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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산업계를 강타한 고유가와 고원자재가, 소비 침체의 여파로 기업의 ‘돈줄’이 급속히 말라붙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유동성을 가리키는 지표인 잉여현금흐름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1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자료와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의 상장사 중 전년도와 비교가 가능한 268곳의 올해 3분기(7~9월) 개별기준 누적 잉여현금흐름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1년 새 48조 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268개 기업의 올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14조18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62조1110억 원 대비 47조9286억 원(77.2%) 감소한 숫자다. 조사 대상 기업들 중 절반이 넘는 148곳(55.2%)에서 잉여현금흐름이 줄었다. 감소 규모로는 한국전력공사가 1위를 차지했다. 한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등한 에너지가격의 직격탄을 맞아 올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영업 손실을 냈다. 한전의 잉여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4조2321억 원에서 올해 3분기 -23조6922억 원으로 적자가 19조4601억 원 확대됐다. 경기 침체 여파로 다운사이클(불황기)에 접어든 반도체 업계도 잉여현금흐름이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은 올 3분기 3조9453억 원으로 전년 동기(10조7207억 원) 대비 6조7754억 원이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3조5496억 원에서 올 3분기 -8552억 원으로 4조4048억 원 감소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를 포함한 유·무형자산 순지출(취득비용-처분소득)을 제외한 금액으로 향후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 등을 위한 여유 자금에 해당한다. 이러한 여유 자금이 바닥난다는 건 그만큼 중장기 리스크 대응에도 취약해진다는 의미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현재의 과도기적인 상황에서는 (삼성) 그룹 전체 경쟁력을 위해 하나의 실무형 조직으로서 컨트롤타워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컨트롤타워(의 존재)가 준법 위반의 여지는 적다고 봅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5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 복원 여부가 이슈가 되면서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법률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위법 가능성을 주장해 왔다. 이 위원장은 “법조인으로서의 견해”라며 이들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가진 준감위 회동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방향성에 대해 간단한 논의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떤 경우든지 준법경영에 문제가 없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컨트롤타워도 마찬가지 방향성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 안팎의 많은 분들 의견을 들어보니 이미 부문별 독립경영이 이뤄지므로 필요 없다는 의견부터 강력한 리더십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며 “이 조직이 준법 위반 이슈가 있는지, 존속 가능한 조직인지에 대한 위원회의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최고경영진이 아닌 주주, 회사를 위한 강력한 집중력과 실효성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 당일인 5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계열사별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 후 첫 인사였던 만큼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복원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이 같은 조직 개편이 발표된 바는 없다. 이 위원장은 첫 출범의 무게가 컸던 1기와 비교해 2기 준감위는 안정 속에서 더욱 강도 높게 준법 감시를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10월 이재용 회장과 가진 준감위 간담회에서 “이 회장이 이제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준법감시위원회 검토는 거쳤는지 물어보는 게 당연한 습관이 됐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간담회 전 이슈가 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현장 노동자들의 화장실·휴식공간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준감위원들의 개선 의견이 직접 이 회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위원장은 “지난번 회장 승진을 통해 경영의 권한을 부여받았다면, 등기이사 선임은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국내 주요 그룹에 미등기 회장 사례가 적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권한과 책임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 회장의 회장 승진 과정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이사회 안 거치고 사장단 회의에서 추대 형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승진에 이사회 의결이 있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과 관련해서는 “발의한 의원의 신념은 존중한다. 하지만 국내 경제에 여파가 매우 큰 법안인 만큼 위헌 요소는 없는지, 해외 사례가 있는지, 반대하는 쪽 전문가 의견은 충분히 청취했는지를 신중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 등 회계 기준에서는 현재의 가격을 적용하지만 주식한도 규제는 그와 다르다”며 “주요 선진국 중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투자 한도를 규제하는 곳은 일본뿐이다. 그마저도 현재의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위원장은 “기업 내 준법감시가 완전히 정착되면 외부 조직으로서의 준감위는 자연히 필요 없어지고, 사내 준법감시인과 이사회의 역할로 갈음될 것이다. 그게 저와 준감위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경제 6단체가 법인세 인하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또다시 촉구했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법인세법 개정안의 12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제계의 법인세법 개정 촉구는 지난달 7일, 이달 6일에 이어 한 달여 만에 3번째다. 단체들은 “전쟁의 시기에 한가할 때 쓰는 칼을 쓸 수 없듯,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평시의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쟁국보다 불리한 현재의 법인세법을 개선하지 않고 기업들에게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세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 이어져 위축된 내수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7번째로 높은 25.0%다. 일본(23.2%), 홍콩(16.5%), 싱가포르(17%), 대만(20%) 등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높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은 3.4%(2020년 기준)로 OECD 평균인 2.7%보다 0.7%포인트 높다. 그만큼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큰 셈이다. 법인세 인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기재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2010년 이후 설비투자와 고용이 대폭 늘어났는데, 이는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위기 극복을 위해 법인세를 인하했더니 그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났다는 것. 