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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귀측은 우리 내부 문제를 걸고 마치 그 무슨 급변사태라도 도래할 것처럼 없는 사실을 날조 유포하면서 부산을 피우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 최고 존엄에 대한 특대형 도발을 반복한다면 가차 없는 보복 행동이 예고 없이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입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서기실이 19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전화통지문의 주요 내용이다. 북한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앞으로 서신을 보내 대남 도발을 경고한 것이다. 이 통지문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전격 처형 사태를 자신들의 ‘내부 문제’로, 이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우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모함으로 규정했다. 특히 ‘광고(예고) 없는 공격’이라는 표현이 반복돼 사용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16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전쟁은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이래 국방위 전화통지문(1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526대연합부대 방문(24일)에서 비슷한 표현이 잇달아 나왔다. 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5일 발표한 ‘공개질문장’에서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보다 더한 대결 정권으로 조선반도 평화 파괴와 긴장 격화의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각종 도발의 원흉인 박근혜 패당이 그 누구(북한)에 대해 도발이니 뭐니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여성 비하적 발언을 포함해 도를 넘어선 비난”이라며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26일 중 정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강 대 강’ 분위기가 우발적 국지전으로 비화될 수도 우리 정부는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이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7일 예정에 없던 전국 지휘관 긴급회의를 소집해 “북한이 도발하면 곧바로 가차 없이 응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지 도발과 전면전 위협에 동시에 대비하면서 적이 도발하면 지휘·지원 세력까지 강력히 응징해 도발 의지를 완전히 분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북한 전통문에 대한 답문에서도 “북측이야말로 현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후 처음으로 전방부대를 찾은 24일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단호하고 가차 없이 대응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강경하게 반응하는 것은 북한의 내부 사정이 복잡한 가운데 잇달아 위협이 나오는 만큼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측근들의 충성 경쟁, 김정은의 오판 등이 겹치면서 북한이 우발적으로 도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장성택 처형을 ‘북한 정권 수립 68년 만의 주요 전환점’ 가운데 하나로 지정한 만큼 그 후폭풍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인들이 계속 상부에서 긴장 고조 압박을 받으면 피로감이 쌓이고, 이는 우발적인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과거에도 남북 대립이 오래가면 결국 국지전으로 비화했다”고 우려했다. ○ 북한의 심상치 않은 내부 단속 분위기 김정은은 19일 방북한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을 만나지 않았고 북한 언론의 보도도 없었다. 올해 2월과 9월 방북 때 김정은 면담은 물론이고 북한 내 행적을 상세히 보도했던 것과 대조된다. 긴장 국면 조성용 분위기 잡기의 연장선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 20일 평양 천리마구역에서 열린 노동단체의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김정은에 대해 충성을 다짐하는 노래, 시, 선전화(포스터) 등도 잇달아 소개되고 있다. 21일 노동신문은 1면 전면에 김정은 사진과 ‘그이 없인 못 살아’ 선전가요를 실었다. 핵심 측근으로 부상한 인물들이 잇달아 언론보도에 등장해 군부 세대 교체를 공식화한 것도 주목된다. 16일 충성맹세모임, 23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24일 526대연합부대 방문에는 모두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이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자신들이 도발 의사가 없음을 알리는 ‘알리바이용’ 선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24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에서 북한은 “북조선 위협론은 한마디로 말해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사일 방위체계를 완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벌이는 (북한 위협론과 같은) 유치한 기만에 속아 넘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보도했다.조숭호 shcho@donga.com·김철중 기자}
올해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수가 김정은 집권 전인 2009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25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정부의 합동신문을 거쳐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는 총 1420명이다. 정부는 현재 합동신문을 받고 있는 탈북자까지 포함하면 올해 전체 규모는 15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연도별 탈북자 추이를 살펴보면 2007년 2548명, 2008년 2805명, 2009년 2929명으로 계속 증가하며 연간 3000명 돌파를 예고했다. 그러나 2010년과 2011년에는 증가세가 꺾이며 각각 2402명, 2706명으로 주춤했다.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집권한 2012년에는 1502명으로 급감했다. 올해(약 1500명)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수 격감은 김정은이 국경 지역의 경비를 강화해 탈북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일 사망 이후 북-중 국경지대에 경비초소가 늘어나는 한편 뇌물을 받고 강을 건너게 해주는 군인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지난해 탈북자 급증 사태 등을 막기 위해 불법 체류 외국인 단속을 강화한 것도 탈북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에 들어왔다가 재입북한 탈북자에 대한 선전을 강화하는 것도 주민들의 탈북을 예방하는 데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나 원 참.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오늘 같은 날 말썽인지….” 자는 둥 마는 둥 새벽녘에 잠을 깬 허섭 씨(81)는 조바심이 났다. 일주일 전 영하 10도의 날씨에 눈발까지 흩날리던 때에도 쌩쌩하게 돌아가던 보일러가 갑자기 멈춰선 게 못마땅했다. 오늘은 서울에서 귀한 손님이 찾아오는 날인데…. 아침부터 목장갑을 끼고 보일러 이곳저곳을 들춰 보지만 도통 살아날 기미가 없다. 20일 오전 8시. 대한적십자사(한적)의 이산가족 영상편지 촬영팀이 첫 일정을 위해 허 씨 댁을 찾았다. “얼어 죽을 판에 촬영 준비는 무슨, 그냥 대충 이대로 찍으면 되지.” 허 씨는 짐짓 퉁명스럽게 맞이했지만 눈이 내려앉은 듯 하얗게 센 할아버지의 머리칼은 ‘8 대 2’ 가르마로 정갈히 빗겨 있었다. 》 ○ 황해도 봉산군 동산면 조양리 1707번지 허 씨는 지난해 한적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7만여 명 가운데 영상편지 제작 대상자로 선정된 1만6800여 명 중 한 사람이다. 오늘은 올해 대상자 2000명의 영상편지 촬영 마지막 날이다. 당초 계획은 매년 5000∼6000명씩 촬영할 예정이었지만 예산 문제로 규모가 줄었다. 허 씨는 전날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간밤에 멈춰선 보일러 때문만은 아니다. 60년 전 전쟁통에 헤어진 형제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을 테고, 동생 윤이 놈은 살아있겠지?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에이 자식 놈들은 영상편지인지 뭔지를 신청해서 속을 끓이게 하는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속절없이 긴 밤이 지나갔다. “할아버지, 오늘 찍는 영상은 나중에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으로 보낼 거예요. 북쪽 동생이나 친지들이 볼 거니깐 가장 멋지고 좋은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허 씨는 촬영팀이 다그치자 귀찮다며 손사래를 치다가 결국 옷장 앞에 선다. 그는 칠순잔치 사진 속에서 입었던 진갈색 한복 저고리를 꺼내 들었다. “영상에는 상체만 나오니 바지는 두툼한 거 입으셔도 돼요. 감기 걸리시겠네.” 촬영팀의 만류에도 허 씨는 아무런 대꾸 없이 얇은 한복 바지를 입고 버선까지 챙겨 신었다. 그의 왼쪽 손목에는 어느새 금빛 시계도 채워져 있었다. ‘황해도 동산면 조양리 1707번지.’ 60년이 지났고 그 사이 경기 서울 등지를 숱하게 떠돌았는데도 황해도 고향집 주소는 잊어지지 않는다. 꿈에서도 잊지 못할 그리운 곳이다. “전쟁 났을 때 열아홉 살이었는데 군대 안 가려고 도망 다니다가 결국 동네 치안대를 했지. 그때는 경찰이고 뭐고 없어서 우리가 빨갱이들 잡아들였어.” 순조롭던 촬영은 뜻하지 않은 난관을 만났다. “할아버지, 이 영상은 북한으로 가는 거니깐 ‘빨갱이’ ‘공비’ 뭐 이런 표현은 쓰시면 안 돼요.” VJ의 지적에 허 씨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빨갱이’가 나오는 대목에서 말이 끊어져 몇 번의 NG가 났다. 답답한 허 씨는 짜증 섞인 푸념을 했다. “그럼 대체 무슨 말을 하라는 거요? 이래가지고 북한에 전달되기는 하는 거요?”○ 60년 만에 얼굴 비치려니 만감 교차 카메라 렌즈와 홀로 마주 앉아 말을 하라고 하면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산가족들은 오죽하랴.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는, 눈감기 전에 꼭 한 번 만나고픈 사람에게 전한다고 생각하니 촬영하기도 전에 발가락 끝부터 떨려온다. 촬영팀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그 앞에 어르신을 앉혀놓고 ‘녹화 버튼’ 누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같은 질문과 지적을 반복하고 두세 번, 때로는 될 때까지 연습을 시킨 뒤 영상편지에 필요한 내용들을 담아내야 한다. 두 번째 촬영자 임봉순 씨(67)는 정장으로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앉았지만 도통 입이 떼어지지 않는다. 처음 촬영팀을 맞을 때 보여준 웃음기는 싹 사라지고 이마에는 연신 땀방울이 맺혔다. 계속된 NG를 지켜보던 임 씨의 아내는 안절부절 거실을 반복해서 왔다 갔다 했다. 결국 임 씨는 ‘커닝’이라도 할 요량으로 몇 글자 갈겨쓴 종이를 가져와 카메라에 안 잡히는 발밑에 두고서야 말을 이었다. “아홉 살 되는 해에 내가 살던 경기 연천군에 북한군이 와서 마을 사람들을 북쪽으로 모조리 데리고 갔어. 