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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 교가(모월천 작사·장일남 작곡)대관령 장엄한 뫼 높이 솟았고 동해의 푸른 물결 굽어보는 곳슬기론 새 역사의 창조자들이 배달의 정기받아 여기 모였네진리 속의 우리 학교 영원하여라 빛날사 그 이름 강릉고등학교 ‘재수생’ 강릉고가 기어이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았다. 강릉고는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대구고를 13-4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강릉고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1975년 창단 이후 처음이다. 강릉고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 결승에 올라 김해고에 9회 3-1까지 앞서다가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 놓고 김해고에 3-4로 역전패하면서 땅을 쳤다. 승부는 1-1 동점이던 4회말에 갈렸다. 선두 타자로 나선 강릉고 3번 타자 김세민(18)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다. 그 뒤 1사 2루에서 5번 타자 정승우(18)가 2루타를 치면서 강릉고가 2-1로 앞섰다. 6번 타자 차동영(19)의 3루타로 3-1이 됐고, 계속된 2사 1, 3루 찬스에서 9번 타자 허인재(18)가 싹쓸이 3루타를 치면서 5-1까지 달아났다. 여기서 상대 유격수 실책까지 나오면서 강릉고는 6-1로 4회말 공격을 끝냈다. 강릉고는 5회말에도 3점을 더해 9-1까지 점수 차를 벌려 일찌감치 승리를 예고했다. 강릉고는 고교야구 톱 레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최재호 감독(60)이 2016년 팀 지휘봉을 잡은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 감독은 2004년 덕수정보고(현 덕수고)를 황금사자기 정상으로 이끄는 등 일찌감치 고교야구의 ‘우승 청부사’로 불렸다. 올해 황금사자기는 최 감독에게 개인 통산 9번째 전국 대회 우승. 최 감독은 강릉고 부임 이후 ‘우수한 떡잎 수집’에 열을 올렸다. 전국을 돌면서 적극적으로 유망주 영입을 시도했다. 이날 결승 타점을 올린 정승우는 장안고에서, 추가점을 올린 차동영은 백송고에서 전학 온 선수다. 쐐기 타점의 주인공 허인재는 인천 출신이다. 부임 이후 줄곧 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한 최 감독은 “우리는 각 지역 명문고에서 먼저 우수 자원을 데려간 뒤 남은 선수들이 모인 팀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늦게까지, 더 열심히 연습하며 팀워크를 키웠고,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함께하는 야구’가 성공을 거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부임 이듬해 숙소 앞에 실내 연습장을 만든 뒤 벽에다 ‘지재유경(志在有逕)’이라는 사자성어를 써 넣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의미다. ‘로(路)’가 이미 있던 길이라면 ‘경’은 새로 만든 길이라는 뜻이다. 강릉고는 그렇게 모두가 뜻을 모아 그동안 막혀 있던 정상 가는 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개인상 수상자△최우수선수상: 최지민(강릉고)△우수투수상: 최지민(강릉고)△감투상: 김정운(대구고)△수훈상: 정승우(강릉고)△타격상: 차동영(타율 0.550·강릉고)△최다타점상: 신동준(10타점·서울컨벤션고)△최다안타상: 차동영(11안타·강릉고)△최다득점상: 조세진(7득점·서울고)△최다홈런상: 조세진(1개·서울고)△최다도루상: 조원빈(5개·서울컨벤션고)△감독상: 최재호(강릉고 감독)△지도상: 민성민(강릉고 부장)△공로상: 최종선(강릉고 교장) 작년 밀어내기 준우승 악몽 딛고 승리투수로MVP-우수투수상 강릉고 최지민지난해 6월 22일 서울 목동야구장. 당시 강릉고 2학년이던 왼손 투수 최지민(18·사진)은 김해고와의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9회초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3-3으로 맞선 2사 만루 위기에서 그는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3-4로 역전당하는 모습을 마운드 위에서 지켜봐야 했다. 강릉고는 결국 뼈아픈 역전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후로 1년.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대구고와의 결승전에 3학년이 된 최지민이 다시 등판했다. 두 번 실패는 없었다. 4회초 2사 후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최지민은 4와 3분의 1이닝 동안 2피안타, 1몸에 맞는 공, 4탈삼진, 1실점하며 승리(13-4) 투수가 됐다. 8회초에는 무사 1, 2루에서 3루 땅볼로 삼중살을 유도하기도 했다. 9회초에는 2학년 투수 김백산(18)에게 마운드를 건네주고 좌익수로 들어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앞서 이번 대회 4경기 17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 중이던 최지민은 이날 6회초 2사 1루에서 김규민에게 2루타를 내주면서 이번 대회 처음이자 유일한 자책점을 기록했다. 3승 평균자책점 0.43의 성적을 남기며 최우수선수(MVP)상과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대회 전 강릉고 1년 선배이자 롤 모델 김진욱(19·롯데)에게 “강릉고 에이스로서 자신감을 가지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그는 선배 김진욱도 이루지 못한 팀의 첫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다. 최지민은 “지난해 준우승의 한을 풀어서 기쁘다. 선수들 모두 힘들게 왔는데 기쁜 마음으로 강릉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황규인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꺼질 줄 모르고 타오르던 서울컨벤션고의 불길을 잡은 건 대구고 2학년 투수였다. 대구고는 1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전에서 서울컨벤션고를 8-5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대구고 선발로 나선 이로운(17)은 5와 3분의 1이닝 동안 서울컨벤션고 타선을 3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창단한 서울컨벤션고는 이번 대회 들어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 10점을 뽑아내면서 3경기 모두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던 팀이다. 1학년 때부터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뿌려 관심을 받았던 이로운은 “다른 투수들이 잘 던지지 않는 너클커브를 구사하다 보니 서울켄벤션고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은 것 같다”면서 “오늘 완벽한 투구를 선보인 건 아니지만 형들이 수비에서 도와준 덕에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고는 0-1로 끌려가던 2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이승민(16)의 스퀴즈 번트로 한 번에 2점을 뽑으면서 경기를 뒤집은 뒤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대구고가 황금사자기 4강에 진출한 건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대구고는 당시 광주일고에 져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1976년 창단한 대구고는 고교야구 4대 중앙 대회에서 7번이나 우승했지만 아직 황금사자기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경남고가 세광고를 4-2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경남고가 황금사자기 4강에 진출한 것 역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경남고가 12일 낮 12시 30분 시작 예정인 4강전에서 대구고를 물리친다면 1987년 이후 34년 만에 황금사자기 결승에 오를 수 있다. 