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외국인을 겨냥한 북한의 개방형 관광 프로그램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영국인들이 운영하는 북한 전문 고려여행사는 “전례 없이 획기적인(brand new ground-breaking) 북한 여행이 가능케 됐다”며 “내년 9월부터 ‘베테랑 투어’(5박 6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투어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양 시민의 대중교통 수단인 무궤도 전차(trolley bus)와 전차(tram)를 타고 도심을 둘러보는 일정이 포함된다. 사이먼 카커렐 고려여행사 대표(사진)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북측과의 수차례 협상으로 얻은 결과”라며 “대부분의 일정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고려여행사 측은 “전차 안은 물론이고 차창 밖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이례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평양 심장부를 여행할 수 있는 베테랑 투어 참가자는 최소한 북한을 한 번 이상 방문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외국인에 한해 허용된다는 특이한 조항이 포함됐다. 금강산 관광 15주년인 이날 남북 간 관광 통로는 여전히 막혀 있는 가운데 북한이 외국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광 문호를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묘향산에서 야간 캠핑과 트레킹을 진행하는 ‘북한 트레킹 & 캠핑’ 프로그램도 내년 5월 시작된다. 여행사 측은 7박 8일(1690유로·약 241만 원) 또는 9박 10일(1890유로) 일정 중 선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묘향산에서 캠프파이어로 마시멜로(하얀 설탕과자)를 불에 구워 먹고 별을 보며 잠을 청하는 야간 캠핑이 하이라이트. 평양 도심 교회에서 일요 예배를 보거나 평성시의 봉학 맥주공장, 가죽 공장을 방문하는 일정도 마련됐다. 가죽 공장에서 생산하는 지갑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북한이 이런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것은 처음이다. 카커렐 대표는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같은 특정 기호에 맞춘 스포츠레저 관광 일정도 개별적으로 논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고려여행사는 2011년 9월 24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평양에서 남포까지의 청년영웅도로(평양∼남포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투어를 진행했다. 그는 “이 같은 관광 문호 개방을 당장 정치적 개방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양한 북한 관광상품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 원산 마식령 스키장 내년 1월말 개장 ▼한편 북한이 건설 중인 원산 마식령 스키장이 조만간 공사를 마치고 내년 1월 말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의 북한전문 여행사인 ‘우리투어스’의 안드레아 리 대표를 인용해 “최근 북한 당국으로부터 올해 말 스키장 건설이 끝난다는 통보를 받았다. 1월 24일 첫 스키 관광객이 방북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리 대표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관광객들은 평양과 판문점을 둘러본 뒤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 동안 마식령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리프트 이용료와 숙박요금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관광코스의 총비용은 2900∼3300달러(약 300만∼350만 원)가 될 것이라고 리 대표는 설명했다. 리 대표는 “북한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늘고 있다”면서 “2월 28일∼3월 8일 같은 일정의 관광이 (몇 건) 잡혀 있다”고 VOA 측에 밝혔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업적 과시와 외자 유치를 위해 마식령 스키장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스키장에 사용할 리프트를 스위스 등으로부터 수입할 계획이었지만 해당 국가의 반대와 사치품 제재 등으로 무산돼 결국 중국의 중고 장비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정안 jkim@donga.com·김철중 기자}
“어떤 폭정도 영원히 지속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며 이는 영원한 힘입니다.”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사진)이 10월 31일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의 강연에서 이같이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몽골 대통령실은 지난달 28∼31일 방북한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의 김일성대 연설문을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15일 공개했다. 강연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이 몽골의 정치, 경제, 역사 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연설문을 보면 그가 주민에 대한 통제가 심한 북한에서 자유와 인권을 강조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몽골에 대해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국가로 법치주의를 지지하며 개방정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몽골은 근본적인 인권,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자신의 선택으로 생활할 권리를 소중히 여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달콤해도 다른 사람의 선택대로 사는 것보다 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의 선택대로 생활하는 것이 낫다’는 몽골 속담을 인용하며 “자유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발전 기회를 발견하고 실현하게 하며, 이는 인간사회를 진보와 번영으로 이끈다”고 주장했다. 