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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성이 탄도미사일 방어용으로 사용될 'X밴드 방위통신위성'을 24일 가고시마(鹿兒島) 현 다네가(種子) 섬 우주센터에서 쏘아올린다고 NHK가 17일 보도했다. 방위성이 단독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통신위성은 탄도미사일 방어에 사용될 계획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는 일본이 안보관련법 시행에 발맞춰 대내외적으로 군사력 강화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주파수대역 X밴드에 대응하는 방위통신위성은 육상 지형과 기상의 영향을 쉽게 받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어서 광범위하게 전개되는 군부대 간 정보공유에 사용돼 왔다. 새 위성이 설치되면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 탄도미사일 발사정보나 해외 주둔 군부대로부터의 동영상을 더 빨리 전송받을 수 있다. 일본은 현재 민간기업이 발사한 3개의 위성을 통신 인프라로 이용하고 있지만, 이 중 2개가 수명이 다해 이번에 발사할 위성을 포함해 모두 3개를 신형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번 위성은 '키라메키 2호'라고 이름 붙여졌다. 당초 지난해 7월 1호를 먼저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발사를 위해 운반하던 도중 위성이 손상돼 이번에 2호를 먼저 발사하게 됐다고 NHK는 전했다. 방위성은 나머지 2개 통신위성을 내년과 2021년 차례로 발사해 정보통신 능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NHK는 관련 비용은 모두 2300억 엔(약 2조38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일본과 영국 정부가 차세대 공대공 미사일 ‘JNAAM’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산케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미사일이 완성되면 일본이 미국 외의 국가와 처음으로 무기를 공동 개발한 사례가 된다. 일본 정부는 2014년 7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영국과 공동 연구 과제로 JNAAM 개발을 결정한 뒤 그해 11월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는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무기 수출 3원칙’ 대신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채택한 뒤 외국과의 무기 개발을 처음 승인한 사례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1월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현재 영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사용 중인 미국제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한 신형 미사일의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JNAAM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6개국이 공동 개발한 공대공미사일 ‘미티어’에,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에 탑재된 미사일 ‘AAM4’의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티어 미사일은 고속 엔진에 동종 미사일 가운데 사거리가 가장 길지만 목표물 유도 능력은 좋지 않은 편이다. AAM4는 함정 등 대형 장비에 탑재되는 레이더를 갖추고 있어 목표물 탐지 및 추적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실전 시나리오 등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두 기술이 결합될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미사일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JNAAM 개발이 완료되면 전투기 조종사는 좀 더 빠른 단계에서, 더 먼 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해도 명중률은 더 높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항공자위대에 42대를 도입하기로 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에 이 미사일을 탑재하려고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최근 중-일 양국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상공에 중국군 전투기들이 자주 출몰하고 있는 점을 들어 “JNAAM이 개발되면 억지력과 대처 능력이 강화되겠지만, 비용 절감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중국과의 분쟁에 대비해 해상 및 공중 위력을 제고하기 위해 여러 방책을 모색하는 한편으로 손을 잡을 수 있는 모든 국가와 외교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17일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순방하며 각국과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해양 팽창 움직임을 견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15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남중국해 나투나 해역 순찰과 관련한 해양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2014년 봄, 일본 구마모토(熊本) 현 다라기(多良木) 정의 한 산골 마을에서 7년간 문이 닫혔던 초등학교가 부활했다. 단 한 명의 여자아이를 위해서였다. 다라기 사무소에서 자동차로 1시간 산길을 달려야 나타나는 이곳은 70가구 132명의 주민 중 75%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마을이다. 쓰키기(槻木) 소학교는 학령기 아동이 사라져 2007년 봄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2013년 여름 마을 운영을 도와줄 비상근 직원 공모 결과 후쿠오카 현 출신 우에지 히데토(上治英人·44) 씨가 전입했다. 그가 후쿠오카에 남겨둔 장녀 미오 양이 새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라는 말에 마을은 오로지 그녀를 위해 학교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러자 네 살배기 동생까지 전 가족이 이사를 왔다. 교직원은 교장을 포함해 모두 4명. 다른 초등학교의 경우 아동 1인당 마을 1년 예산은 13만 엔(약 133만9000원)인 데 비해 이곳은 660만 엔으로 50배다. 꽤 큰 지출이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기뻐했다. 학교 재개교식 겸 입학식에는 지역 주민의 절반인 60여 명을 포함해 1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에게 학교 부활은 마을 존속 사업의 일환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학교가 문을 연다니 놀랍고 기쁘다”며 7년간 쓸쓸했던 이 지역에 새 바람이 불기를 기대했다. 주민들은 “타지로 나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쓰키기가 변하고 있다는 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젊은 세대의 유턴에 기대를 걸었다. 학교가 문을 연 뒤 마을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가을 운동회에는 옆 동네 초등학생 16명이 동참해 8년 만에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부모 수업 참관일에는 동네 할머니 10여 명이 교실을 찾아와 성장하는 미오 양을 지켜봤다. 