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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 형사들은 17일 오후 1시경 휴대전화에 신호가 뜨자 다급히 뛰쳐나갔다. 체포영장을 받아두고 추적 중이던 김모 씨(34)가 경기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서 휴대전화 전원을 켰다는 기지국 신호가 감지된 것이다. 형사들은 김 씨 사진을 돌려보며 기지국 반경 2km를 샅샅이 뒤지다가 파란 옷을 입은 남성이 편의점에 들어가는 걸 발견했다. “김○○ 씨 맞죠?” 형사의 질문에 얼어붙은 김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알린 이희진 씨(33·수감 중) 부모 살해 피의자인 김 씨가 범행 20일 만에 붙잡히는 순간이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이 씨 부모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고 실시간으로 동선을 감시해 왔다고 22일 경찰에 진술했다. 이 씨 아버지에게 빌려줬던 2000만 원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이 씨 부모가 아들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을 다녀온다는 걸 위치추적기로 파악하고 이들이 아들에게서 돈을 받아올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씨 부모 집에서 미리 잠복했을 가능성을 추궁했다. 체포 당시 김 씨는 1800만 원을 들고 밀항 브로커를 만나려던 참이었다. 김 씨가 밀항 직전에 검거되긴 했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 2000만 원 때문에 살인? 김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 51분 경기 안양시의 이 씨 부모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9일 전 구인 사이트를 통해 경호원 역할로 고용한 중국동포 박모 씨(32) 등 3명과 함께였다. 15분 뒤 이 씨 부모가 검은색 스포츠 가방을 들고 집에 들어섰다. 가방에는 이날 오전 11시경 이 씨 동생(31)이 경기 성남시 수입차 전시장에서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을 20억 원에 팔고 매각 대금의 일부로 부모에게 건넨 5억 원이 담겨 있었다. 김 씨 측 주장은 이렇다. “이 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2000만 원을 받으러 갔을 뿐 이 씨 동생이 이날 차를 팔았다는 건 몰랐다. 현관문을 여는 이 씨 부모를 뒤따라가 가짜 압수수색영장을 들이밀고 경찰을 사칭해 내부로 침입했다. 포박을 당한 이 씨 부모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동행한 중국동포 3명 중 1명이 둔기를 휘둘러 죽였다. 중국동포들은 그냥 위세를 과시하려고 데려간 건데 살인을 할 줄은 몰랐다. 중국동포들이 가방에서 7000여만 원을 들고 도망갔다.” 하지만 범행 직후 중국 칭다오로 달아난 중국동포의 얘기는 다르다. 김 씨가 예상치 못한 살인을 해 깜짝 놀라 도망쳤다는 것이다. 공범 3명 중 1명이 20일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위챗(중국의 카카오톡 격)으로 “우리가 안 했다. 억울하다”고 한 내용을 경찰이 확보했다. 공범은 “경호 일인 줄 알고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해 급히 중국으로 왔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처음 만난 이 씨 아버지 A 씨(62)에게 투자 명목으로 빌려준 2000만 원이 범행 동기라고 했다. A 씨가 ‘내 아들이 이희진’이라고 말해주긴 했지만 이 씨 형제와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 씨 형제 사기 행각의 피해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씨가 2000만 원을 빌려줬다는 차용증이나 계좌이체 명세는 없었다. 김 씨는 요트 거래 중개사업 투자자 모집 광고를 냈는데 이를 본 A 씨가 연락해 처음 만났다고 말한다. 김 씨 측은 이 씨 동생이 차를 판 돈 중 일부를 부모에게 건넨 당일 범행이 벌어진 건 우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씨 부모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계획범죄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돈가방엔 4억5000만 원, 수표는 태워버렸다” 김 씨가 A 씨 시신을 숨긴 경기 평택시 창고 뒤편에는 무언가를 잔뜩 태운 듯 새까맣게 탄 드럼통이 있었다. 김 씨 측은 창고 뒤편에서 증거를 인멸했다고 인정했다. 이 씨 부모 가방 속에 수표가 있었는데 발각되면 추적당할까 봐 태워버렸다는 것이다. 이 씨 동생은 수입차 전시장 측에 부가티 베이론을 20억 원에 팔면서 ‘15억 원은 내 회사법인 계좌로 입금하고 5억 원은 5만 원권 현금으로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전시장 측은 거래 당일 5만 원권 현금 5억 원을 검은색 스포츠 가방에 넣어 이 씨 동생에게 건넸다. 이 씨 동생은 ‘아버지가 청담동 사무실로 오면 건네주라”며 돈가방을 직원에게 맡겼다. 이 씨 부모는 청담동 사무실에 들러 돈가방을 받고 안양 아파트로 돌아온 직후 살해됐다. 이 씨 동생이 전시장에서 받아 와 직원에게 건넨 현금 5억 원을 이 씨 부모가 온전히 가져왔다면 수표를 태웠다는 김 씨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김 씨 측은 “당시 가방엔 현금과 수표가 섞여 4억5000여만 원이 있었고 이 중 수표는 태웠다”고 주장했다. 이 씨 동생이 현금으로 5억 원을 받아 왔다는 걸 알면서도 김 씨 측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이 씨 동생 사무실에서 자금이 세탁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 범행 이후 주로 경기 화성시 동탄의 어머니 집에 숨어 지내던 김 씨가 밀항을 결심한 건 13일 이후였다고 한다. 김 씨는 밀항을 결심한 후 흥신소 직원을 고용해 벤츠 차량을 평택의 창고에 숨겨놓고 그 후로는 렌터카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이 씨 동생, 범인 만난 다음 날 경찰 신고 김 씨가 15일 수도권의 고깃집에서 이 씨 동생을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김 씨가 이 씨 어머니 B 씨(58)의 휴대전화로 B 씨를 사칭하며 이 씨 동생에게 ‘아버지 친구 아들이 사업을 하는데 한번 만나보라’고 메시지를 보내 성사됐다는 만남이다. 김 씨는 원래 이 씨 동생을 만나 범행을 털어놓고 사과하려 했는데 요트 사업 등 시시콜콜한 얘기만 하다가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씨 부모를 살해한 범인이 밀항을 앞두고 피해자의 아들을 만나 사과하려 했다는 주장은 선뜻 믿기 어렵다. 일부 유가족 측은 “김 씨가 이 씨 동생마저 살해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씨 변호를 맡은 JY법률사무소 김정환 변호사는 “김 씨가 이 씨 동생을 해치려 했다면 누군가를 함께 데리고 갔을 텐데 당시 김 씨는 혼자 나갔다”고 반박했다. 이 씨 동생은 김 씨를 만난 다음 날인 16일 오후 4시경 서울 방배경찰서 남태령지구대를 찾아가 어머니 실종 신고를 했다. 이 씨 동생은 “어머니와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평소와 말투가 많이 다르고 메시지는 주고받으면서 전화는 한사코 피한다”며 “부모님 집에 가봤는데 비밀번호도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 동생과 동행한 경찰이 16일 오후 6시경 안양 아파트의 문을 따고 들어가 집 안을 뒤지다가 방 장롱에서 비닐에 싸인 B 씨 시신을 발견하면서 김 씨 일당의 범행이 드러났다.조동주 djc@donga.com / 안양=김은지 / 평택·성남=남건우 기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33) 부모 살해 피의자 김모 씨(34·구속)가 범행 직후와 3주간의 도피 기간에 여러 곳의 흥신소와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17일 경기 수원에서 체포될 당시에도 흥신소 직원을 만나려던 참이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흔적을 지우는 등의 사건 뒤처리를 흥신소에 의뢰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김 씨가 연락했던 복수의 흥신소 관계자를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김 씨로부터 어떤 일을 의뢰받았는지 조사했다. 경찰은 김 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통신 기록을 분석해 여러 흥신소와 수차례 연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지난달 25일 안양의 이 씨 부모 집에서 범행 직후 흥신소에 뒷수습을 의뢰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김 씨는 범행 당일 이 씨 부모에게 가짜 압수수색 영장을 내밀고 수사관을 사칭하며 집에 침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행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새벽에는 대리기사를 이 씨 부모의 아파트로 부른 뒤 이 씨 아버지의 벤츠 차량을 경기 화성시 동탄의 자기 어머니 집 지하 주차장으로 옮겼다. 