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류현진(37·한화), 양현종(KIA), 김광현(SSG·이상 36) 등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3인방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16년 동안 주요 국제대회를 책임졌다. 하지만 11월 대만과 일본 등에서 열리는 프리미어12부터 한국 야구대표팀은 이들 3인방이 없는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이 대회 출전 선수 예비 명단(60명)을 대회 조직위에 제출했는데 이들 3명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KBO는 “2026년 WBC와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대비해 20대 중심의 젊은 선수들로 예비 명단을 구성했다”며 “젊은 선수들이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이어 프리미어12를 통해 한층 수준 높은 국제대회를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한국 대표팀의 선발 마운드를 책임질 투수는 원태인(24·삼성), 곽빈(25·두산), 문동주(21·한화) 등 오른손 영건 3인방이다. 지난해 WBC에 출전했던 원태인과 곽빈은 올 시즌 소속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원태인은 13일 현재 14승 6패 평균자책점 3.55, 곽빈은 12승 9패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 중이다. 원태인은 다승 1위이고 곽빈은 팀 내 최다승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문동주는 올해 잔부상에 시달리며 7승 7패 평균자책점 5.17을 기록 중이지만 시속 16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파워 피처다. 믿을 만한 왼손 선발 투수 부재가 약점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KBO는 사이드암 고영표(33·KT)를 예비 명단에 포함시켜 선발진을 강화했다. 고영표는 예비 명단 60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불펜진도 이전에 비해 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의 신인 마무리 김택연(19), KT 3년차 박영현(21), KIA 2년차 곽도규(20)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야수 중에서는 KIA 김도영, 삼성 김영웅(이상 21), SSG 신인 박지환(19) 등이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어12는 최종 엔트리(28명) 확정 전까지 예비 명단 변경이 가능하다. KBO는 “최종 성적과 상대 국가의 전력 분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력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교체하는 방안도 계속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일은 다음 달 11일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호랑이 가는 길에 거칠 것이 없다. KIA가 파죽의 5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5’로 줄였다. KIA는 1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안방경기에서 10-0, 완승을 거두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시즌 81승(50패 2무)째를 거둔 KIA는 2위 삼성과의 승차를 6.5경기로 유지하면서 매직넘버를 1개 더 줄였다. KIA는 남은 11경기에서 5승을 더하면 정규시즌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얻는다. 남은 경기에서 삼성이 패하면 매직넘버는 그만큼 더 줄어든다. 지금 추세라면 추석 연휴 기간에 우승이 확정될 수도 있다.이날 승리만큼 고무적이었던 것은 대체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의 눈부신 호투였다.KIA는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윌 크로우를 대신할 선수로 메이저리그(MLB)에서 36승을 거둔 라우어를 영입했다. 크로우의 단기 대체 외국인으로 뛰었던 캠 알드레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정규시즌 우승 겸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MLB 경력이 있는 라우어를 데려온 것. 하지만 라우어는 직전까지 5경기에서 1승 2패로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한국 무대 6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이날 경기에서 라우어는 6이닝 1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한국에 온 후 첫 무실점 경기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라우어는 이날 시속 150km 안팎의 패스트볼에 날카로운 슬라이더, 느린 커브 등을 섞어 던지며 롯데 타선을 제압했다. 라우어는 4회 1사 후 고승민에게 볼넷을 허용할 때까지 퍼펙트 피칭을 했다. 또 6회초 선두타자 박승욱에게 중전 안타를 맞을 때까지 노히트 경기도 이어갔다. 6회를 끝마쳤을 때 투구 수는 78개 밖에 되지 않아 완봉이나 완투를 노려볼 만도 했지만 KIA 벤치는 7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다. 6회까지 7-0으로 크게 앞서 있어 굳이 무리를 시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KIA 타선은 경기 초반부터 점수를 쌓아올리며 라우어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말 1사 3루에서 김도영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2회에는 이창진의 2타점 적시타와 박찬호의 중전 적시타가 잇달아 터지며 4-0으로 달아났다. KIA는 5회말 1사 2, 3루에서 김선빈의 유격수 땅볼 때 롯데 유격수 박승욱이 홈에 악송구를 범하는 사이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KIA 나성범은 7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 홈런은 나성범의 통산 1700번째 안타이기도 했다. 2위 삼성과 4위 KT도 각각 한화와 NC를 상대로 승리하며 나란히 3연승을 달렸다. 삼성은 대전 방문 경기에서 선발 투수 데니 레예스의 5이닝 1실점 호투와 박병호, 김헌곤의 홈런포를 앞세워 7-1로 낙승했다. 삼성은 이날 경기가 없던 3위 LG와의 승차를 6게임 벌리며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레예스는 시즌 10승(4패)째를 따냈다. KT도 수원 안방 경기에서 NC를 10-4로 완파하고 3위 LG에 2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선발 투수 윌리암 쿠에바스가 6이닝을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5회 솔로홈런, 6회 만루홈런 등 홈런 두 방을 쏘며 5타점을 쓸어 담았다. 개인 통산 6번째 만루 홈런이자 10번째 연타석 홈런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가 ‘한 시즌 1000만 관중’ 달성 축포를 추석 연휴 기간에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11일 현재 978만1671명의 관중을 기록해 사상 첫 1000만 관중까지 21만8329명을 남겨두고 있다. 이날까지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4866명이다. 비로 취소되는 경기가 많지 않다면 빠를 경우 15일, 늦어도 다음 주 초엔 1000만 관중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982년 6개 팀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그해 총 240경기에서 143만8768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1983년 225만6121명으로 200만 관중을 넘겼다. 1990년엔 빙그레(현 한화)를 포함한 7개 구단 체제로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후 1993년 400만, 1995년 500만 명을 차례로 넘었다. 프로야구 인기 하락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200만∼300만 명대에 머물던 시즌 관중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국제대회 선전을 계기로 반등했다. 2008년에 다시 500만 명대 관중 수로 올라섰고 2011년 600만, 2012년 700만 관중도 넘겼다. 10개 구단 체제 2년째이던 2016년엔 총 720경기에서 800만 관중을 찍었다. 2017년엔 종전 최다인 840만688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900만 명을 넘어서 단숨에 1000만 관중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시즌엔 10개 팀 모두 관중이 많이 늘어난 가운데 인기 구단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안방경기 100만 관중’을 넘긴 팀도 많아졌다. 11일 현재 LG, 삼성, 두산, KIA, 롯데, SSG 등 절반이 넘는 6개 팀이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지난 시즌엔 LG와 SSG 등 두 팀만 100만 관중을 기록했다. 종전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남겼던 2017년에도 100만 관중 구단은 LG, 롯데, KIA, 두산 등 4개 팀이었다. 올 시즌 삼성은 창단 후 처음으로 100만 관중을 기록했다. SSG는 인천 연고 팀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1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역대급 순위 경쟁에다 야구 관람 자체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를 잡으면서 상하위권 팀을 가릴 것 없이 관중이 증가했다.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21·KIA), 묵직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가 된 신인 김택연(19·두산) 등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도 흥행 요소다. ‘만원 관중’ 경기도 크게 늘었다. 11일까지 치른 658경기 중 4분의 1이 넘는 188경기(28.6%) 입장권이 매진됐다. 