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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언팩 2023’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마련된 체험관 벽면에는 녹색 물방울 모양의 스포트라이트 그림이 내걸렸다. 녹색은 신작 ‘갤럭시 S23’ 시리즈의 메인 컬러다. 행인들은 후면 카메라를 상징하는 물방울 그림을 힐끗거리며 지나갔다. 1031㎡(약 312평)에 이르는 4층짜리 체험관 내부로 들어서자 전면 초대형 스크린에 떠오른 갤럭시 S23 시리즈가 관람객을 압도했다. 양옆에 설치된 거울 벽면에는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스마트폰 450대가 초록빛, 연보랏빛으로 반짝거리며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2020년 2월 ‘갤럭시 S20’ 언팩 이후 3년 만에 전면 오프라인 행사로 언팩을 개최한다. 체험관인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도 언팩과 동시에 오픈하며 신제품에 대한 현지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안팎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을 맞이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상반기(1∼6월) 실적 반등의 승부수로 내건 신작이기도 하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S23 시리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능의 기준을 재정의하고 성능과 품질 면에서 모두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중 최고라는 확신을 드릴 수 있는 제품”이라며 “소비자는 성능과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시 S23 시리즈의 핵심으로는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가 꼽힌다. ‘갤럭시 S23 울트라’에 갤럭시 모델 역대 최고 수준인 2억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미국 애플 ‘아이폰13 프로’의 4800만 화소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전의 2억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는 ‘샤오미 12T 프로’ 제품이 유일하다. 갤럭시 S23과 S23+는 50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최신 이미지센서인 ‘HP2 아이소셀’을 적용했고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더해 언제 어디서든 밝고 선명한 이미지 촬영을 지원한다. 체험관 현장에서 갤럭시 S23과 기자가 사용 중인 ‘갤럭시 S22’의 카메라 화면을 비교해봤다. 동일한 화면 밝기로 동일한 안내판을 촬영하는데 갤럭시 S23에 잡힌 문구가 더 명확하고 색감이 뚜렷했다. 또 다른 강점인 야간 촬영을 강조하기 위해 체험관에는 서울 을지로 골목을 구현한 세트가 마련돼 있었다. 갤럭시 S23 울트라 카메라가 어두운 배경과 밝은 네온사인을 각각 인식해 마치 후보정한 사진처럼 사물이 또렷하고 선명하게 찍혔다. 현장에서 만난 샌프란시스코 주민 라일라 메이든 씨는 “지금은 아이폰을 쓰고 있지만 갤럭시의 카메라는 분명한 강점”이라며 “특히 신작은 아이폰보다 확실히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색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럭시 S23 시리즈의 두뇌로는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건 8 2세대’ 제품이 탑재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속도는 전작 대비 41% 향상됐고 AI 처리 성능은 40% 이상 개선돼 고사양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고사양 유저에게 필수적인 배터리 용량도 S23과 S23+ 모델은 전작 대비 200mAh 늘렸다. 체험관에서 만난 블레이크 가이저 삼성전자 제품 담당 매니저는 “인스타그램, 틱톡과 협업해 해당 앱의 영상 처리 과정에서 드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앱들을 갤럭시 S23으로 구동하면 기존 대비 25% 이상 배터리 용량을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자인 면에서도 더 날렵하고 깔끔해졌다. 후면 카메라 렌즈를 감싸고 있던 사각 테두리 면(일명 ‘인덕션’)을 없애고 물방울 모양으로 카메라와 플래시를 배치했다. 갤럭시 S23 울트라는 전작 대비 위쪽 테두리 부분(에지)을 30% 줄여 평면 부분이 더 넓어진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세 모델 모두 목화와 라벤더, 숲 등 자연의 색을 따온 크림, 라벤더, 그린, 팬텀 블랙 4가지 색상을 채택했다. 갤럭시 S23 시리즈는 17일부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국내에선 7∼13일 사전 판매를 진행한다. 세부 사양에 따라 △갤럭시 S23은 115만5000∼127만6000원 △S23+는 135만3000∼147만4000원 △S23 울트라는 159만9400∼196만2400원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에서 신규 프리미엄 노트북 ‘갤럭시 북3 울트라’와 360도 회전하는 터치스크린에 S펜을 지원하는 ‘갤럭시 북3 프로 360’, 얇고 가벼운 클램셸 디자인의 ‘갤럭시 북3 프로’도 공개했다. 삼성 노트북 중 역대 최고 사양인 갤럭시 북3 울트라는 최신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샌프란시스코=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이노베이션은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2023년 새해에도 친환경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결집할 예정이다.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현장에선 SK이노베이션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새해 첫 전략회의가 열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전사적 전략방향인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의 성과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지속 방안을 모색했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도 가시적인 ‘뉴 그린 포트폴리오’ 전환의 성과를 창출해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를 시장에서 높게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며 “진정성 있는 ESG 경영 내재화를 통해 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고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어내자”고 당부했다. 또 “2023년에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락, 글로벌 경기 악화 등으로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이 전망되는 만큼, 여러 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CES에는 이 같은 혁신 전략에 발맞춰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엔무브,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어스온 등이 일제히 참여해 친환경 미래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SK온의 SF(Super Fast) 배터리, SKIET의 플렉시블 커버 윈도 제품은 SK그룹 최초로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차량용 경량화 소재 UD Tape(SK지오센트릭) △E556 SF배터리(SK온) △NCM9 배터리(SK온) △FCW(SKIET) △LiBS분리막(SKIET)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의 5개 제품이 8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IET 사외이사 전원도 처음으로 CES 2023에 참석했다. 