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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영미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컬링 최초의 은메달을 획득한 경북체육회 여자컬링팀 ‘팀 킴’이 내분에 휩싸였다.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로 구성된 팀 킴은 최근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 등에 호소문을 보내 지도자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아왔으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A4용지 14장 분량의 호소문에서 이들은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센터장과 김민정 여자팀 감독, 장반석 총괄감독 때문에 오랜 시간 고통받아 왔다. 은퇴를 고려하는 선수가 있을 정도로 우리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김 감독의 아버지이며, 김 감독과 장 감독은 부부 사이다. 팀 킴은 지도자들이 대회 출전권을 빼앗는 등 팀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지도자들이 올해 8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선수들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또한 김 감독은 출근하지 않는 날을 세는 것이 쉬울 정도로 훈련장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감독 없이 훈련을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선수들에 따르면 김 감독은 외국인 코치와 함께 훈련할 때 통역 역할로 참여했다. 김영미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김 감독의 훈련 불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김 센터장이 ‘개 뭐 같은 ×’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의 사생활과 인터뷰에 대한 지나친 통제도 불화를 키운 원인이 됐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도자들은 우리가 인터뷰를 할 때 고교 은사 등에 대한 언급을 금지시키고, 김 센터장과 김 감독의 공적만 내세우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이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선수들은 “김 센터장이 김초희가 부상이라는 이유로 딸인 김 감독을 올림픽에 출전시키려고 했다. 주장인 김은정이 이의를 제기하자 선수들을 질책하며 ‘너희들이 잘나서 이런 연봉을 주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해준 만큼 너희가 못하면 병×다’며 인격 모독적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최근 결혼한 김은정에 대해서는 “결혼을 이유로 팀에서 제외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올림픽 후 광고 촬영 등 대외 활동에 대한 결정도 선수들과 상의 없이 지도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됐다고 한다. 선수들은 평창 패럴림픽에서 김은정이 최종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됐음에도 지도자들이 대한체육회에 ‘김은정이 성화 봉송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일방 통보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폭로했다. 금전적 의혹도 제기됐다. 선수들은 “2015년부터 세계컬링투어대회에 나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한 해에만 6000만 원 이상의 상금을 획득했지만 지도자들이 단 한 번도 상금을 배분해 주지 않았다. 올림픽 이후 여러 축하행사, 시상식, 팬 사인회 등에 참석했지만 사례비 등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모든 돈이 김 센터장의 개인 통장을 통해 수령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장 감독은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센터장은 폭언과 욕설을 한 적이 없다. 광고 촬영 등의 수입은 선수들의 개인 통장으로 배분됐으며 상금은 훈련비 등으로 사용됐다. 선수들이 7월에 이러한 사용 내역을 모두 확인한 뒤 사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장 감독은 “지난주까지도 다 같이 훈련을 했던 선수들이 7일 갑자기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들의 주장 중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 증거를 토대로 바로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KCC가 ‘절대 1강’으로 꼽히는 현대모비스를 꺾고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KCC는 7일 전주에서 열린 현대모비스와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안방경기에서 85-75로 승리했다. 장신 센터 하승진(221cm)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시즌 초반 부진에 허덕이던 KCC는 대어를 낚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KCC 승리 주역은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사진)이었다. 브라운은 적극적인 돌파와 악착같은 수비로 골밑을 지배했다. 브라운은 양 팀을 통틀어 최다인 23득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CC는 브라운이 골밑을 완벽히 지킨 가운데 이정현(14득점), 송교창(12득점) 등의 외곽포까지 살아났다. 현대모비스는 3점슛 16개를 시도해 3개만 성공시키는 등 외곽포가 터지지 않았다. KCC는 5승 6패로 7위를 유지했다. 선두 현대모비스(8승 2패)는 시즌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SK는 전자랜드를 82-69로 꺾고 단독 2위(7승 4패)가 됐다. SK는 이날 복귀 예정이었던 애런 헤인즈가 감기 몸살로 결장해 외국인 선수 1명으로 경기를 치렀지만 최부경(9득점, 15리바운드)이 골밑을 든든히 지킨 덕분에 완승을 거뒀다. 전자랜드는 6위(6승 5패)가 됐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라파엘 베니테스 뉴캐슬 감독이 그동안 내가 보여준 모습에 만족하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쟁을 이겨내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의 미드필더 기성용(29·사진)은 5일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팀 내 주전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신이 2018∼2019시즌에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감독의 신임을 얻을 기회가 충분하다는 얘기였다. 이번 시즌 뉴캐슬에 새 둥지를 튼 기성용은 6일 현재 EPL 4경기 출전(선발 2회)에 그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날카로운 패스 등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는 것과 달리 뉴캐슬에서는 그라운드를 밟는 기회조차 많이 얻지 못했다. 