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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8시 10분.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검은 마스크를 쓴 러시아 연방형집행국 소속 요원들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가 입국 심사대에 나타나자 그를 즉각 체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9)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독극물 테러를 당한 후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약 5개월 만에 귀국했다. 체포될 줄 알면서도 독일에서 러시아로 돌아온 그의 행보를 두고 외신들은 올해 9월 의회선거를 앞두고 ‘반(反)푸틴’ 세력을 집결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했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2014년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그가 체류지를 통보하지 않는 등 ‘집행유예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나발니는 집행유예 취소 소송 기일이 열리는 이달 29일까지 구치소에 수감된다. 17일 나발니는 자신의 러시아 입국 과정을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공항 대합실에는 지지자 200여 명이 모여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나발니의 귀국은 푸틴 정부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불만과 이에 대한 푸틴 정부의 불안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모습”이라며 그의 귀국이 러시아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전했다. 귀국한 나발니가 공항에서 바로 체포되자 세계 각국은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제이크 설리번은 트위터를 통해 “나발니는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비롯해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주요국 인사들도 석방을 촉구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 대표로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60·사진)가 선출됐다. 기민당 대표는 올 9월 총선 이후 앙겔라 메르켈 총리(67)의 뒤를 이은 ‘포스트 메르켈’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리로 점쳐진다. 16일 도이체벨레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독일 기민당 당대회에서 진행한 이날 당대표 2차 선거에서 라셰트 후보는 1001명의 대의원 가운데 521명의 지지로 과반 표를 확보해 466표를 얻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66)를 누르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앞선 1차 투표에선 메르켈 총리 반대파로 꼽히는 메르츠 전 원내대표가 385표를 받아 라셰트 후보(380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224표) 등을 제쳤으나 과반표를 확보하지 못해 1, 2위 간 2차 선거가 치러졌고 여기서 순위가 뒤집혔다. 언론인 출신인 라셰트는 1994년 독일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2005년부터 독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州)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져온 정치인이다. 독일 언론들은 라셰트를 실용적이고 시장경제적 관점을 중요시하면서도 극단적인 입장보다는 절충안을 강조하는 중도우파 성향 정치인으로 평가한다. 16년 장기 집권한 메르켈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다 보니 메르켈 시대 이후에도 ‘메르켈리즘’으로 불리는 중도실용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라셰트는 사회적 결속을 강조하는 메르켈 총리와 정책 보조를 맞춰 왔다. 메르켈 총리가 2015년 약 9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수용키로 했을 당시 당내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총리 결정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적극 밝히기도 했다. 그는 9월 총선에서 현 집권세력인 기민·기독사회당 연합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시된다. 현지 언론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의 정당 지지율은 35∼37% 수준으로 조사돼 사회민주당, 녹색당, 좌파당 등보다 높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 대표로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60)가 선출됐다. 기민당 대표는 올 9월 총선 이후 앙겔라 메르켈 총리(67)의 뒤를 이은 ‘포스트 메르켈’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리로 점쳐진다. 16일 도이치빌레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독일 기민당 당대회에서 진행한 이날 당대표 2차 선거에서 라셰트 후보는 1001명의 대의원 가운데 521명 지지로 과반 표를 확보해 466표를 얻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66)를 누르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앞선 1차 투표선 메르켈 총리 반대파로 꼽히는 메르츠 전 원내대표가 385표를 받아 라셰트 후보(380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224표) 등을 제쳤으나 과반표를 확보하지 못해 1, 2위간 2차 선거가 치러졌고 여기서 순위가 뒤집혔다. 언론인 출신인 라셰트는 1994년 독일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2005년부터 독일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州)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서 정치적 기반을 다져온 정치인이다. 독일 언론들은 라셰트를 실용적이고 시장경제적 관점을 중요시 여기면서도 극단적인 입장 보다는 절충안을 강조하는 중도우파 성향 정치인으로 평가한다. 16년 장기집권한 메르켈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다보니 메르켈 시대 이후에도 ‘메르켈리즘’으로 불리는 중도실용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라셰트는 사회적 결속을 강조하는 메르켈 총리와 정책 보조를 맞춰왔다. 메르켈 총리가 2015년 약 9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수용키로 했을 당시 당내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총리 결정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적극 밝히기도 했다. 그는 9월 총선에서 현 집권세력인 기민·기독사회당 연합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시 된다. 현지 언론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의 정당 지지율은 35¤37% 수준으로 조사돼 사회민주당, 녹색당, 좌파당 등보다 높다. 연정을 이루는 양당선 지지율이 높은 기민당 대표가 총리로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라셰트가 박빙으로 당 대표가 된 데다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마르쿠스 죄더 기사당 대표가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고 있어 죄더 대표가 총리 후보로 직접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거의 1년간 제대로 레스토랑 운영을 못 했는데 제대로 평가했을까요? 셰프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예요.” 13일(현지 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15구의 한 식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문을 닫은 채 입구에서 포장한 음식만 판매하던 로베르 씨가 말했다. 전 세계의 ‘맛있는 식당’의 지침서로 통하는 미슐랭 가이드가 이달 18일 별점을 받은 식당 명단을 공개하기로 하자 셰프들은 “장기간 식당 문을 닫았는데, 어떻게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겠느냐”며 평가 공정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18일 파리 에펠탑 앞에서 ‘미슐랭 가이드 2021’ 발표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청중 없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중계하는 방식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사에서 발행하는 식당 안내서로, 매년 별 1∼3개를 부여한 레스토랑 명단을 공개한다. 별 1개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2개는 요리가 뛰어나 찾아가 볼만한 식당, 3개는 장거리 여행 삼아 찾아갈 정도로 특출한 식당을 뜻한다. 