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금메달리스트 반효진(17·대구체육고·사진)이 올림픽 이후 첫 국내 대회에서 3위를 했다. 반효진은 16일 강원 춘천시 춘천공공사격장에서 열린 2024 춘천시장배 전국사격대회 여자 고등부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228.2점을 쏴 3위를 기록했다. 이 종목에선 구예담(서울체육고)이 249.6점으로 1위, 조예은(경북체육고)이 249.2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반효진은 이날 본선에서는 대회 신기록(629.6점)을 작성했지만, 결선에서는 막판 선두 경쟁에서 밀려 우승에 실패했다. 그 대신 반효진은 곽다혜, 노기령, 박계은 등 대구체육고 동료들과 함께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1875.8점을 합작해 우승을 차지했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 나이가 가장 어렸던 반효진은 지난달 29일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개인전)에서 황위팅(중국)과 한 발로 승부를 결정짓는 슛오프를 벌인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슛오프에서 10.4점을 쏜 반효진은 황위팅(10.3점)을 0.1점 앞서 한국의 여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당시 16세 10개월 18일)가 됐다. 또한 반효진은 한국의 여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축구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유럽 프로축구 리그 2024∼2025시즌의 막이 올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16일 오전 2시에 열린 애슬레틱 클럽(빌바오)과 헤타페의 경기로 유럽 축구 5대 리그 중 가장 먼저 시즌을 시작했다. 유럽 5대 리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톱5’(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를 뜻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프랑스 리그1은 17일, 이탈리아 세리에A는 18일에 시즌 첫 경기가 열린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24일 개막한다. EPL에서 10번째 시즌을 맞는 손흥민(32·토트넘)은 리그 공격 포인트(골+도움) ‘200 고지’에 도전한다. 손흥민은 2015∼2016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에서만 9시즌을 뛰며 EPL 통산 공격 포인트 182개(120골 62도움)를 기록했다. 스포츠 통계 사이트 ‘스탯뮤즈’ 등에 따르면 EPL 통산 공격 포인트가 200개 이상인 선수는 앨런 시어러(1위·324개·은퇴)와 웨인 루니(2위·311개·은퇴) 등 12명뿐이다. 공격 포인트가 200개 미만인 현역 프리미어리거 중엔 첼시의 래힘 스털링(16위·186개)의 순위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손흥민(18위)이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9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도전하는데 지난 시즌(17골·득점 8위)과 같은 득점력을 유지하면 스털링(지난 시즌 8골)보다 빠르게 공격 포인트 200개를 달성할 수도 있다. 20일 레스터시티와의 방문경기로 시즌을 시작하는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는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느껴 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PL 울버햄프턴의 황희찬(28)은 두 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도전한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리그 12골로 득점 공동 15위를 했다. 2021∼2022시즌부터 EPL에서 뛴 황희찬이 10골 이상을 넣은 건 지난 시즌이 처음이다. 황희찬이 이번 시즌 득점 톱10에 진입하려면 꾸준히 득점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축구 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황희찬은 최근 두 시즌 동안 여섯 번 팀 전력에서 이탈했는데, 이 중 세 번이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 때문이었다. 울버햄프턴의 시즌 첫 경기는 17일 아스널전이다.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이강인(23)은 17일 르아브르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리그 23경기에 출전해 3골 4도움으로 PSG의 리그 3연패를 도왔다. 리그1 최강팀 PSG는 여섯 차례 득점왕에 올랐던 킬리안 음바페(26)가 6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해 공격진의 무게감이 떨어진 상태다. PSG는 음바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공격 자원 추가 영입을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강인은 측면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 김민재(28)는 명예 회복에 나선다. 지난 시즌 초반 주전으로 뛰었던 김민재는 아시안컵을 다녀온 2월부터 벤치로 밀려났다. 지난 시즌 리그 12연패 달성에 실패한 ‘분데스리가의 거함’ 뮌헨은 토마스 투헬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고 수비수 출신인 뱅상 콩파니 감독을 영입했다. 김민재의 입지에도 변화가 생겼다.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인 콩파니 감독은 “김민재는 현역 시절의 나와 수비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목표는 우선 주전 자리를 꿰차는 것”이라고 말했다. 뮌헨은 25일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첫 경기를 치른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FC바르셀로나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공격수를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의 질주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14일 2024~2025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의 우승 경쟁 구도를 이렇게 전망했다. 라리가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톱5’(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 중 가장 빠른 16일(한국 시간)에 새 시즌을 시작한다. 레알 마드리드(레알)는 2023~2024시즌에 라리가 역대 최다인 36번째 우승을 달성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ESPN이 ‘치명적인 공격수’로 언급한 선수는 레알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킬리안 음바페다. 음바페는 20세였던 2018년에 프랑스를 러시아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으며 ‘차세대 황제’로 떠오른 선수다. 발이 빠르고 슈팅 능력이 뛰어난 음바페는 지난 시즌까지 프랑스 리그1에서 6차례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 라리가에서 34골을 합작한 주드 벨링엄(19골)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15골)에 음바페까지 합류한 레알은 리그 최강의 공격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레알의 라이벌 FC바르셀로나(바르사)는 ‘떠오르는 별’인 17세 라민 야말을 앞세워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바르사는 역대 라리가 우승 횟수에서 2위(27회)다. 지난해 바르사 구단 역대 최연소(15세 290일)로 라리가에 데뷔한 야말은 지난 시즌 리그 37경기에 출전(5골 5도움)하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지난달 야말은 스페인 국가대표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 출전해 대회 최연소 도움(16세 338일)과 최연소 득점(16세 362일) 등 여러 기록을 갈아 치웠다. 1골 4도움으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야말은 22세 이하 중 최고 활약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는 ‘영플레이어 오브 더 토너먼트’ 상을 받았다.‘엘 클라시코’(고전의 승부라는 뜻으로 바르사와 레알의 맞대결을 의미)를 펼치는 레알과 바르사는 라리가 최고 라이벌이다. 양 팀의간판 공격수인 음바페와 야말이 각각 레알과 바르사 소속으로 치열하게 맞붙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와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처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라리가 맞대결에서는 메시가 10승 4무 4패로 호날두를 앞섰다. 음바페는 어린 시절부터 호날두가 자신의 우상이라고 밝혀왔다. 그는 6월 레알 입단이 확정된 뒤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어린 시절 레알 구단을 방문했을 때 호날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야말의 우상은 메시다. 2007년 바르사 소속이던 메시가 생후 2개월 된 야말을 목욕시키는 사진이 최근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지역 주민과 함께 달력에 실을 사진을 찍었는데 우연찮게 메시와 야말이 연결됐다.