한화는 안방 구장 관중석 규모가 1만2000석으로 작긴 하지만 65번의 안방경기 중 43차례나 만원이었다. 서울 잠실구장(2만3750석)을 안방으로 쓰는 LG와 두산도 각각 22번과 23번의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2만500석)는 23차례, 2위 삼성(2만4000석)은 27차례나 관중석을 꽉 채웠다. ‘관중 비수기’가 없어진 것도 이번 시즌의 특징 중 하나다. 휴가철에다 무더위가 겹치는 8월엔 관중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역대급 폭염이 찾아왔는데도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8월 한 달간 119경기 평균 관중은 1만5412명으로 앞선 달들보다 더 많았다. 잔여 경기가 열리는 9월 역시 마찬가지다. 예년엔 들쭉날쭉한 경기 일정 때문에 관중 수가 감소했는데 올해는 경기당 평균 1만6478명으로 모든 달을 통틀어 가장 많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순조로울 것 같던 김하성(30·샌디에이고·사진)의 복귀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0일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의 말을 빌려 “김하성의 연내 복귀가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전날 실트 감독은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하성의 몸 상태가 우리가 바라는 것과 가깝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팀의 주전 유격수인 김하성은 지난달 19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안타로 출루한 뒤 투수 견제구 때 급하게 1루로 돌아오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김하성은 이틀 뒤 어깨 염증 진단을 받고 2021년 MLB 진출 이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엔 열흘 정도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는데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다. 재활에 전념하던 김하성은 최근에야 팀 훈련에 합류했고 타격에 이어 송구 훈련까지 소화했다. 하지만 8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 앞서 송구 훈련을 하다 부상 부위에 다시 불편함을 느꼈다. 이에 따라 샌디에이고 구단은 김하성의 공백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다. 주전 유격수로 뛰다가 김하성에 밀려 올해부터 2루로 자리를 옮긴 산더르 보하르츠가 유격수, 1루수였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2루를 맡는 식이다. 실제로 실트 감독은 9일 경기에서 5회 선발 유격수 메이슨 매코이 타석 때 도노반 솔라노를 대타로 기용한 뒤 수비에서는 보하르츠를 유격수로, 크로넨워스를 2루수로 이동시켰다. 실트 감독은 “김하성의 복귀가 지금은 불투명하다. 다행히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4시즌은 이달 초 끝난 투어 챔피언십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시즌 7승과 함께 우승 보너스 2500만 달러를 받았다. 투어 챔피언십까지 페덱스컵 순위 상위 50명은 2025시즌 주요 대회인 시그니처 대회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2025시즌은 12일부터 막을 올리는 PGA투어 2024 가을시리즈를 통해 일찌감치 시작된다. PGA투어 가을시리즈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파의 실버라도 리조트 노스코스(파72)에서 개막하는 프로코어 챔피언십, 10월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 조조 챔피언십, 11월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 버뮤다 챔피언십, RSM 클래식까지 8개 대회로 구성된다. 가을 시리즈 대회 우승자도 일반 투어 대회와 마찬가지로 2년간 투어 출전 자격을 받는다. 또 2025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4대 메이저대회 출전권도 얻을 수 있다. 보다 중요하게 선수들은 가을 시리즈 대회를 통해 다음 시즌 출전권 확보 경쟁을 하게 된다. 투어 챔피언십까지 페덱스컵 순위 70위 이내 선수들은 이미 2025시즌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71위 이하 선수들은 투어 대회 우승 경력 등 다른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가을시리즈 최종전인 11월 RSM 클래식까지 페덱스컵 순위 125위 안에 들어야 2025시즌에도 PGA 투어에서 뛸 수 있다. 또 가을 시리즈 종료 시점에 페덱스컵 순위 51∼60위가 되면 2025시즌 초반 두 차례 시그니처 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가을 시리즈에 유명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건 아니다. 투어 챔피언십까지 페덱스컵 순위 50위 이내 선수 가운데서도 출사표를 던진 선수가 적지 않다. 지난해 포티넷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올해 프로코어 챔피언십에는 ‘디펜딩 챔피언’ 사히스 시갈라(미국)가 출전한다. 시갈라는 올해 페덱스컵 순위 3위로 내년 각종 주요 대회 출전 자격을 이미 갖고 있지만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또 2021년과 2022년 2연패를 달성한 맥스 호마(미국)와 지난해 메이저대회 US오픈 챔피언 윈덤 클라크(미국) 등도 출전한다. 한국 선수 중에는 배상문과 김성현, 이경훈이 출전하고 강성훈은 대기 선수 명단에 들어 있다. 교포 선수로는 이민우(호주), 김찬(미국) 등이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경훈은 페덱스컵 랭킹 101위, 김성현은 113위다. 이들은 가을 시리즈를 통해 순위를 끌어올려야 내년 시즌 시그니처 대회 등 주요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김성현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2타 차 준우승을 차지한 좋은 기억이 있다. 배상문은 월요 예선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상위 4명에게 주는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모처럼 전설적인 선수를 이겨 기쁘다.” ‘바람의 아들’ 양용은(52)이 시니어 무대의 ‘전설’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를 연장전 끝에 꺾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양용은은 9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노우드 힐스 골프장(파71)에서 열린 어센션 채리티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0타로 랑거와 동타를 이룬 양용은은 18번홀(파4)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를 기록한 랑거를 제치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우승 상금은 31만5000달러(약 4억2000만 원)다. 한국 선수의 PGA투어 챔피언스 우승은 2021년 9월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과 올해 7월 더 시니어 오픈을 제패한 최경주(54)에 이어 두 번째다. 양용은은 PGA투어에서 뛰던 2009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를 상대로 역전승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 대회 챔피언에 올라 주목 받았다. 2022년부터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뛰고 있는 양용은은 지난주까지 71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2회와 3위 3회를 했지만 정상 문턱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양용은은 72번째 출전인 이 대회에서는 랑거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첫 우승을 신고했다. PGA투어 챔피언스 최다승 기록(46승)과 최고령 우승 기록(65세 10개월 5일)을 보유한 랑거는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살아있는 전설이다. 양용은은 우승 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니어투어에서 랑거와 몇 번 동반 라운드를 했지만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건 처음이라 긴장했다”며 “67세의 나이에도 하루에 7언더파를 몰아치는 랑거를 보며 ‘괜히 레전드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랑거가 초반부터 너무 잘 쳐 이번에도 우승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생각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며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뛴 3년 중 가장 기분 좋은 날”이라고 기뻐했다. 양용은의 말처럼 이날 우승까지 가는 길이 쉽진 않았다. 스튜어트 싱크(51·미국)와 8언더파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양용은은 1번홀(파4)과 2번홀(파5)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냈다. 7번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바로 다음 8번홀(파5)에서 이글을 낚아 선두를 유지했다. 양용은은 후반에도 버디 2개를 추가해 13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그렇지만 랑거는 무려 7타를 줄이며 동타를 만들어 두 선수는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랑거의 3m짜리 버디 퍼트가 빗나간 뒤 양용은은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튀긴 음식과 탄산음료 등을 멀리하고 소식(小食)을 하며 체중 관리를 하고 있는 양용은은 “랑거는 자기관리의 화신으로 불린다. 