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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최근 전기요금이 동결된 것 등을 두고 “에너지값은 원가를 반영해서 상당한 수준으로 (에너지)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이달 23일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총리가 직접 장기적으론 국제 에너지 원가를 반영해 요금을 올리고 국민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난 정부에서 가스 요금은 국제가가 10배 오르는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고, 전기요금도 (원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에너지값은 외국에 비해 굉장히 싸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며 “에너지 소비가 (그만큼 외국보다) 많이 이뤄진다는 것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이제는 에너지값이 해외 에너지 가격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굉장한 정치 쟁점이 돼버렸고 모든 언론과 정치권이 반대하는 일이 됐다”며 “이렇게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렵고 (요금 인상과 관련해) 국민적 논의에 부쳐봐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전기·가스요금을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현 체계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요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5.4% 인상된 이후로 2022년 3월까지 9년 동안 동결됐다. 문재인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1년부터 치솟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고 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한전의 부채도 급등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2022년 7월과 10월, 2023년 1월, 5월, 11월(산업용) 등 총 5차례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한전의 총 부채는 올 6월 말 기준 200조 원을 넘기는 등 악화 일로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정은도 (압록강) 수해 이재민들을 ‘동지’가 아닌 ‘주민’이라고 불렀다. 또 ‘텔레비죤’ 대신 ‘TV’라는 약어를 썼다.” 미국의 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로버트 콜린스 상임고문은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미국제안보학술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류’를 접한 주민에 대한 통제 수위를 최근 사형 수준까지 강화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본인조차 한국식 표현을 쓰고 있다고 지적한 것. 콜린스 고문은 주한미군으로만 31년간 복무한 한반도 군사전문가로 최근 북한 핵·무기 개발 과학자들의 실태를 담아낸 ‘폭탄의 노예: 북한 과학자들의 역할과 운명’을 펴냈다. 콜린스 고문은 “한국 문화는 북한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스며들고 있다”며 “북한 젊은이들은 (처벌 위험에도 불구하고) K팝이나 한국 영화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미래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체제 통제에 저항하는 ‘낮은 수준의 저항’이 뿌리내린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2020년부터 한국식 말투와 복식 등을 처벌하는 법안들을 잇달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제정한 사실과 관련해선 “(김씨 정권이) 회색지대에서 한국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북한 주민들이 남한 사회를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정권의 안정성에 대한 위협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회의에선 김 위원장이 올 초 남북을 동족이 아닌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반(反)통일 정책’을 추진해 북한 사회에 큰 균열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세습 정권은 주민들에게 민족 해방과 통일을 이루는 날이 올 때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입해왔다”면서 “평화통일 포기는 북한 체제를 유지해온 근본적인 사상적 토대를 파괴해 북한 사회가 반통일 세력과 통일 찬성 세력으로 나뉘는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은 통일 찬성 그룹에 대해선 아낌없는 지지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들이 북한 사회 변화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술핵탄두 소형화·표준화에 성공한 북한은 여차하면 대남 실전 핵 타격에 나설 수 있다며 핵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대선을 전후해 조만간 7차 핵실험 버튼을 누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내 로얄파크 컨벤션에선 제38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가 열렸다. 한미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노골적인 핵 위협 의도 및 배경, 한미의 북핵 대응 전략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2035년에 북한 핵무기는 2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야욕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핵 위협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인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혈맹(血盟)’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 발효 70주년인 올해 한미 동맹이 만만찮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이날 보내온 축사에서 “북한은 올해만 16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오물·쓰레기 풍선을 살포하는 저급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가 매우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北, 南 위협 집중… 한미 갈라치기 전략”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의 전술핵탄두 ‘화산-31’이 한국을 겨냥한 신형 미사일 대부분에 탑재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됐다고 평가했다. 버튼만 누르면 발사 가능한 단계가 머지않았다는 것. 군 당국에선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앞서 13일 처음 공개한 북한이 전술핵탄두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기류를 반영하듯 한미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 배경에 주목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 본토 타격 무기를 꺼내 들지 않으면서도 우라늄 농축 시설은 공개했다”며 “이는 자신들이 핵물질을 더 생산해 늘릴 수 있으니 미국이 나서서 말리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 대선 이후 북-미 협상판에 마주 앉을 것을 염두에 두고 미 측에 핵 군축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란 메시지를 먼저 던졌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한국엔 대남 타격 무기를 꺼내 위협하고 미국엔 핵 잠재력만 보여주는 식으로 (한미) 동맹을 갈라치기 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이 최종 완성될 경우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프레드릭 빈센조 미 애틀랜틱카운실 선임연구원은 “북핵이 완성돼도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완전히 발을 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핵에 대한 한미) 대응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사용 위협 전략을 쓰는 모습을 보며 잘못된 학습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는 등 자신들의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핵 사용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를 모방해 미국에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며 핵 위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통일-후비핵화 발상 전환도 필요” 이경석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해 북핵에 대응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공약을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됐음에도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잔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가 워싱턴 선언으로 굳건한 동맹 관계를 확인했지만 확장억제 공약 자체가 일반 국민에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는 것. 