 737MAX 중 두 하위기종(MAX 7과 MAX 10)의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보잉과 미국 내 737을 주로 운용하는 대형 항공사들의 로비로 결국 인증을 받아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하지만 최초의 737인 레거시 기종(100, 200)을 시작으로 클래식 기종(300, 400, 500) - 차세대 기종(NG, 600~900) – MAX로 이어졌던 737의 역사는 막내인 MAX를 끝으로 끝날 공산이 높아졌습니다. 737보다 늦게 태어나 하늘을 주름잡은 ‘하늘의 여왕’ 747도 이미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흥망성쇠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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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인 한동훈 vs 정치인 한동훈… 오후 2시 ‘진면목’을 보여드립니다 [황형준의 법정모독]

    240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취임하고 나서 이만큼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 한동훈 장관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한 장관은 검사 시절 일절 예외를 두지 않을 정도로 ‘교본’급 수사를 해 왔던 인물입니다. 법조계에서 그런 자세는 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정계에서도 그런 ‘교본’ 같은 태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할까요. 이미 수많은 추측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태도’에 대한 대중과 전문가의 평판도 넘쳐흐릅니다. 그렇다면 한 장관을 가까이서 오래 본 지인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그들이 본 법조인 한동훈과 정치인 한동훈은 같은 사람일까요, 다른 사람일까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동훈 장관의 이면을 ‘황형준의 법정모독’ 2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오후 2시 동아닷컴에서 공개됩니다.‘황형준의 법정모독’ 2화는 1화를 읽고 보시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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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밤 놀라서 잠깨”…수도권 4년 만에 가장 강한 지진

    인천 강화군에서 수도권 발생 지진으로는 4년 만에 가장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9일 오전 1시 28분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지진으로 인천에서는 진도 등급 4가 관측됐다. 진도 등급 4는 잠자던 사람이 깰 수 있고 깨어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진동을 느끼는 정도다. 또 창문이 흔들리고 그릇이 떨어질 수도 있다. 또한 경기도와 서울에서는 최대 진도 등급 3이 감지됐다. 이 진도 등급이 감지된 지역에 있다면 정차하고 있는 차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강원 세종 충남 충북 등의 지역에서도 민감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진도 등급 2가 감지됐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당초 기상청은 규모 4.0으로 발표했으나 곧 규모를 3.7로 수정했다. 진도 3.7의 지진은 인천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4년 만에 가장 강한 지진이다. 이번 지진은 2019년 이후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이전 지진은 정확히 4년 전인 2019년 1월 9일 새벽 3시 10분 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규모 역시 이번 지진과 같은 3.7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진앙지와 육지 간 거리가 76km 떨어져 있어서 인천 지역에서도 진도 등급은 1로 흔들림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집 안에 있다가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탁자 아래로 들어가 몸을 보호한 뒤 흔들림이 멈추면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신속하게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외에 있을 경우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건을 피해 넓은 공터로 대피해야 한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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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서 4년 만에 가장 강한 지진 발생…규모 3.7

    인천 강화군에서 수도권 발생 지진으로는 4년 만에 가장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9일 오전 1시 28분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지진으로 인천에서는 진도 등급 4가 관측됐다. 진도 등급 4는 잠자던 사람이 깰 수 있고 깨어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진동을 느끼는 정도다. 또 창문이 흔들리고 그릇이 떨어질 수도 있다. 또한 경기도와 서울에서는 최대 진도 등급 3이 감지됐다. 이 진도 등급이 감지된 지역에 있다면 정차하고 있는 차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강원 세종 충남 충북 등의 지역에서도 민감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진도 등급 2가 감지됐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당초 기상청은 규모 4.0으로 발표했으나 곧 규모를 3.7로 수정했다. 