나도 랑거처럼 철저히 몸을 관리해 6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그런데 67세가 되어서 랑거처럼 잘 칠지는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삼성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장(66)은 뛰어난 실력에 비해 ‘2인자’의 느낌이 강하다. 롯데와 맞붙었던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그는 3경기 2패에 그쳤다. 반면 롯데 최동원(1958∼2011)은 이해 한국시리즈 4승을 혼자 따냈다. 삼성은 1986년과 1987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두 번 모두 ‘국보 투수’ 선동열(61)이 버티고 있던 해태에 완패했다. 김 위원장은 두 번 모두 승리 없이 패전만을 안았다. 하지만 그가 역대 최고 투수로 평가받는 최동원과 선동열에 필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85년 김 위원장은 25승 5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며 삼성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선수 은퇴 후 그는 현대 코치와 넥센, 롯데 감독 등을 거쳤고 여전히 야구 현장에서 왕성하게 일하고 있다. 2015년 한국 야구대표팀의 전력분석팀을 맡아 초대 프리미어12 우승에 힘을 보탰고, 이후 KBO 기술위원장을 거쳐 지금은 경기운영위원장과 상벌위원, 규칙위원 등을 맡고 있다. KBO 경기운영위원은 경기 시작 전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가장 큰 일이다. 그는 경기 시작 두세 시간 전에 야구장에 나와 그라운드 안팎을 꼼꼼히 살핀다. 김 위원장은 “경기 진행은 팬들과의 약속이다. 선수들이 최선의 플레이로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며 “경기 개최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김 위원장은 아내 이선희 씨를 떠나보낸 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건강했던 아내는 급성 혈액암으로 입원한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큰 위안을 준 것은 아내와 함께 키운 반려견이었다. 그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강아지가 이틀간 밥을 먹지 않았다.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고 했다. 반려견 ‘기고’는 뜻밖에 찾아온 선물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이웃이 버리고 간 강아지를 관리사무소에서 맡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부부가 키우게 됐다. 김 위원장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땐 우리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얼마나 기고만장하던지 이름도 ‘기고’라고 지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기고를 데리고 산책한 뒤 오전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그는 “기고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집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기고가 삶에 큰 위안”이라며 “기고가 아니었으면 밖에 잘 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 매일 나를 운동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야구장에 나가서 할 일 있다는 것 역시 삶의 활력이다. 그는 “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게는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라며 “야구를 하면서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인생이었다. 야구장에 남아 있는 동안은 팬들이 더 재미있게 관전할 수 있게 힘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모처럼 전설적인 선수를 이겨 더 기쁘다.” ‘바람의 아들’ 양용은(52)이 시니어 무대의 전설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를 연장전에서 꺾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스 첫 우승을 차지했다. 양용은은 9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노우드 힐스 골프장(파71)에서 열린 어센션 채리티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0타로 랑거와 동타를 이룬 양용은은 18번홀(파4)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를 기록한 랑거를 제치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우승 상금은 31만5000달러(약 4억2000만 원)다. 한국 선수의 PGA투어 챔피언스 우승은 2021년 9월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과 올해 7월 더 시니어 오픈을 제패한 최경주(54)에 이어 두번째다. 만 50세가 된 2022년부터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뛰고 있는 양용은은 지난주까지 71개 대회 출전해 준우승 2회와 3위 3차례 등을 차지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72번째 대회였던 이 대회에서 전설적인 스타 랑거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기분 좋은 첫 우승을 신고했다. 랑거는 PGA투어 챔피언스 최다승 기록(46승)과 최고령 우승 기록(65세10개월5일)을 갖고 있다. 양용은은 PGA투어에서 뛰던 2009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를 상대로 역전승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날 승리로 양용은은 ‘전설 킬러’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양용은은 “시니어 투어에 온 뒤 랑거와 몇 번 동반 라운드를 했지만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건 처음이라 긴장을 했다”며 “67세의 나이에도 7언더파를 몰아치는 랑거를 보며 ‘괜히 레전드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올 시즌 초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두 달 정도 대회에 나오지 않았지만 기량은 여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랑거가 초반부터 너무 잘 쳐 이번에도 우승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생각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내 플레이에 집중했다”며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뛰고 있는 3년 중 가장 기분 좋은 날”이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양용은의 말처럼 이날 우승까지 가는 길이 쉽진 않았다. 스튜어트 싱크(51·미국)와 8언더파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양용은은 1번홀(파4)과 2번홀(파5)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냈다. 7번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바로 다음 8번홀(파5)에서 이글을 낚아 선두를 유지했다. 양용은은 후반에도 버디 2개를 추가해 13언더파 단독선두로 경기를 마쳤지만 랑거는 무려 7타를 줄이며 동타를 만들었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랑거의 3m짜리 버디 퍼트가 빗나간 뒤 양용은은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날 우승 기자회견에서도 15년 전 우즈에게 승리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나 나왔다. 양용은은 이에 대해 “오랜만에 레전드를 이겨 색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 챔피언스투어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를 이겨서 기쁘다”고 답했다. PGA투어에서 뛸 당시 90kg의 몸무게였던 양용은은 요즘은 소식과 체력 훈련 등으로 82~83kg를 유지하고 있다. 튀긴 음식과 탄산음료 등도 입에 대지 않는다. 양용은은 “랑거는 자기관리의 화신으로 불린다. 나도 랑거처럼 꾸준히 관리하면서 6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그런데 67세의 나이에 랑거처럼 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롯데와 삼성이 맞붙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빛’이 최동원(1958~2011년)이었다면 ‘어둠’은 김시진(66)이었다. 정규시즌에서 284와 3분의2이닝을 던지며 27승을 거둔 ‘무쇠팔’ 최동원은 7차전까지 열린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따내며 롯데의 우승을 이끌었다. 반면 정규시즌 다승 2위였던 김시진은 3경기에 등판해 2패만을 당했다. 숨은 사연이 있었다. 김시진은 1차전이 열리는 대구시민운동장으로 운전을 해서 가다가 어린이를 치었다. 병원 검진 결과 큰 이상이 없었지만 그는 병원에 머물며 아이 부모님에게 사과까지 한 뒤에야 야구장에 갔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나선 탓에 그는 3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3차전에서는 8회까지 2실점으로 호투하다가 롯데 홍문종의 타구에 왼발 복사뼈를 맞았다. 김시진은 들것에 실려 마운드를 떠났고 삼성은 9회 끝내기 패를 당했다. 부상을 안고 던진 6차전에서도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김시진은 “깁스를 해야 하는 상태였는데 그냥 마취제를 맞고 마운드에 섰다. 3회 정도 되니까 마취제 효과가 떨어지면서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고 했다. 삼성은 1986년과 1987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김시진은 두 해 모두 190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각각 16승, 23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해태에는 ‘국보 투수’ 선동열이 떠오르고 있었다. 1986년 삼성은 1승 4패로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패했다. 