나랑 할머니는 염병(장티푸스)에 걸려 북한 놈들이 떼어 놓고 가는 바람에 남한에 남겨졌지. 그때 어머니가 어린 동생을 업고 ‘금방 데리러 올게’ 하고 가셨는데 아직까지 안 와….” 영상으로도 북측 가족들이 임 씨를 알아보게 하기 위해서는 함께했던 추억들을 영상에 담아야 한다. 9세 이전의 기억을 60년이 지나서 떠올리자니 떨리는 입술은 더 바짝바짝 말랐다. “집 앞에 배나무가 있었어. 아버지 목말을 타고 그걸 따먹은 기억이 나네. 아, 맞아. 살구나무에서 떨어져서 머리가 깨진 적도 있었지. 헤어질 무렵에는 북한군이 우리 집 소를 잡아먹은 것도 생각나네.” 마지막으로 영상편지에 담긴 임 씨의 바람은 소박하고 간절했다. “저는 임일재 안정오 씨의 장남 임봉순입니다. 우리는 잘살고 있습니다. 집에 소도 있고, 차도 있고 일요일에는 손주들이 와서 놀아요. 다 함께 모여서 한번 식사라도 즐겁게 하고 싶습니다.”○ 영상편지가 유서로 남지 않기를 오후 4시가 가까워서야 세 번째 촬영자 윤음전 씨(81)를 만났다. 평소 좋지 않았던 윤 씨의 심장은 이날따라 더 콩닥콩닥 뛰었다. 60년 전 어린 남동생의 손을 잡아 주지 않은 게 오늘따라 더 가슴을 후벼 팠다. 대부분의 어르신은 가족들과 헤어질 당시 기억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뒤죽박죽 말을 이어가기 일쑤다. 자기소개를 하다 보면 현재 가족 얘기로 구렁이 담 넘어가고, 헤어진 날 상황을 말해 달라고 하면 이후 한국에서 고생한 얘기까지 고속도로를 내달리듯 쉬지 않고 계속된다. 10분짜리 영상을 뽑아내는 데 실제 촬영은 1시간을 넘는 이유다. 윤 씨도 촬영팀이 방 안에 짐을 풀자마자 쉴 틈을 주지 않고 사연을 쏟아냈다. “원래 고향은 황해도 해주인데 … 헤어질 때는 인천에 살았지. 난 열아홉 살이라 한일방직에 다녔고 … 남동생 흥구는 학익초등학교 2학년이었어. 공부를 얼마나 잘했으면 우등상도 탔다니깐. 그리고….” 정식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는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던 윤 씨는 막상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오니 숨만 가빠져서 말을 잇지 못한다. “자, 심호흡 크게 한번 하시고 다시 하시죠.” 이름, 나이, 고향 세 가지를 말하는 자기소개를 마치는 데 10분이 걸렸다. 헤어질 때 상황을 설명할 때는 감정이 격해져 자리에서 일어나 당시 기억을 온몸으로 끄집어냈다. “어느 날 북한군이 내려온다 하기에 나는 아버지 손잡고 물 건너 용매도로 떠나기로 했어. 한참 걸어가는데 남동생이 ‘누가 나도 데려가’ 하면서 절름절름 따라오잖아. 그때 내가 ‘너는 어려서 못 간다’며 돌려보냈어. 내가 미쳤지. 어리긴 뭘 어려. 그때 데려왔으면 북에서 그 고생 안 할 텐데. 그것도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말이야.” 영상에 남긴 마지막 얘기는 우리의 말과 단어가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얼마나 부족한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보고 싶구나. 많이 보고 싶다. 한번 보고 싶어서 그렇다. 내 나이 벌써 여든을 넘었다. 나이를 먹으니 더 조급해진다. 궁금하고 보고 싶다.” 윤 씨는 마당까지 나와 촬영팀을 배웅했다. 쉽사리 촬영팀을 보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60년 동안 담고 있던 말을 카메라 앞에서라도 쏟아내니 후련했지만, 혹시 살아있을지 모르는 동생 걱정이 앞섰기 때문. “흥구(동생)가 헤어질 때 나를 따라나서려고 했다는 걸 북에서 알면 어디 무서운 곳으로 끌고 가는 거 아냐? 요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자기 고모부까지 처형했다는 소식 들으면 남겨둔 동생들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정말 괜찮겠지?” 한적은 영상편지를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보관했다가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지만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그래서 영상편지는 ‘이산가족들의 유서’라고 불리기도 한다. 촬영을 마친 이관호 PD는 그동안 수십 편의 이산가족 영상편지를 찍으며 겪은 잊지 못할 추억을 들려줬다. “한번은 이산가족 어르신께서 입원 중인 병원으로 촬영을 나갔어요. 이미 혼수상태라서 아드님이 대신 촬영을 했죠. 마지막에 아드님이 안타까운 마음에 ‘아버지, 북쪽 가족들에게 인사하셔야죠’라고 하자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어르신께서 번쩍 눈을 뜨시고 잠시 동안 카메라를 바라보시지 뭡니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펑펑 울었어요.”가평=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23일 △남수단에 주둔한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에 1만 발의 탄약을 빌리고 △한국에서도 군수지원품을 실은 수송기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군 고위 관계자들이 “남수단 정세가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임박한 위협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물밑으로는 신속히 무장을 강화해 일말의 급변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다. ○ 방호태세 강화한 채 돌발상황에 대비 한빛부대가 주둔한 보르 지역은 남수단 수도인 주바에서 북쪽으로 1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보르 지역이 속한 종글레이 주 일대는 반군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곳으로 알려졌다. 보르 지역 인근에는 1000여 명의 반군이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현재 한빛부대는 재건임무를 전면 중단한 채 유사시에 대비해 부대 방호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빛부대 자체 경계초소를 증강 운영하는 한편 방어벽도 보강했다. 외교부는 23일 남수단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는 전투행위가 벌어지지 않고, 한빛부대 인근도 조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빛부대가 장갑차와 중화기로 무장한 인도 전투대대(약 400명) 주둔지 내에 있고 반군세력이 유엔군을 직접 해할 가능성은 낮다. 한빛부대 주둔지인 보르 지역의 북쪽에 정부군이 속속 집결하고 있는 만큼 반군이 이를 뚫고 직접 공격할 개연성도 높지 않다. 비상식량도 6개월 치 이상 비축돼 있기 때문에 고립될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정부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비해 신경을 쏟고 있다. 한빛부대가 매일 수십 t씩 정수한 물을 제공하고 도로를 놓아주면서 현지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지만 내전이 격화되고 외국 군대 배척 분위기가 팽배할 경우 한빛부대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군은 배제하지 않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지휘계통이 느슨한 반군세력이 유엔군에 위협을 가할 개연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남수단 내 민간인 안전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남수단에 있는 한국 민간인은 총 24명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선교사 같은 종교인으로 알려졌다. 수도인 주바에 11명을 포함해 5개 지역에 분포돼 있으며 한빛부대 안에도 2명이 체류 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남수단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안전한 상태로 모두 연락이 닿고 있다”며 “이미 19일 남수단에 특별여행경보를 내렸고 이후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남수단을 빠져나오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자위대의 한국군에 대한 실탄 지원 논란 한편 한국군이 창군(1948년) 이래 처음으로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을 지원받은 것을 두고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과 맞물려 의미가 작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본이 유엔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무기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구체적인 실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한국이 ‘적극적 평화주의’를 정당화하는 멍석을 깔아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온 ‘무기수출 3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일본은 1967년 ①공산국가 ②유엔 결의로 무기수출이 금지돼 있는 국가 ③국제분쟁 당사국 및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해 무기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3원칙을 발표했다. 이어 1976년에는 ‘모든 지역 및 국가에 무기 수출을 삼간다’는 담화를 발표해 사실상 전면 무기수출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반면 2011년에는 무기수출 3원칙을 대폭 완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무기수출을 둘러싼 일본 내부와 국제사회의 논란은 끊이지 않아 왔다. NHK 등에 따르면 22일 한국군의 실탄 지원 요청을 받은 일본 정부는 23일 오후 아베 총리 주재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를 열어 협의한 뒤 각의(국무회의)에서 공식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1992년 제정한 ‘PKO 협력법’에 따라 실탄 제공을 결정했다. 이 법은 ‘평화유지활동에 협력하기 위해 필요한 때에는 각의결정을 통해 물자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국회에서 물자의 범위에 대해 “무기와 탄약은 포함되지 않는다. 설사 유엔에서 요청이 있다고 해도 거절한다”고 답변해왔다. 논란을 의식한 듯 일본 정부는 “일각을 다투는 사태로 긴급성과 인도성이 매우 높아 (한국군에 실탄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예외 조치임을 강조하는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하기로 했다.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철중 기자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파리=전승훈 특파원}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한국과 중국의 당국자들이 처음으로 만나 양국의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제1차 한중 외교 안보 대화’를 개최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6월 중국 방문 때 채택된 ‘한중 미래 비전 공동성명’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중국은 뤄자오후이(羅照輝) 외교부 아주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으며 양국 국방부 과장급 인사가 동석했다. 이날 협의에서 양국은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의 북한 내부 상황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비핵화 및 한반도의 평화 안정이라는 공동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 최근 한반도 정세에 있어 한중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와 뒤따른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정 등 최근 동북아 현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처음으로 이뤄진 양국 간의 외교 안보 대화인 만큼 양국 현안을 점검하고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베이징=고기정 특파원}