사외이사들은 SK그룹 부스를 비롯해 국내 및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전시관을 방문하며 치열한 기술 경쟁과 혁신의 현장을 직접 보고 확인했다. 또 사외이사 워크숍을 통해 회사의 독립된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의 이사회가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 경영, 지배구조 혁신 방안 도출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김 부회장은 “ESG 중에서도 ‘카본 넷 제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핵심”이라며 “2023년에도 넷제로 실행이 지속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탄소 감축 노력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는 대내외 경제 상황 악화 속에서 다양한 경제 주체들과의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동행 철학에 따라 2015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도 그 일환이다. 스마트공장 사업은 삼성전자가 제조혁신 기술과 성공 노하우를 제공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5년 협력사를 위주로 시작했으나 2018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이 필요한 모든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ESG & 스마트공장지원센터’라는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다. 센터에서는 제조현장 혁신, 공장운영 시스템 구축, 제조 자동화 등 분야에서 총 200여 명의 사내 전문가를 선발해 기업별 상황에 맞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성 향상과 현장 혁신 지원뿐만 아니라 △국내외 판로 개척 △전문 인력 양성 교육 △애로기술 해결 지원 등을 통해 자생력 확보를 돕는다. 지원이 완료된 후에도 ‘스마트365센터’ 운영을 통한 사후관리로 대상 기업들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총 2800여 개사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으며, 2022년 하반기(7∼12월) 지원을 시작한 업체까지 포함하면 3000개사가 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물품 부족 현상이 빚어졌을 때에도 삼성전자는 마스크와 PCR 진단키트, LDS 주사기, 자가진단키트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이들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결과적으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도 기여했다. 스마트공장 사업 대상 기업들은 매출액 등 실질적인 경영 지표에서도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중소기업중앙회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 정책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도입 기업이 미도입 기업에 비해 매출액은 23.7%, 고용은 26.0%, R&D 투자는 36.8% 증가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2018∼2019년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302개와 동일 업종·매출액 구간의 스마트공장 미도입 중소기업 304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는 이들의 재무제표 및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결합한 패널 데이터 실증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중소기업들은 숫자로 나타나는 경영 지표 외에도 생산 현장의 효율화와 청년 인력의 복귀 등 정성적인 효과도 얻고 있다.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1997년 설립된 동아플레이팅은 2018년 스마트공장 사업에 지원한 뒤 삼성전자 전문가들과 100개의 개선 과제를 발굴해 현장을 혁신해 나갔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37% 늘리고 불량률을 77% 낮췄다. 또 그간 기피 작업장으로 인식됐던 도금업 현장의 자동화로 지역 청년들의 선호 일자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현재 35명 직원들 중 20, 30대 직원이 70%가 넘을 정도로 청년 기업의 모습을 갖췄다. 이오선 동아플레이팅 대표는 “소나무의 뿌리는 수백 개의 잔가지가 단단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혼자서는 뿌리산업의 이정표를 세울 수 없고, 업계가 같이 길을 만들고 같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에 5번째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기존 노조가 반도체(DS)부문 인력 위주로 구성돼있던 것에 반발해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다.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삼성전자 DX노동조합’이라는 명칭으로 삼성전자 제5노조가 창립됐다. 기존 4개 노조 중 최대 규모였던 4노조(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서 모바일·가전·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등 DX부문 인력들이 독립해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4노조를 비롯해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에 이어 5번째 노조다. DX노조가 별도로 설립된 데에는 DS부문과의 성과급 격차 등 부문별로 차등적인 대우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DX노조는 창립 선언문에서 “기존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DS부문 대비 신입사원 초임 격차, 특별 보너스, 여가 포인트, OPI(초과이익성과급) 등 DX부문에서 개선사항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조는 DX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 및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2020년 5월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2021년부터 4개 노조로 구성된 노조 공동교섭단과 임금협상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21∼2022년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에 노사가 합의했다. 삼성전자 노조에는 전체 직원의 약 4%가 가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역대급 수요 침체에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이어가고 있다. 