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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때 찾았던 강원도 작은 호텔 조식당에서 ‘조 주임’을 만났다.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직원들이 그를 찾아서였다. 국이 쏟아졌을 때, 과일이 동났을 때 모두 조 주임만 불러댔다. 그때마다 그는 쏜살같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테이블의 빈 접시를 일사불란하게 수거했고, 정상회담 막후 의전에 임한 것처럼 진지한 태도로 손님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그는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휴가 중이었지만 조 주임 덕분에 ‘일의 의미’란 오래된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던지게 됐다. 작은 일에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본 게 오랜만이었다. 일의 가치가 훼손된 시대였다. 일은 돈 버는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자아는 일로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일해서 번 돈을 쓰며 실현하는 거였다. 사람들은 지쳤다. 주어진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는 이런 기조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직원들이 ‘조용한 퇴사’로 일종의 사보타주를 시작하자 고용주 측은 ‘조용한 해고(Quiet firing)’로 맞불을 놨다. 포브스에 따르면 2년 연속 연봉 동결, 승진 누락, 성장 기회 박탈과 업무 피드백에서의 제외 등이 조용한 해고의 무서운 징후들이다. ‘조용하다’는 것 외에 이 둘은 위해성 측면에서 강력한 공통점이 있다. 마음은 콩밭에 있으면서 시간만 때우는 근로자나, 직원이 제 발로 관둘 때까지 고의로 방치하는 관리자나 조직 전체의 성과와 문화를 파괴하는 건 마찬가지다. 연구에 따르면 부정성의 전염력은 긍정성보다 4배나 높다. 코로나19의 긴 터널 끝에 다시 일터로 돌아온 사람들이 이처럼 조용한 해악의 대유행 속에 놓여 있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이런 악순환 속에서 잊혀진 일의 본질을 다시 보게 한다. 월터는 폐간을 앞둔 잡지 ‘라이프’의 필름 관리자다. 새 경영진은 유명 사진가가 ‘삶의 정수를 담았다’고 한 미지의 작품을 폐간호 표지로 싣기로 하고 그를 해고한다. 영화 마지막에야 작품의 정체가 드러난다. 정오의 햇살 속에서 골똘히 필름을 들여다보는 월터의 모습이다. 사진가는 마치 히말라야의 눈표범을 찍을 때처럼 숨죽여 일하는 월터의 모습을 포착했다. 삶(life)의 진짜 가치를 아는 이들에겐, 누가 알든 모르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 그가 눈표범처럼 아름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덕분에 사람들은 인생에서 일보다 중요한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미 있는 일만이 삶을 의미 있게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더 이상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용한 퇴사나 조용한 해고에도 세상을 바꾸는 힘 같은 건 없다. 엔데믹 시대에도 변치 않는 사실은 이곳을 좀 더 낫게 만들어 온 건 언제나 조 주임과 월터 같은 사람들이었단 사실뿐이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물가가 치솟자 ‘냉장고 파먹기’가 다시 유행이 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습관처럼 주문해 먹던 배달음식 가격이 치솟자 다들 냉장고 앞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물가의 여파가 만만치 않다. 잔치국수에 고명이라도 얹으려고 보면 애호박 하나 값만 4000원이 넘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계란 한 판(30구) 가격이 1만 원에 달하면 ‘금란(金卵)’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젠 뉴노멀이다. 이 정도로 비싸다고 흥분해선 장보기가 어렵다. 상추는 고기만큼이나 비싸다. 소포장된 상추 한 팩(200g) 값이 6000원이 넘는다. ‘그래도 이건 있어야지’와 ‘고명 따윈 사치야’ 같은 자아 분열을 거듭하다 보면 장 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자연히 추석 풍경도 한 해 전과는 사뭇 다르다. 작년만 해도 추석 선물로 고가의 구이용 한우세트가 불티나게 팔렸다. 거리 두기 때문에 잘 보지 못하는 대신 선물만은 통 크게 쐈다. 올해는 다르다. 한 이커머스 업체 설문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선물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용성과 가격이었다. 대형마트에선 5만 원 미만 선물 수요가 증가세다. 코로나19 이후 성장한 중고플랫폼에는 추석을 맞아 때 아닌 ‘큰 장’이 들어섰다. 어차피 안 쓸 추석선물 서로 싸게 되사고 파는 추석 선물 중고거래가 많아져서다. 최근 성균관에서 육류, 생선, 떡, 전을 뺀 2022년 버전 신(新)차례상 표준안을 내놨지만, 올해는 이게 아니어도 물가 때문에 간소화가 불가피하다. 추석 차례상 차리는 비용이 지난해에 비해 7% 가까이 올랐는데 개별 품목을 뜯어보면(지난달 31일 기준) 체감 물가 상승률은 훨씬 가파르다. 배추 한 포기 값은 작년보다 51% 뛰었고 무(38%), 홍로 사과(29%), 시금치(34%)도 대폭 올랐다. 작년 비용으로는 상차림을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사회 안팎으로 거세긴 했지만 그래도 지난 2년은 세계적으로 유동성 잔치가 벌어졌던 시절이었다. 비대면 경제 성장으로 오히려 수혜를 누린 기업도 많았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고,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코인까지 자산 가격이 모두 치솟았다. 정부는 각종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현금을 수시로 뿌려대며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소비자들 씀씀이도 커졌다. 소비의 핵심 키워드가 ‘플렉스’(과시형 소비)였다. 하지만 잔치는 끝났다.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연이은 자이언트스텝을 기점으로 파장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영끌족’이 자취를 감췄고, ‘파이어족’(조기 은퇴족)은 재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눈물겨운 강제 아나바다를 실천 중인 소비자들도 늘었다. 실질적 효과도 없던 재난지원금 탓에 살벌한 고물가로 뒤통수를 맞은 서민들로선 어쩐지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심경이다. 엔데믹 이후 맞이한 첫 명절이지만 다시 만나는 기쁨을 마냥 즐기기 어렵다. 추석을 앞두고 모두에게 날아든 유동성 잔치 끝의 호된 청구서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미국 뉴욕에서 4년간 거주하다 최근 아이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고현진 씨(38)는 한국 특유의 빠른 배송을 체감했다. 보쌈 떡볶이 등 배달앱으로 그간 먹고 싶던 한국 음식을 주문했더니 30분 내 ‘총알 배송’ 됐다. 급히 물놀이 가느라 주문한 스마트폰 방수팩과 수영복은 오전에 결제하자 당일 오후에 왔다. 그는 “뉴욕조차 아마존프라임 외엔 배송이 일주일 이상 걸린다”며 “대부분 업체의 배송 속도가 빠르게 평준화된 게 놀랍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간편한 온라인 쇼핑과 플랫폼 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신속한 배송 기반의 경제인 ‘클릭코노미’(Click+Economy)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바이브컴퍼니와 유통·소비재 기업 설문 등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 지형 변화를 이끄는 뉴컨슈머의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 클릭코노미의 성장세는 매섭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국민 1인당 2.4건에 그쳤던 택배 이용 건수가 2021년 70.3건으로 폭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53.8건)보다 30.7% 늘었다. 30분 내 배송을 내세운 퀵커머스 시장은 올해 2조 원에서 2025년 1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릭코노미를 떠받치는 물류 시장도 급팽창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물류창고 거래액은 한국이 총 76조1000억 원으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빠른 배송이 소비재 산업에서 기본 경쟁력이 되는 물류혁명기가 도래했다”고 했다.주택가 물류창고서 分 다퉈 배달… 퀵커머스시장 2조 → 17조 ‘쑥’ 〈1〉 ‘클릭코노미’가 이끈 배송 천국 먹거리-생필품 등 클릭클릭 “빠른배송 없는 세상 상상 못해”전통시장 과일가게도 가세… 이커머스 年 23%씩 가파른 성장동네 상가-카센터가 물류기지로 도심 곳곳에 실핏줄 배달망 연결 경기 성남시에 사는 주부 김모 씨(56)는 웬만한 장보기는 온라인으로 해결한다. 최근 일주일간 주문한 건수는 12건. 하루 한 건 이상씩 주문했다. 아침이면 전날 밤 주문한 각종 국거리와 과일이, 오후면 그날 오전 주문한 세제와 휴지 등이 잇달아 도착한다. 