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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들이 종종 자문을 하는 외교안보 분야 A 교수를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들이 찾았다. 미중 관계 얘기를 듣고 싶다는 것. A 교수 눈에 비친 경제 고위 관료들은 기술·경제와 안보·외교가 긴밀히 얽힌 미중 패권경쟁의 실체를 잘 몰랐다. 그는 “반면 외교안보 부처 관료들은 미중 경쟁의 본질이 첨단기술 패권경쟁에 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중 한 가지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왜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체제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문제 삼고 있는지다. 중국은 “미국이 견제하는 5G(5세대 이동통신)는 4G의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국가 제조업의 미래를 결정할 무기”라고 말한다. 5G는 사물인터넷을 가능하게 한다. 사물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5G 사물인터넷의 발전은 곧 차세대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이다. AI의 능력과 속도는 반도체가 결정한다. 5G와 달리 AI와 반도체는 미국이 앞선다. 그런데 AI는 훈련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량의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빅데이터 분야는 중국이 훨씬 유리하다. 중국은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는 체제다. 개인정보 보호의 ‘장벽’ 없이 14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무한정 수집할 수 있다. 중국이 빅데이터의 우위를 앞세워 5G는 물론이고 AI, 반도체까지 역전해 공급망을 좌우할 정도가 되면 미국의 산업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중국에서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기술독재라 부르며 문제 삼는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는 게 A 교수의 생각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에 기술·경제와 안보·외교가 분리될 수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금도 미 국무부에서 한국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료는 지난해 기자에게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은 거짓된 이분법”이라며 “미국의 기술, 경제적 중요성을 깎아내리면 안 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달 초 왕이 외교부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회담 결과 자료에서 “한국과 협력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기를 원한다”며 몇 가지 분야를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미국이 기술 패권경쟁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5G, 빅데이터, AI, 반도체 집적회로”가 빠짐없이 들어갔다.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중국의 분명한 메시지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의 5G는 물론이고 우리가 빅데이터 분야에서 중국과 정보를 교류하거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걸 미국이 반길 여지는 적어 보인다. 이 때문인지 최근 한중 정부·전문가 간 화상회의에서 중국 측에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이제 기술·경제와 안보·외교를 함께 다루는 컨트롤타워 없이 21세기 미중 경쟁 시대를 헤쳐가기 힘들어졌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10차례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과를 공개한 청와대 보도자료들에서 이런 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단서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일본 정부는 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하며 “처리수(오염수)를 재정화하고, 방사성물질의 농도를 충분히 낮추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국내외에서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지통신은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작업을 우선시하면서 어업 관계자들의 반대를 억누른 형태”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정부가 후쿠시마 출신 의원 등과 사전 조율 없이 밀어붙였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민감한 문제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해 결단력을 보여주려 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多核種) 제거설비(ALPS)로 두 차례 정화해 배출 기준을 충족시키고 △ALPS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바닷물을 부어 충분히 희석시키며 △향후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 관찰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오염수를) 마시더라도 별일 없을 것 같다”고까지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리튬이 ALPS로 정화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 “중국과 한국, 대만을 포함해 세계에 있는 원자력 시설에서도 트리튬이 포함된 액체 폐기물을 방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자력 전문가들이 “정상적인 원전 가동으로 배출되는 트리튬과 사고로 인한 트리튬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모든 오염수를 ALPS로 1차 정화해 탱크에 저장한다. 하지만 현재 탱크에 저장된 125만 t의 오염수 중 29%만 방사성물질 배출 기준을 충족시킨다. 향후 도쿄전력이 나머지 71%를 2차 정화하더라도 세슘 등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이날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한 뒤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우리 국민 안전과 해양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일본에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조치”라고 반발했다. 정부는 후속 조치로 △우리 국민의 반대와 우려를 일본 정부에 분명히 전달 △국민 안전과 해양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일본에 강력히 요구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의 우려를 전달해 일본 조치의 안정성 검증 정보 공유, 국제사회의 객관적 검증 요청 등을 제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1, 2차 피해를 보는 양국 국민 이해관계자를 모아 소송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그동안 일본 정부에 요구해온 투명한 정보공개와 오염수 처리 상황에 대한 공동조사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뿐 아니라 정부가 협력하겠다고 밝힌 IAEA도 방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서 국제사회 공조도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실질적으로 대응할 마땅한 카드가 없어 고심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에는 중국 외교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핵 폐수 방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고, 주변국 국민의 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본 내에서는 강한 반대가 나오고 있다. 소마후타바어업협동조합 다치야 간지(立谷寬治) 조합장은 13일 NHK 인터뷰에서 “정부는 바다에 흘려보내면 괜찮다고 간단히 말하지만 국민이 처리수(오염수) 해양 방출의 안전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드시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다. 