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국내 태양광 시장이 중국산에 빠르게 잠식되면서 산업경쟁력 추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태양광 산업 부문에서 첫 무역 적자까지 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다 정작 국내 산업은 고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폴리실리콘부터 잉곳, 웨이퍼, 셀, 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주요 품목 수출액은 5억1219만 달러(약 7285억 원)로 집계됐다. 수입액은 5억8910만 달러로 7691만 달러 적자다. 업계에서는 지금 추세라면 연간 적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 부문은 2017년 관세·통계 통합품목분류표(HSK) 체계에 처음 산입됐다. 그해는 수출 29억8781만 달러, 수입 10억436만 달러로 수출이 수입의 3배 규모였다. 하지만 수지는 갈수록 악화해 지난해 수출 11억9418만 달러, 수입 11억8460만 달러로 흑자가 1000만 달러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수입의 90%가 중국산이다.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등 원재료 생태계가 무너진 영향이 컸다. 특히 ‘태양광의 쌀’로 불리는 폴리실리콘 수출은 2017년 10억 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 9500만 달러로 10분의 1 수준이 됐다. 2020년 OCI와 한화솔루션이 국내에서 잇따라 폴리실리콘 생산에서 손을 떼며 규모가 확 줄었다. 잉곳과 웨이퍼는 이미 중국 의존도가 95%에 이른다.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업체였던 웅진에너지마저 7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셀(배터리)과 모듈은 값싼 중국산과 경쟁하느라 고전하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셀·모듈 수출은 18억4000만 달러에서 10억8900만 달러로 40% 줄어든 반면 수입은 3억7000만 달러에서 6억4800만 달러로 75% 늘었다. LG전자가 올해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며 국내 산업은 더 움츠러들 전망이다. 태양광업계는 중국산의 저가 공세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용만 강조하고 막상 산업 육성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2010년까지만 해도 한국 태양광 산업 경쟁력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는데 어느새 와르르 무너졌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은 계속 움츠러드는데 오히려 해외에서는 한국 제품을 찾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 미국, 유럽 등 해외로 진출해 활로를 모색하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서 벌어들이는 돈을 국내에서 중국산으로 모두 까먹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국내도 해외 선진국처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산업 육성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는 이제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통과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현지 태양광 설비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담고 있다. 값싼 중국산 유입을 배제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중국 태양광 소재 수입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 EU에서는 국가가 나서 키우는 만큼 우리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공장부지 확보, 전기료·세제 혜택 등을 통해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산업이 고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조 현장의 젊은 기술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에 참석해 기술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기능올림픽 ‘최상위 타이틀 후원사(OEP)’로서 선수단을 격려하고 수상자에게 직접 메달도 수여했다. 이 부회장이 기능올림픽 현장을 방문한 것은 2009년 캐나다 캘거리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그는 “일찍부터 기술인의 길을 걷기로 한 젊은 인재들이 기술 혁명 시대의 챔피언이고 미래 기술 한국의 주역”이라며 “맨주먹이었던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젊은 기술 인재 덕분”이라고 말했다. 평소 기술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해 온 이 부회장은 최근 관련 발언에 더 힘을 싣고 있다.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는 말로 첨단산업의 치열한 기술경쟁을 강조했다. 복권 직후인 8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서도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했다. 이 부회장의 말처럼 반도체 부문에서는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을 둘러싸고 삼성전자는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대만 TSMC 등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의 소비재 사업부문에서도 인공지능(AI)과 친환경 소재 등 첨단기술의 적용 여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기술 인재들을 영입하고,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는 배경이다. 이 부회장이 이날 참석한 기능올림픽은 전 세계 숙련 기술인들이 2년마다 모여 기량을 겨루는 국제 행사다. 당초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한 해 연기됐다. 삼성전자는 2007년 일본 시즈오카 대회부터 8회 연속 후원했고, 2013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회부터는 5회 연속 OEP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재 유치를 위한 근무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유연근무 공간 ‘딜라이트(d’light)’를 공식 도입한다고 밝혔다. 딜라이트는 서울 서초사옥과 대구 ABL타워 등 사외 거점 오피스 2곳과 사업장 내 자율 근무존 4곳을 포함해 총 6곳으로 운영된다. 사외 거점 오피스는 임직원들이 직접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꾸렸다. 국내외 회사들을 벤치마크하고 지역별 수요, 교통 인프라, 업무별 선호 공간 등을 분석해 회사에 제안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4∼14일 딜라이트를 시범 운영한 결과 출퇴근 부담을 줄이고 업무 몰입도가 올라가는 등 직원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었다고 전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올해 설비투자 목표치를 10% 하향 조정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감산 또는 투자 축소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분야까지 ‘혹한기’ 대비에 나선 것이다. 세계 경기 침체 위기가 PC, 스마트폰을 넘어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으로까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전날 3분기(7∼9월) 실적 발표에서 연말까지 설비투자액을 360억 달러(약 51조4000억 원)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목표치였던 400억 달러의 90%만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TSMC는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131억 대만달러, 3103억 대만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9%, 영업이익은 81.5% 증가했다. 같은 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매출액을 넘어선 데다 영업이익은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내년에도 TSMC의 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산업 전반적인 업황은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TSMC가 호실적에도 설비투자를 줄이기로 한 배경은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 소비 감소로 인한 타격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도 피해 갈 수 없다”며 “TSMC의 매출 절반이 모바일칩(AP)에서 나오는 만큼 설비투자 축소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반도체 겨울’… 美 마이크론 투자 30% 감축-대만 TSMC도 속도조절 반도체 덮친 경기침체AI 등에 쓰이는 비메모리까지… 업체들 본격 허리띠 졸라매기美의 對중국 수출규제도 한몫… 삼성은 “인위적 감산 없다” 밝혀업계 “인위적 단서… 다양한 가능성”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는 최근까지 주로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46%를 점유하는 1위 삼성전자는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6∼9월(자체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66억4000만 달러(약 9조5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메모리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증가까지 맞물린 결과다. 