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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올림픽 출전 선수도 에디 이건(1897∼1967·미국) 앞에서는 ‘가방끈’ 자랑하기가 쉽지 않다. 이건은 미국 예일대 졸업생이며 하버드대 동문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이다. 그러나 올림픽 역사에서 그를 빠뜨릴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건은 역사상 유일하게 여름과 겨울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인물이다. 1920년 안트베르펜 여름올림픽 때 복싱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건은 1928년 레이크플래시드 겨울올림픽에서 봅슬레이 4인승 금메달을 따냈다. 색깔에 관계없이 여름과 겨울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차지한 것도 이건이 처음이었다. 이로부터 93년이 지나 또 다른 에디가 여름과 겨울 대회에서 모두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주인공은 미국 야구 대표팀 톱타자 에디 알바레스(31).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 미국 쇼트트랙 남자 계주 은메달을 차지한 알바레스는 미국이 5일 열린 패자준결승에서 한국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여름올림픽에서도 최소 은메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두 사람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6명이 여름과 겨울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차지했다. 이건 다음으로 이 기록을 남긴 건 스키점프(1924년)와 요트(1936년)에서 메달을 딴 야코브 툴린 탐스(노르웨이)였다. 이후 52년 동안 계보가 끊어졌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 2, 은 1, 동 1개를 따고 있던 크리스타 루딩(동독)이 1988년 서울 대회 때 사이클 은메달을 따면서 다시 기록이 이어졌다. 클래라 휴스(캐나다)는 거꾸로 사이클(1996년)에서 먼저 메달을 딴 뒤 스피드스케이팅(2002년) 메달을 차지했고, 로린 윌리엄스는 육상(2004년)과 봅슬레이(2014년) 메달로 기록을 완성했다. 관점에 따라서는 일리스 그라프스트룀(스웨덴) 역시 여름과 겨울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땄다고 할 수 있다. 그라프스트룀은 1920, 1924, 1928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3연패를 차지했는데 겨울올림픽은 1924년에야 제1회 대회가 열렸다. 1920년에는 여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국은 여자 스포츠가 더 강하다.’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여름올림픽 메달 수만 놓고 보면 이 상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5일까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 19개를 포함해 한국은 역대 여름올림픽 무대에서 총 282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186개를 남자 선수가 획득했다. 혼성 종목(3개)을 제외한 금메달 수도 남자 55개, 여자 38개로 남자가 1.5배 가까이 많다. 다만 출전 선수 수 대비 메달 획득 비율을 보면 여자 선수 쪽이 더 높다. 여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남자 선수는 연인원 기준으로 총 1959명이고 이 가운데 320명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6명 중 1명꼴로 메달을 따낸 것이다. 여자 선수는 1098명 가운데 269명으로 4명 중 1명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금메달리스트 비율은 남자는 19명당 1명, 여자는 13명당 1명꼴이다. 여자 선수가 출전 인원 대비 메달 획득 비율이 높은 건 단체 구기 종목에서 강점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팀이 금 1개, 은 2개, 동 1개 등 5개의 올림픽 메달을 따는 동안 여자팀은 딱 2배인 10개의 메달(금 2개, 은 6개, 동 2개)을 수확했다. 4강 진출 경험도 여자팀(17번)이 남자팀(6번)보다 3배 가까이 많다. 한국 여자 선수가 처음 올림픽 메달을 딴 것부터 단체 구기 종목인 배구였다. 한국 여자 배구팀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때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12명이 동시에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1972년 뮌헨 대회 때까지 한국 남자 선수가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총 12개(은 5개, 동 7개)였다. 겨울올림픽은 여름올림픽보다 남녀 차이가 더 적다. 전체 메달 수는 남자(38개)가 여자(32개)보다 6개 많지만 금메달 수에서는 여자(16개)가 남자(15개)에 한 개 차로 앞서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미국 대표 선수가 올림픽 육상에서 메달을 따는 건 지극히 흔한 일이다. 금메달도 아니고 동메달이라면 더욱 주목받기 힘들다. 그런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3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여자 200m 결선에서 가브리엘 토머스(25)가 동메달을 따자 그의 일대기를 상세히 전했다. 그가 흔치 않은 미국 하버드대 출신 메달리스트였기 때문이다. 타임은 “하버드대 동문이 미국 대통령보다 더 오르기 힘든 자리가 바로 올림픽 육상 메달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토머스는 이날 동메달로 97년 만에 올림픽 육상 메달을 딴 하버드대 동문이 됐다. 그 전까지는 1924년 파리 올림픽 남자 3000m 팀 경주에서 은메달을 딴 윌러드 티베츠가 마지막으로 올림픽 육상에서 메달을 딴 하버드대 동문이었다. 지난해 하버드대를 졸업한 토머스는 텍사스오스틴대에서 역학(疫學)을 공부하고 있다. 여자 펜싱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리 키퍼(27·미국)는 식구 전원이 ‘긴 가방 끈’을 자랑한다. 