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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불어나면 나중엔 검사를 받고 싶어도 못 받을 것 같아 나왔어요.” 14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차려진 임시선별검사소. 30분 이상 검사 순서를 기다리던 정모 씨(26·여)는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끝내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정 씨는 “어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는 게 충격이었다. 별 증상은 없지만 불안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에도 검사소 앞엔 긴 줄이 갈수록 길어졌다. 천막 4개를 이어 붙여 만든 임시선별검사소는 아침 일찍부터 시민들이 몰렸다. 60m 넘게 이어진 줄에선 두꺼운 외투로 온몸을 감싼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런 풍경이 벌어진 곳은 서울역 광장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용산역 잔디광장 등 8개 자치구 14곳에 임시선별검사소를 차렸다. 의심 증상이 없어도 누구나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4일 14곳에서 먼저 문을 열고 순차적으로 25개 자치구에 57곳을 더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이날 둘러본 서울역 광장을 포함한 임시선별검사소 6곳은 모두 아침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내내 이어졌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과 용산역이 붐볐다. 서울역 임시검사소는 이날 오후 6시까지 732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검사를 받았다. 임시선별검사소 14곳을 합치면 검사받은 시민은 2200명이 넘는다. 기차에서 내린 뒤 곧장 선별검사소로 향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오전 11시경 찾아온 A 씨(47)는 “지방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라며 캐리어를 끌고 나타났다. A 씨는 “행여 감염됐을까봐 걱정했는데 마침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정오 무렵부터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선별검사소를 찾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용산역 잔디광장의 임시선별검사소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직장인 수십 명이 검사를 받으러 왔다. 직장인 심모 씨(31)는 “증상도 없고 확진자를 접촉한 일도 없지만, 지역사회 곳곳에서 감염이 번져 내가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단 생각에 찾아왔다”고 했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도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이유는 한결같았다. 자신은 물론 가족을 지키고 싶단 마음이었다. 또 다른 시민 B 씨는 “막상 검사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조금 넘었다. 그 시간이면 내 가족과 동료를 지킬 수 있단 생각에 검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박종민 기자 의료진, 한파 속 분투… “춥고 힘들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죄송합니다. 아직 의료진이 도착하지 않아서….” 14일 정오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탑골공원 앞. 임시선별검사소 설치 작업이 한창이던 이곳에 7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다”며 찾아왔다. 작업 중이던 직원은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지금은 검사를 할 수 없다”며 시민을 돌려보낸 뒤 혼자 한숨을 내쉬었다. ‘종로구 탑골공원 임시선별검사소’는 서울시가 14일 가장 먼저 문을 열겠다던 임시선별검사소 15곳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간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윤성식 씨(73)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추위를 뚫고 왔는데 허탈하다”며 속상해했다. 해당 임시선별검사소가 정시에 문을 열지 못한 데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검사를 담당한 한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단 사실이 이날 오전에 알려지며 갑작스레 올 수가 없었다. 종로구 관계자는 “최근 의료진이 부족하다 보니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탑골공원 임시선별검사소는 결국 오후 3시에야 검사를 시작했다. 개소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민 2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 검사를 진행한 의료 인력은 임상병리사와 간호사 2명이 전부였다. 종로구 관계자는 “서울에 임시선별검사소가 차려진다는 소식을 들고 멀리서 파견을 자청해서 온 분들”이라며 “임상병리사는 제주에서, 간호사는 강원 원주에서 오셨다”고 귀띔했다. 탑골공원은 그마나 문을 열기라도 했지만 인근에 있는 종로구민회관 임시선별검사소는 결국 이날 운영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곳 역시 개소가 예정된 15곳 가운데 하나였지만 여기도 파견을 나오기로 한 의료진이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급하게 구해 봤지만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 임시선별검사소 확충 계획도 다소 차질을 빚게 됐다. 시는 14일 14곳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최대 71곳까지 검사소를 늘려갈 방침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돌발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든 실정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검사에 나서는 건 좋은데, 각 자치구의 사정을 파악하고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5일부터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하기로 한 다른 자치구에서도 “의료 인력을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을 연 임시선별검사소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의료진 등 관계자는 한파와도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날 오후 3시 반경 양천구의회 주차장을 찾아갔더니, 야외에 천막으로 세운 검사소는 바람이 불 때마다 펄럭이며 전혀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방호복도 바람이 새어 들어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의료진은 “감염 우려 등 위험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지원했다”고 했다. 그런 와중이었건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임상병리사는 “확실히 제주도보다 춥다”며 “이 사태를 끝내고 싶단 일념뿐”이라며 웃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 역시 “춥고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이청아 기자}