각 기업은 본격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 투자를 30% 줄이기로 했다. 특히 반도체칩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 장비에 대한 투자를 50%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는 이달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30% 줄여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인텔이 이달 내 수천 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여기에 TSMC마저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로 한 것은 경기 침체 여파가 이미 전방위적으로 확산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의 주문량이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TSMC는 2분기(4∼6월) 기준으로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이 53%에 이른다. TSMC는 특히 최첨단 기술인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매출이 2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년 전 18%보다 10%포인트 커졌다. 7nm(26%)까지 더하면 총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다. TSMC의 투자 감축이 일반 소비재를 넘어 첨단 산업마저도 불황의 터널로 들어섰다는 의미로 읽히는 까닭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최근 미국이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AI) 반도체칩의 대(對)중국 수출을 규제하기로 한 것도 TSMC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 산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TSMC가 중국 고객사에 첨단 반도체를 제공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연 매출의 10% 이상을 잃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투자 축소나 감산 방침을 밝힌 적이 없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기조”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감산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인위적’이란 단서를 달았기에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26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행보도 주목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7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시장 수요가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년 생산량과 투자 수준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반도체 수급 불균형의 타개책은 결국 업체들의 투자 축소와 감산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올해 설비투자 목표치를 10% 하향조정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감산 또는 투자축소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분야까지 ‘혹한기’ 대비에 나선 것이다. 세계 경기 침체 위기가 PC, 스마트폰을 넘어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으로까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는 전날 3분기(7~9월) 실적발표에서 연말까지 설비투자액을 360억 달러(51조4000억 원)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목표치였던 400억 달러의 90%만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TSMC는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131억 대만달러, 영업이익 3103억 대만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9%, 영업이익은 81.5% 증가했다. 같은 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매출액을 넘어선 데다 영업이익은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내년에도 TSMC의 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산업 전반적인 업황은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TSMC가 호실적에도 설비투자를 줄이기로 한 배경은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 소비 감소로 인한 타격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도 피해갈 수 없다”며 “TSMC의 매출의 절반이 모바일칩(AP)에서 나오는 만큼 설비투자 축소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는 13일 ‘세계 눈의 날(World Sight Day)’을 맞아 인도에서 중고 갤럭시 폰을 활용한 안저(안구 안쪽 면) 측정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갤럭시 업사이클링(재활용+업그레이드)을 통해 2023년까지 15만 명을 대상으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갤럭시 업사이클링’은 중고 스마트폰을 사물인터넷(IoT) 기기로 전환해 사용하는 프로젝트로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제실명예방기구(IAPB)와 연세의료원, LabSD와 협력해 개발한 휴대용 디지털 검안기 ‘아이라이크’가 대표적이다. 국제실명예방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1억 명이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시력 손상의 90%는 조기 치료나 예방이 가능하지만 의료시설 부족으로 보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검진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의료시설이 열악한 지역에 조기 진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검안기를 201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지난해 인도, 모로코, 파푸아뉴기니에 확대 지원했다. 인도에서는 지금까지 200대의 기기를 사용해 5000명의 환자를 측정했다. 모한 라오 골리 삼성 벵갈루루 연구소 상무는 “앞으로도 첨단 기술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영화 ‘헤어질 결심’ 보고 싶어.” 이 말 한마디에 삼성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TV, 사운드바, 조명 등 기기들이 한꺼번에 작동한다. TV 색감과 음향 설정부터 조명 밝기, 사운드바 소리 크기 등 모든 조건이 영화 관람에 맞춰 최적화된다. 꼭 삼성 제품이 아니어도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연결만 되면 언제든 정보기술(IT) 기기를 조합해 이용자 맞춤형 설정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22’를 개최하고 스마트홈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 가치는 이용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다양한 기기가 직관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캄 테크(Calm Technology)’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전 세계 수많은 기기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캄 테크 시대에 성큼 다가가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삶이 더 편리해지고 스마트해질 수 있도록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진화된 스마트싱스와 인공지능(AI) 음성 플랫폼 ‘빅스비’를 통해 기기들의 유기적 연결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빅스비 홈 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빅스비를 통해 음성 명령을 인식하면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모든 기기가 통합된 시스템 안에서 한 몸처럼 움직인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스마트싱스에 최신 IoT 통신 규격인 ‘매터(Matter)’를 적용했다. 