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주

조동주 기자

동아일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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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동주 기자입니다.

djc@donga.com

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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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대 들어가면 순경’ 표창원 개혁법안에 경찰 술렁

    졸업하면 경위 계급을 달고 임용되는 경찰대 학생을 앞으로는 순경으로 임용해 고위직 독과점을 막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찰대 개혁법안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경찰대 5기 졸업생인 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혁안은 내년 3월부터 경찰대를 경찰수사대로 개편하고 출신 학생의 입직 계급을 경위에서 순경으로 3단계 낮추는 게 골자다. 지금은 경찰대를 졸업하면 경위가 되지만 개정안은 입학과 동시에 순경이 되는 구조다. 표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은 경찰청이 8일 개최한 전국 지휘부 워크숍에서 소개됐다. 법안을 접한 경찰관들은 입직 경로별로 반응이 분명하게 엇갈렸다. 12만 경찰 중 11만 명 이상인 순경 출신들은 환영했다. 순경 출신들은 경찰대 출신에 대한 불만을 표 의원 법안 지지로 표출하는 모양새다. 대부분 경위로 정년퇴직하는 순경 출신은 경찰대 출신이 20대 초반에 경위가 되는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경찰대 출신은 학비와 병역 혜택을 받으면서도 지구대 등 최일선 현장을 기피하고 본청이나 지방청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데도 오히려 승진은 더 빠르다는 인식도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순경에서 시작한 한 경위는 “일부 경찰대 출신 경위는 교통 단속 스티커조차 뗄 줄 모를 만큼 현장을 모른다”며 “요즘은 신입 순경 중 대졸자도 많아 예전처럼 엘리트를 키우는 사관학교 방식의 경찰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대라고 본다”고 말했다. 12만 경찰 중 3200여 명에 불과한 경찰대 출신이 총경 이상 고위직의 절반 이상을 독점하는 구조가 개혁 대상이긴 하지만 최상위권 학생인 경찰대 졸업생의 임용 계급을 3단계나 낮추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도 있다. 순경 출신의 한 총경은 “순경으로 입학하더라도 졸업은 두 단계 높여 경사로 시키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들은 표 의원이 발의한 대로라면 경찰대가 엘리트 양성기관이 아니라 사실상 ‘경찰직업학교’로 전락할 것이라며 일제히 반대했다. 경찰이 유능하고 젊은 인재를 유입시키지 못해 조직 경쟁력이 약화될 거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경찰대생을 순경으로 뽑는다면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경찰청은 2021년부터 경찰대 신입생을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이고 2023년부터 현직 경찰(25명)과 일반 대학생(25명) 등 총 50명을 매년 편입생으로 받는 자체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종걸 진선미 의원이 경찰대 학부과정을 폐지하는 법안을 잇달아 낸 데 이어 경찰대 출신인 표 의원도 개혁 법안을 내면서 경찰 자체 개혁안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모양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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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지식전수 넘어 생산해야… 高大 경쟁자는 삼성같은 대기업”

    “고려대의 경쟁 상대는 다른 대학들이 아니라 삼성, 현대차, SK, LG 같은 대기업입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64)은 지난 4년 동안 고려대를 ‘지식 전수’가 아닌 ‘지식 생산’의 근거지로 변화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현재를 ‘21세기 문명사적 전환기’로 규정한 그는 “더 이상 대학이 20세기 패러다임에 머물면 안 되고 외부와의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학협력으로 외부에서 연간 5000억 원 이상이 고려대로 들어오는 것을 그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4년의 총장 임기를 마치고 28일 퇴임하는 염 총장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인촌 챔버에서 만나 한국 대학이 가야 할 길과 고려대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대학을 ‘지식의 놀이동산’으로 바꿔야” ‘상대평가 폐지, 출석체크 폐지, 시험감독 폐지.’ 염 총장은 2015년 3월 취임 직후 이와 같은 ‘3무(無) 정책’을 추진했다. 기존 대학 수업의 기본 틀을 깨는 파격이었다. 학생들이 평가에 얽매여 좋은 성적을 받기에 유리한 과목만 골라 수강하는 폐해를 없애려는 목적이었다.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수동적으로 교수 강의를 듣고 외워 성적을 높이는 데만 매달리는 학생 다수에게 ‘더 이상 그렇게는 안 된다’는 자극을 주고 싶었다는 게 염 총장의 설명이다. ‘성적 우수 장학금’을 없애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목적이었다. 그는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해서 충격을 주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 제가 한 일이다. 그중 일부는 열매를 맺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진행형이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대학을 ‘지식의 놀이동산’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대기업 위주의 취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염 총장은 고려대 안에 컨테이너를 쌓아 학생들이 모여 토론하는 공간인 ‘파이빌(π-Ville)’을 만들었다. 또 학생의 아이디어를 직접 제품으로 생산하는 ‘엑스개라지(X-Garage)’도 세웠다. 염 총장은 “파이빌에선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과 졸업생들까지 포함해 60여 개 팀이 돌아가면서 최장 두 달 단위로 활동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려대가 국방부와 공동 운영하는 사이버국방학과를 취업 패러다임 전환의 성공 사례로 제시했다. 국방부가 사이버국방학과 학생들에게 4년간 학비 전액과 매달 생활비를 50만 원씩 지급하며 사이버 보안 전문 장교를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염 총장은 “전국 최고 수준인 사이버국방학과 학생들은 세계해커대회에서 2차례 우승하며 우수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가 파격적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의 근거로 등록금 환원율을 제시했다. 2017학년도 학생 1인당 교육비로 2286만 원을 써서 등록금 환원율이 241%라고 설명했다. 학생이 낸 등록금의 2.4배 이상을 교육에 투자했다는 의미다. 염 총장은 “이젠 대학이 등록금을 받고 가르치기만 하는 시대가 아니라 새 시대를 이끌 지식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디네이터 있어야 SKY 간다? 완벽한 허구” 염 총장은 최근 종영한 최상위권 대학 입시 문제를 다룬 TV 드라마를 언급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된 입시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액을 들여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성적과 봉사활동 등의 스펙을 철저하게 관리해주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모집을 통해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완벽한 허구’라는 것이다. 염 총장은 “학원가에서 코디네이터 나오는 드라마 내용의 70%가 사실이라고 한다는데 학원들이 학부모들을 겁줘서 끌고 가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코디네이터 고용 등에 들어갈 거액을 쓸 수 없는 집안의 학생이 고려대에 많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고려대 재학생 2만여 명의 가정 소득 수준을 0∼10분위로 구분했을 때 2700여 명이 기초생활수급자(소득 0분위)와 차상위계층(1분위), 차차상위계층(2분위)이다. 3분위까지가 전체의 22%”라고 밝혔다. 또 그는 ‘강남 학생들이 고려대에 많이 들어간다’는 소문도 오해라고 했다. 2019학년도 입시에서 수시모집으로 고려대에 합격한 3469명의 출신 고교가 1000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염 총장은 “다양성을 중시해 신입생을 선발하다 보니 강남에선 오히려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는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염 총장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교육 업체를 찾아가 거액을 들여 입시 컨설팅을 받는 비정상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국내 대학 최초로 일대일 대면 입시 상담이 상시 가능한 진로진학상담센터를 열었다. 염 총장은 “대학이 직접 ‘우리는 이런 학생을 뽑는다’며 상담에 나서자 작년에만 전국 각지에서 3000명 넘는 학생이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퇴임 후 당분간 자유롭게 책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또 고등학교의 대안학교 같은 ‘대안대학’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구상도 밝혔다. 염 총장은 “지식의 절반이 10년 안에 의미가 없어질 만큼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며 “전통 학문 대신 생각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대안대학으로 기존 대학에 충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김하경 기자}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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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최대 1조3000억원 벌금 뒤엔… 부산지검의 ‘밀반송 法網’