그는 “빠른 배송이 안 되는 세상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非)대면 소비 기반의 ‘클릭코노미’ 시대에 접어들면서 빠른 배송은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을 떠받치는 핵심축이 됐다. 배송 속도가 분 단위로까지 빨라지면서 도심 곳곳의 오프라인 매장도 물류 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클릭코노미가 만들어낸 빠른 배송 천국 온라인으로 속옷을 파는 송모 씨(31)의 56m²(약 17평) 남짓한 사무실 절반은 늘 택배를 보낼 물품으로 차 있다.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으로 하루 80여 건의 주문이 들어오는데 택배 포장에만 4시간가량을 쓴다. 화장품을 파는 김흥식 씨는 온라인 주문이 매일 100개 이상 밀려들자 배송을 물류 대행(풀필먼트) 업체에 맡겼다. 그는 “점심 무렵이면 택배 포장 때문에 식사도 걸러야 했는데 배송 시장이 워낙 커지다 보니 대행업체까지 발달했다”고 했다. 김 씨처럼 자동화 기술 등을 갖춘 풀필먼트 업체를 쓰는 곳이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배송 속도도 쿠팡 ‘로켓배송’ 마켓컬리 ‘샛별배송’ 같은 대형 업체 속도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연간 택배 물동량은 2012년 14억598만 박스에서 지난해 36억2967만 박스로 158.2% 급증했다. 이는 ‘소비 축의 대이동’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3.3% 가파르게 성장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2025년 220조 원으로 오프라인(185조 원)을 처음으로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배송 속도는 빠른 배송의 원조인 미국 아마존을 앞지른 지 오래다. 이커머스업계에서 본격 불붙은 속도전은 최근 당일 분 단위로까지 앞당겨졌다. 2020년 5000억 원에 불과했던 퀵커머스 산업은 올해 2조1000억 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25년 17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에 느렸던 전통시장마저 퀵커머스에 나서는 게 단적인 예다.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김모 씨(59)는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로 들어온 20건 안팎의 주문을 하루 두 차례에 걸쳐 당일 배송해 준다. 암사시장은 상인 130명의 절반인 60여 명이 빠른 배송을 한다. 조선미 암사시장 상인회 사무국장(47)은 “신선도가 중요한 고기, 과일, 반찬 매출이 높다”며 “코로나19 당시 매출이 집중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빠른 배송의 일상화는 소비자 인식 변화에도 잘 드러난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바이브와 동아일보가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코로나19 기간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총 110억 건에 이르는 문서를 분석한 결과 배송·택배 관련 상위 20개 서술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느리다’ ‘후회하다’ ‘책임지지 않다’ 등 부정적인 단어가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신속하다’ ‘효율적이다’ ‘편리하다’ 등 긍정적인 인식으로 대체됐다. 온라인 쇼핑에 대한 언급 비중(전체 쇼핑 대비)도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이는 엔데믹(풍토병) 단계에 들어서도 유지됐다. 최하은 바이브 연구원은 “한국에서 배송 시장의 성장을 떠받친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정착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을 ‘물류 실핏줄’ 된 오프라인 매장 클릭코노미로 도심 풍경도 바뀌고 있다. 빠른 배송 거점이 되는 도심까지 물류센터가 파고들며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한복판까지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대형 건물 3층. 사무실과 피트니스센터, 미용실 등이 즐비한 상가 한편으로 배달원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330m²(약 100평) 규모의 이곳은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 물류창고다. 배달원들은 인근 광진구 능동, 성동구 군자동 등으로 배송될 우유 샴푸 등 각종 생필품을 나르고 있었다. 우정하 JLL물류산업 자산서비스팀 본부장은 “물류시장이 워낙 활황이어서 도심형 물류센터를 찾아 달라는 투자자가 많다”며 “시내 카센터나 외진 곳 상가 건물 1층, 주유소 자리까지 알아보곤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매물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빠른 배송 거점을 위한 다크스토어(배송만 하는 점포)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국내에 대형마트가 본격 출현한 1998년 문을 연 롯데마트 1호점 강변점의 변화는 상징적이다. 이곳은 지난해 말 매장 일부를 2시간 내 배송을 위한 전용 물류센터로 바꾸었다. 빠른 배송은 자체 물류망을 갖춘 특정업체를 넘어서 산업 전체로 보편화됐다. 올리브영은 매장에서 화장품 등을 평균 40분 안팎으로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하고, SPC도 해피오더앱을 통해 주문된 빵 등을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바로 배송해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점포가 판매 중심에서 체험, 배송, 픽업 등을 하는 거점으로 다양화되며 오프라인의 물류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기획 자문단(가나다 순)나준호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박근식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서상범 한국교통연구원 스마트물류시설인증센터장·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송지연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 매니징디렉터파트너·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정태원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최창희 클랙스턴파트너스 파트너·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제주 서귀포시에서 귤 농장 ‘귤메달’을 운영하는 양제현 대표(29)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뒤 삶의 전환기를 맞게 됐다. 할아버지 때부터 자식처럼 가꿔 오던 농장을 내버려둘 수 없어서 회사를 관두고 제주도로 무작정 내려왔다. 하지만 농사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귤을 잘 키워도 팔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 할아버지 때부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귤메달의 귤이 제주에서도 특품으로 꼽힌다고 자신했지만, 농장의 브랜딩이 돼 있지 않아 경영난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확산되며 수매가 전혀 안 됐다. 애지중지 키운 귤을 결국 헐값에 팔아야 했다. 판로의 중요성을 절감한 그는 쿠팡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양 대표는 “쿠팡에서 귤을 판 지 1년 만에 입점 초기 대비 30배 월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고 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022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개최를 맞아 쿠팡과 함께 전국 각지의 우수 업체들의 농수특산물을 한자리에서 저렴하게 선보이는 ‘A팜 마켓’을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이번 기획전에는 귤메달처럼 지역 특산품을 브랜드화하고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온라인으로 판로를 개척한 청년 농부·어부를 비롯해 전국 20여 곳의 지역 특산물 업체들이 참여한다.○ 청년 농부·어부들의 인기 농수산물 한자리에 경남 통영에서 ‘통수산’을 운영하는 최준혁 대표(27)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했던 수산물 유통사가 경영난으로 폐업하자 ‘내가 직접 팔아볼까?’라는 생각에서 무작정 트럭부터 샀다. “서울로 대학 가야지, 고졸로 성공하겠나” “이 촌에서 뭘 할끼라고” 등 어른들의 타박이 이어졌지만 차별 없는 바다에서 노력한 만큼 이뤄 내겠다는 각오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막상 2년이 넘도록 수익이 안 났다. 대부분 수산시장에 도매로 납품해야 했는데, 기존 사업자들이 공급망을 꽉 잡고 있어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대형마트도 뚫기 어렵긴 매한가지였다. ‘이러다 망하겠다’는 위기감에 쿠팡을 접하게 됐다. 그는 활꽃게, 자연산 돌문어, 흰다리새우, 조개 등 통영에서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팔면서 4년 만에 연 매출 40억 원을 올리게 됐다. 130m²(약 40평)짜리 공장은 460m²(약 140평)로 확장됐고 직원도 7명으로 늘면서 통수산은 어엿한 중소기업이 됐다. 