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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사진)이 ‘강한 성장’을 새로운 목표로 내세웠다. 한 부회장은 메드텍(의료기기+기술), 로봇, 전장(자동차부품), 친환경 공조 솔루션 등을 통해 강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청사진을 구성원들과 공유했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최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에서 열린 ‘DX 커넥트’ 행사에서 “그동안 ‘원 삼성’의 기틀을 다지고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우리의 다음 목표는 강한 성장”이라고 밝혔다. DX 커넥트는 DX부문 출범 3주년을 앞두고 한 부회장과 주요 사업부장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원 삼성은 2021년 한 부회장이 DX부문장을 맡으며 내세웠던 핵심 키워드다. 당시 한 부회장은 “원 삼성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며 “기존의 사업부와 제품 간 벽을 허물고 고객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탐구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강한 성장을 위해 메드텍, 로봇, 전장, 친환경 공조 솔루션 등 4대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차세대 신성장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자회사 삼성메디슨은 지난달 초음파 진단 AI 스타트업 소니오 인수를 마무리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이달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올해가 삼성전자의 AI 가전 원년”이라며 “미래 산업을 들여다보며 할 수 있는 것을 찾겠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GS칼텍스가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인증을 받은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일본에 수출했다. 19일 GS칼텍스는 ‘CORSIA SAF’ 5000kL를 일본 이토추상사를 통해 일본 나리타공항에 13일 공급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의 CORSIA SAF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로부터 공급받은 100% SAF에 일반 항공유를 혼합해 제조한다. 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네스테, 이토추상사 등과 협업하며 CORSIA SAF 공급을 준비했다. GS칼텍스는 전체 SAF 제조 과정에 대해 국제인증기관인 ISCC로부터 CORSIA 인증을 획득했다. CORSIA 인증을 받은 SAF를 사용하는 항공사는 탄소 감축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GS칼텍스가 공급한 SAF는 향후 일본 항공사 ANA, JAL 등에 판매된다. 전 세계적으로 SAF 의무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을 것을 의무화했고 2050년 70%까지 단계적으로 혼합 의무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한국발 국제선 여객기에도 SAF를 급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27년부터 한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내가 가진 기술로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상상을 해봤으면 좋겠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서 기업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행사의 일부인 ‘리더스 서밋’ 기조강연을 맡은 최 회장은 “과거 기업들은 기술혁신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사회문제가 복잡해지고, 너무 많은 문제가 한 번에 나타난다”며 “기업들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여태껏 하지 않았던 새로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기술 혁신을 잘하는 기업가도 많고, 사회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회 혁신가도 많지만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업가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다”며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과 돈 버는 것을 연결하면 좋겠다”며 “어떤 문제들은 제도나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하면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 주도로 2019년 시작된 ‘소셜밸류커넥트(SOVAC)’에 이어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도해 올해 처음 개최된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는 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 등 각 기관 및 단체 200여 곳이 참여했다. 행사에는 최 회장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유석진 코오롱FnC 사장, 정경선 현대해상화재보험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등이 참석했다. 행사를 찾은 관람객은 6000여 명에 달했다. 이날 대한상의와 사회적 기업 전문 투자사 임팩트스퀘어는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를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진행한 국민 사회문제 인식 조사와 대기업 97곳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해 국민과 기업의 관심도에 따른 사회문제를 분석했다. 국민과 기업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사회문제는 저출산과 기후위기로 나타났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SK하이닉스가 전작 대비 성능이 2배, 전력 효율이 30% 개선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사진)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SSD 신제품 ‘PEB110 E1.S’는 5세대 PCIe 규격을 적용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PCIe는 디지털 기기의 메인보드에서 사용하는 직렬 구조의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사와 PEB110에 대한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인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2분기(4∼6월)부터 제품 양산을 시작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초고속 D램은 물론이고 고성능 낸드 솔루션 제품인 데이터센터용 SSD에 대한 고객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7일(현지 시간) 찾은 독일 베를린 중심가 쿠담 거리에 위치한 가전 전문 유통사 자투른 매장에 들어가니 곳곳에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광고 문구가 적힌 한국 기업들의 제품이 눈에 띄었다. 소비자들 역시 꼼꼼히 문구를 읽고 있었다. 자투른은 독일에 400개 매장을 둔 전자제품 유통 체인으로 한국의 하이마트처럼 여러 제조사의 제품을 한곳에 모아놓고 판매한다. 이날 자투른 매장에서 만난 김현식 LG전자 독일법인 팀장은 “독일 소비자들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제품 에너지 등급에 따라 지불해야 할 전기요금을 직접 계산하며 제품을 고른다”며 “원래도 에너지 등급에 민감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더 높아진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전 제품에 붙어 있는 라벨 중 가장 두드러지는 건 ‘A-20%’ ‘A+++’ 등 에너지 효율과 관련된 문구였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고효율 제품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6∼10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유럽 최고 에너지 효율 등급(A)보다 효율이 높은 드럼세탁기, 냉장고 등을 전시했다. 