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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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사회일반61%
사건·범죄20%
사고10%
문화 일반3%
검찰-법원판결3%
기타3%
  • ‘노가리 골목’ 을지OB베어 퇴출 위기…단골·주변상인들 “백년가게 지키자”

    “이 가게에 들어서면 내 20대 시절이 보이는 것 같아.” 26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일명 ‘노가리골목.’ 이곳의 유명 주점 가운데 하나인 ‘을지OB베어’에 앉아있던 윤제훈 씨(61)는 상념에 잠긴 듯 한마디 했다. 윤 씨는 “내 청춘이 담긴 곳의 추억을 지키기 위해 왔다”고 했다. 1980년 문을 열어 41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을지OB베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18년 건물주 측이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뒤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업소 측은 지난해 최종 패소해 가게를 비워줘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강제집행을 시도할 때마다 윤 씨와 같은 단골고객과 주변 상인,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막아서고 있다. 26일은 세 번째 강제집행이 예고된 날. 을지OB베어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인근에서 50여 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온 이효용 씨(71)는 “수 년 동안 안주 가격도 안 올리고 장사해온 가게다. 고마운 마음을 갚고 싶어서 1차 강제집행 때부터 계속 왔다”고 말했다. 을지OB베어 맞은편에 있는 유명주점 ‘뮌헨호프’의 정규호 사장(78)도 “다른 호프집이 다 없어지는 걸 보면서도 30년 가까이 함께 이 골목을 지켜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강제집행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서울시는 2015년 노가리골목 전체를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을지OB베어도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선정한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장인에게 을지OB베어 물려받아 운영해온 최수영 씨(66)는 “‘노가리골목’이란 말이 생기기 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했다”며 “노가리골목과 우리 가게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개인 분쟁에 개입하기도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래유산의 선정 취지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보전 독려를 위한 것으로, 건물주와의 분쟁에 시가 개입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중기부 측도 “백년가게의 노후 시설 교체 등을 돕는 사업은 진행하지만 개인 분쟁에 개입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건물주 측 법률대리인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대차 분쟁 관련 입장은 을지OB베어에 모두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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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관리 부실한 주말 건설현장… 화재-사고 몰린다

    24일 오전 11시 23분경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 2층. 다음 달 초 준공을 앞두고 에어컨 실외기 설치 등의 용접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현장 직원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고 오히려 연기는 건물과 하늘을 뒤덮었다. 이날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소방인력 307명과 헬기 3대 등이 동원돼 2시간 12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60대 근로자 1명이 건물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17명이 다치거나 연기를 흡입해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추정되는 재산 피해는 약 27억 원에 이른다. 최근 남양주 오피스텔 화재처럼 전국 휴일 공사 현장 등에서 사고가 잇따르며 인명 피해까지 발생해 현장 관리감독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일요일인 18일 오전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도 30대 직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남양주에서 2주 전인 10일 발생했던 주상복합건물 화재도 토요일이었다. 24일 불이 난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 불과 2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건설업계 전문가 등은 이번 화재가 휴일로 현장 관리감독 체계가 느슨한 상황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중대 사고는 평일보다 주말에 1.4배 더 늘어났다. 건설안전기사 자격이 있는 도일석 변호사는 “건설 현장에선 준공 날짜를 맞추기 위해 주말에도 급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안전관리자가 평일보다 적거나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휴일 관리감독 기능 약화로 발생하는 사고 건수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13일부터 공공 부문 건설 현장에선 일요일 의무 휴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전에 승인받지 않으면 건설 공사를 진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는 민간 건설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토요일도 의무 휴무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한 산업 현장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을 모두 의무 휴무일로 지정하기 어려운 만큼 현장 안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이 적절하게 나올 수 있는 근무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남양주 오피스텔 화재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26일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합동 감식 과정에서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관리감독을 해야 할 안전관리자가 있었는지 등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 분야 전문인 이상국 노무사는 “건설 현장 관리감독 책임자가 평일과 주말에 모두 나올 수 있도록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라며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서도 이러한 조치가 이뤄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수현 newsoo@donga.com·지민구 기자}

    •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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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칸 차지 ‘갑질 주차’… 제재할 방법 없어 온라인 망신주기

