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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골 폭풍’을 이어간 손흥민(26·토트넘)이 잉글랜드 무대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눈앞에 뒀다. 24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2골(1도움)을 넣은 손흥민은 시즌 득점을 8골로 늘렸다. 시즌 초반 아시아경기 참가 등 강행군에 따른 체력 저하로 부진했던 그는 12월에만 5골(7경기)을 뽑아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득점 기록(5골)과 타이를 이뤘다. 2016∼2017시즌 21골, 2017∼2018시즌 18골을 넣은 손흥민은 2골만 더 넣으면 잉글랜드 무대 3시즌 연속 10골 고지에 오른다. 손흥민이 득점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19 아시안컵 전에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년 1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까지 소속팀 6경기(리그컵 등 포함)를 치른 뒤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 에버턴전에서 손흥민은 자신이 다양한 공격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측면 공격수가 주 포지션인 그는 이날 해리 케인과 최전방 투톱으로 출전해 맹활약했다. 전반 27분에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골문을 비우고 나온 에버턴 골키퍼와 수비수가 볼 처리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재빠르게 쇄도한 손흥민은 볼을 낚아챈 뒤 오른발 슈팅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토트넘이 4-2로 역전한 후반 16분에는 상대 수비수들 사이를 절묘하게 빠져나간 뒤 에리크 라멜라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첫 골은 슈팅 각도가 좋지 않았지만 정확히 목표 지점(골문 안)으로 볼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연계 플레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후반 29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케인의 득점을 도왔다. 케인은 “손흥민에게 ‘내가 골을 넣게 도와 달라’고 투정을 부렸다. 결국 후반전에 나를 도와줬다”며 웃었다. 토트넘의 6-2 승리를 이끈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EPL 사무국은 트위터에 성탄절을 앞두고 터진 손흥민의 득점 소식을 전하면서 손흥민의 성을 따서 ‘Sonta Claus came to town!’(손타클로스가 우리 마을에 오셨네)라는 표현을 썼다. 유럽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 팀 최고인 평점 9.9점을 줬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의 골 결정력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합류로 토트넘(현재 리그 3위)을 떠나기 전까지 팀 순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는 “한 시즌은 길기 때문에 (우승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KCC 브랜든 브라운의 손을 떠난 공이 림을 맞고 튕겨 나오자 송교창(KCC·사진)은 재빠르게 골밑으로 달려들어 리바운드를 잡았다. 그러고는 침착하게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4쿼터 종료 19.5초를 남기고 83-83 동점을 만드는 값진 득점이었다. 삼성의 마지막 공격이 실패로 끝나면서 양 팀은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송교창의 활약은 계속됐다. 적극적 돌파를 선보인 그는 연장 1차 종료 1분 22초를 남기고 골밑슛(2점)을 성공시키는 동시에 반칙까지 얻어냈다. 그는 반칙으로 얻은 추가 자유투(1점)까지 성공시켜 KCC의 92-88 리드를 이끌었다. 사실상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득점이었다. 송교창이 데뷔 이후 최다인 30득점을 폭발시킨 KCC는 23일 전주에서 열린 삼성과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안방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0-92로 승리했다. KCC는 송교창과 함께 이정현(21득점), 브라운(23득점)이 승리를 이끌었다. 송교창은 “전 경기에서 4득점으로 부진해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오늘은 악착같이 잘해보자’고 다짐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KCC는 6위를 기록했다. 시즌 개막 전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KCC지만 좀처럼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송교창은 “오늘 경기의 승리를 분위기 반전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팀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KCC는 10월 24일 현대모비스전 이후 발 부상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장신 센터 하승진(221cm)도 복귀했다. 한편 오리온(8위)은 KGC(5위)를 96-86으로, LG(4위)는 SK(9위)를 87-65로 꺾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 모인 2000여 명의 팬들은 ‘피겨 왕자’ 차준환(17)과 함께 호흡했다. 차준환이 도약을 위해 빠르게 스케이팅할 때 두 손을 모으고 초조하게 지켜보던 팬들은 화려한 점프가 빙판을 수놓자 환호성을 터뜨렸다. 차준환이 통통 튀는 스텝 연기를 펼칠 때는 팬들이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23일 열린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싱글의 주인공은 차준환이었다.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하며 새 역사를 써 ‘남자 김연아’로 불리는 차준환은 압도적 실력으로 국내 무대 정상에 섰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79.73점을 획득한 차준환은 총점 257.0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이준형(201.27점)과는 55.74점 차.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주무기인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를 시도하다가 큰 실수를 했던 차준환이었다. 도약 후 공중에서 회전력이 떨어져 2회전에 그친 것. 하지만 이날은 ‘4회전 점프쇼’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전날의 실수를 만회했다. 그는 프로그램 초반에 배치한 4회전 살코와 토루프를 모두 깔끔히 성공시키며 가산점을 챙겼다. 차준환은 “오늘도 연습 때는 4회전 점프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스스로 ‘침착하자’고 되뇌며 집중한 덕분에 모처럼 2개의 4회전 점프를 모두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자신의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또한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년 2월 ISU 4대륙 선수권 출전권도 얻었다. 차준환은 “발에 잘 맞지 않는 부츠와 발목 부상 문제로 힘들었던 가운데 좋은 성과를 거둔 한 해였다. 내년에는 부츠도 교체하고 컨디션도 회복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여자 싱글에서는 ‘포스트 김연아’ 임은수(15)가 우승을 차지했다. 11월 ISU 시니어 그랑프리 로스텔레콤컵에서 김연아 이후 9년 만에 여자 싱글 메달(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국내에는 적수가 없음을 입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8.98점을 기록했던 그는 23일 프리스케이팅 127.81점을 합쳐 총점 196.79점으로 1위에 올랐다. 그는 이날 트리플(3회전) 살코 점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나머지 6가지 점프에서 가산점을 챙겼다. ‘노력파’ 임은수는 올해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도 휴식보다 훈련을 생각했다. 