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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으로 부자가 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오히려 안전자산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신한투자증권 청담금융센터에서 만난 염정주 센터장은 가상자산으로 ‘신흥 부자’가 된 MZ세대 고객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염 센터장은 자산관리전문가(PB) 업무에만 22년간 몸담아 ‘국내 PB 1세대’로 꼽히는 인물이다. 같은 센터에서 지점장으로 손발을 맞추고 있는 유진관 지점장은 2008년부터 해외주식 투자 업무를 해온 해외주식 전문가다. ‘대한민국 1% 부자 동네’ 청담동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자산관리와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이 높은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트렌드와 향후 시장 전망을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MZ세대 ‘코인 부자’도 자산관리에 관심을 갖나. ▽염 센터장=그렇다. 여러 명을 만나진 못했지만, 공통점은 의외로 공격적인 투자보단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운영에 더 관심이 높았다는 것이다. 현명한 투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코인 판’에서도 돈을 버는 것 같다. ―부자들은 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유 지점장=아닌 경우도 많다. 여전히 엔비디아, 테슬라에 언제 진입하는 게 좋냐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 특히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나 고환율 때문에 진입을 망설이던 고객들도 ‘이제는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부자들도 일종의 포모(FOMO·상승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를 겪는 건가. ▽염 센터장=그런 셈이다. 그런 고객들께 미국 주식은 하반기(7∼12월)에도 유망할 것으로 보이니 분할 매수하시도록 추천하고 있다. 다만 상반기(1∼6월)만큼의 상승 폭은 어려우니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증여 관련 문의도 많을 것 같다. ▽염 센터장=센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무 전문가를 소개해 드리고 있다. 요즘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많이 올라가면서 적립식 증여가 인기다. 손자, 손녀에게 애플,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꾸준히 조금씩 사주는 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 상승에 따른 투자 조언을 한다면…. ▽유 지점장=포트폴리오 조정은 시기상조다. 보호무역 강화, 금리 인하 지연 등 변수가 있지만 적극 대응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장기 정책 기조를 보며 펀더멘털 기반으로 투자해야 한다. ―청담 센터는 고객 서비스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염 센터장=센터 고객만을 위한 프라이빗 행사를 종종 진행한다. 특히 센터 고객만 참석할 수 있는 명품 쇼핑 행사나 아트페어 등의 만족도가 높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국민 1인당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약 2억4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침체로 집값이 하락했지만 주식시장 호황으로 순자산도 소폭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1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1경2632조 원으로 전년 대비 1.7%(약 210조 원) 늘었다. 1년동안 주택자산이 147조 원 줄어들었지만 주가 상승 영향으로 금융자산이 233조 원 늘었다. 2022년 가계순자산은 부동산 침체 등 영향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가 1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순자산 구성 비중은 주택 50.3%, 주택 외 부동산 25.2%, 현금 및 예금 19.1%, 보험 및 연금 11.5% 등 순이었다. 1인당 가계순자산은 2억4427만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2년(2억4039만 원)보다 1.6% 증가한 숫자다.가계를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가 보유한 국민순자산은 2경3039원 으로 1년 전보다 472조 원(2.1%) 늘었다. 순자산 증가 폭은 2022년(3.1%)보다 둔화됐다.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은 1년 전보다 1.2% 많은 1경6841조 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주택시가총액은 1.7% 뒷걸음친 6839조 원으로 집계됐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트럼프 수혜 자산에 투자하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국내에서 가파르게 번지고 있다. 대표적 수혜주인 테슬라는 트럼프 후보 피격 사건 이후 순매수액이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17일 동아일보가 국내 주요 3개 증권사의 국내 투자자 해외 주식 투자 현황을 집계한 결과 15일 테슬라 순매수액은 424억 원으로 전 거래일인 12일(118억2000만 원) 대비 258.7% 증가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함에 따라 대표적인 수혜주로 떠올랐다. 법인세 완화 기대감에 반도체 등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평균 변동폭 3배를 따라가는 ‘디렉션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는 3개 증권사 합산 순매수액이 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엔 158억 원 순매도였다. 트럼프 후보가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크게 늘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오전 2시 기준 전체 가상자산의 24시간 거래량은 101억4000만 달러(약 14조 원)로 트럼프 후보 암살 시도 이전인 14일 오전 6시 기준(40억3000만 달러) 대비 2.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미국의 주요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썼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6% 넘게 급등하는 등 트럼프 재집권 이후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자산에 돈이 몰리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후보의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가 다시 힘을 얻게 될 경우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미중 갈등 위험이 고조될 가능성도 높아 미 달러화와 금 등 안전자산 가격도 함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막 오른 ‘트럼프 트레이드’…美 주가-코인 강세 1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53% 오른 40,211.72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5월 17일(40,003.59)에 달성한 기존 사상 최고치를 두 달여 만에 갈아치웠다. S&P500지수도 0.28% 오른 5,631.22에 마감하면서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0.40% 상승했다. 13일(현지 시간) 트럼프 후보가 피격당한 뒤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 증시가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집권할 경우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선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미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내리는 등 친기업적 행보를 보였다. 