전 세계에서 ‘맛집의 기준’으로 통하면서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에 신경 쓰는 식당들이 많다. 식당과 셰프들은 지난 1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마다 봉쇄 조치가 내려져 식당 영업이 장기간 중단된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프랑스만 해도 지난해 3∼5월 1차 확산 당시를 비롯해 2차 확산기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현재까지 전국 모든 식당의 실내영업이 금지된 상태다. 평가단이 식당을 다니며 평가할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해 올해는 신뢰할 만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이 요리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파리 7구에서 활동하는 요리사 파스칼 씨는 기자에게 “객관적 평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슐랭 가이드 트위터에도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겠냐는 비난 댓글이 이어지자 미슐랭 가이드 측이 해명에 나섰다. 그웬달 폴레네크 국제 디렉터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식당과 요식업이 너무 어려웠다”며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명단을 발표해 식당을 홍보하고 돕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해명했다. 봉쇄 조치 상황에서 별 부여의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조직을 구성해 평가를 해왔다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일부 레스토랑과 셰프들은 미슐랭 측의 해명에 동의하는 시각도 있다. 파리 근교 지베르니 지역에 가게를 연 요리사 플룸 씨는 “봉쇄 조치로 1년 중 5개월밖에 식당 운영을 못 했다”며 “별을 받는 스타 셰프들이 많이 나와 해당 레스토랑이 각광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근 1년 간 제대로 레스토랑 운영을 못했는데… 제대로 평가했을까요? 셰프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에요.” 13일 오후 프랑스 파리 15구의 한 식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조치로 문을 닫은 채 입구에서 포장영업 만 하던 호베흐 씨가 말했다. 전 세계 ‘맛있는 식당’의 지침서로 통하는 미슐랭 가이드가 이달 18일 별점을 받은 식당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령으로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내 상당수 식당이 문을 닫아온 기간이 길어져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드 미슐랭(Guide Michelin) 측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 파리 에펠탑 앞에서 ‘미슐랭 가이드 2021’ 발표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청중 없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중계되는 디지털 행사가 될 것이라고 르푸앙 등 현지언론은 전했다.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 사에서 발행하는 식당 안내서로, 매년 별 1~3개를 부여한 레스토랑 명단을 공개한다. 별이 1개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2개는 요리가 뛰어나 찾아가볼만한 식당, 3개는 장거리 여행으로 찾아갈 만한 특출난 식당을 뜻한다. 평가단은 신분을 감추고 식당을 찾아가 재료, 풍미, 요리법, 가격, 창의성 등을 5개 기준으로 등급을 매긴다. 전 세계에서 ‘맛집의 기준’으로 통하면서 별 부여와 별의 수에 따라 레스토랑이 운명이 바뀌어 요식업계에서는 ‘미슐랭 임펙트’란 용어까지 나올 정도다. 미슐랭 별을 획득하는 순간 예약이 몰리고 매출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미슐랭 별을 받자마자 매출이 최소 100% 이상 늘어난다고 여러 스타 셰프들이 밝혀왔다. 문제는 지난 1년 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마다 봉쇄조치가 내려져 식당영업이 장기간 중단된 점이다. 프랑스 만 해도 지난해 3~5월 1차 확산 당시를 비롯해 2차 확산기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현재까지 전국 모든 식당의 실내영업이 금지된 상태다. 평가단이 식당을 다니며 평가할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해 올해는 신뢰할만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이 요리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파리 7구에서 활동하는 요리사 빠스칼 씨는 기자에게 “재정적 어려움은 알지만 객관적 평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파리 근교 지베르니 지역에 가게를 연 요리사 플룸 씨는 “봉쇄조치로 1년 중 5개월 밖에 식당 운영을 못했지만, 별을 받는 스타 세프들이 많이 나와 각광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봉쇄 조치로 식당 운영 자체가 어려워 ‘요리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식당들도 파리 일대에 많았다.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상황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찬반 논란 속 미슐랭 가이드 트위터에는 “장기간 식당 문을 닫았는데, 어떻게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나”는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미슐랭 가이드 측이 해명에 나섰다. 그웬달 뿔레넥 국제 디렉터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식당과 요식업이 너무 어려웠다”며 “오히려 명단을 발표해, 식당을 홍보하고 돕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해명했다. 또 봉쇄조치 상황에서 별 부여의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조직을 구성해 평가를 해왔다고 미슐랭 가이드 측은 설명했다. 자칫 이번 발표로 미슐랭 가이드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2~3년 간 미슐랭 별 부여를 두고 식당과 요리사들 사이에서 “정확한 기준을 밝히라”며 소송을 거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실제 2019년 11월에는 ‘라 메종 데 부아’란 프랑스 식당이 별 등급이 3개에서 2개로 떨어지자, “평가 기준을 공개하라”며 미슐랭 가이드 측에 소송을 걸었다. 법정에서 요리사와 미슐랭 측이 평가기준이었던 치즈의 품질을 두고 격론을 벌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슐랭 별을 잃고 우울증을 빠지는 요리사들이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19년 식당들이 미슐랭 가이드 측으로부터 거액의 컨설팅 비용을 받은 후 이를 승낙한 회사 만 미슐랭 별을 획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컸다. 미슐랭 가이드 평가 기준이 프랑스 요리 등 지나치게 서구 스타일의 요리에만 치우쳐 전 세계 요리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6년간 장기 집권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67)의 후계 구도가 16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메르켈’ 후보로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기독민주당 원내대표(66),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60),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56) 등 세 명의 남성 정치인이 꼽히고 있다. 본인이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독민주당 소속의 옌스 슈판 보건장관(41) 또한 ‘잠룡’으로 주목받고 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집권 기독민주당은 16일 당 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때 대표로 선출된 인물이 9월 총선 이후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은 새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정 내에서 다수파인 기민당 대표가 총리 후보로 추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초 여성 국방장관 출신인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전 기민당 대표가 ‘미니 메르켈’로 불리며 메르켈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야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2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급부상한 인물이 기민당 내 주류를 자처하는 메르츠 전 대표다. 지난해 여론조사회사 유고브,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 각종 조사에서 메르츠 전 대표는 지지율 20%대를 보이며 10%대의 다른 후보들을 앞섰다. 