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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1∼6월) 고(高)유가로 사상 최대 이익을 냈던 국내 정유업계가 유가 하락과 달러화 강세로 고전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실적 지표인 정제마진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하반기(7∼12월) 이익은 상반기 수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달러를 기록했다. 납사(나프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비, 수송비 등을 제외했을 때 남는 돈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2020년 9월 둘째 주에 기록한 ―0.1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업계는 정유 사업을 하는 데 드는 운영비, 인건비 등을 감안했을 때 정제마진이 4∼5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6월 넷째 주만 해도 정제마진이 29.5달러까지 오르며 역대급 호황을 누리던 모습과는 대비된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5.9% 증가한 12조3203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반기 영업이익은 상반기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하반기 영업이익 합계액이 상반기보다 43% 감소한 3조987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반기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유가 하락이다. 국내 수입원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올해 초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9월 27일 하반기 최저치인 84.25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유회사들은 2∼3개월 시차를 두고 원유를 사들이는데, 유가가 오를 때는 원재료를 과거에 싸게 산 셈이 돼 이익이 되지만 반대로 떨어질 땐 비싸게 산 꼴이 돼 손실이 발생한다. 달러화 강세도 정유회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유 매입 비용을 키우기 때문이다. 또 정유사들은 자금 융통을 위해 원유 매입 대금을 일정 기간 유예했다가 추후 지급한다. 이때 환율은 지급 시점 기준으로 적용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감소까지 더해지며 정제마진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월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 추가 봉쇄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비 감소로 석유 수요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정제마진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한 데다 원유 운임비 강세와 중국발 공급 확대 등 부정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동북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운임비는 2분기(4∼6월) 1.3달러에서 9월 3달러로 급등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최근 “정부가 정제유 수출 쿼터를 1000만∼1500만 t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에 계획했던 2250만 t에서 약 50% 확대하는 것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유업계가 운임 상승과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제마진 압박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정제마진 조정은 수요 파괴에 대한 불안감을 과도하게 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또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계획과 미국의 비축유 방출 축소를 감안하면 악재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5일 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감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최대 규모로 전 세계 공급량의 1%를 넘는 수준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SK하이닉스는 품질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기존 양산하는 제품들의 품질을 끌어올리면서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고성능 컴퓨팅을 겨냥한 차세대 전략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기술 기업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창사 이래 연간 최대 매출인 42조9978억 원을 달성했고 올해 2분기(4∼6월)에는 13조811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제품 등 양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수율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여 반도체 장비 수급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또 적기에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예정된 투자 계획을 앞당겨 진행할 계획이다. 수요 측면의 불확실성은 고부가 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8월 현존 세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 개발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회사는 “원가, 성능, 품질 측면에서 글로벌 톱클래스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틀을 깬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초 저장뿐 아니라 연산 기능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메모리반도체인 PIM(Processing-In-Memory)을 개발했다. PIM이 적용된 ‘GDDR6-AiM’ 제품은 초당 16기가비트(Gbps)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GDDR6 메모리에 연산 기능이 더해졌다. GDDR6-AiM은 머신러닝, 고성능 컴퓨팅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탄소 감축 목표와 글로벌 탄소 감축 기여 의지를 담은 ‘2022년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8월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특별 보고서의 핵심은 ‘비욘드 넷제로(Beyond Net Zero)’ 전략이다. 비욘드 넷제로 전략은 SK이노베이션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넷제로 달성에 더해 글로벌 탄소 감축에 대한 기여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 바이오 항공유, 전기차 배터리, 플라스틱 재활용 등 다양한 친환경·저탄소 사업 확장을 통해 2050년까지 약 1억 t 이상의 탄소 감축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또 2040년 이후부터는 SK이노베이션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글로벌 탄소 감축 기여 효과가 결합된 총 긍정효과가 온실가스 잔여 배출량을 초과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최초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넷제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며 “‘넷제로에 한 걸음 더’(One Step Closer to Net Zero)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이번 보고서는 지난 2년간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와 더 높은 수준의 넷제로 목표를 지속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온실가스 감축에 더해 글로벌 탄소 감축 기여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종합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은 국내 기업 중 최초이며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매우 선도적인 시도라고 소개했다. 