이에 따라 2017년 한 해 동안 다우지수가 25%가량 상승한 바 있다. 트럼프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도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랫동안 이어온 긴축을 끝내고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미 증시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 자산으로 꼽히는 가상자산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5만8000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은 트럼프 후보가 피격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틀새 6만5000달러 선까지 근접했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16일 한때 9000만 원을 넘어섰다. 트럼프 후보는 대선 유세 중에 스스로 ‘가상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라고 말하는 등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왔다.● 미중 분쟁 리스크에 달러·금값도 상승 안전자산인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0.23%)에 이어 오름세를 보이면서 1380원대에 안착했다. 엔-달러 환율도 158엔대에 재진입하면서 160엔 선을 위협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감세 정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 적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15일(현지 시간)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 대비 0.066%포인트 오른 연 4.463%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30년물 국채 금리는 1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2년물 금리를 넘어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호무역 강화와 대중 압박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감소하는 등 경제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재정 적자 확대를 통한 인플레이션 장기화 예상도 달러화 강세를 점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국제 금 시세도 온스당 2430달러 선을 회복하면서 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투자가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의 공약 가운데 보호무역 등 한국에 불리해 보이는 정책이 꽤 많다”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면 미국 외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대기업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트럼프 후보는 법인세 감면 공약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미 빅테크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암살 시도 사건 이후 그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트럼프 수혜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는 방위산업과 가상자산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했고, 미국 증시에선 트럼프 후보가 대주주로 있는 ‘트럼프 미디어’의 주가가 한때 50%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일 대비 1.7% 오른 26만9500원에 마감했다. 전날 4.54% 오른 데 이어 이틀 연속 상승세를 그렸다. 이 밖에 방산주인 LIG넥스원(2.57%), 현대로템(1.05%) 등도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트럼프 후보가 줄곧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그가 당선되면 국내 방산업체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날 우리기술투자(3.88%)와 갤럭시아머니트리(25.44%) 등 가상자산 관련주도 일제히 올랐다. 트럼프 후보가 스스로를 ‘가상자산 대통령’으로 칭하는 등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3.35%) 등 2차전지 관련주는 약세다. 트럼프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가 창업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의 모회사인 트럼프 미디어는 15일(현지 시간) 전일 종가 대비 31.37% 오른 40.5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개장 초에는 50% 넘게 치솟기도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까지 한 자동차 대기업에서 생산부장으로 일한 홍모 씨(59)는 희망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최근 한 전문대 중년 재취업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홍 씨가 선택한 전공은 건물 공조·설비 분야로, 졸업 후 주로 학교나 병원의 건물 관리인으로 취직하게 된다. 홍 씨는 “건물 관리인은 월급 220만 원 정도를 받는 자리”라며 “30년 넘게 일한 자동차 생산 관리 분야와는 많이 다르지만, 회사에서 일하며 쌓은 전문성을 활용할 만한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아 이 직종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직장인 중엔 홍 씨처럼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기존에 일하던 직종과 무관하게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20∼75세 남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문직, 관리직 비중은 줄어들고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업무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의 경력이 단절되고 소득 절벽으로 내몰리는 현상은 국가 잠재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000만 명에 육박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가 올해부터 2034년까지 은퇴함에 따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 0.38%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이 직업 경력의 연장선상에서 일자리를 잡는 경우보다 단순 노무직 등으로 내몰리는 일이 훨씬 많다”며 “축적한 역량을 우리 노동시장이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1000만명 은퇴 쓰나미 “정년 연장-계속 고용 논의 시급”2차 베이비부머 은퇴중장년층 고용안정성 OECD 최저임시직 34%… 저임금 저숙련 내몰려작년 55∼79세 “더 일하고 싶다” 69%… “고용률 상승땐 성장률 하락폭 줄여”총 954만 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한국 사회나 경제구조는 이들의 노동시장 퇴장을 견뎌낼 준비가 아직 덜 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전체 인구의 18.6%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10년 안에 산업현장에서 대거 물러남에 따라 각 기업들은 인력난에 직면하게 되고, 젊은층 등 생산연령인구의 노인 부양 부담은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현재 50대 근로자들은 정년이 지나도 계속 일하겠다는 욕구가 과거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존에 전문성을 갖고 해왔던 일과는 전혀 다른 저숙련·저임금 일자리투성이다.