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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게 카드, 캐피털 회사에 단기대출이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줄줄이 거절당했어요. 지인들에게 급전을 빌리며 신세를 지는 것도 이젠 눈치가 보입니다. 결국 사금융 업체에 문의를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박모 씨(44)는 13일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부모님 두 분의 병간호를 도맡고 있다 보니 월급으로는 생활이 여의치 않았고 차근차근 모아둔 2억 원 안팎의 여윳돈도 이제 바닥을 드러냈다. 박 씨는 “부동산, 자동차 같은 담보도 없고 신용점수가 600점이 채 안 돼 도무지 생활비를 빌릴 곳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카드론, 보험약관대출 잔액이 급증한 데 이어 보유 중인 자동차까지 담보로 맡기고 급전을 마련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맡길 수 있는 담보라도 있으면 상황이 나은 편으로 박 씨처럼 담보도 없는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과 같은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돈줄이 막히면 서민들이 가장 먼저 찾는 ‘카드론’ 잔액(9개 카드사 합계)은 사상 최대 규모인 40조605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예금담보대출 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를 통해 올 상반기(1∼6월) 동안 자동차담보대출(차담대) 한도를 조회한 건수도 1484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8%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와 비교해도 226%나 늘어난 수준이다. 차담대는 차량만 소유하고 있으면 소득조건, 신용점수와 상관 없이 받을 수 있는 대출로 카드론, 보험약관대출, 예금담보대출 등과 함께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분류된다. 불황에 고금리가 겹친 데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연체율 부담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줄이면서 ‘불황형 대출’이 날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제도권 바깥으로 밀려나는 취약계층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2금융권이 중저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이라 차담대를 비롯한 불황형 대출로 자금 수요가 옮겨 간 것”이라며 “(공급은 한정돼 있으니)부득이하게 불법 사금융에 문을 두드리는 취약계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민들, 보험금 등 담보로 급전대출… 중산층은 ‘주담대’ 집 투자[늘어나는 ‘불황형 대출’]대출 양극화 갈수록 심화3년새 예금대출 25%-보험 12%↑… 담보도 없는 서민은 사금융 손대중산층은 대출 늘려 ‘부동산 매입’… 2금융권도 우량신용자에만 대출백화점 직원 이모 씨(38)는 최근 대출 상담사를 통해 자동차담보대출(차담대) 상담을 받았다. 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다 소진한 탓에 생활비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었던 이 씨는 가까스로 캐피털 회사로부터 1500만 원의 차담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 씨는 “올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교과 외 활동, 학원비 등의 지출이 단기에 부쩍 늘어났다”며 “저축은행에서 ‘담보 없으면 대출을 안 해준다’고 해서 차담대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민들은 생활비 마련조차 버거운 ‘대출절벽’ 상황에서 차까지 담보로 맡기고 있지만 신용점수나 소득이 높은 이들은 부동산 구입 등을 위해 가계대출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대출 시장에도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의 양극화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차담대 등 불황형 대출 폭증 최근 들어 차담대 수요가 몰리는 것은 소득 조건, 신용점수 등과 상관없이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보다 대출 한도가 높지만 그만큼 금리 부담도 크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이 신규로 취급한 차담대 금리는 최저 연 9.80%, 최대 19.99%였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차담대 한도를 조회한 고객 중에선 30대와 40대의 비율이 각각 30.2%, 37%를 차지했다. 서관수 핀다 파트너십 총괄 이사는 “그만큼 한국 경제의 허리 계층을 차지하는 3040세대의 급전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차담대와 함께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상품들의 잔액들도 하나같이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롯데, BC,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 등 국내 주요 카드사 9곳의 카드론 잔액은 6월 말 기준 40조6059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예금담보대출도 6월 말 기준 4조7831억 원으로 3년 전 대비 25% 증가했다. 본인의 보험계약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는 보험약관대출 잔액도 5월 말 기준 54조1703억 원으로 3년 전 대비 12% 늘어났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캐피털 등 2금융권이 중·저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금리는 높더라도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불황형 대출 잔액이 폭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민들은 돈줄 마르는데 중산층 주담대는 급증 예금, 보험, 자동차 등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담보를 추가로 제공할 여력이 없거나, 대출 한도가 꽉 찬 서민들은 급전을 마련할 방법이 도무지 없어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 구직 중인 노모 씨(42)는 카드값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릴 곳을 찾고 있지만 대출 한도가 꽉 차 사금융 업체와의 상담을 고민 중이다. 노 씨는 “사금융 이자율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카드값을 변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포털 카페 검색, 전화 문의 등을 통해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신용자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정책금융 상품도 예산 부족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지난해 3월 출시한 소액생계비 대출은 얼마 남지 않은 금융권 기부금과 대출 회수금 등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할 상황이다. 13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 소액생계비 대출 제도 운영을 위한 예산은 내년도 예산안 최종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중·저신용자들에게는 돈줄이 바짝 말라가는데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소득과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들이 ‘부동산 쇼핑’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서민들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 문턱을 낮춰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들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연체율 관리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민들의 급전창구’를 자처하던 2금융권도 서민형 대출을 외면한 채 담보 대출과 우량 신용자 대출에만 목매고 있는 상황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민들이 돈 빌릴 곳이 없으니 카드론, 보험약관대출 등에 이어 자동차까지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것”이라며 “중·저신용자들이 한계 상황에 몰렸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의 가계대출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크게 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대출 포함) 잔액은 1120조8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5000억 원 늘어났다. 