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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의 발 빠른 대응도 대형 참사를 피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소방 선발대는 8일 오후 11시 14분 최초 화재 신고가 들어온 뒤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빨리 출동한 덕에 화재가 갑자기 커졌을 때도 대처가 신속했다. 한 구조대원은 20대 여성을 업고 33층을 계단으로 뛰어 내려오기도 했다. 울산남부소방서 소속인 이정재 구조대장은 김호식 소방교 등 3명과 함께 8일 밤 12시 무렵 33층에서 주민 3명을 찾았다. 이 대장은 “연기가 자욱한 집 안 방문을 열어보니 여성 3명이 창문 쪽에서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 소방교가 먼저 상태가 가장 심각한 이모 씨(20)를 업고 내려간 뒤 이 대장은 나머지 여성들을 옥상으로 대피시켰다. 이 대장은 “무거운 장비를 든 채 성인 여성을 업고 내려가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 소방교가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는 마음에 초능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했다. 소방당국이 15층 피난안전구역(대피층)에 전진지휘소를 설치해 진압을 이끈 것도 주효했다. 소방 관계자는 “이곳에 200여 명이 투입돼 교대로 아파트 곳곳을 돌며 인명 수색과 구조에 주력했다”고 전했다. 소방대원들은 이곳을 거점으로 위층과 아래층의 화재 현장을 쉼 없이 오고 갔다. 15층으로 피신했던 주민 A 씨는 “구조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안내했고, 두려움에 떨 때 ‘걱정하지 말라. 모두 살 수 있다’며 힘을 북돋웠다”고 전했다. 고층에서 옥상 쪽으로 대피한 주민들도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법시행령 제34조에 따르면 30층 이상 49층 이하 준초고층건물은 전체 층수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층으로부터 상하 5개 층 사이에 대피층을 설치해야 한다. 소방당국은 “대피층은 내화(耐火) 구조를 갖춘 구역으로 화재가 벌어졌을 때 주민들의 임시 피난처이자 소방 작업을 위한 전초기지가 된다”고 전했다.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15층 피난층이 설계 당시부터 핵심적으로 건축됐다고 한다. 해당 건물을 설계한 한만원 HNS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설계부터 대피층 마련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해당 공간은 주거시설이 없는 텅 빈 공터와 같은 곳으로, 위아래로 내화 설계가 돼 있는 층”이라고 설명했다.울산=조응형 yesbro@donga.com / 이소연 기자}
8일 밤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화재는 발생 초기 33층 건물 외벽 전체가 불길에 휩싸일 정도로 크고 거셌다. 바람을 타고 날린 불씨가 인근 대형마트에 떨어져 불이 옮겨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수라장 같은 현장에서도 주민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어둠을 뚫고 화재 현장을 탈출했다. 현장 소방대원도 “주민들이 서로를 챙기며 침착하게 탈출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여성과 아이, 노약자 먼저” 불이 크게 번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주민 20여 명은 소방관의 안내를 받아 옥상으로 대피했다. 그런데 한 남성이 “어린이와 여성분들 먼저 올려보냅시다”라고 소리쳤다. 당장 일분일초가 급했지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남성들은 뒤로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와 여성, 노인들을 앞줄로 보내며 자리를 바꾼 것이다. 21층에 사는 주민 이경래 씨(58)는 “실제로 어린아이들을 선두에 세우니 아무래도 걸음이 느려졌다. 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차분하게 올라가서 다들 찰과상 하나 없이 안전하게 옥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18층에 살고 있는 김경용 씨(57)도 “우리 가족은 자녀들도 30대라 모두 맨 뒤에 서서 따라갔다. 물론 뒤에 서는 게 솔직히 불안하긴 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이동한 26명의 주민은 모두 무사히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김 씨는 아래층 어딘가에서 여성 목소리를 듣곤 곧장 소방대원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현장 소방대원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도와준 덕에 현장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감사했다. 먼저 탈출한 주민들은 이웃들과 휴대전화나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해 소방대원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아파트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 씨도 28층으로 대피한 한 주민과 휴대전화로 통화해 현장지휘본부에 상황을 전달했다. 당시 소방관이 A 씨의 전화를 넘겨받아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침착하게 기다려 달라. 곧 소방대가 갈 테니 흥분하지 말고 자주 전화해 달라”고 당부한 뒤 구출했다.○ 집마다 문 두드리고 변기 물 적셔 탈출 9일 울산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시 상황만 떠올려도 온몸이 떨린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병원에 이송된 주민은 90명이 넘는다. 대부분 연기 흡입이나 가벼운 찰과상 등 경미한 부상만 있었다. 중상자 3명도 연기 흡입 등이 원인으로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하늘이 도왔다”고 했지만, 서로를 도와가며 차분하게 피신한 대응이 빛났다. 많은 주민들이 화마를 피해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이웃집들의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대피 중에 두 딸을 놓쳤던 허모 씨(44)도 이웃을 챙기느라 돌발 상황을 맞았다고 한다. 가족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며 집집마다 벨을 누르면서 ‘불이 났다’고 알렸다. 그런데 잠깐 아이들과 몇 발자국 떨어진 사이에 갑자기 사방에서 연기가 들이닥치며 서로를 잃어버렸다. 허 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함께 살아야 한단 심정이었다”며 “이웃이 딸을 보듬어주고 대피소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끔찍하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TV 시청을 하다가 창밖으로 떨어지는 불덩이를 본 주민 B 씨는 “대피하려 했더니 현관문이 화염 열기에 뜨거워져 녹아 내렸는지 열리지가 않았다”며 “설상가상으로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B 씨는 급한 대로 변기를 열고 수건을 적신 뒤 수차례 현관문을 발로 차서 겨우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어렵사리 참사는 피했지만 이제부터 막막하다는 주민들도 많았다. 주민 김모 씨는 “가까스로 탈출은 했지만 하루아침에 살고 있던 집을 잃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거렸다. 화재 당시 건물 밖에는 속옷과 맨발 차림으로 뛰쳐나온 주민들이 대다수였다. 울산=김태성 kts5710@donga.com·조응형 / 이소연 기자}