김시진은 2패만을 당했다. 1987년에는 4전 전패로 무너졌다. 1차전 4차전 선발이었던 김시진은 또 2패를 안았다. 김시진은 생애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8번 등판해 승리 없이 7패만을 당했다. 그의 이름 앞에 ‘불운의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그런 이유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최동원과 선동열에 필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 김시진이었다. 그에게도 영광의 순간들은 적지 않았다. 김시진과 김일융이 원투펀치로 활약한 1985년 삼성은 77승(1무 32패)을 거두며 한국시리즈를 치르지 않고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시진은 그해 269와 3분의2이닝을 던지며 25승 5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다. 그해 올스타전에서는 1, 3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미스터 올스타’에도 뽑혔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그의 몫이었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100승도 그의 차지였다. 김시진은 1987년 10월 3일 OB전에서 23승째를 거두며 최동원보다 먼저 100승 고지에 올랐다. 롯데로 깜짝 트레이드된 이후인 1989년 4월 14일 OB전에서는 연장 14회까지 무려 219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을 거뒀다. 최동원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고, 2년 늦게 프로에 입단한 선동열은 1982년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함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불세출의 투수 두 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빅3’로 불렸던 그에게 야구팬들의 영원한 난제를 물었다. 최동원과 선동열 중 누가 더 좋은 투수인가 하는 것이다. 김시진은 “내게도 그 문제는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난제다. 다만 확실한 것은 두 투수 모두 나보다는 한참 위에 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이라며 “선수 때는 잠시 ‘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도 분명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두 선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문현답을 내놨다. 당시 최동원의 주무기는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였고, 선동열은 면도날같이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졌다. 김시진은 “국제대회에 가면 (최)동원이는 한 경기에 삼진을 15개 정도 잡았다. 동원이가 커브를 던지면 상대 타자들이 무서워서 타석 뒤로 빠지곤 했다”며 “(선)동열이 역시 타자들이 엄청 까다로워했다. 단단한 하체를 기반으로 낮은 자세로 공을 던지는데다 제구까지 되니 타자들로서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동열이도 한 경기 삼진 10개는 기본으로 잡았다”고 회상했다. 선수 은퇴 후 그는 코치로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여러 개 받았다. 태평양 투수 코치를 시작으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의 강팀이었던 현대 투수 코치를 맡아 4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의 지도를 받은 김수경(1998년) 조용준(2002년) 이동학(2003년) 오주원(2004년)이 신인왕에 올랐다. 다만 감독으로서는 우승은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도 이뤄내지 못했다. 2007년 현대 감독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4년간 넥센을 이끌었지만 팀 전력이 워낙 좋지 않았다. 2013년 롯데 감독으로 부임한 뒤엔 두 시즌 만에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감독 시절 선수 및 프런트 등과 원활히 소통하며 덕장(德將)으로 불렸던 그는 여전히 야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일본 연수 중이던 2015년 한국 야구대표팀의 전력분석팀을 맡아 초대 프리미어12 우승에 힘을 보탠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꾸준히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기술위원장을 거쳐 현재는 경기운영위원장과 상벌위원, 규칙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감독 출신들이 주로 맡는 KBO 경기운영위원은 경기 시작 직전까지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올해처럼 장마가 길고, 폭염까지 덮친 날씨에는 경기를 진행할지 말지 여부가 중요 관심사다. 그는 야구 경기 시작 2, 3시간 전에 일찍 야구장으로 출근해 그라운드 사정을 꼼꼼히 살핀다. 비 예보라도 있으면 신경이 온통 기상 예보에 집중된다. 그는 “경기 진행은 팬들과의 약속이다. 많은 분들이 오래 전부터 예약을 해서 야구장을 찾아주시기에 경기 진행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며 “선수들이 최선의 플레이로 보답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경기 개최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 개시 전까지는 경기운영위원이 개최 여부를 결정하고, 경기가 시작된 후에는 심판진이 중단이나 속행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해 초 김 위원장은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 이선희 씨를 떠나 보낸 뒤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건강했던 아내는 급성 혈액암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마지막을 함께 할 여유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에게 큰 위안을 준 것은 아내와 함께 키운 반려견 ‘기고’였다. 그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강아지가 이틀간 밥을 먹지 않았다.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고 했다. 기고는 부부에게 뜻밖에 찾아온 선물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이웃이 버리고 간 강아지를 관리사무소에서 맡아 줄 것을 요청하면서 부부가 키우게 됐다. 김 위원장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땐 우리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산책하러 가자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며 “얼마나 기고만장하던지 이름도 ‘기고’라고 지었다. 지금은 기고 덕분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아침에 일어나며 기고와 함께 산책을 한 뒤 오전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한 뒤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그는 “기고는 반려견을 넘어 이제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집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기고가 삶에 큰 위안”이라며 “기고가 아니었으면 오전 산책도 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 매일 나를 운동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지금껏 야구장에 나가서 할 일 있다는 것 역시 또 다른 삶의 활력이다. 그는 “올해는 1000만 관중을 바라볼 정도로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주셨다. 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게는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라며 “야구를 하면서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분들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인생이었다. 야구장에 남아 있는 동안은 조금이라도 더 팬들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게 힘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세 신인 유현조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정상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신인 선수 첫 우승이다. 유현조는 8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 이천(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유현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주무대로 뛰는 성유진(24)을 두 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LPGA투어에서 신인이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건 2019년 이 대회 우승자 임희정(24) 이후 5년 만이다. 유현조는 또 2013년 한국여자오픈 챔피언 전인지(30) 이후 11년 만에 투어 첫 승을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장식했다. 신인왕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던 유현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포인트를 1566점으로 늘리면서 2위 이동은(818점)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한 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유현조는 5번홀(파5)과 6번홀(파4) 연속 보기로 선두를 내줬다. 