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합의 결과에 대해 일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일선 경찰관을 중심으로 이번 합의안에 여전히 반발기류가 있지만 대체로 “성과를 얻었다”는 분위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경찰 수뇌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서 ‘모든 수사’란 표현이 빠지진 않았지만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요구해온 대로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한 만큼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일부에서 불만이 있지만 경찰이 수사주체라는 현실을 명실상부하게 인정받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9일 단행된 총경 인사를 놓고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 협상을 주도한 윤외출 경찰청 수사연구관실장(총경)이 경찰수사연수원 운영지원과장으로 전출됐기 때문이다. 윤 총경은 지난달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아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 작업 실무를 이끌었다. 경찰 안팎에서는 윤 총경이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은 지 두 달도 안 돼 자리를 옮긴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윤 총경이 이번 합의안에 불만을 갖고 사의를 표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총경과 함께 실무를 맡은 황정인 경정 등 부하 직원 3명도 정부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나온 20일 “협상 내용이 실망스러워 더는 이 자리에 있을 이유를 못 느낀다”며 타 부서 전출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윤 총경은 “인사를 앞두고 전출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서다”라며 “수사권 조정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상장기업 대상 연찬회를 열면서 행사 비용을 부풀려 수천만 원을 챙기고 이 돈으로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의 전신)와 금융감독원 간부들에게 골프와 술 접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는 직원 평균연봉이 1억448만 원(2010년 기준)으로 공기업 중 가장 높다. 이런 기관이 감독대상인 상장기업들에 실제 소요 비용보다 더 많은 액수를 참가비로 걷은 뒤 남는 돈으로 상급기관에 로비를 하고 일부는 개인 용도로 착복한 것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06년 6월∼2007년 10월 5차례에 걸쳐 제주도에서 ‘상장법인 공시책임자 연찬회’를 열면서 특정 여행사에 행사를 몰아주고 이 대가로 여행사로부터 21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한국거래소 팀장급 직원 김모 씨(42)와 정모 씨(44), 하모 씨(45) 등 3명을 23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 등은 연찬회 1회 개최 비용을 8000만 원으로 부풀려 잡고 2000만 원은 한국거래소가, 나머지 6000만 원은 상장기업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김 씨 등은 평소 친분이 있는 J여행사에 연찬회를 5차례 몰아주는 대가로 건당 200만∼600만 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 등은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연찬회에 강사로 초빙한 금융위와 금감원 간부 11명에게 골프와 술 접대를 하고 항공비와 호텔숙박비까지 대신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접대를 받은 금융당국 간부는 과장급에서 국장급까지 다양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위의 한 과장은 1시간 강의료로 50만 원을 받은 뒤 현금 50만 원을 추가로 요구하는 등 금융당국 간부들이 골프와 술 접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선물거래업 허가권 등 한국거래소에 대해 각종 검사와 조사권한을 갖고 있다. 금감원도 금감위의 결정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실제로 감독하는 기관이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집중 관리 대상이었던 셈이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에겐 ‘갑’의 위치에 있는 곳. 한국거래소는 기업들의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주요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공시업무를 한다. 기업이 공시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당 업체를 관리종목이나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하고 상장을 폐지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국거래소가 여는 연찬회에는 현대건설과 두산건설, C&중공업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연찬회 회식 도중 술값이 부족하자 기업 쪽 참석자들에게 430여만 원을 대신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한국거래소 간부들과 상장기업 임원들이 공시나 상장폐지와 관련해 특혜를 주거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위의 후신인 금융위 측은 “타 기관 소속 공무원과 민간인도 (신분을) 금융위원회로 기술해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계 공무원에게 확인해보니 금융위 모 과장이 받았다는 골프접대 20만 원은 본인 개인카드로 결제한 증빙이 있고, 250만 원짜리 유흥주점 접대를 받았다는 모 서기관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공시책임자 교육은 공시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관련 규정에 따라 개최한 것이며 증권회사 투자은행(IB) 담당 임원 등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도 상장 및 회계제도 등의 개선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열었다”며 “연찬회가 거래소 간부와 상장회사 임원의 유착의 장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서 언급된 ‘모든 수사’에 경찰의 내사가 포함되는지에 대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1일 “현재도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경찰이 하는 내사는 모든 수사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직접 중재한 임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질의에 “현실적으로 수사 관행에 안 들어가는 것은 (수사 범위에) 안 들어간다. 