“밤새 뜬 눈으로 뉴스를 지켜봤다. 소방관들의 노고 덕분에 큰 화재가 차분히 정리돼 너무 감사드린다. 당신들이 우리들의 히어로다.” 9일 울산광역시소방본부 홈페이지 내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전날 오후 11시 20분경부터 화마와 싸운 소방관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가 30개 이상 올라왔다. 또 다른 시민은 “당신들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사랑하는 자식들의 아버지 어머니일 것이고 평생을 약속한 남편일 것인데, 강풍주의보까지 내려진 그 높은 건물에서 본인들 목숨을 담보로 화재를 진압했다. 존경하고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한 울산 시민은 김밥과 빵을 한가득 산 뒤 찍은 인증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소방서에 다녀오는 길이다. 들어가자마자 의자에 엎드려서 주무시는 분, 땀에 젖어 있는 분들을 보고 울컥했다. 저희 아이들이 소방관에게 ‘존경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화재 현장 맞은편에 있는 한 5층 규모의 벤츠 전시장은 15시간 넘는 시간 동안 불길과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을 위해 건물 1층을 쉼터 공간으로 내주기도 했다. 이 전시장을 운영하는 스타자동차에 따르면 9일 오전 7시경부터 이곳은 소방관 수백 명이 잠시 숨을 돌리고 끼니도 해결하는 공간이 됐다. 전시장 측은 1층에 전시돼 있던 차량 8대를 모두 구석으로 옮기고 전시장 공간의 반 이상을 소방당국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인근 식당에서 국밥도 수백 그릇 주문해 허기진 소방관들에게 든든한 밥상도 준비했다. 한 소방관은 “밤새 화장실도 못 가고 엉덩이 한번 붙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며 기뻐했다. 김현돈 스타자동차 과장은 “얼굴이 새카맣게 그을려 전시장에 들어오는 소방관들을 보며 괜스레 뭉클했다”며 “그 큰일을 하고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서는 소방관이야말로 진짜 영웅”이라고 말했다.울산=조응형 yesbro@donga.com / 이소연 기자}
“바람에 날려볼까/용광로에 태워볼까/코로나19 요놈아… 멀리멀리 가다오/우리 할매들 공부 좀 하게… 매섭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봄은 온다/우리 힘을 모아 기다리련다/온 국민 모두가 방긋방긋 웃음꽃 피는 그날까지”(자작시 ‘희망의 봄은 온다’에서) 8일 오전 서울 관악구에 있는 관악평생학습관. 옛날 교복을 차려입은 60대부터 70대까지 어르신 14명이 사춘기 소녀들처럼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이들. 한글을 배우는 ‘관악세종글방’ 학생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으러 모였다. 난생처음 입어본 교복을 매만지며. 이들에게 올해 한글 공부는 특히나 뜻깊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학습관이 2월부터 문을 닫았던 탓이다. 한글을 배울 길이 막혔지만 할머니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교사 심인복 씨의 주도로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채팅과 영상 중계를 함께하는 원격수업을 이어갔다.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바일 메신저 사용 방법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금남 씨(73)는 “휴대전화 대리점으로 달려가 가게 총각한테 옥수수 몇 개 주고 ‘좀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 배웠다”고 했다. 이동희 씨(72)는 “학교 문턱을 밟아보지 못해 평생을 풀이 죽은 채 살았는데 이제는 은행에서 혼자 돈을 뽑을 줄 아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까똑 까똑 까똑/수업하라고 부르는 소리/코로나19에 집에서 공부한다… 젤 먼저 돋보기를 챙기고 콩닥/연필을 들고 콩닥/학습지를 펼쳐놓고 콩닥… 까똑 까똑 까똑/내 맘 한아름 바람에 실어/행복하고 신나게/저만큼 앞서 달린다’ (자작시 ‘콩닥콩닥 설레는 내 마음’에서) 관악세종글방만큼 첨단은 아니었지만 ‘레트로’한 방식으로 한글 공부를 이어간 어르신들도 있었다. 충남 논산시가 운영한 한글대학도 2월부터 문을 닫으며 배움의 길이 가로막혔다. 이들이 생각해낸 건 ‘배달 학습지’다. 대부분 2G폰을 쓰는 어르신을 위해 지난달부터 학교에서 매주 집으로 찾아가 대문에 학습지를 걸어뒀다. 7일 논산의 엄영숙 씨(77) 집. 주황색 문고리에는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힌 가방이 걸려 있었다. 엄 씨는 “학습지가 배달되는 화요일만 되면 새벽부터 눈이 저절로 떠진다”며 아이처럼 웃었다. 7개월 동안 멈췄던 수업. 어르신들은 배움에 너무나 목말랐다. 교사 신은주 씨는 “동네 어르신들은 제가 나타나면 멀리서 보행기를 밀면서 마을 한 바퀴를 따라다닌다”고 전했다. 한글 공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을 이겨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40여 년 전 남편을 잃고 홀로 지내는 유영국 씨(82)는 “한글 공부는 내 유일한 말동무다. 한 글자 한 글자 쓰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며 기뻐했다. 17장만 풀면 되는 받아쓰기 숙제도 단숨에 77장씩 풀어버렸다고 한다. 코로나19에도 ‘늦깎이 학생’들의 한글 사랑은 꺾이지 않았다. 이들은 오늘도 돋보기안경을 코에 걸고 정성스레 깎은 연필을 든다.김소영 ksy@donga.com / 논산=이소연 기자}
대학 동기를 성추행한 뒤 피해 여성이 신고하자 “내가 성추행을 당한 것”이라며 고소했던 20대 남성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성추행 혐의로 입건된 피해 여성은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대학 동기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추행)로 입건된 20대 남성 A 씨에 대해 8월 기소 의견을 달아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피해 여성은 당시 스무 살을 넘지 않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신입생이던 A 씨는 동기인 피해 여성 등과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기숙사에 들어갈 시간이 늦었다”며 피해 여성의 자취방으로 가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A 씨는 학내에 자신이 성추행한 사실을 숨기고 주변 지인들에게 “피해 여성이 나를 좋아해 스킨십을 했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피해 여성이 학교 학생인권위원회에 성추행 피해를 신고하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또 피해 여성이 자신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사실을 안 뒤엔 “오히려 내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성추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당시 A 씨는 경찰에 피해 여성을 고소하며 “평생 여자 성추행범으로 살아봐”라는 협박성 문자 메시지도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조사한 대학 측은 올 2월 “A 씨가 피해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계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8월 아청법상 성추행 혐의로 입건된 A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명예훼손 및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피해 여성은 ‘무혐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 여성의 변호를 맡고 있는 더윌 법률사무소 한정혜 변호사는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먼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나아가 성추행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2차 가해에 해당되는 범죄”라면서 “해당 남성 A 씨를 무고 혐의로 경찰에 추가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5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한 70대 환자가 ‘고향의 봄’을 부르기 시작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손뼉까지 치는데 몇몇 직원들은 뒤돌아서 손끝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이 동요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환자에게 한원주 ‘원장’이 가르쳐준 노래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기억에 동구 밖 지천에 피어나던 꽃들로 남은 이. 한원주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내과과장이 지난달 30일 우리 곁을 떠나갔다. 향년 94세로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였던 그는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환자들을 돌봤다. 어쩌면 그의 헌신적인 삶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일지도 모른다. 한 원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인 한규상 선생과 역시 독립운동가인 박덕실 선생의 슬하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발자취를 따라 언제나 베푸는 삶에 관심이 컸다.