    《홍콩에서 비행기를 탄 A 씨가 금괴를 가득 담은 가방을 들고 한국 공항에 내려 환승구역으로 향한다. 한국을 환승지로만 삼으면 세관 검사를 안 받는다. A 씨는 면세점과 출국 게이트가 있는 환승구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나 몰래 금괴를 나눠준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들은 금괴 5, 6개씩을 몸에 숨기고 일본행 비행기를 탄다. 인천, 김해 등 한국 국제공항에선 이런 방식으로 하루 평균 200여 개의 금괴가 오간다. 홍콩 금괴가 한국 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밀수는 수년간 공공연히 이뤄져왔다. 하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 검사들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시작됐다.》“검찰에서 나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시죠.” 지난해 3월 14일 오전 7시. 부산지검 외사부 수사관들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고급빌라 현관문을 두드렸다. 홍콩에서 금괴를 산 뒤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하는 조직의 총책 윤모 씨(55) 집이었다. 초인종을 대여섯 번 누르고 나서야 문이 열렸다. 안방에 들어가 보니 검은 가방 2개가 놓여 있었다. 가방엔 5만 원권 현금이 가득했다. 수사관들은 돈을 세기 시작했다. 전부 11억 원이었다. ‘이게 전부일까?’ 신입이었던 신연주 수사관(29·여)에겐 뭔가 좀 이상하다는 ‘촉’이 왔다. 집안 곳곳을 뒤지던 신 수사관은 윤 씨 자녀 방 옷장에서 여행가방 7개를 찾았다. 열어보니 한화 9억 원, 미화 359만 달러(약 40억5000만 원), 엔화 4억 엔(약 41억1500만 원) 등 현금 90억 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안방에 있던 검은 가방 2개는 추가 수색을 막기 위해 던져 놓은 미끼였던 것이다. 윤 씨 집에서 발견된 101억 원과 공범들 집에서 압수한 현금을 더하면 총 128억 원. 검찰이 단일 사건에서 현금으로 환수한 역대 최대 범죄수익금이었다.○ 집단지성이 만든 ‘밀반송’ 법리 윤 씨 일당은 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해 한국 공항 환승구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하는 수법으로 막대한 돈을 만졌다. 홍콩에선 0%인 금괴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가 일본에선 8%인 점을 노려 밀수로 차익을 챙기는 구조다. 일본이 2014년에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하면서 본격화된 수법이다. 윤 씨 일당은 2015년 7월∼2016년 12월 홍콩 금괴 4만 개(2조 원 상당)를 일본으로 밀수해 4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홍콩 금괴가 한국 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된다는 건 수년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밀수 조직은 중간에 한국을 거쳐 금괴의 출발지를 홍콩이 아닌 한국으로 세탁하는 방식으로 일본의 세관 검사를 피했다. 일본이 한국인 관광객에겐 세관 검사를 느슨하게 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한국 관세당국은 한국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며 손을 쓰지 않아 윤 씨는 밀수로 수백억 원을 벌 수 있었다. 윤 씨에 대한 수사는 2017년 7월 김상균 당시 부산지검 외사부 검사(46·현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서류를 의아하게 여기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2016년 가을부터 윤 씨 일당 중 일부가 연루된 홍콩발 일본행 금괴 밀수 사건을 수사하다가 무혐의로 결론내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금괴가 한국에서 통관 절차 없이 환승구역만 거쳐 일본으로 가기 때문에 법리상으로는 한국으로의 밀수가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사람이 홍콩에서 산 금괴가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되는데 한국에선 처벌할 수 없다?’ 이상하다고 여긴 김 검사는 한 달간 관세법에 매달렸다. 그동안 이런 사건을 수사한 적이 없어 판례도 없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을 지냈던 권순철 당시 부산지검 2차장검사(50·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해외에 유사 사건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영문 판례까지 뒤졌지만 역시 없었다. 김 검사는 유죄를 입증할 새 법리를 만들었다. 조대호 당시 부산지검 외사부장(46·현 인천지검 특수부장)이 허점을 채워나갔다. 이 법리는 외사부 검사들의 토론장에 올랐다. 조 부장은 “부장 말은 다 옳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라”며 토론을 주도했다. 박성진 검사(37)와 이소연 검사(38·여·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악마의 변호인’을 자처하며 치열하게 다퉜다. 3개월간의 토론 끝에 외사부 검사들은 유죄 판결을 확신할 정도로 법리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검사들이 완성한 법리는 이랬다. 홍콩에서 구입한 금괴가 한국 공항 환승구역으로 들어왔다가 일본에서 판매되는 형태라면 사실상 중계무역이어서 관세법상 반송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밀반송’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관세범죄 수사는 밀수에만 집중돼 밀반송 범죄를 다룬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김 검사는 “관세청에서도 밀반송 사건을 생소해했던 만큼 이례적인 법리였다”고 말했다.○ ‘공짜 여행’에 혹했다 5세 딸과 생이별 수사팀은 지난해 1월부터 홍콩∼한국∼일본을 거치는 금괴 밀수 조직의 e메일과 문자메시지 교신 내역 등을 은밀히 추적했다. 조직 총책인 윤 씨의 존재와 조직 규모, 금괴 거래 내역이 담긴 장부, 운반책으로 동원된 한국인 여행객 명단이 나왔다. 밀수된 금괴는 1년 반 동안 2조 원어치가 넘었다. 밀수에 동원된 여행객은 2016년에만 5000명 이상이었다. 운반책들은 ‘간단한 심부름만 해주면 공짜여행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쉽게 넘어갔다. 윤 씨 일당은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를 통해 ‘항공권과 호텔비를 대주고 수고비로 10만∼20만 원을 더 주겠다’며 금괴를 운반할 여행객을 모았다. 처음에는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모집하다가 밀수 규모가 커지자 외부인까지 물색한 것이다. 이들은 일본의 의심을 피하려고 주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나 여성 일행들을 운반책으로 골랐다. 운반책을 맡은 여행객들은 홍콩에서 금괴를 들고 온 윤 씨 일당과 한국 공항 환승구역에서 접선했다. 면세점이나 화장실 등에서 금괴를 받은 뒤 비행기에 올라 일본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 씨 일당에게 전달했다. 간혹 운반책이 금괴를 들고 나가다 적발되면 윤 씨 일당이 벌금 수천만 원을 대신 내줬다. 윤 씨 일당은 금괴 배달사고를 우려해 운반책의 신원을 상세히 기록했다. 출국 당일엔 운반책의 전신사진까지 찍어 일본 공항에서 기다리는 금괴 회수책에게 보냈다. 운반책이 금괴를 들고 도망가면 한국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운반책은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밀수 주범인 윤 씨 일당은 법망을 피해갔다. 윤 씨 일당이 체포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2월 초 김해공항에서 일본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탔던 한국인 12명이 후쿠오카 공항에서 금괴 36kg을 밀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B 씨(34) 부부가 구속되자 혼자 남겨진 다섯 살배기 딸은 한국에 있던 할머니가 황급히 일본으로 가 데려왔다. 딸과 생이별한 부부는 일본 감옥에 갇혀 있다 석 달 만에 풀려났다. 부부는 수사팀에 “단순 알바로 생각했다가 신세를 망쳤다”며 많이 괴로워했다고 한다.○ 역대 최초 유죄 판결, 역대 최대 벌금 윤 씨 일당의 범행으로 한국인이 일본에서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은 김영대 당시 부산지검장(56·현 서울북부지검장)은 수사팀을 독려했다. 김상균 이소연 검사가 부산지검을 떠났고 하동우 검사(44·현 해외불법재산 환수 합동조사단 부부장검사)와 주혜진 검사(42·여)가 부임하면서 수사팀은 전열을 재정비했다. 수사팀은 관세청 국세청과의 공조가 수사 성공의 열쇠라고 판단했다. 하 부부장은 관세청을 찾아가 실무진과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검사 출신이었던 김영문 관세청장(54)은 친정의 수사에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검찰이 윤 씨 일당의 금괴 밀수를 전담하고, 관세청은 윤 씨 일당이 금괴 밀수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을 맡기로 했다. 국세청은 윤 씨 일당의 밀수 수익에 대한 소득세 포탈을 조사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지난해 3월 14일 윤 씨를 체포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윤 씨는 자신의 금괴 밀수가 한국에선 죄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괴를 홍콩에서 일본으로 옮기는 거래이고 한국은 환승지에 불과해 한국 세관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법리 토론을 거쳤던 수사팀은 윤 씨를 포함한 핵심 조직원 4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최환)는 11일 윤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1조3338억 원, 추징금 2조102억 원을 선고했다. 개인에게 부과된 역대 최대 벌금이고, 분식회계로 23조 원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추징금이다. 운반총괄 양모 씨(47)에게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조3247억 원, 추징금 2조102억 원이 선고됐다. 벌금 액수는 윤 씨가 밀수한 금괴 원가에 포탈 세액의 2배를 더한 것이다. 윤 씨가 밀수한 금괴 원가는 1조3248억 원이고 빼돌린 세금의 2배가 90억 원이었다. 추징금은 밀수한 금괴의 시세로 정해지는데 시세 5000만 원짜리 금괴 4만여 개를 밀수한 윤 씨에겐 2조 원 대의 추징금이 부과됐다. 윤 씨 일당이 범죄로 거둔 수익은 모두 합쳐 400억 원 남짓이지만 벌금과 추징금 산정 기준에 따르면 이렇게 판결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윤 씨가 1조3000억 원이 넘는 벌금을 내지 못 하면 강제노역을 해야 한다. 형법상 강제노역은 최대 1000일까지만 할 수 있다. 윤 씨는 하루 일당 13억 원짜리 ‘황제 노역’을 하게 되는 셈이다. 윤 씨는 징역 5년의 형기를 마쳐도 강제노역을 하느라 1000일 더 수감될 가능성이 높다. 출소 후라도 수입이 생긴다면 추징금으로 내야 한다. 지난해 5월 수사팀이 윤 씨 일당을 기소하자 유사 사건을 다루던 전국 지방경찰청 네다섯 곳에서 문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윤 씨 일당처럼 한국을 경유지 삼아 홍콩 금괴를 외국으로 밀수하는 범죄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부산지검 외사부는 홍콩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금괴 밀수를 한국에서 처음 처벌하는 사례를 이끌어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선 윤 씨 일당과 같은 수법을 쓴 밀수 조직에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마다 판단이 다른 만큼 윤 씨 일당 사건도 2심 재판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동호 부산지검 외사부장(49)은 “이번 사건의 유죄 판결을 확정지어야 평범한 국민을 전과자로 만드는 밀수 범죄를 끊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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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괴 밀수 구역된 국내 공항…총책 윤씨 집에서는 현금 120억 ‘우수수’