일단 본인이 미국 노터데임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현재 켄터키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키퍼가 노터데임대를 선택한 건 신경외과 의사인 아버지가 노터데임대 펜싱부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같은 학교를 졸업한 정신과 전문의다. 남동생 액슬 역시 노터데임대 펜싱부에서 활동 중이다. 1남 2녀 중 맏언니 알렉산드리아만 하버드대 펜싱부 출신 의사로 가족과 다른 길을 걸었다. 미국만 이번 올림픽에서 고학력 메달리스트를 배출하고 있는 건 아니다. 사이클 여자 도로 경주에서 금메달을 딴 안나 키센 호퍼(30·오스트리아)는 스위스 로젠연방공대 박사 후 연구원 신분이다. 그는 트라이애슬론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박사 과정 때 운동 시간이 부족해 사이클에만 전념했고, 결국 올림픽 메달까지 따냈다. 오스트리아 선수가 여름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17년 만이었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여자 복싱 웰터급 16강에 진출한 독일 대표 아덴 아페츠(35) 역시 독일 쾰른대 박사 과정 재학생으로 주목받았다. 한국 대표팀에서는 ‘사격 황제’ 진종오(42)가 경남대 체육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하나의 유령이 도쿄를 떠돌고 있다. 중화사상이라는 유령이.’ 국민적인 기대와 부담을 안고 뛰는 건 어느 나라 선수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 중인 중국 선수들은 메달 종합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전에 보기 힘든 압박을 경험하고 있다. 조금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려도 극단적인 중화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 출전한 류이천-뤼진후이 조가 대표 사례다. 중국은 이 종목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었지만 이들은 결승에서 대만 대표 리양-왕지린 조에 0-2(18-21, 12-21)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필 정치적으로 민감한 관계인 대만에 패한 탓에 이들은 ‘매국노’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이에 사이클 여자 단체 스프린트 대표팀이 마오쩌둥 배지를 차고 시상대에 오르는 등 중국 선수들은 자신들의 애국심을 증명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에 속해 있으면서도 올림픽 대표팀은 따로 꾸리는 홍콩 대표 선수들도 ‘배신자’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중화주의자들은 자국 정부도 비난한다. 중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입양 가정에서 자란 마거릿 맥닐이 수영 여자 100m 접영에서 중국 대표 장위페이를 0.05초 차이로 제치고 금메달을 따자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올림픽 메달을 놓쳤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중화주의자들은 이렇게 스포츠를 통해 ‘중국 굴기(굴起)’를 구현하려 하지만 바깥세상 풍경은 정반대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달 9일 중국 내 인권 상황을 이유로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보이콧하라고 회원국에 권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결승 길목에서 한국과 일본이 만나게 됐다. 한국은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경기에서 이스라엘에 11-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일본은 10회 승부치기 끝에 미국에 7-6 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도 준결승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때도 4일 오후 7시에 시작하는 한일전에서 이기면 결승에 오른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패한다고 결승 진출 자격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하면 다시 일본과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벌일 수 있다. 단, 패자부활전에서 패하게 되면 3, 4위 결정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3연패만 당하지 않으면 무조건 메달을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날 한국이 이스라엘을 물리치는 데 가장 앞장선 선수는 오지환(31·LG)이었다. 한국이 1-0으로 앞서 가던 3회말 2점 홈런을 치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오지환은 수비에서도 1회와 3회에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해 국가대표팀에 처음 이름을 올린 선발투수 김민우(26·한화)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지난달 29일 조별리그 첫 경기 때도 이스라엘에 0-2로 뒤진 4회말 동점 2점 홈런을 터뜨리고, 4-4로 맞선 7회말에도 역전 2루타를 쳤던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예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면서 “국가대표다운 선수가 되고, 승리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한국이 금메달을 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때 생애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 팀에 뽑혔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오지환이 대회 기간 장염에 시달리느라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그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에게 ‘오지환 선발 과정에서 청탁이 있던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아시아경기 때 오지환과 함께 ‘특혜 선발’ 논란 중심에 섰던 대표팀 톱타자 박해민(31·삼성)도 이번 올림픽에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4차례 모두 1회에 출루에 성공해 테이블 세터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해민은 이날 5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2루타를 치면서 직접 ‘해결사’로 나서기도 했다.