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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EU 잔류파는 브렉시트 시 영국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탈퇴파는 ‘자주권 회복’ 등 정치적 자유가 확대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투표 결과에 따라 유럽과 세계 경제도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유럽 주요국 중 하나인 영국에서 EU 잔류론과 탈퇴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미국에서 21세기 ‘신(新)고립주의’ 돌풍이 불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외교노선으로 오직 미국의 국가 이익만 생각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웠다. EU 잔류를 원했던 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을 살해한 극우주의자 토머스 메어(52)도 범행 당시 브렉시트 찬성 슬로건인 ‘브리튼 퍼스트(Britain First)’를 세 차례나 외쳤다. 영국에서 EU 탈퇴론이 이처럼 큰 세력이 된 이면에는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에 대한 강한 향수와 유럽 대륙에 대한 우월주의가 깔려 있다. 섬나라 영국은 18세기 중반부터 유럽 대륙에서 주요 국가들 간에 세력 균형이 유지되는 한 유럽 내부 문제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 노선을 천명해 왔다. EU 탈퇴를 지지하는 영국 유권자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EU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다. ▼ BBC “英 브렉시트땐 美 트럼프가 이길수도” ▼독일 프랑스 등 대륙 국가들이 주도하는 EU에 가입한 뒤 영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해외 군사 개입에 대한 철저한 고립주의를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천명한 것과 브렉시트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결을 같이한다. 한국 일본 독일 등 동맹국들이 적정한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을 경우 미군 철수도 불사할 것이라거나 멕시코 국경에 불법 이민을 막는 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극단적인 공약은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트럼프는 19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EU를 탈퇴함으로써 복잡한 규제와 대량 이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브렉시트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BBC는 20일 브렉시트와 트럼프 돌풍의 공통점으로 분노, 세계화, 이민, 자부심, 포퓰리즘 등 5가지를 꼽았다. 탈퇴파가 잃어버린 대영제국의 영광을 되찾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불법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분노하는 백인 서민층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선동이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BBC는 “23일 실시되는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다면 11월 미국 대선 본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 대선을 앞둔 유권자들에게 고립주의 노선 선택 여부에 대한 가이드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BBC는 이어 “대량 난민사태와 함께 파리 테러, 브뤼셀 공항 테러 등이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우리가 먼저’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할 경우 유럽 각국에서 극우 정당의 고립주의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지난주 프랑스 대표팀이 출전하는 ‘유로 2016’ 축구 경기가 있는 날 파리 에펠탑 인근의 ‘팬 존’을 찾아갔다. 8만 명이 한꺼번에 모여 응원할 수 있는 샹드마르스 광장 입구는 경계가 삼엄했다. 무장 경찰로부터 몸수색을 2, 3차례 받은 뒤 팬 존에 들어서니 한 손에 맥주를 든 응원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겁이 나게 마련이지만 역시 프랑스인들은 어떤 위험에도 노는 것은 절대 포기할 수 없나 보다. 요즘 파리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경찰이 아닐까. 파리 테러 이후 국가 비상경계 태세 아래에서 파업과 시위, 훌리건 난동까지 하루도 쉴 날이 없다. 노동법 반대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경찰 ‘증오’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5월에는 경찰관이 탑승한 경찰차가 화염병에 불탔다. 시위 현장에선 ‘모든 이가 경찰을 증오한다’는 등 경찰 혐오 구호가 난무한다. 다음 달 초 3년간의 파리 특파원 생활을 마친다. 파리 테러, 브뤼셀 테러, 이집트 폭탄 테러, 시리아 난민캠프, 그리스 재정 위기 현장을 다니며 종군기자 같은 생활을 했다. 유럽은 5년 전 프랑스로 연수 왔을 때의 평화로움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제3세계에서 벌어지던 야만적인 테러가 이제 유럽 한복판에서 일어난다. 북한에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마다 프랑스인들은 내게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까 봐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내가 “적어도 한국에서는 카페에 앉아 있다가 총을 맞는 일은 없다. 파리가 더 불안하다”고 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지난주 발생한 사건들은 과연 이곳이 민주주의와 이성이 빛나던 유럽이 맞나 싶을 정도다. 프랑스에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테러리스트가 경찰관 부부 자택에 침입해 세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빠와 엄마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여성 정치인이 대낮에 총격을 받고 숨지기도 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증오가 쌓여 있기에 이렇게 인간성을 저버린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 증오 범죄란 인종, 피부색, 민족, 종교, 성(性) 정체성,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무차별 폭력이다. 시리아 내전 5년의 증오로 IS가 탄생했다.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유럽이 문을 걸어 잠그는 과정에서 브렉시트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 부의 불평등에 대한 증오도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7년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가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 난사를 한 다음 날 나는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있었다. 당시 한국인이란 이유로 입국이 거절당할까 봐 불안에 떨었지만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올랜도 테러 사건 이후 “테러범 출신 국가의 이민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다. 트럼프의 방식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특정 국가에 ‘이민 금지’ 딱지를 붙이는 일은 증오를 더 키울 뿐이다. 지난해 파리 테러 당시 아내를 잃은 앙투안 레리는 “그들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갔지만 나는 그들에게 내 분노를 선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16일 사망한 영국의 조 콕스 하원의원의 남편도 “모두 힘을 합쳐 내 아내를 죽인 증오와 맞서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두 사람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은 유럽의 문명사회를 지킬 마지막 희망이다. 