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해서 도둑질을 할 거라고는 0.01%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백화점. 한 벌에 수천만 원 이상씩 나가는 모피코트 전문매장의 직원은 A 씨를 보고 최소한 VIP 고객일 거라 여겼다. 30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옷부터 신발까지 명품이 아닌 게 없었다. 하지만 옷들을 둘러보던 A 씨가 사라진 뒤, 매장에선 3000만 원이 넘는 모피코트 1벌이 사라졌다. 해당 직원은 “30분 동안 매장을 돌며 여유롭게 상담까지 받고 매장을 떠났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순식간에 코트 한 벌이 사라져 있었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A 씨의 모피코트 절도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전날인 지난해 12월 6일 송파구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도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났던 것. 이 매장에서 가져간 코트는 6900만 원짜리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말엔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서 역시 모피코트를 훔쳐갔다. 수법도 대담했다. A 씨는 지난해 영등포구에 있는 백화점에선 모피코트를 훔치려다 적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곧장 “사려고 하는 건데 왜 이러느냐”며 바로 값을 치르고 현장을 벗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구 절도 때는 옷을 훔친 뒤 곧장 한 층을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달아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기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지난해 모피코트만 노리는 여성도둑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실제로 CCTV에 찍힌 영상으로 만든 A 씨의 사진이 백화점들에 뿌려지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 시내 백화점 일대에서 고가의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난 혐의(절도)를 받고 있는 A 씨를 1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A 씨가 훔친 것으로 드러난 모피코트는 3벌로, 합치면 1억 원이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또 다른 범행도 있었는지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평소에도 아이가 집 밖에 나오는 걸 본 적이 없어요.” 18일 오후 12시 반경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한 주택가. 이곳에 살던 A 양(8)은 출생신고도 없이 살다가 8일경 친엄마에게 목숨을 잃었다. 기본적인 것도 누려 보지 못한 아이에게는 10평 남짓한 집과 인근 골목이 자신에게 허락된 세상의 전부였다.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 주민은 “집에서 온종일 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안 가나 보다 했지만 이런 지경일 줄이야…”라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A 양이 살던 집에서 겨우 50발자국 정도만 가면 놀이터가 있다. 코로나19로 한산한 편이지만 그래도 동네 아이들이 자주 모여 논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 아이들은 아무도 A 양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쑥쑥 크잖아요. 어른 허리 이상 오는데, 학교에 안 다닌다고 해서 좀 이상하다 싶었죠. 엄마가 ‘아직 대여섯 살밖에 안 됐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또래보다 말도 좀 느린 편이었어요. 이제 와서 보니 바깥으로 나다니질 못해 친구도 못 사귀었겠구나 싶더라고요.”(미용실 원장 김모 씨) 실제로 A 양은 투명인간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 그 나이 때에 필수적인 영·유아 검진이나 의무교육도 받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친모인 백모 씨(44)는 전남편과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B 씨(46)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2013년 A 양을 낳았다고 한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출생신고는 부모가, 혼외자일 경우 친모가 하도록 규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이전 혼인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던 백 씨는 전남편과 함께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의지가 있었다면 ‘친생부인의 소’를 진행해 A 양이 B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라는 걸 입증할 수 있다. 다만 법률사무소 지율의 김예진 변호사는 “구청에서는 법률 상담을 해주지 않는 데다 소송 절차가 복잡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당국도 A 양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백 씨가 10년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조사 자체가 되질 않았다고 한다. 2011년부터 미추홀구에 셋방을 얻어 살았던 백 씨의 주소지는 다른 지역으로 등록돼 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의 일치 여부를 조사하지만, 신규 전입신고자가 대상자라 신고 자체를 안 할 경우엔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상엔 존재하지만 정부 기록에는 존재하지 않던 A 양. 아이는 학교를 못간 것은 물론이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 등도 한 번도 다녀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교육기관에 등록된 기록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서류상 태어난 적이 없는 A 양은 취학 통지서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A 양의 안타까운 사연이야말로 ‘출생통보제’가 꼭 필요한 명확한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A 양처럼 가정사로 인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미숙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친부모 신고에 의존하는 현행 출생신고제는 이처럼 부모가 출생 사실을 숨기면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의료기관이 출생을 신고하는 출생통보제로 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2019년 5월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해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A 양 부검 결과 ‘부패가 심해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보내왔다”고 18일 밝혔다. 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일주일간 집에서 방치한 백 씨는 15일 “아이가 죽었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백 씨는 “생계가 어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들에게 시가 100만 원대 양주를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정다주)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의원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 당선이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내경선에서 투표권이 있는 권리당원 선거구민들을 상대로 수입 양주를 제공했다”며 “공직선거법에서 주류 제공을 엄격히 금지한데다 김 의원이 2016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4·15 총선을 6개월 가량 앞둔 2019년 10월 25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식당에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 A 씨 등 4명과 저녁식사를 하며 시가 105만 원 상당의 발렌타인 양주 30년산을 건넸다. A 씨 등은 1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커뮤니티 운영자들이다. 김 의원은 2016년 4·13 총선 당시에도 영화관에서 유권자에게 명함을 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네가 여기를 왜 와. 네가 뭔데 나를 조사해!” 11일 오후 4시 반경 서울의 한 반지하방. 아동학대전담공무원 A 씨가 초인종을 누르자, 바깥으로 나온 40대 여성이 차가운 눈빛으로 고성을 질렀다. 