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공동 금메달도 가능한가요?” 카타르 남자 높이뛰기 대표 무타즈 바르심(30)은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 도중 심판진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심판진은 “상대 선수도 동의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대 선수’이자 ‘절친’이었던 잔마르코 탐베리(29·이탈리아)의 대답도 물론 OK였다. 그렇게 올림픽 높이뛰기 역사상 첫 번째 공동 금메달이 나왔다. 두 선수는 이날 2m37을 1차 시기에 넘은 뒤 2m39에 도전했지만 3차 시기까지 모두 실패했다. 두 선수는 이날 2m24부터 2m35까지 전부 1차 시기에 성공했기에 모든 기록이 똑같은 상황. 국제육상경기연맹(WA)은 이럴 때 ‘승부뛰기’를 통해 순위를 가리도록 하고 있다. 높이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끝까지 살아남는 선수에게 높은 순위를 주는 방식이다. 단, WA 규정 26.8.4는 ‘참가 선수 전원이 승부뛰기 참가를 거부하면 공동 순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두 선수는 이 규정에 따라 공동 금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공동 금메달을 따낸 뒤 바르심은 트위터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촌에서 탐베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올리며 “탐베리는 필드 바깥에서도 나와 가장 친한 친구”라면서 “금메달 하나보다 더 좋은 게 있다면 바로 금메달 두 개”라고 썼다.125년 여름올림픽 역사상 공동 금메달을 받은 건 이들이 30번째다. 공동 은메달은 35번이 나왔다. 레슬링, 유도, 태권도처럼 원래 동메달이 2개인 종목을 제외하면 공동 동메달은 54번이다. 겨울올림픽에서는 공동 금메달 9번, 은메달 13번, 동메달 8번이 나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시몬 바일스(24·미국·사진)는 스스로를 ‘GOAT’(the 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라고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6개 전 종목 금메달이 목표라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전 세계 무게가 내 어깨에 얹혀진 것 같다”며 연일 기권을 택하고 있다. 팀 동료는 물론이고 언론 역시 “메달보다 정신 건강이 먼저”라며 지지를 표했다. 세상이 변했다고 느낀다면 이제 우리도 다르게 사는 게 맞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예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 중인 한국 야구 국가대표 오지환(31·LG)은 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녹나웃 스테이지 2라운드에 경기에서 이스라엘에 11-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뒤 이렇게 말했다. 오지환은 한국이 금메달을 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때 생애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 팀에 뽑혔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오지환이 대회 기간 장염에 시달리느라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그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의원(35·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에게 ‘오지환 선발 과정에서 청탁이 있던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지환은 이번 대회 들어 공수양면에서 맹활약하며 논란을 불식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0-2로 뒤진 4회말 동점 2점 홈런을 터뜨렸고, 4-4로 맞선 7회말에도 역전 2루타를 쳤다. 그리고 이날도 팀이 1-0으로 앞서가던 3회말 2점 홈런을 치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오지환은 수비에서도 1회와 3회에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하면서 국가대표팀에 처음 이름을 올린 선발 투수 김민우(26·한화)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오지환은 “국가대표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자리다. 힘든 걸 티내고 싶지 않다. 국가대표다운 선수가 되고, 승리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어떤 상황이건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직접 뛰고 있으니 할 수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경기 때 오지환과 함께 ‘특혜 선발’ 논란 중심에 섰던 대표팀 톱타자 박해민(31·삼성)도 이번 올림픽에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4차례 모두 1회에 출루에 성공하면서 테이블 세터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해민은 이날 5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2루타를 치면서 직접 ‘해결사’로 나서기도 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앞으로 3연패만 당하지 않는다면 최소 동메달을 따낼 수 있게 됐다. 금메달을 따려면 반드시 2연승이 필요하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모두 이기면 당연히 금메달이고, 준결승에서 지더라도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하면 결승전에 올라 다시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 다만 패자부활전에서 패하게 되면 3, 4위 결정전으로 밀려난다. 