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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4일 박근혜 대통령을 ‘괴뢰대통령’이라고 지칭하고 실명을 거론하며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성명에서 “변해야 할 것은 우리(북한)가 아니라 민주화의 길에서 탈선하여 유신의 길, 독재의 길에 들어서고 있는 박근혜의 정치 아닌 정치”라고 말했다. 이 성명은 특히 “박근혜는 괴뢰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바쁘게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함부로 헐뜯으며 역겹게 돌아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민심을 외면하여 ‘불통’으로 배격당하고 민족화합에 역행하는 ‘고집’으로 배척당하며 동포애적인 선의를 무시하는 ‘냉혈’로 시대의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박근혜가 청와대 권좌를 지켜내고 있는 것을 의문스럽게 보고 있다”고도 했다. 국군의 날(10월 1일) 행사에 대해서도 “세계가 선망의 눈길로 바라본 경사스러운 우리의 전승절(7월 27일 정전기념일의 북한식 표현) 대정치축전까지 그대로 흉내 낸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실명으로 비난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위협적 언행을 계속할수록 오히려 자신의 고립만을 심화시킨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동포사회에서 1세대와 1.5세대 또는 2세대 사이의 의식 격차가 상당합니다. (해당 국가의 언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한 2세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에 진출해야 합니다.”(박지관 뉴질랜드 빅토리아 웰링턴대 정보경영학과장) 4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미래를 이끌어 나갈 한인 교포 차세대 리더 100명이 ‘한인들의 소통과 네트워크 구축’이란 주제의 포럼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재외동포재단이 2∼4일 주최한 ‘2013 세계한인차세대대회’의 하나로 열렸다. 발표자로 나선 박 학과장은 “이민 1세대는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더 보수적이고 닫혀 있는 사람이 많다”며 “언어 장벽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1세대를 대신해 2세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1세대는 이민 초기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 머무르며 먹고사는 데 급급했지만 현지에서 태어난 2세대 이후 교포들은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교포사회의 고민이 ‘생존’에서 ‘정체성’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은행에서 수석정보보안관리자로 일하는 전막심 씨는 “지금 현지에서 누리는 경제적 여유가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의 노력 덕인 것에 감사하고, 우리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려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홍사덕 전 의원(사진)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1일 알려졌다. 민화협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통일 관련 단체로 2일 이사회를 열어 대표상임의장을 선출한다. 올해 3월 유임된 김덕룡 현 대표상임의장은 지난해 대선 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홍 전 의원은 6선 의원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바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1953년 정전협정과 한미동맹이 맺어진 뒤로 남한은 한미동맹을 지키고자 했고, 북한은 이를 무너뜨리려 했다. 그건 ‘전쟁’과 다름없었고 우리는 여기서 승리했다.” 김재창 한미안보연구회장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한반도 분단 극복과 한미동맹의 미래’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미동맹은 당초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양국이 연합해 북한으로부터 한반도를 방어하겠다는 것이었고, 지난 60년간 위대한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미안보연구회와 한국여성언론인연합회(회장 신동식)가 공동 주최하고 국가보훈처가 후원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축사에서 “앞으로 한반도가 어떻게 통일되느냐가 미래 한국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며 정전협정과 한미동맹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철저히 국익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는 냉철한 국제정치에서 60년간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흔치 않다”면서 “한미동맹은 한반도 안정과 경제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한미동맹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변화하는 미중관계 속에서 우리의 전략적 태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앞으로 한미동맹이 상호이익의 기반 위에서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아프리카 등 오지에서 일하며 체득한 노하우를 그냥 썩히면 국가적인 손해죠. 전직 외교관들이 힘을 합쳐 수혜국에 진정 필요한 공적개발원조(ODA)가 되도록 ‘맞춤형’ 컨설팅을 해나갈 겁니다.” 이병국 국제개발전략센터(KGDC·사진) 이사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외교협회 본관에서 기자를 만나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KGDC는 외교협회 산하에 만들어진 비영리 재단법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적개발원조, 공공외교, 국제협력 사업의 컨설팅과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전직 대사들이 뜻을 모아 지난해 12월 설립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 ODA 사업은 수혜국뿐만 아니라 해외원조 역사가 긴 선진국에서도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이를 평가하거나 컨설팅해주는 민간 전문가가 극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센터가 전직 외교관들의 풍부한 경험을 다시 외교현장에 끌어들이는 ‘사랑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GDC의 상근직원은 5명에 불과하지만 전직 대사 등을 연구위원으로 활용하는 만큼 결코 다른 기관에 뒤지지 않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정진호 전 페루대사, 유종현 전 세네갈대사 등 34명이 자발적으로 KGDC의 ‘재능나눔’에 참여했다. 