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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이하고 있는 산업계가 4분기(10~12월)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암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 시작되면서 최소 내년 상반기(1~7월)까지는 업계 먹구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수요 침체 쇼크가 국내 반도체 업계의 4분기 실적에도 찬바람을 몰고 올 예정이다. 앞서 22일(현지 시간) 미국 최대 메모리 업체이자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9~11월 1억 달러(약 1284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7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서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 평균치)는 7조39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7% 급감했다. 3개월 전 추정치인 11조4062억 원 대비 무려 35.2%가 감소했다. 그만큼 반도체 시장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의미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번 분기 영업이익을 6조5000억 원으로 내다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2020년 2분기(6조4473억 원)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7조 원을 밑돌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삼성전자보다 메모리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는 더욱 힘든 상황이다. 4분기 영업손실이 6430억 원으로 전망돼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업이익 1조7413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3개월 전 전망에서 급속히 추락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적자 추세가 내년 상반기(1~7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실적 혹한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SK하이닉스는 앞서 마이크론,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 이어 투자 규모 하향 조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반도체부문 적자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간 표면화하지 않았던 감산 계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업계 내 최고의 원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4분기 낸드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내년 1분기는 DS부문 적자, 23년 2분기 D램까지도 영업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당 부분을 감안 시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부터는 공급 조절에 동참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소비자가전과 TV 등 내구재 소비가 급감하며 LG전자도 보릿고개에 진입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2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1% 감소했다. 내년 1분기(1~3월)엔 하락 폭이 더욱 깊어져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43.2% 꺾일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전년 동기 대비 -64.5%), 롯데케미칼(적자전환) 등 철강·석유화학 업종도 4분기를 기점으로 본격 불황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산업계, 금융권 등 민간 부문에서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해당 기간 금리 인상과 세제 정책 등 정부 정책 결정 시 시장 파급 여파가 적극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을 맞아 임원 업무 추진비 등을 줄이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1일 사내 인트라넷 공지를 통해 임원과 리더 관련 예산을 축소해 전사 비용 효율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원 예산은 기존 대비 50%, 팀장 예산은 30% 각각 줄일 예정이다. 업무 추진비와 활동비, 각종 복리후생 비용 등이 감축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앞서 사내에는 다운사이클 대응 전략을 위한 ‘다운턴 태스크포스(TF)’가 신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공지를 통해 “우리는 지난 20년간 겪었던 6차례의 다운턴을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지혜롭게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전환시켜 왔다”며 “이번 다운턴을 더 행복하고 강한 하이닉스로 성장하는 기회로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다만 임원 및 리더 관련 비용 절감 외에 직원들의 복리 후생 감축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성원 육성과 가족 친화 프로그램 등을 위한 예산은 예년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재 채용도 적정 규모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투자·운영 예산 축소 △수익성·고객 확보 최적화 △기존과 완전히 다른 기술·제품·일하는 방식 등을 전사 목표로 정하고 관련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다사다난했던 2022년 한 해가 끝나간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드디어 완화되나 싶더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가 폭등과 글로벌 금리 인상 파고가 덮쳤다. 이런 때일수록 주변의 소중함은 더욱 빛난다. 올 한 해를 이겨낸 기업들은 연말을 맞아 사회공헌 활동도 멈추지 않았다.》 SK그룹은 아동 권리 향상을 위한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에 나섰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 지원을 위한 사회공헌 연합체 ‘행복얼라이언스’를 통해 행복도시락 제공으로 아이들의 영향 불균형 문제 해결, 생필품 지원, 주거환경 개선, 교육·정서 지원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베트남에서는 25년째 아이들의 행복한 얼굴을 되찾아주는 봉사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9월에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세민회와 함께 ‘베트남 얼굴기형 어린이 무료수술’ 행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수술받은 어린이는 4200여 명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거동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11년부터 복지차량, 장애인용 자전거, 노인용 전동스쿠터, 근력 보조기 등 다양한 모빌리티 기기를 기증해왔다. 올해에는 약 7억5000만 원 규모의 기아 레이 복지차량 30대를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각 10대씩 기증한다. 현대차그룹이 육성한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가 개발을 지원해 휠체어 탑승자에게 최적화된 설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LG그룹은 LG사이언스파크가 자리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지역 사회, 문화 발전을 이끌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인공지능(AI)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LG디스커버리랩 서울’을 개관했다. 교육 프로그램 및 교구의 개발과 검증, 교육 콘텐츠 자문, 특별 강연 교육을 LG 연구원들이 직접 참여해 준비한다. LG는 이번 디스커버리랩 서울과 기존에 있던 부산 지점을 통해 연간 2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에게 AI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매년 한국 구세군과 함께 ‘마음온도 37도’ 캠페인을 펼치며 소외계층 아동들을 위한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는다. 