올해 1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5%가 반대했고, 찬성은 32%에 그쳤다. 35년간 일본 도쿄 쓰키지 어시장에서 생선 경매를 해왔다는 이시이 히사오(石井久夫) 씨는 본보에 “아무리 삼중수소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20년, 30년 후에는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며 “후쿠시마 어민들을 지켜야 해 도쿄 경매인들도 해양 방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총리관저 앞에선 12, 13일 연속 오염수 해양 방출 반대 시위가 열렸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미일 3국 안보실장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했다고 미국이 밝힌 날 중국은 한국에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대북 적대정책 중단과 대북 제재 완화 주장 등을 가리키는 말로 써 왔다. 미 백악관은 2일(현지 시간) 메릴랜드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 뒤 낸 언론성명에서 “3국 안보실장들은 북한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핵 확산 방지와 한반도에서 (대북) 억지 강화 및 평화·안정 유지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3자 간 조율된 협력을 통해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도 밝혔다. 대북 억지를 강조하면서 북한과 중국에 대북 제재 준수를 압박한 것.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한미일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미일 3국 조율을 통해 백악관이 밝힌 성명에 북-미 협상의 조속한 재개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일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며 “각 측이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또 “중국은 한국과 5세대(5G) 이동통신, 반도체 집적회로 등 분야의 협력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고 질 높은 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반도체를 중국 견제를 위한 국가안보 이슈로 다루기 시작한 미국은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3국의 반도체 공급망 유지를 주요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eitung@donga.com·최지선 기자}
“정권 바뀌기 전까지 잘된 합의라고 쓰다가 문제가 많은 합의라고 말을 바꾸려니….”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만 해도 외교부 직원들은 국회 답변 자료에서 합의의 의미를 앞다퉈 홍보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이 180도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해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했다. 전 정권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해도 문제는 실무 직원들이었다. 외교부 직원들은 졸지에 국회 대정부 질문을 비롯해 각종 국회 자료에서 위안부 합의의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합의에 관여한) 실무진에게 합의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바꿔 자료를 내라 하니 특히 젊은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위안부 합의에 관여한 실무진 중에는 스스로 “적폐청산 대상이 됐다”며 자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올해 1월 상황이 급변했다. 문 대통령은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 토대 위에서 해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한일 관계 복원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실무진은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임기 말 시간에 쫓겨 법적 근거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 일본과 새로운 합의를 하면 또 다른 위안부 합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린다. 다음 정부에서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또다시 부정당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임기 중반 부처들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해 보려 할 때는 청와대가 소극적이다가 임기 말에 갑작스럽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대위변제다. 정부가 우리 기업들을 기금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이 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고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들에 나중에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만들지 않은 채 우리 기업들이 기금 조성에 참여했다가는 자칫 박근혜 정부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처럼 정부가 기업들의 참여를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일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해법을 책임 있게 내놓지 못하는 한 실무자들도 섣불리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합의에서 약속한 사죄의 진정성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보이지 않은 것은 분명 큰 문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는 문제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정작 일본에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고 이 전문가는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 말 실무진에게 새 해법에 대한 의욕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현 정부가 졸속이라 비판한 위안부 합의도 지금 조 바이든 미 행정부처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하던 시기에 나왔다.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한일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아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정상화, 한미일 안보협력을 패키지로 접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립외교원 조양현 교수는 18일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센터장 진창수) 주최로 열린 ‘한일전략포럼’에서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쿼드 참가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으나, 바이든 정부 하에서 쿼드 문제가 대북정책과 연동될 경우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안보와 경제라는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만을 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미중 갈등 상황을 견제할 수 있는 다자적 협조 체제가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인 한국의 대북정책 및 동북아 정책을 존중할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갈등이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다”며 “한국이 자기 의제에만 몰입할 경우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현재 태도가 이율배반적이고, 친중국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한일관계에 대해 “한일 간 갈등 현안은 그대로 관리하면서도 미래의 협력적인 현안들에 집중할 때”라고 지적했다. 