▼ 의료진, 한파 속 분투… “춥고 힘들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 ▼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첫날“죄송합니다. 아직 의료진이 도착하지 않아서….” 14일 정오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탑골공원 앞. 임시선별검사소 설치 작업이 한창이던 이곳에 7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다”며 찾아왔다. 작업 중이던 직원은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지금은 검사를 할 수 없다”며 시민을 돌려보낸 뒤 혼자 한숨을 내쉬었다. ‘종로구 탑골공원 임시선별검사소’는 서울시가 14일 가장 먼저 문을 열겠다던 임시선별검사소 15곳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간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윤성식 씨(73)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추위를 뚫고 왔는데 허탈하다”며 속상해했다. 해당 임시선별검사소가 정시에 문을 열지 못한 데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검사를 담당한 한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단 사실이 이날 오전에 알려지며 갑작스레 올 수가 없었다. 종로구 관계자는 “최근 의료진이 부족하다 보니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탑골공원 임시선별검사소는 결국 오후 3시에야 검사를 시작했다. 개소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민 2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 검사를 진행한 의료 인력은 임상병리사와 간호사 2명이 전부였다. 종로구 관계자는 “서울에 임시선별검사소가 차려진다는 소식을 들고 멀리서 파견을 자청해서 온 분들”이라며 “임상병리사는 제주에서, 간호사는 강원 원주에서 오셨다”고 귀띔했다. 탑골공원은 그마나 문을 열기라도 했지만 인근에 있는 종로구민회관 임시선별검사소는 결국 이날 운영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곳 역시 개소가 예정된 15곳 가운데 하나였지만 여기도 파견을 나오기로 한 의료진이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급하게 구해 봤지만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 임시선별검사소 확충 계획도 다소 차질을 빚게 됐다. 시는 14일 14곳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최대 71곳까지 검사소를 늘려갈 방침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돌발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든 실정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검사에 나서는 건 좋은데, 각 자치구의 사정을 파악하고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5일부터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하기로 한 다른 자치구에서도 “의료 인력을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을 연 임시선별검사소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의료진 등 관계자는 한파와도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날 오후 3시 반경 양천구의회 주차장을 찾아갔더니, 야외에 천막으로 세운 검사소는 바람이 불 때마다 펄럭이며 전혀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방호복도 바람이 새어 들어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의료진은 “감염 우려 등 위험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지원했다”고 했다. 그런 와중이었건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임상병리사는 “확실히 제주도보다 춥다”며 “이 사태를 끝내고 싶단 일념뿐”이라며 웃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 역시 “춥고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이청아 기자}
아파트 경비원에게 수차례 폭언과 폭행을 휘둘러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입주민 심모 씨(49·수감 중)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10일 상해·보복감금·보복폭행과 협박, 강요미수, 무고, 상해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심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법원 양형기준 권고 형량은 징역 1년∼3년 8개월이지만 여러 사항을 고려해 권고 형량 범위를 벗어나 형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 이른 데 대해 형사책임을 물을 순 없지만 피고의 범행으로 경비원은 죽음에 이르렀다. 형을 정하는 데 있어 이를 참조하는 게 타당하다”고도 했다. 경비원 A 씨는 심 씨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올해 5월 10일 자택에서 숨졌다. 심 씨는 4월 21일 A 씨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A 씨의 얼굴 등을 수차례 가격했다. 또 같은 달 27일 A 씨가 경찰에 자신을 신고한 사실을 안 뒤 A 씨를 경비실 화장실로 끌고 가 12분간 감금한 채 구타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A 씨의 친형인 최모 씨는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 “주민 갑질로 인해 경비원이 짓밟히고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가 “석탄화력발전소에 종사하는 하청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10일 권고했다. 이날은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작업 도중 목숨을 잃은 하청근로자 김용균 씨(당시 24세)의 2주기였다. 인권위는 “2년 전 오늘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 씨를 애도하며 서부발전 등 5개사에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하청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필수유지업무란 정지되거나 폐지될 경우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 전기사업이 이에 해당된다. 김 씨는 2018년 12월 11일 오전 3시 반경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숨진 뒤 이른바 ‘김용균법’이란 이름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또 다른 김용균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력발전 5개사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20명 모두 하청근로자였다. 인권위는 이처럼 위험한 일을 하청근로자에게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생명안전업무를 맡는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법안(생명안전업무 종사자 직접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발의돼 있다. 인권위는 “입법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일터에서 근로자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카페도 못 가고 도서관도 문 닫아 갈 곳이 서점밖에 없어요.” 6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형서점. 