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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초광대역(UWB) 기반의 ‘디지털 홈 키’를 삼성페이에서 지원한다고 29일 밝혔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과 협력해 선보인 ‘직방 UWB 스마트 도어록’을 설치하면 삼성페이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 직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별도 설정을 하면 문을 열 때 누가 출입했는지 알 수 있는 기능도 담았다. 삼성페이 디지털 홈 키는 UWB 기능이 탑재된 갤럭시 폴드4, S22 울트라·플러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UWB 지원 스마트폰을 확대할 계획이다. UWB 기술은 블루투스처럼 전파를 활용하는 단거리 무선 통신 프로토콜이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디지털 홈 키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안 칩셋을 적용했고, 정밀한 UWB 기술로 무선 신호 방해나 가로채기 등 해킹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설명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는 고객들이 음식이 잘 익는지 확인하려고 요리 중 오븐의 문을 평균 10번 이상 연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조리 중 오븐을 열면 내부 온도가 변해 요리 맛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여기에 착안해 바깥에서도 오븐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 게 ‘LG 인스타뷰 더블 전기오븐레인지’다. 사용자가 오븐의 유리면을 ‘똑똑’ 두드리면 안쪽 조명이 켜져 조리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9월 미국에서 출시한 이 제품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의 혁신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29일 LG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가전제품 실사용 분석데이터가 고객 요구 반영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씽큐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된 가전에서 매달 수집되는 데이터만 20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LG전자는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제품 기능 개선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수기에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한 게 대표적 사례다. 고객들 중 250mL, 500mL 등 정해진 옵션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 비중이 40%나 됐다. 그렇다고 고객이 눈금을 보면서 양을 조절하는 건 불편할 수밖에 없다.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정수기’는 출수구 아래 컵을 놓은 뒤 “하이(안녕) 엘지, 냉수 220밀리리터 줘”라고 하면 버튼 조작 없이도 정확한 양의 물을 받을 수 있다. 또 LG전자는 세탁이 끝난 뒤에도 주기적으로 세탁통이 회전해 세탁물이 뭉친 채로 방치되지 않게 하는 ‘종료 후 세탁물 케어’ 기능을 트롬 세탁기와 건조기에 적용했다. 불가피하게 세탁물을 바로 꺼내지 못하는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20만 건의 세탁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탁 종료 후 1시간 이상 세탁물을 꺼내지 않는 경우가 25%, 3시간 이상 두는 비율도 1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LG전자는 이 밖에도 씽큐 앱을 통해 개인의 가전 사용패턴을 분석해주는 ‘가전 리포트’, 예상 전력 사용량을 알려주는 ‘가전 에너지 모니터링’, 제품의 이상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진단’ 등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씽큐 앱에서 여러 제품을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추천 모드’ 기능을 확대했다. 애플홈킷, 헤이홈 등 타사 사물인터넷(IoT) 기기와의 연동도 늘리는 등 고객 편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9월 출시된 LG 인스타뷰 오븐 신제품은 미국에서 LG전자 오븐을 구매한 고객 3명 중 1명이 선택하는 인기 상품이다. 신제품에는 사용자가 전면 도어를 노크하면 안쪽 조명이 켜지고 문을 열지 않고도 음식의 조리 상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LG전자는 고객들이 음식이 잘 익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요리 중 도어를 평균 10회 이상 연다는 점을 파악해 이 같은 기능을 적용했다. 고객들은 조리 중 오븐 도어를 열면 내부 온도가 변하고 요리 맛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아이디어 덕분에 LG 인스타뷰 더블 전기오븐레인지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앞서 발표하는 혁신상을 받았다.LG전자가 다양한 가전제품의 실사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이 말하는 페인포인트(불편 지점)에 고심하며 제품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LG ThinQ) 앱에 등록된 생활가전에서 매달 수집되는 20TB(테라바이트) 규모의 제품 실사용 빅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반영하고 있다.LG전자는 오븐뿐만 아니라 정수기, 세탁기 등 다양한 제품에서도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반영해 품질 개선을 이끌어 냈다.LG전자는 국내 최초로 정수기에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했다. 정수기 이용 고객 가운데 120ml, 250ml, 500ml 등 정해진 옵션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의 비중이 40%라는 점을 고려해 말 한 마디로 원하는 용량의 물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것이다.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정수기는 출수구 아래에 컵을 놓은 상태에서 “하이 엘지, 냉수 220밀리리터 줘”라고 말하면 버튼을 조작하지 않고도 물을 받을 수 있다.메뉴가 잘 보이지 않아 제품 사용이 불편한 시각 장애인과 어르신, 키가 작은 어린이 등 누구나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음성 안내는 제품 버튼을 누를 때 음성으로 해당 기능을 설명해 줘 접근성을 높인다. LG전자는 또 주기적으로 세탁통이 회전해 세탁물이 가만히 뭉쳐있지 않게 도와주는 ‘종료 후 세탁물 케어’ 기능을 4월 트롬 세탁기에 이어 최근 건조기에도 적용했다. 어쩔 수 없이 세탁물을 바로 꺼내지 못하는 고객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방치된 세탁물을 더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이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이 기능은 오픈 한 달 만에 LG 씽큐 앱에 등록한 트롬 세탁기 고객 가운데 3명 중 1명이 추가했을 정도로 인기다. 20만 건의 세탁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탁이 종료된 이후 1시간 이상 세탁물을 꺼내지 않는 경우가 25%, 3시간 이상 두는 비율이 10%였다. LG전자는 이 밖에도 실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가전 사용 패턴을 분석해주는 ‘가전 리포트’, 예상 전력 사용량을 알려주는 ‘가전 에너지 모니터링’, 제품의 이상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진단’, 고객에게 가전 사용 꿀팁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가전 인사이트’ 등 유용한 서비스를 LG 씽큐 앱 통해 제공하고 있다.LG전자는 보다 편리한 스마트홈 구축을 위해 LG 씽큐 앱에 연동되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확대하고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선보이고 있다. LG 씽큐 앱은 현재 애플 홈킷, 아카라(Aqara), 헤이홈(Hejhome) 등의 IoT 기기들과 연동돼 고객이 보다 편리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는 ‘추천 모드’의 기능을 확대하고, 설정한 조건에 따라 가전과 IoT 기기가 동작하는 ‘자동화’ 기능도 한층 더 