북한이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 행사가 끝나자마자 장성택 관련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에 나섰다고 복수의 북한 관련 매체가 보도했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직후 국방위원회, 노동당 조직지도부, 국가안전보위부 합동으로 ‘반(反)종파 정화조’를 조직해 전국적인 숙청을 시작했다고 탈북 지식인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전했다. ○ 숙청 선봉대 ‘반종파 정화조’ ‘반종파 정화조’는 “장성택 일당을 조직적으로 숙청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우리 당과 사회에 끼친 여독을 사상적으로 정화시키라”는 내용의 지시문을 15일 전국 당 위원회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이 지시문에는 “장성택과 연계된 자들을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찾아내 처벌하며 ‘악질적인 분자’는 처단과 종신 (정치범수용소에) 감금할 것”이란 내용이 들어 있다. ‘정화조’는 17일 김정일 추모 행사가 끝난 시점을 시작으로 전국의 지방 당 행정부를 해산시키고 장성택 연관자 색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 김정일이 ‘간첩, 파괴암해분자’를 적발한다는 구실로 ‘심화조’란 조직을 만들어 2만5000여 명을 숙청한 방식을 김정은 체제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장성택 소문 흘려 주민 증오심 유발” 18일 양강도에선 도 보위부 책임비서, 김정숙사범대 학장, 해당 도 주둔 12군단 참모장 등이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됐다고 자유북한방송이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양강도 보위부 책임비서는 장성택과의 인연으로 책임비서 직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양강도는 평양에서 가장 거리가 멀어 장성택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지역”이라며 “평양과 평안남북도 지역에선 몇 배의 간부들이 체포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개혁방송도 “장성택 측근인 나선시 당 행정부장과 청진지구 철도보안서장이 이미 처형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장성택 측근 제거 작업을 내년 4월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20일 전했다. 이 방송은 “11월 하순 노동당 행정부 이용하 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처형됐을 때 인민보안부 54국 원유국장과 국가계획위원회 원유국장 등 원유 수입에 관여했던 인물 3명도 함께 총살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숙청 작업과 동시에 장성택 측근들의 비리를 민간에 흘려 주민들의 증오심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포의 한 주민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이용하 1부부장의 집에서 수백만 달러가 발견됐으며 54국 원유국장은 부동산 투기 목적의 아파트 몇 채를 갖고 있었다”는 등의 소문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처형 다음 날인 13일 그의 일가 수백 명이 모두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북한 전문 인터넷신문인 데일리NK는 20일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오후 10시에 무장한 국가안전보위부 군인들이 평양에 사는 장 씨 친인척 집에 들이닥쳐 먼 친척까지 다 체포해 갔다”고 보도했다. 한밤중에 주민을 정치범수용소로 끌고 가는 것은 북한의 오래된 관례다.○ “탈북 시도하다 체포된 간부들 줄이어” 살벌한 숙청 바람 속에 간부들이 탈북을 시도하다 체포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북한방송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18일과 19일 사이 신의주에서 몰래 압록강을 넘으려던 당 간부 4명이 체포됐으며 압록강 인근의 혜산에서도 평양에서 탈출해 온 간부 한 명이 국경 마을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보위사령부 요원들을 국경 일대에 급파하고 국경 경비 인력을 2배로 증강시키는 한편 경비대 간부들을 초소에서 군인들과 함께 숙식시키며 탈북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경 주변 소학교 학생들에게까지 수상한 사람들을 신고하라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의 숙청 움직임에 대해 22일 정부 당국자는 “이용하 장수길 장성택 이외에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고 할 만한 내용이 없다”면서도 “추가 처형에 대한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차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인사들의 망명설이 잇따르면서 중국 베이징(北京)의 주중 한국대사관 앞에 공안 차량이 별도로 배속되고 정문 경비 경찰도 증강되는 등 중국 당국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의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도 기간에 노동당 39호실 인력들은 꾸준히 중국을 방문했는데 (장성택이 관리하던) 행정부 사람들은 자취를 감추었다”고 말했다.주성하 zsh75@donga.com·김철중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정부는 19일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남북 공동 투자설명회를 내년 1월 말 개최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이에 북측은 확답을 하지 않은 채 “추후 협의하자”는 태도를 보였다. 남북은 이날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남북공동위원회 제4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이 장성택 처형 당일(12일) 남측에 제의한 것이어서 불확실한 남북관계 속에서 향후 개성공단 및 남북경제협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회의가 행정절차상의 문제로 1시간 늦어진 11시에 열린 것을 제외하면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회의에서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협의 지연으로 한 차례 연기됐던 투자설명회(당초 10월 30일 예정)를 내년 1월 말에 다시 열자고 제안했고 북측은 ‘추후 협의하자’고만 답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과거 남북 당국 간 회의와 분위기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며 “(장성택 숙청이) 개성공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번 회의를 제의한 것은 개성공단과 북한 내부 상황을 분리해 진행하며, 북한 체제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콘퍼런스에 참석 중인 국제금융기구 대표단 25명도 이날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개성공단의 재가동(9월 16일) 이후 해외 인사들이 단체로 개성공단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대표단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브라힘 차낙즈 터키 재무차관은 공단을 방문한 뒤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사람들 모두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북측 여성 근로자는 장성택 처형에 대한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일 없다(‘문제없다’ ‘괜찮다’의 북한식 표현)”고 답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연락관 채널을 통해 북한의 시설 개보수를 위한 장비지원 계획을 전달했다. 지원 규모는 △통관(X선 검색대, 금속탐지기) 2억7000만 원 △통신(동케이블, 축전지, 이동 지원 차량 및 유류) 1억7000만 원 등 총 4억4000만 원 규모다. 김철중 tnf@donga.com / 김상운 채널A 기자}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사진)은 19일 “앞으로 좋은 계기가 마련되면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에 북한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수석은 이날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신뢰와 평화, 희망의 DMZ 세계평화공원’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DMZ 세계평화공원은 기존의 남북 교류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모델”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을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에 대해서는 “한중일 안보문제와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의 공포정치와 긴장감 조성이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통일정책은 한반도의 여러 위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왔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이날 오찬연설에서 “지금처럼 한반도 지역 상황이 엄중한 때일수록 장기적 관점에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민족 앞에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올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이후 북한의 권력 구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이외에 ‘백두 혈통’을 물려받은 로열패밀리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정은(29)의 형인 김정철(32)과 여동생 김여정(26)은 17일 보도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현장에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추모대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이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백두 혈통을 연일 강조해 이번 추모대회에는 로열패밀리가 김정은과 함께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여전히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분간 김정은을 제외한 ‘백두 혈통’들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금 북한은 김정은의 유일 영도체계를 확립하는 중요한 과정에 있다. 