도쿄대 사하시 료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는 “미중 대립은 향후에도 일본 외교, 경제활동에 계속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경제안전 보장과 인권을 염두에 둔 대처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거기에 가세해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비대해지는 일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수동적 대응뿐만 아니라 규칙과 규범에 따른 대응을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북정책을 계기로 한 미중의 공조는 설령 그런 움직임을 보인다 하더라도 미중 대립의 기본구도를 무너뜨릴 정도의 영향력은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한일 양국에서 30여 명의 정부 관계자, 학자, 언론인들이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진 센터장은 이번 포럼의 취지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부상과 점증하는 미중갈등, 보건, 환경 등 초국경적 위협에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할 전략적 파트너”라며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동북아 정세 변화와 바이든 시대의 한일 협력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미국이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겨냥해 “압제적 정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회담 전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같은 기회도 없을 것’이라며 도발을 위협하고 나섰음에도 북한 인권 문제 거론 등 원칙적 대북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모든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한미가 발표한 2+2 회담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 ‘북한 인권’ ‘중국’ 표현이 빠져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됐음을 시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5년 만의 한미 2+2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 정권 아래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 압박 옵션과 향후 외교적 옵션의 가능성을 검토하지만 대북정책의 목표는 매우 분명하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에 가하는 광범위한 위험을 줄이며 북한 주민들을 포함해 모든 한국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날 한미는 2+2 회담 뒤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오전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 접촉 시도를 확인하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며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며 “싱가포르 합의는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날 2+2 회담에서 중국 압박을 위한 동맹국 전선의 동참 필요성을 한국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협의체인 쿼드와 같은 지역 협력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 안보 번영에 도전하는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에 대해 (한국과) 이야기했다”며 “중국의 행동 때문에 동맹국들의 공통의 접근법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날 본보 등과의 간담회에서는 “쿼드를 통해서도 우리(한미)가 협력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최지선·권오혁 기자}
미국이 18일 서울에서 열린 5년 만의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해 “압제 정권(repressive government)”이라고 비판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핵심 대북정책이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이 이날 회담 전 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면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군사 도발까지 위협했지만 미국이 대북 접근법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권 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북한을 고려해 인권 문제 거론을 피해 온 우리 정부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그럼에도 한국은 북한 비핵화 목표와 인권 문제에 방점을 찍은 미국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가 올바르다”며 “조속한 대화 재개”를 되풀이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압제 정권” 김정은 정면 비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2+2 회담이 끝난 뒤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부터 북한을 정조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 정권 밑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authoritarian regime)이 자국민들에게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비판 수위를 한층 더 높여 김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블링컨 장관은 대북정책의 “압박 옵션과 향후 외교적 옵션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정책의 목표는 매우 분명하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북한이 미국과 우리 동맹에 가하는 광범위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선희는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기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준비도 안 돼 있는 미국과 마주 앉아 봐야 아까운 시간만 낭비한다”며 “싱가포르나 하노이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합동 군사연습을 벌여놓기 전날 밤(7일)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우리와 한 번이라도 마주 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 차례 이어진 최선희 담화 관련 질문에 직접적인 답은 피하면서 오히려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북한의 위협에 상관없이 원칙적 대북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 美 “북한 비핵화”, 韓은 “한반도 비핵화가 맞다” 한미는 이날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한 조율”을 강조했지만 2+2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견이 드러났다. 한미 2+2 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블링컨 장관이 강조한 “비핵화” “북한 인권”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 방문 전 일본 도쿄에서 발표한 미일 2+2 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못 박은 것과 대비된다. 한미 2+2 공동성명에서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해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런 문제들이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아래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이 당장 대화 재개보다 북한 인권과 대북 억지 및 압박에 방점을 찍은 반면 회견에 함께 나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핵 문제는 시급한 사안” “북-미 비핵화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강조했다. 특히 정 장관은 ‘북한 비핵화가 맞느냐, 한반도 비핵화가 맞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한반도 비핵화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가 더 올바른 표현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회견에서 앞서 블링컨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라고 분명히 밝혔는데 바로 이를 뒤집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 정 장관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서 우리 정부가 스스로 핵무기 포기 선언을 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도 비핵화를 같이 하자는 의도”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과 확장 억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도에서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비핵화는 일반화된 용어이기 때문에 공동성명에 꼭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최지선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방장관이 17일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들에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나선 것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오후 방한한 블링컨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기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이를 억압하는 자들에게 맞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우리가) 함께 직면한 도전”이라며 “한국 및 일본을 포함한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 대해서도 “강압과 위협을 사용해 체계적으로 홍콩 경제를 침식시키고 있다.