김 씨는 대리기사에게 자신의 렉스턴 차량으로 따라오게 한 뒤 다시 범행 현장으로 돌아갔다. 이후 김 씨는 벤츠 차량을 경기 평택의 창고 안에 숨겨두고 창고 뒤에서 물건을 태웠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이후 증거를 은닉하는 과정에서 흥신소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본보가 만난 창고 인근 주민들은 2월 말∼3월 초 수상한 남자들이 창고를 여러 번 드나드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A 씨(74)는 “남자 2명이 하얀 외제차와 검은색 차량을 타고 창고로 온 걸 봤다”며 “남자 혼자 올 때도 있고 두 명이 올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B 씨(56)는 “하얀 마스크를 쓴 남자가 창고 뒤에서 혼자 뭔가를 태웠는데 지독한 냄새가 났다”고 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21일 안양동안경찰서를 찾아 현금 2억5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수사팀에 제출했다. 김 씨가 이 씨 부모 집에서 훔친 돈가방에는 이 씨 동생(31)이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의 수입자동차 전시장에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을 팔고 받은 20억 원 중 현금으로 받은 5억 원이 담겨 있었다. 범행 후 김 씨는 경호원으로 고용한 중국동포에게 돈을 일부 나눠주고 가방을 동탄의 어머니 집으로 가져갔다. 어머니는 김 씨가 가져온 돈이 범죄의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어 전전긍긍하다가 변호인의 설득으로 경찰서를 찾아 자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고용한 공범들인 박모 씨(32) 등 중국동포 3명은 범행 후 택시를 타고 인천의 집으로 가 짐을 꾸린 뒤 중국 칭다오행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바로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텔에서 일해 온 박 씨는 김 씨가 구인정보 사이트에 올린 경호원 모집 글을 보고 연락했고, 나머지 2명은 박 씨의 지인이라고 한다. 경찰은 20일 이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조동주 djc@donga.com / 안양=김은지 / 평택=남건우 기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33)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34)가 어머니를 통해 현금 2억여 원을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 돈은 김 씨가 이 씨 부모 자택에서 훔친 5억 원 중 일부다. 김 씨 어머니는 21일 오전 10시 25분경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를 방문해 현금 2억여 원이 든 쇼핑백을 수사팀에 제출했다. 김 씨는 지난달 25일 경기 안양의 이 씨 부모 자택에 침입해 훔친 돈가방을 수도권 소재 어머니 집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어머니는 김 씨가 가져온 돈이 강도살인의 유력 증거가 될 수 있어 전전긍긍하다가 변호인의 설득에 경찰로 자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훔친 돈가방에는 이 씨 동생(31)이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시 분당의 수입자동차 전시장에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을 팔고 받은 20억 원의 일부인 현금 5억 원이 담겨있었다. 김 씨는 5억 원 중 일부를 범행에 가담했던 중국동포가 가져갔다고만 진술하고 나머지 돈의 행방을 밝히지 않아왔었다. 김 씨는 17일 체포될 당시에도 1800만 원만 갖고 있었다. 김 씨 어머니로부터 2억여 원을 제출받은 경찰은 쓰임새가 밝혀지지 않은 나머지 2억8000여만 원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안양=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겁니다. 아레나 클럽 탈세액은 최소 600억 원은 넘을 겁니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경찰이 아레나의 탈세액을 26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남구 논현동의 한 호텔 지하에 있는 클럽 아레나는 일주일에 4일(목∼일요일)만 영업하는데도 한 달 매출이 최소 50억 원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레나가 2014년 6월 문을 연 것을 감안하면 그간 총 매출액이 3000억 원 안팎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은 매출이다. 아레나는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이사로 참여한 강남 클럽 ‘버닝썬’과 함께 ‘대한민국 일타클럽’으로 불린다.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모 씨(46)는 웨이터 출신으로 ‘강남 유흥업계의 황제’로 불린다. 아레나의 테이블 하루 이용료는 최고 억대에 이른다. 이곳에서도 버닝썬처럼 성폭력과 마약, 폭행 등의 범죄가 있었다.○ “하루 테이블 이용료 2억5000만 원” 아레나는 영업직원(MD)만 300명이 있다. 안내직원과 바텐더 등까지 더하면 직원 수가 400명에 이르는 초대형 클럽이다. 하루에만 1300∼1400명의 손님이 이곳을 찾는다. 본보는 전·현직 아레나 클럽 직원과 VIP 고객, 강남 일대 클럽 관계자들의 얘기를 통해 아레나를 들여다봤다. 아레나는 ‘남자는 돈, 여자는 외모’에 따라 급이 매겨지는 철저한 등급사회다. 남자 손님들은 좋은 테이블을 차지하기 위해 경매를 벌인다. 여자 손님은 외모에 따라 테이블을 공짜로 받기도 한다. 일명 ‘입뺀(입장 금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손님의 외모 수준(속칭 ‘수질’) 유지에 공을 들인다. 강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업소 여성들을 아레나로 데려와 영업에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레나는 MD가 판매된 술값의 일정 비율을 챙긴다. 그러다 보니 MD들은 손님들이 큰돈을 쓰도록 유도한다. 손님이 MD에게 테이블을 예약하면 매주 목∼일요일 오후 9∼11시 MD들끼리 테이블 선점을 두고 경매가 이뤄진다. 테이블당 평균 가격은 지하 2층의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존이 1000만 원, 지하 1층의 힙합존은 150만 원 선이다. 총 테이블 79개 중 지하 2층 중앙부에 있는 ‘메인테이블’ 3개는 경쟁이 심한 경우 하루 이용료가 억대로 치솟는다. 아레나 MD 이모 씨(23)는 “테이블 가격이 2억5000만 원까지 올라가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쓰는 돈의 액수에 따라 MD들의 서비스도 달라진다. 비싼 술을 시키면 ‘샴걸(샴페인걸)’이 술병에 폭죽을 꽂아 배달해준다. 샴걸이 특정 테이블을 향해 퍼레이드를 하면 손님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주문자 쪽으로 쏠린다. 아레나의 한 VIP 고객은 “좋은 테이블을 잡고 놀면 일단 여자들의 시선이 다르다. 우러러보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메인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에게는 어떻게든 ‘물게(물 좋은 게스트)’를 데려다 준다. 하루에 많게는 수억 원씩 쓰는 VIP 손님들은 주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금융업 종사자 등이다. 불법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은 가수 정준영 씨(30) 역시 아레나를 자주 찾았다. 승리가 2015년에 해외 투자자들을 위해 ‘성접대’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성접대 장소로 지목된 곳 역시 아레나다. 도박이나 가상화폐 사기로 벼락부자가 된 이들도 아레나의 ‘큰손’ 고객들이다. 한 VIP 고객은 “도박이나 가상화폐 사기로 번 돈을 은행에 넣기는 곤란하니 현금으로 한탕 써버리면서 사업 인맥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곧 권력’이다 보니 클럽 안에서 실제로 돈을 뿌리는 일도 있다. 지난해 10월 클럽 아레나에서 일명 ‘헤미넴’으로 알려진 A 씨(36)가 사람들을 향해 수천만 원을 뿌렸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남성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2017년 11월경부터 강남 일대 클럽에 나타난 A 씨는 하룻밤에 수천만 원을 뿌리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버닝썬에서 판매하는 1억 원짜리 ‘만수르 세트’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매한 사람도 A 씨다. 