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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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p@donga.com

취재분야

2024-10-29~2024-11-28
문학/출판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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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상견례 2주 앞두고…” 끝내 돌아오지 못한 예비신랑 소방관

    화마(火魔)는 사랑하는 이들의 백년가약마저 갈라놓았다.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진화 중 순직한 박수동 소방장(32)은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참이었다. 함께 순직한 조우찬 소방교(26)도 같은 소방관 여자친구와 곧 가족 간 상견례를 앞두고 있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릴 희망에 들떠 있던 두 예비 신랑이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났다. 7일 평택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 만난 박 소방장의 숙부 박천군 씨(58)는 “지난주 통화할 때 ‘요즘 작은아빠를 향한 사랑이 식은 것 같다’고 농담하니, ‘여자친구가 생겨서요’라며 웃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박 소방장의 여자친구는 이날도 서 있기도 힘든 몸을 가까스로 추슬러 가며 이틀째 빈소를 지켰다. 빈소에서 만난 그는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은 뒤 한마디씩 말했다. “수많은 사고가 있었는데도 여태… 이번 일을 계기로 또 다른 아픔이 이어지지 않도록 (소방) 시스템이나 장비가 개선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구조팀 막내였던 조 소방교는 지난해 5월 소방관이 된 뒤 같은 소방서 동료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조 소방교의 10년 친구 김정빈 씨(27)는 빈소에서 “여자친구와 2주 뒤 상견례한다고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소방교는 지난해 소방관 1명이 순직한 쿠팡 물류창고 화재에도 출동했다. 김 씨는 “우찬이가 다녀와서 무척 힘들어했다”고 했다. 두 순직 소방관 모두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을 천직으로 알았다. 박 소방장은 어려서부터의 꿈이 소방관이었다. 그의 외삼촌 정석 씨는 “(박 소방장이) 소방관 일에 자부심이 넘쳤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조 소방교의 친구 김 씨는 “우찬이가 ‘우리나라 불은 내가 다 꺼버릴 것’이라고 포부를 얘기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 진화 중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51)은 90대 노모를 모셨다. 속이 깊었고,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위험한 현장 출동 얘기는 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빈소에서 한참을 흐느끼던 이 소방경의 둘째 형은 “힘든 일은 속으로 삭이던 동생이었다”며 먼 곳을 바라봤다. 이 소방경과 8년간 함께 근무한 서정수 소방교는 “정말 항상 밝고 긍정적인 분이셨다”며 눈물을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로 화마와 맞서다 순직하신 세 분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순직한 세 소방관의 영결식은 8일 오전 9시 30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된다.유족들 “구할 사람 없는 상황, 왜 진입시켰나” 소방 “작업자 남아있다고 해 진입”… 경찰, 시공-감리사 압수수색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의 화재 진화 중 순직한 소방관 3명의 유족들은 “소방당국의 현장 진입 결정이 무리했다”며 7일 사고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의 형은 이날 오전 평택 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 “(창고 안에) 구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위험한 곳에 왜 진입하도록 했는지 당국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직한 박수동 소방장의 작은아버지 박천군 씨는 “사고 당시 소방관의 위치를 알았을 텐데 구조가 왜 늦어졌는지 의문”이라며 분통해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반복되는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우리는 다시 동료를 잃었다”며 “화재 진압 매뉴얼을 개정하고 대비책을 강구하라”고 주장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탈출한 작업자 5명 외에 추가로 작업자가 3명 더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수색에 나섰던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직 소방관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열과 질식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구두소견이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7일 냉동창고 신축 시공사와 감리회사 등을 압수수색했다.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평택=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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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할 사람 없는 곳에 왜 진입시켰나” 평택 소방관 유족들 눈물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의 화재 진화 중 순직한 소방관 3명의 유족들이 “소방당국의 현장 진입 결정이 무리했다”며 7일 사고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의 형은 이날 오전 평택 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 “(창고 안에) 구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위험한 곳에 왜 진입하도록 했는지 당국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직한 박수동 소방장의 작은 아버지 박천군 씨는 “사고 당시 소방관의 위치를 알았을 텐데 구조가 왜 늦어졌는지 의문”이라며 분통해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반복되는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우리는 다시 동료를 잃었다”며 “지휘부는 화재 진압 매뉴얼을 개정하고 대비책을 강구하라”고 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유족 대표 3명과 함께 화재 현장을 찾아 파악된 사고 경위를 설명한 뒤 “다음 주 현장 합동감식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7일 냉동창고 신축 시공사와 감리회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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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접종했는데 왜 입장 불가?”… ‘6개월 만료’ 몰라 식당서 항의

    “백신 2차까지 다 맞았는데 왜 못 들어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유효기간이 적용된 첫날인 3일 전국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손님들의 이 같은 항의와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6일 이전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180일이 지났지만 3차 접종은 받지 않아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만료된 이들이 식당 등에 입장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는 입장을 거부당한 손님 일행이 출입을 관리하는 종업원에게 언성을 높였다. 이들은 “우린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맞았다. 증명서까지 갖고 있는데 왜 밥을 못 먹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알고 보니 외국 국적자 4명 일행으로 미국에서 지난해 5월까지 2차 접종만 마친 상태였다. 이 식당 종업원 A 씨는 “유효기간 정책을 아예 모르는 분이 적지 않다”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도 방역패스 만료자와 함께 온 일행이 입장을 거절당했다. 이 식당 종업원 차진아 씨(50)는 “QR코드를 확인 단말기에 찍어 보고 나서야 본인이 만료자인 걸 아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꾸준히 피트니스센터에 다녔다는 직장인 B 씨는 “건강상 우려되는 점이 있어 3차 접종을 받지 않았는데 오늘부터 출입이 금지됐다”며 아쉬워했다. 백신 접종이 가능한 병원에는 이날 오전부터 평소보다 긴 줄이 이어졌다. 유효기간 만료로 일상에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한 3차 접종 대상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 곳이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오늘 예약 없이 잔여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이 평소의 2배나 됐다”고 밝혔다. 서울 중랑구의 한 병원 관계자도 “오늘 백신을 맞은 42명 중 40명이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백신 3차 접종자였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일이 적잖게 늘었다.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방역패스 확인을 안내하다가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일식당 종업원 이희윤 씨(25)는 “평소에는 단말기에서 ‘접종 완료 후 14일이 경과되었습니다’라는 소리만 확인하면 됐는데 오늘부터는 유효기간 정책까지 설명하려니 접객에 2배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피트니스센터 관리자는 “최근 방역패스 만료를 앞두고 회원 탈퇴와 환불을 요청한 고객이 2명 있었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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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맞았는데 왜 막아”…방역패스 유효기간 첫날, 식당가 곳곳 ‘혼란’