    “기본도 안 된 주차, 민폐 차량.” “주차가 아니라 길막(길 막음).” 이달 초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의 온라인 카페에 한 주민의 차량 주차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왔다. 해당 차량은 수억 원에 이른다는 고급 외제차. 주민들이 올린 사진에서 이 차는 주차선 앞으로 툭 튀어나와 차량 통행로를 막거나 주차 공간 2칸을 차지하기도 했다. 얼마 전엔 차들이 드나드는 통로에다 버젓이 차를 세워 두고선 모른 척해서 다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주민 A 씨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관리소에서 차주인인 주민에게 전화해 사정까지 했는데도 ‘못 빼주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며 황당해했다. 아파트 단지 등 공동주택의 주차장 등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주민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칸 이상 차지한 ‘갑질 주차’가 이슈가 된 뒤 “우리 아파트에도 있다”며 비양심적 행위를 고발하는 글이나 사진들이 잇따랐다. 비양심 주차는 물론 쓰레기 투척 등 사례도 다양하지만, 이를 제재할 제도가 마땅치 않아 주민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A아파트는 ‘주차장 공용 전기 무단 사용’으로 시끄러웠다. 한 전기차 소유자가 충전소가 따로 설치돼 있는데도 소화전에 있는 비상용 전기를 끌어다 차를 충전했다고 한다. 관리소에서 여러 번 시정을 요구해도 듣지 않다가, 법적 대응을 통보하자 별다른 사과도 없이 무단 사용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계속 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제재할 관련법이나 제도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공동주택의 자동차 이동로와 주차장은 대부분 도로교통법 적용 범위인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얌체 주차로 길을 막거나 불편을 야기해도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현장 출동은 하지만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 분쟁 조정을 의뢰해도 해결은 난망하다.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주차 관련 상담은 모두 113건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식 조정으로 신청된 건 13건이며, 완료는 3건밖에 없다. 피해 주민들이 온라인에 논란이 된 주차 사진들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뾰족한 수가 없다 보니 사회적 공분을 일으켜서라도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심정이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차량 번호가 노출되거나 욕설 댓글을 달면 역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국회도 이와 같은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18, 19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과 박상혁 의원은 각각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차 질서 위반으로 불편을 겪은 입주자는 관리사무소 등에 질서 준수 권고를 요청할 수 있고, 관리사무소의 권고를 받은 입주자는 질서 준수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 역시 강제성은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법이 정비될 때까지는 공동주택관리규약이나 자치위원회 등을 통해 규칙을 정하고, 위반할 경우 페널티를 주는 방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인천=김수현 newsoo@donga.com / 권기범 기자}

    •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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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이 합쳐 전과 45범… 혀 내두를 부부사기단[THE 사건/단독]

    집을 수리하러 왔던 일꾼에게 투자하라고 속여 2000만 원을 챙겨 달아났던 부부가 잠적 7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부부의 전과를 합치면 45건에 달했다. 대부분이 사람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사기 범죄였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60대 남편 A 씨와 50대 부인 B 씨를 9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해 2월 수리 작업을 위해 이들의 집에 방문한 C 씨에게 “지방에서 곧 ‘LED 빛 축제’가 있을 예정인데, 투자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며 투자를 권했다. 이들의 말을 믿고 C 씨는 2000만 원을 건넸지만, 이후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C 씨가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재촉하자 부부는 “우리 소유 승마장도 있다. 걱정하지 말라”며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부부는 돈을 갚지 않고 잠적했다. 경찰은 이들을 찾기 위해 A, B 씨의 이름과 B 씨의 은행 계좌 등을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B 씨가 사기에 이용했던 은행 계좌를 뒤진 끝에 남편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부부가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해 이들의 거주지를 파악했다. 전국으로 도망 다니던 부부는 결국 C 씨와 처음 만났던 집에서 체포됐다. 검거 당일 이들은 아침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의 사기 전력은 이전에도 엄청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의 전과가 25건, 부인이 전과가 15건을 넘었다. 이전부터 사기 등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던 이들은 2015년 결혼을 했는데, 이후로도 합쳐서 10건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B 씨는 2017년 사기 사건의 피의자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해 수배 중인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는 현재 누범기간(형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 후 3년 이내)에 해당되며, 도주 및 재범 우려가 높아 구속 송치했다”고 전했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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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 ‘0’ 남양주 주상복합 화재, 시민 대응 빛났다