지난해까지 기부한 누적 금액은 26억 원으로, 복지시설 2242곳과 개인가정 1288곳에 난방비를 지원했다. 이달 10일에는 롯데월드 샤롯데 봉사단과 소아암 아동들이 함께 ‘천사들의 합창 시즌4’ 공연을 열기도 했다. 총 3곡의 합창을 위해 샤롯데 봉사단 8명과 소아암어린이 26명은 9월부터 약 4개월간 정기적으로 모여 연습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 종료 후 롯데월드는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금 2000만 원 전달식도 진행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출범한 동반성장지원단을 통해 2년간 총 46곳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 구축,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현안 해결, 설비·에너지 효율화 등을 돕고 있다. 포스코에서 25년 이상 근무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8명의 리더급 직원이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가서 지원한다. 한화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깨끗하고 안전한 미래세대의 삶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탄소저감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2012년 몽골 토진나르스 사막화 방지숲을 시작으로 중국, 한국 3개국에 총 9개의 숲을 조성했으며 이를 모두 더하면 축구장 200여 개 넓이에 달하는 면적에 총 52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GS는 사회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005년부터 연말 이웃사랑 성금을 기탁해 왔다. 올해까지 기탁한 성금은 총 680억 원에 달한다. 신세계는 중소 패션브랜드와 협업해 연말 캠페인을 통해 친환경 업사이클링 상품 알리기에 나섰다. 산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기업들도, 소비자들도 모두 어려운 연말을 맞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솔선수범해 협력사와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들, 미래 세대를 돌보며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중국 내에 사업장을 둔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체들 사이에서 최근의 중국 봉쇄 사태와 미중 갈등으로 인해 탈중국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이를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팀에 의뢰한 ‘글로벌 소부장업체 국내 투자유치 전략 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주중 EU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중국진출 유럽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투자를 중국 외 국가로 이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비중은 23%로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상하이 미국상의가 주중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7, 8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3분의 1 가량이 중국에 계획했던 투자를 이미 다른 국가로 돌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실제 최근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업 ASML은 10월 중국 내 미국인 직원들에게 중국 고객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 자제를 지시한 바 있다. 반도체 식각 공정 1위인 램리서치와 반도체 검사 설비업게 KLA도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파견했던 엔지니어를 비롯해 직원 철수에 나섰다. 보고서는 “기존 글로벌 공급망 조성이 경제학적 효율성과 최적화를 통한 비용절감에 기인했다면 최근에는 비용 손실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는 위험절연 기조로 재편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탈중국에 나선 업체들의 경우 생산 단계에서의 리스크는 회피하더라도 여전히 거대 판매 시장으로서의 중국은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주변 아시아 지역으로의 이전을 적극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소부장업체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한국에 큰 기회요인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달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방한해 경기 화성 ‘뉴 캠퍼스’ 기공 간담회를 연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보고서는 “아세안(ASEAN)의 경우 부품생산과 조립공정 위주의 업스트림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시장 진입에 대한 기술이나 지식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많다”며 “반면, 한국과 일본의 경우 업스트림은 물론 새롭게 시장을 만들어내는 시장기술이 발달했고 시장데이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다운스트림 분야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중국 공략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일본보다 한발 앞서 파격적인 투자유치 지원책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빠른 이전을 원하는 외국기업들의 비자, 세제, 환경, 입지 문의에 대한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확대 보강하고,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장비 및 공급망 안정품목을 보유한 외국기업들의 생산·연구시설 이전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및 규제완화 특례 등 국내기업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할 것을 제언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위기와 기회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며 “글로벌 소부장업체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국내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또다른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노조 부패도 공직·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될 3대 부패의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대 개혁’에서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회계 부정 등 각종 비리 의혹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개혁을 가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이라면서 노조의 투명한 회계를 끌어내기 위해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외환위기 이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은 회계 투명성 강화를 통해서 우리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서 “노동운동, 노조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최근 노조의 회계 부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며 정부의 노동개혁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노조부패 척결”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 거듭 강조… “국민과 논의하고 공론화” 주문“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삭제하려는 세력 존재”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대 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노동개혁에 대해선 최근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의 지지를 모아내 속도를 내기 좋은 여건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주무 부처를 중심으로 필요한 개혁의 내용들을 잘 선별하고, 국민들과 논의하고 공론화시켜야 한다”면서 “사회적인 대합의하에 개혁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러한 취지로 풀이된다. ○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로 거듭 강조윤 대통령은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앞서 “이제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개혁을 가동시켜야 한다”며 “2023년은 개혁 추진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국정 운영의 방향을 설명하면서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웠던 ‘적폐 청산’이란 표현을 썼다. 