핵과 사형제도 등 북한 내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도 거침없이 발언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우리(몽골)는 2009년 6월 이후 사형집행을 멈췄으며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몽골은 21년 전 비핵지대임을 공언했으며 (핵이 아닌)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방법으로 국가의 안보를 확보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겠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긴 박수를 보냈다. 몽골 대통령실 측은 “이번 연설은 북측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다만 북측은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단어만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태풍 발생 1주일을 맞은 15일 필리핀은 외국에서 속속 들어오는 구조 인력과 구호 물품으로 피해 복구 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도 이날부터 구조 인력과 물자를 태풍 피해가 가장 컸던 타클로반 현지에 본격 투입했다. 의료 인력 20명과 구조 인력 15명 등 41명으로 구성된 한국의 해외긴급구조팀은 15일 오후 공군 수송기로 타클로반에 도착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타클로반 시내에 있는 세인트폴스 병원으로 달려가 태풍으로 부상을 당한 필리핀 국민들에 대한 의료 구호 활동을 벌였다. 이와 별도로 한국 구조팀은 공군 수송기 2대에 실어온 구호 물품과 장비를 타클로반 공항에 내려놓고 현장 구조 활동에 나섰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송민현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필리핀사무소장은 “16일부터 한국의 구호 활동도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와 벨기에 이스라엘 등도 시내의 병원을 1곳씩 맡아 의료 봉사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타클로반 시내의 병원은 기능이 거의 마비됐었다. 세인트폴스 병원에서는 의사 2명이 경상자들에게 소독약을 처치해주는 등 간단한 치료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민간 봉사단이 험로를 뚫고 고립됐던 이재민들에게 직접 달려가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육상 도로가 막히자 세부에서 구호 물품을 선박에다 싣고 27시간 항해 끝에 타클로반 해안 마을로 들어가 구호 물품을 나눠줬다. 하지만 구호품은 턱없이 부족했다. 타클로반 아피통 지역에 사는 게이 훈틸라 씨는 “집이 부서진 친척과 함께 20명이 한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구호 물품은 한 번밖에 받지 못했다”며 “멀리서 친지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구호팀과 구호물품의 유입이 늘면서 타클로반 공항에서는 병목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14일 이 공항 상공에 진입한 한국 공군 수송기 3대는 활주로가 없어 30분 안팎을 선회하다가 세부 공군기지로 회항하기도 했다. 한명학 씨 등 생존 교민 11명과 한국 봉사단원 27명은 14일과 15일에 걸쳐 수송기로 타클로반에서 세부로 빠져나갔다. 외교부는 15일 “필리핀 타클로반 인근에 체류하는 한국인 55명 중 52명의 생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3명은 여전히 연락이 끊긴 상태다.타클로반=허진석 jameshuh@donga.com김철중 기자}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사진)은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가 반인륜 범죄에 해당하는지, 북한의 어떤 개인과 기관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금까지 확인한 것을 종합하면 북한에서 전면적인 인권 침해가 이뤄진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 인권 조사를 위해 중국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와 미국 뉴욕에 있는 중국 대표부를 통해 북-중 접경지역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 지역을 통한 탈북자 수가 줄고 있는데 그 원인이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와 탄압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난해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이 방한하려면 사죄부터 하라’고 말한 것이 한일관계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 아니냐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정부 관계자는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을 바라보는 보통 일본 사람의 정서를 이같이 전했다. 복수의 주한 일본 특파원도 이런 분위기가 틀리지 않다고 답했다. 일본의 강경 우파 언론과 정치인은 일본 내 일부 반한(反韓)감정에 기름을 붓곤 한다. 강경 보수 성향의 슈칸분슌(週刊文春)은 14일 “아베 신조 총리가 ‘중국은 어처구니없는 국가임에도 아직 이성적인 외교 게임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는 ‘아베 총리 주변의 소식통’이다. 또 이 주간지는 “한 외교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간신(奸臣)이 있기 때문이고 그 필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라고 헐뜯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아베 총리 측근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거론하는 한국에 대한 금융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새로운 차원의 ‘정한(征韓·한국 정복) 전략’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몰상식한 보도”라고 일축했다. 살얼음판 같은 한일 관계는 이런 몰이해와 몰상식이 계속되면서 빙하기(氷河期)를 맞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양식 있는 시민사회에서는 “한일 관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한일 정부에서도 접점을 찾으려는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 떼려야 뗄 수 없는 의존 관계 한일은 안보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서로 필요하다. 평시에 주한미군은 주일미군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한반도 유사시에는 일본이 주한, 주일미군을 지원하는 핵심기지가 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없다면 미군은 괌이나 하와이에서 한반도로 진격해야 한다”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란 이중장치가 북한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도 일본은 한국의 2대 교역국이고, 한국은 일본의 3대 교역국이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 1250만 명(2013년도 예상치) 가운데 약 3분의 1인 400만 명이 일본인이다. 