노원구에 사는 김옥희 씨(61·여)는 주말인 5, 6일 이틀에 걸쳐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곳을 찾아왔다고 한다. 김 씨는 “사람들이 갈 데가 없어선지 서점으로 몰려서 자리를 잡으려면 오전에 일찍 와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이 서점에 있는 3, 4인석 좌석 21곳은 이미 꽉 차 빈자리가 없었다.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5일 0시부터 영화관이나 대형마트, PC방, 독서실 등 일반관리시설도 기존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전면 중단해 주말 도심은 대체로 한산했다. 하지만 대형서점처럼 인원 수 제한 지침이 없는 업소들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서울에 있는 PC방과 노래방, 영화관이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으며 인근 경기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대형마트는 오후 9시 영업 종료 전 미리 장을 보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6일 오후 3시경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 계산대 10곳은 모두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3m 너비의 할인제품 진열대 앞은 30여 명이 몸을 밀착한 채 제품을 골랐다. 정모 씨(47)는 “평소 주말엔 한산해지는 오후 9시 이후 장을 봤는데, 이젠 그럴 수 없어 미리 나왔다”며 “마트 특성상 거리 두기가 쉽지 않아 불안하긴 하다”고 우려했다. 서울에 있는 PC방, 노래방 등이 5일부터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하자 경기나 인천 지역으로 찾아가는 이들도 생겨났다. 대학원생 A 씨(27)는 5일 대중교통으로 1시간가량 걸리는 경기 안산의 한 PC방을 찾아갔다. A 씨는 “5일 오후 7시부터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가 친구 집에서 자고 서울로 돌아왔다”고 했다. 6일 오후 7시경 서울 구로구 개봉동과 도보로 200m 남짓 떨어진 경기 광명시의 한 PC방에는 120여 명이 몰려 있었다. 구로구에서 넘어왔다는 B 씨(23)는 “서울 PC방이 9시 이후 문을 닫는다고 해서 광명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구로구의 PC방은 이른 시간부터 마감 준비로 분주했다. 영화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경 서울 영등포구의 CGV 영화관은 주말인데도 표를 끊는 관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30분간 현장발권기로 티켓을 끊는 이들은 고작 7명뿐이었다. CGV 관계자는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제한되면서 5, 6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4000여 명이 예매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반면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영화관은 오후 8시 이후 상영하는 영화를 보려고 200명이 넘는 관객들이 찾아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방역지침을 피한 풍선효과는 방역을 ‘밑 빠진 독’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현 시점에선 국민 스스로 ‘3단계’에 준하는 거리 두기를 일상에서 실천하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 / 광명=신지환 기자}
“카페도 못 가고 도서관도 문을 닫아서 갈 곳이 서점밖에 없어요.” 6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형서점. 노원구에 사는 김옥희 씨(61·여)는 주말인 5, 6일 이틀에 걸쳐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곳을 찾아왔다고 한다. 김 씨는 “사람들이 갈 데가 없어서인지 많이 몰려 자리를 잡으려면 오전 일찍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점에서 마련한 3, 4인석 좌석 21곳이 이미 꽉 차서 빈자리가 없었다. 오랫동안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이들도 40명이 넘었다.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5일 0시부터 영화관이나 대형마트, PC방, 독서실 등 일반관리시설도 기존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날씨마저 쌀쌀해진 탓인지 도심은 설 명절이라도 맞은 것처럼 한산했다. 하지만 대형서점처럼 인원 수 제한 지침이 따로 없는 업소들은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서울에 있는 PC방과 노래방이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으며 인근 경기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오후 9시 영업 종료하니 이전에 인파 몰려6일 오후 중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종료되는 탓에 미리 장을 보려고 나선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도 계산대 대부분이 길게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할인 제품을 구입하려고 몸을 밀착한 채 사람들이 붐비는 장면도 있었다. 정모 씨(47)는 “평소 주말엔 좀 한산해지는 오후 9시 이후 장을 봤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어서 미리 나왔다”며 “아무래도 마트 특성 상 거리 두기가 쉽지 않아 불안한 맘이 들긴 한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경 강남구에 있는 또 다른 대형서점도 사정이 엇비슷했다. 벤치와 테이블 등엔 모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컴퓨터 작업을 하기도 했다. 윤모 씨(35·여)는 “오전부터 한 5시간쯤 여기 앉아 있다”며 “양심에 걸리긴 하는데, 카페가 문을 닫아 어디 갈 곳이 없다보니 서점을 택했다”고 털어놨다. 주요 대형서점들은 곳곳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자 대응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교보문고는 7일부터 서점 내부에 있는 테이블은 물론 바깥에 있는 벤치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거리두기 지침을 안내해왔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강제적으로 응대할 수도 없어서 아예 공간을 없애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9시 이후 영업하는 PC방 찾아 서울 밖으로6일 오전 11시경 서울 영등포구의 CGV 영화관도 평소와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주말인데도 표를 끊으려는 모습은 아예 사라졌다. 약 30분 동안 현장발권기로 티켓을 끊는 이들은 고작 7명뿐이었다. CGV 관계자는 “전체 좌석의 절반만 이용할 수 있는데다 오후 9시 이후엔 운영이 제한돼 발길이 더 줄어들었다”며 “5, 6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4000여 명이 예매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서울에 있는 PC방과 노래방 등은 5일부터 오후 9시엔 영업을 중단하자 경기나 인천 지역으로 찾아가는 이들도 생겨났다. 대학원생 A 씨(27)는 5일 대중교통으로 1시간가량 걸리는 경기 안산의 한 PC방를 찾아갔다. A 씨는 “안산에 사는 친구가 ‘여기는 원래대로 PC방 이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줬다”며 “5일 오후 7시부터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가 친구 집에서 자고 서울로 돌아왔다”고 했다. A 씨에 따르면 5일 오후 9시경 자신이 머물던 PC방은 빈 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붐볐다고 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방역지침을 피한 풍선효과는 방역을 ‘밑 빠진 독’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현 시점에선 국민 스스로 ‘3단계’에 준하는 거리두기를 일상에서 실천하면서 경각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신지환기자 jhshin93@donga.com}