강화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경제계에서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율을 깨고 기업 현실에 맞는 새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총량제’라는 큰 틀이 70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탄력·선택·재량 등 유연근로제를 기업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노사가 합의를 통해 제한규정을 선택적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변화하며 전체 취업자 중 ‘화이트칼라’(사무직) 비중은 1963년 18.3%에서 지난해 41.5%로 확대됐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업무 방법과 시간 배분 등 구체적인 지시가 곤란한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창의적 발상을 촉진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근로시간의 유연화를 추진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연장근로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년으로 변경하려 하는 등 여전히 총량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요 선진국은 고소득자나 노사 합의에 따른 자율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은 전문직, 고소득자 등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근로계약을 통해 최장 근로시간인 1주 4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옵트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단체협약을 통한 연간 근로일수와 임금을 포괄 약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SKC의 화학사업 자회사 SK피아이씨글로벌은 28일 울산에서 연산 3만 t 규모의 디프로필렌글리콜(DPG) 단독 공정 설비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상업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금까지 DPG 1t을 만들기 위해 다른 PG 계열 제품 6t을 만들어야 해 증산에 제약이 있었다”며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협력해 글로벌 화학업계 최초로 DPG 단독 공정 상업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고부가 소재인 DPG는 화장품, 퍼스널케어, 향수 등의 원료로 쓰인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DPG 수요가 전체 PG 시장보다 1.5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기돈 SK피아이씨글로벌 대표는 “인류 삶의 질 향상과 질병으로부터의 안전, 친환경 기술에 더욱 집중하는 케어 소재 전문회사로 진화하겠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경제계에서 획일적인 현행 근로시간 규율을 깨고 기업 현실에 맞는 유연한 새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탄력·선택·재량 등 유연근로제를 기업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노사가 협의, 합의를 통해 제한규정을 선택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보고서는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업무 수행방법, 시간배분 등 구체적 지시가 곤란한 업무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근로시간 총량이 아닌 창의적 발상 등을 통한 성과물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근로시간 자율적 편성을 기업 사정에 맞도록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전문직, 관리직, 고소득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미국과 유사한 ‘고도 프로페셔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2019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영국과 프랑스는 더 폭넓게 근로시간을 규율하고 있다. 영국은 근로계약을 통해 최장근로시간인 1주 48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도록 약정하는 ‘옵트 아웃’ 제도를 두고 있다. 다만 근로자 보호를 위해 옵트 아웃 계약을 체결해도 자유롭게 취소할 수 있다. 프랑스는 단체협악을 통한 연간 근로일수와 임금을 포괄약정하는 ‘연단위 포괄약정제도’를 두고 있다.우리나라는 산업구조가 크게 바뀌며 전체 취업자 중 화이트칼라 비중이 크게 늘었다. 1963년 18.3%였으나 지난해 41.5%로 2배 넘게 뛰었다. 대한상의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방향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기존의 근로시간 규율 틀 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상의는 “정부 논의 내용을 보면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년으로 변경하는 등 총량 규제라는 기존의 체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산업·업무의 특성과 근로형태의 다양성 등을 감안해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외에도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도 해외처럼 전문직·관리직·R&D(연구개발)직에 대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적용과 함께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 규율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상 근로자로는 전체 근로소득 상위 2%(2020년 귀속 근로소득 기준 1억2900만 원) 이내이거나 최저임금의 5배(2022년 기준 1억1500만 원) 이상 급여를 받는 근로자를 들었다.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체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혁신국가가 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획일적 노동시장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하루빨리 변화되는 산업환경에 부합되는 근로시간 규율체계를 정립해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26일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는 전날 기름 공급이 끊기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주유소가 보유한 20만 L 규모의 탱크에서 재고가 4만 L밖에 남지 않았다. 기름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며 이곳은 일부 주유기 전원을 끄고 비상 영업에 돌입했다.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가 기다려 달라고 하는데 기름을 받기 힘들 것 같다”면서 “영업 한계일은 28일 오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4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지 나흘째에 접어들며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로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28일 화물연대와 첫 교섭에 나서지만 양측 입장이 팽팽해 이르면 29일 화물연대 파업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이날 전국 13개 지역에서 4000명(전체 조합원의 18.2%)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92.4% 급감했다. 전남 광양항, 경기 평택항, 충남 당진항, 울산항 등 4곳은 컨테이너 반출입이 끊기며 사실상 마비됐다. 정유업계는 기름을 실어 나르는 탱크로리(유조차) 기사의 화물연대 가입률이 수도권은 90%에 이르며 공급이 사실상 끊겼다. 시멘트 출하 중단으로 전국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은 셧다운(가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국내 대형 건설사 8곳이 시공 중인 전국 현장 459곳 중 259곳(56%)의 레미콘 타설 공정이 이달 25일부터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집단의 힘으로 민생과 국민 경제를 직접 위협하는 데 대해 정부는 국민 안전과 편익, 국민 편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28일 오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책을 논의한다. 이어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와 첫 교섭을 벌인다. 