또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132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양국 정부 안팎에서 “경제·문화적인 교류를 지속하면서 정치·외교적인 관계 개선도 시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 긴밀성이 깔려 있다. ○ ‘단호한 대응’-‘실리적 대처’ 구분하는 지혜 필요 박 대통령은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열어갈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했다. 3·1절 경축사에는 없던 표현이다. 그만큼 ‘일본의 태도변화를 기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양국 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 1차 책임은 박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하지 않는 일본 정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일본의 극적인 변화를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이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상회담 개최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각료급 회담도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실무 차원의 다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외교적 난제 해결을 위한 구심점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접촉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문제도 사안별로 성격이 다른 만큼 분리 대응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전 외교부 동북아국장)는 “강제징용자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 체결 때 ‘한국 정부가 일괄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만큼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군 위안부는 청구권에 포함되지 않았고 일본이 양자협의에도 응하지 않는 만큼 중재위원회에 회부해서라도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13일 새벽 방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의 삼보(러시아 전통 무술) 국가대표 선수단과 만난다. 1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대한삼보연맹이 주관하는 환영행사에 참석해 국내 선수단을 격려할 예정이다. 13일 새벽에 도착해 당일 밤 한국을 떠나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삼보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삼보 사랑이 유별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젊은 시절 삼보 선수로 활약한 바 있으며 국제삼보연맹(FIAS)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현 FIAS 회장인 바실리 셰스타코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푸틴 대통령의 유도 코치였다. 러시아의 국기(國技)인 삼보는 러시아어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호신술’이란 뜻이다.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선수인 표도르 에멜리아넨코가 대표적인 삼보 출신 스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대문호인 알렉산드르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도 직접 참석한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비자(사증)면제 협정을 체결한다고 청와대가 12일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통일의 새벽이 왔으나 그 준비는 여전히 한밤중입니다. 정치지도자들이 나서서 ‘통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최근 박 이사장은 ‘21세기 한반도의 꿈 선진 통일 전략’을 써냈다. 이날 기념회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의원,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통일 관련 단체 인사 등 총 3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박 이사장은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정치인을 모신 이유가 바로 통일 운동에 더욱 앞장서 달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축사에 나선 황 대표는 “우리 세대는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통일에 대한 생각과 그 이유가 다 다르다”면서 “지금 시점이야말로 화두를 통일로 돌려서 국민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독일 통일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독일이 통일될 때 일부에서는 통일을 반대했지만 지금 통일된 독일은 유럽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기관차로 성장했다”며 “통일 비용이라는 것은 일본이 만들어낸 완전한 허구”라고 말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황 대표와 이 의원 외에도 정몽준 서청원 김무성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은 축사에서 “새누리당이 10년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박 이사장을 내세운다면 민주당이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외교는 조용할수록 좋다”는 지론을 펴온 ‘대한민국 최장수 외교수장’이 11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박동진 전 외무부 장관(사진). 향년 91세. 고인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일본 주오대를 졸업했다. 1949년 국무총리비서실에서 근무하다가 1951년 외무부에 입부했다. 이후 외무부 의전국장, 외무부 차관, 주유엔 대사,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1981년과 1985년에는 민정당 전국구 의원에 당선돼 11,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를 나온 뒤에도 국토통일원 장관, 주미 한국대사, 한국외교협회장을 맡았다. 