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신장위구르의 티벳의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위반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지역(인도태평양)을 포함한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붕괴를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 근간이자 동북아와 세계 평화번영의 핵심축”이라며 “오늘 회담 결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이 이날 예상과 달리 북한과 중국에 대해 쏟아낸 강경 발언은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이 한국에 중국 견제 동참을 요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정책 핵심으로 삼아 북한에 제기할 방침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해온 우리 정부와 달리 블링컨 장관은 “북한 비핵화”라고 콕 짚어 강조했다. 중국과 관계를 중시해 미중 사이에서 ‘전략성 모호성’을 취하는 동시에 북한과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인권 문제 거론을 피하며 대북 유화 기조를 유지해온 문재인 정부가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1년 만에 미 국무, 국방 장관이 동시 방한해 18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단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여는 데 대해 “공고한 한미동맹 강화의 신호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번 두 장관의 방한에서 북한과 중국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제대로 좁히지 못할 경우 남은 정부 임기 1년간 양국 간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이날 두 장관의 방한 목적을 설명하는 ‘철통같은(Ironclad) 한미동맹 강화’ 제목의 자료에서 “북한은 국제평화와 안보 세계 비확산 체제의 심각한 위협”이라며 “미국은 북한 인권 보호와 증진뿐 아니라 대북 억지 강화와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달리 당장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보다 압박을 통해 북한의 심각한 위협을 억지하는 데 우선 초점을 두겠다는 것.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도전(challenges)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안보와 안정을 제공하는 핵심 국가”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위협과 중국의 역내 질서 도전에 맞설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도 먼저 제기했다. 국방부는 “두 장관이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협력적인 동북아 안보 구도 형성을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이 “한반도와 동북아 주변, 인도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 서 장관은 “국방부 차원에서 예정된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이 차질없이 추진될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군은 전했다. 국무부도 이날 자료에서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공고하고 효과적인 한미일 3각 관계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권을 지키며 인도태평양과 세계의 규칙을 증진하기 위한 우리의 공동 안보와 이익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한일관계보다 더 중요한 관계는 없다”고도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또는 화상으로 회담하거나 서신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2018년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남북 간 합의 이행을 재확약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정상 수준에서 판문점선언을 되살려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경색 국면인 남북관계를 2018년 수준으로 복원시키겠다는 것. 반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맹비난하면서 “3년 전(2018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관계 전면 단절을 위협하고 나섰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6일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남북 정상이 다시 확인해 복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김 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문 대통령이 방문할 수도 있고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도 있다. 화상회담이나 서신을 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복원한 남북관계를 차기 정부로 넘겨 임기 초를 비교적 안정된 남북관계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하지만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8∼18일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남조선 당국(한국 정부)이 앞으로 상전의 지시대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명백한 것은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이번 담화에서 김여정은 미국을 겨냥해 “4년간 발편잠(마음 편한 잠)을 자는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기자}
남북 정상이 2018년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재확인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임기 말 3년 전 남북관계를 복원해 차기 정부에 넘기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보고 올해 7월 도쿄 올림픽,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을 활용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합의를 공개적으로 되살릴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반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16일 한미 연합훈련을 맹비난하는 과정에서 “남조선 당국(한국 정부)이 앞으로 상전(미국)의 지시대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재확약하려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9·19남북군사합의 파기까지 위협했다. 김여정은 대미·대남 총책이다. 3년 전인 2018년의 남북관계를 되살리려는 정부의 구상과 2018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한 북한의 입장이 묘한 대조를 이룬 것. 김여정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하루 전인 이날 미국에도 군사 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평양선언 재확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합의 내용을 재확약하기 위한 방법으로 △김 위원장의 방남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판문점회담 △화상회담 △서신 교환 등을 꼽았다. “2018년 남북 공동선언의 이행을 다시 확인하면 이후 남북관계가 더 진전되지 못하더라도 다음 정부가 안정된 남북관계에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남북 정상이 다시 나서 2018년 합의 이행을 보장해야 남은 임기 1년 안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결국 북-미관계가 중요한 북한은 우리가 바이든 행정부와 공동보조를 취하는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히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남북관계 복원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 北은 “임기 말 남조선 당국 고통스러울 것” 하지만 김여정이 담화에서 거친 표현으로 남북관계 전면 단절까지 위협하고 나선 것은 정부의 임기 말 구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은 “남조선 당국(한국 정부)은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이런 상대와 마주 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라고 했다. 