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와 탈퇴를 결정짓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국 내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18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EU 잔류가 탈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EU 잔류를 외치다 16일 극우주의자의 손에 피살된 노동당 소속의 여성 하원의원 조 콕스에 대한 동정론과 탈퇴 이후 경제적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7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에 대한 여론 추이와 향후 영국의 행보에 대한 전망을 짚었다. 》 英여론 흐름 바꾸는 ‘콕스 쇼크’… EU잔류로 민심 이동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외치던 조 콕스 하원의원(노동당)이 16일 피살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영국이 EU에 잔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EU 탈퇴 의견을 앞서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불과 사흘 앞두고 여론 흐름이 ‘탈퇴’에서 ‘잔류’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이 17, 18일(현지 시간)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5%로 EU 탈퇴를 지지한다는 응답(42%)보다 3%포인트 앞섰다. 콕스 의원이 피살되기 하루 전인 15일 발표된 서베이션 조사에서 EU 탈퇴가 잔류에 3%포인트 우위였다. 이번 조사는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16, 17일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잔류 44%, 탈퇴 43%로 잔류가 근소하게 앞섰다. EU 탈퇴가 7%포인트 앞섰던 13일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뒤바뀐 결과다. 영국 내 최대 베팅 업체인 ‘베트페어’는 EU 잔류 가능성을 18일 현재 65%로 제시했다. 유고브는 최근 브렉시트 반대, 즉 EU 잔류 여론이 높아진 데 대해 콕스 의원 피살에 대한 동정론에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2017년 영국 경제가 0.8%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탈퇴 땐 2019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5%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영국이 EU에 남으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사라져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7일 CNBC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시)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콕스 의원 피격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영국 경찰은 18일 용의자인 토머스 메어(52)를 살인과 상해, 총기 및 흉기 소지 혐의로 기소했다. 메어는 이날 오후 런던 웨스트민스터 형사법원에 출석해 자신의 이름을 묻는 법원 관계자의 질문에 “내 이름은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이라고 답했다.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한 콕스 의원을 반역자로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메어가 범행 전날 밤 버스톨에 있는 대체 요법 기관인 ‘버스톨 웰빙센터’를 찾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인터넷에서는 피살된 콕스 의원을 기리는 모금운동에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콕스 의원의 친구들과 가족이 만든 크라우드펀딩 페이지가 이날 개설 9시간 만에 20만 파운드(약 3억3500만 원) 이상의 성금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영국은 23일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하고 19일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중단됐던 찬반 캠페인을 재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국민투표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EU 탈퇴를 선택하는 것은 10년간 영국을 쇠약하게 하는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 독립당 당수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도 TV에 출연해 각각 찬성과 반대 연설을 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국민투표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영국 언론들도 잇따라 찬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더타임스에 이어 보수 성향의 일간 데일리메일의 일요판인 ‘메일 온 선데이’와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가 18일 영국의 EU 잔류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선데이타임스’와 ‘선데이텔레그래프’, 일간지 ‘더 선’은 독자들에게 EU 탈퇴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한 EU 주요 회원국 지도자들의 막판 호소도 절박해지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은 1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는 영국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해협에 있는 ‘건지 섬’처럼 세계에서 보잘 것 없는 나라로 전락하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전 총리도 이날 현지 뉴스 방송 SkyTG24에 “브렉시트 투표는 완전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42·여)이 16일(현지 시간) 총격 테러로 사망하면서 일주일 앞(23일)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26년 만에 발생한 현직 의원 피살 사건의 충격에 영국 정치권은 브렉시트 찬반 캠페인을 잠정 중단했고 국민투표 연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6일 “이 참담한 시기에는 캠페인 활동을 중단하고 모두가 콕스 의원의 가족과 지역 주민들의 슬픔에 동참하는 게 옳다”며 스페인과 영국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지브롤터를 방문해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이려던 일정을 취소했다. 브렉시트 찬성파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당수도 캠페인 중단을 선언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EU 잔류 캠페인을 적극 펼치던 콕스 의원의 피격 사망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면서 EU 잔류 여론이 우세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 우려로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파운드화는 콕스 의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17일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1.07% 오르는 등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콕스 의원은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후 노동당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아 왔다. 남편 브렌던 콕스는 트위터 추모사를 통해 “모든 사람이 하나가 돼 아내를 죽인 증오와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노동당의 신예 여성 정치인 조 콕스 하원의원(42)이 16일(현지 시간) 괴한의 총격 테러로 사망하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오늘은 영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탄식했다. 영국에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1990년 남부 잉글랜드에서 보수당 이언 고 의원이 집 앞에 세워둔 차량에 설치된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문명국에서 미개국으로의 추락은 상상했던 것보다 빠르다”며 충격에 빠진 영국인들의 심정을 표현했다. 콕스 의원의 죽음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논쟁 열기는 삽시간에 꽁꽁 얼어붙었다. 영국 여야 정치권은 콕스 의원의 죽음을 계기로 영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오랜만에 초당적인 연대에 나섰다. 