매터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민간 표준이다. 매터를 적용하면 플랫폼에 상관없이 기기를 작동, 제어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싱스를 통해 호환 가능한 브랜드는 300여 개에 이르고 기기 수는 수백만 개에 달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도 협력해 매터가 적용된 디바이스를 구글 IoT 플랫폼 ‘구글 홈’과도 연동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장해 앞으로 5년간 5억 명 이상의 새로운 사용자가 스마트싱스를 경험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개인화된 모바일 경험을 위한 새 유저 인터페이스 ‘원(One) UI5’도 공개했다. 이달 말 갤럭시S22 시리즈부터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운동 모드’를 통해 알람을 차단할 수 있고 영상이나 여러 이미지를 조합한 잠금 화면을 꾸밀 수 있다. 또 전화를 받지 못할 때 발신자의 목소리가 문자로 변환돼 수신자에게 전송되는 기능도 지원한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TV로 영화 ‘헤어질결심’ 틀어줘.”이 같이 말하자 삼성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TV, 사운드바, 조명 등 기기들이 한 번에 작동한다. 나를 위한 맞춤형으로 TV 설정부터 조명 밝기, 소리 크기 등 모든 조건이 최적화된다. 꼭 삼성 제품일 필요는 없다. 브랜드에 상관없이 한 공간에 있는 각 IT 기기가 연결돼 언제든 이용자 입맛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삼성전자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22’를 개최하고 ‘캄 테크(Calm Technology)’ 청사진을 밝혔다. 캄 테크는 사람들이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다양한 기기가 직관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각종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전 세계 수많은 기기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캄 테크 시대에 성큼 다가가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삼성전자의 혁신 기술과 솔루션을 통해 삶이 더 편리해지고 스마트해질 수 있도록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와 인공지능(AI) 음성 플랫폼 ‘빅스비’를 통해 기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마트홈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싱스는 삼성 제품, 서비스를 비롯해 300여 개 브랜드 기기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현재 스마트싱스를 통해 호환 가능한 기기 수는 수 백만 개에 이른다. 빅스비는 스마트싱스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디바이스에 탑재된 AI 솔루션을 통해 더 똑똑한 음성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삼성전자는 또 구글과 협력해 스마트홈 생태계의 ‘허브’가 되겠다고 밝혔다. 업계 최신 IoT 통신규격인 ‘매터(Matter)’를 적용해 스마트싱스와 구글 IoT 플랫폼 ‘구글 홈’을 연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제품인 ‘구글 네스트 미니’라든지 ‘네스트 허브’가 스마트싱스에 연동되고 반대로 삼성 TV 등 가전도 구글 홈에 연결할 수 있다.매터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민간 표준으로 이를 적용하면 플랫폼에 상관없이 기기를 작동,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타사 제품도 스마트싱스를 통해 구동할 수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장해 앞으로 5년간 5억 명 이상의 새로운 사용자가 스마트싱스를 경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삼성전자는 개인화된 모바일 경험을 위한 새 유저 인터페이스 ‘원(One) UI5’도 공개했다. 사용자가 자기 취향에 따라 잠금화면이나 각종 응용프로그램(위젯)을 설정할 수 있다.One UI5에 담긴 ‘모드 및 루틴’ 메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는 설정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 모드’를 선택하면 달리기, 수영 등을 할 때 모든 알람이 차단되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 잠금 화면 설정도 업그레이드됐다. ‘다이나믹 잠금 화면’ 기능을 활용하면 원하는 여러 개 이미지를 선택해 개성에 맞는 화면을 꾸밀 수 있다. 또 잠금 화면에서 손쉽게 시계, 알람 스타일을 바꾸는 기능도 제공한다.‘텍스트로 전화받기’ 기능도 새로 선보였다. 전화를 받을 수 없을 때 발신자의 목소리가 수신자에게 문자로 변환돼 전송되고, 문자 답장이 오면 이를 다시 빅스비가 상대방 목소리로 전달하는 기능이다.원 UI5에는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대시보드’ 기능이 담겨 사용자가 직접 개인 정보와 프라이버시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보안 취약성을 스캔한 뒤 보안 수준을 높이도록 권장하거나 데이터 관리 옵션을 제공한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11일 오후 전북 정읍시 SK넥실리스 5공장. 지름 3m, 길이 2m 크기의 드럼통 22대가 제각기 뱅글뱅글 돌며 노란빛의 얇게 편 구리막을 만들고 있었다. 배터리 소재인 동박이다. 3박 4일 동안 돌돌 말아 최장 77km 길이로 완성한 롤은 무게가 6t에 달한다. 이를 무인 운반차가 창고로 실어 나르면 천장의 크레인이 집어 올려 가지런히 나열한다. 버튼 한 번으로 기계가 알아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이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인원은 고작 3∼4명. 김승민 SK넥실리스 DT담당은 “5공장은 자동화율이 높고 공정이 안정적이어서 사람의 손길이 거의 필요 없다”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판매량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2%(SNE리서치)로 세계 1위 동박 생산업체다. 지난해 6월 연간 생산량 9000t 규모의 5공장을 준공했다. 올 1월 같은 크기의 6공장도 완공하면서 정읍 공장 전체 생산능력은 5만2000t으로 확대됐다. 동박 5만 t이면 전기차 150만∼200만 대에 필요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동박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저장·방출하는 음극재의 필수 소재다. 전기를 모아서 흘려보내는 통로 역할을 한다. 얇게 만들수록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 무게를 줄이면서도 용량은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는 2019년 세계 처음으로 4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동박을 양산했다. 4μm는 머리카락의 30분의 1 두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대부분 SK넥실리스의 동박을 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SK넥실리스도 국내외 공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2025년까지 동박 생산량을 연 25만2000t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산량을 3년 만에 5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 t 규모의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올 6월에는 폴란드 스탈로바 볼라에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북미 공장의 경우 연내 설립 부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북미 지역은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역내 수요가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요즘 동박 시장을 보면서 마치 미국 서부 개척시대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가져갈 수 있는 땅들이 널려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정읍=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을 금지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 대해선 1년 동안 규제를 유예하기로 했다. 장비 반입 건별로 허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건별 허가에 따른 시간적 물리적 차질을 적어도 1년간 피하게 되면서 중국에 공장을 둔 두 회사가 한시름을 놓게 됐지만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로이터통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수출 규제를 1년간 예외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년간 포괄적인 수출허가를 내주겠다는 통지가 전달됐다”며 “수출통제가 적용되는 모든 반도체 기술·장비에 대해 건건이 수출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국내 기업들은 한숨 돌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와 충칭에 각각 D램 공장과 후공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공장도 다롄에 있다. 