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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이 최근 피의사실 공표죄를 두고 경찰과 검찰 사이에 빚어진 갈등과 관련해 ‘검경이 한데 모여 정부 차원의 기준을 정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민 청장은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경찰뿐 아니라 검찰 등 모든 수사기관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수사기관이 다 모여서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 인권 보장, 언론 공표의 구체적 기준 등을 정해 개선해나가자”고 말했다. 최근 울산지검이 ‘약사면허증 위조 사건 수사결과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에 배포한 건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며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 등 2명을 형사 입건하면서 빚어진 갈등에 대해 경찰 총수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 청장은 법무부가 중심이 돼 검경이 정부 차원의 피의사실 공표 기준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경찰청이 13일 검경 수사협의회 개최를 대검찰청에 제안하자 다음 날 대검이 “공보규칙은 법무부 소관”이라고 답한 데 따른 것이다. 민 청장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008∼2018년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죄로 접수한 사건을 기소한 사례가 전무하다’고 지적한 점도 법무부 중심의 수사협의회 개최 근거로 들었다. 경찰청은 17일 ‘법무부 주도로 경찰과 검찰이 만나 공보 기준을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공문을 법무부에 보냈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 등 2명은 울산지검으로부터 ‘18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들 2명을 소환한 건 13일에 이어 두 번째다. 세 번째 소환에도 응하지 않으면 검찰이 강제 수사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최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검찰의 관행적 피의사실 공표 위반을 지적하면서….” 경찰청 수사국이 13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에 보낸 공문 중 일부다. 검찰과거사위가 지난달 27일 “검찰이 2008∼2018년 피의사실 공표죄로 접수한 사건을 기소한 사례가 전무하다”고 지적한 발표를 경찰이 콕 집어 언급한 것이다. 경찰청은 ‘피의사실 공표 허용 기준을 두고 혼란이 크니 검경 수사협의회를 열자’고 제안하려고 공문을 보냈다지만 ‘검찰이 모순됐다’고 지적하려는 속내가 다분했다. 경찰청이 이례적인 공문을 대검에 보낸 건 최근 울산에서 피의사실 공표죄를 두고 점화된 검경 갈등 때문이다. 울산지검은 12일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과 직속 팀장에게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들이 약사면허증 위조 혐의로 구속한 A 씨 사건을 올 1월 검찰로 송치하면서 수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언론에 배포한 걸 문제 삼았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에 피의사실을 알리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는 형법 126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울산경찰청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경찰은 경찰청 공보규칙과 판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기준에 따라 기소 전이라도 국민의 알권리와 유사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경찰 수사 종결 단계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논리대로면 경찰 단계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건 모두 처벌 대상”이라며 “숨은 의도가 있는 억지 표적수사로밖에 보이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울산경찰청이 2017년 울산지검 검사의 ‘고래 고기 불법 환부(還付·도로 돌려줌) 사건’을 수사한 데 대한 검찰의 보복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시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 유통업자한테서 경찰이 압수한 고래 고기 27t 중 21t을 울산지검이 위법하게 되돌려줬다고 주장한 시민단체의 고발을 경찰이 수사하면서 검경 갈등으로 비화됐다. 이 사건은 이번에 검찰이 피의자로 입건한 광역수사대장이 지휘했다. 울산지검의 수사가 알려지자 경찰 내부망에는 성토가 이어졌다. 한 경정급 직원은 “울산 사건이 피의사실 공표죄면 경찰 경력 19년, 수사 경력 15년인 저도 자수하겠으니 입건하라”고 적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민갑룡 경찰청장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최근 불법 폭력시위를 ‘사회 법질서를 퇴행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사법 조치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민노총의 여러 불법 폭력시위가 선진적 집회문화를 퇴보시키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민 청장의 이런 발언은 민노총이 3월 27일과 4월 2, 3일 국회 앞 차로를 점거하고 담장을 부쉈고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경찰관들을 마구 때리는 등 폭력시위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민 청장은 경찰관들을 무차별 폭행한 민노총 조합원들의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된 것을 두고 사법적 조치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 집회에서 경찰관들을 폭행한 민노총 조합원 나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데 이어 국회 앞 폭력시위를 주도한 민노총 간부 6명 중 3명의 구속영장도 지난달 30일 기각된 데 대해 경찰 총수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민 청장은 “언론에서 지적했다시피 선진화된 사회 수준에 비춰 공공장소에서의 불법 폭력행위에 대한 사법 조치가 미온적이지 않나 하는 문제 제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한 여성학자가 경찰서장급인 총경 승진자와 정부부처 고위 관리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강의를 하던 중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여성학자는 남성 수강자들이 교육에 태만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정면 부정하는 거라고도 했다. 여성학을 전공한 권수현 박사(51)는 3일 페이스북에 ‘지난달 29일 경찰대에서 실시한 치안정책 과정의 성평등 교육에서 분탕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육은 총경 승진자 55명과 위탁교육을 받으러 온 정부부처 고위 관리 13명 등 모두 68명이 수강했다. 이 중 67명이 남성이었다. 권 박사는 강의 중 조별토론을 하려 하자 일부 수강자가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그냥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고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조별토론이 시작되자 “귀찮게 이런 거 왜 하냐”는 불평과 함께 “커피나 마시러 가자”며 15명 이상이 자리를 떴다고도 했다. 권 박사가 “2017년 현재 여성 경찰 비율이 11.1%”라며 자료화면을 띄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기관장 승진자가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적었다. 