올해 4월 반등한 이후 석 달 연속으로 증가세다. 문제는 이달 들어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8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718조2130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2조4747억 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 추이가 월말까지 이어진다면 지난 한 달 증가 폭(7조6000억 원)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증가 폭은 주요 시중은행들이 월별 대출잔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가계 빚 급증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속속 높이고 있지만 대출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의 가계 대출 급증은 서울 중심부 아파트 거래가 살아난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이 완화됐고,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부동산 구입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주담대 증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임원회의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가계대출 관리에 감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취급 과정에 대해 현장점검을 하고 편법대출은 엄중히 조치하라”고 당부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대출 등 서민 대상 금융상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런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역대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계속 인하해 왔다. 하지만 이런 최고금리 인하 정책은 저신용자에게 오히려 독(毒)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대부업 고객들의 이자 부담은 일부 줄어들었지만, 대부업체들이 아예 대출 문턱을 높여버리면서 취약계층들이 고금리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포용금융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최고금리 인하가 저신용자의 부담을 도리어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법정 최고금리는 2017년 27.9%에서 2018년 24%, 2021년 20% 등으로 계속해서 인하돼 왔다. 이에 따라 대부업 평균 대출금리는 2017년 말 19.6%에서 지난해 말 13.6%로 낮아졌다. 연구원은 해당 기간 동안 대출금리 하락으로 대부업 이용자들이 약 4조4000억 원의 이자 절감 혜택을 봤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대부업체들이 금리가 낮아지자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여버리면서 대부업 이용자는 줄고, 상당수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옮겨 갔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같은 기간 대부업체에서 대출 퇴짜를 맞고 불법 사금융을 통해 급전을 마련한 저신용자들의 이자 비용을 24조4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대부업 이용자 이자 절감액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을 시행한 이후의 영향을 분석하고 피드백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미흡했다”며 “최고금리 인하 일변도의 정책은 재고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2021년 이후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유지하고 있지만 정책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취약계층을 더 불법 사금융으로 몰아넣는 상황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취약계층들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대부업법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30배로 늘리고 △최고 이자율(현행 20%)을 넘는 대부업 계약 체결 시 이자 전액을 무효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같은 당의 천준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부업의 대표이사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 소속 임직원으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다음 달부터 사고 이력이 많은 대리운전 기사도 대리운전자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내달 6일부터 진행되는 대리운전자보험 계약에 할인·할증제도가 도입된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대리기사는 보험에 가입할 때 직전 3년, 최근 1년간의 사고 건수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내게 된다. 무사고 기사는 무사고 기간(최대 3년)에 따라 할인된 보험료를 낸다. 반면 사고 이력이 많은 기사의 경우 사고 건수에 따라 보험료가 최대 45.9%까지 할증된다. 단, 자동차보험처럼 과실비율이 50% 미만인 사고 1건은 직전 1년 사고 건수에서 제외된다. 태풍, 홍수 등 대리기사의 과실이 없는 사고도 사고 건수에서 제외한다. 보험사가 보험 가입을 거절할 때 적용하는 기준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3년 내 3건의 사고 시 가입이 거절됐다면, 앞으로는 3년 내 5건 이상 사고가 발생했을 시 가입을 거절하는 식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신협중앙회와 캐피털 회사들의 연체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두 업권의 건전성 관리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11일 금감원 경영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51개 캐피털사 중 연체율이 10%를 넘어선 곳은 11개였다. 연체율이 20%가 넘는 업체도 세 곳이나 됐다. 캐피털사의 주된 수익은 자금 조달 금리와 리스, 렌털 등 대출 금리의 차이인 ‘이자 마진’이다. 은행처럼 일반 고객의 자금을 받는 수신 기능이 없어 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연체율 상승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캐피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6월 말 연체율이 50%에 육박하는 중소형 캐피털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12일부터 캐피털사 전반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 업권 중에서는 신협의 연체율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6월 말 기준 신협의 전체 연체율은 6%대로 작년 말 대비 3% 가까이 상승했다. 금감원은 지방 소재 미분양 아파트, 빌라, 콘도 등의 공동대출에서 연체가 대거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신협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10.23%로 작년 말 대비 4.2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업 연체율도 3.22%포인트 높아진 8.55%였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직장인 이모 씨(38)는 은행에 넣어뒀던 여윳돈을 증권 계좌로 옮긴 뒤 최근 크게 하락한 반도체 종목들을 분할 매수하고 있다. 이 씨는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은행 상품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모아둔 자금과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해 주식 투자를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이에 발맞춰 시장금리도 떨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은행에 넣어둔 대기성 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아파트를 사거나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요구불예금 이달 들어 3조2000억 원 감소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8일 기준 358조9219억 원이었다. 