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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또다시 미뤄지면서 연내 발효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야는 27일 국회 본회의를 30일로 늦췄다. 여야 간 합의가 불발되면 새누리당은 30일 본회의에서 비준안 단독 처리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30일 비준안이 반드시 의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7일 만나 30일 오전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달아 연 뒤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12월 1, 2일에도 본회의 일정을 잡았다. 여야는 당초 26일을 한중 FTA 비준 처리 마감 시한으로 정했지만 김영삼(YS) 전 대통령 영결식과 겹쳐 27일로 미뤘다. 하지만 전날 심야 회동과 이날 오전 회동에서도 한중 FTA 비준에 최종 합의를 하지 못했다.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 지원 확대를 거듭 요구하면서 본회의는 30일로 다시 연기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30일에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처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처리 일정이 늦춰지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5명의 장관에 대한 후속 개각은 순방이 끝나는 12월 5일 이후 단행될 방침이다. 원 원내대표는 “누가 봐도 한중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일정”이라며 30일 처리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본회의 소집에만 합의했을 뿐 비준안 처리에는 합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주말을 거치며 진행될 여야 물밑 대화가 주목된다. 한중 FTA는 올해 안에 발효돼야 즉시 1차 관세 인하, 내년 1월 1일 2차 관세 인하가 이뤄지면서 관세 철폐 일정이 전체적으로 앞당겨진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사학연금법 등 15개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김재영 기자}
“누구나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우리 후손들이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나라, 우리 모두 이 꿈을 가집시다.” 2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거행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 유족들이 직접 만든 추모영상의 맨 마지막 대목을 장식한 YS의 1993년 14대 대통령 취임식 육성이 흘러나오자 차남 현철 씨는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며 오열했다. 불편한 몸에도 마지막 길을 지키던 손명순 여사는 슬픔을 참아내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하늘에서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서울대병원 발인식장을 찾아 YS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민주화의 큰 산 YS가 영원히 잠들었다. 영결식이 끝난 뒤 YS의 운구 행렬은 46년간 거주했던 서울 상도동 사저와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들렀다. 마지막으로 YS는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김 전 대통령이 염원했던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YS가 추진했던) 개혁을 훌륭하게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당신께서 평생 싸워서 이룬 민주주의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그것이 우리 후배들에게 남겨진 몫”이라고 강조했다. YS는 평소 “나는 오늘 죽어도 영원히 살 것”이라고 말해왔다. YS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문을 연 대한민국의 민주화, 금융실명제와 민선(民選) 지방자치제, 공직자 재산공개 등 많은 개혁정책은 21세기 대한민국 발전의 자양분으로 살아 있다. YS는 마지막으로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정치권을 향해 양김(兩金)시대가 남긴 갈등과 대립의 고리를 끊어내고 새 리더십으로 승화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문제가 2주일 남은 정기국회의 ‘핵폭탄’으로 떠올랐다. 특조위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조사하기로 하자 청와대와 여당은 특조위 예산 중단 등으로 반격에 나섰고, 야당은 해양수산부에 대한 예산 삭감으로 맞불을 놓았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특조위가 사고 원인에는 관심 없고 청와대에 집중하는 것은 세월호 문제를 또다시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며 “편향적·위법적 운영을 일삼아 온 특조위의 행태에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차관급)이 6일 ‘박 대통령을 능지처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해야 한다’는 세월호 유가족의 발언에 박수까지 친 사실이 쟁점이 됐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석태 위원장과 박 상임위원을 포함한 위원 17명 전원 사퇴 △특조위 예산 반영 금지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 논의 중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효대 의원은 “위법 상황이 계속된다면 특조위 해체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박 상임위원은 당시 발언에 동조하지는 않지만 발언이 끝나서 박수를 쳤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특조위는) 정치적 쟁점으로 보지 말고, 위헌적 발상에서 벗어나서 세월호 특조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주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국회 농해수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특조위의 결정에 반발해 여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파행됐다. 김영석 장관 등 해수부 관계자들도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야당은 특조위를 감쌌다. 농해수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박민수 의원은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시간이나 지시·보고사항은 (국회가) 전혀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특조위의 결정을 지지했다. 같은 당 유성엽 의원은 “폭언을 넘어 헌법과 법률에 정면 위배되는 망언”이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해수부가 ‘특조위 조사 대응’ 문건의 작성자와 경위를 밝히지 않자 해수부에 대해 ‘징벌적 예산 삭감’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양김(兩金) 시대’의 화두는 독재에 맞선 민주화 투쟁이었다. 스타일은 달랐지만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 모두 독재에 항거했고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6월 민주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가 시작된 ‘1987년 체제’가 28년이 지났다. 