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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일 첫 50만 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6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집계된 확진자 수가 49만8000명을 넘었다. 17일 오전 발표되는 신규 확진자 수는 50만 명대 중반으로 전망된다. 16일 0시 기준으로 첫 40만 명대(40만741명)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10만 명 이상 폭증해 역대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정점으로 예측했던 37만 명을 훌쩍 넘는 수치다. 의료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잇달아 방역을 완화한 가운데 동네병원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양성도 확진으로 인정한 것이 신규 확진자 폭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위중증 환자 수도 역대 최다인 1244명에 이르면서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64.2%까지 차올랐다. 재택치료자도 177만 명을 넘어서면서 의료 현장에는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보건소가 자체 업무인 코로나19 확진 안내 문자 발송을 일선 의료기관에 떠넘기는가 하면 보건소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잘못 통보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병원이 확진 문자 발송까지?본보 취재 결과 서울 용산구보건소와 영등포구보건소 등은 최근 지역 의사회에 “각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안내 문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확진 여부를 알리고 격리 기간과 수칙, 동거인 권고사항 등이 담긴 문자를 동네 병·의원이 발송해 달라는 것이다. 의사회 관계자는 “감염병 신고 시스템에 확진자 정보를 입력하는 일만으로도 퇴근 뒤 여러 시간 매달리는데 어떻게 문자까지 보내느냐는 불만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확진 안내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뒤 며칠이 지났는데도 역학조사 내용을 기입하는 온라인 링크나 관련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병원에서 RAT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뒤늦게 보건소에서 확진 문자를 받았다는 이도 있다. 정부의 확진자 통계마저 오류를 냈다. 방역당국이 16일 발표한 신규 확진자 수가 각 시도에서 집계한 수치와 크게 차이가 나면서 혼란이 빚어진 것. 각 시도에서 15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집계한 확진자는 44만 명 이상이었다. 그런데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40만741명으로 더 적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 숫자 및 신고 기관이 급증하며 집계에 누락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누락 인원은 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통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 검사키트, 감기약, 해열제 부족병원과 약국도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평소처럼 비염 치료를 위해 16일 서울 마포구의 이비인후과를 찾은 고모 씨(62)는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나섰다. RAT 대기자가 너무 많았던 것. 이 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일반 진료는 마비 상태”라고 털어놨다. RAT 키트가 다 떨어져 검사가 중단되는 병원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의 한 내과는 이날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써 붙였다. 병원 관계자는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 며칠째 몰리며 보유했던 검사키트가 모두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동네 약국에는 감기약, 해열제 등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약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약사 A 씨는 “감기약은 다 나갔고 해열제는 오늘 중으로 품절될 것 같다”면서 “재고를 많이 확보해 놨다고 생각했는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의 약사 이모 씨(41)도 “제약사도 일부 종합감기약, 기침약, 인후염약의 재고가 없다고 한다”면서 “오늘만 손님이 30명 넘게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일부 건강한 시민들까지 ‘필요할 때 못 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관련 의약품 사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 정부는 거리 두기 완화 움직임상황이 악화 일로인데도 방역당국은 20일 종료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모임인원 6인, 영업제한 오후 11시)를 모임인원 8인, 영업제한 밤 12시로 완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행 상황에 역행하는 섣부른 조치라고 지적하는 의료 전문가도 많다. 방역당국이 16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소상공인 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생경제분과에선 인원 제한 등을 완전히 없애자고 제안한 반면 방역의료분과의 의료 전문가들은 유행이 꺾일 때까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당국은 18일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0만 명을 넘어서고 재택치료자가 160만 명에 달하면서 의료현장에서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보건소가 자체 업무인 코로나19 확진 안내 문자 발송을 일선 의료기관에 떠넘기는가 하면 보건소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잘못 통보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적지 않은 동네 병·의원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 몰려들며 일반 진료가 사실상 마비됐고, 약국에는 감기약과 해열제가 동났다.●병원이 확진 문자 발송까지? 본보 취재 결과 서울 용산구 보건소와 영등포구 보건소 등은 최근 지역 의사회에 “각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안내 문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확진 여부를 알리고 격리기간과 수칙, 동거인 권고사항 등이 담긴 문자를 동네 병·의원이 발송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보건소 업무가 과부하 상태임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소관 업무를 병의원에 넘기려는 것은 안이한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회 관계자는 “감염병 신고 시스템에 확진자 정보를 입력하는 일만으로도 퇴근 뒤 여러 시간 매달리는데 어떻게 문자까지 보내느냐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문자 발송 오류나 누락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이미 확진 안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뒤 며칠이 지났는데도 역학조사 내용을 기입하는 온라인 링크나 관련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이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잘못된 문자 안내를 받았다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A 씨의 경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병원에서 RAT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관할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확진’ 문자를 받았다. 병원 측이 실수로 검사 결과를 ‘양성’으로 입력했다가 바로 취소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검사키트, 감기약, 해열제 부족 평소처럼 비염 치료를 위해 16일 서울 마포구의 이비인후과를 찾은 고모 씨(62)는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나섰다. RAT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이들이 너무 많았던 것. 고 씨는 “언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RAT를 뺀) 일반 진료는 마비 상태”라고 털어놨다. RAT 키트가 다 떨어져 검사가 중단되는 병원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의 한 내과는 이날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써 붙였다. 