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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중 선임병의 괴롭힘 때문에 정신적 후유증을 앓게 된 20대 남성에게 국가와 가해 선임병이 함께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제3단독 엄상섭 판사는 A 씨(22)와 그의 부모가 군 복무 시절 선임병 B 씨(22) 및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29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엄 판사는 판결문에서 “B 씨는 A 씨를 폭행하고 추행한 사건 사고의 불법행위자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B 씨가 구타 등 가혹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부대장 등 상급관리자들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사건이 발생한 만큼 국가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월 13일부터 약 한 달간 강원 고성군 모 부대 숙소관리병으로 복무하던 중 선임병인 B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B 씨는 “청소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 했다며 A 씨의 뺨을 때리는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A 씨를 폭행했다. 폭행에는 걸레자루 프라이팬 벽돌 아령이 동원됐다. 심지어 분리수거를 못했다는 이유로 1.5L 페트병에 들어있던 간장과 참기름 일부를 강제로 먹이고 숙소에서 두 차례 성추행까지 했다. B 씨는 A 씨에게 “다른 사람에게 가혹행위 사실을 알리면 너희 가족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결국 정신 및 행동장애 등 후유증을 앓다 같은 해 6월 의병제대했다. A 씨와 부모는 제대 직후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약 63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가 후유장애로 5년간 노동능력의 26%를 상실했다고 보고 손해배상 판결했다. 선임병 B 씨는 폭행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9월 고등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올여름 동물원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에서는 1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별밤축제’가 열린다. 기간 중 매일 오후 10시까지 개장한다. 특히 올해는 ‘야성이 살아 숨쉬는 아프리카의 밤’이라는 주제로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동물원 입구에는 ‘아프리카 존’이 설치돼 기린 얼룩말 등을 만날 수 있다. 개원 100주년 기념광장에서는 높이 10m의 바오바브나무 조형물 등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전시된다. 주말 오후에는 아프리카 전통댄스팀의 길거리 공연과 아프리카 동물 퀴즈 등의 행사가 열린다. 사육사와 함께 동물원 속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1박 2일 야영캠프와 야행동물 체험전, 스콜 체험전 등이 펼쳐진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에서는 8일부터 ‘초식 사파리 야간 도보탐험’이 한창이다. 사자와 호랑이가 머물렀던 사파리를 둘러보고 기린 코끼리 등 대형 초식 동물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체험프로그램이다. 22일에는 ‘반딧불 추억 만들기’ 행사가 시작된다. 1000여 마리의 반딧불이 사이를 걷고 직접 날려볼 수도 있다. 두 행사 모두 다음 달 21일까지 진행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테마동물원 ‘쥬쥬’에서는 장래 사육사를 꿈꾸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육사교실은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사육사 일을 보고 체험한다. 동물원 측은 경기도와 고양교육지원청의 지원을 받아 동물체험활동을 기록할 수 있는 책자를 제공한다. 고등학생 이상이 참여하는 사육사 직업체험은 먹이 주기, 대소변 치우기 등 사육사와 똑같이 하루 일과를 해야 한다. 학생 한 명이 사육사 한 명과 함꼐 일하면서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올해 장마기간에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정부의 조사는 2008년 4대강 공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 실시된 것이다.소방방재청은 14일 “올해 장마기간 집중호우 때 4대강의 수위가 낮아졌고 피해액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본류의 준설로 홍수 위험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수 패턴이 달랐던 과거 피해 사례와 단순 비교하며 4대강 사업의 효과를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홍수 위험과 피해 줄었다경기 여주군 금사면 전북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윤세욱 씨(81)는 계속되는 최근 장맛비에도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윤 씨 마을은 남한강에서 700m 떨어져 있어 장마철만 되면 논밭이 침수되는 피해를 보았지만 올해는 700mm가 넘는 비에도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윤 씨는 “수시로 남한강에 나가 봤지만 물 높이가 7, 8m 강둑의 절반 수준을 넘지 않았다”며 “4대강 공사로 강바닥이 깊어져 이제 홍수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소방방재청 조사 결과 낙동강 수계인 경북 상주 지역에서 수위가 3.5m 낮아지는 등 비슷한 규모의 예전 폭우 때보다 수해 위험도가 크게 줄었다. 한강 수계인 경기 여주군 일대 남한강 수위는 2.5m 낮아졌고 금강의 충남 부여군은 0.8m, 영산강의 광주시는 1.1m 각각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비 피해도 줄었다. 