교섭 결렬 시 정부가 2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상정, 의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 명령에 대해 “정부 강행 시 대응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주말인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에 대기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주유기 3대 중 1대가 재고 소진으로 작동을 멈춘 탓에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주유소는 지하 탱크 5개에 기름을 저장하는데 해당 주유기와 연결된 탱크의 기름이 바닥났다고 한다. 직원 A 씨는 “원래 어제 기름을 받아야 했지만 유조차가 안 왔다”며 “사흘에 한 번 탱크를 채워야 한다. 이대로라면 늦어도 월요일(28일) 아침에 다른 탱크도 바닥날 것 같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주유소도 “원래는 매일 유조차가 기름을 채워 준다. 지금 재고가 30%밖에 안 남아서 월요일 새벽까지 안 들어오면 주유기 5대 중 3대는 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유소 “재고 바닥”… 서울 수도권 우려 커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간 지 나흘째에 접어들며 곳곳에서 ‘연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주유소에서 재고 소진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평균 보름 치 물량을 확보해 놓고 있다. 다만 주유소마다 탱크 용량이 제각각이어서 2, 3일에 한 번씩 재고를 채워야 하는 업체들의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주요 정유회사들은 유조차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수송업체에 운송을 맡기다 보니 총파업에 속수무책이다. 업계는 이번 파업이 올 6월 파업보다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시에는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의 노조 가입률이 1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0%를 넘었다. 특히 노조 가입률이 90%에 달하는 서울, 인천, 경기 일대 주유소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판매량이 많은 주유소부터 재고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탱크로리를 우선 배차하는 등 파업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수출입 화물 선적 주요 항만은 ‘올 스톱’주요 항만은 사실상 ‘올 스톱’됐다. 2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광양항 허치슨컨테이너터미널 입구는 적막한 모습이었다. 해양수산부 광양항비상대책본부 관계자는 “파업이 시작된 24일부터 오늘까지 광양항을 진출입하는 대형 화물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고 전했다. 광양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광양 시내 25곳 등 주요 길목에 텐트를 치고 (비조합원 차량 운행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조합원들은 무리하게 화물 운송에 나섰다가 차량 파손 등 봉변을 당할 것을 우려해 운송을 아예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는 광양을 비롯해 여수, 영암, 순천, 목포, 곡성, 나주, 장성 등 전남 9개 시군에 51개 텐트를 설치하고 파업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살얼음판 분위기다.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업체 관계자는 “일부 화학제품 등 긴급물량 반출만 허용하고 있다”며 “긴급물량 반출이 허용되지 않으면 공장이 바로 멈추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12개 항만에서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7.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양항과 평택·당진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은 컨테이너 반출입이 거의 없어 사실상 항만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29일부터 레미콘 생산 중단… 건설현장 셧다운 임박시멘트 출하량도 급감했다. 임시방편으로 철도와 선박으로 운송하지만 생산 공장과 유통 기지가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8곳이 시공 중인 전국 현장 459곳 중 259곳(56%)의 레미콘 타설 공정이 이달 25일부터 중단됐다. 시멘트 출고량이 평시 대비 20%에 그치며 레미콘 품귀가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레미콘 업체들은 제품 특성상 재고 보관량이 2, 3일 치에 불과해 당장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레미콘 업계는 29일부터 전국적으로 생산이 중단돼 전국 대부분 건설 현장의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물량 부족으로 품질이 떨어진 레미콘을 써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업계는 생산이 완료된 차량을 탁송하지 못해 완성차 업체 직원들이 직접 몰고 배달에 나섰다. 한국타이어 대전과 충남 금산 공장은 하루 3만∼5만 개를 생산해 오던 해외 수출 출하량을 파업 이후 기존 대비 30∼40%로 줄였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직장인 A 씨는 2년 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4억3000만 원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초반 1년은 연 3%대 초반의 금리를 적용받아 매달 184만 원 정도를 갚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출 금리가 급격히 뛰면서 원리금 상환액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대출 금리가 6%를 넘어선 지 꽤 됐다. 2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까지 반영되면 A 씨가 내는 원리금은 266만 원을 넘어선다. 월 상환액이 2년 새 82만 원 급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6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빚을 늘려온 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2.75%포인트 뛰면서 가계가 추가로 짊어진 이자 부담만 36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빚으로 연명해온 취약가구와 한계기업(좀비기업)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년 3개월 새 가계 이자 36조 원 급증24일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의 74.2%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6월 말 1756조8000억 원)의 변동금리 비중도 이와 같다고 가정하면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만큼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3000억 원 늘어난다. 한은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가 2.75%포인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년 3개월 동안 36조3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대출자 1인당 약 180만 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이날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5.31∼7.832%에 이른다. 금리 상단은 지난달 연 7%대를 넘어선 지 한 달 만에 8%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은이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내년에는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대폭 낮추는 등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진 가운데 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다중채무자와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계기업 ‘줄도산’ 우려 커져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대출을 대폭 늘린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10월 말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 잔액은 740조6707억 원으로 올 들어 10.82%(68조7828억 원) 급증했다. 