이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중남미연구실에 소속돼 해당 지역과 관련된 사업이 나올 경우 사업제안서 작성부터 관련 연구까지 직접 담당한다. 7월부터 수행 중인 ‘필리핀 부수앙가 공항개발사업 평가’는 이두호 전 필리핀 주재 재무관이 책임자를 맡고 있다. KGDC는 올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이 실시한 사업 공개입찰에서 4개의 연구사업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 이사장은 “기존에는 주요 대학 연구소나 산학협력기관 등에서 KOICA 사업 대다수를 수행한 것을 감안하면 KGDC의 괄목할 만한 성과”라며 “앞으로 상근연구원과 지원인력이 더 늘어나고 연구성과가 쌓이면 더 큰 사업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도 케냐 총영사, 수단대사 등을 지낸 아프리카 전문가다. 아프리카에서 직접 생활하며 느낀 점과 현지에서 쌓은 인맥은 외교관이 아니면 갖기 힘든 강점이다. 그는 “한국의 ODA 규모는 현재 2조 원에서 2015년 3조 원까지 확대되는 만큼 앞으로 수혜국이 원하는 ‘맞춤형 원조’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KGDC는 ODA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협력사업에서 한국 정부-수혜국 정부-민간 영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여전히 47만 명의 북한 영유아들은 심각한 발육부진을 겪습니다. 당장 이 아이들을 돕지 않으면 (통일이 된다 해도)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디르크 슈테겐 북한사무소장(사진)은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WFP 제로 헝거 리더스(Zero Hunger Leaders)’ 창립식에 참석한 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국회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CPE) 소속 여야 의원들이 WFP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슈테겐 소장은 올해 2월 북한사무소장에 임명된 뒤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는 “5세 이하의 북한 어린이 47만6000명이 발육부진을 겪고, 6만8000명은 급성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WFP가 활동하는 캄보디아 미얀마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요인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슈테겐 소장은 “북한은 통제 사회라 홍수가 나도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식량을 더 얻고 싶어도 다른 활동을 할 수 없다”며 “가족 전체가 굶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아이들의 피해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숨은 기아(Hidden Hunger)’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는 식량을 구해도 탄수화물인 쌀이나 강냉이로 한정돼 있다”며 “영유아의 경우 정상적인 뇌 발달 등에 필요한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WFP는 쌀과 밀가루 같은 식량을 지원하는 대신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도록 자체 개발한 비스킷과 슈퍼시리얼을 만들어 유치원과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기부금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슈테겐 소장은 “5월부터 재료 부족으로 북한에 있는 7개 비스킷 제조 공장 중 6개가 문을 닫아야 했다”며 “본부에서 긴급운영자금을 융통해 9월부터 다시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와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영유아가 제대로 먹고 자라지 못하면 대규모 식량 지원이 필요한 비극적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적군의 첨단 레이더가 ‘창’이라면 레이더에 들키지 않는 스텔스 성능은 흔히 ‘방패’로 비유된다. 스텔스 전투기는 적진 깊숙이 들어가 목표물을 타격하거나 적 전투기를 먼저 발견해 격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텔스 성능은 현대 공군기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당초 제3차 FX사업이 추진된 배경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으면서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북한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기를 출동시켜 보복 응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텔스 성능 기준을 너무 엄격히 적용할 경우 록히드마틴의 F-35A만 합격권에 들게 돼 사실상 단독 입찰이 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방위사업청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스텔스 기준을 대폭 낮춰 경쟁 입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틈새를 가격조건을 앞세운 보잉의 F-15SE가 파고든 셈이었다. F-15SE는 1960년대 개발된 기체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스텔스 성능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동체 전면에 스텔스 도료를 칠하고 무기를 기체 내부에 탑재할 수 있도록 내부 무장창을 설치해 스텔스 성능을 추가했지만 경쟁 기종에 비해 여전히 스텔스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이 스텔스 성능 축소 논란에 휩싸여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사이 주변국들은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FX사업 후보 기종 중 스텔스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은 F-35A를 이미 계약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스텔스 전투기인 젠-20과 T-50을 각각 독자 개발하고 있다.김철중·손영일 기자 tnf@donga.com}