삼성전자도 펠티어 소재를 탑재한 냉장고,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을 적용한 비스포크 AI 콤보 등 고효율 제품을 선보였다. IFA에 참가한 독일 가전 기업들도 에너지 효율을 앞세웠다. 밀레는 신제품 세탁기가 A등급보다 20%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쉬는 친환경 소재 가전으로 탄소 발자국을 50% 줄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전시관 곳곳에 나무를 소재로 한 소품을 배치하기도 했다. 이날 자투른 매장에서 확인한 또 다른 트렌드는 역시 인공지능(AI)이었다. LG전자는 AI로 세탁물의 무게, 습도, 재질 등을 분석해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도 강조하고 있었다. 자투른 매장에 진열된 LG전자 세탁기에는 애너모픽 3차원(3D)을 통해 세탁기의 핵심 부품인 ‘AI DD모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라벨을 붙여두기도 했다.베를린=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숙박객이 예약한 숙소에 가까워지자 위치를 파악한 호텔에서 자동으로 체크인이 시작된다. 사전에 스마트폰으로 숙소의 온도나 객실 분위기를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TV로 보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로그아웃을 잊었더라도 원격 로그아웃이 가능하다. 숙소 관리자는 방을 직접 살펴보지 않고도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의 운영 현황과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다.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 참가한 삼성전자는 7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업 간 거래(B2B)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활용한 연결성, 편리함을 아파트, 사무공간, 중소매장, 숙박업소 등 B2B 고객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IFA 전시장에 B2B 테마공간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AI 아파트’ ‘AI 오피스’ ‘AI 스토어’ ‘AI 스테이’ 등의 영역에서 가능한 13개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비대면 체크인·체크아웃과 원격 관리 등은 호텔이나 공유 숙소 등 숙박업소에서 활용 가능한 AI 스테이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가 내년까지 국내 30만 채를 공급할 예정인 AI 아파트는 스마트폰, TV 등 스크린이 있는 제품을 허브로 삼아 집 안의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건설사 등과 협력해 신축 아파트를 짓는 단계부터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사무공간에서는 안면인식을 통한 출입 관리부터 AI가 적용된다. 공유 회의실에선 공조, 화상회의 시스템 등 최적의 환경 설정이 가능하고, 회의 후 회의록 관리 및 배포, 통역 등 AI가 비서처럼 돕는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은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라는 삼성전자의 비전을 B2B 고객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베를린=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국 대표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 성장 속도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이나 제품 경쟁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이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글로벌 브랜드 평가 기관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상위 50개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2조7700억 달러(약 3711조8000억 원)로 2014년의 1조3100억 달러 대비 110.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상위 50개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116조9000억 원에서 201조 원으로 71.9% 오르는 데 그쳤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스스로 내린 평가와 전문가들의 진단도 비슷했다. 동아일보가 국내 30대 그룹 전략·마케팅 담당 임원과 한국경영사학회 소속 학자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9%가 한국 기업들이 ‘실제 역량이나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다’고 봤다. 특히 30대 그룹 임원들 중에는 23명(76.7%)이 이같이 답했다. 이들은 “한국 기업이 저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금융투자 시장도 작은 것”, “기업을 넘어 국가 전체의 소프트 파워 문제” 등의 답변을 추가했다. 기업이 아닌 한국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조사 대상자의 38%가 ‘저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만큼 평가받고 있다’는 답변(47%)이 더 많았다. 즉, 한국 제품 및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걸 만드는 기업에 대한 평가는 낮다고 보는 것이다. 애플, 코카콜라, 메르세데스벤츠, 디즈니 등은 회사 자체를 대상으로 한 팬층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껍게 형성돼 있다. 이런 강력한 브랜드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시너지를 낸다. 반면 브랜드 가치가 낮으면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가치를 높일 방법 중 하나로 기업 헤리티지(유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헤리티지의 개발은 역사를 브랜딩하는 것”이라며 “브랜드가 시장 경쟁력이라면, 헤리티지는 시장 경쟁력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역할”이라고 했다.넷플릭스-우버처럼… 韓기업도 창업스토리 살린 ‘헤리티지 경영’을〈1〉 한국기업 소프트파워 키워야넷플릭스, 비디오 연체료 화나 창업… 우버는 비싼 택시비에 반발해 시작대중에 스토리 공유, 기업가치 높여韓기업, 창업정신-브랜드 탄생 등… 소비자에 각인 시킬 스토리 활용을‘대여점서 빌린 비디오를 늦게 반납해 연체료를 40달러나 냈다.’ ‘새해 전날 뉴욕에서 택시를 탔다가 800달러가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집세가 너무 비싸 거실 매트리스에 사람들을 재워주고 숙박비를 받았다.’ 미국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의 창업 스토리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다 겪은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각 기업의 정체성과 정확하게 연결된 이야기들이다. 다소 진실과 차이가 있더라도 대중에게 공유된 스토리는 공감과 사용경험을 거치며 내러티브(서사)로 진화한다.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지갑을 열게 된다는 의미다.