병원 관계자는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 며칠째 몰리며 보유했던 검사키트가 모두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동네 약국에는 감기약 해열제 등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약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약사 A 씨는 “감기약은 다 나갔고 해열제는 오늘 중으로 품절될 것 같다”면서 “재고를 많이 확보해놨다고 생각했는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의 약사 이모 씨(41)도 “제약사도 일부 종합감기약, 기침약, 인후염 약의 재고가 없다고 한다”면서 “오늘만 손님이 30명 넘게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일부 건강한 시민들까지 ‘필요할 때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관련 의약품을 미리 사재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서초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전구슬 씨(34)는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왔어도 불안감에 약을 대량 구매해 놓으려는 손님들이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미리 사둬야 할 필수약 리스트’ 같은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약사에 코로나19 증상 완화를 돕는 의약품 1655개 품목의 생산량, 재고량 등을 매주 보고해달라고 최근 요청했다.●실효성 떨어진 생활치료센터 반면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재택치료가 어려운 확진자가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는 빈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는 실효성이 떨어진 생활치료센터에 더는 의료진과 인력을 투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6일 기준 전국 생활치료센터는 1만9582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가동률이 약 28.5%에 그쳤다. 인천시의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1094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151명만 입소해 가동률이 13.8%였다. 입소한 인원보다 파견돼 일하는 인력이 더 많은 센터도 있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15일 중앙대책본부에 생활치료센터의 단계적 축소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방역당국이 14일부터 전문가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에서 양성이 나오면 확진자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이날 동네 병·의원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이비인후과의원은 문을 열자마자 전문가용 RAT를 받으려는 시민 100여 명이 몰렸다. 병원을 찾은 한모 씨(26)는 “검사 접수가 완료됐다는 문자 알림을 받기까지만 1시간 넘게 걸렸다”고 밝혔다. 시민 A 씨는 병원마다 사람이 많아 4번째로 방문한 곳에서 간신히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도 오전부터 일반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에 전문가용 RAT를 받으려는 이들까지 더해지며 병원 건물 밖까지 줄이 이어졌다. 병원 관계자는 “며칠 전에 비해 RAT 검사 인원이 1.5배 정도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기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도 속출했다. 병원에서 만난 강상선 씨(70)는 “앞에 40명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 일단 귀가한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오늘 검사 접수 마감”이라고 공지한 서울 시내 병원도 적지 않았다.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 병·의원에 몰리면서 코로나19 전파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동작구의 한 이비인후과의원을 찾은 구영애 씨(63)는 “실내에 빽빽이 들어차 검사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 가운데는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사람도 있을 텐데 감염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확진자 정보를 입력하는 전산 시스템 미비로 인한 혼란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 시내 일부 병원은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의 정보가 시스템에 입력되지 않아 병원을 찾은 이들을 다시 선별진료소로 보냈다. 확진자 정보를 의사가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려면 하루 전 신고 권한을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질병관리청이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탓이다. 질병청은 이날 민원이 접수된 병원을 중심으로 긴급 신고 권한을 부여했지만 일부 병원은 여전히 같은 문제를 겪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현장 혼선이 없도록 시스템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사를 받으려는 인원이 병·의원으로 분산되면서 선별진료소는 평소에 비해 사람이 줄어든 편이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대기 인원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스포츠 채널 스포티비를 운영하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 대표 A 씨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에이클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A 씨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이클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에이클라 대표 A 씨는 회삿돈을 10억 원가량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프로야구 중계권을 계속 따내기 위해 횡령한 돈 중 약 2억 원을 KBO 사무국 관계자의 친인척 B 씨에게 급여 형태로 제공하며 사실상 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B 씨는 프리랜서 형태로 에이클라에서 일하며 3, 4년에 걸쳐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횡령액 대부분은 A 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클라는 2004년 설립돼 KBO의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 대행사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국내외 스포츠 콘텐츠를 중계하는 스포티비 계열 6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일인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34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내 손으로 새 대통령을 뽑겠다’는 유권자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오전 5시 5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의 한 아파트단지 투표소 앞에는 50여 명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두꺼운 패딩 점퍼까지 입고 1시간 넘게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 최모 씨(31)는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이렇게 붐빌 줄은 몰랐다”며 “사람 많은 곳이 부담스럽긴 해도 한 표를 행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집 타버렸지만 그래도 한 표” 화마(火魔)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도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오전 8시 경북 울진군 국민체육센터 임시대피소 앞에는 수십 명의 이재민이 모였다. 경북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집 근처 투표소에 가기 위해서였다. 박금자 씨(68)는 “산불로 집이 다 타버렸다. 몸도 힘들지만 투표는 해야 한다”며 신분증을 챙겼다. 남정희 씨(77)도 “좋은 사람을 뽑아야 나라가 잘되지 않겠느냐”며 버스에 올랐다. 신분증이 불에 탔거나 잃어버린 이재민들은 지문으로 신분을 증명하고 종이로 된 임시 신분증을 받았다. 전남중 씨(81)는 “급하게 몸만 피하느라 집도 신분증도 다 타버렸다”며 임시 신분증을 내보였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홍중표 씨(63)도 이웃들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를 찾았다. 홍 씨는 “대피소 생활로 몸이 많이 지쳤다. 새 대통령이 이재민을 잘 보듬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실수로 두 표 주고, 정전되고이날 투표소와 개표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 강동구 상일 제1동 제6투표소에서는 투표 시작 전인 오전 5시 53분부터 30분간 정전이 발생했다. 출동한 경찰이 전력시설을 정비하고 복구한 후에야 투표가 시작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력 과부하로 인한 정전”이라고 밝혔다.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사무원이 실수로 투표용지 두 장을 건네 선거인이 두 장 모두 기표하는 사고가 났다. 선거인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기 직전 이 사실을 현장 투표사무원에게 알렸고, 두 장 중 한 장만 유효표 처리됐다. 강원 춘천시 중앙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70대 남성이 “사전투표했는데 투표용지를 또 줬다”며 소동을 벌였다. 투표사무원이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사이 다른 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를 주자 받고 항의한 것. 