한국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진국 순위에서 28위를 차지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올해 ‘국가선진화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2010년보다 3계단 상승한 28위를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지수는 한선재단이 2008년 처음 개발한 것으로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포함한 총 5가지 요소를 분석해 해당 국가의 선진화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조사 대상은 2010년 이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했던 30개국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보고서 등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개발도상국 10개국 등 총 40개국이다. 올해 한국은 2010년 31위에서 3계단 올랐고 최초 조사가 이뤄진 2008년 33위에 비해 5계단 상승했다. 다만 여전히 홍콩(15위) 싱가포르(22위) 대만(27위)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별로 문화가 10계단, 경제가 2계단 상승하며 전체 순위 상승을 이끈 반면 사회 분야는 3계단 하락했다. 한선재단은 국가선진화지수 발표와 함께 20대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진화 인식조사’ 설문 결과도 발표했다. 응답자들은 ‘선진화 하면 무엇이 떠오릅니까’라는 질문에 ‘과학기술’(38%)을 가장 많이 꼽았고 ‘경제’(18%) ‘복지’(12%) ‘의식수준 개선’(11%)이 뒤를 이었다. ‘정치’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4%에 그쳤다. 한선재단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2013년 국가선진화지수 발표 및 창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이번 조사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외교부는 박동원 주파라과이대사(사진)가 13일 파라과이 정부로부터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십자훈장’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이 훈장은 파라과이 국가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최고 훈장이다. 박 대사는 2010년 8월에 부임해 2012년 한-파라과이 수교 50주년 기념행사 개최, KOTRA 파라과이 무역관 재개설 등에 기여했다.}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이 민족의 명절 추석 직후 이산가족의 부푼 마음에 못을 박았다. 북한이 25일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을 불과 나흘 앞둔 21일 행사를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밝힌 것이다. 상봉 예정자들은 좌절했고, 개성공단의 재가동으로 고무됐던 남북 대화 모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 행사를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조평통은 이어 “우리를 모략중상하고 대결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미룬다는 것을 선포한다”고 덧붙였다. 추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련 회담의 날짜는 명시하지 않았다. 북한은 성명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구속 수사 등을 언급하며 ‘남조선 보수패당의 무분별하고 악랄한 대결 소동’을 상봉 연기 이유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나 북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북한이 지지부진한 금강산관광과 6자회담 재개 등의 현안을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를 개선했음에도 경제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협상 카드로 쓰는 과거 행태를 다시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이 민족의 가장 큰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자, 인도적 차원에서 준비해 온 이산가족 상봉을 불과 4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의도 대변인은 이어 “며칠 후면 헤어졌던 가족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200여 이산가족의 설렘과 소망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것이며 모든 이산가족과 우리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북측이 이석기 사건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의 헌법을 무시한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건마저 남북 관계와 연결시키는 북측의 저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 이산가족 볼모로 금강산관광-6자 재개 압박 ▼김 대변인은 “통일애국인사에 대한 탄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데, 소위 애국인사를 남한에 두고 지령을 주면서 조종한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며 “우리 정부와 국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통일부는 20일 금강산에 도착한 우리 측 사전선발대 13명과 기존 지원인력 62명을 22일 오후 2시에 귀환시킬 예정이다. ○ 이산가족 때려 금강산 얻으려는 성동격서? 이날 북한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구속 수사와 관련해 “남한의 보수패당이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겠다는 심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적인 대화와 북남 관계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상봉 연기를 감행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북한은 이석기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이산가족 상봉 준비 과정에서 이 사안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아 왔다. 북한이 주장한 남쪽의 전쟁 도발 책동 역시 결정적인 이유로 보기 어렵다. 