“추운 날씨에 손님들을 밖에 세워둘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4일 낮 12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근무하는 직원 A 씨(23·여)는 이렇게 말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33m²(약 10평) 남짓한 카페 내부엔 30명 넘는 손님이 다닥다닥 붙어 주문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23일 서울시가 발표한 ‘천만시민 긴급 멈춤’ 방역 지침에 따르면 식당 카페에선 주문 및 대기 인원 간 2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카운터 아래 바닥에는 2m 거리 두기를 안내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자 무용지물이었다.○ 자영업자들 “방역 지침 확인할 인력 없어” 최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24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특히 서울시는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을 지정해 정부보다 강도 높은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둘러본 서울의 다중이용 시설들은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거나 편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일일이 지침을 확인하고 관리할 인력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낮 12시경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선 직원 2명이 손님들을 좌석으로 안내하고 음식을 나르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 식당 외부에 마련된 대기석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 야외에서 대기하는 손님들을 위해 따뜻한 국물을 시식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해 놓았는데 손님들이 먹고 내려놓은 다회용 컵 5개가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식당 문 앞에서 기다리던 손님 7명은 2m 거리 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식당 직원 임모 씨(62·여)는 “음식 갖다 줄 새도 없이 바빠서 대기석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PC방도 사정이 비슷했다.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PC방엔 상주하는 직원이 아예 없었다. 입장 시 QR코드를 찍고 내부로 들어오도록 했지만 안내 직원이 없어 이 단계를 건너뛰고 입장하는 것도 가능했다. 인근의 또 다른 PC방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는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직원 수를 대폭 줄였다”며 “손님들이 방역 지침을 지키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예식홀―식당 인원 쪼개기 안 돼” 100인 이상 모임·행사가 금지되면서 일부 예식장 중에서 편법 영업을 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음 달 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30대 B 씨는 24일 예식업체로부터 “홀에 99명, 식당에 160여 명을 수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서초구에서 내려온 공문에는 ‘예식이 진행되는 홀에는 100명 미만을 수용해야 한다’고만 적혀 있었을 뿐 뷔페 등 식당에 대한 인원 제한 지침은 없었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B 씨에게 “편법이 아니라 우리도 먹고살려고 방법을 찾아보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쪼개기’ 운영이 방역 지침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디저트카페와 브런치카페 등의 2단계 적용 여부를 놓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그러자 방역당국은 커피를 주 메뉴로 판매하는 매장은 모두 실내 취식을 금지하기로 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전국적 대유행을 막기 위해 ‘2020년에 더 이상 모임은 없다’는 생각으로 연말연시 모임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언·김소민 기자}
경찰이 지난 광복절 서울 도심에서 수천 명이 모인 ‘노동자대회’를 주최한 혐의로 김재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등 8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집회 금지 명령을 내린 장소에서 집회를 강행한 주최자 등 8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8월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2000여 명이 모여 기자회견 형식의 집회를 열었다. 당시 보신각 일대는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곳 가운데 하나였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가 열리기 이틀 전 주최 측에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지만 집회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집회 강행에 대한 비판이 일자 민노총 측은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으로 진행했고 마스크와 페이스실드 착용 등 방역지침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광복절 당일 보수 단체 집회엔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민노총 측에는 해산 명령조차 내리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집회를 열었던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등은 지난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서울시의 방역 실무 책임자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 현상이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이어졌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뚜렷한 근거 없이 3개월이 지난 집단감염을 최근 상황과 연결짓는 건 부적절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방역통제관)은 19일 오전 코로나19 브리핑에서 “8, 9월에 큰 집단감염 이후 잔존 감염이 지역사회에 계속 있었다. 이것이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소규모, 다발성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박 국장은 서울시에 개방형직위로 채용돼 보건의료정책과장을 지내다 6월부터 시민건강국장을 맡고 있다. 