브렉시트 찬반 진영은 18일까지 캠페인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와 함께 17일 오후 콕스 의원이 사망한 버스톨을 방문해 추모 장소에 헌화했다. 영국 하원도 20일 콕스 의원 추모를 위한 특별회의를 연다. 보수당은 콕스 의원 지역구의 보궐선거 때 콕스 의원을 기리는 뜻에서 보수당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기로 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한 콕스 의원은 졸업 후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Oxfam)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개발도상국 빈곤과 차별 퇴치에 힘썼다. 3세, 5세 두 아이 엄마인 콕스 의원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당선된 후 ‘시리아를 위한 초당적 의원모임’을 이끌어 왔다. 16일은 자신의 42번째 생일(22일)을 일주일 앞둔 때여서 주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콕스 의원과 함께 EU 잔류 캠페인을 이끌었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을 돌아다녔던 그에게 반드시 피해야 했던 가장 위험한 장소는 결국 고향이었다”고 탄식했다. 콕스 의원이 지난 3개월간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극우 세력으로부터 수백 건의 협박 메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 표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가디언은 사설에서 “콕스 의원의 죽음은 수면 밑에서 소용돌이치던 국론 분열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브렉시트 찬반 진영의 어떤 유력 정치인들의 말보다 이번 투표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그동안 브렉시트 찬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10%가량의 부동표의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동반 상승은 콕스 의원에 대한 동정심으로 EU 잔류를 택하는 영국인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6일 파운드당 1.4201달러이던 파운드화는 사건 직후 1.4221달러로 급등했다. 1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전날보다 0.53%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팅업체들도 이번 사건 이후 영국의 EU 잔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영국 최대 베팅업체 베트페어는 사건 전 ‘EU 잔류’에 돈을 건 사람이 47%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1시경 사건이 터진 후 오후 5시경에는 ‘잔류’에 돈을 건 사람이 63.7%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살해 용의자인 토머스 메어(52)의 범행 동기도 여론 향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살해범 메어가 범행 당시 “영국이 우선(Britain First)”이라고 세 차례 외쳤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면서 반(反)이민 운동에 동조해온 영국 극우단체 ‘브리튼 퍼스트’가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펼쳐온 콕스 의원을 노린 범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브리튼 퍼스트’의 지도자인 폴 골딩은 성명에서 “용의자가 말한 ‘브리튼 퍼스트’는 우리 단체 이름이 아니라 단순한 구호일 것”이라며 “콕스 의원 피살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우리에게도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용의자인 메어는 이웃과 거의 교류가 없는 외톨이로 살아왔으며 인종차별주의와 신나치주의 성향을 보여 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그의 동생 스콧(49)은 메어가 “강박장애 병력이 있다”고 말했다. 메어는 나치 관련 서적 ‘나는 전쟁을 벌인다(Ich Kampfe)’를 구매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를 지지하는 극우단체 잡지를 10년 동안 구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4일 오후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가 벌어진 프랑스 파리 센 강 주변의 앵발리드 광장. 검은색 복면을 쓴 청년들이 경찰을 향해 돌과 유리병을 던지자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뿌연 최루탄 연기 때문에 나폴레옹 무덤이 있는 군사박물관의 황금색 돔이 잘 보이지 않았다. 휴지통과 타이어를 태우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에서 훌리건들의 난동과 테러, 노동법 반대 총파업과 극렬 시위까지 겹치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프랑스에선 국가 비상경계 태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전날 파리 교외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에 의해 경찰관 부부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해 또다시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노조의 대규모 파업과 과격 시위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 상원의 노동법 개정안 토론에 맞춰 최대 노동조합단체인 노동총동맹(CGT)은 버스 700대를 동원해 전국 각지의 시위 참가자들을 파리로 수송했다. 오후 1시 반경 파리 동남부 이탈리아 광장에서 출발한 약 8만 명(경찰 추산)의 시위대는 앵발리드 광장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 때문에 대표적 관광지 에펠탑도 문을 닫았다. 에펠탑 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관람객들의 안전을 유지할 수 없어 휴관한다”고 밝혔다. ‘카쇠르’(파괴자)로 불리는 과격 시위대는 돌, 병, 나무막대 등을 던졌고 경찰차와 공유 전기차에 불을 질렀다. 일부 시위대는 파리 12구에 있는 아동 전문병원 ‘네케르’를 점거해 유리창 수십 장을 깨뜨렸다. 마리솔 투렌 보건장관은 “참으로 부끄러운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일간 르피가로는 “이날 시위로 경찰 29명을 포함해 4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시위 주최 측은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이날 시위에 모두 13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으나 프랑스 경찰은 시위 참여자를 1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프랑스 정부는 약 25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유로 2016 기간만이라도 파업과 시위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노동단체들은 노동법 개정안 선(先)철회를 주장하며 맞섰다. 이날 철도 기관사 파업으로 고속철도(TGV)의 10%가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또 에어프랑스 조종사 파업으로 약 20%의 항공 노선이 취소됐다. 독일 축구 응원단인 페틀레프 슐츠 씨는 AP에 “우리는 축구 경기만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도시를 관광하기 위해 왔다”며 “그런데 모든 곳이 파업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9∼11일 훌리건 충돌로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를 마비시킨 러시아와 잉글랜드의 또 다른 축구 경기를 앞두고 프랑스 북부 도시 릴과 랑스에 비상이 걸렸다. 15일엔 릴에서 러시아 대 슬로바키아 경기가 열리고, 16일엔 랑스에서 잉글랜드 대 웨일스 경기가 열린다. 두 도시 간 거리는 27km. 프랑스 치안 당국은 러시아의 ‘최강 훌리건’과 잉글랜드의 ‘원조 훌리건’ 사이 재충돌을 막기 위해 릴과 랑스에 각각 4000여 명과 24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주류 판매를 금지시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권재현 기자}