    홍콩에서 비행기를 탄 A 씨가 금괴를 가득 담은 가방을 들고 한국 공항에 내려 환승구역으로 향한다. 한국을 환승지로만 삼으면 세관 검사를 안 받는다. A 씨는 면세점과 출국 게이트가 있는 환승구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나 몰래 금괴를 나눠준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들은 1인당 금괴 5,6개씩 몸에 숨기고 일본행 비행기를 탄다. 인천, 김해 등 한국 국제공항에선 이런 방식으로 하루 평균 200여 개의 금괴가 오간다. 홍콩 금괴가 한국 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밀수는 수년간 공공연히 이뤄져왔다. 하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시죠.” 지난해 3월 14일 오전 7시.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 수사관들이 서울 청담동의 한 고급빌라 현관문을 두드렸다. 홍콩에서 금괴를 산 뒤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하는 조직의 총책 윤모 씨(55) 집이었다. 초인종을 대여섯 번 누르고 나서야 문이 열렸다. 안방에 들어가 보니 검은 가방 2개가 놓여 있었다. 가방엔 5만 원권 현금이 가득했다. 수사관들은 돈을 세기 시작했다. 전부 11억 원이었다. ‘이게 전부일까?’ 신입이었던 신연주 수사관(29·여)에겐 뭔가 좀 이상하다는 ‘촉’이 왔다. 집안 곳곳을 뒤지던 신 수사관은 윤 씨 자녀 방 옷장에서 여행가방 7개를 찾았다. 열어보니 한화 9억 원, 미화 359만 달러(약 40억 5000만 원), 엔화 4억 엔(약 41억1500만 원) 등 현금 90억 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안방에 있던 검은 가방 2개는 추가 수색을 막기 위해 던져 놓은 미끼였던 것이다. 윤 씨 집에서 발견된 101억 원과 공범들 집에서 압수한 현금을 더하면 총 128억 원. 검찰이 단일 사건에서 현금으로 환수한 역대 최대 범죄수익금이었다.●집단지성이 만든 ‘밀반송’ 법리 윤 씨 일당은 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해 한국 공항 환승구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하는 수법으로 막대한 돈을 만졌다. 홍콩에선 0%인 금괴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가 일본에선 8%인 점을 노려 밀수로 차익을 챙기는 구조다. 일본이 2014년에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하면서 본격화된 수법이다. 윤 씨 일당은 2015년 7월~2016년 12월 홍콩 금괴 4만 개(2조 원 상당)를 일본으로 밀수해 4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홍콩 금괴가 한국 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된다는 건 수년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밀수 조직은 중간에 한국을 거쳐 금괴의 출발지를 홍콩이 아닌 한국으로 세탁하는 방식으로 일본의 세관 검사를 피했다. 일본이 한국인 관광객에겐 세관 검사를 느슨하게 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한국 관세당국은 한국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며 손을 쓰지 않아 윤 씨는 밀수로 수백억 원을 벌 수 있었다. 윤 씨에 대한 수사는 2017년 7월 김상균 당시 부산지검 외사부 검사(46·현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서류를 의아하게 여기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2016년 가을부터 윤 씨 일당 중 일부가 연루된 홍콩발 일본행 금괴 밀수 사건을 수사하다가 무혐의로 결론내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금괴가 한국에서 통관 절차 없이 환승구역만 거쳐 일본으로 가기 때문에 법리상으로는 한국으로의 밀수가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사람이 홍콩에서 산 금괴가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되는데 한국에선 처벌할 수 없다?’ 이상하다고 여긴 김 검사는 한 달간 관세법에 매달렸다. 그동안 이런 사건을 수사한 적이 없어 판례도 없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을 지냈던 권순철 당시 부산지검 2차장 검사(50·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해외에 유사 사건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영문 판례까지 뒤졌지만 역시 없었다. 김 검사는 유죄를 입증할 새 법리를 만들었다. 조대호 당시 부산지검 외사부장(46·현 인천지검 특수부장)이 허점을 채워나갔다. 이 법리는 외사부 검사들의 토론장에 올랐다. 조 부장은 “부장 말은 다 옳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라”며 토론을 주도했다. 박성진 검사(37)와 이소연 검사(38·여·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악마의 변호인’을 자처하며 치열하게 다퉜다. 3개월간의 토론 끝에 외사부 검사들은 유죄 판결을 확신할 정도로 법리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검사들이 완성한 법리는 이랬다. 홍콩에서 구입한 금괴가 한국 공항 환승구역으로 들어왔다가 일본에서 판매되는 형태라면 사실상 중계무역이어서 관세법상 반송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밀반송’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관세범죄 수사는 밀수에만 집중돼 밀반송 범죄를 다룬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김 검사는 “관세청에서도 밀반송 사건을 생소해했던 만큼 이례적인 법리였다”고 말했다.●‘공짜 여행’에 혹했다 5세 딸과 생이별 수사팀은 지난해 1월부터 홍콩~한국~일본을 거치는 금괴 밀수 조직의 e메일과 카카오톡 교신 내역 등을 은밀히 추적했다. 조직 총책인 윤 씨의 존재와 조직 규모, 금괴 거래 내역이 담긴 장부, 운반책으로 동원된 한국인 여행객 명단이 나왔다. 밀수된 금괴는 1년 반 동안 2조 원 어치가 넘었다. 밀수에 동원된 여행객은 2016년에만 5000명 이상이었다. 운반책들은 ‘간단한 심부름만 해주면 공짜여행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쉽게 넘어갔다. 윤 씨 일당은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를 통해 ‘항공권과 호텔비를 대주고 수고비로 10만~20만 원을 더 주겠다’며 금괴를 운반할 여행객을 모았다. 처음에는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모집하다가 밀수 규모가 커지자 외부인까지 물색한 것이다. 이들은 일본의 의심을 피하려고 주로 부부나 여성들을 운반책으로 골랐다. 운반책을 맡은 여행객들은 홍콩에서 금괴를 들고 온 윤 씨 일당과 한국 공항 환승구역에서 접선했다. 면세점이나 화장실 등에서 금괴를 받은 뒤 비행기에 올라 일본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 씨 일당에게 전달했다. 간혹 운반책이 금괴를 들고 나가다 적발되면 윤 씨 일당이 벌금 수천만 원을 대신 내줬다. 윤 씨 일당은 금괴 배달사고를 우려해 운반책의 신원을 상세히 기록했다. 출국 당일엔 운반책의 전신 사진까지 찍어 일본 공항에서 기다리는 금괴 회수책에게 보냈다. 운반책이 금괴를 들고 도망가면 한국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운반책은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밀수 주범인 윤 씨 일당은 법망을 피해갔다. 윤 씨 일당이 체포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2월 초 김해공항에서 일본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탔던 한국인 12명이 후쿠오카 공항에서 금괴 36kg을 밀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B 씨(34) 부부가 구속되자 혼자 남겨진 다섯 살배기 딸은 한국에 있던 할머니가 황급히 일본으로 가 데려왔다. 딸과 생이별한 부부는 일본 감옥에 갇혀 있다 세 달 만에 풀려났다. 부부는 수사팀에 “단순 알바로 생각했다가 신세를 망쳤다”며 많이 괴로워했다고 한다.●역대 최초 유죄 판결, 역대 최대 벌금 윤 씨 일당의 범행으로 한국인이 일본에서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은 김영대 당시 부산지검장(56·현 서울북부지검장)은 수사팀을 독려했다. 김상균 이소연 검사가 부산지검을 떠났고 하동우 검사(44·현 해외불법재산 환수 합동조사단 부부장검사)와 주혜진 검사(42·여)가 부임하면서 수사팀은 진열을 재정비했다. 수사팀은 관세청 국세청과의 공조가 수사 성공의 열쇠라고 판단했다. 하 부부장은 관세청을 찾아가 실무진과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검사 출신이었던 김영문 관세청장(54)은 친정의 수사에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검찰이 윤 씨 일당의 금괴 밀수를 전담하고 관세청은 윤 씨 일당이 금괴 밀수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을 맡기로 했다. 국세청은 윤 씨 일당의 밀수 수익에 대한 소득세 포탈을 조사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지난해 3월 14일 윤 씨를 체포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윤 씨는 자신의 금괴 밀수가 한국에선 죄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괴를 홍콩에서 일본으로 옮기는 거래이고 한국은 환승지에 불과해 한국 세관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법리 토론을 거쳤던 수사팀은 윤 씨를 포함한 핵심 조직원 4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최환)는 11일 윤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1조3338억 원, 추징금 2조102억 원을 선고했다. 개인에게 부과된 역대 최대 벌금이고, 분식회계로 23조 원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추징금이다. 운반총괄 양모 씨(47)에게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조3247억 원, 추징금 2조102억 원이 선고됐다. 벌금 액수는 윤 씨가 밀수한 금괴 원가에 포탈 세액의 2배를 더한 것이다. 윤 씨가 밀수한 금괴 원가는 1조3248억 원이고 빼돌린 세금의 2배가 90억 원이었다. 추징금은 밀수한 금괴의 시세로 정해지는데 시세 5000만 원짜리 금괴 4만여 개를 밀수한 윤 씨에겐 2조 원 대의 추징금이 부과됐다. 윤 씨 일당이 범죄로 거둔 수익은 모두 합쳐 400억 원 남짓이지만 벌금과 추징금 산정 기준에 따르면 이렇게 판결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윤 씨가 1조3000억 원이 넘는 벌금을 내지 못 하면 강제노역을 해야 한다. 형법상 강제노역은 최대 1000일까지만 할 수 있다. 윤 씨는 하루 일당 13억 원짜리 ‘황제 노역’을 하게 되는 셈이다. 윤 씨는 징역 5년의 형기를 마쳐도 강제노역을 하느라 1000일 더 수감될 가능성이 높다. 출소 후라도 수입이 생긴다면 추징금으로 내야 한다. 지난해 5월 수사팀이 윤 씨 일당을 기소하자 유사 사건을 다루던 전국 지방경찰청 네다섯 곳에서 문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윤 씨 일당처럼 한국을 경유지 삼아 홍콩 금괴를 외국으로 밀수하는 범죄가 적지 않다는 반증이다. 부산지검 외사부는 홍콩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금괴 밀수를 한국에서 처음 처벌하는 사례를 이끌어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선 윤 씨 일당과 같은 수법을 쓴 밀수 조직에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마다 판단이 다른 만큼 윤 씨 일당 사건도 2심 재판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동호 부산지검 외사부장(49)은 “이번 사건의 유죄 판결을 확정지어야 평범한 국민을 전과자로 만드는 밀수 범죄를 끊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기자 djc@donga.com}