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맨체스터시티(맨시티)가 리그 5연패에 도전한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리그 정상에 등극하면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136년 역사상 처음으로 4연패를 달성했다. 최근 7시즌 동안 6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맨시티는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지난 시즌 27골)과 ‘특급 도우미’ 케닌 더브라위너(지난 시즌 10도움) 등 주축 선수들이 건재해 이번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 승점 89점을 쌓고도 맨시티(승점 91점)에 밀려 2위에 그친 아스널과 사령탑 교체를 비롯해 팀 개편에 나선 리버풀(지난 시즌 3위)이 맨시티를 견제할 팀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20일 레스터시티와의 방문 경기로 2024~2025시즌을 시작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솔란케가 우리 팀과 계약한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영국 매체 ‘더 스탠더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32)이 공격수 도미닉 솔란케(27·잉글랜드)가 팀에 합류한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13일 보도했다. 토트넘은 10일 솔란케와 2030년까지 계약했다고 알렸다. 솔란케는 201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4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의 이 대회 첫 우승을 이끌었던 선수다. 당시 ‘골든볼’을 수상한 솔란케는 잉글랜드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EPL 본머스에서 기량이 만개한 솔란케는 리그에서 19골을 넣어 득점 공동 4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6골을 몰아 넣어 본머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EPL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리그 17골로 득점 8위를 했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31)이 지난해 8월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한 뒤부터 마땅한 적임자가 없었던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솔란케에게 맡길 계획이다. 지난 시즌엔 손흥민이 케인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 포지션인 측면 대신 최전방에서 뛰기도 했다. 솔란케의 이적료는 토트넘 구단 역사상 최고인 6500만 파운드(약 1138억 원)로 알려졌다. 솔란케는 연계 플레이와 전방 압박이 뛰어난 선수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솔란케의 부지런한 움직임은 손흥민 등 측면 공격수들의 효율적 침투를 도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솔란케는 손흥민과 함께 뛰게 된 것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토트넘 홈페이지를 통해 “환상적 선수인 손흥민 등 팀원들과 함께 위대한 성과를 거두고 싶다”고 밝혔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손-케 콤비’로 활약했던 케인은 솔란케가 토트넘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흥민과 케인은 8시즌 동안 EPL 역대 최다인 47골(손흥민 24골, 케인 23골)을 합작했다. 케인은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활력이 넘치고 스피드가 좋은 솔란케의 장점이 토트넘의 전술과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20일 레스터시티와의 방문경기로 EPL 2024∼2025시즌을 시작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솔란케가 우리 팀과 계약한 건 정말 멋진 일이다.”영국 매체 ‘더 스탠더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32)이 최근 팀이 도미닉 솔란케(27)를 영입한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잉글랜드 국적의 공격수 솔란케는 토트넘이 10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2030년까지 계약했다고 발표한 선수다.지난 시즌 EPL 본머스에서 뛴 솔란케는 리그 38경기에서 19골을 넣어 개인 득점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6골을 몰아넣어 본머스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개인 통산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리그에서 17골(35경기)을 넣어 개인 득점 8위에 자리했다. 솔란케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우승할 당시 골든볼(최우수선수)을 수상한 선수가 솔란케다. 당시 솔란케는 4골을 터뜨려 잉글랜드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당시 잉글랜드는 솔란케의 활약에 힘입어 20세 이하 월드컵 첫 우승이자, FIFA 주관대회 사상 51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지난해 8월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31)이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한 뒤부터 대체 공격수를 찾아온 토트넘은 본머스에서 탁월한 득점력을 뽐낸 솔란케를 영입해 공격진 강화에 성공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솔란케의 이적료는 6500만 파운드(약 1138억 원)으로 토트넘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다.솔란케는 측면 공격수들과의 연계 플레이와 전방 압박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디 애슬레틱은 “솔란케가 최전방에서 보여주는 부지런한 움직임은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측면 자원들의 효율적인 침투를 도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케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전방 공격수로 뛰기도 했다. 하지만 2024~2025시즌엔 최전방 공격수 솔란케가 합류함에 따라 주 포지션인 측면에서 공격 작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솔란케는 토트넘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은 환상적인 선수다.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손-케 콤비’로 불렸던 케인도 솔란케가 토트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인은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솔란케는 훌륭한 선수”라면서 “스피드가 뛰어난 그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의 전술과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EPL 2024~2025시즌이 17일 개막하는 가운데 토트넘은 20일 레스터시티와의 원정 경기로 시즌을 시작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국이 파리 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여자 농구 결승전에서 1점 차 승리로 금메달을 추가해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미국은 12일 끝난 파리 올림픽에서 금 40개, 은 44개, 동메달 42개로 중국(2위·금 40개, 은 27개, 동메달 24개)을 제치고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두 나라의 금메달 개수는 같지만, 은메달이 더 많은 미국이 1위가 됐다. 미국은 전체 메달 수로 순위를 매겨도 1위(126개)다. 미국은 2위 중국(91개)보다 메달이 35개 많다. 이로써 미국은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여름올림픽 4회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중국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대회 마지막 날까지 종합 1위 경쟁을 벌였다. 당시 미국(금 39개, 은 41개, 동메달 33개)이 중국(금 38개, 은 32개, 동메달 19개)보다 금메달 1개가 더 많았다. 미국은 파리 올림픽의 모든 종목 중 결승전이 마지막으로 열린 여자 농구에서 우승하면서 뒤집기로 1위에 올랐다. 미국과 안방팀 프랑스가 맞붙은 여자 농구 결승전은 11일 오후 10시 30분(한국 시간)에 시작했다. 이 경기 전까지 미국은 종합 순위에서 중국보다 금메달이 1개 적은 2위였다. 미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올림픽 7연패를 달성한 여자 농구 최강국이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았다.