권 박사는 “50대 여자 박사인 강사가 전달하려는 지식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성평등이라는 주제 자체를 조롱했다”며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조직이 왜 그렇게 무능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당시 현장 수강자들의 말은 달랐다. 권 박사가 강의 전 강의실을 옮기는 과정에서부터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당시 오전에 다른 강사가 강당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강의했고 오후에 같은 장소에서 권 박사 강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권 박사가 강의실을 분임토론이 가능한 교실 형태로 바꾸라고 고압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감정이 틀어진 일부 수강자가 강의 때 공격적인 질문을 했고 권 박사가 불쾌해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고 한다. 강의를 들은 A 씨는 “수강자들이 ‘귀찮은데 빨리 끝내라’고 막말을 한 게 아니라 ‘토론과 발표 방식보다는 사례 위주로 강의를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권 박사가 50대 이상의 수강자들을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 고압적으로 대한 게 문제”라고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3일 “강연하신 분이 경찰 상황에 맞춰 문제를 설명해 다른 부처에서 오신 분들은 자기 상황에 안 맞을 수도 있었다”며 “강연을 하신 분 입장에서 보면 불쾌하고 무례한 수강자들이 있었던 것 같아 주의 조치했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김하경 기자}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당시 해군과 경찰 등의 국가기관이 기지 건설 반대 측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군은 강정마을 주민의 찬반 투표함을 빼앗는 데 관여하고, 경찰은 반대 시위자들을 과잉 진압하며 찬성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07년 6월 19일 강정마을 임시총회 주민투표 당일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의 사주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하는 과정에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이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9일 밝혔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 340여 명이 현장에 배치돼 있었지만 기지 건설 찬성 측의 투표함 탈취 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해군과 찬성 주민 측은 2007년 8월 20일로 예정된 재투표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투표 불참을 독려하고 투표 당일엔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시킨 후 투표 종료 후 귀가시켰다. 해군기지 건설이 결정된 이후인 2008년 9월에는 경찰과 해군, 국가정보원, 제주도 등 유관기관들이 모여 기지 건설 반대 활동에 대한 강제 진압 대책을 논의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조사위는 정부의 사과와 더불어 해군, 국정원 등 경찰 외 다른 국가기관의 부당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LG유플러스 쓰는 사람 다 나와!” 전북 지역의 중학교 2학년생 A 군 등 6명은 3월부터 교실마다 돌아다니며 이렇게 으름장을 놨다. LG유플러스에서만 제공되는 월 3300원짜리 ‘듀얼 넘버’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강요한 뒤 새로 생성된 휴대전화 번호를 빼앗아 선배들에게 상납하기 위해서였다. 듀얼 넘버는 휴대전화 한 대로 번호 2개를 쓸 수 있게 해주는 부가서비스다. A 군 일당은 같은 학교 1, 2학년 학생들한테서 받은 번호를 선배들에게 넘겼다. 선배들은 이 번호를 1개당 3만 원을 받고 인터넷을 통해 팔았다.○ 범죄 행위 강요하는 청소년들 요즘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은 단순히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수준을 넘어 지능적이고 잔혹하게 변하고 있다. 밴드 잔나비 멤버 유영현 씨(27)의 학교 폭력 때문에 10년 넘게 고통받아 왔다는 피해자들의 뒤늦은 폭로가 나올 만큼 학교 폭력의 상처는 오래간다. 초등학교 동창 7명으로 구성된 경기 남부지역의 한 중학생 폭력조직은 올해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는 ‘동네의 무법자’였다. 이들은 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현수막이나 나뭇가지를 자르며 위세를 떨쳤다. 거리에서 마주친 또래 학생이 노려봤다는 이유로 30여 분 동안 집단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동네 청소년 20여 명을 불러 폭행 장면을 지켜보게 하기도 했다. 대전의 여중생 13명으로 구성된 한 폭력조직은 왜소한 동갑내기 남학생 B 군을 6개월 동안 괴롭혔다. B 군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 음식점에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하루 수십 통씩 허위 주문 전화를 걸었다. B 군에게는 “짱× 몇 그릇 가져와라”며 놀려댔다. 젊은 교사들도 이 폭력조직의 타깃이 됐다. 이들은 ‘○○○ 선생 수업시간에는 모두 엎드려라’고 지시했다. 겁에 질린 학생들은 이들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후배들에게 중고거래 사기 범죄를 강요하고 돈을 뜯어내는 학교 폭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남 거제시의 중학생 C 군 등 2명은 자기 통장을 학교 후배들에게 건넨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 명품 가방 등을 허위로 팔고 돈을 인출해오라고 강요했다. 이들은 후배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자 모텔에 감금하고 마구 때렸다. C 군 등은 후배들에게 인터넷 사기범죄를 강요해 챙긴 400만여 원으로 가출 생활을 이어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검거된 소년범들의 범죄 유형을 보면 사기 등의 지능범죄로 붙잡힌 경우가 매년 1만 명 안팎이나 된다. ○ 학교·가정서 방치되는 청소년 돕는 경찰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SPO) 1138명을 전국에 배치해 피해 학생들을 돕고 가해 학생을 계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 김성우 경장(34)은 지난달 ‘학교전담 경찰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초등학교 6년 동안 줄곧 왕따를 당해온 중학교 1학년 D 양의 사연을 접했다. D 양은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집단 괴롭힘이 계속 이어지자 수차례 자해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믿었던 친구에게 자해의 상처를 보여주며 심리적 고통을 털어놨는데 오히려 이상한 소문이 나 우울증이 심해졌다. 김 경장이 즉각 D 양을 만나보니 학교 폭력뿐 아니라 집안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심각했다. D 양 어머니는 “엄마가 선생님인데 너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며 일정 목표 점수를 넘기기 전까지는 외출까지 통제해왔다. 김 경장은 D 양을 괴롭힌 학생을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시키도록 하고 D 양 어머니를 만나 여러 지원책을 제시했다. D 양은 요즘 우울증 약을 끊고 학교생활을 즐기며 음악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D 양은 김 경장에게 “병원에 갈 때마다 엄마가 지쳐가는 게 보여 슬펐는데 경찰 아저씨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직접 나서줘서 고맙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김소영·박상준 기자}
