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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5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로 제시해 ‘바오치(保七·7% 성장률 유지)’ 시대의 종식을 알렸다.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에서 ‘7%’가 빠진 것은 처음이다. 관심을 모았던 국방 예산 증가율은 ‘7% 안팎’으로 제시돼 중국 국방비가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약 170조 원)을 돌파하게 됐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6차례 ‘핵심’으로 지칭해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 강화를 대내외에 알렸다.○ ‘중저속 성장 시대’ 선언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공작(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에 대해 “6.5%로 하되 가능하면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목표치 6.5∼7.0%에 비해 낮아진 것이지만 주요 투자은행과 경제분석기관 전문가들의 예상치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실제 성장률은 6.7%로 26년 만에 최저치였다.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저속 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중국이 경제성장 7% 목표를 공식 포기한 것은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 시대를 이어갈 수 없으며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보호무역주의 바람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7%대 성장 포기로 세계 경제가 올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작년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는 33.2%였다. 특히 한국 등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수출국들은 중국 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경기 위축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국방예산 1조 위안 돌파에 日 강한 우려 푸잉(傅瑩) 전국인대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방비 예산 증가 폭은 7% 안팎이 될 것이며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방예산 증가율이 3년 연속 감소세이지만 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넘어섰다. 올해 중국 국방비는 지난해 9543억5000만 위안보다 668억 위안(약 11조2000억 원)가량 늘어난 1조211억 위안(약 171조2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최근 내년 국방비 예산을 10% 늘어난 6030억 달러(약 684조1035억 원)로 책정해 발표하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두 자릿수 국방비 증액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일단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국 국방비 1조 위안 돌파 소식에 일본은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4일 “중국의 급속하고 불투명한 군사비 확대는 이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우려돼 왔다.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실제 국방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의 한 간부도 산케이신문에 “중국은 주변국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방비 내용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일본 집권 자민당이 5일 제84회 당대회를 열고 총재 임기를 현행 ‘연속 2기 6년’에서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당칙 개정을 공식 결정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내년 9월 당 총재 3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으며 당선되면 2021년 9월까지 장기 집권을 실현하게 된다.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당·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 논의를 거쳐 11월 당 총무회에서 승인됐다. 자민당 내에 이렇다할 경쟁자가 없는 ‘아베 1강(强)’ 구도가 계속된다면 3년 더 총리를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아베 총리는 2006∼2007년 1차 집권 당시를 포함해 재임일이 3000일을 넘기면서 일본 근현대사에서 최장수 재임 총리로 기록될 수 있다. 현재 역대 최장수 재임 총리는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로 세 차례에 걸쳐 2866일간 총리직을 맡았다. 아베 총리는 2019년 11월에 이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베 총리가 역대 최장 집권을 실현하려면 향후 2개의 선거에서 안정된 의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2019년 여름 실시될 참의원 선거와 2018년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언제 해산하고 총선을 치를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한 지반을 다지기 위해 아베는 4일 당 모임에서 “전투는 반드시 다가온다. 늘 전장에 있다는 마음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장기 정권을 통해 아베 총리가 하고 싶은 일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 있다. 아베는 당 대회 하루 전인 4일 초당파의원연맹 ‘창생일본’ 회합에 참석해 “개헌세력이 중·참 양원의 3분의 2를 차지해 드디어 개헌 발의가 가능해졌다”며 “헌법 개정에 대해 자민당이 책임을 갖고 논의하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반드시 헌법을 개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였으나 역시 강경 개헌론자인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보좌관이 기자들에게 총리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5일 당대회에서도 자민당은 “개헌 원안을 발의하기 위한 구체적 행보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2017년도 ‘운동 방침’(주요 활동 전략)을 확정했다. 