반면 경쟁자인 모하메드 디아메는 11경기, 존조 셸비는 8경기에 출전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수비력을 중시하는 베니테스 감독의 전술에서는 몸싸움 능력이 뛰어난 디아메 등이 더 안정적인 카드로 여겨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성용은 11월 들어 팀 내 입지를 바꿀 기회를 얻었다. 4일 왓퍼드와의 경기에 교체 투입된 뒤 뉴캐슬의 결승골에 도움을 기록한 것. EPL 17위 뉴캐슬(1승 3무 7패)은 왓퍼드전을 통해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향후 뉴캐슬이 본격적인 승점 사냥을 위해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할 경우 패스 능력이 뛰어난 기성용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기성용은 “시즌 초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뉴캐슬 이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평하는 것보다는 노력하는 것이 낫다’는 베니테스 감독의 말처럼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대표팀의 11월 평가전에 소집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뉴캐슬에서의 주전 경쟁에 집중할 수 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기성용과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눴다. 그가 소속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소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평가전 제외가 기성용의 대표팀 은퇴를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기성용이 대표팀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성용을 포함해 어떤 선수와도 대표팀 은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다. 아시안컵(내년 1월) 이후에도 필요한 선수는 우리 팀에 포함시킬 것이며, 기성용은 우리 팀의 중요한 멤버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힘들지만 내가 부족한 탓인걸요. 훌훌 털어버리고 선수 생활의 좋은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찾겠습니다.” 6월 2일. ‘아픈 하루’를 보낸 이청용(30·보훔·사진)은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낙마해 3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날이었다. 예비 명단에 포함돼 이승우(20·베로나)와 경쟁한 이청용이지만 당시 소속팀이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크리스털팰리스에서 벤치 신세에 머무른 탓에 경기력이 떨어져 최종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반면 평가전 등에서 활력소 역할을 한 이승우는 막내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태극마크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이청용은 결단을 내렸다. 9월 그는 EPL을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보훔에 입단했다. 그는 “보훔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 (대표팀 발탁 등)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 대표팀이 나를 부르면 체력적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청용의 에이전트는 “이청용은 독일에서도 대표팀 경기를 시청하며 국가대표 복귀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리그 7경기(선발 5경기)에 출전한 이청용은 한 경기에서 도움 3개를 기록하는 등 실전 감각을 되찾았다. 거액의 몸값이 뒤따르는 중동팀 이적을 대신해 과감히 독일 2부 리그로 향한 선택은 그를 다시 대표팀으로 이끌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5일 호주(17일), 우즈베키스탄(20일)과의 방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에 이청용을 발탁했다. 벤투 감독은 “사령탑 부임 이후 이청용의 상태를 체크해왔다. 소속팀에서 점차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가 이번 평가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 5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청용은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맡게 됐다. 이번 평가전에는 손흥민(토트넘·A매치 74경기)과 기성용(뉴캐슬·A매치 108경기)이 소속팀 경기 집중을 위해 소집되지 않는다. 두 선수가 빠진 대표팀에서 이청용은 A매치 경력(79경기)이 가장 많은 선수다. 이청용이 소속팀 활약을 통해 대표팀에 재승선한 반면에 이승우는 소속팀에서의 저조한 활약에 발목이 잡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스타덤에 오른 뒤 ‘벤투호’에 꾸준히 소집됐던 이승우는 이번 평가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미미하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에는 이승우와 같은 포지션에 능력이 뛰어나고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는 이번 시즌 이탈리아 2부 리그 4경기 출전에 그쳤고, 선발은 1경기뿐이었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준비 중인 벤투 감독은 평가전을 통해 중앙 수비수 장현수(FC도쿄)의 공백을 메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군복무 대신 수행해야 하는 봉사활동의 확인서를 허위 조작한 장현수에게 국가대표 자격 영구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벤투 감독은 “장현수가 빠져 전력 손실이 생긴 것은 맞지만 협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 수비에는 기존 멤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김민재(전북),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이 소집된 가운데 권경원(톈진 취안젠)이 새롭게 합류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김영권, 김민재가 주전 경쟁에서 앞서 있는 구도지만 최근 컨디션이 좋은 정승현 등도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간판스타 차준환(17·사진)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2개 대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차준환은 4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3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60.37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82.82점으로 4위였던 차준환은 최종 합계 243.19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9월 오텀 클래식에서 기록한 자신의 최고점(259.78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경쟁자들이 4회전 점프에서 무더기 실수를 범하는 등 부진해 3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28일 끝난 ISU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한국 남자 시니어 선수 사상 처음으로 그랑프리 메달을 목에 걸었던 차준환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차준환이 선전하는 비결은 완벽한 몸 상태에 있다. 지난 시즌 그는 자신에게 맞는 부츠를 찾지 못해 고생했다. 착용하는 부츠마다 발목 부분이 쉽게 접히는 문제가 발생해 점프 후 착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발목 부상까지 겹치면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준환의 소속사 관계자는 “부상 방지와 체력 강화에 집중한 훈련 덕분에 점프를 한결 수월하게 해내고 있다. 