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 미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동메달 결정전 승리부터 시작된 연승 행진을 60경기로 늘리며 이번 대회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은 결승전 경기 초반에 프랑스의 끈적한 수비에 막혀 실책(19개)을 쏟아내는 등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프랑스에 외곽포(3점슛 7개)를 잇따라 허용하면서 3쿼터에 10점이 뒤지기도 했다. 미국은 4쿼터 들어 장신 센터 에이자 윌슨(193cm·21득점)을 중심으로 한 골밑 공격이 살아나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4쿼터 종료를 3초 남기고 67-64로 프랑스에 3점이 앞섰다. 마지막 공격에 나선 프랑스는 개비 윌리엄스(19득점)가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는 동시에 슛을 성공시켰는데, 3점 라인을 밟는 바람에 2점으로 기록됐다. 67-66으로 1점 차 승리를 거둔 미국은 61연승을 달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여자 농구의 값진 기록과 함께 미국을 올림픽 1위로 이끈 금메달”이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미국 여자 농구 대표팀은 남자 농구 대표팀 ‘드림팀’도 해내지 못한 올림픽 8연패를 달성했다.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1936년 베를린 대회부터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까지 7연패를 기록한 적이 있다. 올해 42세인 미국 여자 농구 대표팀 가드 다이애나 터라시는 올림픽 남녀 농구를 통틀어 가장 많은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터라시는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20년 동안 미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나섰다. 그는 “우리는 강한 의지로 프랑스를 꺾었다”면서 “20년 동안 올림픽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룰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터라시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28년에는 해변에서 예전 대표팀 동료와 맥주를 마시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슛도사’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의 신들린 3점슛을 앞세워 올림픽 5연패를 달성했다. 미국은 11일 프랑스 파리의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안방 팀 프랑스와의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98-87로 이겼다. 이로써 미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이자 통산 17번째 남자 농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은 3쿼터에 프랑스를 14점 앞서기도 했지만 4쿼터 들어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추격을 허용했다. 미국은 4쿼터 종료 3분 4초를 남기고 3점 차까지 따라잡혔다. 상대의 거센 추격에 찬물을 끼얹은 미국의 해결사는 커리였다. 이때부터 커리는 3점슛 4개를 시도해 모두 림에 적중시키며 미국의 리드를 지켜냈다. 미국프로농구(NBA) 통산 최다 3점슛 기록(3747개)을 보유한 커리는 이날 3점슛 8개(성공률 67%)로 팀 내 최다인 24점을 올렸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커리가 뜨거운 3점슛으로 미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오늘은 커리의 세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생애 처음으로 참가한 올림픽에서 우승 주역이 된 커리는 “간절히 원했던 금메달을 목에 걸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FIBA는 이번 올림픽 남자 농구 최우수선수(MVP)로 미국의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한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를 선정했다. 올해 40세인 제임스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도움(8.5개)과 리바운드(6.8개)는 팀 내 1위를, 득점(14.2점)은 2위를 기록했다. 개인 통산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딴 제임스는 경기 후 올림픽에 더는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뛰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올림픽 결승에서 미국을 네 번 만나 모두 패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대회 5연패를 노리는 미국과 첫 우승에 도전하는 안방 팀 프랑스가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미국프로농구(NBA) 특급 스타들로 구성된 ‘드림팀’ 미국은 9일 세르비아와의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준결승에서 95-91로 진땀승을 거뒀다. 외곽 수비에 어려움을 겪은 미국은 2쿼터 한때 세르비아에 17점 차까지 뒤졌다. 외곽포가 불을 뿜은 세르비아(3점슛 15개 성공)는 3쿼터까지 미국을 13점 앞섰다. 하지만 미국은 4쿼터에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의 골밑 돌파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의 3점포를 앞세워 전세를 뒤집었다. 제임스는 16득점 12리바운드 10도움으로 트리플 더블을 작성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도 트리플 더블을 한 차례 기록한 제임스는 올림픽 농구 최초로 트리플 더블을 두 차례 작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대회 내내 부진했던 ‘3점슛 도사’ 커리는 이날 3점슛 9개를 성공시키는 등 슛 감각을 완벽히 되찾았다. 커리는 앞선 4경기 총득점(29점)보다 많은 36점을 넣었다. 프랑스는 준결승에서 독일을 73-69로 꺾었다. 프랑스와 미국의 결승전은 11일 열린다. 2021년 도쿄 대회 결승전(87-82·미국 승) 이후 3년 만의 리턴 매치다. 프랑스 남자 농구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세 차례 기록한 은메달(1948년 런던, 2000년 시드니, 2021년 도쿄)이다. 프랑스는 2023∼2024시즌 NBA 신인왕 빅토르 웸반야마(샌안토니오)의 합류로 3년 전보다 전력이 강해졌다. NBA 현역 선수 최장신(222cm)인 웸반야마는 이번 올림픽에서 평균 득점(13.8점)과 리바운드(10.2개), 도움(3.6개) 모두 팀 내 1위다. 준결승에서 목에 상처가 생겨 피를 흘렸던 웸반야마는 “금메달을 위해서라면 코트 위에 얼마든지 피를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수질 논란 속에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마라톤 수영 남자부 경기에서 헝가리의 러쇼브스키 크리슈토프(27·사진)가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이번 올림픽에서 센강을 경기장으로 활용한 모든 경기가 종료됐다. 러쇼브스키는 9일 열린 마라톤 수영 남자부 경기에서 1시간50분52초70을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마라톤 수영은 센강에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알마 다리 구간을 10km 헤엄치는 코스였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던 러쇼브스키는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초 이 경기는 31명이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경기를 앞두고 빅토르 요한손(26·스웨덴)과 아흐메드 자우아디(19·튀니지)가 기권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요한손은 센강에서 수영을 하는 게 건강에 좋지 않다며 출전을 포기했다. 그는 스웨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건 센강에서 수영을 한 뒤 병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센강은 산업화에 따른 수질 오염으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14억 유로(약 2조1000억 원)를 들여 수질을 개선했으나 대회 내내 오염 논란에 휩싸였다.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은 센강의 박테리아 수치가 치솟아 남자 개인전이 하루 연기되기도 했다. 벨기에는 트라이애슬론 혼성 계주 경기를 앞두고 선수 건강 문제로 기권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무적(無敵)’의 일본 여자 레슬링 선수 스사키 유이(25)를 꺾는 등 대이변을 일으켰던 비네시 포갓(30·인도)이 몸무게 100g을 줄이지 못해 올림픽 메달을 놓쳤다. 포갓은 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레슬링 여자 자유형 50kg급 첫 경기(16강전)에서 스사키를 3-2로 물리쳤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이 경기 결과를 다루면서 “챔피언을 충격에 빠뜨린 놀라운 승리”라고 전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스사키가 시니어 레벨 국제 대회에서 패한 건 이날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스사키는 이 경기 전까지 외국 선수를 상대로 94연승, 국제 대회 24연속 우승을 기록 중이었다. 