모두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 램리서치, KLA 등 미국 업체로부터 반도체 핵심 장비를 들여와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중국에서 반도체 제품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미국과 원만하게 협의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와 함께 미국 상무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중국 공장을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같은 협의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7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가 중국 내 외국 기업이 소유한 생산시설에 대해선 개별 심사해 결정한다고 밝혔을 때 “한미 양국 정부가 건설적인 결론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중국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에 들어가는 모든 첨단 반도체는 물론이고 1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반도체,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관련 장비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미국 기술이 사용된 모든 반도체 기술 및 장비는 상무부 허가 없이 중국으로 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KLA는 11일 중국 현지 반도체 관련 고객사들에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알렸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건별 허가’를 전제로 중국 생산라인의 장비 반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로서는 숨쉴 틈이 생긴 것이지만 장비를 구매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해 불확실성이 있는 데다 사업 지연 우려도 컸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일단 1년간은 별도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돼 이런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포괄적 수출허가가 1년 한시 적용에 그친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장기간 수출규제 유예를 요청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1년 뒤 미국이 포괄적 허가를 연장할지, 건별 심사로 전환할지, 아예 수출규제를 전면 적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앞으로 중국 내 생산 비중을 줄이는 등 공급망 재편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도 줄어 시장 전체가 축소될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예외조항이 언제라도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부연구위원은 “당분간 국내 기업의 중국 내 생산이 큰 차질을 빚지 않겠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가 5년, 10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은 언제든 중국 진출 국내 기업에 족쇄를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다른 공장에서는 여러 명이 달라 붙어야 하는 작업이지만 여기선 3~4명이면 충분하죠.”11일 오후 전북 정읍시 SK넥실리스 5공장. 지름 3m, 길이 2m 크기의 드럼통 22대가 제각기 뱅글뱅글 돌며 노란빛의 얇게 편 구리막을 만들고 있었다. 배터리 소재인 동박이다. 3박 4일 동안 돌돌 말아 최장 77km 길이로 완성한 롤은 무게가 6t에 달한다. 이를 무인 운반차가 창고로 실어 나르면 천장의 크레인이 집어 올려 열맞춰 나열한다. 버튼 한 번으로 기계가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김승민 SK넥실리스 DT담당은 “5공장은 자동화율이 높고 공정이 안정적이어서 사람의 손길이 거의 필요 없다”고 말했다.동박 생산 세계 1위 업체인 SK넥실리스는 지난해 6월 연간 생산량 9000t 규모의 5공장을 준공하고 그 해 하반기(7~12월)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올 1월 완공한 6공장(연산 9000t)도 상반기(1~6월) 가동에 나서며 정읍 공장의 생산능력은 기존 3만4000t(1~4공장)에서 5만2000t으로 확대됐다. 동박 5만 t이면 전기차 150만~20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동박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저장·방출하는 음극재의 필수 소재다. 전기를 모아서 흘려보내는 통로 역할을 한다. 얇게 만들수록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 무게를 줄이면서도 용량은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는 2019년 세계 처음으로 4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동박을 양산했다. 4μm는 머리카락 30분의 1 두께다. 고객사의 공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길이와 넓이 역시 중요하다. 그만큼 롤을 덜 교체해도 되고 같은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늘어난다고 한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고객사 요구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SK넥실리스는 동박업계 처음으로 고객사와 협력해 만드는 전용라인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고객사 수요에 최적화한 고품질 동박을 확보해 공정 수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전략이다.SK넥실리스는 갈수록 커지는 배터리 수요에 맞춰 동박 공장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모두 SK넥실리스의 동박을 쓴다. 회사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 t 규모의 공장을 짓기 시작한 데 이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북미는 연내 설립 부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2025년까지 동박 생산량을 연 25만2000t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현재 5만2000t에서 5배 늘리는 것이다.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국내에서 공장을 성공적으로 증설하고 조기가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외는 더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최근 유럽 등 신규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도 논의 중이고 공장을 둘러본다고 현장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북미 지역은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 보호무역으로 역내 수요가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요즘 동박 시장을 보면서 마치 미국 서부 개척시대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가져갈 수 있는 땅들이 널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이런 기회를 가진 적이 많지 않다”며 “기회를 잘 살려 글로벌 기업으로서 더 성장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최근 롯데그룹이 동박 경쟁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데 대해선 “환영한다”고 했다. SK넥실리스 지주사인 SKC의 박원철 대표는 “한국의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며 “새 플레이어가 진출해 적극 사업하는 건 업계에 좋은 현상”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 에이머스에서는 인공지능(AI)뿐만 아니라 해커톤 대회 주제인 자율주행 센서의 안테나 제조 공정까지 교육을 받았어요. 또 교육 후에는 실제 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요.” 7일 ‘LG AI 해커톤’에서 1등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은 ‘숨참고 LG Dive’팀의 권세욱 씨(26·건국대 기계공학과)가 한 말이다. 권 씨는 7월 한 달간 청년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LG 에이머스 과정을 이수했다. 에이머스(Aimers)는 AI와 Aim(조준)을 더한 단어에 ‘사람들’을 뜻하는 ‘-ers’를 붙인 합성어다. LG가 7월 한 달간 이 프로그램을 처음 운영해 1900명을 배출했다. 9일 LG에 따르면 이번 해커톤은 LG이노텍이 ‘자율주행 센서의 안테나 성능 예측’을 주제로 8월 한 달간 온라인에서 진행했다. LG 에이머스 수강생을 비롯해 외부 지원자까지 총 1421개 팀이 참여해 ‘숨참고 LG Dive’, ‘해커톤’, ‘KOPS’ 3개 팀의 13명이 수상했다. 