그 사이 여야가 바뀌는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더는 ‘독재 대 민주’ ‘민주 대 반민주’의 프레임으로 정치 지형을 설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YS의 서거를 계기로 양김 시대는 종언을 고한다. 양김 시대가 아닌 새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모색해야 할 때다.○ 감각의 YS vs 논리의 DJ “YS는 감(感)의 정치를 했고, DJ는 머리가 명석했다.”(이만섭 전 국회의장) “YS는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감각적으로 이뤄냈고, DJ는 꼼꼼하고 논리적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새정치민주연합 정대철 상임고문) 양김 시대를 몸소 겪었던 정치 원로들은 두 사람의 리더십 차이를 ‘감각’과 ‘논리’로 설명했다. 두 사람은 출신 지역, 성장 배경,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달랐고 각각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로 나뉘어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두 사람의 공동 목표는 민주주의 완성이었다. ‘경쟁적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YS는 단도직입형, DJ는 심사숙고형 지도자였다”며 “180도 다른 리더십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업그레이드했다”고 평가했다. 리더십의 공통점도 있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두 거목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리더십, 국민을 두려워하는 리더십,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까지 포용하는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으며 정치적으로 반대편인 인재들에게도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스스로 앞장서고 희생하면서 카리스마를 만들어냈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자기를 희생해 가면서 정치인으로 섰기 때문에 리더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양김 시대를 넘어선 정치 리더십을 찾아야 양김의 리더십은 ‘독재 대 민주’ 시대의 제약을 받는다. 그 시대엔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눈치를 살펴야 하는 도전이었지만 지금의 민주주의는 누구나 호흡할 수 있는 ‘공기’가 됐다. 양김 시대를 보내면서 다원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민주주의, 시민정신이 골고루 발휘된 민주주의가 필요한데 아직도 양김 시대의 ‘팔로 미(follow me·나를 따르라)’ 식의 리더십에 젖어 있다”며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세계사의 큰 조류가 변하고 있는데 한국 정치는 아직도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윤평중 교수는 “YS와 DJ는 권위주의에 대항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보였다는 점이 한계”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후대 정치지도자들은 인치(人治)에서 법치(法治)로, 카리스마적 리더십에서 민주적 리더십으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오히려 퇴행했다”고 비판했다. 양김 시대를 거치면서 심화된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이현우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차별성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 YS와 DJ는 지역주의를 통해 효율적으로 유권자를 동원했다”며 “두 사람이 퇴장했는데도 정치인들이 지역주의 혜택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회주의 복원은 필요 양김의 리더십에서 계승해야 할 대목도 있다. 의회주의 복원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두 사람은 정치가 국회에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현 정부가 행정부 리더십만 생각한다면 YS와 DJ의 정신을 돌이켜보고 배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김 시대의 종언을 마주한 여야는 아직도 갈등의 쳇바퀴에서 맴돌고 있다. 경제활성화·노동개혁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어느 현안 하나 접점을 못 찾고 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긴급 회동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26일 본회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여야를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보는 낡은 틀에서 못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YS가 생전에 정치권에 던진 키워드는 ‘통합과 화합’이었다. 이만섭 전 의장은 “앞으로의 정치는 YS의 인내와 DJ의 명석함을 합쳐야 한다”며 “여야 간에 소통과 대화를 통해 나라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홍정수 기자}
대한민국 민주화의 획을 그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22일 서거했다. 향년 88세. 그의 서거로 ‘양김(兩金)’ 시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30여 년간 야권의 지도자로 독재의 서슬에 맞섰던 거목도 세월과 병마는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19일 고열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YS는 패혈증과 급성 심부전증이 겹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22일 0시 22분 숨졌다. 서거 당시 병실에서는 차남 현철 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임종을 지켰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YS의 서거 소식을 접한 뒤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관련법과 유족들의 뜻을 살펴 예우를 갖춰 장례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3일 새벽 귀국 후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YS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다. 안장식은 영결식 종료 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다. 장례 기간에는 공공청사 등에 조기가 걸리고 전국 각지 및 해외 공관에 분향소가 설치된다. 이날 빈소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황교안 국무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 김수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이 조문했다.