박 국장은 추가 설명에서 ‘8·15 도심 집회’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특히 8, 9월 사이에는 사랑제일교회나 8·15 도심 집회 관련 확진자가 수백 명 생겨나는 큰 집단감염 형태였으나 최근 양상은 일상생활 공간에서 소규모로 여러 곳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반면 박 국장은 지난달 핼러윈데이나 이달 14일 도심 집회와 현재 확진자 급증은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방역당국은 핼러윈 때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의 재발을 막기 위해 클럽 밀집지역 등에서 특별단속을 벌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은 14일 역시 방역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서울 등 전국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그는 “확진자들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분석한 결과, 핼러윈이나 주말 도심 집회와 연관되지 않았다”며 “최근 고령층 확진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박 국장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박 국장) 주장대로라면 8·15 집회 뒤 대략 20차 감염이 벌어졌다는 건데,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흐름을 보여줄 수 없다면 궤변일 뿐”이라며 “방역 책임자가 특정 집단을 감염 온상으로 지목하는 건 혐오만 강화시킬 뿐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약화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예측은 지속적으로 나왔다”며 “최근 재확산 추세의 원인을 석 달 전 특정 집회로 몰아가는 것은 근거도 부족하고 적절치 않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19일 오후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시는 “8, 9월 집단감염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8·15 도심 집회를 예시로 든 것”이라며 “당시 집단감염 여파로 지역사회에서 찾아내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들이 지역사회에 남아 있다는 취지였다. 광복절 집회 때문에 최근 확진자가 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박창규 kyu@donga.com·이소연 기자}
서울시의 방역 실무 책임자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 현장이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이어졌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뚜렷한 근거 없이 3개월이 지난 집단감염을 최근 상황과 연결짓는 건 부적절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방역통제관)은 19일 오전 코로나19 브리핑에서 “8, 9월에 큰 집단감염 이후 잔존 감염이 지역사회에 계속 있었다. 이것이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소규모, 다발성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박 국장은 서울시에 개방형직위로 채용돼 보건의료정책과장을 지내다 6월부터 시민건강국장을 맡고 있다. 박 국장은 추가 설명에서 ‘8·15 도심 집회’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특히 8, 9월 사이에는 사랑제일교회나 8·15 도심 집회 관련 확진자가 수백 명 생겨나는 큰 집단감염 형태였으나 최근 양상은 일상생활 공간에서 소규모로 여러 곳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반면 박 국장은 지난달 핼러윈이나 이달 14일 도심 집회와 현재 확진자 급증은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방역당국은 핼러윈 때 5월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의 재발을 막기 위해 클럽 밀집지역 등에서 특별단속을 벌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은 14일 역시 방역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서울 등 전국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그는 “확진자들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분석한 결과, 핼러윈이나 주말 도심 집회와 연관되지 않았다”며 “최근 고령층 확진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박 국장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박 국장) 주장대로라면 8·15 집회 뒤 대략 20차 감염이 벌어졌다는 건데,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흐름을 보여줄 수 없다면 궤변일 뿐”이라며 “방역 책임자가 특정 집단을 감염 온상으로 지목하는 건 혐오만 강화시킬 뿐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약화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예측은 지속적으로 나왔다”며 “최근 재확산 추세의 원인을 석달 전 특정 집회로 몰아가는 것은 근거도 부족하고 적절치 않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19일 오후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시는 “8, 9월 집단감염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8·15 도심 집회를 예시로 든 것”이라며 “당시 집단감염 여파로 지역사회에서 찾아내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들이 지역사회에 남아 있다는 취지였다. 광복절 집회 때문에 최근 확진자가 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서울시가 일부에서 일고 있는 반대 움직임에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강행하자 9개 시민단체가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서울시민연대, 도시연대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는 18일 정오경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갖고 “서울시가 시민사회의 강한 우려와 반대에도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빠른 속도로 광장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시민단체는 27일까지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광화문 공사는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온 나라와 국민이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보도블록을 파헤치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행정이냐”며 “예산 낭비에 불과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는 16일 광화문광장 일대의 변경 공사 착수를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최소 791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단체들은 16일 공사 착수 때도 “시장이 부재한 틈을 타서 무리하게 졸속 공사를 추진하지 말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은주 경실련 간사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사업은 고 박원순 시장이 분명히 중단을 약속했는데도 시가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도시 관련 행정의 최고책임자인 김학진 부시장이 무리한 사업 추진의 철회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9개 단체는 19일 김 부시장과 면담을 진행해 관련 예산의 삭감을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공사 강행에 대해 무효소송 및 감사원 감사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분들을 지원하는 데 쓸 수도 있는 예산을 보도블록 바꾸는 데 쓰는 격이네요.” 