그는 2000년 기민당 대표가 된 후 메르켈과 라이벌을 이루며 당내 주도권을 두고 경쟁했다. 2009년 정계에서 은퇴하고 금융권에서 일했지만 2018년 정계에 복귀해 난민포용 정책 등 메르켈의 진보성향 정책을 비판하며 보수 유권자에게 많은 지지를 얻었다. 라셰트 주 총리는 독일 16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을 맡고 있는 데다 실용·중도 노선을 표방해 메르켈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다. 뢰트겐 위원장은 지난해 주독 미군 감축에 반대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강화를 강조하는 등 외교 분야에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세 후보의 지지율 차가 크지 않을 경우 연정을 구성하는 기독사회당 등에서 제4의 총리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4일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마르셀루 헤벨루 데 수자 포르투갈 대통령(73·사진)이 11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날 “수자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수도 리스본 관저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며 “현재 무증상이며 몸에 큰 이상도 없다”고 밝혔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12일 예정됐던 대선 후보자 TV토론 역시 취소됐다. 인구 약 1000만 명인 포르투갈에서는 11일 기준 누적 확진자와 누적 사망자가 각각 49만 명, 7800명에 달한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포르투갈에서는 총리가 최고권력자다. 다만 대통령 또한 법률안 거부권, 의회 해산권 등을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변호사, TV프로그램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던 수자 대통령은 중도우파 사회민주당(PSD) 대표 등을 거쳐 2016년 3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수자대통령은 지난해 8월 남부 해안가에서 휴가를 즐기던 도중 바닷물에 빠진 여성 2명을 구조해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해변을 거닐던 그는 카약을 타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두 여성을 발견했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구조했다. 다른 관광객이 촬영한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졌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에 근접한 가운데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9년 11월 이미 코로나19 환자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밀라노대와 유럽종양학연구소(IEO) 공동 조사결과 밀라노 출신의 25세 여성은 2019년 11월 10일 몸에 붉은 점과 열이 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당시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았지만 병명이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최근 연구팀이 해당 여성의 조직검사 기록을 재분석한 결과, 당시 붉은 점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피부 발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은 지난해 6월 코로나19 검사에서도 항체가 발견됐다. 중국이 2019년 12월 31일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첫 보고한 시점보다 1개월 이상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된 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2019년 12월 이전부터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었다는 연구는 지난해부터 속속 발표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연구진은 2019년 3월 채취된 바르셀로나 하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흔적을 발견했다. 프랑스 알베르트 슈바이처 병원도 2019년 11월부터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2019년 8월 여름 첫 발병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팀은 14일 중국을 방문해 바이러스 기원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10여 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WHO 조사팀은 중국에 도착해 2주간 격리 기간을 거친 후 4주 동안 바이러스 샘플 수집, 감염자 인터뷰 등 조사를 진행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보다 더 조기에 발병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WHO는 앞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85)이 9일(현지 시간) “다음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밝혔다. 영국 왕실 또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95) 부부가 백신을 접종받은 사실을 공개하는 등 각국 지도층이 백신 접종 독려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바티칸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며 “나 역시 접종을 예약했고 모든 이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 나의 건강과 생명을 넘어 타인의 생명까지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부터 교황 주치의로 활동해 온 이탈리아 의사 파브리치오 소코르시 씨(78)가 최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진 것도 교황의 백신 접종 독려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시 남편 필립 공(100)과 함께 런던 인근 윈저성에서 백신을 접종했다. 통상 여왕의 건강과 관련된 사항은 외부에 알리지 않지만 여러 억측을 막고 국민 접종을 독려하고자 접종 소식을 공표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백신, 자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미 제약사 모더나 백신 등 3가지 종류를 승인했지만 여왕이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각국 정상 또한 공개적으로 백신 접종에 나서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2)는 지난해 12월 19일 이스라엘 최초로 화이자 백신 1차 주사를 맞았다. 이달 9일에는 2차 접종을 받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79) 역시 지난해 12월 21일 화이자 백신을 맞는 장면을 공개하며 “접종을 두려워하지 말라. 두 번째 주사가 벌써 기대된다”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당선인(57)은 8일 후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해리스 당선인 역시 “접종은 아무 느낌 없이 끝났다. 매우 빨랐고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67),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53) 역시 공개 접종을 실시한 후 국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김예윤 기자}
유럽연합(EU)이 6일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미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음에도 공급물량 부족에 시달렸던 EU 27개 회원국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인다. BBC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EU 보건규제 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이 검증한 모더나 백신의 안정성을 토대로 회원국에 조건부 판매 승인을 내렸다고 밝혔다. EU 전체에서 향후 1년간 백신을 접종할 수 있으며 매년 갱신도 가능한 조치다. 빠르면 11일부터 27개 회원국에서 모더나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U는 이날 승인으로 모더나 백신 1억6000만 회분, 화이자 백신 3억 회분의 기존 공급계약을 합쳐 총 4억60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모더나 백신은 3상 임상시험에서 화이자 백신(95%)과 비슷한 94.1%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극저온에서 보관 및 유통해야 하므로 특수 냉장고가 필요하다. 