한국은 4일 오후 7시에 미국-일본의 승자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공동 금메달도 가능한가요?” 카타르 남자 높이뛰기 대표 무타즈 바르심(30)은 1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 도중 심판진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심판진은 “상대 선수도 동의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대 선수’이자 ‘절친’이었던 지안마르코 탐베리(29·이탈리아)의 대답도 물론 OK였다. 그렇게 올림픽 높이뛰기 역사상 첫 번째 공동 금메달이 나왔다. 두 선수는 이날 2m37을 1차 시기에 넘은 뒤 2m39에 도전했지만 3차 시기까지 모두 실패했다. 두 선수는 이날 2m24부터 2m35까지 전부 1차 시기에 성공했기에 모든 기록이 똑같은 상황. 국제육상경기연맹(WA)은 이럴 때 ‘승부뛰기’를 통해 순위를 가리도록 하고 있다. 높이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끝까지 살아 남는 선수에게 높은 순위를 주는 방식이다. 단, WA 규정 26.8.4는 ‘참가 선수 전원이 승부뛰기 참가를 거부하면 공동 순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두 선수는 이 규정에 따라 공동 금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공동 금메달을 따낸 뒤 바르심은 트위터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촌에서 탐베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올리며 “탐베리는 필드 바깥에서도 나와 가장 친한 친구”라면서 “금메달 하나보다 더 좋은 게 있다면 바로 금메달 두 개”라고 썼다. 발목 부상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던 탐베리는 당시 발목을 감쌌던 깁스를 손에 들고 “의료진은 내게 다시는 어떤 경기에도 참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용기를 불어 넣어준 친구가 바로 바르심이었다”고 말했다. 125년 여름올림픽 역사상 공동 금메달을 받은 건 이들이 30번째다. 공동 은메달은 35번이 나왔다. 레슬링, 유도, 태권도처럼 원래 동메달이 2개인 종목을 제외하면 공동 동메달은 54번이다. 겨울 올림픽에서는 공동 금메달 9번, 은메달 13번, 동메달 8번이 나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김현수(33·LG·사진)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도미니카공화국을 물리쳤다. 한국은 1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3루에서 김현수가 안타를 치면서 4-3,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3으로 시작한 9회 말 대타 최주환(SSG)의 안타와 대주자 김혜성(키움)의 도루로 추격에 불을 붙였다. 이어 박해민(삼성)의 적시타와 이정후(키움)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김현수의 안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대회가 채택한 녹아웃 시스템은 토너먼트 방식과 같은 맥락이다. ‘패배=탈락’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야구에 적용된 녹아웃 시스템은 패자 부활전이 가미된 변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설사 지더라도 다음 경기를 이긴다면 계속 경기를 치를 수 있다. 한국은 2일 낮 12시 이스라엘과 맞붙는다. 이스라엘을 이기면 일본-미국 경기 승자와 4일에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이스라엘에 지더라도 탈락하지는 않는다. 이럴 경우 한국은 3일 오후 7시에 도미니카와 다시 맞대결을 벌여 패자부활에 도전한다. 한국이 도미니카에게 패하면 탈락이 확정된다. 이처럼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변칙 패자부활전 제도’를 통해 도쿄 올림픽 메달을 가린다. 연패를 당하지만 않으면 계속 다음 라운드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이 9전 전승으로 우승한 2008 베이징 대회 때는 본선 진출 8개국이 풀리그를 진행한 뒤 1-4위, 2-3위가 맞붙는 4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참가국 수가 6개로 줄어들면서 새 시스템이 도입됐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 우승하려면 2일 이스라엘전을 포함해 3연승을 거두면 가능하다. 만약 이스라엘에 패하더라도 그 후 4경기를 다 이긴다면 정상에 오른다. 한국이 이스라엘을 이긴 뒤 그 다음 경기를 지더라도 그 후 2연승을 거두면 금메달을 차지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김현수(33·LG)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도미니카공화국을 물리쳤다. 한국은 1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3루에서 김현수가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안타를 치면서 4-3,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3으로 시작한 9회 말 대타 최주환(33·SSG)의 안타와 대주자 김혜성(22·키움)의 도루로 추격에 불을 붙였다. 이어 박해민(31·삼성)의 적시타와 이정후(23·키움)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김현수의 안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2일 낮 12시 이스라엘과 녹아웃 스테이지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열린 조별리그에서 이스라엘에 연장 끝에 6-5로 이긴바 있다. 이스라엘을 연파하면 같은 날 열리는 일본-미국 경기 승자와 4일에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이스라엘에 지더라도 곧바로 탈락은 아니다. 만약 한국이 이 경기에서 패하면 3일 오후 7시에 도미니카공화국과 다시 맞대결을 벌여 패자부활에 도전하게 된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을 채택한 ‘변칙 패자부활전 제도’를 통해 도쿄 올림픽 메달을 가린다. 