특히 2009∼2012년의 총투자는 2005∼2008년 대비 100조 원 이상 증가했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법인세 감세로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실적이 좋아지면 결국 온 국민이 그 혜택을 입는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국세청 국세통계 자료를 분석해 법인세 개편안이 통과되면 작년 기준으로 과세표준 2억 원을 넘는 9만3950개 중소기업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경련 측은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최고세율 인하만 보고 이번 개편안이 소수 대기업에 대한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7∼9월) 6278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전년 동기 190억 원의 33배로 늘었다. 이 회사가 지난달 공시한 분기보고서에서 밝힌 3분기 대규모 적자 원인은 줄줄이 오른 원자재 가격이었다. 후판 가격은 t당 118만 원으로 지난해 평균 대비 9.0% 뛰었다. H형강 값은 17.3%, 페인트도 80.8%나 올랐다. 여기에 6, 7월 51일간 진행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대우조선 하청지회)의 파업과 1독 점거 농성으로 조업 차질을 빚으면서 3분기 실적이 된서리를 맞았다. 롯데케미칼도 올 3분기 4238억 원 적자를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유가 상승 타격으로 주요 원자재인 나프타는 올해 1∼3분기 평균 가격이 지난해 연간 평균 가격 대비 33.7% 뛰었다. 반면 소비 시장 위축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석유화학 제품 주문량이 줄어 에틸렌, 벤젠 공장 가동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씩 떨어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듦)’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가 비용 상승, 금리 상승 등이 점차 기업 곳간을 위협하는데 하반기(7∼12월)부터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어서다. 4분기(10∼12월)에는 실적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일 ‘매출 100대 기업 영업실적 및 주요 지출항목 특징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 표정은 크게 엇갈렸다. 조선, 화학, 섬유 등에서 영업이익이 특히 큰 폭으로 감소했다. 1∼3분기 누적 기준 조선업종은 지난해(―2조5000억 원)에 이어 올해(―1조8000억 원)도 대규모 적자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업종은 △화학(―61.1%) △섬유(―30.6%) △건설(―24.4%) △기계(―17.8%) 순이었다. 조선, 화학, 섬유의 경우 3분기만 별도로 비교할 경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91.9%, 81.9%, 52.8%가 줄었다. 상반기(1∼6월) 큰돈을 벌었던 정유와 운송은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7.0%, 100.1% 영업이익이 늘었다. 정유는 가파른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급등 덕분이었고, 운송은 올 초 물동량 폭증에 힘입은 고운임 특수를 누렸다. 이 외 △전기전자(8.0%) △철강(7.7%) △자동차(7.3%) 등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올해 3분기까지 기업들의 이자 비용과 원재료비, 인건비 지출 등은 일제히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비율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적 기준금리 인상 러시로 인해 이자 비용은 17.2% 급등했다.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을 넘어서 사실상 상환 능력을 상실한 기업도 매출 100대 기업 중 18곳이나 된다. 원재료비 총액(원재료비 항목 공시 72개 기업 기준)은 31.3% 늘어났다. 해당 72개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35.4% 감소했다. 경총은 “기업들의 생산 비용은 크게 늘었지만 이를 판매가격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원재료비 부담은 제조업에서 가장 크게 상승했다. 3분기 기준 제조업의 원재료비 상승률은 33.1%로 서비스업(14.3%), 건설업(13.5%)보다 월등히 높았다. 같은 기간 인건비(인건비 공시 97개 기업 기준)는 10.6%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4분기 전망은 더 우울하다. 우선 상반기 ‘반짝 호조’를 보인 정유, 운송업계 실적도 3분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일부 공장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지는 등 타격을 받기도 했다.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를 입은 포스코는 4분기 내내 복구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3분기 기업실적 피크아웃의 우려가 이미 현실화된 데다 4분기에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1%대 낮은 성장세와 고물가, 높은 임금 상승 같은 아킬레스건들이 기업 경영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근 품질 논란에 휩싸였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조직 강화를 위해 일시금 2000만 원 지급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회사 내부 다른 사업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증원에 나섰다. 회사 내 인사이동에 대해 2000만 원의 일시금 지급을 제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생활가전사업부에 대한 인적 쇄신과 분위기 전환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생활가전사업부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생활가전 사업이 글로벌 정상에 도달하는 역사를 함께 만들어 갈 임직원을 모집한다”며 내부 인력 충원 계획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공지에서 “(생활가전사업부는) 한층 더 발전해 글로벌 초일류화 달성을 위해 더 다양한 임직원들의 경험과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케팅·영업, 디자인, 개발, 품질 구매 등의 부서에서 최대 수십 명을 충원할 방침이다.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발령일 기준 4주 내에 일시금으로 ‘초일류화 특별 인센티브’ 2000만 원을 지급한다. 2025년 말까지 초과이익성과급 등 인센티브에서도 우대해준다. 3년 뒤 본인이 원하면 원 소속 사업부에 복귀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세탁기 품질 이슈로 가전사업부의 역량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년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인센티브를 통해 사내 우수 인력을 모집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생활가전사업부 국내 인력 수가 줄어들고 있어 다른 사업부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에 따라 대만 TSMC가 약 53조 원을 들여 미국에 최첨단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TSMC의 미국 공장에서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반도체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등 미래 기술의 미국 제조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6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4nm 1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기존 투자액(120억 달러)의 3배가 넘는 400억 달러(약 53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추가로 지을 2공장은 현재 가장 첨단 기술인 3nm 공정으로 2026년 가동을 시작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플은 지구상에서 가장 발전된 이 반도체를 해외에서 구매해야 했다. 