현재 착용 중인 부츠도 (발목 부분이 접히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전반 16분. 상대 문전으로 침투한 손흥민(26·토트넘)은 델리 알리의 침투 패스를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주먹을 불끈 쥐며 달려간 손흥민은 무릎을 꿇고 그라운드에 슬라이딩하며 포효했다. 오랜 골 가뭄을 해소하며 기세가 오른 그는 후반 9분 드리블로 약 30m를 질주한 뒤 왼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에는 두 골을 의미하듯 손가락 2개를 펼치며 환하게 웃었다. 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웨스트햄의 2018∼2019 카라바오컵(리그컵) 16강전. 손흥민이 드디어 시즌 첫 골맛을 봤다. 그것도 ‘멀티 골’이다. 두 번째 골은 결승골이 됐고 토트넘이 3-1로 이겼다. 손흥민은 이날 토트넘에서 150번째 경기를 치렀다. 손흥민은 “그동안 골을 못 넣어서 팀에 미안했는데 마침내 골 감각을 되찾았다. 자신감을 되찾은 만큼 아스널과의 8강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각종 대회를 통틀어 10경기 만에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 18골을 터뜨린 그이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참가하며 체력이 소모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월드컵 첫 경기 스웨덴전(6월 18일)부터 아시아경기 결승 일본전(9월 1일)까지 76일 동안 손흥민은 14경기(토트넘 프리시즌 경기 포함)를 뛰었다. 5.4일에 한 번꼴로 경기를 뛴 손흥민은 이 기간에 6번이나 국경을 넘는 강행군을 소화했고, 아시아경기 이후에도 소속팀 경기와 한국 축구대표팀 A매치를 병행하며 컨디션이 저하됐다. 10월 A매치 이후 스스로 “지쳤다”고 말했던 손흥민은 지난달 30일 맨체스터시티와의 EPL 경기에 결장한 덕분에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보약’ 같은 휴식을 취한 그는 이날 두 골을 폭발시키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은 그동안 골 감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활약으로 손흥민이 주전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흥민의 경쟁자인 에리크 라멜라가 맨시티전에서 상대 수비가 자신을 마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의 협의에 따라 대표팀의 11월 A매치에 소집되지 않고 소속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손흥민의 득점력이 가장 뛰어나다. 체력과 골 감각이 회복세인 만큼 팀에서 손흥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시즌 개막 전에는 3점슛 성공률이 40∼50%는 되는 선수였는데….” 프로농구 LG 관계자는 최근 극심한 3점슛 난조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선수 조쉬 그레이(25·가드·사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2018∼2019시즌 개막 전부터 그레이는 미국프로농구(NBA) 경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시즌 NBA 피닉스와 NBA 하부리그 소속 노던 애리조나에서 뛰었다. 노던 애리조나 시절 그의 3점슛 성공률은 41%였다. LG 관계자는 “그레이가 일본 전지훈련(9월)에서는 매 경기 4, 5개씩은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슛 감각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레이는 정작 시즌 개막 후 3점슛 감각이 급격히 떨어졌다. 돌파를 통한 득점(평균 18.1득점)은 위력적이지만 점수 차를 벌리거나 추격을 할 때 시도한 3점슛이 번번이 림을 외면해 애를 먹고 있다. KCC와의 첫 경기에서 3점슛 12개를 시도해 모두 실패했던 그레이의 3점슛 성공률은 18.8%에 그치고 있다. 3점슛 부진의 원인은 부상과 부담감이다. LG 관계자는 “그레이가 전지훈련과 시즌 개막 직전 연습경기에서 양쪽 발목을 다쳤다. 이 여파로 슛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태에서 정규 시즌에 들어갔는데 실전에서 외곽슛 성공률이 떨어지자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레이는 지난달 30일 삼성전에서는 3점슛을 한 개도 시도하지 않고 팀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LG가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그레이의 3점슛 감각이 돌아와야 한다. 김일두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LG는 제임스 메이스가 골밑을 잘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그레이의 외곽포가 살아나면 다양한 공격 루트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주엽 LG 감독은 그레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그레이에게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슛을 쏘라’고 주문한다. 성실한 선수인 만큼 경기를 거듭할수록 슛 감각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31일 경기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전자랜드(공동 6위)를 92-72로 꺾고 선두를 질주했다. KT는 오리온(공동 9위)을 91-81로 누르고 3연승해 단독 2위가 됐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독일 무대에 진출한 이청용(30·보훔·사진)이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청용은 30일 독일 보훔에서 열린 얀 레겐스부르크와의 2018∼201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안방경기에서 도움 3개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뛰다가 이번 시즌 보훔으로 둥지를 옮긴 이청용은 이적 후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청용은 팀이 0-1로 지고 있던 전반 추가 시간에 돌파에 이은 왼발 패스로 로베르트 테셰의 동점골을 도왔다. 후반 9분에는 행운이 따랐다. 골키퍼의 킥이 이청용의 등을 맞고 상대 골문으로 굴러갔고, 루카스 힌터세어가 이를 침착하게 골로 연결해 이청용의 도움이 됐다. 이청용은 후반 20분에는 상대 패스를 차단한 뒤 패스를 시도해 팀의 세 번째 골을 도왔다. 보훔은 이청용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수비로 3골을 내주며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이청용은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10경기밖에 뛰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떨어졌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 승선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보훔에 입단한 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 방문 평가전을 앞둔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다음 달 5일 발표되는 대표팀 명단에 베테랑 이청용을 포함시켜 활용 가능성을 실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청용이 대표팀에 뽑힐 경우 그는 황희찬(함부르크), 이승우(베로나) 등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그라운드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경기장에 들어서니 울컥하더라고요.” 