권영수 SK이노베이션 ESG추진담당은 “‘비욘드 넷제로’ 전략은 과학적으로 목표를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이행하라는 주요 이해관계자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넷제로 달성을 위한 SK이노베이션의 여정을 외부와 지속적으로 공유하겠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GS는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GS그룹 오픈 이노베이션 커뮤니티 ‘52g’(Open Innovation GS)를 2020년 6월 출범하고 조직문화 혁신에 힘쓰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평소에도 “대형 함선이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없듯 전통적 대기업 모델이 변화를 읽고 적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기술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52g 이노베이션 교육과정은 디자인 씽킹,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리콘밸리의 혁신 방법론 등 변화에 있어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 강의는 미국 현지의 연사들이 실시간 웨비나(웹 세미나) 형태로 강연을 진행하고, 연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오픈 이노베이션 학습 효과를 극대화했다. 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52g 커뮤니티에 참여해 활동하고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의 문제를 찾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러닝 챌린지 프로그램’도 진행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했다. 허 회장도 52g 커뮤니티에 참여해 구성원들에게 혁신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며 수시로 직접 나서 사원들에게 디지털 전환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설파한다고 회사는 전했다. GS 측은 “구성원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열린 조직문화 정착에 힘쓰는 한편으로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해 조직의 활력과 생산성을 높이고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계열사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GS는 특히 계열사별로 주 40시간 근무를 제도화하기 위해 PC 오프제 도입, 임직원의 휴가 사용 적극 권장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임직원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도록 지원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매년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등 미증유의 ‘초(超)불확실성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LG는 전 세계가 당면한 기후위기 문제에 책임의식을 갖고 ‘클린 테크’ 육성과 투자를 지속 추진하겠습니다.” 구광모 ㈜LG 대표(사진)는 28일 LG그룹의 첫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보고서 발간과 함께 이 같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냈다. 구 대표는 “초불확실성의 시대, 미래 세대와 공존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LG만의 ESG 방향성을 정립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실행하고 있다”며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제품 폐기물 순환체계 구축 등에 앞장서고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영속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LG가 그룹 차원에서 처음으로 낸 ESG 보고서에는 그간의 성과와 함께 ESG 경영 방향성 및 실행 계획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LG 그룹은 지난해 환경(E) 부문에서 총 1억3676만6000t의 용수를 재활용 및 재사용했다. 전년 1억3438만2000t 대비 238만4000t(1.8%)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폐기물의 재활용량은 1만7073t(9.8%), 지정폐기물 재활용량은 2만4448t(14.8%) 증가했다. 사회(S) 부문에서는 사회공헌 기부와 투자 규모가 증가했다. LG 계열사들이 지난해 기부 또는 투자한 사회공헌 금액은 1509억 원으로 1년 전의 933억 원보다 576억 원(61.7%) 많았다. 이와 함께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LG CNS 등은 9801억 원 규모로 협력회사를 위한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배구조(G)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0개 계열사가 ESG위원회를 설치했고 사외이사 중 30.6%를 여성으로 구성해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대했다. LG는 ESG 경영 방향을 ‘Sustainable Future’(지속가능한 미래)와 이를 위한 실천 방식인 ‘Responsible Business’(책임 있는 사업)로 구분했다. 3대 전략 체계도 수립했다. △재무 및 비재무 성과를 균형 있게 창출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LG 안팎으로 ESG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이슈에 공동 대응하며 △기후 위기와 탈탄소 경제 전환에 따른 사업 방식의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LG 측은 ‘고객가치 창출’과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경영이념을 ESG 경영과 연결해 이러한 방향성을 정립했다고 소개했다. 계열사들은 바이오 소재, 탄소 저감 기술 등 ‘클린 테크’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곡물 가공기업인 ADM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2025년까지 연간 생산 7만5000t 규모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LG화학은 또 메탄가스를 고온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활용해 연산 5만 t 규모의 수소 연료 공장도 짓는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300억 원씩을 투입해 북미 최대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 지분 2.6%를 확보했다. 라이사이클로부터 10년간 공급받게 된 황산니켈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재활용 소재다. LG는 또 이번 ESG 전략 이행의 첫 단계로 연내 LG그룹의 탄소 감축 전략 및 로드맵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 보고서’도 발간하기로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화그룹의 잇단 사업구조 재편과 인수합병(M&A) 추진으로 3세 승계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태양광과 방산 사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차기 승계 구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2조 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성사될 경우 김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방산·우주항공 부문은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각 계열사가 공동 투자해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이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절반인 1조 원을 투입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5000억 원을 투자하는 한화시스템 역시 최대주주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여서 사실상 김 부회장의 사업 영역이다. 