이제는 아이폰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에 왔다. (미국 제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법’에 대해 “생큐”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美에 3나노 반도체 공장 첨단 반도체 설계기술 보유 美제조공장 확보해 마지막 퍼즐 맞춰TSMC, AMD-퀄컴 등 고객사 확보 6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TSMC 장비 반입식은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동맹 행사’를 방불케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의 팀 쿡,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관련 기업 엔비디아 젠슨 황, AMD 리사 쑤 등 미국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 양국의 반도체 거물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TSMC의 3나노 공장 건설 발표가 “역사적 순간”이라며 함께 샴페인을 터뜨렸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제조는 못 했다. TSMC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도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밀월 관계를 대외적으로 보여줬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더욱 긴장의 끈을 조일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대만 반도체 동맹 애플은 아이폰, 맥북뿐 아니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을 위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는 AI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를 도맡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주로 대만 현지 TSMC 공장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겨 왔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를 우려해 왔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을 앞세워 첨단 산업의 미국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최첨단 반도체의 해외 생산을 사실상 금지해 온 대만 정부는 미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최첨단 공장의 미국 건설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몰락한 반도체 생태계를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는 위치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TSMC-삼성 3나노 격돌 올해 세계 최초 최첨단 3nm(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 TSM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는 듯했던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TSMC의 새 공장에 비해 한 단계 낮은 기술인 5나노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쿡 CEO는 애플이 TSMC 애리조나 공장의 최대 고객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TSMC 애리조나 공장 생산량의 25∼35%가 애플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TSMC는 미국의 자국 반도체 생산 촉진 정책에 적극 동참해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 미국 고객사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 S23’ 시리즈에 탑재될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건8 2세대’ 생산 물량 일부도 TSMC가 가져갔다. 반면 삼성전자는 6월 3나노 양산에 성공했을 당시 고객사가 판세미 등 중국 코인 채굴 반도체 업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후 수율 개선에 집중하며 최근 3나노 반도체에서 퀄컴, 엔비디아, IBM 등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고객사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국내 업계는 쿡 CEO가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법 서명에 직접 감사를 전한 장면에도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7월 서명한 반도체법은 미국 생산 반도체 기업 등에 25% 세액공제 등 총 50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를 지원해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현지 공장 건립을 이끌어 내고 있다. TSMC도 애리조나 투자에 대해 수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6일(현지 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TSMC 장비 반입식은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동맹 행사’를 방불케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의 팀 쿡,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관련 기업 엔비디아 젠슨 황, AMD 리사 수 등 미국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 양국의 반도체 거물들이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TSMC의 3나노 공장 건설 발표가 “역사적 순간”이라며 함께 샴페인을 터뜨렸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제조는 못했다. TSMC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도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밀월 관계를 대외적으로 보여줬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더욱 긴장의 끈을 조일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대만 반도체 동맹 애플은 아이폰, 맥북뿐 아니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을 위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는 AI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를 도맡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주로 대만 현지 TSMC 공장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겨 왔지만 중국의 대만침공 위협,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를 우려해 왔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을 앞세워 첨단 산업의 미국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브라이언 디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몰락한 반도체 생태계를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는 위치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는 전략적으로 최첨단 반도체의 해외 생산을 사실상 금지해 왔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중국의 대만 위협 속에 미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최첨단 공장의 미국 건설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 TSMC-삼성 3나노 격돌 올해 세계 최초 최첨단 3나노미터(nm)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 TSMC와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는 듯했던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삼성이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TSMC의 새 공장에 비해 한 단계 낮은 기술인 5나노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이 TSMC 애리조나 공장의 최대 고객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TSMC 애리조나 공장 생산량의 25~35%가 애플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TSMC는 미국의 자국 반도체 생산 촉진 정책에 적극 동참해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 미국 고객사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될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2세대’ 생산물량 일부도 TSMC가 가져갔다. 반면 삼성전자는 6월 3나노 양산에 성공했을 당시 고객사가 판세미 등 중국 코인채굴 반도체업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후 수율 개선에 집중하며 최근 3나노 반도체에서 퀄컴, 엔비디아, IBM 등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고객사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3.4%, 16.3%로 여전히 격차가 큰 상태다. 