이번 지진은 2019년 이후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이전 지진은 정확히 4년 전인 2019년 1월 9일 새벽 3시 10분 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규모 역시 이번 지진과 같은 3.7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진앙지와 육지 간 거리가 76km 떨어져 있어서 인천 지역에서도 진도 등급은 1로 흔들림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집 안에 있다가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탁자 아래로 들어가 몸을 보호한 뒤 흔들림이 멈추면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신속하게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외에 있을 경우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건을 피해 넓은 공터로 대피해야 한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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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미국의 한파, 원인이 같다고? [이원주의 날飛]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던 지난 주말 안녕하셨는지요. 즐겁고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강추위와 폭설로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폭탄 눈폭풍’이 불어닥쳐 역시 수십 명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추워도 너무 추운 날씨, 와도 너무 많이 오는 눈.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의 이번 혹한은 모두 같은 곳에서 왔습니다. 일본은 그렇다 치고, 왜 태평양 건너의 미국과 우리나라의 추위 원인이 같은지, 그러면 다른 점은 무언지. 이번 ‘날飛’에서 알아보겠습니다.모스크바보다 추운 우리나라 겨울철 혹한이 찾아오면 농반진반으로 하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시베리아보다 춥다.” 항상은 아니지만 실제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멀리 안 가고, 우리나라 추위가 정점이었던 23일 전후 모스크바의 기온은 0도 근처를 맴돌았습니다. 같은 날 우리나라는 철원 –17도, 대관령 –20도, 서울 –14도, 부산도 –6도였네요.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독자 여러분께서 겨울철만 되면 지긋지긋하게 뉴스에서 접하시는 ‘제트기류’와 ‘북극진동’ 때문입니다. 복잡한 내용은 다 덜어내겠습니다. 제트기류는 겨울철 북극 주변을 빠른 속도로 돌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제트기류는 북극 주변을 깔끔한 원 모양으로 돌지 않고 구불구불하게 돕니다.제트기류가 구불구불해지는 원인은 다름 아닌 지구의 지형 때문입니다. 제트기류의 중심 북극해 아래, 러시아 서부와 중부의 경계 어디쯤에 ‘우랄산맥’이라는 산맥이 있습니다. 최고봉(1894m)이 우리나라 한라산보다 낮지만 제트기류를 뒤틀기엔 충분한 높이입니다. 이 산을 타고 넘으면서 제트기류는 북쪽으로 크게 한 번 굽이치고, 계속해서 물결 모양을 그리면서 우리나라까지 옵니다.이 물결 모양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서, 폭이 좁아졌다 넓어졌다, 깊이가 깊어졌다 얕아졌다를 반복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 겨울철만 되면 뉴스에서 지긋지긋하게 보고 들으셨을 ‘북극진동’이 바로 이 움직임을 말합니다. 그리고 저 물결모양 고리의 경계 안쪽으로 우리나라가 들어가면 우리나라에 강추위가 몰아칩니다. 추워도 너무 추웠던 크리스마스 주말최근 우리나라에 강추위가 계속됐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 제트기류 모양이 열흘 가까이 바뀌지 않고 정체돼 있었기 때문에 따뜻한 공기가 치고 들어올 틈이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직전 금요일인 23일 올해 가장 추운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불어왔던 데는 원인 하나가 더 있습니다. 몽골 가운데쯤 만들어진 거대한 고기압이 우리나라 주변으로 북극 찬 공기를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았습니다. 이렇게 내리꽂힌 찬바람이 제트기류와 만나 반시계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면서 폭풍 같은 바람까지 불었던 겁니다. 이날 동해상에 만들어진 저기압 중심은 아침 9시 기준 977헥토파스칼을 기록했는데, 약한 태풍 수준입니다. 이날 우리나라 5.5km 상공에는 영하 30도 찬 공기가 한반도 전역을 거의 다 뒤덮었습니다. 통상 영하 30도 공기가 중부지방까지만 내려와도 전국에 한파가 몰아칩니다. 그런데 이날은 이런 공기가 강한 북풍을 타고 남부지방까지 갔습니다. 크리스마스 주말 ‘모스크바보다 추운 대한민국’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미국도 마찬가지같은 기간 미국을 강타한 역대급 ‘폭탄 폭풍(Bomb Cyclone)’도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트기류가 북미 대륙 서부 쪽부터 크게 출렁여 미국 전역을 거의 다 덮으면서 찬 북극 공기를 미국에 쏟아낸 것이 시작입니다. 다만 미국을 강타한 이번 ‘폭탄 폭풍’은 그 강도가 매우 빠른 시간에 급격하게 강해진 점이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12시간 만에 약 1000헥토파스칼 정도였던 ‘그저 그런 저기압’이 965헥토파스칼의 ‘태풍급’ 저기압으로 발달했습니다. 지난 9월 초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통과했던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부산 지방을 통과할 때 중심기압이 955헥토파스칼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주말 미국에서는 갑작스럽게 태풍이 내륙 한가운데서 발생한 셈입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태풍급 저기압이 발달한 이유도 제트기류와 연관이 있습니다. 북쪽 상공에서 차고 강한 바람이 급격하게 내려와 상대적으로 덜 차가운 저기압과 만날 경우 반시계 방향 소용돌이가 급격하게 강해지면서 저기압이 폭발적으로 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미국이 바로 이런 상황인 것으로 분석됩니다.이렇게 추운데 눈은 왜? 추위도 추위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눈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남부 서해안 지방에 거의 1주일 내내 눈이 내려 쌓였고, 미국도 50cm 안팎의 눈이 내렸습니다. 