특히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당중앙(김 위원장)이 이미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며 “이것이 북남관계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였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연합훈련에 대해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며 정부에 “태생적인 바보” “떼떼(말더듬이)” “미친개” 등 막말도 쏟아냈다. 김여정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정리와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협력 교류 관련 기구 폐지 같은 “중대 조치를 최고 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고도 했다. 특히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 군사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 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담화가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되는 노동신문 2면에 실린 만큼 단순한 경고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담화에는 바이든 행정부에 침묵하던 북한의 첫 경고 메시지도 나왔다. 김여정은 “앞으로 4년간 발편잠(마음 편하게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도쿄에서 미일 외교·국방장관 2+2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북 전략은 가능한 모든 선택지에 대해 재검토 중이다. 특히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인권 침해 문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2018년 3월 6일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온 뒤 이렇게 발표한다. 남북 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2018년의 ‘봄날’은 지금은 외교부 장관이 된 정 당시 실장이 전한 이 한마디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이 전언에 대한 의혹이 커졌다. 지난달 정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위원장이 실제 정 장관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이 당시 정말 무슨 말을 했는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라는 얘기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정 장관을 수석으로 한 특사단을 1시간 정도 만났다. ‘비핵화’라는 단어는 썼다고 한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무조건 비핵화를 하겠다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바로 “미국의 핵 공갈과 적대시 정책이 없다면 우리가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비슷하게 “군사적 위협이 중단되고 체제 안전 보장이 있으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말도 했다. 미국의 조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지 않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당시 평양 방문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말을 먼저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밝히지 않은 새로운 비핵화 입장을 김 위원장이 천명한 것으로 읽혔다. 당시 김 위원장의 실제 발언을 접한 정부 인사들은 화들짝 놀라며 “큰일 났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북한이 계속 해오던, 전혀 새롭지 않은 얘기를 가지고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을 오랫동안 상대해본 당국자라면 김정은의 이 ‘조건부’ 발언이 새로운 입장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2016년 7월 성명을 발표한다. “핵이 동원되는 전쟁 행위로 우리를 위협공갈하거나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하고 안전 담보가 실지로 이뤄진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실현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2017년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돼야 핵·미사일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정 장관에게 한 말과 놀랍게 똑같은 논리다. 2016년 성명에는 “명백히 하건대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라는 말도 포함됐다. 그래서일까.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선언에 ‘한반도 비핵화’가 명문화됐음에도 하노이 회담은 비핵화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미국은 협상이 진전될수록 김정은에게 핵 포기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커져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review)에 두세 달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 대상에는 2018년 3월도 포함될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달부터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맡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차관보가 아니고 왜 ‘대행’인지부터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 대사인 그가 대행에 임명돼 서둘러 미국으로 귀국한 배경도 미스터리였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 정통하지만 동아태 차관보를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 그럼 왜 그 넓은 태평양을 건너가 임시직을 맡은 걸까. 한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확인해 보니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정무직인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함께 떠난다. 보통은 새 행정부의 새 차관보가 올 때까지 부차관보가 대행을 맡는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지우기(ABT·Anything but Trump)를 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에 비유하면 트럼프 시대에 이른바 ‘부역’한 사람들에 대해 ‘적폐청산’ ‘인적청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동아태 부차관보도 그 대상으로 찍혔다고 한다. 그래서 부차관보 대신 태평양 건너의 김 대사를 불러들여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것. 이런 ‘적폐청산’은 국무부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든 사람들은 트럼프식 대북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트럼프 시절 북-미 비핵화 협상에 관여한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민주당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런 그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9일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몇 차례 고사한 정 장관을 임명한 배경은 청와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렇다. “북한을 잘 아는 베테랑 외교관들이 미 국무부에 복귀한 만큼 그들과 대화가 될 관록 있는 외교관을 배치한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에 맞춰 우리도 외교안보 라인 체제에 변화를 준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주려 했다”고 한다. 다만 정 장관의 복귀를 바이든 행정부가 ‘변화’로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워싱턴 일각에서 정 장관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가 깊숙이 관여한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대해 바이든 사람들은 “무엇이 비핵화인지 합의하지 못한 채 트럼프에게 과시성 사진 찍는 기회를 줬다”고 본다. 한 정부 소식통의 얘기다. “북핵 문제가 시급하지만 지금은 북한보다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야 북한과 대화할 힘이 나온다. 