국내 업계는 쿡 CEO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법 서명에 직접 감사를 전한 장면에도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7월 서명한 반도체법은 미국 생산 반도체 기업 등에 25% 세액공제 등 총 500억 달러(66조 원) 규모를 지원한다.해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현지 공장 유치를 이끌어내고 있다. TSMC도 애리조나 투자에 대해 수조 원 보조금을 지급 받을 전망이다. 반면 국내 반도체 및 신산업 투자를 위한 일명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K칩스법) 개정안 등은 8월 발의 이래 4개월째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근 품질 논란에 휩싸였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조직 강화를 위해 일시금 2000만 원 지급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회사 내부 다른 사업부 임직원 대상으로 대규모 증원에 나섰다. 회사 내 인사이동에 대해 2000만 원의 일시금 지급을 제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생활가전사업부에 대한 인적 쇄신과 분위기 전환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생활가전사업부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생활가전 사업이 글로벌 정상에 도달하는 역사를 함께 만들어 갈 임직원을 모집한다”며 내부 인력 충원 계획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공지에서 “(생활가전사업부는) 한층 더 발전해 글로벌 초일류화 달성을 위해 더 다양한 임직원들의 경험과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케팅·영업, 디자인, 개발, 품질 구매 등의 부서에서 최대 수십 명을 충원할 방침이다.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발령일 기준 4주 내에 일시금으로 ‘초일류화 특별 인센티브’ 2000만 원을 지급한다. 2025년말까지 초과이익성과급 등 인센티브에서도 우대해준다. 3년 뒤 본인이 원하면 원 소속 사업부에 복귀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세탁기 품질 이슈로 가전사업부의 역량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년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인센티브를 통해 사내 우수 인력을 모집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생활가전사업부 국내 인력 수가 줄어들고 있어 다른 사업부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62)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1)의 이혼소송 1심이 5년 만에 마무리됐다. 법원은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은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6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부장판사 김현정)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 분할분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 존재를 인정하고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고 밝힌 뒤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해 최 회장은 2018년 2월 정식 이혼소송을 냈다. 이듬해 12월엔 노 관장도 이혼에 반대하던 태도를 바꿔 맞소송을 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50%인 648만 주(6일 종가 기준 약 1조3500억 원)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등에 대한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 중 SK 주식을 뺀 나머지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예금 등만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증여·상속받은 SK 주식은 부부가 공동으로 모은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1심 판결로 SK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에서 빠지면서 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날 최 회장 측과 노 관장 측은 항소 여부 등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지분 상당수가 넘어갔을 경우 SK그룹 경영권과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665억 원은 재산 분할 금액이 일반에 공개된 사례 중 최대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004년 이혼하며 당시 시가로 300억 원 상당의 회사 주식 35만6000여 주를 전 배우자에게 넘겨준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은 2009년 합의 이혼을 했지만 재산 분할 액수가 공개되지 않았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온과 미국 포드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미국 최대 배터리 공장의 기공식을 열고 현지 시장 공략의 첫발을 내디뎠다. 양 사는 5일(현지 시간)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각각 43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블루오벌SK 1, 2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축사를 통해 “블루오벌SK는 완벽한 파트너십을 맺어온 양 사 간 협력의 상징”이라며 “전기차의 미래를 선도할 이곳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배터리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장기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만드는 SK 배터리에는 호주와 칠레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의 광물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SK온은 미국 중심 공급망에 선제 투자했기에 IRA 보조금 지급 조건을 맞출 수 있다는 의미다. 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의 광물을 사용해 미국에서 제조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중국산 배터리나 미국에서 생산하더라도 중국산 광물을 많이 쓴 배터리를 장착할 경우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다. 지 사장은 “중국산 광물은 중국이나 유럽 생산기지 공급망에 활용하는 등 IRA 전부터 효율적 물류 체제를 구축해 왔다”고 덧붙였다. 소재 공급망 다변화와 미국 내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현지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인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이 한국 배터리 기업과 앞다퉈 손잡는 이유다. IRA에는 미국에서 배터리 1kWh(킬로와트시)를 생산할 때마다 35달러씩 세액공제 형태의 배터리 보조금 지급도 명시돼 있다. 지 사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나올 IRA 세부 지침(가이드라인)을 봐야 배터리 보조금 실제 지급 규모 등이 혜택일지 따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SK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도 다른 기업보다 미국 투자를 선제적으로 늘렸다. 앞서 가는 한국 배터리에 장기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앞서 SK온과 포드는 지난해 5월 총 10조2000억 원을 투자해 켄터키 및 테네시주에 연간 129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 생산기지 3곳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129GWh는 105kWh 배터리가 들어가는 포드 F150 라이트닝 전기차 픽업트럭 약 1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픽업트럭으로 꼽히는 F150의 전기차 버전인 이 차종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직접 시승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켄터키와 테네시 블루오벌SK 생산기지와 조지아 SK온 단독 공장, 향후 터를 선정할 현대자동차 공급용 배터리 공장 등을 포함하면 SK온의 미국 생산 능력은 2025년까지 180GWh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5위 SK온은 미국 공략을 통해 3위 중국 BYD와 4위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겠다는 포석이다. 