가전, 정보기술(IT)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핵심 부품 및 원자재 업계까지 여파가 덮쳤다. 27일 지난해 4분기(10∼12월)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나란히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3조4673억 원, 3조5510억 원이었다.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9% 늘어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12.5% 감소했다. 특히 4분기만 따지면 영업이익이 6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7% 급락했다. LG전자 매출 중 각각 36%, 19%를 차지하는 생활가전과 TV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1∼6월)에는 물류비·원자재가 인상의 영향을 받았고, 하반기(7∼12월) 들어선 중국 시장마저 휘청이면서 ‘소비 절벽’을 맞이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TV 출하량은 2020년 2억2535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2억1354만 대, 지난해 2억452만 대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6조15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5% 줄었고 2조85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증권가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였던 영업손실 1조8856억 원보다 2000억 원가량 적자폭이 더 컸다. TV용 패널과 IT·모바일 패널이 주력인 LG디스플레이로서는 전방위적 수요 침체의 늪에 빠진 셈이다. 지난해 철강 수요 부진과 태풍 ‘힌남노’ 피해를 겪었던 포스코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지난해 연간 매출 84조7500억 원, 영업이익 4조850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7.5% 감소한 수치다. 특히 철강부문(포스코+해외철강)만 따지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2360억 원으로 전년보다 61.7% 급감했다. 하반기 본격화한 철강 수요 부진과 함께 태풍 힌남노 침수피해에 따른 영업손실이 1조3400억 원에 달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는 25일부터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들어갔다. 실적 부진은 국내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반도체 공룡’ 인텔도 어닝 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발표했다. 인텔은 이날 뉴욕 증시 마감 직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40억 달러(약 17조2550억 원)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고 밝혔다.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6억600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4% 급감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631억 달러(약 77조8024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우리가 비틀거렸다. (시장) 점유율을 잃었고, 추진력도 잃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역대급 수요 침체에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이어가고 있다. 가전, 정보기술(IT)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핵심 부품 및 원자재 업계까지 여파가 덮쳤다. 27일 지난해 4분기(10~12월)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나란히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3조4673억 원, 3조 5510억 원이었다.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9% 늘어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12.5% 쪼그라들었다. 특히 4분기만 따지면 영업이익이 6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7% 급락했다. LG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둔화,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 매출 중 각각 36%, 19%를 차지하는 생활가전과 TV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1~6월)에는 물류비·원자재가 인상의 영향을 받았고, 하반기(7~12월) 들어선 급격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활발했던 전자제품 교체 수요가 사라진 가운데 중국 시장마저 휘청이면서 ‘소비 절벽’을 맞이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TV 출하량은 2020년 2억2535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2억1354만 대, 지난해 2억452만 대로 지속 감소했다. TV가 안 팔리니 TV용 패널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6조15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5% 줄었고 2조85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증권가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였던 영업손실 1조8856억 원보다 2000억 원가량 적자폭이 더 컸다. TV용 패널과 IT·모바일 패널이 주력인 LG디스플레이로서는 전방위적 수요 침체의 늪에 빠진 셈이다. 지난해 철강 수요 부진과 태풍 힌남노 피해를 겪었던 포스코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지난해 연간 매출 84조7500억 원, 영업이익 4조850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7.5% 감소한 수치다. 특히 철강부문(포스코+해외철강)만 따지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2360억 원으로 전년보다 61.7% 급감했다. 하반기 본격화한 철강 수요 부진과 함께 태풍 ‘힌남노’ 침수피해에 따른 영업손실이 1조3400억 원에 달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는 25일부터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들어갔다. 실적 부진은 국내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반도체 공룡’ 인텔도 사실상 어닝 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발표했다. 인텔은 이날 뉴욕 증시 마감 직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40억 달러(약 17조2550억 원)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고 밝혔다.