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김덕룡 전 정무1장관 등 옛 상도동계 인사들과 일반 시민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1927년 경남 거제에서 출생한 YS는 1954년 최연소(만 26세)로 국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역대 최다선(9선) 의원을 지냈다. 2009년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군사독재를 종식시켰다. YS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의원직 제명과 가택연금을 당했고 23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을 하기도 했다. 1992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해 제1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YS는 문민(文民)시대를 열었다. 대통령 재임 당시 군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을 비롯해 금융실명제 실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5·18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역사 바로 세우기 등 개혁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퇴임 직전인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고, 국정 개입 논란을 빚은 현철 씨가 구속되는 등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새누리당과 정부가 20일 당정협의를 갖고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일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5대 입법은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만큼 (정기국회에서) 패키지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정은 9·15 대타협 당시 비정규직 기간 연장, 파견 업종 확대에 대해서는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 실태 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한 뒤 합의사항을 입법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5개 법안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는 합의에 실패했고, 노사정 및 전문가그룹 의견을 병기해서 국회에 제출했다. 당정은 노사정위가 제출한 의견을 토대로 기간제법과 파견법도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야당은 반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정부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상임위에서 철저하게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노위 법안소위는 이날 5개 법안 중 처음으로 근로기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당이 환노위 여당 의원 정수를 늘리기 위해 국회 규칙 개정을 추진한 것이 논란이 돼 회의는 파행됐다. 현재 환노위는 여당 8명, 야당 8명이다. 야당은 여당 몫 의원 수를 늘리려는 것은 노동개혁 법안을 표결 처리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여당 지도부가 명시적으로 환노위 ‘꼼수 증원’ 시도를 철회할 때까지 법안 심사는 불가”라고 밝혔다. 반면 권성동 의원은 “야당이 문제 삼는다면 규칙 개정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 기자}
여야는 교착상태에 빠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를 다룰 여야정 협의체를 18일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17일 정기국회 현안을 논의하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예산안과 주요 법안을 연계해 처리하겠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서 여야 간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이날 회동에서 민감한 현안을 조율하기보다는 처리 일정만 합의했다. 우선 지난 주말 광화문 시위에 대해 국회 안전행정위 현안보고를 받은 뒤 청문회 개최 여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안은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해 조속히 합의하고, 누리과정 예산은 24일까지 방안을 마련해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또 20일까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구 획정 지침을 마련하고, 26일 본회의에서 경제민주화·민생안정특위와 국회개혁특위 구성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미흡하지만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로 국회 운영에 숨통은 트였다. 하지만 여야가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다 미뤄놓은 것이다. 결국 세부 협상에 들어가면서 의견 조율이 안 되면 국회는 언제든지 파행을 빚을 수 있다. 당장 당정이 이날 긴급 간담회에서 ‘예산-법안 연계 방침’을 결의한 것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관련 법안, 한중 FTA 비준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필요로 하는 예산안과 연계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전날 “예산만 통과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연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여야 원내지도부는 “새누리당의 경제활성화법안 및 새정치연합의 경제민주화법안은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정은 30일까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정 대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라는 야당의 요구도 거부했다. 마지막까지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동안 야당의 단골 메뉴였던 ‘법안-예산안 연계 처리’를 여당이 들고 나온 이유는 예산안 통과 이후에는 사실상 총선 정국에 들어가기 때문에 주요 법안 처리가 물 건너간다는 판단에서다. 한 당직자는 “야당이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여당은 불가피하게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겨 ‘버티기’를 하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집권 여당이 벌써 야당이 될 준비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야당을 겁박하는 한심한 발상이다.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일각에선 예산안-법안 연계 카드가 효과를 거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결국 국정 운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에 역풍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장택동 will71@donga.com·차길호 기자}