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 등 중장년층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년층 고용 안정성, OECD 최악 한국 중장년층의 고용 안정성은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이다. 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직 비중은 34.4%로 일본(22.5%), 튀르키예(13.7%) 등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은 8.6%에 그친다. 나이 들어 새로 직장을 얻는다 해도 벌어들이는 소득이 변변치 않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년 안에 새로 일자리를 얻은 40∼64세 141만9000명 중 46.8%가 월 200만 원 이하를 받았다. 월평균 임금이 1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9.5%나 됐다. 중장년층이 경력 단절과 소득 절벽에 직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법적 정년 등으로 인해 이들이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기업들의 인식 때문이다. 22년간 떡집을 운영하다 코로나 사태인 2021년 매출 악화로 사업을 접은 양모 씨(49)는 3년 넘게 구직 활동 중이지만 임시직을 전전할 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양 씨는 “나이가 50세에 이르다 보니 기업들은 길어야 5년 정도밖에 고용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대기업 과장, 부장도 자신이 수십 년간 익숙해 있던 분업 체계를 벗어나면 그동안 쌓은 전문성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부머 고용 연장 논의해야” 그러나 올해 50∼60세에 해당하는 ‘2차 베이비부머’는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은 편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국가 경제나 노동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55∼79세 중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고 답변한 비율이 2012년 59.2%에서 2023년 68.5%로 상승했다.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도 ‘73세까지’로 증가했다. 이재호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60대 고용률이 2023년 기준 58.3%에서 2034년 66.0%까지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고용률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보다 경제성장률 하락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차 베이비부머 등 중장년층이 단순직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력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구조에선 사용자인 기업 측이 연봉이 높은 중장년층 직원을 젊은 직원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기업들의 퇴직자 재고용이나 계속고용 등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연공서열이 아닌 생산성 평가에 따라 임금을 정하면 사용자 측에서 고연령임에도 생산성이 유지되는 직원들을 계속 고용할 유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OECD도 최근 발간한 ‘2024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노인들이 일자리에 남아 있거나 재진입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전반적인 고용 증진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노동 수명을 연장하고 노인 고용을 늘리면 국내총생산(GDP)과 재정 성과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는 연공서열의 중요성을 줄이고, 법정 정년을 늘리거나 회사별 의무 퇴직 연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열두 차례 연속 동결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데다 환율까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탓에 역대 가장 긴 기간 동안 금리를 동결한 채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13일 이후 이날까지 1년 5개월 28일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길었던 동결 기간 1년 5개월 21일(연 1.25%·2016년 6월 9일∼2017년 11월 30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 기록이다. 한은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최근 급등하는 수도권 집값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다”며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유입한다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점도 우려 요소다. 이 총재는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향후 피벗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며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음은 시사했다. 그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은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은행 금융위원회가 예상보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신호를 보냈지만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에 일제히 상승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23.36포인트(0.81%) 오른 2,891.35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장중 한때 2,896.43까지 치솟으며 2,900 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가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음에도 지수가 대폭 상승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가가 6830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660억 원, 3240억 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파월 의장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2%에 완전히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하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밝히며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따라 미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1% 이상 올랐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02%, 1.18% 올라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1.09% 뛰었다. 