‘유로 2016 축구대회’로 국가비상 경계가 내려진 프랑스에서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전해진 남성이 경찰관과 그 배우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파리 북서부 마냥빌에 위치한 경찰관 자택에 한 남성이 침입해 경찰관 한 명을 살해한 뒤 그 아내와 3세 아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됐다. 용의자가 경찰관을 살해할 당시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용의자는 25세의 라로시 아발라로 파키스탄에서 지하드로 가입해 활동한 혐의로 2013년에 3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발라는 범행을 저지른 후 페이스북을 통해 공격 현장을 촬영한 13분 분량의 동영상으로 생중계를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동정민 기자}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장 티롤 툴루즈대 교수가 ‘공익의 경제학’(사진)을 최근 출간했다. 학술잡지에 수많은 논문과 전문 경제학 서적을 발표한 그였지만 일반 독자를 위해 펴낸 첫 책이기 때문에 프랑스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노동법 개혁안에 대한 반대 시위, 파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발간된 64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국가와 시장, 기업규제, 고용과 구조개혁 등의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 2017년 대선을 한 해 앞두고 프랑스의 당면한 개혁을 다뤘기 때문에 차기 대선을 위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책이다. 게임이론과 산업조직론의 대가인 그는 독과점 시장의 효율적 규제 방안을 연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도 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 세계를 휩쓰는 ‘우버리제이션’(스마트 공유경제), 기후변화와 탄소세 도입, 난민 문제와 유럽연합(EU)의 국경 세우기, 실업자 문제와 노동계약 등의 문제에 대해 열정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복잡한 경제현실을 설명한다. 티롤 교수는 “노동법 개혁안을 놓고 벌어지는 시위 사태는 프랑스에서 왜 ‘혁명’보다 ‘개혁’이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며 “현재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경제적 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인들은 경제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쉽게 분노한다”며 “프랑스에서는 오랫동안 국가가 경제 시스템을 통제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의 ‘이중적인 시스템’에 대한 집착도 지적했다.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는 비정규직과 극단적으로 고용을 보장해주는 정규직, 경쟁이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일반 대학과 극단적으로 인재를 뽑는 명문 대학인 그랑제콜이 함께 존재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그는 “대학에 아무런 경쟁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불평등의 한 요인이다. 덜 준비된 상태에서 입학한 학생은 결국 대학에서 학위를 딸 수가 없어 결국 1∼3년을 낭비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장 티롤은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후에도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논쟁가나 독설가, ‘경제학 구루(스승)’로 자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는 그동안 프랑스의 상황에 침묵해 온 데서 벗어나 과감하게 발언한다. 그는 사회당 정부의 각종 경제개혁 조치에 대해 “경쟁력을 키우는 개혁은 좌파에게도 이롭다”고 말하거나,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노동개혁안에 대해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부(富)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파리 경제대 교수)와 반대편에 서 있는 ‘안티 피케티’ 경제학자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일각에서 ‘극단적 자유주의자’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내가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방안 연구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국가는 시장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시장은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3일 실시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통합의 미래까지 달린 중요한 선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덴마크, 네덜란드, 폴란드 등 다른 EU 회원국들의 연쇄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연방을 구성하는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독립으로까지 불똥이 튀어 영국이 ‘리틀 잉글랜드(Little England)’로 전락할 수도 있다. 1975년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찬반 국민투표 이후 41년 만에 실시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여론조사와 베팅업체 예상은 일치하나. A. 여론조사는 ‘EU 잔류’와 ‘EU 탈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계(視界) 제로의 ‘혼전’ 양상이다. 하지만 도박업체는 한결같이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본다. 민간 싱크탱크 ‘영국이 생각하는 것(What UK Thinks)’이 이달 3∼9일 실시된 최근 6개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부동표 제외), 잔류와 탈퇴 지지가 50%로 똑같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조사(9일)에선 탈퇴(55%)가 잔류보다 10%포인트나 앞섰다. 반면 11일 영국 ‘선데이옵서버’ 신문 여론조사에선 잔류(44%)가 탈퇴(42%)보다 앞섰다. 반면 브렉시트 종목을 개설한 유럽 베팅업체 20곳은 모두 잔류보다 탈퇴에 높은 배당률을 제시한다. 배당률이 높을수록 확률은 낮다는 뜻이다. Q. 찬성과 반대 누가 주도하나. A.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모리에 따르면 55세 이상은 64%가 브렉시트에 찬성했으나 18∼34세의 청년층에서는 찬성 비율이 24%에 그쳤다. 소득별로도 중산층 이상의 찬성률이 저소득층보다 월등히 높다. 영국의 고소득 노년층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것은 금융소득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EU가 금융규제를 강화해 영국의 금융산업이 위축된 것을 불만스럽게 여긴다. 반면 임금에 의존하는 저소득 청년층은 영국의 대외무역 중 절반을 차지하는 EU와의 교역이 위축되면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돼 브렉시트에 반대한다. Q. 영국은 리틀 잉글랜드가 될 것인가. A.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독립 열망을 갖고 있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영국 연방에서 분리될 수 있다. 실제로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최근 BBC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스코틀랜드는 영국에서의 독립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Q. 브렉시트가 EU 붕괴로 이어질까. A.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덴시트’(덴마크 EU 탈퇴), ‘첵시트’(체코의 EU 탈퇴)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등 유럽 전역으로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확산될 수 있다. 최근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EU 10개국 주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EU에 ‘비호감’이라는 사람이 47%나 돼 회원국이 연쇄 이탈할 경우엔 EU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Q. 