바이든 사람들이 거부감 갖지 않도록 잘 조율하는 게 정말 중요한 시기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사람들이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만 우선시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 장관은 어서 빨리 블링컨 장관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과) 다소 상이한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조율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런 그가 “여전히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를 믿는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걱정하는 미국과 불통이 자칫 정 장관 자신에게서 비롯될 수 있음을, 베테랑 외교관인 정 장관도 잘 알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이란 정부가 지난달 4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한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 선원들을 2일 석방했다. 억류된 지 29일 만이다. 다만 선박과 선장에 대한 억류는 해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날 “이란이 선장을 제외한 선원 19명 전원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가 2일 지난달 4일 나포해 억류하고 있는 ‘한국케미’호 선원을 29일 만에 석방하고 출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라 국내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5600억 원)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으로 선박 나포 문제가 장기화되면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할 동력이 약해진다고 설득한 결과 이란 측이 선원 석방을 전격 결정했다고 당국자들은 밝혔다. 이란 외교부도 석방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측은 동결대금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면서 최대한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2일 “이날 오후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정무차관의 통화에서 아락치 차관이 한국케미호 선박과 선장은 잔류시키는 조건으로 한국인 4명 등 선원 19명을 즉시 석방하고 귀국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의 석방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석방과 동시에 이란 정부가 주장하는 선박 나포 이유인 ‘환경오염’ 혐의에 대해 이란 국내에서 사법적 절차가 시작된 것이라고 당국자는 전했다. 이제부터 한국케미호를 기소할지 재판을 통해 가리겠다고 알려왔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석방된 선원들이 선박 관리를 위해 이란을 떠나지 않고 잔류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란 관영 IRNA통신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한국 정부의 요청과 이란 사법부의 지원에 따라 페르시아만 해양오염을 저지른 혐의로 구금됐던 한국 선박 선원들에게 인도적 조치로 이란을 떠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선박과 선장의 규정 위반에 대한 조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석방 결정은 지난달 10∼12일 최 차관이 이란을 방문한 지 21일 만에 이뤄졌다.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던 이란 정부는 최근 기류가 급격히 바뀌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한 당국자는 “양국 차관 간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이란 측에 동결자금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한 것은 아니지만 선박 나포 문제가 장기화돼 정치적 문제가 되면 동결자금을 풀 수 있는 동력이 약해진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란 제재 문제를 풀 열쇠인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설득해 동결자금 문제를 풀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줬고 그에 대해 이란 측이 ‘한국 측의 진정성을 잘 받아들였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란 측은 우리 정부에 “그렇다면 선박 억류 문제로 한-이란 관계의 허들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탈퇴한 이란핵합의(JCPOA) 복귀를 시사한 만큼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동결자금 문제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아락치 차관과 최 차관은 이날 통화에서 동결자금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이 자산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 통화에서 한국 측은 이란의 자산 동결을 해제하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고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전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 / 최지선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뒤 첫 공식 대북 메시지로 “새로운 전략(new strategy)을 채택하겠다”고 밝히면서 2018년 싱가포르 선언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옛 정책’ 계승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밝힌 ‘트럼프 정부 성과 계승’을 미국에 무리하게 설득할 경우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 간 파열음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새로운 전략’의 의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의미 파악에 나섰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미리 준비한 답변을 읽어 나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인과 동맹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면서 ‘대북 압박 옵션’ 등을 거론했다. 그는 “대통령의 관점은 의문의 여지없이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다른 핵 확산 관련 활동이 국제 평화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분명히 대북 억제에 핵심 이익(vital interest)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 억지에서 협력하기 위해 미국은 (아시아) 지역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새로운 전략 채택’의 공식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싱가포르 합의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18일 신년 기자회견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뚜렷한 대북정책이 없었던 ‘전략적 인내’ 방침에서도 탈피해 북핵 억제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이전 정부를 계승한다거나 현 전략 그대로 가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한 만큼 한국과 협의를 통해 대북 정책 방향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간 톱다운 방식 대북 접근법을 실패로 규정한 바이든 행정부에 우리 정부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북-미 회담을 중개하려 할 경우 미국이 거부감을 보일 수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백악관의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당장 협상보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과 대북 억지를 강조한 만큼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와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주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임기 초반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백악관이 밝힌 ‘새로운 전략’이 대북 압박을 강화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한 뒤 2015년 이란핵합의(JCPOA) 때처럼 북-미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여러 국가가 협상에 참여하는 다자 해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없이는 대북 제재의 구멍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과 최상의 핵 거래 모델은 이란”이라며 다자 방식의 북핵 협상과 이를 위한 대북 제재 강화를 강조해 왔다. 이런 가운데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시드니 사일러 북한 담당관이 22일 “북핵 문제의 재다자화(re-multilateralization)”를 강조하면서 “6자회담과 같은 다자적 접근”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서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을 지낸 그는 국무부 등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협상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시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이 JCPOA에 복귀하는 과정이 북한에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박효목·권오혁 기자}