황금사자기 초대 챔피언인 경남고는 이후로도 총 6번 황금사자기를 차지했지만 47년 전인 1974년 이후로는 이 대회 우승 기록이 없다. 경남고는 0-1로 끌려가던 3회말 한 번에 4점을 뽑으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1사 이후 1번 타자 김정민(17)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번 타자 오상택(17)의 유격수 앞 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대 실책이 나와 1사 2, 3루가 됐다. 여기서 3번 이세윤(18)이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은 뒤 4번 안민성(18)이 쐐기 2점 홈런을 날렸다. 고교 무대서 첫 홈런을 터뜨린 안민성은 “지난해 봉황기 때 세광고에 패한 적이 있어서 오늘은 꼭 이기고 싶었다”면서 “포수로 뛰는 만큼 공격보다 수비가 먼저다. 투수들을 잘 리드해 우승까지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오늘의 황금사자기 목동야구장·4강전·중계 SPOTV강릉고(1루) 9시 30분 유신고(3루)경남고(1루) 12시 30분 대구고(3루)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다영(25·세터·사진)이 그리스로 향한다. 국가대표 주전 세터였던 이다영은 쌍둥이 언니 이재영(레프트)과 함께 2월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했고, 그 뒤 소속팀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아 프로배구 무대를 떠나 있었다. 스포츠 에이전시 업체 CAAN은 11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다영이 그리스 리그 PAOK와 1년 계약을 했다”며 “이다영이 합류하면서 PAOK는 새 시즌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리스 제2도시 테살로니키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PAOK는 지난 시즌을 6승 1패로 마감했으며 컵대회 때는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다. 이다영이 PAOK에 합류하게 되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리스 리그 무대를 밟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다영이 그리스 리그로 건너가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제일 큰 문제는 국제이적동의서(ITC)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에 따라 ITC를 발급 받지 못한 선수는 해외 리그로 옮길 수 없다. 국내에서 ITC 발급 업무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배구협회(KVA)는 “이다영에게 ITC 발급을 해준 적도 없고, 발급을 해줄 의사도 없다”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게는 ITC를 발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ITC를 발급 받으려면 KVA뿐 아니라 현 소속팀 흥국생명의 동의도 필요하다. 흥국생명 관계자 역시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국내에서 풀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2018∼2019시즌 현대건설에서 이다영과 갈등을 빚었던 마야(33·스페인)가 이미 PAOK와 계약을 맺은 상태라는 것도 입단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지난해 다 잡았다 놓친 우승기를 찾아가겠다는 강릉고와 지난해 불참으로 타이틀 방어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재작년 챔피언 유신고가 준결승전에서 맞붙게 됐다. 강릉고는 1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전에서 인천고를 5-3으로 꺾고 준결승에 선착했다. ‘김진욱의 팀’으로 통했던 지난해 강릉고는 황금사자기 결승전 9회초 수비 때까지 김해고에 3-1로 앞서 있었지만 김진욱(19·롯데)이 투구 수 제한(105개)에 걸려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결국 3-4로 역전패했다. 올해 강릉고는 ‘모두의 팀’으로 바뀌었다. 제일 달라진 건 수비다. 지난해 8강전 때는 김진욱이 4이닝을 책임지면서 전체 아웃카운트 12개 가운데 10개(83.3%)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올해 8강전에서 강릉고가 기록한 아웃카운트 27개 가운데 삼진은 2개(7.4%)였다. 공격도 물론 ‘다 함께’다.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할 때마다 희생번트 사인을 냈고, 강릉고 타자들은 침착하게 작전을 성공시켰다. 4-3으로 앞서가던 8회말에도 7번 타자 배재희(18)가 선두타자로 나와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희생번트가 나왔고, 2사 후 1번 타자 김영후(17)가 3루타를 치면서 승기를 굳혔다. 최 감독은 “올해 우리 학교는 투수도 약하고 힘 있는 타자도 드물다. 선수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그리고 다 같이 하는 야구를 하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고 말했다. 두 번째 8강전에서는 유신고가 서울고에 9-2,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고 4강 진출권을 따냈다. 유신고 이성열 감독은 7-0으로 앞서가던 3회말 수비 때 선발 최혜준(18)이 2점을 내주자 ‘에이스’ 박영현(18)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영현은 4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고 승리투수가 됐다. 유신고는 2019년 황금사자기 우승 팀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참가팀을 추첨으로 정하면서 지난해 대회 때는 출전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연속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올해 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면서 “강릉고를 상대로는 초반부터 100% 전력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강릉고와 유신고는 12일 오전 9시 30분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일단 자신감에서는 유신고가 앞선다. 올해 주말리그 전반기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신고는 지난달 9일 경기·강원권 리그전에서 강릉고를 7-0,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쳤다. 