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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7일 열린 부동산 점검 관계장관회의 브리핑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외에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김대지 국세청장 등 경제 분야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흘 연속 관련 지시를 내리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본색원(拔本塞源)의 의지를 부각했지만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일단 ‘수사’ 아닌 ‘조사’에 집중 정부는 이날 국무총리실 주도로 국토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시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렸다. 국토부는 LH를 소관으로 둔 신도시 개발 주무 부처고, 3기 신도시 6곳(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시흥)은 경기도와 인천시 소재다. 정부는 “행안부는 각 지방자치단체 총괄이고, 경찰청은 의심 내역 조사와 향후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8일 1차 회의를 개최한다. 조사단은 우선 조사 대상인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 및 가족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를 받아 3기 신도시 토지 소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재직자는 물론이고 퇴직자 및 가족에 대한 동의서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번 주에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문제는 조사 대상의 범위가 넓다는 점이다. 국토부 직원 4000명, LH 직원 1만 명, 지방 주택 및 도시공사 전 직원, 각 지자체 3기 신도시 담당 부서 근무자 등이 대상이다. 정부는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형제자매는 제외)을 포함하면 조사 대상이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사단에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도 “조사단이 나선다고 해도 차명 투자 등은 가려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조사 결과 의혹이 발생하면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단이 먼저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해 정부는 “이번 의혹과 비슷한 사례가 또 있는지부터 우선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野 “부동산 투기, 즉각적 대대적 수사 사안” 야권에서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 및 수사 등으로 여권의 눈엣가시가 된 검찰과 감사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과거 김영삼 노무현 정부 때 실시된 1·2기 신도시 투기 관련 수사는 검찰이 주도했지만 검찰은 이번 조사단에서 빠졌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왜 조사 주체에 감사원과 검찰을 빼나. 최근까지 정권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로 껄끄럽던 곳이라 그러냐”고 비판했다. 야권은 또 “왜 전면적인 수사에 바로 착수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투기 사건은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합동조사단의 전수조사로 시간이 지연되고 증거가 인멸되도록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에 검찰이 나설 수 없다”는 태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LH 직원 투기 행위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대 중요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여론이 아무리 원하더라도 이번 사건에 검찰이 투입돼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끔 법, 제도가 바뀌어 버렸다”고 설명했다. 6대 중요 범죄에는 부패도 포함되지만 뇌물 액수 3000만 원 이상, 4급 이상 공무원의 부패 범죄만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긴 애매한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검찰 직접 수사를 죄악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검찰이 먼저 나설 분위기도 아니지 않냐”고 했다. 조사단에서 제외된 감사원은 다음 달에는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상 공익감사 청구에서 감사 착수까지 한 달가량 걸리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보다 조사단이 먼저 꾸려진 것”이라며 “조사단 결과와 별개로 감사원은 제도적 문제점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하경·이소연 기자}
서울대 교수가 자신이 집필·번역한 책 여러 권을 강의 ‘필수 교재’로 지정하자 학생들이 “구매 강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의 특징이 드러나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5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 게시판에는 “이번 학기 교육학개론 주 교재 6권 중 5권이 교수님이 직접 집필하거나 번역한 책이다. 책을 안 사면 풀 수도 없는 오픈북 퀴즈를 매주 내면서 ‘책을 사라고 강매한 적은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수업은 이 대학 교육학과 A 교수가 진행하는 ‘교육학개론’이다. A 교수는 “교재 구입이 필수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교수가 매주 교재를 읽고 ‘쪽글’을 제출하게 하는가 하면 불시에 오픈북 시험을 보겠다고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교육학개론은 사범대 학생이 교직 이수와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다. 이번 교육학개론 강의는 단 2개로 학생들은 “수강신청 자체가 어려워 선택권이 없다”고 호소한다. 교육학개론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A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책 1권과 번역한 4권 등을 포함해 책 6권을 주 교재로 지정했다. A 교수가 집필·번역한 5권 가격을 합하면 9만500원으로 수업 정원은 100명이다. 학생들은 A 교수의 요구가 “교수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A 교수가 2019년 9월 더불어민주당이 대학 입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발족시킨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일부 학생은 “민주당 교육공정성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하신 분인데 교재 10만 원어치를 살 돈이 없는 학생들은 제대로 학점을 받지 못하는 게 공정한 교육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A 교수는 학생들의 반발에 주 교재를 6권에서 3권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업 관련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교, 학생들과 해결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교수는 “MZ세대는 절차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세대로 ‘이 책이 왜 필요한지, 어떤 취지에서 읽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며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며 학생들이 평가 과정에 훨씬 예민해졌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가에선 공정성 이슈를 놓고 MZ세대가 반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연세대 학생들이 학점 포기 관련 학칙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진행된 비대면 시험에서 오픈북 시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이 책을 펴보는 등 부정행위를 한 게 발단이 됐다. 학생들은 이 수업 수강을 철회하려 했으나 ‘재수강 3회 제한’ 조항이 정당한 선택을 가로막고 있다며 학칙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같은 달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 문제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모의시험 해설 자료와 유사하게 출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공론화한 것도 MZ세대다. 