연패를 당하지만 않으면 계속 다음 라운드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제도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개최국 일본이 어떻게든 금메달을 따려고 이상한 경기방식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많다. 2008 베이징 대회 때는 본선 진출 8개국이 풀리그를 진행한 뒤 1-4위, 2-3위가 맞붙는 4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야구와 소프트볼을 같은 종목으로 묶으면서 참가국 숫자를 8개국에서 6개국으로 줄였다. 같은 종목에서는 남녀 참가 숫자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야 하는데 야구(24명)와 소프트볼(15명)의 엔트리 숫자 차이가 나자 참가팀을 줄이는 방식으로 남녀 선수 차이를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여러 번 지고도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기묘한(?) 방식으로 경기가 운영된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태평양 섬나라 피지에는 7달러(약 3850원) 지폐가 있다. 보통 5의 배수 단위로 화폐를 만든다는 걸 감안하면 7달러 지폐는 특이한 존재다. 사실 피지에서도 2016년까지는 5달러 다음이 10달러였다. 그러다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럭비 세븐스’(7인제 럭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7달러 지폐를 선보였다. 원래 15인제로 진행하는 럭비는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92년 만에 7인제로 부활해 다시 올림픽 종목이 됐다. 그러니까 피지가 올림픽 럭비 세븐스 초대 챔피언인 것이다. 또 피지가 색깔을 떠나 올림픽 메달을 딴 것도 이 럭비 세븐스 금메달이 처음이었다. 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7달러 지폐가 2017년 세상에 나왔다. 피지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럭비 세븐스 금메달을 차지했고 피지준비은행은 14달러짜리 지폐 출시 계획을 알렸다. 피지에 럭비가 있다면 우루과이에는 축구가 있다. 1930년 제1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챔피언인 우루과이는 올림픽 금메달 2개도 전부 축구에서 얻어갔다(1924, 1928년). 아르메니아는 리우 때까지 올림픽 금메달 2개를 전부 레슬링에서 따냈고, 칠레는 테니스 금메달만 2개다. 파키스탄은 금메달 3개를 전부 필드하키에서 얻었고, 인도네시아 선수가 딴 올림픽 금메달 7개는 전부 배드민턴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진짜 ‘효자 종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에티오피아와 자메이카는 각각 올림픽 금메달 22개를 땄는데 두 나라 모두 육상에서만 이 금메달을 수확했다.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1932∼1973)의 조국인 에티오피아는 금메달을 딴 가장 짧은 거리가 5000m인 반면에 ‘번개’ 우사인 볼트(35)의 조국인 자메이카는 금메달을 따낸 제일 먼 거리가 1600m다. 그것도 네 사람이 400m씩 나눠 뛰는 1600m 계주였다. 올림픽에서 특정 종목 금메달을 특정 국가에서 가장 많이 가져간 건 탁구의 중국이다. 한국 양궁은 금메달을 따면 이를 높게 평가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지만 중국 탁구는 금메달을 내주면 상대 선수를 칭찬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를 정도다. 미국 언론인 찰스 데이나(1819∼1897)가 말한 것처럼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문 건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88 서울 올림픽 때 탁구가 정식 종목이 된 뒤로 이 종목 금메달 32개 가운데 28개(87.5%)를 가져갔다. 5번 이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종목 가운데 특정 국가 금메달 독점률이 가장 높은 게 탁구다. ‘드림팀’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낸 미국 대표팀이 농구 금메달을 따낸 비율(76.7%)도 중국 탁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현대 양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72 뮌헨 대회 때부터 2016 리우 대회 때까지 이 종목 금메달 40개 가운데 23개(57.5%)를 따냈다. 중국은 2004 아테네 대회 때 한국 대표 유승민(39·현 대한탁구협회장)에게 남자 단식 금메달을 내준 뒤로 2016 리우 올림픽 때까지 탁구 금메달을 전부 독식했다. 다행히(?) 일본 대표 이토 미마(21)-미즈타니 준(32) 콤비가 2020 도쿄 대회 때부터 정식 종목이 된 혼합복식 금메달을 가져가면서 17년 만에 이 독점이 깨지게 됐다. 색깔 구분 없이 메달 수만 따져도 중국은 전체 올림픽 탁구 메달 99개 가운데 53개(53.5%)를 쓸어 갔다. ‘선수 수출’도 중국 탁구가 1등이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탁구 선수 172명 가운데 최소 32명(18.6%)이 중국에서 태어났다. 이 가운데 6명만이 중국 대표 선수고 나머지는 전부 다른 나라 대표팀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여자 대표팀에서도 신유빈(17)을 제외한 전지희(29), 최효주(23)가 중국 출신이다. 도쿄 대회에서 ‘안방 어드밴티지’를 만끽하고 있는 일본이 이전까지 올림픽 금메달을 많이 딴 종목은 자신들이 종주국인 유도(39개)였다. 이어 레슬링에서 32개, 체조에서 31개, 수영에서 22개 금메달을 땄다. 다섯 번째로 일본에 금메달을 많이 안긴 종목은 육상(7개)이었다. 이 육상 금메달 7개에는 손기정 선생(1912∼2002)이 1936년 베를린 대회서 따낸 남자 마라톤 금메달도 들어가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하지민(32·부산 해운대구청)이 한국 요트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 레이스에 진출했다.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4회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하지민은 30일 일본 가나가와현 에노시마 요트 하버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요트 레이저급 10차 레이스에서 6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1∼10차 레이스 총점 114점으로 참가 선수 35명 가운데 7위를 차지해 상위 10명이 겨루는 메달 레이스에 진출했다. 