운동 방침에는 중·참의원 헌법 심사회에서 개헌 방향을 국민에게 선명하게 제시하고 여론 형성을 위해 ‘개헌 찬성자 확대 운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베 총리는 올해 초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일본 헌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70년이 된다”며 “새로운 70년을 위한 헌법 개정안을 국회가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에서 지난달 24일 처음 시행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에 실제로 조기 퇴근한 사람은 3%대에 불과했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재계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오후 3시부터 조기퇴근을 권장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실시하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정체상태인 소비를 끌어올리고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민간조사회사인 인테지가 도쿄, 사이타마(埼玉) 현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20~59세 남녀 2200여 명에게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이날 오후에 일찍 퇴근했다는 사람은 3.7%에 그쳤다. 직장에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시행됐거나 조기퇴근을 장려했다는 비율은 10.5%, 이들 기업에서 일찍 퇴근했다는 사람은 37.9% 정도였다. 일찍 귀가하지 못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일이 끝나지 않아서’(88.4%), ‘나중에 업무에 악영향을 줄 것 같아서’(18.1%), ‘직장 주변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여서’(9.4%) 등의 순으로 꼽혔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에 조기퇴근한 뒤 무엇을 했는지를 묻자 ‘집에서 보냈다’(41.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외식하러 나갔다’ 응답은 32.1%였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실시율은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이 5.8%, 100인 미만 기업은 2.4% 등으로 조사돼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높았다.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특권계급”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정착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가운데, 3월 마지막 금요일인 31일은 일본의 회계연도 마감일이라 더욱 직장인들의 조기퇴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대학 교육까지 받은 22세 청년이 일자리가 없다고 불평하길래 ‘네 엄마를 보라’고 했습니다. 문맹인 그의 어머니는 20년 전 그라민은행에서 35달러를 빌려 작은 사업을 해 아들을 교육시켰거든요. ‘너는 왜 대학까지 나와서 직업을 달라고 하는가. 뭘 할지 스스로 생각하라’는 겁니다.”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76)는 지난달 21일 아사히신문과 규슈(九州)대가 주최한 ‘소셜비즈니스로 미래를 만들자’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청년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사회에는 새로운 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말고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라”는 주장이다. 빈자들을 위한 ‘그라민은행’을 창설해 빈곤 구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그는 지금 ‘소셜 비즈니스’ 전도사가 돼 있다.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사업을 말한다. 주로 빈곤, 환경, 의료, 에너지, 교육 등의 분야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고용을 창출한다. 1983년 방글라데시에서 그라민은행을 만들었을 때 그는 빈민 여성들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이들에게 담보 없이 35∼40달러를 빌려준 것만으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여성들은 볏단을 사서 탈곡해 직접 쌀을 팔고, 야채를 기르고 바구니를 짜서 팔았다. 지금까지 8만여 마을에서 빈곤 여성 500여만 명에게 대출이 이뤄졌는데 원금회수율이 98%에 이른다. 깨어난 여성들은 사회 전체를 바꾸고 있다. 농촌에 화장실이 들어섰고, 아이들의 야맹증이 사라졌다. 가족계획을 통해 30년 전 평균 6, 7명이던 1가정 자녀 수를 2명으로 줄였다. 그는 유누스 정신은 ‘거꾸로 생각하기’라고 강조했다. “내가 금융을 제대로 공부했더라면 그라민은행이란 아이디어는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난 금융에 대해 잘 몰랐고 은행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건 통념과 반대로 했습니다. 은행들이 부자를 상대할 때 가난한 사람에게 향했고, 남성들에게 투자할 때 여성들에게 투자했지요.” 일본의 청년들에게 주는 고언도 ‘거꾸로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고령자가 늘고 청년 비중이 줄어든다고 해서 모두가 미래를 불안해하지만, 거꾸로 보면 청년 1인당 가능성은 커진다는 뜻”이라며 “청년들은 내가 누구인가, 나를 둘러싼 사회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즈니스란 돈벌이뿐 아니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라며 “사회는 우리가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 바뀐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이동통신회사 그라민폰, 태양광 기업 그라민샥티, 정보기술(IT) 기업 그라민 소프트웨어, 수출업체 그라민 니트웨어, 간호사 양성학교, 안과 병원 등 수십 개의 ‘소셜비즈니스’ 업체를 운영한다.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보다 덜 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충만함을 어디에 비길까요.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아름답습니다. 동료를 짓밟고 자신만 득 보려는 사람은 적성에 맞지 않겠지만요.” 그는 요즘 규슈대와 코니카미놀타 등 일본 기업과 연대해 무의촌 원격 의료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서는 그가 보급한 그라민폰이 큰 역할을 한다. “세계 인구 70억 중 10억 명이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받지 못합니다. 반면 41억 명이 휴대전화를, 이 중 21억 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전국에 가방 한 개의 ‘포터블 헬스 클리닉’을 든 기사들을 보내 원격진료를 받게 하는 겁니다. 잘되면 10억 명 시장이 열립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키히토(明仁) 일왕(사진) 부부가 28일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美智子) 왕비는 이날 하네다 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이번 (베트남) 방문이 양국의 상호 이해와 우호 관계를 더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베트남에 도착해선 첫 일정으로 베트남에서 활동 중인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격려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5박 6일간의 베트남 방문 기간에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일본 군인들이 현지에 남겨둔 베트남 가족들을 만나 위로할 계획이다. 