“통탄스럽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 노동 개혁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자 10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예산안 시정연설 등 기회가 날 때마다 이들 법안과 안건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호소해 왔다.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37건의 무쟁점 법안은 33분 만에 술술 처리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쟁점 법안들은 다뤄지지 않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은 2012년 7월과 10월에 각각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3년이 넘었다. 한중 FTA가 올해 안에 발효되지 못하면 수출에서 하루 40억 원의 손해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야당은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번 정기국회 내에 이들 법안과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하게 돼 사실상 19대 국회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2020년까지 35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이 법이 의료 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와 보건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근처에 관광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 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이 법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1만7000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호텔 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건설 관련 일용직 일자리나 숙박업의 임시 일용직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 개혁 5개 법안을 가로막는 것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정을 방해하는 비애국적 행위”라고 야당을 성토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노동 개혁 법안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실태를 묵인하고,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근로 대상·업무 확대로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한 ‘민생 최우선 처리 10대 입법 과제 추진 전략 간담회’에서도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이 최우선 저지 법안으로 제시됐다. 한중 FTA에 대해선 야당도 그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황사 문제, 서해상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에 관해 중국과 추가로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 의장은 “(수출) 관세 절감 효과가 있으면 수입할 때 얻는 관세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정이라고 착각하고 이득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한 국회가 12일 가까스로 본회의를 열었지만 핵심 법안은 손도 대지 못한 채 쟁점 없는 법안만 처리하고 끝났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건 8월 11일 이후 93일 만이다. 여야 지도부는 사흘째 선거구 획정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돼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한심한 국회’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김태현 중앙선거관리위원, 김동철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선출 건과 함께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전통시장 주변에 대형 마트 설립 금지를 5년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37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선거구 획정이 차질을 빚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15일)을 12월 15일까지로 한 달 늘리는 안도 처리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 정부와 여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경제 활성화 법안’은 이날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도 마찬가지다. 이 안건들은 해당 상임위에 계류돼 있거나 아예 상정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양당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개특위 간사는 이날 ‘4+4’ 회동으로 선거구 협상을 이어 갔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여당과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수 없다는 야당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선거구 협상이 법정 처리 시한(13일)을 못 지킨 것은 물론이고 해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 이학재 의원은 “합의가 안 된 것은 단 한 석도 비례대표를 못 줄인다는 야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간사 김태년 의원은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대신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낸 중재안(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보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의 부분 도입)과 국회선진화법 개정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여당이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야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 수를 15명에서 17명으로 ‘꼼수 증원’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재경 예결특위 위원장은 “효율적 진행의 어려움, 짧은 예산안 심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증원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내팽개친 채 총선용 예산안을 다룰 위원 수를 여야 담합으로 늘린 것은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장택동 will71@donga.com·차길호 기자}