    “불이야! 불났어요, 불!” 경기 남양주에 사는 박성래 씨(37)는 10일 오후 4시 40분경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다 불길과 검은 연기를 목격했다. 당시 주차장 진입로에는 화재 상황을 모르고 들어서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옆 상가에 있는 고객들도 불이 난 것을 모르는 듯했다. 그 순간 박 씨는 빨리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곧장 차에서 내려 주변에 손짓을 하며 “불이야”라고 외쳤다. 그제야 상황을 안 다른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함께 위험을 알렸다. 박 씨는 이런 모습이 담긴 차 블랙박스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박 씨는 “침착하게 질서를 지킨 방문객들에 놀랐다. 좋은 본보기라 생각돼 영상을 올렸다”고 전했다. 10일 남양주에 있는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백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약 10시간 만에 꺼졌다. 연기를 흡입한 주민 2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무사히 퇴원했다. 현재까지 추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주민 등이 급박한 상황에도 질서정연하게 대처해 피해를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등에 따르면 건물 화재는 10일 오후 4시 29분경 시작됐다. 건물 1층 중식당 주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1층 상가 전체와 주차장, 2층 상가로 옮겨 붙었다. 해당 건물은 지상 18층, 지하 4층 규모다. 지하 1∼4층과 지상 필로티 공간에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지하 1층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다. 지상 1, 2층에는 음식점과 카페 등이 입점해 있고, 아파트에는 모두 360가구가 거주한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등 장비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필로티 구조 주차장 차량들에 불이 옮겨 붙으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일부 상인들은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층 천장 빈 공간의 가연성 마감재가 타며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기 공급이 원활한 필로티 구조상 화재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12일 오전 10시부터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남양주=김수현 newsoo@donga.com / 박종민 기자}

    •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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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이야” 외치고 車 경적 울려…남양주 화재 속 빛난 시민 대응

    “불이야! 불났어요, 불!” 경기 남양주에 사는 박성래(37) 씨는 10일 오후 4시 40분경 도농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다 불길과 검은 연기를 목격했다. 당시 주차장 진입로에는 화재 상황을 모르고 들어서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옆 상가에 있는 고객들도 불이 난 것을 모르는 듯했다. 그 순간 박 씨는 “빨리 상황을 알려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곧장 차에서 내려 주변에 손짓을 하며 “불이야”라고 외쳤다. 그제야 상황을 안 다른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함께 위험을 알렸다. 박 씨는 이런 모습이 담긴 차 블랙박스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박 씨는 “침착하게 질서를 지킨 방문객들에 놀랐다. 좋은 본보기라 생각돼 영상을 올렸다”고 전했다. 10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백 억 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약 10시간 만에 꺼졌다. 연기를 흡입한 주민 2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무사히 퇴원했다. 현재까지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주민 등이 급박한 상황에도 질서정연하게 대처해 피해를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등에 따르면 건물 화재는 10일 오후 4시 29분경 시작됐다. 건물 1층 중식당 주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1층 상가 전체와 주차장, 2층 상가로 옮겨 붙었다. 해당 건물은 지상 18층, 지하 4층 규모다. 지하 1~4층과 지상 필로티 공간에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지하 1층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서있다. 지상 1, 2층에는 음식점과 카페 등이 입점해 있고, 아파트에는 모두 360세대가 거주한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등 장비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필로티 구조 주차장 차량들에 불이 옮겨 붙으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일부 상인들은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층 천장 빈 공간의 가연성 마감재가 타며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기 공급이 원활한 필로티 구조상 화재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12일 오전 10시부터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양주=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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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의 마지막 봄 [위클리 리포트]