이른바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시험’ 논란에 법무부가 전원 만점 처리를 해결책으로 내놓으며 반발은 더 거셌다. 수험생들은 “문제 유출로 인한 불공정을 해소하겠다며 또 다른 불공정을 자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촛불집회로 부당하고 올바르지 않다고 느낀 현실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바꾼 경험이 있다. ‘참여를 통해 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체득했기 때문에 공정성 이슈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이지윤·이소연 기자}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가 8일부터 반복적으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합동 전수 조사에 나선다. 서울경찰청은 “8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서울시와 합동으로 3년간 2회 이상 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 688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112신고 시스템 등을 분석해 최근 3년간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들 가운데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한 위기 아동을 찾아냈다. 현장 조사에는 서울경찰청 소속 아동학대예방경찰관(APO·Anti-abuse Police Officer)과 자치구 소속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함께 참여해 피해 조사와 심층 면담을 동시에 진행한다. APO와 여성·청소년수사팀 등 현장 경찰이 실제 학대 피해가 드러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로 전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에 즉시 분리할 방침이다. 정서적 학대 및 방임 건에 대해선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등이 사례 관리에 나선다. 시와 경찰은 아동학대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자치차장과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을 공동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올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제게 주식 투자는 ‘응원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에요. 주식을 산다는 건 그 기업에 힘을 보태주는 거잖아요. 이왕이면 내가 진심으로 지켜주고 싶은 가치에 돈을 쓰고 싶었어요.” 취업준비생 이지흔 씨(25·여)는 지난해 12월 초 생애 처음으로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요즘 말로 주식 초보자를 뜻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다. 시드머니(종잣돈)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달 30만 원씩 모아왔던 적금을 깨 마련했다. 요즘 또래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모였다 하면 주식 얘기를 할 정도다. 이 씨도 마땅한 투자처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1순위로 꼽은 체크리스트는 수익성이 아니었다. 바로 ‘선취력’(선함을 취하는 영향력)이었다. 기업 윤리, 소수자 배려, 수평적인 기업 문화 등…. 이 씨가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매수한 종목은 매일유업. 비록 10주를 보유한 소액 주주이지만 투자를 통해 얻은 심리적 참여도는 대주주 못지않다. 이 씨는 “매일유업은 해마다 적자가 나는 사업인데도 난치병 아이들을 위한 분유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며 “눈앞의 이익보다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의 가치가 내 가치관과 맞았다. 그 가치를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에게는 주식 투자도 사회에 선취력을 끼칠 수 있는 참여 방식이 되고 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이 씨도 바이오 기업에 지원서를 낼 때 해당 기업이 진행하는 실험 절차를 꼼꼼히 살펴본다. 혹시나 동물권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는지 확인한다. 연간 30만 원씩 기부용 적금 통장을 따로 들고 있을 정도다.○ MZ세대 “우리는 투자자이자 활동가” 주식 투자 열풍을 이끈 개미군단의 핵심 전력으로 MZ세대가 부상하고 있다. 청년 세대마저 빚까지 내 주식 투자에 뛰어든다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소액일지라도 자신만의 가치를 고수하며 주식 투자에 나서는 청년들도 상당하다. 동아일보는 MZ세대 청년 7명을 심층 인터뷰해 이들의 특징을 분석해 봤다. 먼저 서울대 한규섭 교수팀과 함께 ‘주식’을 키워드로 MZ세대의 언어연결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주식을 언급할 때 ‘가치관’과 ‘친환경’ ‘미래’ ‘세대’ 등의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가차를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또 이들은 주식 투자라는 행위를 ‘생각’이나 ‘믿음’ ‘도움’ ‘힘’이란 단어와 연결지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일상생활에서도 작은 실천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청년 세대에게는 주식 투자 자체도 하나의 사회 참여”라며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매수 요인은 ‘친환경’ ‘투명성’ 등 기업이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는가에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교수는 “투자의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성과 지표도 다르다”며 “내가 지지하는 기업에 얼마나 도움을 줬느냐, 기업이 내 믿음에 얼마나 부합했느냐가 심리적 만족감을 결정한다”고 진단했다. 대학생 고유나 씨(22·여)도 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투자자이자 활동가”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7월 생애 첫 주식 계좌를 개설한 고 씨가 주식 투자로 얻으려는 가치는 ‘환경 보호’다. 시드머니 300만 원을 쥐고 투자처를 고심하던 그는 이달 초 전기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온시스템의 주식 30주를 매수했다. 고 씨는 “전기차 개발로 탄소 배출 등 환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주가가 높아서 눈여겨보다가 주가가 떨어진 타이밍을 잡아 매수했다”고 말했다. 투자로 얻은 수익은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수익 환원에 앞장서기도 했다. 고 씨는 주식 계좌를 개설한 지난해 7월부터 한 환경보호단체에 매달 1만 원씩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부터는 2만 원으로 기부 액수를 올렸다. 고 씨는 “주식으로 번 수익을 조금이라도 기부하면서 실제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주식 투자를 통해 얻은 불로소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투자 이유이자 목표”라고 했다. MZ세대에겐 나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원칙이 된다. 수익률이 좋고 배당금까지 나오는 효자 종목이라도 인체에 해로운 화학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한다. 고 씨는 “몇몇 사람들은 제게 ‘주식 투자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주식 투자를 하면서 사회를 바꾸고 있다는 느낌을 얻는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정윤 씨(25·여)에게도 주식 투자란 “정체성과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방송작가 지망생이던 김 씨는 유명 작가의 문하생을 알음알음 채용하는 관행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관행을 바꾸는 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스튜디오드래곤이란 회사를 알게 됐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신인 작가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놨더라고요. 작가 등용 루트를 다양화한 기업에는 내 돈을 투자해도 되겠단 믿음이 생겼어요. 이 기업이 추구하는 공정한 채용 과정을 지지하고 싶단 마음도 컸고요.” 고민 끝에 김 씨는 지난해 말 스튜디오드래곤 주식을 매수했다. 