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개업의로 일하며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봉사했다. 특히 1978년 과학자였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엔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줄곧 무료 진료를 해왔다. 노년의 여생을 지키는 요양병원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8년. 당시 의료선교의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그에게 손의섭 매그너스의료재단 이사장이 연락을 취해왔다. 한 원장은 자신의 저서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에서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끝까지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됐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당시 ‘한 원장님’은 죽을 때까지 의사 하고 싶다는 한 가지 조건만 내걸었다”고 전했다. 정식 직함은 내과과장인 그를 주변 모두가 원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뭘까. 실은 한 원장은 몇 년 전 병원 측에서 ‘명예 원장’ 직함을 제안했지만 끝내 마다했다. 한사코 “그런 거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쳤단다. 하지만 의료진과 환자들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90대 고령에도 자상하게 솔선수범하는 그를 “원장님”이라 불렀다. 한 원장은 항상 환자들과의 대화와 스킨십을 중시했다. 자주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을 로비에 모아놓고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도록 권했다고 한다. ‘고향의 봄’도 그때 가르쳐준 노래였다. “평균 나이 70이 넘은 치매환자들이 대다수인 요양병원에서 대화는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한 환자는 한 원장이 정성으로 깊은 관심을 기울인 끝에 오랫동안 앓아왔던 당뇨를 치유하는 ‘작은 기적’도 벌어졌다. 세상을 보듬었던 한 원장의 삶은 의료계에서도 빛이었다. 2017년 헌신적인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성천상’을 수상했다. 성천상은 의료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감동을 주는 참의료인에게 수여된다. 당시에도 그는 상금 1억 원을 모두 기부했다. 지난달 8일 숙환으로 쓰러져 10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한 원장은 전날까지도 변함없이 환자를 돌봤다. 실제로 기록 차트엔 7일 10명의 환자를 진료한 기록이 남아 있다. 아직도 여러 환자들은 그의 영면을 모른 채 “원장님, 어디 가셨느냐. 보고 싶다”고 찾는다고 한다. 삶의 끝자락이 다가왔음을 느낀 한 원장은 지난달 23일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생의 마지막 병원’으로 선택한 곳에서 눈감길 원해서였다. 운명의 시간, 그의 침상을 지키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딱 세 마디를 남겼다. “힘내라.” “가을이다.” “사랑해.” 한 원장이 떠난 병원엔 여전히 그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 있다. 병원 마당엔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섰다. 정성으로 돌봐 완치된 그 당뇨 환자가 한 원장을 위해 심었다. 완연한 가을볕을 머금은 나뭇가지엔 이런 팻말이 붙어 있다. “한원주 원장님, 감사합니다.”김태언 beborn@donga.com·이소연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5일 “필요하다면 9일 한글날에도 개천절과 마찬가지로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 ‘차벽’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폴리스라인과 검문검색 역시 강화할 예정이다. 차벽이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청장은 “법적 근거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 9, 10일 한글날 연휴 집회신고 1000건 넘어 김 청장은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광복절 집회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경험한 만큼, 개천절 (차벽 등의) 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사전에 현장에서부터 집결을 제지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고, 그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개천절 집회 당시 경찰은 서울 시내에 경찰버스 500여 대를 동원해 주요 도심을 원천 봉쇄했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은 300여 대로 차벽을 세웠으며, 서울 외곽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차량 검문소 90곳을 설치했다. 김 청장은 “금지 통고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불법 집회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글날 서울에 신고된 집회는 5일 기준 모두 1096건이다. 이 가운데 10인 이상 집회 및 서울 종로구와 중구 등 도심에서 열리는 집회 등 102건은 이미 경찰이 금지 통고했다. 한글날 다음 날인 10일에도 현재 1089건이 신고된 상태며, 122건은 같은 이유로 금지 통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는 개최 48시간 전까지도 가능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회 신고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한글날 서울 도심에 최대 1만 명 이상 인파가 몰릴 수도 있는 만큼, 미신고 불법 집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 청장은 “방역당국과 협의해 차벽 설치 등이 최적의 방안으로 판단되면 한글날 역시 설치할 것”이라며 “금지 통고된 집회가 버젓이 개최되도록 경찰이 용인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집회를 예고했던 몇몇 보수단체들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며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창룡 “차벽 설치, 경찰관 직무집행법 근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었던 차벽 설치 등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김 청장의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금지 통고된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것에 대해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경찰버스 등으로 차벽을 설치한 행위는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의 직접적 충돌을 피하면서 불법 집회 및 시위로 인한 범죄 행위를 막을 긴급한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김 청장은 “방역당국이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경찰은 이에 근거해 금지 통고했다”며 “코로나19 위험 정도에 따라 행정명령이 조정되면 경찰도 집회 관리 방법을 바꿀 계획”이라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이소연 기자}