만수르 세트는 고가의 샴페인과 코냑 등으로 채워져 있다. A 씨는 “주 수입원은 투자 분석과 관련한 강연이다. 나는 사실상 개인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씨 측근은 “A 씨가 대학 졸업 후 4년간 유명 사설 게임 서버를 운영하며 30억 원가량을 벌었다”며 “서버 운영을 그만두고 그동안 벌었던 돈을 세탁하려고 가상화폐에 투자했는데 이게 대박이 나면서 떼돈을 벌었다”고 했다. ○ 탈세와 마약이 판치는 ‘대한민국 일타클럽’ 아레나는 현금 중심 거래를 통해 탈세를 자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블 매출액 중 MD가 떼어 가는 돈을 ‘와리’라고 부르는데 손님이 카드로 계산하면 와리가 14%이지만 현금으로 계산하면 17∼18%로 오른다. MD가 손님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MD는 술값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 받거나 손님의 카드로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대신 뽑아와 결제를 진행한다. 잘나가는 MD는 한 달 수입이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아레나는 MD에게 와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경비로 처리한다. 경비를 부풀려 신고하면서 과세 대상액을 줄이는 전형적인 탈세 수법이다. 일반음식점은 매출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지만 유흥주점은 여기에 개별소비세 10%, 교육세 3%가 추가된다. 클럽 입장에서는 현금 매출을 빼돌리고 인건비를 늘리면 과세 대상액이 줄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마약도 유통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 1층의 힙합존은 룸 형태였는데 마약 유통 및 투약과 성행위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강남 클럽 관계자는 “고객들이 룸으로 여성을 데리고 가 약을 먹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007 가방’에 마약을 넣어 VIP 고객에게 종류별로 보여준 적도 있다”고 했다. 손님들이 룸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소문이 경찰 귀에까지 들어가자 아레나는 이 공간을 힙합존으로 바꿨다고 한다. 아레나는 하루 3억∼4억 원에 이르던 매출이 버닝썬 개업(2018년 2월) 이후 반 토막 난 것으로 전해졌다. 버닝썬은 개업 당시 강남의 다른 클럽에서 매출이 높고 ‘물게’를 많이 아는 MD를 영입한 데다 승리가 이사로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버닝썬이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류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 판매를 영업에 이용한 것도 영향이 컸다고 한다. 강남 클럽 관계자는 “버닝썬은 ‘우리도 마약이 준비돼 있으니 와보라’고 영업을 하고 다녔다”며 “새로 생긴 클럽이고 승리라는 배경도 있다 보니 아레나가 손님을 많이 뺏겼다”고 했다. ○ 유흥업계 황제와 관공서 유착 의혹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 씨는 강남과 이태원 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한 뒤 불법 스포츠도박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어 가라오케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현재 클럽 2곳과 가라오케 14곳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진 그는 ‘강남 유흥업계의 황제’로 불린다. 그는 웨이터 시절 친분을 쌓은 이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업소 16곳의 ‘바지사장’으로 앉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강 씨는 과거 ‘룸살롱 황제’로 불렸던 이경백 씨(47)처럼 관공서 로비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 씨가 구청과 소방공무원들에게 금품을 뿌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구청은 클럽에 대한 각종 인허가권과 영업정지 권한을 갖고 있다. 아레나는 2014년 강남구청으로부터 유흥주점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미성년자가 클럽에 출입했다면 구청은 1개월간 영업정지를,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면 2개월간 영업을 정지시킬 수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아레나는 2014년 종업원 명부를 비치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했고 2016년에는 간판에 업종 표시를 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했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 역시 클럽 내 스프링클러 설치와 소화기 비치, 비상구 확보 여부 등 소방시설과 관련된 사항들을 점검하고 위반 시 행정적인 제재를 할 수 있다. 아레나는 자신들이 선정한 사설 업체를 통해 1년에 2회 자체 점검을 한 후 소방서에 보고서를 제출해 한 번도 소방 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 강남소방서 관계자는 “유흥주점은 자체 점검을 하도록 돼 있다”며 “우리가 아레나를 직접 점검한 적은 없다”고 했다. ○ 재기 노리는 아레나와 버닝썬 마약과 성폭력, 경찰과의 유착 의혹 등으로 번진 ‘버닝썬 사건’은 김모 씨(29)가 버닝썬 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김 씨는 경찰과 버닝썬의 유착을 주장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청원게시판 등에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월 경찰 유착, 클럽 내 성폭행, 마약 유통 및 투약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버닝썬 내에서 벌어진 성행위 장면을 불법으로 촬영해 유포한 혐의로 버닝썬 직원이 구속됐다.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 씨(29)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다. 아레나 직원 2명도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유착과 관련해서는 버닝썬의 또 다른 공동대표 이모 씨(46)가 전직 경찰관 강모 씨(44)를 통해 현직 경찰관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강 씨 측근은 최근 본보와 만나 “내 차에서 강 씨가 경찰 2명에게 200만 원과 30만 원을 각각 주는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본보가 2018년에 선고된 아레나와 버닝썬 클럽에서 발생한 형사사건 판결문을 찾아보니 아레나에서는 폭행 6건, 마약·성폭행 4건, 추행 3건, 감금 1건이 발생했다. 버닝썬에서는 마약 4건, 폭행 등 범죄가 10건 있었다. 대부분의 클럽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술 또는 마약으로 심신미약 상태인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들이었다. 직원과 손님 간의 폭행 시비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다 보니 경찰 총수가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126명의 수사요원을 투입해 버닝썬·아레나 폭행사건, 마약류 등 약물범죄, 경찰관 유착 의혹, (승리의) 성접대 의혹, 동영상 촬영·유포 등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버닝썬은 지난달 17일 폐업했다. 아레나는 7일 ‘3주간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알렸다. 아레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 씨는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을 지낸 김귀찬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강남 유흥업계에서는 아레나와 버닝썬이 마약사건에 연루된 다른 연예인들까지 신원이 드러날까 봐 황급히 문을 닫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레나는 잠시 문을 닫았지만 재기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 중단 당시 아레나 MD 팀장들은 카톡 대화방에 “2, 3주간 공사를 할 거고, 와리는 이번 주 지급. 아마 내일 뉴스에 버닝썬에 이어 아레나도 (문) 닫았다고 나올 텐데 절대 닫는 것 아니니까 인지들”이라고 공지했다. ‘인지들’은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의미로 보인다. 