그는 “온라인 주문이 밀려들며 상품평이 5000개를 돌파하는 등 쿠팡이 온라인 수산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A팜 마켓도 지역 특산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소비자는 특산품 즐기고 소상공인은 판로 열고쿠팡이 동아일보·채널A와 단독으로 선보이는 A팜 마켓은 2020년 첫선을 보인 후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다. 경남 하동군에서 녹차, 국화차 등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연우제다’의 서정민 대표(52)는 올해 처음으로 A팜 마켓에 참여한다. 조모 때부터 3대째 차를 재배해 왔지만 지역의 우수한 특산품이 소비자들에게 생각만큼 알려지지 않은 게 늘 아쉬웠다. 그는 “하동은 신라시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차 씨를 심었던 곳으로 문헌상 기록돼 있을 만큼 차 재배가 발달한 곳”이라며 “이번 기회에 하동을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리고 한국 차를 대중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A팜 마켓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민과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유통 판로를 제공하고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경남 하동군 발효차, 전남 고흥군 석류 진액, 충북 음성군 생강착즙청, 경북 청도군 식혜, 경북 의성군 아카시아 숙성꿀 등 다양한 제품 50여 종을 판매한다. 국내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기간 큰 타격을 입었지만 쿠팡 입점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가 덮친 2년간(2019년 말∼2021년 말) 매출액과 거래액이 오히려 2배씩 늘었다. 이번에 A팜 마켓에 참여한 업체들이 쿠팡과의 시너지를 통한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다. 올해는 기획전 운영 기간 고객들에게 선착순으로 20% 할인쿠폰(최대 할인 금액 1만 원)도 제공한다. 쿠팡 측은 “추석 선물을 준비하려는 고객들에게도 전국 우수 농수특산물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이번 행사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최근 유통업계의 최저가 경쟁을 보다 보면 마치 10여 년 전으로 되돌아온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두 달 연속 6%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물가가 치솟자 할인 경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저가격보상제’까지 돌아왔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고물가 시대일수록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일명 반값 시리즈도 이런 초저가 경쟁 기조를 타고 되돌아왔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한 마리에 1만 원 미만의 치킨을 선보이고 나섰다. 반값 치킨의 원조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한 마리 1만2000원 하던 프랜차이즈 치킨의 반값에도 못 미치는 5000원에 30% 많은 중량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개점과 동시에 길게 줄을 섰지만,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영세 골목상권 말살’ ‘대기업 횡포’란 반발이 나왔고 정치권까지 “선을 넘었다”며 가세했다. 요즘 상황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대형마트 3사 치킨 중 최저가인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한 마리에 6900원이다. 6월 말부터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만 26만 마리. 당초 계획했던 1∼2개월 치 목표 판매량을 일주일 만에 달성했다. 3만 원에 육박하는 요즘 치킨값을 감안하면 ‘통큰 치킨’보다 더한 가격 파괴지만 당시와 같은 십자포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같은 반값 치킨인데 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가. 일차적으론 고물가 위협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치솟는 프랜차이즈 치킨값에 대한 소비자 반감도 커졌다. 무엇보다 ‘통큰 치킨 사태’는 소비자 선택권과 영세상권 보호란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치킨게임이었다. 당시 정부는 제일 쉬운 방법으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 직후부터 불공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고, 청와대가 나서서 ‘밑지고 파는 미끼 상품’이라 비난했다. 부담을 느낀 업체 측이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2012년 도입됐지만 계속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던 규제다. 사회적 여건도 반값 치킨에 대한 반응만큼이나 변했다. 소비자 선택권 요구는 높아진 반면, 이커머스 성장으로 대형마트의 시장 지배력은 예전만 못하다.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이 문제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치킨게임이란 것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투표 1위로 선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어뷰징(중복투표)이 의심된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국정과제 반영에서 취소했다. ‘신발 속 돌멩이’ 빼겠다는 일성은 어디 가고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에 소상공인 집단 반발까지 더할까 부담감이 역력한 행보다. 10년 전 ‘통큰 치킨’ 조기 퇴장의 추억이 어른거리는 건 단지 기분 탓일까. 그때처럼 가장 쉬운 답을 택해 줄행랑치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현대백화점이 디지털 서비스 차별화에 나선다. 온·오프라인 융합시대에 발맞춰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NFT 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전자지갑 서비스 ‘H.NFT(에이치 엔에프티)’를 지난 5월 도입했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란 블록체인 기반의 그림과 사진, 동영상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의미하며 저마다 고유한 값이 설정돼 있어 복제가 불가능하다. H.NFT는 현대백화점이 발급하는 NFT를 저장·관리할 수 있는 전자지갑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 H.Point 앱(APP)에 탑재된다. H.Point 회원이라면 누구나 앱 업데이트와 서비스 약관 동의 절차를 거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먼저 H.NFT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기념품 형태의 NFT를 발급해 디지털 신기술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상품 할인이나 사은품 및 콘텐츠 무료 이용권 증정 등의 혜택을 탑재한 NFT를 발급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만의 차별화된 NFT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열린 ‘현대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수상작품을 NFT로 변환해 수상 고객의 가족에게 H.NFT로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고객이 원하는 명언과 글귀 등을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하는 고객 맞춤형 NFT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의 쇼핑 편의성 향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일대일 고객 상담과 매장 관련 각종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현대백화점 온라인 채팅 상담 서비스’를 새로 도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향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당사만의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도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CJ온스타일이 동시에 여러 개 방송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는 ‘멀티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을 라이브커머스 채널에 도입했다. 고객의 상품 선택 옵션을 확대함으로써 쇼핑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라이브쇼’는 최근 고객 쇼핑 니즈가 높은 시간대에 두 개 이상의 생방송을 동시에 송출하고 인기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기 시작했다. 