프로축구 K리그1 전북의 측면 수비수 김진수(26·사진)에게 28일 수원전(2-0 전북 승)은 특별했다. 3월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친 이후 7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후반 42분 교체 투입돼 짧은 시간을 뛰었지만 스피드를 살린 돌파로 전북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주전 왼쪽 측면 수비수로 활약했던 김진수(A매치 34경기)는 부상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참가가 좌절됐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 수장이 파울루 벤투 감독으로 바뀌었지만 재활 중이던 김진수는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하지만 김진수가 이번에 정상 컨디션을 증명한 만큼 대표팀 복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표팀은 다음 달 호주(17일), 우즈베키스탄(20일)과 호주에서 방문 평가전을 치른다. 날카로운 왼발 킥이 장기인 김진수가 대표팀에 합류하면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의 주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9, 10월 평가전에서는 홍철(수원)과 박주호(울산)가 왼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과 장현수(FC도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숙제로 떠올랐다.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의 협의에 따라 11월 평가전에 소집되지 않는다. 손흥민의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는 문선민(인천)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병역 혜택으로 군 복무 대신 수행해야 하는 봉사활동의 확인서를 허위 조작해 물의를 빚은 장현수는 협회의 징계 수위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 참가도 어려울 수 있다. 그의 공백을 메울 선수로는 안정적 수비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끈 정승현이 꼽힌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4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한국축구대표팀 수비수 장현수(27·FC도쿄·사진)가 군 복무 대신 수행해야 하는 봉사활동의 확인서를 허위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거짓된 봉사활동 자료 제출로 논란을 빚은 장현수가 봉사활동 확인서 조작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에 따르면 장현수 측은 26일 체육요원의 봉사활동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현수는 병역법에 따라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체육 분야에서 34개월간 근무하면서 특기를 활용한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장현수는 봉사활동으로 모교 축구부를 지도했다. 그러나 하 의원이 확보한 봉사활동 확인서 등에 따르면 장현수는 폭설로 축구부가 눈을 치웠다는 날에도 훈련을 했다며 훈련 사진을 제출했다. 하 의원 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봉사활동 실적을 허위로 증빙한 장현수에게 경고 처분(1회 경고 처분 시 의무복무기간 5일 연장)을 하겠다고 전해왔다”고 전했다. 11월 대표팀 명단에서 장현수를 제외하기로 한 대한축구협회는 장현수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다. 장현수는 “11월 A매치 기간과 시즌 종료 후 휴식 기간에 봉사활동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4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한국축구대표팀 수비수 장현수(27·FC도쿄)가 군 복무 대신 수행해야 하는 봉사활동의 확인서를 허위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거짓된 봉사활동 증빙 자료를 제출해 논란을 빚은 장현수가 봉사활동 확인서 조작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에 따르면 장현수 측은 26일 체육요원의 봉사활동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유선 연락해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장현수는 병역법에 따라 체육요원으로 편입돼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체육 분야에서 34개월간 근무하면서 특기를 활용한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장현수는 봉사활동으로 모교 축구부를 지도했다. 하지만 하 의원이 확보한 봉사활동 확인서 등에 따르면 각기 다른 날 훈련했다고 주장한 사진 2장에서 옷과 구름 모양이 똑같았다. 또한 장현수 측은 폭설로 축구부가 눈을 치웠다는 날에도 훈련을 했다며 훈련 사진을 제출했다. 당초 병무청에 보낸 자료에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던 장현수 측은 거듭된 해명 요구에 결국 조작 사실을 시인했다. 하 의원 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병역법에 따라 봉사활동 실적을 허위로 증빙한 장현수에게 경고처분(1회 경고 처분 시 의무 복무기간 5일 연장)을 하겠다고 전해왔다. 대한축구협회에도 징계 절차를 밟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11월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서 장현수를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장현수는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에게 “봉사활동을 하려면 대표팀 소집에 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11월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협회 관계자는 “11월 평가전 제외 외에 장현수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장현수는 협회를 통해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고 있다. 11월 A매치 기간과 시즌 종료 후 휴식 기간에 봉사활동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후반 37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미드필더 세르징요의 오른발 슈팅이 수원 골망을 흔들자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3-3 동점이 되면서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수원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행이 좌절되는 상황이었다. 수원 팬들은 이내 “힘을 내라! 수원!”이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프로축구 K리그1 수원이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마와의 ACL 4강 2차전 안방경기에서 3-3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던 수원은 1무 1패(합계 5-6)로 무릎을 꿇었다. 2001, 2002년 ACL의 전신인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달성한 이후 16년 만에 정상 등극을 노렸던 수원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1차전에서 역전패한 탓에 이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수원은 초반부터 공세적으로 나섰다. 