“검찰총장 후보로 천거되신 분 모두 현 검찰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공개적으로 밝혀 달라.” 2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한 지청장이 이 같은 댓글을 올렸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전날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내면서 이프로스에도 올린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차기 검찰총장은 공안·특별수사의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송 지검장은 자신의 글에서 국회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에 반대했다. 진정한 개혁의 대상은 그동안 정치적인 논리에 흔들린 검찰의 공안·특별수사라는 주장이다. 송 지검장은 현 수사권 조정 법안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반 형사사건 수사체계를 잘못된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작 이 같은 고민이 없었느냐’는 후배 검사들의 자성도 이어졌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후배들 앞에 (송 지검장처럼)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드러내신 분이 없었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을 때 선배들은 ‘이럴 때일수록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고 뜻 모를 이야기를 하시다가 궁지에 몰렸다 싶으면 ‘요즘 검사 게시판이 왜 이리 조용하지’라는 말이나 넌지시 하셨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송 지검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대검찰청에서 일선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받는다”고 지적한 데 대해 대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사의 결과만 보고할 뿐이고 대검은 청와대와의 보고체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송 지검장의 지적을 놓고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에서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내부의 어떤 의견도 정치권에선 조직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특히 송 지검장이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두고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지 덮을 수 있어서 좋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강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 대한 제도적 통제가 매우 촘촘한 수사권 조정안을 제대로 읽어 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지검장이 서민생활과 직결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고 밝힌 대목에 대해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니 공감한다’는 반응이 나왔다.정성택 neone@donga.com·조동주 기자}
자녀가 숙제를 하지 않거나 귀가시간이 늦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가 회초리를 들었다가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자녀에게 아령을 들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게 하거나 하루에 식사를 한두 끼만 먹이는 것도 학대 행위로 간주돼 수사 대상이 된다. 영아를 태운 유모차를 수십 차례 흔들며 겁을 줘도 범죄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청이 24일 전국 255개 경찰서에 배포했다고 밝힌 ‘아동 학대 수사 업무 매뉴얼’에는 훈육 목적이라고 해도 부모가 자녀에게 신체·정서적 학대를 가하면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지침이 담겨 있다. 경찰은 아동 학대 유형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등으로 세분화하고 유형별로 구체적 판례가 담긴 매뉴얼을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그동안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사례를 경찰관들에게 알려 학대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학대 행위를 기존 판례에 기초해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부모와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 학대를 처벌할 수 있는 유형을 세분화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자녀가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이유로 회초리를 들고 아동의 머리 팔 허벅지 등을 때려 멍들게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맨손으로 자녀를 수차례 때렸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처벌 대상으로 제시했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도 형사 처벌 대상임을 분명히 밝혔다. 부모가 자녀에게 수차례 욕설을 하고 다른 아동이 맞는 학대 장면을 노출시켰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고 숙제를 안 해 오는 학생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왕따라고 지목해 실제 왕따를 당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자녀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등 교육을 받지 않게 내버려 두는 것은 아동복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질병을 앓는 아동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매뉴얼에 포함됐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자녀가 숙제를 하지 않거나 귀가 시간이 늦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가 회초리를 들었다가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자녀에게 아령을 들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게 하거나 하루에 식사를 한두 끼만 먹이는 것도 학대행위로 간주돼 수사 대상이 된다. 영아를 태운 유모차를 수십 차례 흔들며 겁을 줘도 범죄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청이 24일 전국 255개 경찰서에 배포했다고 밝힌 ‘아동학대 수사 업무 매뉴얼’에는 훈육 목적이라고 해도 부모가 자녀에게 신체·정서적 학대를 가하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지침이 담겨 있다. 경찰은 아동학대 유형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등으로 세분화하고 각 유형별로 구체적 판례가 담긴 매뉴얼을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그동안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 사례를 경찰관들에게 알려 학대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학대행위를 기존 판례에 기초해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부모와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 학대를 처벌할 수 있는 유형을 세분화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자녀가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이유로 회초리를 들고 아동의 머리 팔 허벅지 등을 때려 멍들게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맨손으로 자녀를 수차례 때렸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처벌 대상으로 제시했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도 형사처벌 대상임을 분명히 밝혔다. 