주관사인 LG이노텍은 이들에게 채용 시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기로 했는데, 실제 11명이 향후 지원 의향을 밝혔다. LG는 내년부터 1년에 2번씩 LG에이머스 프로그램을 운영해 연간 4000명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국내 청년들의 취업 역량 향상에 기여하는 한편 LG로서도 AI 분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기초 교육이 아닌 전문가 양성 과정으로 설계한 까닭이다. 올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된 해커톤은 내년부터 오프라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 온라인에선 예선을, 오프라인으로는 본선을 치르는 식이다. LG 관계자는 “오프라인 본선 기간 중 LG 계열사의 채용 담당자들이 부스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했다. AI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LG뿐만이 아니다. KT는 AI 사업분야를 이끌 사내 ‘숨은 고수’를 찾기 위한 AI 해커톤 대회 ‘AI Play 2022’를 13, 14일 이틀간 개최한다. 올해로 3회째다. KT는 8월 그룹 계열사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 지난달 19∼30일 예선을 치렀다. 올해는 117개 팀 337명이 참여했다. 참가자의 70% 이상이 사원 또는 대리급 직원으로, 젊은 세대의 관심과 참여가 두드러졌다. ‘KT그룹 내 서비스 관련 데이터 판별·분류’라는 주제로 치러질 본선에는 20개 팀이 진출했다. 정찬호 KT IT부문 IT전략기획담당 상무는 “다양한 관점으로 데이터에 접근하고 AI를 접목하는 경험을 통해 AI·빅데이터·클라우드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다시 체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기업 TSMC의 3분기(7∼9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48% 증가한 6130억 대만달러(약 27조5000억 원)로 집계됐다고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2분기(4∼6월)의 역대 최대 매출액 5341억 대만달러보다 14.8% 많은 수치다. 시장 전망치 6030억 대만달러보다도 100억 대만달러 상회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의 영향으로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데 그치고, 영업이익은 31.7% 줄어든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넘어 글로벌 1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매출액은 76조 원이었다. 이 중 반도체부문 매출액은 23조∼25조5000억 원 수준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앞서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TSMC가 3분기 매출 202억 달러를 기록하며 삼성전자(183억 달러)와 인텔(150억 달러)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매출액 기준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고 증가,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는 메모리 분야와 달리 비메모리 업황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TSMC가 애플 등 고객사의 제품 수요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D램(단기 저장)과 낸드플래시(장기 저장) 등 메모리 비중이 반도체 매출 가운데 70%를 넘는다. 반면 TSMC는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메모리 분야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 경쟁사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며 업계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 대규모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규모 연산 등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첨단 기업들의 기술 경쟁으로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 8월 말 시장조사 기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비메모리 분야 시장의 성장률을 24.1%로 예상했다. 6월 전망 당시 20.8%에서 3.3%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은 같은 기간 18.7%에서 8.2%로 대폭 낮췄다. 또 비메모리의 경우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업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애플과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위탁 업체를 바꾸려면 새 공정에 따른 재설계 과정이 필요해 선점 효과가 크다.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에서 삼성전자가 양산을 먼저 시작했는데도 TSMC가 애플을 첫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시장을 겨냥한 파운드리 역량을 집중 육성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에 돌입한다는 로드맵을 최근 제시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3.4%, 16.3%였다. 이 격차를 빠르게 좁힌다는 게 삼성의 목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TSMC가 웨이퍼 판매단가(ASP) 인상을 두고 애플 등 대형 고객사들과 줄다리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팹리스 업체들이 유일한 대안인 삼성전자를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이 중국의 슈퍼컴퓨터 및 인공지능(AI) 산업에 첨단 반도체가 공급되지 않도록 대중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전방위 규제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그동안 특정 기업(화웨이)이나 장비(극자외선·EUV 장비) 중심의 제재를 해 왔는데, 슈퍼컴퓨터와 AI 산업, 메모리반도체까지 포함한 반도체 장비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고강도 수출 통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상무부는 7일(현지 시간) 중국 슈퍼컴퓨터 및 AI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연산 능력 100PFLOPS(페타플롭스·초당 10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 성능 단위) 이상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모든 제품을 수출하려면 미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28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우려 기업’으로 등재해 수출을 어렵게 했다. 애플이 메모리반도체를 구매하려 했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중국 최대 안면인식 AI 기업 센스타임 등 31개 기업이 수출 규제 명단에 포함됐다. 반도체 장비 규제도 대폭 확대된다. 1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반도체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등에 쓰이는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이 사실상 금지된다. 세계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 비중이 가장 높은 대만 당국은 “대만 반도체 산업은 국제법을 따른다”고 밝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이 기술력을 이용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저해하고 억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중국 내 생산시설을 외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개별적 심사로 결정하겠다고 상무부는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 컴퓨팅 칩은 국내 생산이 없어 단기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SK 우시공장, 삼성 시안공장 등은 중국 기업과는 달리 ‘사안별 검토 대상’으로 분류돼 장비 공급에 큰 지장은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업계와 긴밀히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측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국 정부와 협의해 중국 공장 운영에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정부와 협력해 미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라고 무조건 통과시키는 건 아니고 심사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매 과정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LG는 청년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LG 에이머스’에서 하반기(7~12월) 수강생 1900여 명을 배출했다고 9일 밝혔다. LG가 연간 4000명 양성을 목표로 6월 프로그램을 신설한 이후 맺은 첫 결실이다.LG 에이머스는 LG가 국내 청년들의 취업 역량 향상에 기여하고 AI 분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AI 기초 교육이 아닌 전문가 양성 과정이다. 