일본 증시도 호응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장 대비 0.94% 오른 4만2224에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달 4일 4만913을 기록하며 3개월 만에 가장 높이 상승한 데 이어 9일부터 사흘 연속 종가 기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일본 NHK방송은 “미 연준이 9월에라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한 것을 배경으로 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고를 경신한 흐름을 이어받아 닛케이평균주가도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물가가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이는 만큼 랠리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대 초반을 유지한다면 이달 말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지금보다 강한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올 수 있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 증시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은 실적이 우상향하는 기조이기 때문에 증시 방향성 자체는 우상향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뉴욕 증시가 지표 의존적인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미국 물가, 고용 지표 등이 나빠지면 단기 하락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증가, 원-달러 환율 급변동 등으로 인해 금융 시장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며 최근 금리 하락에 베팅하면서 높아지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견제구를 던졌다.● “시장 너무 앞서 나갔다…잘못된 시그널 우려” 11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다수의 금융통화위원은 현재의 물가와 금융 안정 사항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한은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적인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최근 시장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자 한은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1개월 만에 최저치인 2.4%를 기록하는 등 3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2%대에 그치자, 시장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정부와 여당까지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8월 금리 인하설’이 돌기도 했다.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며 집값이 반등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가계 대출 상승을 부채질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5월(5조3157억 원)과 6월(5조8466억 원) 각각 5조 원 넘게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도 9일까지 1조2218억 원 늘면서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안정세를 찾았던 환율도 지난달엔 달러당 1370∼1390원 사이에 거래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깜박이 켰지만…차선 변경 시점은 불확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면서도 3년여간 이어온 통화 긴축 기조를 전환할 준비가 됐다는 점은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서 “물가상승률이 안정 추세인 만큼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올 5월 금통위 이후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 “깜빡이도 켜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 비해서는 한 발 전진한 모양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향후 3개월 내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금통위원도 5월 1명에서 이달 2명으로 늘었다. 다만,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과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위험 요인이 많아서 언제 방향을 전환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와 이 총재의 발언이 다소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라는 반응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 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한 것이나,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날린 이 총재의 발언 수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은의 금리 인하는 미국의 금리 인하 결정 이후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며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에야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은행 가계대출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20조 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빚 증가 속도가 5배로 빨라진 셈이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늘었는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디딤돌·버팀목 대출 및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정책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강화를 머뭇거린 탓에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은행 주담대, 상반기 26조5000억 원 폭증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20조5000억 원 불어난 1115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상반기(4조1000억 원)의 5배에 달했다. 특히 주담대가 26조5000억 원이나 폭증하며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원지환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거래 증가, 대출금리 하락, 정책대출 공급 지속 등으로 주담대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쏠림이 나타난 영향이 컸다. 올해 1∼5월 서울에서 9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은 9870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년 뒤 집값을 전망하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지난달 108로 전달 대비 7포인트 늘며 4월부터 석 달 연속 100을 웃돌았다. 지수가 100보다 높을수록 집값 하락보다 상승을 점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하반기(7∼12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인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것도 주담대 수요를 자극했다. 