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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 훈련인 ‘자유의 방패’ 연습이 4일 시작된 가운데 이날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상공에는 전투기가 날고, 활주로에는 헬기, 정찰기 등이 이착륙을 반복하면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특히 미군의 무인정찰기 ‘그레이 이글’이 3대 이상 출격해 눈길을 끌었다. ‘킬러드론’으로 알려진 그레이 이글은 한국에 2개 중대 10여 대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올해는 자유의 방패 연습은 한미 연합 야외기동 훈련이 지상과 해상·공중에서 총 48회 실시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전략폭격기나 항공모함 등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말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한 작전 연습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번 훈련은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를 포함하지 않고 8월에 열리는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 때 진행하기로 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연습 첫날인 4일 한미 공군 장병들이 공군 오산기지의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에서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서 ‘킬러 드론’으로 불리는 그레이이글이 이륙하고 있다. 그레이이글은 정찰과 감시는 물론이고 공격 임무를 수행한다(아래쪽 사진). 연합훈련은 14일까지 11일 연속 진행된다. 공군 제공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영하권 꽃샘추위가 찾아온 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 위에 패딩을 입은 채 걷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기온은 영하 9도∼0도까지 내려갔다. 2일에도 전국적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며 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성북구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물품 대여 사업을 하는 ‘청년공간 동선이음’에서 27일 한 주민이 여행용 캐리어를 대여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해부터 노트북, 로봇청소기, 캐리어 등을 일주일에 1000원의 대여료를 받고 주민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나리, 의자가 좁진 않으십니까. 몸이 꽉 끼는 것 같은데 좀 걸으셔야겠습니다. 그사이에 저도 좀 앉게요.―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서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국 풍력의 날’ 기념식에서 박경일 한국풍력산업협회장(왼쪽)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버튼을 누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1975년 제주 교래리 제동목장에 세워진 3kW급 풍력발전기를 사료상 우리나라의 첫 풍력발전기로 보고 발전기가 설치된 2월 27일을 한국 풍력의 날로 삼았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붉은 하늘 아래 저 멀리 바람개비가 보인다. 언덕 위 뾰족한 기둥과 날개 사이로 태양이 머리를 내밀지만, 이내 옅은 구름 뒤로 수줍게 숨어버린다.이른 아침, 제주시 조천읍에서 마주한 이 풍경은 모닥불의 ‘불멍’이나 파도가 주는 ‘물멍’만큼이나 아름답다. 바람을 전기로 바꿔주는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날개가 풍성한 ‘바람멍’을 선사하고 있다. 볼거리 많은 대표 관광지 제주도의 또 다른 매력이다.인천, 강원, 부산, 목포 등 전국에서 풍력발전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제주도에서 이뤄지는 풍력발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 아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는 제주도에 풍력발전은 현재 어떠한 에너지원보다 대량으로 깨끗한 전기를 생산할 방안이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동목장에 3kW급 풍력발전기가 세워진 1975년 2월 27일을 기념해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올해부터 매년 2월 27일을 한국 풍력의 날로 삼기도 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데다 높은 산맥이 등줄기를 지탱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은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에너지 생산 수단으로 평가된다. 바다와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만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과는 달리 에너지원 구입 비용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에서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초원의 목장이나 어촌마을 등에도 풍력발전기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이유다. 2022년 기준 전국 115곳의 발전단지에 777기의 풍력발전기가 운영돼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탈탄소를 위한 재생에너지 확보는 기업과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자연환경은 물론, 철강·조선업계 등 풍력발전과 밀접한 산업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온 것은 다행인 부분이다. 전국 지자체도 풍력발전을 미래 산업으로 점찍고 앞다퉈 경쟁하고 있다.