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목

박효목 기자

동아일보 편집부

구독 13

추천

역사의 순간순간에서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겠습니다.

tree624@donga.com

취재분야

2024-10-22~2024-11-21
국제일반37%
미국/북미11%
러시아11%
국제인물11%
중동7%
인사일반7%
유럽/EU4%
중국4%
국제정치4%
중남미4%
  • 김정은-러 외교 1시간 만남… 푸틴 답방 논의한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만나 1시간 이상 대화했다고 러시아 외교부가 19일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양국 간 무기 거래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답례성 방북 일정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접견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대면한 것은 2018년 5월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당시는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때다. 김 위원장과 라브로프 장관의 면담은 9월 북-러 정상회담 후속 성격으로 풀이된다. 다만 러시아 외교부는 두 사람이 한 시간 이상 대화했다고만 밝혔을 뿐 접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면담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중-러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 및 북-중-러 3국 연합 군사훈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러 간 최고위급을 포함한 다양한 접촉을 지속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열어 놨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한미일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핵을 포함한 미 전략 인프라가 한반도로 이전하는 등 미국의 노선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러시아는 북한, 중국과 함께 한반도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제조건 없는 정기 협상 프로세스 구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이 이뤄지면서 라브로프 장관이 북-중-러 연대를 강화해 미국의 한반도 방위전략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그동안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오커스(AUKUS·호주 영국 미국),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국 협의체) 같은 소규모 동맹을 연이어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움직임은 또 다른 폭발적인 지정학적 긴장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핵가방 노출시킨 푸틴… “러, 美에 맞서 핵실험 재개할 수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중동전쟁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 참석을 계기로 국제사회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에서 헝가리, 태국, 베트남 정상 등과 양자 회담을 했고, 글로벌 지도자인 양 서방 세계를 향해 현안 관련 훈수를 두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18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을 가결하면서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커지고 있다.● 푸틴, 노골적으로 ‘핵 가방’ 노출 러시아 하원은 이날 CTBT 비준을 철회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17일 텔레그램에 “미국은 자신들의 헤게모니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러시아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국제적으로 전략적 동등함이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CTBT 비준 철회는 상원 심의를 거쳐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 절차가 완료된다. 1996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CTBT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이다. 러시아는 1996년 이 조약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다. 푸틴 대통령은 1996년 이 조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은 하지 않은 미국과 같이 행동하겠다며 CTBT 철회를 주장해 왔다. 러시아가 CTBT를 없던 일로 만들면서 미국 등 서방을 상대로 한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도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막는 방법으로 핵실험 재개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을 통해 서방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친 뒤 일명 ‘핵 가방’을 든 해군 장교들을 노골적으로 노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 장교 2명이 각각 핵 서류 가방을 들고 푸틴 대통령을 뒤따르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체게트’라고 불리는 이 핵 가방은 대통령과 군 고위부를 연결하는 보안통신 수단으로 극비의 전자지휘명령 네트워크를 통해 전략로켓부대에 명령을 하달한다. 대통령이 항상 갖고 다니지만 외부에 거의 노출하지 않는다. 러시아 즈베즈다TV가 2019년에 방영한 영상에 따르면 핵 가방에 여러 개의 버튼이 있고 이 중 ‘지휘’ 버튼은 백색의 발사 버튼과 적색의 취소 버튼 두 개로 구성돼 있다.● 국제사회 향해 중재자 자처, 훈수까지 우크라이나 사태로 20개월 동안 고립무원 위기에 있던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의 관심이 중동에 쏠린 사이 본격적인 대외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16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물론 이집트 시리아 이란 등 5개국 지도자와 연쇄 통화를 했다. 일종의 ‘중재자’를 자처한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도 19일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27t의 구호물자를 이집트를 향해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러시아 페름에서 열린 ‘제11차 국제스포츠포럼’에서는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 금지는 ‘인종 차별’이라며 거침없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지도자 몇몇 때문에 우리는 올림픽 경기 초대가 최고 선수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일종의 특권이며 실력이 아닌 정치적 제스처로 얻어지는 것임을 알게 됐다”면서 “출전 금지는 러시아에 대한 인종 차별”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몇몇 국제스포츠단체는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를 금지하고 있고, 2024 파리 올림픽 출전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0-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정은-러 외교장관 1시간 이상 대화…푸틴 답방 논의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만나 1시간 이상 대화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19일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양국 간 무기 거래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답례성 방북 일정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접견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대면한 것은 2018년 5월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당시는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때다. 김 위원장과 라브로프 장관의 면담은 9월 북-러 정상회담 후속 성격으로 풀이된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는 두 사람이 한 시간 이상 대화했다고만 밝혔을 뿐 접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이번 면담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중-러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 및 북-중-러 3국 연합 군사훈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러 간 최고위급을 포함한 다양한 접촉을 지속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열어 놨다.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한미일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핵을 포함한 미 전략 인프라가 한반도로 이전하는 등 미국의 노선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러시아는 북한, 중국과 함께 한반도 안보 문제 논의하기 위한 전제조건 없는 정기 협상 프로세스 구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이 이뤄지면서 라브로프 장관이 북-중-러 연대를 강화해 미국의 한반도 방위전략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그동안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오커스(AUKUS·호주 영국 미국),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국 협의체)와 같은 소규모 동맹을 연이어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움직임은 또 다른 폭발적인 지정학적 긴장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9