이 여성은 지난해 11월 쓰레기 가득한 집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방임한 정황이 드러나 아동학대 조사대상에 올랐다. 이날도 집 바닥에는 쓰레기와 옷가지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아이 엄마의 냉대에 현장조사는 소득이 별로 없었다. A 씨가 30분 동안 설득했지만 해당 여성은 말 한마디 섞는 것도 싫어했다. A 씨는 결국 면담을 거부당한 채 발길을 돌렸다. “매일 매일이 전쟁이고 지옥 같죠. 조사를 거부하면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순 있어요. 하지만 이런 저소득층은 어차피 내지도 않기 때문에 별 의미도 없어요. 괜한 행정력만 낭비할 뿐이죠.”○ 겨우 2주 교육받고 현장 배치 지난해 10월 숨진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시스템도 전문성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생긴 건 지난해 6월 경남 창녕에서 아홉 살 여아가 맨발로 4층 발코니를 탈출했던 아동학대 사건이 계기였다. 이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민간에서 맡았던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올 1월부터 공공기관이 운영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현재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8곳에 전담공무원을 배치해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몇몇 지자체는 지난해 10월부터 선제적으로 전담공무원을 두기 시작했다. A 씨가 근무하는 자치구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A 씨는 “조사 업무를 한 번도 맡은 적 없는 데다 전문적인 교육이나 기술 습득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떠맡았다”고 했다. 실제로 A 씨는 지난해 구청 사회복지과에서 의료급여와 예산관리 등을 담당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그간 직무 분야에 없었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발령이 났다. A 씨는 “대민업무란 것 외엔 공통점이 없는 생소한 일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현장에 와보니 의사나 판사처럼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업무라 사건을 맡을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 전에 받는 교육은 단지 2주 80시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론 교육 40시간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가족관계증명서조차 볼 권한 없어” 전담공무원을 뒷받침할 시스템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현장 담당자들은 “사건 대상자에 대한 정보 파악도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접수되는데, 해당 시스템에서는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수급자 증명 등만 조회되는 수준이다. A 씨 역시 정보 부족을 뼈저리게 느낀 사례가 있다. 지난해 10월 ‘한 여학생이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 자료만 갖고 면담을 진행하는 동안 A 씨는 이 사건의 결정적인 정보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해당 학생의 아버지는 계부였다. 경기도의 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도 “최소한 가족관계증명서와 가해 의심 보호자의 전과 기록 정도는 파악할 권한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기존에 학대조사를 담당하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실무자를 채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역량을 향상시킬 교육 체계를 마련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우리 딸이 생각나서 이런 놈들 더는 못 봐주겠다.”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강력팀장 박성수 경위(50·사진)는 평상시 동료 경찰들에게 이 말을 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서 성범죄자들을 적극 검거해야 한단 의지였다. 생일이던 11일에도 가족과의 저녁식사까지 포기한 채 성범죄 수사에 매진했다. 하지만 늦은 밤 집으로 올라가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졌고, 끝내 숨을 거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야근 뒤 퇴근하던 박 경위가 11일 오후 11시 28분경 경기 광명에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박 경위가 생일 식사까지 미뤄두고 수사하던 사건은 ‘중고교생 불법촬영’ 사건이었다. 관악서는 지난해 12월 말 여성들의 치마 속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피의자 A 씨를 검거했다. A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본 결과, 100명도 넘는 여성을 촬영한 사진들이 드러났다. 심지어 90여 명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었다. 박 경위는 11일에도 동료 경찰들에게 “피해자 상당수가 내 딸과 비슷한 또래인 중학생들”이라며 “범죄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꼭 ‘이놈’을 기소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수많은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해 박 경위는 이날 밤늦게까지 CCTV 영상들을 들여다봤다. 근무시간을 넘겨 야근까지 하다가 오후 10시경에야 사무실을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료들은 “아까운 경찰을 잃었다”고 탄식했다. 박 경위는 “어려운 사건은 내게 맡겨 달라”고 자청할 정도로 열의가 넘쳤다고 한다. 팀 동료인 김범규 경사는 “다음 주 피의자 조사 일정을 잡고 여죄를 검토 중이었는데 변고를 당했다”면서 “평소 ‘우리가 놓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다’며 늘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며 슬퍼했다. 2019년 5월 귀가하던 여성을 뒤쫓아 집에 침입하려 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피의자를 찾아낸 것도 박 경위였다. 당시 그는 사건이 발생했던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 일대의 CCTV 영상 100여 개를 분석해 피의자 거주지를 알아냈다. 포위망을 좁혀 집 앞에서 잠복 수사를 벌인 끝에 피의자의 자수를 이끌어냈다. 박 경위는 이 사건의 피의자를 검거한 공로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 경위는 올 1월 초 지하철에서 와이파이로 콘텐츠를 공유하는 에어드롭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음란 사진을 전송한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고인은 특전사와 119구조대를 거쳐 2003년 경찰에 입문했다. 나라와 사회를 지키는 일에 일평생을 바쳐온 셈이다. “범인을 잡으면 사람을 구한다”고 믿었다는 그는 언제나 경찰 제복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을 의뢰한 상태이며, 고인에 대해서는 순직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빈소는 경기 광명성애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6시 30분. 02-2684-4444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지난해 9월 낮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가로등을 들이받아 여섯 살 아이를 숨지게 했던 50대 남성에게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판사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씨(59)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음주운전으로 가로등이 쓰러지며 6살 이모 군이 머리를 다쳐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다만 사고 직후 구속된 피고인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거듭 죄송한 마음을 반성문으로 적어낸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 공판에서 김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아들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법정을 찾은 피해자 어머니는 선고가 끝난 뒤 “판사님, 너무 한다. 이건 가해자를 위한 법”이라며 오열했다. 