조정안은 현실의 수사 관행을 명문화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실장은 당초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의 질의에 “법무부가 향후 세부적으로 시행령을 만들 때 검경 두 기관이 합의해서 명확히 정리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가 홍 의원이 내사의 성격을 다시 질의하자 “수사는 법률행위이고 내사는 수사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경은 전날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의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문구에 합의했다. ‘모든 수사’의 범위를 놓고 경찰은 “내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반면 검찰은 “법무부령으로 정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양측이 다시 갈등을 빚었으나 임 실장이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0일 최종 합의 때 임 실장이 수사과정에 내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무회의에서 재확인하기로 약속했다”며 “청와대도 경찰의 독자적 내사 권한을 분명히 한 만큼 더는 소모적인 논쟁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이 내사도 수사에 포함시켜 지휘하려 한다면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내사에 대해 범죄사건등재부에 기록하기 전, 즉 입건 전 단계라고 설명하는 반면 검찰은 범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를 조사한다면 입건 전이라도 사실상 수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임 실장의 발언이 나온 뒤에도 “합의안에는 내사가 ‘모든 수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없다”며 “어느 단계부터 수사로 볼 것인지는 검경 협의를 거쳐 법무부령에 마련될 것”이라는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은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심사숙고하여 수사 현실을 반영해 조정한 것”이라며 “기관별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합의정신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
20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중재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이 합의에 이르렀지만 양측의 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두고 ‘불만족의 균형’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검경이 이날 합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향후 6개월 동안 이 법안의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한 만큼 협의 과정에서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구두(口頭)와 문건(文件) 사이 우선 개정된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선 이 조항의 문구를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에서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고쳤다. 이 ‘모든 수사’에 경찰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내사(內査)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사란 통상적으로 수사 대상자를 피의자로 입건하기 전에 실시하는 초기 단계의 조사로 경찰은 지금까지 내사 단계에서는 대부분의 사건을 검찰에 보고하지도, 검찰의 지휘를 받지도 않았다. 검찰의 지휘는 형사입건할 때부터 받아온 것. 이날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조현오 경찰청장은 “196조 1항의 ‘모든 수사’에서 경찰의 내사는 빠진다. 내사는 수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의 의미에 내사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회의 참석자가 양해했다. 내사 단계에서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사개특위에서 “경찰 내사 사건은 지휘 대상에서 빠진다”라고 말했다가 잠시 후 “중복 수사나 내사의 정의가 혼선을 빚는 부분에 대해 법무부령으로 정리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 관계자도 “내사를 제외한다는 것은 합의안에 명시되지 않았고 내사 또한 수사로 봐야 한다”고 말해 합의안에 대한 검경의 해석이 다르다는 점을 드러냈다.○ 내사와 수사 구분이 관건 결국 어느 단계까지가 내사인지를 가리는 게 법무부령 마련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무부령인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에는 ‘범죄에 관한 기사, 신고, 풍설이 있을 때 진상을 내사한 후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내사는 범죄 혐의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수사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입건 전에 실시하는 수사를 모두 내사로 규정해 검찰의 지휘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조정안으로 독립적인 내사권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범죄 혐의가 의심될 경우 자유롭게 내사를 하고 피의자를 입건한 뒤부터 검사의 지휘를 받으면 된다고 본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내사를 할 수 있게 되면 검사 등 법조인이 얽혀 있어 제대로 손도 대보기 전에 검찰에 넘겨야 했던 사건들을 이젠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1년 “입건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범죄에 대한 조사를 했다면 수사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초기 압수수색이나 계좌영장 청구 때는 물론이고 중요 참고인 소환 단계부터 수사로 규정하는 방안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 검사 지휘권 명시 수준도 문제 검찰청법 조항에서 끌어온 196조 3항을 두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이 조항은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을 때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검찰이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얼마만큼 개입할 수 있는지 △어떤 사건에 대해 지휘를 강화할지 등에 대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권력분립의 원칙 아래 기소권은 검찰이 갖고 수사권은 경찰이 우선적으로 행사하는 형사소송제도를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사법전통을 이어받은 영미법계 국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원천적으로 분리해 경찰의 독자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은 본래 경찰에게 수사뿐만 아니라 기소권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1977년 경찰이 살인 피의자로 몰린 청소년들에게서 거짓 자백을 받아낸 사건을 계기로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기소권을 검찰에 넘겼다. 