부모가 자녀에게 수차례 욕설을 하고 다른 아동이 맞는 학대 장면을 노출시켰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고 숙제를 안 해오는 학생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왕따라고 지목해 실제 왕따를 당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을 잠재우지 않거나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것도 수사 대상이 된다. 자녀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등 교육을 받지 않게 내벼려 두는 것은 아동복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질병을 앓는 아동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매뉴얼에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훈육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며 “훈육을 위한 도구 사용은 지양돼야 하고 때리는 건 무조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의 불법 정보활동에 대해 수사해 온 경찰이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72·수감 중)과 조윤선(53) 현기환(60·수감 중)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현 치안비서관)으로 일했던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61), 이철성 전 경찰청장(61), 박화진 경찰청 외사국장(56)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3일 경찰청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이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총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세 분석 내용을 담은 친정부 성향 보고서를 생산하도록 경찰청 정보국에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실장 등은 경찰청 정보국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 사건 등 여러 이슈에 대한 정치적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요구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좌파 성향 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을 줄이기 위해 경찰청 정보국에 지원 명세를 파악하도록 지시한 것도 범죄 사실에 포함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전 실장이 당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만들어 올릴 것을 지시하면 정무수석이나 사회안전비서관 등을 거쳐 경찰청 정보국에 전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른바 ‘대림동 여자 경찰 사건’처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할 경우 테이저건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이 새로 마련됐다. 그동안 경찰의 물리력 사용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경찰관들이 인권 침해 등에 따른 책임 추궁을 우려해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되면서 치안 역량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경찰청은 22일 경찰에 대한 위협 정도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물리력 기준을 제시한 새 매뉴얼을 발표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경찰의 지시에 순응하면 최대 수갑까지, 지시를 거부하고 버티면 경찰봉과 방패를 사용해 밀거나 잡아당길 수 있다. 체포를 피해 달아나거나 경찰관에게 침을 뱉는 등 적극적 저항을 하면 상황에 따라 가스 분사기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주먹이나 발로 경찰을 때리는 ‘폭력적 공격’(4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경찰봉으로 가격하고 테이저건까지 쏠 수 있도록 했다. 총기나 흉기, 둔기 등 무기를 쓰거나 경찰관의 목을 조르는 등 ‘치명적 공격’(5단계)을 감행할 땐 경찰관의 판단에 따라 권총도 사용할 수 있다. 올해 1월 발생한 ‘암사동 흉기난동 사건’처럼 경찰관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면 상황에 따라 권총까지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경찰은 상대방의 위협 수준에 비례한 물리력 행사를 기본으로 하되 가능한 한 보다 덜 위험한 물리력을 우선적으로 사용해 상황을 안전하게 종료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복수 목적의 물리력 사용도 금지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의 연구용역을 통해 초안을 만들고 공론화 과정과 인권영향평가를 거쳐 세부안을 다듬었다. 20일 열린 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이번 매뉴얼은 6개월간의 교육기간을 거쳐 11월부터 전국 경찰에 적용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매뉴얼을 통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물리력 사용 규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민주적 원칙에 충실한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문무일 검찰총장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경찰 총수가 공개 반박한 것이다. 민 청장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민주적 절차를 거쳤고 민주주의의 실체인 견제와 균형, 권한 배분 등의 관점에서 논의해 다듬어졌다”며 “외부 요소에 의해 지연돼선 안 되고 신속하게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문 총장의 발언을 의식한 듯 의견 수렴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정부 주도로 경찰과 검찰,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오랜 논의를 거쳐 합의안을 마련했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 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총장이 말했던 이른바 ‘검찰 패싱’은 없었다는 취지다. 수사권 조정과 결부되는 국가수사본부 신설이 20일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 협의에서 공식 발표되자 경찰 내 수사 파트에서는 ‘수사 독립성 보장’ 차원의 조직 신설을 환영하면서도 대통령이 지명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정치적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란 우려가 공존했다. 수사권 조정과 연계된 자치경찰제가 현실화되면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직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게 될 파출소와 지구대 경찰관 사이에선 ‘자치경찰제 시행 전에 얼른 수사 경과(警科·경찰관을 직무에 따라 구분한 종류)를 따야 나중에 국수본으로 옮겨 국가직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다음 달 치러질 수사 경과 시험(형사법능력평가시험)에 현직 경찰 7810명이 지원해 지난해(6764명)보다 응시 인원이 15% 늘어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남 前 檢총장 강제수사 내비쳐 민 청장은 경찰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황철규 부산고검장 등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강제 수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전 총장 등은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A 검사가 민원인의 고소장을 바꿔치기한 사건을 알고도 합당한 징계를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달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에 의해 경찰에 고발당했다. 