특히 고인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75년 외무부 장관에 임명돼 1980년까지 약 5년간 17대 외무부 장관을 지내며 격동의 한국 현대외교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고인은 1976년 박동선 사건(한국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 의회 의원들에게 로비했던 사건), 1979년 10·26사태, 12·12쿠데타 등으로 복잡했던 한미관계를 원활하고 조용히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신군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항의를 전달하려는 당시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대사를 맞상대한 것도 고인이었다.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와 의회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민감한 시기였다. 당시 고인은 미 행정부가 한반도 정세에 관한 비밀보고서를 상하원 외교위에 각각 제출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신속하게 대처하기도 했다. 1988년 민정당 국회의원이었던 고인은 정부로부터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돼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옛 소련 붕괴 등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는 시점에 3년간 주미대사를 맡아 한미 관계 증진에 힘썼다. 고인은 대표적인 미국 공화당통으로 손꼽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2001년) 이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한 것에 대해 당시 본보 인터뷰에서 “그런 직설적 표현은 공화당 체질로 볼 때 예상할 수 있는 것인데 우리(한국 정부)가 너무 야단스럽다”며 “외교의 시작은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족으로는 현민(玄民) 유진오 선생의 딸인 부인 유충숙 여사, 아들 태선 씨, 딸 숙경 혜경 승완 씨, 사위 김등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4일 오전 8시. 외교부는 고인의 장례를 외교부장(葬)으로 치르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김영자 전 국회의원(사진)이 1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보건복지부 부녀아동국장,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등을 거쳐 통일주체국민회의 유신정우회 소속으로 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딸 민현대 씨와 사위 김영운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2일 오전 7시. 02-3410-3153}
“제 프랑스어 실력의 비결요? 벨기에 만화 ‘탱탱의 모험’ 덕분이죠.”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 기간 중 벨기에 필리프 국왕과의 만찬 자리에서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필리프 국왕이 매우 흥미로워하며 “탱탱의 모험 만화 전집을 다 보셨는가”라고 묻자 박 대통령은 “전집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탱탱의 모험(Les Aventures de Tintin)’은 벨기에의 만화 작가 에르제가 프랑스어로 연재한, 탐방기자 탱탱과 그의 개 밀루(Milou)의 세계 모험 이야기. 청와대는 1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이번 순방 기간 중 대통령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모아 공개했다. 박 대통령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만남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과 영국의 여성 군주가 만난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대통령은 공식 환영장으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요크 공작에게 “런던 올림픽 개막식 때 여왕이 ‘본드 걸’을 맡은 것은 전 세계인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서 여왕에게도 직접 본드 걸 얘기를 언급했다. 이에 여왕은 웃으며 “놀라운 것은 본드 역할을 맡은 배우인 대니얼 크레이그가 왕궁을 출입하고, 왕궁에 시종이 그렇게 많은데도 비밀이 철저하게 지켜졌다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여왕은 박 대통령에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몇 살 때부터 하게 되었는지도 물었다. 박 대통령이 “22세에 모친이 돌아가셨다”고 답하자, 여왕은 “나도 25세 때 선왕이 돌아가셔서 여왕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한국의 조선업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박 대통령은 웨섹스 백작(여왕의 3남)이 한국의 조선업을 칭찬하자 “오래전 한국 기업인(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영국에 조선업의 차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을 보이며 ‘우리 민족은 오래전 거북선도 건조한 민족’이라 했다더라”고 소개했다. 또 생텍쥐페리의 말을 인용하며 “배를 만드는 방법보다는 바다에 대한 꿈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바다에 대한 꿈을 키우면 자연히 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 왕실 측은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위해 올여름부터 박 대통령이 머물 버킹엄궁의 벨지안 스위트를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박 대통령과 함께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는 그가 왕실을 대표해 국빈 행사에 나선 첫 번째 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윌리엄 왕세손에게 “왕세손처럼 왕실이 모범을 보이기 때문에 영국 국민이 왕실을 더욱더 존경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국 정상들의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사회당 총재 시절 불만을 가진 사람들마저 그의 친근한 태도에 감명받게 했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한국에 ‘외유내강(外柔內剛)’ 이라는 말이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부드러우면서도 필요할 때에는 단호함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에 올랑드 대통령은 “오래전 일을 기억해 언급해 준 대통령의 세심함과 배려심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엘리오 디뤼포 벨기에 총리 역시 박 대통령에게 “각양각색의 나비넥타이를 선물해 줘 고맙다”며 각별한 감사를 표했다. 