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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가 내년 광복회에 지원하는 예산을 올해보다 6억 원 삭감했다. 광복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광복회는 보훈부 산하 독립 분야의 유일한 공법단체로 관련법에 따라 매년 운영비 등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받고 있다. 보훈부가 27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광복회 지원 예산은 올해 32억 원보다 6억 원 줄어 운영비 26억 원이 책정됐다. 삭감된 광복회 관련 예산은 모두 광복회학술원 사업비다. 광복회학술원은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미래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올 6월 출범했다. 광복회 측은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학술원 사업비 예산을 삭감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광복회가 기념사업으로 추진하려고 신청한 독립운동사 편찬 사업, 독립운동 상징 조형물 사업 등 기념사업비 10억 원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훈부 관계자는 “광복회학술원 사업비는 올해 신규 편성된 예산으로 아직 다 집행되지 않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추후 사업 성과를 평가해 내년도 예산 반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광복 80주년 기념사업 예산으로 97억 원이 책정돼 있다”며 “광복회 신청 사업이 포함될지는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광복회 내부에선 “정부가 이종찬 광복회장의 광복절 경축식 불참에 대한 보복으로 독립 분야 공법단체 추가 지정 검토에 이어 예산으로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부의 내년도 국방예산은 61조6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올해(59조4244억 원)보다 3.6% 증가한 것.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2020년(50조1527억 원)에 처음으로 50조 원대가 된 지 5년 만에 ‘국방예산 60조 원’ 시대가 된다. 병장 월급은 올해 125만 원에서 내년 150만 원으로 인상된다. 자산 형성 기금인 ‘병내일준비지원금’도 올해 40만 원에서 내년엔 55만 원으로 인상돼 이를 포함하면 병장 봉급은 총 205만 원이 된다. ‘병 봉급 200만 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북핵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강화에는 6조1600억 원이 투입된다. 3축 체계 중 킬체인(선제타격)의 핵심인 F-35A 스텔스전투기 추가 도입과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인 특임여단용 정찰·타격 드론 확보, 탄도탄 요격 능력을 갖춘 철매-2 성능 개량 사업 등에 들어간다. 한국형전투기 KF-21(보라매)도 내년부터 최초 양산된다. 군인 가족과 초급 간부 주거시설 개선 예산은 올해 5260억 원에서 내년 7863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국가보훈부는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드론 등 신기술을 활용한 범국민적 기념행사와 광복기념관 건립 등에 97억 원을 편성했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의 초기 정착지원금을 현재 1000만 원에서 내년에 150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내용이 담긴 예산안을 편성했다. 한편 내년 공무원 임금은 대통령을 포함해 직급과 상관없이 올해보다 3% 오른다. 2017년(3.5%)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인상 폭이다. 정부는 그간 누적된 물가 상승과 팬데믹 기간에 억눌러 왔던 보수 인상률, 민간과의 보수 격차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해외에서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블랙요원’ 명단 등 2, 3급 군사기밀을 유출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 씨가 27일 군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A 씨에게는 군형법상 일반 이적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군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금전을 받고 여러 건의 군사기밀을 정체불명의 중국동포(조선족)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국군방첩사령부는 8일 A 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함께 군형법상 일반이적과 간첩 혐의로 군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현행 간첩죄는 북한과의 연계성이 확인돼야 적용할 수 있다. 때문에 A씨가 기밀을 건넨 중국동포가 북한 정찰총국이 포섭한 공작원일 가능성 등 북한과의 연계성이 확인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하지만 방첩사의 수사 기록을 검토한 군 검찰은 간첩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일반 이적 혐의는 북한을 제외한 제3국에 기밀을 유출한 경우에 적용된다. 군 관계자는 “A 씨가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기밀을 유출했다는 정황이나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A 씨는 정보사 내부 컴퓨터에 있던 블랙요원 명단과 부대원 현황 등 5, 6건의 기밀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긴 뒤 이를 파일 형태로 중국 동포에게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사기밀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기는 행위 자체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A 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노트북이 해킹당했다는 주장을 고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부의 내년도 국방예산은 61조6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올해(59조4244억 원)보다 3.6% 증가한 것.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2020년(50조1527억 원)에 처음으로 50조 원대가 된 지 5년 만에 ‘국방예산 60조 원’ 시대가 된다. 병장 월급은 올해 125만 원에서 내년 150만 원으로 인상된다. 자산 형성기금인 ‘병내일준비지원금’도 올해 40만 원에서 내년엔 55만 원으로 인상돼 이를 포함하면 병장 봉급은 총 205만 원이 된다. ‘병 봉급 200만 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북핵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강화에는 6조1600억 원이 투입된다. 3축 체계 중 ‘킬체인(선제타격)’의 핵심인 F-35A 스텔스전투기 추가 도입과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인 특임여단용 정찰·타격 드론 확보, 탄도탄 요격 능력을 갖춘 철매-2 성능 개량 사업 등에 들어간다. 한국형전투기 KF-21(보라매)도 내년부터 최초 양산된다.군인 가족과 초급 간부 주거시설 개선 예산은 올해 5260억 원에서 내년 7863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동원미지정 1~4년차 예비군 대상 훈련참가비(4만 원)와 5~6년 차 예비군 대상 교통비(6000원)도 신설됐다.보훈부는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드론 등 신기술을 활용한 범국민적 기념행사와 광복기념관 건립 등에 97억 원을 편성했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의 초기 정착지원금을 현재 1000만 원에서 내년에 150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내용이 담긴 예산안을 편성했다.한편 내년 공무원 임금은 대통령을 포함해 직급에 상관없이 올해보다 3% 오른다. 2017년(3.5%)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인상 폭이다. 정부는 그간 누적된 물가 상승과 팬데믹 기간 동안 억눌러왔던 보수 인상률, 민간과의 보수 격차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현역 군인들이 여성 군인들의 얼굴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사진 및 영상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에 공유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 등에 따르면 최근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현역 군인들로 추정되는 참가자들이 여성 군인들의 얼굴 사진을 딥페이크로 합성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대화방 참가자는 900명이 넘었다. 