여기에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자금 공급이 지속된 것도 대출 증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 1월 말부터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은 5개월 만에 6조 원가량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가계대출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최근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실행을 이번 달에서 9월로 연기함에 따라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변동금리 대출자에게 가산(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트레스 DSR 실행 연기는 정부 실책으로 보인다”며 “제도 실행까지 남은 두 달 동안 대출을 최대한 받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가계대출이 단기간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당국 압박에 ‘대출 조이기’ 나선 은행들 주담대 증가세는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9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는 전월 말 대비 1조2218억 원 늘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도록 압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5일부터 은행권 대출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달 3일에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논의하기 위해 부행장 간담회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1일부터 대면,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한다. 이날 신한은행도 15일부터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주담대 금리를 0.0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정부와 당국 대응이 늦어지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와 당국이 금융 규제에 따른 경기 위축을 우려하다 보니 대응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 규제는 경제 전반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경기 조절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 일관적인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대상 지원금에 대해선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DSR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각종 대출의 상환 원금과 이자 등의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대출 규제다. 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이달부터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시행을 9월로 연기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를 자극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이자율이 낮아지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올라가는 면이 있어 금융 안정 측면에서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기 시작한 추세 변화는 의미가 있다”며 “GDP 대비 80%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빠르면 시장에 주는 충격도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5%로 전년(97.3%) 대비 감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의 물가 영향을 묻는 질문엔 “수출은 호조인 데 반해 취약계층은 어려운 면이 있다”며 “재정 지원을 하게 되면 전략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와 여당이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되, 의사결정은 금통위원과 논의를 통해 독립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코스피가 연일 연중 최고점을 새로 쓰는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3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34% 오른 2867.38로 마감했다. 5일에 이어 2거래일 만에 연중 신고가를 경신했다.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시총 합계는 2339조6886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2021년 8월 10일 기록한 2339조2065억 원보다 4821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코스피 지수 역대 최고는 2021년 7월 6일의 3305.21이다. 지수는 최대치보다 300포인트 이상 낮지만 상장사 수 증가에 따라 시총 규모는 최대 기록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시총 규모는 상장사가 늘어남에 따라 단순 가산되지만 코스피 지수는 상장 및 폐지에 따라 변동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수정주가평균 등을 적용하기 때문이다.이날 코스피 상승은 외국인이 이끌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에선 외국인이 3570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060억 원, 1260억 원을 순매도했다.미국발 반도체 훈풍에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0.46% 오른 8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2.14% 올라 23만8500원으로 마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근 코스피가 연중 신고점을 연달아 새로 쓰며 2,900 선에 근접해 가는 가운데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2% 넘게 빠지며 부침을 겪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대장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다 내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혼란이 커진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5일 847.49로 마감해 지난해 말(866.57) 대비 2.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655.28에서 2,862.23으로 7.8%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근 코스닥시장은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며 활력을 잃고 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30.20%로 2017년 10월(29.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장주식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거래가 활발했음을 의미한다. 코스닥 상장 종목 위주로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승세에도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개인은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6조2230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에선 17조2860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부진도 시장 침체에 영향을 줬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 34.0% 뒷걸음질쳐 5일 19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2차전지 열풍에 힘입어 7월 25일 46만2000원까지 치솟았던 데 비하면 주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시총 3위 에코프로 역시 올 들어 24.0% 하락했다. 