단 3주뿐이지만 여기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때 높은 진입장벽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젊고 건강한 투자가 세상을 바꾼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투자가 비록 소액이지만 영향력은 그 이상의 크기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투자로 얻는 심리적 만족감이 실제의 가치보다 클 뿐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이란 측면에서도 상당한 저력을 가졌다고 봤다. 이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자연스레 활용할 줄 아는 MZ세대는 소액 주주라 해도 자신의 투자 가치관을 또래 집단과 공유하며 더 많은 임팩트를 창출해낸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관련 주식을 보유한 윤영욱 씨(24)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자기만의 투자법을 공유하고 있다. 윤 씨는 “모든 세대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투자가 확대되길 바란다”며 “우리의 투자가 다음 세대는 물론 그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당장 나부터 지구의 환경과 미래 산업을 고민해 나가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씨도 윤 씨처럼 소셜미디어에서 주식 투자 일지를 작성한다. 팔로어는 아직 1326명이지만 파급 효과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고 씨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300만 원으로 시작한 돈 없는 대학생이지만, 주식 투자법을 공유하고 환경 보호라는 가치관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처음 주식 계좌를 개설한 지난해 7월 고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겼다. ‘주식 하면서 경제 사회 정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론 환경이 문제다. 더 나은 기술력으로 우리 지구를 지키자.’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개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면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결집하며 가치관을 공론화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측면도 지녔다”며 “SK하이닉스 성과급 공유 이슈를 공론화한 것도 MZ세대였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로서는 불매 운동을, 조직 구성원으로서는 성과급 공유 운동을 주도하는 MZ세대는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국경 없는 인터넷 공간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세계에서 통용되는 규범)를 체화한 점도 MZ세대의 특징이다. 여 교수는 “MZ세대의 눈은 이미 국내 증시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증시에 향해 있다”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이들 몸에 배어 있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려면 한국 기업도 선제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제부터는 MZ세대의 ‘젊은 투자’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건 기성세대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인을 ESG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때 젊고 건강한 투자는 더 늘어날 겁니다.”이지윤 leemail@donga.com·이소연 기자}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유포한 2명을 검거해 수사에 나섰다. “백신 성분에 낙태아의 폐 조직이 들었다” 등 온라인에 허위 사실을 퍼뜨린 사건들도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정부가 백신 접종을 시행한 지난달 26일 전후로 온·오프라인에서 백신 관련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최근 피의자 2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인 방송 미디어 플랫폼에서 “코로나 백신은 인간 유전자를 변화시킨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30대 A 씨를 입건했다. 지난달 인천에서 버스정류장과 전봇대 등에 ‘코로나 백신에 넣은 칩은 당신의 생명을 잃게 한다’는 전단을 붙인 60대 여성도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형사 입건했다. 이 밖에 온라인에서의 백신 관련 가짜뉴스 게시물 8건에 대해서도 경찰이 내사 및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 등 백신 관련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물 52건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삭제 및 접근 차단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 대화방에서 유포된 가짜뉴스도 단속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된 뒤 관련 가짜뉴스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다. 3일 기준 허위사실 유포 131건, 개인정보 유출 47건 등 모두 178건을 수사해 지금까지 279명을 검거했다. 국수본은 향후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사기사건 등도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미국과 영국 등에서 백신 불법판매 사기 유형이 등장했다”며 “가짜 백신 제조 및 유포 행위 등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단속하겠다”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충남 천안에 사는 주부 김경숙 씨(56)가 장기 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부산에 사는 윤정희 씨(46)도 장기 기증으로 3명을 살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코다)은 “17일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은 김 씨가 고려대안산병원에서 폐장과 간장, 신장 등을 기증해 4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24일 밝혔다. 12일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해 뇌사 판정을 받은 윤 씨도 폐장과 간장 등을 기증했다. 쉽지 않은 결정인데도 가족들은 선뜻 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윤 씨의 어머니 A 씨는 코다 측에 “딸을 떠나보는 게 너무나도 큰 고통이지만 어디선가 정희의 일부가 살아 숨쉬고 온전한 나눔이 다른 이들에게 희망으로 닿길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 김 씨 가족들도 평소 장기 기증의 뜻을 밝혀온 고인의 바람을 따라 기증을 선택했다고 한다. 새 생명을 선물한 고인과 유족에게는 감사 인사가 전해졌다. 고려대안산병원 신장내과의 강영선 교수(50)는 기증이 결정된 17일 유족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 편지에는 “김경숙 님 덕분에 10년간 신장 혈액투석을 받아온 환자 한 분이 오늘 밤 이식 수술을 받는다. 고인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편지를 받은 김 씨의 딸 이혜진 씨는 “교수님 편지 덕분에 가족들이 큰 위로를 받았다”며 23일 답장을 썼다. “10년이나 투석을 받아왔던 환자분 몸에서 엄마의 신장이 뛰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나마 엄마를 잃은 슬픔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기증받으신 분께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그날 꿈을 포기했어요. 새벽에 도망치듯 숙소를 뛰쳐나오며 신고할까 고민했죠. 그 순간 감독이 한 말이 떠올랐어요. ‘내가 끄떡이나 할 것 같아?’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A 씨는 어릴 때부터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를 꿈꿨다. 하지만 고교 2학년 때 꿈을 접은 그는 일반대에 진학했다. 당시 운동부 감독에게 당한 지속적인 폭력 탓이었다. 평소 입이 거칠고 손버릇이 나빴던 감독은 강원도 전지훈련 때 A 씨를 라커룸에서 40분 넘게 때렸다고 한다. A 씨는 “얼마나 맞았는지 온몸이 퉁퉁 부어 입고 있던 바지를 벗질 못했다”며 “그날만 떠올리면 지금도 덜덜 떨린다”고 했다. 프로배구에서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학폭(학교폭력) 미투’. 체육계 폭력은 이 정도면 고질병을 넘어 불치병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 바닥에 있는 이들은 전부 폭력의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목격자”(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란 말까지 나온다. 