개천절인 3일 한 보수단체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집을 거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택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열었다. 시민단체 ‘애국순찰팀’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차량 9대로 출발해 권선구에 있는 윤 의원의 집 앞에 들른 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수감돼있는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윤 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알리고 전 목사 등 구속된 애국인사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왔다”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오후 2시경 우면산 터널로 서울에 진입한 이들은 서초구에 있는 조 전 장관의 자택과 광진구의 추 장관 집까지 차량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우면산 터널에서 차량을 세운 뒤 참여 인원 등을 확인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도 같은 날 오후 강동구에서 9대 규모의 차량 시위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추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깃발을 차에 단 채 운행했다. 이날 집회는 해당 단체들이 집회를 금지한 경찰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일부 인용하며 허용됐다. 그 대신 법원은 집회 물품의 비대면 교부와 차량당 1명 탑승, 집회 도중 창문 폐쇄, 구호 제창 금지 등 9가지 조건을 달았다. 창문을 열거나 구호를 외칠 수 없었던 참가자들은 때때로 경적을 길게 울려 의사를 표현했다. 황경구 애국순찰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모두 준수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도 집회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국은 정말 민주국가”라며 “‘애국순찰팀’도 그 어떠한 극보수 집단도 누릴 수 있다”고 썼다. 3일 대구에서도 보수단체의 드라이브스루 집회가 열렸다. 자유연대와 우리공화당 등은 차량을 동원해 대구 시내를 돌며 추 장관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이소연 / 대구=명민준 기자}
개천절인 3일 경찰이 보수단체의 도심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싸 만든 ‘차벽’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한글날 집회도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보수단체는 “과잉대응일 뿐만 아니라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했다”며 반발했다. ○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지키는 안전 펜스” 경찰은 3일 180개 부대 1만1000여 명을 투입해 광장 일대를 에워싸고 시민의 통행을 막았다. 서울 전체에 경찰버스 500여 대가 투입됐는데,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쌌다. 차벽에만 300여 대가 동원됐다. 불심검문도 삼엄했다. 서울광장에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까지 약 500m 거리에서 경찰 검문이 4, 5차례씩 이뤄졌다. 서울 외곽부터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는 차량 검문소 90곳이 운영됐다. 허가 없이 ‘드라이브스루’ 집회에 참가하려는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검문소에서 귀가 조치한 ‘미신고’ 집회 차량은 30여 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3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북단에 마련된 검문소. 한 보수단체의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 한 대가 들어서자 경찰이 진입을 막았다. 운전자의 면허를 조회한 결과 신고된 집회 참여자가 아니었다. 경찰은 운전자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다”며 귀가를 종용했다. 경찰은 차벽과 검문은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천절에 10인 이상 집회를 예고한 단체만 19개에 이르러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도 4일 “개천절 집회는 대규모 결집 없이 마무리됐다. 앞으로도 불법행위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권리 침해한 정치적 목적의 과잉 대응” 보수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개천절 당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가 금지 통고를 받은 ‘8·15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기자회견 형태로 모여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비난했다. 이 단체의 최인식 사무총장은 “경찰이 기자회견조차 진행을 제지해 다툼이 벌어졌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이라며 “현 정부에 반대하는 소수를 잡으려고 이렇게 많은 공권력을 투입하는 건 과잉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 인원은 4명이었으나, 이들 주위를 경찰 수십 명이 둘러쌌다.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가하려던 시민들도 곳곳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오후 4시경 한 60대 남성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왜 경찰이 국민의 주권을 가로막느냐”며 바리게이트를 뚫으려 시도하다 경찰 40여 명에 가로막혔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버스 차벽을 세워 일반 시민의 통행까지 막은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A 변호사는 “방역이란 정당한 목적으로 집회를 제한했더라도 그 방법이 과하지 않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광화문광장 등 도심 일대를 전부 차벽으로 막고 ‘드라이브스루’ 집회까지 막은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헌재는 2011년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에워싸는 조치에 대해 “개별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막을 수 없는 급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고도예·김소영 기자}
개천절인 3일 경찰이 보수단체의 도심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싼 ‘차벽’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한글날 집회도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보수단체는 “과잉대응일 뿐만 아니라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했다”며 반발했다.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지키는 안전 펜스”경찰은 3일 180개 부대 1만1000여 명을 투입해 광장 일대를 에워싸고 시민의 통행을 막았다. 서울 전체에 경찰버스 500여 대가 투입됐는데,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쌌다. 차벽에만 300여 대가 동원됐다. 불심검문도 삼엄했다. 서울광장에서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까지 약 500m 거리에서 경찰 검문이 4, 5차례씩 이뤄졌다. 서울 외곽부터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은 차량 검문소 90곳이 운영됐다. 허가 없이 ‘드라이브스루’ 집회에 참가하려는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검문소에서 귀가 조치한 ‘미신고’ 집회 차량은 30여 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3일 오전 10시반경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북단에 마련된 검문소. 한 보수단체의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한 차량 한 대가 진입하자 경찰이 진입을 막았다. 운전자의 면허를 조회한 결과 신고된 집회 참여자가 아니었다. 경찰은 운전자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다”며 귀가를 종용했다. 경찰은 차벽과 검문은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천절에 10인 이상 집회를 예고한 단체만 19개에 이르러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도 4일 “개천절 집회는 대규모 결집 없이 마무리됐다. 앞으로도 불법행위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권리 침해한 정치적 목적의 과잉 대응”보수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개천절 당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가 금지 통고를 받은 ‘8·15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기자회견 형태로 모여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비난했다. 