임은수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도 점프 실수를 줄이기 위해 훈련을 하겠다. 4대륙 선수권에서는 클린 연기를 펼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우리 팀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모든 상대를 존중하겠다.” 23일 결전지 아랍에미리트(UAE)에 입성한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신중한 출사표를 냈다. 교과서적 발언이지만 이 말 속에는 2019 UAE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이 추구하고자 하는 전술적 움직임이 담겨 있다.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리는 한국이지만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아시안컵 정상에 서지 못했다. 대회 때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상대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하거나, 역습에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59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하는 벤투 감독은 대표팀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출발점은 상대를 얕보지 않는 데 있다. 벤투 감독은 “큰 대회에서는 공격만큼 수비를 잘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여러 변수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조별리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 한국은 필리핀(116위), 키르기스스탄(91위), 중국(76위) 등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들과 맞붙는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상대들은 수비를 두껍게 한 뒤 빠른 역습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벤투 감독은 중앙 수비 자원으로 기동력이 좋은 김민재(전북)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등을 선발했다. 둘 모두 빠른 발과 몸싸움 등을 앞세워 역습을 차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수비진 전체를 조율하는 골키퍼 조현우(대구)도 실점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큰 경기, 작은 경기라는 것은 없다.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종 엔트리의 측면 수비수들을 살펴보면 상대 밀집 수비를 허물기 위해 벤투 감독이 고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진수 이용(이상 전북) 홍철(수원) 김문환(부산) 등 모두 오버래핑에 능한 선수들이 승선한 것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 때도 수비를 견고히 한 뒤 측면 수비수의 공격 가담으로 빠른 공수전환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공격 전개를 공격수와 미드필더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측면 수비수를 동원해 수적 우위 속에 연계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허무는 것이다.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실수를 저질렀던 측면 수비수 김진수는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당시 그는 볼 처리와 대인 방어 실수로 호주의 결승골에 빌미를 제공했다. 김진수는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내 실수로 준우승에 그쳤다. 그때보다 많은 경험을 쌓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또다시 혼자가 됐다. 삶에 멈춤은 없다. 돌아 가보자, 다시.’ 11월 18일. 한국축구대표팀의 호주 방문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해 소속팀으로 복귀하게 된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은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에 발탁될 때마다 부상 악재를 만났던 구자철이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던 그이지만 벤투 감독은 “구자철은 대표팀에서 영향력이 큰 선수다”며 구자철을 중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부상이 끊이지 않았던 구자철은 좀처럼 대표팀에서 실전을 소화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벤투호’ 1기(9월)에는 무릎 부상 여파로 소집되지 못했다. 2기(10월)에는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급성 신우신염(신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고열 등이 특징적인 증세)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3기(11월)의 호주 방문 경기에 마침내 합류했지만 경기 중 부상(요추 및 고관절 염좌)으로 중도 이탈하게 됐다. 그런 구자철에게 19일 헤르타 베를린과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는 내년 1월 아시안컵 무대를 밟기 위한 마지막 기회와도 같았다. 20일 벤투 감독의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를 하루 앞두고 열린 경기였기 때문. 대표팀 관계자는 “벤투 감독은 구자철 등 해외파의 경기 영상을 모두 확인하며 몸 상태와 경기력을 체크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전에 선발 출전한 구자철은 득점포를 가동하며 아시안컵 대표팀 승선 가능성을 밝혔다. 구자철은 전반 39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아우크스부르크는 2-2 무승부를 거뒀다. 9월 22일 브레멘전 득점 이후 약 3개월 만에 나온 구자철의 시즌 2호골. 또한 구자철은 이날 팀 내 최다인 11.81km를 뛰면서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였다. 구자철은 공격·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대표팀은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남태희(알두하일SC)가 십자인대 파열로 아시안컵 출전이 좌절된 상태.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구자철은 남태희의 포지션에서도 뛸 수 있다. 남태희가 돌파에 강점이 있다면, 구자철은 연계 플레이와 슈팅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5골로 득점왕에 올랐지만,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팔꿈치 인대를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다. 아시안컵에서 최고와 최악의 순간을 모두 맛본 구자철이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무대에 나서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벤투 감독은 20일 유럽파를 제외하고 진행된 울산 동계훈련의 마지막 연습 경기를 마친 뒤 최종 명단을 발표한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아직도 그때(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생각하면 꿈만 같아요. 지난 몇 개월간 저를 둘러싼 변화가 소름 끼칠 정도입니다.”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 공격수 황의조(26·감바 오사카)는 자신이 한국 최고 선수로 선정됐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 눈치였다. “‘90분간 한 번은 골 기회가 온다’고 되뇌며 매 경기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찬스 때마다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5개월 전만 해도 황의조는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가 아시아경기에 나설 23세 이하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뽑힌 7월. 당시만 해도 A매치 11경기에서 1골을 넣는 데 그쳤던 그의 선발을 두고 ‘인맥 발탁 논란’까지 일었다. 김학범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58)이 사제 인연으로 황의조를 뽑았다는 것. 