조사에 따르면 2004년에는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80∼334mm의 집중호우로 2041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6월 22일부터 7월 3일까지 내린 129∼617mm의 폭우로 84억 원(잠정 집계)의 피해만 났다. 1999년 7월 23일부터 8월 4일까지는 95∼633mm의 비가 내렸을 때 1조49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에 비하면 0.8%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장마가 끝난 뒤 피해 신고가 추가될 수 있지만 과거 피해에 비해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소방방재청의 설명이다.○ 4대강 사업 효과?올해 수해 피해가 줄어든 것은 4대강 준설로 바닥에 쌓인 침전물이 사라지면서 수량은 풍부해지고 하천 수위는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소방방재청은 분석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슈퍼장마로 불릴 만큼 엄청난 폭우를 쏟아냈는데도 피해 규모가 준 것은 4대강 사업의 큰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얼마나 짧은 시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느냐에 따라 피해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데 단순히 강수량만을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석환 대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본류 준설로 홍수위험은 낮아질 수 있지만 특정 지점의 최대 시우량(時雨量)과 강수량 등 모든 위험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얼마나 수해 위험이 줄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기상청과 방재청 등에 따르면 충남 부여군에서는 172mm가 내렸던 1999년 7월 23일부터 8월 4일까지 84억9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278mm가 내렸던 2004년 6월에는 19억8000만 원으로 피해가 줄어들었다. 즉 강우 유형과 수해방지 시설 설치 정도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4대강 사업과 별도로 진행돼온 재해예방 사업이 피해를 줄이는 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2008년에 2255억 원, 2009년 이후에는 매년 5000억 원 이상을 재해예방 사업에 투자해 왔다.○ 빨라진 지류 유속은 위험 요인4대강 본류 준설로 인해 유속이 더 빨라진 지류 지역은 오히려 수해에 더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본류 준설이 진행되면서 물 흐름이 원활해지자 지천의 유속이 빨라졌고 그 바람에 제방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충남 환경단체인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은 “유등천에 침산보가 건설돼 물길이 막히면서 유속이 빨라졌고 그 바람에 침산보 둑이 무너졌다”며 “다른 4대강도 둔치나 둑 붕괴 위험이 있어 보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여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용인대-국립공원관리公 산학협정용인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2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교내 본관 대회의실에서 김정행 총장과 엄홍우 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공원 해양탐방루트 개발 및 해양생태탐방선 운영을 위한 연구사업 산학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 경기사이버장터 10주년 특별 이벤트 경기도가 운영하는 농특산물 전문 쇼핑몰 ‘경기사이버장터’(kgfarm.gg.go.kr)가 개장 10주년을 맞아 12일부터 31일까지 특별 이벤트를 실시한다. 이 기간 사이버장터 구매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정된 1등에게는 4인 가족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경기쌀(240kg)을 제공한다.}
단국대는 2012학년도 수시모집 때 일부 전형료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이 지원하는 기회균형선발 전형 및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이다. 지난해는 1074명이 두 전형에 지원했다. 단국대는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해당 학생들에게 균등한 대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형료 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단국대는 다음 달 1일부터 입학사정관전형 원서를 접수하고 수시 1차 모집은 9월 8일부터 시작한다. 동아방송예술대는 모집 구분에 상관없이 소외계층 자녀에게 전형료 전액을 면제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대학에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수험생은 전형 유형이나 지원학과에 상관없이 전형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동아방송예술대는 전형료 면제 외에 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시 1차 모집은 9월 8일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김준원 교무처장은 “기회균형 및 소외계층 배려 차원에서 전형료 면제 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지 못한 대학생이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이색 강연과 함께 방학 기간을 ‘취업 완전정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이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큰 비용부담 없이 원하는 ‘자기경쟁력(스펙)’을 쌓을 수도 있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청년뉴딜 프로젝트로 취업 준비 경기도는 방학 기간에 ‘경기청년뉴딜 취업완전정복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대상은 경기 지역에 주소를 둔 대학 졸업예정자다. 