내년 시행을 앞둔 금투세를 둘러싼 혼란도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대다수 개인 투자자는 금투세 과세 대상이 아닐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액이 큰 ‘슈퍼 개미’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소규모 투자자들도 매도 행렬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코스피가 삼성전자 실적 기대감과 미국 증시 훈풍에 힘입어 2년 5개월 만에 2,820 선을 넘어섰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30.93포인트(1.11%) 오른 2,824.9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2,820 선을 넘긴 건 2022년 1월 21일(2,834.29)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20일 기록한 연고점(2,812.62)도 10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1111억 원, 3212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지수도 4.71포인트(0.56%) 오른 840.81에 거래를 마쳤다. 2분기(4∼6월) 잠정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삼성전자가 특히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42% 오른 8만4600원에 마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8조205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685억 원) 대비 1127.45%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분기 영업이익 8조 원을 넘긴 건 2년 전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 이후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펼친 것도 국내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3일(현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51% 상승한 5,537.02에, 나스닥지수는 0.88% 오른 1만8,188.30에 장을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4.57% 상승했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차량 인도량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전날 10%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6.54% 올랐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코스피가 삼성전자 실적 기대감과 미국 증시 훈풍에 힘입어 2년 5개월 만에 2,820선을 넘어섰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30.93포인트(1.11%) 오른 2824.9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2,820 선을 넘긴 건 2022년 1월 21일(2,834.29)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20일 기록한 연고점(2,812.62)도 10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1111억 원, 3212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지수도 4.71포인트(0.56%) 오른 840.81에 거래를 마쳤다. 2분기(4~6월) 잠정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삼성전자가 특히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42% 오른 8만4600원에 마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8조205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685억 원) 대비 1127.45%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분기 영업이익 8조 원을 넘긴 건 2년 전이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 이후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펼친 것도 국내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3일(현지 시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51% 상승한 5,537.02에, 나스닥지수는 0.88% 오른 1만8188.30에 장을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4.57% 상승했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차량 인도량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전날 10%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6.54% 올랐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근 일본 엔화 가치가 3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슈퍼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높은 국가부채와 내수 부진으로 엔저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엔 동조화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슈퍼 엔저’ 장기화 가능성 엔-달러 환율은 1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161.72엔까지 올랐다. 1986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슈퍼 엔저’의 구조적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상단은 각각 5.5%, 0.1%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미국 4.46%, 일본 1.05%로 차이가 크다. 글로벌 투자자가 채권 수익률이 높은 미국 자산시장으로 몰림에 따라 엔화의 상대적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0.1%에서 0.1%로 올리면서 금리 격차가 소폭 줄었지만, 인상 폭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엔저 추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일각에선 ‘일본은행이 엔저 현상을 정상화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일본의 막대한 국가부채 때문이다. 일본의 정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달한다. 올해 국채 이자 지급 예산만 9조6000억 엔(약 82조 원)일 정도로 이자 부담이 크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도 불어나기 때문에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BNP파리바증권의 가와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지나치게 팽창한 정부 부채를 우려해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내수 부진도 통화 정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임금 인상→소비 증가→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물가와 임금이 올랐는데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선뜻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합도 높은 韓 석유제품 타격 불가피 통상 엔저 심화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여겨진다. 일본과 한국이 다양한 품목에서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 떨어질 때마다 한국 수출액 증가율은 0.6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나라 수출 구조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지표인 수출 경합도는 한국과 일본이 69.2로 한국과 미국(68.5), 한국과 중국(56.0) 등 주요 국가보다 높다. 경합도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경합하는 정도가 높다. 