형제들의 등장은 오히려 대내외의 관심과 주민들의 충성을 분산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의 형이면서도 3대 세습을 이어받지 못한 김정철의 역할은 앞으로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철은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철이 장성택 숙청을 주도했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지만 그 정도 권한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특정한 직책 없이 김정은에 대한 사적인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여정은 현재 백두 혈통 중 유일한 후견인인 고모 김경희 당 비서가 사망한 이후 그 역할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김여정은 지난해 11월 북한 매체를 통해 김정은 김경희와 함께 말을 타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현재 공식 직함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당 비서실 또는 선전선동부 과장으로 김정은의 의전을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여정을 실제 만나본 해외 인사들의 말에 따르면 아직 나이가 어려 공식 석상에 나설 정도로 훈련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김정은의 스케줄을 챙기며 자연스레 북한 내부 상황을 배운 뒤 향후 당의 주요 직책을 맡는 등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17일 열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는 주석단이 어떤 인물들로 채워지느냐가 관심사였다. 주석단의 좌석 배치가 북한의 권력 순위를 대변하는 만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12일) 이후 북한 수뇌부의 변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주석단에는 장성택 처형을 전후로 김정은 정권의 실세로 떠올랐던 인물이 대거 참석했다. 또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 현재까지는 숙청의 칼날을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 최룡해 등 ‘신(新)군부 실세 3인방’ 부각 이날 조선중앙TV가 생중계한 추모대회에서 김정은의 양옆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자리했다. 김영남이 대외적으로 국가수반 역할을 하는 형식적인 지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룡해가 장성택 숙청 이후 확실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부 핵심 인사들도 지난해 1주기 추모대회와 비교해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됐다. 지난해에는 최룡해 다음으로 장성택이 앉았고 당시 군 총참모장이었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인 김격식 순이었다. 반면 이날 행사에는 이영길 군 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최룡해 바로 옆에 자리했다. 이영길은 올해 초 총참모부 작전국장에 임명된 뒤 8월에는 군 참모장에 올랐다. 강원도 전방부대 5군단 사령관 출신으로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소장파로 분류된다. 그는 5월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할 당시 동행해 군부 실세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장정남도 올해 들어 급부상한 인물이다. 2011년 11월 중장에 오른 뒤 2년 만에 두 계급 높은 대장으로 고속 승진할 정도로 김정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정남의 나이가 50대라는 점에서 군부의 세대교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장성택의 숙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보위부와 조직지도부의 핵심 인물들도 주석단에 등장했다. 김원홍 보위부장은 김정은의 오른쪽 여덟 번째로, 조연준 제1부부장은 14번째로 자리했다. 둘 다 지난해에도 주석단에 앉았지만 올해에는 이들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당분간 김정은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인사 개편이 이뤄질 것이며 간부들의 인사권을 가진 조직지도부와 수사를 담당하는 보위부의 권한이 막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병서 조직지도부 부부장, 마원춘 재정경리부 부부장 등은 주석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은 최근 김정은이 시찰을 다닐 때마다 그림자 수행을 해 실세로 떠올랐다. 정부 당국자는 “부부장급이다 보니 주석단에는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김정은이 젊은 실무자들을 중용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장성택 측근들도 모습 드러내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돼 거취가 불분명했던 인물들도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국내 언론에 망명설이 보도됐던 노두철 내각 부총리를 포함해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이 모두 주석단에 앉았다. 이들은 17일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장의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주석단에도 등장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내년 4월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8차 회의’ 전까지 이들을 포함한 주요 간부들이 추가로 숙청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날 주석단에 앉은 인물들은 추모사와 결의 연설이 멈출 때마다 온 힘을 다해 박수를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당국은 장성택의 사형판결문에서 그가 건성건성 박수를 치는 등 오만불손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장성택 처형을 지켜본 간부들이 평소보다 더 열심히 박수를 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바로 옆에 앉은 최룡해는 2인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두 손을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려 박수를 쳤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7일로 집권 3년차에 들어선다. 2년 전 12월 17일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홀로서기’가 시작된 날. 20대 최고지도자는 이후 당·정·군 핵심인사들의 지속적인 교체와 우상화 작업 등을 통해 1인 지배체제를 공고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집권 3년차의 문턱에서 후견자 역할을 해오던 고모부 장성택까지 제거해버린 김정은 앞에는 밤잠을 설치게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그의 머리를 싸매게 만들 ‘5대 고민’을 짚어본다. 》 ① ‘장성택 일당’들의 숙청 어디까지 할까 탈북자 출신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체제 특성상 국가전복음모에 가담한 것으로 돼 있는 ‘장성택 라인’들은 뿌리까지 뽑지 않으면 김정은이 불안해서 못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란을 모의했다는 장성택의 측근들이 남아있는 한 언제든지 쿠데타를 일으킬 소지가 남아있다는 게 지도부의 인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고강도 숙청을 계속할 경우 역풍이 불고 반발수위가 통제범위를 넘어설 위험도 있다. 더구나 오랫동안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장성택의 주변에는 워낙 사람들이 많이 달라붙었기 때문에 숙청 대상과 범위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장성택의 측근들은 일단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장의위원 명단에 대부분 이름을 올렸지만 김정은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제1 관전포인트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겉으로는 자애롭고 온화한 이미지를 연출하면서 시간을 두고 비공개 숙청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② 내부 동요 어떻게 무마할까 숙청의 범위를 좁힌다고 하더라도 고모부에 대한 무자비한 처형으로 내부는 이미 상당히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등을 통해 북한 내의 이미 정보흐름이 과거보다 훨씬 빨라진 만큼 민심을 효과적으로 다독이지 못할 경우 급변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사상교육과 함께 김정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연출된 이미지와 강요된 메시지가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이 간부나 주민들에게 선심을 쓰는 ‘선물정치’를 통해 충성을 유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③ 4차 핵실험 할까 말까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쯤 김정은이 다시 ‘핵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4차 핵실험은 냉랭해져 있는 미국의 관심을 다시 끌어오고 우라늄탄의 성능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내부 결속을 위해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강한 반발로 북-중 관계가 악화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및 고립 심화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부담이다. 언제 어떤 계기로 핵실험 버튼을 누르게 될지는 김정은에게도 결정에 많은 고민을 요구하는 사안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4차 핵실험은 후폭풍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섣불리 시도하기 어렵고, 지금 그런 도발 카드가 절실한 상황도 아니다”며 “도발을 하게 되더라도 국지 군사 도발 같은 저강도 수준에서 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④ 외국자본 어디서 끌어오나 김정은이 제시한 ‘핵과 경제 병진노선’의 성과를 보여주려면 외자유치가 핵심이다. 김정은은 기존에 추진해온 특구 외에도 북한 전역에 13개 개발구 개발을 지시했다. 그러나 북한 내의 사업 안정성과 신뢰도가 바닥인 상태에서 외자를 끌어올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한국이 투자를 보장하는 개성공단에조차 들어오겠다는 해외 사업자를 찾는 데 애를 먹는 상황이다. 더구나 장성택 처형 후 해외에 파견된 외화벌이 일꾼들이 대거 소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접경지역의 사업 활동은 거의 올스톱 분위기란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⑤ 남북관계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이 애써 남한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고 반응하는 이슈다.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은 필수 선결조건이다. 임기 2년차에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전개에 어디까지 호응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수석 연구위원은 “장성택 처형의 여파로 북한의 대남일꾼들이 ‘자본주의 날라리풍’ 유입에 연루될까 두려워 전향적인 대남정책에 나서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김정은 개인의 결단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김철중 기자}