주민들은 “혼자라서 쓸쓸해하지 않도록 모두가 배려하고 있다”며 “내년이면 여동생도 입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3학년이 된 미오 양은 주 1회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옆 동네 초등학교에 가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린다. 쓰키기의 시도를 일본 열도가 주목하고 있다. 이곳이 일본 산촌 마을들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미오 양의 종업식, 운동회가 기사화될 정도로 관심이 많다.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든 일본에서도 폐교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본 문부과학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초등학생 수는 1958년 1349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648만 명까지 줄었다. 중학생도 1962년 733만 명을 찍고 지난해 340만6000명까지 감소했다. 일본 전역에서 최근 20년간 사라진 초중학교는 6000개 이상이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면 재정난에 처한 지방자치단체가 합병되기도 한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는 문을 닫거나 통폐합된다. 뾰족한 수는 없지만 지역의 구심점으로서 학교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게 이어지고 있다. 어떤 사회건 차세대를 만들어야 사회는 영속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산촌 유학’ 제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산촌 유학은 1976년 나가노(長野) 현에서 시작됐다. 한 교사가 ‘도회지 아이들을 산촌에서 씩씩하게 키우자’며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자연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을 얻고 싶은 도시 아동들과 이들을 유치해 학교를 지키고 지역 활성화를 꾀하려는 지자체들의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인구 800명에 불과한 나가노 현 기타아이키(北相木) 마을은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 1개를 지키기 위해 학원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수도권의 인기 학습학원과 손잡고 2015년부터 모자(母子) 산촌 유학생을 모집하기로 한 것. 이 마을 교육부장은 “초등학교를 잃는다는 것은 마을에 미래의 희망이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야마나시(山梨) 현 산간부에 있는 하야카와기타(早川北) 소학교는 전교생 19명 중 16명을 가족과 함께 이주해 온 산촌 유학생들로 채우고 있다. 이 같은 모자 유학은 홋카이도(北海道)가 가장 많다. 홋카이도는 가족이 이주해 올 경우 토지를 제공하고 정착지원금을 주는 등의 유인책도 함께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산촌 유학’도 근래 들어 분기점을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절대적인 아동 수가 적은 데다 합병이나 재정난, 고령화 때문에 산촌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지자체들도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1989년 출산율 ‘1.57 쇼크’가 급습한 뒤부터다. 이후 일본 정부는 보육원의 대기아동 해소나 방과후 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출산율은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버블 붕괴 후 급속히 악화된 재정도 큰 이유였다. 현재도 사회보장비 중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재정은 5조7000억 엔 규모로 고령자를 위한 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14년 9월 ‘마을, 사람, 일 창생본부’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미국이 중재자로 나서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미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이 이임 인사차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에게 전화를 걸어 개별 또는 3자 간 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 3국의 각료급 대화를 통해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 브리핑 도중 일본 정부에 ‘위안부 소녀상’ 대신 ‘위안부상’이란 명칭을 사용하라고 압박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산케이신문 기자는 “소녀의 상은 어디에 설치해도 된다는 인상을 주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스가 장관은 “어제 정부는 위안부 소녀상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런 배경(한국이 표현하는 취지를 의미)에서 그런 표현(위안부 소녀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일 낮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를 비롯한 각국의 주일 대사 22명을 총리공저로 불러 오찬을 가졌다. 외무성은 “일본어 및 일본 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오찬은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에서 아베 총리가 다른 나라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외교전이란 분석이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조은아 기자}
9일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양상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기존에는 2, 3대가 잠시 침범했다가 한국군이 대응하면 물러났지만 이번처럼 10여 대가 ‘집단 시위’를 하듯 장시간 침범해 머문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주력 전투기인 J(젠·殲)-11 4대와 전략폭격기인 H(훙·轟)-6를 6대나 동원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H-6 폭격기는 중국군의 대표적 원거리 타격 전력이다. 최신형 모델인 H-6K는 괌 기지와 일본 등 서태평양의 수상, 지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최대 사거리 3000km)을 탑재하고 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경북 성주군)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군용기가 수십 차례 KADIZ를 진입(침범)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체 훈련이나 단순 무력시위로 넘기기 힘들다는 얘기다. 