춘천시선관위는 사전투표에 참여하면 투표소에 출입할 수 없는데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했다. 경기 하남시 신장2동 투표소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도장이 희미하게 찍혔다”며 투표지 교환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투표지를 찢었다. 투표지는 무효 처리됐다. 경기 수원시 정자2동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에 참관인 도장이 없다는 이유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는 선거참관인 수가 적다며 일부 선거인이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일으켜 경찰이 출동했다. 오전 6시 반경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선거인이 기표한 투표지를 들고 달아났다. 반면 오후 6시부터 7시 반까지 진행된 확진·격리자 투표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일부 확진자가 증빙서류나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 다시 투표소를 찾기도 했으나 며칠 전 사전투표 때 같은 혼란은 없었다. 한편 인천 남동체육관 개표장에서는 오후 8시 50분경 국민의힘 측 참관인이 ‘투표지의 색이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해 1시간 넘게 일부 투표함의 개표가 중단됐다. 선관위가 정상적인 투표지임을 확인한 후 오후 10시경 개표가 재개됐다. 선관위는 오래된 롤지가 사전투표용지를 출력하는 프린터에 들어가 색깔에 차이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울진=남건우기자 woo@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인 34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코로나19도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거인(유권자)들은 “코로나19로 불안해도 투표는 소중한 권리다. 꼭 투표해야 한다”며 투표소를 찾았으며, 경북 울진 지역 산불 이재민들도 지친 몸을 이끌고 투표소로 향했다. 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의 한 아파트단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6시가 되기 전부터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투표소 건물을 한 바퀴 돌 만큼 긴 줄 확인한 일부 시민은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며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30분을 기다린 끝에 투표를 마친 최모 씨(31)는 “코로나19로 사람이 몰리는 곳이 부담스러워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게 더 중요한 권리라 차례를 기다려 투표했다”고 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집 앞 투표소를 찾은 조아현 씨(26)는 “사전투표 때 사람이 많아 오늘 다시 왔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대선 투표인데 한 표를 꼭 행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집 근처 투표소를 찾은 이모 씨(58)도 “누가 되든 국민이 합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투표하러 왔다”고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북 울진군 산불 이재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른 시간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오전 8시 울진국민체육센터 임시대피소 앞에는 20여 명의 이재민들이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투표소로 향했다. 박금자 씨(68)는 “산불로 집이 다 타버리고 몸은 힘들지만 투표는 해야지”라며 신분증을 챙겼다. 남정희 씨(77)는 “좋은 사람을 뽑아야 나라가 잘되지 않겠느냐”고 버스에 올랐다. 신분증이 불에 탔거나 대피 과정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이재민들은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았다. 전남중 씨(81)는 “갑자기 몸만 피하느라 집도 신분증도 다 타버렸다”며 종이로 된 임시 신분증을 들어보였다. 교통사고로 불편한 한쪽 다리를 이끌고 투표소를 찾은 홍중표 씨(63)는 “대피소 생활로 몸은 지쳤지만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새 대통령이 이재민을 잘 보듬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져 선거인들이 항의하는 일도 잇따랐다. 서울 강동구 상일 제1동 제6 투표소에서는 투표 시작 전인 오전 5시 53분경 정전이 발생해 30여분 간 투표가 진행되지 못했다. 출동한 경찰이 전력시설을 정비해 복구했지만 선거인들이 혼란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력 과부화로 인한 정전이었다”고 밝혔다.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사무원이 실수로 투표지 두 장을 건네 선거인이 모두 기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선거인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기 전에 다행히 이 사실을 현장에 있는 투표사무원에게 알렸고, 두 장 중 한 장만 유효 표로 처리됐다. 경기 하남시 신장2동 투표소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도장이 옅게 찍혔다”며 투표지 교환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투표지를 찢고 현장을 떠났고 투표지는 무효 처리됐다. 대구에서도 60대로 추정되는 남성 A 씨가 기표한 투표지 교환을 요구하다 이를 거절당하자 투표지를 들고 투표소 밖으로 나갔다. 현재 경찰이 A 씨를 추적 중이다. 강원 춘천시 중앙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70대 남성 B 씨는 “사전투표했는데 나에게 투표지를 또 줬다”고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B 씨는 선거사무원이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사이 다른 선거사무원이 먼저 건넨 투표지를 받았다. 춘천시선관위는 사전투표에 참여해 투표소에 출입할 수 없는 B 씨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했다.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여성 C 씨가 투표 후 투표함 특수봉인지를 훼손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C 씨는 경찰에 사전투표 당시 투표함 관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인 34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시민들은 “코로나19로 불안해도 투표는 소중한 권리다. 꼭 투표해야 한다”며 투표소를 찾았다. 9일 서울 관악구 대학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가 되기도 전에 이미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긴 줄을 확인한 일부 시민은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오전 8시 양천구 시립청소년센터의 투표소에도 가족 단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몰려오면서 투표장 밖 도로까지 줄이 이어졌다. 경기 안양시에서 집 앞 투표소를 찾은 조아현 씨(26)는 “사전투표 때 줄이 길어서 오늘 다시 왔다”며 “개인적으로 두 번째 대선 투표인데 한 표를 꼭 행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모 씨(58·서울 강남구)도 “누가 되든 오늘 이후 국민이 합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지면서 유권자들이 항의하는 일도 잇따랐다. 서울 강동구 상일 제1동 제6 투표소에서는 투표 시작 전인 오전 5시 53분부터 6시 38분까지 정전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전기관리실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 뒤 복구했다. 30여분 간 투표가 진행되지 못해 시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력 과부화로 인한 정전이었다”고 밝혔다. 경기 하남시 신장2동 투표소에서는 50대 한 여성이 “도장이 옅게 찍혔다”며 투표지 교환을 요구했다가 이를 거부당하자 투표지를 찢어 버리고 현장을 떠났다. 투표지는 무효 처리 됐다. 수원 정자2동 투표소에서는 투표지에 참관인 도장이 없다는 이유로, 성남 분당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선거참관인 수가 적다는 이유로 일부 유권자들이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일으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오전 11시 40분경 수원시 권선구 곡선중학교 제5투표소에서는 기표소 안에서 자신의 투표지를 촬영한 40대 여성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부산에서도 투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던 50대 여성이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오전 6시20분경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A 씨가 투표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투표지를 촬영했다가 경찰에 고발됐다. 비슷한 시간 북구 화명1동의 한 투표소에서 60대 남성 B 씨가 “천장에 뚫린 동전 크기의 구멍이 의심스럽다. 구멍 안에 카메라가 설치된 것이 아니냐”며 현장에 있던 투표사무원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선관위가 종이와 테이프로 해당 부분을 막은 뒤 다시 투표가 진행됐다. 대구에서도 한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지를 들고 투표소를 벗어나는 일이 발생했다. 