    • 좋아요
    • 코멘트
  • 보폭 넓히는 푸틴…시진핑과 회담 후엔 ‘핵가방’ 노골적 노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중동전쟁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 참석을 계기로 국제사회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에서 헝가리, 태국, 베트남 정상 등과 양자 회담을 했고, 글로벌 지도자인양 서방 세계를 향해 현안을 두고 훈수를 두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18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을 가결하면서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커지고 있다.● 푸틴, 노골적으로 ‘핵 가방’ 노출 러시아 하원은 이날 CTBT 비준을 철회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17일 텔레그램에 “미국은 자신들의 헤게모니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러시아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국제적으로 전략적 동등함이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CTBT 비준 철회는 상원 심의를 거쳐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 절차가 완료된다. 1996년 유엔총회에서 승인된 CTBT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이다. 러시아는 1996년 이 조약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다. 푸틴 대통령은 1996년 이 조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은 하지 않은 미국과 같이 행동하겠다며 CTBT 철회를 주장해왔다. 러시아가 CTBT를 없던 일로 만들면서 미국 등 서방을 상대로 한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도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막는 방법으로 핵실험 재개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을 통해 서방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이다.푸틴 대통령이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친 뒤 일명 ‘핵 가방’을 든 해군 장교들을 노골적으로 노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 장교 2명이 각각 핵 서류 가방을 들고 푸틴 대통령을 뒤따르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체게트’라고 불리는 이 핵 가방은 대통령과 군 고위부를 연결하는 보안통신 수단으로 극비의 전자지휘명령 네트워크를 통해 전략로켓부대에 명령을 하달한다. 대통령이 항상 갖고 다니지만 외부에 거의 노출하지 않는다. 러시아 즈베즈다TV가 2019년에 방영한 영상에 따르면 핵 가방에 여러 개의 버튼이 있고 이 중 ‘지휘’ 버튼은 백색의 발사 버튼과 적색의 취소 버튼 두 개로 구성돼 있다. ● 국제사회 향해 중재자 자처, 훈수까지우크라이나 사태로 20개월 동안 고립무원 위기에 있던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의 관심이 중동에 쏠린 사이 본격적인 대외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16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물론 이집트 시리아 이란 등 5개국 지도자와 연쇄 통화를 했다. 일종의 ‘중재자’를 자처한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도 19일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27톤의 구호물자를 이집트를 향해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러시아 페름에서 열린 ‘제11차 국제스포츠포럼’에서는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 대회 참가 금지는 ‘인종 차별’이라며 거침없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지도자 몇몇 때문에 우리는 올림픽 경기 초대가 최고 선수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일종의 특권이며 실력이 아닌 정치적 제스처로 얻어지는 것임을 알게 됐다”면서 “출전 금지는 러시아에 대한 인종 차별”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몇몇 국제스포츠단체는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를 금지하고 있고, 2024 파리올림픽 출전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0-19
    • 좋아요
    • 코멘트
  • 바이든 겨냥, 시진핑 “일방제재 반대” 푸틴 “타인 존중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전쟁 확전 억제를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약 3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갖고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했다. 특히 두 정상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병원 공습 사건에 대해 “분쟁이 끝나야 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핵심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포럼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오펑유·老朋友)”라고 부르면서 “10년 동안 42차례 만나 깊은 우의를 쌓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역사의 대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세계 발전 흐름에 순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도로고이 드루크·дорогой друг)”라고 칭하며 “현재 어려운 조건에서 긴밀한 외교정책 협조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앞서 이날 정상포럼 기조연설에서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집단 정치 대결을 하지 않고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공급망 훼손을 반대한다”고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미국의 중국 억제 전략을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시 주석에게 자세히 알렸다”라면서 “미국과 서방이 공동으로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은 중-러 상호작용만 강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타인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훈수하기도 했다.시진핑-푸틴 “우린 친구, 무역액 사상최대”… 美제재 우회 공조 [中 일대일로 정상포럼]베이징서 올해 두 번째 정상회담바이든, 중동 해법 궁지몰린 사이중러 정상, 결속하며 중동에 구애올해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7개월 만인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로를 향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도로고이 드루크(дорогой друг·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우의를 과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의 해법을 찾느라 궁지에 몰린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방에 맞서기 위한 ‘정략결혼’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전쟁 두고도 ‘중-러 밀착’ 재확인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러시아는 시종일관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기초해 충실하게 협력했다”면서 “앞으로 양국의 발전과 국제적 정의 수호, 세계 공동 발전에 힘을 합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양자 무역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공동으로 설정한 2000억 달러(약 270조 원)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국들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러시아를 위한 ‘제재 우회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도 “중국은 시 주석의 지도 아래 성공하고 있다”고 추켜세우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 거래액은 정말 인상적이다. 