18일부터 6주 동안 개인별로 맞춤형 취업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는 이미 도내에 캠퍼스를 둔 경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등과 협약을 맺어 취업 지원 강의를 정식 과목으로 개설한 바 있다. 이번 방학 프로젝트는 이 과목을 도내 거주 다른 대학생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원 부천 안양시와 서울 종로 신촌 등 대학생들의 이동이 많은 지역에 소규모 교육장을 만들어 컨설턴트 1명당 학생 15명을 배정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이력서 작성, 경력 쌓기, 모의면접 등 취업 전반에 대한 지도와 실습으로 구성된다.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특강도 예정돼 있다. 또 인턴사원으로 취업에 성공했을 경우 경기도는 6개월간 최대 월 80만 원씩 지원한다.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13일까지 경기일자리센터 홈페이지(www.intoin.or.kr)로 지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문행 경기도 일자리센터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취업 준비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 자신만의 취업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영어마을(파주시 탄현면)의 맞춤형 영어몰입 과정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 3주간 숙식하며 영어만 사용하는 과정으로 해외연수 못지않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영어마을 측의 설명이다. 비용은 2주일 80만 원 안팎. 비슷한 기간을 필리핀에서 연수할 경우 300만 원 이상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다. ○ 창업캠프와 이성교제 강의까지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은 서울시 창업소상공인과에서 방학 기간 실시하는 ‘대학생 창업캠프’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 대상은 현재 서울에 있는 대학의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정보기술(IT) 등 기술 제조업 분야의 소규모 창업에 대비하는 반과 유통 및 서비스 등 일반 창업반으로 나눠 50명씩 모집한다. 8월 초에 모집 요강이 확정되면 서울시나 각 대학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캠프 참가자는 창업아이템 분석과 사업계획서 작성 등에 관한 강의를 듣고 창업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통해 직접 회사를 만드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색 프로그램도 있다. 마포구는 이성교제에 관심 있는 대학생 10명을 모집해 건전한 이성교제 방법과 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인천 중앙도서관은 초등 임용교사를 희망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20일 중앙도서관에서 특강을 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달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해병대 2사단 소속 A 이병(23)의 가족이 부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A 이병의 고모부 조모 씨(57)는 8일 “조카가 외박을 나와 친구들에게 부대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며 “선임병에게서 구타는 물론이고 고문이나 다름없는 가혹행위를 당했고 심지어 돈까지 빼앗겼다고 했다”고 주장했다.유족에 따르면 A 이병은 올해 2월 모 체육대학(테니스 전공)을 졸업한 뒤 4월 초 해병대에 입대했다. 이어 5월 중순 경기 김포의 2사단에 배치돼 부대 테니스장 관리업무를 맡았다.조 씨는 해병대 출신인 A 이병의 친구 말을 인용해 “조카가 ‘편한 보직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선임병 2, 3명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선임병들은 A 이병의 옷을 모두 벗긴 뒤 성기를 둔기로 찌르는가 하면 알몸으로 찬물에 들어가게 했고 어두운 창고에 가두기도 했다는 것. 또 두 사람이 양팔을 잡고 다른 병사가 수통 등을 이용해 쇄골 부위를 짓누르기도 했다고 유족은 주장했다.금품 갈취 의혹도 제기됐다. 유족은 A 이병이 고참들에게 하루 2만∼3만 원씩 상납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 이병이 소지하고 있던 체크카드 사용명세를 유족이 확인한 결과 5월 27일부터 6월 17일까지 15만 원가량의 금액이 결제됐는데 갓 입대한 이병이 사용한 것 치고는 짧은 기간에 액수가 많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다. 또 A 이병이 전화를 걸어 “군화를 잃어버려 새로 구입해야 한다”며 가족에게서 20만 원을 송금받는 등 4, 5차례에 걸쳐 50만 원가량을 별도로 받은 것도 상납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조카가 ‘선임병들이 담배를 사 바치게 하고 체크카드를 빼앗아 멋대로 사용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A 이병은 2일 첫 외박을 나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내용을 밝혔고 다음 날 낮 12시 40분경 경기 안성시 죽산면의 한 상가건물 계단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입고 있던 옷에서 발견된 메모 형식의 유서에는 ‘잘하고 싶었는데…. 부모님께 죄송하다. 못난 아들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검은 4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에서 이뤄졌으며 5일 장례를 치렀다.