    “백신 2차까지 다 맞았는데 왜 못 들어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유효기간이 적용된 첫날인 3일 전국의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손님들의 이 같은 항의와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6일 이전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180일이 지났지만 3차 접종은 하지 않아 방역패스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이들이 식당 등에 입장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방역패스 유효기간 만료자들은 현재 전국에 약 4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는 입장을 거부당한 손님 일행이 출입을 관리하는 종업원에게 언성을 높였다. 이들은 “우린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맞았다, 증명서까지 갖고 있는데 왜 밥을 못 먹느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일행 중 외국인 1명이 미국에서 지난해 5월 2차 접종까지만 한 상태였다. 이 식당 종업원 A씨는 “유효기간 정책을 아예 모르는 분이 적지 않다”면서 “죄송한 마음으로 손님을 돌려보내고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도 방역패스 만료자와 함께 온 일행이 입장을 거절당했다. 이 식당 종업원 차진아 씨(50)는 “QR코드 확인 단말기에 찍어보고 나서야 본인이 만료자인 걸 아는 분이 많다”고 했다. 직장인 박재형 씨(34)는 “접종 유효기간이 지난 걸 뒤늦게 알아, 오늘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고 했다. 꾸준히 피트니스센터에 다닌다는 직장인 B씨는 “건강상 우려되는 점이 있어 3차 접종을 하기는 어려운데, 오늘부터 센터 출입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백신접종이 가능한 병원에는 이날 오전부터 평소보다 긴 줄이 이어졌다. 유효기간 만료로 일상에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한 3차 접종 대상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오늘 예약 없이 잔여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이 평소의 2배 정도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한 병원 관계자도 “오늘 백신을 맞힌 42명 중 40명이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백신 3차 접종자였다”라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은 일이 적지 않게 늘었다.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QR코드 단말기 옆에서 방역패스 확인을 안내하다가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일식당 종업원 이희윤 씨(25)는 “평소에는 단말기에서 ‘접종 완료 14일 지났습니다’라는 소리만 확인하면 됐는데, 오늘부터는 유효기간 정책까지 설명하려니 접객에 2배 정도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피트니스센터 관리자는 “최근 방역패스 만료를 앞두고 회원 탈퇴와 환불을 요청한 고객이 2명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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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침략자들은 왜 도서관부터 불태웠을까

    “어디서든 책을 불태우는 자들은 결국 인간도 불태울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남긴 이 말은 깊은 함의를 갖는다. 책을 태우는 행위가 가진 폭력성과 잔혹함은 물론이고 인간 못지않게 책이 갖고 있는 존엄성에 대해서도 언급한 말이다. 책을 태우는 일이 그렇게 엄청난 사건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나, 역사 속에서 책을 불태운 행위는 오늘날까지도 꽤나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다. 책과 기록이 불타 없어진다는 건 당대 사람들이 축적한 모든 물질적, 정신적 자산이 사라지는 충격을 가져다주는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진시황의 ‘분서갱유’가 있었으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카이사르의 침입으로 파괴됐다. 유럽의 종교혁명 때는 혁명을 주도한 신교도들이 구교의 흔적을 지우고자 대학 도서관을 공격해 불태웠다. 1814년 미국을 침공한 영국군은 미국 의회도서관부터 불태웠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에는 세르비아 민병대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국가·대학 도서관을 포격하는 동시에 도서관의 불을 끄려 하거나 책을 구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드는 이들을 철저히 막았다. 최근에도 중국의 반체제 지식인 아이웨이웨이가 공개한 신작 영상 ‘책은 스스로 불탄다’에서 자신의 회고록을 태우며, 인권이 탄압받는 현실을 비판했다. 책을 태우는 일은 지금도 꾸준히 발생하며,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지는 사건이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옥스퍼드대 보들리도서관의 관장인 저자는 이 사건들을 돌아보며 인류사에서 책과 도서관이 지닌 의미를 정리했다. 전자책이 등장하고, 모든 지식을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에 기록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은 좀체 일어나지 않겠지만, 저자는 현재를 ‘책의 위기’ 시대로 진단한다. 디지털 홍수가 책과 도서관이 사라질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데다 온라인 데이터에 대한 보존, 관리의 필요성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 저자가 “우리가 향유하는 지식과 문화는 결코 쉽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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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케이트보드 위 춤사위… 그 유쾌한 실험

    중력을 거스르는 몸짓, 러닝머신 위를 구르고 뛰노는 춤, 마치 묘기를 보는 듯 갖가지 생활 소품을 활용한 고난도 동작까지…. 무용수들은 인간의 신체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인체와 사물의 접점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현대무용단 멜랑콜리댄스컴퍼니가 내년 1월 7,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신작 ‘모빌리티’를 선보인다. 2022 문화예술위원회 신작 발굴 프로그램인 ‘창작산실’ 선정작이다. 안무는 무용단 소속 안무가 정철인(32·사진)이 맡았다. 그는 ‘비행’ ‘0g’ ‘초인(위버멘쉬)’ 등 전작에서 리듬감, 무게감을 변주하며 다양한 메시지를 안무에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용계가 주목하는 젊은 안무가 중 한 명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만난 그는 “인간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활동 범위가 넓은 동물”이라며 “우리 삶 속에도 수많은 이동수단이 있는데 ‘모빌리티’에선 이를 인간 신체의 연장선으로 해석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갖가지 소품, 기계를 활용해 몸의 언어를 구사해 왔다. 이번에는 ‘이동’ ‘움직임’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스케이트보드가 등장한다. 무용수들이 이를 의족처럼 활용해 걷기도 하고 굴러가는 보드 위에 몸을 잠시 싣기도 한다. 그는 “사실 이동 하면 자동차가 떠올랐지만 무대 위에서 쓸 수 없어 스케이트보드를 택해 ‘확장된 다리’처럼 활용했다”고 했다. 이어 “바이러스도 인간의 이동에 의해 확산한다. 팬데믹 이후에는 모빌리티의 개념도 변하고 확장할 것이라 본다”며 기획 의도를 부연했다. 몸을 잘 쓰는 안무가라고 해서 신체 단련에만 집중할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는 작품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고 조사하며 심혈을 기울인다. 춤에 철학을 담기 위한 그 나름의 노력이다. 정 안무가는 “‘모빌리티’에는 결국 인간이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담긴다고 생각한다”며 “자주 접하는 자동차의 후방카메라는 물론 드론에 달린 카메라도 우리 눈을 대신하는 신체 일부가 될 수 있다. 이 오브제들을 어떻게 무용으로 표현할지 늘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직접 무용단을 창단한 그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여러 안무작을 흥행시켰다. 그는 “과거 수많은 경연에선 ‘1등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작품에 묻어났다”며 “지금은 좀 더 편안한 맘으로 관객이 작품에서 희열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여러 공연이 무산되자 빠르게 시야를 돌려 무용수들과 ‘댄스필름’ 제작에도 공을 들였다. 현대무용을 다소 어렵게 느끼는 관객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손짓이자 스스로 새로운 무대를 찾아내려는 시도였다. 그는 “무대든 댄스필름이든 어떤 새로운 움직임을 발견하고 찾아냈을 때 모든 게 달라 보이기 시작하고 짜릿하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안무를 뽑아내는 유쾌한 실험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2만∼5만 원, 8세 이상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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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신체와 기계의 경계는 어디인가? 몸짓으로 풀어낸 모빌리티