올해 8월 치러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 군사연습 기간에 북한은 예년과 달리 대남 비방을 자제했고 훈련 기간에도 남북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한 결정적 이유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높다. 북한은 이날 조평통 성명에서 “민족 공동의 사업인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는 ‘돈줄’이니 뭐니 중상모략한다”며 지지부진한 금강산관광 회담 문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 정부는 북한이 숙소를 문제 삼을 때부터 이를 빌미 삼아 막판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산될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이 사안에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을 이산가족 상봉단 숙소로 사용하자고 요구했지만 북측은 ‘사전 예약’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몽니를 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구슬려 왔는데 결국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 개선 등 노린 다목적 카드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이를 발판으로 기대했던 국제 관계 개선이 북한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8일 중국에서 열린 ‘6자회담 당사국들 간 1.5트랙 대화’에 김계관, 이용호, 최선희 등 북핵 라인을 총출동시키는 등 6자회담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도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성의 있는 사전 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북한의 기대를 꺾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의도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7일 통일부 대변인에 임명된 뒤 첫 대북성명을 발표한 김 대변인은 매우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압박했다. 그는 “모처럼의 대화 분위기를 다시 대결 상태로 몰아가는 행위이며 이를 통해 북측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이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 조치를 운운한 것은 또 다른 무력 도발을 하겠다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런 행위는 우리의 단호한 응징과 국제적 제재만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실망은 이해하지만 시간에 쫓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기존 원칙을 훼손하지는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무산되거나 연기되더라도 당장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경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일단 ‘무산’이 아닌 ‘연기’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면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경우 북한도 대외 관계를 살피며 밀고 당기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철중·이정은 기자 tnf@donga.com}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통일애국인사들에 대한 온갖 탄압’도 그 이유 중 하나로 내세웠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통일애국인사’라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내란음모 사건을 ‘모든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마녀사냥극’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남한 내 공안사건을 남북관계에서 대남 압박카드로 내세운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석기 사건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과 북한의 연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뒤늦게 남한 내 자기네 편을 은근히 격려하고 고무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사건에 대한 북한의 그동안 태도는 ‘연관성 부인’에 초점이 있었다. 이달 6일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보인 첫 반응은 “괴뢰보수패당이 이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결부시켜 보려고 하는 것은 우리의 대화 평화 노력과 북남관계 개선에 참을 수 없는 모독이며 용납 못할 도발”이라는 주장이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남한 내 북한을 지지하는 세력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으니 북한으로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도 “북한이 남한 내에서 활동하는 진보단체, 반미 반보수 단체들을 통일애국단체라고 하면서 지원 사격해 온 것은 맞다”며 “이석기 사건은 이들에 대한 탄압의 일환이며 결국 그런 정부의 태도는 반통일적이라고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이날 대변인 성명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는 표현을 포함시킨 이유도 북한의 저의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 공안사건이 일어났을 때 북한은 ‘우리와 관계없다’며 무조건 꼬리 자르기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마냥 꼬리 자르기를 하다가는 추종세력들의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의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때도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사건을 조작해 남조선 각계의 통일애국인사들에 대한 일대 탄압소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진보세력들의 활동을 ‘친북’으로 몰아 말살해 보수 세력의 재집권을 실현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은 왕재산 사건을 비난했지만 이번처럼 대남 협상카드나 압박카드로 활용하지는 않았다고 정부의 다른 관계자가 전했다.