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6억600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4% 급감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631억 달러(약 77조 802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팻 겟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우리가 비틀거렸다. (시장) 점유율을 잃었고, 추진력도 잃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메모리 반도체 산업 상황이 우려했던 것보다 더 악화하며 기업들이 역대급 한파를 맞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년 만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1위를 다투는 삼성전자도 올 1분기(1∼3월) 14년 만의 반도체(DS) 부문 적자 전환 예상이 나온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 왔던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경제 활력 전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반도체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D램 제품 재고는 지난해 말 기준 13∼20주 치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D램 재고가 10주가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팔려나가지 못한 제품이 창고에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고일수가 15주 안팎이면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불어나는 재고 탓에 제품 가격도 추락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전분기보다 20∼25% 떨어진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13∼18%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PC, 모바일 등)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약한 탓에 메모리 재고 압박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지금껏 불황에 접어들었을 때 1년 만에 벗어난 경우가 없었다”며 “올해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실적 전망치를 더 낮춰 잡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SK하이닉스가 올해 1조625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던 NH투자증권은 한 달 뒤인 이달 9일 적자 폭을 4배에 가까운 6조488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하나증권도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을 기존 1조7180억 원에서 7조2040억 원으로 조정했다. 삼성전자 역시 한 달 전 증권사들이 올해 영업이익을 평균 30조820억 원으로 내다봤으나 25일 기준 22조2553억 원으로 26% 줄였다. 석 달 전 전망치 평균 37조2650억 원에 비해서는 40% 하향 조정했다. 특히 DS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1분기 적자를 예상하는 곳이 많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를 낸 것은 1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가 마지막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전자는 25일 최대 110개 식기를 한 번에 세척할 수 있는 14인용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식기세척기(사진) 신제품을 26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내부 컵 선반을 확대하는 등 기존 제품 대비 더 많은 식기를 세척할 수 있도록 빌트인 타입의 신제품을 개발했다. 바닥에서부터 제품 하단 높이는 10cm로, 기존 대비 5cm 줄였다. 최근 주방 수납공간을 늘리기 위해 바닥과 만나는 벽의 하단부 몰딩을 축소하는 인테리어가 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신제품은 구매 후에도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UP가전’으로 출시된다. △전기 사용량을 표준 코스 대비 약 20% 줄이는 ‘에너지 절감 코스’ △소음을 표준 코스 대비 3dB(데시벨) 줄이는 ‘야간조용+ 코스’ △세척 종료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업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제공된다. LG 디오스 식기세척기의 차별적인 기능인 트루스팀, 트루건조 기능도 제공한다. 물을 100도로 끓여 만든 트루스팀은 식기를 위생적으로 세척하는 데 탁월하다. 트루건조는 △수냉식 응축 건조 △자동 문 열림 건조 △외부 공기를 이용한 열풍 건조 기능을 제공한다. 신제품은 LG 오브제컬렉션 색상인 네이처 베이지 컬러로 출시되며 가격은 출하가 기준 204만 원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사진)은 24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2025년까지 (미국이 수입하는) 전기차 배터리 70%가 한국에서 올 것”이라며 “내가 한국 기업이라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 차별 논란을 일으킨 IRA의 수혜자가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업계는 “3월 IRA 시행규정이 확정될 때까지는 유불리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최근 방한과 관련해 “(한국에서) 우리는 (IRA에 대한)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불공정하다고 지적된 부분을 해소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 재무부 조치를 보면 (전기차) 세액공제가 리스 차량을 포함한 친환경 상용차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며 “미국에서 상용차는 전체 판매량의 20∼4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는 IRA 시행규정에서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되는 전기차는 북미산 최종 조립 요건과 무관하게 보조금 7500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번 대담에서 2025년까지 미국이 들여올 전기차 배터리 70%가 한국산(産)이라고 언급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한국 배터리 업계가 주시하고 있는 IRA 핵심 광물 관련 기준은 3월 말에 정식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재무부가 발표한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 추가 지침에서 리튬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채굴 지역이 아닌 가공 지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등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세액공제 범위에 포함하는 등 일부 조건을 완화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범위와 증빙 방안 등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에도 기업의 절반 이상은 사회공헌 지출을 전년 대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1년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사회공헌 지출 금액을 공개하는 21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를 25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조사 대상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지출한 전체 금액은 총 2조9251억 원이며 기업 한 곳당 평균 지출액은 133억5682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21년 사회공헌 지출액을 전년 대비 늘린 기업은 50.5%였다. 