오전 6시 반분경 남구 대명동의 한 투표소에서 6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C 씨가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 밖으로 나갔다. C 씨는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현장 투표사무원에게 교환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 당하자 이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투표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C 씨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울진 지역 산불 이재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힘든 상황에서도 이른 시간부터 투표를 찾았다. 오전 8시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 앞은 선관위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투표소로 향하려는 21명의 이재민들로 북적였다. 박금자 씨(68)는 “산불로 집이 다 타버리고 몸은 힘들지만 투표는 해야지”라며 신분증을 챙겼다. 아침밥을 먹던 남정희 씨(77)는 “좋은 사람을 뽑아야 나라가 잘되지 않겠느냐”고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신분증이 불에 탔거나 대피 과정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이재민들은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았다. 전남중 씨(81)는 “산불이 났을 때 부랴부랴 몸만 피하느라 집도 신분증도 다 타버렸다”며 종이로 된 임시 신분증을 들어보였다. 교통사고로 불편한 한쪽 다리를 이끌고 투표소에 나선 이재민 홍중표 씨(63)는 “이웃들 도움을 받아 투표하러 왔다. 대피소 생활로 몸이 지쳤지만,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새 대통령이 이재민들을 잘 보듬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선거 전날인 8일 ‘북한 선박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건이 발생한 서해 최북단 섬 인천 백령도에서는 큰 동요 없이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됐다. 약 5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백령도에는 9일 오전 6시 4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됐다. 오전 6시 투표소를 찾은 백령도 주민 김모 씨(48)는 “다음 대통령이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백령도의 의료 인프라를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심효신 씨(58)는 “북한 선박이 백령도 인근 NLL을 넘어 나포되는 사건이 있었지만,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확진·격리자 투표는 오후 6시부터 7시 반까지 진행된다. 투표 시간을 제외한 투표 방식은 일반 유권자와 동일하며, 정식 기표소에서 투표한 뒤 직접 투표함에 기표한 투표지를 넣는다. 사전투표 당시 임시 기표소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사무원에게 넘기도록 해 전례 없는 혼란이 발생하면서 이같이 변경됐다. 하지만 9일 코로나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34만 명에 육박하면서 혼란이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자꾸 배달지 바꾸던 그놈이네. 아까도 배달시켰는데요?” 경찰 수사망을 피해 도망 다니던 강도 범죄자 A 씨(27)가 야식 배달 라이더의 도움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3일 헤어진 전 연인 집에 침입해 흉기로 협박한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특수강도)로 A 씨를 최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여자친구 B 씨와 올해 1월 초 결별했지만 B 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다. 1월 9일에는 열쇠수리공을 속여 B 씨 집에 침입한 뒤 자신을 피해 집에 숨어 있던 B 씨를 흉기로 협박해 68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B 씨는 A 씨를 경찰에 신고한 뒤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고 경찰이 제공한 안전가옥으로 피신했다. 하지만 A 씨는 일정한 주거지가 없었다. 경찰은 A 씨가 수시로 배달 음식을 주문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폐쇄회로(CC)TV를 통해 배달지로 입력된 장소 인근을 뒤져봐도 A 씨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경찰은 지역 배달 대행업체 사장과 라이더들을 접촉했다. A 씨의 인상착의와 배달 내역 등을 듣던 몇몇 라이더들은 “주문하고 매번 배달지를 바꾸던 사람이 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배달 음식을 주문한 뒤 배정된 라이더에게 따로 연락해 실제 수령 장소를 바꾸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 왔다. 경찰은 배달 내역 등을 확인한 뒤 1월 19일 A 씨가 머물고 있던 모텔에서 체포했다. 검찰에 송치된 A 씨는 마약 관련 혐의로 지명 수배된 범죄자로 밝혀졌다. 현재 A 씨는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자꾸 배달지 바꾸던 그놈이요? 아까도 배달 시켰는데요?” 경찰 수사망을 피해 도망 다니던 스토킹 및 강도 범죄자 A 씨(27)가 야식 배달 라이더의 도움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배달 음식을 주문한 뒤 배정된 라이더에게 따로 연락해 실제 수령 장소를 바꾸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하던 그는 라이더들의 증언과 지역 배달대행업체의 도움으로 검거됐다. 검찰에 송치된 A 씨는 마약 관련 혐의로 지명 수배된 범죄자이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헤어진 전 연인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집까지 침입한 뒤 흉기로 협박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 등)로 A 씨를 최근 체포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4개월 간 교제하던 여자친구 B 씨와 올해 1월 결별했다. 하지만 A 씨는 이후에도 B 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고, 집에 찾아가 문을 열어달라고 재촉했다. B 씨는 응하지 않았다. 열쇠수리공을 속여 B 씨 집에 침입한 A 씨는 집 안에 숨어있던 B 씨를 찾아내 흉기로 협박했다. B 씨 계좌에 있던 현금 80여 만 원을 강제로 빼앗고, 가방과 귀금속 등 600만 원 상당의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이후에도 연락이 계속되자 B 씨는 경찰에 A 씨를 신고했다. B 씨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뒤 경찰이 제공한 안전 가옥으로 피신했다. 경찰 수사에 착수했지만 A 씨는 일정한 주거지가 없었다. 경찰은 그의 통신내역을 조회해 A 씨가 수시로 배달 음식을 주문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폐쇄회로(CC)TV로 배달지로 입력된 장소 인근을 뒤져봐도 A 씨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경찰은 인근 지역 배달 대행업체의 사장과 라이더들을 접촉했다. 경찰로부터 A 씨의 인상착의와 배달 내역 등을 듣던 몇몇 라이더들은 “주문하고 매번 배달지를 바꾸던 놈이 있다”고 증언했다. 알고 보니 A 씨는 자신의 실제 소재지와 무관한 곳으로 음식을 주문한 뒤 라이더가 배정되면 따로 라이더에게 연락해 다른 곳으로 가져다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라이더들은 주문을 받고 배달을 시작했다가 돌연 다른 곳으로 목적지를 바꿔야 했다. 최종 배달지는 주로 모텔들이었다. 경찰은 배달대행업체의 도움을 받아 결제 일시 등을 확인한 뒤 1월 19일 A 씨가 가장 마지막으로 배달을 주문한 한 모텔을 파악하고 퇴실 직전 A 씨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은행 계좌를 써왔으며 마약범죄 수배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근 라이더들과 지역 배달대행업체 업주의 도움으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이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고 두 시간여가 흐른 1일 오후 10시,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이용자들이 게임 안에서 모였다. 장소는 게임 안에 구현된 공간인 ‘부여성’ 남쪽 흉가 앞이었다. ‘바람의 나라’ 서비스 초기인 1996년부터 있었던 공간이다. 바람의 나라는 김 이사가 1994년 넥슨을 창업하면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이다. 넥슨을 키워낸 대표작이다. 게임 속에서 온라인 추모식을 연 이용자들은 채팅창에 “게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만들어준 분,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등의 메시지를 올리고 국화 아이템을 내려놓기도 했다. 한국 벤처업계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김 이사가 별세했다는 소식에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 곳곳에서 추모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2011년부터 김 이사와 인연을 이어온 푸르메재단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푸르메재활센터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김 이사는 2013년 국내 최초의 아동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넥슨코리아 등과 함께 200억 원을 기부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기부에 그치지 않고 가족이 직접 5개월 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병원을 챙길 정도로 누구보다 장애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셨던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 업계와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김 이사가 투자자 또는 조언자로 자신을 도왔던 일화를 쏟아냈다. 