정 교수는 “일부의 예외적인 돌출행동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며 “체육계 전체의 폭력문화를 지도자와 관계자, 학부모들까지 눈감아온 결과가 곪아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A 씨가 숙소를 뛰쳐나오며 끝내 신고하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부모에게조차 피해를 털어놓을 수 없는 분위기.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절망이었다. A 씨가 떠난 뒤 상황은 나아졌을까. 그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역시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후배 B 씨에 따르면 감독은 이후로도 당연한 듯 폭력을 휘둘렀다. “그땐 대학 가고 싶어 말하지 못했죠. 지금은 선수 생활에 피해 갈까 봐 용기를 못 내고요. 물론 죄책감이 들죠. 제가 침묵해서 후배들이 아직도 맞는다고 생각하면…. 하지만 잠시 떠들썩할 뿐이죠. 폭로한 피해자만 힘들고, 결국 바뀌는 게 없는 걸 다 알잖아요.” 전문가들은 뿌리 깊은 폭력문화를 뿌리 뽑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미국에서 시행하는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구축이다. 가해자는 징계 정보는 물론이고 신고이력까지 그대로 남아 어떤 주나 학교로 옮겨가도 활동할 수 없다. 정 교수는 “행여 징계로 이어지지 못해도 이런 세세한 이력을 남기면 폭력을 제어할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DB 시스템은 국내에서도 이미 구축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철인3종 국가대표였던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 뒤 스포츠윤리센터는 신고 접수와 상담에 나섰다. 지난해 말까지 들어온 신고 및 상담은 384건에 이른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전히 체육계가 철옹성으로 보이겠지만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쌓이면 언젠간 무너뜨릴 수 있다.”(정 교수) 다만 우리는 더 이상 선수들의 ‘용기’에만 기대선 안 된다. 신고해도 앞길을 망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체육계와 우리 사회가 보여줘야 한다. 그들은 지금도 상처를 안고 떨고 있다. 이소연 사회부 기자 always99@donga.com}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세계 각국의 대학교수와 연구자 등 1129명이 최근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존 마크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17일 ‘램지어 교수의 논문 관련 페미니스트 성명’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노예·성착취 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정의기억연대가 주도한 이 성명에는 캐서린 엘긴 하버드대 교수와 양현아 서울대 법대 교수를 비롯해 위안부 문제를 연구한 엘리자베스 손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 로라 강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예일대 펜실베이니아대 듀크대 옥스퍼드대 연세대는 물론이고 일본 도쿄대 교토대 후쿠오카대 등에 소속된 연구자들도 있다. 이들은 특히 “일본군 기록물을 통해 일본군이 민간 업자를 감독하고 직접 여성을 동원한 사실이 밝혀지자 1993년 일본 정부도 ‘고노 담화’에서 정부 개입을 일부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3)는 이날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들과의 화상 세미나에서 “학생 여러분, 그 하버드대 교수가 하는 말 무시하세요”라고 당부했다. 이날 페이스북에 생중계된 세미나에는 하버드대 재학생 등 380명이 참가했다. 이 할머니는 “조선의 여자아이가 지금 대한민국의 늙은이가 돼 이 자리에 있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이기겠다”고 했다. 하버드대는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학문의 자유(Academic freedom)’라는 입장을 내놨다. 8일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에게 해당 논문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하버드대는 10일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대학 캠퍼스에서의 학문의 자유는 논란이 있는 관점(controversial view)을 표현할 자유도 포함한다”고 답했다.박상준 speakup@donga.com·이소연·조유라 기자}
경기 용인에서 10세 조카에게 ‘물고문’ 등 학대를 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에게 살인죄가 적용됐다. 태어난 지 2주 된 신생아를 폭행해 목숨을 잃게 만든 전북 익산의 부부 역시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얍양아 ‘정인이’의 양부모 2차 공판에선 “사망 전날, (정인이가)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조카 A 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B 씨 부부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초 경찰은 B 씨 부부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 달가량 학대를 자행하며 A 양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인지한 정황이 나왔다. B 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학대하면 아이가 숨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학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사망 당일인 이달 8일까지 20여 차례 이어졌다. 사망 당일 자행한 ‘물고문’도 지난달 24일 한 차례 더 있었다. 이모가 A 양의 양손과 발을 끈으로 묶은 뒤 이모부가 발을 붙들고, ‘하나 둘 셋’ 숫자를 세가며 10∼15분간 물속에 넣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경찰은 A 양의 친모도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15일 입건했다.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B 씨는 친모에게 ‘아이가 말을 안 들어 때렸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 양이 휴대전화로 ‘코로나19 증상’ ‘결막염’ 등을 검색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두 차례 모두 물고문이 자행된 뒤였다. 유족 측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대로 몸 상태가 나빴던 아이가 병원도 못 가고 홀로 증상을 검색했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A 양은 B 씨 부부 집에 머문 뒤 병원을 방문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B 씨는 17일 오후 수원지검으로 이송되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경찰이 정해 놓고 질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북경찰청은 “생후 2주 된 아이가 ‘분유를 먹고 토했다’는 이유로 침대에 내던져 숨지게 한 20대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법에선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의 2차 공판이 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정인이가 다닌 어린이집 원장 등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원장은 정인이 사망 전날 만난 정인이가 “마치 모든 걸 포기한 모습 같았다. 과자를 줘도 먹지 않고, 스스로 잘 움직이지도 못했다. 많이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오고 머리에 멍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3차 공판은 다음 달 3일 열린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조응형 / 익산=박영민 기자}