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창업자들이 가진 정신이 브랜드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기업들이 있다”며 “굳이 명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더라도 레거시와 헤리티지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큰 폭발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이 아쉬운 한국 기업들반면 한국 기업들은 이런 소프트파워가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그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국내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사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는 꼬리표가 특별히 플러스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혁신성, 독일의 안정감, 스위스의 정밀함 같은 한국이나 한국 기업 특유의 이미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이 임원은 “세계 5위 수출대국을 바라보는 한국에서 삼성, 현대차, LG 정도를 빼면 기업 인지도 자체가 낮다”며 “오랜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둔 유럽 기업, 혁신의 아이콘인 미국 기업,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 기업 사이 포지션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실제 동아일보가 국내 30대 그룹 전략·마케팅 담당 임원 30명, 한국경영사학회 소속 교수 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기업이 헤리티지를 잘 활용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48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는 답(16명)의 3배다. 김상순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은 창업 정신이나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헤리티지를 브랜딩 과정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며 “기업들이 지나온 역사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또 보존하는 것인데, 한국에선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한국 기업의 업력이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 대표 기업들은 1970년대 전후 산업화 과정에서 설립돼 50년 안팎의 역사를 가진 곳들이 많다. 그런데 이번 설문에서 헤리티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 연한을 묻는 질문에 ‘50년 이상’이라고 답한 이들은 96명 중 12명(12.5%)뿐이었다. ‘업력과는 무관하다’는 답변 15명(15.6%)보다 적었다. ‘짧은 역사’가 헤리티지를 발굴하는 데 절대적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큰 것이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역사가 길지 않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스토리텔링으로 단기적 성과를 내려다 보니 숙성된 이야기가 잘 쌓이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경쟁력 높이는 ‘브랜드 스토리’이번 설문에서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혁신성(46.3%·응답자 80명 중 37명)이 꼽혔다. 그러나 브랜드 이미지나 기업의 역사를 꼽은 이들도 40%나 됐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려면 제품과 서비스에 혁신성을 더하는 역량은 필수다. 여기에 더해 브랜딩 파워를 갖추면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 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큰 것이다. 응답자들은 특히 적극 활용해야 할 헤리티지로 창업정신과 브랜드 스토리(복수 응답·각 40명)를 선택했다. 장인정신을 자동차 산업에 적용한 일본 도요타나 ‘고객에게 하나를 팔되 최고의 제품을 가장 싸게 판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창고형 할인마트의 상징이 된 미국 코스트코가 한국이 참고할 만한 기업들로 언급됐다. 한 응답자는 미국의 친환경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해외 모범 사례로 꼽았다. 그는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가장 차별화된 포인트인 지속가능성은 창업철학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며 “제품 및 서비스 기획, 마케팅 등 모든 사업 분야에 이를 일관되고 진정성 있게 전달하면서 스토리를 완성시킨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음료는 1965년 플로리다대 풋볼팀 ‘게이터스’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게이터스가 게토레이를 마시기 시작한 뒤 승률이 올라가 몇 년 내 우승까지 차지했다”는 스토리는 최고의 마케팅 문구가 되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배경에는 ‘약팀을 우승시킨 음료’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개인, 정신, 브랜드, 디자인, 스토리, 공장이나 사업장 같은 장소뿐만 아니라 사업에서 파생된 정신이나 스토리 등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헤리티지”라고 설명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우리는 기업가치 올리는 활동에 진심입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를 참관한 뒤 기자들과 만나 “9일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 해외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NDR)를 가질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LG전자 CEO가 유럽 투자자들과 만남을 주관하는 것은 처음이다. 조 사장은 “이미 성숙했다고 평가받는 가전 사업에서 (LG전자가) 수년간 10% 이상 성장을 이뤄내고 10%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을 설명하며 정확한 평가를 요청할 것”이라며 “LG전자 매출의 35%가 B2B(기업 간 거래)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나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열 관리를 위한 칠러 사업 등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가능성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성장 중인 인도 시장에서 제품을 많이 팔아 시장 1위를 차지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IFA 전시 트렌드와 관련해선 “LG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에너지 효율을 강조한 전시가 많았다”고 평했다. 또 “중국 TCL과 하이센스 부스를 보고 ‘굉장히 많이 따라왔다’고 느꼈다”며 “디자인, 에너지 효율성 등에서는 경계심을 가져야 할 수준”이라고 답했다. 로보락, 드리미 등 중국 업체가 주도 중인 로봇청소기 시장에 대해 조 사장은 “우리가 늦긴 했지만 성능 면에서는 동등하거나 그 이상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더 이상 밀리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LG전자는 지난달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가 가능한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한 바 있다. 조 사장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와 만나 우리가 어떤 영역에서 AI를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고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대화했다”며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설명했다. 조 사장은 “사실 자동차 업계에서 LG전자가 퀄컴의 가장 큰 고객”이라며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세계 1위 기업으로서 퀄컴과 차량 내 AI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대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우리는 기업가치 올리는 활동에 진심입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를 참관한 뒤 기자들과 만나 “9일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NDR)를 가질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LG전자 CEO가 유럽 투자자들과 만남을 주관하는 것은 처음이다.