이자 부담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는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3년 연속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한계기업이 지난해 2084개에서 올해 2127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 감사를 받는 기업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4.9%에서 15.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수출 부진과 소비 위축 등으로 매출까지 줄고 있다”며 “내년 들어 많은 기업이 극도의 경영난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직장인 A 씨는 2년 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4억3000만 원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초반 1년은 연 3%대 초반의 금리를 적용받아 매달 184만 원 정도를 갚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출 금리가 급격히 뛰면서 원리금 상환액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대출 금리도 6%를 넘어선 지 꽤 됐다. 2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까지 반영되면 A 씨가 내는 원리금은 266만 원을 넘어선다. 월 상환액이 2년 새 82만 원 급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6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을 늘려온 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2.75%포인트 뛰면서 가계가 추가로 짊어진 이자 부담만 36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빚으로 연명해온 취약가구와 한계기업(좀비기업)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년 3개월 새 가계 이자 36조 원 급증24일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의 74.2%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6월 말 1756조8000억 원)의 변동금리 비중도 이와 같다고 가정하면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만큼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3000억 원 늘어난다. 한은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가 2.75%포인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년 3개월 동안 36조3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대출자 1인당 약 180만 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이날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5.31~7.832%에 이른다. 금리 상단은 지난달 연 7%대를 넘어선 지 한 달 만에 8%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은이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내년에는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대폭 낮추는 등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진 가운데 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다중채무자와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계기업 ‘줄도산’ 우려 커져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대출을 대폭 늘린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10월 말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 잔액은 740조6707억 원으로 올 들어 10.82%(68조7828억 원) 급증했다. 이자 부담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는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도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3년 연속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한계기업이 지난해 2084개에서 올해 2127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4.9%에서 15.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가운데 수출 부진과 소비 위축 등으로 매출까지 줄고 있다”며 “내년 들어 많은 기업들이 극도의 경영난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명진기자 mjlight@donga.com박현익기자 beepark@donga.com}
“과거엔 한국과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각축을 벌였지만 이제는 중국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3일 첨단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 구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향후 최대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은 완성차-배터리-소재 및 부품에 이르는 전 분야에 걸쳐 1위 자리를 굳히거나 선두를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미국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는 한국 첨단산업의 ‘샌드위치 형국’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10여 년간 한국에 수출로 돈을 벌게 해주는 ‘달러 박스’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스마트폰에서 선두 자리를 위협당하고 미래 산업인 첨단 제조업 분야 점유율에서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기차 全 분야 중국이 장악중국은 전기차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할 뿐 아니라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세계 시장 1위인 중국이 지난해 점유율을 전년 대비 12.2%포인트나 높인 반면 2위 한국은 점유율이 4.1%포인트 떨어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 배터리용 절연체 분야에서 상하이에너지 등 중국 업체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전년보다 6.1%포인트 높아진 38.9%였다. 세계 4위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점유율(9.9%)은 전년보다 0.5%포인트 줄었다. 테슬라(20.7%)가 세계 시장을 장악해온 전기차 완성차 분야에서도 중국은 상하이자동차(12.8%), 비야디(BYD·6.8%) 등이 점유율을 높였다. 중국 전기차 관련 산업의 빠른 성장은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 정책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는 자국 배터리를 탑재해야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 등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이 있어도 보조금 정책에서 배제됐다”며 “전 세계 생산 전기차 10대 중 5, 6대가 중국에서 나온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자국 배터리만 쓰도록 하니 전기차 분야 점유율이 함께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배터리 소재 분야 성장도 빠르다. 중국 기업들은 핵심 원료 조달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양극재 및 음극재 시장에서 각각 56%, 7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뒤늦게 소재 산업에 뛰어든 한국은 양극재 20%, 음극재 8% 정도다. LG화학, 포스코케미칼 등이 국내외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지만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국-일본, 경쟁력 있는 분야서 점유율 확대닛케이가 분석한 글로벌 주요 상품·서비스 56개 가운데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가 많은 국가는 미국(18개) 중국(15개) 일본(7개) 한국(5개) 순이다. 