도쿄신문은 일왕의 베트남 방문을 ‘잊혀진 역사를 찾는 여행’이라 표현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베트남에 주둔했던 일본군은 1945년 종전 후에도 600여 명이 현지에 남아 프랑스를 상대로 한 베트남 독립전쟁을 지원했다. 이 중 일부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아이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일본 정부가 자국 군인을 본국으로 소환하면서 베트남 부인과 자녀들의 대동을 허용하지 않아 이산가족이 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방문은 아키히토 일왕이 태평양 전쟁 격전지를 찾아다녔던 ‘위령 여행’의 일환이라고 적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5년 사이판을, 2015년에는 팔라우, 2016년 필리핀을 방문해 전몰자를 위령했다. 일왕 부부는 베트남 방문 기간에 쩐다이꽝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고 베트남 독립운동 지도자인 판보이쩌우 기념관을 방문한다. 자국 교민들도 격려할 계획이다. 일왕 부부는 5일 태국으로 이동해 지난해 10월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전 태국 국왕에 대한 조문을 한 뒤 6일 일본으로 돌아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말레이시아발 김정남 피살 소식으로 근 2주간 전 세계가 들썩였다. ‘독침설’ ‘북한 여공작원 소행설’ 등 정보의 교착(交錯)과 오보의 난무. 팩트와 낭설을 분간할 수 없는 혼란 속에서 현장 기자와 독자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사건은 드라마틱했고 관련 정보는 오리무중이니 어쩔 수 없는 요소도 있었다. 이 와중에 일본 후지TV가 19일 밤 단독 보도한 김정남 피습 순간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은 압권이었다. 상당한 돈을 썼으리라고 짐작했는데, 며칠 지나니 사연이 흘러나왔다. 현지 브로커가 일본 방송사들에 500만 엔(약 5000만 원)에 팔겠다고 제안을 했고 이 중 가장 용감한 후지TV가 가장 먼저 구매에 나섰다는 거다. ‘용감하다’고 한 이유는 영상 유출 자체가 불법일 수 있어서다. 그 며칠 전에는 TBS가 실행범인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의 호텔 로비 CCTV 영상을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의 취재력이 대단하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내 생각은 조금 복잡하다. 가령 왜 브로커들이 한국 언론에는 동영상 판매를 제안하지 않았을까?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모 교회 신도 등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일본 언론의 힘이 더욱 빛났다. 우리 정부가 한국 언론인의 현지 입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억류자 중 2명이 살해되고 40여 일을 끈 협상 끝에 21명이 풀려났다. 그 40여 일간 한국 언론은 외신과 일본 언론에 거의 의존해야 했다. 일본 기자들은 아프가니스탄 호텔방에 숨어 현지 취재원을 통해 취재한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협상 관련 기사들을 매일 송고했다. 결론은 이건 일본의 국력이라는 것이다. 일본 유수의 신문사들은 대개 특파원 50∼60명이 세계 각지에 진을 치고 있다. 특파원마다 현지 취재보조원과 통신원을 고용하니 취재의 손발은 몇 배로 늘어난다. 특파원을 두지 않은 지역에도 현지 통신원을 고용해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특파원은 2, 3년마다 바뀌지만 현지 보조원들은 터줏대감이니 특종을 물어오는 경우도 많다. 일본 언론도 말레이시아에 상근 특파원이 있는 곳은 거의 없었던 듯하다. 다만 현지 통신원들은 있었다. 사건이 터진 뒤 싱가포르, 태국에서 특파원들이 날아가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취재했다. 일본 방송사들이 좋은 동영상이 있으면 앞다퉈 산다는 것도 익히 알려져 있다. 결국 평소에 쳐 놓은 그물망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국 언론도 발 빠르게 현지에 기자들을 보냈다. 하지만 이 인력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독자들은 ‘한국도 일본 언론사들처럼 하면 되지 않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언론사의 힘은 독자와 국가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아일보 도쿄지사가 입주해 있는 아사히신문의 경우 종이신문 판매부수는 근래 많이 줄었다 해도 650만 부다. 독자들이 월 4000엔(약 4만 원)의 구독료를 꼬박꼬박 낸다. 650만 독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 기업들이 내는 광고비도 규모가 다르다. 인터넷 판도 유료 독자가 돼야 제대로 기사들을 읽을 수 있다. 사회 전반에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라는 의식과 저작권에 대한 집착과 존중이 남다르다. 이런 여건하에서 사람과 취재망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하고 취재에 대한 엄격성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이건 일본의 국력이 아닐까. 쓰다 보니 푸념처럼 돼버렸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언론, 현장에서 애쓰는 한국 기자들에게 우리 독자들도 좀 더 힘을 실어주시길 바란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김정남의 시신에 대해 사건 직후에는 “김정남이 맞다”고 인정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고 아사히신문이 말레이시아 수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이 독극물 공격으로 사망하자 이 시신이 김정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북한대사관에 이를 통보했다. 당시 이 남성은 북한 국적 46세 ‘김철’이라는 이름의 외교관용 여권을 갖고 있었으며 한국 정부가 김정남 관련 정보를 말레이시아 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보를 받은 강 대사가 시신안치소를 방문해 신체 특징을 확인한 뒤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김철과 김정남을 연결짓는 유전자(DNA) 증거나 지문, 치아 구조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북한대사관에 요구하자 강 대사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신원 확인이 될 때까지 시신을 넘겨줄 수 없다고 밝혔지만 북한대사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시신은 김철 이외 다른 사람일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조기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김정남의 시신에 대해 사건 직후에는 “김정남이 맞다”고 인정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고 아사히신문이 말레이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말레이 당국은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이 독극물 공격으로 사망하자 이 시신이 김정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북한대사관에 이를 통보했다. 