지 사장은 “2025년에는 세계 3위권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올해 말 재계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 속 위기관리’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각 그룹들은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최고경영자(CEO) 교체나 승진 인사는 최소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통’들의 약진과 오너가(家) 3, 4세가 전진 배치된 정도가 눈에 띈다. 이번 주초 삼성그룹 인사에서도 안정화 기조 속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위기에 재무통 약진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그룹 정기 인사에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대거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고 미래 투자가 활발한 시기엔 전략이나 영업, 마케팅 등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침체기엔 자금줄을 쥔 재무담당이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4대 그룹 중 인사를 가장 빨리 단행한 LG그룹은 지난달 24일 차동석 LG화학 CFO 겸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재경 전문가인 차 사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대내외 경영환경 리스크에 대한 위기 대응 역량을 인정받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부사장, 박지환 LG CNS CFO는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현대차그룹 인사에서는 미주 생산법인 CFO를 지낸 이규복 프로세스혁신사업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날 ㈜GS의 CFO 겸 PM팀장인 이태형 전무도 부사장으로 직급이 올랐다. 1일 SK그룹에서는 SK㈜ 이성형 CFO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SK C&C 사장으로 승진 선임된 윤풍영 전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도 SK텔레콤 CFO를 거친 재무통으로 통한다.○ 오너가에서는 3, 4세 전진 배치오너가에서는 3, 4세가 더욱 전진 배치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이번에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 자리에 오르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도 연말 인사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에 선임되며 중책을 맡았다. GS그룹에서는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아들인 허태홍 GS퓨처스 대표와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의 아들 허진홍 GS건설 투자개발사업그룹장이 신규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부문장은 올해 초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정중동 속 세대교체 될까재계의 관심은 발표를 앞둔 삼성그룹 인사로 쏠리고 있다. 삼성은 1, 2일에 걸쳐 해외법인과 국내 사업장의 부사장, 상무급 임원 수십 명에게 개별 퇴임을 통보했다. 수년간 삼성 인사의 세대교체 원칙으로 통용돼 온 ‘60세 룰’에 따라 내년에 만 60세에 이르는 상당수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인사에서도 3040세대 젊은 임원진이 새로 발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에는 40대 부사장 10명과 30대 상무 4명이 선임됐다.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의 첫 인사지만 위기 경영 상황에서 다른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CEO급들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대 사업부문(생활가전, 모바일경험, 반도체) 대표를 교체하며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 사장의 ‘투톱 체제’를 갖춘 만큼 당분간 이 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3개로 분산된 그룹 내 지원조직(사업지원TF, 금융경쟁력제고TF, EPC경쟁력강화TF)의 통합 및 단일 컨트롤타워 복원 가능성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라 올해 인사에는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 체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기는 ‘제3회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 푸른코끼리 온라인 포럼’을 2일 개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포럼은 푸른나무재단, 교육부, 사랑의열매, 삼성이 2020년 2월 시작한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 활동인 ‘푸른코끼리’ 사업의 일환이다. 삼성전기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SDS 등 5개 계열사가 지원한다. 유튜브를 통해 중계된 이번 포럼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이버폭력, 그리고 소멸’을 주제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청소년 사이버폭력의 실태를 공유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1부에서는 사이버폭력 피해 당사자와 현직 교사, 현직 경찰 등이 국내외 사이버폭력의 실태와 심각성을 논의했으며 2부에서는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기업가, 교수 등 전문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중동을 택했다. 1년 만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비공개 정재계 고위급 회동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UAE 아부다비를 방문하기 위해 이날 오전 출국했다. 구체적인 체류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개최하는 연례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올해 5월 UAE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왕세제 신분일 때부터 매 연말 글로벌 기업인과 정계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비공개 사교모임을 열어왔다. 이 자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UAE 출장길에 올랐다. 이 회장은 앞서 2019년 2월에도 왕세제 신분이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나 반도체 등 미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같은 달 방한해 이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돌아보는 등 강한 협력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재계 2위 SK그룹의 선장이자 국내 유일 법정 경제단체의 수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 두 직함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그런 최 회장에게 올해 또 하나의 감투가 생겼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이 그것이다. 내년 11월 결정될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최 회장은 해외 출장이 더 잦아졌다. 그를 만난 것도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제17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였다. 총회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의 엑스포 유치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진행됐다. 한국은 PT에서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K컬처’를 모티브로 활용해 기후변화와 경제 불평등 같은 인류 과제를 스토리 형식으로 제시했다. 이 아이디어는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한다.지난달 25∼29일 일정으로 파리를 찾은 최 회장은 BIE 총회 기간에 정부 및 민간위원들과 협력해 PT를 지원하는 한편 각국 대사들과의 비공식 미팅도 숨 가쁘게 이어갔다. 본보와의 인터뷰는 PT가 끝나고 난 뒤 파리 모처에서 진행됐다. 최 회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다가도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룹 오너로서의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엑스포 유치전’ 최태원 회장 “3차 PT후 할수 있다 자신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에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엑스포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열린 프랑스 파리에도 나흘 먼저 도착해 각국 대사 등을 상대로 유치전을 펼쳤다. 7월 3차 PT 첫 시사회 후 “해볼 만하다”는 반응이 나왔을 때 가장 벅찼다고 했다. 