중국과 폭넓은 상호작용을 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날 정상회담 분위기는 직전 만남이었던 3월보다 더욱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거세 중국과 러시아 모두 큰 부담을 안고 정상회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전쟁에 쏠리면서 양국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또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국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미국과 서방에 대한 대응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인 미국 등 대부분 서방 국가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중국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진행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습에 대해 “자위(自衛)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양측에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휴전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호감을 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서방에 맞서려는 정략결혼일 뿐”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한 중-러 결속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18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 군사 영토 확장 사업) 정상포럼 기조연설에서 “일대일로가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구상과 조화를 이루며 더 성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AEU는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맞서 2015년 창설한 옛 소련권 국가들의 경제연합체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의 경제 패권을 견제하고, 러시아가 EAEU를 통해 유럽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점점 더 개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 공급은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중-러의 밀착 행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으로선 일대일로를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고, 시 주석으로선 푸틴 대통령과 손잡을 경우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손상이 갈 것”이라며 “두 정상의 파트너십은 상호 신뢰에 뿌리를 두기보단 서방 압력에 맞서 싸우는 정략결혼과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러 외교장관 방북… 美 “北-러 무기거래 매우 우려”

    존 애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사진)은 17일(현지 시간)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와 중-러 정상회담 등 심화하는 북-중-러 밀착에 대해 “그런 공조를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스라엘-하마스 중동전쟁 와중에 강화되는 북-러, 중-러 간 공조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애퀼리노 사령관은 이날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중-러 관계에 어떤 실질적인 제한도 없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며 “그들의 공조 강화 및 불량 행동에 대해 국제적으로 규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가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북-러 간 무기 거래 또한 매우 우려스럽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한층 더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여러 정보자산 등을 통해 지난달부터 북한에서 러시아로 6차례, 1200여 개 분량의 컨테이너를 실은 러시아 선박이 이동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컨테이너가 옮겨진 정황들도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13일 미 백악관이 러시아로 북한의 무기 운송이 이뤄진 정황을 공개한 이후에도 나진항에선 러시아 선박이 입·출항하는 징후가 계속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끝난 뒤 평양으로 향했다. 그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 무기 거래가 이미 이뤄진 정황이 나온 만큼 이번에는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 방북 일정이 조율될 가능성도 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진핑-푸틴, “오랜 친구” 우의 과시…양국 결속 다지며 美에 견제구

    올해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7개월 만인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로를 향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다라고이 드룩(дорогой друг·친애하는 친구)”이라고 부르며 우의를 과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의 해법을 찾느라 궁지에 몰린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방에 맞서기 위한 ‘정략결혼’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전쟁 두고도 ‘중-러 밀착’ 재확인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러시아는 시종일관 양국 국민의 근본이익에 기초해 충실하게 협력했다”면서 “앞으로 양국의 발전과 국제적 정의 수호, 세계 공동 발전에 힘을 합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양자 무역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공동으로 설정한 2000억 달러(약 270조 원)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국들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러시아를 위한 ‘제재 우회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도 “중국은 시 주석의 지도 아래 성공하고 있다”고 추켜세우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 거래액은 정말 인상적이다. 중국과 폭넓은 상호작용을 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이날 정상회담 분위기는 직전 만남이었던 3월보다 더욱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거세 중국과 러시아 모두 큰 부담을 안고 정상회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전쟁에 쏠리면서 양국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또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국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미국과 서방에 대한 대응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인 미국 등 대부분 서방 국가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중국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진행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습에 대해 “자위(自衛)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양측에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휴전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호감을 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서방에 맞서려는 정략결혼일 뿐”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한 중-러 결속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18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 군사영토 확장 사업) 정상포럼 기조연설에서 “일대일로가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구상과 조화를 이루며 더 성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AEU는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맞서 2015년 창설한 옛 소련권 국가들의 경제연합체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의 경제 패권을 견제하고, 러시아가 EAEU를 통해 유럽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푸틴 대통령은 또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점점 더 개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 공급은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위협했다.다만 중-러의 밀착 행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으로선 일대일로를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고, 시 주석으로선 푸틴 대통령과 손잡을 경우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손상이 갈 것”이라며 “두 정상의 파트너십은 상호 신뢰에 뿌리를 두기보단 서방 압력에 맞서 싸우는 정략결혼과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8
    • 좋아요
    • 코멘트