디뤼포 총리가 항상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고 다녀 일명 ‘미스터 나비(Monsieur Papillon)’라고 불리는 점에 착안해 ‘맞춤형 선물’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사진)가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10일 “황 후보자가 1981년 7월부터 2년간 5차례 전입전출을 했으며, 이 중 최소 2차례는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1981년 7월 경기 광주군에서 서울 강동구 암사동 한 아파트로 배우자와 함께 주소를 옮겼다. 황 후보자는 “배우자가 서울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진료와 출산을 하기 위해 학교 동료 교사의 집으로 전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당시 황 후보자의 장녀는 용산구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다”고 지적했다. 황 후보자는 또 1982년 서울 강동구 길동으로 이사한 뒤 5개월 만에 가족 전원의 주소지를 경기 광주군으로 옮겼다. 황 후보자는 “경기 광주에서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하고 면허증 주소에 주민등록증 주소를 맞추려고 주소지를 일시 이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청문위원인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황 후보자가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03년 2학기부터 2005년 1학기까지 수강한 10과목 중 4과목의 강의시간이 일과 시간과 겹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측은 “수강계획서에는 강의 시간이 주간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야간에 강의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동북아의 평화체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Initiative·계획 또는 발의)’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한러 양국의 학자와 경제인들이 모여 12일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 의미와 향후 한러 관계를 전망하는 ‘한러협력 특별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러친선협회와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이날 브누코프 대사는 푸틴 대통령의 방한과 양국 정상회담 준비에 바쁜 와중에도 발표자로 참석했다. 그는 “한국과 러시아는 1990년 수교 이후 지금까지 23년 간 25차례나 정상회담을 열었다”며 “양국 정상의 만남과 협력 증진은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양국의 수교 기간은 23년에 불과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19세기 말에 한반도에 가장 먼저 들어온 서방국 중 하나”라며 “일제강점기 러시아 극동지역이 항일 투사들의 제2의 고향이 되는 등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드러냈다. 브누코프 대사는 “양국 정상이 9월에 정상회담을 가진 지 2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은 양국 관계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발전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러 가스관 연결사업은 기술적인 준비가 모두 끝난 만큼 남북의 동의만 이뤄지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윤호 전 주러시아 한국대사는 양국 경제협력의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 전 대사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뒤 2010년 1월∼2011년 10월까지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이 전 대사는 “한러 협력이 가져다줄 잠재력에 비하면 현재 양국 교류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과 러시아가 2010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지만 그 의미가 모호하다”면서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한이 양국 관계를 구체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협력이 큰 시너지를 내는 이유는 양국 경제구조의 상호 보완성 때문이라는 게 이 전 대사의 설명이다. 그는 “러시아는 규모나 경제력에 비해 제조업이 취약하기 때문에 제조업 강국을 일궈낸 한국 기업들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 또 러시아가 가진 자원과 극동지역의 인프라 투자는 한국에는 새로운 미래”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6자회담 등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브누코프 대사는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를 외교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확신하며 그 틀은 6자회담”이라며 “핵문제뿐 아니라 지역 내 모든 국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반도 안보의 기본원칙을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서울 시내 한복판에 러시아의 대문호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상이 세워진다. 한국과 러시아의 민관산학 협의체인 한러대화(KRD) 사무국은 7일 양국 민간 교류의 일환으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푸시킨 동상이 세워진다고 밝혔다. 동상은 현재 설치를 마친 상태이다. 12일 방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사무국 관계자는 “러시아 출신 예술가의 동상이 한국,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세워지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푸시킨은 ‘러시아의 국민 시인’으로 칭송받는 인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푸시킨의 이름을 딴 광장, 거리, 극장이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도 그의 대표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동상 건립은 2012년 6월 러시아작가동맹의 제안이 결실을 본 것이다. 당시 러시아작가동맹은 고려대 측에 푸시킨 동상을 제작해 보내겠다는 의향을 전달했고 고려대는 교내가 아닌 서울 시민 모두가 볼 수 있는 시내 중심부에 동상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했다. 