아버지는 “살아 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텐데,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흐느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후 3시 반경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 인도를 침범해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쓰러진 가로등이 주변 가게 앞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던 이 군을 덮쳤고, 끝내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44%였다고 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어디선가 불어온 강풍에 입간판은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하얀 천막과 현수막은 윙윙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펄럭거렸다. 천막 안을 들여다보니 바깥과 다름없는 추위와 소음만 가득했다. 쓰러진 입간판을 세워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최저기온이 영하 18.6도까지 떨어진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지하철7호선 고속터미널역 앞.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이곳 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해온 의료진 장모 씨(63)는 손목에 테이프를 둘둘 말고 있었다. 방호복 안으로 파고드는 한기를 견디다 못해 방호복과 장갑 사이의 빈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 장 씨는 “지금 장갑을 세 개나 겹쳐 꼈는데도 손가락 마디마디가 감각이 없다”고 전했다. 이날 선별검사소는 추위로 또 다른 어려움에도 봉착했다. 빙점이 낮은 알코올 소독제마저 얼어붙어버린 것. 천막 안 라디에이터에 올려두고 급히 필요한 소독제부터 녹여 쓰는 일마저 벌어졌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A 씨는 “간호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뒤 지원했다”며 “방호복 속에 옷을 네 겹이나 껴입었는데도 여전히 춥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참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열악한 처지를 고려하면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 하지만 이날 청량리역 검사소만 해도 오전 11시부터 시민 100여 명이 검사를 받으러 올 정도라 문을 닫기도 어렵다. 방역당국은 일단 한파가 극심한 7일부터 나흘 동안은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를 오전 11시~오후 3시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위에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발열조끼와 귀마개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가워진 의료진의 몸과 마음을 녹이는 건 시민들의 응원이었다. 고속터미널역 검사소에서 만난 장 씨는 “그나마 가끔씩 지나가던 시민들이 응원해주면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양천구의회 주차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신지연 임상병리사(25)도 “한 시민이 7일 고생한다며 사탕과 빵을 사들고 왔다”며 “손발이 너무 시리지만 시민들의 마음이 전해져 견딜 만하다”고 전했다. 고속터미널역 검사소에서 시민 권모 씨(59)는 검사를 마친 뒤 의료진에게 연신 ”고생 많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권 씨는 ”홑겹 천막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이 너무 안타깝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고맙다는 말뿐이라 미안하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경찰도 기관도 믿을 수 없었어요. 나부터 나서야겠단 생각뿐이었습니다.” 전북 전주에 사는 김승희 씨(42·여)는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의 학대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지난해 11월 전북위탁가정지원센터에 위탁가정 신청서를 냈다. 김 씨는 6일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맘 편히 기댈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그게 정인이를 위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가정방문 등을 거치며 위탁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 뒤 또 다른 정인이가 나오지 않도록 학대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위탁가정이 되려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위탁가정이란 친부모의 학대나 사망, 수감 등을 이유로 아동이 보호받기 어려울 때 일정 기간 다른 가정에서 보호받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정인이의 죽음이 알려진 뒤 지금까지 38명이 위탁가정이 되고 싶다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9년 같은 기간 9명밖에 신청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강원가정위탁지원센터 측은 “전년도 같은 기간 위탁가정 신청자는 1명뿐이었지만 올해는 9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도 4일 하루에만 홈페이지에 위탁가정 신청서가 2건이나 접수됐다. 센터 관계자는 “한 달에 2건 있어도 많다고 했는데 하루에 2건이 들어와 직원 모두가 놀랐다”고 했다. 해당 신청서를 냈던 주부 A 씨는 “정인이 사건을 통해 버려지는 아이들과 학대받는 아이들을 위한 위탁가정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피해 아이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인이 사건으로 향후 위탁가정 확보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 가운데 하나로 가정학대 신고가 두 번 이상 접수되면 즉각 분리한다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해당 아동들을 보호할 거처 마련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위탁가정 수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2019년 기준 보호 조치가 내려진 아동 4047명 가운데 위탁가정으로 간 아이들은 1003명(24.3%)에 그쳤다. 게다가 위탁가정은 2015년 1만705가구에서 2019년 8354가구로 갈수록 줄어왔다. 아동권리보장원 측은 “위탁가정 등 피해 아동을 분리할 곳이 마땅찮아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 그대로 머물다 다시 피해를 입은 아동이 2018년에만 1775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의 심형래 관장은 “가정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곧장 분리해야 하나 현재 위탁가정이 워낙 부족하다”며 “시민들의 참여가 아동들을 위한 안전망이 돼줄 수 있다”고 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언 기자}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아줌마도 너만 한 딸이 있는데….” 4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5월 경남 창녕의 한 길거리에서 B 양(9)과 마주쳤다. B 양의 옷 곳곳엔 얼룩이 가득했고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A 씨는 B 양에게 다가가 인사말을 건넸다. “배가 고프다”는 B 양과 인근 편의점에 들러 먹을 걸 사주며 가벼운 얘기를 주고받았다. 적잖이 경계심을 푼 B 양이 부모의 학대를 털어놓은 건 한참 뒤부터였다. 바로 지난해 불에 달궈진 프라이팬으로 손발을 지지는 등 극심한 학대를 당하다 4층 아파트 베란다로 탈출했던 아이였다. 아동보호기관 전문가는 “A 씨가 차분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B 양은 또다시 지옥으로 끌려갔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양부모가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나 아동기관은 물론이고 일반시민 모두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어린이의 ‘학대 시그널’을 눈여겨봐야 제2, 제3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반성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대 의심 아동들이 직접 학대 사실을 말하지 않더라도 행동이나 말투, 옷차림 등을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들은 작은 기척에도 깜짝 놀라는 경향이 있다. 별일 아닌데도 위축되는 아이들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일단 가벼운 신체적 접촉조차 두려워하거나 경계하면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없다. 영양 상태가 매우 부실해 보이거나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도 학대 시그널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학대 아동들의 전형적인 특성은 ‘무기력’이다. 