영국과 EU 관계는 어떻게 되나. A. 23일 EU 탈퇴 결정이 날 경우 EU의 기본법 격인 리스본조약 제50조에 따라 영국은 2년 동안 27개 EU 회원국들과 관계를 정립하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영국은 EU 회원국들과 개별 협정을 맺고 EU 단일 시장에 참가한 스위스나 노르웨이 모델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이 스위스나 노르웨이 모델로 가는 혜택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이 과거 나치정권 당시 악명을 떨쳤던 강제집단수용소 아우슈비츠 운영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재판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쟁범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쪽에서 먼저 어두웠던 과거의 기록을 스스로 보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잊지 않겠다는 독일의 태도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같은 과거사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과는 뚜렷이 상반된다. 독일 헤센 주 정부는 9일(현지 시간) 아우슈비츠 수용소 운영을 도운 22명의 전범재판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헤센 주 정부는 1963∼1965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된 아우슈비츠 재판 관련 문서 454건, 녹음물 103건을 유네스코에 이미 제출했다. 등재 여부는 내년에 결정되며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보리스 라인 헤센 주 학술장관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독일이 나치 범죄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책임을 계속 지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강하게 반발하는 등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난징(南京) 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 등 여러 나라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40여 년 뒤 미세먼지와 황사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의 조기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가 나왔다. 대기오염과 관련된 경제적 손실도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OECD는 9일(현지 시간) 발표한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서 2060년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900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0년 300만 명에서 3배가량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가 급증하는데 국가별로 편차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조기 사망자는 2060년 1109명으로 늘어나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조기 사망자 수는 359명이다. 일본(468명)이나 유럽연합(EU) 주요 4개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412명)보다 낮다. 하지만 현재 추세대로 40여 년이 지나면 한국의 조기 사망률은 34개 OECD 회원국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OECD는 분석했다. 2060년 한국의 조기 사망자가 2010년의 3.1배 수준으로 급증한다는 것이다. 미국(307명), EU 주요 4개국(340명), 캐나다(300명) 등 OECD 주요국의 2060년 조기 사망자 수가 현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기가 가장 맑은 호주와 뉴질랜드는 2060년 각각 95명에 그쳐 조기 사망률이 한국의 8.6%에 불과했다. 2060년 조기 사망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나라로는 인도와 중국이 꼽혔다. 2060년 중국의 조기 사망자는 2052명으로 지금(662명)의 3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인도는 현재(508명)의 4배로 늘어난 203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와 중국은 OECD 비(非)회원국이다. OECD는 2060년 국가별로 조기 사망자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미국과 서유럽 국가는 청정에너지와 저공해 교통수단 사용으로 조기 사망률이 낮아지는 반면 인도 중국 한국은 인구 집중과 도시화로 경유차량, 공장, 대형건물 냉난방 등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기오염에 따른 의료비용 급증과 노동생산성 저하 등 경제적 피해도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206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손실 규모는 0.63%로 미국(0.21%)이나 일본(0.42%), EU 주요 4개국(0.11%)을 크게 앞질렀다. 지구 전체로는 세계 GDP의 1%에 해당하는 연간 2조60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인구가 1인당 330달러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의료비는 지난해 210억 달러에서 2060년 1760억 달러로 늘어난다. 질병으로 인해 근로 가능 일수가 줄어들면서 경제적 피해도 12억 달러에서 37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이먼 업턴 OECD 환경국장은 로이터통신에 “대기오염으로 향후 40년 동안 벌어질 수명 단축 현상은 끔찍하다”며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선 한국의 경제 발전상을 그린 영화 ‘국제시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외교관들의 심금을 울렸다. 7일 정오(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OECD 본부 콘퍼런스센터에는 OECD 회원국 대표부 외교관들과 사무국 직원들이 강당으로 몰려들었다. 주OECD 대한민국대표부가 한국의 OECD 가입 20주년을 맞아 국제시장을 상영했다. 이날 영화 상영에는 다마키 린타로(玉木林太郞) OECD 사무차장을 비롯해 OECD 사무국 직원과 한투 주프랑스 미얀마 대사 부부, 벨기에와 스위스의 주OECD 대표부 차석대사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주OECD 대표부 관계자는 “영화 상영 공지 후 관람 신청이 쇄도해 이틀 만에 좌석이 매진됐다”고 말했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은 6·25전쟁 당시 흥남 철수, 파독 광부·간호사,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상봉 등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처음 접했다는 듯 영화 속 장면에 빠져 들었다. 특히 주인공 덕수(황정민)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여동생 막순이를 확인하고 오열하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상영이 끝나고 불이 켜지자 박수가 쏟아졌다. 다마키 사무차장은 “아주 슬프고도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영화”라면서 “한국전쟁 이후 한국 역사와 한국민의 삶을 잘 요약해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종원 주OECD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 60년간 한국인이 경제 성장을 위해 감내한 고통, 인내, 희생 없이는 한국의 기적도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976년 옛 소련에서 서방으로 망명한 체스의 전설 빅토르 코르치노이(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6일(현지 시간) 러시아 체스연맹은 체스 그랜드 마스터 코르치노이가 수십 년간 거주해 온 스위스 볼렌의 자택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랜드 마스터는 체스 챔피언이 되지 못한 달인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1931년 옛 소련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코르치노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자’로 불리며 4번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1965년엔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지나치게 솔직한 언행으로 옛 소련 비밀경찰인 KGB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은 후 국제경기 출전이 제한되자 1976년 네덜란드로 망명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명품 