지출 금액이 25% 이상 증가한 기업도 전체 분석 기업의 26.5%로 나타났다. 증가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지원 요구 증가’(22.1%)와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증가 및 신규 론칭’(20.5%), ‘경영성과 호전에 따른 사회공헌예산 증가’(17.2%) 순이었다. 지출 분야별로는 ‘취약계층 지원’(55.9%), ‘교육·학교·학술’(13.1%), ‘문화예술 및 체육’(11.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취약계층 지원은 전년 대비 1000억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질문) “태국 노동법상 17세 쏨차이 군은 공장에서 일할 수 있다?” (정답) “안 된다.” 지난해 8월 포스코의 태국 도금강판 생산 법인 ‘포스코TCS’에서는 특별한 퀴즈 대회가 열렸다. 현지 근로자 약 330명이 출전해 포스코가 강조해 온 ‘안전하게 일하는 방법’에 대한 상식과 법률 지식을 공유하는 ‘안전 골든벨’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태국인 파까이랏 씨를 비롯한 3명은 한국 등 해외 탐방 기회를 얻었다. 파까이랏 씨는 “근로자로서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는 걸 배우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포스코의 안전 골든벨 대회는 튀르키예 등 여러 해외 사업장에서 인권과 관련된 의식을 키우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인권 후진성 탈피하고 가치 전파자로 거듭난 한국 기업들기업 활동이 국가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넷 포지티브(Net positive)’ 경영이 해외 사업장의 인권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는 단적인 장면이다. 보편적 인권, 근로자의 권리, 다양성에 대한 포용,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배려 등은 국내 기업들 역시 고도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이제는 이러한 가치들을 해외 사업장이나 협력사에 전파함으로써 오히려 현지 사회의 인권 개선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비정부기구(NGO) ‘노 더 체인(know the chain)’이 세계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60곳을 대상으로 공급망 인권 관리를 평가한 결과,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가 공동 5위에 올랐다. 인권 분야 주요 글로벌 단체 및 평가기관이 참여해 2년마다 내는 보고서다. 삼성전자는 신규 협력회사를 선정할 때 구매 품질, 환경안전, 노동인권, 에코파트너, 재무현황 5개 영역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협력회사 노동인권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강제근로 금지, 비인도적 대우 금지, 차별 금지 3가지를 필수항목으로 변경했다. 또 모든 협력회사가 인권, 환경, 안전보건, 윤리와 관련 현지 법규는 물론이고 RBA(책임있는 비즈니스 연합) 기준이 반영된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주 근로자들의 채용 수수료 지불을 금지하거나 아동을 고용한 협력회사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미국 휼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 인텔, 시스코, 애플에 이어 최상위권인 5위에 오른 것이다.● 설문 조사로 모니터링, 현지 인권 의식도 높여한국 기업들은 해외 법인 및 생산시설에 대해 정기적으로 인권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생산 현장의 인권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베트남 동나이성 공장의 여성 휴게실을 증설했다. 인권 현황을 전면적으로 실사한 결과 2000년 준공된 현지 공장의 설비와 부대시설 등이 여성 직원들의 모성 보호에 미흡하다는 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전 세계 사업장에서는 1년에 한 차례 이상 한국어, 영어, 현지 언어로 된 정기 인권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 난민, 소수민족과 원주민, 장애인 등의 근로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은 ‘위험 요인 제거’라는 목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관련 교육과 모니터링은 해당 지역 인권 의식 수준 자체를 높이고, 이는 보다 양질의 인재를 수급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 중에는 ‘왜 이런 것까지 묻고 관리하나’라는 반응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모니터링과 교육이 지속되면서 직원들은 물론 그 가족들 사이에서도 ‘인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싹트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기업들은 인권과 관련 활동을 현지 법인에 일임하는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한국 본사와 그룹 차원에서 직접 나서 관리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20년부터 해외법인의 자체 점검 외에도 본사가 직접 인권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이중 감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고용 차별, 결사 및 단체교섭 자유, 강제 노동 여부와 같은 11개 항목에 대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인권 존중 여부 등을 점검하는 컴플라이언스 전문인력(CPO)을 미국과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15곳에 배치해 인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 등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이 기업들의 ‘넷 포지티브’ 활동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애인, 장기 기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한국의 작품들을 접한 뒤 기업들의 관련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김준호 전국경제인연합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팀장은 “경제적 논리를 넘어선 한국 기업의 해외 인권경영 활동은 한류와 함께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안하고 추진한 SK ‘사회 성과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호평을 받았다. 24일 SK그룹에 따르면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사무국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이 