대화방 참가자들은 여성 군인들을 ‘군수품’이라고 지칭했다. 이 대화방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여군 딥페이크 사진을 만들거나, 현역 군인임을 인증해야 했다. 대화방 운영자는 성착취물을 만들 여군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 소속, 계급, 나이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군을 지칭하며 “벗겨서 망가뜨릴 것” 등 비하하는 대화들도 있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경찰청 측은 “국방부로부터 26일 관련 사건에 대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 후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해당 채팅방에 올라온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피해자, 운영자와 관리자가 현역 군인인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청의 딥페이크 범죄 현황에 따르면 허위 영상물 관련 범죄는 2021년 156건에서 2022년 160건, 지난해 180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인하대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여학생들의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텔레그램방을 운영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26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말까지 초중고교생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가 10건 접수됐고 이와 관련해 14세 이상 청소년을 10명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자폭형 무인기(드론) 성능 시험 장면을 2013년 3월 이후 11년 만에 공개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자폭형 드론은 유도 방식과 비행성능, 정밀도 등에서 과거 노출한 드론보다 몇 단계 진화한 것으로 군은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진행된 이번 성능 시험에선 러시아제 자폭형 드론과 유사한 기종도 등장했다. 우리 정부 당국은 러시아가 북한에 드론 관련 핵심 기술을 이전해줬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무인기 타격 시험이 진행됐다고 26일 보도했다. 북한이 공개한 자폭형 드론 2종은 십자 날개가 달린 러시아의 ‘란쳇’, 삼각 날개 모양의 이스라엘제 ‘하롭’과 유사한 형태였다. 특히 란쳇과 비슷한 모양의 자폭형 드론은 전차 모형 표적에 수직으로 내리꽂히며 파괴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전하는 포탑과 운용 병력이 드나드는 상부는 전차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북한 매체는 백색 계열로 도색한 자폭 드론 2종이 K2 전차로 보이는 표적을 타격해 폭발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정부 소식통은 “세계 5대 전차 중 하나인 우리군 K2를 겨냥해 표적 실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전략정찰 및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들뿐 아니라 전술적 보병 및 특수작전구분대들에서 리용(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생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전투 적용 시험을 더 강도 높게 진행해 하루빨리 인민군 부대들에 장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자폭형 드론은 미사일보다 크기가 작고 저고도로 비행해 레이더로 추적·탐지가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쓰는 자폭형 드론의 가격은 대당 약 2만 달러(약 2400만 원)에 불과할 만큼 가성비도 좋다. 드론에 전술핵까지 장착할 경우 남한을 겨냥한 핵기습 위협은 더 치명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북한은 최소 300대 이상의 드론을 운용 중인 것으로 한미 당국은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자폭형 드론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관성항법장치(INS) 등 다중 항법장치를 갖춘 것 같다”며 “표적 이미지와 명중 여부의 실시간 전송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자폭형 드론을 “대량 생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드론과 관련해 “적은 돈으로 심대한 타격이 가능한 무기”란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작은 군사용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무기로 전 세계에 그 위력을 알렸다. 이 드론의 위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검증된 만큼 김 위원장은 이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드론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신형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이 장착된 이동식발사대(TEL)를 전방지역에 배치하면 충청권까지 타격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혔다. 북한은 이달 초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용 TEL 250여 대의 인계인수 기념식을 공개했는데, 당시 산술적으로 최대 1000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다만 국정원은 ‘이런 정도의 미사일 수급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미사일을 수급할 수 있는지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국군정보사의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은 “우리의 대북 정보역량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정보사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역량이 상당 부분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에선 중대한 정보 역량 손실이라는 점은 인정했다고 야당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발’의 뜻을 찾아봤다. ‘우연히 일어남 또는 그런 일’, ‘예기치 않게 우연히 발생함’이라고 풀이돼 있었다. 반대말은 ‘고의’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실 한자인 ‘偶發’을 그대로 풀어 봐도 금세 뜻을 알 수 있는 단어다. 그런데도 국어사전을 굳이 펼쳐 본 것은 휴가 기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올 5월에 발간한 외교안보 분야 회고록을 다시 보면서 생긴 의문을 떨쳐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재임 중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현 정부가 전면 무효화한 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막아 주는 안전핀 역할을 스스로 무력화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남북 간,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다가도 접경지역에서 우발적인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다시 국면이 얼어붙어서…”, “접경지대에서 빈번히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도발이나 군사적 충돌로 인한 전쟁 위협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이야말로…” 등 우발적 충돌이라는 표현은 회고록 곳곳에 등장한다. 20여 년간 국방부를 출입하면서 북한의 숱한 도발을 취재한 필자로선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단언컨대 북한의 대남 도발은 단 한 번도 우발적으로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고 지휘부의 지시나 묵인 아래 우리 군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노리고 사전에 치밀히 계획한 도발이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말할 것도 없고,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벌어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이 ‘의도적 기습’이라는 실체적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우발을 가장한 기만술로 우리 군의 대응을 유도한 뒤 남측이 도발했다면서 남남갈등을 노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전에서 산화한 서해수호 55용사를 비롯해 북한 도발에 희생된 우리 국민은 ‘우발적 충돌’의 피해자가 아니다. 