패션브랜드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75% 삭감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버버리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시장의 판매량이 경기 침체와 강도 높은 반(反)부패 사정 드라이브로 인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버버리는 이날 2015~2016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베일리 CEO에게 190만 파운드(약 32억5000만 원)를 연봉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직전 회계연도에 750만 파운드(약 128억3000만 원)를 받았던 것에 비해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FT는 베일리 CEO의 기본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성과급이 전액 삭감되면서 연봉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버버리 보수책정위원회는 “지난해는 명품업계에게 험난한 해였다”며 “주요 경영진이 실적 목표 달성에 실패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버버리는 지난해 매출을 전년보다 최고 11%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지난해 매출은 0.6% 감소해 6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버버리의 이익은 7% 감소했고 주가는 35%나 급락했다. 버버리는 지난 4월부터 인력 감원 및 매장 수 축소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영업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CEO들의 과도한 연봉에 주주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석유회사 BP, 앵글로아메리칸, 스탠더드차터드, 씨티그룹, 르노 등도 주주들의 항의에 CEO 연봉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8일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는 세계 최대 광고업체인 WPP에서도 마틴 소렐 CEO의 연봉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렐 CEO는 지난해 1억200만 달러(약 1210억 원)를 벌어 직원 평균 임금의 1444배에 이르는 고액 연봉을 받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위스 국민은 ‘공짜 복지’ 대신 경제를 선택했다. 5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모든 성인에게 조건 없이 매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결과 반대 76.9%, 찬성 23.1%로 부결됐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반대한 것이다. 법안은 비록 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매달 성인에게 2500프랑씩을,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625프랑(약 74만8000 원)씩을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똑같이 나눠 주는 국가가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기본소득 지급 아이디어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논란만 불러일으켰을 뿐 스위스 국민에게 도입 필요성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인구 800만 명의 스위스는 1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제안은 국민투표로 부치게 돼 있다. 재계는 노동 의욕 저하를 이유로 반대했고 노조도 현재 누리고 있는 사회보장 제도가 감축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스위스 16개 대형 노조가 속해 있는 스위스노동조합연맹(SBG)의 조제 코르파토 사무국장은 “기본소득은 매력적으로 들리는 아이디어지만 실현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모든 것을 불확실성으로 몰아넣는 기본소득 정책보다는 차라리 사회보장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돈을 집어넣는 것을 원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8만4720달러(약 1억140만 원·2014년 기준)로 복지 등 사회안전망도 세계에서 으뜸이다. 월 2500스위스프랑은 스위스의 월 최저생계비(2219스위스프랑)를 기준으로 산출됐다. 이는 스위스 1인당 국민소득의 35.4%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201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180달러(약 3342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모든 성인에게 매달 100만 원가량의 돈을 지급하는 제도인 셈이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는 기본소득이 근로자의 노동 의욕을 저하시키고 나라 살림을 악화시키는 ‘퍼주기 식 포퓰리즘’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지지자들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대신 연금과 실업수당 폐지를 제안했지만 국민은 재원 부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선 대부분의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스위스 정부도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연 2080억 프랑(약 250조 원)이 필요하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현재 연방정부 지출 규모인 연 670억 프랑의 세 배다. 재원을 마련하려면 연금과 실업수당뿐 아니라 기존의 사회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거나 폐지해야 하고 증세 또한 불가피하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부유한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무조건 똑같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소득에 따라 차별 지급해 온 기존의 사회복지 시스템까지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스위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도한 복지 때문에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갔던 이탈리아, 그리스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샤를 위플로스 제네바 국제경제학회장은 “사람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돈을 준다면 누가 일하려 하겠느냐”며 노동 의욕 저하와 실업자 양산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소득은 5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도 지급하도록 돼 있어 ‘공짜 복지’를 노린 이민자들이 대거 스위스로 몰려올 가능성도 우려됐다. 우파 성향의 스위스국민당(SPP) 루치 슈탐 의원은 BBC 인터뷰에서 “스위스가 섬나라라면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만일 모든 개인에게 돈을 지급한다면 수십억 명의 사람이 스위스로 들어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이 법안을 발의한 ‘기본소득을 위한 지식인 모임’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간과 로봇이 품위 있게 공존하려면 기본소득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투표에서 부결됐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체 바그너 대변인은 “4명 중 1명이 찬성했다는 것은 대단한 결과”라며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이 논의가 이어지길 원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을 ‘사양(No Thanks)’했지만 다른 여러 국가나 도시들이 비슷한 개념을 검토하고 있거나 시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핀란드는 내년부터 1만 가구(전국 130여만 가구)를 대상으로 월 550유로(약 70만 원)를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 제도를 2년간 시범 실시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네덜란드도 중부 대도시 위트레흐트를 비롯한 19개 자치단체가 모든 시민에게 매달 기본소득 900유로(약 120만 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예술협회는 매월 308파운드(약 52만 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을 마련했다. 뉴질랜드에서도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유종 기자}