민 청장은 “법적 절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헌법정신에 기초해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며 “임의적 방법으로 안 되는 것들은 법에 정해진 강제 수사 절차가 있기에 법적 절차에 따라 하겠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찰관 손발 다 묶어놓고 여자 경찰이라 제압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니 참담하다.” 이른바 ‘대림동 여자 경찰 사건’의 관할서인 서울 구로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연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술에 취한 사람이 난동을 부리면서 경찰에게 욕설을 퍼부어도 경찰은 ‘집에 가라’는 말로 달랠 수밖에 없는 공권력의 무력함인데 ‘여자 경찰 무용론’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현장 동영상을 보면 중국동포 허모 씨(53)가 출동한 남자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는데도 경찰은 “빨리 집에 가세요”라고 말한다. 남자 경찰의 뺨까지 때린 허 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현장의 경찰관들은 이번 대림동 사건은 여자 경찰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찰이 공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욕을 하고 멱살을 잡아도 인권을 침해했다고 민원을 제기할까 봐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치안 역량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김모 순경은 1월 택시 안에서 자고 있는 20대 남성을 깨우다가 멱살을 잡혔는데도 ‘보는 눈도 많은데 제압했다가 괜히 민원 들어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고 했다. 김 순경은 “‘과잉 진압했다’고 민원 들어오면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계속 욕을 해대는 남성을 말로 설득해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남자 경찰에 비해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 경찰이라도 삼단봉 등의 장구를 사용하면 남성도 제압할 수 있다는 게 현장 경찰관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하지만 ‘인권’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물리력을 사용하기보다는 말로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지구대 여자 경찰관은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발 정서가 워낙 강하고 장구 사용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혹시라도 나중에 책임질 일이 생길까 봐 물리력 사용을 다들 꺼린다”고 말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0일 “직원들이 현장에서 ‘비례의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경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저항하는 상대를 제압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리력 행사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 이후 경찰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선 현장을 책임지는 간부급 경찰들은 매달 한 번씩 현장 경찰에게 무도체포술 훈련을 시키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훈련이 주로 밤샘 근무 후에 이뤄지는 데다 평가 항목이 아니다 보니 교관도, 훈련을 받는 경찰도 형식적으로 시간만 때운다는 것이다. 중앙경찰학교에서 이뤄지는 체포 훈련도 현장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신입 경찰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서울의 한 지구대장은 “실제 현장에서 유용한 훈련은 전혀 없는 게 현실”이라며 “대림동 사건 여자 경찰이 무슨 잘못이 있나. 평소 훈련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조직이 문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여자 경찰관들은 자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유도 등 무예를 배운다. 여자 경찰들도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태권도와 합기도를 합쳐 7단인 한 여성 순경은 “같이 출동한 남자 직원들에게서 ‘네가 다치면 일이 커지니 나서지 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김은지·한성희 기자}
정보경찰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친박(친박근혜) 후보를 위한 맞춤형 선거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심지어 역술인 보고서를 쓰게 된 이유는 내부의 철저한 평가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보경찰은 ‘첩보 평가 기준’과 ‘정보관리프로그램(NPIS) 배점 기준’에 따라 매일 쓰는 일보에 대해 △기록(2점) △통보(5∼10점) △중보(10∼20점) △상보(20∼50점) 등 4단계로 평가받았다. NPIS에 올린 보고서는 청와대 등 상부로 전파된 보고인지를 건별로 분석해 80% 이상 반영된 경우 가장 높은 점수인 20점을 받았다고 한다. 정보경찰들은 매일 할당받은 보고서를 작성하며 보고서 내용에 따라 ‘채택’되거나 채택되지 않는 일명 ‘킬’을 당했다고 한다. 경찰 수뇌부는 매일 채택 건수와 점수를 공개해 회람을 시키면서 일선 정보경찰을 길들였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한 정보경찰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 조사를 받으면서 “우리는 점수의 노예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온 ‘정권 아부형’ 보고서 작성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55·수감 중)은 친박 맞춤형 보고서에 대해 “선거 때마다 청와대에서 지역구 분석 등을 관행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뇌부는 청와대가 요구한 보고서를 작성해준 대가로 청와대에 반대급부를 요구해 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 정보국이 작성한 ‘경찰 출신 인사들의 정무직 소외에 따른 여론’ 문건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 교통방송의 주요 보직, 국가정보원, 산하기관 단체장과 감사에 경찰 고위직 출신이 진출할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달라”고 적혀 있다. 1991년 이후 역대 경찰청장 20명 중 12명이 정보경찰 출신일 정도로 정보경찰은 다른 보직과 비교해 인사 혜택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정보경찰은 “어느 정부에서든 정보 수요자에 맞춰 공공의 안녕을 위한 정책 생산에 도움이 될 활동을 주로 해왔는데 모든 활동이 매도당한 측면도 있다”며 “명예와 자존감으로 살아왔는데 최근 모든 게 무너져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조동주 기자}