    어느새 여기도 봄이 내려앉고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봄이. 쨍한 햇빛에 눈이 부신 날. 하지만 그곳은 화사한 날씨는 도통 어울리지 않았다. 누군가 마주 걸어오면 피해가기도 힘든 좁은 골목. 서로를 버텨주듯 다닥다닥 벽을 맞댄 집들이 왠지 세월에 지쳐 보였다. 군데군데 박힌 붉은 페인트의 동그라미들과 ‘위험’ ‘접근금지’란 큼직한 글씨들. 얼핏 대문 틈으로 보이는 찢어진 우산살마저 한참 등이 굽었다. 사람들이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부르는 이곳. 노원구 중계본동 불암산 자락에 있는 ‘백사마을’은 그렇게 봄 아지랑이조차 먼지에 흩날려 지워졌다. 백사마을은 곧 사라질 운명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일 2025년까지 이 일대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약 18만7000m²의 땅에 공동주택 1953가구와 임대주택 484가구를 짓는다고 한다. 2009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된 지 12년 만에 들려온 소식이다. 하지만 그동안 백사마을의 삶이 멈춰 있었던 건 아니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 한구석에 쌓인 회색빛 연탄재. 어젯밤 누군가는 그 온기에 기대 또 하룻밤을 지냈으리라. 한때 1713가구 가까이 살았다던 이 마을엔 여전히 203가구가 남아 있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떠밀리듯 왔지만 이젠 고향이 되어 버린’ 백사마을 주민들을 만나봤다.○ 시절에 밀려 만들어진 달동네 꽃은 어디서 피어도 꽃이다. 철커덩 문이 열리자 마주한 수선화들. “좀 너절너절해도 사는 건 괜찮다”는 최선진 씨(88) 집 마당은 수줍은 미소만큼 꽃들이 만발했다. 할머니가 이곳에 정착한 건 서른 즈음이었던 1960년대. 50여 년 동안 겪은 풍파를 다 얘기하려면 몇 밤은 새워야 할 터. “하나하나 손수 심은 꽃들”이라며 바라보는 눈빛엔 자긍심과 쓸쓸함이 함께 묻어났다. “재개발이 된다, 된다 하더니만 이젠 진짜 나가려나 봐.” 샛노란 수선화 꽃잎이 살짝 바람에 떨리는 듯했다. “그때 동대문 막살이집촌에 살다가 불이 나는 바람에 집을 잃었지. 판자촌이니 순식간에 재가 됐어. 다른 이웃들과 80여 명이 여기로 흘러들었어. 나랑 남편도 4남매를 데리고 왔는데 천막 하나 내준 게 고작이었어.” 최 씨는 여기서 악착같이 4남매를 키워냈다. 마을 뒤쪽 불암산 자락에 있는 밭에서 배를 사서는 동대문시장까지 가서 과일 보따리 장사를 했다. 함께 이 집에 창호지를 발랐던 남편은 40여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는 “그래도 함께 지은 집만큼은 그대로 남은 거지. 지금도 셋째 딸이랑 여기서 잘 살고 있네”라고 했다. 김상윤 씨(83)가 백사마을에 들어온 것도 최 씨와 엇비슷한 그즈음이었다. 셈 빠른 할아버지는 “1967년 11월 3일”이라며 허리를 쫙 폈다. 용산에서 철거민으로 살던 그는 그해 집을 잃었고 살 곳을 찾아 여기로 왔다. “집 잃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다 여기로 밀어 넣었어. 살고 싶어서 온 데가 아니란 말이지. 시절에 떠밀려서 온 거야. 그렇게 이 마을에서 맨 처음 터를 닦았는데 결국 가장 마지막에 나가는 사람이 됐네.” 할아버지의 기억은 정확했다. 백사마을은 일명 ‘이주정착지’였다. 1967년 서울에 불어닥친 도심 개발. 용산과 영등포, 청계천 등지에 몰려 살던 빈민들은 갑작스레 거처를 빼앗긴 뒤 노원구 중계본동 산104번지에 내몰렸다. 백사마을은 그 번지수에서 딴 이름이었다. 엉성한 작명만큼이나 당시 그곳 사정은 열악했다. 개발보상금은 꿈도 못 꿨다. 한 가구당 8평 남짓 땅과 시멘트블록 200장, 텐트 1동이 지원받은 전부였다. 전기는커녕 연탄을 땔 아궁이도 없었다. ○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그렇게 하나둘씩 이뤄진 마을. 뒤늦게 들어온 이들도 저마다 사정은 애달팠다. 1983년 이곳에 터를 잡은 나춘환 씨(84)는 ‘자개장롱’ 하나만 이고지고 백사마을에 왔다. 번듯한 제지회사를 운영하다 ‘8·3 사채동결조치’에 부도를 맞고 모든 걸 잃은 그도 이곳만이 살길이었다. “어떻게든 그놈의 농 하나는 건지고 싶었어. 없는 살림에 그 큰 장롱 들어갈 집을 찾으니 구할 수가 있나. 마을 언덕을 얼마나 올라 다녔는지 몰라. 꼭대기까지 와서야 그나마 장롱 들어갈 집을 찾았지.” 그의 집 안방엔 여전히 그 자개장롱이 버티고 섰다. 40년이 넘게 흘렀는데 휜 곳 하나 없다. 나 씨 역시 그렇게 꼿꼿하게 이곳에서 처자식을 건사했다. “애들한테 당당하게 말했어. ‘결혼할 상대 있으면 언제든 여기 데려와 집을 보여주라’고.” 