하지민은 다음 달 1일 오후 2시 33분 같은 장소에서 이 대회 마지막 레이스에 나선다. 다이빙에서는 김수지(23·울산시청)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준결선에 진출했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 출신인 김수지는 이날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여자 3m 스프링보드 경기에서 합계 304.20점으로 출전 선수 28명 가운데 7위로 31일 열리는 준결선에 나서게 됐다. 남자 선수 가운데는 우하람(23)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준결선에 올라 11위로 대회를 마친 적이 있다. 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18·서울체고)는 남자 자유형 50m 예선에서 22초74로 73위에 그치면서 상위 16명이 겨루는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골든 그랜드슬램’을 노리던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사진)가 2020 도쿄 올림픽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코비치는 30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테니스 파크에서 열린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24·독일·5위)에게 1-2(6-1, 3-6, 1-6)로 역전패했다.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면서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는 물론이고 올림픽까지 우승을 차지하는 골든 그랜드슬램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호주오픈 8강에서 3-1 승리를 거뒀던 츠베레프에게 덜미가 잡히면서 3, 4위전으로 밀려났다. 조코비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편 시몬 바일스(24·미국)가 극심한 정신적 부담을 호소하며 기권을 선언한 여자 체조 개인종합에서는 팀 동료 수니사 리(18)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 몽족 피가 흐르는 리는 29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결선에서 총점 57.433점으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국 배드민턴의 ‘오뚜기’ 안세영(19·삼성생명)이 4강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세계랭킹 7위 안세영은 30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 8강전에서 랭킹 2위 천위페이(23·중국)에게 0-2(18-21, 19-21)로 패했다. 이번 한국 올림픽 배드민턴 출전 선수 가운데 최연소인 안세영은 양쪽 무릎이 다 까진 채로 이날 경기에 나섰다. 앞선 세 경기에서 상대 셔틀콕을 끝까지 쫓아 가느라 무릎이 코트에 쓸리는 과정에서 남은 상처였다. 2게임 막판 발목까지 다친 안세영은 응급 치료를 받고 다시 코트로 돌아왔지만 4전 전패였던 상대전적을 극복하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자신의 첫 올림픽을 마친 안세영은 “(발목이) 이보다 더 크게 다쳤어도 계속 뛰었을 거다. 선생님(장영수 대표팀 코치)이 정말 열심히 같이 훈련해 주셨는데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너무 아쉽다”면서 “이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건가 보다. 앞으로도 더욱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 펜싱 에페 대표팀은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일본에 38-45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태평양 섬나라 피지에는 7달러(약 3850원) 지폐가 있다. 보통 5의 배수 단위로 화폐를 만든다는 걸 감안하면 7달러 지폐는 특이한 존재다. 사실 피지에서도 2016년까지는 5달러 다음이 10달러였다. 그러다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럭비 세븐스’(7인제 럭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7달러 지폐를 선보였다. 원래 15인제로 진행하는 럭비는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2016 리우 대회 때 92년 만에 7인제로 부활해 다시 올림픽 종목이 됐다. 그러니까 피지가 올림픽 럭비 세븐스 초대 챔피언인 것이다. 또 피지가 색깔을 떠나 올림픽 메달을 딴 것도 이 럭비 세븐스 금메달이 처음이었다. 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7달러 지폐가 2017년 세상에 나왔다. 피지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럭비 세븐스 금메달을 차지했고 피지준비은행은 14달러짜리 지폐 출시 계획을 알렸다. 피지에 럭비가 있다면 우루과이에는 축구가 있다. 1930년 제1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챔피언인 우루과이는 올림픽 금메달 2개도 전부 축구에서 얻어갔다(1924, 1928년). 아르메니아는 리우 때까지 올림픽 금메달 2개를 전부 레슬링에서 따냈고, 칠레는 테니스 금메달만 2개다. 파키스탄은 금메달 3개를 전부 필드하키에서 얻었고, 인도네시아 선수가 딴 올림픽 금메달 7개는 전부 배드민턴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진짜 ‘효자 종목’이라고 말하는 어렵다. 에티오피아와 자메이카는 각각 올림픽 금메달 22개를 땄는데 두 나라 모두 육상에서만 이 금메달을 수확했다.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1932~1973)의 조국인 에티오피아는 금메달을 딴 가장 짧은 거리가 5000m인 반면 ‘번개’ 우사인 볼트(35)의 조국인 자메이카는 금메달을 따낸 제일 먼 거리가 1600m다. 그것도 네 사람이 400m씩 나눠 뛰는 1600m 계주였다. 올림픽에서 특정 종목 금메달을 특정 국가에서 가장 많이 가져간 건 탁구의 중국이다. 