서울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A 시의원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틀 전 서울시가 2023년까지 진행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착수를 밝히며 공개한 예산 비용은 모두 791억 원. 이 가운데 662억5000만 원은 시비에서 집행된다고 한다. A 의원은 “코로나19로 일자리도 잃고 가게 문도 닫은 시민들의 눈에 이런 대규모 공사가 어떻게 비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 서울시의회는 2016년부터 시와 함께 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논의해왔던 파트너였다.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해 왔단 얘기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였다. 국민의힘 이석주 시의원은 18일 오전 시의회 정례회의에서 “시장이 부재하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여당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B 시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상황을 감안해 지역구 사업도 축소 운영하는 분위기”라며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6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는 건 시민들 입장에서 혈세 낭비”라고 꼬집었다. 그 밖에도 같은 당 소속 여러 의원들이 “왜 하필이면 지금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렇게 큰돈이 들어가는데 서울시가 시의회와 제대로 된 소통이 없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올 6월부터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 국민의힘 이성배 시의원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업무보고를 6월에 한 번 받은 뒤엔 공사 착수와 관련해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일반적으로 이런 대규모 공사는 착수 일정 등을 미리 상세하게 조율한다. 시 발표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일부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은 예산 통과 및 증액·삭감을 결정하는 시의회가 광장 재구조화 관련 예산을 이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윤은주 간사는 “지금까지 4번 시의회를 찾아가 면담을 진행했다”며 “서울시의 불통 행정을 막으려면 시의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행히 이렇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시의회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열리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관련 예산의 안건 심사는 이달 마지막 주로 예정돼 있다. 한 시의원은 “결국 시 행정은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 서울 시민들은 나흘 연속 코로나19 확진자가 80∼100명씩 발생하고 있다.이소연 사회부 기자 always99@donga.com}
서울시가 2016년부터 추진해왔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16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이 재정비 공사에 들어가는 건 11년 만으로 2023년 완공 예정이다. 9개 시민단체 및 시민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졸속 공사를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하겠다”며 “주한 미국대사관이 있는 광장의 동쪽 차로를 넓히고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서쪽 도로는 나무와 쉼터가 있는 광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가 공개한 광화문광장 일대 변경 공사에는 2023년까지 791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구조화 공사의 가장 큰 변화는 현재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광장 사이에 있는 도로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시는 이곳에 키가 큰 나무 37종 317그루와 키 작은 나무 30종 6700그루를 심는다. 나머지 빈 공간에는 잔디를 심고, 폭 1.5m의 자전거도로도 550m를 조성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광장을 둘러싼 양방향 12차로가 7∼9개로 줄어들게 된다. 시 관계자는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는 서쪽 도로의 해당 공원을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쪽 도로 공사는 내년 2월까지 진행된다. 추진 과정에서 이동이 거론돼 논란이 됐던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은 현 위치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문화재청과 함께 추진하는 월대 등 복원 사업은 내년 상반기에 착수한다. 서울시는 공사 기간 동안 벌어질 교통 정체에 대해서는 서울지방경찰청과 함께 ‘광화문광장 교통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정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를 위한 공간은 차로 1개만 점유하고 우회도로를 확보해 시내버스 노선 조정 등을 통해 세종대로 교통량을 최대한 분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서 광장 재구조화 계획을 밝히자 시민단체 등은 같은 날 시청 앞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9개 시민단체가 포함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차기 시장 선거를 5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무리하게 졸속 공사를 추진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제대로 된 의견 수렴도 하지 않은 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의 김은희 센터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2016년부터 시민 소통을 진행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소통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7월 세상을 떠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주력 사업이었다. 지난해 1월 세종대로 축소 및 정부서울청사 일부 철거 등이 담긴 설계안을 발표했다가 행정안전부는 물론 시민단체와 주민 등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해 9월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걸쳐 사업 시기와 방향을 다시 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 시장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시장 궐위 상황이라 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지난 4년간 300회 넘게 시민과 소통하고 논의했던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의 노력과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창규 kyu@donga.com·이소연 기자}