이 교수는 “미국이 역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국내 핵무장론도 잠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 기업연구소 석좌연구원은 한미 동맹을 균열시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한국의 인구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한국의 인구 급감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핵무장론도 확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병력이 부족해지면 주한미군이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럴 경우 한국 내에선 줄어든 병력을 핵으로 대체하자는 핵무장론이 부상해 한미가 갈등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가 남북통일부터 이끌어낸 뒤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북핵 대응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태전략센터(CAPS) 부회장은 “한미는 북한 사회로 정교한 정보를 유입해 주민들을 각성시켜 통일을 유도한 뒤 비핵화를 이루는 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균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안보전략센터장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약한 젊은 장마당 세대를 겨냥해 정확한 바깥세상 실정을 알려줘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학술회의 참가자 명단◆개회사김병관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버나드 샴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미 8군 사령관)◆축사현인택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유용원 국민의힘 의원◆패널토의1(사회: 버나드 샴포 전 미 8군 사령관)▽발표자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회장△이경석 인천대 교수△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 기업연구소 정치경제학 석좌연구원▽토론자 △박철균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안보전략센터장(큐심플러스 최고 네트워킹 책임자)△정일화 전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프레드릭 빈센조 미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오찬연설김용현 국방부 장관(곽태신 국방부 방위정책관 대독)◆패널토의2(사회: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발표자 △설인효 국방대 교수△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프레드릭 빈센조 미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토론자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최승우 서울안보포럼 북핵대응정책센터장△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패널토의3(사회: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발표자 △로버트 콜린스 북한인권위원회(HRNK) 선임 고문△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토론자 △인지연 북한인권개선과자유통일을위한모임(NANK) 대표△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 기업연구소 정치경제학 석좌연구원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최근 전기요금이 동결된 것 등을 두고 “에너지값은 원가를 반영해서 상당한 수준으로 (에너지)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이달 23일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총리가 직접 장기적으론 국제 에너지 원가를 반영해 요금을 올리고 국민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난 정부에서 가스 요금은 국제가가 10배 오르는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고, 전기요금도 (원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에너지값은 외국에 비해 굉장히 싸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며 “에너지 소비가 (그만큼 외국보다) 많이 이뤄진다는 것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한 총리는 “이제는 에너지값이 해외 에너지 가격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굉장한 정치 쟁점이 돼버렸고 모든 언론과 정치권이 반대하는 일이 됐다”며 “이렇게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렵고 (요금 인상과 관련해) 국민적 논의에 부쳐봐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전기·가스요금을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현 체계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요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5.4% 인상된 이후로 2022년 3월까지 9년 동안 동결됐다. 문재인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1년부터 치솟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고 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한전의 부채도 급등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2022년 7월과 10월, 2023년 1월, 5월, 11월(산업용) 등 총 5차례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한전의 총 부채는 올 6월 말 기준 200조 원을 넘기는 등 악화일로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중국의 상하이와 충칭, 저장성, 광둥성 등 주요 지역에서 외사 업무를 담당하는 외사판공실 당국자들이 23일 방한했다. 중국 측이 정한 이번 방한 대상 명단은 모두 경제 규모 상위 20대에 포함되는 주요 도시의 당국자들로 꾸려졌다. 상하이와 충칭, 광둥성의 수장인 당서기는 중국 정부를 이끌어가는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의 일원이다. 이번 방한이 경색된 한중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중 관계는 앞서 올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고위급부터 지방정부 차원까지 교류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된 북-중 관계와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혈맹인 북한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군사 동맹 수준으로 밀착하자 거리가 멀어진 동향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 中, 주요 4개 도시 당국자로 ‘방한 대표단’ 구성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상하이와 충칭, 저장성, 광둥성의 외사판공실 주임을 포함한 중국 대표단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병원 차관보와 면담을 가진 뒤 만찬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방한 기간 동안 수도권에 있는 국내 대기업을 찾아 기업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자매결연을 맺은 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외교부와는 별도로 각 지방정부가 외사판공실을 두고 외국인, 교류 업무 등을 도맡고 있다. 