당시 이 남성은 북한 국적 46세 ‘김철’이라는 이름의 외교관용 여권을 갖고 있었으며 한국 정부가 김정남 관련 정보를 말레이시아 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보를 받은 강 대사가 시신안치소를 방문해 신체 특징을 확인한 뒤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에 따라 16일 “시신은 김정남”이라고 발표하고 북한대사관을 통해 가까운 가족에게 시신을 넘겨주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말레이 수사당국이 ‘김철’과 김정남을 연결짓는 DNA 증거나 지문, 치아구조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북한 대사관에 요구하자 강 대사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말레이 당국은 또 공적인 조회자료로 신원확인이 될 때까지 시신을 움직일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대사관은 17일 성명 등을 통해 “부검은 필요 없다. 시신은 김철 이외 다른 사람일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조기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가 북한이 김정남 살해를 위해 수개월은 준비했을 것이라고 23일자 요미우리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김현희는 외국인 여성들이 실행범으로 이용된 이유에 대해 “경계를 덜 받기 때문”이라며 이들에 대한 회유, 교육에 몇 개월은 걸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성들이 사전에 살해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감시카메라로 촬영된 범행 장면을 보니 두 사람은 대상자(김정남)에 접근해 망설임 없이 행동한 듯하다”며 “두 사람은 대상자의 인상착의는 알고 있었겠으나 암살대상자가 김정남이라는 건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행현장을 공항으로 택한 이유로는 “탈출로 확보에 이점이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사건에 북한 정찰총국의 다른 공작들보다 많은 인원이 관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에 북한 사람은 8명이라고 발표했는데, 북한의 정찰총국이 임무를 실행할 때 통상 3~6명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에 비해 많은 인원”이라며 “임무의 막중함 때문에 많은 인원이 관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현희는 김정남이 살해된 이유에 대해 “2013년 장성택이 처형된 사건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장성택 생전에 그로부터 김정남에게 흘러갔던 자금 일부를 북한이 반환하라고 요구했지만 정남 씨가 받아들이지 않아 살해된 것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건으로 ‘(김일성 핏줄을 이어받은) 백두혈통은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이 깨졌다”며 “앞으로 김정은의 통치를 저해하는 세력, 명령이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불평을 말하는 인물, 반기를 든 탈북자들, 한국의 주요정치인 등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2000년 중국에 가서 몇 년간은 악역만 맡았습니다. 중국인을 괴롭히는 일본인 병사나 경찰 역이죠.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니 친구인 중국인 감독이 ‘비슷한 역할만 하면 크지 못한다’고 조언해 주더군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 배우로 성장한 야노 고지(矢野浩二·47) 씨는 21일 중국에서의 인기 비결로 ‘자연인으로서 일과 사람을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일관계가 어렵건 말건 자신은 일본인이 아닌 한 배우로서, 중국인이 아닌 동료들과 일할 뿐이라는 것이다. 고(故)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아사히신문 주필이 2014년부터 이끌어온 연속 세미나 ‘그러니까 한중일 유대의 재발견’(후원 동아일보, 아사히신문) 마지막 회가 이날 일본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렸다. 9회째인 이날은 ‘프로페셔널이 만들어가는 한중일의 미래’를 주제로 좌담 형태로 진행됐다. 한중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세 명이 주인공. ‘중국에서 활약하는 일본인’으로 배우 야노 씨,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으로 노성희 써니트레이딩 대표, ‘한국에서 활약하는 중국인’으로 펑리잉(彭麗穎·31) 한중예술협회 회장이 등장했다 노 대표는 1990년대 초 일본인과 결혼해 오키나와에 정착한 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는 문화 차이로 겪은 갈등, 호텔 사업에 진출해 연매출 1000억 원의 회사로 키운 과정 등을 담담하게 말했다. “집에서는 축구 한일전이 있을 때가 가장 괴롭다”는 그는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 도쿄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중국 고전 악기인 고쟁(가야금과 유사한 악기) 전공자인 펑 회장은 2006년 가야금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서울대와 중앙대에서 석박사를 마쳤고 지금은 한국에 정착해 한중 문화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한국의 국악에 중국 음악의 원형이 보전돼 있었다”며 “전통을 지키면서도 한류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인의 창조성에 자극받는다”고 했다. 이들은 국가 간에는 정치와 역사 등의 이유로 갈등이 있더라도 사람들은 서로를 알수록 가까워진다며 국가 간 갈등을 푸는 해법으로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가와라 아키오(大河原沼夫) 일본국제교류센터 이사장은 이날 연속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연 1회 정도 특별 세미나로라도 모임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자위대는 ‘적기지 공격 능력’을 위한 장비 체계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구체적 검토를 시작할지 어떨지에 대한 검토 정도는 해나가고 싶다.” 일본 자민당의 2인자인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가 19일 NHK 좌담 프로에 출연해 이렇게 말하며 북한 등의 미사일 공격을 받기 전에 상대 기지를 공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한다는 데 전향적 자세를 표명했다. 