흔들릴 만도 했지만 9번홀(파4)에서 첫 버디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고 10, 11번홀(이상 파4)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선두 경쟁에 합류했다. 17번홀(파4)에선 우승을 결정짓는 클러치 퍼트를 성공시켰다. 2위 성유진에게 한 타 차로 쫓기던 이 홀에서 유현조는 약 20m 거리 버디 퍼팅을 남겨두고 있었다. 공은 2단 그린 아래쪽에 있어 상당한 높이의 마운드를 넘어야 했다. 유현조의 퍼터를 떠난 공은 20m를 굴러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승기를 굳힌 유현조는 18번홀(파5)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성유진의 추격을 따돌렸다. 평소 250야드 이상의 장타를 날리는 유현조는 최종 라운드에선 드라이버 대신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을 했다. 그는 “코스가 까다로워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페어웨이를 지키고, 내가 좋아하는 거리에서 세컨드 샷을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했다. 우승을 차지한 뒤 함박웃음을 짓다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 유현조는 “전반에 잘 안 풀려서 우승 생각은 못 했는데 9∼11번홀 연속 버디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남은 시즌에 1승을 더하고, 목표했던 신인상도 꼭 받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2억1600만 원을 받은 그는 “아빠한테 시계를 선물하기로 했다”며 “KLPGA투어에 왔을 때 내 집 마련이 목표였는데 이번 우승으로 목표에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딴 유현조는 프로야구 응원 팀인 KIA에서 또 시구하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작년 10월 KIA의 광주 안방경기 시구자로 나섰던 그는 “불러주시면 광주든 어디든 바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KIA 투수 윤영철(20)의 유니폼을 갖고 있다는 그는 골프 레슨을 해주고 싶은 선수로는 KIA 3루수 김도영(21)을 꼽았다. 그는 “김도영 선수는 홈런을 많이 치니 비거리가 많이 나갈 것 같다. 나이도 비슷해 얘기도 더 잘 통할 것 같다”고 했다. 공동 8위(6언더파 282타)로 상금 2700만 원을 챙긴 박지영(28)은 시즌 상금을 10억1310만 원으로 늘리며 올 시즌 가장 먼저 누적 상금 10억 원을 넘겼다. 대상 포인트(436점)에서도 박현경(410점)을 제치고 1위가 됐다.이날 인천 영종도 클럽72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는 히라타 겐세이(24·일본)가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히라타는 한국과 일본 투어가 공동 주최한 이 대회 우승으로 상금 2억5200만 원과 함께 KPGA투어 5년 시드를 받았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민규(23)가 4위(17언더파 271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실패를 맛본 뒤 한국프로야구로 건너온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33·NC)과 멜 로하스 주니어(34·KT)가 연일 상대 팀 마운드를 폭격하고 있다. KBO리그 1년 차인 데이비슨은 5일 현재 타율 0.295, 41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홈런 1위, 타점 2위에 올라 있다. 지난달 31일 SSG전부터 4일 키움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는 등 연일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홈런 2위 KIA 김도영(35개)과는 6개 차이다. 데이비슨은 2020년 로하스(47개) 이후 4년 만에 40홈런 고지에 올랐다. 팀으로 따지면 2016년 40홈런을 때린 에릭 테임즈(은퇴)에 이어 8년 만의 40홈런이다. 데이비슨은 원래부터 ‘힘 하나만큼은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데이비슨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이던 2017년과 2018년 각각 26홈런과 20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에서도 19홈런을 쳤다. 하지만 정확도가 부족했다. 타율은 0.210에 그쳤고 볼넷 22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120개나 당했다. 시즌 후 NC로 이적한 데이비슨은 파워는 여전한 가운데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4개의 삼진을 당하고 있지만 볼넷을 36개 골랐고, 몸에 맞는 볼도 15개다. 4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로하스 역시 변함없는 방망이 솜씨를 과시하고 있다. 1번 타자로 주로 나서고 있는 로하스는 5일 롯데전에서 타점 1개를 추가하며 시즌 100타점째를 달성했다. 이날까지 타율 0.332, 30홈런, 100타점, 99득점을 기록 중인 로하스는 1득점만 더하면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의 대기록도 달성하게 된다. 2020년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 116득점으로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로하스는 이듬해부터 2년간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 뛰었다. 하지만 두 시즌을 합쳐 17개의 홈런밖에 치지 못했고, 통산 타율 역시 0.220으로 부진했다. 2022시즌 후 퇴출된 그는 지난해엔 도미니카공화국과 멕시코 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갔고, 다시 돌아온 KT에서 팀 내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적응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투수력의 차이일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실패를 맛본 뒤 한국프로야구로 건너온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33·NC)과 멜 로하스 주니어(34·KT)가 연일 상대 팀 마운드를 폭격하고 있다. KBO리그 1년 차인 데이비슨은 5일 현재 타율 0.295, 41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SSG전부터 4일 키움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데이비슨은 홈런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KIA 김도영(35개)과는 6개 차이다. 5일 경기에선 홈런을 치지 못했지만 적시타와 희생플라이 등으로 4개의 타점을 쓸어 담았다. 타점은 LG 오스틴(118개)에 이어 2위다. 키 190cm, 몸무게 104kg인 데이비슨은 원래부터 ‘힘 하나만큼은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데이비슨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이던 2017년과 2018년 각각 26홈런과 20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에서도 19홈런을 쳤지만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부족했다. 타율은 0.210에 그쳤고. 볼넷 22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120개나 당했다. 히로시마는 시즌 후 데이비슨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올해 NC에 입단한 데이비슨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모습이다. 여전히 124개의 삼진을 당하고 있지만 볼넷을 36개나 골랐다. 몸에 맞는 볼도 15개나 된다. 엄청난 비거리의 홈런을 날리며 40홈런을 돌파한 그는 2020년 로하스(47개) 이후 4년 만에 40홈런 고지에 올랐다. 팀으로 따지면 2016년 40홈런을 때린 에릭 테임즈(은퇴)에 이어 8년 만의 40홈런이다. 4년 만에 다시 KBO리그로 돌아온 로하스 역시 변함없는 방망이 솜씨를 과시하고 있다. 주로 1번 타순으로 나서고 있는 스위치 타자 로하스는 5일 롯데전에서 타점 1개를 추가하며 시즌 100타점째를 달성했다. 이날까지 타율 0.332, 30홈런, 100타점, 99득점을 기록 중인 로하스는 1득점만 더하면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의 대기록도 달성하게 된다. 2020년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 116득점으로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로하스는 이듬해부터 2년간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 뛰었다. 하지만 두 시즌을 합쳐 17개의 홈런밖에 치지 못했고, 통산 타율 역시 0.220으로 부진했다. 2022시즌 후 퇴출된 그는 지난해엔 도미니카공화국과 멕시코 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4년 만에 다시 KT로 돌아온 로하스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팀 내 최다 홈런과 최다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 구단 한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1, 2선발 정도를 제외하곤 한국과 일본 투수들의 수준차가 여전히 큰 편이다. 올해 KBO리그에는 1점대 평균자책점 선수가 한 명도 없지만 NPB에서는 7, 8명의 선수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하루 전 한화에 연장 10회에 접전 끝에 4-5로 패했던 선두 KIA가 하루 만에 연장 10회 혈투 끝에 승리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KIA는 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말에 터진 서건창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77승 50패 2무가 된 KIA는 이날 경기가 없던 2위 삼성과의 승차를 6경기로 벌리며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섰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한 매직넘버는 10이 됐다. 