실제 대우조선 인수로 인한 시너지도 방산과 에너지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의 경우 이미 7월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룹의 방산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모아 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대우조선 인수까지 더해 함정 등 특수선 사업을 품고 우주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태양광·방산·화학 부문을 이끌고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을, 셋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관광·유통을 맡는 구도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의 사업 재편 역시 이런 기조하에 이뤄지는 교통정리라는 시각이 많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한화갤러리아를 인적분할하기로 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면에는 3세 승계 과정에서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남인 김 상무가 그룹 유통 사업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김 부회장이 관할하는 한화솔루션에서 독립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주식을 9(존속 한화솔루션) 대 1(신설 한화갤러리아) 비율로 나누고 자회사였던 한화갤러리아를 내년 3월 신규 상장할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곧바로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지배를 받는 회사가 돼 추후 삼형제 간 사업을 나누기 용이해진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 개편을 두고 “제조(방산·에너지), 금융, 유통으로 나누는 대주주 일가의 거버넌스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일련의 지배구조 재편이 3세 승계를 위한 정지(整地) 작업이었다면 앞으로는 ㈜한화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4.44%에 불과하다. 재계에서는 ㈜한화 지분 9.70%를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지배력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의 한화에너지 지분은 50%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부회장의 실질적 지분 확대가 남은 과제”라며 “아버지인 김 회장이 여전히 경영 일선에 활발히 나서고 있어 이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화그룹이 2조 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KDB산업은행 관리를 받으며 민영화를 추진해온 대우조선은 21년 만에 ‘주인 없는 회사’ 꼬리표를 떼게 됐다.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했다가 불발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품에 안으면 국내 조선업계의 ‘빅3’ 체제는 더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6일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이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앞으로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며 “국내 대기업 그룹들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결과 한화그룹이 의향을 표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인수는 이번 MOU 체결 이후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주는 경쟁입찰을 거쳐 확정된다.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을 찾겠다는 것이지만 한화보다 나은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산은은 연내 최종 인수자를 선정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합병 불허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된 바 있지만 한화그룹은 동일 업종이 아니어서 이 같은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산은은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으로 대우조선 인수를 철회했던 한화그룹은 14년 만의 재도전을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업체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한화, 2조에 대우조선 인수… 산은, 헐값 논란속 “빠른 매각이 살길” 21년만에 주인 찾은 대우조선… 빨리 팔려는 산은-방산 강화 한화대우조선 매매 셈법 맞아떨어져… 산은 등 2015년후 7조1000억 투입회수자금 턱없이 적어 논란일 듯… “눈덩이 손실 최소화 방안” 강조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정권 초반에 신속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방위산업을 강화하려는 한화 측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21년이란 기나긴 매각 작업 끝에 대우조선이 새 주인을 찾게 되면서 민간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에 큰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인수 가격 2조 원은 앞서 2008년 한화그룹이 써냈던 6조30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인 데다 그동안 투입됐던 공적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대기업 접촉해 한화 의지 확인”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의 통매각, 분리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수자를 물색해 왔다”며 “국내에서 제조업을 하는 모든 대기업 그룹을 접촉한 결과 한화그룹의 인수 의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체결한 투자합의서(MOU)에 따라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 한화 측은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에는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 원을 투입하고 한화시스템 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이 1000억 원을 부담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희석돼 최대주주인 산은은 지분이 55.7%에서 28.2%로 줄어 2대 주주가 된다. 다만 최종 인수 전까지 남은 절차가 있다. 양측은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에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선정하는, 이른바 ‘스토킹호스’ 인수합병(M&A) 방식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27일 입찰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7일까지 입찰 의향서를 받은 뒤 최대 6주간의 실사 작업과 경쟁 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정한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방산 부문에는 국가 혁신 기술이 많이 포함돼 해외가 주체가 된 인수자에겐 입찰 자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화그룹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투자자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헐값 논란’ 있지만 매각 가능성 높아유상증자로 수혈된 2조 원은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개선과 설비투자 등에 쓰인다. 또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한화 인수 이후에도 다른 채권단의 협조를 구해 대출 등 기존 금융지원 방안을 5년간 연장할 계획이다. 수은은 영구채 조건을 변경해 대우조선의 이자 부담도 낮춰주기로 했다. 