아레나와 버닝썬 지분 소유자들이 손을 잡고 강남에 새로운 클럽을 차리려 준비한다는 소문도 있다. 버닝썬 영업진에 5억 원을 선불로 주고 새 클럽 영업진으로 영입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강남 클럽 관계자는 “새로 개업할 예정인 클럽은 아레나와 버닝썬의 컬래버레이션(합작품)이라 강남의 큰손들이 기대하고 있다”며 “클럽 주인들이 워낙 현금 부자고 ‘뒷배’도 든든해 걱정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정훈·조동주 기자}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 씨(30)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인사는 경찰청의 총경급 간부인 A 씨(49)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A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승리와 정 씨 등 이른바 ‘승리 단톡방’ 멤버들과의 관계와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줬는지를 조사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14일 승리와 정 씨, 클럽 버닝썬의 모회사인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 승리 친구 김모 씨를 소환 조사해 단톡방의 ‘경찰총장’이 A 총경이라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씨는 2016년 7월 이 단톡방에 ‘어제 ○○형(유 씨)이 경찰총장이랑 문자하는 것도 봤다.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 ‘총장님이 다른 업소에서 시샘해서 찌른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 해결해준다는 식으로 (말했다)’ 등의 글을 올렸다.○ ‘경찰총장’은 청와대 근무했던 총경 A 총경은 2015년 1∼12월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당시 경정)으로 근무하며 관내 클럽과 주점 등 유흥업소 단속을 총괄했다. 경찰은 당시 A 총경이 유 씨 등 승리와 가까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A 총경은 2016년 총경으로 승진한 뒤 2017년 7월 청와대로 파견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 민정수석실 근무에 이어 두 번째 청와대 파견이었다. A 총경은 지난해 8월 경찰청의 핵심 요직 과장으로 경찰에 복귀했다. 승리 단톡방 참가자들이 “‘경찰총장’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거론했던 사안은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의 불법 영업에 대한 이웃 경쟁 업소의 줄기찬 신고였다. 15일 본보가 인터뷰한 승리의 측근 B 씨에 따르면 승리는 2016년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라운지클럽인 ‘몽키뮤지엄’을 개업했다. 몽키뮤지엄은 일반음식점으로 구청에 신고돼 있어 유흥업소처럼 특수 조명을 설치하거나 손님들이 춤을 출 경우 식품위생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었다. 몽키뮤지엄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인근의 경쟁 업소가 몰래 내부를 촬영해 경찰과 구청에 여러 번 신고했다고 한다. 승리의 단톡방에 이 문제와 관련된 대화가 오간 때는 몽키뮤지엄 창업 직후인 2016년 7월 28일이다. 이 단톡방 멤버들이 공동 창업한 주점 ‘밀땅포차’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업소가 바로 몽키뮤지엄이다. 두 업소 모두 승리의 소유였으며, 단톡방 멤버들 상당수가 두 업소의 경영에 관여했다. 몽키뮤지엄의 안정적인 운영이 이들의 공통된 관심사였던 것이다. A 총경은 2016년 7월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총경 승진 교육을 받고 있었다. 경찰은 A 총경이 유 씨로부터 “신고를 무마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과거 부하들이었던 강남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아이돌 음주운전’ 보도 무마 의혹도 조사 ‘승리 단톡방’ 멤버인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 씨(29)는 2016년 3월 단톡방에서 ‘저는 다행히 ○○형(유 씨) 은혜 덕분에 살았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지만 유 씨가 경찰에 손을 써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최 씨는 단속될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가 0.097%로 확인돼 면허정지 100일과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16일 경찰에 소환돼 불법 영상물을 촬영해 유포한 혐의 외에 음주운전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는다. 경찰과 클럽 버닝썬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 씨(44)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강 씨는 지난해 7월 미성년자 출입 문제로 버닝썬이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 씨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조동주 djc@donga.com·김재희·김자현 기자}
가수 정준영 씨(30)가 속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참여자들이 이미 3년 전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정 씨가 한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은 혐의로 고소당했을 때 정 씨의 휴대전화가 수사기관에 압수되면 카톡 대화방에 올라 있던 불법 촬영 동영상과 관련 대화 전체가 드러날까 봐 대응책을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이 대화방에는 정 씨와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 8명이 속해 있었다. 14일 본보가 만난 정 씨 측근 A 씨에 따르면 대화방 참여자 B 씨는 2016년 8월 정 씨가 고소를 당하자 그동안 정 씨가 대화방에 올린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 관련 글 중 일부를 캡처해 변호사에게 보냈다. 대화방 참여자들이 정 씨 휴대전화가 경찰에 압수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되자 B 씨가 지인을 통해 변호사에게 물어본 것이다. 당시 대화방 캡처 사진을 받아본 변호사는 ‘이건 몰래카메라 유포가 맞으니까 큰일 난다. 휴대전화를 경찰에 내지 말라’는 취지로 조언했다고 한다. 대화방 멤버들은 정 씨 휴대전화를 두고 ‘영상을 지워도 경찰이 복구할 것 아니냐’ ‘새 휴대전화를 제출하면 이상해 보일 텐데’ 등의 대화를 나누며 대책을 고민했다고 한다. 정 씨가 “소속사에서 알아서 한다고 했다”며 안심시켰는데 멤버들은 “그래도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 씨는 고소를 당한 뒤 2016년 8월 18일 한 사설 포렌식 업체에 휴대전화를 맡기고 이틀 뒤 경찰에 출석해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제출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정 씨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휴대전화를 찾았는데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사설업체에 포렌식을 맡겼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채 정 씨를 조사하고 사흘 뒤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이 나중에 정 씨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아 포렌식 작업을 했는데 불법 촬영 동영상을 유포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정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정 씨는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카톡 대화방에서는 이런 ‘사과의 자세’와는 전혀 다른 정황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2016년 9월 25일 사과 기자회견 3시간 전 대화방에 사과문을 읽어 녹음한 파일을 올리며 ‘괜찮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녹음 파일을 직접 듣고 대화방의 관련 문자 내용도 직접 본 A 씨는 “멤버들이 대화방에서 ‘ㅋㅋㅋㅋㅋ’ ‘제정신 아니다’라며 한바탕 웃었다”고 말했다.