호기심이 많은 나이대에 어떤 것에도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또래 아이들보다 눈에 띄게 무기력하다는 건 위험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꼭 정서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학대를 당해 뇌를 다쳐 전체적으로 몸이 처지고 말이 어눌해진 아동들이 있다”며 “표정이나 행동 변화를 잘 살피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 표현이 서투른 영·유아들은 신체 구석구석을 잘 살펴봐야 한다. 상대적으로 대화나 옷차림으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김붕년 교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유아들이 상해까지 당하는 사고는 드물다”며 “의심스러운 타박상이나 골절이 있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아가 잘 울지 않는 것도 이상 행동이다. 아이가 학대를 받았다는 의심이 든다면 다음 단계로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확실한 정황이나 증거를 찾았다고 직설적으로 ‘학대’를 언급하면 오히려 아이는 움츠러들어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진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자칫 아이가 ‘네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면 학대 아동은 현실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편안하게 사소한 이슈로 말을 건네며 따뜻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다짜고짜 ‘누가 널 때렸니’라고 물었다간 아이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릴 수도 있다. 창녕에서 발견한 B 양이 처음 만난 A 씨에게 학대를 털어놓은 것도 이런 자연스러운 접근 때문이었다. 마음을 열고 털어 놓는 상황이 왔더라도 표현이 신중해야 한다. 정운선 경북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은 부모 같은 가까운 어른에게 당하는 경우가 잦다. 질문을 할 땐 학대 주체를 단정 짓지 말고 ‘누가 널 아프게 했니’처럼 포괄적으로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강승현 byhuman@donga.com·김태성·이소연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이 단체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을 거쳐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피소 사실을 유출한 여성단체에 소명과 징계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고, 여성단체연합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피해자와 공동행동에 사과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는 올 7월 시민단체가 고발한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검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역방향으로 추적해 피해자 측 변호인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여성단체연합 김영순 상임대표가 남 의원에게 피해자 측 고소 움직임을 전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올 7월 8일 오전 10시 31분경 남 의원은 김 대표와 통화했고, 남 의원은 약 2분 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피해자 변호인은 올 7월 7일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에 피해자 지원을 요청하며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투 사건’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알렸는데 하루 만에 이 같은 내용이 가해자인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것이다. 임 특보는 7월 8일 오후 3시경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은 같은 날 오후 11시경 임 특보 등과 진행한 대책회의에서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다음 날인 7월 9일 오전 10시 44분 공관을 나섰고, 오후 1시 24분경 임 특보에게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만 검찰은 김 대표와 남 의원 등이 수사기관 종사자가 아니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89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30일 성명을 내고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며, 문제 되는 행동을 스스로 떠올리고 해당 행위의 시점도 인지하고 그 행위가 성폭력일 수 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여성단체연합은 30일 오후 “피해자와의 충분한 신뢰 관계 속에서 대응활동을 펼쳐야 하는 단체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보는 김 대표와 남 의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등이 여성단체 대표와 여성단체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거쳐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피소 사실을 유출한 여성단체에 소명과 징계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는 올 7월 시민단체가 고발한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검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역방향으로 추적해 피해자 측 변호인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여성단체 대표 A 씨가 민주당 B 의원에게 피해자 측 고소 움직임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올 7월 8일 오전 10시 31분경 B 의원은 A 씨와 통화를 했고, B 의원은 약 2분 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피해자 변호인은 올 7월 7일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 에 피해자 지원을 요청하며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투 사건‘을 고소 예정’이라고 알렸는데 하루 만에 이 같은 내용이 가해자인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것이다. 임 특보는 7월 8일 오후 3시경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은 같은 날 오후 11시경 임 특보 등과 진행한 대책회의에서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다음날인 7월 9일 오전 10시 44분 공관을 나섰고, 오후 1시 24분경 임 특보에게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만 검찰은 A 씨와 B 의원 등이 수사기관 종사자가 아니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89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30일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며, 문제 되는 행동을 스스로 떠올리고 해당 행위의 시점도 인지하고 그 행위가 성폭력일 수 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계 원로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 측에선 여성단체를 믿고 지원을 요청하며 고소 계획을 알렸는데 이를 유출하면 앞으로 어떤 피해자가 여성단체를 믿겠느냐.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여성단체가 권력을 비호하는 단체로 변질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25일 성탄절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자 등 28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초대형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로써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514명으로 늘어났다. 단일 집단 집단감염으로는 2월 대구 신천지교회 다음으로 큰 규모다. 방역당국은 수감자 2412명을 거대한 아파트 형태의 실내공간에 수용하는 동부구치소의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가 집단 감염에 취약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 신규 수감자 선제검사 없어 무증상 감염자 놓쳤나 서울시는 “23일 동부구치소에서 진행한 2차 전수조사에서 수감자 및 직원 등 2437명 가운데 28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해당 집단 감염이 지난달 27일 송파구의 한 수험생이 확진된 뒤 동부구치소에 근무하는 가족에게 전염되며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에 법무부는 “무증상 신규 수감자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18일 1차 전수 진단 검사에서 나온 확진자 상당수가 신규 수감자들이 머무는 신입사동에서 나왔다”고 했다. 