방송 시청자와 구매 고객이 몰리는 오전 10시∼낮 12시와 오후 6∼10시 사이에는 고객이 CJ온스타일 모바일 앱에서 ‘엣지쇼’ ‘셀렙샵9’ 등 CJ온스타일의 라이브커머스 프로그램과 일반 방송 중 선택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 콘텐츠 강화를 위한 신규 기획 프로그램 ‘8시에 ON’도 방송된다. 평균 시청자가 가장 많은 평일 오후 8시에 매일 시청자를 찾아간다. CJ온스타일 대표 쇼호스트 김경진, 김시연이 여행 가전 등 인기 상품을 재미있는 방송 콘텐츠와 함께 판매한다. CJ온스타일은 새로 리뉴얼한 모바일 앱 ‘라이브쇼’ 페이지도 공개했다. 라이브커머스 실시간 방송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라이브쇼’ 페이지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쇼핑 추천 기능과 이용 편의성이 강화됐다. CJ온스타일은 라이브커머스 이용 고객의 편의성을 위해 방송 기술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4월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와의 기술 협업을 통해 라이브커머스 생방송 송출 지연속도(레이턴시)를 최근 약 10배 단축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 선도 기업으로서 선진 방송 시스템과 인프라를 지속해서 도입해 고객이 고퀄리티 라이브커머스 방송과 콘텐츠를 접할 기회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새로운 뷰티 경험을 선사하는 글로벌 기능성 뷰티 브랜드 라네즈가 명동에 위치한 라네즈쇼룸에서 맞춤형 쿠션·파운데이션 제조 서비스 ‘비스포크 네오’를 선보인다. 누적판매 300만 개 이상인 네오쿠션을 더 다양한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사용감은 유지하면서 컬러 선택의 폭을 대폭 넓혔다. 비스포크 네오는 고객의 피부톤을 측정한 후 1 대 1 컬러 컨설팅을 통해 최적화된 쿠션·파운데이션을 제조해주는 서비스로, 3호부터 40호까지 총 150가지 컬러의 제품 제조가 가능하다. 촘촘한 컬러 체계로 21.5호, 22.5호 등 시중 제품 대비 디테일한 호수 조절이 가능하며, 톤 선택의 폭도 5가지(C2, C1, N1, W1, W2)로 확장했다. 비스포크 네오의 피부톤 측정 프로그램은 아모레퍼시픽이 카이스트와 함께 글로벌 여성의 피부톤과 파운데이션 색상을 연구해 개발했으며 측정된 컬러의 제품을 특허 출원한 제조 로봇이 현장에서 즉석 제조한다. 비스포크 네오 서비스는 네이버 예약을 통한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1인당 체험 시간은 약 30분이다. 29일부터는 매장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위한 온라인 비스포크 네오 서비스도 오픈한다. 라네즈 공식 홈페이지에 마련된 페이지에 기존에 사용하던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 정보를 입력하면 가장 잘 맞는 비스포크 네오 컬러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온라인에서도 제품 구입이 가능하며, 구매 다음 날 조제 및 배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라네즈는 2016년 아모레퍼시픽 최초의 맞춤형 서비스인 ‘마이 투톤립바’와 ‘마이 워터뱅크크림’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맞춤형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는 명동 라네즈쇼룸에서 성분 맞춤형 서비스인 ‘비스포크 크림 스킨’과 컬러 맞춤형 서비스인 ‘비스포크 네오’를 운영 중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SPC그룹이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선진 노사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피비파트너즈 등 계열사별로 노사협력을 위한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노사협의회 운영’, ‘고충처리창구 운영’, ‘노사교류활동’ 등 적극적인 소통과 직원들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사협의회에서는 임직원들의 사소한 건의부터 회사에 대한 쓴소리까지 진솔한 이야기가 오간다. 노사협의회에 참석하는 노동조합 구성원들은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안건으로 채택하고, 협의회는 구체적인 개선 방법과 완료 시기까지 검토해 의견을 조율한다. 지난해에도 노사협의회를 통해 휴게 시간 간식 지급, 휴게실 안마기 설치, 교통비 지급 조건 개선, 식대 인상 등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했다. 파리크라상은 4월 노사가 함께 ‘무재해 달성 및 더 일하기 좋은 회사 만들기 선포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명욱 대표이사, 박갑용 노동조합 위원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노사는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선진화된 노사문화를 정착하고, 더 일하기 좋은 회사 만들기’를 위해 뜻을 모았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파리크라상은 2020년 4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관하는 ‘제32회 한국노사협력대상’에서 대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무교섭 임단협 체결 성과를 거뒀고 ‘장애인 제과제빵 교육’, ‘장애인 고용확대’ 등 사회적책임 실천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적극적인 노사 소통과 협력을 통해 노사가 함께 성장하는 선진 노사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롯데는 미래 역량 개발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드론 물류 배송 솔루션·서비스 전문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함께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기 가평에 위치한 가평수목원2호점을 드론 배송 특화매장으로 지정하고 유통업계 최초로 드론 스테이션을 구축했다. 관제 타워와 드론 수직 이착륙에 최적화된 ‘헬리패드(비행장)’ 등이 설치돼 주문부터 드론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해당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비가시권 비행이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권역을 GCS(Ground Control System) 기반하에 모든 것을 자동 관제해 배송한다. 세븐일레븐은 점포 인근 펜션을 지정해 상용화를 전제로 시범 운영을 진행한다. 이동거리는 약 1km로 드론 이륙부터 배송까지 3분 정도 소요된다. 롯데정보통신은 4단계 자율주행셔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운적석 없는 자율주행셔틀 임시운행허가를 취득한 이후 세종, 순천 등에서 안전성 확보와 기술 고도를 위해 자율주행셔틀 실증을 3000km 이상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NFT(대체불가토큰)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홍기획은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로코’ 지분을 인수했다. 블로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검증을 받은 국내 1세대 기업용 블록체인 전문 기업이다. 롯데홈쇼핑은 5월 유통업계 최초로 NFT 마켓플레이스를 오픈했고 롯데월드는 메타버스·NFT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롯데마트는 6월 대형마트 최초로 과일에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롯데칠성음료 안성공장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돌발상황을 최소화한 ‘스마트 팩토리’로 운영되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롯데쇼핑이 6일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탄소중립 달성과 인권정책 강화 등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계획을 구체화했다. 롯데쇼핑 사업부 전체를 아우르는 보고서가 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이 ESG 경영 원년을 선포하며 발표한 경영 슬로건 ‘다시 지구를 새롭게, 함께 더 나은 지구를 위해(Dream Together for Better Earth)’ 아래 구체화한 향후 계획과 최근의 관련 성과들을 수록했다. 보고서에서 롯데는 ESG 활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5가지 과제로 ‘리얼스(RE:EARTH)’ ‘리너지(RE:NERGY)’ ‘리유즈(RE:USE)’ ‘리조이스(RE:JOICE)’ ‘리바이브(RE:VIVE)’의 앞머리를 딴 ‘5RE’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친환경 상품 및 전용 공간 개발, 친환경 에너지 도입, 자원 선순환,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포용, 협력사와의 상생 등 다양한 ESG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인권 중심 경영 등 ESG 경영을 위한 3대 주요 이슈를 선정하고 이를 실천한 과정도 밝혔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2.5% 감축했고 87곳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함으로써 2802t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달성했다. 