경기 용인에서 10세 조카에게 ‘물고문’ 등 학대를 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에게 살인죄가 적용됐다. 태어난 지 2주 된 신생아를 폭행해 목숨을 잃게 만든 전북 익산의 부부 역시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얍양아 ‘정인이’의 양부모 2차 공판에선 “사망 전날, (정인이가)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단 증언이 나왔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조카 A 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B 씨 부부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초 경찰은 B 씨 부부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 달가량 학대를 자행하며 A 양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인지한 정황이 나왔다. B 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학대하면 아이가 숨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학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사망 당일인 이달 8일까지 20여 차례 이어졌다. B 씨 부부는 “플라스틱 막대 등으로 온몸을 수십여 차례 때렸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사망 당일 자행한 ‘물고문’도 지난달 24일 한 차례 더 있었다. 이모 B 씨가 A 양의 양손과 발을 끈으로 묶은 뒤 이모부가 발을 붙들고, ‘하나 둘 셋’ 숫자를 세가며 10~15분간 물 속에 넣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경찰은 A 양의 친모도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15일 입건했다.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B 씨는 친모에게 ‘아이가 말을 안 들어 때렸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 양은 휴대전화로 ‘코로나19 증상’ ‘결막염’ 등을 검색했던 사실로 밝혀졌다. 두 차례 모두 물고문이 자행된 뒤였다. 유족 측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대로 몸 상태가 나빴던 아이가 병원도 못 가고 홀로 증상을 검색했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A 양은 B씨 부부 집에 머문 뒤 병원을 방문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전북경찰청은 “생후 2주 된 아이가 ‘분유를 먹고 토했다’는 이유로 침대에 내던져 숨지게 한 20대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들 부부는 이달 초부터 7차례 폭행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결과 사인은 두부손상과 뇌출혈로 나왔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법에선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의 2차 공판이 열렸다. 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정인이가 다닌 어린이집 원장 등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원장은 정인이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에 본 정인이가 “마치 모든 걸 포기한 모습 같았다. 과자를 줘도 먹지 않고, 스스로 잘 움직이지도 못했다. 많이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오고 머리에 멍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3차 공판은 다음달 3일 열린다.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초기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 부실 대응한 경찰들에게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의 보고를 받은 이화섭 전 양천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도 징계 처분을 받았다. 서울경찰청은 10일 “‘양천 영아학대 신고 부실처리’ 관련 징계위원회를 8일 열어 경찰 5명에게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징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돼 있어 공지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공무원 징계령에는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 등 5가지 징계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정직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경찰은 세 번째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아동·청소년수사팀 소속 3명과 학대예방경찰관(APO·Anti-abuse Police Officer) 2명이다. 3차 신고는 지난해 9월 23일 정인이를 진료한 소아과 원장이 했다. 당시 원장은 112에 전화를 걸어 “혼자 걷지도 못할 만큼 영양 상태가 안 좋다”며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학대 혐의가 발견되면 향후 수사하기로 결정하고 현장에서 내사 종결했다. 세 번째 신고 20일 뒤인 지난해 10월 13일 정인이는 끝내 숨졌다. 경찰청도 10일 “당시 양천경찰서 소속 관리자였던 과장·계장 등 3명에 대해선 중징계를, 서장에 대해선 경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대상자의 업무 범위와 책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10세 조카에게 ‘물고문’과 매질 등 학대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모 부부가 10일 구속 수감됐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조카 A 양을 맡아 키우며 지속적인 학대를 가했는지 추가로 수사하는 한편으로 살인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수원지법 이명철 영장전담 판사는 10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 B 씨 부부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자신이 보호하고 있던 나이 어린 조카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학대하는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으로 그 결과가 참혹하다”며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경찰은 A 양 유족 진술 등을 통해 B 씨 부부가 지속적으로 A 양을 학대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B 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사망 이틀 전부터 아이가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훈육했다”고 진술했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1일 A 양의 친오빠(13)가 B 씨 부부가 사는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에 방문했을 때 “(A 양이) 눈병에 걸려 못 만난다”며 남매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당시 친오빠는 집에서 A 양을 향해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유족 측은 “이미 지난달 말부터 학대를 당해왔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A 양이 실제 안과 진료를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의료기록을 요청했다.수개월 전부터 정서적 학대가 이어져 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경 A 양 친오빠가 A 양을 만나러 갔을 땐 B 씨 부부의 12세, 7세 자녀들이 A 양을 둘러싸고 따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유족은 “아이들이 A 양을 따돌리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말리는 어른이 한 명도 없었다”며 “보다 못해 친오빠가 나서서 ‘내 동생한테 왜 그러냐’며 아이들을 말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모와 일시 분리돼 시설에 들어가 있는 B 씨 부부 자녀에 대한 조사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A 양 친부모는 수년 전 이혼한 뒤 A 양은 친모가, 친오빠는 친부가 양육해 왔다. 이혼 직후 생계가 여의치 않았던 친모가 친정 식구 집을 전전하며 A 양을 키우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둘째 이모인 B 씨 부부가 아이를 맡아왔다.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된 B 씨는 10일 수원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오며 ‘피해 아동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표정 변화 없이 “미안하다”고 답했다. 같은 혐의로 긴급 체포된 이모부 C 씨는 ‘조카를 왜 숨지게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대답했다.A 양은 9일 오후 이모 부부의 집 화장실 욕조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당시 A 양의 이모는 “아이가 숨을 안 쉰다”고 119에 신고했다. B 씨 부부는 처음에 “제가 때려서 물에 빠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가 119상황실에서 재차 상황을 묻자 “물에 빠졌다” “욕조에서 좀”이라고 말을 흐린 것으로 드러났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윤이 / 수원=이경진 기자}