현재 교정시설은 신규 수감자를 2주간 독방에 격리한 뒤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 검사 없이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로 옮겨왔다. 이 때문에 교정본부가 신규 수감자에 대한 선제적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무증상 감염자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입 수감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음성이 확인되면 일반 혼거실로 이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정원 초과에 공동 공간 많아 감염에 취약 방역당국은 동부구치소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외관상 5개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각 층이 하나로 연결된 통건물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각 건물의 한쪽 면이 기다랗게 복도식으로 연결된 ‘5지창’ 형태이기 때문이다. 19일 동부구치소에서 187명이 한꺼번에 확진됐을 때도 8층에서만 1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층 전체로 감염이 확산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층에 수감됐더라도 한곳에 모여 노역하거나 공용 공간을 함께 이용하며 확산을 키웠을 수도 있다. 동부구치소 수감자의 가족인 A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용자들이 한데 모여 박스를 접는 등 노역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층에서 생활하는 수용자들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함께 이동했다고 한다. 수용 정원보다 더 많은 수감자가 머무르는 과밀 상태였던 점도 방역엔 악영향을 끼쳤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동부구치소 정원은 2070명 정도인데 13일 기준 2412명이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 “확진 터지자 뒤늦게 방역 마스크 지급” 동부구치소는 전국 구치소 가운데 좋은 시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부터 운영한 동부구치소는 실내에 체육시설 등 다양한 부대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다른 구치소들은 보통 야외 대운동장 등에서 단체 활동을 하지만, 동부구치소는 모든 활동이 밀폐된 실내에서 이뤄져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가 수감자들에게 집단 감염 발생 전엔 방역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수용자 가족은 25일 “지난달까지는 영치금 350원을 내면 수감자가 마스크를 구매해서 썼다”며 “일부 수감자는 천 마스크를 쓰거나 한 마스크를 계속 사용했다”고 했다. 구치소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도 “최근 방문했을 때 수감자가 천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래 수감자가 영치금으로 방역마스크를 개별 구매했으나 직원 확진이 확인된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모든 수감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해왔다”고 해명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구치소 특성상 집단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도 방역마스크 지급조차 선제적으로 하지 않은 점 등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소영·황성호 기자}
25일 성탄절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자 등 288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초대형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로써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514명으로 늘어났다. 단일집단 집단감염으로는 2월 대구 신천지교회 다음으로 큰 규모다. 방역당국은 2000명이 넘는 수감자들을 거대한 아파트 형태의 실내공간에 수용하는 동부구치소의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가 집단감염에 취약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신규 수감자 선제검사 없어 무증상 감염자 놓쳤나서울시는 “23일 동부구치소에서 진행한 2차 전수조사에서 수감자 및 직원 등 2437명 가운데 28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해당 집단 감염이 지난달 27일 송파구의 한 수험생이 확진된 뒤 동부구치소에 근무하는 가족에게 전염되며 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무증상 신규 수감자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18일 1차 전수 진단 검사에서 나온 확진자 상당수가 신규 수감자들이 머무는 신입사동에서 나왔다”고 했다. 현재 교정시설은 신규 수감자를 2주간 독방에 격리한 뒤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 검사 없이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로 옮겨왔다. 때문에 교정본부가 신규 수감자에 대한 선제적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무증상 감염자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입 수감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음성이 확인되면 일반 혼거실로 이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정원 초과에 공동 공간 많아 감염에 취약 방역당국은 동부구치소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외관상 5개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각 층이 하나로 연결된 통 건물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각 건물의 한쪽 면이 기다랗게 복도식으로 연결된 ‘5지창’ 형태이기 때문이다. 19일 동부구치소에서 187명이 한꺼번에 확진됐을 때도 8층에서만 1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층 전체로 감염이 확산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층에 수감됐더라도 한곳에 모여 노역하거나 공용 공간을 함께 이용하며 확산을 키웠을 수도 있다. 동부구치소 수감자의 가족인 A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용자들이 한데 모여 박스를 접는 등 노역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층에서 생활하는 수용자들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함께 이동했다고 한다. 수용 정원보다 더 많은 수감자가 머무르는 과밀 상태였던 점도 방역엔 악영향을 끼쳤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동부구치소 정원은 2070명 정도인데 13일 기준 2412명이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확진 터지자 뒤늦게 방역 마스크 지급” 동부구치소는 전국 구치소 가운데 좋은 시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부터 운영한 동부구치소는 실내에 체육시설 등 다양한 부대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다른 구치소들은 보통 야외 대운동장 등에서 단체 활동을 하지만, 동부구치소는 모든 활동이 밀폐된 실내에서 이뤄져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가 수감자들에게 집단 감염 발생 전엔 방역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수용자 가족은 25일 “지난달까지는 영치금 350원을 내면 수감자가 마스크를 구매해서 썼다”며 “일부 수감자들은 천 마스크를 쓰거나 한 마스크를 계속 사용했다”고 했다. 구치소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도 “최근 방문했을 때 수감자가 천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래 수감자가 영치금으로 방역마스크를 개별 구매했으나, 직원 확진이 확인된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모든 수감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해왔다”고 해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구치소 특성상 집단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도 방역마스크 지급조차 선제적으로 하지 않은 점 등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김소영기자 ksy@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명령이 수도권에 내려진 첫날인 2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미성년자 6명이 함께 모여 술을 마시다 경찰에 적발됐다. 