가장 우선적인 개혁 과제로는 노동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노노(勞勞) 간 착취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노사관계에서) 비효율적 분쟁을 줄이고 그 비용을 노동자 복지에 쓰기 위해 노사 법치주의가 확실하게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불법 행위, 정치 파업에는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023년에 제도 개혁을 통해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노동개혁을 우선 주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견제받지 못한 조직은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노동개혁을 통해 척결할 첫 번째 대상으로 ‘노조 부패’를 꼽은 것이다.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노동개혁과 관련해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등에 따른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기 위해 ‘포괄적 개혁 논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논의한 뒤 내년 하반기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다. 동일 가치 노동을 하면 동일 임금을 받는다는 원칙 아래 파견제도도 고치기로 했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내년 상반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주 단위로 적용되는 연장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월 이상으로 할 경우 11시간 휴식권을 주기로 했다. ○ 尹 “헌법서 ‘자유’ 지우려는 세력 존재”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자리에는 정부 관계자 외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규제’에 대한 철학도 펼쳤다. 윤 대통령은 “소위 규제, 레귤레이션(regulation)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못 하게 하는 것이 레귤레이션이 아니다”라며 “법학에서 본래의 의미는 정부의 관여, 거번먼트 인게이지먼트(government engagement)”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켓(시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GDP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시장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관여하고 개입해야 하는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레귤레이션을 못 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 있게 잘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더 크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통합위원회의 추진전략 및 성과보고회에서 통합의 기제로서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금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규모의 의견을 가진 세력들도 존재하고, (한국은) 안정적인 통합이 참 어려운 그런 국가”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산업계의 내년 수출 전망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한국 수출액의 20%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하반기(7∼12월) 경기침체 된서리를 맞은 데 이어 내년에는 하락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71억3300만 달러(약 9조16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34.2% 급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매출도 25.3% 줄었다. 이 기간 전 세계 D램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9.8% 쪼그라든 175억4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완제품 구매 여력이 떨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구글, 메타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대규모 서버 투자를 멈춰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시장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매출액은 내년에 16.2%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D램 매출은 18.0%, 낸드플래시 매출은 13.7%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는 파운드리 시장조차 위축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스리서치는 내년 파운드리 시장 매출이 올해 대비 2.3%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5.5%로 대만 TSMC(56.1%)와의 격차가 더 벌어진 삼성전자로서는 수출 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 가전 등 전자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내년 1분기(1∼3월) 삼성전자 신작 스마트폰인 ‘갤럭시S23’과 신제품 TV 등의 출시가 예정돼 있지만 시장은 싸늘하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유럽 시장의 경우 냉장고, TV 등 내구재 교체 여력이 위축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27%, LG전자는 ―43.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간재 업계인 석유화학 업체들은 대표 수출처인 중국 봉쇄에 따른 수요 부진과 원자재가 상승으로 위기를 맞았다. 경기 침체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인데 ‘차이나 리스크’까지 겹친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93%, LG화학은 ―16.79%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자동차 업체들도 일부 전기차 모델 외에는 수출 부진이 내년에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연말 특별사면을 앞두고 주요 경제인도 명단에 포함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연말 경제인 특사 요청을 위한 의견을 최근 취합했다. 대한상의는 이를 바탕으로 6단체 공동 명의로 정부에 특사를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명단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앞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당시에도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최종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8·15 특사 당시 경제인 사면 폭이 크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며 “연말 민생과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주요 경제인 사면을 통해 경제 회복을 위한 메시지가 전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부업에 뛰어든 가장의 수가 최근 5년간 40% 이상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 여건이 어려워진 데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주업 근로시간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업을 하고 있는 가구주 근로자는 올해 1∼3분기 평균 36만8000명으로 2017년의 26만1000명 대비 10만7000명 늘어났다. 5년 만에 41.0% 증가한 것이다. 