이는 전월 말 대비 3조2760억 원 줄어든 수준이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으로 아직 뚜렷한 용도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을 뜻한다. 시중은행의 대기성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것은 은행권 금융상품의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다른 투자처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이달 2일, KB국민은행은 5일부터 주요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했다. 한 증권사 자산관리전문가(PB)는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고객들이 예적금 수익률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더 넓은 아파트로 갈아타거나 보다 공격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분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매수·주식투자 기회 노려 금융권에서는 시장의 부동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집을 사는 데 쓰였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8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8조2130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2조4747억 원 증가했다. 현재 추세대로 가계대출이 늘어난다면 지난 한 달 증가 폭(7조6000억 원)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서울 양천구 소재 아파트를 매수한 문모 씨(40)는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계속 오름세여서 더 늦기 전에 경기 용인시 집을 팔고 서울로 가기로 했다”며 “대출 금리가 많이 내려간 상태라 생각보다 추가 부담이 그리 크진 않다”고 말했다. 일부 요구불예금은 주식 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가 전일 대비 8.77%나 떨어졌던 이달 5일에는 하루 만에 2조366억 원의 요구불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같은 날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 잔액은 하루 만에 5조6197억 원이 증가한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권의 대기성 자금이 주식,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금리를 내린다는 전망이 우세하고 이에 따라 주식, 부동산 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라 보는 분위기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영끌’ ‘빚투’ 열풍이 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동산의 경우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고 국내 증시 역시 외국인들의 투자 유인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두 가지 자산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미국, 한국의 금리 인하가 기정 사실로 다가왔다 해도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사진)가 8일 구속 기소됐다. 에스엠 인수 경쟁자였던 하이브가 금융감독원에 에스엠 주가 급등 이유에 대해 진정을 낸 지 1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김 위원장과 함께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그룹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의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실행된 시세조종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A4용지 11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가 김 창업자의 지시 아래 지난해 2월 16∼28일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시세조종을 벌였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약 2400억 원을 동원해 553회에 걸쳐 ‘장내 매수’ 방식으로 에스엠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인 12만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초 카카오는 지난해 에스엠 지분 9.05%를 주당 9만100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가 관련 주식 거래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자 불법적인 시세조종을 통한 인수에 나섰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이날 “대항공개매수 또는 5% 이상 대량 보유 상황 보고의무 준수 등 적법한 방법이 아니라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을 동원해 에스엠 주식을 은밀하게 대량 장내 매수하는 방법을 일부러 택했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기간 중 장내 매수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상대방의 인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굳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은 비정상적이며 해당 행위가 시세 고정 목적인 경우 ‘조종’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 등에게 적용된 자본시장법 176조 3항은 ‘상장증권 등의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카카오 그룹이 고가매수·물량소진·종가관여주문 등 대표적인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시세를 떠받치며 상승세를 유지시켜 시세를 고정했다”고 주장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인수합병(M&A), 경영권 방어 목적 등이라 해도 시세에 과도한 영향을 미쳤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카카오 임직원들이 입 맞추기를 하고 인수 관련 논의를 한 대화방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밝혔다. 변호사인 임직원이 세운 거짓 대응 논리를 공유하며 수사기관에 허위로 답변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카카오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간단히 입장을 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소상공인들의 카드 매출을 담보로 한 상품을 판매해온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약 600억 원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만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업체들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루멘페이먼츠와 온투업체 크로스파이낸스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온투업 특성상 여러 상품에 동시에 투자한 이들이 많은 편”이라며 “상환이 안 될 경우 수천 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선(先)정산업체에 대출해주는 사업을 해왔다. 선정산업체는 소상공인에게서 매입한 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내세워 온투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아 왔다. 투자자 입장에선 7일 미만의 단기 투자로 연 10% 이상(세전 기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 선정산업체가 대출을 신청하면 온투업체인 크로스파이낸스는 PG사의 가맹점 카드 매출 정산금액을 확인한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내준다. 선정산업체는 이를 소상공인 등 가맹점에 빌려주고, 대출 상환은 PG사가 한다. 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이번 사태가 터진 것이다. 루멘페이먼츠의 상환이 늦어지면 부실 채권이 돼 대출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이 원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날 기준 크로스파이낸스의 대출잔액은 약 809억 원이며, 금감원은 이 중 미상환 금액의 비중이 약 6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추가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영업을 중단했다. 