미세먼지로 뒤덮인 공기,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손 내밀 곳 없는 막막함…. 한국의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 가운데 28위로 나타났다. OECD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24위, 2015년 27위에서 올해는 28위로 더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산출한다. 한국은 환경, 공동체 의식, 일과 삶의 균형 3개 부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환경 부문 순위는 꼴찌였다.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29.1μg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기준치(m³당 10μg)의 세 배에 이른다. 공동체 부문 순위는 37위였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척, 친구, 이웃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5.8%로 OECD 평균(88%)보다 12.2%포인트 낮았다. 일과 삶의 균형은 터키(38위)와 멕시코(37위)에 이어 3번째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0시간 이상인 근로자 비율이 23.1%로 OECD 평균인 13%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밖에 교육(6위)과 시민참여(10위) 부문은 상위권에, 주거(17위) 직업(17위) 안전(21위) 소득(24위)은 중위권에, 삶의 만족도(31위)와 건강(35위)은 하위권에 올랐다. 올해 삶의 질 종합평가 순위 1위는 노르웨이였으며 호주 덴마크 스위스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세먼지로 뒤덮인 공기,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손 내밀 곳 없는 막막함…. 한국의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 가운데 28위로 나타났다. OECD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24위, 2015년 27위에서 올해는 28위로 더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산출한다. 한국은 환경, 공동체 의식, 일과 삶의 균형 3개 부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환경 부문 순위는 꼴찌였다.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당 29.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기준치(1㎥당 10㎍)의 세배에 이른다. 공동체 부문 순위는 37위였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척, 친구, 이웃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5.8%로 OECD 평균(88%)보다 12%포인트 낮았다. 일과 삶의 균형은 터키(38위)와 멕시코(37위)에 이어 3번째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0시간 이상인 근로자 비율이 23.1%로 OECD 평균인 13%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밖에 교육(6위)과 시민참여(10위) 부문은 상위권에, 주거(17위) 직업(17위) 안전(21위) 소득(24위)은 중위권에, 삶의 만족도(31위)와 건강(35위)은 하위권에 올랐다. 올해 삶의 질 종합평가 순위 1위는 노르웨이였으며 호주 덴마크 스위스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관광 대국 프랑스에서는 2010년 이후 심한 대기오염으로 에펠탑이 스모그에 가려 안 보이는 일이 잦아졌다. 2014년 3월 스모그가 5일간 이어지자 파리 시는 17년 만에 차량 2부제를 전격 도입했다. 홀짝운행제를 어긴 차량에는 22유로(약 2만9000원)의 벌금을 매겼다. 시 당국은 대신 시민들에게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과 벨리브(자전거 공유)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차량 통제 방침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리 시민 64%가 반대했다. 특히 배달차량 운전자들은 “벌금을 내더라도 어쩔 수 없이 차량을 운행해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파리 시 당국은 “국민 건강이 위태로운 비상 상황”이라며 700여 명의 경찰을 동원해 도심에서 차량을 강력히 통제했다. 시 당국의 강단 있는 조치 덕분에 파리의 미세먼지 농도는 6%나 줄어 정상을 회복했고 파리 시는 하루 만에 차량 2부제를 풀었다. 파리 시는 지난해 3월에도 봄철 미세먼지가 많아지면서 스모그 현상이 심해지자 하루 동안 차량 2부제를 했다. 이런 당국의 철저한 관리로 올 3월은 스모그로 인한 차량 통제 조치 없이 지나갔다. 선진국 지도자들은 대기오염을 국가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민에게 깨끗한 공기조차 공급하지 못하는 정권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개혁에 나선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이 주도하는 ‘맑은 공기 정치학(clean air politics)’은 미증유의 미세먼지 공포 앞에 갈팡질팡하는 한국 지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달 5일 영국 지방선거에서 무슬림 최초로 런던 시장에 당선돼 ‘유럽의 오바마’로 불리는 사디크 칸(45)은 취임 직후부터 ‘대기오염과의 전쟁’에 나섰다. 칸 시장은 2019년부터 런던 도심을 ‘초저배출구역(ULEZ)’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LEZ는 유럽연합(EU)의 자체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 등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는 지역을 뜻한다. EU의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는 1992년 ‘유로1’에서 출발해 2013년 ‘유로6’까지 강화됐다. 유로6는 디젤차가 1km를 달릴 때 질소산화물(NOx)을 0.08g까지 배출하는 것을 허용한다. 칸 시장이 도입하려는 ULEZ 기준은 차량별로 다양하다. 모터사이클(유로3·운행 13년 미만), 승용차(휘발유 유로4, 운행 14년·디젤 유로6, 운행 4년 미만), 버스(유로4, 운행 6년 미만) 등이 그것이다. 칸 시장의 개혁안은 도심 대부분을 포괄하는 ULEZ에서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유차들에 교통혼잡료와 별도로 12.5파운드(약 2만1200원)의 ‘대기오염세’를 내도록 했다. 런던의 명물 택시인 ‘블랙 캡’도 현재는 대부분 경유차지만 2018년부터는 경유차 모델에 더 이상 신규 택시면허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산업혁명 시절 스모그의 도시로 알려진 런던은 최근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유차 등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로 인한 대기오염은 여전히 심각한 편이다. 런던 시는 칸 시장의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질소산화물 등에 따른 대기오염으로 해마다 4300명의 런던 시민이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밀도가 높은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경유차 매연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점은 최근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논란 이후 유럽 국가들은 경유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경유차 비중이 2014년 63.9%에서 지난해 57.2%로 6.7%포인트 떨어졌다. 2012년 72.9%에서 3년 만에 15.7%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영국 역시 2014년 50.1%에서 지난해 48.4%로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이라는 야심 찬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를 선포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화력발전소가 즐비한 공화당 거점 지역구의 정치인과 경제인, 주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현란한 정치술을 펴고 있다. 