조 사장은 “이미 성숙했다고 평가받는 가전 사업에서 (LG전자가) 수년간 10% 이상 성장을 이뤄내고 10%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을 설명하며 정확한 평가를 요청할 것”이라며 “LG전자 매출의 35%가 B2B(기업간 거래)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나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열 관리를 위한 칠러 사업 등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조 사장은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가능성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성장 중인 인도 시장에서 제품을 많이 팔아 시장 1위를 차지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올해 IFA 전시 트렌드와 관련해선 “LG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에너지효율을 강조한 전시가 많았다”고 평했다. 또 “중국 TCL과 하이센스 부스를 보고 ‘굉장히 많이 따라왔다’고 느꼈다”며 “디자인, 에너지 효율성 등에서는 경계심을 가져야 할 수준”이라고 답했다. 로보락, 드리미 등 중국 업체가 주도 중인 로봇청소기 시장에 대해 조 사장은 “우리가 늦긴했지만 성능면에서는 동등하거나 그 이상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더 이상 밀리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LG전자가 지난달 먼지흡입과 물걸레 청소가 가능한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한 바 있다.조 사장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와 만나 우리가 어떤 영역에서 AI를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고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대화했다”며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설했다. 조 사장은 “사실 자동차 업계에서 LG전자가 퀄컴의 가장 큰 고객”이라며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세계 1위 기업으로서 퀄컴과 차량 내 AI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대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는 가전 전시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보기술(IT), AI, 로봇 기술의 경연장으로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이번 IFA에서 가장 앞선 AI, 로봇 기술을 선보인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다. 두 회사는 제품 라인업을 늘어놓았던 기존과 달리 AI 기반 스마트홈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전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생태계를 전시했다. 전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직접 삼성과 LG 부스를 잇달아 방문해 AI 로봇을 체험할 정도였다. 현직 독일 총리가 IFA 전시장을 찾은 건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올해 IFA는 100주년을 맞이했다.관람객들의 이목도 AI 로봇에 집중됐다. 음성비서 빅스비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반려로봇 ‘볼리’는 “○○○에게 전화 걸어줘” 같은 일상언어로 명령을 내려 실제 전화 연결을 하는 기능을 시연했다. LG전자의 이동형 AI홈 허브(모델명 Q9)는 책을 얼굴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에 갖다 대자 제목을 인식한 뒤 학습한 책 내용을 요약해 낭독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웃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한 시연자가 중국어로 중국 가전업체 창훙의 인공지능(AI) TV에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 로맨스 영화 틀어줘”라고 하자 “네, 영화 ‘노트북’ 재생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여자친구가 문자메시지에 물음표만 보냈는데 무슨 의미야?”라고 하면 “여자친구가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우선 사과를 하고 입장을 명확하게 해명하세요”라고 조언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창훙 관계자는 “지금은 중국어로만 사용 가능하지만 곧 영어 등으로 지원 언어를 확대하고 유럽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中기업 존재감 커졌지만… 한국 모방한 제품들 곳곳서 발견AI-로봇기술 경연장TCL, 전시관 전면에 초대형TV 배치… 5㎝ 문턱 넘는 로봇청소기 신제품도“韓제품과 디자인-기능 차별 없어져… 韓, 고객과 경험공유 등 관계 강화를”139개 참가국 중 가장 많은 기업이 참가한 중국 기업들은 한국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선보이거나 한발 더 나아간 기술력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2024 IFA’의 공식 후원사인 TCL은 115인치 퀀텀닷(QD)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주무기인 초대형 TV를 전시관 전면에 배치했다. TCL은 자사 연구소 분석 결과 글로벌 초대형 TV 시장 점유율에서 32.4%로 1위를 차지했다는 문구를 전시해 놓는 등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한 경쟁심을 숨기지 않았다.중국 스마트폰 아너는 접었을 때 두께가 9.2mm밖에 되지 않는 폴더블 스마트폰 ‘매직 V3’를 전시했다. ‘더 얇을수록 더 강해진다’는 슬로건이 적힌 아너 전시관에는 매직 V3를 체험해 보려는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전 가진 제품 공개 행사에서 “매직 V3가 삼성전자 제품보다 얇고, 바 형태인 애플 아이폰 프로 맥스와 무게 차이가 없다”고 도발하기도 했다.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을 주도 중인 로보락, 드리미, 에코백스 등 중국 업체들은 4∼5cm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등의 신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을 선보였다.다만 여전히 한국 제품을 모방한 듯한 제품이 전시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하이센스 전시관 입구에는 과거 LG전자가 출시했다 단종한 롤러블 TV와 비슷한 제품이 자리 잡았다. 창훙의 이동형 TV는 LG전자의 무선 TV 스탠바이미와, TCL의 NXT프레임은 삼성전자의 아트 TV 더 프레임과 비슷한 디자인과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다.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기업과 비교했을 때 디자인, 기능 등 하드웨어적인 차별점을 점점 갖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아주 자명하다”며 “외부에서 보이는 디자인을 넘어 사용 경험, 고객에게 말 거는 방식의 변화 등을 바탕으로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가 자체 음성비서 빅스비를 탑재해 다양한 가전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빅스비를 탑재한 냉장고는 내부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음성을 인식한다. 목소리만으로 가족 구성원을 구별해 개인화된 설정을 자동 적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큰 글씨 모드’를 사용하는 60대 부모님의 목소리를 인식해 디스플레이 글자 크기를 키웠다가 30대 자녀의 목소리가 들리면 다시 크기를 원상 복구하는 방식이다.