반면 모더나 백신은 일반 냉장고로 가능한 영하 20도의 온도를 필요로 해 유통 및 보급이 수월할 것이란 평을 얻고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7일 “백신 효과가 최대 2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영국 및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지난해 7∼11월 화이자, 모더나,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등 6개 제약사와 총 20억 회 분량의 백신을 계약했다. EU 회원국 전체(4억5000만 명)가 총 4회 맞을 수 있지만 동시접종 시작 후 실제 보급된 물량이 너무 적어 현장의 불만이 컸다. 각국은 백신 공급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6일 “다음 달 중부 마르부르크에 화이자 백신 공장을 건립해 상반기에 2억5000만 회분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자국 제약사 레이테라가 개발한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92.5%의 효과를 보이자 올해 9월 공급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약 6만 명 이상의 일일 신규 확진자 발생, 변이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영국 정부는 이날 “올해 대입 시험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입 시험이 취소됨에 따라 교육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세계 전역에 강풍과 폭설을 동원한 한파가 몰아쳐 곳곳에서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눈보라에 고립되는 사건 사고도 속출하면서 한파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 전역 곳곳에서 폭설과 강풍이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 국립기상청은 6일 “폭설과 강풍이 몰아치면서 일부 지역은 기온이 영하 34.1도로 떨어져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하 34.1도는 피레네산맥 남쪽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사이의 아라곤 지역 일대에서 측정됐다. 스페인 기상당국이 기온을 측정한 이래 가장 추운 날씨로, 이전 최저기온 기록인 1956년 스페인 북동부 예이다 지방의 영하 32도보다 2도 낮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스페인 중부와 북부 대부분 지역에서도 이날 영하 10도∼영하 20도의 한파와 20cm 내외의 폭설이 내렸다. 이로 인해 75세 남성이 눈보라 속에서 구조되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수도 마드리드 등 10년간 눈을 볼 수 없던 지역까지 눈으로 뒤덮일 것이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이웃 포르투갈 역시 이틀 전부터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일대에서도 이번 주 초부터 내린 눈이 2m나 쌓이면서 소방대원들이 총동원돼 도로 곳곳에서 제설작업에 나섰다. 영국에도 한파가 몰아쳐 6일 스코틀랜드, 웨일스, 잉글랜드 남부 등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계속 눈이 오면서 곳곳에 10∼20cm 내외의 눈이 쌓일 것으로 보인다. BBC는 “강한 폭풍으로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찬 공기가 유럽대륙으로 오면서 40cm의 폭설이 내리는 지역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한파 경보가 내려졌다.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은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영하 19.5도까지 떨어지면서 한파가 불어닥쳤다. 7일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베이징의 이날 오전 최저기온은 영하 19.5도를 기록했다. 시속 87km의 강풍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43도까지 내려갔다. 공식적인 관측이 시작된 이후 베이징의 역대 최저기온은 1969년 2월 24일 영하 19.3도였다. 시베리아와 가까운 북부 헤이룽장성의 다싱안링(大興安嶺)은 5일 최저기온이 영하 44.7도를 기록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기상청 역시 “이번 주에 시베리아 일대를 중심으로 쿠르간, 첼랴빈스크, 튜멘 등의 지역에 최저 영하 40도의 비정상적인 한파가 닥칠 것”으로 경고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걱정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맞아야죠.” 4일(현지 시간) 오후 1시 반.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인근 오텔디외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온 필리프 씨(52)를 만났다. 파리 시내 요양원에서 일하는 그는 우선접종 대상자다. 이날 병원에는 약 30명이 접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는 접종 직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고, 다른 이는 “백신을 맞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영국과 미국 등에서 우선 접종자들이 환한 미소를 보이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미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동시 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누적 확진자가 약 270만 명인 프랑스의 접종 속도가 유독 더디다.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프랑스에서는 불과 516명만이 백신을 맞았다. 독일(약 32만 명), 이탈리아(약 18만 명), 스페인(약 14만 명)보다 현격히 낮은 수치다. 여론조사회사 오독사의 지난해 12월 22, 23일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58%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했다. 필리프 씨에게 왜 ‘많은 프랑스인이 접종을 거부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개발 기간이 워낙 짧으니 백신 안전성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거부한다는 사람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복잡한 절차와 부족한 인프라 많은 시민이 지적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한 절차다. 멜리나 씨(64)는 “주변에도 접종 준비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며 미룬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려면 우선 주치의를 만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또 45쪽 분량의 접종 지침서를 읽은 후 접종에 동의해야 한다. 치매 등으로 본인의 판단이 어려운 고령자는 가족 동의까지 필요하다. AFP통신에 따르면 백신 접종 시 이런 절차를 거치는 EU 회원국은 프랑스가 유일하다. 백신 접종을 위해서는 사람이 몰릴 때를 대비해 거리 두기가 가능한 방역 시설, 접종 후 10∼20분간 부작용을 관찰하기 위한 공간 등이 필요하다. 영국 독일 등은 전문센터를 미리 마련한 반면 프랑스는 기존 병원에서 주로 접종이 진행돼 인력 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주사 1대를 맞기 위해 최소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잦다 보니 번거로움이 가중된다. 각국에서 백신 주문이 폭증하면서 극소수 제약사가 생산하는 백신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EU는 화이자 외에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모더나, 프랑스 사노피, 미국 존슨앤드존슨, 독일 큐어백 등 총 6개사의 백신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음에도 현재까지 화이자 백신에만 사용 승인을 내려 화이자 백신 공급 속도가 느린 편이다. 현재 미국은 모더나, 영국과 인도 등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도 사용 승인을 내린 상태다. ○ 보건정책 불신 강해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의 백신 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많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초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않겠다”며 개개인의 의사를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같은 달 22일 백신 접종 확인증이나 음성 판정 증명서가 있어야만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일명 ‘백신 강제법’을 도입하려 해 상당한 반발을 불렀다. 프로그래머 그헤그 씨(33)는 “이렇게 정책을 자주 바꾸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했다. 일부는 화이자 백신을 맞은 후 이스라엘 등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많은 프랑스인은 정부가 과거에도 종종 잘못된 보건정책을 집행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는 2010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백신 수천만 개를 주문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환자가 적자 결국 1800만 명분의 백신을 폐기했다. 