  • 美인태사령관 “북러 무기거래 매우 우려…한층 더 위험해져”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17일(현지 시간)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와 중-러 정상회담 등 심화하는 북-중-러 밀착에 대해 “그런 공조를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스라엘-하마스 중동전쟁 와중에 강화되는 북-러, 중-러 간 공조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아퀼리노 사령관은 이날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중-러 관계에 어떤 실질적인 제한도 없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며 “그들의 공조 강화 및 불량 행동에 대해 국제적으로 규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가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북-러시아의 무기 거래 또한 매우 우려스럽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한층 더 위험해졌다”고 말했다.아퀼리노 사령관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18~19일 평양을 찾는 등 북-중-러 3국의 노골적인 밀착 행보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 미 국방부는 이날 중국군 전투기가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 미 전투기를 위험하게 앞지르거나 방해하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과 사진도 공개했다.라브로프 외교장관은 18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이 끝난 후 평양으로 향했다. 그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논의한다. 무기 거래가 이미 진행된 정황이 나온 만큼 이번에는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 방북 일정이 조율될 가능성도 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8
    • 좋아요
    • 코멘트
  • 中 비구이위안, 208억 이자 유예 오늘 끝나… 또 디폴트 위기

    파산 위기에 빠져 중국 경기 침체 위기를 촉발한 현지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미국 달러화로 발행된 채권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 등이 16일 보도했다. 비구이위안은 앞서 지난달 17일이 기한인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1540만 달러(약 208억 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이후 30일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17일이 일요일이어서 다음 날을 실질적인 지급 기한으로 본다면 18일 중 유예 기간은 끝난다. 하지만 비구이위안 측은 정확한 유예 기간 종료일을 밝히지 않고 있다. 10일에는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공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판매가 급감하면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자 사실상 상환 포기를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비구이위안의 달러 채권 가격은 최근 달러당 4∼6센트에 그치는 등 이미 ‘휴지 조각’ 수준으로 전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이자 지급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설사 17, 18일 중 이자를 지급한다고 해도 27일 4000만 달러, 다음 달 7∼8일 4876만 달러 등 추가로 갚아야 할 이자가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비구이위안이 갚아야 할 달러 표시 채권의 총액은 최소 93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에 달한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 ‘일대일로’ 자금 쓴 네팔 공항 빚더미… 개도국 줄줄이 ‘눈물’

    17, 18일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10주년 정상포럼이 열리는 가운데 일대일로에 대한 비판 또한 고조되고 있다.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일대일로에 참여한 상당수 개발도상국이 경제 발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대중국 부채만 잔뜩 늘어난 ‘부채의 덫’으로 신음하는 탓이다. 1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네팔의 제2도시 포카라에 올 1월 문을 연 국제공항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352달러(약 183만 원)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네팔은 과도한 ‘차이나 머니’를 빌려 공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용객이 거의 없어 중국에 빌린 돈을 갚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부채의 덫’ 빠진 네팔포카라는 안나푸르나봉을 포함한 히말라야 주요 고봉을 볼 수 있는 국제적 관광지다. 네팔은 2016년부터 중국 돈으로 공항 건설에 나섰다. 시공사는 중국 기업 CAMC엔지니어링, 비용은 2억1600만 달러(약 2916억 원)였다. NYT는 수천 쪽의 관련 서류를 검토한 결과 중국 측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설비용을 비싸게 책정했으며 안전에 관한 네팔의 각종 규정 또한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연 28만 명의 국제선 승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당초 기대도 빗나갔다. 대부분의 취항 노선은 중국 일부 도시로만 한정됐고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국제선 승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네팔은 2026년부터 공항 건설에 투입한 돈을 중국에 상환해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대출금 상환이 어렵다. 중국은 네팔 측의 대출금 연기 요청에도 즉답을 피하며 “네팔에 더 많은 노선을 개설하겠다”고만 했다. 네팔과 마찬가지로 중국 돈으로 남부 요충지 함반토타 항구를 개발한 스리랑카는 대중 부채를 갚지 못해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중국 측에 넘겼다. 캄보디아, 이집트 등도 중국 돈이 투입된 주요 자산에 대한 운영 및 소유권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잃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반기는 中‘부채의 덫’ 논란에도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이번 포럼 기간 중 새로운 해양 협력 이니셔티브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의 구체적인 내용과 목표를 공개하기로 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침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등은 중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또한 미국의 패권에 맞설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만을 두고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을 높여 왔던 중국에는 미국의 관심이 딴 곳으로 쏠린 것이 큰 이득이라는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14일 하마스의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며 “자기 방어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판한 것도 이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에 대한 서방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중국이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 참여 의사를 밝혔던 이탈리아는 ‘부채의 덫’ 우려가 고조되자 최근 일대일로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서 중국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 세계와 또 다른 갈등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10-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폴란드 총선서 ‘親EU’ 야당 승리… “우크라 지원 유지”