한국은 D램, 낸드플래시,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평면TV에서 점유율 1위였다. 한국은 D램(71.3%), 낸드플래시(47.1%) 등 반도체에서 압도적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에서 애플, 샤오미 등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톱5 스마트폰 업체 중 지난해 점유율을 늘리지 못한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미국과 일본은 바이오, 클라우드 서비스 등 각자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1위를 지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으로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3배 넘게 늘린 화이자(11.4%)의 미국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세계 시장 점유율 94.4%인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통해 쌓은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소니(44.0%)가 삼성전자(18.5%)를 크게 앞선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분야 등에서 자국산 사용을 촉진하면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에 맞춰 중국 점유율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을 적극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정부가 수출전략회의에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돌파구를 찾겠다고 강조했지만 막상 이를 뒷받침할 법제는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나 정치권의 지원 없이는 신규 투자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8월 4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K칩스법’은 4개월째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이뤄지지 않았다. 이 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2일 관련 소위원회에 K칩스법을 처음 상정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안을 논의하는 대신에 수정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민주당이 수정한 내용의 핵심은 대기업이 시설 투자를 할 경우 법인세 공제를 기존 6%에서 20%가 아닌 10%까지만 확대한다는 것이다. K칩스법이 ‘대기업 특혜’라는 주장을 펴오다가 결국 투자 인센티브를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재계에서는 “정치권이 결국 3개월여를 허비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이 공전하는 사이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 20조∼30조 원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점유율 53.4%)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3분의 1 이하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 2위에 올라 있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경우 경기 침체에 따른 가격 하락과 미국 마이크론,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라는 악재가 겹쳐 있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1287억 달러)은 전체 수출액에서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경제 파급력이 크다. 반도체 수출액이 8∼10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자 한국 수출동력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고금리, 고물가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 투자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혹한기’를 대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20% 세제 혜택을 줘도 경쟁이 버거운 상황에서 지원 규모를 더 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2일(현지 시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로 내려잡았다. 9월 기존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은 2.2%로 조정한 지 두 달 만이다. 실제 기업들의 재고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생산 및 투자 축소가 고용과 소비 부진을 낳는 경기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OECD는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민간소비가 개선됐지만 수출이 둔화되면서 회복 흐름이 약화됐다”며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영향 등으로 수출이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7%로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췄다. 내년 한국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영향으로 성장 흐름이 약해질 것으로 봤다.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인한 집값 조정과 기업 부실 위험 등이 민간소비와 투자를 둔화시킨다는 설명이다. 수출도 반도체 경기 하강과 글로벌 수요 위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5.2%에서 내년 3.9%, 2024년 2.3%로 하락세를 점쳤지만 “당분간 긴축적 통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2024년 세계경제가 2.7% 성장률로 반등할 때도 한국은 1.9%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부품·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재고자산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9월 말 연결 기준 재고자산(상품·제품·반제품)은 작년 말보다 각각 42.6%, 174.7% 늘었다.SK하이닉스 재고, 작년말 대비 175% 급증삼성전자 43% 늘어… 반도체 재고 증가 탓OECD “韓경제 회복세 약화”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재고 36%↑내달 기업경기 전망 26개월來 최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 1조2467억 원은 1년 전의 1조811억 원보다 1656억 원(15.3%) 늘어났다. 하지만 올 들어 9개월 만에 2조1777억 원(174.7%)이나 급증했다. 9월 말 기준 3조4244억 원의 재고자산은 연말이면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기침체로 PC,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판매량이 줄면서 고객사들이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을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분기(7∼9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업계의 재고 규모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웨이퍼 생산라인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작년 말 25조7542억 원에서 올 9월 말 36조7204억 원으로 10조9662억 원(42.6%) 증가했다. TV, 스마트폰 같은 소비재 부문에서의 재고 증가도 원인이지만 반도체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이 7조5938억 원, 6조574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각각 62.7%, 64.6% 뛰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195개 기업의 재고자산을 분석한 결과 9월 말 165조4432억 원으로 지난해 말(121조4922억 원)보다 43조9510억 원(36.2%) 증가했다. 