온라인 교육 사이트 ‘이투스’ 창업자 김문수 스마투스 대표는 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1년 김 이사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경험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한참 후 고개를 들어 보니 JJ(업계에서 김 이사를 친근하게 부르던 호칭)가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몇 주 뒤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계약서도 없이 보통주(보통주 매입)로 10억 원의 투자를 얼떨결에 받았다”고 회고했다. 넥슨 출신으로 ‘아기상어’를 제작한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도 “모든 면에서 (김 이사가) 인생의 롤모델이었다”며 “2013년 첫 투자를 받고 100배로 불려 드리기로 했던 목표가 눈앞에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게임업계 동료인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는 2일 “작년 제주도에서 만났을 때 산악자전거를 막 마치고 들어오는 건강한 모습과 환한 얼굴이 아직 떠오르는데 갑작스러운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며 김 이사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측은 2일 “하와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28일 현지 경찰을 통해 김정주 이사가 27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밝혔다. 홍석인 주호놀룰루 총영사는 “김 이사가 하와이를 종종 찾았었고, 휴양 및 사업 구상 목적으로 왔다는 말을 교민들에게 전했다고 한다”고 했다. 김 이사의 사망과 관련 수사 당국은 “타살 혐의나 (수사를 위한) 국제 공조가 필요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2일 넥슨 측을 통해 조용히 장례 절차를 밟으며 국내에 빈소를 마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도대체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지?’ 복잡한 세상, 사건도 복잡합니다. ‘기승전결, 전후좌우’, 자세히 알고 싶은 사건이 있으신가요? 사건의 뒷얘기가 궁금하신가요? ‘사건 Zoom In’이 찾아갑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혼란을 악용한 ‘코로나19 금융사기’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값이 된 방역용품을 공급하겠다며 대금만 받고 사라지는 ‘탕치기’(돈을 선불로 받은 뒤 갚거나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하지 않고 도망감) 범죄가 일어나는가 하면 역학조사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가로챈 뒤 돈을 빼돌리는 보이스피싱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방역 정책의 혼란을 틈타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등 사기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범죄는 공통적으로 현금 전달, 계좌이체를 요구하거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를 가장 의심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빈발하는 지원금 빙자 보이스피싱…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 사칭도“코로나19 확진자가 가게에 방문해 방역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자영업자 A 씨는 지난달 17일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이라고 소개하면서 “운영하시는 가게에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던 찰나. 사기범은 “방역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되셔서 지원금을 지급하려고 하니 신분증과 신용카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보내 달라”고 했다. ‘손님이 끊기면 어쩌나’하는 근심이 일던 차에 지원금을 준다고 하자 A 씨는 선뜻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찍어 전송했다. 또 전화 도중 상대방이 질병관리청 사이트라며 보내 온 인터넷 주소를 눌렀다. 뒤늦게 알게 됐지만 역학조사관이라던 사람은 사기범이었고, 인터넷 주소는 가짜였다. 주소를 누름과 동시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A 씨 스마트폰에 설치됐다. 사기범은 이 앱을 통해 A 씨가 휴대전화 앨범에 보관 중이던 통장 사진을 빼돌렸다. 은행 계좌번호를 확보한 것이다. 사기범은 A 씨 명의로 해외 송금 서비스에 가입한 뒤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뒀다. 돈을 빼돌리기 위해 휴대전화 인증이 필요했던 것. 사기범은 A 씨에게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올 텐데 인증번호만 누르면 방역지원금이 지급된다”고 했다. A 씨가 사기범의 지시대로 인증번호를 누른 순간 A 씨 계좌에서 약 300만 원이 사기범의 수중으로 빠져나갔다.● 소상공인 노린 피싱 극성최근 방역지원금 추가 지급이 발표되면서 소상공인을 노리는 보이스피싱도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과 빵집을 운영 중인 이모 씨(37)는 최근 ‘민생경제 지원방안 긴급 재난지원금 신청 대상자’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지원금이 여러 차례 지급되면서 악용되는 ‘단골 보이스피싱 문구’다. 그러나 이 씨는 하마터면 사기에 넘어갈 뻔 했다. 이 씨는 “피싱 메시지에 혹해 내 번호를 문자로 보냈는데, ‘선착순 지원’이라는 문구가 영 마음에 걸렸다”면서 “범죄임을 직감하고 해당 번호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원금을 미끼로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문자 메시지들은 공통적으로 ‘정부 지원’을 앞세우며 △국민생활 안정자금 △긴급 재난지원금 △특별금융 지원금 등을 명시하는 경향이 있다. 선착순 마감임을 강조하거나 신청 기한을 못 박으면서 ‘늦으면 지원금을 놓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전화 통화를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품귀 현상 자가검사키트 “싸게 주겠다” 사기정부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온라인 신규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유통업체에 근무 중인 B 씨는 자가검사키트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제조업체를 검색한 뒤 홈페이지에 등재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장모 씨는 해당 업체의 ‘영업 총괄본부장’이라고 소개했다. 당시는 자가검사키트 대란이 예상되던 상황. B 씨는 이것저것 따질 겨를 없이 키트 3만 개를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장 씨가 일러준 계좌번호로 총 구매금액의 50%인 7700만 원을 입금했다. 입금은 했지만 뭔가 미심쩍었다. B 씨는 “(자가검사키트) 대란인데 너무 쉽게 많은 물량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 이상했다”고 했다. 이에 B 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장 씨는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전화번호 착신 전환을 이용한 사기에 당한 것이었다. 범행 전 사기범이 한국전력 직원을 사칭해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에 연락한 뒤 “전기 공사로 전화나 통신이 두절될 수 있다”며 “당분간 070으로 시작하는 특정 번호로 착신을 전환하라”고 유도했던 것. 사기범들에게 속아 넘어간 이 업체는 그대로 착신 전환을 했다. 이후 걸려온 주문 전화는 장 씨가 모두 가로챈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선불금을 떼먹는 ‘탕치기’와 보이스피싱이 결합된 사기 범죄다. 대전 유성경찰서 외에도 추가 두 건의 유사 피해 사례가 전국 다른 경찰서에 접수됐다. 모두 같은 업체의 홈페이지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피해를 당했다.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금액은 총 1억 원 수준. 경찰은 모두 같은 사기 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일당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해외에 거점을 두고 정부나 기관을 사칭해 개인을 속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번처럼 본인 신분을 사칭해 기업을 통째로 속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자가검사키트가 품귀현상을 빚는 가운데 유통업자의 급박한 심리를 악용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정부 지시로 특별 공급합니다” 사기 시도도특정 기업을 사칭해 약국에 자가검사키트를 공급하겠다고 하고 대금을 빼돌리는 사기 사건도 일어날 뻔 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일대 일부 약국에 ‘자가검사키트를 특별 공급한다’는 공문이 팩스로 전달됐다. 공문에는 한 업체가 보건복지부 지시로 자가진단 키트를 평소 공급 가격의 절반에 특별 공급한다고 적혀 있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이를 신청하라는 당부도 담겨 있었다. 