10살 조카에게 ‘물고문’과 매질 등 학대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모 부부가 10일 구속 수감됐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조카 A 양을 맡아 키우며 지속적인 학대를 가했는지 추가로 수사하는 한편 살인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수원지법 이명철 영장전담 판사는 10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 B 씨 부부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자신이 보호하고 있던 나이 어린 조카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학대하는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으로 그 결과가 참혹하다”며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양 유족 진술 등을 통해 B 씨 부부가 지속적으로 A 양을 학대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B 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사망 이틀 전부터 아이가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훈육했다”고 진술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1일 A 양의 친오빠(13)가 B 씨 부부가 사는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에 방문했을 때 “(A 양이) 눈병에 걸려 못 만난다”며 남매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당시 친오빠는 집에서 A 양을 향해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유족 측은 “이미 지난달 말부터 학대를 당해왔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A 양이 실제 안과 진료를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의료기록을 요청했다. 수개월 전부터 정서적 학대가 이어져 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경 A 양 친오빠가 A 양을 만나러 갔을 땐 B 씨 부부의 12세, 7세 자녀들이 A 양을 둘러싸고 따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유족은 “아이들이 A 양을 따돌리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말리는 어른이 한 명도 없었다”며 “보다 못해 친오빠가 나서서 ‘내 동생한테 왜 그러냐’며 아이들을 말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모와 일시 분리돼 시설에 들어가 있는 B 씨 부부 자녀에 대한 조사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 A 양 친부모는 수년 전 이혼한 뒤 A 양은 친모가, 친오빠는 친부가 양육해 왔다. 이혼 직후 생계가 여의치 않았던 친모가 친정 식구 집을 전전하며 A 양을 키우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둘째 이모인 B 씨 부부가 아이를 맡아왔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된 B 씨는 10일 수원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오며 ‘피해 아동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표정 변화 없이 “미안하다”고 답했다. 같은 혐의로 긴급 체포된 이모부 C 씨는 ‘조카를 왜 숨지게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대답했다. A 양은 9일 오후 이모 부부의 집 화장실 욕조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당시 A 양의 이모는 “아이가 숨을 안 쉰다”고 119에 신고했다. B 씨 부부는 처음에 “제가 때려서 물에 빠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가 119상황실에서 재차 상황을 묻자, “물에 빠졌다” “욕조에서 좀”이라고 말을 흐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김윤이기자 yunid@donga.com}
“마음의 빚을 졌단 생각은 마세요. 그저 건강하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주길 바랍니다.” 2012년 7명에게 장기 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임광택 씨의 부인 고경숙 씨(59)는 지난달 8일 편지 한 통을 썼다. 지난해 12월 감동의 편지들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장기를 기증 받은 이식수혜자들이 진심을 담아 쓴 것이었다. 고 씨는 “남편에게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도 있을까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읽어봤다”며 “이식수혜자들이 기증자들의 삶과 꿈까지 알차게 살아가길 바라며 답장을 썼다”고 했다. 최근 장기 기증자의 유족들이 이식수혜자와 그 가족들에게 쓴 편지들이 세상에 공개됐다. 이들은 모두 “건강하고 올바르게 살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유족들이 쓴 편지는 모두 6통에 이른다. 이 편지들은 기증자 유족들도, 이식수혜자 가족들도 ‘수취인 불명’이다. 국내에선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들 사이의 접촉이나 교류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장기매매와 같은 잘못된 일이 벌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족으로선 내 가족의 일부가 잘 살아가는지 궁금한 건 당연한 일. 이에 신분은 밝히지 않은 채 이식수혜자 측 편지들이 유족에게 전달되자, 유족들도 답장을 쓴 것이다. 유족들은 이식수혜자나 가족들이 마음에 짐을 지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고 이종훈 씨의 어머니 장부순 씨(78)는 “여러분은 ‘미안하다’고 하지만 기증자 가족은 내 가족인 듯 반갑고 고맙다. 오히려 여러분에게 우리가 위로를 받는다”고 적었다. 이 씨는 2011년 1월 17일 뇌사 판정을 받고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유족들은 이식수혜자들의 안부라도 전해 듣고픈 소망도 내비쳤다. 고 씨도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떠날 때 고교생이던 딸은 올 2월 한 대학병원 안과의사가 됐다”며 “딸의 꿈은 언젠가 아빠의 각막을 이식받은 분을 마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식수혜자들이 건강하단 편지를 보며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왜일까요. ‘아… 정말 잘했구나. 우리 아내 자랑스럽구나’ 마음속으로 칭찬했습니다.”(유가족 정모 씨)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환생’은 동아일보가 지난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시킨 히어로콘텐츠팀 2기의 결과물이다. 동아일보가 한 세기 동안 축적한 역량을 집약해 만드는 히어로콘텐츠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협업을 통해 이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장시간에 걸친 깊이 있는 취재, 참신한 그래픽, 동영상, 디지털 기술구현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높이는 복합 콘텐츠를 지향한다. 지면보도와 동시에 히어로콘텐츠 전용(original.donga.com) 사이트를 통해 기존에 경험할 수 없던 디지털 플랫폼 특화 보도 형식을 선보인다.::히어로콘텐츠팀 2기::▽총괄 팀장: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기사 취재: 곽도영 김동혁 김은지 이윤태 기자▽사진·동영상 취재: 송은석 장승윤 양회성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편집: 홍정수 기자▽프로젝트 기획: 이샘물 김성규 기자▽사이트 제작: 디자인 이현정, 퍼블리싱 조동진 김수영, 개발 윤태영▽동영상 편집: 김신애 안채원 CD환생 디지털페이지에서 영상과 더 많은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이 세상은 정말 살 만한 세상인가’ 하는. 뉴스에서 연일 건조하게 흘러나오는 착잡한 사연들. 언젠가부터 사랑, 나눔, 희망 따위 단어는 우리에게 공익광고 속 말들이 돼버렸는지 모른다.하지만 내 손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 절박한 순간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주고 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기 기증인들의 이야기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영원한 작별 앞에서 생명을 선물한 사람들, 그리고 그를 통해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100일간 따라갔다. ‘환생’은 우리 사회를 다시 살아나게 한 숨은 히어로들에게 바치는 기사다.}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이자 할리우드 배우인 앤젤리나 졸리(46·사진)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7)이 5일 오전 ‘제3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평등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대화는 비대면 화상대담 형식으로 40분간 온라인 생중계됐다. 