이 단체의 최인식 사무총장은 “경찰이 기자회견조차 진행을 제지해 다툼이 벌어졌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이라며 “현 정부에 반대하는 소수를 잡으려고 이렇게 많은 공권력을 투입하는 건 과잉 대응”이라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 인원은 4명이었으나, 이들 주위를 경찰 수십 명이 둘러쌌다.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가하려던 시민들도 곳곳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오후 4시경 한 60대 남성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왜 경찰이 국민의 주권을 가로막느냐”며 바리게이트를 뚫으려 시도하다 경찰 40여 명에 가로막혔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버스 차벽을 세워 일반 시민의 통행까지 막은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A 변호사는 “방역이란 정당한 목적으로 집회를 제한했더라도 그 방법이 과하지 않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 등 도심 일대를 전부 차벽으로 막고 ‘드라이브 스루’ 집회까지 막은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에워싸는 조치에 대해 “개별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막을 수 없는 급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참여연대가 보수단체의 개천절 ‘드라이브스루 집회’에 대해 경찰이 내놓은 엄정 대응 방침을 ‘과잉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28일 ‘경찰의 드라이브스루 집회 원천봉쇄는 과잉 대응’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경찰이 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대응 방침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대규모 차량 시위 준비와 해산 과정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위험이 있다”며 “3중 검문소로 차단해 도심 진입을 막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 외곽부터 도심까지 95개 검문소를 운영해 집회 차량의 진입을 막고, 불법시위 차량 운전자의 면허를 정지·취소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단 방침을 내놨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확보되고 접촉이 없는 차량 집회라면 봉쇄할 일이 아니다”라며 “경찰이 할 일은 차량 집회가 신고한 대로 방역지침을 잘 지켜 진행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경찰은 원천봉쇄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21일 오전 경기 부천시의회 앞에서 열린 한 기독교단체의 옥외집회 금지 처분에 대한 인천지방법원의 판단을 인용하기도 했다. 인천지법 제1-2행정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집회의 자유가 침해됨으로써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초래된다”며 부천시가 내린 옥외집회 금지 처분을 정지하고, 집회 시 6가지 방역수칙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방역과 집회가 양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감염병 방역을 위해 집회·시위의 권리를 무조건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은 방역이라는 제약 조건에서도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참여연대가 보수단체의 개천절 ‘드라이브스루 집회’에 대해 경찰이 내놓은 엄정대응 방침을 ‘과잉 대응’이라며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28일 ‘경찰의 드라이브스루 집회 원천봉쇄는 과잉대응’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경찰이 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대응 방침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대규모 차량 시위 준비와 해산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3중 검문소로 차단해 도심 진입을 막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 외곽부터 도심까지 95개 검문소를 운영해 집회 차량의 진입을 막고, 불법시위 차량 운전자의 면허를 정지·취소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단 방침을 내놨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확보되고 접촉이 없는 차량 집회라면 봉쇄할 일이 아니다”라며 “경찰이 할 일은 차량 집회가 신고한 대로 방역지침을 잘 지켜 진행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경찰은 원천봉쇄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21일 오전 경기 부천시의회 앞에서 열린 한 기독교단체의 옥외집회 금지처분에 대한 인천지방법원의 판단을 인용하기도 했다. 인천지법 제1-2행정부(부장판사 이종환)은 “집회의 자유가 침해됨으로써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초래된다”며 부천시가 내린 옥외집회금지처분을 정지하고, 집회 시 6가지 방역수칙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방역과 집회가 양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감염병 방역을 위해 집회·시위의 권리를 무조건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은 방역이라는 제약 조건에서도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의 목숨을 앗아간 ‘을왕리 음주사고’로 국민적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17일에도 서울 도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인도를 덮쳐 보행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술자리는 줄고 있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8월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17일 오후 7시 56분경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교차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보행자를 친 혐의(위험운전치사상·도로교통법 위반 등)로 40대 남성 A 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던 중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30대 여성 B 씨를 향해 돌진했다. 차에 치여 인도 위에 쓰러진 B 씨 주변으로 행인들이 몰려들자 A 씨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차량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 사고로 B 씨는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을 넘는 만취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8월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1만4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8589건)보다 16.8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음주운전으로 치킨 배달에 나섰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여성은 18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이소연 always99@donga.com·한성희 기자}