부검에 참석했던 조 씨는 “쇄골 부위에 3cm가량의 멍이 있었다”며 “부검의가 ‘5∼7일 전에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군이 자살의 원인을 가정문제 등 개인적인 이유로 몰고 가며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로 조카의 억울한 죽음을 반드시 밝혀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유서에 가혹행위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안성=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달 4일 해병대 2사단 강화군 해안소초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같은 사단 소속 사병 1명이 외박을 나왔다가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경기 안성경찰서에 따르면 3일 낮 12시 40분경 안성시 죽산면의 한 상가건물 계단에서 해병대 2사단 소속 A 이병(23)이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상가 이용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은 A 이병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해병대 헌병대에 사건을 인계했다. A 이병은 외박을 나와서 주변 친구들에게 부대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이병이 남긴 유서에는 개인 신병을 비관하는 내용이 있을 뿐 부대생활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측은 A 이병 자살과 관련해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군 관계자는 “일단 유서에는 부대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안성=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삼성에버랜드에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직전인 지난달 말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직원 4명이 노조설립 신고를 마쳤다”며 “이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7일 밝혔다. 삼성에버랜드는 노동계가 노조 설립 타깃으로 삼은 사업장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삼성이 노조 설립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사측에 우호적인 이른바 ‘회사 노조’를 설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국회 헌법재판소 법원 검찰청 등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가기관들이 법으로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에 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7일 장애인 의무고용률(지난해 12월 말 기준)을 지키지 않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39개와 공공기관 64개,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근로자 300명 이상 민간기업 749개 등 총 852개의 명단을 발표했다. 국가기관의 장애인 고용 현황이 공식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는 지난해까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명단만 발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국가기관 중 국회의 장애인 고용률이 1.07%로 가장 낮았다. 이어 외교통상부(1.45%) 헌법재판소(1.62%) 교육과학기술부(2.16%) 법원(2.22%) 검찰청(2.32%) 방송통신위원회(2.36%) 등의 순서로 ‘힘’이 센 기관일수록 고용률이 저조했다. 지자체 중에는 경기도교육청(0.99%)이 최하위였고 나머지 15개 시도교육청도 모두 의무고용률(3%)에 미달했다. 공공기관(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3개 기관이 장애인 직원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0.43%) 한국교육개발원(0.51%)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관들의 장애인 고용률이 낮았다. 민간기업 중에는 장애인 고용률이 의무고용률(2.3%)의 60% 수준인 1.3% 미만 업체들이 공개 대상이다. 이 중에는 30대 기업집단의 132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업체별로는 CJ올리브영㈜ 현대커머셜㈜ ㈜GS아이티엠 등 28개가 장애인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기업집단별로는 SK 계열사가 12개로 가장 많았고 LG 계열이 11곳, 현대자동차 10곳이었다. 동부와 롯데가 각각 9개였다. 고용부는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올해 명단 발표 대상을 확대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인천 강화군 해병대 총기 사건으로 숨진 장병 4명의 합동영결식이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 연병장에서 엄수됐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며 사병 제대 뒤 해병대 부사관으로 재입대한 이승훈 중사(26·이하 1계급 추서 기준)와 포상휴가를 나흘 앞두고 사고를 당한 권승혁 상병(21). 두 차례 도전 끝에 해병대에 입대해 초병뿐 아니라 조리병 임무까지 맡았던 박치현 병장(21)과 청와대 경호원의 꿈을 키워가던 이승렬 병장(21) 등 4명의 전우는 이날 가족들의 품을 영원히 떠나게 된 것이다. 해병대장(葬)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유낙준 해병대사령관,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 등 각계 인사와 유족, 동료 장병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동료를 대표해 추도사를 읽은 강민우 상병은 “친근하게 장난을 걸어오던 부소초장 이승훈 중사님, 새벽에 빨랫줄을 달아주던 이승렬 해병님, 얼굴 가득 미소를 간직했던 치현이, 똑 부러진 후임이었던 승혁이…. 모두 좋은 곳으로 갈 것으로 믿습니다. 저희들은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안재환 아주대 총장(사진)은 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교내 법학관에서 열린 아주CEO(최고경영자)포럼에 참석했다. 2009년 출범한 아주CEO포럼은 기업체 CEO 및 임원, 각계 전문가 등 130여 명의 동문이 참여하고 있다.}