    중력을 거스르는 몸짓, 러닝머신 위를 구르고 뛰노는 춤, 마치 묘기를 보는 듯 갖가지 생활 소품을 활용한 고난도 동작까지. 이들은 인간의 신체로 도대체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신체의 움직임에 천착해 인체와 사물의 접점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현대무용단 멜랑콜리댄스컴퍼니가 다음달 7,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신작 ‘모빌리티’를 선보인다. 2022 문화예술위원회의 신작 발굴 프로그램인 ‘창작산실’에 선정된 작품이다. 작품의 안무를 맡은 건 무용단의 정철인 안무가(32). 그는 ‘비행’ ‘0g’ ‘초인(위버멘쉬)’ 등 안무작에서 삶의 속도, 리듬감, 무게감을 변주하며 다채로운 메시지를 몸에 녹여내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만난 그는 “인간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활동 범위가 넓은 동물이다. 우리 삶 속에도 수많은 이동수단이 있는데 ‘모빌리티’에선 이를 인간 신체의 연장선으로 해석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갖가지 소품, 기계를 활용해 몸의 언어를 구사해왔다. 이번에는 ‘이동’ ‘움직임’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스케이트보드가 등장한다. 무용수들이 이를 의족처럼 활용해 걷기도 하고 굴러가는 보드 위에 몸을 잠시 싣기도 한다. 정 안무가는 “사실 이동하면 자동차가 떠올랐지만 무대 위에서 쓸 수 없어 스케이트보드를 택해 ‘확장된 다리’처럼 활용했다”고 했다. 이어 “바이러스도 인간의 이동에 의해 확산한다. 팬데믹 이후에는 모빌리티의 개념도 변하고 확장할 것이라 본다”며 기획 의도를 부연했다. 2016년 직접 무용단을 창단한 그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선보인 여러 안무작들이 호평 받았다. 그는 “수많은 경연에서 ‘1등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작품에 가득 묻어났다. 지금은 좀 더 편안한 맘으로 관객이 작품에서 희열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여러 공연이 무산되자 빠르게 시야를 돌려 무용수들과 ‘댄스필름’ 제작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무대든 댄스필름이든 어떤 새로운 움직임을 발견하고 찾아냈을 때 모든 게 달라보이기 시작하고 짜릿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안무를 뽑아내는 유쾌한 실험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김기윤기자 pep@donga.com}

    •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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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당신도 우리도 모두 ‘선과 악’ 가면쓰고 있잖아”

    2004년 7월 24일은 한국 뮤지컬의 새 막이 열린 날로 평가된다. 뮤지컬의 대중화를 이끈 작품이자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지킬앤하이드’의 국내 초연 개막일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지킬 역의 배우 류정한(50)은 김소현, 최정원과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같은 배역을 번갈아 연기한 조승우를 비롯해 김아선, 소냐 등이 꾸민 무대는 연일 평단과 관객의 호평이 이어졌고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기록을 남겼다. 17년 전 첫 무대를 떠올리며 “한마디로 밑천이 없던 때다. 별생각 없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신경 썼다”던 류정한이 한층 더 섬뜩한 모습의 ‘류지킬’로 다시 나타났다. 탁월한 가창력과 치밀한 연기는 그의 무기. 지킬 역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화하며 ‘지킬 장인’으로 불리는 그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지킬앤하이드’로 관객과 만난다. 그는 “지킬 공연 300회를 채우고 싶다”며 “애정과 욕심이 가득 담긴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정한은 “작품이 너무 힘들어 매번 그만두겠다고 입버릇처럼 여러 번 말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지킬’을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도 동시에 생기더라. 이런 욕심은 모든 배우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또 “무대에서 몸은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정신은 도리어 맑아지는 묘한 희열을 주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1997년 초연한 이 작품은 국내 누적 공연 횟수 1400회, 누적 관람객 150만 명에 달하는 대표적 스테디셀러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지금 이 순간’이 작품 속 ‘킬링 넘버’다. 인간 내면의 선악과 양면성을 내세운 원작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각색했다. 선한 의사 지킬은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 자신의 몸에 약물을 투여해 실험체로 삼고, 두 개의 자아인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갈등한다. 극중 대결 장면에서 시시각각 180도 돌변하는 1인 2역 연기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객석을 향해 손을 뻗는 류정한은 “결국 ‘당신도 우리도 모두 선과 악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게 극의 핵심”이라고 했다. 류정한은 좀처럼 언론 인터뷰에 나서지 않기로 유명한 배우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지킬을 다시 맡은 소회 말고도 하고픈 얘기가 많아 보였다. 그는 “팬데믹을 겪으며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무대들을 돌아봤다. 다시 관객과 만나는 것만으로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을 맞는 뮤지컬 대선배로서의 책임감, 고민도 가득했다. 그는 “드라마, 영화와 달리 공연은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불안 속에 흘러간다. 위험을 무릅쓰고 ‘공연 보러 오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상황도 참 어렵다”고 털어놨다.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1997년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로 데뷔했다. 이후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거의 모든 국내 흥행작의 초연을 맡은 입지전적의 경력을 쌓았다. 류정한은 “운이 좋았다. 뮤지컬이 자리 잡는 초창기라 수혜를 받았다. 제 목소리, 발성, 연기가 싫을 때도 있었지만 무대에서 오래 버틴 게 큰 미덕”이라고 했다. 그가 버틴 세월만큼 그를 보고 꿈을 키운 후배도 많다. 현재 뮤지컬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동하는 카이, 전동석은 물론 함께 ‘지킬앤하이드’에 출연 중인 신성록, 홍광호 등 후배들은 그의 팬클럽을 자처하며 요즘에도 “자리를 잘 지켜주는 형이 고맙다”고 고백한다고. 얼마 전부터는 무대에서 오래 버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는 “네 살인 딸이 공연장에서 제 무대를 보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60세까지 노래하고 싶다”며 웃었다. 내년 5월 8일까지, 7만∼15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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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도 ‘선과 악’의 가면을 쓰고 있지 않나요?”…‘지킬 장인’ 류정한