북한의 주요매체들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12일) 소식을 13일 보도했다. 그 다음 날인 14일부터 15, 16일 사흘 연속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현장 시찰 등의 정치 행보를 기사와 사진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김정은의 얼굴이 찍힌 이른바 ‘1호 사진’은 그의 몸동작부터 함께 찍힌 사람의 면면까지 적지 않은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사진 속 김정은을 통해 북한 지도부나 주민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 이후 처음으로 찾아간 평양의 인민군 설계연구소(①번 사진)에서 왼손은 코트 주머니에 넣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오른손을 내밀며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북한의 ‘1호 사진’을 연구해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은 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는 “아버지 연배의 군 장성들이 노트를 꺼내 받아 적는 모습과 거침없는 김정은을 대비시켜 나이 어린 지도자의 권위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찍은 김정은의 독사진(②번)은 사진 구도에 주목할 만하다. 마식령 스키장은 ‘마식령 속도전’을 강조할 정도로 김정은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 중 하나. 김정은의 얼굴 뒤에 완공된 호텔을 배치한 것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의 위대함을 선전하는 동시에 그 업적을 김정은과 동일시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빈소를 찾은 김정은의 모습(③번)은 장성택 처형 파문을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잔인하게 죽인 김정은은 불과 3일 뒤 당 원로의 시신 앞에서는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고 지도자가 당 원로를 조문하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이는 장성택 처형과는 달리 당에 충성하는 사람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보낸다는 김정은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16일 보도된 제313군부대 산하 8월25일수산사업소를 시찰하는 사진(④번)에서는 더욱 과감해진 김정은의 대민 행보를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작업장의 생선 더미 앞에 걸터앉아 노동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소탈함을 드러냈다. 변 기자는 “특히 김정은 양옆에 고위 간부가 아닌 현지 일꾼들을 배치하고 팔짱까지 낀 것은 하층 계급과의 친밀함을 강조해 북한 주민의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에도 불구하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장성택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물들의 ‘생존’도 확인되면서 장성택 일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장성택 측근들 생존의 복합 메시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원로인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장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했다. 장의위원회는 북한의 주요 인사가 사망할 때 꾸려진다. 그 명단에 포함된 인물과 순서가 북한의 권력 서열을 보여준다. 이번 명단에는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돼 향후 거취가 불분명했던 인물이 상당수 포함됐다. 김경희는 여섯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한 당정군의 최고위층 인물들 다음 순서이며 정치국 위원 중에서는 가장 앞이다. 백두혈통인 김경희가 남편인 장성택의 처형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도 포함됐다. 문경덕은 장성택이 당 청년사업부장을 맡을 때 청년동맹 간부를 지내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 한국 정보당국이 “(문경덕이) 8일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뒤로 근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예의주시해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일부 국내 언론에 망명설이 보도됐던 노두철 내각 부총리도 명단에 있었다. 그 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이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등도 신변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 장성택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도 대사 업무를 계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매체들은 13일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재중 항일혁명 투사와 그 가족들의 회고모임에 지 대사가 참석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지 대사의 행적이 보도된 것은 장성택 숙청설이 제기되기 직전인 2일 이후 처음이다. 장성택 측근들의 재등장은 공포정치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김정은이 주민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지도부도 만약 잔인한 리더십을 계속 이어가면 반발만 커지고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김정일 2주기 행사에서도 ‘장성택 라인’을 포용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주기 행사 전례에 비춰 볼 때 김정은과 지도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7일 0시(16일 자정)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돼 있는 김 위원장의 시신에 참배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16일 오전 11시 평양체육관에서 중앙추모대회도 열었다. 17일에는 리모델링 작업을 완료한 금수산기념궁전의 재개관식을 진행했다. 정부 당국자는 “올해는 별도의 행사가 예정돼 있지 않아 중앙추모대회가 17일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16일 오전 추모식→17일 0시 참배’ 수순이 반복될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측근들 물밑 조사설 한편 장성택 일파에 대한 숙청이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김정은이 대내외적으로는 정권의 안정성을 과시하면서 물밑에서는 장성택 측근을 비롯한 주요 인사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장의위원 명단에 포함됐거나 공개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 중에서도 추가로 해임되거나 숙청당할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 대사의 경우에도 공식행사에 참석하고 있지만 이미 주변에 보위부 인사와 경호원들이 달라붙어 삼엄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곧 소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희가 12일 장성택이 처형되기 직전에 이혼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4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혼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11일경 이뤄졌고 김경희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이혼설, 장성택 기관총 처형설 등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이설주의 운명을 읽을 단초는 손목시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을 발표한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차고 나온 손목시계(사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부인 이설주도 착용한 커플시계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패션전문가는 15일 “8일 회의장에 앉은 김정은의 손목시계는 스위스산 ‘모바도’ 제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과 이설주 부부는 지난해 8월 29일 평양 인민무력부 청사 앞에 새로 만들어진 김일성 및 김정일 동상을 참배할 때 이 모바도 시계를 함께 차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이설주와의 관계가 틀어진 상태라면 커플시계를 차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똑같은 시계가 맞다면 이설주는 앞으로도 건재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설주는 10월 16일 러시아 21세기 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한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진 시점도 (이설주가 자취를 감춘) 이 무렵”이라고 말했다. 이설주는 장성택이 숙청된 이후 그와의 추문설까지 돌면서 향후 신병에 관심이 더욱 모아진다. 북한이 13일 방영한 기록영화에 이설주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그가 장성택 처형의 여파에서 비켜날 개연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날 조선중앙TV가 처음 방영한 ‘영원한 태양의 성지로 만대에 빛내이시려’란 제목의 기록영화에는 이설주가 김정은과 함께 리모델링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내부를 돌아보는 모습이 담겼다. 최근 장성택의 모습이 모든 기록에서 삭제된 것을 감안하면 이설주와 관련한 소문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처형 직전 장성택의 모습은 40여 년간 누려온 ‘2인자’ 칭호가 덧없을 정도로 초라했다.북한은 13일자 노동신문에서 장성택이 전날 국가안전보위부의 특별군사재판을 받는 모습이 담긴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국가안전보위부 요원 2명에게 끌려가는 장성택은 고개를 숙인 채 양손이 포승줄로 묶여 있었다.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끌려 나갈 때와 같은 남색 인민복을 입었고 평소에 끼던 검은색 안경을 쓴 모습이다. 얼굴은 지난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수행하던 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살이 빠지고 머리숱도 줄었다.장성택의 맞은편에는 사형 선고를 내린 재판관 3명이 세로로 놓인 인공기를 배경으로 앉아 있다. 재판관과 장성택 사이에 서기로 보이는 군복 차림의 남성 한 명이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인다.장성택의 얼굴과 양손은 멍이 든 것처럼 보인다(사진). 장성택의 왼쪽 눈은 검푸른 색이고 왼쪽 광대뼈와 양손은 군데군데 붉은색과 검푸른 빛을 띠고 있다. 