좌담에 참석한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助) ‘일본 유신의 회’ 공동대표도 “검토를 시작하는 게 북한에 대한 압력이 될 것”이라며 찬동했다. 일본 유신의 회는 규모는 작지만 자민당보다 더 보수적인 정당이다. 반면 연립 여당인 공명당 대표는 신중한 자세를 표명했고 공산당과 민진당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1956년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정권 이래 이 문제에 “헌법상으로는 허용되지만 정책판단으로서 보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선제공격이나 자위를 넘은 무력 행사에 이용될 위험이 있고 일본의 국시인 ‘전수방위’를 벗어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공격이 잇따르면서 자민당 내에서 그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자꾸만 불거져 나왔다. 올해 들어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우회적으로 거론하는 횟수가 늘었다. 아베 총리는 14일 국회에서 관련 질문에 “북한의 위협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국민을 지킬 것인가 늘 검토해갈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도 “안전보장 환경이 엄혹해지는 가운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적기지 공격수단으로 상정하는 것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스텔스 기능이 있는 전투기에 의한 공격 등이다. 특히 전투기에 의한 공격은 항공자위대가 차기 주력전투기로 도입하는 스텔스기 F-35가 배치되면 공중급유기 등과 조합해 ‘적기지 공격 능력’에 가까워진다는 견해도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금 칭찬하고 싶은 것은 그의 ‘용기’다. 김정남은 북한의 세습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온몸에 진땀을 흘리며 괴로운 기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五味洋治·59) 편집위원은 17일 도쿄 주일외국특파원클럽(FCCJ)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남과의 첫 대면 인터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인터뷰는 2011년 1월 3일 마카오에서 이뤄졌다. 회사에는 휴가로 해두고 아내와 마카오로 향했다. 혹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를 생각해 회사 책상 서랍에 행선지와 항공편, 호텔, 일정 등을 적은 쪽지를 넣어놓았다. 그렇게 만난 김정남에 대해 그는 “나름의 결심을 통해 북한의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고 싶어했다”며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위험을 예견하면서도 자기 생각이 평양에 전달되기를 바랐던 듯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작성된 원고를 사전에 김정남에게 보여주고 도쿄신문에 게재했다. 이후 김정남으로부터 “북한의 경고가 있었다‘며 ”당분간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그래도 교류는 계속하자“는 이메일이 왔다. 그해 5월에 베이징에서 또 만났다. 그는 자신이 본 김정남의 생각을 요약하면 △권력세습은 사회주의 체제와 맞지 않는다 △지도자는 민주적 과정을 통해 선출돼야 한다 △중국식 개혁개방만이 북한의 살 길이다 등이라고 전했다. 김정남이 이런 발언들, 혹은 관련보도 때문에 암살됐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비판은 이런 발언으로 한 인간을 말살하는 자들에게 돌려져야 마땅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13일 피살당한 김정남과 가장 많이 접촉한 저널리스트다. 2004년 중국 베이징(北京)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뒤 2011년 1월과 5월에 총 7시간 대면 인터뷰를 했고 150회 가량 이메일로 교신했다. 이 내용은 2012년 초 고미 의원의 저서 ’아버지 김정일과 나‘(한국어판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책을 낸 이유에 대해 자신이 알게 된 김정남의 사상과 인간성, 북한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북한과 다른 나라들의 관계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은 저서 출판에 대해 미리 허락했으나 발간 시기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었다고도 했다. 2012년 1월 그가 출간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전하자 김정남이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는 이메일을 보내온 게 마지막 교신이 됐다. 김정남이 이복동생 김정은을 어떻게 평가하더냐는 질문에 그는 ”김정남은 평생 김정은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어 그의 성정 등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이 말을 믿지 않았으나 많은 탈북자나 전문가들의 의견도 같았다“고 전했다. 세간에는 김정남이 2001년 5월 가짜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된 사건 때문에 북한의 권력구도에서 배제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김정남은 이를 부인했다고 한다. ”김정남은 9세 때 스위스로 유학을 떠나 20세가 채 되기 전 북한에 귀국했다. 1990년대 초반 김정일 위원장과 전국의 경제개발 상황을 시찰하러 다녔는데, 유럽에서 본 사회와 북한의 실상이 너무 달라 아버지와 의견이 맞지 않았고 급기야 북한을 떠나게 됐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종합하면 적어도 한때는 김정일이 그를 후계자로 봤지만 일찌감치 후보에서 제외한 것같다.“ 또 당시 일본 입국 때 쓰인 도미니카공화국 명의의 가짜여권에 대해 김정남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 일 뒤 북한은 방침을 바꿔 가명을 쓰더라도 여권은 북한 것을 쓰도록 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남은 중국에서의 보호를 귀찮아하기도 했고 최근 들어 중국의 보호가 약해졌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중국과 김정남의 관계가 이전처럼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고미 위원은 김정남이 숱한 언론인 중 자신에게 생각을 털어놓은 이유에 대해 자신이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것을 김정남이 알았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김정남을 베이징 공항에서 만난 뒤 7년간 휴가 때마다 홍콩, 마카오, 싱가폴, 베이징 등을 찾아다니며 김정남과의 만남을 모색했다. 이런 움직임을 살핀 김정남이 2010년 10월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는 것. 그는 또 김정남 피살이 알려진 이후 3일간 수백명의 일본, 한국, 영어권 기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으나 자신은 언론취재에 응하지 않는다며 ”나에게 묻지 말고 직접 북한 당사자와 맞닥뜨려 취재해달라. 