베를린=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중국 업체들이 제품 경쟁력이나 인공지능(AI) 홈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사진)은 5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기술력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국 기업에 대해 “현재 중국 업체들은 과거 가격으로만 경쟁하던 브랜드와 다르다”며 “하이얼은 사명을 칭다오하이얼에서 하이얼스마트홈으로 바꾸는 등 스마트홈을 우선순위에 놓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 사장은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홈 사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려 하기보다는 기존에 해온 것처럼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AI 홈이 아직 개화 단계인 만큼 어떤 모습이 되면 더 경쟁력 있고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사장은 LG전자가 추구하는 AI 홈은 기존 스마트홈보다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류 사장은 “‘에어컨 켜줘, 온도 26도로 맞춰줘’라고 미리 약속한 명령어를 말해야 하는 것이 스마트홈이라면, ‘너무 더워’라고 하면 스스로 판단해 에어컨을 가동하고 온도를 낮춰주는 것이 AI 홈”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AI 홈을 구현하기 위해 AI 허브 ‘씽큐 온’을 출시했고, 씽큐 온에는 스마트홈 플랫폼(씽큐)과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을 결합시키는 ‘퓨론’을 탑재했다. 류 사장은 “씽큐 온을 통해 현재 50∼60%인 ‘업가전’의 씽큐 연결률을 100%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류 사장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가전기기를 고객의 상황에 맞게 최적으로 만들어 주며 진화하는 것이 AI 홈”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지난주에 주문했던 음료수 같은 거로 20개 쿠팡에 다시 주문해줘’라고 지시할 방법이 현재 스마트홈에는 없다”며 “반면 AI 홈에서는 LG전자나 쿠팡 혹은 서드파티(외부 생산자) 개발자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사장은 “2011년 이후 출시돼 와이파이 기능이 탑재된 구형 가전제품을 AI 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베를린=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사진)이 인공지능(AI) 기반 가전의 당면 과제로 보안과 자연어 처리 능력을 꼽았다. 한 부회장은 AI 기반 가전으로 고객 사용 경험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비자 눈높이를 AI 가전이 못 따라가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수요가 100이라고 했을 때 AI 가전제품은 30까지밖에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우선 보안을 강화하고 다음으로 자연어 기반 음성 인식을 강화하면 60∼70 수준까지는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블록체인 기반 보안 플랫폼으로 보안과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며 “목소리로 사용자를 인식하는 보이스 ID로 개인 일정을 확인하는 등 개인 맞춤까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복약 일정 관리 등이 현재 구현 가능한 아이디어다. 한 부회장은 AI 홈의 개인화에 대해 “현재 돼 있는 것보다 앞으로 할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중국 업체 아너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치고 나오는 상황에 대해 한 부회장은 “폴더블 스마트폰 점유율이 과거 90% 이상이었지만 이 같은 지배적인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AI를 통한 차별화로 점유율은 적정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내년 신제품은 기대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이 주도 중인 로봇청소기 시장에 대해선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시켜 주는 제품인 만큼 글로벌하게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후발주자가 됐지만 신제품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노키아 네트워크 사업부 인수설’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밝힐 수는 없다”며 “기존 사업 강화, 미래 사업 발굴 차원에서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노키아 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DX부문에 주문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항상 같다. 차별화된 제품, 소비자가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제품을 요구한다”고 답했다.베를린=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IFA 2024’를 찾아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를 잇달아 방문했다. 현직 독일 총리가 IFA 전시장을 찾은 건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올해 IFA는 100주년을 맞이했다.이날 숄츠 총리는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 프란치스카 기페이 베를린 상원의원 등과 함께 IFA 행사장을 방문해 첫 관람 순서로 독일 기업이 아닌 삼성전자의 전시관을 찾았다. 숄츠 총리는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악수를 나눈 뒤 이번 전시 주제인 ‘모두를 위한 AI’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어서 AI 홈 로봇인 ‘볼리’를 직접 양손으로 들어보며 체험했고 ‘비스포크 AI 콤보’ 등 삼성전자의 전시 제품들을 살펴봤다.숄츠 총리는 이날 LG전자 부스도 방문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숄츠 총리에게 ‘공감지능으로 새롭게 그려내는 AI 홈’을 주제로 한 LG전자 전시장을 소개했다. 숄츠 총리는 이곳에서 LG전자의 AI 로봇인 ‘이동형 AI 홈 허브‘(코드명 Q9)’가 책 표지를 인식해 줄거리를 소개하는 시연을 지켜봤다. 웃는 표정을 짓는 홈 허브를 보고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올해 IFA는 ‘모두를 위한 혁신’을 주제로 독일 메세 베를린에서 이날부터 10일까지 개최된다. 100주년을 맞이한 IFA에는 전 세계 139개국 22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고, 18만2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베를린=홍석호 기자 will@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사용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알람 시간을 알려주는 로봇청소기, 운동이 끝날 때쯤 운동복을 세탁하기 위한 기능성 의류 세탁 설정을 준비하는 세탁기…. 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유럽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업그레이드된 인공지능(AI)이 탑재된 가전을 앞세우며 달라진 삶을 소개했다. 일상 언어로 가전제품을 사용하거나 제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각종 AI 신기술을 전 세계인들에게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IFA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단독 전시장인 시티 큐브 베를린에서 전 세계 미디어와 파트너사 관계자 700여 명이 참석한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모두를 위한 AI’라는 비전을 밝혔다. 청중들의 이목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친애하는 청중, 그리고 부재자 여러분”이라며 가벼운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한 순간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아인슈타인의 1930년 IFA 개막 연설 원본과 업스케일링을 적용한 화면을 비교해 보여줬다. 업스케일링은 사진이나 영상의 해상도 등을 원본보다 개선하는 기술이다. 94년 전 영상인데도 오래된 영상에 나타나는 필름 손상, 노이즈 등이 없었다. 또 작게 녹음된 목소리도 또렷하게 들렸다. 발표자로 나선 벤자민 브라운 삼성전자 구주 총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삼성은 AI 기술이 사람들을 돕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방형 스마트싱스 생태계와 삼성 AI 기술로 세계를 선도하고, AI가 서로 연결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 참가 기업 중 가장 큰 6017㎡ 규모 전시 공간에서 최신 AI 제품과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한 경험을 선보인다. 