롯데쇼핑은 2040년 탄소중립(넷제로, Net-Zero)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연도별 탄소 절감 목표 및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협력사와 ESG 동반성장도 강화한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자가진단표 도입, ESG 온라인 교육 및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올해 대상을 더 확대해 갈 예정이다. 구성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인다. 세계인권선언,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 등을 바탕으로 ‘롯데쇼핑 인권경영 정책’을 수립했다. 차별 금지, 다양성 존중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는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고객을 위한 더 좋은 지구,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진심 어린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에르메스가 시계를 처음 제조한 건 1912년이다. 1978년에는 스위스에 시계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시계 산업에 뛰어들었다. 관련된 세월이 100년이 넘는다. ‘럭셔리 워치 메이커’로서 자리 잡겠다는 에르메스의 의지는 오랜 시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시계 본연의 가치를 앞세워 온 에르메스가 올해 자신 있게 선보인 남성용 시계들을 살펴봤다. 본질에 충실한 슬림 데르메스 2015년 탄생한 슬림 데르메스 라인은 극도의 간결함과 균형 잡힌 형태로 본질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된 케이스와 직각 형태의 러그, 필립 아펠로아가 디자인한 숫자는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에 섬세한 디테일을 더해준다. 플래티넘으로 제작된 새로운 GMT는 전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동반자가 된다. 신비스러운 크리스털 아래쪽으로 베일에 싸인 듯 보이는 9.48mm 두께의 울트라-씬 케이스는 간결함을 더욱 극대화하고, 탁 트인 형태의 반투명 블랙 스모크 다이얼과 숫자의 선 사이에 공간을 더한 특별한 폰트는 섬세하게 마감돼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여러 개의 숫자가 자유로운 형태로 나열되어 있는 GMT 카운터와 6시 방향 날짜 카운터의 조합이 시선을 끈다. 가느다란 로듐 도금 바톤 핸즈가 포인트로 더해져 매뉴팩처 다이얼 위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새로운 슬림 데르메스 GMT에는 2.6mm 두께의 울트라-씬 에르메스 매뉴팩처 H1950 무브먼트가 장착됐다. 그 위로 특별 개발된 1.4mm의 울트라-씬 GMT 모듈이 더해졌다. 마이크로 로터로 움직이는 메케니컬 셀프-와인딩 무브먼트가 시간, 날짜를 표시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시간과 현재 머물고 있는 여행지의 시간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두 개의 인디케이터를 장착했다. 견고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H08 에르메스 H08에는 긴장감과 유연성, 견고함과 섬세함이 공존한다. 대담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이 시그니처 모델은 새롭게 선보이는 강력한 블루 색감 모델과 함께 더욱 신선한 매력을 선보인다. 2021년 에르메스 시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이 탄생시킨 H08 시계는 에르메스가 고수하는 완고한 원칙과 높은 기준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전달하는 이 모델은 소재가 지닌 특성과 케이스의 특별한 형태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에르메스 H08 시계는 대조와 대비를 조화롭게 엮어 균형 잡힌 하나의 오브제와 같은 모습을 선보인다. 세심한 디테일과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자인됐으며, 그래픽적 특징들이 구성 부품 곳곳에 녹아 있다. 원형 다이얼과 독창적인 타이포그래피, 부드러운 라인을 가진 케이스의 기하학적 요소들은 대담한 스타일을 더욱 강조한다. 딥 블루 티타늄 케이스에는 블랙 세라믹 베젤과 스크루 다운 크라운이 장착됐고, 다양한 질감과 마감 기법이 적용된 블루 PVD 코팅 다이얼에는 화이트 아라비아숫자와 오렌지 색상이 조화를 이룬다. 시, 분, 초를 표시하는 블랙 핸즈와 4시와 5시 방향 사이에 있는 날짜창은 에르메스 매뉴팩처 H1837 메케니컬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로 구동된다. 블랙 DLC 티타늄 버클과 블루 러버 스트랩으로 시계의 스포티한 감성을 더욱 강조했다. 역동적으로 재탄생한 시그니처 모델, 에이치 아워 매뉴팩처 무브먼트로 구동되는 강렬한 블랙의 에이치 아워는 새로운 소재와 독창적인 외관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1996년 디자이너 필립 무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한 에이치 아워는 어느 때보다 신선하고 역동적인 시그니처 컬렉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에이치 아워는 이번에 처음으로 에르메스 매뉴팩처 메케니컬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라지 사이즈의 정사각형 티타늄 케이스는 부분별로 마감 기법을 달리했고 딥 블랙 컬러와 그레이 톤은 아름답게 균형 잡힌 그래픽적 형태를 더욱 강조한다. 브러시드 센터와 새틴-브러시드 챕터링, 그레이 전사 아라비아숫자가 담긴 블랙 다이얼 위로 회전하는 가느다란 시침과 분침, 초침은 에르메스 매뉴팩처 H1912 셀프-와인딩 메케니컬 무브먼트로 움직인다. 하우스의 독창성과 전문성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는 케이스와 무브먼트, 다이얼, 인터체인저블 블랙 바레니아 송아지 가죽 스트랩은 모두 에르메스 시계 공방에서 직접 생산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연초부터 경고가 지속됐던 인플레이션이 거리 두기 해제와 대면경제 회복에 접어든 올여름 본격화되고 있다. 휘발유부터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오르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매일 먹어야 하는 식료품의 가격 인상이 서민들에게 주는 고통은 좀 더 직접적이다. 특히 식품 물가 인상이 외식 물가로 전이되면서 도심 식당가 밥값은 살벌한 수준에 이르렀다. 1970년대 대(大)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시기를 연상시키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는 한국으로 넘어오자마자 유행어가 됐다. 여름철 인기 메뉴인 냉면은 요즘 1만 원을 훨씬 웃돈다. 서울의 한 유명 평양냉면집에서는 1만6000원까지 한다. 맛집이라 특별히 더 비싸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냉면값은 1만269원으로 평균 1만 원을 넘겼다. 더위에 가볍게 즐기던 냉면 가격의 수직상승은 ‘밥 한번 먹자’는 인사가 부담스러워진 시대를 실감케 한다. 외식을 줄인다 해도 식품 물가의 고삐가 풀린 상태라 가계부가 빠듯한 건 마찬가지다. 일선 마트에선 수박 한 통 가격이 2만 원을 넘겼다. 일교차로 인한 작황 부진과 인력 부족에 따른 재배 면적 감소 때문이다. 제철과일마저 이렇게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시대에 ‘장보는 게 겁난다’는 말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최근의 물가 급등엔 국내외적 요인이 혼재돼 있다. 이상 기후와 작황 부진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에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붕괴 등이 겹쳤다. 이른바 ‘푸틴 플레이션’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문제는 이런 런치플레이션에 직격탄을 맞는 건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계층이란 점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가처분소득 가운데 식품비가 차지한 비중은 42.2%에 달했다. 가처분소득의 절반가량을 식비로 쓴 셈이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식비 비중(13.2%)의 3배가 넘는다. 전체 가구 평균(18.3%)보다도 훨씬 높다. 생활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수록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은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시름도 깊어진다. 소상공인 인터넷 카페에는 원가 압박을 이기지 못해 메뉴 가격을 소폭 올리면서도 경쟁에서 뒤처질까 걱정하는 글이 넘친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물가 부담으로 폐업을 걱정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취임 전부터 새 정부의 첫 시험대는 물가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불가피해진 미국발 금리 인상은 금융 부담과 경기 침체 등으로 또다시 서민부터 옥죄고 들 우려가 높다. 