반면 올림픽에 2번 출전했던 포갓의 최고 성적은 도쿄 대회 9위(자유형 53kg급)였다. 일본 스포츠 매체들은 스사키의 충격적 패배를 “파리의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포갓은 인도의 유명한 레슬링 집안 출신이다. 그는 2010년 영국 연방 대회 레슬링에서 인도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딴 기타 포갓(36)의 사촌이다. 인도 여자 레슬링 국가대표를 다수 배출한 포갓 가문의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포갓이 같은 날 열린 준결승에서 유스네일리스 구스만(28·쿠바)을 5-0으로 누르고 인도 여자 레슬링 선수 최초로 결승에 오르자, 인도 누리꾼들은 “이번 올림픽 스토리도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며 환호했다. 인도는 직전 도쿄 대회까지 올림픽 레슬링에서 7개 메달(은 2개, 동메달 5개)을 땄는데 금메달은 없었다. 올림픽 전 종목을 통틀어 인도 여성 선수가 금메달을 딴 적도 없다. 포갓의 역사적인 금메달의 꿈은 다음 날 계체량에서 물거품이 됐다. 포갓의 몸무게가 체급 기준에서 100g을 초과해 실격당한 것이다. 레슬링은 대회 기간 매일 아침 계체량이 이뤄지는데 포갓은 6일(16강전∼준결승)엔 계체량을 통과했지만, 결승을 앞둔 7일엔 체중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포갓은 전날 밤 체중이 기준을 2kg가량 넘은 걸 확인하고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밤새 애썼다. 그는 달리기와 줄넘기를 하고, 사우나에서 땀을 빼며 체중을 줄이려 했다. 그래도 체중 기준을 맞추지 못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피까지 뽑았지만 끝내 100g을 더 줄이지 못했다. 포갓은 세계레슬링연맹 규정에 따라 실격돼 대회 최하위로 기록됐다. 과거 자유형 53kg급에서 뛴 포갓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50kg급으로 체급을 낮췄는데 올림픽 예선을 치를 때도 체중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포갓의 실격으로 10억 개의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며 충격에 빠진 인도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도의 인구는 약 14억5000만 명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X(옛 트위터)에 “포갓은 챔피언 중의 챔피언”이라는 글을 남겼다. NYT에 따르면 인도 올림픽위원회는 모디 총리의 지시에 따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포갓의 실격에 대해 항소했다. 결승까지 올랐으니 실격당해도 은메달은 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체중을 급히 줄이느라 탈수 증세가 생겨 병원에 입원했던 포갓은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8일 자신의 X에 “나는 용기가 사라졌고 더는 힘이 없다. 굿바이, 레슬링 2001∼2024”라는 글을 남겼다. 포갓이 실격당한 자유형 50kg급 금메달은 미국의 세라 힐데브란트(31)가 차지했다. 스사키는 포갓의 실격으로 패자부활전 없이 곧바로 3위 결정전에 진출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쿠바 레슬링의 레전드 미하인 로페스(42)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 단일 종목 5연패를 달성한 뒤 고개를 숙여 매트에 입을 맞췄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마친 로페스는 레슬링화를 벗어 매트 위에 올려둔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매트 위에 내 인생의 일부이자 꿈을 남겨뒀다. 이제 이 꿈은 젊은 선수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장면을 두고 “레슬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커리어가 마무리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로페스는 7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kg급 결승에서 야스마니 아코스타(36·칠레)를 6-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로페스는 올림픽 개인 단일 종목 역대 최다인 5연패를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4연패로 로페스를 비롯해 칼 루이스(육상 멀리뛰기), 마이클 펠프스(수영 남자 개인 혼영 200m), 케이티 러데키(수영 여자 자유형 800m·이상 미국), 이초 가오리(일본·레슬링 여자 자유형 63kg급) 등이 갖고 있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과일 상자를 나르며 근력을 키운 로페스는 열 살 때 레슬링을 시작한 뒤부터 올림피안이 되는 게 목표였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쿠바 대표로 출전해 꿈을 이뤘지만, 8강전 패배로 5위에 그쳐 메달은 따지 못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120kg급에서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건 뒤부터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 16년간 올림픽 정상을 지켰다. 로페스가 출전하는 체급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130kg급으로 조정됐다. 로페스는 아테네 대회 8강전 패배 이후 이날 결승전까지 올림픽 22연승을 기록했다. 영국 가디언이 “로페스의 유일한 적은 거스를 수 없는 시간뿐이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로페스는 2021년 도쿄 대회 이후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했다. 로페스는 지난 3년간 국제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기 감각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여전한 힘과 기술로 왕좌를 지켜냈다. 로페스는 16강에서 한국 국가대표 이승찬(29)을 7-0으로 눌렀다. 최대 고비로 꼽힌 8강전에서는 자신보다 열여섯 살이 어린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아민 미르자자데(26·이란)를 3-1로 꺾었다. 로페스가 결승전에서 만난 아코스타는 과거에 9년간 훈련 파트너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다. 쿠바에서 태어난 아코스타는 자신의 체급 최강자인 로페스에게 밀려 번번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선수다. 이 때문에 아코스타는 2015년 쿠바를 떠나 칠레 국적을 얻었다. 로페스는 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를 상대로 한 수 위 기량을 보여주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코스타는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결승전 상대는 레슬링 전설이었다”면서 “친구이자 라이벌인 로페스에게 축하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록을 남기고 올림픽과 작별하게 된 로페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목에 건 5개의 금메달을 각각 하나의 단어로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베이징 대회 금메달은 청춘, 런던 대회는 초월, 리우 대회는 노력, 도쿄 대회는 희생”이라면서 “이번 파리 올림픽 금메달은 기쁨이다”라고 덧붙였다. 로페스는 “앞으로 젊은 세대를 교육하고 싶다”면서 은퇴 후 후배 양성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20세인 미국 여자 레슬링 선수 에이밋 엘러는 자국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엘러는 이날 레슬링 여자 자유형 68kg급 결승에서 메림 주마나자로바(25·키르기스스탄)를 3-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엘러는 이번 금메달로 2019년 이후 41연승을 이어갔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킹’ 르브론 제임스(40·LA 레이커스)의 미국과 ‘만능 센터’ 니콜라 요키치(29·덴버)의 세르비아가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올림픽 5연패이자 통산 17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7일 프랑스 파리의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122-87로 승리했다. 미국은 18점을 올린 데빈 부커(28·피닉스)를 비롯해 6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은 제임스가 12득점과 함께 도움 9개를 배달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와 파이널 최우수선수(MVP)로 각각 네 차례 뽑힌 제임스는 이번 대회 팀 내 득점 3위(평균 13.8점), 도움 1위(평균 7.8개)로 활약하고 있다. 제임스는 8강전을 마친 뒤 “4강 상대와의 최근 전적은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가 이런 말을 한 건 9일 결승 진출을 다툴 상대가 세르비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달 18일 열린 평가전(105-79)과 지난달 29일 올림픽 C조 조별리그 1차전(110-84)에서 세르비아에 모두 26점 차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미국전 이후 3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요키치를 중심으로 한 공격이 살아났다. 