총기 사건으로 희생된 해병대 장병 4명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은 5일에도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여전히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고 동료 군인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들은 이날 잇달아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 장관은 “부대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조만간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어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개선할지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장병들에게 1계급을 추서했다. ○…사망한 4명의 장병 중 3명이 외아들이어서 가족들의 슬픔은 더 컸다. 이승렬 상병(이하 1계급 추서 이전 계급)의 고모부 박춘일 씨는 “어떻게 키운 외아들인데… 그렇게 얌전하던 아이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입대한 박치현 상병은 2차례 도전 끝에 해병대에 합격할 정도로 해병에 대한 애정이 컸다. 아버지 박근희 씨는 “사회생활이 만만찮으니 해병대에 가서 해병대 정신을 배워오라고 권유했었다”며 울먹였다. 이승훈 하사는 4년 전 해병대를 사병으로 제대한 뒤 부사관으로 재입대한 특이한 경우. 이 하사는 직업군인의 길을 가기 위해 장기복무 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한 부대 선임은 “제대한 뒤 다시 입대할 정도로 해병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총기 사건과 악연(惡緣)이 있다. 김 장관은 2005년 6월 육군 28사단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 난사사건 당시 3군사령관(육군 대장)이었다. 28사단은 3군 사령부 예하 사단이다. 당시 군 안팎에선 김 사령관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됐지만 김 장관은 이듬해 합참의장에 올랐다. 김 장관은 장관 취임 이후 또다시 해병대 총기사건을 겪은 것이다. 지난달 국방개혁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데 이어 중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직권조사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사건 발생 직후 해당 소초를 방문해 기초 조사를 한 결과 장병 신상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 이 소초에서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3월 해병 1사단에 권고한 부대 정밀진단을 해당 부대가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점검하기로 했다.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하네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박치현 상병(21)의 어머니는 오열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4일 오후 4시 45분경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박 상병의 가족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수도병원)에 도착했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박 상병의 아버지는 넋이 나간 듯 창백한 얼굴이었다. 어머니는 승용차에서 내려 몇 걸음 떼지도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도병원 현판을 보고서야 아들의 죽음이 실감난 듯 “정말 내 아들이 죽었구나”를 되뇌며 친지의 부축을 받고 병원에 들어섰다. 특히 박 상병은 사고 당시 생존했다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 치료 중 숨진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시간이 지나면서 이승렬 상병(21), 이승훈 하사(26), 권승혁 일병(21) 등 다른 사망자 유족들도 속속 병원에 도착했다. 이 상병의 이모라고 밝힌 임모 씨는 “승렬이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상병의 고종사촌 형인 개그맨 임혁필 씨(39)는 병원에서 “동생은 경호원 꿈을 이루기 위해 입대 전에 나한테 많이 물어봐서 멋진 곳이라고 말해줬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이라며 “지난달 가족들이 면회를 갈 때 함께 못 간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수도병원에 도착한 장병들의 부모는 강화도 사고 현장을 찾았다. 병원에는 친인척들이 남아 해병대 측과 장례식 절차를 논의 중이다.한편 부상한 권혁 이병(20)은 병동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이병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수도병원 측은 밝혔다. 또 가해자로 알려진 김모 상병(19)은 오후 5시 반경 국군수도병원에 이송됐다가 6시 10분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졌다. 군 관계자는 “김 상병이 수류탄 파편은 맞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출입자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한편 취재진의 출입은 통제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복수노조 시행 첫날인 1일 예상을 뛰어넘는 수의 기업 노조가 설립신고서를 제출해 노동계에 적지 않은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복수노조가 생기는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상급단체 가입 등을 놓고 노조 간 갈등이 빚어질 여지가 있어 양대 노총 중심의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1일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낸 76개 노조 중 노조가 없던 사업장 5개를 제외하면 복수노조 사업장이 71개나 생겼다. 이들 중 택시 버스 등 운수업종 노조가 41개, 그 외 업종이 30개다. 이 중에는 전국단위 조직을 갖춘 금융기관인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도 포함돼 있다. 