“‘유승민 사태’ 이후 불거진 ‘대구 물갈이론’은 실체가 있다.” “정당정치에서 인위적 물갈이가 가능한 것이냐.” 여권의 총선 물갈이론의 표적이 된 대구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10일 ‘물갈이’라는 단어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부 의원은 “물갈이가 사실이라 해도 나는 해당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애써 자위하는 모습도 보였다. 동아일보는 이날 대구 의원 12명 가운데 부친상을 당한 유승민 의원을 제외한 11명을 대상으로 물갈이론에 대한 생각을 직접 물어봤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만 유일하게 실명으로 생각을 밝혔다. 류성걸 의원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나머지 의원은 익명을 원했다. 답변이 미칠 파장을 의식한 탓인지 철저히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이 의원은 “물갈이론이 나올 명분은 있다”면서도 “물갈이론이나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용박’ 행태를 비판한 것. 물갈이론의 실체를 두고는 생각이 엇갈렸다. 친박(친박근혜) 성향 의원들은 대체로 물갈이론의 실체를 인정했지만 비박(비박근혜) 진영 의원들은 반발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A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12명 중 7명이 바뀌었다. 계속 물갈이를 하면 대구에선 초선만 의원을 하라는 이야기냐”고 되물었다. B 의원은 “박 대통령이 유 의원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점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 성향의 C 의원은 “몇 달 전부터 ‘대통령을 위해서 충성해야지 대구 의원들이 너무하다’는 여론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전현직 고위 관료들의 출마에 ‘박심’이 반영됐는지에 대해선 “일부 반영된 사람도 있겠지만 출마 희망자들이 확대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D 의원은 “업무를 소홀히 해 퇴출당한 사람도 ‘박심 때문에 출마한다’고 우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안개가 걷힐 것”이라고 봤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차길호 기자}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10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경제활성화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연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은 시급한 민생 법안에는 별 관심이 없다”며 “야당의 주 관심은 내년 총선을 대비한 지역구 관련 예산을 국회에서 증액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야당 안이 반영된 예산안이 통과되고 나면 야당은 남은 경제활성화법안, 노동개혁 법안과 한중 FTA 처리 등은 강 건너 불 보듯 할 것”이라며 “야당이 필요로 하는 예산안만 내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하려면 정부·여당이 꼭 필요로 하는 경제활성화법, 노동법, 한중 FTA 등도 연계해서 같이 처리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도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이 예산 심사를 보이콧할 수도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의장이 오죽 답답하면 그런 말을 했겠느냐. (예산과 주요 법안을) 일괄 타결을 빨리 하자는 의지로 봐 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새누리당은 최근 입당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에 대해 ‘해당(害黨) 행위’ 여부를 조사한 뒤 잘못이 드러나면 제명 등 징계하기로 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김 전 원장의 입당 사실이 알려진 뒤 새누리당 지지자와 국민, 당원들의 항의가 나오고 있다”며 “부산에서는 10·28 재·보궐선거 당시 야당 후보를 지지하고 지원유세까지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의 해당 행위,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행위가 있었는지를 다음 주초까지 조사해 제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황 총장은 설명했다. 새누리당 당규에 따르면 △당 발전에 유해한 행위를 했거나 △당의 위신을 훼손한 경우 등에 대해 제명, 탈당 권유 등 징계를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장을 지낸 김 전 원장은 8월 27일 새누리당 서울시당에 팩스로 입당 원서를 냈고 절차에 따라 입당 처리됐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10·28 재·보선 당시 김 전 원장이 새누리당 당적을 숨긴 채 부산 기장군 시의원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 지지연설을 했다며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부산 해운대-기장을 출신인 하태경 의원이 “입당 과정도 코미디지만 입당 후 당을 기만한 해당 행위가 있었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전 원장은 이날 서울 광진구의 자택에 머물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자택 앞에서 본보 기자와 마주친 김 전 원장은 ‘왜 새누리당에 입당했느냐’ 등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5일 예정된 본회의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후폭풍이다. 새누리당은 이틀간 공전됐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이날 단독으로 열어 예산안 심사를 강행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국회 정상화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원 원내대표는 “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나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민생에 집중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3일 국정화 고시 강행을 보고 (박정희 정부 당시) ‘긴급조치’ 발령을 연상했다”고 받아쳤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다시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5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복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르면 다음 주부터 국회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협상’과 ‘압박’ 병행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예결위 회의실 배경막 문구를 ‘이제는 민생입니다’로 바꿨다. 이전 문구는 ‘이념 편향의 역사를 국민 통합의 역사로’였다. 확정고시가 끝난 만큼 ‘민생 이슈’로 바꾼 것이다. 물론 국회 농성에 들어간 야당을 ‘민생 외면 정당’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역사 교과서 문제를 갖고 국회를 파행시킨 건 새정치연합 내의 여러 정치적 문제를 덮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역사 교과서로 악화된 여론을 뒤집기 위해 문 대표를 직접 겨냥한 셈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2007년 5월 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며 “당시 문 대표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배석했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경제 활성화 법안을 외면하는 것은 ‘자기모순’임을 부각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을 앞세운 것이다.○ 새정치연합 ‘투쟁 속 국회 복귀’ 저울질 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긴 과정 동안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면서도 “그 기간에 교과서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무기한 농성이 아니라 국회 복귀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그러나 ‘회군(回軍)’(국회 복귀)의 명분과 시점을 두고는 고민이 깊다. 