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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 후 3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박 대통령의 ‘결단’은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위안부 문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합의를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얻은 것 못지않게 잃은 것도 적지 않아 ‘무승부’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3년 동안 엇나갔던 박 대통령-아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보수 정치인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완강한 태도를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가해자라는 입장은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아베 총리는 한 달 뒤 “침략이라는 정의는 어느 측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맞불을 놓았다. 지난해 4월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는 한일 국장급 협의가 시작됐지만 원활하지 않았다. 12차례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박 대통령은 고비 때마다 결단을 내리고 지침을 주면서 협상 진전을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 ‘결자해지(結者解之)’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는 됐지만 과거사 해결은 되지 않았다”며 “한일 국교 50주년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 협상이 타결됐다는 데 상징성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내년으로 넘어가면 4월 한국 총선,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위안부 문제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보이지 않는 손’ 역할?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한일 정상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한미일 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 침해”라며 아베 총리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일본은 ‘미국 개입론’을 흘리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27일 “협상 후 미국 정부가 환영성명을 발표한다”는 등 미국이 위안부 협상에서 일본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물론이고 미 정부도 이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일본이 민관 합동으로 오랫동안 미 정치권과 학계를 대상으로 펼친 전방위 로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위안부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과거사 문제를 넘어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대일 관계 개선을 추진할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 체제 복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국 가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만나 “이번 협상 결과가 성실하게 이행됨으로써 한일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시다 외상은 “한미일과 안보협력이 전진할 소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앞으로 박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부 위안부 피해자와 야권에서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및 배상금 지급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를 관련 단체와 협의하기 시작하면 여론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 역시 한국,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계기는 마련했지만 협상 결과를 놓고 일본 내 극우 세력의 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반응은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협상 타결 직후 서울발 기사로 ‘기념비적 합의’라고 평가한 뒤 “이번 합의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두 동맹인 한일 양국 간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의 관계 개선이 본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관련 국가(일본)가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일본에 대한 당부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일본이 아시아 인민들에게 저지른 반(反)인도적 죄행에 대해서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고,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워싱턴=이승헌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서 전화를 받고 위안부 협상 타결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오후 5시 47분부터 13분간 진행된 통화에서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또 아베 총리는 내년 박 대통령의 방일을 제안했으며, 박 대통령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을 만나 “합의된 바에 따라서 성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부와 새누리당은 아버지와 동거녀에게서 감금·폭행을 당하던 11세 소녀가 탈출한 사건과 관련해 다음달 초 ‘아동학대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계 부처가 관련법 개정과 전국의 장기 미등교 아동에 대한 실태파악 전수조사를 우선적으로 하기로 했다”면서 “보건복지부를 주무부처로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서 다음달 초 당정 협의를 개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친권자만 실종 아동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실종아동법을 고쳐 교사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총리실 산하에 아동폭력 근절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번 사건에서는 학교에서 장기 결석 아동을 제대로 관리 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실종아동법을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찰의 초동수사에서 전문가들과 협조해서 전문성을 더 보강해야겠다는 점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치료와 재활을 위한 전문적 의료서비스와 연계하기 위해서 여성가족부의 해바라기아동센터와 통합·운영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겠다”고 제안했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수뇌부가 24일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만났지만 또다시 빈손으로 끝났다. 이달 들어서만 7번 만났지만 쳇바퀴 돌듯 ‘협상-결렬’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여야 지도부는 27일 다시 만나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올해 안에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 의장 주재로 이날 오후 3시 15분부터 2시간여 동안 만났다. 회동을 시작하면서 정 의장은 “이제 정말 막다른 길”이라며 합의를 촉구했다. 양당 대표도 “성탄절 선물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끝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야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3, 4석을 보장하고,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되 2017년부터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여당은 “단기간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여야가 27일 회동에서 합의하더라도 연내 처리는 어려운 상태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에 합의를 못하면 현행 선거구는 무효가 되고 내년 총선 관리에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쟁점 법안 역시 진전이 없었다. 