한국 양궁은 금메달을 따면 이를 높게 평가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지만 중국 탁구는 금메달을 내주면 상대 선수를 칭찬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를 정도다. 미국 언론인 찰스 대너(1819~1897)가 말한 것처럼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문 건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88 서울 올림픽 때 탁구가 정식 종목이 된 뒤로 이 종목 금메달 32개 가운데 28개(87.5%)를 가져갔다. 5번 이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종목 가운데 특정 국가 금메달 독점률이 가장 높은 게 탁구다. ‘드림팀’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낸 미국 대표팀이 농구 금메달을 따낸 비율(76.7%)도 중국 탁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현대 양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72 뮌헨 대회 때부터 2016 리우 대회 때까지 이 종목 금메달 40개 가운데 23개(57.5%)를 따냈다. 중국은 2004 아테네 대회 때 한국 대표 유승민(39·현 대한탁구협회장)에게 남자 단식 금메달을 내준 뒤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까지 탁구 금메달을 전부 독식했다. 다행히(?) 일본 대표 이토 미마(21)-미즈타니 준(32) 콤비가 2020 도쿄 대회 때부터 정식 종목이 된 혼합복식 금메달을 가져가면서 17년 만에 이 독점이 깨지게 됐다. 색깔 구분 없이 메달 숫자만 따져도 중국은 전체 올림픽 탁구 메달 99개 가운데 53개(53.5%)를 쓸어 갔다. ‘선수 수출’도 중국 탁구가 1등이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탁구 선수 172명 가운데 최소 32명(18.6%)이 중국에서 태어났다. 이 가운데 6명만이 중국 대표 선수고 나머지는 전부 다른 나라 대표팀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여자 대표팀에서도 신유빈(17)을 제외한 전지희(29), 최효주(23)가 중국 출신이다. 도쿄 대회에서 ‘안방 어드밴티지’를 만끽하고 있는 일본이 이전까지 올림픽 금메달을 많이 딴 종목은 자신들이 종주국인 유도(39개)였다. 이어 레슬링에서 32개, 체조에서 31개, 수영에서 22개 금메달을 땄다. 다섯 번째로 일본에 금메달을 많이 안긴 종목은 육상(7개)이었다. 이 육상 금메달 7개에는 손기정 선생(1912~2002)이 1936년 베를린 대회서 따낸 남자 마라톤 금메달도 들어가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색깔과 개수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한국이 2020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서 메달을 따게 되는 건 확실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2개 조가 모두 4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5위 김소영(29)-공희용(25) 조는 29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8강전에서 세계 랭킹 2위인 일본의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 조를 2-1(21-14, 14-21, 28-26)로 누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1994년생 동갑내기 이소희-신승찬 콤비는 네덜란드의 셀레나 피크-헤릴 세이넌 조를 2-0(21-8, 21-17)으로 물리치고 준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두 팀은 따로 4강전을 치르기 때문에 결승에서 만날 수도 있고, 한 팀만 결승에 올라갈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3, 4위 결정전에서 만난다고 해도 최소 한 팀은 동메달을 따게 된다. 전날에는 남자 단식 세계 랭킹 38위 허광희(26·삼성생명)가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랭킹 1위 모모타 겐토(26)를 2-0(21-15, 21-19)으로 물리치는 등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선수들이 번번이 박주봉 감독이 지휘봉을 쥔 강호 일본 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도 29일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핸드볼 여자부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일본을 27-24로 물리쳤다. 한편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 선수단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종합훈련원에서 결단식을 열었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수영에서 3관왕에 올랐던 조기성(26)은 “장애인 수영의 역사가 돼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주원홍 선수단장(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은 “우리 선수단이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높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재미있는 우연일까. 아니면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일까. 한국이 28일까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은 모두 4개. 공교롭게도 이 금메달 4개가 전부 2명 이상이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물이다. 양궁에서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혼성전을 비롯해 남녀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금메달 3개를 따냈고 펜싱 사브르 남자 대표팀도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양정모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때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에서 첫 금메달을 딴 뒤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여자 골프에서 박인비가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한국이 따낸 금메달은 총 90개. 