이에 정부가 대형 제약사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이 거셌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실패, 제약사의 백신 임상시험 축소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홀드업(Hold Up)’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역 정책 둘러싼 여야 대립도 심각 프랑스의 느린 접종 속도에 관한 국내외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백신 접종 지연은 없을 것”이라며 빠른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주무 장관인 올리비에 베랑 보건장관 역시 5일 “접종 대상을 확대해 다른 이웃 국가의 접종 속도를 조만간 따라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요양원에 거주하지 않는 75세 이상 노인에게도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50세 이상 간병인, 소방관, 가사 도우미 등 주로 취약계층을 접촉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에 대한 접종은 이번 주부터 시작됐다. 복잡한 절차 또한 간소화할 뜻을 밝혔다. 베랑 장관은 “백신 접종을 원하는 모든 프랑스인이 간단한 신청만으로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현재 27개인 백신접종센터를 이달 말까지 500∼6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을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 비교하며 “결국 거북이가 이기니 신속함과 성급함을 혼동하지 말자”고도 했다. 야권은 백신 미접종자의 대중교통 사용 불허, 백신 접종 속도전 등이 일종의 보건 독재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 사용 제한 추진에 대한 반발이 상당하다. 정치 이념이 상당히 다른 각 정당들이 일제히 마크롱 정권 비판에 나선 이유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전체주의적 조치이자 보건 독재”라고 비판했다. 강경진보 알렉시스 코비에르 의원 역시 “공공 자유를 제한하려면 집단 논의부터 해야 한다”고 했고, 중도우파 공화당의 기욤 펠티어 부대표는 “정부가 의회 통제 없이 우리의 자유를 정지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갖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리 11구 주민 이리나 씨(40)는 “프랑스인은 옳건 그르건 정부가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 자체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다”고 했다. 정부가 프랑스인의 정서와 전통을 무시하고 무조건 속도전만 주장하다간 더 큰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론조사회사 IFOP의 지난해 10월 설문조사에서 ‘당장 대선이 치러진다면 마크롱 대통령을 찍겠다’는 응답은 23∼26%였다. 르펜 대표는 24∼27%를 얻어 마크롱 대통령을 조금 앞섰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방역 정책에 실패해 EU 최고 수준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미지가 치명적이다. 그러나 이를 걱정해 자칫 백신 의무화만 앞세우면 보수, 극우 지지자는 물론이고 중도 유권자까지 등을 돌릴 수 있어 일종의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역시 최근 지지율 하락 때문에 백신을 반대하던 기존 정책을 찬성으로 바꿨다. 유럽 전역에서 백신과 정치를 연계시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창궐로 재봉쇄 가능성 프랑스 정부는 최근 영국 및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게 국민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5일 기준 프랑스 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총 15명. 일일 신규 확진자 역시 매일 2만 명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과 영국에서처럼 프랑스에서도 조만간 다시 봉쇄가 실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르몽드 등은 정부가 20일 해제하려던 식당 영업 금지조치를 다음 달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사노피 등 세계적인 유명 제약사를 보유한 프랑스에서 영미권, 독일 제약사만큼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이 역시 사회 전반의 백신 거부 및 불신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광견병, 탄저병 백신을 만든 ‘면역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1822∼1895)의 나라가 옛말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 및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란 이중고에 시달리는 영국이 전면 봉쇄를 전격 단행했다. 지난해 3월 1차 봉쇄, 11월 2차 봉쇄에 이은 세 번째 봉쇄다. BBC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는 4일 대국민 TV 연설에서 코로나19 경보체제를 최상위인 ‘5단계’로 즉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절망스럽다. 앞으로 몇 주간이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음 달 15∼22일까지 봉쇄를 계속한 후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해제할 뜻을 밝혔다. 최근 1주일간 매일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확산세가 현격히 줄어들기 전에는 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식품, 의약품 구매 등을 제외하고 외출이 금지된다. 초중고교와 대학도 문을 닫고 다음 달 중순 방학 때까지 원격 수업으로 진행된다. 식당 영업은 포장 및 배달만 가능하다. 다만 1, 2차 봉쇄 때 가정폭력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던 점을 고려해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엔 집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역시 지난해 12월 도입해 당초 이달 10일 종료 예정이던 전면 봉쇄 조치를 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dpa통신 등이 전했다. 백신 1, 2차 접종의 기간 연장 및 서로 다른 제약사 백신의 혼합 접종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독일 정부는 자국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와 미국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2차 접종 시기를 당초 ‘1차 접종 후 3주 뒤’에서 ‘6주 뒤’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 역시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 백신은 1차 접종 후 3주 안에 2차 접종이 이뤄질 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그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예방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자료가 없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의 보건규제 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완전한 예방 효과를 내려면 1, 2차 접종 간격을 준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지난해 12월 30일 화이자 백신을 맞은 포르투갈 여성 간호사 소니아 아제베두 씨(41)가 이달 1일 오전 11시께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평소 건강 문제가 없었고 백신 접종 후에도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28, 29일 이틀 연속 이스라엘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고령 남성이 1명씩 사망했지만 이들은 모두 70, 80대이고 기저질환자였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일부터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브렉시트가 실질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이를 주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의 부친 스탠리 씨(81·사진)가 프랑스 시민권을 신청해 화제다. 그는 아들과 달리 자신은 유럽인으로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스탠리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프랑스 RTL방송 인터뷰에서 “프랑스 시민권 취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언제나 유럽인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의 어머니가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며 이를 감안할 때 시민권 취득은 자신이 이미 가졌던 것을 되찾는 절차라고 주장했다.