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외교관, 해외상사 주재원 등에게 “동반 자녀 중 1명만 현지에 남겨두고 전원 북한으로 귀국시켜라”라는 지시를 4월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들 해외파견자가 가족과 함께 해외 현지에서 도주하거나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녀들을 볼모로 잡아두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정통한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김정은의 이런 지시에 따라 5월 초 전 해외공관과 무역대표부에 “2자녀 이상을 동반한 경우 1명만 현지에 남기고 7∼9월 중 예외 없이 전원 소환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북한 해외공관이나 대표부가 설치되지 않은 도시에 거주하는 해외주재원의 경우는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자녀 모두를 소환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 등은 “김정은이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자녀를 둔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부모와 자식을 갈라놓는 것이 정말 김정은의 방침인가. 자녀가 귀국하는 날 눈물바다가 펼쳐질 것이 뻔하다. 이런 조치를 취하도록 만든 놈은 나쁜 놈들”이라고 토로한다고 복수의 대북소식통이 전했다. 북한 무역회사의 한 간부는 “뇌물을 주면서 애들 2명을 겨우 데리고 나왔는데 무조건 소환하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며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소환대상 자녀들 간에 서로 잔류하기 위해 다투는가 하면, 부모들은 북한으로 보내야 할 자녀 선택을 놓고 고심하는 등 가정불화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외교관이나 주재원들은 자녀를 해외에 잔류시키기 위해 힘 있는 기관에 뇌물을 주는 등 각종 편법과 불법 행위가 난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해외파견원의 4세 이상 자녀 전원 소환’을 지시했으나, 해당자들의 반발과 내부 혼란 등의 부작용 때문에 지시를 번복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산케이신문도 20일 북한 당국이 외교관 등 외국에 체류하는 근무자의 일부 자녀를 귀국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부모를 동반하지 않고 자녀만 유학하는 경우를 포함해 귀국 대상자는 약 3000명이 넘고 비공식적으로 외화벌이에 종사하는 인물이나 공작기관 관계자도 많아 실제 수는 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중국에 유학 중인 평양 경찰(인민보안원) 간부의 딸(19)이 올해 5월 한국으로 탈북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북한은 이후 외국 체류자의 가족 일부를 ‘인질’로 북한에 남겨 왔다”고 설명했다. 김철중 기자·도쿄=배극인 특파원 tnf@donga.com}
“고향 방문요? 이미 충남 금산에 계신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매년 돌아오는 명절 한 번 거르는 것도 서운한데 60여 년을 기다려온 이산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할까요.” 16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만난 허정구 남북교류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뒤 평소 50일 이상 걸리던 상봉 준비를 한 달여 만에 진행하느라 주말도 반납한 채 강행군을 계속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은 이날 이산가족 상봉의 최종 명단을 교환했다. 적십자사는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과 통화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직원들이 북측에서 의뢰한 재남(在南) 가족 중 상봉 참석 인원을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 동안 각종 문의 전화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허 팀장은 “추석 당일만이라도 팀원들을 쉬게 해주고 싶지만 5명 정도의 직원이 일일이 전화를 돌려 절차를 안내하고 참석자를 확인하려면 빠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3년 만에 재개된 상봉 행사는 적십자사 직원들에게 이산가족 못지않게 반가운 일이다. 이산가족 업무를 담당하는 남북교류팀은 적십자 내에서 인기가 높은 부서다. 허 팀장은 “적십자사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산가족을 돕는 일은 유일하게 한반도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인 만큼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상봉 준비에 참여한 송제원 담당은 명단 교환을 위해 직접 판문점을 다녀오기도 했다. 송 담당은 상봉 대상자 중 김세린 할아버지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나타냈다. “전화로 상담을 드렸는데 우편접수는 못 믿겠다고 본사까지 직접 오셨죠. 할아버지께서 ‘부모님은 돌아가셨겠지만 친척들 만나서 묘소에 대신 안부라도 전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북측에서 보내온 명단을 받아들자마자 김 할아버지 이름을 찾아보고 아이처럼 기뻐했어요.” 이산가족을 직접 응대하는 고충도 적지 않다. 직원들은 최종 상봉 명단에서 탈락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할 때면 미안함을 넘어 죄책감마저 든다고 했다. 송 담당은 “탈락한 어르신이 화부터 내시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니 처음에는 화가 났다. 하지만 애원하다가 체념하고 가시는 뒷모습을 보고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삼킨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 팀의 오상은 담당은 지난달 말 본사 민원실을 찾은 조장금 할머니가 1차 상봉 명단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앉아 오열할 때 할머니 곁을 끝까지 지켰다. 오 담당은 “어르신들의 애끊는 한탄을 끝까지 들어드리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남북교류팀은 이산가족들이 슬픔을 하소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이산가족 행사 준비를 맡아온 허 팀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인원이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진다고 털어놨다. “매년 찾아오시던 어르신이 문득 안 보이실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죠. ‘설마’하는 마음에 알아보면 역시나 세상을 떠나신 경우가 많거든요. 