그게 북한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말을 맺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가장 먼저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자칭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티흐엉(29)의 범행 직후 모습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민영방송 TBS는 15일 밤 한 호텔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이 여성의 영상을 내보냈다. 그는 13일 오전 9시 26분경 공항 택시 승차장에 서 있는 모습이 공항 CCTV에 찍힌 데 이어 10분 뒤인 오전 9시 36분경 이 호텔 로비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다시 등장했다. 작은 핑크색 여행가방을 끌고 혼자 로비로 들어선 이 여성은 ‘LOL’(폭소) 티셔츠를 입은 공항에서의 차림새 그대로였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웃기도 하는 등 움직임은 들떠 보였고 CCTV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이어 CCTV 영상에는 오전 10시 조금 넘어 그가 밖에서 쇼핑봉투와 사람만큼 큰 곰 인형을 안고 로비로 돌아오는 장면이 잡혔다. 그는 곰 인형을 로비의 소파에 앉힌 뒤 프런트로 다가가 “곰 인형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TBS는 여성이 전에 묵던 호텔로 돌아가 짐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의 체크인을 담당한 직원은 “여권을 체크하면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느꼈고, 그 뒤 배가 아파졌다”고 16일 TBS에 증언했다. 호텔 측은 이 여성이 410호실에 들어가 3일간 머물렀고 다른 일행은 없었다고 TBS에 밝혔다. 호텔 종업원은 “(이 여성이) 영어를 무척 잘하고 예뻤다. 내 눈에는 ‘한류 스타’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TBS는 그가 범행 직전 머리를 자르는 등 보안에 신경 쓴 흔적도 확인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호텔에 오기 전날 묵은 호텔 방에서 머리를 자른 뒤 제대로 치우지 않고 13일 오전 8시경 체크아웃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영상에 나타난 이 여성은 조심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호텔은 물론이고 공항에서도 무방비 상태로 CCTV에 찍혔다. 이 여성은 이후 경찰 조사에서 “일행이 나만 남겨두고 모두 사라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수사를 혼동시키는 데 이용된 ‘미끼’ 같은 존재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유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3세 이상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보육원(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국기와 국가 교육을 하도록 처음으로 명기한 지침을 내놓았다고 일본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이는 문부과학성이 초·중학생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임을 교육하라”는 내용을 넣은 초안을 발표한 같은 날 이뤄져 일본 정부가 유아기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주의 교육을 강화하려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14일 내년도 ‘보육원 운영 지침’을 발표하고 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항목에서 “행사 등에서 국기에 친숙하도록 지도” “국가, 창가, 전래동요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놀이에 친숙하도록 지도”라는 내용을 새로 넣었다. 보육원 운영 지침은 정부에서 인가를 받은 보육소가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아동복지법을 근거로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법적 구속력이 있으며 사립 시설도 대상이 된다. 한편 문부과학성이 이날 공표한 ‘유치원 교육요강’ 재검토안에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유치원 교육요령은 학교교육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작성되는 만큼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보육소 운영 지침과 유치원 교육요령에 국기나 국가 관련 내용은 없다.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무리하게 국가주의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보육원의 경우 교육시설이 아니라 유아를 맡기는 복지시설일 뿐이라며 전문가들로부터 “과도하게 (국기와 국가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에서 유치원은 학교교육법에 의거해 의무교육 전의 기초를 배양하는 장소로 문부과학성이 관장하고 보육원은 아동복지법으로 보육을 제공하는 장소로 후생노동성이 관장하며 각각의 목적도 다르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은 일본 정부가 유치원과 보육원(幼保)의 일체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치원과 보육원에서 정합성 있는 유아 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유치원의 교육요강 재검토에 따랐다”고 설명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3세 이상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보육원(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국기와 국가 교육을 하도록 처음으로 명기한 지침을 내놓았다고 일본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이는 문부과학성이 초·중학생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임을 교육하라”는 내용을 넣은 초안을 발표한 같은 날 이뤄져 일본 정부가 유아기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주의 교육을 강화하려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14일 내년도 ‘보육원 운영 지침’을 발표하고 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항목에서 “행사 등에서 국기에 친숙하도록 지도”, “국가, 창가, 전래동요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놀이에 친숙하도록 지도”라는 내용을 새로 넣었다. 보육원 운영 지침은 정부에서 인가를 받은 보육소가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아동복지법을 근거로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법적 구속력이 있으며 사립 시설도 대상이 된다. 한편 문부과학성이 이날 공표한 ‘유치원 교육요강’ 재검토안에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유치원 교육요령은 학교교육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작성되는 만큼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보육소 운영 지침과 유치원 교육요령에 국기나 국가 관련 내용은 없다.