    2004년 7월 24일은 한국 뮤지컬의 새 막이 열린 날이다. 뮤지컬의 대중화를 이끈 작품이자 역대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지킬앤하이드’의 한국 첫 공연일. 국내 첫 스릴러 뮤지컬을 표방한 이 작품에서 ‘지킬’ 역의 배우 류정한(50)은 김소현, 최정원과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같은 배역의 조승우를 비롯해 김아선, 소냐 등 출연진이 꾸린 무대는 뮤지컬이 한국에서 자리 잡기 전인 당시에도 큰 흥행 기록을 썼다. 17년 전 첫 무대를 떠올리며 “한 마디로 밑천이 없던 때다. 별 생각없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신경 썼다”던 류정한이 한층 더 섬뜩한 모습의 ‘류지킬’로 다시 나타났다. 탁월한 가창력과 치밀한 연기는 그의 무기. 지킬 역할을 국내서 가장 많이 소화하며 ‘지킬 장인’으로 불리는 그가 내년 5월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지킬앤하이드’의 관객과 만난다. 지킬 역할만 300회를 채우고 싶다는 그의 애정도, 욕심도 가득 담긴 작품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정한은 “작품이 너무 힘들어 시즌이 끝나면 그만두겠다고 입버릇처럼 이미 여러 번 말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기했던 ‘지킬’을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이런 욕심은 모든 배우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또 “무대 위에서 몸은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정신은 도리어 맑아지는 이상한 희열을 주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1997년 초연한 작품은 국내 누적 공연 횟수 1400회, 누적 관람객 150만 명에 달하는 대표적 스테디셀러다. 뮤지컬에 관심 없는 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넘버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을 남겼다.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의 대결을 전면에 내세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각색했다. 선한 의사 ‘지킬’은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 스스로에게 약물을 투여해 실험체로 삼으며 두 개의 자아인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갈등한다. 특히 극중 ‘대결(The Confrontation)’ 장면에서 시시각각 두 자아를 오가며 180도 돌변하는 1인 2역 연기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때 객석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손을 쭉 뻗는 류정한은 “결국 ‘당신도 우리도 모두 ’선과 악‘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게 극의 핵심”이라고 했다. 사실 류정한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인터뷰에 서툴다”지만 좀처럼 언론 인터뷰에 나서지 않기로 유명하다. 지킬로 복귀한 개인적 소회를 털어놓는 것 말고도 뭔가 하고픈 얘기가 더 많아보였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팬데믹을 겪으니 불안하고 우울한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에 서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그동안 제가 공연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것 같아요. 다시 무대에 서는 것 자체로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닥친다면 공연예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을 맞는 뮤지컬 대선배로서의 책임감, 고민도 가득했다. 그는 “드라마·영화는 돌파구를 찾아 성장하고 있는데 공연은 언제 다시 멈출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고마우면서도 ‘공연 보러 와 달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참 이기적이면서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공연계가 희망은 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1997년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토니’ 역할로 데뷔했다. 영어 이름을 지금까지 ‘토니’로 쓴다. 이후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 역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거의 모든 흥행 작품의 초연을 맡은 입지전적의 경력을 쌓아갔다. 류정한은 “솔직히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제 목소리가 싫을 때도 많았고 연기도, 발성도 몰랐다. 그저 뮤지컬 초창기라 큰 수혜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잘 버텼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며 웃었다. 그가 어떻게든 버텨온 세월동안 그를 바라보며 꿈을 키운 이들도 있었다. 현재 뮤지컬 무대서 주연급으로 활동하는 신성록, 카이, 전동석 등 배우는 공공연히 “류정한 선배가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후배들이다. 최근 함께 ‘지킬앤하이드’에 출연 중인 신성록, 홍광호도 “한결같이 자리를 잘 지키는 형이 참 고맙다”며 말을 건넸다고. 류정한은 “제가 밥을 잘 사줘서 그런 것 같다”며 “저 역시 남경주, 최정원 선배들이 굳건히 무대에 서는 걸 본다. 뮤지컬에 헌신한 그들의 삶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의 차기작은 언제나 모든 공연 팬들의 관심사다. 2017년, 2019년 뮤지컬 ‘시라노’의 프로듀서로 한 차례 변신하더니 내년엔 연극배우로 변신한다. 최근 국립정동극장은 연극 시리즈에서 배우 류정한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배우 송승환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시리즈에 이은 기획공연이다.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가 평소 연극에도 열망을 보이던 류정한을 설득했다. 류정한은 “제 이름을 내건 ‘명배우 시리즈’라고 해서 바로 거절했지만, 다시 뭔가 꿈꿀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했다. 지킬앤하이드 이후 연극 준비에 ‘올인’할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후보로 올린 2, 3편의 작품 중 현재 최종 선택을 앞두고 있다. 팬과 관객을 위해 노래하던 그에겐 얼마 전부터 더 오래 무대에서 버티며 노래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는 “네 살인 딸이 극장에서 제 공연을 보려면 아직도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60세까지 노래해야할 목표가 생겼다”며 웃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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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변곡점마다… 관객에게 ‘길’을 묻다

    사방이 객석으로 둘러싸인 텅 빈 무대. 배우 한 명이 홀연히 나타나 한가운데 서더니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일곱 살 때 기르던 애완견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이야기부터 어머니의 우울증과 자살 시도까지. 인생 변곡점마다 그는 객석으로 다가가 한 관객에게 ‘잠시 이 역할을 맡아주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배우의 요청을 받은 관객 6, 7명은 그의 이야기 속 연인, 선생님, 아버지로 잠시 변신해 기꺼이 인생 여정에 동참한다. 막이 오를 때까지 미완성 상태였던 1인극은 관객의 참여와 함께 비로소 다인극으로 완성된다. 3일 개막해 내년 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이 연말 훈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중한 삶의 순간을 목록으로 만들던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다. 영국의 유명 극작가 덩컨 맥밀런의 원작을 각색했으며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에 이은 재연이다. 우울증으로 삶의 의욕이 없는 엄마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주인공은 빛나는 삶의 순간을 뭐든 기록한다. 1번 아이스크림, 2번 물싸움, 3번 혼자 몰래 보는 TV, 4번 물방울무늬 양말…. 그는 삶의 위기를 마주할 때마다 잊고 지내던 리스트를 다시 꺼낸다. 가치 있는 순간을 계속 채워 내려갔고, 리스트는 100만 개까지 늘어난다. 물론 리스트만 적는다고 그가 진정한 행복을 찾은 건 아니다. 위기 때마다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극에서는 ‘관객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배우가 “진짜 행복이 뭘까요”, “잘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즉석에서 배우가 된 관객은 자신의 인생철학, 행복론을 들려준다. 배우는 이 말을 곱씹으며 대화하고 다시 극을 이어간다. 배우, 제작진이 “관객의 말을 매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적어두고 싶을 정도”라며 관객 참여 부분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는 이유다. 주인공의 이름은 극이 끝날 때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나’라고만 지칭할 뿐. 나와 상관없는 한 인간의 굴곡진 인생사처럼 들리던 이 작품은 극이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되어 있다. 배우 이형훈 백석광 정새별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전석 5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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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변곡점마다 객석으로…관객과 함께 찾아가는 진정한 행복

    사방이 객석으로 둘러싸인 텅 빈 무대. 배우 한 명이 홀연히 나타나 한가운데 서더니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일곱 살 때 기르던 애완견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이야기부터 어머니의 우울증과 자살시도까지. 인생 변곡점마다 그는 객석으로 다가가 한 관객에게 ‘잠시 이 역할을 맡아주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배우의 요청을 받은 6, 7명의 관객은 그의 이야기 속 연인, 선생님, 아버지로 잠시 변신해 기꺼이 인생 여정에 동참한다. 막이 오를 때까지 미완성 상태였던 1인극은 관객의 참여와 함께 비로소 다인극으로 완성된다. 3일 개막해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이 연말 훈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중한 삶의 순간을 목록으로 만들던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다. 영국의 유명 극작가 던컨 맥밀란의 원작을 각색했으며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에 이은 재연이다. 우울증으로 삶의 의욕이 없는 엄마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주인공은 빛나는 삶의 순간을 뭐든 기록한다. 1번 아이스크림, 2번 물싸움, 3번 혼자 몰래 보는 TV, 4번 물방울 무늬 양말…. 그는 삶의 위기를 마주할 때마다 잊고 지내던 리스트를 다시 꺼낸다. 가치 있는 순간을 계속 채워 내려갔고, 리스트는 100만 개까지 늘어난다. 물론 리스트만 적는다고 그가 진정한 행복을 찾은 건 아니다. 위기 때마다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극에서는 ‘관객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배우가 ‘진짜 행복이 뭘까요’, ‘잘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즉석에서 배우가 된 관객은 자신의 인생철학, 행복론을 들려준다. 배우는 이 말을 곱씹으며 대화하고 다시 극을 이어간다. 배우, 제작진이 “관객의 말을 매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적어두고 싶을 정도”라며 관객 참여 부분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는 이유다. 주인공의 이름은 극이 끝날 때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나’라고만 지칭할 뿐. 나와 상관없는 한 인간의 굴곡진 인생사처럼 들리던 이 작품은 극이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되어 있다. 전석 5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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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고대 중국인도 관청서 이혼도장 찍었네