황의조는 프로축구 성남 시절 김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많은 골로 논란을 잠재우겠다”며 넘치는 자신감을 보인 황의조는 아시아경기를 통해 ‘인생 역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9골(7경기)로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팬들은 “감독의 인맥으로 모셔온 ‘갓의조’(신을 뜻하는 god과 황의조의 합성어) 덕분에 우승했다”며 환호했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아시아경기를 지켜본 뒤 황의조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지난해 10월 모로코와의 친선경기 이후 약 11개월 만의 A대표팀 복귀였다. 골 감각을 유지한 황의조는 A매치 6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벤투호’의 무패 행진(3승 3무)을 주도했다. 황의조는 “아시아경기 등을 통해 경험과 자신감을 얻은 덕분에 A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올 시즌 감바 오사카(일본)에서 34경기에 출전해 21골이나 터뜨렸다. 올해 소속팀과 대표팀을 통틀어 33골(47경기)을 터뜨린 황의조는 한국 최고의 남자 축구 선수로 우뚝 섰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황의조에게 ‘남자 올해의 선수상’을 수여했다. 황의조는 언론사와 협회 올해의 선수 추천위원회의 투표 결과 218점을 얻어 손흥민(토트넘·171점), 조현우(대구·62점)를 제쳤다. 황의조는 황선홍(A매치 103경기 50골)의 뒤를 이을 대형 스트라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골 결정력은 황의조가 (황선홍보다) 더 뛰어나다. 황의조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슈팅할 수 있는 공격수는 쉽게 찾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황의조의 시선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향하고 있다. 그가 아시안컵에서도 고공비행을 한다면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 황의조는 “아시아경기의 활약으로 상을 받은 만큼 이번엔 아시안컵에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유럽에서 뛰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올해의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의조가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황의조 등 아시아경기를 함께 치른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의 여자 선수상은 인천현대제철의 우승 주역 장슬기(24)가 선정됐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보너스가 비처럼 쏟아지고 있다.” 베트남 언론 징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이후 수많은 포상금을 받고 있는 자국 대표팀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베트남 기업들은 10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오른 대표팀에 앞다퉈 포상금을 내놓고 있다. 금전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의 특색을 살린 서비스 상품도 제공되고 있다. 베트남 언론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차량 호출 서비스를 하는 베 그룹은 20억 동(약 9700만 원)의 포상금과 함께 자사 차량 호출 서비스 앱 1년 무료 이용권을 제공했다. 스마트보안업체 PHG는 대표팀 선수와 선수 가족 등에게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도어벨 1000개(36억 동 상당)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수출입은행, TP은행, 가전업체 아산조, 이동통신업체 비나폰 등은 각각 10억 동(약 49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박 감독은 “팀 전체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포상금은 베트남축구협회가 기업들로부터 지급받은 후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분배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자동차업체 타코 그룹으로부터 별도 지급받은 포상금은 기부를 약속했다. 타코 그룹은 선수들에게 20억 동을, 박 감독에게는 10만 달러(약 1억1300만 원)를 수여했다. 박 감독은 “내 포상금은 베트남 축구 발전과 불우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17일까지 베트남 대표팀이 기업들로부터 확보한 포상금은 80억 동(약 3억8800만 원·서비스 상품 제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팀을 후원하겠다는 기업이 줄을 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포상금 총액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베트남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266만 원인 걸 고려할 때 수억 원의 포상금은 엄청난 금액이다. 베트남의 우승으로 박 감독의 몸값도 뛸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2020년 1월 31일까지 계약된 박 감독은 3억 원가량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의 연봉 인상을 돕겠다는 베트남 재벌도 나타났다. 과거 베트남축구협회 재정담당 부회장이었던 조안 응우옌죽(호앙 아인 자라이 그룹 회장)은 “박 감독의 연봉 지급을 위해 협회에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거리는 기쁨의 폭풍에 휩싸였다. 온몸에 국기를 두른 채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올라 시끄러운 나팔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도시를 휩쓸고 지나가는 ‘디 바오’(베트남 축구팬들의 길거리 폭풍 세리머니)가 베트남 전역을 휩쓴 15일 밤 한국인들은 경기장 근처를 쉽게 지나갈 수 없었다. “요즘은 그냥 못 지나가요. 한국인들을 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막 안아줍니다. 한국말로 ‘사랑해요 코리아’라고 합니다.” 베트남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소태완 씨(39)는 “요즘 베트남에서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라는 한국말은 기본”이라고 했다. 모두가 박항서 감독(59) 덕분이라는 설명이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말레이시아를 1-0으로 물리치고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한 이날 관중은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 호찌민과 박 감독의 사진을 나란히 들고 응원전을 펼쳤다. 베트남 현지에서 경기를 보았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 골키퍼 김병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보다 열기가 더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열기가 엄청났지만 그 열기가 1년 내내 지속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지난해 부임 이후 1년 내내 추앙받고 있다. 박 감독에 대한 존중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부임한 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아시아경기 4강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16연속 무패(8승 8무)라는 세계 기록도 세웠다.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의 기록들이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베트남인들의 박 감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신드롬을 넘어 열풍으로 확산됐다. 교민들은 최근 삼성전자와 케이팝으로 시작해 한국 화장품이 이끌어 온 베트남 한류의 최절정에 박 감독이 있다고들 한다. 베트남에서 TV를 틀면 박 감독을 모델로 한 소시지, 로컬 기업 광고 등이 쏟아진다. 소 씨는 “박 감독의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 보니 박 감독과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도 인기 있다”며 “이분도 가는 곳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장 안팎에는 뒤통수에 박 감독 얼굴을 새기거나 문신을 한 청소년들, 박 감독으로 분장한 사람들도 있었다.