요키치는 NBA 정규리그 MVP를 세 차례 차지한 선수다. 요키치는 6일 호주와의 8강전에서 21득점 14리바운드 9도움으로 활약했다. 세르비아는 연장 승부 끝에 호주를 95-90으로 꺾고 8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올랐다. 또 다른 4강 대진에선 개최국 프랑스와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우승팀 독일이 맞붙는다. 프랑스는 2023∼2024시즌 NBA 신인왕으로 키가 222cm인 빅토르 웸반야마(20·샌안토니오)와 216cm인 뤼디 고베르(32·미네소타)를 앞세운 골밑 공격이 막강하다. 독일은 이번 대회 득점 4위(평균 20.8득점)에 올라 있는 프란츠 바그너(23·올랜도)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농구가 강점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쿠바의 전설적인 레슬링 선수 미하인 로페스(42)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 단일종목 5연패를 달성한 뒤 고개를 숙여 매트에 입을 맞췄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마친 로페스는레슬링화를 벗어 매트 위에 올려둔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매트 위에 내 인생의 일부이자, 꿈을 남겨뒀다. 이제 이 꿈은 젊은 선수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장면을 두고 “레슬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커리어가 마무리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로페스는 7일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kg급 결승에서 야스마니 아코스타(36·칠레)를 6-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로페스는 역대 올림픽 개인 단일종목 최다인 5연패를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4연패로 로페스를 비롯해 칼 루이스(육상 멀리 뛰기), 마이클 펠프스(수영 남자 개인혼영 200m), 케이티 러데키(수영 여자 자유형 800m·이상 미국), 이초 가오리(일본·레슬링 여자 자유형 63kg급) 등이 보유하고 있었다.어린 시절 동네에서 과일 상자를 나르며 근력을 키운 로페스는 10세 때 레슬링을 시작한 뒤부터 올림피안이 되는 게 목표였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쿠바 대표로 출전해 꿈을 이뤘지만, 8강전 패배로 5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120kg급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뒤부터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 16년간 올림픽 정상을 지켰다. 로페스가 출전하는 체급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130kg급으로 조정됐다. 로페스는 아테네 대회 8강 패배 이후 올림픽 22연승을 기록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영국 가디언이 “로페스의 유일한 적은 거스를 수 없는 시간뿐이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로페스는 2021년 도쿄 대회 이후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했다. 로페스는 지난 3년간 국제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기 감각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여전한 힘과 기술을 선보이며 왕좌를 지켜냈다. 로페스는 16강에서 한국 국가대표 이승찬(29)을 7-0으로 완파했다. 최대 고비로 꼽힌 8강전에서는 자신보다 열여섯 살이 어린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아민 미르자자데(26·이란)를 3-1로 꺾었다. 로페스가 결승전에서 만난 아코스타는 과거에 9년간 훈련 파트너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다. 쿠바에서 태어난 아코스타는 자신의 체급 최강자인 로페스에게 밀려 번번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선수다. 이 때문에 아코스타는 2015년 쿠바를 떠나 칠레 국적을 획득했다. 로페스는 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를 상대로 한 수 위 기량을 뽐내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코스타는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결승전 상대는 레슬링 전설이었다”면서 “친구이자 라이벌인 로페스에게 축하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록 작성과 함께 올림픽과 작별하게 된 로페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목에 건 5개의 금메달을 각각 하나의 단어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베이징 대회 금메달은 청춘, 런던 대회는 초월, 리우 대회는 노력, 도쿄 대회는 희생”이라면서 “이번 파리 올림픽 금메달은 기쁨이다”라고 덧붙였다. 로페스는 “앞으로 젊은 세대를 교육하고 싶다”면서 은퇴 후 후배 양성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안세영(22)이 5일 28년 만의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한국에 안긴 직후 대표팀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앞으로 대표팀과는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고 한 폭탄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안세영은 발언 후 7시간 30분가량 지난 6일 오전 3시경(한국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누군가와 전쟁하듯 얘기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에 대한 보호와 관리, 권력보다는 소통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며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문화체육관광부가 안세영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히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는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날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직후 한국 취재진 앞에서 “내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고 완전히 나을 수 없었는데,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을 많이 했다”며 대표팀 이탈 의사를 드러냈다. 부상이 심한데 대표팀과 협회가 제대로 관리해 주지 않았다는 취지다. 안세영은 작년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도중 무릎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귀국 후 검진에서 2∼6주간 재활하면 코트에 복귀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쉽게 낫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다른 병원을 찾았고 이번엔 “짧은 시간 안에 좋아질 수 없고 올림픽 때까지는 통증을 관리하면서 안고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때부터 부상 관리를 두고 안세영과 협회 사이에 이견과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협회 측은 “우리는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안세영 선수가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입장이다. 충북 진천선수촌에 선수들의 부상 재활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는데 외부 의료기관 치료까지 지원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안세영은 지난달 12일 프랑스로 출국해 대한체육회가 현지에 마련한 사전 훈련캠프에서 훈련하던 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안세영은 한국에 있는 특정 한의사가 와서 진료해 주기를 원했고 협회는 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때만큼은 예외적으로 한의사가 프랑스로 직접 와 진료할 수 있도록 항공권과 숙박 비용까지 모두 지원했다. 협회는 한의사 수당까지 지원했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결승전이 끝난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쯔잉(대만)은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다니고 천위페이(중국)도 이번에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왔더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에겐 전담 트레이너가 없었던 데 대한 불만 표시인 것으로 보인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4명의 트레이너가 파리 현지까지 동행했다. 