금융권에서는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선정산대출 상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선정산업체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티몬·위메프 판매자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투자 상품을 판매한 온투업체는 4곳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판매한 규모는 약 30억 원 수준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한양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한양증권의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달 2일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를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했습니다. 양 측은 약 5주 동안의 상세 실사를 거친 뒤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하지만 자본시장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기자의 눈으로 봤을 때, 이번 한양증권 경영권 거래 과정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제법 많습니다.⓵ 상장사 경영권 매각 맞아? 끊임없는 정보 유출한양증권은 1988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회사입니다. 통상적으로 상장사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때는 ‘물 밑에서’, ‘조용히’ 진행합니다. 매각 이슈가 불특정 투자자에게 노출되면 주가가 출렁이고, 이로 인해 거래 가격을 협상하는 데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하지만 한양증권의 매각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입찰에 추가로 참여한 기업이 나타나면 12시간도 안 돼 언론에 대서특필 됐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한양학원이 이달 2일에 우협을 선정할 예정’이란 사실이 일찌감치 노출됐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네이버가 운영 중인 한양증권 종목 토론방에는 1일부터 “우협 공시가 임박했다”는 글이 수두룩합니다. 한 유료 매체는 1일 저녁 6시 경에 “우협, 2일 장 마감 뒤 발표한다”는 제목의 보도까지 냈습니다.실제로 한양증권은 2일 장 마감 이후 KCGI를 우협으로 선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단순한 우연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인수합병(M&A) 시장을 5년 넘게 취재해온 기자에겐 이런 상황이 그저 낯설기만 합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생각도 기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대형 회계법인 대표 A 씨는 “통상 상장사 경영권 매각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편이고, 보도내용이나 일각의 소문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이번 한양증권 매각과 관련된 정보들은 믿기 힘들만큼 정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회계법인 전무 B 씨도 “누군가 작정하고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의문을 제시했습니다.⓶ 깜깜이 매각·파킹 거래 논란한양증권 인수를 검토했던 기업들은 매각 절차가 불투명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모든 입찰 참여자들에게 동일한 정보와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양학원은 한양증권의 매각을 공식화한 지 불과 3주 만에 우협을 선정했습니다. 예비입찰은 실시했지만 별도의 본입찰 절차 없이 KCGI를 택했습니다. 당시 한양학원은 “한양대학교의료원이 시설 노후, 열악한 의료 여건으로 수 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와중에 전공의 파업까지 겹쳐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며 “한양증권의 주식 일부를 처분해 학교 전출금, 의료원 지원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원 차원에서 급전이 필요해 한양증권 지분 매각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됩니다.입찰에 참여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저희가) 인수의향서 내려고 할 땐 받으려 하지도 않더니 갑자기 마감날 아침에 ‘오늘까지 제안서를 내달라’고 연락을 줬다”며 ”입찰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저희를) 급하게 부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한양학원이 매수자를 일찌감치 KCGI로 점찍어두고 입찰을 형식적으로 진행했다는 말이 쉼 없이 나옵니다. 한양학원과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까지 지분 일부를 남겨두고 팔기로 하면서 양 측이 ‘파킹 거래(경영권을 잠시 맡겼다 다시 가져오는 것)’를 사전에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이번 거래 대상은 한양학원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 30%이며, 매각 작업이 끝난 이후에도 한양학원과 김 이사장은 총 9%의 지분을 남겨두게 됩니다. 한양학원이 향후 경영을 정상화한 다음 한양증권을 되사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설득력이 실리는 대목입니다.여기에 KCGI가 써낸 한양증권 가격이 공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KCGI는 한양증권 지분 29.6%를 2448억 원에 사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당 6만5000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금일 종가(1만8350원)에 비해 무려 3배 넘게 비싼 수준입니다. 당시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양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도와 레버리지배율(기업이 얼마나 부채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 증권업계 최저 수준”이라며 “KCGI자산운용, KCGI대체투자운용 등과의 시너지도 예상돼 그려 나갈 미래가 무궁무진하다”고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종 매매 대금은 5주간의 실사 과정을 거쳐 조정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습니다.이에 대해 몇 년 전 한양증권 인수를 검토했던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KCGI가 2448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한양증권을 사들여야 하는데, 공시된 가격 수준이라면 펀드에 투자할 기관투자자를 찾기 힘들 수도 있다”며 “대형 증권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한양증권의 PBR을 1.68배(우선주 포함)로 평가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⓷ 금감원 “대주주 적격성 꼼꼼히 살필 것”KCGI가 한양증권의 최대 주주로 오르기 위해선 금융 당국의 심사 관문(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금융감독원도 한양증권 매각과 관련된 의혹들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KCGI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에서) 제기된 파킹거래 논란, 공정성 논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KCGI가) 한양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요청하는 즉시 면밀하게 따져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강성부 KCGI 대표는 시장에서 제기된 의문들과 관련해 말을 아꼈습니다. 강 대표는 기자에게 “주식매매 계약에 싸인(서명) 전까지는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판매자(셀러)들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티몬·위메프 셀러에게 빌려준 선(先)정산대출 잔액은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SC제일은행은 선정산대출 상품 ‘파트너스론’을 이용하는 셀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다. 