전반 25분 가시마의 야마모토 슈토에게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7분 임상협이 1차전에서 ‘악연’을 맺은 가시마의 한국인 골키퍼 권순태의 손에 맞고 튀어나온 공을 넘어지면서 오른발로 밀어 넣어 동점골을 만들었다. 1차전 당시 권순태는 볼 경합 과정에서 임상협과 가볍게 충돌한 뒤, 임상협에게 발길질과 박치기를 하는 등 비신사적 행위를 했다. 이날 수원 팬들은 권순태가 공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를 보냈다. 임상협의 골로 탄력을 받은 수원은 후반 8분 조성진, 후반 15분 데얀이 추가골을 넣으면서 3-1로 앞서 나갔다. 데얀은 ACL 통산 36골로 이동국(전북)과 함께 개인 통산 최다 득점 타이를 이뤘다. 하지만 막판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후반 19분에는 가시마의 니시 다이고가 추격골을 넣었고 이어 세르징요가 동점골까지 터뜨렸다. 방문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최소 2골을 더 넣어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던 수원은 이후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추가골을 넣지는 못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후반전에 전술 변화를 통해 3-1로 리드를 가져왔다. 하지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쉽게 골을 내준 것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수원=강홍구 windup@donga.com·정윤철 기자}
서정원 감독(48)이 복귀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1 수원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까. 수원은 24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2018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치른다. 1차전 방문 경기에서 먼저 2골을 넣은 뒤 내리 3골을 내줘 2-3으로 역전패한 수원은 2차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수원은 16년 만의 대회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수원은 1차전을 이병근 감독 대행 체제로 치렀다. 하지만 2차전은 돌아온 서 감독이 벤치를 지킨다. 8월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사표를 냈던 서 감독은 구단의 복귀 설득을 받아들여 15일 복귀했다. 서 감독 복귀 이후 수원은 축구협회(FA)컵 8강에서 제주를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고, K리그1에서는 포항을 격파했다. 서 감독은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가 돌아온 이후 선수들이 안정감과 자신감을 되찾았다. 상승세에서 나오는 투지와 냉정한 경기 운영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겠다”고 말했다. 수원과 가시마의 2차전은 양 팀 선수들의 뜨거운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1차전 당시 가시마의 한국인 골키퍼 권순태(34)가 수원 미드필더 임상협(30)과 볼 경합 과정에서 가볍게 충돌한 뒤, 임상협에게 발길질과 박치기를 하는 비신사적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권순태는 “상대가 한국 팀이어서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았다”는 발언을 해 국내 축구팬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임상협은 “2차전은 안방에서 열리기 때문에 1차전과는 다른 경기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수원 구단은 팬들의 응원이 지나치게 과열돼 선수와의 충돌이 생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원 관계자는 “서포터스가 응원에 사용할 대형 천의 디자인은 AFC에 사전 허락을 받았다. 구단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응원 도구와 인종차별적 내용의 응원 구호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분 간격의 서로 다른 조에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한 브룩스 켑카(28·사진)와 게리 우들랜드(34·이상 미국). 각각 16번(파4), 17번홀(파3)에 돌입한 선두 켑카(18언더파)와 2위 우들랜드(17언더파)는 티샷이 나란히 벙커에 빠졌다. 위기의 순간. 2017∼2018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올해의 선수’인 켑카의 저력이 드러났다. 켑카는 벙커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이 러프에 빠져 위기가 계속됐다. 핀까지 약 23m 거리에 선 켑카는 신중하게 칩샷을 시도했다. 공은 땅에 떨어진 후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깃대를 맞고 홀컵 안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탄탄한 체격(183cm, 93kg)과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만든 단단한 팔뚝이 인상적인 ‘근육맨’ 켑카는 오른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그는 “16번홀에서 칩 인 버디에 성공하면서 우승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반면 우들랜드는 17번홀에서 2m짜리 파 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범해 추격에 실패했다. 이날 세 차례 공동 선두를 이루는 등 치열했던 두 선수의 명암이 갈리는 순간이었다. 켑카는 18번홀(파5)에서 이글까지 낚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우들랜드를 4타 차로 제친 완승이었다. 켑카는 21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PGA투어 ‘더 CJ컵 @ 나인브릿지(더 CJ컵)’에서 21언더파 267타로 정상(우승상금 171만 달러)에 올랐다. PGA투어 통산 우승은 5승이 됐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켑카는 4라운드 전반에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PGA투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8위(평균 313야드)에 오른 장타력과 퍼팅 감각이 살아났다. 특히 그는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4)에서 약 7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지난 시즌 2개의 메이저 우승(US오픈, PGA챔피언십)을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켑카는 자신의 시즌 첫 대회인 더 CJ컵에서 우승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더 CJ컵은 지난해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올해 켑카까지, 전 시즌 올해의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켑카는 “내 힘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1위에 올라 기쁘다. 이 기세를 몰아 앞으로 메이저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시우(7언더파)가 공동 23위로 가장 성적이 좋았다. 제주 출신 신예 임성재(4언더파)는 공동 41위로 대회를 마쳤다. 토머스는 공동 36위(5언더파). 서귀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선수들에게 동작을 더 크게 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입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한국말이 나왔다. “더 크게!” 