이날 경기는 KIA가 달아나면 한화가 추격하는 양상으로 흘렀다. 4회초 수비에서 선취점을 내준 KIA는 곧이은 4회말 공격에서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2사 3루에서 이우성이 좌중간을 가르는 동점 적시 2루타를 쳤고, 곧바로 서건창이 적시타를 때려내 역전에 성공했다. KIA는 6회말 1사 만루에서 김태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하지만 하루 전 선두 KIA를 상대로 연장 10회 끝에 5-4 승리를 따낸 한화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7회초 1사 후 채은성이 3루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장진혁이 볼넷을 골라내며 1사 1, 2루를 만들었다. KIA는 호투하던 선발 투수 라우어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왼손 필승 카드 곽도규를 구원 등판시켰다. 여기서 한화는 대타 문현빈의 좌전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 붙은 뒤 2사 후에는 유로결이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는 하루 전처럼 연장 10회에 갈렸다. 장현식의 호투로 10회초를 무사히 넘긴 KIA는 10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나성범이 한화 6번째 투수 한승주를 상대로 우전 안타로 출루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김규성은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켜 대주자로 나선 홍종표를 무사히 2루로 보냈다. 그리고 이날 해결사로 나선 선수는 4회 역전 적시타를 터뜨린 서건창이었다. 서건창은 한승주의 몸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잡아당겨 우익선상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고, 그 사이 홍종표가 홈으로 질주해 결승점을 올렸다. 서건창으로서는 개인 통산 7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서건창은 결승타를 포함해 이날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의 만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한화로서는 선발 등판한 바리아의 조기 강판이 아쉬웠다. 5회까지 잘 버티던 바리아는 5회 2사 1루에서 중지 물집으로 강판하면서 불펜을 조기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7회 무사 1, 2루에서 등판한 김서현이 2이닝을 3탈삼진 퍼펙트로 막고, 9회 등판한 한승혁도 1이닝을 잘 막아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KT는 부산 사진 경기에서 롯데를 12-2로 대파하고 5위 자리를 지켰다. KT는 1회 배정대의 2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4회까지 매 이닝 점수를 쌓아올리며 4회 초까지 10-0으로 앞섰다. 2회 적시타로 1타점을 더한 KT 외국인 선수 로하스는 개인 통산 3번째 30홈런-100타점을 채웠다. 또 4시즌 연속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KT 선발투수 조이현은 5이닝 6피안타 2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8번째 선발 등판 만에 첫 승리를 따냈다. 잠실에서는 SSG가 선발 투수 김광현의 호투 속에 LG를 4-2로 꺾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김광현은 이날 6이닝 동안 5안타와 볼넷 4개를 허용했으나 2실점(1자책)으로 막아 LG전 4연패에서 벗어났다. 9승(9패)째를 거둔 김광현은 시즌 10승에도 1승만 남겨두게 됐다. 키움은 창원 경기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12-7로 승리했다. 전날까지 6연패 중이던 키움은 7-7 동점이던 연장 11회초 대거 5득점하며 길었던 연패에서 벗어났다. 반면 NC의 연승 행진은 5에서 마무리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인미답의 50홈런-50도루 클럽 가입에 도전하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하루에 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대기록을 향해 한 발 더 전진했다. 오타니는 3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와의 방문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2볼넷 2득점으로 활약했다. 전날까지 44홈런-43도루를 기록 중이던 오타니는 이날 하루에만 3개의 도루를 추가해 44홈런-46도루를 기록하게 됐다. 오타니는 남은 24경기에서 홈런 6개와 도루 4개를 추가하면 148년 MLB 역사상 단 한 명도 회원 자격을 갖추지 못했던 50-50클럽에 가입한다. 한 시즌에 도루를 43개 이상 기록한 타자가 홈런을 43개 이상 쏘아 올린 것도 오타니가 처음이다. 1회초 안타로 출루한 오타니는 2번 타자 무키 베츠의 병살타로 추가 진루를 하지 못했고 3회에는 내야 땅볼로 아웃됐다. 오타니는 4회초 2사 3루에서 볼넷으로 1루를 밟은 뒤 2루를 훔치며 시즌 44번째 도루를 성공시켰다. 7회초 1사 후 우전 안타로 다시 출루한 오타니는 애리조나 두 번째 투수 조던 몽고메리의 2구째에 다시 한번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포수 아드리안 델카스티요가 2루로 공을 뿌렸으나 오타니의 발이 더 빨랐다. 오타니는 몽고메리의 3구째에 3루 도루를 시도해 무난히 성공했다. 변화구가 원바운드로 들어오면서 델카스티요는 3루에 송구조차 하지 못했다. 오타니의 한 경기 3도루는 지난달 4일 오클랜드전 이후 시즌 두 번째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내셔널리그(NL) 홈런 1위에 올라 있는 오타니는 도루에서는 61개를 기록 중인 엘리 데라크루스(신시내티)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50번의 도루 시도 중 46번을 성공해 성공률은 92%나 된다. 오타니는 OPS(출루율+장타율·0.993) 1위, 타율(0.292) 5위, 타점(98개) 공동 2위 등 도루를 포함한 각종 타격 부문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라 있다. 오타니의 활약 속에 다저스는 이날 11-6으로 승리하며 하루 전 3-14 대패를 설욕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 유해란(23)이 4일간 롤러코스터 같은 플레이를 펼친 끝에 LPGA투어 통산 2승째를 따냈다. 유해란은 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 보스턴(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FM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 낸 유해란은 고진영(29)과 동타로 연장전에 돌입한 뒤 18번홀(파5)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파를 지키며 보기에 그친 고진영을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57만 달러(약 7억6000만 원)다. 지난해 10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신고했던 유해란은 11개월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FM 챔피언십은 올해 신설된 대회로 유해란은 초대 챔피언 타이틀까지 얻었다. 올 시즌 한국 선수의 LPGA투어 우승은 6월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의 양희영(35)에 이어 두 번째다. 첫날 3언더파 공동 2위로 무난하게 대회를 시작한 유해란은 둘째 날 한 라운드 개인 최고 성적인 10언더파 62타를 몰아치며 단숨에 6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잡아낸 이날 모습만 보면 우승도 쉽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유해란은 3라운드에서 6타를 잃으며 선두 고진영에게 4타 뒤진 공동 6위로 미끄러졌다. 버디 3개를 잡는 동안 보기 5개와 더블보기 2개를 하며 추락했다. 최종 라운드는 또 정반대였다. 16번홀(파3)에서 첫 보기를 기록할 때까지 버디만 9개를 잡았다. 유해란은 “올해 많은 (우승) 기회가 있었으나 놓치면서 두 번째 우승까지 무척 어려웠다. 오늘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지난해 첫 번째 우승 때도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 두 번째 우승 역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 2∼4라운드에서 정말 모두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게 골프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를 믿으려 노력했고 주변 동료들과 봉사자들,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다음 번 우승은 좀 더 쉽게 해내고 싶다”며 웃었다. 지난해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고진영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채 시즌 두 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고진영은 2번홀(파5)과 4번홀(파4)에서 두 차례 이글을 잡아냈지만 중반 이후 티샷이 흔들리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2.5m 버디 퍼트를 놓치며 연장전으로 끌려 들어간 그는 연장에서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면서 결국 보기를 하고 말았다. 고진영은 “마지막 샷이 아쉽게도 좋지 않았지만 이번 주에 전반적으로 탄탄한 경기를 했다”면서 “해란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싶다. 나도 다음에 우승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달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0번의 우승에 힘을 가장 많이 보탠 사람은 ‘원조 신궁’ 김수녕(53)이다. 김수녕은 여고생이던 1988년 서울 올림픽 단체전에서 왕희경, 윤영숙과 함께 금메달을 따내는 등 대회 2관왕에 올랐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는 조윤정, 이은경과 함께 금메달을 수확했고,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도 김남순, 윤미진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했다. 