국회 로텐더홀 농성은 5일로 나흘째다. 국회 농성이 장기화될수록 ‘민생 외면’이라는 여당의 공세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시급한 선거구 획정과 예산안 심사는 야당의 이해관계와도 직결돼 마냥 외면하기 힘들다. 이날 의원총회와 전국 시도당 및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달아 열어 광범위한 당내 의견수렴에 나선 것도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6일엔 서울 종각역에서 열리는 ‘국정화 저지 문화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여론을 살피며 국회 복귀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5일로 예정됐던 정당-시민단체 연석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참여를 요청받은 일부 시민단체가 정당과의 연대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장외투쟁에 대한 당내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안철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국정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총선과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며 “당내 혁신을 병행하고 일자리 문제 등도 등한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이재명·황형준 기자}
정치인들은 흔히 “정치는 협상”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권력을 향해 경쟁한다. 그러다보니 갈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갈등만 반복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협상을 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협상의 중심은 원내대표다. 대부분의 갈등이 입법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보다 정치적 비중이 큰 사안은 당 대표가 협상에 나서기도 한다. 지도부가 만나서 밀고 당기고, 밀어붙이고 양보하면서 진통 끝에 탄생하는 여야 간 합의는 정치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위의 결과물이다. 정당 간의 공개적인 약속이다. 그런 이유로 언론은 당 대표나 원내대표 간 합의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대서특필한다. 그런데 여야 지도부 간의 합의가 너무 쉽게 깨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계속 오보를 생산하고 있는 것은 기자로서 민망한 일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일 회동에서 3일 본회의와 4일 원내대표·수석부대표 간 회동에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하면서 바로 합의가 깨졌다. 사실 정치권에서 이뤄진 합의가 무산된 사례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10월 5일 양당 원내대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여야정 협의체를 10월 30일부터 가동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9월 28일 공동회견(합의는 아니라고 했지만)을 통해 예비후보 등록 기간을 선거일 전 6개월로 연장한다고 발표했지만 논의조차 없이 유야무야됐다. 앞서 공무원연금 개혁,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정국 최대 현안을 놓고도 여야 지도부 간에 합의가 이뤄지고 깨지기를 반복했다. 정치권에서는 “합의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헌법과 법률을 지키기도 어려운 정치권에 합의를 지키라고 주문한다면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공직선거법에 11월 13일로 정해진 선거구 획정 기한은 지금 상황으로 보면 지켜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2002년 이후 12년을 내리 못 지켰던 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을 지난해 겨우 지켜낸 것도 여야의 합의라기보다는 국회선진화법에 의한 ‘타율’ 아니었나. ‘정치는 생물’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툭툭 등장한다. 그래서 정당이나 정치인이 합의를 번복할 때에는 대개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어쩌다 한두 번이라면 모를까 수시로 합의를 지키지 않다 보니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도부 간 합의마저 지켜지지 않는 것은 신뢰가 사라진 한국 정치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상황에 따라 깨도 되는 합의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나은 것 아닐까. 참을 수 없이 가벼워져 버린 여야 합의의 무게가 아예 사라져 버리기 전에.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정부가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안을 확정 고시하자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강(强) 대 강’ 대치 정국 속에서 국회는 멈춰 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국회 농성이 이틀째 이어진 3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고,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공전됐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못했다. 정국이 시계(視界) 제로 상태가 됐다. 새정치연합의 ‘국회 보이콧’ 방침으로 국회 파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4일 예정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여야 원내대표·수석부대표의 ‘2+2’ 회동, 예결위 심사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다. 야당은 국정 교과서가 배포되는 2017년 3월까지를 투쟁 기간으로 삼고 ‘장기전’에 나설 태세다. 야권 성향 시민단체, 정의당 등과 ‘제정당―시민단체 연석회의’를 추진해 공동 투쟁 기구를 꾸리고 법적 대응도 추진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불법 행정을 강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독재 아니냐. 독재 세력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확정 고시를 “자유민주주의의 파탄을 알리는 조종(弔鐘)”, “유신독재정권 시절 긴급조치”라고 쐐기를 박았다. 문 대표는 4일 국정화 반대 대국민 담화를 한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국회 보이콧을 비난했다. 김무성 대표는 3일 의원총회에서 “(10·28) 재·보궐선거 24개 선거구 중 단 두 곳만 야당이 당선되는 일을 당하고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와 황교안 국무총리 등 당정청 수뇌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회의를 열고 교과서 문제는 국사편찬위원회에 일임하고 민생 행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민생 정국으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뜻이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5일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앞두고 정치권의 ‘역사전쟁’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정부 여당은 5일 확정고시를 계기로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야당은 역사전쟁의 동력을 이어갈 태세다. 