“경찰청 정보국이 유명 역술인들의 국정 전망과 점괘까지 보고서로 만든 건 결국 대통령이 보고서를 읽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치안정보와는 무관한 ‘아부성’ 보고서를 써 본인과 조직의 자리 보전에 활용한 것이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55)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정보경찰을 동원한 혐의로 구속된 직후인 16일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은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박(친박근혜)계 후보의 당선을 위해 호남을 제외한 전국 220여 개 지역구별 맞춤형 선거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정보경찰은 연간 200만 건 이상의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이 수집한 정보 가운데 범죄첩보는 1.3%에 불과하다. 쌀에 돌이 섞인 게 아니라 돌 사이에 쌀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검찰에선 “정보경찰의 일탈 행위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며 정보경찰의 분산 또는 폐지가 수사권 조정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업무가 사라지면서 경찰이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유일한 기관이 됐고, 해외에서도 경찰은 범죄첩보에 한해서만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5월 발표한 자체 개혁안에 따라 규모와 직무 범위를 줄여 나가고 있다고 반박한다. 지난해 3358명이었던 정보경찰이 11.2% 감축돼 올해 2979명으로 줄었다. 정책정보 수집과 집회시위 관리, 인사검증 등 기존 업무가 다른 기관으로 이관되는 상황에 맞춰 추가적으로 인력을 더 줄일 방침이다. 또 경찰청은 올 1월 정보경찰의 직무 범위와 한계를 규정한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내부 훈령으로 제정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의 근거가 돼 논란이 됐던 ‘치안정보’ 개념을 ‘공공안녕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및 대응’으로 교체했다. 국가 정책에 대한 각계 반응을 수집하는 정책정보 활동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조동주 기자}
“결국 본인 뜻이 안 받아들여졌으니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것이냐.”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비판하자 경찰 내부에선 이런 반응이 나왔다. “뻔한 총론만 있고 구체적 각론은 없는 ‘속 빈 강정’” “검찰 내부 반발을 의식한 보여주기용 기자회견” 등의 날 선 비난도 많았다. 일부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청와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가 오랜 논의를 거쳐 합의한 정부안을 문 총장이 뒤늦게 비민주적이라고 규정한 것이 비민주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치열한 논의를 거쳐 내려진 결론에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의 절차적 원칙인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한 총경급 경찰은 “앞으로 국회에서 검찰 의견을 피력하면 되는 것인데 이렇게 무리한 기자회견을 여는 건 그만큼 검찰이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현실화되면 경찰이 검찰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전능적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는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을 없애도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는 각종 장치가 법안에 촘촘하게 마련돼 있는데 마치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했다는 것이다. 문 총장이 정부의 수사권 조정 합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경찰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차관과 대검찰청 차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견을 충분히 개진했다는 것이다. 한 경무관급 경찰은 “절차상 의견을 충분히 밝힐 기회가 많았는데 배제됐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찰이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전직 경찰관에게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15일 성매매 업소 단속을 전담하는 서울지방경찰청 풍속단속계와 해당 성매매 업소가 있는 곳이 관할인 서울수서경찰서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소속 경찰관 2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서울 강남과 목동에서 태국 여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성매매업소를 운영한 경위 출신의 전직 경찰관 박모 씨(수감 중)와 현직 경찰관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다. 현직 경찰관들은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해 박 씨에게 단속 정보를 알려주고 박 씨가 수배 중인 걸 알고도 잡지 않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및 직무유기)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또 다른 성매매 업소와도 유착한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 씨는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던 2012년경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수감 중)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2013년 1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고, 잠적했다. 검찰은 박 씨가 2015년부터 최근까지 바지사장을 내세워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사실을 적발해 지난달 초 박 씨를 체포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씨가 태국인 명의의 차명 휴대전화로 후배 경찰관들과 수시로 연락한 정황이 드러났고, 검찰은 박 씨에게 돈을 받은 경찰관과 관련한 기록이 적힌 비밀장부를 확보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해온 ‘버닝썬’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건 수사권 조정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오비이락’이라 보기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조동주 기자}
경찰 정보 조직의 20대 총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신명(55), 이철성 전 경찰청장(61)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검경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경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검찰은 “수사권 조정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내부는 두 전직 경찰 총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불만을 품은 검찰이 전직 경찰 수장을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려고 한다”는 등 검찰에 대한 비난이 비등하다는 것이다. 한 총경급 경찰은 “검찰이 수사권 조정을 막으려고 딴지를 건다”며 “과거 정보 경찰이 정치 동향을 파악한 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개혁을 추진 중인데 굳이 정보 경찰의 문제를 부각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수사권 조정 구도가 검찰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검찰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적극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 관계자는 11일 “정보 경찰의 정치 개입에 관한 경찰의 자체 수사 결과를 송치 받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청 정보국의 2016년 총선 개입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경찰 총수를 타깃으로 삼아 수사를 시작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검찰은 또 “(구속영장이) 기각된 대상자의 윗선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영장 청구 등 사건 처리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30일 법원이 박모, 정모 치안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열흘가량 보완 수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를 하지 않고 ‘윗선’인 강, 이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조직과 자신의 출세를 위해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청와대와 여권을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제공했다는 게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조동주 기자}