엔저 상황에서 타격이 큰 품목은 석유제품과 자동차 등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022년 집계한 품목별 한일 경합도를 보면 석유제품의 경우 100점 만점 기준 82.7로 전체 품목 중 경합도가 가장 높았다. 이 밖에 자동차·부품이 65.8, 선박이 65.3, 기계류 57.6 순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이날 진행한 ‘추락하는 엔화, 전망과 대응’ 세미나에서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는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 등 수출 지원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엔화와 동조 현상이 짙어진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400원을 다시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1000만 명에 육박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향후 10년여에 걸쳐 은퇴함에 따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상당 폭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차 베이비부머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는 인구는 954만 명이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705만 명)보다 인구가 많아 단일 세대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현재 60대 고용률(지난해 기준 58.3%)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는 올해부터 2034년까지 11년간 경제성장률이 연간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차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하락 폭 추정치(―0.33%포인트)보다 크다. 200만 명 이상 많은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함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한은은 2차 베이비부머가 이전 세대에 비해 근로 의지가 높은 만큼, 현재보다 60대 고용률이 상승해 성장률 감소 폭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최근 10년간 60대 고용률 증가세를 반영해 60대 고용률이 2023년 기준 58.3%에서 2034년 66.0%로 상승하는 것으로 상정한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경제성장률 감소 폭이 ―0.24%포인트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수행한 이재호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경제 성장이 본격화한 시기에 자란 2차 베이비부머는 교육 수준이 높고 소득 및 자산 여건이 양호해 사회·문화 활동에 대한 수요도 크다”며 “이들의 은퇴로 인한 성장률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 등 고령층 고용 연장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수입이 1년 전보다 9조 원 넘게 덜 걷혔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진도율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5%포인트 이상 부족함에 따라 세수 부족 ‘조기 경보’를 내고 자체적으로 세수를 다시 추계하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세수 부족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28일 발표한 ‘5월 국세수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세수입은 151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 원 이상 덜 걷혔다. 전체 예상 세수 대비 실제 걷힌 세금 비율인 세수 진도율은 41.1%로 최근 5년 평균(47%)보다 5.9%포인트 낮았다. 정부는 5월 기준 국세수입 5년 평균 진도율과 해당 연도 진도율이 5%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조기경보를 울려 세수를 다시 추계한다. 정부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조기경보를 발령한 건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기재부는 지난해 5월 세수가 큰 폭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자 조기경보를 내고 세수를 재추계해 9월 발표했다. 기재부 세제실은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와 함께 올해 세수를 다시 추산할 방침이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할 경우 편성된 예산의 불용액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우선 자체적으로 세수 부족분 규모를 파악한 뒤 향후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월까지 누적 세수가 대폭 줄어든 건 법인세 수입 감소 영향이 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업 실적 저조로 이 기간 법인세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조3000억 원 줄었다. 특히 법인세 납부 1, 2위 기업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적자를 겪으며 올해 법인세로 0원을 신고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법인세 납부도 저조했다. 윤 과장은 “통상 중소기업은 4, 5월에 법인세를 납부하는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신고한 만큼 세금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많았다”며 “경정청구 등으로 이미 낸 세금을 환급받아간 기업이 많았던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대학생 이모 씨(21)는 올 초부터 용돈 벌이를 위해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주 4일 일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단 3시간. 이 일을 하기 위해 출퇴근에만 왕복 2시간을 쓴다. 최근 그는 점주에게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주휴수당을 줄 여력이 없어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 씨는 “일자리 자체가 많이 없는 데다 몇 군데 면접을 봐도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며 “지금 일하는 곳은 아르바이트가 처음인 사람도 받아줘서 근무 시간이 아쉬워도 그냥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 씨처럼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청년 초단시간 취업자가 지난달 45만 명에 달해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열에 아홉 이상이 임금근로자로, 이들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고 연차휴가, 퇴직금 및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어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 얼어붙은 내수에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쪼개기 고용을 늘리고, 그 피해를 청년들이 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본보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주 15시간 미만 20, 30대 초단시간 취업자는 1년 전(38만2300명)보다 17.0% 늘어난 44만72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모든 달을 통틀어 역대 가장 많다. 반면 지난달 20, 30대 전체 취업자는 910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0% 줄었다. 청년 일자리는 줄고 있는데 쪼개기 고용으로 질 나쁜 일자리만 늘고 있는 셈이다. 