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유럽의회 의원 등을 지낸 스탠리 씨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도 아들과 달리 EU 잔류에 투표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는 와중에 정부 지침을 위반하고 해외여행을 가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아 비판받았다. 존슨 총리의 남동생으로 역시 정치인인 조(50) 역시 형과 달리 EU 잔류를 지지하고 있다. 브렉시트 가결 이후 탈퇴 작업이 지지부진해 영국 정계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을 때 존슨 총리는 ‘무조건 탈퇴 완수’를 외치며 2019년 7월 집권했다. 존슨 총리는 이듬해 1월 31일 영국의 EU 탈퇴를 이끌어 냈다. 양측은 순조로운 브렉시트를 위해 지난해 1년간 영국이 EU 회원국과 동일한 자격을 유지토록 한 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을 진행해왔다. 어획량 쿼터 등에 따른 양측 이견으로 한때 협상이 지지부진해 합의안 없는 EU 탈퇴(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컸지만 지난해 12월 24일 양측이 미래관계협상 합의에 도달해 ‘진짜’ 브렉시트가 완성되면서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후 47년간 이어온 동거가 끝났다. 이에 따라 영국과 EU 사이에 이동 거주의 자유가 제한된다. 의사 약사 건축사 등 각종 전문 자격증도 자국 내에서만 쓸 수 있고 휴대전화 무료 로밍 혜택도 사라진다. 양측은 상품 무역에서 ‘무관세·무쿼터’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기존에 없던 통관 및 검역 절차가 생기면서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2021년 국제 정세 또한 거세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프랑스 유명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78), 미 외교안보 거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84),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65), 동아시아 정치의 권위자 나카니시 히로시(中西寬) 일본 교토대 법대 교수(59), 중동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인 아다 요나트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연구위원(82) 등으로부터 코로나19 시대의 해법, 국제사회의 향방 등을 들어봤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이런 합리적 이타주의로 코로나19 시대를 이겨내야 한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78)가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화두로 ‘합리적 이타주의(rational altruism)’를 제시했다. 착용이 번거롭고 귀찮아도 타인을 위해 마스크를 쓰면 사회 전체의 감염이 줄고, 경제가 살아나 결국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는 “몇몇 나라만 방역을 잘한다고 해서 세계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각국이 자국민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확보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고 했다. 양극화와 기후변화, 교육 격차 등 세계 각국이 직면한 문제 역시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국제사회의 연대와 공조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탈리는 프랑스 파리공과대, 소르본대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지만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로 ‘미래의 물결’ ‘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 등 인류의 미래에 관한 여러 명저를 썼다. “전염병 대유행으로 세계적인 격리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고했던 1998년 작 ‘21세기 사전’은 코로나19 시대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과 25일 아탈리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1년 화두는 무엇인가. “이타주의. 우리 모두 이타주의자가 돼야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고 가족, 이웃, 미래 세대를 보살펴야 한다.”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다. 코로나19 백신도 선진국이 독점했다. “백신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많은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사람들과 각국 정부 사이에 공통된 인식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년의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보라. 나 혼자만, 한 국가만 방역을 잘한다고 코로나19 사태를 피할 수 있었나? 방역을 잘해도 언제든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돼 번질 수 있다. 모두가 같이 방역을 잘하고, 모두가 백신을 맞지 않으면 세계경제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강대국들도 이해하기에 후진국과 백신을 나누는 일에 신경 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 세계경제가 많이 안 좋았지만 올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사람들이 전염병 유행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또 ‘부의 분배’를 위한 과세정책을 펼 때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최상위 부유층에 지금보다 많은 세금을 물리려 해도 이들이 국적을 바꾸거나 재산을 다른 나라로 옮기면 무용지물이다.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국제사회가 민주적 합의 아래 통합된 세금정책을 공유해야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교육정책도 중요하다.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강화야말로 빈부격차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기후변화 문제 또한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적으로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과거에도 언제, 어디서든 바이러스가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 또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를 이겨내려면 우리 삶 전반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 정말 중요해졌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생명경제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식품, 위생, 의료, 친환경에너지 등 생명경제산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 현재 주요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7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테크놀로지가 권력을 갖는 시대가 올 걸로 전망해왔다. 인공지능(AI) 등으로 인간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기술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전염병에 대항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의료기술, (감염자 관련) 감시 추적기술 등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이 권력자에 의해 이용되면서 자칫 기술이 권력의 도구가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인간의 역할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기술이 사회 변화를 이끌면 항상 위기론이 나온다. 수레를 사람이 직접 끌다가 말이 끌기 시작했을 때도, 증기차나 전화 등이 개발됐을 때도 인간의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에너지 절약, 효율성 극대화 등 인류를 돕는 도구에 그칠 것이다. AI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노동시간을 줄여 주겠지만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할 순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국제사회의 분열이 컸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끌 미국은 어떨 것으로 보나. “바이든 당선인의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로 인해 새 대통령이 절대적인 힘을 갖기 어렵게 됐다. 정책 집행과 행동에서 제약도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관계에 더 많은 역량을 쏟을 것이다.