여야는 이날 쟁점 법안을 26일 원내지도부와 해당 상임위 간사들이 먼저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법상 상임위에서 법안을 의결해도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려면 5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야 한다. 연휴 기간에 상임위를 열기 어렵기 때문에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다만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형태로 처리하는 방법은 남아 있다. 이날 회동에서 경제활성화법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쟁점인 ‘보건·의료 제외’와 관련해선 보건·의료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해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 간의 견해차가 가장 큰 노동개혁 관련 5법은 이날 회동에서도 전혀 진전이 없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차길호 기자}
이른바 ‘험지(險地) 출마론’을 놓고 새누리당이 연일 시끄럽다. 계파 간에 모순된 주장을 내놓으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자기 계파에 유리한 공천을 하기 위한 명분 싸움인 셈이다. 당 내부에서 명망 있는 인사들을 ‘사지(死地)’로 불리는 “호남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략공천을 할 거면 날 죽이고 하라”며 강력히 반대했던 김무성 대표는 연일 험지 출마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친박의 전략공천 공세를 방어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퇴로의 명분을 찾고 친박 견제 카드로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전체 선거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물론 전략공천과 험지 출마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전략공천은 특정인을 특정 지역에서 경선 없이 공천을 주는 것”이라며 “전략적 판단(험지 출마)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명망가에게 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어느 지역이든 경선을 해야 한다”며 “단수추천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경선을 치르더라도 당의 권유로 험지에 출마한 후보를 당 지도부가 직간접으로 도울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전략경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가 “허허벌판에 나가 무조건 경선에서 붙으라는 건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비박계 5선인 이재오 의원은 “정치를 처음 하거나, 권력의 자리에서 정치적 명성을 얻었거나, 지역구를 새로 선택하려는 분들은 과감하게 호남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청와대와 내각 출신의 친박계 후보들이 여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권과 대구경북(TK)으로 몰리는 현상을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서울 같은 대도시는 성격이 다르지만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이 단순히 사회 명망가라 해서 호남에 나가야 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총선을 이끌고 대선까지 바라볼 김 대표로선 지나치게 친박계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략공천 필요성을 강조해 온 친박계는 험지 출마론에 미온적이다. 이 의원의 발언처럼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험지 출마 대상자로 꼽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헌당규에 규정된 우선추천지역 제도를 활용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친박계 3선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험지 출마라고 남의 등을 떠밀 게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이어 “험지 출마를 시키려면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험지 출마론을 주장하려면 아예 전략공천도 공개적으로 인정하라’는 압박이다.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친박계 유기준 의원도 “유력한 후보라도 총선에 처음 출마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을 험지에 보낸다면 이거야말로 불공평하고 가혹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반대했다. 대통령정무특보 출신인 윤상현 의원은 ‘호남 차출설’에 대해 “연고도 없는 호남에 출마하라고 하는 것은 선거 초년병에게 그냥 나가서 전사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여당에 최선의 상황은 야당이 분열되는 것이고, 최악의 상황은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돌아오는 것이다.” 9월 초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이 내년 20대 총선에 관해 사석에서 한 얘기다. 야당이 분열돼 표가 분산되면 접전지역인 수도권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손 전 고문을 중심으로 야당이 통합된다면 총선 전망이 어둡다는 거였다. 여당이 희망한 대로 야당은 분열됐다. 탈당한 안철수 의원의 신당에 참여하기 위해 호남 의원 4명이 탈당했다. 천정배, 박주선 의원은 별도의 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의 주류-비주류 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여당에 ‘최선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 안 의원 탈당 이후 한국갤럽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오히려 2%포인트 떨어졌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위기의식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비박(비박근혜)계 재선인 김성태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에서 “안 의원이 탈당했다고 안이한 시각을 가진다면 결코 수도권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반 의석 붕괴 가능성까지 우려했다. 같은 날 김무성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선 180석 이상을 얻어야 하고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주장한 것과는 온도 차이가 크다. 야권의 분열이 여당에 호재(好材)라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여당이 이런 호재를 소화할 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왔다는 점이다. 여당이 총선을 겨냥해 내놓았던 대표적 ‘혁신 상품’이었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는 진즉에 물 건너갔다. 이후 석 달이 넘도록 공천 룰을 정할 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그사이 우선추천지역, 결선투표제,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비율 등을 놓고 계파 간에 알력만 고스란히 드러났다. 앞으로 실질적인 공천 작업이 진행되면 얼마나 더 큰 파열음이 나올지 우려된다. 노동개혁 관련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이른바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여부를 둘러싼 여여(與與) 갈등도 국민의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21일 단행된 개각도 총선 출마자 정리용이라 별 감동을 주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올해 재·보궐선거에서 연승했고,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마냥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여당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야당의 혼란에 따른 반사 이익이 적지 않았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정설이다. 