이번에 방한한 외사판공실의 주임들은 우리 정부의 국장급에 해당하는 직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표단은 2019년 중단됐던 ‘한중 미래지향 교류 사업’이 재개되면서 외교부의 초청을 받아 방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한중 정부가 지방정부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한 이 사업이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단됐다가 5년 만에 다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이번 방한 대상으로 중국의 주요 도시 관계자들이 포함돼 외교가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엔진’으로 알려진 광둥성은 중국의 31개성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고 부유한 곳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2580조 원 수준으로 중국 전체 GDP의 10%를 웃돈다. 대도시를 뜻하는 ‘1선 도시’로 불리는 상하이는 지난해 1인당 GDP가 2만 7000달러를 넘겼다. 특히 중국 정부를 이끄는 지도부인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해 모두 24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방한 대상인 당국자들이 속한 상하이, 충칭, 광둥성의 당서기는 정치국 위원을 지내고 있다. ● 中 정치국 위원 ‘방한 예고편’ 가능성도한중 관계 경색과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한중 대화는 올 5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줄줄이 복원돼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정상회의 직전인 올 5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양자 회담을 했고, 올 7월 말에도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라오스에서 회담을 가졌다. 한중 외교장관은 이달 2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계기로 만나 회담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한중 외교장관은 올 5월 이후로 두달에 한번 주기로 만나 회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 외사판공실 관계자들의 방한이 중국 정치국 위원인 상하이와 충칭, 저장성, 광둥성 당서기의 ‘방한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중앙 정부의 대화에 물꼬가 트이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교류도 이어지는 추세다. 이에 앞서 올 4월 북-중 무역 중심지인 랴오닝성의 당서기가 방한했고, 6월에는 중국 장쑤성 당서기, 7월엔 간쑤성 부서기가 한국을 찾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일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북한 관영 매체가 밝혔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보낸 답전에는 지난해와는 달리 북-중 간의 ‘협조’나 ‘협력’ 같은 표현이 빠져 있어 최근 북-중 사이의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달 15일자로 시 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374자 분량의 짤막한 답전에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북-중 친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두 나라 인민의 공동 염원”이라며 “공동의 위업 수행에서 계속 훌륭한 결실이 이룩되리라 믿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보냈던 답전에 포함돼 있던 “적대 세력들에 대한 공동 투쟁” “동지적 단결 협력”을 강조하는 문구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답전에는 올해가 ‘북-중 친선의 해’라는 점에 대한 언급 없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을 맞는 뜻깊은 올해”라는 표현만 섰다. 앞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올 1월 1일 신년 서한을 교환하면서 수교 75주년인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권력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올 4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뒤로는 고위급 교류나 행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전 내용을 두고 “북한이 중국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올 6월 북한과 러시아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냉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조약까지 체결하며 밀착하자 중국이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 간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축전을 비롯한 서한을 공개적으로 주고 받은 것도 올 1월 1일 이후 8개월 만이다.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북-중은 올 4월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당시에도 축전을 교환하지 않았고, 지난달 북한의 압록강 일대 대규모 수해 피해 당시에도 위로 전문을 주고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이 매년 10여 차례 서신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 등 중국이 부담스럽게 여기는 행동을 하면 할수록 북-중 간 틈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선희 북한 외무상(사진)이 러시아에서 열린 포럼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에 대해 “엄중한 위험계선으로 치닫고 있다”며 “어떤 적대적 행위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가 22일 밝혔다. 북한이 이달 핵탄두를 만드는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을 공개하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해 놓고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미에 떠넘긴 것이다. 노동신문은 최 외무상이 이달 18∼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4회 유라시아 여성포럼에 참가해 이같이 연설했다고 밝혔다. 최 외무상은 “(한반도는) 미국과 미국을 추종하는 일부 나라의 배타적인 동맹 추구 정책으로 긴장 격화와 대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자주권과 존엄을 위협하는 어떤 적대적 행위에 대해서도 추호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정의의 성전”이라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포럼에는 러시아와 베트남, 라오스, 벨라루스 등 120여 개 국가 여성 정치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외무상은 또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의 첫 여성 포럼에 참가해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반미 연대’를 구축하려는 러시아가 브릭스 등 국제기구에 북한을 끼워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과 러시아가 올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맺은 ‘북-러 조약’에는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직후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 플러스 체육상 회의’에 체육성 대표단을 파견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이 “통일하지 말자. 남북 두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의미 축소에 나섰다. 보수 진영에서 임 전 실장을 겨냥해 “북한의 반(反)통일 2국가 선언에 동조한 것”이란 비판이 이어지자 선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22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돼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이어 “남북 양쪽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들을 영영 외국인 간의 관계로 만들자는 설익은 발상을 갑자기 툭 던질 권리는 남북 누구에게도 없다”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이 19일 9·19 남북군사합의 행사에서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두자”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된 헌법 3조 삭제 또는 개정 등을 주장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의 개인 의견으로 논의할 필요도,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 한 중진 의원도 “(두 개 국가론은) 당론과도 다르고, 헌법 정신 위반이다. 