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카톡 단체 대화방에 올린 혐의로 입건된 정 씨는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정 씨의 마약 투약 여부도 확인하기 위해 정 씨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채취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같은 대화방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성 접대를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자를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승리도 이날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승리는 두 번째 소환이다. 문제의 카톡 대화방에 함께 있던 강남 클럽 ‘버닝썬’의 모회사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도 이날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유 씨도 승리와 같은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조사 내용을 공유하면서 입을 맞출 것을 우려해 같은 날 소환했다. 한성희 chef@donga.com·조동주·김자현 기자}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 씨(30)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과 대화방 참여자들 간의 유착이 의심되는 메시지가 오간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문제의 이 카톡 대화방에는 2015년부터 2016년에 걸친 8개월간 업소의 불법 행위와 음주운전, 폭행 등과 관련해 최소 3건의 청탁이 경찰에 전달된 것처럼 보이는 문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의 친분을 내비치는 대화를 나누며 ‘경찰총장’(경찰청장의 오기로 보임) ‘팀장’ 등 구체적 직함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승리 친구 A 씨는 2016년 7월 28일 대화방에 “어제 B가 경찰총장이랑 문자한 것도 봤다.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이라고 적었다. 이에 승리가 “뭐라고 했는데”라고 묻자 A 씨는 “(문자가) 엄청 길었어, 어제 다른 가게에서 내부 사진 찍고 신고했는데 ‘총장이 다른 업소가 시샘해서 찌른 거니 걱정 말라’고 다 해결해준다는 식으로”라고 답했다. A 씨가 언급한 B 씨는 승리와 강남 클럽 ‘버닝썬’ 모회사인 유리홀딩스를 공동 창업한 유모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가 ‘내가 누구누구 통해 잘 해결했다’는 취지로 남긴 문자가 여러 개 있다고 한다. A 씨가 언급한 가게는 승리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라운지바로 추정된다. 이 바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된 적이 있다. 이런 대화가 오갈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인사는 “승리란 가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일면식도 없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A, B 씨를 조사해 대화방에서 언급한 ‘경찰총장’이 누구를 말하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 대화방에서는 아이돌 그룹 멤버 C 씨(29)가 2016년 2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을 당시 경찰을 통해 언론 보도를 막으려 한 정황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C 씨는 2016년 3월 “음주운전 걸렸을 때 기사가 날까 봐 걱정됐는데 D가 힘써줘 보도를 막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D 씨는 대화방의 다른 멤버다. 이 대화에서 D 씨는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후 C 씨는 “팀장에게서 생일 축하 메시지가 왔다”며 자랑했다. 경찰은 C 씨가 언급한 ‘팀장’과 D 씨가 거론한 경찰이 C 씨 음주운전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C 씨는 2016년 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7%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정지 100일과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화방 내용을 제보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40)는 대화방 곳곳에서 경찰과의 유착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멤버가 특정 사건 담당 경찰을 언급하며 “내가 그거 하느라 힘들었다” “내가 그분하고 얘기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승리의 탈세가 의심되는 대목도 있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과의 유착이 의심되는 대화 내용이 있어 경찰에 맡기기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분간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예 yea@donga.com·조동주·남건우 기자}
가수 정준영 씨(30) 등이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올린 문제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은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의 주도로 2016년에 만들어졌다. 대화방에 참여한 8명 대부분은 승리가 2016년 5월 서울 강남에 차린 주점 ‘밀땅포차’에 투자한 또래 남성들이다. 정 씨,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와 매니저 등 연예계 인물이거나 승리의 사업 파트너 또는 친구들이다. 승리의 측근에 따르면 이른바 ‘승리 단톡방’ 멤버들은 밀땅포차에 공동으로 투자해 함께 운영하면서 친분을 유지했다. 밀땅포차는 승리와 유모 씨가 창업한 강남 클럽 ‘버닝썬’의 모회사인 유리홀딩스가 지분 50%를 투자했다. 정 씨와 아이돌 그룹 멤버, 걸그룹 멤버의 오빠, 승리 친구 2명 등 모두 5명이 나머지 지분 50%를 10%씩 나눠 갖는 형태로 차려졌다. 이들 중 정 씨뿐만 아니라 걸그룹 멤버 오빠 A 씨, 승리 친구 B, C 씨도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카톡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카톡 대화방에서 이들이 등장하는 성관계 동영상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카톡 대화방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성접대를 지시하는 듯한 승리에게 ‘남성 두 명은 (호텔방에) 보냈다’고 대답한 전직 버닝썬 직원이다. 승리를 중심으로 친분을 유지해 오던 이들의 관계는 A 씨가 대마초 범죄로 2017년 3월 구속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16년 12월 지인들에게 대마초 거래를 알선하고, 사무실과 차량 등에서 대마초를 3차례 피운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일부 언론에 짧게 보도됐다. 카톡 대화방 멤버들은 A 씨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A 씨를 대화방에서 내쫓았다고 한다. 이름이 알려진 멤버들이 사건의 여파가 자신들에게 미칠 것을 우려해 A 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 씨는 카톡 대화방에서 나가게 됐고 밀땅포차 지분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지인은 “내가 알기로는 A 씨가 밀땅포차 멤버 중 일부와 대마초를 같이 피웠는데 수사를 받으면서도 공범을 불지 않았다고 한다”며 “의리를 지켰는데 자신을 내치는 친구들한테 A 씨가 배신감을 크게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 씨가 빠진 자리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매니저가 채웠다고 한다. 