    15일 치러진 폴란드 하원 총선에서 친(親)유럽연합(EU)이자 좌파 성향의 야권 연합이 과반을 확보해 8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야권 연합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공약해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론’이 급속히 번질 우려를 당분간 덜었다. 이날 영국 BBC 방송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우파인 폴란드 집권 여당 법과정의당(PiS)이 하원 전체 460석 중 200석(36.8%) 확보에 그쳐 8년간 이어진 단독 집권이 불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야권 연합을 구성한 좌파 성향 시민강령당(PO)과 제3의길(PSL), 신좌파는 각각 163석, 55석, 30석 등 총 248석으로 과반(231석 이상)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됐다. 야권 연합을 이끄는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는 “민주주의가 이겼다. 나쁜 시대의 종말이자 PiS 지배의 종식”이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2015년 집권한 PiS는 낙태 규제, 반(反)이민 정책 등을 펼쳐 EU의 비판을 받아왔다. 2019년 12월 폴란드가 정권 비판적인 판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경제복구기금 350억 유로(약 49조 원) 지급을 보류하면서 양측 갈등은 심화됐다. 특히 PiS는 올 5월부터 시행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 조치를 EU가 지난달 해제하자 이에 반발하며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과 함께 수입 금지를 연장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반발하자 지난달 추가 무기 지원 중단을 선언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 자세를 보였다. EU는 PiS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을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흐름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반면 2014∼2019년 유럽의회 의장을 지낸 투스크 전 총리는 EU와 폴란드 관계 강화에 집중했다. 또 낙태 합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 유지 등을 공약했다. 줄리앤 스미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BBC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국민은 다른 동맹국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PiS의 총선 패배 배경을 분석했다. 전쟁이 폴란드 국경까지 확산할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이 아직까지 강하다는 것이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폴란드 총선서 ‘친EU 성향’ 야당 승리…8년만에 정권 교체

    15일 치러진 폴란드 하원 총선에서 친(親)유럽연합(EU)-좌파 성향의 야권 연합이 과반을 확보해 8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야권 연합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공약해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론’이 급속히 번질 우려를 당분간 덜었다. 이날 영국 BBC 방송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우파인 폴란드 집권 여당 법과정의당(PiS)이 하원 전체 460석 중 200석(36.8%) 확보에 그쳐 8년 간 이어진 단독 집권이 불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야권 연합을 구성한 좌파 성향 시민강령당(PO)과 제3의길(PSL), 신좌파는 각각 163석, 55석, 30석 등 총 248석으로 과반(231석 이상)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됐다. 야권 연합을 이끄는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는 “민주주의가 이겼다. 나쁜 시대의 종말이자 PiS 지배의 종식”이라고 승리를 선언했다.2015년 집권한 PiS는 낙태 규제, 반(反)이민 정책 등을 펼쳐 EU의 비판을 받아왔다. 2019년 12월 폴란드가 정권 비판적인 판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경제 복구기금 350억 유로(약 49조 원) 지급을 보류하면서 양측 갈등은 심화됐다.특히 PiS는 올 5월부터 시행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 조치를 EU가 지난달 해제하자 이에 반발하며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과 함께 수입 금지를 연장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반발하자 지난달 추가 무기 지원 중단을 선언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 자세를 보였다. EU는 PiS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을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흐름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반면 2014~2019년 유럽의회 의장을 역임한 투스크 전 총리는 EU와 폴란드 관계 강화에 집중했다. 또 낙태 합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 유지 등을 공약했다. 줄리안 스미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BBC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국민은 다른 동맹국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PiS의 총선 패배 배경을 분석했다. 전쟁이 폴란드 국경까지 확산할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이 아직까지 강하다는 것이다. 또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당의 우파 민족주의적 정책에 폴란드가 EU에 더 이상 소속될 수 없다는 ‘폴렉시트(폴란드의 EU 탈퇴)’에 대한 유권자 위기감이 친EU 성향 야권에 힘을 실어주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6
    • 좋아요
    • 코멘트
  • 美, 이란 자금 60억 달러 재동결… 이란 “새 전선 열릴 것” 확전 경고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을 대상으로 60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원유 수출 대금을 다시 동결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 중동전쟁에 더 나서지 못하도록 선제 조치를 한 것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면 새 전선이 열릴 것”이라며 확전을 경고했다. 12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차관은 이날 집권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만나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60억 달러를 이란이 사용하지 못하게 동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이란과 미국인 수감자 교환 협상을 타결하며 인도주의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를 카타르 은행을 통해 이란에 제공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이란의 전쟁 지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으로 재동결 결정을 내리며 이란을 압박한 것이다. 이란은 전쟁 지원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고위 인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하마스 대표부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 관계자도 참석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그는 참석자들에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과 전쟁범죄, 봉쇄 조치가 계속된다면 새로운 전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직후 취재진을 만나서는 “나머지 ‘축’의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성향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의 개입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13일 “때가 되면 이스라엘에 대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카타르, 60억 달러 재동결…이란 “새로운 전선 열릴 것”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을 대상으로 60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원유 수출 대금을 다시 동결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중동전쟁에 더 나서지 못하도록 선제 조치를 한 것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면 새 전선이 열릴 것”이라며 확전을 경고했다.1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차관은 이날 집권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만나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60억 달러(약 8조 원)를 이란이 사용하지 못하게 동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이란과 미국인 수감자 교환 협상을 타결하며 인도주의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를 카타르 은행을 통해 이란에 제공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60억 달러 하마스 유입설’에 이어 이란의 전쟁 지원 가능성이 커지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재동결 결정을 내리며 이란을 압박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의 압박에도 전쟁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고위인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하마스 대표부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지하드(PIJ)도 참석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그는 참석자들에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과 전쟁범죄, 봉쇄 조치가 계속된다면 새로운 전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확전 가능성을 거론했다. 직후 취재진을 만나서는 “나머지 ‘축’의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성향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3
    • 좋아요