이들 중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서 분리돼 나온 것이 32개, 민주노총이 28개이고 미가입 노조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11개다. 첫날 신고 수만 놓고 어느 상급 노동단체가 타격을 받을 것인지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노총에서 분리된 노조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대우증권, KEC, 서울도시철도공사, 발전3사(남부 서부 남동발전)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사업장의 기존 노조는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다. 이 때문에 향후 양대 노총에서 신설되는 노조를 놓고 경쟁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 노조가 기능을 하지 않아 사실상 무노조 사업장으로 분류돼 온 삼성 포스코 등에서도 복수노조 설립 흐름을 타고 새로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당장 통신업체인 KT의 강성파 직원들은 민주노총 가입을 전제로 복수노조 설립 방침을 공식화했다. ‘제3노총’ 출범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금호고속을 비롯해 인천의 한성운수와 새 노조 설립이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등은 상급단체 ‘무용론’을 주장하며 개별노조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연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지면 기존 노조와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산업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기업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전국 기업체에 ‘복수노조 태풍’이 일고 있다.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첫날인 1일 전국 곳곳에서 노조 설립 신고가 잇따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지방노동청에 접수된 신고 현황을 집계한 결과 대우증권과 경북 구미의 반도체업체인 KEC 등 전국 76개 기업 노조가 복수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버스 택시 관련 회사의 노조가 44개, 기타 일반 회사 노조가 32개”라며 “이 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노조에서 분화된 게 32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노조에서 분화된 게 28개, 기타 16개”라고 밝혔다. 또 KT 금호타이어에서도 새 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복수노조 설립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신생 노조 가운데 상당수는 기존 노조와 다른 상급단체에 가입하거나 아예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양대 노총이 주도하는 노동계 판도에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직원 수 3300명인 대우증권의 신생 노조인 대우증권지점노조는 조합원 6명으로 구성된 노조설립신고서를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제출했다. 위원장으로 추대된 대우증권 서울 이촌동지점 손화성 차장은 “본사 인력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노조가 지점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별도 노조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양측 대표자 14명이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한꺼번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 5명과 기업을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 9명 등 14명은 30일부터 1일 새벽까지 이어 열린 전체회의에서 상대측의 최종 협상안에 반발하며 사퇴했다. 근로자 위원들은 “저임금 근로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협상에 더는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사용자 위원들은 “영세기업을 위협하는 과도한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위원회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돼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절반 이상이 사퇴해 의결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최저임금 심의는 법정시한인 지난달 29일을 이미 넘겼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파행이 예상된다. 4일로 예정된 전원회의도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양보안을 내놓으며 극적 타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근로자 측은 올해(시급 4320원)보다 460원(10.6%) 오른 4780원을, 사용자 측은 135원(3.1%) 인상한 4455원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공익위원 9명이 4580∼4620원을 조정안으로 내놓았지만 양측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14명은 사퇴했다.