새누리당이 자신의 실력으로 국민에게 높은 성적을 받으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누가 진짜 ‘진실한 사람’이고, 자기 계파 후보를 더 많이 공천할 수 있을지를 놓고 집안싸움만 한다면 야권 분열의 반사 이익도 더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21일 발표된 개각의 ‘하이라이트’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발탁이다. 유 후보자는 지난달 11일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퇴임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부름을 받았다. 유 후보자는 재선 현역 의원(서울 송파을)으로 3월 국토부 장관에 임명된 뒤에도 ‘경제부총리 발탁설’이 나왔다. 국토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는 ‘퇴임한 장관을 한두 달 만에 또 내각으로 불러들이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유 후보자도 사석에서 “송파에서 3선을 하겠다”며 20대 총선 출마 의지를 강력하게 밝혀왔다. 이번에 입각하면 총선에 불출마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결국 정치인인 유 후보자를 낙점한 배경을 놓고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신뢰,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 4대 개혁을 밀고 나갈 추진력, 청문회 통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 관련 5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의 국회 통과를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유 후보자의 ‘정무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의 외아들이다. 18대 국회 당시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박 대통령 옆자리에 앉은 것을 인연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후 국토부 장관을 수행하면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졌다고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조세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경제이론과 실무에 모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새누리당은 21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전날 “어르신들은 바꿔야 된다는 의지가 없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의 대표가 존경받아야 할 노인 세대를 폄하하는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도 하태경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고령화 시대 부적응 정당, 이른바 ‘고려장 정당’”이라며 “100세 고령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새정치연합이야말로 퇴장해야 할 낡은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이노근 의원은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 등을 거론한 뒤 “새정치연합은 일종의 (유전)인자 속에 그런 것(노인 폄하)이 습성화된 게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면서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어르신을 폄하한 느낌이 드는 표현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같은 당 유은혜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어르신들이 고통받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비겁하고 속 보이는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반박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여야 지도부가 20일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 대표는 이달 들어 6번이나 회동을 갖고 선거구 획정을 논의했는데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3시 10분부터 약 9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야당은 정당득표율 3∼5%인 정당에는 비례대표 3석, 5% 이상 득표한 정당에는 5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새로 제시했지만 여당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제안도 여당은 거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겨 선거구가 무효화하는 초유의 사태를 우려하며 대책을 논의한다. 다만 여야는 21일부터 쟁점법안 관련 상임위원회들을 가동해 심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3선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고 안철수 의원 측에 합류했다. 안 의원 탈당 이후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지역구 의원의 탈당은 처음이다. 동아일보가 새정치연합 소속 호남 의원 24명을 상대로 긴급 전수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9명 가운데 7명은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 기자}
내년 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진실한 사람’을 외쳤다. 이 전 청장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과 공천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청장은 19일 대구 동구 방촌시장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3주년 되는 날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조원진 이장우 의원 등이 참석했다. 홍 의원은 축사에서 “대구가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대통령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 진실한 사람을 뽑아달라고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한 발언에 빗대 이 전 청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조 의원은 “내가 가는 곳에 있는 분들이 진실한 사람”이라며 분위기를 띄웠고, 이 의원도 “이 전 청장은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 진실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정의화 국회의장은 18일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이만섭 전 국회의장에 대한 영결사에서 “이 전 의장의 투철한 신념과 원칙으로 어렵게 지켜낸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변칙 없는 정치로 끝까지 의회주의를 지켜낸 이 전 의장의 삶, 그 자체가 이 전 의장이 남긴 유지(遺志)”라며 “후배들이 이 전 의장의 뜻을 이어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거구 획정안과 달리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요구는 계속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당 일각에선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김태흠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의장으로서 폼만 잡는 것이지 국가를 생각하는 건 하나도 없다”며 “안일하게 생각하고 그러면 국회의장이 뭐가 필요하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정 의장을 향한 직권상정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야당과의 협상을 강조했다. 여여(與與) 갈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전선(戰線)을 정 의장에서 야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권분립이 흔들리는, 법에서 벗어나는 일은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당을) 만나고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는 직권상정이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는 17일 밤에 정 의장의 초청으로 의장 공관에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여야 지도부는 20일 오후 3시에 다시 만나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한다.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 기자}