다만 수사에 관한 한 경찰이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검찰의 지휘도 받지 않는다. 미국 역시 수사권은 경찰이 전적으로 행사하고, 검찰은 경찰과 대등한 입장에서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해 법률적 조언자 역할을 한다. 기소도 시민배심원들이 기소의 타당성을 심의하는 대배심(Grand Jury)을 통해 대부분 이뤄지고, 검사는 피의자가 대배심을 포기하거나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는 수사와 기소에서 검찰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다. 독일은 19세기 초까지 기소와 수사권을 검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했다. 하지만 1971년 은행 인질강도 사건에서 검사가 경찰 의견을 묵살하고 총기를 사용하도록 지휘해 인질과 범인이 모두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초동수사에 한해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했다.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을 거쳐 경찰의 수사 범위를 모든 수사로 확대해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다만 경찰은 검사의 지휘·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검찰의 감독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와 형사소송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경찰이 1차적 수사권자다. 경찰이 수사 개시와 진행을 맡고 검찰은 2차적 수사권자로서 공소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이 수사하도록 통제한다. 또 수사를 할 때는 검·경이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조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검사의 지휘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검사는 해당 경찰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어 검찰의 지휘권도 동시에 보장한다. 벨기에에서는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갖되 검찰은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사가 경찰관 개인을 상대로 수사지휘를 할 수는 없고 반드시 서면으로 지휘하도록 하는 등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두고 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수사당국의 권한을 최대한 분산해 한 기관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선진국 형사소송법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20일 합의를 이룬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과 경찰은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심 불만을 쏟아냈다. 검찰은 합의안을 존중하지만 앞으로 법 시행 과정에서 새로 빚어질 문제점을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검토한 뒤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합의 내용은 수사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향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또 “검찰은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모든 수사 단계에서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를 더욱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밝혀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명문화된 데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e메일로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없던 ‘모든 수사 단계에서’라는 부분을 공식입장 발표 브리핑에서 급히 추가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선 검사들은 합의안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검사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준 것은 의사 면허가 없는 간호사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꼬았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경찰에서) 현실을 반영하자고 해놓고 이제 와서 더 큰 걸(수사권) 요구하고, 그걸 주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누가 지금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개시권이 명문화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경찰청 박종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의 수사 환경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볼 순 없으나 검찰과 경찰의 갈등으로 국민에게 염려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견지에서 정부 합의안을 수용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현행법상 경찰은 주체적으로 수사를 못하도록 돼 있어 현실과 괴리가 컸는데 이번 합의안에 경찰 스스로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논란이 됐던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아닌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이럴 것이라면 차라리 개정하지 않는 게 낫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경정급 간부는 “형소법 196조 1항이라는 상징성이 큰 자리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명시된 것은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상당 부분 제약을 받게 된다는 뉘앙스여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에 대한 책임론도 나왔다. 경찰대 출신의 한 간부는 “개정안 제196조 1항에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했는데 법률에서 ‘모든’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며 “내부적으로 조 청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퇴진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국무총리실이 19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검경 관계자를 불러 최종 실무자 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20일 열리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정부 중재안 없이 사개특위 위원들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하게 됐다. 