하지만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공적자금 7조1000억 원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회수 자금이 턱없이 적은 ‘헐값 매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날 강 회장은 “2015년 부실화 이후 7년 가까이 대우조선이 산은의 품에 있으면서 기업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했고 지난해 1조7000억 원, 올해 상반기 6000억 원의 손실을 냈다”며 “이번 방안이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현재 2만 원대인 주가가 상승해 투입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우조선은 2008년과 2019년에도 각각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에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모두 무산된 전력이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인수는 올 1월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합병을 불허하면서 불발됐다. 강 회장은 “기업결합 심사가 10여 개국에서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례는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결합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3강 구도’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대우조선이 21년 만에 주인을 찾게 된 것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선업 불황이 닥쳤을 때는 빅3의 출혈 경쟁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초호황 국면에서는 3강 체제가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우조선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도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 때문에 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한화그룹이 14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재도전한 것은 방위산업과 에너지 사업에서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8년 첫 도전 당시 경영진 회의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는 임원이 있다면 회사를 떠나라”고 할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해양부문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는 국내 대표 방산 기업이면서도 육군, 공군에 비해 해군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대형 특수선 시장을 양분하는 대표 기업이다. 배수량 3000t급 이상 대형선은 두 기업이 번갈아 가면서 수주하고 있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수로 한화가 조선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방산 기술 역량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올해 방산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한 경영 효율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 규모를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록히드마틴은 F-16, F-35 전투기 등 항공 기술이 주력이지만 패트리엇 미사일, 이지스레이더 등까지 함께 개발하는 세계 1위 종합 방산기업이다. 한화는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디펜스와 ㈜한화에서 방산부문을 흡수 합병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각 계열사가 가진 육해공 및 우주 기술을 모아 시너지를 내고, 해외 판로까지 적극 개척하겠다고 한화는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해양·특수선 부문 매출은 2019년 2조6377억 원이었으나 2020년 1조8739억 원, 지난해 7397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 무기체계는 물론이고 대우조선의 방산 수출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사업 시너지도 한화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복합화력발전소인 통영에코파워에 공급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바다 위 LNG 생산기지’로 불리는 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와 초대형 LNG 운반선 건조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두 기업 간 결합은 LNG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화는 2008년 당시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3150억 원의 이행보증금까지 냈다가 인수자금 조달 문제와 대우조선 노조 반대가 겹쳐 결렬된 전력이 있다. 한화그룹 측은 “단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종 매각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화그룹이 14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재도전한 것은 방위산업과 에너지 사업에서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8년 첫 도전 당시 경영진 회의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는 임원이 있다면 회사를 떠나라”고 할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해양부문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는 국내 대표 방산 기업이면서도 육군·공군에 비해 해군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대형 특수선 시장을 양분하는 대표 기업이다. 배수량 3000톤(t)급 이상 대형선은 두 기업이 번갈아가면서 수주하고 있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수로 한화가 조선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방산 기술 역량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올해 방산 역량을 한 데 모으기 위한 경영 효율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 규모를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한국형 록히트마틴’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록히드마틴은 F-16, F-35 전투기 등 항공 기술이 주력이지만 패트리엇 미사일, 이지스레이더 등까지 함께 개발하는 세계 1위 종합방산기업이다. 한화는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디펜스와 ㈜한화에서 방산부문을 흡수 합병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각 계열사가 가진 육해공 및 우주 기술을 모아 시너지를 내고, 해외 판로까지 적극 개척하겠다고 한화는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해양·특수선 부문 매출은 2019년 2조6377억 원이었으나 2020년 1조8739억 원, 지난해 7397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방산 수출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사업 시너지도 한화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복합화력발전소인 통영에코파워에 공급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바다 위 LNG 생산기지’로 불리는 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와 초대형 LNG 운반선 건조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두 기업간 결합은 LNG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한화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화는 2008년 당시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3150억 원의 이행보증금까지 냈다가 인수자금 조달 문제와 대우조선 노조 반대가 겹쳐 결렬된 전력이 있다. 한화그룹 측은 “단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종 매각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다. 