기업의 생산 공정과 직접 관련된 상품·제품·반제품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인데, 리더스인덱스가 통계를 낸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부품·소재 기업들의 재고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판매실적이 떨어진 최종재 생산 기업들이 부품 및 원자재 주문량을 줄인 데 따른 연쇄 효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 1∼9월 글로벌 TV 시장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7%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내달 전망치는 85.4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이 극대화된 2020년 10월(84.6)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현재 기업들의 공포감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보다 훨씬 크다”며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2일(현지 시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로 내려잡았다. 9월 기존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은 2.2%로 조정한 지 2달 만이다. 실제 기업들의 재고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생산 및 투자 축소가 고용과 소비 부진을 낳는 경기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OECD는 최근 한국경제에 대해 “민간소비가 개선됐지만 수출이 둔화되면서 회복 흐름이 약화됐다”며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영향 등으로 수출이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7%로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췄다. 내년 한국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영향으로 성장흐름이 약해질 것으로 봤다.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인한 집값 조정과 기업부실 위험 등이 민간소비와 투자를 둔화시킨다는 설명이다. 수출도 반도체 경기 하강과 글로벌 수요 위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5.2%에서 내년 3.9%, 2024년 2.3%로 하락세를 점쳤지만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2024년 세계경제가 2.7% 성장률로 반등할 때도 한국은 1.9%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부품·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재고자산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9월 말 연결 기준 재고자산(상품·제품·반제품)은 작년 말보다 각각 42.6%, 174.7%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 1조2467억 원은 1년 전의 1조811억 원보다 1656억 원(15.3%) 늘어났다. 하지만 올 들어 9개월 만에 2조1777억 원(174.7%)이나 급증했다. 9월 말 기준 3조4244억 원의 재고자산은 연말이면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기침체로 PC,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판매량이 줄면서 고객사들이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을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분기(7~9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예상되는 업계의 재고 규모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웨이퍼 생산라인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작년 말 25조7542억 원에서 올 9월 말 36조7204억 원으로 10조9662억 원(42.6%) 증가했다. TV와 스마트폰과 같은 소비재 부문에서의 재고 증가도 원인이지만 반도체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이 7조5938억 원, 6조574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각각 62.7%, 64.6% 뛰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195개 기업의 재고자산을 분석한 결과 9월 말 165조4432억 원으로 지난해 말(121조4922억 원)보다 43조9510억 원(36.2%) 증가했다. 기업의 생산 공정과 직접 관련된 상품·제품·반제품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인데, 리더스인덱스는 통계를 낸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부품·소재 기업들이 재고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판매실적이 떨어진 최종재 생산 기업들이 부품 및 원자재 주문량을 줄인 데 따른 연쇄 효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 1~9월 글로벌 TV 시장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7%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내달 전망치는 85.4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이 극대화된 2020년 10월(84.6)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현재 기업들의 공포감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보다 훨씬 크다”며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롯데건설이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을 담보로 3000억 원대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도 유상증자를 통해 1조1050억 원 확보에 나선다. 2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잠원동 본사 사옥을 담보로 일본 미즈호은행으로부터 30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통상 대출금의 110∼120%로 잡히는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3613억 원으로, 실제 대출액은 3000억∼3100억 원대로 추산된다. 롯데건설은 본사 사옥 9950m²(약 3000평) 대지 중 자사 토지 지분 95%, 건물 177실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대출금을 PF 차환 등에 쓸 계획이다. 롯데건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도 이달 18일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1조1050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6050억 원은 배터리 소재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으로 쓰고 500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원 자금 확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강종원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추가 지원 계획은 없다”며 “롯데건설의 긴급한 상황은 지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며 지난달부터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 주주사로부터 총 1조1000억 원을 조달해왔다. 이날 롯데에 따르면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유동성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는 반려됐지만 하 사장이 재차 사의를 표명했고, 사직 처리 및 후임 인사는 향후 롯데건설 이사회를 통해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일본과 중국의 최근 5개년(2017∼2021년)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액(도착 기준)이 직전 5개년(2012∼2016년)과 비교해 각각 56.4%, 40.0% 줄어들어 사실상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아 3국 간 효율적인 밸류 체인이 흔들리면서 한국 산업경쟁력 유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본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국가 중 1위인 35.9%였다. 