    현대 사회에서 이혼이 더는 별일이 아니라지만, 고대 중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책’과 ‘한비자’에 남은 이혼에 대한 기록을 보면 이혼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첫째, 남편의 요구로 이혼하거나 둘째, 부부 중 인륜을 거스른 범죄를 저지른 자가 있으면 관청이 나서 부부를 강제로 이혼시키기도 했다. 셋째, 부부 사이 애정이 식어 자발적으로 하는 이혼이었다. 세 번째 방식의 경우 부부가 합의한 내용의 서류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어 관청에 제출하면 절차는 마무리됐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우리와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고대 중국인의 삶이 21세기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역사 가르치는 왕쌤’이자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저자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법한 수십 가지 질문과 답을 엮었다. 생활, 음식, 문화, 감정, 사회의 다섯 가지 주제별로 나뉜 내용에는 ‘옛날에도 신분증이 있었을까’,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택배를 보냈을까’ 같은 질문이 빼곡히 담겨 있다. 저자는 사료에 의거해 간단 명쾌하게 답변을 정리했다. 답변이 특히 쉽게 읽히는 이유는 현시대의 상황과 과거의 생활상에서 공통점을 끌어내려 노력했기 때문. 일례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길을 찾았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교차로에 세워진 ‘방패 비석’ 또는 ‘지시비’가 오늘날 내비게이션과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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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밖 소극장들의 분투… 마포-영등포-미아리 곳곳서 꿈틀

    “이런 곳에도 공연장이 있어?” 서울에는 생각보다 소극장이 많다. 소극장이라고 하면 흔히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 일대를 떠올리기 쉬우나 서울 곳곳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소극장은 약 50개에 달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대학로 문화지구의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하나둘씩 대학로를 떠나 새 터를 잡거나 처음부터 대학로 밖에서 만들어진 곳들이다. 오랜 기간 한국 공연예술 실험의 모태 역할을 해온 곳들이 많다. 지난해부터 공연계를 강타한 팬데믹의 여파는 대학로 밖 소극장들에 더 짙게 남아 있다. 이들은 대중성보다는 실험성과 예술성을 앞세운 공연을 우선시하기에 일반 관객 유인이 여전히 쉽지 않다. 팬데믹 중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단체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극장이 텅 비어 있는 날도 늘었다. 그럼에도 이 소극장들은 각자 지닌 고유한 예술적 빛깔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종로구에는 종로5가역 인근 ‘종로예술극장’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년 1월 2일까지 연극 ‘햄릿 디 액터’를 공연한다. 극장을 닫은 지 약 1년 3개월 만에 올해 7월부터 문을 열고 관객과 만났다. 종로예술극장에서 활동 중인 길정석 배우는 “무대를 다시 열기까지 버티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관객들이 여전히 찾기 쉽지 않은 곳이지만 다시 연기하고 함께 실험적 작품을 고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답했다. 성북구에는 민관이 협력해 운영하는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이 있다. 지난해 연극 ‘우리는 농담이(아니)야’가 동아연극상 주요 부문을 휩쓸 정도로 우수 작품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서대문구 일대 소극장에서도 다양한 예술 실험이 진행된다. ‘신촌극장’은 17일부터 25일까지 연극 ‘큰 가슴의 발레리나’를 공연한다. 신촌 지역 유일한 소극장인 이곳은 실험적 연극, 무용, 행위예술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연희예술극장’도 16일부터 19일까지 연극 ‘청소의 원리’를 선보인다. 이곳은 본래 ‘카페 떼아뜨르’(카페를 겸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성격의 공간이었으나 팬데믹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운영 방향을 바꿔야 했다. 윤영인 극장감독 겸 프로듀서는 “기존에는 살롱 문화를 좋아하는 마니아 관객들이 찾던 곳이었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다른 형태로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제작진, 단원들과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했다. 강남구의 ‘M극장’은 창작무용의 메카로 불린다. 과거 한 무용단의 연습실로 쓰이던 곳을 2006년부터 무용 전용극장으로 개조했다. 소규모 무용단이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곳이다. 2017년 대학로에서 영등포구로 이사한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은 23일부터 26일까지 연극 ‘인간문제’를 공연한다. 이 밖에도 마포구의 ‘이행성극장’ ‘성미산마을극장’, 동대문구의 ‘동네극장’, 광진구의 ‘충동소극장’, 종로구의 ‘북촌창우극장’ 등 수많은 소극장들은 지금도 서울 전역에서 꿈틀대고 있다. 서울 내 소극장 지원 사업을 벌이는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각 지역사회에서 예술 생태계를 만들며 고군분투하는 소극장들은 공연을 올리면 올릴수록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며 “소극장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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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의 ‘미친 가성’ 찾느라 정신 없었죠”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시라노’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뮤지컬 배우로 정점을 찍은 조형균(37). 올해 데뷔 15년 차를 맞은 그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음유시인 ‘오르페우스’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올 9월 7일 개막해 내년 2월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연인을 향해 부르짖는 그의 노래는 지옥의 벽마저 허물었다.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좋아하는 마블 영화 시리즈와 ‘하데스타운’의 메시지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극은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계속 딛고 일어나려는 도전에 대해 말한다. 단순히 신화, 영웅, 사랑 이야기 그 이상”이라며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후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쓴 작품은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오르페우스는 곁을 떠난 연인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세계로 향한다. 노래로 지하의 신 하데스를 감동시킨 그는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 조건으로 연인을 데려온다. 하지만 호기심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지상 문턱에서 고개를 돌리고 만다. 조형균은 “나도 모르게 뒤를 따라오는 에우리디케를 돌아보지 않으려 늘 조심한다. 내가 먼저 뒤를 돌아보면 극도 빨리 끝나버리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사실 오디션 때 그는 ‘멘붕’ 상태였단다. 제작진은 지원 요건으로 ‘G#5(3옥타브 솔#)’ 가성을 요구했다. 뮤지컬 판에서 노래라면 빠지지 않는 조형균도 “숱하게 작품을 하면서도 노래해본 적이 없는 고음역대”라며 “첫 공연 직전까지 나만의 가성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기타 연주라는 더 큰 산도 남아 있었다. 정적이 가득한 ‘에픽1’의 한 장면에서 오르페우스는 홀로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같은 배역의 박강현, 엑소의 시우민과 개막 네 달 전부터 모여 기타 연습에 공을 들였다. 그는 “급하게 중고 거래로 기타를 구해 연습했는데 나중에는 질려서 꼴도 보기 싫었다”며 “리허설 때 한 명이 기타를 치면 다른 둘은 ‘제발 틀리지 말라’며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2007년 뮤지컬 ‘찰리 브라운’으로 데뷔한 그는 앙상블 배역부터 묵묵히 치고 올라왔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끈기 있게 버티고 무대를 지켰다. 뮤지컬계에서는 뭐든 믿고 맡길 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주연감’이라는 평이 나온다. 조형균은 “사실 배역이 나와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 많이 따지지 않고 살았다. 새로운 도전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며 “‘형균이 잘한다’는 말보다 ‘형균이랑 작업하는 게 재밌다’는 말을 들을 때 더 신난다. 관객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낙관주의자인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며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삶의 낙을 하나 잃었기 때문. “제 낙인 캔맥주를 끊었습니다. 미칠 듯 가성을 많이 쓰는 이 공연에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하하.”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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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로마제국은 어떻게 전설이 됐나