    • 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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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청앞 1인시위’ 경찰, 퇴직후 로스쿨로

    불법 시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 청구를 사실상 포기한 경찰 조직을 비판하며 경찰청 앞에서 정복을 입고 1인 시위를 벌였던 홍성환 경감(30·경찰대 28기)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경찰을 떠나 로스쿨에 진학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불법 시위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찰 수뇌부에 대한 내부 불만을 파격적인 1인 시위로 대변했던 청년경찰은 다음 달부터 서울의 한 로스쿨에서 변호사에 도전한다. 홍 전 경감은 지난해 9월 13일 현직 경찰 신분으로 경찰청 앞에서 ‘불법과 타협한 경찰청 NO’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됐다. 경찰이 2015년 4월 세월호 추모집회 당시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행위로 파손된 경찰버스와 장비 등 7780만 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했던 소송을 3년여 만에 강제조정 형식으로 배상 없이 마무리한 것을 비판하는 1인 시위였다. 홍 전 경감은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1인 시위를 한 뒤 사흘 만에 긴장된 마음으로 출근하던 날을 떠올렸다. 당시 동대문경찰서 용신지구대 동료들은 ‘나이 어린 팀장이 소신 있게 할 말 했다’며 격려를 해줬다. 시민들은 지구대를 직접 찾아와 홍 전 경감에게 꽃바구니와 손편지 등을 건넸다. 홍 전 경감은 “1인 시위를 했다고 불이익을 받은 건 전혀 없었다”며 “로스쿨에 진학한 건 전문성과 경험을 더 쌓고 싶다는 개인적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다. 홍 전 경감은 혹시라도 ‘로스쿨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 쓰려고 1인 시위했느냐’는 비판이 있을까 봐 입시 과정에서 경찰이란 사실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하고 변호사가 되면 경찰 관련 이슈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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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주먹 휘두르면 테이저건, 흉기 위협땐 권총 대응 가능

    13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암사역 흉기난동 사건 등 범죄 현장에서 연이은 소극적인 대처로 비난을 받는 경찰이 물리력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매뉴얼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 매뉴얼은 ‘현행범이나 징역 3년 이상의 죄를 지은 범인 체포 시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본보가 16일 입수한 경찰청의 ‘비례의 원칙에 입각한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 매뉴얼은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경찰 물리력의 최대치를 명확히 규정했다. 경찰과 대치하는 범인의 상태를 △순응 △단순 불응 △소극적 저항 △위협·폭력 행사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의 한계를 구체화했다. 새 매뉴얼에 따르면 범인이 경찰관에게 순응한다면 수갑까지만 채울 수 있다. 거친 주먹질이나 발길질 등으로 경찰관을 폭행하면 테이저건 등 전기충격기와 가스분사기, 경찰봉, 방패까지 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범인이 총기나 흉기로 경찰관이나 시민을 치명적으로 해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경찰봉과 방패로 범인의 머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를 가격할 수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권총을 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각 단계별 최고 수준의 물리력 행사에 앞서 경찰관이 위해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는 원칙을 달았다. 위태로운 상황에선 경찰관이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되 과도한 경찰력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를 막자는 취지다. 수갑 경찰봉 테이저건 가스분사기 등 경찰장구마다 사용해서는 안 되는 구체적 사례도 담겼다. 이번 매뉴얼은 경찰대 출신인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46)가 지난해 3월 경찰청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한국 미국 법원의 판례와 미국 경찰 매뉴얼 등을 참고해 만들었다. 경찰청의 인권영향평가를 마치면 다음 달 경찰위원회에 상정돼 공식 매뉴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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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복의 땀과 눈물 기억하겠습니다

    고 김선현 경북지방경찰청 경감은 토요일이었던 지난해 7월 7일 저녁 경북 안동시 자택에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인 기념으로 외식을 했다. 평소 공부하느라 대구에서 지내던 두 자녀는 두 달여 만에 집으로 와 부모와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새벽 김 경감은 자고 있는 딸과 아들에게 뽀뽀를 해주고 근무지인 영양파출소로 출근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김 경감은 난동을 부리는 정신질환자를 제압하려다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 경감이 순직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가족들은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그대로 쓰고 있다. 김 경감의 부인(50)은 “애들 아빠가 어느 순간 집에 돌아올 것만 같아 아직도 비밀번호를 못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26년간 경찰에 헌신한 가장(家長)의 황망한 죽음이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김 경감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8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위민경찰관상을 받았다. 아버지를 존경해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딸은 지난해 12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관이 됐다. 지난해부터 순경 공채를 준비한 딸은 아버지가 근무했던 경북경찰청에서 일하게 됐다. 김 경감 부인은 “딸이 경찰관이 되면 아빠랑 나란히 정복 입고 사진 찍고 싶다는 얘기를 늘 해왔다”고 말했다.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2년 제정했다. 올해는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청이 추천한 후보 중 대상 1명과 제복상 6명, 특별상 2명, 위민경찰관상 3명, 위민소방관상 3명 등 모두 15명에게 시상했다. 대상 수상자로는 22년 동안 바다를 누비며 외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을 단속해온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박성록 경감(47)이 선정됐다.조동주 djc@donga.com·우현기 기자}

    • 20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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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고민 상담받아 돈벌이 나선 ‘나쁜 어른들’