다만 여야 모두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극한투쟁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출구전략’도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다.○ 與 “보수우파 단결” vs 野 “끝까지 막아 낼 것” 새누리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정당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31일 경기도당 당원 등반대회에 참석해 “재작년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각 학교에서 채택되기 위해 노력했을 때 좌파들이 총준동해서 각종 테러를 일삼았다”며 “이제 보수우파가 단결해서 이번 역사전쟁에서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 간사인 강은희 의원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한국사 교과서는 폐기해야 될 불량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부 (현행 검정) 교과서가 “친일파에 대한 비판적 평가의식이 빠진 중립적, 우호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친일·독재 미화’ 프레임으로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야당에 역공을 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 반대 여론전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표는 1일 서울 관악산 입구에서 서명운동을 벌이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는 것이 순리”라며 “끝까지 막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2일 교육부를 항의 방문해 반대 서명을 제출할 예정이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가세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다.○ “역사전쟁에 매몰” 여론에 부담 여당은 확정고시가 이뤄지면 교과서 정국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고 민생 현안으로 초점을 옮길 방침이다. 3일 당정청 회의에서도 국정화 의제보다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노동개혁, 예산안 처리 등 현안 위주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또 2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4일 서울 서북권 지역 주민의 교통 불편 해소 등과 관련해 당정협의를 열기로 하는 등 민생행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여당이 민생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야당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국정화 고시를 막을 수단도 없고 현재의 서명운동 외에 뚜렷한 카드도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집중적으로 교과서 국정화의 부당함을 알린 결과 반대 여론이 월등하게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이를 토대로 다음 행보를 어떻게 할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확정고시 이후 국회 일정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문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비상한 각오와 결단’을 내리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국회 일정과 연계하는 것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회 보이콧 등 강경 투쟁은 여론의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3일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일 만나 ‘원포인트’ 본회의를 3일에 열기로 했다. 여야 간 첨예한 쟁점이 없는 법안과 김태현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공석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선출을 위해서다. 4일에는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을 열어 정기국회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여야 원내대표는 이번 주 해당 상임위 차원에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의 쟁점을 논의한 뒤 본회의 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생 현안 처리를 무작정 미룰 수 없다는 정치권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이은택 기자}
“동네 개가 짖어도 이러지는 않을 것 같다.”(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 “계속 (예비비 관련 자료 제출을) 주장하는 건 생트집이다.”(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에서 벌어진 여야 의원들 간의 설전이다. 야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예비비 44억 원의 세부 명세 제출을 요구했지만 여당은 “규정에도 없는 억지 요구”라고 반발한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도 “44억 원이 불법이면 (내년도 예산 총액인) 386조 원도 불법”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명명백백하게 자료를 내고 검증을 받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고성을 지르며 반박하자 “선수(選數·국회의원 당선 횟수)는 김 의원이 위인지 모르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선수(選手)는 나”라고 맞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본격화된 예산국회가 ‘역사전쟁’의 주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앞서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운영위의 전체회의에서도 여야가 ‘국정 교과서 태스크포스(TF)’ 등을 놓고 격돌해 예산 심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각 상임위 예산안 심사도 파행이 우려된다. 예결위 소위원회의 감액·증액 심사를 위해 각 상임위는 늦어도 다음 달 9일까지 예비심사를 끝내야 하지만 전망이 어둡다. “이러다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 직전에 졸속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역사전쟁은 웬만한 다른 현안을 송두리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난달에 17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지만 이후 한 달 반 동안 국회 논의는 거의 진척이 없다. 이런 상태에선 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국회 통과를 요청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한 논의도 실종됐다. 11월 5일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확정되는 날이다. 역사전쟁이 정점으로 치닫는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 등을 먼저 처리하자”며 11월 3일 본회의를 제안했지만 야당은 호응하지 않는다. 당분간 예산국회의 파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전쟁은 ‘막말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실성파가 탄생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기 전에 두뇌 정상화가 시급해 보인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북한이 국정화 관련 반정부 투쟁 지령문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들며 “북의 남남갈등 전술에 가장 도움을 주는 건 다름 아닌 제1야당 새정치연합”이라고 주장했다. 예결위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금 진상을 파악 중이고 (북한 지령설이) 확인되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