이 중 경기장까지 들어갈 수 있는 AD카드가 발급된 2명은 경기 일정이 끝날 때까지 파리에 남았다. AD카드가 없는 2명은 사전 훈련캠프 기간에만 선수들과 함께 머물다 귀국했다. 4명 중 특정 선수를 전담하는 트레이너는 없었다. 진천선수촌에서 안세영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한수정 트레이너(컨디셔닝 관리사)는 파리에 가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작년에 계약 기간 1년으로 공개 채용한 한 트레이너의 계약 기간이 6월 말로 끝났다. 파리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하자고 제안했는데 본인이 그만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파리로 출국하기 전날 같이 있던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안세영은 한 트레이너가 파리로 같이 가지 못하게 된 것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안세영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동안 한 트레이너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의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세영이 올 초 부상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올림픽 때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트레이너 선생님을 믿고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양궁 사격 펜싱 종목 선수 중 컨디션 관리를 위한 전담 트레이너를 둔 선수는 없다. 안세영은 5일 취재진 앞에서 “앞으로 대표팀과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고 하면서 “대표팀을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게 된다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는 말도 했다.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우선 국가대표로 뽑혀야 한다. 국가대표는 각 종목 경기단체가 대한체육회에 추천하고 체육회가 이를 승인해야 한다. 국가대표로 뽑히지 않으면 올림픽에 나갈 수 없는 구조다. 다만 배드민턴협회는 협회 규정으로 5년 이상 국가대표로 활동했을 경우 여자 선수는 만 27세, 남자 선수는 만 28세 이상이면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이 경우라도 올해 22세인 안세영은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올림픽 출전은 협회의 추천과는 별도로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끝날 것 같지 않던 미국의 통치 기간이 중국에 의해 막을 내렸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이변을 일으킨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혼계영 400m 결선 결과를 다루면서 이렇게 전했다. 5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혼계영 400m 결선에서 중국이 3분27초46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해 미국의 이 종목 11연패를 저지했다. 미국은 3분28초01로 2위를 했다. 혼계영 400m는 4명의 선수가 배영, 평영, 접영, 자유형 순으로 각자 100m를 헤엄쳐 순위를 가린다. 전 종목에 걸쳐 선수층이 두꺼운 미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남자 혼계영 400m 10연패를 했다. 이날 결선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진행 중인 올림픽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이었다. 미국은 남자 혼계영 400m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60년 로마 대회 이후 직전 도쿄 대회까지 출전한 모든 올림픽에서 이 종목 정상을 차지하며 15차례 우승했다.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으로 참가하지 않았던 1980년 모스크바 대회에선 호주가 금메달을 땄다. 중국은 올림픽 남자 혼계영 400m에서 미국을 꺾은 최초의 나라로 이름을 남겼다. 중국은 마지막 자유형 영자인 판잔러(20)가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판잔러가 입수할 때만 해도 중국은 프랑스, 미국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판잔러는 8명의 영자 중 제일 빠른 100m 구간 기록(45초92)으로 프랑스와 미국을 차례로 제치고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다. 판잔러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파리 올림픽의 모든 여정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판잔러는 이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그는 1일 자유형 100m 결선에선 세계 기록(46초40)을 세우며 아시아 선수로는 92년 만에 이 종목 챔피언이 됐다. 미국 선수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국의 접영 영자로 나섰던 케일럽 드레슬(28)은 “접전이었지만 중국이 더 빨랐다”면서 “우리는 언제나 금메달을 기대해 왔고, 앞으로도 목표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수영 여자 대표팀은 혼계영 400m에서 세계 기록(3분49초63)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록 행진이 중단된 미국과 달리 이번 올림픽에서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간 나라들도 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여자 대표팀이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했다.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36년간 한 번도 정상을 내주지 않으면서 ‘무적(無敵)’임을 입증했다. 중국은 여자 탁구 단식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천멍(30)을 앞세워 이 종목 10연패를 이어갔다. 여름올림픽 역대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은 미국이 갖고 있다. 미국은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16연패를 달성한 적이 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대회부터 제19회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까지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스코티 셰플러(28·미국)가 올림픽 무대까지 접수했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셰플러는 5일 프랑스 파리 인근 르 골프 나시오날(파71)에서 끝난 파리 올림픽 남자 골프에서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를 기록해 2위 토미 플리트우드(33·영국)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잰더 쇼플리(31)가 우승했던 미국은 올림픽 남자 골프를 2연패했다. 쇼플리는 이번 대회에서 공동 9위(12언더파)를 했다. 4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올 시즌 PGA투어 최다인 6승을 기록 중인 셰플러는 뒤집기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3라운드까지 쇼플리 등 선두 그룹에 네 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셰플러는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기록했다. 특히 후반 9개 홀에서 버디 6개를 몰아치며 선두로 뛰어오르는 뒷심을 보여줬다. 19언더파로 라운드를 먼저 마친 셰플러는 마지막 조에 속한 공동 선두 플리트우드가 17번홀(파4)에서 보기로 한 타를 잃어 단독 1위에 올랐다. 경기 내내 침착함을 유지했던 셰플러는 시상식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번 대회 미국 여자 체조팀의 금메달 시상식을 보면서 감동했는데, 나도 같은 장면의 주인공이 돼 특별했다”면서 “국기가 게양되는 가운데 국가를 부르는 건 정말 오랫동안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국가대표 김주형(22)은 8위(1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공동 11위를 한 안병훈(33)을 뛰어넘은 한국 남자 선수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대회를 마치고 눈물을 보인 김주형은 “올림픽에서 남자 골프 첫 메달을 따면 대한민국 골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라를 대표한다는 부담감을 이기며 대회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축구대표팀 주장)이 왜 그렇게 많이 우는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과거 월드컵, 올림픽 등에서 한국이 패한 뒤 아쉬움에 굵은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아 ‘울보’로 불린다. 8년 만에 올림픽에 나선 안병훈은 공동 24위(6언더파)를 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제가 금메달을 땄으니 세인트루시아에 새로운 육상 경기장이 만들어지겠죠?” 