과거 북한의 도발 징후를 우발적 상황으로 간과했다가 군은 뼈아픈 대가를 치러야 했다. 2002년 6월 29일에 발생한 제2연평해전이 대표적 사례다. 도발 몇주 전부터 북한 경비정이 잇달아 서해 NLL을 침범했지만, 군은 북한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월선으로 속단했다. 필자를 비롯한 취재 기자들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도발 징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지만, 군은 긴장을 풀었다. 결국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해군 고속정을 기습 포격하는 도발로 꽃다운 나이의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후과를 치렀다.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 20여 일 전 북한군 10여 명이 강원 철원 인근 MDL을 침범했다가 아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것도 ‘도발 예행연습’으로 볼 수밖에 없다. 최전방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켜 우리 군의 대응을 유도한 뒤 이를 구실로 도발을 일삼는 것도 북한의 ‘단골 수법’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이 ‘우발적 충돌’을 언급하는 것은 북한의 선의에 기대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의 회고록을 보면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수만 명의 평양 시민이 보여준 환대가 진심이었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가족과 함께 귀순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측의 모든 대통령들은 북한에 의해 철저히 속았다. 마지막에 별 수모를 다 받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렇게 당하고도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자가 북한 정권의 실체를 이다지도 모를 수 있냐는 일갈로 들린다. 이 같은 비판의 책임에서 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대북 유화 코드에 맞춰서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수위 조절’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했던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단거리 발사체’라고 발표하고, 구체적인 내용도 비공개로 일관하면서 ‘안보 불신’을 자초했다는 질타를 받았던 교훈을 군은 곱씹어 봐야 한다. 미사일 발사와 무인기 침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에 이어 대남 오물풍선까지 잇달아 살포하는 등 북한의 대남 도발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삐라)을 빌미로 “새로운 대응”,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위협한 점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허를 찌르는 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한민국을 ‘변할 수 없는 적’으로 규정하고 선제 핵공격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이 변하지 않는 한 군은 도발 대비에 한 치의 빈틈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자폭형 무인공격기(드론) 성능 시험 장면을 2013년 3월 이후 11년 만에 공개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자폭형 드론은 유도 방식과 비행성능, 정밀도 등에서 과거 노출한 드론보다 몇 단계 진화한 것으로 군은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진행된 이번 성능 시험에선 러시아제 자폭형 드론과 유사한 기종도 등장했다. 우리 정부 당국은 러시아가 북한에 드론 관련 핵심 기술을 이전해줬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자폭형 드론을 “대량 생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드론에 대해 “적은 돈으로 심대한 타격이 가능한 무기”란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작은 군사용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무기로 전 세계에 그 위력을 알렸다. 이 드론의 위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검증된 만큼 김 위원장은 이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드론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고, 북한 당국은 러시아 등 도움을 받아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이번에 보란 듯 그 성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하루빨리 군부대들에 자폭 드론 배치”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무인기 타격 시험이 진행됐다고 26일 보도했다. 북한이 공개한 자폭형 드론 2종은 삼각날개 모양의 이스라엘제 ‘하롭’과 십자 날개가 달린 러시아의 ‘란쳇’과 유사한 형태였다. 특히 란쳇과 비슷한 모양의 자폭형 드론은 전차 모형 표적에 수직으로 내리꽂히며 파괴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전하는 포탑과 운용 병력이 드나드는 상부는 전차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이를 ‘탑 어택’ 방식으로 정확히 타격 가능한 능력을 과시한 것. 정부 소식통은 “세계 5대 전차 중 하나인 우리군 K2를 겨냥해 표적 실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신은 “각종 무인기들이 설정된 각이(다른 각도)한 항로를 따라 비행하였으며 모두 지정된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타격소멸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전략정찰 및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들뿐 아니라 전술적 보병 및 특수작전구분대들에서 리용(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생산해야 한다”면서 “핵어뢰와 같은 수중전략무기체계들은 물론 각종 자폭 공격형 수중 무인정들도 부단히 개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전투 적용 시험을 더 강도 높게 진행해 하루빨리 인민군부대들에 장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우리 정부는 북-러가 부적절한 드론 기술 거래를 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 당시 자폭형 드론 5대와 수직이륙 기능을 갖춘 정찰형 드론 1대 등을 선물받은 바 있다. 공격·정찰용 드론을 선물하는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위반에 해당된다. ● 드론에 전술핵 장착시 핵기습 위협 대폭 증가자폭형 드론은 미사일보다 크기가 작고 저고도로 비행해 레이더로 추적·탐지가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쓰는 자폭형 드론의 가격은 대당 약 2만 달러(약 2400만 원)에 불과할 만큼 가성비도 좋다. 드론에 전술핵까지 장착할 경우 남한을 겨냥한 핵기습 위협은 더 치명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북한은 최소 300대 이상의 드론을 운용중인 것으로 한미 당국은 보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구식 기종의 정찰용이지만 향후 자폭형을 비롯한 고성능 드론으로 교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부터 자폭 드론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게 정설이다. 2010년대 초 중동에서 미국산 고속표적기인 스트리커(MQM-107D) 여러 대를 도입해 무인타격기로 개조 배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 중국의 기술을 입수해 성능을 고도화해온 것. 특히 최근엔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드론 기술을 크게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자폭형 드론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관성항법장치(INS) 등 다중 항법장치를 갖춘 것 같다”며 “표적 이미지와 명중 여부의 실시간 전송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우리 군도 자폭형 드론의 개발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사시 요인 제거 등 참수 작전에 활용 가능한 이스라엘제 소형 자폭형 드론은 지난해부터 운용 중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신형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이 장착된 이동식발사대(TEL)를 전방지역에 배치하면 충청권까지 타격권에 들어갈수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6일 밝혔다.