갈수록 난제가 돼가고 있는 런치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적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물류 차질로 완성차 공장은 물론 철강, 시멘트, 타이어 등의 업종에서 생산이 지연되거나 제품을 실어 나르지 못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일만에 재개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2차 교섭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끝났다. 다음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자동차 부품, 가전 등 핵심 산업에서의 피해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현대차 하루 매출 피해만 1000억 원…가전 출하도 비상 10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 756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전체 조합원(2만2000명)의 약 34% 수준이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8100명보다는 6.7% 감소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지난 7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30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파업이 이어지며 산업계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이 하루 약 2000대로 추정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하루 평균 5000~6000대를 생산하는데 9일 기준 울산 2~5공장의 가동률(1공장은 정비 중)은 32~74%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현대차 승용차 가격은 대당 약 4700만 원으로 2000대를 생산하지 못하면 매출 피해가 1000억 원에 육박한다. 완성차 배송도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와 현대글로비스 직원들이 울산공장 인근 적치장인 경북 칠곡센터와 경남 양산센터까지 직접 옮기고 있다. 가전회사들도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화물연대가 출입 차량을 제한하면서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제품이 파업 영향으로 항만에 발이 묶였다. 파업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 배송 지연 사태가 심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국 항만 반출입 끊겨…공사 중단 나올수도 철강업계는 나흘째 육로수송이 막혔다. 포스코는 하루 철강 제품 생산량 10만 톤(t) 중 육로로 수송하는 3만5000t이 묶였다. 현대제철도 육로 출하가 중단됐다. 한국타이어 출하량은 평소 40% 로 떨어졌다. 광양항과 울산항, 대산항, 포항항의 반출입은 사실상 끊겼다. 부산항과 인천항의 컨테이너 화물 반출입량도 평시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10일까지 접수받은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회원사들의 애로사항은 140여건에 달했다.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며 전국 레미콘 공장(1085곳)은 60% 가량 가동 중단됐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매출 손실은 609억 원에 달했다. 다음주면 수도권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곳도 나타날 전망이다. 제주도에서 전남 지역 항구로 운송된 제주 삼다수도 수도권 각지로 운송되지 못하며 전체 공급량이 평소 대비 30~40%로 줄었다.● 정부 “화물연대 파업, 노사 자율 해결할 문제”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2일 이후 8일만인 이날 2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 진전 없이 11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종료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해결책과 이행 약속을 요구한 반면, 국토부는 국회가 향후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태 장기화를 막자는 공감대는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화물연대 조합원인 차주와 화주 간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만큼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집무실 출근길에서 “정부가 법과 원칙, 중립성을 가져야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된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같은 날 “국토부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는 자기 차로 영업하고 운임받는 자영업자이며 여기에 물건을 맡기는 화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며 “당사자간 합의가 우선이며 (국토부는) 원만한 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캐나다 토론토의 한 슈퍼에 슬링(신생아용 아기띠)을 찬 젊은 엄마가 들어온다. 가게 주인 김모 씨가 딸인지 아들인지 묻자 손님이 말한다. “아기가 ‘그 혹은 그녀’인지 섣불리 단정하고 싶진 않아요.” 친환경적 배변 방법을 실천 중이라 기저귀조차 쓰지 않는다고도 똑 부러지게 말한다. 하지만 그 순간, 아기가 싼 오줌이 바닥을 적신다. 김 씨가 말한다. “걱정 마세요. 저희는 ‘성 중립적인(gender-neutral) 타월’도 저렴하게 팔고 있답니다.” 인기 캐나다 드라마 ‘김 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은 이국땅에서 풀뿌리처럼 꿋꿋이 살아남은 한국 이민자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캐나다 엄마에게서 받은 문화충격을 ‘젠더 뉴트럴 마케팅’으로 바로 승화시키는 김 씨의 생존력 역시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던 건 젠더 이슈나 친환경주의를 유머의 소재로 활용했단 점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리 코미디라도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기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에서 풍자의 소재를 택한 점이 놀라웠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보면 최근의 한국 사회가 이념적·정치적으로 훨씬 더 경직돼 있구나 싶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환경은 젠더만큼 언급하기 어려운 이슈가 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지속가능한 환경은 정치적 어젠다로 부상했다. 하지만 성별·인종 등에서 차별의 표현을 지양하자는 ‘정치적 올바름’이 기계적으로 작동하다 보면 무엇이 차별이고 무엇이 강박인지 판별하기 애매해진다. 그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표현의 자유나 건설적 논의에 제약이 생긴다. 지금까진 국내 환경 이슈가 비슷한 전철을 밟아 왔다. 환경 정책에 대한 ‘다른 의견’은 맥락을 떠나 이기주의나 반환경주의란 사회적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 정권 동안 현장의 다양한 혼란이 예견됐던 정책을 친환경이란 대의만으로 계속 밀어붙일 수 있던 것도 이런 사회적 기류와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현실과 괴리된 일률적 환경 정책은 다양한 촌극을 낳았다. 자율포장대에 종이박스는 있건만 테이프는 사라졌다. 포장 진열된 샐러드를 매장 내에서 먹으려고 다시 접시에 옮겨 담아야 했고, 휘발유 냄새 나는 종이빨대에 적응해야 했다. 편의점에서는 컵라면인지 어묵인지에 따라 나무젓가락 제공 여부가 달라져 소동이 일었다. 결국 소상공인과 소비자 피해가 뻔히 예상됐던 종이컵 보증제까지 밀어붙여 사달이 났다. 종이컵 보증제는 새 집권 여당이 문제 삼으며 일단 유예됐지만, 끝까지 떨치기 어려운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눅눅해진 컵에 바코드를 붙이고 강제로 수거시키는 것보다 더 나은 수준의 환경 정책은 정말로 불가능한 것일까? 친환경이란 명분을 언제까지고 아마추어적 정책의 면피로 삼을 순 없다. 이제는 당위성에 매몰된 환경 정책보단 충분한 숙의를 거친 제대로 된 정책을 보고 싶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도심 웬만한 백반 집은 점심 피크 시간에도 사람이 없었다. 반면 고급 한우집이나 호텔 레스토랑은 이례적인 특수를 누렸다. 모처럼 하는 외식이니 이왕이면 좋고 비싼 것 먹겠다는 보복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별도 룸을 갖추고 있거나 방역 관리에서 더 믿을 만한 고급 식당을 선호한 이도 많았다. 이런 빈익빈 부익부는 산업적으로도 나타났다.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때 섬유산업은 공장이 멈춰 설 정도로 타격을 받았지만, 명품만은 불티나게 팔렸다. ‘샤넬런’ ‘오픈런’이 백화점에서는 일상이 돼버렸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최근 2년여간 명품업체 매출은 유독 고공행진했다. 