행정명령이 시행된 뒤 처음으로 적발된 사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3일 오후 7시경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 모여 술을 마시던 17세 청소년 6명을 적발해 강남구에 특별방역조치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치를 위반한 청소년 가운데 A 군은 인근 파출소로 연행된 뒤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린 채 난동을 부리다 파출소 문에 달린 잠금장치를 망가뜨린 혐의(공용건물 손상)로 입건됐다. 당시 만취한 A 군은 경찰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라”고 지적하자 “밖으로 나가겠다”며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같은 아파트 주민의 신고를 받고 A 군 등이 모여 있는 집으로 출동해 행정명령 위반 현장을 적발했다. A 군 등은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인근 편의점에서 나이를 속이고 술을 사와 집 안에서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술을 판매한 편의점주를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명령이 내려진 뒤 모인 A 군 등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23일 0시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조치는 24일부터 전국의 모든 식당으로 확대됐다. 수도권에서는 행정명령이 내려진 23일부터 각종 유흥가와 식당가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월 3일까지 현장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며 “가정 등 사적 모임을 자발적으로 취소하는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만 현재의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제발 살려주세요.” 경기 고양시의 A 요양병원에 격리된 요양보호사 양모 씨(60·여)는 통화가 연결되자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2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양 씨가 있는 요양병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63명으로 늘어난 집단감염 발생지. 그 역시 1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런 말 부끄럽지만, 어젠 열이 38.7도까지 오르고 설사가 나와 기저귀까지 차고 있어요.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같이 확진된 환자 어르신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제가 수발을 들어야 해요. 병상이 똥오줌 범벅인데 안 치울 수가 없잖아요.” 전국에서 요양병원발(發)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요양병원들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 전담 병상 이송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환자가 늘어난 건 물론이고 요양병원 내부에서도 인력 부족으로 전시(戰時)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역시 집단감염으로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은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 병원 의료진이 대거 사표를 내고 퇴사해 버린 것. 해당 병원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 뒤에 비번 등으로 병원에 없었던 간호 인력 30여 명이 단체로 관뒀다”며 “확진 병동에 간호 인력은 8명뿐이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간병인도 노인들을 돌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병원 내 감염되지 않은 환자들도 어려움이 크다. 코호트 격리가 됐더라도 확진자와 밀접 접촉이 없고 음성 판정을 받은 입소자는 다른 병실이나 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 그래야 병원 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한모 씨(60·여)는 22일 오후 3시경 중증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긴급 연락을 받았다. “어머니를 집에 모셔갈 수 있겠느냐”는 권유였다. 현재 28명이 집단감염된 이 병원에서 어머니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어디로 옮겨가질 못하고 있단 설명이었다. “인근 요양병원에선 전부 어머니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대요.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에서 온다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하지만 집안 사정상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는데, 병원에서는 ‘그럼 어머니는 확진자와 함께 있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를 방치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호트 격리 뒤에도 추가 감염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은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못해 결국 입소자 3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모두 앞선 두 차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던 환자들이었다. 구로구 관계자는 “전담 병상은 나오지 않고 다른 병원은 기피하다 보니 그대로 머물다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연락이 닿은 해당 요양병원 의료진과 간병인들은 도와줄 인력이라도 늘려 달라고 사정했다. 서울에 있는 한 요양병원의 간호사 박모 씨는 “지금 하루에 겨우 몇 시간 쪽잠을 자며 버티고 있지만 한계는 한참 전에 넘어섰다”며 “당장 병상 확보가 어렵다면 환자들을 돌볼 인력 지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호소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제발 살려주세요.” 경기 고양의 A 요양병원에 격리된 요양보호사 양모 씨(60·여)는 통화가 연결되자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2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양 씨가 있는 요양병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63명으로 늘어난 집단 감염 발생지. 그 역시 1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런 말 부끄럽지만, 어젠 열이 38.7도까지 오르고 설사가 나와 기저귀까지 차고 있어요.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같이 확진된 환자 어르신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제가 수발을 들어야 해요. 병상이 똥오줌 범벅인데 안 치울 수가 없잖아요.” 전국에서 요양병원 발(發)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요양병원들이 최악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 전담 병상 이송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환자들이 늘어난 건 물론 요양병원 내부에서도 인력 부족으로 전시(戰時)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역시 집단 감염으로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은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 병원 의료진들이 대거 사표를 쓰고 퇴사해버린 것. 해당 병원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 뒤에 비번 등으로 병원에 없었던 간호 인력 30여 명이 단체로 관뒀다”며 “확진 병동에 간호 인력은 8명뿐이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간병인도 노인들을 돌보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병원 내 감염되지 않은 환자들도 어려움이 크다. 코호트 격리가 됐더라도 확진자와 밀접 접촉이 없고 음성 판정을 받은 입소자는 다른 병실이나 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 그래야 병원 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경기 수원에서 사는 한모 씨(60·여)는 22일 오후 3시경 중증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긴급 연락을 받았다. “어머니를 집에 모셔갈 수 있겠느냐”는 권유였다. 