    • 코멘트
  • “하마스, 집에 불지른뒤 나오는 주민 사살” 학살 증언 쏟아져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접경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하마스가 자행한 민간인 살상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탈환한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총에 맞거나 불에 탄 채 숨져 있는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됐다. 일부 생존자들은 키부츠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이 주택에 불을 지른 뒤 불길과 연기를 피해 집 밖으로 빠져나오는 민간인들을 무차별 사살했다고 CNN에 전했다. 참수당한 영유아 시신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신들 참혹해 아이들 눈 가려”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최대 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크파르아자 키부츠 현장 수습 작업에 참여한 이스라엘 구조대원들은 이날 미 CBS방송에 “눈길이 가는 어디에든 살해된 주민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민간 구조단체인 자카의 남부지역 책임자 요시 란다우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참수당한 어린이들을 눈으로 봤다”고 했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 리비 와이스 소령도 “곳곳에서 도살된 사람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아기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수된 아이들을 봤고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다”고 CBS에 말했다. 8세 딸을 잃은 키부츠 주민 톰 핸드는 CNN에 “이곳에서 폭격 경보는 흔한 일이라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총소리가 들린 뒤에야 친구 집에 놀러 갔던 딸을 데려오기에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다”며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토로했다. 그는 얼마 전 부인이 암으로 사망한 뒤 홀로 딸을 키워 왔다. 또 다른 생존자 로탄은 “이스라엘군 기지가 불과 몇 분 거리에 있어 야구방망이로 문고리를 고정한 채 구출되기를 기다렸다. 음식도 물도 없이 20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면서 “농장을 탈출할 때 이웃들과 군인들의 시신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 아이들의 눈을 가려야 했다”고 말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10대 소년 앞에서 부모를 총으로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1일 미 ABC 뉴스에 따르면 하마스는 7일 키부츠의 한 주택에서 로템 마티아스(16)의 부모를 살해했다. 마티아스는 “괴한들이 집에 들이닥쳐 부모님에게 총격을 가했다. 아빠는 ‘팔을 잃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고, 엄마는 내 위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며 “시신이 된 엄마 밑에서 30분간이나 죽은 척을 했다”고 말했다. ● ‘민간인 대학살’ 지상군 투입 명분 될 수도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참혹한 대학살을 자행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TV 연설에서 “우리는 짐승, 야만인들을 봤다”며 “세계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말살한 것처럼 우리는 하마스를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일부 야권과 전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내각을 새로 꾸리는 등 내부 결집에 나섰다. 하마스는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방 매체들은 팔레스타인 저항군이 어린이 참수와 여성 성폭행에 연루됐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인한 잔혹한 범죄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이어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 150명 가운데 여성과 두 자녀 등 3명을 석방했다면서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자 이스라엘 매체들은 해당 영상이 이번 공격 전에 촬영된 거짓 영상이라고 일축했다.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으로 인한 참상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하마스는 “거짓 정보”라고 맞받아치며 양측은 국제사회를 향해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간의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민간인 대학살이 공식화될 경우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을 고문하고 총살한 ‘부차 대학살’이 확인되면서 국제사회가 ‘반(反)러시아’ 전선으로 더욱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미 CBS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날 오전 하마스 정예군인 누크바 지휘 본부를 공습했다. 방위군 대변인인 리처드 헤흐트 중령은 “누크바군은 이스라엘 시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적인 테러 행위를 수행하는 주요 세력 중 하나”라고 밝혔다. CNN은 “하마스의 잔학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수백 건의 공습을 가해 주민들을 고립시켰고, 식량과 전기를 끊었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마스, 집에 불지른뒤 나오는 주민 사살” 학살 증언 쏟아져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접경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하마스가 자행한 민간인 살상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탈환한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총에 맞거나 불에 탄 채 숨져 있는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됐다. 일부 생존자들은 키부츠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이 주택에 불을 지른 뒤 불길과 연기를 피해 집 밖으로 빠져나오는 민간인들을 무차별 사살했다고 CNN에 전했다. 참수당한 영유아 시신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신들 참혹해 아이들 눈 가려”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최대 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크파르 아자 키부츠 현장 수습 작업에 참여한 이스라엘 구조대원들은 이날 미 CBS 방송에 “눈길이 가는 어디에서든 살해된 주민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민간 구조단체인 자카의 남부지역 책임자 요시 란다우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참수당한 아이들과 어린이들을 눈으로 봤다”고 했다. 이스라엔 방위군 대변인 리비 웨스 소령도 “곳곳에서 도살된 사람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아기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수된 아이들을 봤고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다”고 CBS에 말했다.8살 딸을 잃은 키부츠 주민 톰 핸드는 CNN에 “이곳에서 폭격 경보는 흔한 일이라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총소리가 들린 뒤에야 친구 집에 놀러갔던 딸을 데려오기에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다“며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토로했다. 그는 얼마 전 부인이 암으로 사망한 뒤 홀로 딸을 키워왔다.또 다른 생존자 로탄은 “이스라엘군 기지가 불과 몇 분 거리에 있어 야구방망이로 문고리를 고정한 채 구출되기를 기다렸다. 음식도 물도 없이 20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면서 “농장을 탈출할 때 이웃들과 군인들의 시신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 아이들의 눈을 가려야 했다”고 말했다.하마스 대원들이 10대 소년 앞에서 부모를 총으로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1일 미 ABC 뉴스에 따르면 하마스는 7일 키부츠의 한 주택에서 로템 마티아스(16)의 부모를 살해했다. 로템은 “괴한들이 집에 들이닥쳐 부모님에게 총격을 가했다. 아빠는 ‘팔을 잃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고, 엄마는 내 위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며 “시신이 된 엄마 밑에서 30분간이나 죽은 척을 했다”고 말했다. ● ‘민간인 대학살’ 지상군 투입 명분될 수도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참혹한 대학살을 자행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TV 연설에서 “우리는 짐승, 야만인들을 봤다”며 “세계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말살한 것처럼 우리는 하마스를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일부 야권과 전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내각을 새로 꾸리는 등 내부 결집에 나섰다.