동상 건립 과정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러시아 현지에서 제작을 마친 동상이 올해 7월 한국으로 옮겨졌지만 쉽사리 동상 건립 용지를 찾지 못했다. 서울시가 조례를 검토한 뒤 “한국 역사와 관련이 없는 외국 문호의 동상을 공공용지에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한러대화 사무국은 동상을 세울 사유지를 찾아 나섰고 롯데호텔 측에서 공간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사무국 측은 “푸시킨 동상을 계기로 다양한 한러 교류 증진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푸틴 대통령 방한에 맞춰 열리는 3차 한러대화 포럼에서는 서울과 모스크바에 각각 한러문화공원을 조성하는 구상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국사 교과서의 편향성과 관련된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체제에서 국정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 ‘국정교과서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가 10명 중 8명에 가까운 77.4%로 나타나 정치권의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근현대역사교실에서 “다른 교과서는 몰라도 국사와 국어는 국정교과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토론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정홍원 국무총리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에서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남북이 분단되고 이념적 대립이 첨예한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더는 교과서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달 14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학재 의원은 “국가적 통일성을 위해 역사 교과서는 국정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박인숙 의원은 “학부모도 하나의 교과서를 원한다. 사교육비 문제를 고려해 국정교과서 채택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설문조사에서 국정 전환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15.9%)의 5배에 가까웠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동의는 87.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도는 74.0%, 진보는 73.8%로 비슷했다. 연령대별로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30대(84.1%) 및 각 세대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85.3%)에서 국정 전환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20대는 74.4%, 50대는 75.1%, 60대 이상은 67.0%였다. 하지만 정치권이 여론을 업고 국정 전환을 추진한다고 해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올 개연성이 크다. 과거 국정교과서가 지나친 반공 이데올로기를 근거로 정권의 홍보 역할을 해서 검정체제로 바꾼 마당에 다시 국정체제로 돌아가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청와대나 정치권과 사전 교감이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이 국정 전환을 추진하면 실무 작업은 교육부의 몫이 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문제 역시 교육부는 당초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결국 2017학년도부터 필수로 바뀌었다. 실무적으로 국정 전환에는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 이후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교과서의 국정, 검정, 인정 발행 여부를 정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과 국정 도서를 지정한 교육부 장관 고시 내용도 바꿔야 한다. 별도의 법 또는 시행령 개정은 필요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및 고시만 고치면 되므로 교육부가 직접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클 수 있어 공론화와 여론 수렴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우려가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신진우 niceshin@donga.com·김철중 기자}
앞으로 추징금 미납자들이 가족 등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산을 숨길 경우 미납자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하고 추징 등 강제집행이 한층 수월해진다.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전직 공무원이 불법적으로 제3자 명의를 통해 은닉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 몰수 특별법)’의 적용 대상을 일반인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특히 2006년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약 17조9000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빗대어 ‘김우중 추징법’이라고도 불린다. 기존에는 범죄를 저지른 미납자가 다른 사람 명의로 재산을 숨길 경우 민법상 ‘사해(詐害)행위의 취소소송’을 거쳐야 하는 등 추징에 어려움이 있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미납 당사자가 아니라도 범죄를 통해 얻은 이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법재산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해 몰수나 추징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검찰은 추징 과정에서 관계인에게 출석을 요구하거나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전 회장의 경우에도 장남 선엽 씨와 삼남 선용 씨 등이 국내외에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을 통한 추징금 환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법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공정하게 집행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법 질서 경시의 잘못된 풍토를 일신하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공격받은 