이 가운데 단체전 금메달은 21개(23.3%)에 불과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의 단체전 금메달 비중이 이렇게 올라간 건 보통 대회 초반에 열리는 칼(펜싱)과 총(사격) 종목에서 부진한 탓이 크다. 리우에서는 펜싱 에페 대표 박상영(26)이 “할 수 있다”를 외치며 한국 선수단에 첫 번째 개인전 금메달을 선물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때는 사브르 세계 랭킹 1위 오상욱(25)마저 오심 논란 끝에 8강에서 탈락했다. 2012 런던 대회 때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사격 황제’ 진종오(42)도 주 종목이었던 50m 권총이 사라진 이번 대회 때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이기광 국민대 교수(체육학)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떤 나라든지 다른 나라 선수에 대한 최신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양궁이나 펜싱 사브르는 한국 대표 선수들 기량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단체전 전략을 짜기가 수월했을 거다. 또 코로나19 방역이 잘 지켜진 진천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한 것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요컨대 한국 대표 선수단은 ‘사회적 거리 좁히기’ 상황에서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 결과가 단체전 금메달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재미있는 우연일까. 아니면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일까. 한국이 28일까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은 모두 4개. 공교롭게도 이 금메달 4개가 전부 2명 이상이 힘을 따낸 결과물이다. 양궁에서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혼성전을 비롯해 남녀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금메달 3개를 따냈고 펜싱 사브르 남자 대표팀도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양정모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때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에서 첫 금메달을 딴 뒤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여자 골프에서 박인비가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한국이 따낸 금메달은 총 90개. 이 가운데 단체전 금메달은 21개(23.3%)에 불과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의 단체전 금메달 비중이 이렇게 올라간 건 보통 대회 초반에 열리는 칼(펜싱)과 총(사격) 종목에서 부진한 탓이 크다. 리우에서는 펜싱 에페 대표 박상영(26)이 “할 수 있다”를 외치며 한국 선수단에 첫 번째 개인전 금메달을 선물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때는 사브르 세계랭킹 1위 오상욱(25)마저 오심 논란 끝에 8강에서 탈락했다. 2012 런던 대회 때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사격 황제’ 진종오(42)도 주종목이었던 50m 권총이 사라진 이번 대회 때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이기광 국민대 교수(체육학)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떤 나라던지 다른 나라 선수에 대한 최신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양궁이나 펜싱 사브르는 한국 대표 선수들 기량이 서로 엇비슷하기 때문에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단체전 전략을 짜기가 수월했을 거다. 또 코로나19 방역이 잘 지켜진 진천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한 것도 도움을 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요컨대 한국 대표 선수단은 ‘사회적 거리 좁히기’ 상황에서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결과가 단체전 금메달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영국 여자 체조 대표팀은 27일 끝난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여자 단체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영국 대표 제니퍼-제시카 가디로바 쌍둥이 자매(17)는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여름올림픽에서 나란히 메달을 딴 8번째 쌍둥이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겨울올림픽까지 합치면 이들은 13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 쌍둥이가 된다. 14번째 쌍둥이는 28일 바로 나왔다. 이번 올림픽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3대3 농구에서 ROC가 여자부 은메달을 따면서 올가-예브게니야 프롤키나 쌍둥이 자매(24)도 나란히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프롤키나 쌍둥이 자매의 24번째 생일날이기도 했다. ROC에서는 리듬체조 대표팀 디나-아리나 아베리나 쌍둥이 자매(22)가 메달을 추가할 수도 있다. 사실 쌍둥이가 같은 종목 선수로 뛰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올림픽에서 나란히 메달을 딴 쌍둥이 14쌍 가운데 서로 다른 종목에서 메달을 딴 케이스는 하나도 없다. 올림픽에 나갈 정도로 기량을 갖춘 선수 가운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선수는 한 명도 없을 거다. 그런데 쌍둥이가 계속 같은 종목에서 메달을 딴다면 특정 종목에 강한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닐까.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