하마스는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방 매체들은 팔레스타인 저항군이 어린이 참수와 여성 성폭행에 연루됐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인한 잔혹한 범죄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이어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 150명 가운데 여성과 두 자녀 등 3명을 석방했다면서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자 이스라엘 매체들은 해당 영상이 이번 공격 전에 촬영된 거짓 영상이라고 일축했다.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으로 인한 참상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하마스는 “거짓 정보”라고 맞받아치며 양측은 국제사회를 향해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간의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민간인 대학살이 공식화될 경우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을 고문하고 총살한 ‘부차 대학살’이 확인되면서 국제사회가 ‘반(反)러시아’ 전선으로 더욱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미 CBS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날 오전 하마스 정예군인 누크바 지휘 본부를 공습했다. 방위군 대변인인 리처드 헤흐트 중령은 “누크바군은 이스라엘 시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적인 테러 행위를 수행하는 주요 세력 중 하나”라고 밝혔다. CNN은 “하마스의 잔학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수백 건의 공습을 가해 주민들을 고립시켰고, 식량과 전기를 끊었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2
    • 좋아요
    • 코멘트
  • 美 “이란, 하마스와 공모 증거 나오면 풀어준 돈 재동결”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이란에 풀어준 자금을 다시 동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비롯해 야당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했다고 주장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카타르 은행에 보관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약 8조 원)에 대해 “언제든지 다시 동결할 수 있다”며 “(이란과 하마스가 공모했다면) 재동결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로 확인될 경우 ‘대응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정보당국이 하마스의 이번 기습 공격에 이란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CNN 방송은 같은 날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 정보당국은 이란의 개입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광범위한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방첩당국도 나섰다”고 전했다. 앞서 커비 조정관은 8일 CNN 인터뷰에서 “이란이 하마스 공격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과 미국인 수감자 교환 협상을 타결하며 인도주의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를 카타르 은행을 통해 이란에 제공하도록 결정했다. 커비 조정관은 10일 폭스뉴스에 “해당 자금은 단 한 푼도 아직 이란 정권으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60억 달러 하마스 유입설’을 주장하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일 “정말 약한 지도자(바이든) 탓에 우리(미국)가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며 이란 동결 자금 해제를 비판했다. 마이크 브라운 상원의원은 10일 X(옛 트위터)에 “이란은 60억 달러로 하마스의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을 계획, 실행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했다”고 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과 공화당 상원의원 20명은 9일 백악관에 해당 자금 동결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공화 “이란에 풀어준 돈, 하마스 유입”… 백악관 “재동결 가능”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이란에 풀어준 자금을 다시 동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비롯해 야당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했다고 주장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카타르 은행에 보관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약 8조 원)에 대해 “언제든지 다시 동결할 수 있다”며 “재동결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로 확인될 경우 ‘대응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정보당국이 하마스의 이번 기습 공격에 이란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CNN 방송은 10일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 정보당국은 이란의 개입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광범위한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방첩 당국도 나섰다”고 전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앞서 8일 CNN 인터뷰에서 “이란이 하마스 공격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과 미국인 수감자 교환 협상을 타결하며 인도주의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를 카타르 은행을 통해 이란에 제공하도록 결정했다. 커비 조정관은 10일 폭스뉴스에 “해당 자금의 단 한 푼도 아직 이란 정권으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60억 달러 하마스 유입설’을 주장하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일 “정말 약한 지도자(바이든) 탓에 우리(미국)가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며 이란 동결 자금 해제를 비판했다. 마이크 브라운 상원의원은 10일 X(옛 트위터)에 “이란은 60억 달러로 하마스의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을 계획, 실행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했다”고 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과 공화당 상원의원 20명은 9일 백악관에 해당 자금 동결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1
    • 좋아요
    • 코멘트
  • 나토 빅5 “이스라엘 지지” 밝혔지만… 美 무기지원, EU는 관망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촉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동전쟁에 서방 국가들이 미묘하게 이견을 보이며 엇갈리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빅5’ 국가는 이스라엘에 대한 원칙적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무기 지원을 두고는 미국과 유럽이 온도차를 나타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원금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돌연 이를 철회하는 등 분열하는 조짐도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한목소리를 냈던 서방 진영이 이번 전쟁에는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데 국제사회의 구심점이 돼야 할 유엔마저 즉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이스라엘 지원에 미-EU ‘온도차’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은 9일(현지 시간) 전화 회의를 한 뒤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없으며 규탄 받아야 한다”며 “만행으로부터 자국과 국민을 보호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 무기 지원 등을 두고 미국과 유럽은 온도차를 보였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군수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 중부사령부를 포함해 이스라엘에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는 무기와 군수품 재고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미국인이 최소 11명 사망했다”며 “나는 우리 팀에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인질 위기의 모든 면에 대응해서 협력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유럽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주EU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유럽의 지원을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EU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올리버 바르헬리 EU 위원은 9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6억9100만 유로(약 9859억 원)의 지원금 지급 여부를 검토하며 모든 지급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EU는 이날 늦은 밤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원의 조정 여부를 동등하게 검토할 것이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된다”고 지급 중단 철회를 공식화했다. 