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태극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분장을 한 팬까지 등장했다. 이 사연을 소개한 현지 교민은 “한국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남북 관계가 잘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했다. 베트남 자동차업체 타코그룹은 박 감독에게 10만 달러(약 1억1300만 원)의 우승 축하금을 수여했다. 박 감독은 “축하금을 베트남 축구 발전과 불우이웃을 위해 쓰겠다”며 기부를 약속했다. 박 감독에 대한 열풍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경기의 시청률은 18.1%로 한국과 우루과이 대표팀 간 경기 시청률 12.8%(닐슨코리아)보다 높았다. 서울의 한 아파트촌에서는 베트남의 첫 골이 터지자 마치 한국 팀의 골이 터진 것처럼 환성이 터져 나왔다. 축구팬들은 베트남 현지 소식에 “박 감독이 외교관 100명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열광했다. 베트남에서의 박 감독 열풍에 대해 호찌민에 거주하는 교민 이용훈 씨(48)는 “프랑스 식민지, 미군과의 전쟁 등을 거친 베트남인들에게 박 감독은 베트남의 고된 근현대사 속에서 베트남 국민 전체에 기쁨을 준 최초의 외국인일 것이다. 단순히 축구인 그 이상이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인 부두이 뚱 씨(27)는 “박 감독은 우리의 영웅이다. 승리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국가적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선수들을 진정으로 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파파’(아버지)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박 감독 신드롬은 2002년에 대한 향수와 대리만족이 함께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국내 축구팬 박명진 씨(33)는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보면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향기가 난다. 외국인 지도자의 성공 신화와 거리 응원 등 전 국민이 열광에 빠진 모습 등이 그렇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라는 집단 정체감이 강한 한국 사회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을 보면 마치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동일화하고 만족감을 얻는 것과 같은 현상이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적 침체기에 박 감독의 성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박 감독은 “이 승리는 베트남인 모두가 이뤄낸 것이다. 이 승리를 베트남 팬들에게 바친다”면서도 “제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주세요”라고 전했다. 베트남과 한국 모두에 뜨거운 호응을 일으킨 우승 소감이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항서 감독(59)은 아직 베트남어에 익숙치 않다. 그는 “베트남어가 굉장히 어렵다. 인사 정도는 아는데…. 통역 등을 동원해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4강), 스즈키컵(우승)까지 올 한해 베트남 축구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끄는 동안 박 감독은 때로는 강한 어조로, 때로는 자상한 몸짓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는 선수들이 나태해질 때는 “너희들 베트남 정신을 상실한 것 아니냐”며 ‘채찍질’했다고 한다. 한밤 중에 실시되는 상체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힘겨워했던 선수들이다. 박 감독은 “단결, 자존심, 영리함, 불굴의 투지, 목표 의식 같은 베트남 정신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는 투지를 일깨우는 말을 자주했다. 그는 “기적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기적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은 없다. 우리의 피와 땀에서 기적이 만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선수들의 발 마사지를 직접해주거나, 부상 선수에게는 자신의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 등 적극적 스킨십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베트남 언론 ‘탄 니엔’은 “박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셀카’를 찍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와 아들처럼 대화한다. 승부차기 순간에는 벤치 뒤로 숨기도 하는데 이런 귀여운 모습도 인기의 비결이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 감독. 하지만 2002년에 한일 월드컵의 성공(4강)과 같은 해 우승을 예상했던 부산 아시아경기의 실패(동메달)라는 부침을 모두 겪어 봤던 박 감독의 마음은 평상시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와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앞두고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인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어느 날 아침에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인기다. 좋은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미딘 경기장(4만192석)에는 4만 명의 베트남 팬이 있다. 그들과 함께 상대를 압도하겠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59)의 이 말은 우승을 열망하는 베트남의 축구 열기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14일 베트남 누리꾼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응원으로 상대에게 좌절을 안기자”는 반응을 보였다. 베트남은 15일 오후 9시 30분(한국 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 안방 경기를 치른다. 붉은 바탕의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손에 들고,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른 베트남 팬들의 열정이 폭발하는 곳이 미딘 경기장이다. 베트남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안방경기 시 미딘 경기장의 관중 함성은 120dB(데시벨)에 달한다. 전기톱(100dB)보다 큰 소리로 상대의 기를 죽이는 것이다. 여기에 베트남 전역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방문경기를 치르는 말레이시아도 하노이행 비행기를 증편하는 등 대규모 응원단을 꾸리면서 결전을 앞둔 하노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스피드와 세트피스의 대결 1차전 2-2 무승부로 유리한 고지에 오른 팀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방문경기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2차전에서 0-0 또는 1-1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한다. 또한 베트남은 1차전에 공격수인 응우옌아인득 등 주전 일부가 뛰지 않아 체력 싸움에서도 우위에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빠른 공수 전환과 강한 압박을 앞세워 공격적 경기 운영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은 1차전에서 민첩성이 떨어지는 말레이시아 수비진을 공략하기 위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향하는 침투 패스를 수차례 시도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베트남은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강팀이라면 0-0으로 비겨도 우승하는 베트남이 수비적인 경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전력에서 크게 밀리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 침투 등 기존의 경기 운영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2차전에서 반전을 꾀하는 말레이시아는 경기 초반 베트남의 공세를 막는 데 주력한 뒤 세트피스(프리킥 등)에서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트피스는 공이 정지된 상황에서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에 상대의 거친 압박을 피해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의 세트피스를 이끈 미드필더 사파위 라시드의 왼발을 주목해야 한다. 