《“2000년생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59)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00년생,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아니라면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로봇, 생명과학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에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정 총장의 40년 후배다. 그는 고려대 114년 역사상 첫 공과대 출신 총장이다. 2월 28일 제20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일 고려대 본관 인촌챔버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과 ‘융합’, 그리고 ‘다양성’을 강조했다. 》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이 무엇인가. “작년 말 한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담당자가 쓴 책에서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문구를 봤다. 책의 내용은 신입사원이 기존 조직에 순응하는 게 과거엔 순리였지만 지금은 몇 안 되는 신입사원이 조직을 흔든다는 것이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젊은이들에 대한 분석이 절실하다. 밀레니엄 세대는 조직보다 자신에게 충성하고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의사 표현이 분명하고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매우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이런 세대를 교육해야 하는데 기존 교육체계가 맞는지, 교육기법이 적절한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고민은 동아일보의 보도와 맥락이 닿아 있다. 올 초부터 ‘2000년생이 온다’ ‘부장님처럼 살기 싫어요. 청년들의 신(新)성공법칙’ 등 젊은 세대를 집중 분석하는 시리즈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세대이기 때문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교육하지 않으면 ‘비싼 등록금 냈는데 배울 게 없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대학이 제 기능을 못 한다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세대 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그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에 맞게 교육해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1학년 교양교육부터 인문학에 기반을 두도록 바꿀 것이다. 교양교육을 맡는 교무처 산하 기초교육원을 본부 소속 교양교육원으로 승격 개편해 학생들이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교양과목을 만들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계공학도도 인문학을 바탕에 둬야 한다. 학생들의 기업체 인턴을 가급적 해외에서 하도록 할 것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과대 출신인데 인문학을 유독 강조한다. “총장이 되면서 내세운 슬로건 중 하나가 ‘휴먼 KU(고려대)’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기술이라도 그걸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아무리 엄청난 기술이라도 사람으로서 기본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채 악한 의도를 갖고 만들면 사회 전체에 후폭풍이 매서울 것이다. 그래서 취임사에서도 고려대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을 강조했다. 그 정신에 충실한 도덕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남을 돕는 것이 정의의 시작’이라고 했다. 로마가 1000년 이상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 바로 도덕적 인간을 많이 배출한 데 있다고 믿는다.” ―그게 미래 인재상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나. “과거 산업화 시대엔 필요한 기능을 갖춘 표준화된 인간을 대량 배출하는 게 교육의 기능이었다. 하지만 미래엔 인간의 주관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할 수 있는가’ 여부가 아닌 ‘왜 해야 하는가’가 중요해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기술이 아닌 윤리를, 객관성이 아닌 주관성을, 표준화가 아닌 맞춤형의 시대정신을 교육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리더는 뭔가를 할 기술이나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그런 능력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고려대는 단편적 지식이나 일방적인 신념을 가진 인재가 아닌 통합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로 윤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그 윤리성은 ‘인류에게 얼마나 이로운가’의 가치로 결정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AI 시대에도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그 대상도 사람이다. 도덕적 가치가 결여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합, 통섭을 강조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하나. “사람 중심의 공유 가치 창출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대학의 주된 역할이 과거엔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복잡한 사회의 요구에 융합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인문계와 자연계, 문학과 공학, 윤리와 예술의 피상적 융합이 아닌 각 영역 자체가 해체돼 재구성되는 통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생들은 그런 다양한 지식이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 작용해 미래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지 고민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고려대에서 시도하는 융합, 통섭의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국내 최초로 문과대에 속한 심리학과를 AI, 뇌과학 분야와 융합해 심리학부로 분리, 독립시킬 계획이다. 2021학년도부터 심리학부 신입생을 뽑을 것이다. 그 학생들은 AI, 뇌과학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의학 등 모든 분야와의 융합 연구에 최적화된 교과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기존 학문체계 중심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될 것이다. 융·복합적 인재,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롤모델이 될 것이다.” 