할아버지는 지난한 삶의 무게를 숨기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내 손때가 안 묻은 구석이 없지. 어찌 애착이 가지 않겠어.” 나 씨와 동갑내기인 탁윤균 씨(84)에겐 백사마을이 또 다른 기회의 땅이었다. 경북 성주에서 온 탁 씨는 1971년 당시 거금 14만 원을 주고 땅 32평을 샀다. 그는 자기 손으로 땅을 파고 합판을 잘라 작은 부엌 하나 딸린 단칸방을 넓혀나갔다. 이후 직접 굴착기를 몰고 만든 지하공간에 양말 공장을 차렸다. 함께 내려가 본 공장 지하실. 이젠 퀴퀴한 냄새만이 가득한 그곳엔 “한때 미싱이 20대도 넘게 돌아갔다”고 한다. 저쪽 구석에 놓인 망가진 미싱 한 대가 탁 씨의 과거를 뒷받침했다. 할아버지에게 공장은 꿈이자 자랑거리였다. 공장을 세울 때만 해도 무허가였지만 구청은 그에게 ‘무허가 건물 확인서’를 발급해줬다. 토지 소유주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에게 권리를 인정해주는 문서라고 한다. 탁 씨에게 확인서는 자신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증서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모여든 백사마을이었지만 이웃은 서로를 보듬으며 삶을 이어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시끌벅적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백사마을 6통 통장을 지냈던 김상윤 씨는 “우리 통에만 80가구가 모여 살았어.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 나이대도 엇비슷해 잘 어울렸지”라고 떠올렸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1년에 몇 번씩 동네 사람끼리 관광버스 빌려 여기저기 놀러 다녔어. 힘들어도 함께 즐겁게 재밌게 살았어. 아직도 남은 사람들끼린 그때 얘기를 해. 이젠 많이들 마을을 떠났거나 세상을 등졌지만.” 짹짹. 청량한 울음소리. 이웃이 떠난 김 씨네 집 처마엔 올해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 할아버지는 커다란 대못 2개를 구해 둥지 아래에 나무판자를 고정시켜 뒀다. “지들도 살아야지. 무너지지 말라고 받쳐뒀어.”○ 내년 봄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밀려들어 닦았던 마지막 터전. 그곳마저 잃는 게 두렵진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아직 남은 백사마을 사람들은 재개발 뒤에도 계속 이곳에 머물 수 있다. 서울시와 노원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2017년 10월부터 33번의 회의를 거쳐 ‘보존 재개발 원칙’을 세웠다. 낡은 저층 주거지를 개발하되 백사마을의 특성과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원주민들이 재개발에 떠밀려 가지 않도록 주거권도 보장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1960년대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된 마을의 역사를 보전하고 원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왠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마음 한쪽이 쓸쓸하다. 내쫓길 걱정은 안 하지만 그들이 세우고 닦은 ‘백사마을’은 이게 마지막인 게 아닐까. 왠지 자꾸만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는 기분이다. “요즘 매일 이 텅 빈 공장을 찾아와. 동네 한 바퀴 돌아본 뒤에 사무실에 들어와서 커피 마시고 TV도 보고…. 하루도 빠짐없이 와. 괜히 아쉬워서 그런가. 재개발 끝나면, 그래 끝나면 다시 돌아와야지.”(탁윤균 씨) “나랑 마누라랑 둘 다 여든다섯이야. 재개발이 한 사오 년은 걸리겠지? 그럼 아흔 살이 되는 거네. 우리가 그때까지 살아있을까. 올해 떠나면 이젠 마지막인 거지. 그간 자식들이 모시겠다고 해도 한사코 뿌리쳤는데, 이젠 거기 가서 살아야지. 지금이라도 털고 일어날 수 있지만…. 하루가 아쉬워서, 이렇게 남아 있네.”(나춘환 씨) 취재가 끝나고 백사마을을 떠날 무렵. 이 마을에서 53년 동안 살아온 윤석분 씨(83)는 작은 부탁을 해왔다. 이제 곧 떠날 마을. 사진 좀 찍어 줄 수 있느냐고. “4통에 살던 주민들 다 떠났어. 나랑 요기 앞집, 동생네만 남아있지. 나중에라도 여기 모습 좀 간직하고 싶은데, 여기저기 다 담아줄 수 있을까.” 찰칵찰칵. 어딘가로 흩어져 보이지 않던 봄 아지랑이 냄새가 코끝을 스쳐간다. 할머니의 수줍은 옅은 미소를 따라. 내년 봄, 제비들은 어느 처마 밑에서 둥지를 틀까.김수현 newsoo@donga.com·이소연 기자}