4일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100m에서 정상에 오른 줄리언 앨프리드(23·세인트루시아)는 조국의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한 뒤 이렇게 말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루시아는 인구가 18만 명에 불과하다. 이 나라에는 제대로 된 육상 시설이 없다. 낡은 스타디움은 수리가 이뤄지지 않아 훈련이 어렵다. 어린 시절 교복을 입은 채 맨발로 동네를 뛰어다녔던 앨프리드가 “오늘이 나와 조국에 모두 의미 있는 날”이라고 말한 이유다. 세인트루시아가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28년 만이다. 세계육상연맹은 홈페이지를 통해 “앨프리드가 폭풍 질주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전했다. 앨프리드는 이날 육상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72로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선에 오른 8명의 선수 중 개인 최고기록(10초78)이 세 번째로 좋았던 앨프리드는 ‘다크호스’로 평가받은 선수다. 이 종목은 올림픽 여자 100m 금메달 2개(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를 딴 자메이카의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38·개인 최고기록 10초60)와 2023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미국의 샤캐리 리처드슨(24·개인 최고기록 10초65)의 대결이 최대 관심사였다. 리처드슨은 2021년 도쿄 대회를 앞두고 약물 검사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돼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던 선수다. 하지만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준결선을 앞두고 기권했다. AP통신은 “기권 사유는 부상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리처드슨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앨프리드는 폭발적 스피드로 10m 이후 줄곧 1위를 지켜 개인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출발 반응 시간이 0.221초로 가장 느렸던 리처드슨은 앨프리드(0.144초)를 따라잡지 못해 10초87로 2위에 그쳤다. 앨프리드는 자메이카에서 육상을 배우고, 미국에서 기량이 만개한 선수다. 12세 때 아버지를 잃은 뒤 잠시 육상을 그만뒀던 그는 코치들의 권유로 다시 트랙으로 돌아왔다. 14세 때 자신의 우상인 남자 육상 전설 우사인 볼트(38·은퇴)의 나라 자메이카로 홀로 유학을 떠났다. 앨프리드는 “오늘 아침에도 볼트의 레이스 영상을 보며 자신감을 키웠다. 그러고는 노트에 ‘올림픽 챔피언은 나’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자메이카에서 3년간 유학을 마친 앨프리드는 이후 미국 텍사스대에 진학했는데, 2022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육상 100m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앨프리드의 금메달 획득 소식에 세인트루시아 수도 캐스트리스에선 축제가 벌어졌다. 국민들이 거리에 모여 춤을 추며 앨프리드의 이름을 외쳤다. 세인트루시아 정부는 앨프리드가 올림픽을 제패한 이날을 ‘주주(줄리언 앨프리드의 애칭)의 날’로 선포했다. 이날 육상 여자 세단뛰기에서는 인구가 7만 명에 불과한 도미니카연방의 시아 라폰드(30)가 15.02m를 뛰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역시 카리브해의 나라 도미니카연방도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올림픽에 참가한 뒤 사상 처음 메달을 획득했다. 도미니카연방은 역대 여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나라 중 산마리노(3만5000명) 버뮤다(6만5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가 적다. 라폰드는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 왔지만, 장벽을 깨고 역사를 썼다”면서 “여자 100m 우승자인 세인트루시아의 앨프리드와 함께 카리브해 육상의 밤을 만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 여자 복서 안젤라 카리니(26)는 1일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와의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 16강전에서 경기 시작 46초 만에 기권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이 체급 챔피언을 7번이나 차지한 카리니가 경기를 계속할 수 없었던 건 ‘성별 논란’이 있는 칼리프의 주먹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코가 부러질까 두려웠다는 그는 “남자 선수들과 훈련한 적도 있지만, 오늘 더 큰 통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카리니는 경기 시작 후 30초가 지났을 때 연속으로 얼굴에 펀치를 허용해 헤드기어 턱끈이 빠졌다. 카리니는 헤드기어를 고쳐 쓰고 다시 경기에 나섰는데, 이번엔 칼리프의 강력한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턱을 맞았다. 자신의 코너로 돌아간 카리니는 결국 기권했다. 카리니는 경기 후 칼리프의 악수를 거부한 뒤 링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았다. 그는 “나는 맞는 것이 두렵지 않은 전사지만 내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런 경기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칼리프는 이번 대회 여자 복싱 57kg급에 출전한 린위팅(29·대만)과 함께 성별 논란이 있는 선수다. 둘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당했다. 당시 IBA는 칼리프와 린위팅이 통상 남성이 보유한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 염색체를 가진 선수가 여자부 경기에 나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칼리프와 린위팅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던 건 IBA가 판정 비리와 부패 문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복싱 관장 권한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 이들을 성전환 선수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면서 칼리프와 린위팅의 올림픽 참가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성발달이상(DSD)을 가진 사람은 여성이면서도 XY 염색체를 가질 수 있다. 이 경우 남성과 같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보인다”고 전했다. 카리니의 조국인 이탈리아는 경기 전부터 정치권까지 나서서 칼리프의 출전을 문제 삼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선수가 여성 대회에 출전하는 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고,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은 “올림픽에선 선수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 여러 유명 인사들이 칼리프와 린위팅의 올림픽 참가에 대한 견해를 밝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소설 ‘해리포터’를 쓴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은 “남자 선수를 링에 오르게 해 여자 선수의 꿈을 빼앗은 건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런 부당함으로 인해 파리 올림픽이 더럽혀지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남성은 여성 스포츠에 끼면 안 돼’라는 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물론이죠”라는 답글을 남겼다. 성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IOC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IOC는 2일 성명을 내고 “파리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이전 대회와 같이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 칼리프와 린위팅을 향한 학대 행위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란의 출발점이 된 작년 IBA의 세계선수권 실격 처분에 대해 “정당한 절차 없이 IBA 고위층이 단독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칼리프는 성별 논란으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16강전을 마친 뒤 “나는 메달을 따기 위해 파리에 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모두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 올림픽위원회도 “우리는 칼리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리프는 4일 하모리 루처(헝가리)와 8강전을 치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고난의 터널 끝에 빛이 보이지 않아도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에 난민팀 소속으로 참가하는 역도 선수 모라 로메로(27)는 올림피안의 꿈을 이룬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쿠바 출신으로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로메로는 10일 열리는 역도 남자 102kg급에 출전한다. 