어떻게 대기업에 지속가능 혁신의 방안이 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면서 대표적인 성과 사례로 SK의 사회 성과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앞서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 성과’를 측정해 이와 비례하는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 성과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처음 제안했다. SK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26개의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 성과를 측정해 총 527억 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재원은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와 SK 계열사들이 낸 기부금으로 마련됐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지난해 2차 전지의 핵심 원자재인 수산화리튬의 중국산 비중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중국산 광물 비중을 낮춰야 하지만 단기간에 대안을 찾기 어려워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화리튬을 포함한 수산화리튬 전체 수입액 36억7638만 달러 중 중국산 비중은 87.9%(32억3173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산 리튬 의존도는 2018년에는 64.9%였지만,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 금액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1년 전(5억5867만 달러)보다 약 5.8배 수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 중량이 537만 t에서 709만 t으로 31.9% 증가한 것에 비해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건 국제 리튬 가격이 1년 사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021년 말 t당 약 900만 원이던 리튬 가격은 지난해 말 t당 약 8500만 원으로 폭등했다. 배터리 양극재에 쓰이는 코발트도 중국산 수입 비중이 2022년 72.8%(1억8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2021년 중국산 수입 비중은 64.0%였는데 1년 사이 8.8%포인트 늘었다. 음극재로 쓰이는 천연 흑연도 지난해 전체 수입액 1억3000만 달러 중 1억2000만 달러가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중국산 비중이 94%로 2021년 87.5%에서 1년 만에 큰 폭으로 늘었다. 배터리용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IRA 대응 전략 마련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미국의 IRA는 광물과 부품 관련 조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 중 3750달러는 북미 지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2023년 기준, 2027년에는 80% 이상) 사용해야 받을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등에서 생산하는 리튬 총 30만 t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미국 컴퍼스미네랄과 6년간 탄산리튬을 공급받기로 했으며, SK온도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배터리 원료 공급처를 다양화해도 당장 중국산 배터리 원료 수입량을 줄였다가는 배터리 생산량 자체를 맞추지 못할 수 있어 당분간 중국 의존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미국 재무부는 최근 FTA 미체결국에서 채굴한 광물이라도 한국과 같은 FTA 체결 국가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대상으로 판단하기로 기준을 완화했다. 문구대로라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배터리라도 국내에서 가공됐다면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 정부가 언제든 중국산 광물 사용을 원천 배제할 수 있어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고민과 행동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공급망이 안착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설날을 맞아 새해 첫 주에 출산한 여성 임직원들에게 ‘깜짝 선물’을 보냈다. 외국인 임직원들 중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룬 이들에게도 축하의 선물을 보냈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달 1∼7일 사이에 자녀를 출산한 여성 임직원 64명에게 삼성전자 최신형 공기청정기를 선물했다. 선물에는 “가정에 찾아온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며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사랑스러운 자녀가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바라며, 항상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도 함께 담겼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여성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격려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재직 중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룬 외국인 직원들의 가족 총 180명에게는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과 100만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선물했다. 각 계열사의 인사 담당 임원들이 직접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추석에는 장기 해외 출장 중인 임직원 20여 명의 가족들에게 굴비 세트를, 자녀가 6명 이상인 다자녀 가정 임직원들에게는 최신형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선물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계묘년(癸卯年) 설날을 맞아 기업인들은 새해에 가장 듣고 싶은 뉴스로 ‘금리 전격인하’를 꼽았다. 미래 준비를 위해 듣고 싶은 뉴스로는 ‘탄소중립 신기술 개발’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새해를 맞이해 대한상의 소통플랫폼을 통해 전국 73개 상공회의소와 기업인 3267명을 대상으로 ‘2023년 기업인이 염원하는 희망뉴스(가상뉴스)’를 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희망뉴스는 ‘경제대응’ 부문과 ‘미래준비’ 부문으로 나눠 조사했다. ‘경제대응’ 부문에서는 △금리 전격인하 △코로나 종식 선언 △유가·원자재가 안정이 꼽혔다. ‘미래준비’ 부문은 △탄소중립 신기술 개발 △저출산 정책효과 △2030 엑스포 유치의 순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기업인들이 새해 가장 듣고 싶은 경제대응 부문 희망뉴스 1위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금리 전격인하(51.2%)’를 꼽았다. 