이 말을 한국인 수석코치가 베트남인 코치에게 영어로 전달하면, 베트남 코치가 베트남어로 선수들에게 알려줬다. 하지만 열정 가득한 감독은 베트남어가 나오기도 전에 양팔을 벌리고 펄쩍 뛰며 온몸으로 지시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동작만 보고 의도를 알아차렸다. 베트남 선수들은 더 힘차게 몸을 움직였다. 18일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59)의 지휘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베트남어에 익숙하지 않지만 다양한 제스처로 선수의 이해를 돕는다. 박 감독은 “통역이 없을 때는 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악수와 포옹 등 스킨십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 주는 등 그가 온몸으로 표현한 ‘파파(아버지) 리더십’이 단기간에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박 감독은 쌀 주산지인 베트남의 거스 히딩크(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대표팀 감독)라는 뜻에서 ‘쌀딩크’로 불린다. 베트남대표팀은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으로 이날부터 30일까지 NFC에서 훈련한다. 협회 관계자는 “베트남대표팀은 NFC 숙소와 식당을 모두 사용한다. 한국대표팀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른 국가의 사용을 허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베트남대표팀에 무료로 시설 사용을 허가했다. 박 감독이 ‘조국’ 한국을 찾은 이유는 다음 달 동남아시아선수권대회(스즈키컵)를 앞두고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는 “선수 30명과 함께 한국에 왔다. 수준 높은 한국 프로 팀과의 경기를 통해 스즈키컵에 출전할 선수 23명을 추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베트남대표팀은 인천(22일), FC서울(25일), 서울 이랜드(29일)와 평가전을 갖는다. 박 감독은 한국 팀과의 대결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베트남이 중동 국가를 상대로는 좋은 경기를 하지만 한국, 일본 등에는 징크스가 있다. 경기를 하기 전부터 부담을 느낀다. 이번 기회에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법을 선수들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노린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강호가 출전하지 않는 대회이기 때문에 최근 실력이 급상승한 베트남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준우승)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4강)에서 베트남의 역대 최고 성적을 이뤄낸 박 감독이지만 스즈키컵은 부담이 되는 눈치였다. 그는 “베트남 사람들이 우승을 기대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내 운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즐겁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LG 조쉬 그레이의 골밑슛은 림을 돌아 나왔다. 재차 공을 낚아챈 그레이가 건넨 공을 조성민이 받지 못하면서 LG의 마지막 공격 기회는 사라졌다. 혈투 끝에 DB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시즌 개막 후 2연패에 빠졌다가 3경기 만에 첫 승을 낚은 DB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 얼싸안았다. 지난 정규시즌 챔피언 DB는 17일 원주에서 열린 LG와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안방경기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7-116으로 승리했다. 전반까지 LG에 44-50으로 밀렸던 DB는 3쿼터에 마커스 포스터의 무서운 득점력을 앞세워 전세를 뒤집었다. 내·외곽에서 맹활약한 포스터는 역대 한 쿼터 개인 최다 득점 타이인 24점을 3쿼터에 폭발시켰다. 3쿼터가 끝났을 때는 DB가 80-67로 앞섰다. 4쿼터에서는 LG가 가드진의 공격력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그레이와 김시래가 나란히 4쿼터에 9점씩을 넣은 LG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97-94로 앞섰다. 그러나 DB는 해결사 포스터가 마지막 공격에서 3점슛을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차 연장에서 양 팀은 나란히 13점씩을 넣었다. DB는 포스터(47득점)가 5반칙 퇴장당하면서 위기에 처했지만 악착같은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끈끈한 경기력을 보여준 DB는 114-116으로 뒤진 2차 연장 종료 38초 전 한정원이 117-116을 만드는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값진 승리를 낚았다. LG 그레이는 시즌 1호 트리플 더블(30득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을 작성했지만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안양에서는 KT가 KGC를 89-86으로 꺾고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KT 서동철 감독의 사령탑 데뷔 후 첫 승이기도 하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주성이 형은 잠을 안 자나 봐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요.” 요즘 프로농구 DB의 포워드 윤호영(34·사진)의 휴대전화에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주성(39)이 보낸 메시지가 가득하다.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 중인 김주성은 윤호영에게 “절대 다치면 안 된다” “부담을 떨쳐내고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가라” 등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윤호영은 “원래 메시지를 많이 보내는 형이 아닌데…. (김주성이) 내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성의 걱정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센터인 김주성(205cm)과 윤호영(196cm)이 골밑에서 함께 ‘산성’을 구성하며 DB를 이끌었다. 하지만 김주성이 코트를 떠난 이번 시즌부터는 윤호영이 골밑에서 담당해야 할 몫이 더 커졌다. 또한 그는 간판스타이자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16일 윤호영은 “주장도 아닌데 갈수록 책임감만 더 커진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주성이 형처럼 묵묵히 후배들을 이끌고 앞으로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높이에 슈팅 능력까지 겸비해 내·외곽에서 모두 위력을 발휘하는 윤호영은 2011∼2012시즌 평균 11.96득점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라 DB의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허리(2015년)와 아킬레스힘줄(2017년)을 다쳐 각각 10, 8개월(정규리그 기준) 코트를 떠나면서 경기력이 떨어졌다. 지난 시즌 그는 평균 17분을 출전했고, 평균 득점도 4.73점에 그쳤다. 윤호영의 가장 큰 목표는 다치지 않고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그는 “두 번의 큰 부상 때문에 팬들은 나를 ‘항상 다쳐 있는 선수’로 본다. 하지만 지금은 몸 상태가 정말 좋다. 