앞서 정 총장은 취임사에서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고 학과의 이익을 앞세우며 네 편, 내 편 따지는 편협한 자세로는 초연결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은 여러 학문이 연결될 때 그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의 모든 학생이 수강해야 하는 ‘자유-정의-진리’ 과목도 융합이 목적인가. “학부 공통 교양과목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게 해 의견과 관점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게 목표다. 강의 방식도 기존 수업과 다르다. 동영상 강의를 먼저 본 뒤 강의실에서는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교수의 질문에 답하며 토론하는 방식이다.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과목이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치는 창의에서 나온다. 창의는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찾아내거나, 이미 존재하는 생각이나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해 내는 것이다.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론과 원리를 앞장서 개발해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입시 단계에서부터 창의적 인재를 선발해야 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예측 불가능의 시대엔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고려대생은 전부 ○○를 잘한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뮤지션도 있어야 하고,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모범적으로 생활해 내신이든 수능이든 좋은 성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에 앞장설 수 없다. 자기 주도적으로 학업, 인생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한다. 특정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그게 동기 부여가 돼야 한다. 그런 창의적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면 좋겠다.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이 입시 평가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취임식에서 학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저장,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재정이 필요한 일이다. 전공 융합 등 다른 계획에도 많은 돈이 들어갈 텐데…. “등록금은 10년째 동결된 상태다. 기부금, 발전기금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한국은 선진국처럼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기부를 유인하는 방법은 기부자에게 세제 혜택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다른 대학들과 함께 세제 관련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겠다. 또 대학 스스로 창업을 적극 지원해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쉽지는 않다.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해서 큰 성과를 올린 대학은 몇 개 안 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서 기자 간담회에선 동남아 등에 고려대의 교육 콘텐츠를 수출하겠다고 했는데…. “동남아나 중국 현지 대학에 고려대의 커리큘럼을 전수하고 정착시켜 공동 캠퍼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수익을 올리게 되면 우리 학생들도 혜택을 볼 것이다. 중국의 경우 팽창성이 크다. 대도시의 유명 대학이 중국 내륙에 분교를 설치할 때 고려대의 교과과정을 전수하거나 교수들이 가서 강의를 할 수 있다. 대학은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대외협력, 산학협력, 국제협력이 중요하다.”○ 정진택 총장 주요 약력△ 고려대 기계공학과 졸업△ 미국 미네소타대 박사(기계공학)△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공과대학장, 테크노콤플렉스원장,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한국유체기계학회장(2017년) 인터뷰=이명건 사회부장/정리=조동주 djc@donga.com·김정훈 기자}
경찰이 2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검사의 경찰 수사 통제장치’가 충분하다며 검찰의 경찰 수사권 비대화 주장을 반박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한 지 하루 만에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경찰청은 2일 입장문을 통해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통제 방안을 강화했다”며 “개정안은 경찰의 수사 진행 단계와 종결 사건에 대한 촘촘한 통제 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검찰이 시정 조치뿐만 아니라 수사 경찰관의 직무 배제와 징계까지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형사소송법에 명시한 만큼,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더라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경이 같은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경우 검찰이 우선 수사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도 통제 장치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안 넘기고 무혐의로 수사를 끝낼 수 있는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 부실 수사가 우려된다는 검찰 측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경찰이 송치를 하지 않은 사건 기록은 검찰로 넘어가게 되고, 사건 관계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검사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어 경찰이 마음대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도 검찰이 각종 명분으로 사건을 다시 가져가 재수사할 수 있는 체계”라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번 법안이 검찰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을 허용했기 때문에 검경 관계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안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잃는 대신에 영장 관련 사건의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사건 수사에서 통신·압수수색·구속영장이 필요한 만큼 검찰의 수사 통제력이 여전할 것이라는 의미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으면 우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경찰 수사권이 비대해진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한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경찰도 적지 않다. 한 총경급 경찰은 “그동안 검찰이 통제받지 않는 비대한 권한을 갖고 있어 수사권 조정 논의가 시작된 것인데, 그런 논의를 유발한 주체인 검찰이 견제와 균형을 말하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여야 간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할 검찰의 총수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공개 비판한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