전체 부업자 수와 가구주 부업자 수는 2013년부터 감소하다 2017년을 기점으로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을 제외하고는 올해까지 지속해서 늘어났다. 지난 10개년간(2013∼2022년) 1∼3분기 평균 주업 근로시간과 부업 참가율을 비교한 결과 주업 근로시간이 줄어들수록 부업 참가율은 늘어나는 추세가 드러났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2018년을 기점으로 부업 참가율은 증가세로 전환됐다. 주업 근로시간이 2017년 35.7시간에서 올해 32.0시간으로 감소하는 동안 부업 참가율은 1.54%에서 1.95%로 상승했다. 연령대별로는 2030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높은 부업 참여 증가율을 보였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 E&S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세계 최대 규모 블루수소 사업에 본격 나선다. SK E&S는 20일 개최된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냉열 활용 청정수소 생산 및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운영’ 건에 대한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으로 SK E&S와 한국중부발전은 블루수소의 생산 및 액화 공정에서 LNG 냉열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LNG 냉열은 영하 162도의 LNG를 기화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LNG 배관이 블루수소 생산 공장 안에 도입돼야 하는데 그간 설치·검사 기준이 없어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제 LNG 냉열을 활용함으로써 전기소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약 15만6000t의 탄소 간접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사는 향후 약 5조 원을 투자해 충남 보령LNG터미널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연간 25만 t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근 5년 간 부업에 뛰어든 가장의 숫자가 40% 넘게 급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 여건이 어려워진 데다 주52시간제 이후 주업 근로시간이 감소한 영향도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업을 하고 있는 가구주 근로자는 올해 1~3분기 평균 기준 36만8000명으로 2017년 이후 5년 만에 41.0%(10만7000명)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업자 수와 가구주 부업자 수는 2013년 이후 감소 추세였다가 2017년을 기점으로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받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올해까지 지속 증가했다. 지난 5년간 1~3분기 평균 전체 부업자 수는 33.1% 증가한 가운데 가구주 부업자 수는 41.0% 늘었다. 전체 부업자 중 가구주 비율은 2017년 63.5%에서 올해 67.3%로 늘었다. 지난 10개년 간(2013~2022년) 1~3분기 평균 주업 근로시간과 부업 참가율을 비교한 결과 주업 근로시간이 줄어들수록 부업 참가율은 늘어나는 추세가 드러났다. 주52시간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2018년을 기점으로 부업 참가율은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후 주업 근로시간이 2017년 35.7시간에서 올해 32.0시간으로 감소하는 동안 부업 참가율은 2017년 1.54%에서 올해 1.95%로 늘었다. 전경련은 “주52시간제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주업 근로시간의 감소와 함께 부업 참가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부업을 병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령대별로는 2030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높은 부업 참여 증가율을 보였다. 1~3분기 평균 기준 20~30대 부업자는 2017년 7만8000명에서 올해 10만7000명으로 37.2% 증가했고 60대 부업자는 7만6000명에서 12만9000명으로 6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40, 50대 부업자는 21만6000명에서 21만9000명으로 1.4% 늘었다. 전경련은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져 접근성이 높은 비대면·플랫폼 일자리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추가 소득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이고, 고령층은 주로 임시직, 시간제 위주의 일자리에 종사하며 부업을 통해 생계 소득을 보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봉쇄 조치가 속속 현실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손익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며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중국과의 단절이 깊어질수록 기술 유출과 수출 급감이라는 역풍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봉쇄 조치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6일 중국 국영 반도체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36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제에 나서기로 했다. 10월 미국이 인공지능(AI)·슈퍼컴퓨터 등 첨단 분야 관련 중국 28개 기업을 장비 수출 금지 대상에 올린 지 두 달 만이다. 미국 중심 ‘반도체 연합’이 중국 제재에 동참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13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과 네덜란드가 첨단 공정인 14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17일 대만 아이폰 생산업체 폭스콘이 중국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에 투자한 1조 원 규모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전방위적인 압박에 맞서 자체 공급망 구축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1조 위안(약 187조 원) 규모의 패키지를 준비 중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달 1일에는 랴오닝성 지방정부에서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보조금 지원안을 발표했다. 규모만 프로젝트당 1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미중 갈등이 앞으로 우리 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은 중국으로부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뺏어 올 수 있어 기회가 되겠지만 10년 뒤에는 주변 정보가 모두 차단돼 깜깜이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반도체 대기업 임원은 “중국 기업들이 작정하고 온갖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해 끊임없이 기술을 확보하려 할 텐데 이 과정은 외부와의 소통 없이 은밀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깜깜이가 돼 훨씬 큰 리스크”라고 했다. 한국 반도체의 대중 수출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사실도 여전히 우려된다. 