    “저는 은따(은근한 왕따)여서 소외되며 투명인간, 호구 취급받아요.” 초등학생 A 양(12)은 지난해 9월 청소년 익명 고민 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나쁜 기억 지우개’에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을 적어 올렸다. 이 앱은 ‘고민은 나눌 때 지워진다’며 고민을 익명으로 나누면서 치유하자는 취지라고 소개했다. A 양은 익명으로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유머가 없고 매력도 없어 정말 재미없는 애”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2016년 만들어진 이 앱은 그동안 50만 번 넘게 다운로드됐을 만큼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A 양을 비롯한 수많은 청소년들은 익명성을 믿고 털어놓은 고민이 어른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앱을 만든 ‘나쁜 기억 지우개 주식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데이터 오픈마켓인 데이터스토어에 청소년들의 고민을 엑셀 파일 형태로 만들어 월 이용료 500만 원에 내놨다. 파일에는 9∼24세 앱 이용자들의 고민 내용과 글쓴이의 출생연도, 성별, 글을 쓸 당시의 위치정보(위도, 경도)까지 담겼다. 이 업체는 앱을 개발한 이모 씨가 운영하는 개인 스타트업이다. 업체가 데이터스토어에 올린 판매 글에는 청소년들의 출생연도와 성별, 위치정보가 기재된 고민들이 샘플 형태로 올라와 있었다. 샘플에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다’ ‘중3 여자인데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영어를 40점 받았다’ ‘하교하는데 짝사랑하는 남자를 우연히 만났다’ ‘누군가 내게 큰소리로 말하면 온몸에 경련이 온다’ 등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데이터스토어는 업체가 데이터 판매를 신청하면 데이터산업진흥원이 검열해 장터에 게시하는 방식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데이터는 판매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진흥원은 설명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나쁜 기억 지우개가 판매 신청한 자료에는 실명,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일절 없었다”며 “글을 썼을 당시 위치정보만으로는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 내용과 위치 정보를 조합하면 본인이나 가까운 지인은 글쓴이를 특정할 수도 있어 보였다. 앱을 사용했던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는 걸 알게 되자 ‘나쁜 기억을 지워준다더니 평생 못 지울 나쁜 기억을 만들어줬다’며 반발했다. 이 앱은 ‘작성한 글은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며 당신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정작 업체 데이터베이스(DB)에는 구체적 위치정보와 함께 글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업체 측은 5일 데이터 판매 글을 삭제하고 유튜브에 해명 영상을 올려 사과했다. 업체 측은 “무료로 운영되는 앱이고 수익이 크지 않아 운영비를 충당하려고 실명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지운 데이터 판매 글을 올렸다”며 “데이터가 한 건도 팔리지 않았기에 고민 내용이 유출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업체는 자살 등의 우려가 높은 청소년을 지역 청소년상담센터와 자동 연계시켜 주기 위해 위치정보를 수집했지만 6일부터는 중단했다고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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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 기억’ 지운다더니…청소년 인기 앱, 알고보니 고민 팔아 돈벌이

    “저는 은따(은근한 왕따)여서 소외되며 투명인간, 호구 취급받아요.” 초등학생 A양(12)은 지난해 9월 청소년 익명 고민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나쁜 기억 지우개’에 아무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적어 올렸다. 이 앱은 ‘고민은 나눌 때 지워진다’며 고민을 익명으로 나누며 치유하자는 취지라고 소개했다. A 양은 익명으로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유머가 없고 매력도 없어 정말 재미없는 애”라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2016년 만들어진 이 앱은 그동안 50만 번 넘게 다운로드 됐을 만큼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A 양을 비롯한 수많은 청소년들은 익명성을 믿고 털어놓은 고민이 어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앱을 만든 업체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데이터 오픈마켓인 데이터스토어에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엑셀 파일 형태로 만들어 월 500만 원에 판매해왔다. 파일에는 9~24세 앱 이용자들의 고민 내용과 함께 글쓴이의 출생연도와 성별, 글을 쓸 당시의 위치정보(위도·경도)까지 담겼다. 위치 정보와 고민 내용을 조합하면 주변 사람들은 글쓴이를 특정할 수도 있을 만큼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업체가 데이터스토어에 올린 판매 글에는 청소년들의 출생년도와 성별, 위치정보가 기재된 고민들이 샘플 형태로 올라와있었다. 샘플에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다’ ‘중3 여자인데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영어를 40점 받았다’ ‘하교하는데 짝사랑하는 남자를 우연히 만났다’ ‘누군가 내게 큰소리로 말하면 온몸에 경련이 온다’ 등의 고민이 담겨있었다. 업체 측은 판매 글에 “청소년들의 성별 연령 지역별 문제에 관한 특정기간 데이터를 추출해 제공한다”며 “민감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통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앱을 사용했던 청소년들은 평소 말 못할 고민을 익명으로 털어놓고 함께 위로하자던 업체가 자신들의 고민 내용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데 대해 ‘나쁜 기억을 지워준다더니 평생 못 지울 나쁜 기억을 만들어줬다’며 반발했다. 이 앱은 ‘작성한 글은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며 당신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정작 업체 데이터베이스(DB)에는 구체적 위치정보와 함께 글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업체 측은 5일 데이터 판매 글을 삭제하고 유튜브에 해명 영상을 올려 사과했다. 업체 측은 “무료로 운영되는 앱이고 수익이 크지 않아 운영비를 충당하려고 실명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지운 데이터 판매 글을 올렸다”며 “데이터가 한 건도 팔리지 않았기에 고민 내용이 유출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업체는 자살 등의 우려가 높은 청소년을 지역 청소년상담센터와 자동 연계시켜주기 위해 위치정보를 수집했지만 6일부터는 중단했다고 밝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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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과 있는 정신질환자 범죄 징후땐 강제입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살해한 피의자처럼 강력범죄의 위험성이 큰 정신질환자가 과거 난동행위 등으로 112에 신고됐거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면 경찰이 강제 입원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112 신고가 접수된 정신질환자에 대해 강제 입원 절차를 밟는 기준을 정한 응급·행정입원 판단 매뉴얼을 개선했다고 2일 밝혔다. 개선 매뉴얼은 고위험 정신질환자의 과거 진단·치료와 112 신고·처벌 전력, 치료 중단과 흉기 소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강제 입원 진행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그동안 정신질환자가 난동을 부려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눈에 띄는 이상 징후가 없으면 치료 절차 없이 사건을 종결해 추가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강제 입원 여부 판단 시 적용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 보니 인권침해 등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임 교수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일명 ‘임세원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범죄징후 보여도 손 못써… 가벼운 난동 방치했다 참극 되풀이▼경찰, 정신질환자 ‘예방적 강제입원’처벌-치료전력 등 위험성 판단해 입원 대상자 선정, 더 큰 범죄 막아인권침해 우려없게 의사동의 거쳐 정신질환을 앓던 김모 씨(25)는 지난해 1월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흉기로 누나를 찌르려 했다.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말리는 틈을 타 누나는 간신히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김 씨가 안정을 되찾았고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정신건강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라’고만 한 뒤 돌아갔다. 김 씨는 2017년 10월부터 지역 정신건강센터에서 수차례 상담을 받았지만 상태는 더 악화돼 갔다. 누나를 흉기로 위협한 두 달 뒤 김 씨는 침대를 부수는 자신을 나무라는 아버지와 누나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정신질환자 강력범죄 60건 중 22건 재범 경찰은 112 신고가 접수된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해 응급·행정입원 등의 강제 입원 절차를 밟을지 판단하는 매뉴얼을 개정하면 범죄 징후가 뚜렷한데도 실제 범죄 행위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손을 쓰지 못하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청이 2014년 이후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60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강력범죄 전과자의 재범이 22건(37%)이었다. 범행 전 망상과 환청을 호소하거나 난동을 피운 경우가 16건(27%)이었고 범행 전 치료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경우(6건)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경미한 범죄를 통해 예후를 보였지만 강제 입원 등의 치료 조치가 없어 더 큰 강력범죄로 이어졌다. 2017년 4월 서울 영등포 거리를 지나는 군인을 아무런 이유 없이 흉기로 찌른 최모 씨(59)는 사건 전날 다른 군인을 폭행했다가 불구속 입건된 상태였다. 그는 전과 10범이었지만 강제 입원 치료는 없었다. 경찰은 이전과 달리 112 신고와 처벌 전력, 병원 치료 전력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강제 입원 대상을 가려내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직접 강제 입원을 시키는 게 아니라 의사의 동의와 정신의료기관의 판단을 거치기 때문에 인권 침해의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범 징후 명백해도 병원이 입원 거부해 어려움” 지난해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과 입원 연장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은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자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찰과 의사가 판단했을 때 이뤄진다. 고위험 정신질환자라고 판단되면 경찰이 병원으로 데려가고 의사가 동의하면 정신의료기관에 의뢰해 최대 3일 동안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이후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자 동의가 없어도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행정입원’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고위험 정신질환자를 데려가도 병원에서 ‘외상부터 치료하고 오라’ ‘입원실에 자리가 없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입원을 거부해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한다. 강제 입원 절차가 복잡한 데다 강제 입원을 시키더라도 본인이나 보호자의 이의 제기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고 치료비를 못 받을 가능성도 높아 병원들이 기피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재범 징후가 명백한 환자도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하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강북삼성병원에서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모 씨(30)는 2017년 중순 조울증, 양극성 기분장애 등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1년 반 동안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의 장례는 강북삼성병원장으로 4일 치러진다. 조동주 djc@donga.com·강은지·이지훈·김은지 기자}