지난해 급격히 상승한 금리에 대한 산업계의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의가 최근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지난해 3분기(7~9월)까지의 기업 재무제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해당 기간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2.9%는 경제대응 부문 희망뉴스 2위로 ‘코로나19 종식선언’을 선정했다. 3위 ‘러시아-우크라 종전선언…국제유가·원자재가 일제 하락(39%)’이 뒤를 따랐다. 이외 ‘중국 등 소비재 수출시장 회복(19.0%)’, ‘반도체와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 등 주력산업 수출 호조(16.8%)’, ‘K-콘텐츠 문화산업 수출 확대(16.0%)’,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보호무역 리스크 해소(15.0%)’ 등의 순이었다. 기업인들이 새해 가장 듣고 싶은 미래준비 부문 희망뉴스로는 ‘탄소중립 신기술 개발(46.6%)’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국제 사회는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U를 포함한 46개국에서 수소전략을 발표하거나 수립하고 있으며, 미국은 수소생산기술 개발 등에 13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저출산 대책의 가시적 성과(35.5%)’가 새해 기업인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미래대응 부문 희망뉴스 2위에 올랐다. 3위로는 ‘2030 엑스포 유치(29.4%)’가 꼽혔다. 이외 ‘노사정 대타협 및 노동개혁(28.6%)’, ‘국회 협치를 통한 경제 지원 입법 활성화(27.9%)’, ‘교육개혁안 통과(19.7%)’, ‘남북 경제협력 추진(12.3%)’ 순으로 응답됐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지난해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수출 세계 6위 달성, 방산 분야의 대규모 수주, K-콘텐츠 활약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도 기업인들이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처럼, 한국경제의 각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새해에 품은 소망들을 반드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글로벌 반도체 시장 위축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이 글로벌 100대 반도체업체 평균에도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 대상은 지난해 12월 20일 시가총액 기준 반도체업종 100대 기업이다. 총자산과 매출 원가 등 투입 요소 대비 매출액·영업이익 등 산출 요소의 상대값을 도출해 기업별 효율성을 측정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평균 효율성은 2018∼2021년 70%대를 유지해 오다 지난해 67%로 떨어졌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효율성은 2018년 87%로 1위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65%로 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기준 효율성은 대만이 75%로 1위였고 일본(75%), 미국(73%), 한국, 중국(59%)이 뒤를 이었다. 한경연은 한국 기업의 효율성 하락은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악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올해 더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은 5565억6800만 달러(약 686조8000억 원)로, 전년의 5801억2600만 달러 대비 4.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작년 1344억700만 달러에서 올해 1116억2400만 달러로 17.0%나 쪼그라들 것으로 WSTS는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메모리 부진을 일정 부분 상쇄해 주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마저 된서리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날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이 작년보다 4%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은 2020년 24.0%, 2021년 26.1%, 지난해 28.1%로 매년 높은 증가율을 보이다 올해는 성장세가 꺾이는 것을 넘어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된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경기 상황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라며 “개별 파운드리의 가동률 회복도 예상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와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사진)이 신간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를 출간했다. 권 부회장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이제 한국은 정말 선진국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어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올바른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권 부회장은 1976년 행정고시 19회로 입직해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재정경제부 제2차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 국무총리실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사진)이 18일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올해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3’의 방향성을 공유했다. 신제품 공개 행사인 ‘갤럭시 언팩 2023’을 2주일 앞두고서다. 노 사장 기고문의 제목은 ‘최고의 삼성 갤럭시로 새로운 프리미엄의 기준을 세우다’다. 그는 이 글에서 “이번에 발표할 갤럭시 S 시리즈는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기본 경험에 더욱 집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프로급 카메라로 사용자는 주변 밝기에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서나 수준 높은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다”며 프리미엄급 제품임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갤럭시 S23에는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2’가 탑재된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퀄컴의 차세대 칩 ‘스냅드래곤8 2세대’가 채택됐다. 