김수녕은 세 차례의 올림픽에서 모두 6개(금 4, 은 1, 동메달 1개)의 메달을 따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갖고 있다. 후배들의 10연패를 TV로 지켜본 그는 “큰 부담을 이겨낸 후배 선수들이 너무 대견하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스위스 로잔에 있는 세계양궁연맹(WA)에서 일하던 그는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며 왕가 공주들에게 양궁을 가르쳤다. 그는 “여러 조건이 나와 잘 맞았다. 그쪽에서 30세 넘은 여성, 그리고 전문 선수를 거친 지도자를 원했다. 영어도 필수 조건 중 하나였는데 WA에서 일하면서 익힌 영어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우디 생활이 그에겐 잘 맞았다. 무엇보다 시간 여유가 많았다. 그는 “저는 혼자서도 가만히 있는 걸 잘하는 스타일이다. 장도 보고 사람도 만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곤 했다. 좀처럼 심심할 틈이 없었다. 어찌 보면 10년간 인생 최대의 휴가를 보내고 왔다고도 할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또 “음식을 가리는 편도 아니라 사우디에서도 잘 먹고 잘 살았다. 한식을 요리해 먹기도 하고 현지에서 유명한 양고기를 사 먹기도 했다. 중동식 디저트 역시 종류도 다양하고 맛있었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며 잠시 휴식을 취한 김수녕은 얼마 전부터 그가 가장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바로 양궁의 재미와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그는 경기 오산시에 있는 한 양궁 체험 시설로 출근하고 있다. 국산 양궁 장비 업체 ‘파이빅스’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 업체는 파리 올림픽 남자 개인전 64강 김우진과의 대결에서 1점을 쏘며 눈길을 끌었던 아프리카 나라 차드 선수 이스라엘 마다예를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후원한다. 김수녕이 이곳에서 일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김수녕은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내 이름도 기사에 종종 나온다. 나도 올림픽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라며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모든 분들이 양궁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옆에서 돕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사우디에 있을 때부터 운동을 좀처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고, 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며 “덕분에 젊었던 시절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앞으로도 양궁의 재미와 즐거움을 나누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찾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 유해란(23)이 4일간 롤러코스터 같은 플레이를 펼친 끝에 통산 2승째를 따냈다. 유해란은 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 보스턴(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FM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 낸 유해란은 고진영(29)과 동타로 연장전에 돌입한 뒤 18번홀(파5)에서 열린 1차 연장전에서 파를 지키며 보기에 그친 고진영을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57만 달러(약 7억6000만 원)다. LPGA투어에 데뷔한 지난해 10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신고하며 신인왕에 올랐던 유해란은 11개월 만에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올 시즌 한국 선수의 LPGA투어 우승은 6월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의 양희영(35)에 이어 두 번째다. 신설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이 됐지만 과정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첫날 3언더파 공동 2위로 무난하게 대회를 시작한 유해란은 2라운드에서 생애 최고인 10언더파 62타를 몰아치며 단숨에 6타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잡아낸 이날 모습으로만 보면 우승도 쉽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유해란은 6타를 잃으며 선두 고진영에게 4타나 뒤진 공동 6위로 미끄러졌다. 버디 3개를 잡는 동안 보기 5개와 더블보기 2개를 범하며 하염없이 추락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는 또 정반대였다. 16번홀(파3)에서 첫 보기를 기록할 때까지 버디만 9개를 잡아내며 급반등했다. 이날 8언더파를 친 유해란은 고진영과 동타를 만들었고, 결국 연장전 끝에 승리했다. 올 시즌 몇 차례 우승 기회를 날린 뒤 시즌 첫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춘 유해란은 “지난해 첫 번째 우승 때도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 두 번째 우승 역시 또 힘들었다. 이번 대회 2~4라운드에서 정말 모두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게 골프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를 믿으려 노력했고, 주변 동료들과 봉사자들,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다음번 우승은 좀 더 쉽게 해내고 싶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고진영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채 시즌 두 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타차 선두로 출발한 고진영은 2번홀(파5)과 4번홀(파4)에서 두 차례나 이글을 잡아내며 순항하는 듯했지만 중반 이후 티샷이 흔들리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정규 홀 마지막 18번홀에서 2.5m 버디 퍼트를 놓치며 연장전으로 끌려 들어간 그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3번째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가면서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달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단체전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36년간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여자 대표팀 에이스 임시현은 혼성전과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을 차지했다. 이제 겨우 21살인 임시현의 이름 앞에는 새로운 ‘신궁(神弓)’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 양궁은 매번 올림픽을 치를 때마다 ‘신궁’이 탄생하곤 한다. 직전 올림픽인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안산이 3관왕에 오르며 신궁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얻었다. 박성현, 윤미진, 기보배 등도 올림픽 금메달을 3개씩 획득했다. 그렇지만 한국 양궁의 올림픽 10연패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원조 신궁’ 김수녕(53)이다. 3차례나 단체전 금메달을 딴 김수녕은 “5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때 만났을 때 우리 어린 선수들이 큰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며 “그렇게 큰 부담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이어가서 정말 다행이다. 역시 대견하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여고생이던 김수녕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단체전에서 왕희경, 윤영숙과 함께 금메달을 따내며 여자 양궁 10연패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김수녕은 그 대회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올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조윤정, 이은경과 함께 한국 여자 양궁의 두 번째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개인전에서는 조윤정에 이어 은메달을 수확했다. 겨우 20대 초반이었던 그는 그 대회를 끝으로 그는 은퇴했다. 이미 올림픽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딴 것만으로도 ‘신궁’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김수녕은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렇게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듯하던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컴백을 선언했다. 당시 활을 만들던 한 국내 업체가 그에게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 활을 홍보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활을 놓은 지 몇 년이 지났어도 ‘신궁’의 재주는 어디 가지 않았다. 나가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올렸고,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다는 국가대표 선발전도 거뜬히 통과했다. 