하지만 밀땅포차는 인맥이 넓어 손님을 많이 끌어오던 A 씨가 빠지자 매출이 떨어졌고 결국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밀땅포차 멤버 중 승리의 친구 B, C 씨 등 3명은 승리의 또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점주를 맡으며 사업 파트너 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희 chef@donga.com·조동주 기자}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현직 경찰관이 당시 수사 경찰의 증거 누락 의혹을 제기한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경찰이 당시 3만 건이 넘는 디지털 증거를 검찰로 넘기지 않았다는 조사단 발표가 있은 지 이틀 만에 ‘구질구질하다’ 등의 거친 표현을 섞어가며 반박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 수사 당시 특수수사팀장이었던 A 총경은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조사단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A 총경은 ‘경찰이 별장 성접대를 주도한 건설업자 윤모 씨 노트북 속 사진과 동영상 1만6612개를 검찰로 송치하지 않았다’는 조사단 발표에 대해 “당시 압수한 윤 씨 노트북은 자녀들이 사용했던 것이어서 사건과 무관한 자료만 있어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지침대로 폐기한 것”이라고 했다. A 총경은 당시 경찰이 주요 피의자 2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나온 사진과 동영상 1만3804개 중 성접대 동영상 등 4개를 제외하곤 검찰에 안 넘겼다는 조사단 발표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A 총경은 “2명에게서 나온 디지털 증거들은 모두 CD에 넣어 검찰로 넘겼고 송치 기록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A 총경 발언 직후 조사단은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원 및 분석) 절차를 통해 확보한 파일을 경찰이 임의로 송치하지 않은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다음 달부터 수도권 지하철 1∼9호선 중 ‘몰카’ 등 불법촬영에 의한 피해 위험이 가장 높은 역과 출구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경찰청과 KT가 최근 2년간 지하철 불법촬영 범죄기록과 유동인구 빅데이터, 지하철역 인근 환경과 계절 변수 등을 종합해 불법촬영 위험 가능성을 출구별로까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경찰청은 4월부터 수도권 지하철 1∼9호선 역사와 출구별 위험 등급을 1∼5등급으로 분류해 알려주는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를 사이버경찰청에 게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모델은 날짜와 시간대, 혼잡도 등 10여 개 변수가 유기적으로 결합되기 때문에 각 역의 불법촬영 위험도는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특정 시기에 유동인구가 줄거나 범죄가 줄어든다면 위험도도 낮아지는 식이다. 불법촬영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인 2018년 7월을 기준으로 지하철역별 위험도를 산출해보니 △1, 4호선 서울역 1, 2, 10번 출구 △2, 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 13번 출구 △5, 9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 △5, 6호선 공덕역 4번 출구가 가장 위험한 1등급으로 분류됐다.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인근이 번화가인 환승역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관한 ‘2018 빅데이터 플래그십 시범사업’에 참여해 KT와 손잡고 수도권 지하철 성범죄 예측 모델을 개발해왔다. 이 모델은 한 달 전의 유동인구와 범죄 현황 등을 분석해 불법촬영 위험도를 예측한다. 4월의 위험 예측은 3월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불법촬영이 잦았던 지하철역 위주로 순찰을 강화했었는데 이젠 과학적으로 산출된 장소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했던 현직 경찰관이 당시 수사 경찰의 증거 누락 의혹을 제기한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경찰이 당시 3만 건이 넘는 디지털 증거를 검찰로 넘기지 않았다는 조사단 발표가 있은 지 이틀 만에 ‘쫀쫀하고 구질구질하다’ 등의 거친 표현을 섞어가며 반박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 수사 당시 특수수사팀장이었던 A총경은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조사단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A총경은 ‘경찰이 별장 성접대를 주도한 건설업자 윤모 씨 노트북 속 사진과 동영상 1만6612개를 검찰로 송치하지 않았다’는 조사단 발표에 대해 “당시 압수한 윤 씨 노트북은 자녀들이 사용했던 것이어서 사건과 무관한 자료만 있어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지침대로 폐기한 것”이라고 했다. A총경은 당시 경찰이 주요 피의자 2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나온 사진과 동영상 1만3804개 중 성접대 동영상 등 4개를 제외하곤 검찰에 안 넘겼다는 조사단 발표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A총경은 “2명에게서 나온 디지털 증거들은 모두 CD에 넣어 검찰로 넘겼고 송치 기록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A총경 발언 직후 조사단은 “포렌식 절차를 통해 확보한 파일을 경찰이 임의로 송치하지 않은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동주기자 djc@donga.com}
다음달부터 수도권 지하철 1~9호선 중 ‘몰카’ 등 불법촬영에 의한 피해 위험이 가장 높은 역과 출구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경찰청과 KT가 최근 2년간 지하철 불법촬영 범죄내역과 유동인구 빅데이터, 지하철역 인근 환경과 계절 변수 등을 종합해 불법촬영 위험 가능성을 출구별로까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경찰청은 4월부터 수도권 지하철 1~9호선 역사와 출구별 위험 등급을 1~5등급으로 분류해 알려주는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를 사이버경찰청(www.police.go.kr)에 게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모델은 날짜와 시간대, 혼잡도 등 10여 개 변수가 유기적으로 결합되기 때문에 각 역의 불법촬영 위험도는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특정 시기에 유동인구가 줄거나 범죄가 줄어든다면 위험도도 낮아지는 식이다. 불법촬영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인 2018년 7월을 기준으로 지하철역별 위험도를 산출해보니 △1·4호선 서울역 1,2,10번 출구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13번 출구 △5·9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 △5·6호선 공덕역 4번 출구가 1등급으로 분류됐다.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인근이 번화가인 환승역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관한 ‘2018 빅데이터 플래그십 시범사업’에 참여해 KT와 손잡고 수도권 지하철 성범죄 예측 모델을 개발해왔다. 이 모델은 한 달 전의 유동인구와 범죄 현황 등을 분석해 불법촬영 위험도를 예측한다. 4월의 위험 예측은 3월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불법촬영이 잦았던 지하철역 위주로 순찰을 강화했었는데 이젠 과학적으로 산출된 장소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카자흐스탄 여성 A 씨(36)는 지난해 12월 부산 동래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한 번에 16만 원씩 받고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외국인이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되면 즉시 추방되지만 A 씨는 체포된 다음 날 경찰서를 걸어 나왔다. A 씨가 지난해 10월 무비자(30일짜리)로 한국에 입국한 뒤 “고국에서 무역사업을 했는데 거래처에서 날 죽이겠다고 협박한다”며 인도적 체류허가를 신청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인도적 체류허가 신청자가 승인 여부 결정 전까지 경미한 범죄를 저질러도 추방되지 않고 국내에서 재판받는다는 점을 악용해 A 씨가 성매매를 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107개국과 무비자 협정을 맺어 입국이 쉬운 데다 인도적 체류허가에 관대하다는 점을 이용한 외국인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 여성보다 성매매 대가를 낮게 받고라도 돈을 벌려는 태국 여성과, 백인 여성에 대한 수요가 많은 점을 노린 러시아권 여성이 대다수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국 내 성매매사범 중 외국인 비율은 2017년 4.2%(2만2845명 중 954명)에서 2018년 7.2%(1만6419명 중 1182명)로 증가했다. 외국인 성매매사범 중 절반 이상은 사증면제 협정에 따라 90일 동안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태국인이다. 