한국의 3차 PT는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최 회장은 파리 현지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해 동안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가. “항상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모두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서가는데 우리는 가능성이 있는 거냐’고 우려들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이에 대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일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올해 7월 3차 PT 첫 시사회를 마쳤을 때다. 처음이었고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이 너무 좋았고 박수가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고는 ‘이거 해볼 만하다’는 반응이 나왔을 때 약간 벅찬 느낌이 들었다.” ―이번 한국의 3차 PT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준비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사우디아라비아나 다른 경쟁국들과는 차이가 많이 날 거라고 예상을 했다. PT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오징어게임 스토리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의 제안과 아이디어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다. 엑스포 유치국 결정이 꼭 ‘톱(top)’에서만 이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폭넓은 접근이 매우 중요하고, 젊은 세대들까지 부산 엑스포에 호의를 갖게 되면 해당국도 여론을 반영할 거라 생각한다. 오징어게임 배경음악이 나오니까 사우디아라비아 공주도 ‘오징어게임이네요’라고 옆자리 사람에게 속삭였다는 말씀을 한덕수 국무총리님께 전해 들었다.” ―현재 기준으로 한국의 승리 가능성이 좀 올라간 것 같은가. “우리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BIE 사무국에서는 매번 엑스포 유치 활동에서 사실상 지금(3차 PT 종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들 한다. 경쟁국들의 유치 계획서가 모두 제출된 지금부터가 정식 경기이고, 출발선이 이제 제대로 정렬돼 뛰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늦었다거나 하는 얘길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시간은 충분하다.” ―부산의 최대 강점은 뭔가. “부산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강점이다. 이렇게 꾸준히 조직력 있게 정부와 민간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곳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조직력과 힘이라고 본다.” ―10월 부산 엑스포와 관련해 네이버 제페토와 협업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내놓았고, 자체 메타버스 사이트인 ‘웨이브’도 시험버전을 이번 주 공개했다고 들었다. “참가국들이 메타버스를 제시하고 솔루션과 플랫폼 얘기도 계속하고 있지만, 정말 디자인까지 해서 내놓을 수 있었던 곳은 우리뿐이다. ‘한국은 그냥 말로만 하지는 않는구나’라는, 상당히 차별화된 메시지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 메타버스 하나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다 활용할 것이다.” ―그룹 경영과 관련된 이야기도 듣고 싶다. 경영자로서 돌아봤을 때 올해는 어떤 해였는지. “시기가 별로 좋지 않으니 만족스럽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가 좀 더 대처를 잘할 필요가 있었는데’ 같은 미련이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또 헤쳐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7월 제주포럼에서 경기 침체가 향후 일정 기간 지속될 거라 전망했다. 향후 경기 전망이나 그에 따른 투자 계획이 달라진 게 있나. “지금 전 세계는 ‘딸꾹질 상태(hiccup situation)’에 있다.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지만 풀릴 때까지는 기업 입장에서 답답한 상황이다. 자금이 조달되지 않아 투자를 미루는 일은 당장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미 이자율 변동이 크니 돈이 움직이지 않고 있고, 다들 투자를 멈춘 채 기다리고 있다. 다만 늦어도 내년 말이면 경기가 다소 풀리지 않겠냐는 전망들이 최근 나오고 있다. 나도 빨리 풀리기를 바란다.” ―“전쟁(경제위기)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재계에 돌았다. 올해 정기 인사의 방향성은…. “곧 발표될 거라 언급이 조심스럽다. 지금까지와 비슷한 얘기지만, 현재는 그렇게 큰 변화를 일부러 가져갈 이유는 없는 것 같다.”(인터뷰는 SK그룹 각 계열사가 임원 인사를 발표하기 이틀 전 진행됐다.) ―올해 초 SK텔레콤 회장에 오르면서 주요 계열사 4곳(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의 미등기 회장직을 맡은 배경이 궁금하다. “SK㈜의 경우 우리 그룹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니 맡을 수밖에 없다. 나머지 두 회사는 다른 곳들보다 제가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면 될 것 같다. SK하이닉스는 경기 변동성에 따라 영향이 심한 측면이 있고 대규모 투자 결정을 많이 내려야 하니 제가 좀 더 잘 봐야겠다고 판단해 포지션을 맡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제 기존 사업 구조에서 변화가 좀 필요한 상황이라 제가 들어가서 챙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년 ‘CES 2023’에서 중점적으로 보고 싶은 부분이 있나. “새로운 테크놀로지 동향과 산업 전략들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봐야 한다. 특히 이렇게 다운사이클이 찾아온 시기에는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잘 찾아내면 다음 기회가 돌아왔을 때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자녀들이 실리콘밸리와 SK 계열사 등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진로에 대해 고민 상담이나 대화도 많이 하나. “어드바이스는 매일 한다. 그렇다고 제가 억지로 뭔가 시키는 건 하나도 없다. 다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좀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잔소리해 봤자 제 입장의 제 의견일 뿐이다. 그래도 뭐라도 상의하려고 오면 잘 들어주기라도 해야 하니 열심히 듣는 편이다.” ―자녀들의 경영 참여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자기들의 일이니까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영에 나서는 길을 택하면 그 다음에 고생할 것도 스스로 훤할 것이라 본다. 그게 그만큼 어려운 결정이니까 어려운 일을 할 각오가 잘돼 있어야 하고, 능력도 따라야 되고,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다. 부모로서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 진로다.(웃음)” ―좌우명이나 힘들 때 새기는 말 같은 게 있나. “‘전화위복.’ 우리 아버님이 저한테 심어주신 하나의 DNA 같은 말이다. 아버님은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분이었다. 항상 ‘어려울 때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 이걸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인 부분을 보면 거기서 복이 온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자꾸 화를 생각하지 말고, 그럴 때일수록 머리를 쓰고 여러 가지 에너지를 동원해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한 것이라는 말씀이다. 어려울 때마다 그런 얘기를 해 주셨으니 그 말이 좌우명이라기보다는 저의 레거시가 된 것 같다.”파리=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제17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앞은 각국에서 모여든 대표단과 취재진으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국들이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펼치는 날이었다. 