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무리하게 국가주의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보육원의 경우 교육시설이 아니라 유아를 맡기는 복지시설일 뿐이라며 전문가들로부터 “과도하게 (국기와 국가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에서 유치원은 학교교육법에 의거해 의무교육 전의 기초를 배양하는 장소로 문부과학성이 관장하고 보육원은 아동복지법으로 보육을 제공하는 장소로 후생노동성이 관장하며 각각의 목적도 다르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은 일본 정부가 유치원과 보육원(幼保)의 일체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치원과 보육원에서 정합성 있는 유아 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유치원의 교육요강 재검토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중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는 보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2013년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대표적인 북한 내 친중파 인사였던 김정남이 북한 측의 소행에 의해 제거됐을 경우 북-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관계 냉각으로 북-중 관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속 화해 접근’ 분위기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았으나 김정남 피살 사태로 다시금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중국 언론은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전해진 뒤 신속히 관련 보도를 주시하며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왕이왕(網易網)은 한국 매체들의 보도를 인용해 암살설을 제기하면서 여자 간첩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일부 매체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아직 신원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신원 불명의 북한 남성 1명이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지금까지 베이징과 마카오에 주로 거주하면서 동남아와 유럽 등을 오가며 ‘반 망명 생활’을 해왔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김정남을 ‘북한 유사 사태’시 대체 지도자로 관리 보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남이 중국이나 마카오에 있을 때는 북한이 감히 김정남의 신변에 해를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피살된 지역이 비록 중국과 마카오는 아니고 말레이시아지만 김정남 피살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북-중 관계는 친중파 장성택 처형 때에 못지않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김정남이 베이징과 마카오를 오가면서 김정은 체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럼에도 김정남이 건재한 데는 ‘중국이라는 방패막’이 큰 역할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일본도 김정남 사망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망 소식이 알려진 14일 밤 일본 매체들은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사실관계는 아직 확인 중”이라고 단서를 다는 등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TV아사히 보도스테이션은 이 소식을 톱뉴스로 전하고 2009년 6월 마카오에서 김정남이 자사와 인터뷰한 화면을 내보냈다. 김정남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복동생 김정은에 대해 “우리는 사이가 나쁘지 않다. 정은이가 북한의 인민들을 위해 잘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은 김정남이 해외 생활 중에도 “3대 세습은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들을 해 온 것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편 김정남이 세상에 널리 얼굴을 알린 것은 2001년 5월 일본에 입국했다 추방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김정남은 아들 및 2명의 여성과 함께 도미니카 가짜 여권을 갖고 도쿄(東京) 나리타 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됐다. 당시 그는 입국 이유에 대해 “도쿄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일본 경찰 조사 결과 김정남은 이미 수차례 일본에 입국해 도쿄에서 관광을 즐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찌됐건 김정남은 이 일을 계기로 김정일의 눈 밖에 나 권력에서 밀려났고 마카오와 중국 등지를 떠도는 ‘비운의 황태자’로 전락하게 됐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본래 규탄 성명만 내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은 만찬 뒤 일본 기자단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한다 하지 않았느냐, 나도 함께 가겠다’고 해 급히 공동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로 1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배경에 대해 아베 총리는 13일 밤 NHK뉴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미국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만찬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박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동석했던 트럼프의 지인이 NHK에 밝힌 바에 따르면 “만찬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좋은 분위기였고, 양 정상이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양국 측근들이 정상 주위로 몰려들었고 일부는 뛰기까지 했다”는 것. 그는 “두 정상은 측근들이 문서를 가져오자 손전등을 비추며 진지하게 서류를 읽기도 했다”고 말했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두 정상이 두 번째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리조트로 이동할 무렵이었다. 양국 측근들이 이를 보고한 것은 두 정상이 부부 동반 만찬을 시작한 뒤였다. 