당내에 호의적인 반응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 강경파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26일 ‘적대적 2국가 시대에 차기 민주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혁신회의 측은 “기본적으로 2국가론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개최하는 토론회”라며 “북한이 적대적 2국가를 선언한 시점에 차기 민주 정부가 평화통일을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여권은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은 22일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탈북민과 이산가족의 희망에 재를 뿌렸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정은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행태를 종북(從北)을 넘어 충북(忠北)이라 한들 과장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일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북한 관영매체가 밝혔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보낸 답전에는 지난해와는 달리 북중 간의 ‘협조’나 ‘협력’ 같은 표현이 빠져 있어 최근 북중 사이의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달 15일자로 시 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374자 분량의 짤막한 답전에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북중 친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두 나라 인민의 공동 염원”이라며 “공동의 위업 수행에서 계속 훌륭한 결실이 이룩되리라 믿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 보냈던 답전에 포함돼있던 “적대 세력들에 대한 공동 투쟁”, “동지적 단결 협력”을 강조하는 문구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답전에는 올해가 ‘북중 친선의 해’라는 점에 대한 언급 없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을 맞는 뜻깊은 올해”라는 표현만 섰다. 앞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올 1월 1일 신년 서한을 교환하면서 수교 75주년인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권력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올 4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뒤로는 고위급 교류나 행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전 내용을 두고 “북한이 중국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올 6월 북한과 러시아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신냉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조약까지 체결하며 밀착하자 중국이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 간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축전을 비롯한 서한을 공개적으로 주고 받은 것도 올 1월 1일 이후 8개월 만이다.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북중은 올 4월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당시에도 축전을 교환하지 않았고, 지난달 북한의 압록강 일대 대규모 수해 피해 당시에도 위로 전문을 주고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이 매년 10여 차례 서신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 등 중국이 부담스럽게 여기는 행동을 하면 할수록 북중 간 틈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하지 말자. 남북 두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의미 축소에 나섰다. 보수 진영에서 임 전 실장을 겨냥해 “북한의 반(反)통일 2국가 선언에 동조한 것”이란 비판이 이어지자 선긋기에 나선 모양새다.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22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돼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이어 “남북 양쪽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들을 영영 외국인 간의 관계로 만들자는 설익은 발상을 갑자기 툭 던질 권리는 남북 누구에게도 없다”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이 19일 9·19 남북군사합의 행사에서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두자”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된 헌법 3조 삭제 또는 개정 등을 주장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의 개인 의견으로 논의할 필요도,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 한 중진 의원도 “(두 개 국가론은) 당론과도 다르고, 헌법 정신 위반이다. 당내에 호의적인 반응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친명계 강경파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26일 ‘적대적 2국가 시대에 차기 민주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혁신회의 측은 “기본적으로 2국가론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개최하는 토론회”라며 “북한이 적대적 2국가를 선언한 시점에 차기 민주 정부가 평화통일을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여권은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은 22일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탈북민과 이산가족의 희망에 재를 뿌렸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정은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행태를 종북(從北)을 넘어 충북(忠北)이라 한들 과장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면서 핵능력의 가속적 강화, 전술핵무기용 핵물질 생산을 운운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관련해 “북한의 공개 의도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북한 전반 동향을 관찰하고 분석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핵실험 시기는 북한 지도부의 결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단정적으로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미 정보 당국이 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성명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와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북한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대해 비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일본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므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한국, 미국 등과 협력해 북한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공영 NHK방송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소식을 전하며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을 향해 핵 개발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고농축우라늄(HEU) 시설의 해체가 필요했지만 북한은 우라늄까지 (협상장에서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이 전격 결렬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 협상카드로 내놨을 뿐 다른 지역에 은닉한 것으로 파악돼 온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는 거부했다는 것.