    로마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디오클레티아누스, 콘스탄티누스를 파헤쳤다.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네 인물이 위기에 처한 로마를 구하고 대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봤다. 이들을 통해 시대적 전환을 가져온 리더십에 대해서도 논한다. 로마는 이탈리아 산골에서 태동했다. 이후 지중해를 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확장한 대제국을 건설하며 서양 문명의 근간을 만들었다. 로마제국 초기, 유럽 내 가장 큰 세력 확장을 이룩한 건 카이사르다. 이집트를 주축으로 동방세계까지 세력을 뻗쳤던 카이사르는 점차 독재자로 변해 갔고 훗날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한다. 뒤이어 등장한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가 세운 제국의 틀을 굳건하게 만든 인물. 원로원의 위상을 회복시켰다. 로마 시민이 언제든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그가 만든 수도교는 지금도 유럽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있다. 제국의 전성기이자 평화기를 뜻하는 ‘팍스 로마나’를 연 인물로 평가받는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50년간 18명의 황제가 통치한 군인황제 시대의 혼란을 잠재운 인물이다. 현재 크로아티아 지역에서 해방 노예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신분을 뛰어넘는 통치술로 권좌에 올랐다. 제국을 동·서 로마로 나누고, 부황제도 뒀다. 이후 콘스탄티누스는 밀라노 칙령을 거치며 기독교를 공인했다. 종교적 갈등을 무마했으며, 324년에 비잔티움(현 이스탄불)을 새로운 수도로 확정한다. 1990년대를 풍미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부터 다양한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이역만리 타지의 우리는 지금도 꾸준히 로마를 찾는다. 왜일까. 저자는 “로마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민주공화국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로마의 국교였던 기독교는 우리 국민의 23%가 믿는 종교다. 사적·공적 영역에서 우리 안에 깊이 자리 잡은 로마사를 통해 우리는 새 시대에 필요한 답을 찾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제국의 성공을 찬양 일변도로 볼 것인지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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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힙합?”…‘쇼미더머니 저격수’ 원썬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게 힙합이라고? 너희들 진짜 뭐하냐?” 그의 준엄한 일갈을 듣고 싶어 사람들이 모여든다. 국내 1세대 힙합 래퍼 원썬(본명 김선일·43)이 최근 ‘쇼미더머니10 리뷰’ 시리즈를 시작한 그의 유튜브 채널은 힙합 팬들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사실 이 시리즈의 형식 자체는 특별할 게 없다. 원썬이 스튜디오 한가운데 앉아 엠넷의 힙합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10’을 회차별로 경연 내용을 평가하는 게 전부다. 참가자들의 공연을 감상하고 즐기면서도 실력을 엄정히 평가한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을 내린 심사위원, 프로듀서, 유명 래퍼를 향해 가감 없이 쓴소리도 날린다. 언뜻 ‘힙합 꼰대’의 푸념이나 잔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회차를 거듭하며 버벌진트, 팔로알토 같은 유명 래퍼도 출연한다지만, 인기 프로그램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영상은 유튜브에 이미 널려 있다. 신선한 콘텐츠라 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구독자들은 “본방송보다 이 리뷰가 더 기다려진다” “본방송은 안 봐도 이 리뷰는 다 본다”는 댓글들을 남긴다. 인기를 보여주듯 유튜브 채널 ‘원썬 Sakkiz’의 구독자는 10월 초 그가 이 시리즈를 제작한 뒤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전까지 2000명 안팎이던 구독자는 시리즈 시작 약 두 달 만에 약 10만 명까지 치솟았다. 시리즈 누적 조회수는 1300만 회에 달한다. 힙합 팬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원썬은 “집에 TV도 없다. 쇼미더머니를 평소 잘 챙겨보진 않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제가 좋아하던 힙합 판을 다룬 프로그램이기에 느낀 걸 말할 뿐”이라고 했다. 시리즈를 기획한 취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화하면서 장르가 갖고 있는 느낌만 좋아하는 사람이 늘었죠. 그런데 이 프로그램으로 힙합을 처음 접한 젊은 세대들은 랩이 뭔지, 힙합이 뭔지 제대로 안다고 할 순 없어요. 제가 힙합을 사랑하는 만큼 그 장르에 대해선 확실히 짚고 알려주고 싶었죠.” 엠넷의 ‘쇼미더머니10’은 올해로 열 번째 시즌까지 이어질 만큼 장수한 프로그램. 열 번째 시즌 우승자로 최근 래퍼 조광일을 선정하며 마무리됐다. 한국 힙합의 대중화를 견인한 프로그램의 공로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즌이 이어지면서 랩 경연을 통한 실력파 래퍼 발굴이라는 원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쇼맨십이 강한 참가자나 독특한 콘셉트를 앞세우는 참가자를 띄워준다는 지적도 있다. 힙합 예능의 색을 잃고 일종의 스타 등용문이나 ‘인맥 힙합’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평도 나온다. 원썬이 “힙합을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더 쓴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가장 화제가 된 리뷰 영상도 그의 독한 비판이 담긴 내용이다. 합합계에서 그보다 후배인 심사위원들을 향해 “저 심사는 잘못됐다”거나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다를 수 있겠지만 힙합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참가자가 대결에서 승리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한다. 때론 “이게 말이 되느냐”며 역정도 낸다. 그를 본 구독자들은 “통쾌하다” “프로그램의 문제를 시원하게 지적해줘 고맙다”는 반응이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래퍼 염따는 자신을 저격한 원썬의 영상을 보고 “충고 감사하다”는 댓글도 남겼다. 그에게 이토록 열광하는 팬들을 보며 가장 놀란 건 원썬 자신이다. 그는 “참가자를 뽑고 떨어뜨리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제가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밀면서 잘하고 못하고 판단하는 걸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힙합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비판받는 당사자들은 기분이 나쁠지 몰라도 나중엔 약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참가자들의 부족한 실력이나 프로그램 연출을 조목조목 ‘까기’만 한다고 인기를 얻긴 힘들었을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그가 각광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힙합에 대한 진정어린 사랑과 해박한 지식 때문이다. 힙합에 대한 그의 진심은 삶을 통해서 드러난다. 사실 그는 본업인 래퍼로서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쇼미더머니5’에 참가자로 출연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유행어만 남긴 채 조기 탈락했다. ‘꼰대 힙합’의 대명사이자 대중의 웃음거리가 됐다. 당시를 떠올리던 그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대중에게 놀림거리로 소비됐던 그지만, 힙합에 대한 열망은 더 커졌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무대에서 후배 양성에 힘썼다. 홍대의 정통 힙합 클럽인 ‘싱크홀’ 등이 월세 부담에 떠밀려 없어지지 않도록 공사판에서 번 돈을 보탰다. 그는 “지금도 시간이 나면 배달도 하고, 공사판도 나간다”고 했다. 힙합 팬들도 그의 인생 여정을 지켜보며 누구보다 힙합을 사랑하는 인물이란 걸 느낀다. 현역 래퍼로 활동하려는 열망도 식지 않았다. 최근 “한국 흑인음악의 대표가 되겠다”며 국악 선율과 힙합을 섞은 랩 ‘서사 2’도 발표했다. 그는 “음악은 끝이 없다. 아직 이 분야를 점령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끝장을 봤다’고 할 때까지 음악은 계속할 것 같다”고 했다. 힙합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은 이번 리뷰 시리즈를 통해 새롭게 조명 받았다. “누구보다 뛰어난 한국 힙합 평론가이자 심사위원”이라는 찬사도 받는다. 원썬은 “어려서 처음 힙합을 접했던 통로는 미국 라디오, 비디오 테이프, 음반이 전부였다. 그 음악에서 느껴지는 리듬, 그루브가 너무 좋아서 절박하게 파고들었다”고 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훨씬 더 많은 음악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라면서도 “막상 어떤 게 좋은 음악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숭실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지만, 그는 입학 후 전공이 아닌 음악을 본업으로 삼기로 다짐했다. 힙합 음악을 들을 곳을 찾아 홍대, 신촌, 이태원을 떠돌았다. 그는 “음악을 틀어주는 가게에 매일 드나들다 어느새 음료를 서빙하고 있고, 얼마 지나니 제가 음악을 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1999년 첫 솔로 음반도 냈다. 아이돌 그룹이 대세인 때였지만, 드렁큰 타이거 등 래퍼를 우러러 보며 가사를 쓰던 펜을 놓지 않았다. 원썬은 최근 채널의 인기에 힘입어 랩 경연 프로그램 ‘방구석 래퍼’를 시작했다. 늘 배고파하며 음악하는 후배들을 위해 새 무대를 만들고, 재야의 랩 고수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내년 1월 15일까지 참가자를 모집한 뒤 채널을 통해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멋있고 예쁘고 트렌디한 힙합, 싱잉랩(노래하듯 부르는 랩)도 다 좋다. 다만 기본을 지키는 랩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랩이란 뭘까. 그는 “랩은 곧 시이자 수필이고, 래퍼는 글쟁이”라고 강조했다. “래퍼는 가수이기 전에 글을 짓고 그 글을 낭독하는 사람입니다. 이왕이면 잘 지어진 글을 낭독해야 울림이 크겠죠. 요즘 래퍼들은 본인이 글 쓰는 사람이라는 걸 망각하고 있어요. 좋은 글이 곧 좋은 랩이 된다고 믿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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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12일 신작 ‘인형의 집’ 공연