오른손은 왼손에 비해 부어 보인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장성택을 끌고 가는 국가안전보위부 요원 한 명이 장성택의 목 뒷덜미를 잡고 가는 부분에서 강압적인 모습이 느껴진다”며 “조사 과정에서 고문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기관총 사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장성택 처형은 1989년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처형과 방식 면에서 닮은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5년간 루마니아를 철권통치한 차우셰스쿠와 그의 부인은 그해 성탄절인 12월 25일 군사재판에서 학살, 국유재산 파괴, 경제 파탄 등 ‘인민에 대한 범죄’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포승줄로 손을 뒤로 묶인 채 끌려 나가 각각 실탄 30발을 맞고 최후를 맞이했다. 속전속결로 처형한 이유는 차우셰스쿠의 비밀경찰 조직인 ‘세쿠리타테’ 요원 3000여 명의 반란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 구분되는 통치 행태는 ‘공개주의’다. 김일성, 김정일 체제에서 비밀리에 행해졌던 일들이 김정은 체제에서는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13일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판결문을 보도한 것도 ‘김정은식 뒤틀린 공개주의’의 한 단면이다. 이례적으로 ‘피고인’ 장성택의 반혁명 계획 진술까지 공개해 일반 주민들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독재정권이 자신의 존엄이 손상 받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김정은 집권 2년간 정책 실패의 책임을 장성택에게 돌리면서 △체제 유지 강화를 위한 공포정치를 본격화하는 ‘복합 극약처방’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의 이런 의도가 북한 사회에 얼마나 먹히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단 정권 장악력은 약하고 경제정책 실패는 거듭되며 지도층 부패는 만연한 김정은 체제의 부끄러운 속살이 국제사회에 고스란히 전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1] 張을 ‘1번 동지’ 호칭… 민심 이반 드러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장성택에 대한 판결을 보도하면서 오래전부터 반역행위를 할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었으나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눈치를 보면서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다가 혁명의 대(代)가 바뀌는 시기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판결에 적시된 장성택의 각종 혐의가 2009, 2010년에 집중된 이유다. 하지만 이는 지난 2년간 장성택이 김정은 후계구도가 착근하도록 도왔으나 그 성과가 제대로 안 나오자 그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운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은 2009년 공개활동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2010년 9월 열린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당 중앙위 위원에 선출돼 후계구도를 공식화했다. 통신은 당시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자 장성택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의 친필서한을 새긴 비석을 그늘진 구석에 건립하게 했으며 대원수님들(김일성, 김정일)의 모자이크 영상작품과 현지지도 사적비를 건설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장성택 개인의 불만이라기보다는 부족한 자원이 김씨 일가 우상화에 쓰이는 데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발이 반영된 행동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서 ‘동까모(김일성 동상을 까부수는 모임)’ 형태의 활동이 생겨나고 김일성종합대에서도 반체제 유인물이 발견되는 등 체제 이완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의 추종자들이 그를 ‘1번 동지’라고 불렀다는 것도 김정은이 주민들로부터 제대로 추앙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북한에서 ‘1호’ ‘1번’은 김씨 일가 관련 사업을 일컫는 고유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장성택이 “당과 국가 최고 권력을 가로채기 위한 첫 단계로 내각 총리 자리에 오르려 했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이는 당과 군 내부에 장성택의 협조자가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1당 독재국가인 북한에서 권력 찬탈을 위해서는 내각이 아닌 노동당을 장악하는 것이 필수다. 무력을 쥐고 있는 군대도 반드시 당의 협력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장성택이 맡고 있던 당 행정부 외에도 당과 군을 상대로 협조자 색출이 필요하며 김정은의 대대적인 숙청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2] 화폐개혁 등 경제 실패, 張에 책임 떠넘겨 지난 2년간 드러난 경제정책의 난맥상의 책임도 고스란히 장성택에게 씌워졌다. 통신은 “장성택이 수도(평양) 건설과 관련한 사업체계를 헝클어놓아 건설건재기지를 폐허로 만들다시피 했고 평양시 건설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말했다. 평양은 북한의 특별시로 자원과 인력이 집중돼 개발이 이뤄져온 곳이다. 김정은 시대에 창전거리에 40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 준공되고 문수물놀이장을 비롯해 곱등어관(돌고래관), 아이스링크 등 과시형 유희시설 건설이 줄을 이었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의 지시대로 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담당자를 총살하고 해당부대 사령관이 해임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북한이 2009년 11월 김정은 체제 출범을 앞두고 시장경제를 장악하기 위해 시도했던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도 장성택에게 돌려졌다. 당시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이 정책실패의 책임을 지고 총살됐다. 하지만 정책실패의 여진이 계속되자 당시 화폐개혁을 배후조종한 장본인이 장성택이라고 몰고 가는 것이다. 또 북-중 무역의 핵심인 무연탄 등 지하자원 수출이 장성택의 심복에게 속아서 많은 빚을 지게 됐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나선경제무역지대 토지를 50년간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선(나진-선봉)지대는 개성공단과 더불어 사실상 북한에서 유일하게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경제특구다. 하지만 이곳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토지분양이 장성택의 농간이었다고 북한 당국이 주장하면서 특구의 운명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또 나진항을 축으로 하는 한국 해운사의 물류사업과 나진∼하산을 잇는 러시아 철도 사업의 지분 참여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됐다. ▼ 김정은, 공개주의로 공포정치 극대화… 김정일과 다른 길 ▼[3] “비밀돈창고서 67억 탕진”… 부정부패 만연판결 보도문은 “장성택이 2009년부터 추잡하고 더러운 사진자료를 심복들에게 유포시켜 자본주의 날라리풍이 우리(북한) 내부에 들어오도록 선도했다”고 밝혔다. ‘추잡하고 더러운 사진자료’란 음란 영상물을 뜻하는 것이다. 북한 소식통들은 은하수관현악단 단원들이 음란물 제작에 관여한 혐의로 최근 총살됐다는 소식을 여러 차례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재력가 또는 권력층 사이에서는 이미 광범위하게 음란물이 퍼져 있는 상태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도 ‘알판’(CD) 또는 USB 메모리스틱 형태로 한국 드라마가 깊숙이 침투해 있다. 또 북한은 장성택이 1980년대 평양의 광복거리 건설 때부터 걷은 귀금속을 모아왔고 은행에서 거액을 빼내 귀금속을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판결대로라면 국가사업에 쓰일 예산을 개인이 착복해 보석을 사는 데 써버린 심각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착복행위가 30년 넘게 진행돼 왔는데 이제야 그 책임을 물었다는 뜻도 된다. 북한 주민 처지에서는 ‘권력자에게는 법 적용도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알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판결 보도문은 장성택이 ‘비밀기관’ ‘비밀돈창고’를 만들어놓았으며 2009년 한 해에만 장성택이 탕진한 돈의 규모가 460만 유로(약 6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1년 예산이 60억∼65억 달러(6조3000억∼6조8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한 나라의 1년 예산 중 1000분의 1이 한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좌지우지됐다는 말이다. [4] 법정진술 상세 소개… 처형 정당성 선전 북한이 이날 장성택의 혐의를 밝히고 재판받는 사진까지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장은 “비밀주의를 채택했던 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정은은 젊은 나이에서 비롯된 혈기로 장성택 체포 장면과 법정 진술을 보여주는 공개주의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전에 ‘조선 인민군에 영광 있으라’는 단 한 문장의 육성 연설을 했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 행사에서 했던 대중연설을 시작으로 공개주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장성택 판결을 전하면서 “장성택의 일체 범행은 심리과정에(서) 100% 입증되고 피소자에 의해 전적으로 시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는 공화국 형법 60조(국가전복음모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구성한다는 점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8일에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에게 ‘반당·반혁명 종파행위’ 혐의를 적용하고 모든 직위에서 해제하며 출당시킨다고 공개했다. 8일 내려진 조치가 당적(黨的) 결정이라면 12일에는 법적(法的) 조치가 내려진 셈이다. 북한이 종파주의자에 내려진 제재를 이처럼 소상하게 밝힌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생활 경험 등을 토대로 최소한의 법치주의 흉내를 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 공개는 결국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확대와 강화를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은 판결문 공개를 통해 ‘내가 고모부를 죽여야 하는 이유’를 알리고 싶었겠지만 오히려 ‘김정은 체제가 문제인 이유’를 북한 주민에 알리는 꼴이 됐다”며 “공포정치가 강화되는 만큼 북한 주민의 냉소와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동아일보-전문가 ‘장성택 보도’ 긴급 TF 회의 ▼동아일보는 북한의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북한 내부의 상황을 진단하고 전문성과 균형감 있는 보도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들과의 긴급 태스크포스(TF) 회의를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가졌다. 이 회의에는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정책연구소장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 △동아일보 정치부 박성원 부장, 정용관 부형권 차장, 이정은 기자(통일부 출입) △국제부 주성하 기자(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가 참석했다.}