그런데 한겨울 눈이 내릴 때는 기온이 따뜻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서쪽 시베리아 ‘고기압’ 영향을 받을 때 맑은 대신 춥고, 남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올라올 때 눈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올해 이상하게 혹한과 폭설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는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라니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전성기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북태평양 바다는 지금까지도 라니냐 영향으로 비정상적인 고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상 라니냐가 나타나면 북반구 태평양 표면은 뜨겁고, 남반구 태평양은 차가운 상태가 유지됩니다. 평소보다 뜨거운 바다에서는 계속해서 수증기가 공기 중으로 증발합니다. 그렇게 증발한 수증기가 평소보다 차가운 공기를 하늘에서 만나면 다시 물이 되고, 더 차가운 공기를 만나면 얼어서 눈이 됩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만들어진 눈이 육지를 만나면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면서 해안가 지역에 켜켜이 쌓이게 됩니다. 서해안에 다른 때도 눈이 많이 내리지만, 올해 특별히 눈이 많이 내리고 또 녹지 않은 이유도 혹한과 폭설이 한 번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원인은 비슷합니다. 미국 동부 해안의 수온이 평소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북극 한기가 몰아치면서 습하고 따뜻한 공기와 뒤섞여 (+오대호의 습기까지 더해져서) 폭설과 폭우가 내리게 된 겁니다.날씨는 재난이 될까역대급 태풍, 여름철 폭우, 한겨울 강추위에 눈폭탄…. 모두 최근 6개월 사이에 우리가 겪은 일들입니다. 폭우나 태풍, 강추위나 폭설 모두 우연이 겹쳐 발생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전 세계가 이런 비정상적인 날씨를 더 자주 겪고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새해부터는 더 이상 날씨가 재난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해야 할 겁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평안한 세밑 보내시길 ‘날飛’가 기원하겠습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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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합니다]보성언론인상에 이재환 KBS 기자… 전진우 성하운 前 동아일보 기자 공로상

    보성고등학교교우회(회장 한상대)와 보성언론인회(회장 배영대)는 16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보성언론인회 정기총회를 열고 이재환 KBS 기자에게 제6회 보성언론인상을 수여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전진우 전 동아일보 대기자와 성하운 전 동아일보 부장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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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발생한 태풍… 이번엔 어디 갈까[이원주의 날飛]

    ‘날飛’는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로 유명을 달리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게 마음 깊이 위로 말씀을 전합니다. 또 물적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의 빠른 복구와 일상 회복을 기원합니다.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하늘은 허탈할 정도로 파랗고 맑았습니다. 연휴 내내 지금까지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먼 바다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태풍이 또 하나 만들어진 겁니다. 제12호 태풍 ‘무이파’의 위력은 힌남노만큼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까지는 전성기 때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약 40m로 강한 태풍으로 발전한다는 예상이 대부분입니다. 북상하면서 세력이 다소 약해진다는 점이 위안이긴 하지만 힌남노가 할퀴고 간 상처가 그대로인 지금 또 다시 태풍을 맞으면 더욱 피해가 클 수 있습니다. 무이파는 북상 도중 대만 타이베이 동쪽 400km 해상을 통과할 때 속도가 이동 극단적으로 느려지면서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타이베이를 지나면서는 다시 속도를 붙이는데, 이 때 이후 진로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동쪽으로는 한반도 상륙, 서쪽으로는 중국 해안가를 따라 북상하는 시나리오까지 다양합니다. 기상청뿐만 아니라 태풍을 관측하는 세계 각국 기상 관측 기관에서도 무이파의 예상 경로를 중국부터 한반도까지 폭넓게 열어두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경로 예보는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서 발표되겠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인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아직 우리나라에 바짝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기상·방재기관과 언론에서 “가을 태풍이 더 심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자주 경고하는 이유도 이 계절쯤에 우리나라 근처에 태풍의 길목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평양 외 중국이나 한반도 북쭉의 기압배치 영향을 받긴 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수축과 확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태평양의 수온입니다. 