물론 강릉고 선수들도 두 번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강릉고 정준재(18)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지금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어느 팀과 붙더라도 질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황규인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지난해 다 잡았다 놓친 우승기를 찾아가겠다는 강릉고와 지난해 불참으로 타이틀 방어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재작년 챔피언 유신고가 준결승전에서 맞붙게 됐다. 강릉고는 1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전에서 인천고를 5-3으로 꺾고 준결승에 선착했다. ‘김진욱의 팀’으로 통했던 지난해 강릉고는 황금사자기 결승전 9회초 수비 때까지 김해고에 3-1로 앞서 있었지만 김진욱(19·롯데)이 투구수 제한(105개)에 걸려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결국 3-4로 역전패했다. 올해 강릉고는 ‘모두의 팀’으로 바뀌었다. 제일 달라진 건 수비다. 지난해 8강전 때는 김진욱이 4이닝을 책임지면서 전체 아웃카운트 12개 가운데 10개(83.3%)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올해 8강전에서 강릉고가 기록한 아웃카운트 27개 가운데 삼진은 2개(7.4%)였다. 공격도 물론 ‘다 함께’다.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할 때마다 희생번트 사인을 냈고, 강릉고 타자들은 침착하게 작전을 성공시켰다. 4-3으로 앞서가던 8회말에도 7번 타자 배재희(18)가 선두타자로 나와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희생번트가 나왔고, 2사 후 1번 타자 김영후(17)가 3루타를 치면서 승기를 굳혔다. 최 감독은 “올해 우리 학교는 투수도 약하고 힘 있는 타자도 드물다 선수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그리고 다 같이 하는 야구를 하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고 말했다. 두 번째 8강전에서는 유신고가 서울고에 9-2,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고 4강 진출권을 따냈다. 유신고 이성열 감독은 7-0으로 앞서가던 3회말 수비 때 선발 최혜준(18)이 2점을 내주자 ‘에이스’ 박영현(18)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영현은 4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고 승리투수가 됐다. 유신고는 2019년 황금사자기 우승 팀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출전 규정이 바뀌어 지난해 대회 때는 출전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연속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올해 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면서 “강릉고를 상대로는 초반부터 100% 전력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강릉고와 유신고는 12일 오전 9시 30분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일단 자신감에서는 유신고가 앞선다. 올해 주말리그 전반기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신고는 지난달 9일 경기·강원권 리그전에서 강릉고를 7-0,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쳤다. 물론 강릉고 선수들도 두 번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강릉고 정준재(18)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지금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어느 팀과 붙더라도 질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소)형준이 형한테 ‘우승하고 만나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입방정 떨지 말라’고 냉정하게 답하더라고요. 진짜 우승하면 형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서 꼭 우승하고 싶습니다.”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번을 달고 있는 유신고 박영현(18)에게 2년 전 같은 등번호를 썼던 같은 학교 선배 소형준(20·KT)과 친분이 있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유신고는 2019년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마산용마고를 10-4로 물리치고 1984년 창단 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당시 결승전 승리 투수가 바로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왕 소형준이었다. 박영현도 소형준처럼 마산용마고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되는 데 성공했다. 유신고는 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16강전 첫 경기에서 마산용마고를 5-3으로 물리쳤다. 박영현은 2-1로 앞서고 있던 3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챙겼다. 16타자를 상대해 삼진을 9개 잡는 동안 안타와 볼넷은 각 1개씩 밖에 내주지 않았다. 2년 전 소형준처럼 박영현 역시 연고 프로야구 팀 KT의 가장 강력한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영현은 “1점차 리드 상황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빠른 공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승부를 펼친 게 효과를 본 것 같다”면서 “초등학교 때 오승환 선수(39·삼성) 투구에 반해 빠른 공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이제는 최고 시속 152km까지 던질 수 있다. 프로 무대에 가서도 오 선수처럼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박영현에게는 소형준 외에도 얼굴까지 닮은 야구하는 형들이 두 명이나 더 있다. 소형준과 고교 동기인 한화 내야수 박정현(20)은 친 형이고 롯데 사이드암 투수 박명현(20)은 사촌형이다. 박영현은 “셋이 비슷한 시기에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면서 꿈을 이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현이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키는 사이 유신고는 4번 타자 문종윤(18)이 5회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짜리 쐐기 3점 홈런을 때렸다. 키 185cm, 몸무게 95kg인 문종윤은 이날까지 주말리그를 포함해 10경기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036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불참하면서 타이틀 방어의 기회를 날린 유신고는 서울고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서울고는 물금고에 8-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서울고는 안타는 5개(2루타 2개)가 밖에 때리지 못했지만 사사구를 13개(볼넷 7개, 몸에 맞는 공 6개)나 얻어내면서 일찍 경기를 끝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7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박상하(35·사진)는 이 말을 19번 반복했다. 