심지어 북쪽에서 찾는다는 연락이 왔는데 불과 몇 달 전에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죠. 당장 남북통일은 어렵더라도 상봉 행사만이라도 정례화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개성공단이 16일 재가동됐다. 북한의 일방적 출입제한 조치 때문에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한 지 166일 만이고, 북측 근로자의 전면 철수로 공단 기계가 멈춰선 지 160일 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에 공장 점검을 마치고 오후부터 전체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90개 업체가 시운전 및 재가동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됐던 50∼60%보다 많은 약 73%의 입주기업이 공장 가동에 나서 공단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은 지난 주말 전력공급량을 2만 kW에서 10만 kW로 확대하는 등 기반시설 정비를 마쳤다. 이날 오전 8시경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남측 입주기업 관계자 739명이 방북했다. 자재를 싣고 간 운전사 등 당일 귀환한 사람을 제외하고 459명이 개성공단에 남았다. 남북 합의에 따라 그동안 하루 4회로 제한됐던 개성공단 출입도 이날부터 21회로 크게 늘었다. 남측 인력뿐 아니라 북한 근로자들도 업무에 투입됐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는 16일 북한 근로자 약 3만2000명이 출근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근무하던 5만3000명의 60% 수준이다. 북한 근로자들은 남측 입주기업의 요청에 따라 업무에 투입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날 개성공단을 다녀온 섬유업체 서도산업의 한재권 대표는 “가동 중단 이전에 일했던 북측 근로자의 95%인 130명이 출근해 손수건과 스카프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했다”며 “곧 완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 수리를 마무리하지 못한 일부 업체는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막바지 보수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섬유업체 화인레나운의 박윤규 대표는 “공장 보일러와 미싱 등의 수리가 덜 끝나 북측 근로자 100명과 함께 설비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어 전자출입체계(RFID) 구축 방안과 일정, 출입체류 부속합의서 등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쟁점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공동위 사무처 개소를 위한 실무협의를 24일에 열고, 31일에는 개성공단에서 공동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김철중·김호경 기자 tnf@donga.com}
1950년 6·25전쟁이 터진 직후 황해북도 개성시에 살던 22세의 청년 박태복 씨는 북한군에 강제로 징집됐다. 수용소로 끌려가던 날 어머니는 급히 싼 도시락과 함께 당시 돈으로 1000원을 박 씨의 손에 몰래 쥐여주었다. “살아서 다시 만나자”던 어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북한군에서 포탄 나르는 일을 하던 박 씨는 강화도까지 내려왔을 때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탈출해 남한의 군인으로 전향했다. 이후 천신만고 끝에 북한에서 내려온 막내 남동생에게서 “어머니와 누이동생들이 강화도까지 왔다가 형이 북한으로 끌려간 줄 알고 다시 북쪽으로 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63년. 85세 할아버지가 된 박 씨는 25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단의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여동생 4명 중 2명은 살아 있고, 이 중 1명이 상봉 행사에 나오기로 했다는 연락이었다. 박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며 “어머니 묘소를 썼는지가 제일 궁금한데 ‘동생분’을 만나면 울음부터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의 더께 속에 멀어진 관계가 어색했는지 그는 동생들을 ‘그분들’이라고 불렀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최종 확정 남북한의 적십자사는 16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추석을 계기로 열리는 제19차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의 최종 명단을 교환했다. 남측 상봉단이 96명, 북측 상봉단이 100명으로 정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1차 명단 교환 시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한 남쪽 인원이 167명이었는데 북측 가족과 관계가 소원하거나 건강상 이유 등으로 상봉에 응하지 않겠다는 후보자들이 있었다”며 “안타깝지만 96명으로 최종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96명 중에서도 추가로 상봉행사를 포기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어 최종 상봉단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남측 방문단은 25일부터 27일까지 재북(在北) 가족을, 북측 방문단 100명은 28∼30일 재남(在南) 가족을 금강산에서 만나게 된다. 남측 최고령자는 김성윤 할머니(95)로 북측의 동생 김석려 씨(80·여)를, 북측 최고령자인 권응렬 할아버지(87)는 남측의 동생 권경옥 씨(83·여), 권동렬 씨(72)와 상봉할 예정이다. 김 할머니의 아들 고정삼 씨는 “어머니가 아주 기뻐하신다. 건강 상태도 좋으시다”고 말했다.○ “수십 년을 기다려서 이제야…”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을 만난다는 설렘 속에 선물 구입 등 재회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1·4 후퇴 당시 월남하면서 이산가족이 된 박춘재 할아버지(72)는 만나고자 했던 동생은 이미 사망했고 그의 아들 2명이 있다는 소식을 통보받았다. 