“하나 둘 셋. 으라차차.” 교통사고로 1t 트럭에 깔려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지나가던 시민들이 힘을 모아 극적으로 구해냈다. 13일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경 달서구 월배차량기지 인근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 큰길로 진입하던 1t 트럭과 큰길에서 같은 방향으로 직진하던 배달 오토바이가 부딪혔다. 사고로 트럭과 오토바이는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섰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트럭 적재함 아래에 깔렸고 고통을 호소하면서 이내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던 시민들이 곧장 달려들었고, 시민 10여 명도 가던 길을 멈추고 구조 작업에 힘을 보탰다. 시민들은 주변에 있던 간이 사다리를 트럭 바퀴 아래로 밀어 넣어 사람이 빠져나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후 순식간에 트럭을 들어올렸다. 결국 사고 30여 분 만에 트럭 밑에 깔려 있던 운전자를 극적으로 구해냈다. 시민들은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를 바로 눕힌 뒤 ‘119에 신고했다. 곧 도착할 것이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또 다른 시민은 사고 현장에 떨어진 휴대전화 같은 소지품을 대신 챙겨주기도 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출동한 119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돼 현재 치료 중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 당시 헬멧을 쓰고 있어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한 구급대원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을 잘해서 응급처치 시간을 많이 절약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1t 트럭 운전자가 우회전을 하면서 오토바이 진행을 방해한 교통사고로 보인다. 퇴근길 시민들이 위기에 놓인 한 생명을 구하는 기적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트럭 운전자도 부상 정도가 크지 않아 우선 집으로 돌려보낸 후 조만간 추가 조사할 예정이다. 트럭 운전자와 오토바이 운전자 모두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대구=장영훈 jang@donga.com·이소연 기자}
부산의 한 호텔 연회장에서 현수막을 설치하다 추락해 뇌사 상태에 빠졌던 손현승 씨(39)가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손 씨가 12일 심장과 좌·우 신장을 환자 3명에게 기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손 씨는 지난달 30일 부산의 한 호텔 연회장에서 현수막을 달다가 6m 높이의 리프트가 넘어지며 추락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고인의 친형인 손봉수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오랜 기간 이식을 기다려온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기증 결정을 내렸다. 손 교수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폐 이식 수술을 하는 의사로 일하며 장기 기증을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나는 환자들을 많이 봐왔다. 우리 가족의 소식이 알려져 기증이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동생은 길을 가다가도 도움이 필요한 분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누구보다 동생을 잘 아는 형으로서 현승이의 일부가 다른 누군가의 삶 속에 살아 있는 것이 남은 가족들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며 울먹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온 손 교수가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해주신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생명을 살리는 이식은 누군가의 소중한 기증 결정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유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인의 장례는 부산 서구에 있는 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발인은 14일 오전 7시, 장지는 김해 낙원 공원묘원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전인 1980년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모든 환자의 진료비를 1000원만 받았던 김경희 은명내과 원장이 22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0세. 1920년 서울 출신인 고인은 세브란스의전(현 연세대 의대)을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의전 2학년생 때인 1941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조선보육원 어린이들의 무료 진료를 시작으로 평생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했다. 광복 후에는 서울역에서 중국 만주나 일본에서 돌아온 교포를 치료했다. 이후 서울 판자촌을 돌며 무료 진료를 이어갔다. 1984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자락의 판자촌에 은명내과를 열었다. 개원 후 1년은 무료 진료를 했다. 하지만 환자가 많이 오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에 무료 진료를 기피하거나 진료의 질이 낮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모든 환자의 진료비를 1000원씩 받기로 했다. 1980년대 택시 기본요금이 800원 정도였다. 고인이 ‘상계동 슈바이처’라 불린 건 이때부터다. ‘1000원 진료’는 건강보험 제도가 실시되기 전인 1989년 7월까지 계속됐다. 사회사업도 활발히 펼쳤다. 은명장학회(1985년), 은명심장수술후원회(1986년), 은명무료독서실(1990년)을 운영하며 경제적 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약한 이들을 도왔다. 이 같은 공로로 대통령 선행 시민상, 아산사회복지대상, 보령의료봉사상 등을 받았다. 1996년 4월에는 모교인 연세의료원에 평생 모은 전 재산인 토지(21만4876m²)를 기부했다. 당시 감정가로 53억 원에 이르는 규모였다. 고인은 당시 인터뷰에서 “1000원만 받고 진료를 한 것은 어떤 재산도 개인이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며 “잠시 관리했던 재산을 이제 같은 마음으로 사회에 돌려주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 앞에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유족들은 평소 “내가 죽으면 모두가 마음의 부담 없이 올 수 있게 하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유족은 부인 임인규 씨와 아들 교인 교철 씨, 딸 교진 교영 씨가 있다. 발인 24일 오전 7시. 02-2227-7550 강은지 kej09@donga.com·이소연 기자}