그리고 질문과 대답 사이마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2월 19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박상하를 비롯한 가해자들에게 14시간 동안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그는 서둘러 삼성화재에서 은퇴를 선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주장은 완전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그래도 코트 복귀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4일 현대캐피탈이 숙소 겸 연습장으로 쓰는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박상하는 “(거짓으로 피해를 주장했던) 그분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고 게시물 내용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금방 진실을 밝힐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곧바로 가해자로 낙인이 찍히면서 나보다 가족들이 상처를 더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은 끝까지 복귀를 반대하셨다. 그래도 팬 여러분께 용서와 이해를 구하려면 결국 코트로 돌아오는 게 맞다고 생각해 복귀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누명을 벗게 된 과정을 설명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잠시 들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학창 시절 친구와 후배를 때린 적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계속해 “그러나 이제는 부모님들끼리도 서로 왕래하고 지낼 정도로 피해자들과 관계를 회복한 상태다. 다시 한번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전했다. 현대캐피탈로 복귀한 이유에 대해 “원래는 모교 경희대 대학원에 진학해 학교폭력 문제 등에 대해 공부할 생각이었다”며 “그때 현대캐피탈 쪽에서 ‘코트 바깥에서 혼자 반성하는 것보다 학교 배구부, 유소년 팀 같은 곳에 봉사활동을 나가면 또 새롭게 느끼게 되는 점이 있을 거다. 그렇게 느끼는 게 있어야 학교폭력 피해 예방에도 진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생긴다’고 조언해줘서 입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V리그에서 통산 712블로킹을 기록 중인 박상하는 “예전에는 블로킹 1000개를 채우고 은퇴한 뒤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먼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하루하루 탈 없이 사는 게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 “복귀를 예상하지 못해 몸을 거의 만들지 못한 상태다. 매일매일 반성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팬 중에는 화장실 뒤처리용으로 ‘숙적’ 뉴욕 양키스의 로고가 인쇄된 휴지를 쓰는 이들이 있다. 맞대결 전적에서 통산 1024승 14무 1226패로 200승 넘게 밀리다 보니 엉뚱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 이번에는 보스턴 팬들 속이 모처럼 시원했을 듯하다. 보스턴이 4∼6일 양키스타디움에서 3전 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양키스 안방에서 싹쓸이 승리를 기록한 건 2011년 6월 8∼10일 이후 10년 만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토니 라루사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77)이 메이저리그 감독 최다승 2위에 올랐다. 화이트삭스는 7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필드에 열린 디트로이트와의 안방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화이트삭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라루사 감독은 통산 2764승(4무 2387패)을 기록하면서 존 맥그로 감독(1873~1934)이 기록한 2763승(58무 1948 패)을 넘어섰다. 메이저리그 감독 최다승 주인공은 88세까지 감독으로 활동한 코니 맥(1862~1956)으로 통산 3731승 76무 3948패(승률 0.486)를 기록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Z세대’는 동영상으로 꿈을 꾼다. 몇 년생부터 Z세대인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이들이 ‘모바일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낸 첫 세대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참가 중인 백송고 4번 타자 김은천(18)에게는 강백호(22·KT)가 꿈이다. 김은천은 소래중 재학 시절 ‘(서울고) 강백호 선수가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찾아봤다. 그리고 아예 강백호를 ‘복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스윙 자세뿐만 아니라 걸음걸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그라운드 위에 자기만의 주문을 적어 넣는 것까지 모두 강백호 판박이다. 타격 솜씨도 닮았다. 김은천은 6일 열린 대회 32강전에서 3타수 2안타(2루타 2개) 2타점 2사사구를 기록하면서 팀이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경동고를 3-2로 물리치는 데 앞장섰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백송고는 2015년 창단 이후 처음 황금사자기 16강에 올랐다. 김은천은 “강백호 선수는 워낙 좋은 타자라 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면서 작은 자세 하나까지 전부 배우려고 노력한다”면서 “팀이 필요할 때 점수를 낼 줄 아는 모습을 더욱 닮고 싶다”고 말했다. 배명고는 청담고를 7-0,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치고 16강에 올랐다. 인사이드더파크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배명고 3루수 추현빈(18)는 김하성(26·샌디에이고)이 꿈이다. 그는 “김하성 선수는 언제나 풀스윙 하는 영상을 남겨서 매력을 느꼈다”면서 “김하성 선수의 수비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면 수비 자신감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영상은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기도 한다.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광주동성고 유격수 김도영(18)은 “솔직히 처음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종범 코치님(51)을 잘 몰라서 평가가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이정후 선수(23·키움) 아버지라는 건 알았지만 플레이 장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면서 “동영상을 찾아보고 나서야 그게 대단한 칭찬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이날 안타 2개로 기대에 부응했지만 광주동성고는 세광고에 4-9로 패해 탈락했다.