우방을 대신해 반격할 권리) 행사 과정에서 한국의 주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내의 우려에 대해 ‘정부가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자위권 행사 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을 지켜본 뒤 그에 대응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개정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반영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그러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한국의 우려가 충분히 미일 안보협력지침 개정에 반영되도록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자위대법 개정, 일본 내각의 조치를 모두 기다린 뒤 움직이면 너무 늦다”고 우려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25일 미국에 가서 한국의 우려를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국은 “이해한다”고 했을 뿐 확답하지 않았다. 주용식 중앙대 교수는 “일본이 한국, 미국과 조율은 하겠지만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결국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런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방위성 계열의 싱크탱크인 일본 전략연구센터는 1994년 3월 발표한 ‘안보지침서’에서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한미 어느 쪽의 요청이 있으면 주저 없이 자위대 전투부대를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동의가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이 연구소는 전직 자위대 간부들로 구성돼 있다. 미국 역시 예산 절감과 중국 대응 역할 분담 등을 위해 자위대 역할의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이런 움직임은 한중 관계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종필 경희대 교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인정이 미국의 아시아 세력 재편(re-balancing)과 같은 것으로 해석될 경우 중국은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고 한국은 그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 문제(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입장을 일본과 관련국에 다양한 경로로 표명해 오고 있다”며 “언론에서 ‘사실상 자위권 용인’이라고 보도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이 말한 입장이란 육해공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를 반대하고 한국과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기본 원칙을 뜻한다. 2007년 아베 신조 1기 내각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4가지 유형을 밝혔을 때 한국 국방부가 밝혔던 내용이다. 조 대변인은 ‘한국의 구체적 입장을 밝혀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일본에서 아직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철중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28일 “정부는 국가정보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며,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경제와 현안에 대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정부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새 정부 출범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 총리는 “대통령은 처음부터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치권이 뜻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최근 두 분기 연속 1%대의 분기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실물경제가 회복되는 추세를 언급하며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활성화와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이 하루라도 빨리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치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를 살리고 국가 미래를 견인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 “국회가 이번 회기 안에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노사에 대해서는 “기업들은 필요한 투자 실행에 주저하지 말고, 노동계는 일부 기업의 파업 조짐 등으로 모처럼의 경제 회복 기미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24일(현지 시간) 오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1086 한민족학교’. 쉬는 시간을 알리는 음악은 ‘아리랑’이었다. 학생들은 교실을 뛰쳐나와 간식이 준비돼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바쁜 발걸음에도 선생님을 마주칠 때면 하나같이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한러 수교(1990년) 2년 뒤인 1992년에 세워진 이 학교는 한민족학교 중 러시아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유일한 정규 교육기관이다. 러시아에서는 지역별로 학교에 번호를 매기는데 한민족학교는 ‘1086번 학교’인 셈이다. 초중고교 통합과정(1∼11학년)으로 현재 약 700명이 재학 중이다. 고려인(러시아와 주변국에 거주해온 한국인 교포)이 65% 정도이며 나머지는 알바니아인 등 53개 러시아 내 소수민족 출신이다. 엄 넬리 교장은 “한때 89개에 달했던 소수민족 학교가 러시아 내 민족차별 문제가 심화하고 재정난 등을 겪으면서 최근 5개까지 줄었지만 이곳은 21년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곳곳에서 한국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애정이 묻어났다. 학교 현관에는 한복을 비롯해 한국 전통 물품들이, 복도에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료들이 진열돼 있었다. 복도 벽면에는 한 학생이 그린 박근혜 대통령의 초상화도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는 학년에 따라 일주일에 4∼6시간씩 한국어를 배운다. 