북한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을 위해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었다. 8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장성택의 숙청을 공식화한 것처럼 이번 처형이 정식 절차를 통해 이뤄졌음을 대내외에 알리고 정당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이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적으로 보위부의 군사재판 모습과 결과를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숙청을 주도했던 보위부가 장성택에 대한 재판까지 도맡아 보위부의 영향력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북한 전문가들도 보위부에 의한 공개재판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6년 10월 개정된 북한의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국가·반민족 범죄 사건의 수사는 ‘안전보위기관’이 담당한다. 형사소송법은 또 “군인, 인민보안원이 저지른 범죄사건, 군사기관의 종업원이 저지른 범죄사건은 군사재판소에서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인민군 대장 계급이었던 장성택이 군사재판에 회부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공개된 사진을 보면 보위부 재판관 중 최고 계급은 중장이다. 이는 ‘2인자’이자 대장 직위였던 장성택이라도 특별대우가 아닌 평소 절차대로 처형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을 보도하며 “장성택이 적들과 사상적으로 동조하여 우리 공화국의 인민 주권을 뒤집을 목적으로 감행한 국가전복음모행위가 공화국 형법 제60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북한 형법 60조는 ‘반국가적 목적으로 정변, 폭동, 시위, 습격에 참가하였거나 음모에 가담한 자는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 및 재산몰수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란음모죄’와 성격이 유사하다. 김철중 tnf@donga.com·정성택 기자}
13일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사실이 알려지자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현대아산 등 남북경협 사업 당사자들은 북측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제4차 회의 개최를 먼저 제의하는 등 ‘장성택 사태’를 남북경협 사업에까지 연관짓지 않고 있어 사업 차질까지 우려하는 업체들은 많지 않다. 전날 개성공단을 다녀온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회장은 “장성택 실각 전후로 북측 개성공단 관리총국에서는 인적변화가 없었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문을 한 번 닫아봐서 그 후유증을 이미 겪어봤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들은 북한의 정치적 격변이 외국 바이어를 유치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정기섭 SNG회장은 “해외 바이어들은 아직도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해외에선 여전히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데 북한 내부 권력 구조까지 급변하니 당연히 불안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아산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 진행을 관망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개성공단의 경우는 11일 전자출입체계(RFID) 구축 공사가 시작되는 등 아직까지는 모든 게 정상적”이라며 “북한 내부 권력 구도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어제(12일) 오후 북측에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제4차 회의를 19일 개성공단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해 왔고, 우리 측이 오늘(13일) 오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가 열리면 9월 16일 3차 남북공동위 회의 이후 3개월 만이다.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한 당일에 갑작스레 회의 개최를 제안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남북관계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자신들의 체제가 안정적이란 걸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며 “개성공단 현안은 ‘장성택 사태’ 이후 예전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철중 기자}
▼ 조선중앙통신 판결보도문 全文 ▼천하의 만고역적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진행(평양 12월 13일발 조선중앙통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에 접하여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에게 혁명의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분노의 외침이 온 나라를 진감(震감)하고 있는 속에 천하의 만고역적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이 12월 12일에 진행되였다. 특별군사재판은 현대판 종파의 두목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불순세력을 규합하고 분파를 형성하여 우리 당과 국가의 최고 권력을 찬탈할 야망 밑에 갖은 모략과 비열한 수법으로 국가전복음모의 극악한 범죄를 감행한 피소자 장성택의 죄행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였다. 특별군사재판에 기소된 장성택의 일체 범행은 심리과정에 100% 입증되고 피소자에 의하여 전적으로 시인되였다. 공판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 판결문이 랑독되였다. 판결문의 구절구절은 반당반혁명종파분자이며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인 장성택의 머리우에 내려진 증오와 격분에 찬 우리 군대와 인민의 준엄한 철추와도 같았다. 피소자 장성택은 우리 당과 국가의 지도부와 사회주의제도를 전복할 목적 밑에 반당반혁명적종파행위를 감행하고 조국을 반역한 천하의 만고역적이다. 장성택은 일찍부터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높은 정치적 신임에 의하여 당과 국가의 책임적인 직위에 등용되고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은덕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받아 안았다. 장성택은 특히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로부터 이전 시기보다 더 높은 직무와 더 큰 믿음을 받았다. 장성택이 백두산절세위인들로부터 받아 안은 정치적 믿음과 은혜는 너무도 분에 넘치는 것이였다. 믿음에는 의리로 보답하고 은혜는 충정으로 갚는 것이 인간의 초보적인 도리이다. 그러나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쓰레기 장성택은 당과 수령으로부터 받아 안은 하늘같은 믿음과 뜨거운 육친적 사랑을 배신하고 천인공노할 반역행위를 감행하였다.① 놈은 오래전부터 더러운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에는 감히 머리를 쳐들지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동상이몽(同床異夢),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론 딴마음을 품는다)하다가 혁명의 대가 바뀌는 력사적 전환의 시기에 와서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장성택은 전당, 전군, 전민의 일치한 념원과 의사에 따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위대한 장군님의 유일한 후계자로 높이 추대할 데 대한 중대한 문제가 토의되는 시기에 왼새끼를 꼬면서(혼자 딴죽을 걸면서) 령도의 계승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는 천추에 용납 못할 대역죄를 지었다. 놈은 자기의 교묘한 책동이 통할 수 없게 되고 력사적인 조선로동당 제3차 대표자회에서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 인민들의 총의에 따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높이 모시였다는 결정이 선포되어 온 장내가 열광적인 환호로 끓어 번질 때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하여 우리 군대와 인민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냈다. 놈은 그때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한 것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군 령도 지반과 령군 체계가 공고해지면 앞으로 제놈이 당과 국가의 권력을 탈취하는 데 커다란 장애가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라고 자인하였다. 장성택은 그후 위대한 장군님께서 너무도 갑자기, 너무도 일찍이, 너무도 애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시게 되자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정권야욕을 실현하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책동하기 시작하였다. 장성택은 경애하는 원수님을 가까이 모시고 현지지도를 자주 수행하게 된 것을 악용하여 제놈이 늘 원수님 가까이에 있으면서 혁명의 수뇌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어 제놈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려고 꾀하였다. 장성택은 제놈이 당과 국가지도부를 뒤집어엎는 데 써먹을 반동무리들을 규합하기 위하여 위대한 장군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제놈에게 아부아첨하고 추종하다가 된 타격을 받고 철직, 해임된 자들을 비롯한 불순이색분자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산하기관들에 끌어들이였다. 장성택은 청년사업부문에 배겨있으면서 적들에게 매수되여 변절한 자들, 배신자들과 한동아리가 되여 우리나라 청년운동에 엄중한 해독을 끼치였을 뿐 아니라 그자들이 당의 단호한 조치에 의하여 적발 숙청된 이후에도 그 끄나불들을 계속 끌고 다니면서 당과 국가의 중요 직책에 박아 넣었다. 놈은 1980년대부터 아첨군인 리룡하 놈을 제놈이 다른 직무에 조동될 때마다 끌고 다니였으며 당의 유일적 령도를 거부하는 종파적 행동을 하여 쫓겨났던 그자를 체계적으로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자리에까지 올려놓아 제놈의 심복졸개로 만들어놓았다. 장성택은 당의 유일적 령도를 거부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켜 쫓겨 갔던 측근들과 아첨군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몇 년 사이에 제놈이 있는 부서와 산하단위들에 끌어올리고 전과자, 경력에 문제가 있는 자, 불평불만을 가진 자들을 체계적으로 자기 주위에 규합하고는 그우에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군림하였다. 놈은 부서와 산하단위의 기구를 대대적으로 늘이면서 나라의 전반사업을 걷어쥐고 성, 중앙기관들에 깊숙이 손을 뻗치려고 책동하였으며 제놈이 있던 부서를 그 누구도 다치지 못하는 ‘소왕국’으로 만들어놓았다. 