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다른 정부와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외부로부터의 힘을 키우는 방식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는 패했지만 각국에서 여전히 극우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렇지 않다. 폴란드와 헝가리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극우정권이 집권했지만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대부분 국가는 극우세력을 잘 제어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극우 포퓰리즘의 영향력은 상당히 줄었다고 본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중국이 대응을 잘못했다. 코로나19 창궐 초기에 정보를 통제하고 거짓말을 했다. 그 결과가 지금 어떤지를 보라.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위험 요소가 많다. 많은 글로벌 중국 기업들 또한 공산주의 정권과 갈등을 겪을 것이다. 당장은 정부가 기업을 누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을 지속할 수는 없다. 20년이 걸릴지, 50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결국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바뀔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 백신을 불신하거나 거부하는 움직임이 있다.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바이러스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백신에 대한 검증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려 접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 역시 백신을 맞을 수 있으면 당장 맞겠다.” ―한국에서는 고령화, 저출산, 세대갈등이 심각하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모두 고민이 크다. 여성 권익을 높이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이다. 여성들이 차별을 받아 정당한 위치에 있지 못할 때 저출산이 심화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하다. 프랑스에서는 남성 역시 출산휴가를 적극 사용한다.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런 정책들의 성과를 단기적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오랫동안 지속돼야 성공할 수 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결국에는 통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당장 내일일 수도 있고 10년 후일 수도 있지만 남북은 결국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독일의 통일 과정과 시행착오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 역시 서독과 동독의 경제력 차이가 컸고 여러 이유로 하나가 되기 어려웠지만 결국 통일이 됐다. 지금도 잘 헤쳐 나가고 있다.” ―한국에 대한 개인적 인상은….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특히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자크 아탈리(78)△ 1943년 알제리의 유대계 가정에서 출생△ 1956년 프랑스 이주△ 1966∼1970년 파리공대, 파리정치대, 국립행정학교(ENA) 졸업△ 1972년 소르본대 경제학 박사 △ 1968∼1985년 소르본대, 파리공대 등에서 경제학 강의△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고문 △ 1991∼1993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초대 총재△ 2008∼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산하 성장촉진위원회 위원장△ 현 아탈리&아소시에 컨설팅 대표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영국이 30일(현지 시간) 자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하고 다음 달 4일부터 접종에 나선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그동안 개발 백신에 제기됐던 의문들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데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보건당국이 백신 신뢰도에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어 논란이 여전하다. 아스트라제네가 백신은 한국이 도입하려는 백신 중 가장 먼저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이르면 내년 1분기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 백신 1000만 명분 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영국 보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권고를 받아들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최대한 많은 고위험군에 있는 이들에게 일단 1회 차 접종을 투여하는 것이 단기간에 2회 차 접종을 모두 맞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백신에 대한 신뢰도도 중요하지만 빠른 승인에 방점을 뒀음을 나타냈다. BBC에 따르면 맷 행콕 보건장관은 “총 1억 회분을 확보했고 다음 달 4일부터 400만 회를 우선 접종할 것”이라고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 역시 “영국 과학의 승리이며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빨리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트윗을 올렸다. 행콕 장관은 이 백신이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EU 보건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은 전날 “아스트라제네카가 아직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백신에 관한 추가 정보가 필요해 사용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임상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백신 전체 용량을 2회 접종했을 때 예방률은 62%, 1회 차에 절반을 투여한 후 2회 차에 전체를 접종했을 때 예방률은 90%’라는 다소 상식적이지 않은 3상 실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많은 의료 전문가가 의문을 제기했지만 왜 ‘0.5+1’ 방식이 ‘1+1’보다 효과가 좋은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카르댕이 29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8세. 카르댕은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는데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기성복의 제왕’으로 불리는 카르댕은 소수의 부유한 개인 고객을 위한 맞춤형 고급 패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가 주류를 이루던 세계 패션계에 일반 대중을 위한 기성복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를 도입해 패션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 미국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타 헤이워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그의 옷을 즐겨 입었다. 세계적인 록밴드 ‘비틀스’가 공연 때 입었던 칼라리스(collarless) 재킷도 카르댕이 디자인한 옷이다. 카르댕은 192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인근 트레비소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파시스트 독재를 피해 그가 두 살 때 프랑스로 이주했다. 와인을 파는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건축을 전공하길 원했지만 카르댕은 어려서부터 옷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 14세부터 양복점 수습생으로 일했고 28세 때인 1950년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패션 하우스를 설립했다. 카르댕은 1959년 유명 디자이너 중 최초로 일반 대중을 위한 기성복 제품을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급 맞춤복만 취급하던 파리의 한 백화점에 그가 기성복을 납품하자 발끈한 파리 의상협동조합은 카르댕을 쫓아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프레타포르테가 날 죽일 것으로 봤지만 사실은 나를 살렸다”고 회고했다. 남성복을 제작한 최초의 디자이너인 그는 2009년 AFP통신에 “내가 만들기 전에는 재단사를 제외하고 그 어떤 디자이너도 남성을 위한 옷을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르댕은 평범한 직물이 아닌 비닐, 금속, 섬유 등을 이용한 전위적인 옷을 만들어 ‘우주시대 디자이너’로도 불렸다. 