몇몇 약사들이 공문을 보낸 업체에 전화하자 업체 측은 “공문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문의 전화가 100통 이상 폭주했다. 결국 이 업체는 대한약사회를 통해 “자가검사키트 특별 공급 관련 공문을 보낸 적 없다”고 공지해야 했다. 대한약사회는 이 사건을 사기 시도로 의심하고 있다. 업체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들이 약국을 방문한 뒤 ‘키트 특별 공급 대금’을 받으러 왔다면서 현금을 가로채 잠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다행히 피해 사례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 측은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이 사기범 일당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20년 초 마스크 대란 때도 허가를 받지 않은 마스크를 속여 약국에 판매하거나 대금만 받아 챙긴 일당들이 적발됐다”고 했다.● “의심과 주의가 피해 예방의 최선”경찰은 팬데믹이 지속되면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계층의 돈을 빼돌리는 이 같은 ‘코로나19 사기’도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절박한 시민들이 지원금 등을 미끼로 내건 사기범에 현혹되기 쉬운 탓이다. 뿐만 아니라 마스크 대란, 자가검사키트 대란 등 방역 물품이 품귀 현상을 빚을 때에도 이를 급하게 구하려는 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개개인이 범죄 수법을 알아두고 더욱 주의해 사기에 걸려들지 않는 수밖에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금융 사기범이 타인을 사칭하든, 악성 앱 설치를 요구하든, 부탁을 하든 최종적으로는 현금 전달, 계좌이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자가검사키트 사기를 수사 중인 대전 유성경찰서 관계자는 “지금은 검사키트 가격이 안정화됐지만 공급이 달리거나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다”면서 “공식 유통 체계를 벗어나 통상적 단가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판매를 제안하거나 솔깃할 만한 제안을 하는 곳은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됐지만 거액의 계약을 체결할 때는 전화뿐 아니라 직접 당사자와 만나거나 현장을 방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보행 중 일어난 초등학생 교통사고의 절반 이상이 하교 및 학원 등으로의 이동이 집중되는 오후 2∼6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은 도로교통공단과 2016∼2020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치거나 사망한 ‘초등학생 보행 사상자’는 총 1만2273명(사망 62명)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사고의 51.5%는 오후 2∼6시 시간대에 발생했다. 오후 4∼6시에 발생한 비율이 27.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오후 2∼4시(24.0%), 오후 6∼8시(17.7%) 순이었다. 경찰청은 “하교 시간대 학원 이동, 놀이 활동 등이 많아 사고에 쉽게 노출된다”며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학교 가정 등에서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년이 낮을수록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상자의 61.7%가 저학년(1∼3학년)에서 발생했고, 그중에서도 1학년이 전체의 22.1%로 가장 많았다. 도로 횡단 중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은 총 8474명(69%)이었는데, 이 중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상자가 40.4%(3424명)에 달했다. 초등학생 보행 사상자의 13.1%(1602명), 사망자의 25.8%(16명)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일 서울 시내 곳곳에선 대규모 집회와 선거 유세가 열릴 예정이다.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층 확산되는 계기가 될까 방역 당국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1일 광화문 일대에서 ‘3·1절 광화문 1000만 국민기도회’를 예고했다. 여야는 막판 대규모 선거유세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43개 부대를 동원해 집회와 선거 유세에 대비하고 있다.○ 전광훈, 유세차 동원 집회… 경찰 “원칙 대응”전 목사가 주도하는 국민기도회는 1일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다. 버스를 이용해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돼 방역 당국과 경찰 등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최 측은 종교행사라는 이유로 따로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15조)에는 종교 목적의 집회는 사전 신고 의무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전 목사는 28일 유튜브를 통해 “(모든 신도) 여러분은 한 사람 한 사람한테 연락하셔야 한다. 안 되면 돈으로라도 매수해야 한다”며 집회 참여를 촉구했다. 전 목사는 지난달 21일부터 부산 광주 등을 돌며 지속적으로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기도회는 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의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참석해 유세 형식으로 진행된다. 현행 거리 두기 지침에는 행사와 집회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자로만 최대 299명까지 모일 수 있다. 반면 선거 유세는 인원 제한이 없다. 종교행사라 집회신고 대상에서 빠지고, 선거 유세라 방역지침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1500명이 모인 민노총 택배노조 집회도 선거 유세 형식으로 진행돼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로선 집회를 사전에도, 당일에도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3·1절이라도 집회·시위와 관련해 경찰 대응 방침은 명확하다”며 “공직선거법 부분은 선거관리위원회, 방역 관련은 방역당국의 의견을 따라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 유세가 진행되다가 다른 형태로 집회가 변질될 경우 선관위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면서도 “사후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편 정의기억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부터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일본의 역사왜곡 중단과 위안부 인정 등을 요구하는 규탄 집회(예상 인원 299명)를 연다.○ 명동, 신촌 대선 후보 유세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 막바지 대규모 도심 유세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은 1일 오후 2시 중구 명동에서 이재명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서울 도심 집중 유세를 통해 세 과시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명동 집중 유세에 2만 명 이상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에 맞서 오후 2시부터 서대문구 신촌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주제로 홍수환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유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유세에도 수천∼수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보행 중 일어난 초등학생 교통사고의 절반 이상이 하교 및 학원 등으로의 이동이 집중되는 오후 2~6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은 도로교통공단과 2016~2020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치거나 사망한 ‘초등학생 보행 사상자’는 총 1만2273명(사망 62명)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사고의 51.5%는 오후 2~6시 시간대에 발생했다. 오후 4~6시에 발생한 비율이 27.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오후 2~4시(24.0%) 오후 6~8시(17.7%) 순이었다. 경찰청은 “하교 시간대 학원 이동, 놀이 활동 등이 많아 사고에 쉽게 노출된다”며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학교 가정 등에서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년이 낮을수록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상자의 61.7%가 저학년(1∼3학년)에서 발생했고, 그 중에서도 1학년이 전체의 22.1%로 가장 많았다. 도로 횡단 중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은 총 8474명(69%)이었는데, 이 중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상자가 40.4%(3424명)에 달했다. 