백화점 등 리테일 부문과 첨단소재 일부 사업을 분할하고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할 방침이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한화솔루션은 23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리테일 관련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가칭 한화갤러리아)하고 자동차 경량 소재와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 등 일부 첨단소재 부문을 물적분할(가칭 한화첨단소재)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물적분할된 회사 지분을 일부 매각해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한화솔루션은 이번 분할로 기존 5개 사업 부문을 큐셀(태양광), 케미칼(기초소재), 인사이트(한국 태양광 개발사업 등) 등 3개 부문으로 줄여 에너지∙소재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한다.한화솔루션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태양광 시장에 맞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 국내에만 76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춰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다. 이 법은 미국 내 태양광 관련 투자세액공제(ITC) 혜택 기간을 기존 2023년 말에서 2032년 말까지로 10년 연장했다. 또 태양광 모듈과 셀, 폴리실리콘 등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세액공제(MPC) 혜택도 주어진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1위 사업자로 조지아주에서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물적분할하는 첨단소재 부문 지분을 일부 매각해 추가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IRA 통과로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 태양광 제조 시설 확대에 투자할 방침이다. 신설법인인 한화첨단소재는 12월 출범할 계획이다. 김인환 첨단소재 부문 대표는 “친환경차 수요 증대에 따른 차량 연비 개선을 위한 경량복합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태양광 셀 성능 유지의 필수 자재인 EVA 시트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기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갤러리아 부문은 앞으로 프리미엄 리테일 등 유통업과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은수 갤러리아 부문 대표는 “최근 급격한 대외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백화점 사업은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리테일 사업 다각화와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으로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주식을 약 9(존속 한화솔루션) 대 1(신설 한화갤러리아) 비율로 나누고 갤러리아를 내년 3월 신규 상장할 예정이다.한화솔루션은 이번 사업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도 마련했다. 우선 첨단소재 물적분할과 관련해 약 700억 원을 들여 주식을 공개 매수할 계획이다. 보통주는 22일 종가인 5만1000원, 우선주는 주식매수청구가 산정액인 4만7669원으로 산정했다.또 내년 3월 갤러리아 부문 신규 상장 시 갤러리아 우선주 주주도 보유 주식을 차질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400억 원 규모의 우선주 유상증자도 실시할 계획이다. 우선주 상장 조건(시가총액 50억 원 이상)을 충족시켜 한화갤러리아 우선주의 미상장 가능성을 해소해 주주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신용인 한화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투자 자금을 확보해 글로벌 톱 티어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고 주주가치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자금줄이 마르는 이른바 ‘돈맥경화’에 시달려 10곳 중 6곳은 지난해보다 경영 악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당분간 투자 환경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규제 완화 등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국내 스타트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9.2%가 지난해에 비해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답했다. 주요 원인(중복 응답)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52.7%)와 내수시장 부진(52.7%)을 가장 많이 꼽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 심화(35.6%), 글로벌 시장 불안 고조(25.3%)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보다 투자가 늘어난 곳은 16%에 불과했다. 나머지 84%는 투자가 줄었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공작기계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A 대표는 “투자를 받으러 이곳저곳 뛰어다녔지만 문전박대당했고 은행 문턱도 높아졌다”며 “기술 개발 등 기업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쌓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언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31.2%가 내년 하반기(7∼12월)라고 답했다. 내년 상반기(1∼6월)가 24.8%, 2024년 이후가 14%였다. 10곳 중 1곳은 “기약이 없다”고 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국내 민간 투자 환경이 해외보다 열악하다고 지적하며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CVC는 대기업이 직접 자본을 출자해 운영하는 투자회사다. 국내에서 CVC를 설립하려면 100% 완전자회사여야 하고, 해외 자본을 40% 이하로 제한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규제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요구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스타트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판로를 개척하고 기술 혁신이 활발해야 하는데 대기업과의 협업에 장벽이 높다는 이야기다. 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업체 임원 B 씨는 “스타트업이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갖고 있더라도 시장 진입이 쉬운 게 아니다”라며 “대기업과 협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어 확실한 무기를 가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주영 대한상의 사업화팀 팀장은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도 만남이 성사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민간 주도 창업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실무 네트워크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이 1년 전보다 9%가량 감소하면서 23개월 만에 월간 수출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25년 만에 6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역대 최악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29억5800만 달러(약 46조 원)로 1년 전보다 8.7% 감소했다. 9월 전체로도 수출이 줄면 2020년 10월 이후 23개월 만이다. 관세청은 “명절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수출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수출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5월 수출은 1년 전보다 21.3% 늘었지만 6월 5.2%, 7월 9.2%, 8월 6.6%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이달 1∼20일 대(對)중국, 베트남 수출이 각각 14%, 13%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로 집계됐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1년 전보다 6.1% 늘어난 370억6300만 달러였다. 