박 할아버지는 “조카들에게 화장품을 사다줄까 생각 중”이라며 “선물을 줘도 (북한 당국에) 바로 빼앗긴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래도 사가지고 가야지”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상봉 신청을 했다는 그는 “조금만 일찍 행사가 열렸어도 동생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북한의 동생들을 만난다는 허경옥 할머니(85)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뭘 선물로 갖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달러를 가지고 가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김 할머니는 “1·4 후퇴 때 우리 영감이 먼저 북한에서 나오고 나는 이듬해에 아들 하나를 업고 강을 건너서 몰래 (남한으로) 왔다”며 “당시 시집살이를 하다 보니 친정에 있던 동생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는데 수십 년을 기다려 이제야 만나게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태극기가 펄럭였다. 14일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역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김우식(수원시청)과 이영균(고양시청)이 남자 주니어 85kg급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냈다. 북한 관중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지켜봤다. 태극기를 응시하는 게 다소 어색한 듯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는 북한 관중의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당초 85kg급에는 전체 참가국 선수 중에 이영균 혼자 출전하기로 돼 있었지만 77kg급이던 김우식이 체급을 올려 출전해 1등을 차지했다. 국제 역도 대회 관례상 한 체급에 2명 이상이 출전해야만 정식 시상식이 열린다. 주니어 남자 94kg급의 이재광(고양시청)과 여자 주니어 69kg급 권예빈(수원시청)도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어 총 세 차례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됐다. 이에 앞서 12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한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북한에서 열린 공식행사에서 태극기가 휘날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남측 선수단의 신변 안전 보장과 태극기 애국가 허용을 확인하는 공문을 대한역도연맹에 보내는 유화적인 자세를 보였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문화스포츠 교류에서도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유엔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측 인사들이 최근 공개석상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주도한 박도춘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는 9일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 기념 열병식을 주석단에서 지켜봤고 이 장면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됐다. 박 비서는 5월 노동절 행사에 나타난 이후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열병식 등 주요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 중병설 또는 경질설이 돌았다.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도 이달 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은하과학자거리 시찰을 수행하는 모습이 노동신문에 실렸다. 미사일 개발로 ‘김일성 훈장’을 받은 홍승무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도 전승절 기념 은하수음악회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병진노선(경제건설·핵무력건설)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이 핵 개발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6자회담 재개에 소극적인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개성공단이 16일부터 재가동된다. 4월 3일 북한이 일방적인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빚어진 지 166일 만이다. 남북은 10일 오전부터 11일 새벽까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제2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중 15일까지 시설 및 장비 점검을 끝낸 업체는 16일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예전처럼 개성공단 내에 체류할 수 있다. ○ 입주기업 보상 대책과 국제화 토대 마련 남북은 공단 중단 사태로 피해를 본 입주기업을 위해 2013년도 영업활동에 부과하는 재산세 기업소득세 등 6개 항목의 세금을 전액 면제해 주기로 했다. 최근 2년간 부과된 세금 총액은 연간 약 300만 달러(약 32억6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에는 개성공단 사태의 장기화 때문에 세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200만 달러(약 21억7000만 원) 안팎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산이 나온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개성공단 내 법인은 북한에 세금을 낸다. 정부가 입주기업들의 손실에 대한 북측의 성의 있는 태도를 요구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해 ‘올해 세금 면제’에 합의했다”며 북한의 변화된 자세를 평가했다. 올해 5월까지 내야 했던 2012년도 세금도 연말까지 걷지 않기로 했다. 또 공단이 멈춰선 4월부터 발생한 북측 근로자의 임금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협의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통행 방식이 크게 개선된다. 무선주파수인식(RFID) 체계를 도입해 남측 인력들의 일일 단위 상시통행을 실시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북측이 출입사무소(CIQ)에 사전 통보된 명단을 문서로 일일이 확인한 뒤 사람을 들여보내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남측 인력이 예정된 시간에 CIQ에 도착하지 못하면 당일 공단에 들어갈 수 없고 다시 통행 계획을 북측에 통보해야 했다. 그 과정만 보통 사흘이 걸렸다. 그러나 RFID 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그런 제한 없이 개성공단을 쉽게 오갈 수 있게 된다. 