그런데 지난 ‘날飛’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 북서태평양 쪽의 수온은 평상시보다 많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북태평양고기압도 우리나라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태평양 수온이 높은 이유는 ‘라니냐’ 때문인데, 이 라니냐가 만 2년을 넘어 3년째 이어지고 있어 태평양 수온이 쉽사리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번 기사가 나간 뒤 ‘라니냐는 수온이 낮은 현상 아니냐’는 말씀을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라니냐는 수온이 낮은 현상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수온이 낮은 지점이 우리나라 정반대쪽에 있는, 태평양 서남쪽 페루 지역 바닷가 기준입니다. 이 쪽 수온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동북쪽 태평양, 우리나라와 아시아 쪽 수온은 높아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처럼 바다의 수온이 높으면 태풍도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태풍으로 발달한 제12호 ‘무이파’를 제외하고도 북태평양 해역에서는 우려스러운 소용돌이들이 한두 개 더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이 소용돌이가 태풍으로 발달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잘못하면 연달아 태풍이 우리나라 주변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추석 직전에 내습한 강력한 태풍으로 우리는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니라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라도 또 다른 태풍이 가까워지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든 간에 적잖은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와 함께 주변의 상실에 공감해주는 마음이 있다면 아픔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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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례적 행보…힌남노는 왜 그렇게 움직였을까? [이원주의 날飛]

    이 기사는 5일 정오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실 어떤 독자분은 이미 거센 태풍을 겪고 계시거나 이미 겪어내셨을 수도 있을 겁니다. 태풍의 길목에 계시다면 부디 안전하시길, 태풍이 지나간 이후라면 부디 조금이라도 덜 마음아프시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힌남노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 했던 위력을 가지고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초 일본보다 먼 태평양 어딘가에서 그저 ‘지나가는 태풍 1’로 끝날 줄 알았던 힌남노는 매우 희한한 경로로 움직이면서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번 ‘날飛’에서는 태풍 힌남노가 왜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로로 이동하면서 힘을 키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지나가는 태풍될 것” 예상과 달리 ‘괴물’된 힌남노2022년 8월 28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서 동남동쪽으로 약 1700km 떨어진 북위 26도, 동경 150도 부근 태평양 먼 바다에서 심상찮은 폭풍이 감지됩니다. 이 폭풍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열대저압부→열대성 폭풍(TS)→강한 열대성 폭풍(STS)으로 빠르게 자라나며 24시간 만인 29일 오후에 초속 18m의 강한 바람을 만들어내고 ‘태풍 지위’를 받습니다. 올해 발생한 22번째 태풍 ‘힌남노’가 탄생한 순간입니다. 우리나라는 초속 17m 이상의 바람이 부는 폭풍을 태풍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때만 해도 힌남노가 지금과 같은 경로로 이동할 거라는 예측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 기상 기관도 힌남노가 서쪽으로 적당히 진행하다가 자연스레 소멸되는 시나리오를 주로 예상했습니다. 예측이 비슷했던 이유는 간단한데, 힌남노 경로 북쪽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고기압 기단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힌남노의 위력이 그다지 강해지지 않는다는 예상이 주류였던 이 당시만 해도 힌남노가 이 고기압 기단을 뚫고 올라올 확률은 희박해 보였습니다. 동쪽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 서쪽으로는 티베트 고기압의 세력이 확장해서 겹쳐진 이 거대한 고기압은 어지간한 태풍으로도 뚫을 수 없는 거인 같은 존재였습니다. 통상 태풍은 그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하지만 태풍의 위력이 세지는 동시에, 두 고기압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힌남노는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 이례적으로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라니냐 영향으로 힌남노 경로의 해수면은 25도 이상의 뜨끈뜨근한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이 뜨거운 해수면의 수증기를 먹고 힌남노는 예측 이상으로 세력을 키웁니다. 31일 오후 915헥토파스칼까지 위력을 키운 힌남노는 결국, 두 고기압의 연결을 끊어내고 북쪽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젖힙니다. 서쪽으로는 티베트고기압이, 남쪽과 동쪽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힌남노가 갈 곳은 오직 북쪽 뿐입니다. 힌남노는 이제부터 정석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두 번째 변수가 발생합니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지만, 그 위력이 강할 때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어느 정도 싸우면서 움직입니다. 즉, 북태평양 고기압을 ‘누르면서’ 움직입니다. 