총리실은 19일 오후 8시 임채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황희철 법무부 차관, 조영곤 대검 형사부장(대행), 이완규 대검 형사1과장 등 검찰 측 인사 3명과 김남석 행정안전부 1차관, 박종준 경찰청 차장, 민갑용 경찰청 기획조정과장 등 경찰 측 인사 3명이 참석하는 최종 실무자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마지막 조율을 시도했다. 총리실은 이날 회의에서 “사법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어떻게 변경할지에 대해 검경 양측의 의견을 마지막으로 조율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총리실은 이날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하되 선거와 공안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인지 시점부터 검찰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2차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형소법 196조 1항에 대한 검경 양측의 의견차가 커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이 되는 형소법 196조 1항의 변경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수사는 검사가 반드시 통제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되 검찰이 현실적으로 지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2차 중재안대로 검사의 지휘 조항을 없애고 예외적으로 공안 및 선거 사건만 지휘하게 하는 것은 본말이 뒤바뀐 논리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백번 양보해 검찰의 지휘 조항을 없애더라도 경찰이 반드시 다른 기관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시된 중재안에는 “경찰이 수사를 한 때에는 지체 없이 관련 서류와 증거를 검찰에 송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검찰의 수사 종결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경찰은 이를 수용했다. 이날 합의 실패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감”이라며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 충실히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선 오후 3시 반부터 밤늦게까지 150여 명의 평검사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수사권 조정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경찰은 수사개시권 명문화를 촉구하는 일체의 공식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합의가 실패한데 대해선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일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삭제하는 것은 끝까지 반대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선거나 공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입건 기준을 내려주면 거기에 맞춰 수사를 진행할 의향이 있다”며 “그런 절차 없이 검찰이 일방적으로 수사를 지휘하면 오히려 검찰의 입김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국무총리실의 수사개시권 조정방안 중재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19일 검찰과 경찰은 내부적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하고 협상전략을 짜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두 기관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전 부처 장차관 워크숍에서 검경의 수사권 대립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한 점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각자 입장을 언론과 정치권에 알리는 데 부심했다. 》 ○ 檢 “수사권은 형사법 근간 바꾸는 문제”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 15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20분부터 8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김밥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채 밤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는 △1999년 2월 심재륜 당시 대구고검장의 항명 파동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인사서열 파괴’ △2005년 5월 국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대책회의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회의 참석자들은 “수사권 논의는 기관 간 권한 배분·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문제”라며 “소수의 몇 사람이 시간에 쫓겨 급하게 결정할 것이 아니라 큰 공론의 장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또 “사법통제나 주민통제를 받지 않는 사법경찰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행정·사법경찰의 분리, 자치경찰제 도입 등도 (수사권 조정과)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등 대검찰청 주요 간부들도 이날 대부분 출근해 대책회의를 여는 한편 국회와 총리실을 상대로 마지막 설득작업을 벌였다.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도 “총장님이 직을 걸고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 등 검찰 내부의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는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왔다.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경찰, 심야대책회의 열어 대응논리 고심경찰은 수사개시권 명문화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이나 일체의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중재안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박종준 차장 등 경찰청 간부들은 조현오 청장 주재로 비공식 회의를 갖고 총리실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는 등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였다. 