셀러가 원할 경우 파트너스론을 대환대출로 전환해 만기를 3개월 연장해주고, 연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출 이자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대환대출 전환과 만기 연장은 정산일 경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셀러에게 적용된다. KB국민, 신한은행도 셀러들의 연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기 연장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지금까지 이커머스가 잘 돌아갔고 (매출채권이라는) 담보도 있는 대출이어서 은행들도 이번과 같은 리스크를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티몬·위메프 셀러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정산 지연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큐텐이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과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을 신청했지만 채무 중단, 탕감 등의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한편 국내에서 선정산대출 상품을 취급해온 은행들은 SC제일, KB국민, 신한 등 세 곳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이 은행연합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SC제일, KB국민, 신한은행이 티몬·위메프 셀러에게 집행한 선정산대출 취급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076억4900만 원이었다. SC제일은행이 1050억4900만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KB국민(26억 원), 신한(300만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선정산대출이란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에 입점해 물건을 파는 셀러가 업체에서 판매 대금을 정산받기 전에 매출채권으로 돈을 빌리고, 추후 정산을 받은 다음 빚을 갚는 상품이다. SC제일, KB국민, 신한 등 세 곳의 은행들은 이커머스가 판매 대금을 정산하기까지 50~60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2018년부터 해당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실제로 판매 대금을 받기까지 최대 두 달 가까이 걸리다보니 구조적으로 ‘급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며 “은행 입장에선 단기 대출 성격이다보니 연 5~6% 수준의 낮지 않은 금리를 제시해 온 것”이라고 상품 구조를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티몬·위메프의 일반 상품 환불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지만 여행상품과 상품권을 결제한 고객들에게는 환불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여신금융협회에 티몬·위메프의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법적인 환불 의무가 있는지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PG사와 카드사들은 소비자가 결제하고도 배송받지 못한 일반 상품에 대한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선 환불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PG업계 관계자는 “상품권 고유번호가 소비자에게 발송됐거나 여행상품 일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여행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업계 차원의 법리 검토 절차가 필요한 만큼 한국소비자원의 분쟁 조정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사는 여행상품 결제 건에 대해서도 선(先)환불 절차에 돌입했다. 양 사 관계자는 “(PG업체로서) 법적인 환불 의무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 구제 차원에서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재발을 막기 위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PG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PG사를 겸업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PG사 자금에 손을 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은행권의 예금 금리가 낮아지는데 대출 금리는 올라가는 기형적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시장 금리가 하락세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이 대출 금리를 도리어 올린 까닭이다. 결국 은행들의 수익만 커지게 생겼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4일 KB국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부터 상당수의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 폭이 커 예금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은행 역시 이달 2일부터 만기 3년 이상인 예금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췄다. 하나, 우리, NH농협 등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시장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기준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3.204%로 열흘 전인 지난달 19일(3.345%) 대비 0.14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은행권의 대출 금리는 시장 흐름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030∼5.204%로 지난달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해 하단이 0.190%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하락하고,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520%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금융 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을 받은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은 올 상반기(1∼6월)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자 은행권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은행권에 대출 속도 조절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5대 은행뿐 아니라 카카오,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상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거꾸로 가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장 금리는 낮아져서 예금 금리는 떨어질 테지만,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하에서 대출 금리까지 덩달아 낮추긴 힘들 것”이라며 “당국 정책으로 인해 은행권의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이 본의 아니게 커지게 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해외 여행 시 가맹점에서 원화 대신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게 유리하다고 금융감독원이 밝혔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요 신용카드 민원 사례로 알아보는 소비자 유의사항’을 1일 안내했다. 해외 가맹점에서 ‘원화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비자·마스터 등 국제 브랜드 회사에 대한 수수료, 해외 이용에 따른 카드사 수수료, 원화결제 수수료 등이 함께 부과된다. 고객이 대략적인 결제액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 3∼8% 수준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수수료 부담을 피하려면 카드사에서 운영하는 ‘해외 원화결제 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성용준 금감원 금융민원국장은 “해외 숙박 예약, 여행사,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은 해외 원화결제가 가능한 대표적인 웹사이트”라며 “거래 과정에서 원화로 결제되지 않도록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리투자증권이 10년 만에 다시 태어났다. 예금자 보호가 되는 발행어음, 낮은 수수료의 펀드슈퍼마켓 등을 내세워 증권가의 ‘메기’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60·사진)는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0만 명에 달하는 우리금융그룹 고객을 넘어 국민들의 자산 증식에 보탬이 되는 금융사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 대표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대체투자본부장,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 우리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치며 35년 동안 금융맨으로 활약해 왔다. 