청년층에서 초단시간 취업자가 늘어나는 건 사회 전체적으로도 인적자본 저하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는 영세 업주들은 직원 관리 등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쪼개기 고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에서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기술을 배우고 인적자본을 축적해야 할 시기에 초단시간 일자리를 전전하면 단순 노동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지고 평생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사장은 인건비에 ‘쪼개기 고용’… 청년은 더 일하고 싶어도 못해[청년도 사장도 고달픈 ‘쪼개기 알바’]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에 시름… 수당 부담에 ‘주15시간미만 고용’초단시간 근로자 지난달 192만명… 최저임금 급등한 2018년부터 급증20대 32만4600명… 역대 가장 많아서울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40대 이모 씨는 아침과 낮에만 편의점에 출근하고 나머지 시간엔 아르바이트생을 쓴다. 그가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총 7명.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 14시간 단위로 사람을 쓰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이 많아졌다. 이 씨는 “한 명이라도 사정상 못 나오게 되면 사장인 내가 대신 나와야 한다. 여러 명을 관리해야 하는 고충이 크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청년 초단시간 취업자가 역대 최대로 늘어난 건 고금리, 고물가 여파에 내수 산업에 종사하는 영세 상인들의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이라도 아끼려 종업원들의 근로시간이 15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부담이 커져 쪼개기 근로가 계속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쪼개기 고용 늘리는 최저임금의 역설 본보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취업자는 1년 전(154만7400명)보다 24.3% 늘어난 192만4000명이었다.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긴 올 2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초단시간 취업자는 1년 새 7.0% 늘어난 32만46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고, 30대는 55.7% 급등한 12만2600명으로 역대 네 번째였다. 이 밖에 40대, 50대, 60세 이상 역시 1년 새 30% 안팎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20, 30대 초단시간 취업자 10명 중 4명(38.7%)이 숙박 및 음식점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어 교육 서비스업(18.9%), 도매 및 소매업(14.6%)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이 최근 내수가 얼어붙으며 침체를 겪고 있는 업종이다. 정부는 5월 경제활동 인구 조사 기간에 휴일이 포함되며 취업 시간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초단시간 일자리는 최저임금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 2018년 이후 본격적인 오름세를 보여왔다. 월평균 100만 명을 밑돌던 초단시간 취업자는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 전년보다 14.1% 늘어나며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겼다. 이후에도 매년 늘어 올 1∼5월엔 월평균 175만1000명의 초단시간 취업자가 생겨났다. ● 자영업자 1년 새 11만 명 ↓ 고령층, 워킹맘 등을 중심으로 초단시간 일자리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청년층이 숙련도를 쌓기 어려운 초단시간 일자리에 몰리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짧은 시간 일하면서도 더 많이 일하길 원하는 청년들은 점점 느는 추세다. 지난달 15시간 미만 일한 청년 중 더 많은 시간 일하길 원했다고 응답한 20, 30대는 7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명 늘었다. 36시간 미만 일한 청년 중에서도 25만2000명이 더 일하길 원했다고 했다. 1년 전보다 8.8% 늘어난 규모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더 많이 일하길 원한 사람은 넓은 의미의 실업자로 분류된다. 영세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관리할 직원이 늘어나는 상황은 달갑지 않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폐업이 이어질 만큼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쪼개기 고용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68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 명(1.9%) 줄었다. 자영업자는 2021년 10월부터 24개월간 전년 대비 늘었지만, 올 2월부터는 4개월 연속 줄고 감소 폭도 확대되고 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정부가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해 5조 원 규모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마련한다. 요소와 리튬 등 정부가 수급을 집중 관리하는 ‘경제 안보 품목’도 200개에서 300개로 늘린다. 27일 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차 공급망 안정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급망 안정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부처별로 나뉘어 있던 공급망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이날부터 시행된 공급망안정화법에 따라 설치됐다. 정부는 핵심 품목 수급 안정화를 위해 중국 등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안보 품목을 기존 200개에서 300개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 관련 품목에 대해선 자립화, 다변화 계획을 세우고 정부 지원과 모니터링을 집중한다. 핵심 품목의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사업자에 대해선 올해 8월부터 5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공급망기금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경제 안보 품목 공급망 안정화 계획을 소관 부처에 제출해 인정받은 사업자를 ‘선도사업자’로 선정하고 정부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한편 한미일 3국 산업장관은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1차 한미일 산업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분야 공급망 강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사이토 겐(齋藤健) 일본 경제산업상은 성명을 통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고 밝혔다. 성명문에 중국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전략 품목의 특정 공급원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무기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최근의 비시장적 조치는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핵심 광물 공급망에 중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등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