초등학생 보행 사상자의 13.1%(1602명), 사망자 62명 중 16명(25.8%)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정부가 연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낙관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방역 의식을 흔들고 있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를 풍토병 수준으로 언급하며 ‘출구의 초입’에 있다고 한 데 이어 23일에는 ‘확진자 폭증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정부가 동선 추적 등 각종 방역 정책을 완화한 상황에서 연일 이런 메시지를 내자 시민들은 ‘오미크론 변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역 긴장감을 푸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어선 23일에도 도심 다중이용시설에선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점심시간대 서울 중구의 한 카페는 손님 50여 명이 들어차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그러나 음료를 마신 뒤 다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직장인 강모 씨(34)는 “정부도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다룬다는데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식당은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대기 명부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62명, 식당 앞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만 33명이었다. 모두 밀집한 채 기본 방역수칙인 ‘2m 거리 두기’는 사라진 모습이었다. 서울시청 인근 카페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던 대학생 이성재 씨(26)는 “요즘은 방역수칙을 지켜도 코로나19에 걸리고 안 지켜도 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 씨(42)는 “지난해에 일일 확진자가 수백 명씩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했는데 지금은 10만 명이 넘어도 긴장감이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엔데믹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대응 역량을 확충할 중장기 계획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백신 효과가 6개월을 가지 못하고, 먹는 치료제도 아직 범용화되지 않았다”며 “사망자가 본격적으로 늘 수 있어 ‘출구의 초입’이 아니라 ‘아비규환의 초입’”이라고 말했다.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유행 때 우리 병원에서 중환자를 많으면 23명까지 봤는데, 지금 벌써 19명이 입원해 당시에 육박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정부가 연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낙관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방역 의식을 흔들고 있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를 풍토병 수준으로 언급하며 ‘출구의 초입’에 있다고 한데 이어 23일에는 ‘확진자 폭증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정부가 동선 추적 등 각종 방역 정책을 완화한 상황에서 연일 이런 메시지를 내자 시민들은 ‘오미크론 변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역 긴장감을 푸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어선 23일에도 도심 다중이용시설에선 방역에 신경쓰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점심시간대 서울 중구 한 카페는 손님 50여 명이 들어차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그러나 음료를 마신 뒤 다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직장인 강모 씨(34)는 “정부도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다룬다는데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 익선동 한 식당은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대기 명부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62명, 식당 앞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만 33명이었다. 모두 밀집한 채 기본 방역수칙인 ‘2m 거리두기’는 사라진 모습이었다. 서울시청 인근 카페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던 대학생 이성재 씨(26)는 “요즘은 방역수칙을 지켜도 코로나19에 걸리고 안 지켜도 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 씨(42)는 “지난해에 일일 확진자가 수백 명씩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했는데 지금은 10만 명이 넘어도 긴장감이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엔데믹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대응 역량을 확충할 중장기 계획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백신 효과가 6개월을 가지 못하고, 먹는 치료제도 아직 범용화되지 않았다”며 “사망자가 본격적으로 늘 수 있어 ‘출구의 초입’이 아니라 ‘아비규환의 초입’”이라고 말했다.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유행 때 우리 병원에서 중환자를 많으면 23명까지 봤는데, 지금 벌써 19명이 입원해 당시에 육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윤기자 asap@donga.com김기윤기자 pep@donga.com}
《이사철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사다리차가 이삿짐을 나르다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삿짐 운반을 마치고 철수하려던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쓰러지면서 할머니와 손자를 덮쳐 할머니가 숨지는 날벼락 같은 사고가 벌어졌다. 최근 한 달 새 벌써 세 번째 사다리차 전도 사고다. 사고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노후화된 장비와 함께 일감이 몰리면서 작업자들이 현장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왼쪽으로 넘어가더니 (화단) 나무를 스치고 멀리 있는 관리사무소 인도까지 넘어갔더라고요. 가까이 가보니 한 아이가 사다리 아래서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창문을 내다보니 사다리가 넘어져 있었어요.” 2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벌어진 이삿짐 운반용 사다리차의 사다리 전도(顚倒)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은 22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21일 사다리차가 17층 이삿짐 운반을 마치고 철수하기 위해 사다리를 접는 과정에서 사다리가 넘어지며 이 아파트 주민 A 씨(70)와 B 군(6)을 덮쳤다. 사다리차는 아파트 건물 3, 4호 라인 쪽에 있었고 A 씨와 B 군은 1, 2호 라인 출입문으로 들어가려던 중이었다. B 군의 할머니인 A 씨는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B 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도된 사다리의 길이는 최대 40m로 추정된다.“사다리 펴고 접을 때 특히 위험”최근 이사철을 맞은 아파트 단지에서 이삿짐 운반용 사다리차나 사다리가 전도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드러난 것만 최근 한 달 새 세 번째다. 전문가들은 일부 사다리차의 노후화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무리한 작업 등이 사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원 춘천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사다리차 전도 사고의 경우 장비 노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사다리차가 22층 이삿짐 운반 중 약 60m 높이까지 사다리를 펼친 채 옆으로 쓰러졌다. 이 사다리차를 운영한 이삿짐센터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다리 하부를 지탱하는 부품이 노후화됐다”고 말했다. 이사철에 일이 몰리는 상황에서 작업자들의 부주의로 사고가 나기도 한다. 이달 3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24층으로 이삿짐을 나르던 사다리차가 옆으로 쓰러졌다. 경찰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춘천과 인천, 용인 사고에선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다. 21일 노원구 사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강풍 관련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장비 노후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다리차 운전사는 이날 소방 관계자에게 “눈이 내리고 갑자기 강풍이 불면서 사다리가 넘어졌다”고 밝혔다. 한 사다리차 업체 관계자는 “이삿짐 운반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사다리를 펴고 접는 동안이 위험하다. 사다리가 차 말고는 지탱할 구조물이 없어 바람에 흔들리기 쉽다”고 했다.“사전 장비 점검 철저히 해야”전문가들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 장비 점검과 안전수칙 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복영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이사철 작업량이 몰리면서 작업자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소지가 있다”며 “특히 사다리차의 ‘아웃 트리거’(전도 방지용 지지대) 4개의 수평을 맞추는 게 중요한데, 반드시 지형에 맞게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이사업체 대표는 “노후 장비를 사용하는 업체가 적지 않은데, 사다리를 펴고 접을 때 정상 속도로 원활히 작동하는지, 파손된 부분은 없는지 등을 사전에 살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이사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불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삿짐을 옮기던 사다리차가 넘어지면서 주민들이 숨지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아파트촌에서 사다리차 전도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 노원경찰서와 노원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12분경 상계동의 한 아파트 17층에서 이삿짐 운반 후 철수하던 사다리차가 넘어졌다. 