경제활성화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여권 내부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쟁점 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하면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 수장이 충돌하는 여권 내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야 대결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청와대는 17일에도 정 의장에게 경제활성화법안 등을 직권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할 책무가 (정 의장에게) 있다”고 압박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을 맡으면서 새누리당을 나와 무소속이 됐지만 범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정 의장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경우 국회에 개입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긴급재정명령 발동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정 의장을 압박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질식돼 있는 의회주의를 살린다는 소명감을 가지고 반드시 결심을 해 달라”고 말했고,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직권상정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를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쟁점 법안에 대해선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생각은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변할 수가 없다. 내 성(姓)을 다른 성으로 바꾸든지…”라고 말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선 쟁점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요구를 “무리한 초법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또 정 의장은 “(새누리당 의원 전원) 157명 연서로 (직권상정 촉구 결의안을) 가지고 왔던데 일일이 체크 한번 해 볼까요, 다 도장을 찍었는지?”라고 반문했다.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것이 여당 의원 전체의 일치된 의견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오후 정 의장은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만나 쟁점 법안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를 도출해 올 것을 다시 한번 주문했다. 여당 내에서는 정 의장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야당과의 협상에 더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박(비박근혜)계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당이 야당과 대화하는 데 전혀 협상의 여지가 없이 접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서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집안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별도로 만나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논의했지만 진전은 없었다고 한다. 원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하는 게 좋은데 안 되니까 직권상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투 트랙으로 가겠다”고 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박민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쟁점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 “(국회가)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제쳐 두고 무슨 정치개혁이냐”며 “이 일들을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쟁점 법안 직권상정 요구에 대해 “국가비상사태에나 가능하다”며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국회법 85조를 거론하며 “(직권상정을) 안 하는 게 아니고 법적으로 못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법 85조는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여야 합의가 있을 경우로만 제한하고 있다. 행정부 수반인 박 대통령과 입법부 수장이 정면충돌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긴급재정명령을 검토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으로 대통령이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발동하는 조치다. 선거구 획정 지연에 대해 정 의장은 “12월 31일이 지나면 입법 비상사태”라며 “연말연시쯤 심사 기일 지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인 만큼 직권상정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다. 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 기자▶A5·6면에 관련기사}
국회는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117개의 무쟁점 법안과 안건만을 처리하고 폐회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6개 법안 처리는 끝내 불발됐다. 19대 국회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역대 최악의 기록을 남긴 셈이다. 국회 본회의 법안 가결률(31.6%)과 의원입법 가결률(11.5%)에서도 역대 최저치에 머물렀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날 본회의 도중 정회를 선언하고 여야 원내지도부와 긴급 회동해 15일 본회의를 열고 6개 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야당은 이를 거부했다. 오전에도 정 의장은 쟁점 법안 처리와 10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났지만 설전만 벌이고 헤어졌다. 발등에 불인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시한 연장 문제에 합의할 수는 있지만 쟁점 법안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안통과가 끝내 불발되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했던 대국민 담화 발표는 보류됐다. 장택동 will71@donga.com·차길호 기자}
결국 빈손이었다. 정기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8일 여야는 쟁점 법안 협상을 했지만 소득 없이 끝났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협상도 벽에 부딪혔다. 야당은 집안싸움을 하느라 주요 법안 처리와 선거구 획정은 뒷전이고, 여당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여야의 직무유기를 지켜보는 국민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노동개혁 5개 법과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의 처리 일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19대 국회에서 더 이상 임시국회는 없다”며 새누리당의 요청으로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일 여야 원내대표가 심야 협상 끝에 경제활성화법 등은 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법은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한 약속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을 외면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탓, 야당 탓 제발 그만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15일부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지만 선거구 협상은 진전이 없다. 연말이 지나면 현행 선거구는 무효가 되고 예비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중단된다. 