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 ‘제2의 한기주’로 통하는 광주진흥고 투수 문동주(18)는 도개고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단, 투구 수 관리 차원에서 팀이 6-0으로 앞선 4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광주진흥고가 12-3,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나폴레옹은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참가 중인 백송고 4번 타자 김은천(18)에게는 강백호(22·KT)가 꿈이다. 강백호는 서울고 2학년이던 2016년 이 대회에서 최다 타점상(7타점)과 타격상(0.500)을 동시에 차지했다. 그러면서 전국 중학교 야구부에 ‘강백호 따라하기’ 붐이 일었다. 당시 경기 시흥시 소래중에 다니던 김은천은 아예 강백호를 ‘복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스윙 자세뿐만이 아니라 더그아웃에서 나올 때 걸음걸이부터 타석에 들어서기 전 그라운드 위에 자기만의 주문을 적어 넣는 것까지 모두 강백호 판박이다. 타격 솜씨도 닮았다. 김은천은 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32강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 2사사구를 기록하면서 팀이 경동고를 3-2로 물리치는 데 앞장섰다. 0-1로 뒤진 채 맞이한 1회말 2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서 좌중간을 가르는 동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낸 김은천은 1-2로 뒤지던 8회말 1사 2루에서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다시 팀에 동점을 안겼다. 결승점도 김은천의 방망이 끝에서 나왔다. 김은천은 승부치기 제도를 적용한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서 2루수 앞으로 굴러가는 땅볼 타구를 때렸다. 3루에 있던 이민서(16)가 홈으로 대시하는 사이 상대 실책이 나오면서 백송고는 2015년 창단 후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16강에 올랐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 바닥에 방망이로 ‘자신감’이라는 세 글자를 쓴다는 김은천은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강백호 선수는 워낙 좋은 타자라 영상을 찾아보고 세세한 것까지 따라하려고 노력한다. 팀이 필요할 때 점수를 낼 줄 아는 모습을 더욱 닮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백송고의 연고 프로팀은 수원을 안방으로 삼은 KT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배명고가 빠른 발을 앞세워 청담고를 7-0,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치고 16강에 올랐다. 2회말 공격 때 7번 타자 겸 3루수 추현빈(18)의 인사이드더파크 홈런 등으로 4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은 배명고는 5회 2점, 7회 1점을 뽑아내며 결국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7회 이후에 7점 차이가 나면 콜드게임을 선언한다. 추현빈에게는 김하성(26·샌디에이고)이 꿈이다. 그는 “김하성 선수처럼 공격과 수비 모두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6일 황금사자기 전적경동고 100 100 000 0 2백송고 100 000 010 1 3배명고 040 020 1 <7회 콜드> 7청담고 000 000 0 0세광고 300 000 600 9광주동성고 102 010 000 4 도개고 000 300 0 3광주진흥고 303 060 X 12 ▽5일 황금사자기 전적동산고 001 000 000 1경남고 021 101 00X 5포항제철고 000 422 000 8유신고 034 002 01X 10마산용마고 710 010 0 <7회 콜드> 9김해고 001 000 0 1상우고 000 00 0서울고 301 42 <5회 콜드> 10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1871년 5월 4일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 있는 케키옹가 볼그라운드에서 메이저리그 사상 첫 경기가 열렸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방문팀 클리블랜드 포리스트 시티스 1번 타자 디컨 화이트가 2루타를 치고 나갔다. 그러나 다음 타자 진 킴볼이 2루수 직선타로 물러나는 사이 화이트가 2루 복귀에 실패하면서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가 올라갔다. 안방팀 포트웨인 케키옹가스 2루수 톰 캐리가 직접 베이스를 밟아 아웃 카운트 2개를 모두 책임졌다. 이 경기는 결국 포트웨인의 2-0 승리로 끝났다. 결승점은 2회말에 나왔다. 선두 타자로 나온 5번 타자 빌 레넌이 2루타를 쳤다. 다음 두 타자는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2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8번 타자 조 맥더모트가 레넌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포트웨인은 5회말 추가점을 뽑았고 이후 양 팀은 득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미 승부가 끝난 상황이었지만 포트웨인은 9회말에도 공격을 진행해 투수 땅볼 2개, 유격수 땅볼 1개를 남겼다. 150년 전에 열린 이 경기를 두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은 이제 세상에 한 명도 없다. 그런데도 경기 내용을 복기할 수 있는 건 당시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공 하나하나를 모두 적은 ‘공식 기록’이 존재했던 건 아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퍼즐’을 짜 맞춰 경기 내용을 되살린 것. 그 덕에 이제 우리는 이날 각 타석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두 알게 됐다. 야구 역사학자들이 이렇게 경기 복원에 공을 들인 덕분에 메이저리그 ‘1호 경기’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그날의 생생한 현장을 되돌릴 수 있다. 만약 당시 메이저리그에 ‘땅표’가 있었다면 고생이 덜했을지 모른다. 땅표는 고 이종남 기자(1953∼2006)가 ‘박스 스코어’를 토대로 1980년대에 고안한 약식 기록지다.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박스 스코어는 어떤 타자가 몇 타수 몇 안타를 쳤는지는 알려주지만 몇 번째 타석에서 어떤 안타를 쳤는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땅표는 타석별 기록을 담고 있기 때문에 보다 입체적으로 경기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까지도 신문에 나온 땅표를 보고 전날 경기 내용을 ‘상상’해 보는 야구팬이 적지 않았다. 땅표가 처음 위기를 맞은 건 ‘인터넷 문자 중계’가 등장한 뒤였다. 땅표는 ‘타석’ 결과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주루 플레이 등은 공백으로 남겨 둘 수밖에 없었다. 문자 중계는 이 빈틈을 훌륭하게 채웠다. 그래도 야구팬들은 여전히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멀쩡히 3루에 있던 응원팀 동점 주자가 갑자기 ‘객사’했을 때는 3루 주자가 잘못한 건지 아니면 타자가 스퀴즈 번트 사인을 놓쳐서 생긴 일인지 문자 중계만으로는 정확히 알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예 거의 모든 프로야구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심지어 생중계 시청 도중에도 이전 득점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장 곳곳에 자리 잡은 TV 중계 카메라가 360도 회전 기술을 선보이는 건 물론이고 투·타구 정보까지 꼼꼼하게 측정해 알려준다. 