    현대무용단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가 신작 ‘인형의 집’을 12일 오후 3시, 6시에 서울 양천구 양천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작품은 4년 뒤인 2025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오직 집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미래 사회에서 직장인이 출근을 위해 가상세계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무용으로 풀어낸다. 아바타로 변신한 무용수들은 다른 아바타들과 만나며 자유롭게 교류한다. 하지만 완벽한 줄 알았던 메타버스 안에서도 시스템적, 기계적 결함이 발생하고, 가상공간에서 한계를 느낀 아바타들은 현실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혹은 더 나은 가상세계를 찾기 위해 탈출을 꿈꾼다. 다양한 인간 집단들의 소통이 이뤄지는 가상공간 역시 우리의 사회이자 ‘인형의 집’과 같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최신 기술이 던지는 질문들을 춤으로 담아낸다.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는 1994년 한국 남성으로는 처음 프랑스 무용단에 진출한 김성한 예술감독이 2005년 창단한 무용단이다. 김성한 예술감독이 이번 공연의 안무를 맡았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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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서 최고로, 탐험가 정신으로 콘텐츠 개척… 오리지널의 힘, 세계가 인정

    《채널A가 1일로 개국 10주년을 맞았다. 채널A는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 따듯한 웃음과 감동,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한결같은 자세로 달려왔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창의적으로 구축해온 오리지널 콘텐츠, 현장에 발을 딛고 길어낸 불편부당한 뉴스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사랑에 힘입어 채널A는 슬로건인 ‘꿈을 담는 캔버스’에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탁월한 콘텐츠를 더 많이 그려나갈 예정이다.》채널A는 예능, 교양, 드라마 등 각종 장르에서 탐험가 정신을 발휘해 콘텐츠를 개척해왔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포착함으로써 채널A만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을 축적해온 것.○ ‘최초 시도’로 선도해온 방송 트렌드 채널A의 인기 프로그램에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다. 2011년 개국과 함께 시작한 종합편성채널 최장수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국내 첫 ‘탈북 예능’이다.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2013년 여러 종목의 전직 국가대표와 현역 선수들이 대결한 ‘불멸의 국가대표’는 국내 ‘스포엔터테인먼트’의 시초다. 2015년 시작한 첫 반려동물 관찰 예능 ‘개밥 주는 남자’는 확산되는 반려문화를 빠르게 포착해 연예인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리얼리티 예능에 처음으로 ‘동거’를 입힌 ‘하트시그널’ 시리즈는 2017년부터 대한민국에 ‘썸’ 열풍을 일으켰다. 모든 시즌이 TV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연애 리얼리티의 새 지평을 열었다. 첫 낚시 예능 ‘도시어부’는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낚시를 국민 레저로 탈바꿈시켰다. 낚시의 특성상 ‘침묵 예능이 가능하겠느냐’는 방송가의 의구심도 있었지만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착상은 이후 또 다른 히트작 ‘아이콘택트’의 ‘토크보다 강한 침묵’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문법을 개척해 나간다는 호평을 받았다. 올 상반기(1∼6월)를 뜨겁게 달군 첫 군대 예능 ‘강철부대’는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6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세계로 뻗어가는 오리지널의 힘채널A의 콘텐츠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등을 통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트시그널’은 중국 미국 일본 등에 판권과 방영권 등을 판매했고, 유럽 오세아니아 등에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한 플랫폼사가 포맷을 구입해 만든 중국판 하트시그널은 시즌4까지 나올 만큼 오리지널 IP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육아 비법을 전하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 이어 현대인의 힐링 프로그램으로 진화한 ‘오은영의 금쪽상담소’까지, 오은영 박사를 중심으로 한 ‘금쪽 시리즈’는 넷플릭스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해 채널A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올린 ‘거짓말의 거짓말’, 지난달 29일 첫선을 보인 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 역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각국에 선판매가 이뤄졌다. ○ 계속 이어지는 탁월한 콘텐츠채널A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는 계속 이어진다. 당장 내년 상반기에 기대작을 연이어 선보인다. 2월 방영 예정인 ‘강철부대2’는 지난 시즌에 선전했던 부대원뿐만 아니라 또 다른 특수부대원들도 도전장을 내밀어 더욱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4월 론칭할 K뮤직 오디션 ‘청춘스타’는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만드는 또 하나의 청춘 유니버스. 피땀 나는 경쟁과 눈물 나는 연대를 통해 뮤지션들이 청춘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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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기 넘치고 추한 캐릭터에 끌린다