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다른 핵시설은 강선 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5년 반이 지난 2024년 9월 13일, 북한은 HEU 제조 시설을 보란 듯 전격 공개했다. 11월 미 대선을 불과 53일 앞둔 시점으로, 공교롭게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 박빙의 대선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의 이번 시설 공개는 의도적으로 미국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자신들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노출해 주목도를 높이려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도 “최근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미국 국내 문제만 화두가 됐을 뿐 북한 핵 문제 등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김정은이 ‘최후의 카드’인 7차 핵실험 대신 핵 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핵시설 공개) 카드부터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향후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몸값부터 높이려는 북한의 포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하노이 ‘노딜’의 깊은 상처를 가진 김정은으로선 최대한 핵무기가 많은 것처럼 미국에 어필해야 향후 협상판이 벌어졌을 때 ‘빅딜’에 도움을 줄 카드가 많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도 “말로 해선 거래가 안 되니까 (북한이) 물건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핵시설 공개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대응 실패를 부각해 상대적으로 협상 등 변수가 더 크게 열려 있는 트럼프 후보 쪽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에겐 (북한 핵시설 공개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좋은 공격 소재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결국 미 대선을 전후해 7차 핵실험까지 나설 거란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앞서 “기하급수적 핵 능력 강화”를 강조한 만큼 이번 핵시설 공개는 핵실험에 앞선 사전 예비 도발 성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대통령실 파견 공무원이 윤석열 정부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 ‘21그램’에 대해 “면허를 가지고 있는 분야의 공사만 진행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주장은 내부에서 받아들여졌지만 ‘21그램’을 비롯한 공사 참여 업체들마다 개별적으로 계약해야 한다는 해당 공무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따낸 21그램은 과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에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특혜 수주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022년 5월 12일 ‘21그램’ 측으로부터 관저 주거동 일부 공간을 증축하는 내용이 담긴 견적서를 제출받았다. 견적서에 담긴 예상 공사비 41억 원은 대통령실이 확보한 예비비의 3배 가까운 수준이었고, 실내 건축업 면허만 가진 ‘21그램’이 증축 공사를 하는 것도 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지적하지 않고 공사 착수를 지시했다. 며칠 뒤 행정안전부에서 집무실 이전 업무를 담당했던 대통령관리비서관실로 파견돼 근무하던 공무원 A 씨는 2022년 5월 15일 관저 공사 현장을 찾았다가 ‘21그램’ 측이 증축 공사를 예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21그램 측에 “가진 면허로 할 수 없는 공사는 하지 말라”고 즉각 지시했고, 이를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에게도 보고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종합건설사 B사와 증축 공사 계약을 따로 맺게 된 것이다. 대통령실이 2022년 7월 증축 공사와 인테리어, 기계설비 공사 계약을 모두 B사와 맺는 것처럼 ‘통합 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도 A 씨는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전문 공사업체(21그램)가 이미 수행한 공사를 나중에 들어온 종합건설사(B사)를 통해 공사한 것으로 처리하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1억 원도 안 되는 증축 공사만을 종합건설사와 별도 계약하는 건 모양새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 씨의 의견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기계설비 공사를 맡은 업체 일부가 ‘무자격’ 업체였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업체별로 계약을 맺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대금 정산을 투명하게 하고, 업체 간 시공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업체가 실제 수행한 공사 내용에 맞게 공사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대통령실에 ‘기관 주의’를 요구했다. 대통령실과 관저에 들어가는 방탄창호(새시) 공사를 담당했던 대통령경호처의 부장급 간부 정모 씨는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보성)는 정 씨와 브로커 김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12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정 씨는 방탄창호 공사를 과거부터 알고 지낸 브로커 김모 씨에게 맡겼고, 김 씨가 공사비를 15억여 원 부풀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정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공사에서도 김 씨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대가로 7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도 받고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해당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었다. 그분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업체의 보안 유지 가능성을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59)은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주식회사 ‘21그램’이란 영세업체에 맡긴 경위를 감사원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 검토를 거쳐 선정했다면서도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21그램을 둘러싼 의혹은 감사원이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는 단초가 됐다. 2021년 영업이익이 1억5000만 원인 영세업체가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업체가 과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에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만큼 김 여사와 인연이 있는 업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였다. ● 21그램 하도급 맡긴 업체 18곳 중 15곳 ‘무자격’ 감사원은 12일 특혜 의혹이 불거진 업체들의 선정 경위를 포함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관저가 최고 등급 보안시설인 만큼 대통령비서실 등이 특정 업체를 콕 집어 공사를 맡긴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고 봤지만, 공사 과정에서 업체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각종 불법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관저 준공 과정에서) 비서실은 실제 공사 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 도면 등을 제출받지 않아 법령상 절차에 따른 준공검사가 가능하지 않게 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22년 12월 참여연대 청구로 감사에 착수한 뒤 1년 9개월(638일) 만인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22년 4월 인수위에 있을 당시 복수의 인물로부터 21그램을 추천받아 시공 실적과 자격을 확인했다고 감사원에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 업체와 계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공사에 착수하라고 했다. 