전도된 사다리는 A 씨(70)와 A 씨의 손자 B 군(6)을 덮쳤고, 크게 다친 A 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B 군은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고 지상에 주차된 차량 5대도 파손됐다. 사고 당시 사다리차는 이삿짐 운반 작업을 마치고 사다리를 접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다리차 운전 기사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에 “눈이 내리고 강풍이 불어서 갑자기 사다리가 넘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넘어진 사다리의 길이가 최소 40미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파트 1개 층 높이가 2.5미터 내외인 걸 감안해 계산한 결과다. 경찰 관계자는 “강풍 관련 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장비가 노후화됐던 것은 아닌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다리차 업계에 따르면 이사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며 사다리를 펴고 접을 때 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사다리를 접고 펴는 과정에서 사디리를 지탱할 구조물이 없다보니 강풍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특히 사다리차 전도 사고는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달 3일 오전 8시 40분경 인천 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선 24층으로 이삿짐을 나르던 사다리차가 옆으로 쓰러졌다. 높이 뻗어 있던 사다리는 맞은편 아파트에 부딪혔고, 일부 세대 창문과 방충망이 파손됐다. 주민 20여 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지난달 강원 춘천시 아파트 단지에서는 22층의 이삿짐 운반 작업 중 60여 미터 높이의 사다리차가 쓰러졌고,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두 사고 모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다리차 전도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형 인명 피해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무리한 작업 △장비 노후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복영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이사철 작업량이 몰리면서 현장 작업자들이 안전수칙을 충분히 준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엔 사다리차 제작 기술도 발전하면서 그렇게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안전수칙을 충분히 준수하고,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무리한 작업은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춘천 사다리차 전도 사고를 조사한 결과 사다리차 하부를 지탱하는 부품이 노후화하며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유채연기자 ycy@donga.com김기윤기자 pep@donga.com}
다세대주택 건물 3층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시민을 경찰이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어 극적으로 구조하는 일이 발생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18일 오전 6시 20분경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에 “술 취한 사람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무전을 받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 지구대 김문홍 경위(40·사진)의 눈에는 다세대주택 3층 창문 밖으로 목에 줄이 감긴 채 매달린 여성 A 씨의 모습이 들어왔다. 김 경위는 동료 경찰의 도움을 받아 1층 화단을 밟고 건물 외벽을 올랐다. 이어 건물 2층 외벽에 튀어나온 부분을 딛고 벽에 달라붙었다. 김 경위가 어깨로 허공에 떠 있던 A 씨의 발을 밀어 올리자 목이 졸린 상태였던 A 씨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김 경위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민으로부터 A 씨 집 현관문이 잠겨 (구출할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든 몸으로 A 씨를 밀어 올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지원 요청을 받은 홍익지구대 동료 경찰 5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들은 순찰차를 건물 1층에 붙여 주차한 후 차 위로 올라가 함께 김 경위를 떠받쳤다. 경찰 한 명은 순찰차 옆에서 혹시 추락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경찰들이 서로 목말을 태우면서 ‘인간 피라미드’가 생겨났다. 조금 여유가 생긴 틈을 타 A 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경찰들의 도움을 받아 외벽을 타고 올랐고, 목에 감겨 있던 줄을 자르며 구조 작업이 마무리됐다. 신고 접수 뒤 A 씨가 구조되기까지 9분이 걸렸다. 하지만 줄이 끊어지는 순간 갑작스러운 무게를 버티지 못한 김 경위는 순찰차 위로 추락하면서 튕겨 화단으로 떨어졌다. A 씨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추락해 허리와 무릎을 다친 김 경위도 응급 치료를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김 경위는 “다행히 충격을 완화해줄 화단이 있어 골절은 피했다”며 “얼른 털고 일어나 이번 주 중에는 지구대에 복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급박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해 시민의 생명을 구한 김 경위 등을 표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서울의 다세대주택 건물 3층에 목이 줄에 감긴 채 매달린 시민을 경찰이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어 가까스로 구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18일 오전 6시 20분경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에 “술 취한 사람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순찰 중 무전을 받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 지구대 김문홍 경위(40)의 눈에 다세대주택 건물 3층 창문 밖으로 목에 줄이 감긴 채 매달려 있는 여성 A 씨의 모습이 들어왔다.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이었다. 김 경위는 동료 경찰의 도움을 받아 1층 화단을 디딤돌 삼아 건물 외벽을 타고 올랐다. 이어 발로는 건물의 2층 외벽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딛고 손으로는 벽을 붙잡은 채 벽에 달라붙었다. 김 경위가 자신의 어깨로 허공에 떠 있던 A 씨의 발을 떠받치자 목이 졸린 채였던 A 씨는 조금씩 숨을 쉴 수 있었다. A 씨의 몸이 조금씩 움직이자 김 경위와 동료 경찰은 살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김 경위는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관해 “A 씨가 매달린 집의 문이 잠겼다는(구출할 방법이 없다는) 주민 얘기를 들었다”면서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든 몸으로 A 씨를 받쳐 올려서 목이 졸리는 걸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원 요청을 받은 홍익지구대 동료 경찰관 5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들은 순찰차를 건물 1층에 붙여 주차한 뒤 차 위로 서너 명이 올라가 함께 김 경위를 떠받쳤다. 한 명은 순찰차 아래서 혹시 추락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경찰들이 서로 목말을 태우면서 ‘인간 피라미드’가 생겨났다. 힘겹게 버티던 김 경위도 다시 A 씨를 떠받칠 힘이 생겼다. 그동안 인근 주민이 A 씨의 목에 감겨있던 줄을 칼로 자르면서 A 씨는 구조됐다. 줄이 끊어지는 순간 갑작스런 무게를 버티지 못한 김 경위는 순찰차 위로 추락한 뒤 튕겨져 다시 화단으로 떨어졌다. 신고 접수 뒤 A 씨가 구조되기까지 9분이 걸렸다. A 씨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추락해 허리와 무릎을 다친 김 경위도 응급치료를 받고 병원 입원 중이다. 김 경위는 “다행히 충격을 완화할 화단이 있었기에 골절은 피했고, 소염제와 진통제를 먹고 있다”면서 “얼른 털고 일어나 이번 주 중으로 지구대에 복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급박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해 시민의 생명을 구한 김 경위 등을 표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익지구대는 전국에서도 사건·사고 신고가 가장 많은 지구대 중 하나로 꼽힌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