현재 28명이 집단 감염된 이 병원에서 어머니는 음성이 나왔지만 어디로 옮겨가질 못하고 있단 설명이었다. “인근 요양병원에선 전부 어머니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대요. 집단 감염이 발생한 병원에서 온다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하지만 집안 사정 상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는데, 병원은 ‘그럼 어머니는 확진자와 함께 있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를 방치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사정이 이러다보니 코호트 격리 뒤에도 추가 감염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은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못해 결국 입소자 3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모두 앞선 두 차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던 환자들이었다. 구로구 관계자는 “전담 병상은 나오지 않고 다른 병원은 기피하다보니 그대로 머물다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연락이 닿은 해당 요양병원 의료진과 간병인들은 도와줄 인력이라도 늘려달라고 사정했다. 서울에 있는 한 요양병원의 간호사 박모 씨는 “지금 하루에 겨우 몇 시간 쪽잠을 자며 버티고 있지만 한계는 한참 전에 넘어섰다”며 “당장 병상 확보가 어렵다면 환자들을 돌볼 인력 지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이미 ‘시즌방’ 다 나가고 없어요. 지금은 방 구하기 힘들 텐데.” 강원 평창군에 있는 A 스키장 인근 아파트. 1, 2동씩 지어진 이곳들엔 올 가을부터 ‘시즌방 빌려드립니다’란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시즌방이랑 스키장 주변 아파트나 빌라 소유자들이 몇 개월씩 장기로 빌려주는 집을 일컫는다. 스키 동호회원 등은 겨울철 아무래도 가격이 오르는 리조트나 콘도 대신 시즌방을 함께 대여해 쓰곤 한다. 19일 오후 2시경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3곳에 문의하자 “11월 말부터 내년 3월 초까지 예약이 꽉 찼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중개업자는 “한 아파트는 125가구 가운데 60여 가구가 시즌방으로 계약이 맺어졌다”고 귀띔했다. 최근 한 스키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1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전국에서 몰린 스키 애호가들이 공동 생활하는 시즌방들에서 또 다른 집단 감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키장 시즌방에 대한 논란이 커진 이유는 대체로 시즌방은 낮에는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이들이 ‘잠잘 곳’으로 이용하다 보니 많은 이가 공동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은 평수의 아파트에 10∼20명이 함께 쓰는 게 예사다. 실제로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한 아파트는 거실을 포함해 방을 4개로 나눠 25명이 같이 쓰고 있다고 한다. 홍천군에 있는 21평짜리 주택은 현재 남성 8명과 여성 4명이 같이 지내고 있다. 해당 시즌방의 방장을 맡고 있는 A 씨는 “사람이 몰릴 땐 한 방에 7명씩 같이 자고, 부엌과 화장실은 12명이 같이 쓴다”고 전했다. 겨울철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걸 감안하면, 시즌방에서 1명만 감염돼도 집단 감염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최근 A스키장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은 스키장 장비대여소와 인근 PC방 등 실내 공간에서 전염이 이어지며 지역 사회의 n차 감염으로 커졌다. 시즌방에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기도 불가능하다. 리조트 등 숙박업소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감독을 하지만, 시즌방은 정식 숙박시설이 아니다 보니 관리 주체 자체가 없다. 일반 아파트나 주택을 단기로 빌리는지라 실태 파악도 어렵다. 평창군 관계자는 “시즌방은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무리 지어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 나가도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즌방을 빌려준 한 아파트 소유자도 “솔직히 부동산업자를 통해 빌려주기만 했을 뿐 어떻게 운영하는지 내부 사정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스키나 보드 동호회 측은 최대한 조심하겠다는 입장이다. 평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10여 명과 함께 지내는 스키 동호회원 김모 씨는 “한꺼번에 몰리지 않게 회원들과 방문 일정을 공유하고 있다. 실내에서도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낸다”고 말했다. 정문태 평창군 감염병관리계장은 “솔직히 지금처럼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선 최대한 사람이 몰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시즌방과 같은 단체 모임은 자제하는 게 맞다”며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현지 주민과 아이들, 어르신들도 있는 만큼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이미 ‘시즌방’ 다 나가고 없어요. 지금은 방 구하기 힘들 텐데.” 강원 평창군에 있는 A 스키장 인근 아파트. 1, 2동씩 지어진 이곳들엔 올 가을부터 ‘시즌방 빌려드립니다’란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시즌방이란 스키장 주변 아파트나 빌라 소유자들이 몇 개월씩 장기로 빌려주는 집을 일컫는다. 스키 동호회원 등은 겨울철 아무래도 가격이 오르는 리조트나 콘도 대신 시즌방을 함께 대여해 쓰곤 한다. 19일 오후 2시경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3곳에 문의하자 “11월 말부터 내년 3월 초까지 예약이 꽉 찼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중개업자는 “한 아파트는 125세대 가운데 60여 세대가 시즌방으로 계약이 맺어졌다”고 귀띔했다. 최근 한 스키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1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전국에서 몰린 스키 애호가들이 공동 생활하는 시즌방들에서 또 다른 집단 감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키장 시즌방에 대한 논란이 커진 이유는 대체로 시즌방은 낮에는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이들이 ‘잠잘 곳’으로 이용하다보니 많은 이들이 공동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은 평수의 아파트에 10~20명이 함께 쓰는 게 예사다. 실제로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한 아파트는 거실을 포함해 방을 4개로 나눠 25명이 같이 쓰고 있다고 한다. 홍청군에 있는 21평짜리 주택은 현재 남성 8명과 여성 4명이 같이 지내고 있다. 해당 시즌방의 방장을 맡고 있는 A 씨는 “사람이 몰릴 땐 한 방에 7명씩 같이 자고, 부엌과 화장실은 12명이 같이 쓴다”고 전했다. 겨울철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걸 감안하면, 시즌방에서 1명만 감염돼도 집단 감염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최근 벌어진 A 스키장의 집단감염은 스키장 장비대여소와 인근 PC방 등 실내 공간에서 전염이 이어지며 지역사회의 n차 감염으로 커졌다. 시즌방에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기도 불가능하다. 리조트 등 숙박업소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감독을 하지만, 시즌방은 정식 숙박시설이 아니다보니 관리 주제 자체가 없다. 일반 아파트나 주택을 단기로 빌리는지라 실태 파악도 어렵다. 평창군 관계자는 “시즌방은 서로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 나가도 확인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즌방을 빌려준 한 아파트 소유자도 “솔직히 부동산업자 통해서 빌려만 줬을 뿐, 어떻게 운영하는지 내부 사정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스키나 보드 동호회 측은 최대한 조심하겠다는 입장이다. 평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10여 명과 함께 지내는 스키동호회원 김모 씨 “한꺼번에 몰리지 않게 회원들과 계약 일정을 공유하고 있다. 