특히 ‘비스포크 AI’ 제품에 적용된 음성 비서 ‘빅스비’는 “에어컨 온도는 25도, 세탁은 오후 5시까지 끝내줘”같이 복합 명령을 이해했다. 여기에 목소리로 개별 사용자를 인식하는 ‘보이스 ID’ 기능도 이번 IFA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 외에도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가전을 활성화하거나 로봇청소기가 사용자를 찾아가 음성 알람을 하는 기능도 소개했다. LG전자는 ‘공감지능으로 새롭게 그려내는 AI 홈’을 주제로 일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공개했다. LG전자가 IFA에서 처음 공개한 ‘LG 씽큐 온’은 가전제품, 사물인터넷(IoT) 기기들과 고객을 연결하는 핵심 기기다. 스피커 같은 외형의 LG 씽큐 온에는 생성형 AI가 탑재돼 고객과 일상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로 길이 30m의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아트를 지나 들어선 LG전자 전시관에선 AI 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을 볼 수 있다. ‘액티브 시니어’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공간에서는 LG 씽큐 온이 달력의 일정을 음성으로 브리핑하고 택시 호출을 돕는다. 또 운동 일정이 끝날 때쯤 세탁기 코스를 미리 ‘기능성 의류’로 바꿔주는 등 가전제품 간의 유기적인 작동도 가능해진다. 아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환경에서는 아이의 생활 패턴에 맞춰 조명 조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거나 AI가 책을 읽어주고, 반려동물 동선을 감지해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풍향·온도·습도를 바꾼다. 홈파티를 즐기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 맞춤 공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주는 식단과 레시피를 AI가 제공한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생성형 AI로 고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LG AI 홈’ 솔루션을 앞세워 고객의 일상을 업그레이드하는 AI 홈 시대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10일까지 진행되는 IFA에는 18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과 단체는 총 127곳이 참여했다. 중국은 참가국 가운데 최대인 1300여 곳이 참여했다. 베를린=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SK하이닉스가 세 자릿수 신입·경력사원 채용에 나선다. 7월 신입·경력 사원을 동시 모집한 지 두 달 만에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0일부터 23일까지 신입 및 주니어 탤런트(반도체 유관 경력 2∼4년 차 경력사원) 지원자를 모집한다. 주니어 탤런트는 직무 경험을 갖춘 젊은 인재를 뽑기 위해 2021년 도입한 전형이다. 신입사원은 이미 졸업했거나 내년 2월 졸업 예정자가 대상이다. 신입사원은 내년 1월, 주니어 탤런트는 내년 2월 입사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7월 세 자릿수 신입·경력 사원을 채용한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기존 상·하반기 정기공채를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 뒤 신입·경력 사원을 대규모로 동시 채용한 것은 7월 채용이 처음이었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채용에 속도를 내는 것은 충북 청주 M15X 공장,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투자에 걸맞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기존엔 사회적 가치 생태계 이해관계자 중심이었다면, 이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게 외연이 넓어졌다는 게 실질적으로 달라진 가장 큰 변화죠.” 22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만난 지동섭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소셜밸류커넥트(SOVAC)’가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로 판이 커지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지 위원장은 “SOVAC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다른 기업이나 공공의 영역과 함께하는 방안을 구상해 왔다”며 “SOVAC는 곳곳에 흩어진 사회적 기업을 우선 한곳에 모아 소통하고 교류하고 배우는 협력의 장을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가치 페스타로 달라진 행사 장소도 의미가 있다. 지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 페스타는 코엑스에서 열린다. 지난해 SOVAC가 개최됐던 워커힐 호텔보다 전시장 규모가 6배 크고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아졌다”며 “지나가다 부스나 마켓을 보고 호기심이 생기면 들어가 볼 수 있게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하는 파트너도 120여 곳에서 220여 곳으로 대폭 늘었다. 기존 행사의 주인공이었던 사회적 기업과 투자자들에 더해 공공기관, 대학, 민간기업 등이 추가됐다. 지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큰 대기업들과 공공기관과 대학의 참여가 늘었다”며 “현대해상은 저출산과 관련해 양육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을, 코오롱은 재고를 다시 옷으로 만드는 솔루션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는 현대해상, 코오롱FnC, 카카오임팩트, 포스코, LG소셜캠퍼스, 호반그룹 등이 부스를 꾸린다. 이어 지 위원장은 행사에 참가하는 주체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관심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위원장은 “최근 사회적 기업이 만든 친환경 비누를 직접 사기도 했다”며 “가격과 성능 모두 눈길이 가는 제품이 많은데도 유통, 마케팅과 홍보 역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소비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과 그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회적 기업들이 만날 수 있는 중간다리로 사회적 가치 페스타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경기 침체, 에너지난 등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지 위원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결국엔 가야 할 길”이라고 답했다. 지 위원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사회로부터 이익을 취한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제나 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라며 “당장 경기 변동으로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제품 서비스가 위축된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ESG 및 임팩트 기반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속도는 달라질 수 있어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가 우상향하는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소멸’ 얘기까지 나오는 지방 소도시가 살아남으려면?” “패션 대기업이 옷으로 기후변화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기업이 출산율을 어떻게 높이나?” 이처럼 한마디로 답을 내리기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저출산, 양극화, 기후변화 같은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 대기업-정부-소셜벤처(사회적 기업)-학계가 머리를 맞댄다.