2014년까지는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이 가장 많았지만 2015년 이후로는 태국인이 해마다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찰은 성매매 단가를 최저가로 낮추려는 한국인 업주와 무비자로 쉽게 입국해 목돈을 벌려는 태국 여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탓으로 보고 있다. 태국 여성 B 씨(25)는 지난해 초 무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서울 영등포구의 한 휴게텔에서 숙식하며 30분당 8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해오다가 지난달 27일 경찰에 체포됐다. B 씨는 “태국에선 대졸 신입사원 월급이 (한국 돈으로) 50만 원 정도인데 한국에서 성매매를 하면 이 정도는 하루 만에 벌 수도 있다”고 했다. B 씨는 온라인 메신저로 태국에 사는 친구 2명에게 한국의 성매매 일자리를 소개했다. 이들은 한국인 업주에게 신체 사진을 보내 온라인 면접을 거친 뒤 B 씨와 같은 휴게텔에서 성매매를 해오다가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에는 전문 브로커가 많았지만 요즘엔 먼저 한국에 온 성매매 여성이 온라인 메신저로 알선하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부터 전국에서 외국인 성매매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가 없도록 여경을 포함시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박상준 기자}
경찰이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선거사범 298명을 입건했다. 전국 1344개 조합(농협 1114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40개) 대표자를 뽑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선거 범죄 중 68%가 돈을 건네는 금품선거 범죄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은 지난달 27일까지 선거 관련 불법 행위 220건을 적발해 298명을 입건하고 이 중 혐의가 중한 3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 선거사범 298명 중 202명(68%)이 금품선거로 입건돼 가장 많았고, 선거운동방법 위반(62명·21%), 흑색선전(27명·9%)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조합장 선거의 병폐로 지목돼 온 금품선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축협 조합장으로 출마하려던 A 씨는 1월 조합원 28명에게 1290만 원을 뿌린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됐다. B 씨는 1월 경북 봉화에서 농협 조합장으로 출마하려 한다며 조합원 9명에게 33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달 26일부터 전국 경찰관서에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단속 체제에 돌입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찰이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선거사범 298명을 입건했다. 전국 1344개 조합(농협 1114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40개) 대표자를 뽑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선거범죄 중 68%가 돈을 건네는 금품선거 범죄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은 지난달 27일까지 선거 관련 불법 행위 220건을 적발해 298명을 입건하고 이 중 혐의가 중한 3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 선거사범 298명 중 202명(68%)이 금품선거로 입건돼 가장 많았고 선거운동방법 위반(62명·21%), 흑색선전(27명·9명)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조합장 선거의 병폐로 지목돼온 금품선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축협 조합장으로 출마하려던 A씨는 1월 조합원 28명에게 1290만 원을 뿌린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됐다. B씨는 1월 경북 봉화에서 농협 조합장으로 출마하려 한다며 조합원 9명에게 33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달 26일부터 전국 경찰관서에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단속 체제에 돌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품선거와 흑색선전, 불법 선거개입을 3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손용석 씨(28)는 2015년 6월 부산 사상구 구포다리 인근에서 여성의 다급한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 직후 한 남자가 황급히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 이를 본 손 씨는 주변에 있던 한 시민의 차량을 얻어 타고 남자를 쫓아가 붙잡았다. 이 남성은 비명을 지른 여성을 강제추행하고 다치게 한 범인이었다. 의무경찰 출신으로 평소 경찰을 동경했던 손 씨는 이 때 일을 계기로 경찰의 꿈을 키워 순경 계급장을 달았다. 손 순경을 포함한 신임 경찰 1804명은 28일 충북 충주 수안보면 중앙경찰학교에서 제294기 졸업식을 가졌다. 공개채용 1503명과 경력채용 301명으로 이뤄진 신임 경찰들은 지난해 7월 9일부터 34주 동안 형사법과 사격·체포술 등을 교육받았다. 신임 경찰들은 4일부터 전국 각지로 흩어져 민생 치안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1800명이 넘는 신임 경찰들은 각자 다양한 사연을 가졌다. 김수연 순경(26·여)은 7세 때 한국 단편영화 ‘폭풍의 언덕’에서 주연을 맡은 아역배우 출신이다. 영화 ‘육혈포강도단’(2010년)과 EBS 드라마 ‘별들의 합창’(2012년) 등에도 출연했다. 성인이 된 후 공대에 진학한 김 순경은 2013년부터 순경에 도전해 11번째 시험 만에 합격했다. 김 순경은 “뉴미디어를 통해 국민에게 친절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인 신현진 순경(27·여)은 경찰특공대 전술여경으로 임용됐다. ROTC 52기 출신인 이보라 순경(27·여)은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20대 여성마라톤대회에서 1위를 하는 등 강철 체력을 가졌다. 강병찬 순경(27)은 2010년 말레이시아 국제 줄넘기대회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최은석 순경(28)은 한국 경찰이 되려고 미국 영주권을 포기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고 전을생 경사는 16세이던 1941년 8월부터 중국에 주둔하는 일본군 헌병대 통역으로 일하며 독립운동을 돕는 ‘밀정’ 역할을 했다. 스무 살이던 1945년 2월엔 고향 평안북도 정주군 옥천면에 있는 일본 신사를 파괴했다. 광복 이후 남한으로 와 경찰이 된 전 경사는 1968년 제49회 3·1절 행사에서 독립유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하지만 그 뒤로는 경찰 조직에서 잊혀진 이름이 됐다. 경찰청은 전 경사를 32번째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관으로 지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전 경사가 정년퇴직한 지 44년 만이자 세상을 떠난 지 15년 만이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경찰 내 숨은 독립유공자를 찾아오다 1968년 2월 29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전 경사의 사연을 발굴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전 경사는 1943년 장제스(蔣介石) 중앙군에 복무하는 친형 전기생 씨(1919년생)에게 일본군의 공격 계획을 몰래 전했다. 전 경사의 밀정 역할로 일본군은 1943년 2월 중앙군과의 전투에서 350여 명이 전사하는 참패를 당하는 등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1947년 10월 당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일하던 큰아버지 권유로 경찰에 투신한 전 경사는 29년간 재직했고 2004년 별세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 경사가 일했던 서울지방경찰청과 종로경찰서에 기념물을 세우고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63)이 프리랜서 기자 김모 씨(49)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손 사장은 김 씨의 폭로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JTBC 취업을 제안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려 한 혐의(배임미수)와 자신이 김 씨를 공갈·협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한꺼번에 조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손 사장에 대한 조사는 19시간 넘게 걸렸다. 