중국과의 단절이 심화될수록 우리 기업이 설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집중 규제하자 중국은 28나노 이상 성숙공정을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분야에서나 초정밀 공정이 필요하지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28나노 이상 반도체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벌려 시장 우위를 점할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우리는 대부분의 기초기술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미국 동맹에 편승해 시장을 확대하고 주변국과의 협력으로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미국이 첨단 낸드메모리 관련 장비 수출을 막는다면 중국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지만 중국의 추격을 늦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득실을 정확히 따져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내년 1분기(1∼3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1분기에 돌파구를 못 찾으면 내년 전체가 힘들 겁니다.” 15, 16일 양일간 진행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는 마치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통상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6시경 마무리되던 회의는 이번에 오후 9시를 훌쩍 넘겼다. 각 사업부 고위 경영진과 해외법인장들은 식사도 잊고 격론을 이어갔다. 회의에 참석한 고위 임원 A 씨는 “환율, 원자재가 등 외부 요인이 너무 많아 회의가 길어졌다. 시차 때문에 오후에 (회의를) 시작한 유럽 등 해외 지역 경영 상황이 특히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 12월 두 차례 개최된다. 각 사업부장과 임원들이 참석하고, 해외법인장도 화상으로 참여한다. 연말 회의의 주요 의제는 다음 해 전체 투자 및 판매 전략이다. 지난주엔 한종희 DX부문장 주재로 모바일경험(MX)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DA)사업부 회의가 먼저 진행됐다. 22일에는 경계현 사장이 주재하는 반도체(DS)부문 각 사업부 회의가 예정돼 있다. 19일 삼성전자 관계자들에 따르면 DX부문 전략회의에서는 당장 내년 1분기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가 주요하게 논의됐다고 한다. 올 하반기(7∼12월) 실적이 크게 악화된 데 이어 내년 1분기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측되자 단기 전략부터 챙긴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내년 상반기(1∼6월)가 가장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2023년 경영계획도 10월 수립 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전략회의 참석자인 고위 임원 B 씨는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물류비는 일부 회복됐지만 원자재 가격 부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가전과 같은 내구재 소비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연간 경영계획 손질에 들어간 곳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SK, 현대자동차, LG를 비롯한 다른 그룹들도 가파른 금리 인상과 소비 침체라는 악재 속에서 예정된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인력 재배치 등을 서두르고 있다. SK 계열사의 C 대표는 “내부적으로 내년 2분기까지 계속 내리막일 것이라 보고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삼성 “내년 1분기 경기 바닥” 전략 부심… SK-LG도 계획 손질 ‘전시’ 같은 글로벌전략회의 “1분기 돌파구 못찾으면 1년 힘들어”전경련 “수출 증가율 0.5% 그칠것”기업들 투자 조정에 인력 재배치도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1분기(1∼3월) 14조1214억 원을 기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10∼12월)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는 8조19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에는 골이 더 깊어져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보다 50.9%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분기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3’, 영상가전(VD)사업부의 신제품 TV 출시가 집중된 시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 A 씨는 “경쟁사의 점유율을 뺏어서라도 1분기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연간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2일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 분위기도 지난주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소비재에 미친 경기 침체 여파가 고스란히 글로벌 반도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4분기 메모리 수요가 예상을 하회했다. (삼성전자는) 감산 결정이 없으면 내년 2분기(4∼6월)부터 메모리 부문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마무리된 LG그룹 사업보고회에서도 절박한 위기의식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LG 관계자는 “올해 디스플레이와 생활건강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무너지면서 사업보고회 내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내년도 공급망 및 재고 관리 리스크에 대해 대대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3분기(7∼9월)까지 1조2000억 원의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는 국내 TV용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연내 종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당시 생산 종료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6개월∼1년가량 앞당기겠다고 했는데 이마저도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 이어 일찌감치 투자 규모 하향 조정에 나섰다. 올 3분기 누적 12조9000억 원을 기록한 생산시설 투자 규모를 내년에는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경영활동 위축으로 그간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온 수출 전망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출액은 오히려 늘었다. 2020년 5125억 달러에서 지난해 6445억 달러로 25.8% 증가했고, 올해도 11월까지 이미 6291억 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수출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2023년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원자재가 상승 및 고환율로 채산성(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 수준)도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채산성이 ‘악화될 것’(28.0%)이란 응답이 ‘개선될 것’(18.7%)이란 응답보다 더 많았다. 채산성 악화 요인으로는 △원유, 광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54.7%)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14.3%)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이자비용 상승(11.9%) 등이 꼽혔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 지표들을 보면 회복 시기가 점점 더 늦춰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위기관리 체제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내년 불황에서의 생존 여부가 갈리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이 16일 체결됐다. 앞서 9월 인수 계획을 밝힌 지 3개월 만이자 2008년 한화가 첫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포기한 지 14년 만이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안건이 최종 승인됐으며 이어서 양 사 간 본계약도 진행됐다. 계약 체결 후에는 경쟁국들의 기업결합 심사와 정부의 방산부문 승인 등 거래 관련 국내외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 앞서 2019년부터 진행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의 경우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불승인으로 올해 1월 좌절된 바 있다. 인허가 절차를 모두 통과하고 나면 대우조선의 유상증자와 한화의 대금 납입을 통해 인수 작업이 종료된다. 