킥력이 뛰어난 그는 왼발 감아차기 프리킥으로 2-2 동점을 만드는 골을 터뜨렸다. 베트남이 말레이시아에 프리킥 등 세트피스를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페널티박스 근처에서의 불필요한 반칙을 줄여야 한다. ○ ‘쌀딩크의 전설’ 완성될까 베트남이 우승을 할 경우 10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오른다. 또한 베트남 언론과 폭스스포츠 아시아 등에 따르면 베트남이 결승 2차전에서 승리 또는 무승부를 거둘 경우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연속 무패 신기록(16경기) 우승을 작성하게 된다. 결승 1차전까지 베트남은 A매치 15경기 연속 무패(7승 8무)로 프랑스와 A매치 최다 무패 타이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박 감독은 국내 팬들에게 ‘쌀딩크’로 불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72·네덜란드)을 보좌했던 그가 쌀국수로 유명한 베트남에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외국인 지도자로서 각국 축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감독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배운 것들이 외국인 감독 생활을 하는 데 100% 도움이 된다”고 말했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끈 한일 월드컵 당시 ‘공포의 삑삑이(타이머)’를 켜놓고 왕복달리기 등을 실시해 한국 선수들의 체력을 키웠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이 ‘70분 이후에도 몸싸움에서 지지 않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공포의 야간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했다. 박 감독을 보좌하고 있는 배명호 피지컬 코치는 “베트남 선수들이 하체는 튼튼한데 상체 근력이 약했다. 그래서 한밤중에도 정말 열심히 상체 운동을 시켰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정말 힘들어했다. 하지만 꾸준히 훈련한 결과 근육이 고르게 발달하면서 힘과 지구력까지 좋아졌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탁월한 선수 관리 능력을 지녔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 관계자는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장 밖 생활에도 관심을 가졌다. 친구와 다퉈 기분이 상해 있는 선수에게는 일부러 농담을 던지거나 장난을 쳐서 기운을 북돋아 줬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발마사지를 직접 해주거나, 부상 선수에게 자신의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 방식 등 ‘파파(아버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협회가 나를 영입하면서 가장 먼저 부탁한 것이 ‘스즈키컵 우승을 이뤄 달라’는 것이다.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도 높아 부담이 크지만 운명이라는 생각으로 재밌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로 좌절에 빠졌던 축구대표팀은 8월 파울루 벤투 감독(49·사진) 부임 이후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안정적 빌드업(공격 전개)과 빠른 공수 전환, 강한 압박을 통해 경기 주도권을 쥐는 팀이 된 것. 벤투 감독은 이를 두고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로 표현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대표팀은 월드컵 등에서 수비적 경기 운영을 했지만 벤투 감독 부임 이후에는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평가했다. ‘벤투호’는 우루과이 등 강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무패 행진(3승 3무)을 이어가고 있다. 벤투 감독은 13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콘퍼런스에서 지도 방식을 공개했다. 무엇이 팀을 변화시켰는지 살펴봤다○ 벤투 사단의 비기(秘記) ‘선수 평가 리포트’ 벤투 감독은 코치들과의 분업을 통해 대표팀 후보군에 속한 K리거와 해외파에 대한 ‘선수 평가 리포트’를 작성한다. 이 리포트를 통해 “선수가 6개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평가한다”고 했다. 공격 조직(전개), 공격 전환(역습), 공격 세트피스, 수비 조직, 수비 전환, 수비 세트피스에서 드러난 장단점을 평가한다. 이 6가지 요소는 벤투 감독이 선수를 평가하는 기본 항목인 셈이다. 공격수라고 해서 공격 능력만 점검하는 것이 아니다. 팀 전체가 경기 내내 강한 압박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공격수도 수비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선수가 소속 팀 경기 도중 포지션이 바뀌면 그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도 체크한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는 상대 전술, 주전 선수 부상 등으로 전술을 변경해야 할 때가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포지션이 바뀔 때의 모습까지도 점검하는 것이다.○ 영상을 통한 명확하고 세밀한 지시 벤투 감독 부임 이후 6경기에서 경기를 뛴 선수는 32명이다. 그러나 벤투호는 선수가 바뀌어도 팀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 벤투 감독이 포지션별로 대표 선수의 조건과 움직임 등을 정립하고 명확하게 지시를 내리기 때문이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팀 전체가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직력이 빠르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이상적인 중앙 수비수의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기술력과 제공권이 있어야 한다. 전방 압박을 했을 때 수비 뒤 공간을 막아줄 빠른 발도 필요하다. 여기에 수비 라인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소통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표팀이 소집되면 벤투 감독은 새롭게 발탁된 선수를 따로 불러 미팅을 한다. 단순히 구두로 지시하지 않는다. 대표팀 영상을 함께 보면서 해당 선수를 뽑은 이유와 수행해야 할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지시한다”고 말했다. 기존 지도자들은 선수의 움직임에 대해 구두로 설명할 때가 많았는데, 이때는 선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호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필요한 움직임을 구체적인 영상을 통해 보여주면 훨씬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시 덕분에 선수들도 효율적으로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다. 일부 선수는 소속 팀에 돌아가서도 대표팀이 요구한 조건의 선수가 되기 위해 개별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골키퍼까지 패스 훈련 벤투호의 훈련이 끝나면 골키퍼들은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인다. 비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는 볼 캐치 훈련이 주로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훈련이 시작될 때면 대표팀 골키퍼를 한쪽으로 데려와 패스 훈련을 시킨다. 롱킥부터 패스를 받아 정확하게 땅볼 패스를 주는 훈련까지.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의 전술에 맞춰 골키퍼부터 패스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일대일과 세트피스 방어 등의 훈련을 시작한다. 필드플레이어의 경우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가 30분간 워밍업을 지휘한 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측면 수비수의 공격 가담 등 세밀한 전술 훈련을 지도한다. 벤투 감독은 “모든 분석 내용 등을 코치들과 공유하며 팀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목표는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이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정말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며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대전=김재형 monami@donga.com / 정윤철 기자}