우리투자증권은 2014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된 뒤 사명(NH투자증권)을 바꾸며 자취를 감췄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과 함께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최우선 과제로 택했고, 이 같은 행보는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통해 공식화됐다. 우리금융은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다시 탄생시켰다. 남 대표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금이 지닌 장점들이 우리투자증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포스증권은 ‘펀드슈퍼마켓’ 운영 회사로 국내에서 수수료가 가장 낮은 ‘S클래스 펀드’를 단독 판매하고 있다. 우리종금은 국내에서 종합금융업 라이선스를 유일하게 갖고 있는 업체다. 그는 “펀드슈퍼마켓만 팔 수 있는 S클래스 펀드는 선취 판매 수수료가 없으며, 판매 보수도 다른 클래스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우리종금이 판매하는 발행어음도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어 경쟁사가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출범 이후에도 펀드슈퍼마켓의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기존의 펀드슈퍼마켓 운영 취지를 그대로 승계해 국내에서 펀드를 가장 저렴하게 파는 플랫폼으로 이어갈 생각”이라며 “공모펀드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는 건 맞지만 연금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 중인 만큼 펀드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하반기(7∼12월) 중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 담은 슈퍼앱 ‘뉴원’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남 대표는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 중 슈퍼앱 안에서 모바일거래시스템(MTS)이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상이 나날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증권업은 이 같은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합병 전 두 회사의 지점이 많지 않고 그룹 차원의 정보기술(IT)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토스증권 등을 벤치마크해 디지털에 특화된 증권사로 키우기에 (우리투자증권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 대표는 한국 경제에서 ‘혁신 DNA’가 사라지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벗어나 미국 등 해외 증시로 투자처를 옮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산업군이나 기업이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며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이 혁신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작게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금융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남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 밸류업 정책을 마련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기업들이 외면해왔던 주주 친화적 정책을 주요 어젠다로 설정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며 “밸류업 정책이 장기간 일관적으로 추진된다면 한국 증시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저축은행, 카드·캐피털, 농·수·신협 등 2금융권의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이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이 토담대와 관련된 수치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3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으로 토담대, 브리지론(토지 매입 등을 위한 단기대출) 등에 대한 잔액과 연체율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토담대는 브리지론과 유사한 성격의 대출로 2금융권에서만 취급했는데 그동안 일반 기업 대출로 분류돼 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토담대 수치를 별도로 집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올 3월 말 기준 토담대 잔액은 27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7000억 원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연체율은 7.15%에서 12.96%로 5.81%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업권의 연체율이 9.91%에서 20.18%로 두 배 넘게 불어나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금감원은 지난달 5일까지 만기 연장을 3회 이상 했거나 연체 혹은 연체 유예 상태인 사업장에 대해 금융사로부터 평가 결과를 제출받았다.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 ‘부실 우려’로 분류된 곳에 대해선 이달 말까지 재구조화, 정리 계획을 확정짓도록 유도하고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피해 규모가 2000억 원대까지 불어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중소기업·소상공인 줄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긴급경영안정지원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세급 납부를 9개월 미뤄주고, 체납 땐 1년까지 재산 압류를 유예해주는 등 세정지원도 실시한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은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를 열어 티메프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티몬, 위메프의 정산 지연에 따른 판매자, 소비자의 피해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특히 정부는 피해가 큰 입점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총 56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2000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투입해 피해 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내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는 연 3.4% 금리로 최대 10억 원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연 3.51% 금리로 1억5000만 원을 빌릴 수 있다. 피해 기업이 낮은 금리로 최대 3억 원의 신규 자금을 끌어 쓸 수 있도록 3000억 원 이상의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또 피해가 집중된 여행사 등에는 총 600억 원 한도로 이차보전을 지원해준다. 민간기관에서 내준 대출에 대해 정부가 이자 중 최대 3%포인트까지를 내준다는 것이다. 은행권 협조를 구해 피해 기업의 기존 대출에 대해서는 최대 1년간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를 지원할 계획이다. 세정 지원도 추진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종합소득세·부가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 늦춰주고, 부가세 환급금은 법정 기한보다 최대 10일 일찍 돌려주기로 했다. 또 세금을 체납하더라도 신청자에 한해 최대 1년까지 재산압류를 유예해준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큐텐그룹 계열사 4곳의 영업 활동으로 인한 누적 손실액이 2조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몬·위메프가 자본잠식 상태인 상황에서 모기업 큐텐과 다른 계열사도 현금 흐름이 막혔을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및 판매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도 곧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본보가 싱가포르기업청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티몬, 위메프, 큐텐, 큐익스프레스 등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그룹 주요 계열사 4곳의 누적 손실액은 총 2조5811억 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별 최근 공시 내용의 누적 결손금을 모두 합한 것이다. 