    • 202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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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모녀 살해’ 김태현 스토킹 혐의 추가적용

    서울 노원구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어머니와 여동생 등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현(25)에게 경찰이 현행법상 스토킹을 일컫는 ‘지속적 괴롭힘’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김태현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이 김태현의 스토킹과 관련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한 것은 현재 스토킹을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김 씨가 범행을 저지른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해 9월부터 시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이라 법적으로 ‘스토킹 혐의’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그 대신 현행법상 스토킹을 의미하는 지속적 괴롭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현은 그동안 진행된 4차례의 경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없이 혼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국선변호인이 선임됐지만, 경찰 조사에서 모두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를 받고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은 상당수 혐의를 이미 시인하고 있어 변호인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태현에 대한 2차례 프로파일러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사이코패스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9일 김태현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하면서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실물을 공개할 방침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김수현 newsoo@donga.com·조응형 기자}

    •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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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세모녀 살해 김태현, 지난달엔 여고생 대상 성범죄 벌금형

    서울 노원구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어머니와 여동생 등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현(25)이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음성메시지를 수차례 보내 벌금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김태현에게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자신의 신음소리를 휴대전화로 녹음한 뒤 여고생에게 수차례 파일을 전송한 혐의다. 당시 김태현에게 약식명령 결정문이 담긴 우편물이 송달됐으나 7일 이내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지난달 30일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약식명령은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는 공판 절차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료 등의 처분을 내리는 재판 절차다. 김태현은 지난해에도 성범죄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2019년 11월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여성 화장실에 들어가 몰래 훔쳐본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약식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4월 24일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 9월에는 모욕죄로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다수의 음란사이트에 반복해 접속한 기록도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은 6일 김태현이 수감된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 과학수사대 소속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면담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와 성장 배경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필요하면 사이코패스 검사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9일 오전 8시경 김태현을 검찰로 송치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실물을 공개할 예정이다.김수현 newsoo@donga.com·박상준·이소연 기자}

    •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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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여고생에 음란 음성파일 등 김태현은 ‘성범죄 전과자’

    서울 노원구에서 스토킹 하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어머니와 여동생 등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현(25)이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음성메시지를 수차례 보내 벌금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김태현에게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자신의 신음소리를 휴대전화로 녹음한 뒤 여고생에게 수차례 녹취 파일을 전송한 혐의다.당시 김태현에게 약식명령 결정문이 담긴 우편물이 송달됐으나 7일 이내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지난달 30일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약식명령은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는 공판 절차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료 등의 처분을 내리는 재판 절차다. 김태현은 지난해에도 성범죄로 벌금형에 처해진 전력이 있다. 2019년 11월 공공장소에서 여성화장실에 들어가 몰래 훔쳐본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약식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4월 24일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 9월에는 모욕죄로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다수 음란사이트에 반복해서 접속한 기록이 발견된 것으로도 밝혀졌다. 서울경찰청은 6일 김태현이 수감돼있는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 과학수사대 소속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면담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면담을 통해 범행 동기와 성장 배경 등에 심도 깊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김태현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검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

    • 202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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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 6년이 지났건만… 닮은 사람만 봐도 움찔