원유(16.1%), 가스(106.9%), 석탄(12.8%) 등 에너지 부문이 수입 증가를 주도했다. 이 기간 무역수지는 41억500만 달러 적자로 4∼8월에 이어 9월에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9월 적자가 실현되면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의 29개월 연속 적자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된다. 연간 무역수지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33억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92억1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역대 최대 무역적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연간 무역적자가 평균 281억7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1956년 무역수지 집계 이후 최대 적자 규모다. 정부는 이날 에너지 수입 증가로 불어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절약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철강업체 A사는 최근 철광석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에 근접하며 원료 구매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늘어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중견 정보기술(IT) 기업 B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이 골치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경쟁사 대비 높은 연봉으로 인재를 유치해야 하지만 업계 연봉이 매년 10%씩 오르다 보니 ‘집토끼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애써 뽑은 신입·경력 직원들이 주변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으로 줄줄이 이직하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비용만 커지고 있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8.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임금이 일제히 올랐기 때문이다. 생산비용 증가율은 2009년(10.8%) 이후 13년 만의 최대치다. 하반기(7∼12월)에도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생산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분석 결과 국내 전체 산업 생산비용 증가율은 2011∼2021년 평균이 1.9%였다. 올해 상반기 증가율이 예년의 4.6배에 이르는 셈이다. 생산비용 증가율 중에서는 임금 인상이 3.2%포인트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3.0%포인트, 고환율은 2.5%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10.6% 증가해 서비스업(6.6%)보다 증가 폭이 컸다. 석유정제(28.8%), 화학(10.5%) 등 올해 상반기 고유가에 직접 영향을 받은 업종에서 생산비용 증가가 특히 두드러졌다. IT를 비롯한 전문 과학기술, 금융보험 등 서비스업은 인건비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보건복지, 도소매 등 저부가 서비스업도 임금이 많이 올랐는데, 이들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 비용을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며 “고용 감축, 사업장 폐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앞으로도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데 시장은 오히려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되며 국내 경제도 많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도 상대적으로 정체되는 모습이어서 기업들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비용 증가는 결국 기업의 성장성도 떨어뜨리게 된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신사업 발굴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강(强)달러와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겹치면서 증시가 하락세를 거듭하는 것도 기업들로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2019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년간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외국인투자가의 국내 주식에 대한 매도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재계 관계자는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지다 보면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보다는 주가 관리를 위한 경영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기차 창문으로도 관광 정보를 확인하게 된다고?’ 투명 디스플레이가 이를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20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철도 기술 박람회인 ‘이노트랜스 2022’에서 LG전자와 공동으로 ‘철도용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솔루션’(사진)을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이 제품은 창문용으로 55인치 OLED를, 출입문용에는 30인치 OLED를 적용했다.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만 보는 게 아니라 운행 정보나 일기예보, 뉴스 등 생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유명 랜드마크, 관광명소 등을 지날 때는 시간과 장소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고, 증강현실(AR)로 맞춤형 광고를 띄울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매표소용 투명 OLED’도 공개했다. 역무원과 고객 사이의 유리 가림막을 대체하는 OLED다. 고객이 역무원의 설명에 따라 화면을 직접 조작하며 열차 운행 일정, 승차권 등 각종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게 지원한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세계에서 투명 OLED를 양산하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며 “기존 유리창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가 높으면서도 얇고 가벼워 모빌리티 외에도 건축, 디지털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281억 달러(약 39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1400원 대를 넘어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281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응답자의 40%(6개 증권사)는 적자 규모가 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956년 무역수지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133억 달러와 1996년 외환위기 직전의 206억 달러를 웃돈다.대부분 전문가들은 4분기(10~12월) 중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되기 시작하겠지만 적자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응답 증권사 중 90%인 13개 증권사가 적자폭 정점이 8~11월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평균 내년 2월까지 적자 기조가 계속돼 앞으로 5~6개월 간 수출보다 수입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무역수지 적자는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수입 비용 증대와 대외 환경 악화로 인한 수출 정체 영향이 크다. 