일본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당시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를 26대나 출격시켜 중국 군용기들을 밀착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이어도 상공 KADIZ를 침범한 것도 중국의 다목적 포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2013년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일방 선포에 맞서 한국이 확대 선포한 이어도 KADIZ의 불인정 방침을 재확인하고,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 대해 군사적 경고를 했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군이 일본 주변 바다와 하늘에서 활동을 강화하려는 의도 등을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미국의 역내 패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 이어도 상공 KADIZ에서 한중, 미일중 간 첨예한 군사적 긴장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동향을 주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아키히토(明仁·사진) 일왕이 2019년 1월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방안을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재위 기간을 뜻하는 ‘헤이세이(平成)’ 30년이 마무리된 직후인 2019년 1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을 열고 이날부터 새 연호를 사용한다는 것. 일왕이 새로 취임할 경우 연호(왕의 즉위 해를 기준으로 한 연도)가 바뀌는 등 여러 변화가 발생하는데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1월 1일을 양위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해 8월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히면서 “2년 뒤면 재위 30년이 된다”고 언급했고 연령상으로도 2018년 12월이면 만 85세를 넘긴다는 점에서 이 시점을 양위의 시한으로 삼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별법안을 5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특별법안은 현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서만 중도 퇴위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왕실전범 부칙에 ‘예외적으로 생전 퇴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신문은 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결국 대사를 소환했지만 한국 정부는 상황을 관리하면서 한일 갈등의 수위를 조절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9일 정오경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東京)로 돌아갔다. 나가미네 대사는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에서는 관계자와 회의 등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도 김해공항을 통해 이날 오전 일본으로 떠났다. 구체적인 대응책 논의는 현재 체코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11일 귀국하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외상은 8일(현지 시간) 체코에서 일본 기자들에게 “위안부 합의가 세계의 많은 국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에 합의 이행을 압박했다. 2015년 12월 28일 서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위안부 합의를 한 당사자인 그는 “한일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일본)의 공관 앞에 소녀상이 새로 설치된 사태는 극히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나가미네 대사의 일본 체류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일 간 협력해야 할 이슈가 많은 만큼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외교 채널을 정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항의 표시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대사를 소환했지만 12일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또 일본이 지난해 하반기 추진하다 무산됐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2월 개최한다는 계획이고, 북한의 도발도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일본 정부로서도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소녀상은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가 설치를 강행한 것이어서 철거하기 어렵고 이 문제로 한일 갈등이 심화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견 외교관은 “일본이 보이고 있는 역사 관련 행보는 일본 국내 보수층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이고 이는 결국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일본이 한국을 내팽개치고 중국과 맞대결할 수는 없는 만큼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한국을 끌어안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9일 한일 간 위안부 소녀상 갈등에 대해 한미일 삼각동맹의 실패라는 주장을 폈다. 한국을 상대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저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한일 갈등이 한미일 협력체제 균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영 방송 CCTV 홈페이지인 양스왕(央視網)은 한일 갈등이 고조된 배경에 대해 “미국 주도로 추진돼 온 한미일 3국 동맹은 현재 그 추진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략이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도쿄=서영아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일본이 서울과 부산의 소녀상 설치 문제를 놓고 미국의 인정과 협력을 구하는 ‘역(逆) 워싱턴 위안부 외교’를 다시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수면 아래 잠겨 있던 한일 역사 이슈가 다시 불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굴기(굴起)와 북한 핵문제 대응을 위해 구축해 온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장 예민한 아킬레스건이 다시 노출된 형국이기 때문이다.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한국 측에 4대 강경카드 단행 방침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측은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자는 제안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국은 부산시가 일시적으로 소녀상을 철거했을 때 여론이 강하게 반발한 점과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일본은 미국을 동원했다. 