그해 일본 기업 466곳이 38억5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한국에 투자했다. 10년이 지난 올해(1∼9월 기준) 일본의 대한국 투자는 95곳, 6억7000만 달러로 전체 외국인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국의 비중은 2012년 1.8%에서 2015년 10.6%로 뛰었지만 올해 1.3%로 다시 주저앉았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계에선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지형도를 바꾼 것은 경제가 아닌 정치·외교적 충돌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중국과 연결된 제조업 기반이 약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투자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5년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액은 747억 달러로 직전 5년의 605억 달러보다 142억 달러(23.5%) 증가했지만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캐나다, 호주, 스페인과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순유입 기준으로 봤을 때 2017∼2021년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액은 653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캐나다는 1934억 달러, 호주는 1957억 달러로 한국의 약 3배에 달한다. 스페인도 1323억 달러로 투자 유치액이 한국의 2배가량이었다.日-中의 투자 축소로 상호의존 공급망 흔들… 韓 제조업 타격 日-中의 對韓투자 반토막수출규제-사드 등 외교적 충돌 여파“자원-경제안보에 문제 생길 수도… 협력-분업 시너지 위한 노력 필요” 일본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줄이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도 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아사히피디글라스는 2020년 철수 의사를 경북도청에 통보했다. 플랫 패널 디스플레이용 유리제조 기업으로 세금 등 지원 혜택을 받아 왔지만 매출액이 급감하며 2015년경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도 2020년 12월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닛산은 자사 홈페이지에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사유를 밝혔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겪으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투자가 예전으로 회복되긴 힘들 거란 시각도 있다.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 등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 투자를 줄이는 대신 북미 지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일본의 전체 대외 투자 가운데 43.5%는 북미 지역이었다. 2019년 27.7%보다 15.8%포인트 늘어났다. 도쿄해상홀딩스(31억 달러), 아스텔라스제약(27억 달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케미컬도 미 루이지애나주에 1000억 엔 이상 투자해 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아크릴 수지원료(MMA) 공장을 설립할 방침이다.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까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류 등 기대효과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는 17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제주복합리조트 개발과 모바일게임 사업 등 대형 투자가 이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2017년 중국 국무원의 해외투자 규제 여파 등으로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의 한국 직접투자는 3억60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교충돌로 인한 반일·반중 정서가 큰 상황에서 노동 시장의 비유연성 등 자국보다 못한 경영 환경에 일본과 중국 기업들이 굳이 한국에 올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동북아 3국 간 밸류체인이 무너지면서 한국 제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한국은 여전히 중국에 원재료 대부분을 의존하고 일본에서는 다양한 소재 부품을 사온다”라며 “중일의 투자가 줄며 상호 의존적인 공급망이 무너지면 자원안보, 경제안보 모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증가했다. 최근 5년간 EU의 한국 투자는 322억 달러로 직전 5년 203억 달러에 비해 58.6% 늘었다. 지난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40억 달러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반도체장비 업체 네덜란드 ASML도 최근 2400억 원 규모의 ‘뉴캠퍼스’ 기공식을 열었다. 미국의 직접투자도 같은 기간 18.8% 늘었다. 세계 1위 장비 업체인 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는 7월 연구개발(R&D)센터를 경기에 짓기로 했고, 반도체 장비업체 미 램리서치도 올 4월 경기 용인시에 R&D 시설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일부 산업군에 대한 외국인 투자 흐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며 한국을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제조업 연계 투자가 많다 보니 투자가 줄어드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며 “외국인 투자는 오랜 기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해야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총 사업비 120조 원이 투입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여주시 반대’라는 마지막 난제를 풀어냈다. 2027년 반도체 생산 공장 준공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와 여주시 등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 조성 및 상생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2019년 2월 계획을 발표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 사업비 120조 원 이상을 투입해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 m²(약 125만 평) 부지에 SK하이닉스와 협력사 50여 곳이 입주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월 여주시에 용수 시설을 위한 인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여주시는 이미 인근 산업단지의 용수 시설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컸고 상수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로 지역 발전에 제한이 많았다는 이유로 인허가를 보류해 왔다. 산업부는 8월 SK하이닉스와 여주시가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도 9월부터 당정회의를 열어 이해관계자 간 입장을 조율했다. 정부는 수도권 내 공장 설립에 대한 규제 개선 검토 등을 약속했다. SK하이닉스는 여주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여주산 쌀 소비 진작 지원, 반도체 인력 양성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여주시가 17일 용수 시설 구축을 인허가하며 단지 조성을 위한 행정적 절차는 모두 끝났다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는 최근 ‘2022 글로벌 장애청소년 IT 챌린지’를 열어 16개국 327명이 본선에 참가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대회는 장애청소년들의 정보 활용 능력을 높이고 사회 진출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201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LG와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LG전자와 행사 조직위원회가 주관한다. 올해는 태국의 청각장애 청소년인 바린퐁 통잠농 씨(19·여)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접근성 등 장애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 활용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인 중에서는 김경모 씨(22)가 엑셀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e툴 엑셀 챌린지’에서 발달장애 부문 1위를 했다. 