김 전 비서관은 착공 후 21그램이 실내건축업 면허만 갖고 있기 때문에 증축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인수위 측은 업체를 직접 정하지 않고 21그램에 마땅한 업체를 섭외해 달라고 했다. 21그램은 직접 할 수 없는 증축 공사나 구조 보강 공사 같은 일감을 18개 하도급 업체에 맡겼는데 이 중 15곳(83.3%)이 무자격 업체였다. 일감을 맡길 때 대통령비서실 승인을 받지도 않았다. 21그램이 무자격 업체에 일감을 맡긴 것은 법 위반이고, 대통령비서실도 감독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21그램 측은 감사원에서 “중요한 건 빠른 시공이라 생각했고 공사 업체의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김 전 비서관에 대해 “공사 업체에 대한 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인사 자료를 남겨 두라고 대통령실에 통보했고, 대통령비서실에도 기관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뒤 퇴직한 김 전 비서관을 징계할 수 없기에 추후 공직 인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라고 한 것이다. ● 경호처 간부·브로커 결탁으로 15억 국고 손실 이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에 들어가는 방탄창호(새시) 공사를 담당했던 대통령경호처 부장급 간부 A 씨가 과거부터 알고 지낸 브로커에게 공사를 맡겼고, 브로커가 공사비를 15억여 원 부풀린 사실을 묵인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호처와 행정안전부는 집무실과 관저에 20억여 원을 들여 방탄창호를 설치하는 계약을 B사와 체결했다. 제작비는 1억3000만 원에 불과했다. 브로커가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B사에 방탄창호를 17억 원에 납품하기로 했고, B사가 경호처에 20억 원에 납품하기로 한 것. 감사원은 이 브로커가 받은 돈에서 제작비를 뺀 15억여 원만큼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브로커에게 경호처가 이용할 시설 공사비를 대신 내라고도 요구했다. A 씨는 관저 공사에 참여한 업체 대표 C 씨에게는 경호처 퇴직 직원이 가진 강원도 땅을 시세보다 4000만 원이나 비싼 값에 사달라고 했고, C 씨는 땅을 사들였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에 A 씨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측이 책임자 형사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검찰 등의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감사원이 맹탕 감사, 봐주기 감사로 화답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가안보와 직결된 고도의 보안시설 공사의 경우 법률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며 역대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MBC가 최승호·박성제 사장 시절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105억 원 전액을 손실 본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이를 감독해야 할 MBC 최대 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MBC로부터 투자금 전액을 날린 뒤에야 사실을 보고받았고, 문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여의도 사옥 매각 대금 4849억 원을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등 적극 운용키로 결정했다. MBC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MBC는 그해 7월부터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105억 원을 투자했다. 계약에는 채무자인 리조트 개발업체가 선순위 채권자인 JP모건에 자산을 넘길 경우 나머지 채무는 갚지 않아도 된다는 ‘DIL(Deed in Lieu)’ 조항도 있었다. ‘중순위 채권자’인 MBC 입장에선 전액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초고위험 투자’였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결국 리조트 개발업체가 2020년 6월 사업을 포기하면서 MBC는 전액을 잃게 됐다. 감사원은 MBC가 부동산 대체펀드에 투자한 금액이 총자산의 8%가 넘는 1905억여 원에 달하는 만큼 나머지 투자 건에서도 손실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방문진은 MBC가 투자금 105억 원을 전부 날린 2021년 2월까지도 부동산 대체투자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MBC 및 자회사 관계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방문진 관계자에 대해서도 감사원법 위반 등으로 참고자료를 보냈다. 방문진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목적으로 위법하게 시작된 감사”라며 “국민감사 청구 시에는 대상 기관의 ‘법령 위반’이나 ‘부패 행위’가 있어야 하나 적시되지 않아 국민감사 요건을 갖추지 못해 기각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MBC도 이날 감사원이 지적한 미국 리조트 펀드 투자와 관련해선 “상품의 중요 규정을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한 증권사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 1심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회의실. 정각 9시가 되자 회의실 안이 고요해졌다. 뒤이어 여기저기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20여개국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이 눈앞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쉴틈없이 키보드를 두드린 것. 이날 하루 ‘방어팀(Blue Team)’이 된 이들은 ‘가상의 적’ 역할을 하는 공격팀(Red Team) 전문가들의 해킹 공격을 실시간으로 막아내는 중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 20여 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참여한 국제 사이버 훈련이 진행됐다.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10~12일 사흘에 걸쳐 진행한 ‘사이버 서밋 코리아 2024’ 행사의 일환이었다. 주요국 사이버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에서 사이버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에 진행된 국제사이버훈련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7월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보기관이 주최하는 사이버 방어 훈련에 나토 회원국을 초청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훈련 현장을 참관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비롯한 적대세력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 방어 능력과 안보 체계를 발전시켜온 사이버 안보 강국”이라며 “우리의 역량과 경험을 세계와 공유해 인류의 안전과 번영을 지키는 데 적극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현장을 찾은 조원희 사이버작전사령관에게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며 “공세적 방어를 해야한다”고 주문했다.