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사용자 측이 터무니없는 주장만 되풀이해 더는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무의미해 사퇴한다”며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최저임금이 객관적인 경제사회적 지표를 반영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소속 위원 4명이 모두 불참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물건 값 흥정하듯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4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에서 “2000년부터 최저임금이 매년 평균 9.1%씩 인상돼 영세·중소기업은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며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의 압박에 굴복해 높은 인상안을 제시한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행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원회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올해 최저임금이 내년에 그대로 적용돼 노동계에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일부터 한 사업장에 두 개 이상의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한 복수노조 시대가 열린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조 설립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동안 1사 1노조만 허용해 왔다. 이에 따라 기존 노조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노조 간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 활동이 더욱 투명해지고 사업주에 대한 견제의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 사업장에서는 대우증권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복수노조제 시행으로 누가 대표교섭자가 되는지에 대한 협상을 놓고 각 사업장 노조마다 상당한 갈등도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른바 무노조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삼성 등 대기업에 노조가 생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0일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정착을 위해 현장 컨설팅을 실시하고 노동위원회의 관련 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복수노조 무력화 시도나 창구단일화와 관련한 불법 행위에 대해 노사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하기로 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이날 “복수노조제 도입으로 한국도 세계표준에 부합하는 선진 노사관계를 갖추게 됐다”며 “제도 연착륙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잰걸음’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일부 직원이 기존 노조에 반발해 1일 고용부에 대우증권 지점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설립필증이 나오는 기간은 약 3, 4일. 직원들은 필증을 받는 대로 지점노조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예상 조합원 수는 초기 300명가량으로 향후 1000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우증권 지점노조 출범은 “기존 노조가 (본사 중심이라) 지점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대우증권의 기존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이다. 새 지점노조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가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 외에 일부 시중은행에서도 지점을 중심으로 한 복수노조 설립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LG 한화 등 기존 노조가 강한 대기업에서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복수노조 출현은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상당수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노조 자산이 1000억 원대에 이르고 현 노조와 노선을 달리하는 조합원이 많아 어떤 형태로든 복수노조가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지부장 선거가 9월에 실시되기 때문에 선거 이후에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구체적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무노조’ 대기업 긴장 삼성그룹 등 이른바 사실상 무노조 대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부터 “삼성, 포스코에 노조를 만들겠다”며 공언을 한 상태. 양대 노총은 내부적으로 삼성 등에 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78개 계열사 가운데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7개사에 노조가 있지만 조합원이 10명 안팎인 사실상 ‘휴면 노조’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에는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노동단체들이 삼성에 노조를 만들기 위한 외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있지만 세력이 약해 사실상 무노조 사업장으로 꼽힌다. 조합원도 13명에 불과하다. 천영운 노조위원장은 “조합원이 많고 적고를 떠나 회사가 단협 내용을 지켜주느냐가 문제인데 경영진과 노조가 지금까지 의견 충돌을 한 일이 없다”며 “현재 노조에 대해 불만이 있는 근로자들이 있겠지만 그들이 지지나 동조를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또 다른 노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 불법행위 ‘엄중 조치’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도 도입된다. 여러 노조 가운데 대표노조가 사용자와의 교섭을 맡는 것이다. 창구 단일화는 노조 간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노조끼리 협의가 안 되면 해당 사업장 조합원의 과반수가 가입한 노조가 맡는다. 