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전했다.앞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이달 초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용 TEL 250여대의 인계인수 기념식에 참석해 ‘전선 제1선(전방지역)’에 실전배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TEL은 한 대당 4발의 ‘화성-11라형(CRBM)’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산술적으로 최대 1000발의 미사일 동시 발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정도의 미사일 수급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국정원은 “그 정도 발사대를 갖추고 있다고 보더라도, 미사일을 수급할수 있는지는 의문을 갖고 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로 무기를 지원해주기 위해 미사일 무기생산체계를 가동하고 있어 그정도 조달은 어렵지 않겠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최전방에 배치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충청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11라형의 사거리는 약 110km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국정원은 최근 북한의 수해 상황과 관련, “김 위원장이 실제적 물적 피해가 많은 자강도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평안북도를 방문하고 주민들을 평양으로 초청했다”며 “자강도에 밀집된 군사시설의 노출 우려 때문에 거론하지도 않고 김 위원장이 행보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국군정보사의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에 대해 국정원은 “우리의 대북 정보역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사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역량이 상당 부분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에선 중대한 정보 역량 손실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미 해군과 해병대의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인 ‘2024 쌍룡훈련’이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동해안과 경북 포항 일대에서 실시된다. 쌍룡훈련은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기간 진행되는 사단급 연합상륙훈련이다. 북한의 전면 남침 등 유사시 한미 해군과 해병대가 동해안에 해상 교두보를 확보한 뒤 최단 시간 대규모 연합전력을 북한 후방에 투입해 내륙으로 진격하는 내용이다. 과거 북한은 “평양 진격 연습”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쌍룡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비핵화 협상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가 5년 만인 지난해에 부활하면서 훈련 규모가 여단급에서 사단급으로 확대됐다. 이번 훈련에는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복서함(4만2000t)과 우리 군의 대형 수송함(1만4000t) 2척 등 함정 40여 척이 참가한다. 미 해병대의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전투기와 우리 해군의 상륙기동헬기 등 40여 대의 항공기와 상륙돌격장갑차 40여 대도 투입된다. 참가 병력은 1만 명 이상이다. 지난해 쌍룡훈련에 처음 참가한 영국 해병대 ‘코만도’는 올해 훈련에도 참여한다. 지난해 훈련까지는 한미 해병대 지휘부가 각기 다른 배에서 훈련을 지휘했다. 하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연합 참모단을 편성해 우리 해군의 마라도함(대형 수송함)에서 상륙작전을 통합 지휘하게 된다고 군은 전했다. 지난해 9월 창설된 드론작전사령부는 올해 처음으로 쌍룡훈련에 참여한다. 드론사는 육해공군과 해병대로 구성된 국군 최초의 합동 전투부대로, 이번 훈련에서 드론을 이용한 사전 정찰 임무를 맡는다. 훈련은 상륙군의 안전한 목표 지역 이동을 위한 호송작전으로 시작된다. 이어 소해(기뢰 제거) 작전, 사전 상륙 목표 구역 감시 정찰 및 위협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선견부대작전, 상륙 목표 구역에 대한 대규모 화력 지원 및 ‘결정적 행동’인 공중·해상 돌격과 목표 확보 순으로 진행된다. 다음 달 초 실시되는 ‘결정적 행동’ 단계에선 한미 연합 및 합동전력이 해상과 공중에서 대규모로 전개해 압도적 전력과 연합 상륙작전 수행 능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미 해군과 해병대의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인 ‘2024 쌍룡훈련’이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동해안과 경북 포항 일대에서 실시된다.쌍룡훈련은 한미 연합 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기간 진행되는 사단급 연합상륙훈련이다. 북한의 전면 남침 등 유사시 한미 해군과 해병대가 동해안에 해상 교두보를 확보한 뒤 최단 시간 대규모 연합전력을 북한 후방에 투입해 내륙으로 진격하는 내용이다. 과거 북한은 “평양 진격 연습”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쌍룡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비핵화 협상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가 5년 만인 지난해에 부활하면서 훈련 규모가 여단급에서 사단급으로 확대됐다.이번 훈련에는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복서함(4만2000t)과 우리 군의 대형수송함(1만4000t) 2척 등 함정 40여 척이 참가한다. 미 해병대의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전투기와 우리 해군의 상륙기동헬기 등 40여대의 항공기와 상륙돌격장갑차 40여대도 투입된다. 참가 병력은 1만 명 이상이다. 지난해 쌍룡훈련에 처음 참가한 영국 해병대 ‘코만도’는 올해 훈련에도 참여한다.지난해 훈련까지는 한미 해병대 지휘부는 각기 다른 배에서 훈련을 지휘했다. 하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연합 참모단을 편성해 우리 해군의 마라도함(대형수송함)에서 상륙작전을 통합 지휘하게 된다고 군은 전했다. 지난해 9월 창설된 드론작전사령부는 올해 처음으로 쌍룡훈련에 참여한다. 드론사는 육해공군과 해병대로 구성된 국군 최초의 합동 전투부대로, 이번 훈련에서 드론을 이용한 사전 정찰 임무를 맡는다.훈련은 상륙군의 안전한 목표지역 이동을 위한 호송작전으로 시작된다. 이어 소해(기뢰 제거) 작전, 사전 상륙 목표 구역 감시 정찰 및 위협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선견부대작전, 상륙 목표 구역에 대한 대규모 화력 지원 및 ‘결정적 행동’인 공중·해상 돌격과 목표 확보 순으로 진행된다. 다음 달 초 실시되는 ‘결정적 행동’ 단계에선 한미 연합 및 합동전력이 해상과 공중에서 대규모로 전개해 압도적 전력과 연합 상륙작전 수행 능력을 과시할 예정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대통령실의 국가보훈부 산하 독립 분야 보훈 공법단체 추가 지정 움직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2일 “명백한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내년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광복회만 유일하게 지정돼 있는 독립 분야를 포함해 사단법인 3곳 정도를 공법단체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보훈부가 감사의 칼을 만지작거리는가 하면, 대통령실은 광복회에 대한 돈줄을 죄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광복회가 윤석열 정부의 친일 행각을 질타하며 나선 데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추진하는 독립 공법단체 추가 지정은 법률 개정 없이 불가능하다”며 “광복회에 대한 보복 감사도 부당성을 알려 국민과 함께 막아 내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 문제 등과 함께 국회 정무위 차원에서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보훈 공법단체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단체가 해오고 있다”며 “5·18단체도 공법단체가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보훈부도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법단체 추가 지정에 대한 요구와 민원이 지속되고 있어 살펴보고 있다”며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국회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야당 반발 등 여론 향방을 주시하며 독립 분야 등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위해 국가유공자단체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회 의석수 192석의 거대 야권이 반대할 경우 현실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 문제로 불거진 광복회와의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날 보훈부가 “공법단체 예산 총액이 정해져 있지 않아 단체가 추가 지정되더라도 광복회 예산이 삭감되거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도 광복회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맥락으로 읽힌다. 