한화는 신규 자금 2조 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경영권 지분(49.3%)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 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 원), 한화시스템(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 원) 등 한화 계열사 6곳이 참여한다. 최종 인수 마무리 시점은 내년 상반기(1∼6월)로 예상된다. 앞서 9월 산업은행은 한화와 대우조선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었다. 이후 한화 외 추가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나타나지 않자 한화 측은 10월부터 최근까지 대우조선 실사 작업을 진행했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계약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한화 측이 대금 분납을 요청했으나 산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그로부터 14년 만에 다시 대우조선 인수에 도전하면서 더욱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화는 이번 인수로 육해공 방산 통합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그룹의 또 다른 핵심 신산업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의 시너지도 모색할 계획이다. 차기 대우조선 경영진 후보로는 대우조선 인수단 총괄을 맡고 있는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16일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이 체결된다. 앞서 9월 인수 계획을 밝힌 지 3개월 만이자 2008년 한화가 첫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좌절된 지 14년 만이다. 이날 정관계 및 재계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오전 중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며 여기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안건이 최종 승인될 전망이다. 이후 양사간 본계약이 진행된다. 계약 체결 후에는 경쟁국들의 기업결합 심사와 정부의 방산부문 승인 등 거래 관련 국내외 인허가 절차가 남아있다. 앞서 2019년부터 진행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의 경우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불승인으로 올해 1월 좌절된 바 있다. 인허가 절차를 모두 통과하고 나면 대우조선의 유상증자, 한화의 대금 납입을 통해 인수 작업이 종료된다. 한화는 신규 자금 2조 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경영권 지분(49.3%)을 확보하게 된다. 최종 인수 마무리 시점은 내년 상반기(1~6월)로 전망된다. 유상 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 원), 한화시스템(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 원) 등 한화 계열사 6곳이 참여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금성 자산으로 9월 말 기준 1조8079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등 참여 계열사의 자금 여력에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앞서 9월 산업은행은 한화와 대우조선이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었다. 이후 한화 외 추가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나타나지 않자 한화 측은 10월부터 대우조선을 상대로 단독으로 실사 작업을 진행했다. 실사 과정에서 인수·매각에 걸림돌이 될 만한 큰 변수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계약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한화 측이 대금 분납을 요청했으나 산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그로부터 14년 만에 다시 대우조선 인수에 도전하면서 더욱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수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 뒤로는 지난 20여 년 간 대주주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있었던 대우조선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 효율화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차기 대우조선 경영진 후보로는 대우조선 인수단 총괄을 맡고 있는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이번 인수로 육·해·공 방산 통합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그룹의 또다른 핵심 신산업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의 시너지도 모색할 계획이다.곽도영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15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고금리와 경기침체라는 악재가 겹친 내년도 사업 계획 논의에 들어갔다. 2023년도 정기인사 및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뒤 신규 체제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공식 회의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디바이스경험(DX)부문 전사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16일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생활가전(DA)사업부, 22일에는 반도체(DS)부문 회의가 예정돼 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각 부문장인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각 회의를 주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직접 참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개최된다. 각 사업부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모두 참여하며 사업부문별, 지역별 현안을 공유하는 자리다. 특히 연말 전략회의의 경우 내년도 사업 목표와 경영 전략을 주로 논의한다. 과거에는 해외 법인장들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두 귀국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화상회의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들에게 “2023년은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다”며 비용 효율화를 주문한 바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소비 침체로 이미 하반기부터 시작된 타격이 최소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7% 떨어진 8조2264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첫날 회의부터 수요 침체 대응 전략과 비용절감 방안 등 강도 높은 위기관리 대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부별로 공급망 재편, 원자재가 상승, 시장 침체 등 가장 시급하게 당면한 상황들이 다르다”면서 “내년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응 계획을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 보완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올해 급격하게 오른 금리가 내년에도 가계와 기업들을 옥죌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최종 금리 수준을 5%대로 상향 조정하면서 긴축의 고삐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3%대 기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의 이자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여부와 속도를 놓고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연준을 따라 최종 금리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가파르게 오른 금리 탓에 기업들은 당장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도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연준 따라가면 민간 이자부담 