화려한 색상과 대담한 무늬를 즐겨 사용했고 여성의 뒤태를 강조하기 위해 옷의 엉덩이 부분을 과도하게 부풀린 ‘버블 드레스’ 역시 유명하다. 르몽드에 따르면 카르댕은 인도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의장 등 세계 각국 지도자와도 돈독한 교분을 유지했다. 이런 유명 정치인들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사무실에 진열해 놓기도 했다. 카르댕은 2012년 7월 90세의 나이에도 작품 발표회를 갖는 등 노년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며 패션 산업을 주도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내가 가장 어렸고 지금은 가장 나이가 많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일하고 있다”며 자신은 영원한 현역이라고 강조했다. 카르댕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영화 ‘400번의 구타’ 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프랑스 유명 여배우 잔 모로(1928∼2017)는 카르댕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꼽힌다.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프랑스 작가주의 실험영화에 자주 출연한 그는 카르댕과 평생 친분을 유지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이스라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70대 남성이 사망해 당국이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 조사에 나섰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28일(현지 시간) 75세 남성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2시간 만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남성은 이날 오전 8시 반경 병원에서 백신을 맞았다. 이후 30분간 부작용 등 이상 증세가 없어 귀가했다. 그러나 자택에 도착한 후 곧 의식을 잃고 당일 사망했다. 사인은 심부전증이었다. 백신 부작용 의혹이 제기되자 헤지 레비 보건장관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사망한 남성은 생전에 심장마비를 여러 차례 일으켰고, 심장질환과 암을 앓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과다 투여돼 입원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독일 북부 슈트랄준트의 한 요양원 직원 8명은 27일 화이자 백신을 맞았는데 의료진 실수로 권장량의 5배가 이들에게 투여됐다. 4명은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입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지역 백신 책임자 슈테판 커트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카이로=임현석 lhs@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스페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접종 거부자 명단을 만들어 나머지 회원국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유럽 상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란 의견과 ‘과도한 사생활 침해’란 반론이 맞선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살바도르 이야 스페인 보건장관은 28일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의 명단을 작성해 EU 회원국과 공유할 계획”이라며 “백신 접종이 의무는 아니지만 다른 유럽국과의 정보 공유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명단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을 것이며 거부자의 소속 회사 및 고용주에게도 비공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27개 EU 회원국은 이달 27일부터 의료진과 요양원 거주자 등을 상대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우선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 대규모 일반인 접종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유럽 전반에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각국 보건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EU 회원국은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에 의해 국경 간 이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특정 국가가 국내 방역을 잘한다 해도 역내 다른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면 순식간에 전 유럽으로 퍼질 수 있다. 이야 장관의 명단 작성 방침 또한 이런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너무 짧은 시간에 개발됐다며 안전성 우려를 제기한다. 홍역, 소아마비 등 과거 백신 개발에는 최소 수년이 소요된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아 완성됐다. 의료계는 “그간 기술의 진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신이 여전하다. 누적 확진자가 약 190만 명인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응답이 47%에 달했다. 이달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28%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3명 중 1명 가까이가 백신을 거부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각각 약 260만 명, 약 130만 명인 프랑스와 폴란드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이 41%, 20%에 그쳤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스페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접종 거부자 명단을 만들어 나머지 회원국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유럽 상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란 의견과 ‘과도한 사생활 침해’란 반론이 맞선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살바도르 이야 스페인 보건장관은 28일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의 명단을 작성해 EU 회원국과 공유할 계획”이라며 “백신 접종이 의무는 아니지만 다른 유럽국과의 정보 공유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명단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을 것이며 거부자의 소속회사 및 고용주에게도 비공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27개 EU 회원국은 이달 27일부터 의료진과 요양원 거주자 등을 상대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우선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 대규모 일반인 접종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유럽 전반에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각국 보건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EU 회원국은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에 의해 국경 간 이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특정 국가가 국내 방역을 잘한다 해도 역내 다른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면 순식간에 전 유럽으로 퍼질 수 있다. 아야 장관의 명단 작성 방침 또한 이런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대중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너무 빠른 시간 내에 개발됐다며 안전성 우려를 제기한다. 홍역, 소아마비 등 과거 백신 개발에는 최소 수년이 소요된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아 완성됐다. 의료계는 “그간 기술의 진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신이 여전하다. 누적 확진자가 약 190만 명인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응답이 47%에 달했다. 이달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28%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3명 중 1명 가까이가 백신을 거부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각각 약 260만 명, 약 130만 명인 프랑스와 폴란드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이 41%, 20%에 그쳤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