“유명 피트니스 강사였던 동생의 인생을 망친 죄인에게 합당한 벌을 내려주세요.” 40대 포르셰 운전자가 부산 해운대에서 대마초를 피운 뒤 광란의 질주를 해 ‘7중 추돌사고’를 내는 과정에서 중상을 입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가족이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로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에 나섰던 아버지를 잃은 딸이 10일 가해자 엄벌을 호소하는 국민청원을 올린 지 8일 만에 비슷한 사연이 또다시 올라온 것이다. ‘해운대 7중 추돌사고’로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의 큰누나라고 밝힌 A 씨는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생은 유명한 피트니스 강사였지만 코로나19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때에 사고를 당했다”며 “현재 두 번에 걸친 수술과 수개월에 걸친 치료를 받아도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A 씨는 “(동생은) 중환자실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노모를 걱정해 ‘어머니께 알리지 말라’고 한다. 이런 동생과 달리 포르셰 운전자는 마약을 먹고 운전하고 사고를 내고는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이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범죄자”라고 애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국민청원에는 18일 오후 10시 30분 기준 2600여 명이 동의했다. 경찰에 따르면 40대 오토바이 운전자 B 씨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피트니스 강사 일을 그만두고 배달업을 시작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경찰 수사 결과 운전자 C 씨(45)는 14일 부산 해운대 중동의 한 교차로에서 대마초를 피운 뒤 환각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당시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는 C 씨가 몰던 포르셰 차량이 지하차도를 빠져나온 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B 씨를 들이받는 장면이 담겨 있다. 경찰은 당시 C 씨가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인 도로에서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운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포르셰에 들이받힌 충격으로 B 씨는 30m 이상 튕겨나가 중상을 입었다. C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를 내기 전 차 안에서 동승자가 건네준 대마초를 피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18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김태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C 씨에 대해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10분 내로 가겠습니다. 지금 출발합니다.” 13일 오후 2시 반경 대전 유성구의 한 배달대행업체 사무실 앞. 잠시 땀을 닦으며 숨을 고르던 김모 씨(38)는 전화 한 통을 받자마자 곧장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10분 거리에 있는 중국음식점에서 요리를 받아 배달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의 원래 직업은 ‘카페 사장’이다. 지난해 초 20석 규모의 개인 카페를 차렸던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운영에 애를 먹다가 결국 6월부터 ‘투잡(two job)’에 나섰다. 오전엔 카페를 잠시 돌보다가 오후부터 밤까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수많은 자영업자를 고통에 빠뜨렸다. 임대료는 물론이고 인건비도 낼 처지가 못 되자 폐업한 업소도 부지기수다. 그 와중에 어떻게 해서라도 가게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다른 일을 해서라도 적자를 메우려는 주인이 많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 위기를 탈출할 출구를 찾고 있는 업소들도 있다.○ “모든 걸 쏟아부은 가게, 지키고 싶다” 김 씨가 현재 하루 배달하는 건수는 평균 30건. 일당으로 치면 10만 원 안팎을 벌고 있다. 김 씨는 올 초만 해도 알바 직원을 7명이나 뒀을 정도로 잘나가는 카페 사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손님 발길이 끊긴 뒤 직원들을 한두 명씩 내보내고 이제 1명만 남았다. 폐업까지 고민했던 그는 “결혼자금으로 2년간 모았던 밑천을 카페에 모두 투자했다. 내 인생이 담긴 가게를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다”고 했다. 8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54만8000여 명. 6개월 전과 비교해 12만8000여 명(2.2%)이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 직원도 없이 ‘나 홀로’ 매장을 꾸려나가는 자영업자 수는 4만7000명(1.1%)이나 늘었다. 대전에서 국제결혼중개업체를 운영하는 임용묵 씨(36)도 3월부터 사무실에 ‘임시휴업’ 팻말을 내걸었다.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감편되면서 중개 수입이 뚝 끊겼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사무실 임차료와 공과금 비용만 200여만 원에 이른다. 주변에 내로라하는 100평 규모의 경쟁업체도 폐업했을 정도로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임 씨는 폐업 대신 ‘스리잡’을 택했다. 낮엔 만삭인 아내를 돌봐야 하는 그는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진 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 한 달에 이틀은 인근 군부대에서 방역소독 일을 돕는다. 임 씨는 “베트남 출신인 아내가 나만 믿고 한국에 왔는데, 어떻게든 가족을 돌보고 사업도 번듯하게 키워 가고 싶다”고 했다.○ 비대면 주문 급증을 기회로 삼다 매장 매출이 급감한 뒤 살길을 찾으려 ‘자구책’으로 만든 온라인 판매처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강원 철원에서 사과와 벼농사를 짓는 이송미 씨(46·여)는 코로나19로 농작물을 내다파는 대형 오프라인 장터가 문을 닫으며 살길이 막막해졌다. 유일한 판로가 닫히자 이 씨는 다른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 끝에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열어 보기로 했다. 인근 지역 농민들과 함께 운영하던 온라인 카페에서 직거래 판매를 시작한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온라인에 제품을 소개하자 며칠 만에 주문 요청이 70개 이상 이어졌다. 이달 19, 20일 이틀간 열리는 드라이브스루 장터엔 벌써부터 40여 명이 방문하겠다며 예약해뒀다. 이 씨는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이 창고에서 썩게 생겨 너무 괴로웠다”며 “온라인으로 홍보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판매하면 어떨까 싶어 시도해봤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선 매장 매출이 급감하자 셰프가 직접 ‘집콕족’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요리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렇게 조리된 음식 사진을 게재한 뒤 포장 판매했는데 연일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장 임모 씨는 “월 임차료라도 어떻게든 마련하려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밤낮없이 음식 포장하느라 몸은 바쁘지만 감사할 따름”이라며 웃음 지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폐업과 휴업을 가르는 건 미래 회복에 대한 의지”라면서 “피땀으로 일궈낸 일터를 지켜내려는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전기 및 수도료 감면 등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UIC경제학 졸업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4학년}