반 전 총장이 먼저 “불평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심해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졸리는 “우리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답했다. 불평등 문제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취약계층이 더 약한 고리가 됐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로 백신 공급을 들었다. 졸리는 “몇몇 나라가 대부분의 백신을 차지하고 있다. 백신이 없는 나라는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히 불평등한 문제가 아니라 무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이기적인 행동은 팬데믹 상황에서 세상을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야말로 협력의 가치가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졸리는 “다른 사람의 건강과 인권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 역시 “모든 사람은 존엄한 삶을 살 가치가 있다. 더 많은 자원과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평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이자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46)가 내놓은 답은 “전 세계인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돕는 것”이었다. 졸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7)이 5일 오전 ‘제3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평등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대화는 비대면 화상대담 형식으로 40여 분동안 진행됐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는데 1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동시 접속했다. 반 전 총장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불평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심해졌을까”라고 물었다. 졸리는 “우리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답했다. 불평등 문제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취약계층이 더 약한 고리가 됐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로 백신 공급을 들었다. 졸리는 “몇몇 나라가 대부분의 백신을 차지하고 있다. 백신이 없는 나라는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한국도 지금 백신이 없다”며 “세계는 지금 ‘백신 전쟁’ 중”이라고 언급했다. 졸리는 “단순히 불친절하거나 불평등한 문제가 아니라 무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이기적인 행동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상을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졸리와 반 전 총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야말로 협력의 가치가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졸리는 “다른 사람의 건강과 인권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 역시 “모든 사람은 존엄한 삶을 살 가치가 있다. 더 많은 자원과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형님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했어요. 평소에도 이웃 어르신 댁들의 배관이나 보일러를 무료로 수리해주곤 했죠. 그런 형이라서 아마 본인도 장기 기증에 적극 찬성했을 겁니다.” 주변을 챙기며 이웃들에게 나눔을 베풀던 50대 배관설비공이 장기 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코다)은 “울산에 사는 김성일 씨(50)가 동강병원에서 지병으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심장과 폐, 간장, 좌우 신장 등의 장기를 6명에게 기증하고 생을 마무리했다”고 4일 밝혔다. KODA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지병으로 치료를 받아오던 김 씨는 지난달 29일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뇌출혈이 확인돼 수술을 받았지만 3일 최종적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지난달 31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선뜻 장기 기증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동강병원의 김명수 신경외과 과장이 “환자가 뇌사로 추정된다. 마지막 가는 길에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가면 큰 의미가 있다”고 전하자 가족들은 바로 결심했다. “추운 겨울에 배수관이 동파된 집에 가면 한참 수리를 하고서도 ‘사정이 딱하다’며 그냥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형님이라면 떠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을 것 같았어요…. 그런 성품을 잘 알기에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장기 기증을 선택했습니다.”(동생 김성용 씨) 김 씨의 기증을 도운 KODA 영남지부의 주용호 코디네이터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기 기증을 마친 뒤 가족들께서 오히려 ‘정말 6명이나 살렸냐. 이렇게 많은 사람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힘이 났다”며 “다시 한번 장기 기증을 결정해주신 유족들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문인성 KODA 원장도 “고인의 선행이 분명 다른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고인은 4일 오전 발인 뒤 고향인 전남 무안에 있는 가족묘에 안치됐다. 형을 떠나보낸 이날 동생 김 씨는 KODA 측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형님이 하늘나라로 가더라도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가서 살 수 있다는 것이 많이 위로가 됩니다. 너무도 일찍 떠나는 게 애통하지만, 따뜻한 사람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길 바랍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어머니를 모시고 사우나에 갔다가 밖으로 나오는 길에 순간적으로 어머니가 사라지셨어요. 치매를 앓고 계신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질 않아요. 지금 당장 어머니 사진도 없는데….”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50분경.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급하다 못해 애달팠다.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모친 A 씨(81)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사우나 앞에서 잃어버렸다는 아들 B 씨의 신고였다.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로 전화한 B 씨는 너무 걱정이 컸던 탓인지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A 씨의 생김새나 옷차림을 묻는 질문에도 울먹거리기만 할 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A 씨에 대한 단서라곤 ‘오전 9시 반경 실종됐다’는 것뿐이었다. 이때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떠올린 게 바로 ‘지문 등 사전 등록 시스템’이었다. 곧장 시스템에 들어가 A 씨의 이름을 입력했더니 마침 2013년 가족이 등록해뒀던 A 씨의 사진과 키 150cm 등 상세한 정보가 나왔다. B 씨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우리 어머니가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찰은 즉각 해당 사진을 관내 순찰차량 3대에 전파해 주변 탐문을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실종 사건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소재를 확인하기 어렵다. 다행히 재빠른 정보 파악 덕에 경찰은 접수 지역에서 약 1km 떨어진 한 아파트 단지에서 A 씨를 찾았다. 신고 약 1시간 만이었다. 