    “벌써 졸업한 지 6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하루에 두 번씩 공황장애 약을 먹어야만 버텨요.” 2015년 2월 졸업한 이모 씨(25)는 지금도 고교 시절을 떠올리면 온몸이 떨려온다. 처음엔 잘 어울렸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를 상대로 ‘공기놀이’를 시작했다. 공기놀이란 집단따돌림(왕따)의 최악 단계를 일컫는 속어. 아무도 곁에 오지 않았고,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단지 “튀어서 같이 다니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이 씨는 지금도 시내로 나갈 땐 몇 번씩 심호흡을 한다. 당시 가해자였던 ‘한때’ 친구를 마주칠까 봐 불안해서다. 얼핏 닮은 사람만 봐도 하루 종일 머리가 멍해진다. 이 씨는 “이젠 나도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화상 자국처럼 지울 수가 없다”며 “이번에 배구 선수들의 ‘학폭(학교폭력) 미투’를 보며 피해자들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이어져온 학폭 미투가 최근 프로배구 선수들에 대한 폭로를 계기로 다시 한번 거센 불길로 번지고 있다. 지금까진 연예인이나 프로선수 등 공인들이 주 대상이었지만, 최근엔 일반인 학폭에 대한 폭로도 쏟아지고 있다. 15, 16일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운동선수나 가수는 물론 현직 교육감의 자녀와 ○○항공 직원, 현직 경찰 등이 학폭을 저질렀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아직 진실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길게는 약 20년 전 기억도 끄집어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유사 경험을 가진 피해자들을 만나 보니, 이들은 “결코 때늦게 딴죽을 거는 게 아니다. 당한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상처가 낫기는커녕 더 곪아터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현재의 폭로 러시를 “오랫동안 혼자 혹은 가족 등만 괴로워하다가 같은 처지인 누군가의 용기를 보고 힘을 얻어 펜을 드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기에 학폭을 겪으면 그 상흔이 평생을 갈 수 있다고 짚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폭으로 인해 피해자는 무력과 모멸감, 수치심 등이 깊이 새겨져 성인이 돼서도 심리적 후유증을 안고 간다”며 “환자 사례를 살펴봐도 20년, 30년씩 정신적 장애를 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용기 얻었다” 일반인으로 번지는 ‘학폭 미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일반인에 대한 학폭 폭로는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교 2학년 때 따돌림을 당했다. 가해자는 ○○항공에 다닌다”며 신원 일부를 특정한 글이 올라왔다. “아버지가 현직 교육감인 가해자는 중학교 때 쉬는 시간마다 괴롭혔다”는 글도 16일 반향을 일으켰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선 “20년 전 괴롭혔던 가해자가 지금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한다”는 폭로도 나왔다. 피해자들은 모두 학폭을 당한 뒤 학교가 감옥으로 변했다고 했다. 안에서도 고통받았지만, 벗어나도 마음에 ‘빨간 줄’이 그어진 건 오히려 피해자들이었다고 한다. 조만간 다니는 대학을 관둘 예정인 A 씨(19). 그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학교에서는 숨통이 막히기만 했다. 중학교 시절 학폭 때문이다. 어머니가 일본인이란 이유로 시작된 집단괴롭힘은 이후에도 줄곧 발목을 잡았다. 가해자들과 떨어진 고교에 가면 족쇄에서 벗어날 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다시 과거가 그를 옭아매며 학교에 앉아 있기만 해도 고통스러웠다.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퇴한 뒤 마음을 잡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학교였다. “제가 문제인가 싶어 대인관계를 다룬 책들까지 읽어봤어요. 하지만 몸부림쳐도 바뀌는 건 없었죠. 내 잘못이 아니란 걸 받아들이는 데만 몇 년이 걸렸어요. 하지만 그새 전 ‘학교엔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 돼 버렸죠.” 초등학교 때 학폭을 당했던 대학생 김모 씨(22)는 지난해 학교에서 가장 원치 않았던 순간을 맞닥뜨렸다. 당시 가해자가 같은 과에 후배로 입학한 것이다. 10년 가까이 잊으려 애썼던 상처가 고스란히 터져 버렸다. 한동안 지원단체에서 상담을 받은 뒤에야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김 씨는 “다 지나서 왜 그러냐는 시선도 있다는 걸 안다. 그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학폭 피해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당사자와 가족에게 자기 인생을 위해서라도 잊으라고 말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최근 학폭 미투처럼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고 가해자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해야 그나마 마음을 연다”고 말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김수현·이상환 기자}

    •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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