6일 오전 1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강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대형 야외 주점을 방불케 했다. 도보로 3분 정도 되는 거리 양쪽으로 술자리가 빈틈없이 펼쳐져 있었다. 삼삼오오 돗자리를 펴고 모인 시민 400여 명이 피운 모기향으로 시야는 희뿌연했다. 4인용 돗자리에 일행 10여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몸을 맞대고 있었고 대부분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쓴 채 음주를 즐겼다. 잔디밭에는 시민들이 남기고 간 음식물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곳곳에 술판… 종이컵, 젓가락 돌려써 방역당국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방침을 13일까지 1주일 연장하겠다고 밝힌 뒤 4일 여의도한강공원 등 야외 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서울시는 식당이나 주점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돼 한강공원 등 야외에 인파가 밀집될 것을 우려해 ‘공원 내 2m 거리 두기’ ‘마스크 미착용 단속 강화’ 등 방역 지침을 밝혔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5, 6일 여의도한강공원 등 현장을 둘러본 결과 이 같은 대책은 무용지물이었다. 대학 동기 8명과 함께 한강공원을 찾은 대학생 이모 씨(21)는 “오후 9시 이후에는 맥주 한 잔을 마시려고 해도 문을 연 식당이 없다. 한강은 야외라 안전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씨를 포함한 일행 9명은 2, 3인용 돗자리에 빼곡히 붙여 앉아 있었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야외에서도 타인과의 간격이 2m 이하로 좁아지면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이 씨 일행은 종이컵 하나로 대용량 맥주를 나눠 마시고 나무젓가락 2개로 분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5일 0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 편의점은 10분 사이 20여 명이 오갈 정도로 붐볐다. 이곳은 한강공원 바로 옆에 있어 방문객들이 술이나 음식물을 사기 위해 자주 찾는다. 편의점은 방문객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등을 기록하는 출입명부를 자체 운영하고 있었지만 손님들이 몰리는 바람에 명부는 매장 밖 야외 테이블에 방치돼 있었다. 인근에 있는 공공화장실 옆 2평 남짓한 공터에는 40여 명이 모여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5일 오전 11시경 경기 과천의 관악산 꼭대기에 있는 연주대 앞은 ‘셀카족’들로 북적였다. 시민 20여 명이 길게 늘어선 채 삼삼오오 셀카를 찍었다. 좋은 경치를 담으려고 특정 지점에 여러 명이 붙어있었고 3명 중 1명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쓰거나 벗고 있었다. 연주대 왼쪽 구석에서는 20L 통에 막걸리를 담아두고 한 바가지에 3000원씩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대 주변으로 시민 대여섯 명이 다닥다닥 붙어 막걸리를 마셨다. ○ 단속 공무원 vs 시민·상인들 설전 “2m 거리를 띄우고 기다려 주세요.”(방역 공무원) “장사 말아먹지 말고 빨리 가세요.”(노점상 주인) 5일 오후 8시 반경 한강공원 산책로에 마련된 한 노점상 앞에는 단속 공무원과 노점상 주인 간에 설전이 오갔다. 구이음식을 파는 이 노점상 앞에 10여 명이 한 발자국 정도만 거리를 둔 채 줄서 있는 모습을 보고 공원 소속 공무원이 형광봉을 들고 나와 손님들 사이의 간격을 벌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안내에 손님들은 “뒤로 자전거랑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간격 벌리다가 자전거에 치이면 어떡하느냐”며 꿈쩍하지 않았다. 노점상 주인은 고성을 지르며 단속 공무원을 바깥으로 밀어냈다. 공원을 찾은 인파에 비해 관리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단속 공무원 A 씨는 “여의도한강공원 내 주차공간 630여 곳이 순식간에 찰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데 단속 공무원은 9명뿐”이라며 “음식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마스크를 쓰라며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강력한 방역대책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이 느낄 피로감은 이해가 되지만 타인으로부터 안전거리를 지켜야 다시 건강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전채은 / 과천=조응형 기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로 이해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단 희망을 보았습니다.” 1일 동아일보에 실린 창간 100주년 기획 ‘극과 극이 만나다’ 특별취재팀에 e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메일을 보낸 이는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 그는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임을 인식하는 게 이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란 소감을 보내왔다. ‘극과 극이 만나다’는 사실 제목처럼 자명한 기획이다. 갈수록 극단의 목소리만 높아지는 한국 사회에서 다른 성향과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일대일로 대화를 나눠보자는 취지다. 자리만 마련하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았다. 반대 입장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워 손사래를 치는 이들이 많았다.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가 생길지 모를 ‘후폭풍’을 겁내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시민이 용기를 내줬고, 극과 극 사이에 오고 간 생생한 현실을 목도했다. 6명을 비롯해 사전 취재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거짓말처럼 다들 들려준 얘기가 있다. “처음엔 걱정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달 21일 직장인 손지수 씨(29)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최지욱 씨(27)와 대화하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영남대 출신인 최 씨가 들려준 지방대생의 현실이 충격적이었다. 손 씨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 ‘학원이 없어 영상 편집을 독학으로 배웠다’는 지욱 씨의 고백은 미지의 세계였다”며 “내가 살아왔던 세상이 ‘반쪽’이었다는 걸 절감했다”며 고마워했다. 서울 강남에서 세 자녀의 대학입시를 치른 김영실 씨(48)를 만난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실은 두 사람은 대화 내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헤어질 때도 전혀 공감하지 못한 눈치였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런 얘기도 남겼다. “그래도 미처 몰랐던 삶의 어려움을 엿본 기분이 듭니다. 아이 셋을 키운 어머니의 말은, 방향에 동의할 순 없어도 울림이 있어요. 뭔가 크게 깨친 느낌이에요.” ‘대화’는 그처럼 우리네 짐작보다 훨씬 큰 힘을 지녔다. 스물네 살 동갑인 김연정 곽병대 씨의 대화 전후 텍스트를 한규섭 서울대 교수가 ‘투 모드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자. 사전 인터뷰에선 김 씨 혼자 썼던 ‘채용박람회’란 단어는 대화를 진행하며 두 사람에게 공감의 단어가 됐다. 곽 씨가 “지방에선 채용박람회가 거의 열리지 않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한 순간, 닫혀 있는지도 몰랐던, 작지만 소중한 다른 세상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극과 극이 마주하는 건 당연히 두렵다. 이해하기 힘든 상대와 대화하는 일은 누구나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어쩌면 ‘이해할 수 없다’는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았다’의 이음동의어인 건 아닐까. 타인의 세상은, 별로 멀지 않은 당신의 세상 옆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소연 사회부 기자 always99@donga.com}