비시즌 훈련도 성실히 수행한 만큼 정규리그 전 경기를 모두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범 DB 감독도 “팀의 중심인 윤호영이 이번 시즌에는 평균 25∼30분을 뛰면서 팀을 이끌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호영은 어린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고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윤호영은 “코트에서 한발 더 뛰는 모습으로 어린 선수들의 투쟁심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5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한국과 맞붙은 파나마는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이 상대한 팀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낮은 팀이다. 파나마의 FIFA 랭킹은 70위로 한국(55위)보다 15계단 낮다. 또한 파나마는 전날까지 A매치 6연패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던 팀이다. 수비를 두껍게 한 뒤 역습과 세트피스로 골을 노린 파나마를 상대로 한국은 2골을 내줬다. 2골 모두 실수에서 비롯된 실점이라는 것이 뼈아팠다. 2-0으로 한국이 앞선 전반 45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골문으로 달려드는 상대 공격수를 놓쳐 헤딩골을 허용했다. 김민재 등 수비수들이 모두 페널티박스 안에 있었지만 집중력이 부족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세트피스에서 확실한 대인마크가 이뤄지도록 수비 전술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반 4분에는 ‘최악의 백패스’가 나왔다.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가 수비 진영으로 백패스한 것이 파나마 공격수 롤란도 블랙번에게로 향했고, 블랙번은 이를 침착하게 동점골로 연결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5556명의 관중은 “힘내라”를 외치며 대표팀을 독려했다. A매치 4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대표팀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대표팀은 파상 공세를 펼치고도 2-2로 비겼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4경기 연속 무패(2승 2무)를 이어갔지만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결과였다. 출발은 좋았다. 한국은 전반 4분 만에 황희찬의 측면 돌파에 이은 패스를 박주호가 논스톱 슛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뽑았다. 전반 32분에는 손흥민이 상대 밀집수비를 뚫고 찔러준 공을 황인범이 슛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뽑았다. 두 골 모두 돌파와 패스가 멋지게 이루어진 결과였다. 박주호 황인범 모두 A매치에서 첫 득점을 기록했다. 박주호는 측면 수비수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의 전술을 완벽히 수행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황인범도 재치 있는 돌파와 슈팅 능력을 보여줬다. 황인범은 정우영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선수의 다양한 득점 루트를 찾아낸 것은 소득이다. 그러나 수비 집중력 부족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등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파나마처럼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를 주도해도 실수가 나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벤투 감독은 “전반 35분 정도까지는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지만 그 이후부터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에이스 손흥민은 경기를 이끌어가며 날카로운 패스를 보여줬지만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득점이 없는 손흥민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의 협의에 따라 손흥민은 11월 A매치와 아시안컵 본선 1, 2차전까지 소집되지 않는다. 벤투 감독으로서는 9, 10월 A매치 데이터를 토대로 손흥민의 활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한편 이날 일본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4-3으로 이겼다. 천안=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흘러내리듯 가파른 산세 속에 풀과 나무도 드문 지역이었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협곡에는 산을 찢으며 흐르는 듯한 얼음 계곡이 있었다. 눈도 없는 민둥산 같은 산허리는 평지라고는 찾기 힘들었다. 그곳에 위치했던 베이스캠프는 통째로 사라져서 군데군데 텐트를 쳤던 구멍만 보였다. 해발 3500m에 있던 베이스캠프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200m에 원정대의 각종 물품이 흩어져 있었다. 김창호 대장을 비롯한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헬기는 현지 시간 14일 오전 7시 15분 사고 지역에서 70km 떨어진 포카라시를 출발해 오전 8시경 현장에 도착했다. 가파른 지형 탓에 헬기가 착륙할 수 없어 구조대원들이 밧줄을 타고 내려와 시신을 한 구씩 차례로 수습했다. 당초 기상 문제로 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날씨가 좋아 구조작업은 3시간 만에 끝났다. 사고 현장 인근 구르자카니 마을에서 신원 확인 및 경찰의 사건조서 경위조서 등을 작성한 후 헬기 2대를 동원해 카트만두로 출발해 오후 5시 15분경 트리부반 국립대병원에 시신들이 안치됐다. 주네팔 한국대사관 측은 현지 병원 및 경찰 당국과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부검 및 장례 관련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 대사관 직원 1명이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다. 외교부는 15일 신속 대응팀 2명을 파견해 유가족 및 산악연맹 측이 네팔 현지를 방문할 경우 신속한 입국 절차를 지원하고 장례 및 시신 운구 등을 위해 협조할 계획이다. 비행기표가 매진된 탓에 유가족들의 네팔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기범 한국산악회장은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어 유가족 등이 네팔로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시신을 국내로 옮겨서 합동 장례식을 치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관계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례적 돌풍이 앗아간 현장 김창호 대장 등 원정대의 도전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됐다. 원정의 예상 종료일은 다음 달 11일까지였다. 이들은 네팔 포카라를 경유해 다르방(1070m), 팔레(1810m), 구르자 고개(3257m), 구르자카니 마을(2620m) 등을 거쳐 구르자히말 남면 쪽 케야스콜라(3500m)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뒤 남벽 직등 신루트 등반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원정대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것은 11일이었다. 김 대장의 친구인 서기석 유라시아트랙 대표는 “격려 차원에서 베이스캠프를 방문했던 정준모 전 한국산악회 이사가 11일 최홍건 한국산악회 고문과 만나기로 약속한 베이스캠프 인근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다. 