고용부는 노조 난립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 하지만 노동계는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향후 임금·단체협상 때마다 이 문제가 갈등의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김현지 기자 nuk@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경기 수원 오산 화성시 통합이 추진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사진)은 3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2014년까지 수원권 3개 시가 통합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염 시장은 “3개 시 주민의 60% 이상이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며 “3개 시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통합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14년 차기 지방선거에서는 통합시장이 선출돼야 한다”면서 “음악회 등의 순회 개최 등 문화적 정서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며 “상생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체도 구성하고 통합행정서비스 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3개 시가 통합되면 인구가 190만 명으로 전국 최대 기초자치단체가 된다. 인구 154만 명의 강원, 160만 명의 충북보다 많고 207만 명의 충남과 비슷하다. 면적은 852km²(약 2억5700만 평)로 605km²(약 1억8300만 평)인 서울보다 40%가량 넓다. 예산 규모도 2조7000억 원으로 웬만한 광역자치단체와 비슷하다. 염 시장은 또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 축성 220주년이 되는 2016년을 ‘수원화성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프로야구 제10구단의 창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태풍 ‘메아리’가 궂은비를 뿌리던 27일 낮 12시. 경기 광주시 탄벌동 광주시노인복지회관 3층 대강당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머리가 희끗하거나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잠시 뒤 50여 명의 노인이 나란히 줄을 섰다. 그리고 일제히 무대를 바라봤다. 무대 위에는 화려한 옷차림의 또래 할머니가 서 있었다. “자 오늘도 한번 신나게 해봅시다. 하나 둘 셋!” 할머니의 구령이 떨어지자 스피커에서 흥겨운 트로트 가요가 울려 퍼졌다. “솔솔솔 오솔길에∼빨간 구두 아가씨∼” 노래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신나는 율동이 시작됐다.○ 월요일에는 ‘댄서’ 매주 월요일 낮 12시 반 광주시노인복지회관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차밍댄스반’이 운영된다. 차밍댄스는 에어로빅의 격렬한 율동을 부드럽게 바꾼 것으로 여성이나 노인들의 건강댄스로 인기가 높다. 차밍댄스반은 광주시노인복지회관의 여러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높다. 5년 전 개설 초기 때부터 80명 안팎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 지금도 정원(80명)을 넘은 82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노인들은 2시간에 이르는 강좌 내내 지치지도 않고 율동을 배운다. 차밍댄스반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비결은 바로 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다. 5년째 이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사람은 올해 73세인 김숙자 할머니. 집에서 손자의 재롱을 즐길 나이임에도 김 할머니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춤을 가르치고 있다. 김 할머니의 댄스 경력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유치원에 다니던 여섯 살 때 이미 무대에 오를 정도로 ‘무용 신동’이었다. 6·25전쟁 직후인 18세 때 당시 부산대 사범대 체육무용과에 입학해 고전무용과 현대무용을 공부한 뒤 모교인 통영여고에서 후배들을 가르쳤다. 11년간 교단에 섰던 김 할머니는 결혼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세 자녀를 낳고 기르며 잠시 무용과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중반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생활체육이 유행하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에어로빅이 선보였다. 김 할머니는 당시 개발이 막 시작되던 잠실 일대에 학원을 잇달아 개원하고 본격적으로 에어로빅을 보급했다. 한국 에어로빅 1세대인 셈이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날까지” 늘 춤과 함께해온 김 할머니에게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2004년 남편의 병환 때문에 경기 광주시로 터전을 옮겼다. 물 맑고 공기 깨끗한 곳이지만 아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었다. 영영 춤을 추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가족과 지인의 권유로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광주시노인복지회관에서 또래 노인들을 가르치고 생활체조연합회장까지 맡았다. 2007년 칠순잔치도 이곳에서 댄스파티를 열어 평소 자신이 가르치던 노인들과 함께 춤을 추며 자축했다. 2009년 겨울에는 폭설로 얼어붙은 길에서 넘어져 발목이 골절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주변의 만류에도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서 춤을 가르쳤다. 말 그대로 ‘휠체어 투혼’이었다. 차밍댄스를 배우고 있는 신현복 할아버지(75)는 “휠체어를 타고 춤을 가르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선생님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무용을 가르치겠다”며 “무대에서 춤을 추다가 쓰러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