경찰 수뇌부도 이날 총리실 주재로 최종 실무자 회의가 열리는 점을 감안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경찰 관계자는 “총리실이 합리적인 중재안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검찰의 반발 때문에 ‘수사권력 투명화’라는 사법개혁 취지에 역행하는 결론이 나온다면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상황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이 강력한 통제장치 없이 수사개시권을 행사할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정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경찰의 입건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검찰이 언제든 지휘권을 활용해 바로잡을 수 있고, 검찰 홀로 수사 전 과정을 쥐고 있는 것보다 경찰과 검찰이 상호 견제하는 게 국민 인권 보장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검증하는 절차에 대해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양보해 나갈 의향이 있는데 검찰은 수사개시권을 허용하면 수사권 전체가 위협받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경찰청사에서 수사권 조정 관련 부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날 마지막 검경 간담회에서 나온 검찰의 주장 등을 분석하고 대응 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심야 회의를 가졌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유치장 입감(入監) 때 여성 입감자의 브래지어 탈의 문제를 놓고 경찰의 오락가락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건은 10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연행된 여대생 김모 씨(20)가 입감 과정에서 경찰이 브래지어를 벗도록 한 데서 시작됐다. 김 씨와 김 씨가 소속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14일 “경찰이 김 씨에게 브래지어를 벗게 한 뒤 조사를 해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찰은 15일 “경찰 호송규칙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김 씨를 조사한 서울 광진경찰서는 불과 3시간여 뒤 기자회견을 열고 “(브래지어 탈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었지만 (김 씨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어이없는 말 바꾸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찰은 당초 한대련이 인권 침해를 주장하자 발끈하며 “과연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우리가 직권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인권위 조사 의뢰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몇 시간 뒤에는 다시 아무 설명도 없이 인권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기자가 보기에 경찰은 브래지어 탈의와 김 씨의 성적 수치심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가 적법한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경찰의 적법한 탈의 과정에서 김 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상황이 발생했느냐 아니냐다. 브래지어 탈의 문제는 이미 인권위의 판단이 나와 있다. 인권위는 2008년 11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당시 시위대가 낸 같은 진정에 대해 “자살 방지를 위해 속옷 탈의는 요구해야 하지만 성적 수치심이 들지 않도록 보완책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탈의 요구는 정당하되 성적 수치심이 들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게 이 권고의 핵심이다. 경찰은 당시 권고에 따라 속옷 탈의 시 겉옷 위에 입을 수 있는 가운을 유치장에 비치하는 등 보완책을 세웠다. 하지만 모든 절차가 적법했다고 모든 입감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성적 수치심은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김 씨가 보편적인 상식보다 과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지만, 경찰이 ‘적법한 절차’만을 강조한 나머지 여성의 심리를 간과했을 수도 있다. 인권위도 밝혔듯이 ‘탈의’ 자체는 적법하다. 하지만 공권력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은 그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미세한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경위야 어떻든 사과까지 한 마당에 이를 다시 뒤집는 것은 국가기관의 태도라고 보기에는 왠지 당당하지 않은 것 같다.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5일 A교대 총장을 지낸 김모 교수(64)에게서 “정권 실세에게 인사 청탁을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억대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황모 씨(55)를 구속했다.경찰에 따르면 김 교수는 총장 퇴임 후 1년쯤 지난 2008년 7월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될 수 있도록 청와대 핵심참모에게 로비해 달라”며 황 씨에게 8차례에 걸쳐 1억60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김 교수는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되지 못하자 황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김 교수가 황 씨를 통해 인사 로비를 시도했던 청와대 참모는 당시 국정기획수석이던 박재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경찰 조사 결과 황 씨는 김 교수에게 “박 수석과 중학교 동문이어서 잘 아는 사이”라며 친분을 과시했지만 실제로는 박 장관과 직접적인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는 그 대신 박 장관과 중고교 동문인 자신의 고향 선배를 동원했다.황 씨는 박 장관이 2008년 1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일식집에서 중고교 동문 모임을 갖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고향 선배에게 부탁해 김 교수와 박 장관의 만남을 주선했다. 경찰은 “일식집 옆방에서 박 장관을 만난 김 교수가 그 자리에서 인사 청탁을 했지만 박 장관이 ‘그런 말을 하는 자리라면 나는 나가겠다’며 청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박 장관이 불교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황 씨의 고향 선배를 통해 금으로 된 반야심경도 전달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청와대 재직 시절 청와대 내 불교신도들의 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지냈다. 