한국 시간 6일 새벽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회의에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에게 1시간 동안 항의하는 동시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도 “일본 측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 측에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차관도 블링컨 부장관에게 한국의 상황을 일본에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측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통화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공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부통령은 일본 측이 계획하는 조치가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고 이를 자제시키기 위해 아베 총리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안다”며 “일본이 이런 내용을 빼고 언론에 알려 마치 미일이 뜻을 모아 한국을 궁지에 몬 것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에도 깊숙이 다가가고 있다.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일본 총리 보좌관은 6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인 마이클 플린과 회담을 갖고 미일 정상회담을 조기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이 8일 보도했다. 가와이 보좌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후 조기 방일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 요구대로 27일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일본의 입맛대로 소녀상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 말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커비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은 이 합의로 양국 관계를 더 강화할 수 있었고 다양한 협력도 가능했다”며 “미국은 이 합의가 한일 양국의 미래 지향적 관계를 강화하고 다른 역사적 이슈도 치유와 화해의 증진이라는 기조하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 언론도 이 문제를 우려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끝나지 않은 위안부 문제’라는 사설을 통해 “지금 (한일) 양국과 미국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무너지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 정부의 중재로 한일 합의가 이뤄진 것을 상기시키며 “다시 촉발된 양국의 긴장은 역사적 과오가 외교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냉정하게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부산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으며 4개 항의 보복 조치를 내놨던 일본이 서울 소녀상의 이전까지도 공개 촉구했다. 미국 정부도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이슈가 다시 불거진 데 우려를 피력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파동으로 컨트롤타워가 정지된 정부는 ‘정제된 대응’만 강조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는 8일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 출연해 “일본은 한일 합의에 따라 10억 엔(약 103억 원)을 출연했다”며 “한국은 서울과 부산의 소녀상에 대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공개 압박했다. 이어 그는 “2015년 12월의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 것을 (한일 양국이) 서로 확인했다”며 “한국은 이 합의를 정권이 바뀌어도 실행해야 한다. 국가 신용의 문제”라고도 말했다. 최근 공세가 차기 정부의 재협상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임을 명백히 한 것이다. 프로그램은 일본 정부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의 일시 귀국 조치를 발표한 6일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같은 날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한국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요청했다”고 8일 보도했지만 한국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한일 위안부 협상은 두 나라가 이 예민한 역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용기와 비전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 정부는 이 협상이 역사 문제 화해를 위한 한일 간의 중요한 이정표(milestone)라고 믿어 왔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총영사를 9일 일시 귀국시킨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들이 무기한 철수하는 게 아니어서 사태가 소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견 외교관은 “부산 소녀상은 정부의 만류와 저지에도 민간단체가 설치를 강행한 것”이라며 “이를 놓고 일본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일본이 과격한 행보를 보일수록 한일 합의를 지속 이행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조숭호 기자}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 새로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는 국제적으로 판을 키우며 강하게 대응했다. 6일 새벽 미국 워싱턴에서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사무차관의 항의를 신호탄으로 아베 신조 총리가 조 바이든 미 부통령과 통화한 뒤 현직 대사의 일시 귀국 등 4개항의 ‘대항 조치’가 발표됐다. 주한 일본대사의 귀국 조치는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래 4년 5개월 만이다. 애초 2015년 12월 28일 군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에서도 보수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적지 않았다. 당시 한일관계에 정통한 한 언론인은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자신의 지지 기반에 반기를 들었다”고까지 표현했다. 그나마 아베의 지지율이 높기에 가능한 일이라고도 했다. 이후로도 소녀상 문제 해결을 재촉하는 압력은 거셌지만 아베 정권은 “한국에 시간을 주자”며 인내했다. 그런데 서울의 소녀상이 해결되기는커녕 부산에 새로운 소녀상이 설치됐다. 일본이 미국 등 국제 여론에 호소한다는 점이 우리에겐 아픈 대목이다. TV아사히는 “한국 내 소녀상은 40여 군데에 있지만 일본이 문제 삼는 것은 공관 앞 소녀상뿐”이라며 “‘빈 협약’ 위반”을 지적했다.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 제22조는 ‘상대국 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지킬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도 다시 험악해지는 한일관계를 우려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 견제와 북핵 대응을 위해 원활한 한일관계를 원하고 있다. 재작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에 미국의 압력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을 상대로 한국과 일본이 서로 ‘고자질 외교’라 비판하는 외교활동을 벌인 시절도 있었다. 당시 일본이 자주 썼던 표현이 “한국은 골포스트(골대)를 옮긴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과를 요구하고, 하나를 합의하면 다른 것을 들고나와 갈등이 끝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역사 문제에 거듭 집착하는 한국에 대해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 피로증(Korea Fatigue)’이란 말도 돌았다. 