예전에는 야구를 천체 망원경으로 관측해야 했다면 이제는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셈이다. 그러면서 점점 땅표를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야구팬이 가장 많이 찾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새 시즌을 맞아 서비스 개편을 진행하면서 땅표 서비스를 없앴다. 이제 땅표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스포츠동아 지면과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정보 이용료’라는 명목으로 야구팬들 호주머니를 털어가던 ‘○○○ 전화 서비스’(실시간 야구 스코어 제공)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머잖아 땅표도 아예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한 장의 표’만으로도 야구 경기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은 땅표뿐이다. 문자 중계는 이닝별 경기 결과를 일일이 훑어야 하고 동영상으로 결과를 확인할 때도 실시간으로 기다려야 한다. 땅표의 존재 가치를 긍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유비쿼터스 시대’에도 땅표를 조금 더 많은 곳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못 찾겠다, 꾀꼬리, 땅표 들고 나와라! P.S. 땅표가 ‘땅표’로 불리게 된 이유는 야구에서 땅볼이 그만큼 흔하기 때문이다. 땅표에서는 1루 땅볼은 ‘1땅’, 유격수 앞 땅볼은 ‘유땅’ 등으로 표기한다. 뜬공은 ‘날 비(飛)’를 쓴다. 중견수 뜬공은 ‘중비’가 되는 식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추추 트레인’ 추신수(39·SSG·사진)가 입국 100일을 하루 앞둔 3일 안방구장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 생활을 돌아봤다. 추신수는 입국 후 99일 동안 KBO리그 4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8, 8홈런, 27타점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16년 경력을 생각하면 2% 아쉬운 성적. 특히 타율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추신수는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내 목표는 출루다. ‘하루 3번 출루’를 목표로 매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현재 추신수는 타율 순위표에서는 49위에 머물고 있지만 출루율(0.415)은 11위에 올라 있다. 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순수 출루율’도 0.167이나 된다. 프로야구 역사상 이보다 순수 출루율이 높았던 건 2001년 롯데에서 뛴 외국인 선수 호세(0.168) 한 명밖에 없었다. 게다가 최근 10경기 타율도 0.345(29타수 10안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추신수는 전날 9회말 공격 때 선두 타자로 나와 삼성 마무리 투수 ‘돌부처’ 오승환(39)을 상대로 2루타를 쳐내며 경기 세 번째 출루(2안타, 1볼넷)에 성공했다. 이 안타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시절 2타수 2안타를 포함해 오승환을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기록하게 됐다. 추신수는 “오승환이라는 투수가 가진 카리스마가 대단해 집중해서 승부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면서 “승환이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다”며 웃었다. SSG는 이날에도 삼성과 안방 맞대결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다. 잠실 창원 대전 경기도 전부 뒤로 밀렸다. 고척 경기에서는 키움이 롯데를 9-4로 물리치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 KT 간판타자는 강백호(22)다. 강백호는 2일 현재 타율 0.419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56명 가운데 유일하게 4할 타율이다. 득점권(주자 2루 이상)에서도 타율 0.421로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강백호가 KT에서 찬스에 제일 강한 타자일까. 아니다. 시즌 타율이 0.297인 조용호(32)는 득점권이 되면 타율을 0.455까지 끌어올린다. 10개 구단 전체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득점권 타율이 제일 높은 타자가 바로 조용호다. 조용호는 이날 현재 타점(23점)이 득점(33점)보다 적지만 그건 주로 1번 타자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프로필에 따르면 조용호의 키는 170cm로 야구장에서는 최단신 축에 든다. 게다가 단국대 4학년 시절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까지 당해 졸업 뒤에도 프로 팀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조용호는 공익복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 갔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던 그는 2014년 육성선수(옛 연습생) 신분으로 SK(현 SSG)에 입단하게 된다. 3년 만에 1군 무대에 올라 2017년 타율 0.272로 무난한 기록을 남겼지만 2018년에는 0.077까지 기록이 떨어졌다. 그러자 SK는 조용호를 ‘막내 구단’ KT로 무상 트레이드했다. 조용호는 이 트레이드 찬스까지 살렸다. 그는 KT 유니폼을 입고 누적 득점권 타율 0.343을 기록하면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역시 고교 야구 무대에서 우승 후보는 그저 우승 후보일 뿐이었다. 장충고는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을 앞두고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가 만장일치로 뽑은 우승 후보였지만 정상을 향한 첫 번째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장충고는 2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1회전에서 광주진흥고에 2-4로 역전패했다. 사사구가 문제였다. 2-2 동점으로 시작한 9회초 수비 때 장충고 투수 박태강(18)은 광주진흥고 선두 타자로 나온 3번 오건우(19)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데 이어 4번 신명승(19)에게 곧바로 볼넷을 허용했다. 5번 공지웅(18)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 위기가 됐고 6번 김재용(19)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얻어맞으면서 장충고는 역전을 허용했다. 오철희 광주진흥고 감독은 7번 타자 안재민(17) 타석에서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3루 주자 신명승이 런다운에 걸리면서 2사 2루가 됐다. 이때 안재민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쳐내면서 광주진흥고는 쐐기점을 뽑았다. 