총회장 건물 안팎에는 엑스포 3차 PT를 알리는 안내판과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대형 쇼핑몰이 입점한 건물인 만큼 평소에 오가던 현지인들도 생경한 풍경에 관심을 보였다. 부산 엑스포의 마스코트인 갈매기 ‘부기’ 캐릭터로 만든 대형 인형들은 특히 이목을 끌었다. 부기는 PT 전날부터 파리 센강 주변을 자전거에 실려 돌아다녔다. 특히 8m 높이의 부기를 싣고 운영된 부산 엑스포 홍보선 ‘크루즈82’는 센강을 찾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오전 9시경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각국 대표단이 속속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소회를 묻자 “떨린다. 열심히 하고 오겠다”고 PT에 임하는 다짐을 전했다. 이어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등 민간 대표단도 속속 도착했다. 부산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수도 리야드의 왕립유치위원장을 포함한 대표단들이 타키야(흰 천을 늘어뜨린 모자) 차림으로 파리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총회장으로 들어섰다. 각국의 PT 시간은 30분씩으로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이탈리아가 모두 발표를 마친 시간은 낮 12시경이었다. 한국 PT에서 단연 화제가 된 건 오징어게임에 등장했던 기하학 무늬 초청장을 영상 속 BTS 멤버로부터 발표자들이 릴레이로 넘겨받는 장면이었다. 경쟁국인 사우디의 하이파 알 모그린 공주(주유네스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오징어게임 배경음악이 영상에 깔리자 옆자리 사람에게 “오징어게임이네요”라고 속삭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최태원 회장은 “BTS, 꼬마 외교관 캠벨 에이시아, 오징어게임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3인방”이라며 “인류 공통의 당면 현안과 미래세대의 희망을 잘 담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하드웨어 강점과 소프트 파워를 겸비한 유일한 나라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인용 사장은 “발표에서 한국의 차별성이 돋보였다”고, 김동욱 부사장은 “발표가 끝난 후 박수 데시벨은 한국이 가장 높았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들은 파리 곳곳에 대형 옥외광고를 걸어 유치 지원 열기를 더했다. 파리 중심부의 오페라극장 ‘오페라 가르니에’에는 부산 엑스포 로고가 새겨진 삼성전자의 대형 옥외광고가 설치됐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이번 BIE 총회 기간 부산 엑스포 로고로 래핑한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코나 EV’ 등이 수시로 파리 주요 지역을 순회하도록 했다. 한 총리는 PT 이후 특파원들과의 만찬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계기로 한국의 외교 체질이 굉장히 바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중심 외교의 저변이 넓어질 것이란 의미였다. 한 총리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쫓아다니는 그런 외교에서 평상시에 관리하고 방문하는 외교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이번 BIE 총회 기간 민간 대표단은 파리 시내 한 건물에서 정부 대표단과 공동 또는 단독으로 BIE 주요국 대사 면담 및 리셉션 행사를 개최했다. 공식적으로 만난 BIE 대사만 30여 명이다. 리셉션 행사를 하면서 부산 엑스포 메타버스 플랫폼 및 가상현실(VR) 체험기기를 활용한 부산 방문 콘텐츠를 전시하기도 했다. VR 기기를 착용하자 해운대, 동백섬, 해동용궁사 등 부산의 명소들과 바다 풍경이 360도로 펼쳐졌고 부산에 오는 세계인을 환영한다는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현장에 있던 유경상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 홍보컨텐츠실장은 “우린 VR 기기를 이미 경험해본 분들이 많지만, 각국 대사 분들은 신기하게 받아들인다. 현장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유치위원회 한 관계자는 “전날 만찬에서도 참석자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고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얻었다”며 “대규모 초청 행사보다는 오히려 소규모로 한 분 한 분 접근하는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파리=곽도영 기자 now@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의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로 올해 9월 대비 내년 말까지 민간의 이자 부담 증가액이 총 33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민간 부문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를 제기했다. 18일 한경연의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 부담액은 올해 9월 기준 33조7000억 원에서 연말 42조3000억 원, 내년 말 49조9000억 원으로 최소 16조2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리 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은 내년 말 기준 연간 이자부담액(9조7000억 원)이 올해 9월(5조 원) 대비 9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자부담액 증가분은 기준금리 인상 예상 경로에 따라 가중 평균한 차입금리 4.9%(올해 말), 5.26%(2023년 말)를 각각 가정했다. 가계대출 이자부담액도 올해 9월 기준 52조4000억 원에서 올해 말 64조9000억 원, 내년 말 69조8000억 원으로 해당 기간 동안 17조4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가구 단위로 환산 시 연간 이자부담액은 약 132만 원 증가하는 셈이다. 특히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며 저소득 상태 혹은 저신용인 차주)의 경우 이자 부담액이 가구당 약 330만 원 늘어나면서 취약계층의 생활고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과 회원국 기업인 대표가 만나는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위원과 APEC 정상과의 대화’에 이형희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참가했다고 밝혔다.이 부회장은 올해 7월 ABAC 위원으로 선임됐으며 이번 APEC 정상과의 대화에서 정상보좌위원 자격으로 한덕수 국무총리를 수행했다. 정상보좌위원이란 정상과의 대화 시 자국 정상이 참석하는 대화 그룹에서 정상과 함께 참여하는 위원을 말한다.APEC은 전 세계 교역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협의체이자 아시아-태평양 21개 국가와 경제·안보를 포함한 포괄적 협력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다. ABAC은 1995년 APEC 오사카 정상회의 합의에 의거해 1996년 APEC 필리핀 정상회의 시 설립된 민간 자문기구다. 1년에 4차례의 회의를 개최하며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APEC 정상과의 대화를 통해 역내 기업인들의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ABAC 위원과 APEC 정상과의 대화는 21개국 APEC 정상과 ABAC 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체회의로 우선 진행된다. 이후 APEC 21개국을 3~5개의 소그룹으로 나눠 국가 간 협력 의제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된다.올해 한덕수 총리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 등과 함께 1그룹에서 토론에 참여했다. 다른 그룹에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해 각 국 ABAC 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ABAC 위원으로 참여하는 기업인들의 건의사항은 매년 ABAC 정상 보고서 및 건의문 형태로 작성된다. 올해는 경제 회복, 지속가능성(기후변화 대응), 지역경제통합, 디지털화의 네 가지 주제가 담겼다.이형희 부회장은 APEC 기간 동안 APEC 정상과의 대화 이외에도 태국 현지에서 한덕수 총리가 참석하는 동포간담회(18일), 태국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19일) 등 일정도 함께 소화할 예정이다.