팀 해체 위기에 몰린 아산무궁화가 2019시즌에도 프로축구 K리그2(2부)에 참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수 구성 방안은 마련됐지만 재정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12일 아산 구단은 “내년에도 K리그2 무대에 서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규정한 클럽 최소 인원(20명)을 맞출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당초 아산은 선수 수급을 담당하는 경찰청이 의무경찰 신분 선수를 충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해체 위기에 몰렸다. 2019년에 전역자를 제외하면 14명만 남아 클럽 최소 인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아산은 우선 내년 시즌에는 의무경찰 선수와 일반 선수의 혼합 형태로 팀을 구성해 리그에 참가할 계획이다. 이 경우 현 아산무궁화 소속 선수들은 내년 시즌까지 활동하며 군 복무 기간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 아산 관계자는 “의무경찰 선수와 일반 임대 선수, 신인 선수 등을 혼합한 형태의 과도기적 운영을 할 계획이다. 선수 14명이 군 복무를 모두 마친 뒤인 2020년에는 시민구단으로 완전히 전환해 팀을 창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단의 재정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아산시의회는 이날 아산구단이 예산으로 요청한 19억5000만 원 가운데 5억 원만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 관계자는 “후원사 지원금, 추경예산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는 “아산은 20일까지 회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산의 리그 참가 계획서와 재정 상황을 모두 고려해 K리그2 참가 여부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박항서 감독(59)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을 눈앞에 두자 베트남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은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1차전 방문경기에서 2-2로 비겼다. 하지만 방문 다득점 우선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1-1 또는 0-0으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 결승 2차전을 앞둔 베트남의 축구 열기는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 방송인 ‘VTV’는 30초짜리 광고료를 9억5000만 동(약 4598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광고료인 8억 동을 뛰어넘는 최고 기록이다. 박 감독의 선전은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대회를 중계 중인 SBS스포츠에 따르면 결승 1차전 시청률은 4.706%(닐슨코리아)로 프로야구를 포함해 올해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스포츠 장르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1차전이 열린 부킷 잘릴 경기장 티켓 8만 장은 모두 팔렸다. 온라인으로 판매한 4만 장은 판매 개시 30분 만에 매진됐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를 비롯한 관중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베트남 팬들은 1차전이 열리는 동안 하노이에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경기장에 비옷을 입고 모여 대형 전광판에 비치는 경기 장면을 보고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67만 원에 이르는 말레이시아 1일 축구 관람 패키지 상품이 등장했고 수천 명의 팬이 원정 응원을 다녀왔다. 2차전이 열리는 하노이의 열기는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2차전이 열리는 미딘 경기장의 규모는 4만 석이다. 1차전 부킷 잘릴 경기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10년 만의 우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인 베트남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응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경기장을 찾는 말레이시아 팬 8만 명의 응원이 큰 걱정거리였다. 2차전에서는 베트남 팬들이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적지에서 패하지 않았다. 이제 안방에서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후반에 많은 기회를 놓쳤기에 실망스러웠다. 2차전을 위해서는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우승 가능성을 앞에 두고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체력 소모가 극심했던 1차전이 끝난 후 베트남이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일부 주전 선수가 경기에 뛰지 않아 결승 2차전에 대비한 체력 비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날 박 감독은 대회 기간 교체 선수로 뛰었던 공격수 하득찐과 미드필더 응우옌후이훙을 선발로 기용했다. 그 대신 주포인 응우옌아인득과 미드필더 르엉쑤언쯔엉 등에게 휴식을 줬다. 후이훙은 전반 22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베트남 언론은 “최강 전력으로 나온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박 감독이 성공적인 용병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아인득 등은 2차전 경기에 나설 것이다. 경험이 많고 골 결정력이 있는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베트남은 2골 모두 세트피스(프리킥) 상황에서 내줬다. 박 감독은 “반칙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반칙을 한 게 실점의 빌미가 됐다. (2차전에서는)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하지 않도록 (수비를)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떴다(인기가 많아졌다는 뜻)는 느낌요? 경기장에 들어설 때 응원 소리가 더 커진 것 같아요. 덕분에 긴장을 풀고 자신 있게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차준환(17·휘문고)은 11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20여 명의 팬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활짝 웃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8일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딴 차준환이 이날 귀국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딴 건 2009년 김연아(금메달) 이후 9년 만이다. 한국 남자 피겨의 ‘개척자’로 우뚝 선 그는 “내 페이스대로 차근차근 성장해 세계선수권,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차준환이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메달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난도가 높아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추가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그는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더 큰 기술이 필요하다. 