루이뷔통과 디올은 지난해 한국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냈다.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른 기현상이었다. 코로나19가 낳은 현상 중 하나는 이런 양극화였다. 되는 집만 되고, 좋은 것만 더 좋아졌다. 자영업자나 일부 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나마 평준화돼 있던 직장인들의 삶도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코로나19 전후로 처우가 많이 갈렸다. 비대면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성장의 수혜는 일부 정보기술(IT) 대기업 등에 집중됐다. 고만고만했던 월급쟁이들의 연봉과 근무 여건 격차가 심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평균은 대기업 근로자 임금의 절반(49.4%)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비교해도 우리가 훨씬 높은 편이다. 소위 급여나 복지가 좋은 직장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유연근무나 탄력근무 문화가 급속히 자리 잡았다. 일부 기업은 엔데믹 시대 재택근무가 끝날까 동요하는 인재들을 잡기 위해 아예 워케이션(Work+Vacation·휴양지 근무)까지 허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여건에서 일해야 하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팬데믹이라는 집단적 상처를 공유하고 있지만, 최근 2년여간 경험의 편차는 어느 때보다 확대됐다. 사회·경제·문화 모든 기반에서 서로 공감할 수 없는 지점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양극화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불행이다. 개인적으로는 통제 불능의 상황에서 학습된 무기력과 좌절감을 더 악화시킨다. 사회적으로도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념·진영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때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극심한 양극화의 상처를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 2년여 깊고 강력했던 ‘팬데믹 자기장’에서 조금씩 빠져나와 새봄을 마주하는 중이다. 거리마다 인파와 나들이객으로 붐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남긴 후유증이 나타나는 건 어쩌면 지금부터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방역이나 재난지원금 같은 시급한 과제에 모든 정책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남긴 유무형의 상처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삼양그룹(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및 글로벌 시장 확대 가속화, 현금 흐름 관리 강화, 일하는 방식 변화’ 등 세 가지를 올해 경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원료가 상승, 경기 회복 속도 저하 등 국내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립한 중장기 성장 전략 ‘비전(Vision) 2025’에 박차를 가한다는 의미다. 삼양그룹의 중장기 성장전략 ‘비전 2025’는 사업 구조 고도화를 통한 스페셜티 사업과 글로벌 시장 비중 확대를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삼양그룹은 그룹 전반에서 △헬스 앤드 웰니스(health&wellness) 산업용 소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용 소재 △친환경 소재 사업을 육성 중이다. 설탕, 전분당, 밀가루 등 기초식품 소재를 중심으로 하던 식품 사업은 대체감미료 ‘알룰로스’, 수용성 식이섬유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등을 통해 스페셜티 식품 소재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등에 들어 있는 단맛 성분으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는 ‘제로’ 수준이어서 차세대 대체감미료로 불린다. 삼양사는 2016년 자체 기술로 알룰로스 상용화에 성공하고 현재는 글로벌 홍보 활동과 거래처 및 유통 파트너십 발굴 등 글로벌 진출 기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를 중심으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주력하던 화학사업은 친환경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양그룹은 ‘이소소르비드’를 활용해 독자 개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PBIAT’ 양산에 착수했다. 이소소르비드는 옥수수 등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바이오 소재다. 이소소르비드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내구성, 내열성, 투과성이 우수해 모바일 기기와 TV 등 전자제품 외장재, 스마트폰의 액정필름, 자동차 내장재, 식품 용기, 친환경 건축자재 등에 쓰인다. 현재 삼양그룹은 전북 군산에 연산 1만 t 규모의 이소소르비드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다. 삼양패키징은 친환경 전략 실현을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확대했다. 기존에 재활용 페트(PET) 플레이크를 생산하던 시화공장에 2만1000t 규모의 리사이클 페트칩 생산 설비를 새로 도입해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리사이클 페트칩은 페트 플레이크보다 순도가 높아 의류용 원사, 식품 및 화장품 용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쓰인다. 첨단산업용 소재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정밀화학 기업 엔씨켐을 인수했다. 엔씨켐은 감광액(포토레지스트) 생산에 필요한 중합체(폴리머) 및 광산발생제(PAG)를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용 감광액 소재 분야의 선두권 업체로 꼽힌다. 감광액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밀 전자제품 생산 공정의 하나인 노광 공정의 핵심 소재다. 삼양그룹은 2005년 전자재료 소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관련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삼양사 EMS BU(Business Unit)는 액정디스플레이(LCD)용 컬럼스페이서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터치패널 제조에 필요한 오버코트, 감광액 소재 중 하나인 광개시제 등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 중이다. 삼양그룹은 올해 ‘수익성 있는 성장’을 추구한다.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전 세계적 공급망 불안정, 글로벌 물류난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지속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해 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김윤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운전자본 최적화, 판가 관리, 투자 효율 극대화 등 현금 흐름과 수익성을 모두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아모레퍼시픽이 소셜벤처를 발굴하고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연결하는 ‘아모레 뷰티풀 챌린지(A MORE Beautiful Challenge)’ 프로그램 공모를 11일까지 진행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주관하고 임팩트 투자사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운영하는 ‘아모레 뷰티풀 챌린지’는 임팩트 창출 및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소셜벤처를 발굴해 지원하고 오픈이노베이션 연결 기회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새롭게 발표한 ‘2030 아모레 뷰티풀 프라미스(A MORE Beautiful Promise)’의 5대 약속 중 환경 분야 실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팀이면 지원 가능하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소셜벤처는 아모레퍼시픽의 임직원들과 함께 엠와이소셜컴퍼니의 밀착 멘토링과 기초 교육을 제공받는다. 스타트업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혼합 금융과 자본 조달 등 국내외 주요한 임팩트 트렌드에 맞춰 전문가의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NGI 디비전 등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고, 상호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면 실제 협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내부의 혁신을 추동하고, 소셜벤처는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프로그램의 막바지에 열릴 데모데이를 통해 임팩트 투자까지 받을 수 있어 협업과 투자를 고민하는 소셜벤처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만한 기회다. 