파란 하늘 아래 거대한 세 개의 날개가 배경이 될 ‘인생샷 포인트’가 늘어난다는 것은 카메라를 든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전국 각지에서 마주하게 될 아름다운 ‘바람멍’을 기대해 본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월대보름을 나흘 앞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을 찾은 한 가족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달집과 함께 태울 새끼줄에 묶고 있다. 서울 도봉구가 23일 중랑천 인근에서 달맞이 축제를 개최하는 등 서울 곳곳에선 24일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각종 행사가 열린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벽돌 가로선에 맞춰 걸린 화분이 마치 오선지 위 음표 같아요. 음악에 맞춰 춤춰보아요.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이 회장은 이날 오후 1시40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없이 묵묵부답으로 출석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실제로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합병은 양 사의 합병 필요성 등의 검토를 거쳤기에 그 사업성이 인정된다고 본다. 양사의 이사회를 거친 것을 보면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만이 합병의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이 회장은 오후 3시쯤 법원을 나섰다. 입구의 관계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뒤 나선 이 회장은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답변 없이 굳은 표정으로 이동했다.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색종이 곤충들에게 포위된 사슴벌레. 탐색전에 돌입한 것 같은데, 상대 정체를 알아내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나흘째 강추위가 이어진 25일 경기 김포시의 한강 일부가 얼어 얼음이 떠다니고 있다. 기상청은 “올겨울에는 아직 한강이 결빙되지 않았다. 이번 추위로 곳곳에 얼음이 생긴 정도”라며 “26일 아침까진 전국이 춥겠지만 이후 기온이 조금씩 올라 주말에는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도∼0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2∼9도로 예상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4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스타필드를 찾은 시민들이 별마당 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사전 개방(프리오픈)한 스타필드 수원점은 하남점, 코엑스몰점, 고양점, 안성점에 이은 다섯 번째 스타필드로 26일 정식 개장한다. 수원=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스타필드 수원’이 정식 개장을 앞두고 24일 사전 오픈 행사를 가졌다.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터를 잡은 ‘스타필드 수원’은 지하 8층~지상 8층 규모로 연면적 약 10만 평(331,000㎡), 동시주차 가능대수 4,500대에 달하는 수원 지역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이다.‘스타필드 수원’은 기존 가족 중심의 1세대 스타필드에서 한 단계 진화한 MZ세대를 겨냥한 특화매장을 대폭 강화한 2세대 스타필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테이필드(Stay Field)’라는 콘셉트 하에 여유롭게 머무르면서(Stay) 먹고, 둘러보고, 체험하며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공간(Field)을 지향한다고 밝혔다.특히 MZ세대들이 열광하는 성수, 홍대의 인기 핫플레이스를 대거 유치해 편집숍과 패션브랜드를 강화하고, 열린 문화 공간 ‘별마당 도서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펫파크 등을 통해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도권 남부 중심이라는 입지적 강점을 바탕으로 120만 수원 시민은 물론 인접 도시 유입 인구까지 반경 15km에 상주하는 약 500만 명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스타필드 수원은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점 이후 코엑스몰, 고양, 안성에 이은 다섯 번째 스타필드로 26일 정식 개장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6일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자원회수로봇에 한 주민이 페트병을 넣고 있다. 양천구는 자원순환도시 조성을 위해 스마트 종이팩 수거기와 캔·페트병을 수거하는 자원회수로봇 등 재활용품 수거기 53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임인식 기증유물특별전―그때 그 서울’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6·25전쟁 종군기자인 임인식 작가로부터 기증받은 사진 1003점 중 140여 점을 공개한 이번 전시는 3월 10일까지 열린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5일 서울 중구 남산 3호 터널 요금소에 도심 방향만 혼잡통행료를 징수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남산 혼잡통행료는 1996년부터 27년간 양방향 모두 2000원을 징수해 왔다. 하지만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에 따라 이날부터 남산 1·3호 터널을 지나 강남 방향으로 빠져나갈 때는 통행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북한이 새해 들어 연평도·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 사흘 동안 포격 도발을 감행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연평도에 주둔한 해병대의 해안경계작전 방식이 최근 변경된 점이 포착됐다.과거 해병대 연평부대는 일출·일몰 전후로 해안가에서 총기를 휴대하고 순찰했었다. 하지만 9일 포착된 장병들은 소총 대신 진압봉을 들었거나 허리에 찬 상태였다.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본보가 보도한 해병대 해안경계작전 사진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최소 2명 이상의 해병대원들의 조를 이뤄 순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다른 해안에서도 두 명의 해병이 소총 대신 허리에 3단 진압봉을 찬 상태로 순찰을 하고 있었다. 