난민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내전 등을 피해 모국을 떠난 선수들로 꾸린 팀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올림픽에 참가했다. 로메로는 37명으로 구성된 파리 올림픽 난민팀에 올해 5월 선발됐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로메로의 올림픽 도전기를 ‘감동적인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로메로가 난민팀 선수라는 것 외에도 가족을 위해 잠시 역도 선수 생활을 중단해야 했던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로메로는 12세 때 쿠바에서 역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자기보다 굵은 팔뚝과 두꺼운 다리를 가진 또래 친구들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역도장에 살다시피 한 로메로는 빠르게 기량이 성장했고, 여러 지역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15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데 이어 21세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역기를 내려놓아야 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로메로가 찾아간 곳은 서커스단이었다.서커스단에서 공중 곡예사로 일하게 된 로메로는 2019년 영국 블랙풀에서 공연을 했다. 로메로는 “1600명의 관중 앞에서 공연했을 때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커스단에서 받는 돈으로는 쿠바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었다. 로메로는 “주급은 200파운드(약 35만 원)에 불과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고용주의 집을 청소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했다.서커스를 그만두고 잠시 쿠바로 돌아간 로메로는 2021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영국에서 망명 신청을 한 뒤 호텔 방에 머물던 그의 머릿속에 과거 어머니와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역도 선수로 성공해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약속이었다. 역도 훈련을 하다가 부상을 당해 다리를 절뚝이는 아들에게 얼음주머니를 건네며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계속 역도를 하라고 주문했던 어머니였다.로메로는 영어가 서툴렀고,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았지만 무작정 런던 역도 아카데미를 찾았다. 당시 이 아카데미의 코치는 “네가 정말로 역도로 성공하고 싶다면 매일 오전 8시 30분까지 아카데미로 와라”라고 말했다. 역도 선수로 재기하겠다는 다짐을 한 로메로는 매일 오전 6시 30분까지 아카데미에 도착했고, 간절함을 알아본 아카데미 측은 훈련을 할 수 있게 했다.다시 역기를 들기 시작한 로메로는 2022년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역도 경기에 출전했는데, 2022년에는 89kg급에서, 2023년에는 96kg급에서 영국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로메로는 난민팀 소속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로메로는 “다시 훈련을 시작했을 때 스스로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올림픽 출전의 꿈도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로메로는 자신에게 역도 선수의 길을 다시 열어 준 영국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영국 국적을 얻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는 영국 국가대표로 역도 종목 출전해 메달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지금까지의 여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과테말라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사격 선수 아드리아나 루아노 올리바(29)는 자기 목에 걸린 금메달을 계속 쓰다듬었다. ‘행복한 과테말라!’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과테말라 국가가 올림픽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울려 퍼지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올리바는 눈시울을 붉혔다. 올리바는 지난달 31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트랩 결선에서 올림픽 기록인 45점(50점 만점)으로 2위 실바나 스탕코(이탈리아·40점)를 제치고 정상에 섰다. 종전 올림픽 기록은 43점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리바는 결선이 종료되기 전부터 감격의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올리바는 총 50개의 타깃 중 46개의 사격을 마친 시점에 2위 선수가 순위를 뒤집을 수 없는 43점에 도달했다. 우승을 확정한 올리바는 남은 타깃 4개를 사격하는 동안 눈물을 쏟았다. 올리바의 금메달은 과테말라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과테말라는 1952년 헬싱키 대회를 시작으로 2021년 도쿄 대회까지 여름올림픽에 14번 참가했는데 금메달리스트는 없었다. 2012년 런던 대회 육상 남자 20km 경보에서 에리크 바론도(33)가 획득한 은메달이 유일한 메달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사격 남자 트랩(지난달 30일)에서 장 피에르 브롤(42)이 동메달을 딴 데 이어 이날 올리바가 과테말라의 올림픽 첫 참가 이후 72년 만에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과테말라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올리바가 금빛 글자로 과테말라의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올리바의 꿈은 체조 선수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이었다. 3세 때부터 체조를 배운 그의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이었다. 하지만 올리바는 16세이던 2011년에 체조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해 올림픽 예선을 20일 앞두고 훈련 도중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는데 척추뼈 6개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이때 재활을 도운 의사가 척추에 영향을 덜 주면서 계속할 수 있는 운동으로 추천한 종목이 사격이었다. 올리바는 “절망에 빠져 있던 내게 새로운 문이 열린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올리바가 다시 올림피안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였다. 당시 올리바는 자원봉사자로 리우 올림픽에 참가했는데, 공교롭게도 사격 종목에 배정됐다. 올리바는 “과테말라 사격 대표팀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올림픽 출전의 꿈을 꾸게 됐다”면서 “체조 선수가 아니라면 사격 선수로 올림픽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리바는 2018년 아메리카 사격 챔피언십에서 트랩 은메달을 따는 등 과테말라 국가대표로 꾸준히 국제 대회에 나서 실력을 키웠고, 2021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둔 시점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올림피안이 된 딸이 보고 싶을 것”이라는 어머니의 말에 출전을 강행했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린 올리바는 도쿄 올림픽 여자 트랩에서 최하위(2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팬아메리칸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린 올리바는 파리 올림픽을 통해 여자 트랩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올리바는 “다시 올림픽에 나오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면서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NYT는 올림픽 꼴찌였던 올리바가 3년 만에 챔피언이 된 것을 두고 “아주 놀라운 재기”라고 평가했다. 잇따른 역경을 이겨내고 과테말라의 영웅이 된 올리바는 올림픽 공식 정보 사이트인 ‘마이 인포’를 통해 “행복은 목적지에서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긍정적 발자취를 남기며 목표를 향하는 과정이 행복이다”라고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