현역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절대 유리한 불공정 게임이 될 우려가 높다. 국회의 직무유기는 여야 모두 공천 싸움에 빠져 있는 데서 비롯된다. 주류-비주류 전쟁의 이면에는 공천 지분을 둘러싼 기싸움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가까스로 공천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비율, 결선투표제 범위 등을 놓고 계파 간에 날 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은 분당의 갈림길에 섰다.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은 “내가 먼저 책임지고 결단하겠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공천 불안 때문에,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가 배제된다는 걱정 때문에 탈당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주류를 공격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총선과 공천에 매몰돼 있다 보니 국민의 가슴만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를 만나 노동개혁 관련 5개 법 등 핵심 법안의 연내 국회 처리를 당부했다. 해외 순방을 마치자마자 여당 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한 것은 핵심 법안의 연내 처리에 승부를 걸었다는 뜻이다. 야당은 노동개혁 법안 등 핵심 법안에 반발하고 있어 연말 입법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노동개혁법 및 경제활성화법과 관련해 “경제 살리기에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놓쳐버리면 기를 쓰고 용을 써도 소용이 없는 것”이라며 “내년에 국민을 대하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또 “정치권과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삶과 국민 경제”라며 “(노동개혁 법안 등이) 늦어지면 다 죽고 난 다음에 살린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서는 “(법이 미비한) 대한민국이 얼마나 테러를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가 됐느냐”며 “외국과 국제 공조도 못하는 기막힌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가슴이 답답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임시국회는 새누리당의 요청에 의해 정기국회가 끝난 다음 날인 10일부터 열린다. 3자 회동 후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10여 분간 독대했다. 김 대표는 독대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앞서 여야 지도부는 2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원샷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등 6개 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합의한 뒤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기국회 회기를 이틀 남겨둔 7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노동개혁 관련법은 별도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지만 야당이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의가 벽에 부닥친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유독 본인만 혈안이 된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호통이나 치는 대통령을 보고 있으니 국민들은 분통이 터진다”며 “대통령이 대놓고 ‘날치기를 해서라도 통과시키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박민혁 기자}
내년 4월 13일 실시되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현역 의원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특히 3선을 연임한 지자체장은 주민들과의 강한 ‘스킨십’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현역 의원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다. 지금까지는 대구가 가장 뜨겁다. 새누리당 소속 곽대훈 대구 달서구청장(3선 연임)은 총선 출마 지자체장 사퇴시한(15일)을 앞두고 4일 사직 의사를 밝혔다. 홍지만 의원이 지역구 의원인 달서갑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달서구의 갑·을·병 3개 선거구 모두 술렁이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달서병)은 7일 이 지역 한 언론모임에서 “현직 단체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지역주민에 대해 굉장히 송구스러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장의 임기는 2018년까지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중구와 남구에도 같은 당 소속 윤순영(중구)·임병헌(남구) 구청장이 3선 연임의 기초단체장이다. 두 구청장은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구청장과 김 의원을 잠재적 경쟁 관계로 보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위준 연제구청장과 박현욱 수영구청장이 각각 3선 연임의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다. 연제구는 조만간 당으로 복귀해 총선을 준비할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의 지역구이고, 수영구는 같은 당 유재중 의원의 지역구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김무성 대표는 3일 의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현직 지자체장이 총선에 출마하면 컷오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내년 총선에서 대폭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는 친박계에서는 출마 지자체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9월 당무위원회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하면 경선에서 감점을 준다는 내용이 담긴 공천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출마를 택한 현역 지자체장 많지는 않다. 친노(친노무현) 성향의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을 비롯해 3선의 성장현 용산구청장, 노현송 강서구청장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새누리당 지도부가 두 달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해온 공천룰 특별기구의 위원장을 황진하 사무총장이 맡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천 작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 8명은 만찬을 갖고 공천룰을 논의할 특별기구 구성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황 총장을 특별기구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다른 최고위원들도 동의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7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9월 30일 의원총회에서 공천룰을 다룰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후 김무성 대표는 황 총장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서 최고위원 등 친박(친박근혜)계는 이에 반대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해 공천룰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모임에선 후보자 선출 방식을 현행 당헌 당규대로 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유지하되 지역에 따라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공천룰을 정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어느 지역에서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일지는 공천 특별기구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무산된 뒤에도 일반 여론조사의 비율을 높여 국민의 뜻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지도부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친박계의 주장을 김 대표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면 상대적으로 현역 의원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물갈이’ 폭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전략공천으로 활용될 수 있는 ‘우선추천 지역’ 제도는 적용 대상 지역구를 선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공천룰 정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실질적인 공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수영 기자}