여권 관계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훈 대상자 예우를 늘 강조해 온 만큼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 분야 유공자 단체들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추가 지정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대통령실이 광복회 외 독립 분야 등 보훈 공법단체를 3개 정도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독립기념관장 인선과 건국절 논란을 겪으며 사상 처음 쪼개진 광복절 기념식을 치른 대통령실이 광복회 1곳만이 지정돼 있던 독립 분야의 공법단체 수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독립운동과 광복의 주체가 광복회 혼자만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이번 주초 국가보훈부에 보훈 공법단체로 추가 지정을 신청한 사단법인 현황과 추가 지정 유력 후보군 등을 추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훈부 산하 공법단체는 총 17개(독립 관련 1개, 호국 관련 10개, 민주 관련 6개)다. 공법단체로 추가 지정될 만한 단체는 순국선열유족회, 3·1운동기념사업회, 순직의무군경유족 단체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통령실 방침에도 불구하고 추가 지정을 위해선 국가유공자단체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로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독립 분야 공법단체 추가 지정이 이뤄지면 광복회에 매해 지급되는 예산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단체가 매년 30억여 원에 달하는 예산을 부여받고 독점적 권한을 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광복회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광복회는 “(독립 분야 단체 추가 지정이 현실화되면) 사태는 더 꼬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광복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광복회의 역사적 연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공법단체 추가 지정은 법령 개정 사안이어서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했다. 공법단체공공 이익을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정한 권한을 위임받아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단체. 보훈 분야 공법단체 17곳은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국가유공자 단체법 등에 의해 지정된다. 정부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고 국가보훈부 승인을 거쳐 수익사업도 가능하다.대통령실 “광복회 견제 필요”… 광복회 “독립운동 단체 갈라치기”공법단체 추가 검토“광복회, 50년간 독립 보훈단체 독점”순국선열유족회 등 후보로 거론野 반대로 법 개정 쉽지않을듯“광복회에 가려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단체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여권 핵심 관계자) 대통령실이 국가보훈부를 통해 공법단체 추가 지정 작업에 나선 데는 “장기간 독립 보훈단체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광복회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는 1965년 사단법인으로 창립된 뒤 1973년 정부로부터 공법단체로 지정받았다. 이후 50년 넘도록 독립 분야로 추가 지정된 단체가 없어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대표성 있는 단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광복회 외에 독립 분야 공법단체를 추가 지정할 경우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 불참에 따른 “보복조치” “길들이기” 같은 광복회와 야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대통령실 “순국선열 역차별 안 돼” 대통령실은 우선 독립 분야에선 최소 1곳 이상, 나머지 분야를 포함해 총 3곳 정도를 공법단체로 추가 지정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독립 분야에 새롭게 추가될 수 있는 후보 사단법인으로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애국지사의 후손 단체인 순국선열유족회가 우선 거론된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회가 불참하면서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이 처음으로 기념사를 했다. 여기에는 생존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광복회에 비해 유족들 위주의 사단법인들이 홀대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살아있는 분들의 (추가 지정) 반대로 돌아가신 분들이 역차별당하는 구조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여타 독립운동 단체들은 그간 공법단체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호국과 민주 분야의 공법단체는 각각 10개와 6개인 데 반해 독립 분야의 공법단체가 수십 년간 1곳뿐이어서 독립 유공자를 홀대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순국선열유족회는 그동안 정부에 공법단체 지정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법 개정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유족회의 공법단체 지정을 추진하는 국가유공자단체법 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순직의무군경유족 단체 등도 추가 지정 대상으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가 안타깝게 사망한 순직의무군경의 희생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매년 4월 넷째 금요일을 국가기념일인 ‘순직의무군경의 날’로 지정했다. 정부는 또 추가 지정 대상을 추리면서 백범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윤봉길 의사, 이승만 전 대통령처럼 특정 인물 중심의 사업회는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3·1운동이나 6·10만세운동 같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한 유공자 단체와 기념사업회 등이 집중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보훈부 산하 공법단체는 현재 총 17개로, 2022년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5·18 공법 3단체가 지정된 후 2년 동안 추가 움직임이 없었다. 보훈부 산하 공법단체로 지정되면 정부 예산으로 운영비를 지원받고, 보훈부 승인을 거쳐 수익사업도 가능하다.● 광복회 “독립운동 단체 갈라치기” 광복회는 지난해 약 32억 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독립 분야 공법단체 추가 지정이 이뤄질 경우 관련 예산이 쪼개지면서 정부 지원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공법단체 추가 지정 움직임에 대해 광복회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정부가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시도할 경우 독립운동 단체를 갈라치기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사태를 더 이상 꼬이게 하지 말고, 광복회가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는지, 스스로 뭐가 문제인지부터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반발하면서 국가유공자단체법 등 관련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북한군이 20일 새벽 강원 고성군 일대 동해선 인근 지역 휴전선(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어와 우리 군에 귀순했다. MDL을 넘어온 북한군은 신병 확보차 현장에 출동한 우리 군 장병을 보자마자 자신의 이름과 소속, 계급 등을 밝히면서 “너무 살기 어려워 남으로 내려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걸어서 휴전선을 넘어 귀순한 건 공개 사례 기준으로 2019년 7월 이후 5년 만이다. 