광주진흥고는 이날 KIA 1차 지명이 유력한 문동주(18)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문동주는 팀이 1-0으로 앞서던 3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보크를 범해 동점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문동주는 1-1 동점이던 6회 1사 상황에서 장윤언(18)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다음 투수 박대현(18)이 장윤언에게 홈을 내주면서 문동주가 패전 투수가 될 뻔했지만 팀이 8회초 2-2 동점을 만들면서 승패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종 성적은 5와 3분의 1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이었다. 문동주는 최고 시속 154km를 기록하는 등 빠른 공은 나쁘지 않았지만 변화구를 던지다가 안타를 맞는 일이 많았다. 문동주는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변화구를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경기에서는 더욱 정교한 제구력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오철희 감독은 “문동주가 대회 직전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 점을 감안하면 오늘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투구수가 90개가 돼 마운드에서 내렸지만 만약을 대비해 아예 빼는 대신 1루수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90개를 던진 투수는 3일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지만 91개 이상을 던지면 4일을 쉬어야 한다. 강판 후 1루수로 변신한 문동주는 8회초에 내야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1986년에 거둔 준우승이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광주진흥고는 6일 도개고와 16강 진출을 다툰다. 한편 소형준(20·현 KT)을 앞세워 2019년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유신고도 이날 한국K-POP고를 9-0,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치고 32강에 올랐다.오늘의 황금사자기▽신월야구장(1회전)청원고(1루) 9시 30분 경동고(3루)비봉고(1루) 12시 30분 공주고(3루)우성AC(1루) 15시 30분 율곡고(3루)▽목동야구장(1회전)야로BC(1루) 9시 30분 서울컨벤션고(3루)▽목동야구장(32강전)경기고(1루) 12시 30분 강릉고(3루)부경고(1루) 15시 30분 부산공고(3루) 강동웅 leper@donga.om·황규인 기자}
역시 고교 야구 무대에서 우승 후보는 그저 우승 후보일 뿐이었다. 장충고는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 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을 앞두고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가 만장일치로 뽑은 우승 후보였지만 정상을 향한 첫 번째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장충고는 2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1회전에서 광주진흥고에 2-4로 역전패했다. 사사구가 문제였다. 2-2 동점으로 시작한 9회초 수비 때 장충고 투수 박태강(18)은 광주진흥고 선두 타자로 나온 3번 오건우(19)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데 이어 4번 신명승(19)에게 곧바로 볼넷을 허용했다. 5번 공지웅(18)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 위기가 됐고 6번 김재용(19)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얻어맞으면서 장충고는 역전을 허용했다. 오철희 광주진흥고 감독은 7번 타자 안재민(17) 타석에서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3루 주자 신명승이 런다운에 걸리면서 2사 2루가 됐다. 이때 안재민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쳐내면서 광주진흥고는 쐐기점을 뽑았다. 광주진흥고는 이날 KIA 1차 지명이 유력한 문동주(18)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문동주는 팀이 1-0으로 앞서던 3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보크를 범해 동점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문동주는 1-1 동점이던 6회 1사 상황에서 장윤언(18)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다음 투수 박대현(18)이 장윤언에게 점수를 내주면서 문동주가 패전 투수가 될 뻔 했지만 팀이 8회초 2-2 동점을 만들면서 승패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종 성적은 5와 3분의 1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이었다. 문동주는 최고 시속 154km를 기록하는 등 빠른 공은 나쁘지 않았지만 변화구를 던지다가 안타를 맞는 일이 많았다. 문동주는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변화구를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경기에서는 더욱 정교한 제구력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오철희 감독은 “문동주가 대회 직전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 점을 감안하면 오늘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투구수가 90개가 돼 마운드에서 내렸지만 만약에 대비해 아예 빼는 대신 1루수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90개를 던진 투수는 3일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지만 91개 이상을 던지면 4일을 쉬어야 한다. 강판 후 1루수로 변신한 문동주는 8회초에 내야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1986년에 거둔 준우승이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광주진흥고는 6일 도개고와 16강 진출을 다툰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om·황규인 기자}
“허문회 전 롯데 감독은 끝내 그를 찾지 않았다.” 이 문장에서 ‘그’로 가장 자주 거론된 세 명으로는 나균안(23·투수), 지시완(27·포수), 추재현(22·외야수)을 꼽을 수 있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키움의 경기에서 롯데의 6연패 탈출에 가장 앞장선 것은 ‘나지추’ 삼총사였다. 나균안(사진)은 이날 선발 등판해 이번 시즌 롯데 투수 최다인 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키움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추재현은 1회, 지시완은 3회 각각 1점 홈런을 터뜨리며 팀에 2-0 리드를 안겼다. 결국 롯데가 3-0 승리로 6연패 탈출에 성공했고, 나균안은 데뷔 후 첫 승을 기록했다. 나균안은 “부모님 생각에 울컥하다.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꿀 때 사실 부모님이 많이 아쉬워했다. 오늘 경기를 보고 잘 바꿨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면서 “‘내가 잘 던지고 있나’ 의문이 들 때마다 (롯데 팬이 자리한) 3루 쪽 관중석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나균안은 수비에서도 지시완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3회말 수비 때 2루로 뛰던 김혜성(22)을 잡아내며 김혜성의 21연속 도루 기록을 저지했다. 