학력, 전공에 상관없이 AI에 대한 기본 지식과 코딩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 19~29세 청년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프로그램에 지원해 선발된 청년 1900명은 7월 한 달 동안 AI 전문가 6명의 핵심 이론 강의를 무료로 수강하며 AI 역량을 키웠다. 이어 8월에는 LG의 산업 현장 데이터를 직접 다루며 문제를 해결하고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LG AI 해커톤’에 참가했다. 해커톤은 ‘자율주행 센서의 안테나 성능 예측’을 주제로 온라인에서 진행됐다.LG 에이머스 수강생을 비롯해 외부 지원자까지 총 1421개 팀이 참여한 해커톤에서는 3개 팀이 수상했고 이중 상위 2개 팀이 LG 에이머스 출신이었다. ‘숨참고 LG Dive’ 팀과 ‘해커톤’ 팀이 각각 대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과 최우수상을 받았다. 차별화된 데이터 분석과 추론 과정으로 호평받은 ‘숨참고 LG Dive’팀의 권세욱(26·건국대 기계공학과) 씨는 “LG 에이머스는 AI뿐 아니라 대회 주제인 자율주행 센서의 안테나 제조 공정까지 교육을 진행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교육 후 실제 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AI 교육과 다르다”고 말했다.LG는 성적이 우수한 청년들에게 취업 관련 혜택도 제공했다. 해커톤 상위 3개팀 13명 중 입사를 희망한 11명에게 해커톤 주관사인 LG이노텍의 서류 전형을 면제하고 곧바로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했다.LG는 앞으로 대학교 학사 일정을 고려해 LG 에이머스를 여름과 겨울 방학으로 나눠 연 2회 운영할 계획이다. 또 올해는 해커톤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했지만 오프라인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온라인 예선을 거쳐 우수한 성적을 거둔 청년들을 모아 현장에서 겨루는 오프라인 본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LG 관계자는 “AI 해커톤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행사도 계획 중”이며 “오프라인 본선 기간 중 LG 계열사의 채용 담당자들이 부스에서 채용 상담을 진행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는 TV 플랫폼 ‘webOS’를 업그레이드한 ‘webOS Hub’를 새로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 webOS는 LG전자가 아닌 외부 업체에도 공급하는 TV 운영체계다.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SW) 상품으로 구성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개발, 생산 등 하드웨어(HW)에 머물렀던 TV 사업을 콘텐츠,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webOS 플랫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W에서 webOS를 앞세워 고객 경험을 향상하고 TV 시청 경험을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선보인 webOS Hub는 클라우드 게임을 새로 탑재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인기 콘텐츠를 확대했다. 별도 기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넷플릭스, 프라임비디오, 디즈니플러스 등 기존 OTT 외에 파라마운트+, 푸보TV 등 새 서비스를 담았다. LG전자는 webOS Hub가 지원하는 콘텐츠를 고도화해 생태계를 넓혀갈 계획이다.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콘텐츠 제공업체(CP)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플랫폼 구매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 방송 인증, 각종 솔루션을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다. webOS Hub는 또 홈 화면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서비스)을 제공하는 등 사용 편의성을 개선했다. 업계 최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전용 플랫폼도 선보였다. OLED 화질 처리 기술을 포함해 게임 특성에 맞춰 화질과 음향을 설정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가 내년 업계 최초로 5세대 10나노미터(nm·10억분의 1m)급 D램을 양산한다. 2030년을 목표로 1000단 낸드플래시 개발에도 나선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1위 기업으로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불황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로드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반도체의 양대 축인 D램에서는 4세대 14나노를, 낸드는 7세대 176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가 약 40년간 만들어낸 메모리의 총 저장용량이 1조 GB(기가바이트)를 넘어섰는데 이 중 절반이 최근 3년간 만들어졌을 만큼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역폭, 고용량, 고효율 메모리를 통해 다양한 플랫폼과 상호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 기억장치인 D램은 기존 14나노보다 더 미세화한 10나노급을 내년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반도체는 나노 숫자가 낮을수록 전력 효율과 성능이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저전력에서도 고성능을 내는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 공정 등 새 기술을 적용해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설명했다. 장기 저장용인 낸드는 하반기(7∼12월) 8세대, 2024년 9세대에 이어 2030년까지 1000단 수준의 V낸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당장 올해 안으로 200단급 낸드 양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은 7월 232단 양산을 시작했고, SK하이닉스는 8월 238단 개발에 성공했다. 낸드는 더 높이 쌓을수록 더 많은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층이라도 기술력에 따라 높이와 성능이 다르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00단까지 올리는 것은 현재 삼성 기술력으로도 충분하지만 1000단은 다른 이야기”라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이 혁신적인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는 인간 수준에 가까운 최첨단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업계 최고 수준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하고 사람의 오감을 감지, 구현할 수 있는 센서도 만들 예정이다. 또 제품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합 솔루션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로 거듭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은 “삼성이 보유한 900여 개의 시스템반도체 포트폴리오를 유기적으로 융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했다. 메모리반도체 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협업하는 모델도 내놨다. 삼성메모리리서치센터(SMRC)다. 4분기(10∼12월) 국내를 시작으로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미국 실리콘밸리와 싱가포르에 설치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에서 수요 침체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감산 계획은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마이크론이 내년 설비투자를 30% 감축한다고 발표하고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가 메모리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줄이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한 부사장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기조”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업계 최초로 5세대 10나노미터(nm·10억분의 1m)급 D램을 양산하고 2024년 9세대 V낸드 생산에 나선다. 공정을 더 미세화하고 적층 기술을 고도화한 차세대 반도체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으로서 경쟁사들과의 ‘초격차’를 벌리고 최근 업황 부진 속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다.