앞서 8일에는 북한 주민 1명이 인천 강화군 교동도 북측 한강 하구 중립수역으로 ‘도보 귀순’ 했다. 군 안팎에선 지난달 21일부터 ‘풀 가동’ 중인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 주민과 북한군을 동요시켜 잇단 귀순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북한군 1명이 동부전선의 강원 고성군 동해선 인근 오솔길을 걸어서 MDL을 넘어와 육군 22사단 지역으로 귀순했다. 합참은 감시 장비로 MDL 이북 지역에서부터 북한군을 포착하고, 추적·감시하면서 정상적으로 귀순 유도 작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올 초부터 수천 명의 병력을 동원해 MDL 일대 비무장지대(DMZ) 전역에 수만 개의 지뢰를 추가 매설하고 불모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성 인근 동해선 지역에도 다량의 지뢰가 매설됐지만 북한군은 이를 우회해 귀순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군은 장교가 아닌 병사로 계급은 하사로 전해졌다. 대북확성기 튼 강화-고성서 잇단 귀순… “심리적 동요 가능성”北하사 1명 ‘도보 귀순’ 軍 “남하전 포착… 귀순 유도 작전”“지뢰 작업에 불만 귀순 결심” 관측‘붉은 노을’ 등 K팝 확성기 방송 한달… 軍안팎 “갈수록 효과 위력 커질 것”20일 이른 새벽 동부전선의 강원 고성군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 아직 컴컴하고 야심한 시각, 고요를 뚫고 우리 군 열상감시장비(TOD)에 남하하는 사람의 형상이 포착됐다. 그는 동해선 인근 개활지를 따라 MDL 쪽으로 남하했다. 군복 차림으로 몸을 최대한 낮춰 조심스럽게 수풀에 몸을 숨겼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우리 군은 이 모습을 통해 귀순 시도 중인 북한군이라고 판단했고, 해당 부대는 바로 ‘귀순 유도 작전’에 돌입했다. 군은 이중 삼중의 감시장비로 이 북한군의 남하 상황은 물론이고 다른 북한군의 추격 여부 등까지 관측했다. 이후 무장 병력을 출동시켜 대기시킨 뒤 북한군이 MDL을 넘어온 직후 신병을 바로 확보했다고 한다. 북한군은 우리 군 장병을 보자마자 자신의 신상을 또박또박 소개하면서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선 대규모 지뢰밭 뚫고 귀순 이날 북한군이 넘어온 고성 인근 동해선 일대는 올 초부터 북한이 대규모 지뢰 매설 작업을 진행 중인 곳이다.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 전면 단절을 선언한 이후 북한군은 비무장지대(DMZ) 전 구간은 물론이고 경의선·동해선 일대에 다량의 지뢰를 매설하는 한편으로 철로와 침목까지 제거했다. 이렇게 다량의 지뢰를 매설한 건 탈북 방지 목적이 큰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넘어온 북한군은 결과적으로 이런 대규모 ‘지뢰밭’을 뚫고 귀순에 성공했다. 군 소식통은 “귀순한 북한군은 철로를 따라 남하한 게 아니고, 철로 인근 오솔길에서 포착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귀순한 북한군이 지뢰 매설 작업 등에 동원된 병력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뢰가 묻힌 구간 등 현지 작업 상황을 훤히 인지한 가운데 사전에 계획을 세워 지뢰밭을 우회하는 ‘귀순 루트’로 탈북에 성공했다는 것. 북한은 기록적 폭염과 집중 호우에도 여군까지 동원해 DMZ 전 구간에 여전히 지뢰 매설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여 차례의 폭발 사고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 북한군이 지뢰 작업 중 혹독한 작업 환경에 대한 불만을 품고 귀순을 결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 가요 듣고 심경 변화로 귀순 가능성 앞서 8일 북한 주민 1명이 인천 강화군 교동도 북측 한강 하구 중립수역으로 걸어서 귀순한 지 12일 만에 북한군이 또 귀순한 것은 이례적이다. 고성과 교동도 모두 대북 확성기 방송이 들리는 곳이다. 군 안팎에선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를 전 전선에 걸쳐 전면 가동한 효과가 한 달도 안 돼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은 북한의 잇따른 대남 오물풍선 테러에 맞서 지난달 21일부터 모든 전선에서 고정식(24대), 이동식(16대) 확성기를 매일 10시간 이상씩 가동해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재송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의 가청권(최대 20∼30km)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과 전방 부대의 북한군이 심리적 동요를 겪을 것”이라며 “갈수록 대북 확성기의 효과와 위력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북 확성기에선 윤도현의 ‘나는 나비’, 빅뱅의 ‘붉은 노을’,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88 서울 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 등이 자주 방송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이런 노래를 듣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귀순했을 수도 있다”며 “관계 당국에서 해당 북한군을 상대로 관련성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또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언제까지 무능한 김정은을 지도자라 믿고 따르기만 할 거냐”, “지옥 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 등 김정은 정권에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또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 등 K팝과 일기예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상 등 내용도 있다. 그런 만큼 식량난 악화 등 김정은 체제에 염증을 느낀 북한군과 북한 주민이 확성기 방송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뒤 육상이나 해상으로 추가 귀순을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 공군의 리벳조인트(RC-135W·사진) 정찰기가 한미 을지프리덤실드(UFS) 연합연습 첫날인 19일 한반도로 날아와 장시간 대북감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UFS 연합연습을 “침략전쟁”이라고 맹비난한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20일 복수의 군용기 추적사이트에 따르면 미 공군의 리벳조인트 1대가 19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수도권 이남 상공으로 날아왔다. 이후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동~서를 오가면서 장시간 대북 감시 임무를 벌인 뒤 기지로 복귀했다.미 공군 정찰기의 한반도 전개 항적이 노출된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한 달 만이다. 리벳조인트 정찰기는 최대 250㎞ 밖의 전자·통신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하고 발신지를 추적·탐지할수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 고도·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발신하는 텔레메트리 신호(무선 원격신호)도 포착 가능하다.리벳조인트는 코브라볼(RC-135S)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포착됐을때 한반도로 단골로 전개하는 정찰기다.군 소식통은 “북한이 UFS 연합연습에 반발해 한국 전역과 주일미군을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수 있다”며 “리벳조인트가 그런 도발 관련 동향을 집중 감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한미 UFS 연합연습 개시일에 맞춰 미 공군의 주력 정찰기를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에 샅샅이 지켜보고 있으니 도발할 엄두를 내지 말라는 경고 차원으로도 풀이된다.