프랑스 역시 10일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지원을 중단하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극성의 새 시대… 美, 지배세력 아냐”EU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달리 이번 충돌을 두고 삐걱거리는 이유는 회원국 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자치권 수호 운동에 대한 지지가 미국보다 유럽 국가에서 높은 편이라 각 정권에서 여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영국 여론조사 기업 유고브가 올 7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유럽인들이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한 축인 EU가 분열되는 와중에 유엔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9일 성명을 통해 “즉각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을 석방하라”고 하마스에 촉구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발표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협의에서 참가국들은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민간인에 대한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부대사는 회의 직후 “분명한 것은 모두가 하마스를 규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규탄을 안 한 게) 누군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쟁에 대해 “다극성이란 새로운 질서로 전환되는 가운데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지배적 세력이 아니다”라고 평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마스 “폭격땐 인질 처형”… 이 “가자 진입 불가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은 전방위 보복을 선언하며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공격해 올 때마다 납치한 인질들을 1명씩 처형하겠다며 ‘인간 방패’ 전술을 실행할 태세여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9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하마스의 행태는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같다. 하마스는 가혹하고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고 미국 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부에 대한 암살 작전에 곧 착수할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10일 기준 이스라엘에선 최소 900명이 사망하고 24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7일 기습 침투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약 150명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어 생사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도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부상을 당해 양측 사망자가 16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마스는 인질 살해 협박으로 맞서고 있다.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우리 민간인을 공격할 때마다 붙잡고 있는 인질 중 한 명을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극단적인 보복전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등 서방 내에서도 단일대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빅5’ 국가 정상들은 9일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회원국이 입장 차를 드러내자 몇 시간 만에 철회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유엔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도 우려된다”는 양비론 속에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도출에 실패했다.하마스 “폭격에 인질 4명 사망”… 이 “하마스 지휘부 제거할것”보복전 치닫는 이-팔 전쟁하마스, 인질 ‘인간 방패’ 내세워 위협… 이 “인간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어”가자지구 봉쇄… “전기-식량 없을 것”지상전 초읽기… 민간인 희생 등 부담 “하마스와의 대결은 문명과 야만의 대결이다. 문명 세계가 이슬람국가(IS)를 패배시킨 것처럼 하마스를 패배시킬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인질을 한 명씩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최소 900명의 자국민이 숨진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힘으로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며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공격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과 함께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방위로 포위하고 있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끌고 온 민간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하마스 지휘부 제거 작전 착수”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현재 양측의 사망자는 1700명에 육박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하아레츠는 이스라엘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숨지고 24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침투한 가자지구 접경지를 장악하고 남부지역 통제권을 거의 회복했다”면서 민간인 사망자와 별도로 하마스 무장대원의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도 크게 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대대적인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서방이 (테러단체) IS에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의 지도부와 전투원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고사 작전’도 시작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2007년부터 생필품과 의약품 반입이 제한된 가자지구에 전기, 식량, 연료 공급이 추가로 제한되면 주민 약 237만 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주민 약 12만 명이 이미 피란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지상군 투입” 공언해도 걸림돌 많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대한 ‘끝장 보복’을 선언한 만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 작전 계획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실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우선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약 150명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헤흐트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이날 “인질을 죽인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리한 작전으로 인질들이 연이어 살해될 경우 국내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라 19세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인질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영상 분석을 토대로 이스라엘인 4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규모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데다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틈에 깊숙이 숨어 있어 공격 대상을 식별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2014년 병력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파견해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팔레스타인인 2000여 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 지상전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쟁에 일부 참전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두 단체를 후원하는 이란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