삼성전자는 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솔루션과 로드맵을 공개했다. 삼성 테크 데이는 삼성전자가 2017년부터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다.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인 D램에서는 4세대 10나노급을, V낸드는 7세대를 양산하고 있다. 하반기(7~12월) 8세대 V낸드를 생산한 데 이어 내년에는 5세대 10나노급 D램을, 2년 뒤인 2024년에는 9세대 V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데이터 저장장치인 셀을 1000단까지 쌓는 V낸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낸드에서 층수는 기술력 지표로 더 많이 쌓을수록 저장공간이 커진다.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가 약 40년간 만들어낸 메모리의 총 저장용량이 1조 기가바이트(GB)를 넘어서고, 이중 절반이 최근 3년간 만들어졌을 만큼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고대역폭, 고용량, 고효율 메모리를 통해 다양한 새로운 플랫폼과 상호진화(Co-evolution)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D램에서 경쟁사들은 현재 4세대 14나노급을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더 격차를 벌려 크기는 더 작고 성능은 뛰어난 5세대 D램을 선보이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32Gb(기가바이트) DDR5 D램을 비롯해 모바일용 저전력 8.5Gbps LPDDR5X D램, 그래픽용 초고속 36Gbps GDDR7 D램 등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프리미엄 D램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한다는 목표다. 또 공정 효율을 높인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 기술을 적용하는 등 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V낸드에서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200단 이상급의 제품을 내놓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보다 훨씬 앞선 1000단까지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00단까지 올리는 것은 현재 삼성 기술력으로 충분하지만 1000단은 다른 이야기”라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이 혁신적인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고 했다.삼성전자는 아울러 시스템 반도체에서 제품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통합 솔루션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로 거듭 나겠다고 발표했다.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은 “우리는 시스템온칩(SoC), 이미지센서, 모뎀 등 900여개의 시스템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다양한 제품의 주요 기술을 유기적으로 융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통합 솔루션 팹리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러한 맥락에서 메모리 반도체 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협업하는 모델도 내놨다. ‘삼성 메모리 리서치 센터’(SMRC)다. 4분기(10~12월) 국내를 시작으로 미국,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최근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간 융복합이 중요해지고 이러한 변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며 “SMRC를 오픈하고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에서 메모리 감산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진만 부사장은 “현재로서는 (감산) 논의는 없다”고 일축했다.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투자 축소 방침을 밝힌 것과 대비된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투자를 30% 감축하겠다고 했고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는 메모리 생산량을 조절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시장에서 충분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경기 수원시의 확장현실(XR) 버스 ‘1795행’을 타면 200여 년 전 조선시대 수원화성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조선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맞아 친아버지인 장조(사도세자)의 묘소까지 행차한 8일간의 ‘을묘원행’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이 버스는 조선시대 군사 훈련장이었던 화성 연무대에서 출발해 30분 동안 수원화성 남문 팔달문과 서문 화서문, 정문 장안문을 따라 돈 뒤 북수문(北水門)인 화홍문을 거쳐 다시 연무대로 돌아온다. 창밖에는 FHD(풀HD) 3차원(3D)으로 구현한 정조의 화성행차가 펼쳐진다. 양옆으로 줄 지어 선 수행원들과 구경 나온 백성들을 보며 마치 행렬의 한가운데를 거니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오늘날 주택과 상점들이 즐비한 화성 일대 거리지만 창문에 비치는 화면이 성벽이 됐다가 절벽이 되기도 하고 산과 강으로 시시각각 바뀌며 과거에 이곳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해 본다. 수원시와 전시 전문업체 이즈피엠피가 기획한 1795행 버스는 LG디스플레이의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창문으로 만들어졌다. 55인치 OLED 12대가 좌우로 설치돼 평소에는 바깥이 투명하게 보이는 유리창과 다름없지만 언제든 선명한 화질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로 변신할 수 있다. 별도의 발광 장치 없이도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특성 덕분이다.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뒷면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는 것이다. 투명 OLED는 일반 OLED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수백만 개의 칸을 자체 발광하는 WRGB(White-Red-Green-Blue) 화소 영역과 뻥 뚫린 투명 영역으로 나눠 촘촘히 교차시켰다. 화소 영역이 빛을 낼 때는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지만 평소에는 투명도 40%의 창문이 돼 바깥을 훤히 볼 수 있다. 투명도 40%는 자동차 앞 유리를 틴팅(선팅)했을 때 수준의 시야다. 디스플레이라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강화유리가 받치고 있어 내구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9일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조민우 LG디스플레이 투명사업담당은 “OLED에 충격이 가해져도 뒤편 강화유리로 힘이 전달돼 OLED는 끄떡없다”고 소개했다. 개발·양산은 국내 기업인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성공해 현재 유일하게 상용화하고 있지만 현장 도입은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베이징,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 지하철과 일본 JR동일본 열차에 2020년 도입됐고, 최근 중국 정저우 스마트 박물관과 영국 왕립예술학교의 디지털아트전에 활용돼 주목받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 투명 OLED 구성을 다양화해 활용도를 넓혀갈 계획이다. 조 사업담당은 “현재 55인치 패널만 상용화했지만 30인치대, 70인치대도 출시할 계획”이라며 “곡면(커브드) 투명 OLED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40%대 수준인 투명도를 장기적으로는 60%까지 올리고 밝기도 키우는 등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중국에 대한 고강도 반도체 수출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등에 활용되는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화웨이식 제재’에 나선다는 것.