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며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가 다음 달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것이다. 혼자서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사회 각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결책을 찾는 국내 최초의 ‘사회적 가치’ 축제다. ● “혼자는 못하는 일… 함께 풀자” 대한상의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현대해상, 코오롱FnC, 카카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대거 참여할 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도 힘을 보탠다. 한국경영학회 등 학계도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회적 기업가들도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의 시초는 2019년부터 SK그룹 주도로 시작된 사회적 기업 민간 축제이던 ‘소셜밸류커넥트(SOVAC)’다. 올해부터 대한상의가 주최를 맡고 공동주관사로 현대해상, 코오롱FnC 등이 참여하며 국가적 행사로 판이 커졌다. 지난해 SOVAC 행사에 참여 기업 등이 120곳이었다면 올해에는 220여 곳으로 대폭 늘어났다. 대한상의 측은 “SOVAC가 사회적 기업 중심의 행사였다면 사회적 가치 페스타는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는 정부, 민간 학계, 협회 및 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행사”라며 “SOVAC도 이번 행사에서 하나의 섹션으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 현대해상의 정경선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는 “그 어떤 사회문제도 하나의 기업이 해결하기에는 거대하다”며 “정말 사회적 문제 해결에 진심인 기업이라면 ‘이 문제는 우리 혼자 해결할 수 없다’라는 깨달음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번 사회적 가치 페스타 같은 공적인 장이 열려서 이런 협업이 계속 부각되고 화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현대해상-코오롱FnC “대기업 역할 중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이기도 한 정 CSO는 직접 소셜 벤처 발굴에 나섰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해상은 이번 행사에서 저출산과 더불어 지역에서 청년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며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세션을 진행한다. 저출산으로, 수도권 집중화로 급격히 위축된 지역 문제를 젊은 청년들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대전의 도시재생스타트업 ‘윙윙’ 이태호 대표, 울산 장난감 전문 자원 순환 기업인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 등 실제 지역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소셜 벤처 창업가들이 세션에 참여한다. 공동 주관사인 코오롱FnC는 2012년 국내 최초로 업사이클링 패션브랜드 래코드(RE;CODE)를 내놓으며 ‘착한 패션’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반품되거나 팔리지 않은 재고를 해체해 새로운 옷으로 만드는 것을 업사이클링 패션이라고 한다. 코오롱FnC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순환 패션 플랫폼’을 만들어 소셜 벤처들과 협업하고 있다. 미국에서 작년에 오픈한 순환패션 플랫폼 ‘서큘러 라이브러리’가 대표적이다. 몽골과 베트남에서는 재생 소재 생산을 위한 자원 순환 센터 ‘서큘러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유동주 코오롱 FnC 상무는 “패션 산업의 재고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아 순환 패션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사회적 임팩트가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가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소셜 벤처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상무는 이어 “여전히 사회문제 발생 속도와 해결 속도 간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민간 분야의 다자 간 협력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시도가 필요하다. 코오롱FnC가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 참여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 행사가 마련된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와 협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장마가 주춤했던 지난달 31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에 위치한 인등산을 찾았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울창한 가래나무 숲이 나타난다. 낮 최고기온이 33.7도까지 올라갔지만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에서 무성하게 자란 잎이 그늘을 만들어준 덕에 덥지 않았다. 산을 오르다 보면 자작나무들이 빽빽한 숲을 만날 수 있다. 인등산 가파른 비탈에 자리 잡은 지 50년이 지난 자작나무는 20∼30m 높이로 자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나무들은 지금쯤 베어져 수익화됐어야 했다. 하지만 나무는 살아남았고, 지역 대학 및 주민들과 상생하는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대기의 탄소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토사 붕괴를 막으며 연간 400억 원이 넘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인재를 키우려 시작한 조림 사업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은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다”며 1970년대 초 서울 여의도 면적(약 2.9㎢)의 14배가 넘는 인등산 일대 41㎢를 인수해 숲을 가꾸도록 지시했다. 지금은 가래나무와 자작나무 숲이 무성하지만 당시는 민둥산이었다. 농사지을 땅이 없어 화전을 일구고 살거나 산에서 어린 나뭇가지와 낙엽도 모조리 긁어모아 땔감으로 쓰곤 했기 때문이다. 애초 최 회장은 숲을 조성한 뒤 30년이 지나면 나무를 조금씩 벌채해 장학사업의 재원으로 쓸 계획이었다. 그 때문에 빠르게 자라는 가래나무와 고급 가구 소재로 쓰이는 자작나무를 심었다.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자라고, 또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기에 만약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도 장학 재원은 끊기지 않게 하겠다는 계산도 했다. 최 회장은 당시 직원, 지역 주민들과 직접 비탈길을 오르며 숲을 조성했다. 해발 666m 정상까지 오르는 데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인등산은 산치고 높지 않은 편이지만 등산로가 가파르고 비탈이 많다. 그는 “조림도 공장 관리하듯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이 때문에 당시 작성한 수적부(樹籍簿)에는 인등산에 심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생육 상태를 관찰한 기록이 모두 담겨 있다. 최 회장은 생전 강조했던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인재관에 따라 일생 동안 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었다. 산림청은 2010년 최 회장을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하기도 했다. 