전직 고위 외교관의 아들인 신희석 씨(39)는 청소년기 절반을 아버지를 따라 미국 일본 스리랑카 등 외국에서 보냈다. 국제법 전문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국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대학 시절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있는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가 국제인권법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아버지가 뉴욕 주재 유엔 한국대표부 차석대사로 있던 2004년 뉴욕에 갔다가 비정부기구(NGO) ‘국제형사재판소를 위한 연합(CICC)’에서 인턴을 했다. 그때 경험이 삶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국제 범죄와 인권 침해 사건을 연구하고 이를 바로잡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알지 못했다. CICC에서 만난 재미교포 앨리스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같은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들을 들려줬다. “너무 놀랐어요. 북한에서 일어난 일들이야말로 ICC에서 다뤄야 하는 사건들인데….” 미얀마에서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시리아에서 수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TV뉴스를 통해 처참한 실상이 공개되고 피해자들의 육성 인터뷰가 전파를 탄다. 하지만 극도의 폐쇄 사회인 북한은 수백만의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텐데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적었다. 앨리스와의 만남 이후 그는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떻게 국제인권법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 하버드대 로스쿨 석사과정에서 국제법을 공부한 것도 “국제인권법을 ‘도구’로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박사학위를 딴 그는 지금 북한 인권 NGO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에서 법률분석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북한 인권 운동이 인류 보편적 권리인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도 국제법을 통한 체계적 접근이 없어 진영 논리에 휘둘렸다는 점에서 신 분석관의 존재는 특별하다. 그를 지금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워싱턴 조야가 대북전단금지법에 크게 분노하고 있는데도 이를 모르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모를 문재인 정부의 태도다. 특히 그는 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 여론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과거에는 북한을 비판했지 우리 정부를 비판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침해에 가담하는 것 아니냐’고까지 비판합니다.” 실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외교안보 인사들과 가까운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본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워싱턴에서 일으킨 실망과 분노의 정도를 청와대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 분석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인권 문제에 더욱 엄격한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어떻겠느냐”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되는 3월 이 문제가 한미관계 이슈로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분석관의 아버지는 현역 시절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온 신각수 전 주일대사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등 “대북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성과 계승’을 미국에 설득할 외교부 장관으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정만호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 조율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깊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정 후보자는 2018년부터 3년간 진행된 톱다운 방식 북핵 협상의 산증인”이라며 “2018년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의 의미와 북핵 협상 과정, 우리의 대북 구상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고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이 이를 미국에 설득할 외교 수장으로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 원년 멤버인 정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카운터파트(대화 상대)가 될 블링컨 지명자는 19일(현지 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하게 될 일은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문제는 기존 행정부들을 괴롭혔던 어려운 문제이며 나아지지 않고 사실 더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해 왔던 대북 정책을 접고 대북 제재를 강화해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어내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할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싱가포르 선언 계승’을 조급하게 밀어붙일 경우 북핵 해법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파열음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는 20일(현지 시간)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에 일부 책임이 있는 정 후보자가 차기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됐다”며 “정 후보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자 (북-미) 양측을 오도(misleading)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 교체 6시간여 만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외교부 내 ‘북미통’으로 평가받는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로 교체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과 권칠승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박효목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출범(20일·현지 시간)이 13일로 D―7을 맞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외교 라인 인선도 마무리 단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8차 당 대회를 통해 대미 진용의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실무 협상을 전담하는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하면 북-미 대화 여건이 예상보다 빨리 갖춰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핵 선제 타격”을 거론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에서 북-미 간 협상 재개냐, 강 대 강 대치냐를 가를 운명의 1년이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2일 “바이든 행정부 측에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을 가능한 한 빨리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웬디 셔먼 부장관 지명자의 청문회가 이르면 이달 안에 열릴 수 있고 이후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임명되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첫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대화하겠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은 