요미우리신문은 6일 사설에서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명분으로 하면 국내법, 국제법이나 타국과의 합의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한국의 독선적 체질”을 지적하며 “이는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본 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10억 엔(약 103억 원) 송금까지 모두 마친 일본은 “한국만 창피할 뿐”이라며 국제 여론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하지만 일본도 이미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소녀상에 손댈 수 있다고 기대할 정도로 현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결국 최종 목표는 다음 정권에 대한 견제다. 한국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국민 여론을 업고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운운하고 있다. 그들이 국민감정을 부추겨서 혹 정권을 잡는다손 쳐도, 그 사이 한국의 국제 신인도는 추락할 것이다. “한국은 협상을 해 봤자 만날 바꾼다. 못 믿을 나라다.” 이보다 아픈 지적은 없다. 한국 미국 일본은 함께할 일이 많다. 중국의 팽창주의, 북핵 미사일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공조가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하는 방위비 분담 요구 등에도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처해야 할 측면이 있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는 가장 큰 국익이고, 하루아침에 생겨나지도 않는다. 또다시 “거 봐라. 역시 골대를 옮기고 있지 않은가”라는 조롱이 벌써부터 귓전을 맴돈다. 일본의 처사는 얄밉지만, 감정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국익이 될 수 없다는 점도 한 번쯤 생각해볼 때다. 그리고 때로는 욕을 먹더라도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인도 필요하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이 새해 벽두부터 부산 소녀상 철거 주장을 강하게 들고나온 것은 국내 정치적 사정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직접 미국 뉴욕까지 날아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고향 야마구치(山口) 현까지 불러들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을 거부하는 등 외교 실패가 계속되자 소녀상 이슈를 들고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마침 일본 보수우익 진영은 폭발 직전의 상태였다. 일본 내부에서는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10억 엔(약 102억 원) 지급은 서울의 소녀상 철거를 조건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합의 내용은 이행돼야 한다”며 여론을 거스르고 송금을 마친 상황이었다. 일종의 ‘명분 쌓기’를 마친 아베 정부는 한국 정부가 시민단체의 부산 소녀상 설치를 막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고나온 것이다. 아베 총리 관저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당한 형국”이란 험한 말마저 나왔다. 부산 소녀상이 들어선 지난해 12월 29일부터 1월 3일까지 연말연시 휴일이 끝나자마자 나온 이번 대응 조치는 마치 군사작전처럼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미국 워싱턴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에 참석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5일(현지 시간) 한국 측 대표인 임성남 외교부 1차관에게 항의하는 형식으로 기수를 들었다. 이후 아베 총리가 6일 오전 9시 40분경 조 바이든 부통령과 30분 동안 전화통화를 했다. 워싱턴발 뉴스가 전해지자 오전 11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식 기자회견을 통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귀국 조치 등 4개항의 ‘대항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이 한국에 항의해 자국 대사를 소환한 것은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음 독도를 방문했을 때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당시 대사 이후 4년 반 만이다. 한일 양국 간이 아니라 미국을 끌어들인 것은 워싱턴을 등에 업고 서울을 설득하려는 도쿄의 ‘역 위안부 외교’로 풀이된다. 한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호소해 결국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의 양보를 얻어낸 것과 같은 방식으로 소녀상 철거의 뜻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를 지지하며, 양측에 의해 착실하게 이행될 것을 기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이달 27일로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 이슈를 적극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정지인 상태에서 한국이 이에 대응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사전에 면밀히 계산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이런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4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야당 의원들에게 “한국이 사드 문제를 가속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대응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6일 이임한 하오샤오페이(학曉飛)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공사)의 후임에 직급이 한 단계 낮은 진옌광(金燕光) 공사참사관이 부임한 것도 중국 측의 신경전으로 관측된다. 관영 신화통신은 5일 ‘사드 배치 중단을 주장하는 그가 차기 한국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라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집중 분석해 한국의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시민단체의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은 일본 정부가 6일 전방위 외교 공세를 펼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 외교에 3각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 순위에서 밀리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중단 요구에 시달리는 등 주변 강대국 정상들의 ‘스트롱맨’ 외교에 폭풍 속 밤배처럼 흔들리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는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반발해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일시 귀국 조치하는 등 4개 항목의 초강경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협의 