실제 21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낸 ‘기업 생산비용 증가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는 “상반기(1~6월) 모든 산업의 생산비용이 1년 전보다 8.7% 늘어 2009년(10.8%)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하반기에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임금 인상압력 역시 커지고 있어 기업들의 생산비용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생산비용 평균 증가율은 1.9%인 것과 비교하면 이보다 4~5배 높은 수준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업황 악화와 대중국 수출 부진 등으로 타격받아 전반적인 수출 경기가 꺾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상반기에는 수출 경기가 좋았지만 하반기(7~12월)로 접어들수록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수출 부진 품목은 컴퓨터, 반도체, 무선통신기기였다. 경기 불확실성, 물가 상승 등으로 각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재고 과잉이, 무선통신기기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며 “특히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 국내 각종 규제와 출산율 저하 등 악화되는 산업 환경 때문에 앞으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평균 최고가는 1422.7원이다. 최고 1480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3분의 2인 10개 증권사는 “환율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부담 확대로 이어져 수출 증가를 상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전세계 경기가 위축되며 앞으로 수출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수입도 줄어들 수 있고 유가는 안정되는 추세”라며 “우리 경제에 부담이 커지는 건 맞지만 위기의 전조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너무 잘생기고 애교도 끝내주는 우리 ‘토지’. 너를 만나서 많이 웃고 삶이 행복해졌단다. 제게 정말 귀한 선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6월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레트리버 ‘토지’를 분양받은 전맹 시각장애인 조은경 씨(49)는 학교 관계자들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20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함께 내일로 걷다,’라는 분양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새로운 안내견 8마리와 은퇴견 6마리의 새 출발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내견들은 앞으로 약 7년간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맡게 된다. 은퇴견들은 새 입양가족을 만나 반려견으로 살게 된다. 이날 행사명에도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넣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안내견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간의 동행이 시작되고 은퇴견도 입양가족과 새 삶을 시작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는 1993년 출범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한 해다.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걸음으로 시작한 사회공헌활동인 셈이다. 안내견 한 마리를 키우는 데만 1억 원이 드는데 1990년대의 한국은 안내견 교육 관련 시설이나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 회장은 당시 “외국에서 최고의 훈련사를 아무리 비싸더라도 데려와 우리가 몇 마리라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는 국내에서 세계안내견협회(IGDF) 인증을 받은 유일한 기관이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는 1994년 ‘바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안내견 분양에 나섰다. 누적 분양 수는 2007년 100마리, 2017년 200마리를 넘어섰다. 분양된 안내견은 누적 총 267마리, 현재는 70마리가 활동 중이다. 안내견을 키우기 위해 매년 평균 6명의 훈련사가 하루 18km씩 걸었다. 이렇게 이동한 거리는 78만여 km로, 지구 둘레(4만 km)의 약 20바퀴에 해당한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앞으로도 안내견과 파트너의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경제계가 노조원들의 직장 점거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정치권에서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기업이 피해를 입어도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일 고용노동부에 ‘균형적 노사관계 확립을 위한 개선방안’을 건의했다. 여기에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과 노조의 직장점거 금지 등 7가지 제안이 담겼다. 전경련은 우선 노조법에서 규정한 ‘폭력행위 등의 금지’ 대상에 ‘사업장 내 시설 점거’를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 현행 노조법은 직장점거 금지 시설을 ‘생산 기타 주요 업무와 관련된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 한정하고 있다. 다른 시설에 대해서는 점거를 허용해 실질적으로 사업장 내 쟁의행위도 열어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전경련 측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근로자 단결권과 사용자 재산권이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직장 점거를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위반 시 미국과 영국에서는 해고까지 가능하고 독일은 이유 불문 직장 점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쟁의행위 시 회사의 대체근로를 금지한 법 규정을 삭제하고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파업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울 목적으로 도급이나 파견 등의 대체근로자를 구할 수 없다. 전경련 측은 “이로 인해 기업들은 생산 차질과 판매량 감소, 수출 지연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폐업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이 밖에 △노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 신설 △비종사 근로자 사업장 출입 시 규칙 준수 의무 부과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지정 △쟁의행위 투표절차 개선 △위법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 명령 거부 시 처벌 강화 등을 제시했다. 한국노총 측은 “(전경련의)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파업권이 무력해지고 노동자에게 가혹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성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매출액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4∼6월) 점유율을 더 늘리며 2위 인텔과의 격차를 벌렸다. 18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부문 매출액은 203억 달러(약 28조2200억 원)였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 매출액 1581억 달러의 12.8%로, 1분기(1∼3월)의 12.5%에서 0.3%포인트 올랐다. 서버 수요 증가와 시스템반도체 사업 확장에 힘입은 덕분이다. 인텔은 PC 수요 둔화와 공급망 차질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2분기 매출은 148억 달러로 1분기보다 16.6% 줄었고, 같은 기간 점유율도 11.1%에서 9.4%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인텔 간 시장점유율 격차가 1.4%포인트에서 3.4%포인트로 커졌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인텔을 추월하며 처음 1위에 올라섰다. 