남북은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해 다음 달 개성공단에서 남한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과 상공인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김기웅 남측 공동위원장은 11일 오전 브리핑에서 “개성공단이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단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 합의서가 작성되기는 했지만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등을 빌미로 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는 상황 등이 재연된다면 남북 간 합의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 입주기업들, “떠난 바이어부터 되찾아 오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16일부터 공단이 재가동된다는 소식을 환영하며 개성공단이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로 삼자는 의지를 밝혔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재가동 날짜가 정해졌으니 기업들은 열심히 생산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분주하게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 개발권자인 현대아산은 ‘남북경협 재개 추진 태스크포스(TF)’의 소속 직원 13명을 지난달 22일부터 공단에 매일 출퇴근시키며 개성공단 사업 재개 준비를 해 왔다. 유창근 비대위 대변인은 “개성공단 출입이 허용된 날(8월 22일)부터 매일 설비팀을 보내 현재 설비의 60%는 당장이라도 돌릴 수 있다”며 “바이어를 되찾아 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김철중·강유현 기자 tnf@donga.com}
10일부터 남한 측 시설점검 인력이 개성공단에 체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재가동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오늘(10일)부터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한국전력, KT, 수자원공사 등 27명이 공단 내에 머물며 시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남측 인력이 개성공단 내에 머무는 것은 5월 3일 정부가 북한에 미수금을 지불하고 최후 관리인력 7명을 귀환시킨 이후 130일 만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3, 4일 머물 예정이지만 긴급보수가 아닌 공단의 전체 재가동을 위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남북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2차 회의를 열었다. 양측은 △출입 및 체류 △입주기업 피해 보전 △재가동 시점 △공단 국제화 등에 대해 밤늦게까지 논의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군포로의 생존 사실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은 대한민국이 비겁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장으로서는 처음으로 9일 탈북 국군포로들을 만나 이렇게 고백하고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관련 정책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받고 있다. 남 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이제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국가답게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독자와 누리꾼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 남재준의 반성, 국군포로 정책 변화로 이어질까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남 원장의 의지가 대단히 확고하다”며 “앞으로 정책적 측면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참전 전사자들의 유해를 끝까지 찾아내 예우하는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9월 25일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북한과 합의했을 때 생사 확인 요청 대상 규모를 기존 200명에서 250명으로 늘려 잡았다. 이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50명 가까이 포함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1∼18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생사 확인 요청을 받으면 대상자 25명 중 1명꼴(약 4%)의 회신율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망한 국군포로 아버지의 유해를 북한에서 중국으로 반출한 뒤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한 탈북자 딸 손모 씨의 사례에 대해서도 지원 여부를 다각도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DNA) 감식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이 유해를 국군포로로 인정해 예우할 수 있느냐가 1차 관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으로 송환된 12구의 유해에 대해 직접 서울공항에 나가 거수경례로 맞이하며 예우를 갖춘 전례가 있지만 이들 유해는 미군의 유해 발굴 과정에서 나온 한국인 전사자들이었다. 당시 한미 군사 당국의 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국군포로신고센터의 김현 센터장은 “군번 인식표와 가족의 증언, 유해 송환 과정의 전후 사정 등을 토대로 확인할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생존한 국군포로 및 사망자 유해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와 가족이 직접 어려움을 무릅쓰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라도 정식으로 문제 제기해야” 북한에는 500여 명의 국군포로 생존자가 있다는 것이 국방부의 추산이다. 평균 87세의 고령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그동안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2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공식 언급을 회피했다. 정부는 지금도 ‘전쟁 시기와 그 후에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공식으로 북한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인 해결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서 국군포로 송환을 요청했지만 북한이 이들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어 보이는 만큼 국군포로의 유해 송환 등을 국군포로 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