중단 △한일 고위급 경제협의 연기 △부산총영사관 직원들의 부산시 관련 행사 참석 보류 등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미국 워싱턴을 상대로 한 사전 설득 외교도 펼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일 정부 간 합의를 역행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상대로 “(부산 소녀상 설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계획적으로 국제 여론에 호소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 소녀상 설치는 한일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규정된 영사기관의 위엄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이미 주중 주일 대사를 지명한 트럼프 당선인은 새로운 행정부 초대 주한 대사 지명을 취임(20일) 후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정권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5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내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뒤 트럼프 당선인이 임명하는 주한 미대사가 한국에 파견되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파동이 한미동맹의 연착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은 중국의 ‘사드 중단’ 공세에 이용됐다는 비난 속에 이날 2박 3일 동안의 공식 일정을 마쳤다. 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30분 나가미네 대사를 초치해 일본 측의 조치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8∼11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 새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워싱턴=이승헌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조숭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일 미국대사에 금융사업가 출신인 윌리엄 해거티(56·사진)를 지명하기로 하고 이를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이 5일 일제히 보도했다. 해거티는 지난해 7월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했으며 현재 정권 인수위원회에서 인사담당 책임자를 맡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일하던 1980년대 후반부터 3년간 도쿄에 주재했고, 금융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사모투자회사 해거티 피터슨을 공동 창업했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백악관 정책 고문직을 맡았고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밋 롬니의 선거 캠프에서도 일하는 등 공화당 내 인맥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해거티가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인 데다 일본 근무 경험도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지만 당혹해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거티가 주일 대사를 희망했고 트럼프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논공행상 색채가 짙다”고 지적했다. 또 “외교 수완은 미지수”라며 중국의 해양 영토 팽창이나 북핵 등 동북아 안보 환경이 격변하는 가운데 미일동맹의 산적한 과제를 무난히 처리할 수 있을지에 우려를 나타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주일 대사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우리는 일본과 교섭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은 비즈니스 능력이 없는 자들만 쓰고 있다’며 현 캐럴라인 케네디 대사를 비판했다”고 지적하며 일본과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무역이나 경제에 강한 해거티를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외국 주재 대사를 지명한 것은 주일 대사가 3번째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주중 미국대사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인연이 깊은 테리 브랜스태드 아이오와 주지사를, 주이스라엘 대사로 트럼프 캠프에서 이스라엘 정책 자문을 맡았던 데이비드 프리드먼 변호사를 지명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아직 발표되지 않은 인사에 대해 일본 정부가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뉴질랜드 정부에 P1 초계기와 C2 수송기를 수출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성사될 경우 2014년 무기 수출 금지 조치가 폐지된 이후 첫 대규모 무기 수출이 된다. 일본의 가와사키(川崎) 중공업이 유럽의 에어버스 등 2, 3개사와 경쟁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올여름경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계약은 정비를 포함한 장기 계약으로 수천억 엔(수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가 사용하는 군용기의 뉴질랜드 수출을 총력을 기울여 돕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뉴질랜드 정부에 두 기종에 대해 기밀 부문을 제외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P1 초계기를 파견해 피해 상황 파악을 돕기도 했다. 방위성 관계자는 “뉴질랜드에 P1 기종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에서 무기 수출은 금기시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기와 관련된 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무기 수출 3원칙’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14년 무기 수출 3원칙을 무기 수출을 통해 방위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의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개정했다. 이후 일본 정부가 나서 방산업체들의 해외 무기시장 개척을 독려하고 있다. 2015년에는 영국의 대잠초계기 도입 사업에, 지난해 4월 호주의 잠수함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각각 미국과 프랑스에 패했다. 특히 호주의 잠수함 수주 경쟁에서는 해외에 무기를 팔아 본 경험이 없는 일본 기업들이 호주 측의 현지 생산 요청에 늦게 대응하는 실책이 적지 않았다는 반성도 들려온다. 나아가 대학에 무기 연구를 독려하는 등 군수산업 개발에도 적극적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구에서 보낸 탐사차를 달 표면에서 달리게 하는 '루나 X프라이즈' 프로젝트에 지난해 연말까지 미국 유럽 이스라엘 인도 등의 16개팀이 도전장을 냈다. 구글이 민간 우주개발 업체를 대상으로 2007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달 표면에 보낸 탐사차를 지구에서 움직여 500m 이상 달리게 하고 달 표면 동영상과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 경연대회로 올해가 시한이다. 동영상 등을 가장 빨리 지구에 보낸 팀이 상금 2000만 달러(242억 원)을 받는다. 