태풍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이 기싸움에서 누가 우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태풍의 진로가 수정됩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우세일 때는 북쪽으로, 태풍이 우세일 때는 남쪽으로 진로가 치우칩니다. ○‘이상 기후’ 탓…태풍도 ‘비정상적’ 행보 보여힌남노의 경로는 이례적이지만, 이런 태풍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 해 날씨가 유난히 덥든 유난히 덜 덥든 뭔가 이상한 해일 경우, 그러니까 우리가 ‘이상기후’라고 말하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해일 경우 태풍의 진로가 비정상적인 경우도 눈에 자주 띄게 됩니다. 한반도가 폭염에 뒤덮였던 2018년 태평양에서 연달아 발생한 9~12호 태풍의 진로는 모두 ‘비정상적’인 형태였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 라니냐 현상은 이례적으로 길었습니다. 그로 인해 7월 상순은 이상하게 더웠고 7월 중순은 이상하게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뜨거운 바다는 결국 ‘슈퍼 태풍’ 힌남노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최대한 지켜내는 일입니다. 읽어주신 독자분들도, 읽지 않으신 모든 분들도 피해 없으시길, 덜하시길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태풍 때문에 비상근무 중인 기상청에서 최근 실시한 대언론, 대국민 브리핑 때 언급한 당부를 인용하며 오늘 기사를 마치겠습니다.“지금 보여드리는 이 숫자들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회한이 담겨 있습니다. 이 슬픔과 회한이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부디 안전한 곳에 머무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ㅡ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 (4일 온라인 브리핑 中)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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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가는 날씨…8월도 ‘덜 더운 여름’ 가능성[이원주의 날飛]

    날씨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6월 더위에 이어 7월 상순에는 열대야까지 나타나면서 더위에 약한 사람들을 위협하더니 7월 중순이 되자 거짓말처럼 무더위가 사그라들었습니다. 지역 편차는 있겠지만 중부와 남부지방 모두에 나타난 현상입니다.무척 더웠던 6월에 이어 7월 상순에는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특보가 발효됐습니다. 열대야까지 나타나는 등 예년 이맘 때 느끼지 못했던 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서울의 경우 7월 5일 최저기온이 26.4도를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더웠던 2016, 2018년에 이 정도 최저기온은 7월 23일부터 나타났습니다. 2018년에는 7월 중순에도 강원산간과 강원, 경기북부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지지 않았는데, 올해는 7월 1일에 이보다 많은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습니다.그런데 이런 더위는 7월 11일을 전후해 마법처럼 누그러졌습니다. 한낮 기온은 30도 언저리로 ‘일반적인’ 여름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저기온은 7월 11일 이후 25도를 넘은 날이 아직 없습니다. 7월 초부터 내려졌던 폭염특보는 적용 지역이 점점 줄어들더니 급기야 7월 17일에는 전국 모든 지방에서 폭염특보가 해제됩니다. 그야말로 날씨가 거꾸로 갔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한반도 북쪽에서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와 러시아 사할린, 캄차카 반도 사이에 있는 ‘오호츠크해’ 상공에 거대한 고기압이 생겼고, 상대적으로 한반도 북쪽 지방에는 강한 기압골이 만들어지면서 북쪽 찬 공기를 마치 펌프처럼 공급해 준 겁니다. 거기에다 이 기압골과 남쪽 뜨거운 고기압 사이로 제트기류가 흐르면서 우리나라에 뜨거운 여름 공기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이처럼 강한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오래 버티는 원인은 바닷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관측한 해수면온도 자료를 보면 평소보다 오호츠크해 쪽 바닷물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그것도 매우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바닷물이 바다 위 공기를 뜨겁게 데우고, 그 공기가 높은 하늘에서 켜켜이 쌓이면서 엄청난 규모의 고기압이 태어난 겁니다. 이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기압골이 풀어질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 상공에는 계속해서 한기가 공급될 수 있습니다. 즉, ‘덜 더운 여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 기상청은 10일 후까지의 날씨를 예보하는 중기예보에서 7월 말까지 서울의 낮최고기온이 높아야 31도 수준일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해외 기상예보 업체인 아큐웨더 등은 여러 달 뒤까지 내다본 초장기예보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 자료를 봐도 7월 말 며칠 간 서울 낮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르겠지만 8월이 되면 다시 30도 언저리로 떨어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낮 최고기온 33도는 폭염주의보 발표 기준 온도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해양 및 대기과학 전문가인 예상욱 한양대학교 에리카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상공의 기압 배치가 단순히 대기의 흐름만으로 만들어졌다면 1주일 이상 유지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서태평양(우리나라 부근 태평양)과 중태평양 부근에 강하게 발달한 라니냐의 영향으로 뜨거워진 바닷물이 대기 흐름에 강제력을 주고 있어서 기압 배치가 쉽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라니냐는 지속 기간이 2년 반을 넘어가고 있는데, 이처럼 라니냐 지속 기간이 만 2년을 넘어가는 ‘트리플 딥’ 라니냐는 1950년 이래 이번을 포함해 단 두 번 밖에 관측되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입니다.”