    •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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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민 997명 정보 샜다… 구멍 뚫린 ‘사이버 안보’

    정부의 관리 소홀로 경북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 1000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다. 탈북민의 주소 등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해킹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8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탈북민 정착을 지원하는 경북 지역 하나센터에서 직원이 사용하던 PC에 담겨 있던 엑셀 파일이 유출됐다. 해당 파일에는 탈북민 997명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탈북민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된 것은 처음이다. 해킹범은 11월 초 한 포털사이트 계정으로 고려대 박사과정 학생을 사칭하며 북한 관련 설문조사에 응해 달라는 e메일을 보냈다. 직원이 센터 컴퓨터로 e메일을 열고 설문지가 담긴 첨부 파일을 내려받자 미리 심어둔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내부 자료가 유출됐다. 탈북민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는 암호를 설정하고,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PC에 저장하도록 하는 이중 보안규정이 모두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탈북민의 개인정보를 노린 북한의 해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앞선 북한의 해킹 수법과 비교하고 있다. 일각에선 남북 화해 무드 속에 정부의 느슨한 대응으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 대응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올 들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물론이고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사칭한 e메일이 적발되는 등 북한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부는 북한이 해킹한 것인지에 대해 “해킹 주체는 수사 중으로 아직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안당국 고위관계자는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때 정부가 합동수사단을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조동주·장관석 기자}

    •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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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민 사는 곳까지 털렸는데… 당국, 한달 넘게 피해사실 몰랐다

    정부가 신변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믿고 한국을 찾은 탈북민 약 1000명의 이름과 주소지 등 개인 정보가 관리 소홀로 유출된 것이 확인되면서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경찰이 북한 소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탈북민에 대한 신변 위협을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 ‘한 달 넘어’ 해킹 확인, ‘일주일 지나’ 피해 통지 28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이번 해킹은 올 11월 초 해킹범이 고려대 박사과정 학생 명의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중 관계 전망’ 등 두 가지 주제에 대한 연구를 위한 설문조사를 사칭하는 e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수신인은 탈북민의 국내 정착을 돕는 경북지역 하나센터 대표 e메일(포털사이트 계정)이었다. 수법은 치밀했다. 해킹범이 보낸 e메일에는 ‘비핵화와 북중 관계 전망 연구를 하려고 북한 전문가와 탈북민 등에게 설문조사를 수차례 하겠다’는 본문과 함께 설문지가 한글 파일로 첨부돼 있었다. 이를 본 직원이 센터 컴퓨터로 메일을 열고 설문지가 담긴 첨부 파일을 내려받자 미리 심어둔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내부 자료가 대거 유출됐다. 컴퓨터 안에는 탈북민들의 개인정보가 복수의 엑셀 파일 형태로 담겨 있었다. 해킹범은 설문조사에서 많이 사용되는 ‘델파이 기법’을 통한 조사를 사칭하며 메일을 보냈다. 델파이 기법은 전문가 등에게 수차례 피드백을 거쳐 특정 이슈의 미래를 예측하는 설문조사 모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해킹으로) 탈북 여종업원 등 상대적으로 민감한 탈북민에 대한 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이 최초로 해킹 사실을 인지한 건 해킹이 이뤄진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12월 중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킹을 인지한 관계기관의 통보를 받고 경북도, 하나재단 등이 경북 하나센터에서 현장 조사를 펼쳤다”고 했다. ‘늑장 확인’ 뒤엔 ‘늑장 대처’가 이어졌다. 19일 하나센터의 해킹 사실을 확인한 뒤에 탈북민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하기 시작한 것은 8일이 지난 27일이었다. 피해 탈북민들은 이름, 생년월일, 주소지가 신원을 알 수 없는 해킹범에게 노출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일주일 넘게 보냈다. 게다가 통일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도 사건 발생 후 한참 지난 27일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후속 조치가 늦어진 것에 대해 “다른 하나센터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고, 개인정보 유출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피해자 통보 및 수사 의뢰 결정은 관리기관인 통일부 소관”이라고만 했다. 경찰은 탈북민 개인정보를 노린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해킹에 쓰인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하는 한편으로 감염에 쓰인 악성코드가 그동안 북한이 해킹 때 써온 것과 유사한지 살펴보고 있다. 과거 북한에서 사용한 악성코드처럼 내부 곳곳에 북한식 어휘가 담겨 있는지도 분석 중이다. ○ 해킹 잇따르지만 정부 “북한 소행 확인 안 돼” 전문가들은 올해 한반도 대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공격이 잦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민간 보안기관이 발간하는 해킹 동향 보고서에는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의 주범 ‘킴수키’ 등 해킹그룹이 새로운 악성코드를 제작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보고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 지원 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을 상대로 2014년부터 올 8월까지 총 3546건의 해킹 시도 및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 하루에 두 번꼴로 탈북민 자료를 빼내기 위한 공격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사칭한 e메일이 정부 관계자에게 발송된 사실이 지난달 알려졌다. 이달 중순엔 북핵과 주한미군 등 최고급 군사정보를 취급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승주 의원(자유한국당)의 상용 e메일 계정이 해커들의 해킹에 뚫린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백 의원 해킹을 시도한 인터넷주소가 ‘러시아’로 나왔지만 러시아 소행이라고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남북, 북-미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정부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킹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로키(low key)’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동참한 한국에 대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도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고위관계자는 “북한 소행 가능성이 높은 해킹 사건의 주체를 적극 파헤치기도, 파헤친다고 해도 그것을 발표하기가 사실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황인찬 기자}

    •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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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항보안노조 “김정호의원 욕설 사과해야” 김정호 “공항공사 제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격”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58·경남 김해을)에게 욕설 섞인 ‘갑질’을 당했다는 김포국제공항 보안요원 김모 씨(24)가 속한 노동조합이 24일 김 의원에게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날 김해신공항 문제를 두고 대척점에 있는 한국공항공사가 사건을 제보한 것이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보안요원들 사이에선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 정치논리로 엮는 걸 보니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울타리공공노조 김포항공보안지부는 항의서한에서 “의원에게 욕설까지 들어가며 근무해야 하는 피해 보안요원이 되레 갑질을 했다고 하니 망연자실할 뿐”이라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 의원은 공항의 모든 비정규직 보안요원들이 규정된 업무만 수행할 뿐 별다른 권한이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갑질’ 주장으로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 의원이 2000여 명의 전국 공항 보안요원에게 상처를 줬고 보안활동을 위축시켰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20일 오후 9시 10분경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동 3층 입구에서 스마트폰 투명 커버 속 신분증을 꺼내 달라는 김 씨 요청을 거부하고 관련 규정 제출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에게 욕설까지 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김 의원은 “욕설을 안 했고 보안요원이 규정에 없는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씨가 자필로 써 공사에 제출한 경위서에는 “고객님(김 의원)이 규정을 얼른 찾으라고 화를 내며 재촉하고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저한테 ‘이 새×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 ‘니들이 뭐 대단하다고 갑질을 하냐’고 말하고 얼굴 사진을 찍었다” “고객님의 계속되는 재촉과 어떤 말씀에도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화를 냈다”고 적혀 있다. 또 김 씨는 “고객님께서 본인이 국토교통위 소속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며 화를 내셔서 다른 승객들의 입장에 방해가 됐다” “이 상황을 지켜본 다른 승객들도 이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고 적었다. 김 의원이 ‘나는 마지막 탑승객이라 뒤에 기다리는 승객이 불평을 토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것과 상반된 주장이다. 김 씨는 당시 김 의원 옆에 있던 보좌관에게서 “의원님은 공항을 건드린 적 없는데”라는 말을 듣고 위협을 느꼈다고 적었다. 노조 관계자는 “국토위 소속 김 의원은 ‘갑’, 피감기관인 공사는 ‘을’, 공사 산하 협력업체 비정규직인 김 씨는 ‘병’”이라며 “‘병’은 ‘갑’의 말 한마디마다 매우 두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 / 김해=강정훈 기자}