경찰청이 치매 노인이나 만 18세 미만 아동 등의 신상정보를 사전 등록해 실종자 수색에 쓰고 있는 사전 등록 시스템이 최근 한 실종 사건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용강지구대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은 1분 1초가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시간 싸움이다. A 씨 가족이 시스템에 사진과 지문 등 정보를 등록해둔 덕분에 시간을 벌어 무사히 가족 품에 돌려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치매 환자의 실종 신고는 2015년 9869명에서 지난해 1만2272명으로 크게 늘고 있지만 2012년 7월부터 도입된 지문 등 사전 등록 시스템에 등록된 치매 환자는 많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치매 환자 61만2724명 가운데 해당 시스템에 지문과 사진 등을 등록한 이는 16만6126명(27.1%)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시스템에 등록된 18세 미만 아동의 비율이 55.8%인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호자들이 치매 등 개인 병력을 밝히길 꺼리는 데다 보호자의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자이다 보니 시스템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치매 노인 실종 사건에서 사전 등록 시스템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지난해 8월 13일 오전 9시 40분경 경기에서 “인도에 길 잃은 할머니가 서 있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어르신(89)의 지문을 조회해 보니 이름과 주거지가 단번에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 노인의 경우 지문 등을 등록하지 않으면 신원 파악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이고 치매 노인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지역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중증 치매 노인은 개인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매 환자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김윤이 yunik@donga.com·이소연 기자}
“요양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아버님을 받아주는 곳이 한 곳도 없었어요. 그런데 경기 오산시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서 선뜻 어서 모셔 오라고 해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김모 씨(51)는 지난해 12월 23일 시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A요양병원에 계시다가 확진된 시아버지는 서울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퇴원했지만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숱한 요양병원에 입원을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병상을 내어주길 거절했다. “너무 괴로웠죠. 아버님은 호흡기 치료가 필요해 집에서 돌봐 드릴 수도 없었거든요. 전염력이 사라졌다고 격리 해제 조치를 한 건데도 ‘코로나 환자’라는 딱지가 붙으니 모두 손사래를 쳤어요. 그런데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첫 응대부터 달랐어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요양시설은 집단 감염의 온상지나 다름없었다. 하루 수십 명씩 확진자가 발생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환자도 적지 않지만 올해 들어 치료를 마치고 속속 격리 해제되는 이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대다수 요양시설은 확진 전력이 있는 이들을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환자가 온다고 하면 일단 입원 환자들과 가족부터 반대하고 나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달랐다. 격리 해제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병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들을 받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누군가는 환자들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사실 이 요양병원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24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1개월 동안 환자와 관계자 등 49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김모 진료협력팀장은 “당시 겪은 설움이 코로나 치료 환자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집단 감염 여파로 저희도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이송해야 했는데 아무도 받아주질 않는 거예요. 도내 요양병원 50여 곳이 모두 전원을 거부했습니다. 완치돼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까지 받은 환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 아픔을 너무 잘 알기에 지난해 12월 초부터 격리 해제된 환자분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전체 195개 병상 가운데 약 25%인 50개 병상을 치료 뒤 격리 해제된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기저질환과 합병증을 앓는 고령 환자의 특성상 격리 해제 뒤 일반 가정에서 돌보기가 어렵다”며 “수도권 일대 요양병원뿐 아니라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 전원을 돕고 있다”고 했다. 해당 병원은 언제부터인가 매일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집단 감염을 겪은 뒤 14명의 환자를 이곳에 보낸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의 윤영복 병원장은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우리 병원도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 격리 해제 환자를 보냈다. 마음을 열고 받아준 병원 측에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전원 조치를 내놓기도 하지만 민간 요양병원으로선 집단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격리 해제 환자를 받기 꺼리는 게 현실”이라며 “몇몇 병원이 선제적으로 나서 준다면 격리 해제 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asap@donga.com·이소연 기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해서 도둑질을 할 거라고는 0.01%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백화점에 있는 모피코트 매장 직원은 A 씨를 보고 최소한 VIP 고객일 거라 여겼다. 30대 여성인데 옷부터 신발까지 명품이 아닌 게 없었다. 하지만 옷들을 둘러보던 A 씨가 사라진 뒤, 매장에선 3000만 원이 넘는 모피코트 1벌이 사라졌다. 해당 직원은 “30분 동안 여유롭게 상담까지 받고 매장을 떠났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순식간에 코트 한 벌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A 씨의 모피코트 절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전날인 지난해 12월 6일 송파구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도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났던 것. 이 매장에서 가져간 코트는 6900만 원짜리였다. 지난해 11월 말엔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서 역시 모피코트를 훔쳐갔다. 수법도 대담했다. A 씨는 지난해 영등포구의 한 백화점에선 모피코트를 훔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장 “사려고 하는 건데 왜 이러느냐”며 값을 치르고 현장을 벗어났다고 한다. 서대문구 절도 때는 옷을 훔친 뒤 바로 한 층을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달아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기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지난해 모피코트를 노리는 여성도둑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실제로 CCTV에 찍힌 영상으로 만든 A 씨의 사진이 백화점들에 뿌려지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시내 백화점에서 고가의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난 혐의(절도)를 받고 있는 A 씨를 1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A 씨가 훔친 것으로 드러난 모피코트는 3벌로, 합치면 1억 원이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또 다른 범행도 있었는지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김윤이 yunik@donga.com·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