나균안은 지시완이 2루로 던지기 좋게 한가운데로 공을 던졌고 지시완이 던진 공은 ‘자동 태그’가 가능한 김혜성의 왼쪽 가슴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다. 삼성과 SSG가 맞붙은 문학에서는 21경기 동안 이어지던 삼성 우규민(36)의 평균자책점 제로(0) 행진이 깨졌다. 0-0으로 맞선 8회말 삼성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우규민은 9회말 선두타자 추신수(39)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계속된 1사 1, 2루 상황에서 대타 고종욱(32)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 사이 2루에 있던 대주자 최지훈(24)이 홈을 밟으며 경기는 1-0으로 끝나며 SSG는 4연승으로 선두자리를 지켰다. 21과 3분의 1이닝 만에 올 시즌 첫 자책점을 허용한 우규민은 시즌 첫 패전 기록까지 남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국가대표 출신 하혜진(25·라이트·사진)이 프로배구 여자부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에 합류한다. 페퍼저축은행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미계약 상태로 남아 있던 하혜진과 계약했다고 1일 발표했다. 2014∼2015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3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하혜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었지만 원 소속팀 도로공사를 비롯한 어떤 팀과도 계약을 맺지 않아 ‘미계약 FA’ 신분이 됐다. 미계약 FA는 원래 한 시즌 동안 프로배구 경기에 참가할 수 없지만 하혜진은 신생팀 예외 규정에 따라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곧바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대신 도로공사에 연봉 200%를 보상금으로 내줘야 한다. 페퍼저축은행은 하종화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딸인 하혜진과 함께 실업팀 양산시청에서 뛰던 세터 구솔(20·전 KGC인삼공사)도 영입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흔히 ‘외국인 감독은 희생번트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KIA 윌리엄스 감독은 반대다. KIA는 5월까지 45경기를 치르는 동안 희생번트를 총 20개 기록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KIA는 지난해에도 희생번트 63개를 성공시키면서 KT(64개)에 이어 2위였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워싱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4년(5위)과 2015년(공동 4위)에도 내셔널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희생번트 작전을 자주 썼다. 윌리엄스 감독이 메이저리그 통산 378홈런을 기록한 ‘거포’ 출신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렇게 ‘스몰볼’을 추구하는 건 다소 의외처럼 보인다. 번트 사인이 잦은 이유에 대해 윌리엄스 감독은 “성공하는 경험을 쌓아야 개인과 팀 모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적시타가 나오고 득점이 나와야 서로 축하할 일도 생기고 더그아웃 분위기도 활기차게 변한다. 팀 분위기를 생생하게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주자를 득점권에 많이 두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성공 경험을 중시하는 건 거꾸로 올해 KIA는 성공 경험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막 첫 두 달 동안 KIA는 팀 OPS(출루율+장타율) 0.689로 10개 팀 가운데 9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고 팀 순위도 8위까지 내려앉았다. 무엇보다 통산 334 홈런을 친 최형우(37)가 눈병으로 26일 동안 전력에서 빠진 게 컸다. 윌리엄스 감독은 “최형우가 돌아오면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으로 로테이션을 걸렀던) 이의리(19)도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기대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31일은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이 한국 출신 투수들의 동반 승리를 기대하고 있던 날이었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그 대신 한국인 타자 두 명이 각각 2루타와 홈런을 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코리안 메이저리거 활약상을 카드 뉴스 형태로 정리했다.5이닝 9안타 맞고 4실점 3연패 ▽세인트루이스 김광현(33)=애리조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4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팀이 2-9로 패하면서 김광현은 시즌 세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이 경기 전까지 애리조나는 13연패를 당하고 있던 상황이라 김광현의 호투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지만 결과는 최근 3경기 연속 패전이었다.시애틀 기쿠치에 완패, 첫승 미뤄 ▽텍사스 양현종(33)=시애틀과의 인터리그 방문경기에서 3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2자책점)을 기록한 뒤 팀이 0-3으로 뒤진 상태에서 마운드를 넘겼다. 시애틀 선발로 나선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는 5이닝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고 있었다. 시애틀이 4-2로 이기면서 6과 3분의 2이닝 2실점을 기록한 기쿠치는 시즌 세 번째 승리를 따냈다. 반면 양현종은 세 번째 패배를 기록하면서 첫 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26)=휴스턴에 4-7로 패한 인터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6번 타자 겸 3루수로 나서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남겼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타석이었다. 김하성은 팀이 2-7로 뒤진 9회 1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서 앤드리 스크러브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3호 홈런을 쳤다. 김하성의 홈런은 5월 16일 이후 보름 만이다.5회 2사 1,3루서 담장 때린 2루타 ▽탬파베이 최지만(30)=필라델피아와의 인터리그 안방경기에 3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2루타) 1타점 3삼진을 기록했다. 1회와 4회 모두 삼진으로 물러난 최지만은 팀이 3-0으로 앞선 5회말 2사 1, 3루에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 오른쪽 담장을 때리는 2루타로 쐐기 타점을 올렸다. 탬파베이는 6-2로 이기면서 4연승을 내달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