북한은 지난달 1일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한달 반 넘게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북한은 “초대형 탄두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군추정한 바 있다 90km에 불과한 점 등을 볼때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한바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16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야당 공세를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 선동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최근 외교안보 핵심 라인이 임명 1년도 안 돼 돌연 연쇄 교체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가 그 시작점에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장관부터 방첩사령관까지 충암고 출신이란 얘기를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정치 공세”라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답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인면수심의 망발을 내뱉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통상 하루만 하는 인사청문회도 김 후보자에 대해선 이틀간 하겠다고 정조준했다. 국방부 안팎에선 “실세로 꼽히는 김 후보자가 첫 출근 날부터 자신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의 공격을 일축하고 강경 맞대응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용현, 충암고 출신 軍장악 논란에 “분열 선동” 野 “송곳 검증”인사청문회 정면충돌 예고金 “채상병 사건, 경호와 무슨 연관”… 일각 “尹心 업고 野와 기싸움 돌입”野 “특검 청문회 수준 인사청문회”… 金, 핵무장에 “모든 수단 열려있어”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연루 의혹 등 자신을 겨냥한 야당의 공세를 16일 ‘정치 선동’이라며 일축하고 강공 대응을 예고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가 야당과 사실상 ‘정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이자 경호처장까지 지낸 최측근 실세다. 그런 만큼 “청문회 국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벌써부터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야당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윤심’까지 반영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정권 출범 때부터 대통령과 남다른 관계로 야당의 집중 견제를 받아 온 김 후보자가 적극적인 맞대응을 선언한 것”이라며 “자칫 오만하게 비칠 수도 있다”고 했다. ● ‘실세 중의 실세’ 자신감… 민주당은 “망발, 송곳 검증” 김 후보자는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자신을 정조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됐는데도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라 경호처장에 이어 국방 수장 후보로까지 기용된 것이란 주장 등에 대해 김 후보자는 “채 상병 사건은 안타깝지만 그게 대통령 경호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것부터 질문하고 싶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쳤다. 군 안팎에선 인사청문회를 앞둔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야당과의 일전 불사를 공개 선언하는 듯한 모습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신의 입지에 대한 확신을 여지없이 내비쳤다는 것.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대통령실과의 교감하에 야당과의 기싸움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후보자 측 한 인사는 “(김 후보자의 발언은) 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와 윤 대통령을 묶어 ‘융단폭격식’ 공세를 펼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정권 심판의 장’으로 활용하려고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까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첫 출근부터 인면수심 망발을 내뱉었다”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이렇게 뻔뻔한 자에게 경호처장 직을 주고, 국방부 장관을 시키겠다는 윤 대통령 인사 폭거에 끝도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청문회 총공세도 예고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 수준으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자질 미달을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국방위원회 관계자도 “논란도, 검증해야 할 사안이 많아 하루만 갖고선 (김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며 “인사청문회 기간을 이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르면 28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29, 30일로 예정된 당 의원 워크숍 이후 청문회를 추진하자는 입장이어서 다음 달 2일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서 물러난 장호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15일(현지 시간) 특보 임명 후 첫 출장지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장 특보는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동아일보 등과 만나 이번 외교안보 라인 교체가 김 후보자 등 특정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제가 거기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北 핵위협 감당 어려우면 모든 수단 방법 열려 있어” 김 후보자는 이날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미국의) 확장 억제와 핵우산에 기반을 둔 북핵 위협 대응이 기본”이라면서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입장에서 볼 때 북핵 위협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은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김 후보자의 발언도 이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광복절 기념식이 15일 사상 처음으로 쪼개져 개최된 뒤에도 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16일 “독립운동과 광복의 주체가 광복회 혼자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독립 분야 공법단체에 대한 추가 지정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체성과 정통성을 파괴하는 역사 쿠데타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독립운동과 광복 주체가 광복회의 독점적 권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개인적인 불만과 분노로 단체를 움직인다는 건 사적 활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광복회가 사적 감정으로 국가 기념행사에 불참한다고 한 건 과도하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광복절 행사 후 참모진들과의 오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의 불참에 대해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다”며 당혹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보훈부 산하 공법단체는 총 17개(호국 관련 10개, 민주 관련 6개, 독립 관련 1개)인데 그중 독립 분야는 광복회 1곳이다. 광복회는 매년 30여억 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그간 순국선열유족회 등 다른 독립운동 단체들은 독립분야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요구해 왔지만 법령 개정 사항 등 이유로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부가 독립 분야 공법단체를 추가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독립 관련 유일한 공법단체로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광복회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 다수의 야당 정치인이 참석한 것과 관련해 광복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광복회원은 통화에서 “국민이 한마음으로 독립 선열의 숭고한 희생과 뜻을 기려야 할 행사가 야당 정치인에 동조하는 정권 규탄 집회가 돼 버린 것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광복회가 ‘뉴라이트’라고 지목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과거 대북 지원 민간 단체인 한민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당시 대북 지원 보조금을 부정하게 받아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던 사실이 알려졌다. 