이스라엘의 스페이스아이엘사는 대회 참가를 위해 자신들의 탐사차를 달까지 옮겨줄 우주선 발사체 회사와 지난해 계약을 맺었고, 미국 애스트로보틱사는 자체 개발한 달 착륙선에 다른 나라 로버까지 실어주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역시 대회에 참석하는 미국의 문 익스프레스사는 향후 달에 유해를 운송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우주사업벤처 '아이스페이스(ispace)'가 중심이 된 '하쿠토(HAKUTO)' 팀이 참가를 준비 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2일 전했다. 이들은 길이 약 60cm, 무게 약 4kg의 탐사차 로버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주행 실험에 들어갔다. 올 3월 경 완성되면 여름에는 발사지점인 인도로 보내 인도의 탐사차와 함께 12월 28일 달로 발사할 예정이다. 1969년 인류가 처음으로 착륙한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세계가 달에 주목하는 이유는 풍부한 자원의 선점 효과 때문이다. 이번 경연대회는 이런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달에는 희귀광물뿐 아니라 약 6억t의 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일본 정부는 30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되자 한국 정부에 항의하고 철거를 요구했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한 뒤 조속한 철거를 요구했다. 스기야마 사무차관은 이번 소녀상 설치는 지난해 말 한일 간에 이뤄진 위안부 관련 합의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 "한일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이뤄진 한일 합의에서는 '한국 정부가 일본 공관 앞 소녀상의 이전을 위해 노력한다'고 돼 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임성남 외교부 제 1차관에게, 부산 일본영사관은 부산시 등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소녀상 설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 내 비판 여론이 거세져 한일관계가 다시 냉각될 것"을 우려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한국 정부가 일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어 적하게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통신에 말했다. 이날 부산 동구는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 설치를 전격 허용했다.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28일 소녀상을 세웠다가 강제 철거당했으나 이날 소녀상을 돌려받아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했다. 일본 공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서울 일본대사관에 이어 두 번째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에 동행했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사진) 일본 방위상이 귀국 다음 날인 29일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찾아 전격 참배했다. 아베 정권의 핵심 각료가 미국 앞에선 고개를 숙인 뒤 귀국하자마자 극우 성향을 드러낸 것은 진주만 방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국방 정책을 다루는 현직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나다 방위상은 이날 오전 7시 55분경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세계평화 구축을 위해 참배했다”라며 “(방명록에) 방위대신(방위상) 이나다 도모미라고 적었다”라고 말했다. 방위상 자격으로 참배했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그는 한국 중국 등의 반발에 대해선 “어떠한 역사관을 가져도, 어떠한 적, 혹은 아군이더라도, 어떤 국가라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해 감사와 경의, 추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이해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과 입장 자료를 내고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식민 침탈과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또 마루야마 고헤이(丸山浩平)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공사)와 다카하시 히데아키(高橋秀彰) 주한 일본 국방무관(해군 대령)을 각각 불러 항의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진주만에 대한 ‘화해의 방문’이란 것이 한낱 ‘풍자’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라며 “엄정히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은 신의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고 국가 역시 신의가 없으면 쇠락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미래 지향적 공동 대응을 위해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는데 일본은 과거를 들춰 내는 도발 행위를 했다”라고 비판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조숭호 기자}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29일 오전 7시 55분경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나타났다. 검은 옷에 검은 테 안경 차림이었다. 오전 6시경 기자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한 공개 참배였다. NHK는 6시 35분경 뉴스부터 이나다 방위상의 야스쿠니 참배 계획을 전했다. 이나다 방위상은 참배 후 기자들에게 “방위대신인 이나다 도모미가 한 명의 국민으로서 참배했다”며 “지금의 평화로운 일본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귀중한 분들의 토대 위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와이 진주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함께 공습 희생자들을 위령하고 돌아온 그는 귀국 바로 다음 날 가해자들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하면서 방위상 자격으로 참배했다고 이처럼 당당하게 밝혔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이나다 방위상은 일본 전범들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에 문제를 제기하고 난징대학살을 부정해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다. 8월 방위상이 되기 전에는 정기적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왔다. 8월 초 외교 안보분야 주요 직책인 방위상에 임명된 뒤인 올해 8·15 패전일 때는 지부티 출장을 이유로 거른 바 있다. 이나다 방위상은 참배 이유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이번에 가본 전함 미주리호에는 일본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사진이 장식돼 있었다. 미군을 향해 가미카제 공격을 한 이다 후사타(飯田房太) 중좌의 위령비도 미국 측이 세워줬다”며 “이런 것들을 영령들께 보고하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일본과 세계 평화를 쌓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배했다”고 답했다. 