조태용 국정원장도 개회사에서 “사이버안보는 우방국과의 공조가 절실하다”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이버안보 경험을 나누고 해결책을 나누는 협력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국정원은 이날 ‘사이버 서밋’을 계기로 공공기관의 업무용 전산망과 외부 인터넷을 분리하도록 한 ‘망분리 규제’를 내년부터 일부 완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앞으로는 공공기관 임직원도 업무용 PC로 생성형 AI 프로그램인 ‘챗 GPT’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망 분리는 해킹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각기관이 업무용 전산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분리해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관의 임직원이 ‘챗 GPT’를 비롯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는 먼저 내부망에 저장된 데이터를 군사기밀 문서처럼 1급(기밀)·2급(민감)·3급(공개)으로 나눠 각각 맞는 보안체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등급별로 차등적인 보안체계를 적용해 중요 정보에 대해서 보안을 지키면서도 원활한 데이터 공유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국제표준 암호모듈을 따른 제품들도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동안 우리 정부기관은 국내에서 개발한 암호모듈 체계만 이용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 개발한 암호는 해당국 등이 쉽게 해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안 환경의 변화로 업계에선 글로벌 표준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제표준암호모듈인) AES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판단한다”며 “경제적 효과와 산학연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MBC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105억 원을 모두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감독해야 할 MBC 최대 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은 투자금 전액을 날린 뒤에야 사실을 보고받았고, 책임자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은 방문진이 MBC의 부실 경영을 방치했다고 판단했고, 앞으로도 “관리감독에 소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MBC, 이사회 승인 없이 1900억여 원 ‘부동산 대체펀드’ 투자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방문진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감사원은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방만 경영을 했다고 의심되는 MBC 및 자회사 관계자들에 대해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한 상태다. MBC와 관련한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방문진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감사원법위반, 공공기록물법위반 혐의로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전달했다. 앞서 감사원은 MBC·KBS 소수 노조 연합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관계자 등 477명이 국민감사를 청구함에 따라 방문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여의도 사옥 매각 대금 4849억 원을 금융상품 위주로 투자하던 이전과 달리 적극 운용하기로 결정했고, 본부장 전결로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MBC는 2019년 7월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는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펀드’에 105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MBC가 체결한 계약에는 채무자인 리조트 개발업체가 ‘선순위 채권자’인 JP 모건에 자산을 양도할 경우 나머지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는 ‘DIL(Deed in Lieu)’ 조항이 포함돼있었다. 결국 ‘중순위 채권자’인 MBC로서는 전액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초고위험 투자’였던 것. 결국 리조트 개발업체가 2020년 6월 ‘디폴트’를 선언하고 사업을 포기했고, 선순위 채권자인 JP 모건이 이 개발업체의 자산을 모두 넘겨받음에 따라 MBC는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됐다. MBC가 고위험 부동산 대체펀드에 투자한 금액을 총 자산의 8%가 넘는 1905억 원 규모로 보는 감사원은 나머지 투자 건도 상당부분 손실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감사원은 “MBC와 방문진이 국내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 투자 관련 임원회의 논의 자료, 리조트 펀드 투자에 대한 법률 실사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부실 경영을 감독해야 할 방문진은 MBC가 ‘리조트 펀드’ 투자금 105억 원을 전부 날린 2021년 2월까지도 부동산 대체투자 사실에 대해 MBC로부터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문진의 한 이사가 2021년 3월 “기사에서 봤다”며 부동산 대체펀드 투자 사실이 있느냐고 질의한 뒤에야 MBC는 “리조트 펀드 투자금을 손실로 처리했고, 20여 건의 부동산 대체투자를 했다”고 보고한 것. 하지만 같은해 8월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이사진이 선출되면서 이 문제도 유야무야됐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이사회는 2023년 6월까지도 MBC의 투자 손실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거나, 관련 경영진의 문책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 방문진, MBC 자회사 ‘100억 손실’에도 “나중에 보고 듣겠다” 방치 MBC 자회사인 MBC플러스가 2018년 전남 여수와 인천에서 ‘실내스포츠테마파크’ 사업을 부실하게 추진해 100억 원 대 손실을 낸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도 방문진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MBC 플러스는 2018년 5월부터 전남에서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를 공동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공동 사업을 하는 업체가 테마파크 시설물을 제대로 설치 하지 않아 테마파크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MBC플러스는 임대료로 매년 10억 가까운 돈을 내면서도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업을 주도한 MBC 플러스의 사업팀장과 팀원은 인천에서 테마파크 공동 운영 사업을 할 때는 공동 사업을 하는 업체 관계자와 강남 유흥주점에서 여러 차례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방문진은 MBC가 이런 개발 사업을 방문진과의 사전 협의 없이 추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때 방문진의 일부 이사들이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방문진 의장은 “MBC 본부장을 통해 이 문제가 나중에 어떻게 처리됐는지 보고를 듣겠다”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후 방문진은 자회사 대표이사와 담당 이사에게 문책 경고와 기관 경고를 했다는 MBC의 보고를 받은 뒤 별다른 이의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방문진에 보고를 하는 MBC 경영진이 이 사업 진행과 연관된 인물들 이었기 때문에 지배주주인 방문진이 적극 관리감독해야했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방문진 측은 감사원에서 “방문진의 존재 이유는 MBC가 방송 독립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고, 구체적 경영활동을 통제하는데 있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방문진이 현행 방문진법과 상법상 MBC의 경영을 관리감독할 권한도 있다고 보는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소홀히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관리 감독에 소홀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국과 미국, 일본 등 61개국이 군사 인공지능(AI)을 활용할 때 반드시 유엔헌장과 국제인도법, 국제인권법 등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 문건을 10일 채택했다. 특히 문건에는 “AI 기술이 핵무기 확산에 활용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며 “핵무기 사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인간의 통제와 개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AI가 아닌 인간이 핵무기 사용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도록 하자는 것. 이 문구가 국제회의 결과문서에 포함된 것도 처음이다. 이날 서울에선 우리 정부가 네덜란드 등 4개국과 함께 ‘인공지능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폐회식을 열고 결과문서를 채택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AI 시스템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세계 각국이 자발적인 ‘가드레일’을 설정한 것. 