최 고문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해 듣고 내가 베이스캠프로 위성전화를 시도해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2일 서 대표 등이 현지 가이드를 동원해 베이스캠프 수색을 실시한 끝에 시신이 널려 있고 베이스캠프가 파괴됐다는 것을 파악했다. 김 대장의 사고가 정상에서 가까운 캠프가 아닌 베이스캠프에서 일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베이스캠프는 인근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남선우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장은 “베이스캠프는 산악인들의 휴식처이자 보급처로 통한다. 많은 인원이 몰려 있는 곳에서 사고가 발생해 희생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고 수습을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산악연맹 측은 “베이스캠프에 돌풍이 불어닥치면서 이에 휩쓸려 급경사면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변기태 한국산악회 부회장은 “사고 현장에는 돌풍 흔적이 여럿 남아 있다. 시신 9구가 상당한 거리로 모두 분산돼 있고, 계곡 쪽에 나무가 뽑혀 베이스캠프로 올라와 있다. 눈사태가 원인이었다면 시신들이 한곳에 몰려 있는 상태로 발견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변 부회장은 “시신 중 일부는 침낭 안에 들어 있었다고 했다. 밤에 자다가 폭풍이 불어닥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코리안루트’와 ‘코리안웨이’ 해발 7193m의 구르자히말이 속한 다울라기리산군은 최고봉 높이가 8167m로 세계에서 7번째로 높다. 지형이 거칠고 급경사가 많은 구르자히말에는 수직 높이가 3000m에 달하는 거대한 벽이 있다. 김 대장은 아직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던 이 남벽에 ‘코리안웨이’라는 신루트를 개척하려고 했다. 7년 전에도 한국 산악계는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했던 박영석 대장은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코리안루트’를 개척하려다가 실종됐다. 둘의 도전에는 한국 산악인들의 사명감이 숨어 있다.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의 최초 정복 등 많은 기록은 19세기부터 도전을 시도한 유럽 산악인들의 몫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산악인들은 아직까지 남겨진 최고 난도의 코스 개척을 위해 도전해왔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정훈 기자}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는 싸왔던 짐을 다시 풀었다가 싸고는 했다. 강추위가 몰아치는 신들의 땅 히말라야 산중에 불빛은 없었다. 1700여 일의 단독 등반 도중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라고 했다. 짐을 풀었다가 다시 싸는 것은 이를 이기기 위한 그의 습관이었다. 그 속에 들어 있던 램프며 취사도구며 지도 등을 보고 말을 걸고는 했다. “고장 나면 안 돼? 잘해 줄 거지?” 그래도 잠이 오지 않을 때면 그는 어둠 속에서 낮에 갈아두었던 피켈을 갈고 또 갈며 자기 다짐을 하고는 했다. 산악인 김창호(49)는 국내 순수 알피니즘의 보루 같은 인물이었다. 수없이 들었을 “산에 왜 가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면 그는 거창한 표현 대신에 “히말라야 정상에 올라 담배 한 개비 피우는 여유를 갖고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흔히들 상업 등반과 대규모 기획 등반이 늘어난 현대 등반에서 알피니즘의 낭만이 사라졌다고들 했다. 대자연과 마주한 고독 속에서 치열한 자기 고투를 벌이는 것이 산악계에 흐르는 알피니즘의 정신이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궁극에는 대자연과의 합일 속에서 자유로운 육체와 정신의 행위를 추구했었다. ‘담배 한 개비의 여유’는 산 아래 세상의 경제논리와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그의 등산 철학의 압축된 표현이었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했던 그의 젊은 시절은 이 같은 정신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서울시립대 산악부 출신으로 해병대를 제대한 그는 2000년부터 2006년 사이 1700여 일 동안 스폰서 없이 홀로 파키스탄과 네팔 등지의 히말라야 일대를 탐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2004년 8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잔당에게 붙잡혀 두 손을 묶이기도 했다. 탈레반들은 3m 거리 앞에서 그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총알은 빗나갔다. 그는 그렇게 살아났다. 이때 그가 마련했던 방대한 자료는 이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귀중한 자료로 쓰였다. 학술연구에 가까운 철저한 준비가 그가 세계 최단기간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비결이다. 그는 2013년 5월 19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무산소 등정하며 2005년 7월 14일 낭가파르바트(해발 8125m)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7년 10개월 6일 만에 14좌를 모두 올랐다. 폴란드의 예지 쿠쿠치카가 세운 14좌 최단 기간 완등 기록을 1개월 8일 앞당긴 기록이었고, 무산소 등정으로는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우룹코가 갖고 있던 8년 11개월 17일을 1년여 앞당겼다. 당시 전 세계에서 14좌를 완등한 31명 중 10년 이내에 기록을 달성한 사람은 6명뿐이었다. 무산소로 14좌를 완등한 이는 김창호를 비롯해 14명뿐이었다. 2012년 산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피켈’ 아시아상, 2013년 대한민국 산악대상을 받았다. 그는 공기통을 메고 오르는 것보다 철저하게 ‘인간의 힘’으로 오르고자 했다. “산을 정복하기 위해 오르지 않는다. 등반 과정의 즐거움을 추구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산소가 일반 대기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8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산행하는 고통을 어지럽고 메스껍고 온몸이 망치로 맞은 듯 피곤한 상태에서 걸어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등반 도중 체력 저하로 옷을 입은 채로 오줌을 눌 정도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는 체력 저하로 인해 실제로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고통스러웠던 산행 끝에 정상에 설 때면 온 세상과 대자연이 가슴에 들어오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거기서 다시 느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2013년 7월 다시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그는 같이 갔던 동료 서성호 대원의 사망으로 한동안 방황했으나 고난도 미개척지에서 더 큰 도전을 시작했었다. 장기적으로 산악인 기금을 마련해 후배 산악인들이 대기업 스폰서를 의식해 무리하지 않고 자유로운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서울시립대 산악부 후배였던 부인과의 사이에 세 살 난 딸이 있다. ‘집에서 집으로(from home to home)’로 안전하게 산행하자는 좌우명을 갖고 있던 그였지만 대자연의 돌변 앞에 스러졌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