황 씨의 고향 선배는 이 물건을 청와대 박 장관 집무실에서 전달하려 했지만 박 장관은 “왜 이런 것을 가져왔나”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교수는 3년이 지나도록 소득이 없자 결국 돈을 돌려받기 위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황 씨가 김 교수에게 받은 돈의 대부분을 사업자금과 유흥비 등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으나 황 씨는 받은 돈은 로비를 위해 접대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김 교수는 2003년부터 4년간 A교대 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이 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 관련 학회장을 두루 역임한 김 교수는 대통령표창과 국민훈장 목련장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경찰은 김 교수에 대해 “금품을 동원해 인사 청탁을 시도했지만 뇌물이 박 장관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아 범죄(뇌물공여 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피해자 신분으로만 조사했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자금 128억 원을 횡령하고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허위로 매출액을 조작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로 제일창업투자회사 허모 회장(60)에 대해 1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제일창투 외에 다른 창업투자회사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허 회장은 회삿돈 128억 원을 빼돌려 자신이 별도로 운영하는 건설사의 어음 83억 원을 결제하고, 개인소득세 40억 원과 범죄추징금 5억 원을 납부하는 데 사용한 혐의다. 허 회장은 제일창투가 경영 악화로 2009년 연매출이 4억7000여만 원에 그치자 코스닥 상장 유지를 위해 투자계약서와 회사통장 등을 위조해 7배에 가까운 30억8000만 원으로 부풀린 혐의도 받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는 연매출이 30억 원을 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폐지 대상으로 분류된다. 1990년 설립된 제일창투는 자본금 340억 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한국거래소는 제일창투가 그동안 분식회계를 통해 매출액을 속인 사실을 파악하고 올해 4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고 현재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제일창투가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 경영상태를 부풀려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며 “하지만 부실 경영으로 결국 상장폐지까지 몰려 1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소액투자자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제일창투 외에도 일부 창투사에서 횡령과 분식회계 등 비리가 있다는 정황을 다수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현재 창투사는 총 104곳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일부 벤처캐피털의 과장 광고에 속아 재산을 날린 서민의 신고가 잇달아 접수되고 있다”며 “일부 금융기관의 비윤리적 경영 행태를 집중 수사해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금융기관 수사 외에도 교통안전공단 본사와 군납 식품업체 5곳을 연이어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교통안전공단 임직원들이 회삿돈 16억 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납업체들은 건빵이나 햄버거용 빵을 군부대에 납품하기 위해 방위사업청 입찰에 참여하면서 납품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800억 원어치의 수출용 면세 금괴를 사들인 뒤 국내 귀금속 상가에 몰래 팔아 87억 원의 세금을 빼돌린 모자(母子)가 경찰에 적발됐다.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13일 이 같은 혐의로 이모 씨(60·여)를 구속하고 이 씨의 아들 등 친인척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04년부터 4년간 K아연 등 제련업체 4곳에서 수출용 귀금속 원료로 쓰겠다며 금괴 5.3t(시가 800억여 원)을 사들여 부가가치세 75억여 원을 면제받은 뒤 국내 귀금속 업자들에게 판 혐의다. 이 씨는 금으로 귀금속을 만들어 수출하면 관세를 돌려받는 점에 착안해 허위 수출계약서를 세관당국에 내고 12억 원을 부정 환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종로3가에서 20년가량 귀금속상을 운영해온 이 씨는 현행 귀금속 수출 관련 법규의 허점을 교묘히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한국귀금속가공협회로부터 추천을 받아 수출용으로 금괴를 매입하면 부가세가 면제되고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 씨는 우선 아들을 비롯한 친인척 6명을 바지사장으로 고용해 귀금속 도매상을 세운 뒤 제련업체에서 면세용 금을 사들였다. 경찰은 “국세청 규정상 귀금속 관련 회사만 설립하면 귀금속가공협회로부터 수출용 면세 금괴를 살 수 있도록 추천을 받을 수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장려하기 위해 금으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절차가 간소화됐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사들인 금으로 귀금속을 만들어 수출하는 조건으로 75억 원의 면세 혜택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세운 귀금속 업체를 통해 금괴를 국내에 유통시켰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은 최근 ‘반값 등록금’ 촉구 집회와 관련해 집회 신고를 무조건 금지하진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집회가 금지된 청계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시위를 하려 해 금지 통고를 해왔지만 가급적 허가하는 쪽으로 전향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청계광장에서 집회가 열릴 경우 청계천 주변에 일반 시민이 접근하는 게 어려워진다는 이유를 들어 2008년 이후 집회 신고를 해도 허가하지 않았다. 조 청장은 “등록금 시위로 도로가 몇 시간씩 점거되는 불법 행위가 없진 않았지만 보름간의 집회가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돼 (청계광장 집회 허가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청장은 “청와대 행진이나 도로 점거 등 경찰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거는 경우가 많아 허가가 쉽지 않다”며 “나도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서 학비가 싸지면 좋지만 반값 등록금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정치권이 중지를 모으는 와중에 거리로 나와 불법 시위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또 불허 상태에서 진행되는 반값 등록금 집회에 야당 지도부 등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경찰이 국회의원들에겐 손을 못 대고 있다”며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경찰이 센 사람한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면 누가 법질서를 지키려 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이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논의하는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 등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개시)권 등을 주기로 한 여야 