노 사장은 “삼성의 열린 파트너십 철학으로 탄생한 새로운 칩셋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최적화는 빠르고 강력한 갤럭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갤럭시 S23 가격이 전작 대비 15만 원가량 올라 기본 모델부터 100만 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한국 기업과의 협업과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300억 달러(약 37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내며 ‘대한민국 영업사원’을 자청한 윤 대통령은 스위스 방문도 ‘경제 외교’에 초점을 맞췄다. 17일 오후 스위스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기업 CEO들과 가진 오찬에서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며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우수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와 첨단산업 기술 경쟁력을 한국의 장점으로 소개했다. 이어 “복합위기 해결을 위해 국가와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기업은 창의와 혁신에 기반해 기술 혁신으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정부는 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6개 그룹 총수가 참석했다. 인텔, IBM, 퀄컴, JP모건, 무바달라 등 글로벌 기업 CEO 15명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다보스포럼 특별 연설을 통해 공급망 강화, 청정에너지 전환, 디지털 질서 구현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한국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올해로 53회를 맞은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위기 후 세계 질서 재편’이다. 재계 주요 총수들로 구성된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도 17일 다보스에 도착했다. 6개 그룹 총수를 비롯해 한화그룹에선 김 부회장뿐만 아니라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부문 전략본부장 등 오너가(家) 3형제가 올해 포럼에 모두 참석한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번이 2007년 이후 16년 만의 다보스포럼 참석이자 글로벌 네트워크 재가동을 위한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정의선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전인 2020년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바 있다. 다보스 현장에서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저녁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열리는 ‘한국의 밤’ 행사에 총수들이 직접 나선다. 삼성전자는 다보스의 중심가인 반호프슈트라세에서 부산 엑스포 응원 메시지를 담은 대형 디지털 옥외광고를 선보인다고 이날 밝혔다.취리히·다보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중국이 17일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 3%는 세계은행이 추산한 세계 성장률 2.9%와 비슷하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중국이 성장률 2∼3%로 예상되는 다른 주요국과 비슷한 성장에 그쳤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은 0.1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中, 핀테크 규제 풀며 ‘경제 회복’ 시동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이던 2020년(2.2%)보다는 높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당시 중국은 한국(―0.7%), 일본(―4.5%), 미국(―3.4%)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 ‘나 홀로’ 성장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도 제로 코로나 정책이었다. ‘경제 수도’ 상하이를 시작으로 베이징 광저우 같은 주요 대도시가 전면 봉쇄돼 생산과 물류가 마비됐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 반등을 기대하면서 정책을 폐기했지만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해 공장이 봉쇄되고,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비는 되레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해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다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경제 회복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2.9%)이 시장 전망치(1.8%)보다 높은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이다. 중국은 특히 옥죄어 왔던 핀테크 기업 숨통을 틔워 주는 것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당국의 전방위 규제를 받은 차량 호출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중국판 우버)은 19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등록을 재개한다고 16일 밝혔다. 디디추싱은 당국의 반대에도 2021년 6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꾀했다가 규제를 받게 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활성화, 코로나19 확산 방지, 지방정부 부채 해소같이 중국 경제를 정상 궤도로 올리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2023년 미국·중국 대전망 전문가 좌담회’에서 “중국의 지난 3년간 누적성장률이 3%에 그쳤고 이를 빨리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中 경기부진에 대중 무역적자 고착화 우려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은 1558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2.8%를 차지했다.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낸 지난해를 제외하고 2021년 대중 무역 흑자는 243억 달러로 전체 무역 흑자의 83%였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많이 번졌고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 등을 이유로 4분기 경제 지표가 나쁘게 나왔다”며 “4분기 음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逆)성장했다면 2020년 2분기(4∼6월)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지난해 12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7%로 내려 잡았다. 노무라증권은 ―0.6%로 역성장을 전망했다. 중국의 구조적인 저성장으로 대중 무역이 만성적자로 고착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시장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전경련 좌담회에서 “기업이 탈(脫)중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중간재 생산 분야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과 세제 혜택이 중요하다”고 짚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