    • 2018-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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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공항 보안요원 소속 노조, 김정호 의원에 공식 사과 요구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58·경남 김해을)에게 욕설 섞인 ‘갑질’을 당했다는 김포국제공항 보안요원 김모 씨(24)가 속한 노동조합이 24일 김 의원에게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다. 김 씨가 쓴 자필 경위서에는 김 의원이 했다는 구체적 욕설과 당시 동행했던 김 의원의 보좌관이 위협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울타리공공노조 김포항공보안지부는 항의서한에서 “의원에게 욕설까지 들어가며 근무해야 하는 피해 보안요원이 되레 갑질을 했다고 하니 망연자실할 뿐”이라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 의원은 공항의 모든 비정규직 보안요원들이 규정된 업무만 수행할 뿐 별다른 권한이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갑질’ 주장으로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 의원이 2000여 명의 전국 공항 보안요원에게 상처를 줬고 보안활동을 위축시켰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20일 오후 9시10분경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동 3층 입구에서 스마트폰 투명 커버 속 신분증을 꺼내달라는 김 씨의 요청을 거부하고, 관련 규정 제출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에게 욕설까지 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김 의원은 ‘욕설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보안요원이 규정에 없는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씨가 자필로 적어 한국공항공사에 제출한 경위서에는 “고객님(김 의원)이 규정을 얼른 찾으라고 화를 내며 재촉하고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저한테 ‘이 새X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 ‘니들이 뭐 대단하다고 갑질을 하냐’고 말하고 얼굴 사진을 찍었다” “고객님의 계속되는 재촉과 어떤 말씀에도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화를 냈다”고 적혀있다. 또 김 씨는 “고객님께서 본인이 국토교통위 소속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며 화를 내셔서 다른 승객들의 입장에 방해가 됐다” “이 상황을 지켜본 다른 승객들도 이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고 적었다. 김 의원이 ‘나는 마지막 탑승객이라 뒤에 기다리는 승객이 불평을 토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것과 상반된 주장이다. 김 씨는 당시 김 의원 옆에 있던 보좌관에게서 “의원님은 공항을 건드린 적 없는데”라는 말을 듣고 위협을 느꼈다고 적었다. 노조 관계자는 “국토위 소속 김 의원은 ‘갑’. 피감기관인 공사는 ‘을’. 공사 산하 협력업체 비정규직인 김 씨는 ‘병’”이라며 “‘병’은 ‘갑’의 말 한마디마다 매우 두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24일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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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호 “나 의원인데” 공항 보안요원에 ‘갑질’ 논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58·경남 김해을)이 김포공항에서 스마트폰 커버 안에 있는 신분증을 꺼내 보여 달라는 보안요원을 질타하고 욕설을 했다는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보안요원이 매뉴얼에 없는 행동을 하며 갑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항 비정규직인 보안요원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20일 오후 9시 10분경 김포공항 국내선 건물 3층 출발동 입구에서 김 의원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신분증과 탑승권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불거졌다. 김 의원이 스마트폰 투명 커버 안에 있는 신분증을 제시하자 보안요원이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내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인데 갑자기 신분증을 꺼내라는 근거 규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출발동 입구 보안요원 2명 중 1명이 다급히 출발동 내부 보안데스크로 가서 보안규정을 찾아봤다. 김 의원이 ‘규정을 빨리 찾으라’고 다그치자 보안요원이 당황해 서류를 못 찾고 컴퓨터에 녹음된 매뉴얼을 들려줬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이 새×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 “공사 사장에게 전화해!” 등의 욕설 섞인 위압적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보안요원 2명과 팀장급 직원 1명의 얼굴 사진을 동의 없이 촬영했다고 한다. 한바탕 소동을 치른 김 의원은 이날 오후 9시 30분 김해공항행 에어부산 비행기 이륙 직전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전화해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21일 공사 서울지역본부장과 보안팀장이 국회의 김 의원실을 찾아가 ‘친절했어야 했는데 미진했다’며 사과했다. 김 의원이 부재중이라 보좌관이 대신 만났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욕설을 했다는 건 명백한 거짓” “탑승 수속을 밟는 마지막 승객이었기에 뒤에 줄 선 승객들이 불평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보안요원이 공사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는 김 의원이 욕설을 한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출발동 입구를 비춘 공항 폐쇄회로(CC)TV에는 김 의원 뒤로 5, 6명의 탑승객이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이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올 6월 재·보궐선거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의 지역구였던 경남 김해을을 이어받아 당선됐다. 부산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됐을 때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을 지냈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함께 봉하마을로 귀향해 농업법인 ‘봉하마을’ 대표이사를 지내 ‘노무현의 마지막 호위무사’로 불렸다.조동주 djc@donga.com / 인천=황금천 / 박효목 기자}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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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배기통 연결부분 잘라내 본체와 어긋난듯… 실리콘 처리도 안해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의 보일러를 감식한 경찰이 보일러 본체와 연결된 배기통 일부가 인위적으로 절단된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경찰은 연결부 일부가 잘려나간 배기통을 보일러에 끼워 넣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데다 이음매에 내열실리콘도 바르지 않아 그 틈으로 치명적인 일산화탄소가 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이 펜션 안전검사를 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건물 외부만 둘러본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 펜션 같은 농어촌 민박 내부의 보일러 점검은 민간 가스공급자에게 맡겨져 있다. 이들을 관리, 감독할 주체가 모호해 펜션의 가스 안전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일러 배기통 절단 흔적 정밀 감식 강원지방경찰청과 강릉경찰서는 보일러와 맞물리는 배기통 하단이 변형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보일러와 배기통의 연결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배기가스 대량 발생 등 이상 증세로 인해 배기통이 분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의 보일러는 2014년 펜션이 지어질 때 처음 설치됐다. 당시 펜션에 보일러를 납품했던 대리점 관계자는 본보 기자와 만나 “우리는 보일러를 배달만 해줬고 설치는 그쪽에서 알아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비전문가가 설치 편의를 위해 배기통을 절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법상 보일러와 배기통 이음매는 반드시 내열실리콘으로 마감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철끈과 나사로 고정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사고 펜션의 보일러에는 실리콘도, 철끈과 나사도 없었다.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는 보일러를 부실 점검·관리해도 처벌은 솜방망이다. 보일러를 부실 설치한 시공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이를 방치한 사용자는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지는 게 전부다.○ 보일러 점검 시스템도 ‘총체적 부실’ 이 같은 부실을 적발하는 점검 시스템도 먹통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숙박시설의 경우 내부 보일러 점검을 하지만 사고가 난 펜션은 현행법상 다가구주택으로 분류돼 있어 건물 외부의 가스계량기와 밸브 등만 살펴본다. 가스안전공사가 2016년부터 매년 이 펜션을 점검하면서 3년 연속 ‘적합’ 판정을 했던 이유다. 펜션 내부 보일러 점검은 가스공급업체가 하도록 돼 있다. 가스공급자들은 6개월에 한 번씩 보일러와 배관을 검사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가스공급업체들이 펜션 보일러를 제대로 점검하는지 관리, 감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감독 책임이 있지만 사실상 ‘눈 뜬 장님’이다. 경기도의 한 시 관계자는 “시가 가스공급업체들의 거래처 명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안전점검을 누락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LPG 공급업체 관계자는 “펜션에 손님이 있으면 안전점검을 못 하고 그냥 돌아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펜션에 가스를 공급해온 업체 역시 펜션 내 보일러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6월경 사고 펜션을 점검했는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농어촌 민박의 경우 대부분 영세 가스공급업체가 안전점검을 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다. 점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펜션과 같은 농어촌 민박은 전국 2만6000여 곳에 이른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매년 두 차례 지자체의 안전점검을 받는다. 하지만 이 점검에 가스 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아 점검을 하더라도 보일러 문제를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강릉=조동주 djc@donga.com / 고도예 / 세종=김준일 기자}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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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마치고 여행 고3 학생들, 강릉펜션 참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뒤 서울에서 강원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18일 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3명이 숨지고 7명이 중태에 빠졌다. 학생들은 대입의 짐을 겨우 내려놓고 들뜬 마음으로 경포대 인근으로 향했다가 변을 당했다. 강원 강릉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2분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 주인 김모 씨가 “학생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다”고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은 이 펜션 201호에서 유모 군(18) 등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학생들이 발견된 곳은 2층 거실 4명, 방 2명, 복층 구조 3층의 거실 4명이었다. 유 군과 김모(18), 안모 군(18) 등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도모 군(18) 등 7명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의식이 없거나 희미한 상태다. 소방당국이 복합가스측정기로 사고 객실의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보니 환경부 정상 기준치(10ppm)의 15배가 넘는 155∼159ppm이 감지됐다. 보일러실에 설치된 가스보일러는 본체와 배기통이 분리된 채 가동 중이었다. 거실과 연결된 보일러실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보일러실과 야외 테라스를 잇는 미닫이문은 닫혀 있었다. 경찰은 밀폐된 공간에서 배기통 틈새로 흘러나온 일산화탄소가 직접적 사인(死因)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강릉=조동주 djc@donga.com / 이인모 기자}