34조 원 급증15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자 한은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예상에 부합해 시장 변동성은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회의를 주재한 이승헌 부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종 금리 수준과 유지 기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준 점도표에서 공개된 5.1%에 이른 뒤 상당 기간 고금리 시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이 오르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3.5%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금리 상단이 5.25%에 달해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였던 1.5%포인트(2000년 5∼10월)보다도 커지면 외환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연준을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내년 말 가계와 기업 등 민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 대비 총 33조6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대출 연체율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고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실 위험도 역시 커질 것으로 우려됐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미 기준금리가 1.00∼1.25%포인트 차이가 나면 자본 유출 우려가 있으므로 내년 한은의 추종적인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종 금리 수준, 환율 움직임이 변수”다만 한은이 3.5% 이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전히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과 수출 둔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3분기(7∼9월) 들어 경기 침체 신호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현금 창출 능력은 이미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앞서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21조44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조4754억 원)보다 24.7% 줄었다. 특히 채권 시장 경색의 여파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고금리를 무릅쓰고 은행 창구로 몰리면서 기업 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10조5000억 원 늘며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회사채도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순상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단은 한은이 내년 1월 13일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올린 뒤 금융시장의 반응에 따라 향후 경로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합리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더라도 환율만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연준을 따라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올해 급격하게 오른 금리가 내년에도 가계와 기업들을 옥죌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5%대로 상향 조정하면서 긴축의 고삐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3%대 기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의 이자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여부와 속도를 놓고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연준을 따라 최종금리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가파르게 오른 금리 탓에 기업들은 당장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도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연준 따라가면 민간 이자부담 33조 급증 15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자 한은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예상에 부합해 시장 변동성은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회의를 주재한 이승헌 부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종 금리수준과 유지기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준 점도표에서 공개된 5.1%에 이른 뒤 상당기간 고금리 시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오르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3.5%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금리 상단이 5.25%에 달해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였던 1.5%포인트(2000년 5~10월)보다도 커지면 외환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연준을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내년 말 가계와 기업 등 민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 대비 총 33조6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대출 연체율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고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실 위험도 역시 커질 것으로 우려됐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미 기준금리가 1.00~1.25%포인트 차이가 나면 자본 유출의 우려가 있으므로 내년 한은의 추종적인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종금리 수준, 환율 움직임이 변수”다만 한은이 3.5% 이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전히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과 수출 둔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3분기(7~9월) 들어 경기 침체 신호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현금창출 능력은 이미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앞서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21조44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조4754억 원)보다 24.7% 줄었다. 특히 채권 시장 경색의 여파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고금리를 무릅쓰고 은행 창구로 몰리면서 기업 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10조5000억 원 늘며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회사채도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순상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단은 한은이 내년 1월 13일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올린 뒤 금융시장의 반응에 따라 향후 경로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합리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더라도 환율만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연준을 따라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올 한 해 산업계를 강타한 고유가와 고원자재가, 소비 침체의 여파로 기업의 ‘돈줄’이 급속히 말라붙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유동성을 가리키는 지표인 잉여현금흐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1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자료와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의 상장사 중 전년도와 비교가 가능한 268곳의 올해 3분기(7∼9월) 개별기준 누적 잉여현금흐름을 조사한 결과 1년 새 48조 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268개 기업의 올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14조18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62조1110억 원 대비 47조9286억 원(77.2%) 감소한 수치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절반이 넘는 148곳(55.2%)에서 잉여현금흐름이 줄었다. 