라니냐를 비롯한 해수면온도를 보면 현재 유럽지역의 엄청난 폭염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포르투갈 47도 스페인 45도, 프랑스 42도 등 남서 유럽을 중심으로 극심한 폭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이들 국가 인근의 대서양 동쪽 해수면 온도를 보면 평소보다 수온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온이 낮은 해수면 상공은 인근 대륙의 상공에 비해 공기의 팽창이 덜하기 때문에 기압이 낮습니다. 즉 저기압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 저기압이 반시계방향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남쪽의 무더운 공기를 안 그래도 벌겋게 달궈진 육지로 열심히 퍼나르는 그림이 남서 유럽 상공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과 완전히 반대인 겁니다. 예측을 뛰어넘고 길어진 라니냐, 그 중에서도 특히 뜨겁거나 차가운 바다, 그리고 그로 인한 날씨의 변화. 근본적인 원인은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학계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운이 좋아(?) 올해 극심한 폭염을 피해간다고 해도 언제 2018년 같은, 또 올해의 유럽 같은 ‘지옥불 더위’가 찾아올 지 아무도 모릅니다. 재난이 일상이 되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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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공항 소음피해 심각” vs “이전땐 여객수요 감당못해”[인사이드&인사이트]

    《지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6·1지방선거에 나선 같은 당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나란히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놨다. 골자는 김포공항을 인천국제공항과 합치고, 기존 김포공항 자리엔 20만 채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지역사회, 항공업계 등에서는 실효성과 현실성 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김포 지역 주민들의 항공기 소음 피해를 해결하고 미래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항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반면 공항 이전에 따른 비용 및 경제적 효과, 미래 항공 교통량 등을 따져 봤을 때 김포공항 이전은 표를 의식한 ‘공약(空約)’이라는 주장이 맞붙었다.》○“공항 인근 주민 피해 크다” vs “김포공항만의 필요성 있다” 김포공항 이전 찬성론자들은 공항 이전 필요성을 우선 김포공항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에서 찾는다. 김포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 때문에 소음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김포공항 주변 항공기 소음대책 지역(75웨클 이상·웨클은 항공기 소음 평가 단위)에는 2만8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수면 방해나 난청 등의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소음대책 지역 거주민들에게 방음 및 냉방시설, 전기요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세 감면 등의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피해는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차라리 소음 피해가 덜한 지역으로 공항을 이전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김포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기도 한다. 공항 주변 건물 고도제한으로 각종 부동산 개발에 제약이 생겨 집값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이재명 당시 후보도 부동산 개발에 방점을 뒀다. 김포공항을 이전한 자리에 주택 20만 채 이상을 공급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의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이른바 ‘김포공항 이전·수도권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였다. 김포 지역은 서울 도심 접근성이 좋아 매력적인 신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송영길 후보 역시 “김포공항이 이전하면 인근 부지까지 1200만 평의 새로운 강남이 들어선다. 첨단산업을 유치해 제2의 판교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포공항이 떠나더라도 그 땅에 아파트 20만 채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포시 인근의 한강신도시 면적은 총 10.87km²이다. 8.44km²인 김포공항 부지보다 2.43km² 넓다. 그런데 한강신도시에 들어선 총 주택 수는 5만660여 채다. 항공업계에서도 김포공항 이전이 ‘득보다 실이 크다’며 반대한다. 우선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의 여객 수용력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 인천공항은 현재 제4 활주로 완공과 1, 2 활주로 공사, 제2터미널 확장 등 4단계 확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4년엔 국제선 여객 1억600만 명을 수용하는 세계 3대 공항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국토부의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인천공항 연간 이용객 수는 2030년 9500만 명, 2035년 1억1356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상황을 낙관적으로 가정한다면 이 추정치보다 10∼15% 정도 숫자가 더 커진다. 