한국어 수업시간에는 단어와 어법을 배우는 것 이외에 애국가 한국동요 등도 함께 따라 부른다. 최근에는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한국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한국어 수업을 담당하는 이미화 교사는 “아이들이 케이팝(K-pop) 가사를 가져와 그 뜻을 해석해 달라는 통에 쉬는 시간까지 한국어 수업이 이어질 정도”라며 “오늘 숙제도 최신 한국드라마를 보고 10문장 이상 받아써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명성이 유지되는 데에는 고려인인 엄 넬리 교장의 열정이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엄 교장은 일반 러시아학교장을 맡고 있던 중 차별받는 고려인 학생들의 어려움을 접하고 직접 한민족학교를 세웠다. 한국에서 가져온 교재가 어린 학생들에게 너무 어려워 학년별 교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70세가 넘은 지금도 전교생의 이름을 외우고 매일 아침 현관에서 등교하는 모든 학생들을 맞이한다. 엄 교장은 “예전에는 고려인들조차 한국어를 배우려 하지 않아 가슴 아픈 적이 많았다”며 “이제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러시아인 학부모들도 자녀의 장래를 위해 한민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걸 보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Initiative·계획 또는 발의)’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의 접점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입니다. 한-러 협력은 북핵 문제와 동북아 발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사진)은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23∼27일 모스크바 방문 기간에 민주평통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한-러 평화통일포럼’과 고려인 초청 간담회 행사 등을 숨 가쁘게 소화했다. 박 대통령의 핵심 원로그룹 ‘7인회’ 멤버이기도 한 그는 “해외 동포들에게 정부의 통일 정책을 알리고 이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서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 있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항력을 지녔다. 한-러의 경제 협력이 탄력을 받을수록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최근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태 해결 과정을 언급하며 “미국과 유럽의 무력제재 방침에 반대하며 외교적으로 풀어낸 러시아의 중재가 주효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러시아가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취소 이후 냉각되는 남북관계에 대해 “너무 조바심 낼 것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할 안보태세를 확실히 갖추고 있다면 (남북관계의 경색에) 답답한 쪽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이제는 ‘미국 한국 일본’ 대 ‘중국 러시아 북한’의 대립에서 벗어나 중국 러시아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동의 이익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엄구호 한양대 러시아학과 교수) “한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안정을 위해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알렉산드르 페도롭스키 국제관계연구소·IMEMO 센터장) 2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러 평화통일포럼’에서는 한반도 통일과 한-러 협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이날 포럼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한국의 전성훈 통일연구원장,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수슬리나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MGIMO) 교수 등 양국의 한반도 전문가 12명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 양국 전문가들은 한반도와 시베리아를 잇는 철도 연결 등 과거부터 논의돼온 양국의 숙원 사업들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한 박근혜 정부가 해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장은 “남북러 3국의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려는 한국과 극동 및 시베리아 개발에 의욕을 보이는 러시아의 생각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특히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러시아에는 중국과 일본처럼 영토 분쟁 소지가 없는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수슬리나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 교수는 “한-러가 좀 더 확대된 상황에서 전략적인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고 지적하고 “한국이 중국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논의 중인데 러시아도 이 과정에서 밀려나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은 러시아 사회에 한반도의 정세를 알리고 한국의 통일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전성훈 원장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인도적 지원, 교류 증진, 경제공동체 건설 등으로 나누어지지만 이것이 순차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드레이 이바노프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선임연구원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는 데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양날의 칼’ 같은 성격이 있어 북한 체제를 압박하는 것보다는 평화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달 방한을 앞두고 열린 이날 포럼에는 모스크바대 등 주요 7개 대학의 한국학과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러시아의 소리’ 방송과 이타르타스통신 등 러시아 주요 언론들의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모스크바=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