손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그동안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밝힌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사장은 16일 오전 7시 40분경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폭행치상과 배임미수 피의자 겸 공갈·협박과 명예훼손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이날 오전 8시부터로 예정돼 있었지만 손 사장이 20분 일찍 나왔다. 경찰은 손 사장이 2017년 4월 경기 과천의 한 교회 앞 공터에서 있었던 자신의 차량 접촉사고와 관련해 김 씨가 JTBC 취업을 요구(공갈·협박)하고 사고 당시 젊은 여성이 동승했다고 주장(명예훼손)한 것에 대해 고소한 사건부터 조사했다. 이후 손 사장은 김 씨로부터 고소당한 폭행치상과 자유청년연합에 의해 고발당한 배임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받았다. 손 사장은 김 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게 전부’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손 사장은 ‘쌍방 합의한 교통사고를 빌미로 김 씨가 JTBC에 부당한 정규직 취업을 요구했다’며 배임미수 혐의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변호사 3명 이상을 대동했다. 경찰은 손 사장이 김 씨를 고소한 공갈·협박과 명예훼손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차량 접촉사고 당시 손 사장 차량에 동승자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사고가 22개월 전에 발생했고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등의 물증이 없어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당시 젊은 여성이 동승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사고를 당한 견인차 기사 A 씨도 지난달 채널A 인터뷰에서 “사고 직전 여성 동승자가 내리는 걸 봤다”고 밝혔다. 반면 손 사장은 지난달 김 씨 폭행 논란이 언론보도로 알려지기 하루 전 A 씨와의 통화에서 “동승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폭행 사건 당시의 정황이 담긴 손 사장과 김 씨의 통화 녹취록, 손 사장이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작가와 미디어 비평프로그램 PD 자리를 김 씨에게 제안한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 등을 손 사장의 진술과 비교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사실이 곧 밝혀질 것”이라며 “(관련 증거를) 다 제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손 사장의 조서 내용을 분석해 빠른 시일 안에 김 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동승자를 본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A 씨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조동주 djc@donga.com·윤다빈·구특교 기자}
“‘공룡 경찰’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도록 방치하겠다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논의된 자치경찰제 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은 무엇보다 이날 논의된 자치경찰제가 현행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 구성을 그대로 둔 것을 문제삼았다. 당정청 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지구대, 파출소를 넘겨받지만 경찰서와 그 산하의 지역 순찰대는 국가경찰에 그대로 속하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경찰서 단위를 자치경찰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권을 양보하는 대신에 그 전제조건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한 국가경찰의 비대한 조직을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영국(98%) 미국(90%) 독일(83%) 등 선진국 수준인 국가경찰의 인력 80% 이상을 자치경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제언’ 리포트는 검찰 제안과 비슷하다. 하지만 당정청 안은 2020년까지 국가경찰의 36%인 4만3000여 명을 자치경찰로 바꾸게 된다. 경찰은 이번 협의회를 계기로 자치경찰제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다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하는 자치경찰제는 △분권 △안전 △정치적 중립성 △시도지사의 투명성 △재정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5차 방정식’이라 12만 경찰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자치경찰제가 입법 단계에 들어서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환영과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신분이 바뀌어 처우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찰 수뇌부는 ‘살을 내주더라도 뼈를 취하자’는 전략이다. 자치경찰제가 경찰의 오랜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인 만큼 시도별 민생치안 활동 지휘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더라도 수사권 조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다. 올해 자치경찰제가 시범 실시되는 서울의 한 지구대 경위는 “직원들 사이에선 능력이 된다면 미리 광역수사와 정보보안 등 국가경찰 분야로 적을 옮겨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조동주 기자}
청와대가 베트남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하기 위해 이미 구체적인 경호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남북 정상 관련 구체적인 경호 계획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남북이 김 위원장의 답방을 놓고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달 초 김 위원장의 답방 경호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경찰 등에 김 위원장 답방 시 경호 인력을 배치하기 위해 사전 시나리오를 점검하라고 했다는 것. 김 위원장 답방 시 이동 동선을 짜고, 답방 찬반 시위 등 만일의 사태에 어떻게 대비할지가 주 내용이다. 현재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답방 시점은 ‘3말 4초(3월 말, 4월 초)’, 기간은 2박 3일 일정으로 북측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방문 첫날은 서울에서, 둘째 날은 제주도에서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는 김 위원장의 친모인 고용희의 고향이라 북측에서도 제주 방문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이달 초 김 위원장의 숙소를 점검하기 위해 제주도 호텔로 답사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제주시, 서귀포시에 있는 대형 호텔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경호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만큼 한라산 기슭에 있는 산장 호텔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전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12월에도 김 위원장 답방에 대비한 사전 내부 준비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12월 둘째 주, 셋째 주를 답방 예상 시점으로 정하고 숙소, 동선 등을 준비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김 위원장의 방남을 위해 북측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지난해 말부터 다양한 상황별 경호 시나리오를 짜고 대비책을 세운 상태다.이지훈 easyhoon@donga.com·한상준·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