이후 2019년 역전당했다가 지난해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호황과 함께 또다시 인텔을 제쳤다. 다만 이번 옴디아 보고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제외해 분석한 내용이다. 2분기 이후에는 삼성전자가 TSMC에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TSMC의 3분기(7∼9월) 매출이 202억 달러를 기록하며 삼성전자(183억 달러)와 인텔(150억 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반도체 업계는 뽑으려는 기업과 지원하는 구직자 모두 늘고 있지만 오히려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생기는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기업에서 원하는 역량과 구직자들이 갖춘 직무 능력이 맞지 않는 ‘미스매치’ 때문이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는 지난달 초 반도체 산업 지원과 인력 양성을 위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안인 ‘K칩스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첨단 분야 대학 정원 확대와 임용 자격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총량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들이 반도체학과 증원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계약학과를 운영하면 해당 비용을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외국인 전문 기술자의 세액 감면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채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부족한 인력은 1년에 3000여 명으로 지금 상황대로라면 앞으로 10년간 누적 3만 명이 모자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주요 대학과 협력해 인재를 양성하는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턱없이 모자란다는 평가가 나온다. K칩스법 등을 통해 서둘러 미스매치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원이 늘어도 들어오는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서울대만 해도 공대 교수 약 330명 중에 반도체를 주력으로 연구하는 교수는 10여 명뿐이다. 업계에서 전문 고급 인력 충원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 입학부터 세부 전공이 아닌 계열로 뽑아 교육 유연성을 넓히거나 해외에 있는 전문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산업과 교육 현장에 활용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한 대형 인터넷 기업에서 일했던 주니어급 개발자 A 씨는 올해 업종을 바꿔 SK하이닉스로 이직했다. 처음 입사할 때와 비교해 정보기술(IT) 업계의 성장성이 한풀 꺾인 데다 회사 주가에 따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우리사주 등 기대 수익이 오락가락하는 급여 체계에 불만이 커진 탓이다. 산업 전반에 반도체가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흐름에도 주목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상경계열을 전공한 20대 후반의 B 씨는 기계공학을 복수 전공해서 반도체 기업 상반기(1∼6월) 공채에 최종 합격했다. B 씨는 “국내에서 가장 유망한 반도체 산업에 취업하기 위해 새로운 전공에 도전했다”며 “요새 문과생 사이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공학 복수 전공을 적극적으로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가 취업선호도 1위기업공개(IPO) ‘잭팟’의 꿈과 장밋빛 산업 전망으로 가고 싶은 기업 1순위였던 IT 업계가 올해는 반도체, 전기·전자와 같은 대형 제조업에 밀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IT 업계와 비교해 제조업체들이 주식보다 현금 등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고 적극적인 대규모 채용에 나서며 더 큰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지난해까지 고공 행진하던 IT 기업들의 실적은 올해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 침체까지 덮쳐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 등 이전과 같은 일확천금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보가 최근 취업 플랫폼 진학사캐치에 의뢰해 올해와 지난해 상반기 각각 작성된 이력서 5만 건, 3만 건을 분석한 결과(신입·경력 합산) 올해 가장 인기가 높은 업종은 8.11%가 희망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으로 집계됐다. 캐치는 교육·취업 전문 기업인 진학사에서 2015년 만든 국내 톱3 채용 포털 서비스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은 ‘희망 산업 분야’ 2, 3위는 각각 공공기관(6.99%)과 포털·플랫폼(5.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이 있는 포털·플랫폼이 6.80%를 기록하며 반도체·디스플레이(6.79%)가 근소하게 뒤졌는데 1년 만에 뒤집혔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 선호도도 3.76%에서 4.19%로 올랐다. ‘희망직무’ 기준으로는 IT·인터넷이 12.54%에서 10.66%로 줄어든 반면 생산·제조는 11.92%에서 13.67%로, 연구·개발이 11.50%에서 12.56%로 상승했다.○ 처우 개선 경쟁하고 공격적 채용 확대하는 반도체취업선호도 1위를 기록한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양대 산맥의 사활을 건 처우 개선 경쟁에 인기가 수직 상승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반도체 사업부 전 임직원에게 기본급 200% 특별성과급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 초 최대 300%에 달하는 특별성과급 지급 방침을 추가로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연말 특별상여금을 기본급의 300%로 책정하자 직원들이 반발한 영향이다. 또 두 기업은 대졸 신입 초임을 두고도 지난해부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선호도를 높이는 배경이다. 특히 정부가 10년 후 반도체 인력을 지금보다 15만 명 늘릴 수 있게 각종 진흥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해 앞으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도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1만6000명을 채용한다. 올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SK그룹도 역대 최대 규모인 1만3000명 이상을 뽑을 계획이다. 두 그룹 모두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뽑기 위해 채용 문을 활짝 열었다.○ IT 업계는 실적·주가 난항에 찬바람IT 업계는 올해 들어 과도한 인건비 부담과 정체된 산업 성장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대표 기업인 네이버는 연간 채용 계획을 지난해보다 30%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세 자릿수 공채를 진행했지만 올해 하반기는 두 자릿수로 감축했다. 이들 기업 모두 올해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 불황 우려에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 사업이 기대 이하로 부진한 영향이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카카오페이·뱅크, 크래프톤 등 주식 보상을 앞세웠던 기업의 직원들은 ‘반 토막’ 난 주가에 애를 태우고 있다.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자 카카오모빌리티나 원스토어 등 상장을 추진했다가 접은 기업들도 있다. 김정현 캐치 소장은 “채용 규모나 기대 보상이 줄어든 IT 업계보다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는 채용 활동이 활발하고 훨씬 긍정적인 소식이 많다 보니 구직자들도 전망 좋은 산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