큐텐은 2021년 말까지 누적 손실액이 4억1814만 싱가포르달러(약 4315억 원)였다. 2019∼2021년 매년 1000억 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냈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도 2022년 말 기준 1억2534만 싱가포르달러(약 1293억 원)의 누적 손실을 냈다. 티몬과 위메프의 누적 손실은 각각 1조2644억 원(2022년 말), 7559억 원(2023년 말)이었다. 큐텐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 현금 활용 및 외부 자금 수혈 방안 등을 검토 중이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본보의 피해자 보상 방안에 관한 질문에 문자 메시지로 “아직까지 자금과 수습책을 찾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하고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큐텐 “700억 조달”에 당국 “불확실”… 檢반부패부서 수사 착수[티몬-위메프 사태]큐텐, 구체적 자금조달 계획안 안내… 구영배 대표, 귀국 열흘째 두문불출피해자들, 사재 출연 요구 목소리도… 법조계 “사기-횡령 등 성립 가능성”큐텐의 자금 마련 불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티몬·위메프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과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사태를 해결할 ‘키맨’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사진)는 공개 행보 없이 두문불출인 상황이다.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예고되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체성 없는 자금 조달 방안 밝힌 큐텐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그룹은 당국과의 면담 과정에서 약 50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안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700억 원으로 사태 수습이 불가능한데 이 자금을 정말로 가지고 올 것인지조차 불확실하다”면서 “큐텐 측이 밝힌 계획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기에 신뢰할 만한, 유의미한 움직임을 최대한 빨리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파악한 5월 판매대금 기준 미정산 금액은 티몬 1097억 원, 위메프 565억 원으로 총 1662억 원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큐텐이 이 과정에서 올 2월 약 1억7300만 달러(약 2400억 원)를 들여 인수한 나스닥 상장사 ‘위시(wish)’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티몬·위메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큐텐이나 큐익스프레스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구 대표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 대표는 2009년 미국 이베이가 지마켓을 인수할 당시 개인적으로 700억 원 이상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 대표는 18일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뒤에도 공개 석상에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26일에는 큐익스프레스의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했다. 업계에서는 큐텐그룹이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이것이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구 대표의 큐익스프레스 CEO 사임을 놓고 “상장을 위한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강도 높은 검찰 수사 관측 전국 최대 규모의 특별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가 법리 검토에 들어간 만큼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현금 부족으로 판매 대금 지급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가능한데도 입점업체와 계약을 유지하고 상품을 판매했다면 업체에 대한 사기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가 환불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했다면 구매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만약 금융당국의 현장 점검을 통해 구매자들이 티몬·위메프에서 결제한 상품 대금이 사업 확장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면 경영진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티몬·위메프와 입점업체 사이 지급 조건 등 계약 사항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만약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업체에 줘야 할 판매대금을 일정 기간 위탁관리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졌다면 횡령·배임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현장 점검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늦어도 29일까지 검찰에 제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동 현장 점검에서 정산 지연 규모와 이용자 환불 요청 및 지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소비자에 대한 환불 의무와 서비스 공급계약 이행 의무가 지켜졌는지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서 카드, 간편결제사들이 소비자로부터 결제 취소를 받기 시작한 가운데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도 이번 주부터 결제 취소를 재개할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PG사의 결제 취소 중단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압박한 데 따른 조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플랫폼 ‘토스’에서 PG 사업을 담당하는 토스페이먼츠는 29일 오전 8시부터 고객사들로부터 이의 제기 신청 절차를 받을 예정이다. 일반 PG 회사 중에서 처음으로 환불 절차 지원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금감원은 PG사들이 이번 주부터 당장 결제 취소 절차에 돌입하지 못하더라도 이의 제기 창구부터 마련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앞서 26일에는 10곳의 PG사 임원들을 소집해 “티몬·위메프와 신용카드 결제 및 결제 취소를 중단한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재개 계획을 29일까지 제출하라고 한 바 있다. 현행법에서는 PG사가 신용카드 회원이 거래 환불을 요구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감원은 PG사들이 직접 결제 취소를 재개할 경우 소비자가 카드사에 이의 신청을 하는 것보다 절차나 시간이 더 단축될 수 있다고 본다. 카드사 이의 신청 절차를 거치면 카드사가 PG사, 티몬·위메프에 결제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PG사가 이의 신청을 직접 접수하게 되면 절차가 한 단계 단축되는 셈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PG사가 결제 취소를 지원하면) 환불 소요 기간은 대략 2∼3주에서 1∼2주가량으로 단축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게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PG사에 앞서 국내 카드사와 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 등 간편결제사들도 소비자들에게 결제 취소, 중재 신청 등을 받고 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등 8개 카드사가 23일부터 26일 오후 3시까지 접수한 티몬·위메프 결제 취소 이의 신청 건수는 7만5000건이었다. 티몬은 이날 오전까지 약 600건에 대한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도서문화상품권 선주문 2만4600건을 취소 처리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108억 원어치다. 