비시즌에는 현재 시도 중인 4회전 살코(기본점수 9.7점)와 토루프(9.5점) 외에 플립(11점)과 루프(10.5점)도 연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급하게 새 기술을 익히지는 않겠다고 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무리하게 4회전 점프 훈련을 하다가 발목과 고관절을 다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급하게 기술을 장착하려다가는 발전보다 정체가 올 수 있다.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환이 부상 방지에 초점을 두는 또 다른 이유는 계속해서 키가 자라면서 체형 변화가 생기고 있고 부츠 문제도 완벽히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올해 초에는 키가 176cm 정도였는데 지금은 180cm가 조금 안 되는 것 같다. 점프 훈련 등을 할 때 가끔 균형이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다행히 발(260mm)은 크지 않았지만 발에 꼭 맞는 부츠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에서 훈련을 할 예정인 차준환은 전국겨울체육대회 서울시 예선(16일)과 회장배 랭킹대회(21∼23일)에 출전한다. 인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K리그2(2부) 부산의 1부 승격이 좌절된 뒤 김문환(23·부산)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이 1, 2차전 합계 2-4로 FC서울(1부)에 패한 뒤였다. 하지만 그는 마냥 슬퍼할 수 없었다. 11일부터 축구국가대표팀의 울산 동계훈련에 소집돼 경쟁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 김문환은 마음을 다 잡았다. “아시안컵으로 가기 위한 최종 훈련이다. 냉혹한 경쟁 속에서 내 장점을 모두 보여주겠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11일부터 20일까지 울산에서 훈련을 한 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최종 명단을 확정한다. 이번 훈련에는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파가 빠지고 국내파와 중국, 일본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소집돼 경쟁을 펼친다. 4년 전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열린 제주 전지훈련에서는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인 공격수 이정협(쇼난 벨마레)이 최종 명단에 깜짝 발탁돼 본선에서도 맹활약한 바 있다. 이정협은 당시 소속팀 상주가 2부로 강등된 상태였다. 김문환은 이정협처럼 ‘2부 리그 출신 신데렐라’가 되기를 꿈꾼다. 김문환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멤버인 베테랑 이용(전북)과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서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동계훈련 소집 선수 중 오른쪽 측면 수비수는 이용과 김문환뿐이기 때문에 둘 모두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크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이용이 전 경기(6경기) 선발 출장한 반면 김문환은 교체로만 3경기를 출전했다. 이용이 안정적 수비가 장점이라면 과거 공격수로 뛰었던 김문환은 재치 있는 돌파와 스피드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상대가 밀집 수비를 펼칠 경우 김문환의 적극적 오버래핑이 공격 활로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2부 리그 득점왕(16골)인 공격수 나상호(22·광주)는 ‘생존 경쟁’에 돌입한다. 그는 경쟁자들의 면모가 화려하기 때문에 주전 경쟁에 앞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우선 과제다. 대표팀 최전방에는 최근 대표팀 4경기에서 3골을 넣은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측면에는 1부 국내선수 득점 1위(14골) 문선민(인천)이 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2경기를 뛴 나상호는 아직 득점이 없기 때문에 이번 동계훈련에서 자신의 득점력을 입증해야 한다. 나상호는 최전방과 측면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만큼 ‘멀티플레이어’의 장점을 살리겠다고 했다. 그는 “특정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의 공격 전개 능력을 살려 아시안컵 무대를 밟겠다. A매치 데뷔골도 아시안컵에서 터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창’ 세징야(29·브라질)의 공격력과 ‘방패’ 조현우(27)의 선방이 빛난 대구가 창단 후 첫 축구협회(FA)컵 정상에 올랐다. 프로축구 K리그1 대구는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8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김대원, 세징야, 에드가의 연속 골을 앞세워 3-0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던 대구는 1, 2차전 합계 5-1로 울산을 꺾고 FA컵 정상에 올랐다. 대구는 FA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후반 31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대구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세징야는 FA컵 5골을 기록하며 득점왕과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했다. 대구의 뒷문은 골키퍼 조현우가 지켰다. 울산은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동물적 반사 신경을 갖춘 조현우의 선방 등에 막혀 무득점에 그쳤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후반 48분. 프로축구 K리그2(2부) 부산의 맹공을 막는 데 급급했던 K리그1(1부) FC 서울이 역습 기회를 잡았다. 서울이 0-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공격수 박주영(서울)은 부산 골키퍼 구상민이 골문을 비우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오른발로 롱 킥을 시도했다. 세 차례 바운드 된 공은 절묘하게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의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짓는 골이었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최용수 서울 감독(사진)은 마침내 활짝 웃었고, 서울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박주영의 골은 45.8m짜리 장거리 골이었다. 올 시즌 K리그1을 11위로 마쳐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른 서울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2부 PO 승자)과의 승강 PO 2차전 안방경기에서 1-1로 비겼다. 1차전 방문경기에서 3-1로 이겼던 서울은 1, 2차전 합계 4-2로 1부 잔류에 성공했다. 서울은 전반 32분 부산 김진규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등 슈팅 13개를 내주며 고전했다. 하지만 골키퍼 양한빈이 ‘선방 쇼’를 펼치며 추가 실점을 막았고, 박주영의 극적인 골로 1부 잔류를 확정했다. 최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명문 구단의 위용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훈련 방식과 선수 구성의 변화를 통해 젊고 역동적인 팀을 만들겠다. 다음 시즌에는 서울의 자존심을 되찾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따내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전반 추가 시간(전반 46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팀 동료 세르주 오리에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26·토트넘)은 왼쪽으로 짧게 드리블을 한 뒤 강력한 왼발 감아 차기 슈팅을 시도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대각선으로 약 22m를 날아가 골 망을 흔들었다. 