합의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총경 이상 간부들은 몸을 던지는 헌신적인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26일 전국 지방청장 화상회의에서 “모든 지방청장과 경찰서장은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자신의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임하라”라며 “각 지역 국회의원이나 사개특위 위원 등에게 우리의 입장과 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사개특위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주요 골자는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하고 “경찰은 검찰의 지휘에 복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 사개특위가 최근 특수수사청 설치 등 검찰의 핵심 개혁방안을 백지화할 조짐이 보이자 조 청장이 여느 때보다 강도 높게 경찰의 수사권 명문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조 청장은 25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현재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어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것은 현실을 법에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며 “경찰이 준법 투쟁하듯 사건마다 검찰에 ‘수사를 할까요, 말까요’를 물어본다면 수사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사개특위 검찰소위는 지난달 20일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는 기존 법안을 “사법경찰관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고쳐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16일 사개특위 검찰소위에서 일부 여당의원이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종전보다 강화하는 의견을 제시하자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개악한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출신 일부 의원이 경찰이 수사 이전 내사단계부터 검찰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며 “이 경우 검사 등 법조인 비리를 수사할 때 외압의 소지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경찰은 서민과 맞닿아 있는 1차 수사기관인 만큼 임의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에 대한 통제장치를 두지 않으면 서민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은 기존에 밝힌 대로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 등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은 25일 최근 충남 아산 유성기업 파업과 관련해 “이번 파업에 외부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돼 가담 정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행 노조원을 조사한 결과 공장을 점거하던 노조원들 사이에서 ‘외부세력이 설쳐대 무섭고 겁난다. 경찰이 빨리 꺼내줬으면 좋겠다’는 진술이 많이 나왔다”며 “파업을 지원하러 유성기업에 들어간 외부 세력이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일 수도 있고 별도의 이적단체에 가입된 사람일 가능성도 있어 면밀히 조사한 뒤 법대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성기업 노조의 공장 불법점거 사건을 수사하는 충남 아산경찰서는 25일 노조 지회장 김모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 지회장과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달아난 이 노조 쟁의부장 김모 씨를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지회장은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18일부터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공장을 불법 점거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비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다. 경찰은 24일 시위 현장에서 노조원 500여 명을 연행해 이 중 단순 가담자 400명을 석방하고 나머지 100여 명은 아산서 등 인근 경찰서에 나눠 입감 조치했다. 입감된 100여 명은 유성기업 전현직 노조 간부 30여 명, 외부 가담자 40여 명, 파업 또는 경찰 연행 과정에서 과격한 행동을 한 적극 가담자 20여 명 등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경찰이 취객이나 괴한의 난동에서 경찰관을 보호하기 위해 ‘책받침 방패’를 도입했다. 책받침 방패는 2008년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것. 2006년 일본 도쿄시내의 한 파출소에서 경찰관 3명이 흉기를 들고 난입한 괴한과 몸싸움을 벌이다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 결과 2년에 걸친 고민과 연구개발 끝에 나온 것이 ‘책받침 방패’다. 이 방패는 평소 사무실에서 책받침으로 쓰다가 흉기로 공격을 받으면 즉시 방패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크기는 A4용지보다 약간 큰 가로 23cm, 세로 45cm. 책받침 뒷면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 유사시 손에 끼고 방어를 할 수 있다. 재질은 항공기 유리창을 만들 때 쓰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이라 예리한 칼로 찔러도 뚫리지 않을 정도다. 우리 경찰이 책받침 방패를 전격 도입하기로 한 것은 최근 서울 관악구의 한 파출소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이 계기가 됐다. 경찰은 “도로변에 있는 파출소의 경우 행인이 갑자기 들이닥쳐 흉기를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며 “업무 중 돌발 상황에서 경찰관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꽃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의 생명도 소중한데 저는 그동안 사람을 죽이는 길을 걸어왔죠. 이젠 생명을 살리는 길을 가려 합니다.” 평생 무기 개발을 해오던 과학자가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국토 종단 걷기에 나섰다. 전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부장 김재훈 박사(53)는 정년을 10년 앞둔 지난해 말 사표를 냈다. 김 박사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품질원에서 27년간 근무하며 K-21 장갑차와 30mm 자주 대공포 등 신무기를 개발했다. “무기 만드는 데 젊음을 바쳤는데 어느 날 내가 살상도구를 만들고 있다는 회의가 들더군요. 남은 인생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쓰려고 합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그는 7일부터 전남 고흥에서 35일 일정으로 국토 종단을 시작했다. 이 국토 종단에는 환경단체 회원과 일반인 등 70여 명이 동참했다. 