공화당 소속 연방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주지사들은 연방정부의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화력발전소 중심의 경제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청정전력계획’은 203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30%에서 32%로 높이고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22%에서 28%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미 연방정부는 실제 실행 권한을 가지고 있는 주정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시장 지향적 방식을 택했다. 국가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는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발전에 투자하는 주에는 연방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고, 탄소배출 한도를 채운 주와 남긴 주가 배출권을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3년 10월부터 전국적인 디젤차 규제를 시작했던 일본 정부는 2015년 2월 초미세먼지(PM2.5)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공장이나 소각로에서 나오는 매연 및 질소산화물 등에 대한 규제 강화 외에 대기오염방지법으로 규제되지 않는 잡초 태우기 등도 규제했다. 환경청은 급유 중에 증발한 휘발유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돼 PM2.5의 원인이 된다며 자동차나 주유소에서도 대책을 세우도록 했다. 일본 기상협회는 현재 PM2.5 수준의 초미세먼지 위성 자료를 매일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워싱턴=이승헌 /도쿄=서영아 특파원}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일(현지 시간) 열린 ‘K콘 2016 프랑스’ 행사장 주변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새벽부터 입장객들이 1km 넘게 줄을 섰다. 프랑스의 열혈 한류 팬을 자처한 엘리사 씨(21)는 “꿈에 그리던 K팝 스타를 무대 앞 스탠딩석에서 보고 싶어 이틀 전부터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세련된 정장 한복을 입고 등장한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샤이니, f(x), 방탄소년단, 블락비, 아이오아이(I.O.I), FT아일랜드 등의 한류 아이돌 그룹이 총출동했다. 첫 무대에서 출연 가수 전원이 K팝 버전으로 편곡한 ‘아리랑 연곡’을 초연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1만2500여 명의 유럽 관객들이 아이돌 그룹의 유명곡뿐 아니라 ‘아리랑’까지 흥겹게 따라 부르며 춤추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K콘을 관람하며 프랑스 한류 팬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공연이 펼쳐진 ‘파리 아코르 호텔 아레나’에서는 K콘 개최 전후로 열리는 폴 매카트니, 아델, 셀린 디옹 등 세계적인 뮤지션의 공연보다 K팝 가수 공연 티켓이 더 빨리 매진됐다. 4월 29일 예매 당시 3시간 만에 1만 석이 매진됐으며 추가로 준비한 2500석도 1시간 만에 동이 났다.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등 프랑스 외 지역에서도 전체 티켓의 40%가 팔려나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CJ그룹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K팝 콘서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류문화를 소개하는 전시·컨벤션 등이 어우러졌다. K푸드, 화장품, 한복, 평창 겨울올림픽, 교육, 여행 등과 관련된 60여 개 기업이 참가해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섰다. 박 대통령도 이날 공연 관람에 앞서 30분 동안 전시장을 둘러봤다. 박 대통령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민호의 안내를 받으며 한식 디저트바, 한국 화장품 코너를 방문해 “기업들이 해외 진출이라는 새 산업동력을 키우기 위해 한류문화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총리와 저는 수많은 정책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정말 중요한 이슈가 닥쳤을 때는 영국 정부와 런던 시가 밀접하게 함께 일할 것입니다.” 5월 30일 영국 런던 로햄프턴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잔류 캠페인’ 홍보버스 발대식에 노동당 출신인 사디크 칸 신임 런던 시장이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함께 손잡고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군중은 보수당 총리와 노동당 런던 시장의 ‘깜짝 등장’에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캐머런 총리는 칸 시장에 대해 “자랑스러운 무슬림이자 영국인이며 런던 시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이 자리를 칸 시장과 함께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보수당인 캐머런 총리와 노동당 소속 칸 시장은 공통점이 거의 없다.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온 캐머런 총리는 부모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은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다. 가난한 무슬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칸 시장은 공공주택에 살면서 신문배달과 공사현장을 전전하다 인권변호사로 유명해진 ‘흙수저’다. 이념도 다르고 성장 배경도 다른 두 사람이 한자리에 나란히 선 이유는 영국의 운명, 나아가 유럽연합(EU)의 미래를 좌우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23일 선거를 앞두고 찬반 여론은 팽팽하게 갈려 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찬성이 반대를 앞서기도 하고,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보수당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관련해 생각을 같이한다면 이념적 색깔이나 배경을 따지지 않고 손잡아야 할 지경이다. 캐머런 총리는 한 달 전 런던 시장 선거 당시 노동당 칸 후보에 대해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연계된 후보라고 공격했지만 이제는 칸 시장의 당선을 ‘영국의 개방성’이 거둔 성과로 평가한다. 칸 시장은 “런던의 일자리 50만 개가 영국의 EU 회원국 유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내가 캐머런 총리와 초당적 캠페인에 참여한 것은 노동당의 정책을 명백하게 밝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이 서로 손잡는 ‘협치(協治)’ 모델은 프랑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노동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집권 사회당 정부의 생각이다. 그래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노동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우파 공화당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공화당도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법이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요즘 프랑스는 13일 상원의 노동법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연일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정유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철도·항만·항공 파업으로 사회가 마비될 지경이다. 이에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사회당 정부의 노동법개정안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인 제라르 라르셰 상원 의장은 1일부터 필리프 마르티네즈 프랑스 전국노동총연맹(CGT) 위원장을 비롯해 6개 노동단체 대표와 기업인들을 매일 만나 노동법개정안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브뤼노 르틀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프랑스를 대량실업 사태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밖에 답이 없다”며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말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