    •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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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건넸다는 사업가, 檢에 진정서 냈는데 사건 배당 안해 논란

    사업가 장모 씨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에게 2009년 취업 청탁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줬다”고 주장한 내용을 담은 진정서가 2015년 3월 말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에 접수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우 대사의 1000만 원 수수 의혹을 수사하지 않고, 참고 자료로 남겨 사건 처리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는 진정서를 제출하기 전 리조트 사업과 관련해 수십억 원대 사기를 당했다며 우 대사와 가까운 조모 변호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2015년 3월 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장 씨는 바로 이날 ‘우 대사에게 1000만 원을 줬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에 제출했다. 그 다음 날 진정서는 조사1부에 전달됐다. 당시 조사1부 관계자는 “(진정서에 담긴) 추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원하면 고소장이나 진정서를 별도로 제출하라”고 장 씨 측에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장 씨가 진정서나 고소장을 추가로 제출하지 않아서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고 진정서를 기존 고소 사건의 참고 자료로 남겨놓았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 내부에선 통상 민원실에 접수된 진정 사건은 번호를 부여해 배당하는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게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검찰이 내사했지만 혐의가 없어 종결한 사건”이라는 우 대사의 주장과 배치된다. 또 우 대사 검증이 허술했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가 과거 검찰 수사 내용을 판단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한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장 씨와 우 대사의 비서실장 출신 김모 씨의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장 씨가 우 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장 씨는 2016년 3월 김 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지역구로 돈 받으러 내려갔는데도 (우 대사가) 돈 받은 적 없다고 하면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후 김 씨가 장 씨에게 친동서 명의로 1000만 원을 송금한 뒤 장 씨는 김 씨에게 “이 돈은 내가 빌리는 게 아니라 의원님께 받을 돈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조동주 기자}

    • 20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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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치 잡무’ 하루 만에 끝… 사회복무요원의 행정혁명

    ‘최근 1년간 보낸 등기우편 명세를 모두 찾아 인쇄하기.’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안동지청의 사회복무요원 반병현 씨(25)가 9월 상사에게서 받은 업무지시 내용이다. 안동지청에서 보낸 3900개가 넘는 등기우편의 13자리 등기번호를 우체국 홈페이지에 일일이 입력한 뒤 인쇄하는 단순 작업을 반복하려면 6개월 정도 걸릴 일이었다. 하지만 고교를 조기 졸업하고 KAIST에 진학해 바이오 및 뇌공학 학·석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는 비범했다. 그는 직접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단 하루 만에 모든 일을 끝냈다. 시급 1600여 원을 받는 사회복무요원 반 씨는 7월부터 안동지청에 행정 자동화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해프닝도 벌어졌다. 반 씨는 같은 양식의 다른 부서 엑셀 파일을 하나로 합치라는 업무 지시를 받고 이를 자동으로 합쳐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갑자기 개인 컴퓨터 인터넷주소(IP주소)가 차단된 것. 이 프로그램을 담당 공무원에게 e메일로 전송했더니 공공기관 내부망을 관장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비인가 프로그램을 이용한 통신 공격으로 오해하고 조치를 취한 것이다. 반 씨는 지난달부터 안동지청 행정 자동화 사례를 블로그에 올렸다. 이를 본 고용노동부가 3일 정부세종청사로 반 씨를 초청해 현장의 행정 자동화를 위한 조언을 직접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반 씨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을 통해 종이 문서를 스캔하면 워드 파일로 자동 변환시켜 주는 프로그램 개발을 건의했다. 민원인이 손으로 쓴 서류를 공무원이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현장에서 느낀 문제의식에서였다. 반 씨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관공서 프린터마다 각기 다른 토너의 잔량을 자동 분석해 구매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도 제안했다. 고용부는 반 씨의 건의를 업무 자동화 과제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반 씨는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스스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지는 걸 못 견디는 편이라 단순 반복 업무가 싫어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일개 사회복무요원이 정부 행정 시스템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반 씨는 고교 동창들과 함께 농업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작물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스마트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상상텃밭’에서 일하고 있다. 통상 KAIST 석사 출신은 산업체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하며 병역 혜택을 받지만 반 씨는 창업 업무를 병행하려고 사회복무요원을 택하고 병무청에서 겸직허가를 받았다. 반 씨는 “사회로 돌아가면 스타트업 회사를 성공시키고 다시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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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윤근에 취업청탁 1000만원” vs “檢 내사했지만 혐의없어 종결”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 근무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61)의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보복성으로 퇴출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수사관이 지난해 9월 말 작성한 특감반 보고서에는 우 대사가 2009년 4월 사업가 장모 씨에게서 조카 취업 청탁과 함께 1000만 원을 받은 의혹이 담겨 있다. 장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수사관의 보고는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 대사는 “장 씨에게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건 검찰 수사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1000만 원 줬다” vs “검찰 내사 종결” 지난달 골프 향응을 받은 의혹 등으로 청와대 특감반에서 퇴출된 김 수사관은 14일 언론에 자신이 작성한 우 대사 관련 특감반 보고서를 공개했다. 2009년 4월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우 대사가 서울 강남의 한 호텔 바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조모 변호사와 함께 만난 장 씨로부터 조카의 모 대기업 계열 건설사 취업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장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돈을 줬지만 조카 취업이 불발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민주당원인 친한 선배와 같이 우 대사를 만났다”고 말했다. 장 씨는 당시 1000만 원을 거론하며 “취업사기꾼 아니냐”고 따졌고 우 대사는 “정치자금 아니었느냐”고 말했다는 게 장 씨 주장이다. 하지만 우 대사는 2009년 4월 장 씨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취업 청탁을 들었지만 무시했고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우 대사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장 씨가 나를 후원하고 싶다기에 후원금을 내라고 말해줬다”며 “그 직후 갑자기 조카 취업 얘기를 꺼내기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고 말했다. 또 우 대사는 2014년 말 여의도에서 만난 장 씨에게서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장 씨가 “이전에 내가 돈을 주지 않았느냐”면서 당시 조 변호사를 상대로 벌이던 수십억 원짜리 소송의 원만한 해결을 독촉했다는 것이다. 우 대사는 “난 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그런 얘기를 꺼내기에 바로 거절했다”며 “이후 장 씨의 제보로 언론 보도까지 나와 검찰이 내사했지만 혐의가 없어 종결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장 씨가 조 변호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1000만 원 관련 진술을 하지 않았다. 우윤근의 ‘우’자도 안 나왔다. 내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종결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의 특감반 보고서에는 우 대사가 2016년 4월 총선을 엿새 앞두고 최측근 김모 씨를 통해 장 씨에게 1000만 원을 돌려줬다고 적혀 있다. 김 씨가 동서 명의로 장 씨 회사에 1000만 원을 입금시키면서 장 씨가 김 씨 동서로부터 돈을 빌린 것처럼 차용증을 썼다는 것이다. 본보가 확보한 장 씨와 김 씨의 녹취록에는 장 씨가 “내가 의원님(우 대사)에게 돈을 받으러 왔는데 선거가 민감하니까 실장님(김 씨)에게 돈을 빌리는 걸로 차용증 쓰고 정리하지만 실제 갚을 돈은 아니다”라고 하자 김 씨가 “그건 둘이 묵시적으로 서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있다. 이에 대해 우 대사는 총선을 앞두고 김 씨가 장 씨의 정치적 음해를 중단시키려고 자신 몰래 돈을 줬다고 설명했다. ○ 법원 “우윤근 부정 청탁 정황 발견 안 돼” 김 수사관의 특감반 보고서에는 우 대사와 가까운 조 변호사가 2011년 말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모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사 무마 명목으로 1억2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조 변호사는 이 중 1억 원을 우 대사에게 전달해 놓고 검찰 수사가 벌어지자 자신이 1억2000만 원을 모두 보관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 우 대사를 보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조 변호사 재판 결과와는 다르다. 조 변호사의 2심 재판부는 “기록상 조 변호사가 실제 국회의원(우 대사)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했다. 조 변호사는 2015년 징역 1년이 확정돼 수감됐다가 출소했다. 우 대사는 김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 검찰이 수사했지만 무혐의 처분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14일 김 수사관이 건설업자 등에게서 골프 향응을 받은 게 뇌물 소지가 있다고 보고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김남준 채널A 기자·김정훈 기자}

    •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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