    《미치고 추해야 빛난다?최근 대형 뮤지컬에서 관객을 유혹하는 독보적 캐릭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이 빼어난 외모나 선한 캐릭터를 앞세운다면 뮤지컬 주인공들은 비참할 정도로 추한 외모나 광기 넘치는 성격을 지녔다. 기괴한 매력을 뿜어내는 주인공들의 노래는 오히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 ‘콰지모도’는 추남 캐릭터의 대명사다. 이 배역의 배우는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온종일 무대를 누빈다.》 의상 한쪽 어깨에 솜 보형물을 넣고, 공연 내내 구부정한 자세로 연기한다. 목을 긁는 듯한 거친 목소리와 절규도 가미된다. 일그러진 안면 근육에 안간힘을 쓰듯 힘겹게 노래한다. 썩은 이, 휘어진 코, 멍이 든 듯한 눈 분장도 몰입감을 더한다. 내년 5월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주인공 지킬 박사는 선악을 넘나드는 이중 인물이다. 자신의 몸에 약물을 주입해 숨겨 왔던 다른 자아 ‘하이드’로 변신한다.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이 선보이는 이번 시즌 배역은 분장부터 목소리, 움직임까지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특히 무대조명 변화에 따라 순간적으로 두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는 짜릿하다.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로 무대를 활보하는 욕망에 지배받는 범죄자 하이드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내년 2월 20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도 괴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앙리 뒤프레’는 1막 후반부터 시체를 이어 붙여 만든 피조물 ‘괴물’로 변신한다. 사회에서 버려지고 핍박당한 괴물은 자신의 탄생을 저주하면서도 직접 겪은 상처를 창조주에게 돌려주기 위해 더 날카롭고 잔인해진다. 좀비처럼 흐느적대는 동작 연기는 기본. 지하를 뚫고 내려갈 듯한 저음부터 고음역대 넘버까지 소화하고 괴성, 절규로 원망 섞인 감정을 표현한다. 음역대가 넓은 만큼 배우들 사이에서도 힘든 작품으로 꼽힌다. 주역 배우들이 연습 때 “죽고 싶은 심정”이라거나 “샤워하다 울었다” 등의 후기를 남길 정도다. 이번 시즌에는 박은태 카이 정택운이 이를 소화한다. 3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영국을 광기로 몰아넣은 살인마 이야기를 다룬다. 19세기 후반 벌어진 실제 연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제작한 동명의 체코 뮤지컬을 각색했다. 신성우 김법래 강태을 김바울이 맡는 살인마 ‘잭’ 배역은 인간의 잔인하고 어두운 면모를 다각도로 표현한다.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베카’에는 광기 넘치는 여성 캐릭터의 대명사 ‘댄버스 부인’이 등장한다. 집착과 광기 그리고 파멸로 이어지는 인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중독성 있는 고음역대의 넘버와 섬뜩한 눈빛, 표정이 그의 광기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에서는 신영숙과 옥주현이 배역을 맡는다. 이동섭 문화평론가 겸 작가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처럼 광기, 추함을 내세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국내 뮤지컬 초창기부터 흥행하자 이 성공 공식을 따르는 작품이 늘었다”며 “관객은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더 독특하고 더 센 캐릭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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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괴하지만 매력있어”…광인의 노래가 관객을 홀린다

    미치고 추해야 빛난다? 최근 주요 대형 뮤지컬에서 관객을 유혹하는 독보적 캐릭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이 빼어난 외모나 선한 캐릭터를 앞세운다면, 뮤지컬 속 주인공들은 비참할 정도로 추한 외모나 광기 넘치는 성격을 지녔다. 기괴한 매력을 뿜어내는 주인공들의 노래는 오히려 관객 마음의 문을 좀 더 능숙하게 열어젖힌다. 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 ‘콰지모도’는 추남 캐릭터의 대명사로 꼽힌다. 이 배역의 배우는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온종일 무대를 누빈다. 의상 한쪽 어깨에 솜으로 된 보형물을 넣고, 공연 내내 구부정한 자세로 연기한다. 목을 긁는 듯한 거친 목소리와 절규도 그를 상징한다. 마치 일그러진 안면근육에 안간힘을 쓰듯 힘겹게 노래한다. 검게 썩은 이빨, 휘어진 코, 멍이 든 듯한 눈 분장도 몰입감을 더한다. 내년 5월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주인공 지킬 박사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이중적 인물이다. 자신의 몸에 약물을 주입해 숨겨왔던 또 다른 자아 ‘하이드’로 변신한다. 이번 시즌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이 선보이는 이 배역은 분장부터 목소리,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특히 무대 조명 변화에 따라 순간적으로 두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는 짜릿함을 전한다.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로 무대를 활보하는 욕망에 지배받는 범죄자 ‘하이드’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내년 2월 20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도 ‘괴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앙리 뒤프레’는 1막 후반부터 시체를 이어 붙여 만든 피조물 ‘괴물’로 변신한다. 사회에서 버려지고, 핍박당한 괴물은 자신의 탄생을 저주하면서도 직접 겪은 상처를 창조주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기 위해 더 날카롭고 잔인해진다. 좀비처럼 흐느적대는 동작 연기는 기본. 지하를 뚫고 내려갈 듯한 저음부터 고음역대 넘버까지 소화하고 괴성, 절규로 원망섞인 감성을 표현한다. 음역대 폭이 넓은 만큼 배우들 사이서도 힘든 작품으로 꼽힌다. 주역 배우들이 연습 때 “죽고 싶은 심정”이라거나 “샤워하다 울었다”는 등 후기가 회자될 정도다. 이번 시즌 박은태 카이 정택운이 이를 소화한다. 3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영국을 광기로 몰아넣은 살인마 이야기를 다룬다. 19세기 후반 벌어졌던 실제 연쇄 사건을 토대로 제작한 동명의 체코 뮤지컬을 각색했다. 신성우 김법래 강태을 김바울이 맡는 살인마 ‘잭’ 배역은 인간의 잔인하고 어두운 면모를 다각도로 표현한다.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베카’에는 광기 넘치는 여성 캐릭터의 대명사 ‘댄버스 부인’이 등장한다. 집착과 광기 그리고 파멸로 이어지는 인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중독성 있는 고음역대의 넘버와 섬뜩한 눈빛, 표정 등이 그의 광기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에서는 신영숙과 옥주현이 배역을 맡는다.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이동섭 작가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처럼 광기, 추함을 내세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국내 뮤지컬 초창기부터 흥행하자 이 성공 공식을 따르는 작품이 늘었다”며 “현장성이 강한 공연에서 관객은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더 독특하고 더 센 캐릭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김기윤기자 pep@donga.com}

    •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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