최근 우크라이나 등에선 군사 AI가 실전에 배치돼 사용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문건에는 “국제법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이용해야 한다”는 등 국제사회의 요구가 적극 반영됐다. 군사 AI 이용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국제 합의문이 나온 건 처음이다. ‘자폭 드론’ 등 AI 활용 무기를 실전 배치한 우크라이나는 문건에 서명했지만 이스라엘은 서명하지 않았다. 중국도 회의 전까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서명하지 않았다. 이 문건에는 “인간은 군사 AI 활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책임은 어떤 경우에도 기계에 전가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작동 등으로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고위급회의에선 60개국이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위해 행동을 시작하자는 호소문(call to action)에 합의했다”며 “이번엔 구체성을 더한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 10월 유엔 총회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군사 분야 인공지능(AI)은 반드시 적용 가능한 국제법과 국내법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개발·배치·이용돼야 한다.”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61개국이 군사 AI를 활용할 때 반드시 UN헌장과 국제인도법, 국제인권법 등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 문건에 10일 합의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등장한 것과 같은 AI 시스템이 인간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도록 세계 각국이 자발적인 ‘가드레일’을 설정한 것.이번 문서에는 최근 우크라이나 등에서 군사 AI가 실전에 배치되면서 “적어도 국제법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이용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이 적극 반영됐다. ‘자폭 드론’ 등 AI를 활용한 무기를 실전 배치한 우크라이나도 이 문건에 서명했다. 다만 중국과 이스라엘은 문건에 서명하지 않았다. 군사 AI 이용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국제 합의문이 나온 건 처음이다.● “핵무기 사용에 인간 통제·개입 유지해야”정부는 10일 서울에서 네덜란드 등 4개 국가와 함께 연 ‘군사적 영역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폐회식에서 이 결과문서를 채택했다. 서문과 20개 항으로 구성된 문건에는 “인간은 군사 AI 활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책임은 어떤 경우에도 기계에 전가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오작동 등으로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가령 적군을 분별해 내는 ‘AI 시스템’이 민간인을 적군으로 잘못 식별해 살상이란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그 책임은 AI를 운용하고 감독하는 인간에게 있다며 법적, 윤리적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것이다.문건에는 “AI 기술이 핵무기 등 확산에 활용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며 “핵무기 사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인간의 통제와 개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인간이 대량 살상무기인 핵무기 사용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AI가 핵무기를 통제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 “핵무기에 대한 인간 통제권을 유지한다”는 문구가 국제회의 결과문서에 포함된 것도 처음이다. 앞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이 내용이 담긴 약속을 한 바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군사 AI 이용 관련 국제사회 첫 구체 가이드라인”국제사회가 ‘킬러 로봇’과 같은 군사 AI의 이용 책임을 둘러싼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은 군사 AI가 점차 실전에 배치돼 활용되고 있음에도 이를 규제할 국제 협약은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가자지구 땅굴에 AI를 탑재한 소형 로봇을 투입해왔고, 폭격 대상인 하마스 대원을 식별하는 데 AI 시스템을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2022년 5월 AI를 활용한 전술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려던 러시아군 1500여 명을 격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이 표적을 식별하고, AI가 표적 주변에서 가깝고 효율적인 무기를 보유한 부대에 공격을 명령하는 역할까지 한 것이다.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고위급 회의에선 60개국이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위해 행동을 시작하자’는 호소문(call to action)에 합의했다”며 “이번엔 ‘책임’이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구체성을 더한 가이드라인이 담긴 문건에 합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올 10월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회의가 끝난 뒤에도 얼마든지 참여국이 ‘행동을 위한 청사진’ 문건에 지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만큼 이 문건에 서명하는 국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중국은 회의 전까지 결과 문서 서명 여부를 알려달라는 우리 측의 요구에 “검토 중”이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군의 대함 어뢰 ‘백상어’의 부품이 단종됐음에도 정부가 부품 개발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결국 해군이 ‘백상어’를 이용한 훈련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은 K1 전차 포수가 사용하는 보조 조준경 등 부품이 단종된 뒤 다른 전차의 같은 부품을 가져다 썼다.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무기 체계를 운용해온 것이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등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육·해·공군의 주요 59개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부품 중 총 2070종이 단종됐다. 이 가운데 966종(46.7%)은 남아있는 재고가 없었다. 군은 단종 부품 381종에 대해선 2021년∼올 1월 “방위사업청이 진행 중인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재생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중 29종(7.6%)을 제외하곤 기품원의 부설 연구소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기연은 경제성이 부족해 이 부품들을 개발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군은 2021년 10월 ‘백상어’ 부품을 개발해달라고 했지만, 국기연이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개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결국 2020년 이후 해군은 ‘백상어’를 이용한 사격 훈련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육군은 지난해 6월 K1 전차의 포수가 사용하는 보조 조준경 부품을 개발해달라고 했는데, 이 역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재생산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다. 결국 육군은 다른 K1 전차의 부품을 가져다 쓰는 식으로 전차를 운용 중이다. 기품원이 품질을 보증해 군에 납품된 부품 중에선 최소 52종이 실제 조립 과정에서 규격에 맞지 않아 하자 처리된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기품원이 일부 부품에 대해선 품질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육안으로만 외관 상태를 확인한 뒤 품질 보증서를 발급해줬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