결과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김남순, 윤미진과 함께 출전한 그는 자신의 네 번째이자 단체전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하나 추가해 그는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금 4, 은 1, 동메달 1개) 보유자가 됐다. 김수녕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메달은 그냥 활이 좋아서 활 홍보차 시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올림픽 통산 최다 메달도 평소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지냈다. 최근 들어 ‘내가 꽤 훌륭한 선수였구나’하고 새삼 깨닫고 있다”며 웃었다. 두 번째 은퇴 후 방송사 해설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세계양궁연맹(WA)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던 그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활했다. 한 사우디 왕가의 공주들에게 양궁을 가르치는 개인 교사로서였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한국대사관을 통해 공주들을 가르칠 여성 양궁 지도자를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고, 대한양궁협회는 내부 공모를 거쳐 복수의 후보를 추천했다. 최종 낙점을 받은 사람은 바로 김수녕이었다. 그는 “여러 조건들이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그쪽에서 30세 넘은 여성, 그리고 전문 선수를 거친 지도자를 원했다. 영어도 필수 조건 중 하나였다. 스위스 로잔의 세계양궁연맹에서 2년간 인턴 등으로 일하면서 익히 영어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을 사우디아라비아 생활이 그에겐 잘 맞았다. 우선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 두 명의 공주만 가르치는 가정 교사이다 보니 수업이 없는 날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저는 혼자서도 가만히 있는 걸 잘하는 스타일이다. 장도 보고 사람도 만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곤 했다. 좀처럼 심심할 틈이 없었다. 어찌 보면 10년간 인생 최대의 휴가를 보내고 왔다고도 할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또 “다행히 음식을 가리는 편도 아니라 사우디에서도 잘 먹고 잘 살았다. 재료를 사 와 한식을 요리해 먹기도 하고 현지에서 유명한 양고기를 먹기도 했다. 중동식 디저트 역시 종류도 다양하고 맛이 좋았다”고 했다. 그가 머무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그가 사우디에 갔을 때만 해도 여자들은 차량 운전이나 외부 운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들의 자유도 점점 늘어나 이제는 운전하는 여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도 차량을 구매해 운전을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여전히 운전이 위험한 데다 그가 사는 지역에서는 시장 등을 다닐 때 도보도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곤 했다. 원래 대중교통도 없는 것과 다름없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기 1년여 전부터는 버스가 개통돼 여러 차례 타 보기도 했다. 건설 중인 지하철은 시운전 중이라고 한다. 그는 “대중교통이 발달한 한국 사람 기준으로는 당연히 불편하다. 하지만 현지의 눈으로 보면 또 못 견딜 만큼 불편하거나 이상한 건 아니다”라며 “어쨌든 대중교통에 관한 한 한국만큼 쾌적하고 편리할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며 잠시 휴식을 취한 김수녕은 얼마 전부터 그가 가장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바로 양궁의 재미와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그는 경기 오산에 위치한 양궁 체험 시설 ‘슈팅존 양궁카페 서바이벌’로 출근하고 있다. 이 시설은 국내 양궁장비업체 파이빅스가 운영하는 곳으로 활쏘기 체험과 서바이벌 양궁 등을 즐길 수 있다. 파이빅스는 파리 올림픽 남자 개인전 64강 김우진과의 대결에서 1점을 쏘며 눈길을 끌었던 아프리카 차드 출신의 양궁 선수 아스라엘 마다예를 후원하는 업체다. 파이빅스는 제대로 된 장비로 갖추지 못한 채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양궁을 배운 마다예를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후원하기로 했다. 김수녕이 이곳에서 일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김수녕은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내 이름도 종종 기사 등에 나오고 있다. 나도 올림픽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라며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이 찾아 오신다. 그분들이 더 재미있게 양궁을 즐길 수 있게 옆에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올드 팬들은 한 때 최고의 궁사이자 신궁으로 불렸던 그와의 만남은 무척 반가워한다. 그를 잘 모르는 젊은 사람들도 TV와 신문기사 등에서 그의 이름을 봤다면 사진 촬영 요청을 하곤 한다. 김수녕은 “정식 직원은 아니고 프리랜서이자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활 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자세를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며 “7, 8월에는 주말에 주로 일했는데 이번 달부터는 훨씬 자주 나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을 때부터 좀처럼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할 때는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고, 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덕분에 젊었던 시절을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게 됐다”며 “앞으로도 양궁의 재미와 즐거움을 나누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찾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리치 힐(44·보스턴)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20시즌 연속 마운드에 올랐다. 힐은 30일 토론토와의 MLB 정규리그 안방경기에서 0-2로 뒤진 7회초 2사 1루 상황에 등판해 1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약 11개월 만의 등판이었지만 네 타자를 상대로 삼진 2개를 잡으면서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보스턴은 이날 0-2로 패했다. 이로써 힐은 2005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한 이후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0시즌 연속으로 MLB 마운드를 밟은 투수가 됐다. 2016∼2019시즌엔 LA 다저스에서 류현진(37·한화)과 함께 뛰기도 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힐은 시즌 종료 후 3개 팀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았는데 거부했다. 힐은 얼마 전까지 리틀야구 리그에서 뛰고 있는 아들 브라이스의 코치로 일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보스턴은 왼손 불펜 보강을 위해 18일 힐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28일 그를 MLB로 불러올렸다. MLB 현역 선수 중 최고령이기도 한 힐은 토론토와의 경기 후 “많은 사람이 ‘비결이 뭐냐’고 묻는다. 결국 노력밖에 없다. 매일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려 바구니를 가득 채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힐은 토론토전까지 MLB 통산 383경기에 등판해 90승 73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 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민수(16·호원고부설방송통신고)와 정민서(18·학산여고)가 제28회 최등규배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남녀부 정상에 올랐다. 김민수는 지난해 남자부 우승자 안성현을 1타 차로 제쳤고, 정민서는 여자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김민수는 30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남자부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김민수는 안성현(18언더파 270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5월 빛고을중흥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대회 우승이다. 여자부에서는 정민서가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국가대표 오수민(17언더파 271타)을 5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직전까지 올해 KGA 주관 8개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던 정민서는 9번째 톱10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대회 첫날부터 단독 선두로 나섰던 정민서는 대회 내내 한 번도 리더보드 최상단을 놓치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뒀다. 남자부 우승자 김민수는 내년 5월에 열릴 열리는 GS칼텍스 매경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여자부 챔피언 정민서는 다음 달 20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과 내년 치러지는 Sh수협은행 MBN여자오픈 출전 티켓을 따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