10일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통일전선부장에서 해임했던 강경파 김영철을 다시 통전부장에 기용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함께 대미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과 셔먼 부장관뿐 아니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까지 모두 북한 문제 베테랑들이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미국의 태도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핵개발을 밀고 나가겠다고 공을 넘긴 상황”이라며 “하지만 바이든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의 협상, 도발 패턴을 너무 잘 알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같은 접근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동아일보에 “김 위원장의 핵 능력 증강 계획은 핵미사일에 대한 공세적 추구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바이든 행정부에 알린 것”이라고 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최지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 선제 및 보복 타격”을 거론하면서 핵무기 장착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개발을 처음 공식화했다. 비핵화 협상 3년 만에 오히려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직접 타격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핵무기들의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며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핵탄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추진잠수함은 미국 해안까지 은밀히 침투해 핵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1만5000km 사정권 안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 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해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했다. 한미 당국은 김 위원장이 “신형탄도로켓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탄두 개발 연구를 끝내고 시험 제작 준비를 하고 있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를 처음 언급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을 겨냥한 핵공격 위협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최대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앞으로도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에서 상대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북남(남북)관계의 현 실태는 (2018년)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방역·인도주의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 문제를 꺼내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구상,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 선제 및 보복타격”을 거론하면서 핵무기 장착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개발을 처음 공식화했다. 2018년 시작된 비핵화 협상 3년 만에 오히려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직접 타격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핵무기들의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을 “주적”이라고 밝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 대회 나흘째인 8일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며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핵탄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추진잠수함은 미국 해안까지 은밀히 침투해 주요 도시에 핵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수 있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다 위협적으로 평가된다. 한미 당국은 김 위원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한미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활공무기 개발을 처음 언급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형탄도로켓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탄두 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초음속활공무기는 마하 5 이상의 초고속으로 비행한 뒤 변칙 낙하해 한국과 미국이 운용중인 방공망으론 요격이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또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을 겨냥한 핵공격 위협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에 내놓은 첫 메시지는 강경했다. 그는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한 뒤 “대외 정치활동을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북남(남북)관계의 현 실태는 (2018년)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남조선(한국) 당국은 방역·인도주의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를 꺼내들고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강조한 보건방역 협력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 청와대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내부 결속용 메시지로 보인다“며 진화에 나섰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국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입 비용으로 국내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을 활용하기 위해 한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로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선박을 나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가 70억 달러(약 7조5600억 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미-이란 갈등 속에 불거진 이번 나포 사건이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이란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확보하려는 코로나19 백신 비용을 한국에 원화로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으로 납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재무부의 특별승인을 받아 대금을 지불하려고 했으나 송금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이 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란 측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지원해 왔으나 이란 강경파는 수출대금 규모에 비해 한국의 지원이 적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 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인질범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금 70억 달러를 아무 근거도 없이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이번 사태는)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에는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 70억∼90억 달러(약 7조5600억∼9조7200억 원)가 동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인 5명 등 억류된 선박 선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0일 이란을 방문해 백신 비용 지불 문제를 협의하는 동시에 조만간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해 나포된 선박과 선원의 석방을 요구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데 대해 “국가안보실이 유관 부처와 대응책을 긴밀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윤완준 zeitung@donga.com·최지선·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