다만 독립기념관 상위 기관인 국가보훈부는 이날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벌금형은 관장 임용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국형전투기 KF-21(보라매·사진)의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이 애초 1조6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으로 최종 확정됐다. 앞서 5월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축소 제안을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16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주관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이 같은 방침이 의결됐다. 방사청은 “인도네시아의 (KF-21) 체계 개발 분담금을 6000억 원으로 조정하고, 가치(기술) 이전 조정 및 부족 재원 확보 등 후속 조치 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KF-21의 개발비(무장 제외)는 총 8조1000억 원이다. 앞서 2016년 공동 개발 계약 당시 한국 정부와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도네시아 정부는 각각 60%, 20%, 20%씩 분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경제 사정을 내세워 분담금 납부를 계속 미뤄왔고, 그간 납부한 금액도 4000억 원에 불과했다. 이어 올해 4월엔 2026년까지 6000억 원만 납부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 이에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납부가 계속 지연되면 KF-21의 개발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안을 수용하기로 방향을 잡은 바 있다. 결국 분담금이 3분의 1 수준으로 깎이면서 인도네시아에 시제기를 제공하기 힘들고, 기술 이전 역시 약식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축소가 확정된 만큼 기술 이전 수준에 대해 원점에서 (인도네시아 측과)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에 따르면 KF-21 개발 과정에서 비용이 절감돼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깎을 경우 우리가 추가 부담할 비용은 5000억 원 수준이다. 방사청은 KAI와 각자의 분담 비율을 협의 중이다. 결과적으로 국민 혈세와 기업 돈으로 부족분을 충당하게 되면서 개발 사업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앞서 1월에는 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KFX 기술 유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인도네시아가 KF-21 기술을 빼간 뒤 ‘먹튀’하려는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국형전투기 KF-21(보라매·사진)의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이 애초 1조6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으로 최종 확정됐다. 앞서 5월 정부는 인니의 분담금 축소 제안을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16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주관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이같은 방침이 의결됐다. 방사청은 “인니의 (KF-21) 체계 개발 분담금을 6000억 원으로 조정하고, 가치(기술) 이전 조정 및 부족재원 확보 등 후속 조치 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KF-21의 개발비(무장 제외)는 총 8조1000억 원이다. 앞서 2016년 공동 개발 계약 당시 한국 정부와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니 정부는 각각 60%, 20%, 20% 씩 분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하지만 인니는 경제 사정을 내세워 분담금 납부를 계속 미뤄왔고, 그간 납부한 금액도 4000억 원에 불과했다. 이어 올해 4월엔 2026년까지 6000억 원만 납부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 이에 정부는 인니의 분담금 납부가 계속 지연되면 KF-21의 개발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안을 수용하기로 방향을 잡은 바 있다.결국 분담금이 3분의 1 수준으로 깎이면서 인니에 시제기를 제공하기 힘들고, 기술이전 역시 약식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니의 분담금 축소가 확정된 만큼 기술이전 수준에 대해 원점에서 (인니 측과)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방사청에 따르면 KF-21 개발 과정에서 비용이 절감돼 인니의 분담금을 깎을 경우 우리가 추가 부담할 비용은 5000억 원 수준이다. 방사청은 KAI와 각자의 분담 비율을 협의 중이다.결과적으로 국민 혈세와 기업 돈으로 부족분을 충당하게 되면서 개발 사업 관리의 허점이 드러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앞서 1월에는 KAI에 파견된 인니 기술진의 KFX 기술 유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인니가 KF-21 기술을 빼간 뒤 ‘먹튀’하려는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일제강점기 옥중 순국한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선생을 비롯해 1940년대 일본 형무소에 수감됐던 독립운동가 등 조선인 1000여 명의 수형 기록이 담긴 문서가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공개됐다. 국가보훈부는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발굴한 ‘치안보고록(治安報告控)’과 ‘치안제외보고록(除治安報告控)’ 등의 문서를 15일 공개했다. 두 문서는 일본 내무성 소속 경찰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치안보고록은 치안유지법 위반 수형자, 치안제외보고록은 치안유지법 이외의 법(불경죄, 유언비어 등) 위반 수형자를 각각 기록한 문서라고 보훈부는 설명했다. 치안유지법은 1925년 일제가 일왕제를 유지하고, 사회주의 운동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한 법령이다. 식민지 조선에서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활용됐다. 두 문서에는 1940∼1945년 연도·인명별로 독립운동가 등 조선인 1000여 명이 수감됐던 구치소와 형무소, 입소일, 형기 시작·만료일 등이 담겨 있다. 민족 저항시인으로 일본 유학 중 옥중 순국한 시인 윤동주(1917∼1945·1990년 독립장 수여)와 그의 사촌형으로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부터 민족의식 고취에 앞장서다 역시 일본 감옥에서 순국한 송몽규 선생(1917∼1945·1995년 애국장 수여)도 포함돼 있다. 치안보고록에는 일본 유학생 시절 윤동주 선생이 1943년 ‘재교토 조선인 학생민족주의 그룹사건’ 혐의로 검거됐고, 송몽규 선생은 같은 해 12월 6일 교토구치소에 입소해 미결수로 수감된 기록이 적시돼 있다. 이들 외에도 당시 일본 이주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의 재일한인들이 일제에 저항하다 수감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훈부는 전했다. 일본 철공소 등에서 일하다 일제의 민족차별에 맞서 독립운동에 나선 김근도(1995년 애족장 수여) 김두만(2003년 애족장 수여) 선생 등도 포함돼 있다. 치안제외보고록에는 일제 통치와 일왕을 비판하다 불경죄로 체포돼 옥고를 치른 유재우 선생(1990년 애족장 수여), ‘미국의 비행기가 홋카이도를 대폭격하고 갔다’ ‘이번에 일본도 끝났다’ 등의 시국담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받은 정혁모 선생(2009년 대통령표창 수여) 등의 수감 기록도 기재돼 있다. 장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기존 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는 일본 내 한국인의 수형 사실을 기록하고 있어 1940년 이후부터 일본 패망까지 일본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를 발굴 포상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