3일 새해 예산안과 주요 쟁점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자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의 판정승”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주류-비주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후폭풍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고민도 있다. 노동 개혁 5법 등 핵심 법안의 운명은 장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로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당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수면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 ‘노동 개혁’ 미처리는 미흡 새누리당은 예산안과 함께 진행된 쟁점 법안 협상에서 관광진흥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처리를 이끌어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규정하고 국회 처리를 역설해 온 법들이다. 특히 정부가 제출한 지 3년이 넘은 관광진흥법에 대해 박 대통령은 10월 27일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류 붐으로 관광객이 급증해 호텔이 모자랄 지경인데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린다면 두고두고 땅을 칠 일”이라고 호소했을 정도였다. 새정치연합 몫으로 합의된 모자보건법,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법은 그동안 야당에서 크게 정치적 비중을 두지 않았던 법들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2일 저녁에 여야 합의안을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며 “예산 정국에서 어느 쪽이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핵심이 빠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 활성화 법 중 정부·여당이 35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며 공을 들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가 안 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4대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해 온 노동 개혁 관련 법안들은 “임시 국회에서 합의한 후 처리한다”는 수준으로 더 밀렸다. 합의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한 재선 의원은 “처리 시한조차 명시하지 못해 합의가 아닌 합의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 계파 갈등 표면화할 듯 예산안 처리 이후 여권 내에선 친박 핵심인 최경환 부총리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이 5일 귀국하면 단행할 개각을 통해 최 부총리가 당에 복귀하는 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친박계는 최 부총리가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청와대와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박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16일이나 17일에 송년 모임을 갖는 것도 친박계 기류와 맞물려 주목을 끈다. 지난해 경쟁력강화포럼의 송년 모임에선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를 강하게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 당내 전선은 공천 룰로 옮겨 가고 있다. 공천 룰을 다룰 특별기구 구성 원칙만 정해졌을 뿐 위원장 인선 등을 놓고 친박-비박계 갈등으로 기구 구성은 두 달 넘게 표류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시간이 없는 만큼 다음 주까지는 무조건 특별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 룰은 서로가 쉽게 물러설 수 없어 파열음이 예상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논의 과정에서 여야는 업그레이드(?)된 각종 법안 연계 처리 기법을 선보였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여당까지 공개적으로 연계 처리를 선언하면서 가세한 것이 특징이다. 여당은 한중 FTA 비준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내년도 예산안을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에 중앙정부 지원분을 늘리지 않으면 한중 FTA 비준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여기에다 여당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을, 야당은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등을 협상 대상에 추가시켰다. 이렇듯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사안을 묶어 처리하는 것이 한국 정치에는 일반화돼 있다. 올해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사안들을 몇 개만 되짚어 보자. 여야는 3월 2일 “관광진흥법, 생활임금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관련 없는 사안이고 지켜지지도 않았다. 5월 29일에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합의하면서 국회법, 세월호특별법 개정에도 함께 합의했다. 7월 23일에는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함께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진상 규명에 관해 합의했다. ‘정치는 협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용인될 수 있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관련 없는 사안들을 묶다 보면 무리가 생긴다. 첫째, 법안 연계 처리는 의원들 스스로 강조하는 ‘상임위 중심주의’와 배치된다.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논의해서 문제점을 보완한 뒤 본회의에서 처리하거나 보류하는 것이 정상적인 법안 처리 절차다. 그런데 여야 지도부 간에 주고받기를 하다 보면 상임위에서 충분히 합의되지 않은 법안도 갑자기 처리하게 된다. 둘째, 연계 처리는 상대방의 약점을 볼모로 잡는다는 점에서 정치 도의상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은 주요 사안을 시한 내에 처리해야 하는 여당에 약점이 많다 보니 주로 야당이 연계 전술을 썼지만 이번에는 ‘예산’이라는 무기를 여당이 쥐면서 서로 연계 전술을 구사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치졸한 싸움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배울까 무섭다. 6, 7월 정국을 달궜던 국회법 파동에서 이런 문제점이 집약적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연금법 처리가 급했던 여당의 약점을 야당이 파고들었고, 급한 마음에 운영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사안을 여당 지도부가 받아들이면서 파국이 빚어졌다. 꼭 만들고 싶은 법안과 정책이 있다면 상대방을 설득하고, 올바른 논리는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어야 협상이 가능하다. 교과서에나 나올 만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국회에 상당한 권한을 줬고 혈세로 세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런 성숙한 국회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법안 연계 처리를 금지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연계처리금지법 제정마저 다른 법안이랑 연계 처리하자고 할까 봐 겁이 나기는 하지만.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