대졸 신입사원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LG전자 전·현직 임직원 12명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1일 업무방해 혐의로 LG전자 관계자 등 12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부분 인사 담당 부서 소속인 이들은 LG전자 채용에 응시한 자사 관계자 자녀 등 10여 명의 1∼3차 입사시험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를 받은 임직원 가운데는 전 LG전자 사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말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인사팀이 ‘채용추천 명단’을 만들어 부정 채용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다. 올 5월 15일과 6월 16일 서울 중구에 있는 LG전자 한국영업본부의 인사팀 사무실과 마포구 LG CNS 등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3∼2015년 공개채용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딸이 크면 엄마가 장기기증으로 누군가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걸 꼭 얘기해 줄게요.” 올 8월 뇌사 판정 뒤 장기기증으로 여러 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난 홍성숙 경사(42)의 남편 안치영 씨(48)는 22일 한참 동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품에는 19개월 된 딸인 유진 양이 안겨 있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반경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홍 경사의 유족에게 공로장과 감사장을 전달했다. 용인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이던 홍 경사는 8월 29일 귀가하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안 씨는 “생전에 아내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장기기증을 하자고 약속했다”며 “그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아내의 바람대로 누군가의 삶 속에서 생명이 꽃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아동 성 착취물 등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주빈(25)이 만든 ‘박사방’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려 가상화폐를 송금했던 전 MBC 기자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전 MBC 기자인 A 씨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박사방 유료회원을 파악하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와 구매 대행업체에서 압수수색한 자료에서 당시 MBC 현직 기자였던 A 씨가 7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 “취재 목적으로 송금했지만 운영자가 신분증을 요구해 유료방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취재 목적으로 박사방에 가입했다는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6월 A 씨를 해고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하늘나라에서는 배고픔 따위는 잊고 마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온라인 익명게시판) 지난달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상을 입었던 인천 초등학생 형제 가운데 동생이 21일 오후 3시 40분경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 입원한 지 37일 만이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던 동생 A 군(8)은 전날 저녁부터 호흡 곤란과 구토 증세를 호소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1도 화상을 입었던 동생은 화재 당시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마신 탓에 호흡기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아왔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기도 폐쇄 증상이 일어나 2시간 넘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동생은 추석 연휴 기간이던 5일 형 B 군(10)과 함께 의식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으나 결국 안타까운 비극을 맞았다. 형은 온몸의 40%에 이르는 부위에 3도 화상을 입어 피부 이식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현재 휴대전화로 학교의 원격수업을 가끔 들을 정도로 호전된 상태로 알려졌다. 형제 곁을 지키며 이들을 돌봤던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 측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재단 관계자는 “동생은 지난 주말까지도 시민들이 보내온 과자를 들고 해맑게 웃곤 했다”면서 “20일에도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싶다고 해서 오늘 사러 가려던 참이었는데…”라고 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동생을 기리는 글들이 이어졌다. ‘작고 어린 천사의 명복을 빈다’, ‘저세상에선 넘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동생을 잃은 형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남기는 이들도 많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형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익명의 시민은 “신이 있다면 혼자 남겨진 아이가 외롭지 않길, 주변의 관심과 사랑으로 힘든 치료 과정을 극복할 수 있길, 동생의 몫까지 반듯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썼다. 정치권에서도 동생의 죽음을 추모하는 반응이 나왔다. ‘미추홀구 형제 화재 참사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슴이 무너진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인천 형제의 이웃들은 2018년 9월부터 올 5월까지 방임 학대가 의심된다며 3차례 신고했다. 기관에선 신고 때마다 엄마 C 씨에게 아이들을 지역아동센터로 보내길 권고했다. 하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던 C 씨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10분경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평소라면 학교에 갔을 시간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중단돼 집에 머물렀다.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형제가 사고를 당한 뒤 현재까지 2억2700만 원의 성금이 기부됐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주 형제가 좋아하는 과자인 ‘바나나킥’ 등이 담긴 선물 두 상자를 병원에 보냈는데, 제대로 맛보지도 못하고 떠났다”며 울먹였다. 미추홀구는 학산나눔재단과 함께 후원금 일부를 A 군의 장례비용으로 지원할 계획이다.이소연 always99@donga.com / 인천=황금천 / 김태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