이번 신청 접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사업 및 공모 관련 상세 일정 및 자세한 내용은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 포털 사이트와 엠와이소셜컴퍼니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롯데 신성장 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는 도심항공교통(UAM), 메타버스에 이어 헬스케어 사업에도 진출한다. 수소,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외부 기관 협업은 물론이고 착실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 노력이 핵심”이라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 사회적으로 선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헬스케어,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지난해 8월 이를 담당하는 전담팀 신성장2팀(바이오), 신성장3팀(헬스케어)을 신설했다. 외부 전문가를 팀장으로 영입해 신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첫 스타트는 신성장3팀이 선보였다. 롯데지주는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700억 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및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롯데헬스케어는 과학적 진단, 처방, 관리 등 건강 전 영역에서 ‘내 몸을 정확히 이해하는 새로운 건강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유전자, 건강검진 결과 분석 등 고객의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건강기능식품, 운동 등 특정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웰니스(Wellness) 전반을 다루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롯데헬스케어는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 기반으로 국내 웰니스시장 선점 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유전자 진단, 개인 맞춤 처방 등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전문기관의 외부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및 협업도 적극 추진한다. 롯데헬스케어는 플랫폼 정착 후 개인 유전자 NFT, 웰니스 의료기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센터를 통한 글로벌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실버타운 사업과의 협업도 검토한다. 플랫폼상의 유전자, 건강 정보에 실버타운에서 제공한 정보를 더해 입주민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 우웅조 신성장3팀장은 “롯데헬스케어는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밀착형 건강관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룹사뿐만 아니라 외부 기관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플랫폼 사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헬스케어 설립을 통해 그룹사 헬스케어 사업들과의 시너지도 강화한다. 현재 롯데 계열사에서는 회사의 특성과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 사업군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지향식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기능식품 라인업 강화를 위해 자체 개발은 물론이고 투자, 업무협약 등을 통한 외부 기관과의 공동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7월 국내 수소 수요 30%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을 발표했다. 발표에는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약 3조 원의 매출과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한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소 약 23만 t 중 7만 t을 책임지고 있다. 수소유통은 수소전기차용 충전소, 수소연료화 테스트 등 대부분 미래 수소사업 분야를 망라한다. 롯데케미칼은 1월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와 말레이시아에서 청정 수소 사업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의 과학 인재 양성기관인 KAIST와 함께 ‘탄소중립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해 5건의 연구도 진행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격리 기간 동안 새벽배송부터 배달음식, 퀵커머스를 그 어느 때보다 유용하게 이용했다. 격리 중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누리는 편리함은 더 각별했다. 현관 앞에 놓인 상자를 안으로 들일 때마다, 만약 이런 서비스가 없었다면 재택치료 중인 국민이 180만 명에 달하는 이 시절이 얼마나 더 큰 고역이었을지 상상해보게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예측하기 어렵던 편의와 속도였다. 최근 유통시장은 시시각각 격변 중이다. 비대면 상황이 일상이 되며 온라인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익일배송이나 당일배송을 넘어 30분 내 배송인 퀵커머스 시장도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도어대시, 고퍼프, 글로보 등 퀵커머스 분야 신생 기업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유통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소비시장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같은 기술의 옷을 입고 이렇게 ‘궁극의 편의’를 향해 질주하는 시대가 됐지만, 국내 유통산업은 철 지난 규제에 허덕이고 있다. 유통법은 1997년 유통산업의 효율적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개정이 잇따르면서 주로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2012년 전통시장 주변에 대형마트 출점을 금지시키고 의무 휴업일을 지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시장이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생존 기로에 놓인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요지부동이다. 이 법은 신규 출점 기준을 강화하는 방편으로도 쓰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론화시켰던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없는 이유’ 역시 이 법에 기반한다. 유통법 내에 근거를 둔 상생협의 절차가 미비하면 대다수 지역 주민이 원해도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지 못한다. 인근 전통시장 중 한 곳만 반대해도 발목이 잡힌다. 문제는 이런 규제가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뚜렷한 근거도 없다는 점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때 주변 3km 내 상권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한국유통학회 등의 연구는 오히려 정반대 결과를 보여준다. 각종 규제와 제한을 추가하는 유통법 개정안은 지금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마트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에도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 영업일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개정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일각에선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퀵커머스 규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성장 산업을 두고 규제부터 논의하는 건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 당선인은 규제 개혁에 대해 일관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제단체 수장들과의 회동에서는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데 천편일률적인 규제만 적용하면 결국 소비자의 편익과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게 된다. 유통 분야에서 역시 법의 취지에 맞는 정책적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