윤대식 LG전자 대외협력담당은 “장애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가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선정한 ‘글로벌 최고 브랜드’에서 첫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효율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글로벌 할인점 브랜드와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등의 순위가 상승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감원에 나선 미국 아마존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눈에 띈다. ○ 구글 밀어내고 글로벌 브랜드 1위20일 유고브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2022년 글로벌 최고 브랜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127점으로 지난해 1위였던 구글(106점)을 2위로 밀어내고 정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순위는 2020년 4위에서 지난해 2위로 오른 뒤 올해 한 계단 더 올라섰다. 미국 유튜브(85점)와 넷플릭스(59점)가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고,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51점)가 5위로 뒤를 이었다. 이후 미국 와츠앱(50점), 일본 도요타(41점), 미국 콜게이트(34점), 독일 메르세데스벤츠(34점), 독일 리들(33점) 등이 ‘톱10’에 들었다. 유고브는 브랜드별 인상, 품질, 가치, 만족도, 추천 등의 점수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글로벌 브랜드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38개 시장에서 선정한 상위 10개 브랜드 총 380개 중 1위에 10점, 10위에 1점을 주는 방식으로 순위를 매긴다. 삼성전자는 한국, 네덜란드, 베트남, 아일랜드 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2위에 올랐다. 독일·호주·인도네시아 5위, 아랍에미리트·미국 6위, 브라질 7위, 캐나다·덴마크 9위 등 전 세계 시장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 내 순위는 삼성이 1위였고 타이레놀, 오뚜기, 나이키, LG가 나란히 2∼5위를 차지했다.○ 테크기업 강세 여전… 아마존은 10위권 밖올해 글로벌 브랜드 순위는 10위권 내 정보기술(IT) 기업이 5개가 선정되는 등 테크기업의 강세가 여전히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의 미디어 플랫폼 인기가 높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0위권 내에 있던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순위에서 사라지고 도요타와 벤츠 등 자동차 브랜드가 상위권에 오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자상거래 부문에서는 업체 간 명암이 엇갈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비 행태가 확산하며 쇼피와 리들이 약진했다. 쇼피는 2020년 8위에서 지난해 6위, 올해는 5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2020년 5위에서 지난해 7위로 순위가 떨어졌고 올해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아마존은 미국 내 순위에서도 9위를 나타내며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팬데믹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던 아마존은 올해 1분기(1∼3월) 38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쇼핑 수요가 늘어나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1만여 명을 감원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경기 침체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이날 발표한 국내 500대 기업의 기부금 내역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7∼9월)까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총 2229억 원을 기부했다. 이는 전년 동기(1878억 원) 대비 18.7%(351억 원) 증가한 규모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차 빼세요, 빼, 빼! 익스큐즈 미, 플리즈 고 인!” 17일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은 사우디아라비아 측 경호 인력과 취재진, 구경 인파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하루를 머문 호텔이다. 빈 살만 왕세자와 한국의 8개 그룹 총수들 간 차담회가 시작되기 서너 시간 전부터 호텔 앞은 삼엄한 경비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호텔 관계자와 사우디 경호 인력 수십 명이 일제히 주변 통제에 나섰다. 호텔 정문 앞 차량들을 모두 주차장으로 철수시키느라 주차장 입구 통로까지 차로 빽빽이 막혔고 투숙객들의 정문 출입도 차단됐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빈 살만 왕세자의 차량 행렬이 오후 3시경 도착했다. 가족과 함께 왕세자를 보러 나왔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하나 씨는 “빈 살만 왕세자는 아주 인기가 많지만 사우디에서도 보기 힘들다”며 “오늘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행운”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경호원들이 미리 쳐 놓은 천막과 병풍에 가려 왕세자 일행의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오후 4시 23분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시작으로 재계 총수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도착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서류를 손에 든 채 입장했다. 4시 반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호텔로 들어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입장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까지 8명이 전원 입장한 시간은 4시 45분경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총수들은 차담회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기업인들과 빈 살만 왕세자의 차담회는 오후 5시 20분부터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거나 추가 협업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인 만큼 현지 사업 현황과 미래 구상을 간단히 공유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관영 매체 에스피에이뉴스(spanews)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날 차담회 장면을 담은 사진이 게재됐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안쪽의 1인용 소파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왼편으로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의 순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다. 빈 살만 왕세자 뒤에는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사진이 눈에 띈다. 차담회를 마치고 오후 7시 10분경 호텔을 나온 정기선 사장은 “저희가 오랫동안 여러 사업을 (사우디와) 같이 해왔는데 앞으로도 여러 가지 미래를 같이 한번 (그려)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포함해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비전 2030’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의 첫 방한 당시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해 최태원, 정의선 회장 등 다른 5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별도 만찬을 갖기도 했다. 그해 9월에는 사우디로 건너가 빈 살만 왕세자와 재차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각각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수소 플랜트 분야, 미래 자동차 기술과 ‘네옴 철도’라 불리는 고속철 생산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양국 정부와 경제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 이어 대한상공회의소도 사우디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사우디 비즈니스 카운슬’을 개최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