기업인으로 숲의 명예전당에 오른 이는 최 회장이 처음이다. ● 황무지가 지역 상생 공간으로 벌목 가능한 나무 수령이 계속 상향되면서 SK 측은 인등산에 심은 나무들을 벌목하는 대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SK그룹은 2007년 인등산에 SK그룹 연수원인 수펙스센터를 짓고 2010년부터 운영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찾는 인원이 줄었음에도 지난해에만 SK그룹 임직원과 가족, 지역 주민 등 2400여 명이 연수원을 찾았다. 1992년에는 인등산 일대 10.06㎢ 규모의 산림을 충남대에 학술림으로 기증했다. 2017년 정부로부터 탄소 감축 인증을 받으면서 숲을 통해 탄소를 줄이고, 그 가치를 시장에서 내다팔 수 있게 됐다. SK는 숲을 통해 매년 1만5000㎞를 주행하는 승용차 약 2만 대가 배출하는 탄소량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숲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도 된다. SK임업은 호두과자가 유명한 충남 천안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0만 ㎡의 호두농장에서 약 1만 그루의 호두나무를 기르고 있고, 충북 영동에서는 송이버섯 채취 사업을 하고 있다. 모두 숲을 조성하며 가능해진 사업이다.● 숲을 통해 1년간 만든 가치 419억 원 SK그룹의 숲 조성 사업을 맡고 있는 SK임업은 지난해 54억2300만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도 2022년 대비 46.9% 감소한 397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SK임업은 지난해 창출해 낸 사회적 가치를 419억 원으로 계산했다. 적자를 만회하고 남을 뿐 아니라 SK임업이 거둔 매출액보다도 크다. 수백억 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는 SK임업이 관리 중인 45km² 규모 숲에서 나온다. 387만9000그루의 수목이 심긴 숲에서 탄소 감축 등 대기 정화(194억 원), 대기 질 개선(2억 원), 수질 정화(73억 원), 토사 유출 방지(123억 원), 토사 붕괴 방지(21억 원) 등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0년 전 세계 숲이 가진 가치를 50조∼150조 달러(약 6경6000조∼20경6000조 원)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주식시장의 가치(약 100조 달러)는 물론이고 매장된 석유(약 66조 달러)나 금(약 14조 달러)의 가치보다도 큰 규모다.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숲을 살리고 국토 전반의 산림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생산성을 높이고,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기업들이 숲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찾으면 지속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산불 복구하고… 우즈벡선 사막화도 막아SK, 해외서도 산림 복원-조경 SK그룹은 국내 최초로 임업 기업인 SK임업(옛 서해개발주식회사)을 1972년에 설립했다. 충남 천안, 충북 충주 영동 등 지역에서 황무지를 매입해 숲을 조성하기로 결정했지만 숲을 조성할 투자비를 마련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조경용 나무를 키워 판매하는 양묘 사업, 사과나무를 심는 과수 사업, 양어장에서 잉어를 기르는 양어 사업, 산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골재 사업 등 온갖 사업을 시도했다. SK임업은 초창기 자금 마련에 성공하면서 50년 이상 산림 및 조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산림 복원에도 뛰어들었다. 2011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과 시엠레아프 지역 산불 피해 지역 복구를 위해 산림청,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함께 89만 m² 규모의 땅에 나무를 심었다. 단순히 나무를 심고 끝난 것이 아니라 양묘장과 산림연구센터도 조성해 캄보디아 정부가 스스로 묘목을 길러 숲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 사업에 참여했다. 2014년부터 나보이 지역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자연 경관을 지키기 위해 135만 m² 규모 땅에 나무 15만 그루를 심었다. 관수시설, 저수조, 작업로 구축 등 모든 기초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다. 5000m² 규모로 조성한 ‘우정의 숲’에는 2200그루의 나무를 심어 지역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2020년에는 무분별한 벌채가 진행된 에티오피아 커피 농장의 조림 사업을 국제기구 등과 함께 진행했다. 1000만 m² 규모의 사업지에 양묘장을 조성하고 유칼립투스 등 묘목 21만 그루를 심어 산림 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환경 오염 없는 커피 생산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지속 가능한 커피 농장 사업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충주=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간에 덜컹거리는 과정은 있겠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은 우상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22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4’ 폐막 세션에서 “지금 확실하게 돈을 버는 것은 AI 밸류체인(가치사슬)이며 빅테크들도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AI가 가져오는 변화들이 우리에게는 모두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AI 성장 트렌드가 계속되면 SK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하드웨어 관련 비즈니스,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서비스 모델을 추진할 수 있다”며 “언젠가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고 나면 전체적인 순환 사이클이 돌 수 있을 것”이라고 SK그룹의 미래 사업 구상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또 최근 엔비디아, TSMC,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관계자들과 협력을 논의하며 얻은 생각도 공유했다. 최 회장은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원자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며 “그로 인해 에너지 믹스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천포럼은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과 각 관계사에서 AI와 ‘SK 경영관리체계(SKMS)’를 화두로 진행됐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 경제지 포브스 선정 20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이 여섯 번째로 많았지만 신규 진입률이나 상위권 비율 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포브스가 발표한 ‘2024 세계 2000대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은 61곳으로 미국, 중국, 일본, 인도, 영국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기업의 매출, 순이익, 자산, 시가총액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한국 기업 61곳 중 16곳(26.2%)은 2014년에는 명단에 없던 신규 진입 기업이다. 2000대 기업 중 신규 진입 기업은 676곳(33.8%)으로 중국(59.3%), 인도(42.3%), 미국(37.5%) 등의 신규 진입률이 높았다. 2000대 기업 중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는 500대 기업이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9곳(14.7%)에 그쳤다. 미국(28.3%), 일본(24.9%), 중국(20.4%)은 물론이고 2000등 안에 든 기업 수가 한국보다 적은 독일(36.0%)보다 비율이 낮았다. 한국 기업은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헬스케어, 제약 등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서도 부진했다. IT·SW 기업 2곳(네이버, 삼성SDS), 제약 1곳(셀트리온)이 2000등 안에 들었다. 헬스케어는 한 곳도 없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