이곳 역시 이전에는 두 명 이상이 조를 이뤄 소총 무장을 한 상태로 순찰을 했던 곳이다.이에 대해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순찰자들이 함께 다니면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사람에 의해 동시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거리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북한 조선중앙TV가 2017년 공개한 영상에는 북한군 특수부대가 우리 해병대의 소형고무보트(IBS)와 유사한 형태의 보트에 탑승해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가상 침투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상처럼 연평도 해안을 순찰하던 해병대원들이 취약시간대 침투한 북한군과 마주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임무와 상황에 따라 휴대 무장은 바뀔 수 있다.”며 “전방에 있는 순찰자들은 무장을 한 채 정밀탐색을 실시하고, 후방 항·포구 지역 순찰조들은 개인 방어목적을 위해 진압봉을 휴대한 채 해안 탐색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주인 잃은 새장이 이렇게 재탄생할 수도 있군요. 건물 외벽에 멋진 그림자 작품이 만들어졌어요. ―경기 여주시에서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23년 10월 25일.새벽에 눈을 떴다. 오랜만에 장거리 출장이라 억지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직전에 본 유튜브 영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울릉도에 입도해서 열흘에 걸쳐 촬영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이걸 보고 나니 내가 독도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른 새벽에 눈은 떴지만 무거워진 마음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후포항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서는 늦어도 6시까지 도착해야 했다. 카메라 기본 장비와 1200mm, 800mm 초망원 렌즈, 트라이포드 2개, 옷가지 등을 넣었더니 취재차에 빈자리 없어 보였다. 울릉도는 여행을 목적으로하는 외지인들을 빨아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섬이다. 작년 여름에는 개인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그 돈이면 차라리 동남아에 가지 왜 굳이 울릉도를 가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의견도 일정 부문 수긍이 가는 점도 있지만 나 홀로 이 섬을 찾았을 때 느꼈던 감흥을 가족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울릉도에서 독도 일출을 관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린 권오철 작가의 영상은 한동안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사진기자면 누구나 욕심을 낼법한 매력적인 소재였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번쯤 시도해 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때마침 울릉도로 휴가를 간다는 얘기를 들은 데스크 선배가 ‘(울릉도에)간 김에’ 독도 일출을 찍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카메라를 든 삶은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하다. 좋은 발제는 거부할 수 없는 법. 무작정 놀 생각만 했는데 역시 데스크(취재 지시를 내리는 선임)는 다르다. 관련 내용을 조사해 보니 1년 중 2월 또는 10월의 단 며칠 동안 독도의 일출 촬영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사정이 있어서 “이번에는 못 찍겠는데요”라고 보고했더니 “그럼 언제 찍을 수 있는지 알아봐라”는 대답이 왔다. 역시 데스크는 포기란 걸 몰랐다. 권오철 작가가 “삼각함수를 계산해 몇 년의 시도를 끝에….”라고 했던 뉴스 인터뷰가 떠올랐다. 삼각함수? 나는 ‘수포자’다. 수학은 중학교 1학년 때 교집합 단원에서 수학 진도는 멈췄다. ‘몸으로 때우는 방법이 있을 거야….’라는 근자감을 바탕으로 검색 신공을 발휘했다. 결국 해와 달의 일출 각도를 날짜별로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10월 말쯤 되겠네요” 그렇게 데스크 보고를 마친 뒤 두어 달이 지나서 마침내 ‘그날’이 도래하고 있었다. 내겐 딱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실패해도 경험은 남을 거라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울릉도 입도를 감행했다. 이 시기에 울릉도와 독도,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기간은 열흘에서 보름 남짓에 불과하다. 촬영 포인트를 잡기 위해 지도를 보고 적당한 높이의 지형을 찾아봤다. 울릉도에서 87.4km(기점 바위 기준)나 떨어져 있는 독도를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되도록 높은 곳으로 올라야 한다. 지구가 둥근 탓에 평지에서는 독도를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와 도보로 사람이 오를 수 있는 포인트가 서너 곳 예상됐다. 계획대로라면 내겐 총 네 번의 촬영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10월 26일, 입도 2일 차 새벽. 울릉도 남쪽의 꽤 높은 곳에 있는 민가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해가 떠오르는 위치가 남쪽으로 점점 내려가기 때문에 촬영 위치는 반대로 매일 북쪽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 독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수평선에 구름이 짙게 끼어 있어서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독도의 위치라도 파악해야 마음이 편할 텐데 답답했다. ‘쉽진 않겠구나…’. 크루즈선이 기적 소리를 내며 사동항으로 입항하고 있었다.27일, 3일 차 새벽. 한 리조트에서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날 봤던 구름 띠가 아직 걷히지 않았다. 