슈팅 위치와 공의 궤적이 모두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멕시코의 경기(1-2 한국 패)에서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이 터뜨린 ‘벼락 중거리 슛’과 유사했다. ‘손흥민 존’으로 불리는 구역에서 터진 환상적인 골이었다. 손흥민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페널티박스 좌우측 45도 부근에서 하루에 각각 200번이 넘는 슈팅 훈련을 반복하면서 감각을 키웠다. 손흥민은 “항상 연습해왔던 방식으로 터뜨린 특별한 골이다. 이번에 골을 터뜨린 그 위치에서의 슈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의 골을 9일 경기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손흥민의 골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팀이 계속해서 경기 주도권을 쥐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9일 영국 레스터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방문 경기에서 손흥민의 결승골 덕택에 2-0으로 이겼다. 중거리 슛으로 시즌 5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사우샘프턴전(6일)에 이어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유럽 무대 통산 득점은 101골(1군 기준)이 됐다. 환상적인 득점으로 기세가 오른 손흥민은 후반 13분에는 정확한 크로스로 델리 알리의 헤딩골을 도왔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후반 29분 해리 케인과 교체됐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토트넘 선수 중 가장 높은 평점 ‘9점’을 줬다. 이 매체는 “손흥민의 선제골은 토트넘의 답답했던 공격력을 해결하는 멋진 한 방이었다”고 평가했다. 11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기간에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지 않고 휴식을 취한 뒤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손흥민은 ‘12월의 사나이’다운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올해 12월에 치른 3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그는 12월에 열린 7경기에서 5골(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포함)을 넣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손흥민의 경기력에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A매치 휴식기에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최근 손흥민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 한국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유럽 무대 100호 골을 터뜨린 뒤 축구 기자 폴 윌슨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평가했다. 올해 러시아 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참가 등으로 체력이 소진돼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11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기간에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지 않고 휴식을 취한 뒤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손흥민을 묘사한 것이다. 윌슨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에너지로 움직이는 손흥민은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고 환상적인 골을 터뜨린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지난달 25일 첼시와의 안방경기(3-1 승)에서 50m 폭풍 드리블로 골을 터뜨리는 등 11월 A매치 이후 4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3일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는 적극적인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후반 10분 해리 케인의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시즌 4호 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그는 유럽 무대 통산 100골(1군 기준)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빅리그 1군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가 100골 고지에 오른 것은 차범근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65)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이날 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인 손흥민은 득점 감각을 완벽히 회복했음을 입증했다. 토트넘이 3-1로 이겼다. 동북고(서울)를 중퇴하고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로 축구 유학을 떠난 손흥민은 18세 때인 2010년 10월 쾰른을 상대로 데뷔 골을 터뜨리면서 득점 행진을 시작했다. 독일과 잉글랜드 무대에서 100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함부르크(2010∼2013년)에서 20골, 레버쿠젠(2013∼2015년·이상 독일)에서 29골, 토트넘(2015년∼·잉글랜드)에서 51골을 넣었다. 2016∼2017시즌부터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손흥민이 득점력을 유지할 경우 이르면 다음 시즌에 차 전 감독이 세운 한국인 유럽 무대 통산 최다 골(121골)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5세인 1978년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차 전 감독은 독일 무대에서만 121골을 넣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군 제대 후 본격적인 유럽 생활을 시작한 차 전 감독보다 어린 나이에 유럽에서의 득점 레이스를 시작했다. 또 그는 올해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았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안정적인 선수 생활로 다양한 득점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은 “경기 중에는 내가 유럽에서 100번째 골을 넣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경기 후 팀 동료 벤 데이비스가 알려줘서 기록을 세운 걸 알았다. 어린 나이에 운 좋게 유럽 무대에 데뷔해 한순간도 소홀히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영광스러운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0골 중 프로 데뷔 후 첫 골(2010년 10월 쾰른전)이 (득점 행진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앞으로 더 많은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축구를 해온 날보다 앞으로 축구를 해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아있다. 많은 골을 넣어 대한민국을 유럽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런던=허유미 스포츠동아 통신원}
고려대 출신 체육인 모임인 고우체육회(회장 오규상)는 29일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상과 신인상을 석권한 ‘슈퍼 루키’ 최혜진(사진)을 ‘자랑스러운 고대 체육인상’ 경기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KLPGA의 이소영(다승왕)과 오지현(대상 포인트 2위),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10년 연속 3할 타자의 기록을 세운 LG 박용택도 경기상을 받는다. 최창렬 남자 럭비대표팀 감독(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동메달), 안선진 부경고 축구부 감독(추계연맹전 최우수 지도자상), 김선태 전 쇼트트랙대표팀 감독은 지도자상을,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과 김기동 고려대 유도부 OB 회장은 공로상을 각각 받는다. 시상식은 다음 달 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