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4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된 APEC 정상회담에서 대한상의가 ABAC 위원이자 정상보좌위원으로 역할을 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공급망 위기, 기후위기 대응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이 더 활성화되도록 경제계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곽도영기자 now@donga.com}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의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로 올해 9월 대비 내년 말까지 민간의 이자부담 증가액이 총 33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민간부문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를 제기했다. 18일 한경연의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부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부담액은 올해 9월 기준 33조7000억 원에서 연말 42조3000억 원, 내년 말 49조9000억 원으로 최소 16조2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리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은 내년 말 기준 연간 이자부담액(9조7000억 원)이 올해 9월(5조 원) 대비 9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자부담액 증가분은 기준금리 인상 예상경로에 따라 가중 평균한 차입금리 4.9%(올해 말), 5.26%(2023년 말)를 각각 가정했다. 가계대출 이자부담액도 올해 9월 기준 52조4000억 원에서 올해 말 64조9000억 원, 내년 말 69조8000억 원으로 해당 기간 동안 17조4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가구 단위로 환산 시 연간 이자부담액은 약 132만 원 증가하는 셈이다. 특히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며 저소득상태 혹은 저신용인 차주)의 경우 이자 부담액이 가구당 약 330만 원 늘어나면서 취약계층의 생활고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 공공기관, 기업들이 에너지, 건설, 바이오 등 26개 사업에 걸쳐 290억 달러(약 38조80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 둔화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1970년대 한국 경제의 도약을 이끈 중동 붐이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공식 방한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회담한 후 오찬을 함께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7일 윤 대통령 부부가 관저로 입주한 이후 처음 초대한 해외 귀빈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우디는 우리 경제·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반자”라고 말했고, 빈 살만 왕세자는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의 3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2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는 한국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이 26건의 투자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한꺼번에 체결했다. 총 사업 규모가 약 40조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이다. 과거 양국의 산업 협력은 주로 건설에 치우쳤지만 이번에는 석유화학, 청정에너지부터 제약, 게임, 제조, 바이오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날 투자협약에 나선 국내 기업은 약 30개, 방한한 사우디 기업은 63개다. 파하드 사드 왈란 사우디 경협위원장은 “한국과의 협력관계가 사우디 2030 비전하에서 적극 추진되기를 기원하며 ‘홍해 프로젝트’(국제관광단지 개발) 같은 대규모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3년 5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기 위해 재계 총수들도 총출동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후 5시 20분부터 1시간 40분가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 국내 대표 기업인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각 기업의 사우디 사업 현황과 초대형 신도시 사업 ‘네옴시티’ 등의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에 20시간가량 머물렀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차 빼세요, 빼, 빼! 익스큐즈 미, 플리즈 고 인!” 17일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은 사우디아라비아 측 경호 인력과 취재진, 구경 인파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하루를 머문 호텔이다. 빈 살만 왕세자와 한국의 8개 그룹 총수들 간 차담회가 시작되기 서너 시간 전부터 호텔 앞은 삼엄한 경비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호텔 관계자와 사우디 경호 인력 수십 명이 일제히 주변 통제에 나섰다. 호텔 정문 앞 차량들을 모두 주차장으로 철수시키느라 주차장 입구 통로까지 차로 빽빽이 막혔고 투숙객들의 정문 출입도 차단됐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빈 살만 왕세자의 차량 행렬이 오후 3시경 도착했다. 가족과 함께 왕세자를 보러 나왔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하나 씨는 “빈 살만 왕세자는 아주 인기가 많지만 사우디에서도 보기 힘들다”며 “오늘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행운”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경호원들이 미리 쳐 놓은 천막과 병풍에 가려 왕세자 일행의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오후 4시 23분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시작으로 재계 총수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도착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서류를 손에 든 채 입장했다. 4시 반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호텔로 들어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입장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까지 8명이 전원 입장한 시간은 4시 45분경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총수들은 차담회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기업인들과 빈 살만 왕세자의 차담회는 오후 5시 20분부터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거나 추가 협업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인 만큼 현지 사업 현황과 미래 구상을 간단히 공유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관영 매체 에스피에이뉴스(spanews)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날 차담회 장면을 담은 사진이 게재됐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안쪽의 1인용 소파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왼편으로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의 순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다. 빈 살만 왕세자 뒤에는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사진이 눈에 띈다. 차담회를 마치고 오후 7시 10분경 호텔을 나온 정기선 사장은 “저희가 오랫동안 여러 사업을 (사우디와) 같이 해왔는데 앞으로도 여러 가지 미래를 같이 한번 (그려)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포함해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비전 2030’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의 첫 방한 당시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해 최태원, 정의선 회장 등 다른 5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별도 만찬을 갖기도 했다. 그해 9월에는 사우디로 건너가 빈 살만 왕세자와 재차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각각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수소 플랜트 분야, 미래 자동차 기술과 ‘네옴 철도’라 불리는 고속철 생산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양국 정부와 경제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 이어 대한상공회의소도 사우디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사우디 비즈니스 카운슬’을 개최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