실내에서도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문태 평창군 감염병관리계장은 “솔직히 지금 같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선 최대한 사람이 몰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시즌방과 같은 단체 모임은 자제하는 게 맞다”며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현지 주민과 아이들, 어르신들도 있는 만큼 최대한 방역 수칙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서울 임시선별검사소에서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2240명 가운데 최소 5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 대다수는 검사소에서 “코로나19 관련 증상도, 최근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다”고 말해 이른바 ‘깜깜이’ 감염자로 보인다. 서울시는 “14일 중구 서울역 광장에 차려진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732명 가운데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검사 결과를 확인한 직후 이들이 접수처에 남긴 휴대전화번호로 연락해 확진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확진된 5명 가운데 중구 주민으로 파악된 2명은 병상 배정을 마치는 대로 격리될 방침이다.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 일반 선별진료소와 달리 검사 뒤 자가 격리를 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용산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도 14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236명 가운데 2명이 15일 양성 판정을 받아 정밀 재검사에 들어갔다. 용산구 관계자는 “전날 검사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시민 가운데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결과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도봉구 검사소에서 검사받은 117명 가운데 1명도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번 선제검사로 지역사회의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게 겨울철 방역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이달 1일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 가운데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깜깜이’ 감염자는 23.8%(2208명)에 이른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15일 오전 용산역 임시선별검사소를 방문해 “무증상자에 의한 조용한 전파가 확산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차단하려면 무증상 감염을 찾아내기 위한 선제검사가 중요하다”고 했다. 8∼11일 서울시 시립병원 7곳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제검사를 실시한 결과 16명의 확진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내가 혹시 무증상 감염자는 아닐까’ 하는 우려에 14일에 이어 15일도 임시선별검사소엔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14일 732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는 15일 873명이 찾아왔다. 선제검사 수요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14일 시내 16곳에 검사소 문을 연 데 이어 15일에도 22곳에 검사소를 추가로 늘려 확대 운영했다. 특히 15일부터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2호선 강남역과 신도림역 등 주요 지하철역 출구 인근에 집중적으로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1시경 서초구 지하철2호선 강남역 9번 출구 앞 임시선별검사소엔 50여 명이 검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꺼운 점퍼를 여미던 윤모 씨(26·여)는 “회사 가까이에 검사소가 차려졌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잠시 짬을 내서 나왔다”고 말했다. 윤 씨 뒤에는 직장 동료 3명이 나란히 줄을 섰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코로나19에 확진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자발적인 선제검사를 통해 확진 사실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추가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언 기자}
서울 임시선별검사소에서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2240명 가운데 15일 오후 10시 기준 최소 5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 대다수는 검사소에서 “코로나19 관련 증상도, 최근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다”고 말해 이른바 ‘깜깜이’ 감염자로 보인다. 서울시는 “14일 중구 서울역 광장에 차려진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732명 가운데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검사 결과를 확인한 직후 이들이 접수처에 남긴 휴대전화번호로 연락해 확진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확진된 5명 가운데 중구 주민으로 파악된 2명은 병상 배정을 마치는 대로 격리될 방침이다.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 일반 선별진료소와 달리 검사 뒤 자가 격리를 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용산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도 14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236명 가운데 2명이 15일 양성 판정을 받아 정밀 재검사에 들어갔다. 용산구 관계자는 “전날 검사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시민 가운데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결과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14일 도봉구 임시선별검사소 검사 인원 117명 가운데 1명도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번 선제검사로 지역사회의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게 겨울철 방역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이달 1일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 가운데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깜깜이 감염자는 23.8%(2208명)에 이른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15일 오전 용산역 임시선별검사소를 방문해 “무증상자에 의한 조용한 전파가 확산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차단하려면 무증상 감염을 찾아내기 위한 선제검사가 중요하다”고 했다. 8~11일 서울시 시립병원 7곳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제검사를 실시한 결과 16명의 확진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내가 혹시 무증상 감염자는 아닐까’하는 우려에 14일에 이어 15일도 임시선별검사소엔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14일 732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는 15일 873명이 찾아왔다. 선제검사 수요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14일 시내 16곳에 검사소 문을 연 데 이어 15일에도 22곳에 검사소를 추가로 늘려 확대 운영했다. 특히 15일부터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2호선 강남역과 신도림역 등 주요 지하철역 출구 인근에 집중적으로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1시경 서초구 지하철2호선 강남역 9번 출구 앞 임시선별검사소엔 50여 명이 검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꺼운 점퍼를 여미던 윤모 씨(26·여)는 “회사 가까이에 검사소가 차려졌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잠시 짬을 내서 나왔다”고 말했다. 윤 씨 뒤에는 직장 동료 3명이 나란히 줄을 섰다. 영하 10도의 강추위에도 야외에서 꿋꿋이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의료진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도 곳곳에서 전해졌다. 15일 오전 9시경 서초구 지하철7호선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에 차려진 임시선별검사소에 한 시민이 “따뜻할 때 드시라”며 캔 커피 10잔을 놓고 갔다고 한다. 오후 4시 20분경에는 50대 여성이 만두와 빵을 건네며 “줄 게 이것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감사하다’ ‘수고한다’는 시민들의 따듯한 말 한마디 덕분에 의료진들이 추위를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