이날부터 휴가에 들어간 아베 총리는 아침 일찍 가나가와(神奈川) 현의 골프장으로 떠났다. 그는 플레이 도중 기자단에 “기분 좋게 하고 있다”고 말했고, 기자들이 이나다 방위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묻자 “노 코멘트”라고 잘라버렸다. 이나다 방위상은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아베 총리가 사전에 몰랐다면 이런 반응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전례가 없었던 현직 방위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라는, 정치적 여파가 큰 사안을 아베 총리와 아무 상의 없이 감행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베 총리가 하와이 진주만에서 다시 전쟁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를 다짐했음에도 일본 방위성은 첨단무기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방위성이 내년에 대학 등 연구기관에 첨단무기나 군 장비 관련 기술 연구지원비로 110억 엔(약 1100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관련 예산 6억 엔(약 60억 원)의 18배에 이른다. 일본 내에서도 대학을 군사기술 연구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몇몇 대학에선 방위성의 연구비 제도에 응모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전쟁의 참화는 두 번 다시 되풀이돼선 안 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 오전(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 진주만의 추모시설인 애리조나기념관을 찾아 일본이 저지른 진주만 공습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러면서 ‘부전(不戰)의 맹세’, 즉 다시는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아베 총리가 75년 전인 1941년 12월 7일 미국인 2403명이 숨진 진주만을 찾아 헌화하고 고개를 숙인 데는 패전의 짐을 털어버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애도를 표하고 평화를 강조했지만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미 상하원 합동연설 때 진주만 공습에 대해 “깊은 회오(悔悟·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를 느낀다”고 했던 것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 일본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다른 피해국들에 대한 메시지도 없었다. 자신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일본 우익 세력에 ‘사과 외교’로 비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진주만 공습 당시 미군 격납고를 향해 가미카제(자살 특공대) 공격을 했던 이다 후사타(飯田房太) 해군 중좌를 “용감한 사람”이라 치켜세운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이다 중좌의 추락 지점에 비를 세운 사람은 일본인이 아니라 공격을 받은 미군들이었다. 용감한 사람이 용감한 사람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격렬한 전쟁을 했던 미일은 깊고 강하게 맺어진 동맹이 됐다. 이는 내일을 여는 희망의 동맹”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후(戰後)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부전의 맹세를 견지했다”며 “전후 70년 평화국가의 행보에 조용한 긍지를 느낀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방문은 전쟁의 상처가 우애로 치유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며 “미일 관계는 세계평화의 주춧돌이며 양국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답했다. 또 “평화의 열매가 전쟁의 약탈보다 훨씬 크다”며 “(전쟁으로) 증오가 뜨겁게 타오를 때조차도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을 악마로 만들려는 충동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와이에서 마지막 휴가를 보내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정을 아베 총리와 함께했다. 회견 전 두 정상은 호놀룰루의 H M 스미스캠프에서 마지막 정상회담을 갖고 동아시아 안보와 기후변화 등을 논의했다. 중국은 아베 총리를 맹비난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 화해는 반드시 가해자의 진정성 있고 깊은 반성의 기초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수차례의 ‘영리한 쇼’가 한 번의 진정한 깊은 반성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사설을 통해 “일본이 역사 문제의 화해를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진주만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을 찾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진주만 공습 때 항공모함 히류(飛龍)에서 정비병으로 근무했던 다키모토 구니요시(瀧本邦慶) 씨는 “아베의 부전 맹세는 거짓말”이라며 “아베 총리가 안보관련법을 강행 처리하고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는 등 실제로는 전쟁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외교부는 “일본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과거 침략 전쟁의 피해자인 주변국과도 화해와 협력을 위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조숭호 기자}
일본의 대표적인 남성 아이돌 그룹 ‘스마프(SMAP·사진)’가 26일 밤 후지TV 프로그램 출연을 끝으로 28년간의 활동에 막을 내렸다. 스마프는 1988년 활동을 시작한 5인조 그룹으로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기무라 다쿠야, 나카이 마사히로, 이나가키 고로, 구사나기 쓰요시, 가토리 신고 등 현재 39∼44세인 멤버들이 노래와 연기, 버라이어티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지금까지 55곡을 발표했고 2448만 장의 음반이 팔렸다. 2003년 발표된 ‘세상에 하나뿐인 꽃’은 일본의 고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다. 스마프는 올해 NHK의 12월 31일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 출연을 거절하고 자신들이 20여 년간 고정 출연해 온 후지TV ‘스마프X스마프(스마스마)’ 12월 26일 방송분을 그룹 차원의 마지막 출연 프로그램으로 정했다. 스마프는 올 초 해체설이 나오자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8월 들어 “올해 말을 기해 해산하겠다”는 방침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면서도 끝내 해체 이유를 밝히지 않아 팬들에게는 서운함을 남겼다. 일본 언론은 이들이 소속사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팬들은 해산 발표 직후부터 ‘스마프 해체 반대 운동’을 벌이는 등 아쉬워하고 있다. 38만 명의 해산 반대 서명이 소속사에 전달됐고, ‘세상에 하나뿐인 꽃’ 싱글CD 구매 운동이 벌어져 40만 장 이상이 팔렸다. 소속사인 자니스 측은 멤버 5명이 해산 후에도 소속사에 잔류해 개인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