감소 규모로는 한국전력공사가 1위를 차지했다. 한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맞아 올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의 잉여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4조2321억 원에서 올해 3분기 ―23조6922억 원으로 적자가 19조4601억 원 확대됐다. 경기 침체 여파로 다운사이클(불황기)에 접어든 반도체 업계도 잉여현금흐름이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은 올 3분기 3조9453억 원으로 전년 동기(10조7207억 원) 대비 6조7754억 원이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3조5496억 원에서 올 3분기 ―8552억 원으로 4조4048억 원 감소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를 포함한 유·무형자산 순지출(취득비용―처분소득)을 제외한 금액으로 향후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 등을 위한 여유 자금에 해당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주요 기업들 중에는 포스코홀딩스의 잉여현금흐름이 지난해 3분기 1조7990억 원에서 올해 3분기 ―1조4667억 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LG화학도 같은 기간 1조8014억 원에서 ―1조1208억 원으로 현금흐름이 3조 원 가까이 악화됐다. 이외 LG에너지솔루션(2조6309억 원 감소·적자 확대), 삼성중공업(2조1946억 원 감소·적자 전환), 대우조선해양(1조2455억 원 감소·적자 전환) 등도 잉여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된 기업이었다. 업종별로는 총 21개 업종 중 15개 업종(71.4%)의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공기업이 지난해 3분기 ―3조5770억 원에서 올해 3분기 ―30조2319억 원으로 적자폭이 8.5배로 확대됐다. IT전기전자(16조8539억 원 감소), 석유화학(8조991억 원 감소), 건설·건자재(5조3998억 원 감소)가 그 뒤를 이었다.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악화되는 데에는 주요 산업 부문에서 영업현금흐름이 설비 투자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신산업 분야의 경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가전 및 정보기술(IT) 제품들의 단기 수요 폭증으로 설비 투자를 대폭 늘렸다. 하지만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하반기(7∼12월)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경색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환경 악화는 물론 각 국가들의 경쟁적 금리 인상에 따라 자금 시장도 급격하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달 7일 낸 보고서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높아져 회사채 발행을 통한 신규 자금 조달도 녹록지 않다”며 “55% 이상의 국내 기업들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며, 향후 기업들의 이익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내년 설비 투자를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인력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잇단 투자 감축 발표에도 불구하고 투자 규모 축소나 감산 등의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라인은 유동적으로 운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줄이겠다고 했다. 1∼3분기 누적 적자 1조 원을 넘긴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시설 투자를 1조 원가량 줄일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타 계열사로 인력 재배치 작업에도 들어갔다. 업무 현장의 ‘허리띠 졸라매기’도 현실화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들에게 “새해에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다”며 경상비용 감축을 주문했다. 출장자 비율을 올해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컨설팅비, 시장조사 비용 등도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프린트 용지 등 사무용품을 50%로 절감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실제 내년 1월 개최되는 ‘CES 2023’ 출장자 규모도 긴급하게 축소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에서도 출장 규모를 축소하거나 영업 접대비 지출을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전자업계의 가장 큰 프로모션 기간인 4분기(10∼12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도 내년엔 마케팅 비용 효율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한 전자업계 대기업 임원 A 씨는 “내년 총무 비용을 80%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우스개처럼 올 연말에 사무실 휴지, A4용지를 미리미리 충분히 사두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여유자금인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하면 중장기적인 리스크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며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현금흐름을 최대한 지켜놔야 경기가 회복됐을 때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5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스위스에서 열리는 ‘202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보스포럼은 많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찾는 행사이지만 국내 5대 그룹 총수가 일제히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2023년 1월 15∼20일 다보스포럼에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인 4월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의 공식 요청에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내년 다보스포럼에 정부와 기업 ‘원팀’이 총출동하는 모습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1, 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국제민간회의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인과 정치인, 경제학자들이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다. 총수들은 현지에서 주요 관계자 초청 만찬 행사를 열고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WEF 회원사로서 참석 가능성이 높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CEO들과의 회동도 이뤄질 예정이다. 반도체,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신산업 현안과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대해 정보 공유와 협력 방안 모색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20년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07년 이후 15년 만의 다보스포럼 참석이자 글로벌 네트워크 재가동을 위한 핵심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