위메프도 3500건의 환불 절차를 완료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가 결제한 대금을 플랫폼이 카드사에서 받아 활용하다가 약 두 달 후에 (플랫폼 입점사에) 주는 관행이 일반적”이라며 “그동안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는지 알 길이 없어 인수합병(M&A) 자금 같은 엉뚱한 곳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소비자와 입점 판매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커머스 플랫폼에 유입된 정산자금을 분리해 따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은 정산에만 쓰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를 위해 은행 등의 금융회사와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계약 체결을 유도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정산 자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돼 협력사, 판매사, 소비자의 피해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큐텐이) 무리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판매 대금의 보호장치에 대한 법적 규율 체계가 없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합동조사반을 꾸리고 서울 강남구 티몬과 위메프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돌입했다. 당국은 △판매자에 대한 대금 미정산 현황 △판매자 이탈 현황 △이용자 환불 요청 및 지급 상황 등을 확인했다. 이달 들어 위메프와 티몬에서 물건을 파는 판매자들은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판매자에게 정산되지 않는 금액은 1600억∼17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티몬과 위메프 등 플랫폼에 소비자 보호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다만 두 회사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재무 상태가 부실해 소비자가 실제로 환불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과거 공정위는 플랫폼이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날 카드업계 임원들을 소집해 이번 사태와 관련된 소비자들에게 환불 협조를 요청했다. 여러 결제대행(PG) 업체들이 티몬, 위메프 결제 취소를 잠정적으로 막으면서 소비자들이 환불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 판매자를 위한 민원 창구도 이날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소비자와 티몬 간의 중개 역할을 맡은 카드사, 판매자인 여행 업계 등에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한 소비자 불안이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처럼 정상 영업 중인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 자회사들이다. 정부 측은 미정산액을 현재 1700억 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지만, 현장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금액은 더 불어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25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내 일부 상품 판매자들은 최근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정산 사태와는 관계가 없더라도 큐텐 계열사다 보니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가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위메프와 계약 중이던 여행사들은 줄줄이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31일 출발 상품까지만 정상 진행하기로 했고, 모두투어도 정산 요청이 이행되지 않자 계약을 사실상 해지했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결과 티몬·위메프의 미정산액은 1600억∼1700억 원 규모로 조사됐다. 아직 정산 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6, 7월분 판매대금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두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플랫폼으로 들어온 자금을 정산 외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게 분리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환불해달라” 본사앞 밤샘… 판매업체 “100억 밀려, 문닫을판”[티몬-위메프 지급불능 사태]위메프 본사 1000여명 몰려 ‘환불전쟁’본사 1층-주차장-복도까지 대기… 위메프 “소비자 우선, 판매자 2순위”가구-식품 등 구매자에도 피해 확산… 판매업체 줄도산땐 금융권도 타격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건물 1층에 200여 명이 웅성대고 있었다. 일부는 밤을 새웠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 씨(35)는 연차를 내고 오전 8시에 도착했다. 7월 초 위메프·티몬에서 산 130만 원어치 상품권을 환불받기 위해서다. 오후 2시가 되자 이 씨처럼 이곳을 찾아온 이들은 400명으로 늘어나 본사 1층과 주차장, 복도까지 신문지를 깔고 앉았다. 좁은 장소에 너무 많이 몰리다 보니 통신 장애로 휴대전화가 1시간가량 먹통이 됐다. 이들은 종이에 직접 이름, 예약번호, 상품명, 환불 수량, 예금주, 계좌번호 등을 적어 낸 뒤 몇 시간을 대기하고서야 환불을 받았다. 1400명에 대해 환불 처리가 됐지만 오후 6시가 넘을 때까지 현장에는 여전히 200여 명이 남아 있었다.● 가구·식재료까지 피해 확산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이날 오후 “소비자 피해 구제를 1순위, 소상공인과 영세상인 구제를 2순위로 우선 순위를 정해 놓고 일하겠다”며 “환불 자금은 충분할 것이다. 자금은 큐텐·위메프·티몬이 다같이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판매자는 류 대표에게 다가가 “왜 소비자에게만 환불해 주냐”며 “세 차례 밀린 판매 대금만 100억 원이다. 회사가 문닫게 생겼다”고 항의했다. 23∼25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큐텐 그룹 계열 쇼핑업체 상담 접수 건수는 2391건이나 됐다. 소비자원은 피해가 늘자 홈페이지를 통해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조만간 공고를 올릴 예정이다. 가구업체인 한샘도 티몬·위메프를 통해 인테리어 시공을 결제한 소비자와 가구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직접 취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겹살 등을 구매했다가 빈 박스만 받았다는 후기들도 올라오고 있다. 휴가 시즌 여행상품이나 항공권 등에 집중된 것으로 여겨졌던 피해 상품 카테고리가 훨씬 넓은 영역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시몬스와 SPC그룹, 11번가 등 손해를 보더라도 소비자 피해를 먼저 책임지겠다고 나선 기업들도 일부 있다. 이들은 해당 플랫폼에서 판매돼 소비자 결제가 끝난 상품에 대해서는 제품 배송을 마무리하거나, 전액 환불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자들 연쇄 부도 우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이커머스 생태계 전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온라인상에는 “인터넷에서 마음 놓고 뭘 살 수 있겠는가”라며 불안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많다. 특히 큐텐이 인수한 AK몰, 인터파크커머스(쇼핑·도서)에 대해서는 소비자뿐 아니라 입점해 있던 판매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선제적으로 해당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 원, 3082억 원으로 총 1조1480억 원이었다. 현재까지 판매자들에게 티몬·위메프가 정산해 주지 않은 물건 값은 올해 5월 거래 대금으로 아직 정산이 시작되지도 않은 6, 7월 구매분을 생각하면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과 유통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티몬과 위메프 모기업인 큐텐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당초 주식 교환으로 티몬, 위메프를 인수했을 만큼 큐텐은 자금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며 “향후 채권 추심 및 가압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이번 사태로 중소 판매자들이 연쇄 도산하게 되면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 등 금융권도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