김포공항의 연간 여객 수도 2030년 2953만 명, 2035년 3063만 명으로 전망된다. 2030년의 두 공항 여객 수요 약 1억2453만 명은 인천공항의 수용 능력인 1억600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 연간 여객 처리량을 1억3000만 명으로 늘리는 인천공항 5단계 사업(제5 활주로 및 제3 터미널)은 아직 검토하는 단계일 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바 없다. 또한 김포공항은 현재 인천공항으로 접근하는 항공기의 비상사태 발생 시 ‘대체공항’으로의 기능도 있다. 실제 2019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으로 오던 아시아나항공의 대형 여객기 A380이 인천 지역 태풍으로 서너 차례 착륙에 실패하자 김포공항에 내린 적이 있다. 당시 항공기 탑승객 A 씨는 “김포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아찔하다”고 말했다.○“합쳐야 인천공항 경쟁력 확대” vs “공항 복잡해져 경쟁력 하락” 인천공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김포공항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포공항의 기능과 수요를 인천공항에 더하면 인천공항의 허브 공항 경쟁력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여객 운송량 확대뿐 아니라 항공 정비(MRO) 사업과 전용기 사업 등의 이전으로 거대한 공항 경제권이 만들어진다는 논리도 가세했다. 지난해 10월 인천시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인천공항은 2024년까지 4단계 건설 사업을 완료해 세계 3위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통합 운영을 통해 주요 기능을 강화하고 공항 주변 지역도 개발해야 한다”며 김포-인천공항 통합을 추진했다. 다만 공항의 현실을 따져 봐야 한다는 반박이 나온다. 2019년 운항 통계를 기준으로 인천공항은 시간당 최대 63대, 김포공항은 최대 30대가 운항했다. 단순 합산 시 시간당 90대가 넘는 항공기가 운항하게 된다. 국내 대형 항공사의 한 기장은 “현재 인천공항은 시간당 90대 처리가 한계다. 1∼4활주로가 모두 돌아가면 시간당 처리 대수가 107대로 늘어나지만, 미래 운항 수요를 고려하면 두 공항 통합 시 처리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주변은 공군 훈련 구역이 많고 휴전선이 근접해 공항으로 들어오는 길목이 좁다. 그래서 인천공항은 제4활주로 시행 이후 좁은 공역에서 많은 항공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트롬본 방식’이라는 비행 절차를 도입했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ㄹ’자 형태로 줄을 서는 것처럼 악기 트롬본을 닮은 모양으로 비행기를 줄 세우는 것이다. 또 다른 기장은 “인천공항 비행기 이착륙은 항공기 간 5마일(약 1분 30초∼2분)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시간이 더 짧아지면 인천은 세계적으로도 복잡한 공항이 돼 경쟁력이 떨어지고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항이 선거 때마다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항 이전이든 보류든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국가적인 이익과 손실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 정책은 먼 미래를 보고 균형성, 전문성, 기술적인 면,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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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공항 사라지면 주택 20만 채 지을 수 있을까[이원주의 날飛]

    이번 ‘날飛’에서는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 국회의원보궐선거 때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당선인이 냈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주택 20만 채 지을 수 있을까 이재명 의원이 보궐선거 후보 때 김포공항 이전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당연히 주택 공급이었을 겁니다. 앞서 민주당은 대선을 앞둔 2021년 말~2022년 초에도 김포공항 이전 카드를 꺼냈습니다. 김포공항이 이전하면 해당 부지에 최소 20만 채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계산한 바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국내공항시설 현황’ 자료를 보면 김포공항의 부지는 844만923㎡입니다. 통상 행정동 면적을 따질 때는 제곱미터가 아닌 제곱킬로미터로 따집니다. 김포공항 부지를 제곱킬로미터로 표현하면 8.44㎢가 됩니다. 이 넓이를 최근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둔촌주공아파트를 비교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 아파트 단지 하나가 행정동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동구 둔촌1동은 둔촌주공아파트 단지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자료를 보면 둔촌1동의 면적은 0.92㎢입니다. 재건축 계획으로는 이 곳에 주택이 총 1만2032채 공급될 예정입니다.김포공항 면적은 둔촌1동의 9.17배입니다. 여기에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공급 규모를 반영해보면 11만380채가 나옵니다. 민주당 계산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 계산은 김포공항 부지 전체를 한 개 단지로 개발해 아파트만 배치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단지를 분할하고, 도로를 깔고, 상가 부지를 확보하고, 요즘 추세처럼 공원도 좀 둔다면 공급 가능 주택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비슷한 사례를 경기 김포시에 들어선 한강신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포시가 홈페이지에서 밝힌 한강신도시 면적은 총 10.87㎢이고 이 신도시에 들어선 총 주택 수는 5만6653채입니다. 김포공항보다 넓은 면적에 민주당 공약의 30%가 채 안 되는 주택이 공급됐습니다. 