놈은 무엄하게도 대동강타일공장에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모자이크영상작품과 현지지도사적비를 모시는 사업을 가로막았을 뿐 아니라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조선인민내무군 군부대에 보내주신 친필서한을 천연화강석에 새겨 부대 지휘부청사 앞에 정중히 모시자는 장병들의 일치한 의견을 묵살하던 끝에 마지못해 그늘진 한쪽 구석에 건립하게 내리먹이는 망동을 부렸다. 장성택이 지난 기간 우리 당의 조직적 의사인 당의 로선과 정책을 체계적으로 거역하는 반당적 행위를 감행한 것은 제놈을 당에서 결론한 문제도, 당의 방침도 뒤집을 수 있는 특수한 존재처럼 보이게 하여 제놈에 대한 극도의 환상과 우상화를 조장시키려는 고의적이고 불순한 기도의 발로였다. 장성택은 제놈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기 위하여 당과 수령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깨끗한 충정과 뜨거운 지성이 깃들어있는 물자들까지도 중도에서 가로채 심복졸개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제놈의 낯내기를 하는 무엄한 짓을 하였다. 장성택이 제놈에 대한 환상과 우상화를 조장시키려고 끈질기게 책동한 결과 놈이 있던 부서와 산하기관의 아첨분자, 추종분자들은 장성택을 ‘1번동지’라고 춰주며 어떻게 하나 잘 보이기 위해 당의 지시도 거역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장성택은 부서와 대상기관에 당의 방침보다도 제놈의 말을 더 중시하고 받아무는 이질적인 사업체계를 세워놓음으로써 심복졸개들과 추종자들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하게 하였다.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것들은 그가 누구이든 혁명의 총대는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며 그런 자들은 죽어서도 이 땅에 묻힐 자리가 없다. 장성택은 당과 국가의 최고 권력을 가로채기 위한 첫 단계로 내각총리 자리에 올라앉을 개꿈을 꾸면서 제놈이 있던 부서가 나라의 중요 경제부문들을 다 걷어쥐여 내각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나라의 경제와 인민생활을 수습할 수 없는 파국에로 몰아가려고 획책하였다.놈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1차 회의’에서 세워주신 새로운 국가기구체계를 무시하고 내각 소속 검열감독기관들을 제놈 밑에 소속시키였으며 위원회, 성, 중앙기관과 도·시·군급 기관을 내오거나 없애는 문제, 무역 및 외화벌이단위와 재외기구를 조직하는 문제, 생활비 적용 문제를 비롯하여 내각에서 맡아 하던 일체 기구사업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손안에 걷어쥐고 제 마음대로 좌지우지함으로써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였다. 놈은 국가건설감독기구와 관련한 문제를 내각과 해당 성과 합의도 하지 않고 당에 거짓보고를 드리려고 시도하다가 해당 일군들이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작성해주신 건설법과 어긋난다는 정당한 의견을 제기하자 “그러면 건설법을 뜯어고치면 되지 않는가”고 망발하였다. 장성택은 직권을 악용하여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세워주신 수도건설과 관련한 사업체계를 헝클어놓아 몇 년 사이에 건설건재기지들을 페허로 만들다싶이 하고 교활한 수법으로 수도건설단위 기술자, 기능공 대렬을 약화시키였으며 중요 건설단위들을 심복들에게 넘겨주어 돈벌이를 하게 만들어놓음으로써 평양시 건설을 고의적으로 방해하였다. 장성택은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도록 하여 심복들이 거간꾼들에게 속아 많은 빚을 지게 만들고 지난 5월 그 빚을 갚는다고 하면서 라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2009년 만고역적 박남기 놈을 부추겨 수천억 원의 우리 돈을 람발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혼란이 일어나게 하고 민심을 어지럽히도록 배후조종한 장본인도 바로 장성택이다. 장성택은 정치적 야망 실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각종 명목으로 돈벌이를 장려하고 부정부패행위를 일삼으면서 우리 사회에 안일해이하고 무규률적인 독소를 퍼뜨리는 데 앞장섰다. 1980년대 광복거리 건설 때부터 귀금속을 걷어 모아온 장성택은 수중에 비밀기관을 만들어놓고는 국가의 법은 안중에도 없이 은행에서 거액의 자금을 빼내여 귀금속을 사들임으로써 국가의 재정관리체계에 커다란 혼란을 조성하는 반국가범죄행위를 감행하였다. 장성택은 2009년부터 온갖 추잡하고 더러운 사진자료들을 심복졸개들에게 류포시켜 자본주의날라리풍이 우리 내부에 들어오도록 선도하였으며 가는 곳마다에서 돈을 망탕 뿌리면서 부화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다. 장성택이 2009년 한 해에만도 제놈의 비밀돈창고에서 460여만 유로(약 67억 원) 꺼내 탕진한 사실과 외국도박장 출입까지 한 사실 하나만 놓고 보아도 놈이 얼마나 타락, 변질되였는가를 잘 알 수 있다.장성택은 정권야욕에 미쳐 분별을 잃고 날뛰던 나머지 군대를 동원하면 정변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어리석게 타산하면서 인민군대에까지 마수를 뻗치려고 집요하게 책동하였다. 장성택놈은 심리과정에 “나는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 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하였다”고 하면서 정변의 대상이 바로 “최고령도자동지이다”고 만고역적의 추악한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놓았다. 놈은 정변의 수단과 방법에 대하여 “인맥관계에 있는 군대간부들을 리용하거나 측근들을 내몰아 수하에 장악된 무력으로 하려고 하였다. 최근에 임명된 군대간부들은 잘 몰라도 이전 시기 임명된 군대간부들과는 면목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인민들과 군인들의 생활이 더 악화되면 군대도 정변에 동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내가 있던 부서의 리룡하, 장수길을 비롯한 심복들은 얼마든지 나를 따를 것이라고 보았으며 정변에 인민보안기관을 담당한 사람도 나의 측근으로 리용해보려고 하였다. 이 밖에 몇 명도 내가 리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고 거리낌 없이 뇌까리였다. 장성택놈은 정변을 일으킬 시점과 정변 이후에는 어떻게 하려고 하였는가에 대하여 “정변 시기는 딱히 정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일정한 시기에 가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 직전에 이르면 내가 있던 부서와 모든 경제기관들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가 총리를 하려고 하였다. 내가 총리가 된 다음에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명목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으로 일정하게 생활문제를 풀어주면 인민들과 군대는 나의 만세를 부를 것이며 정변은 순조롭게 성사될 것으로 타산하였다”고 토설하였다. 장성택은 비렬한 방법으로 권력을 탈취한 후 외부세계에 ‘개혁가’로 인식된 제놈의 추악한 몰골을 리용하여 짧은 기간에 ‘신정권’이 외국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리석게 망상하였다. 모든 사실은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패당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 붕괴시키고 당과 국가의 최고 권력을 장악하려고 오래전부터 가장 교활하고 음흉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악랄하게 책동하여온 천하에 둘도 없는 만고역적, 매국노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장성택의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인 죄악은 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 심리과정에 그 가증스럽고 추악한 전모가 낱낱이 밝혀지게 되였다. 시대와 력사는 당과 혁명의 원쑤, 인민의 원쑤이며 극악한 조국반역자인 장성택의 치떨리는 죄상을 영원히 기록하고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세월은 흐르고 세대가 열 백번 바뀌여도 변할 수도 바뀔 수도 없는 것이 백두의 혈통이다. 우리 당과 국가, 군대와 인민은 오직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동지밖에는 그 누구도 모른다. 이 하늘 아래서 감히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령도를 거부하고 원수님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하며 백두의 혈통과 일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고 그가 누구이든, 그 어디에 숨어있든 모조리 쓸어 모아 력사의 준엄한 심판대우에 올려 세우고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는 피소자 장성택이 적들과 사상적으로 동조하여 우리 공화국의 인민주권을 뒤집을 목적으로 감행한 국가전복음모행위가 공화국형법 제60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확증하였으며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렬히 단죄규탄하면서 공화국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에 집행되였다.※최대한 원문 내용과 표기를 그대로 살리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용어는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하거나 풀이를 넣었음.}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지지해 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숙청한 뒤에도 중국과 함께 고속철 건설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북-중 경제협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군사패권충돌시대, 진보는 과연 안보 무능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북한과 중국의 12·8 합의문을 공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은 8일 신의주와 평양, 개성을 잇는 380km 길이의 고속철도와 왕복 8차로 도로를 건설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홍 의원은 “고속철의 속도는 시속 200km 이상이 될 것이며 국내 기업도 컨소시엄에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의원은 이를 근거로 “국내 일부 전문가들이 중국통인 장성택 숙청 이후 대(對)중국라인의 이상 등을 얘기하지만 북-중 간 경제협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의 조선경제개발협의회와 중국의 투먼(圖們) 시는 장성택 숙청을 결정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린 뒤 온성개발구 관련 개발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9일 베이징에서 두 기관 관계자들이 만나 계약을 했으며 관광개발뿐 아니라 개성공단처럼 한국과 중국의 기업을 유치하는 공단을 건설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7월 경제특구 개발과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신설하기 전부터 이미 장성택이 배제돼 있었다”면서 “김정은이 경제 분야에 젊은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를 중용하는 것은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라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김철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