두 정상은 성명을 발표한 뒤 다시 만찬장에 돌아왔으나 심각한 표정이었다고 NHK는 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우리는 북한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 전 세계에서 매우 우려되는 상황을 넘겨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을 근본적으로 재건해 미국의 힘이 시험받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세계에 다시 보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전략 참모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정책고문은 12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최근 몇 년간 보여준 점증하는 적대 행위를 억지하고 방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 태평양 지역에서 주요 동맹과의 관계를 보강하고 강화하겠다”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정치 군사 외교적 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가 CBS방송 인터뷰에서 공언한 ‘조만간 북한에 보낼 다른 신호’로는 우선 미국 단독 또는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 강화가 손꼽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강력한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해 중국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12일 성명을 내고 “중국 전체를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적용해야 한다”며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 조치를 옵션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진 않고 있지만 실제로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3일 NHK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보다 거칠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한 분석을 서두르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을 주도하겠다는 모양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했다”며 “지금까지의 안보리 제재 결의를 확실히 이행해 나가면서 더욱 강화된 제재 방안을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결의안 위반으로 미국과 협력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번 도발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명분을 키운다는 점에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에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안전해지기는커녕 더 위험해졌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서영아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핵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서는 누구와도 통상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성명에서 “흔들리지 않는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주춧돌(cornerstone)”이라고 확인한 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는 미일 안보조약 제5조 적용 대상이며 이에 대한 일본의 행정권을 훼손하는 어떤 일방적인 행동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회담 후 아베 총리는 매우 만족해하며 “한국이나 위안부 문제에 관해 솔직하게 사실을 전달할 최대 기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에서 주일미군 방위비 문제는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공동선언문에 ‘(미일) 동맹에서 일본이 더욱 큰 역할과 책임을 맡는다’란 문구가 포함된 것은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문제만큼은 선을 그었다. 회견에서 일본의 환율 조작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양국 경제 모두에 혜택을 주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 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혀 대일 무역적자를 개선하는 통상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 미일 양자 무역협정 추진을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에 합의했지만 이날은 다시 중국에 날을 세웠다. 특히 환율 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관세, 국경세 부과 등 세금 문제까지 동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에 대해 내가 계속 불평을 해왔는데 우리는 결국 공평한 운동장(경쟁 시장)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환율 문제 등 중국과의 통상 마찰 해소를 위해 조만간 조치를 취할 뜻을 내비쳤다. 중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신화통신은 일본 내에서 ‘조공 외교’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하고 “미국 내 일자리 70만 개 창출과 거액의 투자 약속 등을 풀어놨으나 일부는 이미 예정돼 있거나 발표된 것을 모은 것”이라고 폄하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서영아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과 일본간 현안인 무역불균형 해소와 방위협력 강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비책이 있을까. 산케이신문은 양국 정부가 공동무기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앞으로 미일관계의 ‘주요 전쟁터’가 될 것이 분명한 경제분야에서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윈윈’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면서 그 처방전은 미일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언에서 엿보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동맹관계에 더욱 투자를 하고 양국의 방위능력을 더욱 심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F-35 전투기 등 최첨단 방위장비를 대량조달하고 동중국해 남중국해 정세를 보며 신형무기를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수면아래서 모색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등 도서방위를 염두에 둔 새로운 수륙양용차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접근거부전략(A2AD)에 대항하기 위한 대함미사일방위무기의 공동개발이다. 신문은 대함미사일 방위에서는 장사정 초고속발사체(HVP)를 중심으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안전보장과 경제를 밀접하게 연결시킨 파트너십’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이 머릿속에 그리는 미국과 일본의 미래상이라고 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