이 밀도대로라면 김포공항 주변이 아니라 김포공항이 있는 강서구(약 41㎢) 전체를 통째로 개발해야 20만 채 공급이 가능합니다. 공항 주변 고도제한 해제로 늘어나는 주택까지 감안하더라도 김포공항 이전으로 20만 채나 되는 주택이 공급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고속열차 10분 주파?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이슈가 되자 이재명 당선인은 김포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며 “고속철도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도 비슷한 거리를 달리는 고속철도 운행시간과 비교해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SRT열차가 출발하는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첫 정차역인 경기 화성시 동탄역까지 거리는 약 32.4km입니다. 김포공항~인천공항(1터미널) 사이 공항철도 역간 거리인 37.6km보다 약간 짧습니다. SRT 홈페이지에는 두 역 사이 운행시간을 15~16분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 구간에서 SRT가 다니는 ‘수서평택고속선’ 철로는 수서역 출발부터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고속열차 전용 선로입니다. 다시 말하면 KTX급 열차가 고속철로로 달려도 32~33km를 10분 내 주파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인천공항에는 실제로 KTX가 운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2014년 6월 30일부터 2018년 3월 22일까지 운행한 ‘인천공항 KTX’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약 58km 구간을 1시간 10분에 걸쳐 달렸습니다. 인천공항 KTX는 중간에 검암역에 정차했는데, 검암역~인천공항 구간을 달리는 데 걸린 시간이 17~20분입니다. 두 역 사이 역간거리는 25.5km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030년까지 추진하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에는 공항철도 속도를 높이는 사업도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역~인천공항 사이 열차 평균속도(표정속도)를 시속 100km, 최고속도를 150km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30km를 10분에 주파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평균속도 시속 180km가 필요합니다. 고속 공항철도가 다닌다고 해도 싸지 않은 비용이 심리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 KTX는 서울역~인천공항 구간 요금이 12500원이었습니다. 현재 운행하는 공항철도 직통열차 요금도 편도 9500원, 할인을 받아도 7500원을 내야 합니다. 실제 열차가 개통하더라도 이 요금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이용을 기피하면 인천공항 KTX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습니다.● 수직이착륙 비행기? “앞으로는 비행기가 수직으로 이착륙하기 때문에 넓은 활주로가 필요 없다”는 발언은 이재명 당선인이 5월 26일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TV 토론을 하는 중에 나왔습니다. TV토론을 하다 보면 상대 후보의 공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합니다. 때문에 설익은 발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할 겁니다. 다만 수직이착륙 여객기는 앞으로도 한동안 실용화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이유는 여객기 무게가 너무 무겁기 때문입니다. 현재 여객기에 쓰는 엔진 중 가장 힘이 센 엔진은 제네널일렉트릭(GE)에서 만든 GE90-115B 엔진입니다. 설계상 최대 11만5500파운드(약 52t)의 추력을 낼 수 있습니다. 이 엔진을 쓰는 비행기는 보잉 777-300ER 항공기인데, 연료나 승객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공차중량’이 35만 파운드(160t)를 오갑니다. 연료와 승객을 최대로 실었을 때 무게는 77만 파운드(350t)를 넘어갑니다. 그러니까 만약 이 비행기를 수직으로 띄우려면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엔진을 7개 이상 달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에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이 엔진들의 출력을 모두 설계상 최대치까지 올려야 합니다. 경제성과 소음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안 좋습니다. 엔진 4개가 달린 비행기인 보잉 747과 에어버스 380 항공기를 주문하는 회사가 없어 이 비행기는 이미 단종됐습니다.수직이착륙 기술이 아주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직은 여러 이유 탓에 주로 작은 비행기에만 실험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헬기 중에 덩치가 제법 큰 경우가 있긴 하지만 역시 민항 여객기와 비교할 덩치는 아닙니다. 또 덩치에 비해서도 실을 수 있는 승객 수나 화물 무게가 적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쓰이는 형편입니다.● 근거를 갖춘 공약을… 선거가 뜨거워질수록 후보들의 공약 경쟁도 치열해집니다. 다양한 공약이 나온다면 유권자에게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분위기가 과열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이 근거도 없이 남발된다면 국민들은 혼란스러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김포공항, 김해공항 등 공항 이전 공약이 계속 등장했습니다. 공항을 짓고 없애는 건 국민의 혈세가 최소 수조 원 이상 들고 십수 년의 시간이 걸리고, 항공업계에서 일하는 수천~수만 명의 ‘밥줄’이 생기고 사라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이 정치력을 발휘한다는 건 이런 큰 돈과 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보는 정치인들의 혜안을 기대합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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