리조트 직원은 날씨만 좋다면 휴대전화로도 독도와 일출을 촬영할 수 있다며 며칠 전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태양과 독도가 좀 떨어져 있었지만 분명 한 프레임에 담겨 있었다. 28일, 4일 차 새벽. 가파른 길을 따라 차를 몰고 이름도 모르는 언덕 위로 올라갔다. 이제부터는 도보로 산길을 탔다. 등산 가방에 초망원 렌즈 두 개와 기타 장비를 쑤셔 넣고 보니 이건 보통 무게가 아니었다. 군대에서의 완전 군장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가느다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느린 걸음으로 30분가량 풀숲을 헤치며 오르고 보니 전망대 데크가 보였다. 멀리 보이는 구름층이 어제 보다 두꺼워 보였다. ‘오늘도 안 되겠구나….’. 아직 자고 있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산만한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어둠 사이를 뚫고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혼자서 버티기엔 사실 무서웠다. 빠른 성공은 빠른 복귀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내도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여보, 오늘도 안 되겠어.”.이왕 올라온 김에 구름 위로 해가 떠오르는 것 만이라도 보자는 생각에 차가운 바닥에 앉아 한참을 통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구름이 걷혔다. 태양이 구름 띠를 증발시켰나 보다. 흥분과 동시에 급히 전화를 끊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정확히 일직선이 되지는 않았지만, 독도의 한참 왼쪽에서 뜨는 태양을 가로 앵글로 잡기에 괜찮았다. 오히려 분위기 있어 보였다. 나흘간 쌓였던 부담감과 피로가 한 번에 씻겨 내려갔다. 올라갈 때는 그렇게 힘들었던 산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순식간에 내려왔다.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하산해 결과물을 확인하고 나니 ‘기본은 했으니, 이틀만 더 있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이날 오후 귀인을 만났다. 전날 촬영 장비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형 카메라와 구형 망원렌즈를 연결해 줄 컨버터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두 세트의 장비를 챙겨오긴 했지만, 영상까지 찍기 위해서는 컨버터가 필요했다. 울릉군청과 울릉도 오픈채팅방을 수소문하다가 이정호 세종독도연구소장이 곧 울릉도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 사정을 이야기하니 마침 본인에게 컨버터가 있다며 흔쾌히 도움을 주셨다. 이미 사진부 선배들과도 인연이 깊었던 이 소장은 14년간 울릉도와 독도의 다양한 모습을 촬영해 온 사진작가로 울릉도에서는 VIP 대우를 받는 몇 안 되는 외지인 중 한명 이었다.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울릉천국 등 울릉도 곳곳에는 이 소장의 작품이 걸려 있다.이정호 소장은 독도 일출을 기록하기 위해 해마다 이 시기에 울릉도를 찾는다. 카메라를 든 두 사람의 목적이 같기에 이후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4륜구동 차량으로 좁고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니 분지가 나왔다. 일반인은 접근하기 힘든 이곳은 소장만이 알고 있는 주요 포인트 중 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차박을 하며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춥고 배고픈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을 맞았다. 이제는 두꺼운 구름띠를 보는 것이 익숙해졌을 정도로 해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흐릿하게 보이는 독도로 위안을 삼으며 5일 차를 맞았다. 다음 날 새벽 한 번 더 시도하고 정오에 배를 타야 한다. 전문가와 함께해도 실패하니 이틀 전 전망대에서의 성공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마지막 날 새벽이 밝았다. 아니, 초겨울 새벽이 그리 밝을 리가 없다. 비교적 접근이 쉬운 언덕길을 포인트로 잡았다. 이 소장에게서 빌린 컨버터를 카메라에 물리고 동영상 촬영 준비를 마쳤지만 기대는 없었다.점차 날이 밝아오는데 그동안 지겹게 따라다니던 구름 띠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는 생각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저 멀리, 너무도 선명하게 붉은 태양이 보였다.바다 너머에서 뜨고 지는 태양은 언제 바라봐도 경이롭다. 태양이 머리를 살짝 들이밀자, 그 오른쪽에 엄지손가락 모양의 촛대바위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엄지척’을 하고 있는 듯했다.그리고 독도의 서도가 모습을 드러냈다.카메라에서 한쪽 눈을 떼지 않은 채 이정호 소장이 축하인사를 건넸다. 선명하게 두 눈으로 보이는,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찍고 나서야 눈을 떼니 눈앞이, 바다가 온통 붉게 물들었다.세상에 무슨 일이 있건 말건 태양은 솟아오른다. 우리의 독도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인간들끼리 호들갑을 떨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섬이 대한민국 영토임은 논쟁할 가치도 없다. 국방부는 최근 발간한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서 독도를 센카쿠 열도, 쿠릴열도와 함께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하고, 다수의 한반도 지도에 독도를 누락하는 등 ‘독도와 관련한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뿐더러 스스로 논란거리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일본 기상청은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해 지진 해일 특보를 발령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우기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자국 영토에서 두 다리를 땅에 딛은 채 독도의 아침해를 본 적이 있는지. 대한민국에서는 그 장관을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