올해 초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철학과 함께 ‘지구 살리기 국토 종단’ 계획을 올리자 이를 본 누리꾼들이 동참한 것이다. 김 박사 일행은 시골길을 걸으며 자연이 무참히 파괴되는 현장을 무수히 마주쳤다. 분리수거가 안 된 채 뒤죽박죽된 쓰레기 더미, 논두렁에 수북이 쌓인 비료 포대, 가축 분뇨가 떠다니는 개울 등 농촌의 환경오염은 도시 못지않았다. 골프장 개발 때문에 산이 통째로 파헤쳐진 곳도 많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은 무덤으로 뒤덮여 있었다. 김 박사는 “환경오염은 도시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골은 환경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을 걸으며 즉석 강의를 통해 “지구도 우리와 똑같은 의식과 감정을 가진 생명체”라는 점을 시민에게 알리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15일에는 경남 산청의 지리산고등학교를 지나다 축구 경기 중인 고교생들에게 게릴라 강의를 열었다. “최근 100년간 지구 온도가 0.8도 올랐는데 사람으로 치면 체온이 2도나 오른 거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지구가 지독한 독감에 걸렸네요’라며 관심을 보이더군요.” 김 박사 일행은 다음 달 11일쯤 목적지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는 “인간은 살기 위해 자연을 해치지만 자연이 무너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며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아침이슬에 반짝이는 이름 모를 들꽃, 무논에서 재잘거리는 개구리 소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꽃 한포기, 벌레 한 마리 생명도 소중한데 저는 그동안 사람을 죽이는 길을 걸어왔죠. 이젠 생명을 살리는 길을 가려합니다." 평생 무기 개발을 해오던 과학자가 지구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국토 종단 걷기에 나섰다. 전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부장 김재훈 박사(53)는 정년을 10년 앞둔 지난해 말 사표를 냈다. 김 박사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품질원에서 27년간 근무하며 K-21 장갑차와 해군 전자전 장비 등 신무기를 개발했다. "무기 만드는 데 젊음을 바쳤는데 어느 날 내가 살상도구를 만들고 있다는 회의가 들더군요. 남은 인생은 죽어가는 지구와 생명을 살리는 데 쓰려고 합니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그는 이후 환경운동가로 변신했고 7일 전남 고흥에서 35일 일정의 국토종단을 시작했다. 이 국토종단에는 환경단체 회원과 일반인 등 70여 명이 동참했다. 올해 초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철학과 함께 '지구 살리기 국토종단' 계획을 올리자 이를 본 누리꾼들이 동참해온 것이다. 김 박사 일행은 시골길을 걸으며 지구가 무참히 파괴되는 현장을 무수히 마주쳤다. 분리수거가 안 된 채 뒤죽박죽된 쓰레기 더미, 논두렁에 수북이 쌓인 비료 봉지, 가축 분뇨가 떠다니는 개울 등 농촌의 환경오염은 도시 못지않았다. 골프장 개발을 위해 산이 통째로 파헤쳐진 곳도 많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무덤으로 뒤덮여있었다. 김 박사는 "환경오염은 도시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골은 환경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을 걸으며 즉석 강의를 통해 "지구도 우리와 똑같은 의식과 감정을 가진 생명체"라는 점을 시민에게 알리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15일에는 경남 산청의 지리산 고교를 지나다 축구를 하고 있는 고교생에게 게릴라 강의를 열었다. 그는 "최근 100년 간 지구 온도가 1.5도 올랐는데 사람으로 치면 체온이 4도나 오른 거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지구가 지독한 독감에 걸렸네요'라며 관심을 보였다"며 "이런 학생들이 늘어나면 생명과 자연을 사랑하고 현재의 인간 위주로 개발되는 지구를 돌아볼 터전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 일행은 종단 기간동안 비닐봉투나 나무젓가락 등 1회용품을 쓰지 않는 '친환경 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길에서 만나는 지역 동네 분들이 종종 일회용 믹스커피나 초코파이를 건네지만 비닐 포장된 물건은 쓰지 말자고 약속을 한 상태여서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 일행은 다음달 11일경 목적지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 박사는 "인간은 살기위해 자연을 해치지만 자연이 무너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며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아침 이슬에 반짝이는 이름모를 야생화, 논둑에서 재잘거리는 개구리 소리 등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입양아의 대부’로 불리는 동방사회복지회 설립자 김득황 명예이사장(사진)이 1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김 명예이사장은 1915년 평북 의주 출생으로 내무부 차관을 지낸 뒤 1972년 동방사회복지회를 세워 입양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37년 동안 아동 6만 명에게 양부모를 찾아준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상, 우봉봉사상 등을 받았다. 1세대 간도연구가이기도 한 김 명예이사장은 재야 역사학자로 활동하며 한국사상사, 한국종교사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펴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도영(의학박사) 도웅 도봉 도경(㈜메드빌 전무이사) 도종 씨(명지대 사회복지대학원장), 딸 진숙 씨(동방사회복지회 회장), 사위 김학주 씨(동방평택복지타운 대표), 며느리 권정혜(고려대 교수) 박관성 씨(광주여대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1일 오전 8시다. 02-2227-7550}
경찰이 시범 실시한 지 채 한 달도 안돼 3색 신호등제의 도입을 철회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6일 “3색 신호등은 사고를 줄이고 예산도 아낄 수 있는 제도지만 대다수 국민이 반대해 더 밀어붙일 수 없다”며 “확대 설치를 무기한 보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2009년부터 3색 신호등제의 도입을 추진했으며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광화문 등 전국 53곳에서 시범 운영해왔다. 서울지역 11개 교차로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교통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건에서 4건으로 감소했고 사고 부상자도 16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시범 운영 직후 일각에서 “운전자가 헷갈려 한다”고 지적하자 충분한 검토나 홍보도 하지 않은 채 한 달도 안 돼 꼬리를 내렸다. 조 청장은 “인터넷에서 (누리꾼) 80% 이상이 반대해 어쩔 수 없다”며 “실체적 진실보다 국민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은 “시작부터 눈에 익숙한 제도가 어디 있느냐”며 “정부가 인터넷 사이트가 자체 실시한 조사결과 하나를 근거로 장기간 연구해 추진해온 제도를 곧바로 포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