22일 108분간 진행된 청와대 ‘5자 회동’은 합의문 없이 끝났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 여야의 간극만 분명해졌다. 당분간 정국의 훈풍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국의 세 주체인 청와대, 여야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 대한 속내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지율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 내에선 “이러다 수도권 선거를 망친다”는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 반대 투쟁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투쟁에 매달릴 경우 “민생을 외면한다”는 역풍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평소 참모들에게 “왜 지지율에 신경 쓰느냐”고 말한다. 역사 전쟁의 지지율 등락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하지만 국정화 이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47%) 의견이 찬성(36%) 의견보다 11%포인트 높았다. 찬성과 반대가 42%로 같았던 지난주 조사와 비교하면 부정적 여론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앞장서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힘을 합치면서 여론전을 펼친 결과여서 충격은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을 의식해야 할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심(朴心)’과 ‘표심(票心)’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전날 청와대 5자 회동이 별 성과 없이 끝났지만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3일 예정된 공식 일정을 다 소화했다. 장외 투쟁에 나서지 않고 국회 보이콧엔 선을 그었다. 예전과 달리 투쟁 수위는 부드러워진 분위기다. 강경 투쟁에 염증을 느끼는 여론을 의식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와 여야의 밀고 당기는 ‘수 싸움’에 정국 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장택동 will71@donga.com·박민혁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22일 청와대에서 108분 동안 ‘5자 회동’을 갖고 마주 앉았지만 현안에 대한 접점은 찾지 못했다. 특히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선 뚜렷한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의문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끝냈다. 당분간 정국 경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은 7개월 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작심한 듯 박 대통령에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 달라”고 압박했다. 같은 당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정 교과서는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박 대통령도 밀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현재 역사 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이고 북한이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서술돼 있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역사 교과서 문제는) 정부에 맡기자”고 박 대통령을 엄호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11월 중순까지 비준동의하고 노동개혁 관련 법안 통과에도 협조해줄 것을 여야에 요청했다. 문 대표는 핵심 기술 이전이 어려워진 한국형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문책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문 대표가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위대 입국 허용 관련 발언을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자위대 입국 허용 여부는) 군 통수권자인 내가 결정할 문제”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5자 회동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비슷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토론 수준으로 진행이 됐지만 크게 인식을 좁히진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만난 것 같은 암담함”이라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은 23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르면 23일 열릴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의 ‘3+3’ 회동은 성사가 불투명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과거 대통령은 임기 동안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차례 정도 했는데, 박 대통령은 매년 오고 있다”면서 “27일 본회의에 시정연설 하러 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3년 연속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첫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대통령들은 취임 첫해에만 직접 시정연설을 한 뒤 이듬해부터는 국무총리가 대독(代讀)하는 것이 관례였다. 박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노동 개혁 관련 법안,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등은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국회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장관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창조경제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장택동 will71@donga.com·박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