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처럼 미국 기술을 사용한 기업들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 시간) 반도체 규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다수의 중국 기업과 연구소들에 화웨이식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며 “미국산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판매가 금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재 대상 반도체 기술은 AI와 슈퍼컴퓨터, 이를 위한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다수의 중국 반도체 기업과 연구소 등에 대한 제재도 단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산업 관계자는 “AI부터 메모리까지 규제의 범위가 포괄적일 경우 AI용 그래픽카드에 사용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최근 반도체 재고 급증과 가격 하락 속에서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리스크로 작용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美, 삼성-SK 첨단 반도체 中수출중단 요청 가능성… 韓 “우려” 美 반도체 對中수출 차단 中무기개발에 기술 활용 차단 목적삼성-SK제품, AI-슈퍼컴 등에 사용… 中공장 메모리 반도체 생산도 차질외신 “美정책, 亞경제 희생시킬것”… 韓中 반도체 기술격차 줄어들 수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 수출된 첨단 반도체 기술이 무기 개발에 활용되면서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 기술이 중국의 차세대 무기 개발과 핵무기 시뮬레이션은 물론이고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소수민족 감시와 인권 침해에 사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韓반도체 산업 성장력 꺾일 수도” 미국의 고강도 반도체 수출 규제는 중국 화웨이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에 활용했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해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외국 기업에도 주요 반도체 수출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 규제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작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최우선 제재 대상으로 꼽히는 AI,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그래픽카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27일 보고서에서 “미국이 AI 반도체의 핵심 구성 요소인 고(高)대역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제조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에 대한 최신 규격 메모리 수출 금지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까지 미국이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8월 바이든 행정부가 YMTC 등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123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규제가 포함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반도체 기업 A사 관계자는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고성능 반도체 생산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전체 매출로 봤을 때 비중이 작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키워야 할 시장이다. 미중 갈등 영향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성장력을 꺾을 수 있는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韓 정부, 美에 국내 기업 우려 전달정부는 미국과 메모리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협의를 갖고 바이든 행정부에 국내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첨단과 저사양 반도체의) 경계선에 있는 제품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 제한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기업들이 매출 감소로 타격을 입고 반도체 수출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규모 추가 투자로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면 일부 반도체 시장에선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3일 달러 초강세 속에 지난달 국내 기업의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5.7% 줄어들면서 한국이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낸 것을 언급하며 “미국의 첨단 제조업 부활 정책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를 희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과 관련해 “미국의 정책이 한국과의 깊은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고도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고(高)유가로 사상 최대 이익을 냈던 국내 정유업계가 유가 하락과 달러화 강세로 고전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실적 지표인 정제마진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하반기(7∼12월) 이익은 상반기 수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달러를 기록했다. 납사(나프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비, 수송비 등을 제외했을 때 남는 돈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2020년 9월 둘째 주에 기록한 ―0.1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업계는 정유 사업을 하는 데 드는 운영비, 인건비 등을 감안했을 때 정제마진이 4∼5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6월 넷째 주만 해도 정제마진이 29.5달러까지 오르며 역대급 호황을 누리던 모습과는 대비된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5.9% 증가한 12조3203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반기 영업이익은 상반기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하반기 영업이익 합계액이 상반기보다 43% 감소한 3조987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반기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유가 하락이다. 국내 수입원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올해 초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9월 27일 하반기 최저치인 84.25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유회사들은 2∼3개월 시차를 두고 원유를 사들이는데, 유가가 오를 때는 원재료를 과거에 싸게 산 셈이 돼 이익이 되지만 반대로 떨어질 땐 비싸게 산 꼴이 돼 손실이 발생한다. 달러화 강세도 정유회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유 매입 비용을 키우기 때문이다. 또 정유사들은 자금 융통을 위해 원유 매입 대금을 일정 기간 유예했다가 추후 지급한다. 이때 환율은 지급 시점 기준으로 적용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감소까지 더해지며 정제마진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월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 추가 봉쇄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비 감소로 석유 수요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정제마진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한 데다 원유 운임비 강세와 중국발 공급 확대 등 부정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동북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운임비는 2분기(4∼6월) 1.3달러에서 9월 3달러로 급등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최근 “정부가 정제유 수출 쿼터를 1000만∼1500만 t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에 계획했던 2250만 t에서 약 50% 확대하는 것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유업계가 운임 상승과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제마진 압박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정제마진 조정은 수요 파괴에 대한 불안감을 과도하게 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또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계획과 미국의 비축유 방출 축소를 감안하면 악재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5일 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감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최대 규모로 전 세계 공급량의 1%를 넘는 수준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