서울 성북구 한성대 인근에 있는 한 중견 연극극단에서 배우 등 관계자 1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해당 연극은 전면 취소됐으며, 확진된 배우 가운데 일부가 출연하는 TV 드라마 등은 촬영이 중단됐다. 극단 ‘산’은 2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극단 배우 및 스태프 41명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1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극단은 19일부터 연극 ‘짬뽕&소’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허동원 씨가 17일 코로나19로 확진돼 모든 관계자가 검사를 받았다. 현재 7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19명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확진자 가운데는 영화 ‘군함도’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 김원해 씨도 포함됐다. 김 씨의 소속사인 ‘더블에스컴퍼니’는 이날 “김 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모든 스케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씨와 동행했던 매니저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출연 배우는 물론이고 관계자까지 집단감염되며 30일까지 예정됐던 연극 공연은 모두 취소됐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윤정환 극단 산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방역을 준수하며 준비했는데도 이런 상황이 발생해 죄송하다. 더 이상 전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수 확진자가 발생해 문화예술계가 받을 타격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겁고 아프다”고 전했다. 극장은 물론이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연습실까지 방역을 마친 당국은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방송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확진된 배우 등이 TV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방송 관계자들과 접촉해왔기 때문이다. 연예기획사 ‘좋은사람 컴퍼니’에 따르면 배우 오만석 씨는 17일 확진된 허동원 씨의 메이크업을 맡았던 분장사와 2시간가량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분장사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오 씨는 20일 자신의 SNS에 “신속하게 검사를 받으러 왔다. 내일 오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오 씨가 출연하는 JTBC 예능프로그램 ‘장르만 코미디’도 촬영이 중단됐다. 배우들이 출연했던 TV 드라마들도 촬영을 멈췄다. KBS는 “배우 허동원 씨가 출연하는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방영 예정)과 배우 서성종 씨가 출연하고 있던 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의 촬영이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드라마 촬영에서 허 씨와 접촉한 배우 서이숙 씨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서 씨가 출연하는 tvN의 새 드라마 ‘스타트업’도 촬영을 일시 중단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민 기자}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나 15일 광화문 집회와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격리시설을 무단이탈해 경찰이 추적에 나서는가 하면, 자가 격리를 위반하고 집회에 참석한 확진자로 인해 경찰서 일부 시설이 폐쇄되기도 했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18일 새벽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에서 허락 없이 빠져나간 코로나19 확진자 A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주시는 A 씨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의료원은 이날 오전 8시 10분경 아침식사 배식을 위해 A 씨가 머물던 격리실에 들어갔다가 A 씨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의료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건물 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 씨가 이날 0시 18분경 의료원을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바닥에 엎드려 출입문까지 기어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무단이탈 뒤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해 경찰이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A 씨의 동선을 따라 외부 CCTV를 확인한 결과, A 씨가 오전 10시 반경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나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커피숍 바깥에 설치된 CCTV 화면에 담긴 영상에는 A 씨가 상의는 흰색 민소매 티셔츠, 하의는 환자복을 입은 차림새였다고 한다.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A 씨는 9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발열과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15일 확진됐다. 지난달 2일 미국에서 입국한 A 씨는 2주간 자가 격리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30명 가운데 1명이 1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확진된 B 씨는 당시 현장에서 붙잡힌 뒤 강남경찰서 유치장에 3일간 수감됐다. 16일 오후 B 씨가 자가 격리 대상자란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한 뒤 17일 오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 기간 동안 B 씨는 경찰 25명 및 유치장에 있던 11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가 머물던 강남경찰서 유치장은 18일 폐쇄하고 방역을 벌였다. 경찰은 B 씨와 접촉한 경찰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으며, 유치장에 있던 이들에 대해서도 확인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B 씨는 체포 당시 자신이 자가 격리 대상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가 격리를 위반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랑제일교회에 다니는 모녀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통보를 받고도 검사를 받지 않은 채 서울에서 전북 군산으로 이동해 지역사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군산시 등에 따르면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은 12일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같은 교인인 확진자와 사랑제일교회에서 접촉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이 모녀는 7월말부터 이달 12일까지 해당 교회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모녀는 15일 성남시로부터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서 16일 고속버스를 타고 군산으로 내려갔다. 모녀는 17일 군산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군산시 관계자는 “모녀가 접촉자로 분류됐는데도 검사를 받지 않고 군산으로 이동해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졌다. 감염병법 위반 여부를 따져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16일까지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나온 데 이어 17일에도 서울 지역 경찰 4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1명은 14일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혜화서에서 강력1팀 소속 경찰 2명이 추가로 확진됐으며, 관악서와 광진서에서도 각각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이날 확진된 관악서 보안과 소속 경찰은 역학조사에서 “14일 퇴근 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다니는 지인을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남편인 광진서 보안과 소속 경찰도 확진됐다. 혜화서는 15, 16일 여성청소년수사1팀에 소속된 경찰 2명이 확진된 데 이어 17일 강력1팀 A 경위와 B 경사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A 경위와 B 경사는 전날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진 않았다. 이들은 전날 관할 보건소를 찾아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가 17일 오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