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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월 30일로 예정됐던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초청을 철회한 것은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전례 없이 연속적으로 B-52H 전략폭격기를 조선반도 상공에 들이밀어 핵폭격 훈련을 벌이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고 모처럼 마련됐던 인도주의 대화 분위기를 한순간에 망쳐놓았다”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가 뉴욕 통로를 통해 (폭격기 문제를) 미국에 통보했음에도 미국이 (우리의 방북 초청 철회에 대해) ‘놀랍다’고 딴전을 피운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31일 성명에서 “북한의 초청 철회 결정이 놀랍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미국은 케네스 배(배준호) 씨의 건강을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킹 특사의 방북이 예정보다 늦게라도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킹 특사의 방북 초청을 철회한 이유로 미국의 전략폭격기 출격을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8월 19∼27일 진행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에 전략폭격기 문제 등에 대해 특별한 비난 없이 사실상 침묵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배 씨의 석방 문제를 북-미대화나 6자회담과 연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자 북한은 배 씨의 석방으로 얻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킹 특사 방북 초청을 철회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철중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tnf@donga.com}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면서 진보 진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진당과 같이 엮였다가는 정치권에서 매장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 의원이 주도하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5·12 회합 녹취록을 통해 종북(從北) 세력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보의 영역에서 종북을 제외하고 ‘진짜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혐의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하였다는 것인데,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존재하는 공당이고 그 소속원이라면 이번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진실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실체가 밝혀지도록 철저하고 엄중하게 수사되어야 한다.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공당,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로 임하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천호선 대표도 전날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진보정당에 대한 공안탄압으로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왜 이 시점에 공개수사를 하나”라며 의심을 던졌던 것에서 벗어나 주말을 기점으로 통진당과 분명한 선긋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특히 심 대표는 한때 이석기 의원 등과 통합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19대 총선을 같이 치른 사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종북’과 ‘진보’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왔다. 종북성향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통진당이 당명에 ‘진보’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 민주노동당 출신인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한국의 진보가 발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종북을 사상, 방법 등의 ‘작은 차이’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의 이론가로 평가받는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진보와 종북은 친일과 친미에 반대하면서 근본 가치관이나 역사관을 공유함으로써 북한에 우호적 태도를 취해왔다”며 “정통 진보진영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진화했지만 종북세력은 발달장애를 겪으며 옛날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이후에도 진보 세력과 종북세력이 수구세력에 대항한다는 명분과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실리적 계산으로 연대의 틀을 유지하면서 종북세력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2008년 심상정 의원, 노회찬 전 의원이 ‘종북주의’를 문제삼아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을 창당해 떨어져나와 놓고도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통진당이란 간판으로 합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적 이해 때문에 진보에서 종북의 꼬리를 떼어내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내란음모 사건이 진보진영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상당수 진보 세력은 통진당과 선을 긋고 있다. 김 소장은 “종북세력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수십 년에 걸쳐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던 시대가 드디어 끝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정부와 주민을 대하는 진보 진영의 태도가 분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여파로 이석기 의원 등과 갈라선 유시민 전 통진당 공동대표만 해도 “뉴스가 온통 이석기 의원…이 의원 쪽도, 국정원도 다 제정신 아닌 것 같네요. 말로 하는, 그것도 벌써 철 지난 병정놀이 하는 건데, 거기에다 내란음모죄를 씌우는 황당한 정치공작…자유당 시절 데자뷔!”(지난달 31일 트위터)라며 여전히 양비론을 펴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이석기 일당’과 선을 긋고 최악의 인권유린 상태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공표하는 것이 한국 진보가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길진균·김철중 기자 leon@donga.com}
“나 같은 외국인도 비무장지대(DMZ)를 지날 수 있는데 왜 한국인들은 안 되는지 아이러니하다.” 오토바이 탐험가인 개러스 모건 박사(60)는 29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O)에서 기자들을 만나 “DMZ를 지날 때 경치가 매우 환상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한 종단 여행에 나선 모건 박사 등 뉴질랜드인 5명은 이날 군사분계선(MDL)을 지나 북에서 남으로 넘어왔다. 외국인이 남북 당국의 승인을 받아 오토바이를 탄 채 DMZ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7월 말 러시아 마가단 주에서 출발해 이달 16일 두만강 철교를 넘어 북한에 들어갔다. 이후 백두산 함흥 원산 평양 등을 두루 누볐다. 모건 박사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북한에 대해 배고픔, 빈곤 등을 떠올렸지만 실제로 보니 매우 아름다웠다”며 “농촌 지역을 지날 때에는 마치 뉴질랜드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모건 박사는 지난해 평양을 방문해 북한 고위층 인사 3명과 이번 여행의 일정과 경로를 사전에 논의했다. 이번 북한 체류 기간에는 북한 측 방송국 관계자들이 따라 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모건 박사는 ‘북한 주민들이 접촉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모두 친절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주민을) 더이상 우리와 다른 부류로 여기지 말고 단지 시스템이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으로 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모건 박사 일행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기원하고 분단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뜻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이번 여정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서울 속초 대전 완도 제주 등을 들른 뒤 다음 달 17일 부산에서 ‘오토바이 한반도 탐험’을 마무리 짓고 출국할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우리가 대학 다니던 전두환 정권 때 정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며 혁명을 꿈꾸는 종북세력이다.” 1980년대 주체사상의 교본으로 쓰인 ‘강철서신’의 저자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사진)은 내란음모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1992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중앙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핵심간부였던 이 의원과 함께 활동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 의원에 대해 “1989년 반제청년동맹 조직을 할 때 처음 알게 됐다. 당시 그는 조직노선을 잘 따랐으며 조직장악력도 매우 높았다”고 기억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기동부연합 세력에 대해 “혁명을 꿈꾸는 비이념형 종북세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체사상 등 이론을 연구하던 사람들이 주도했지만 지금은 반미활동을 하며 북한의 노선을 추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동부연합과 통합진보당의 성향을 비춰 봤을 때 내란모의를 할 만한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민혁당 활동을 할 당시에도 치밀하게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군대는 어떻게 하고 경찰은 어떻게’라는 식으로 우리끼리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보통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런 얘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의원이 수백 명이 모인 자리에서 했다면 지나가는 말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이들을 내란음모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1980, 90년대에도 운동권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지만 내란으로 처벌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물론 학생들이 한 얘기와 지금 사건을 똑같은 비중으로 다룰 순 없지만 주요 국가기관을 파괴하려고 했다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활동과 혐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김철중·이정은 기자 tnf@donga.com}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실상에 대해) 신뢰할 만한 반복적인 증언들이 나왔고 모든 결론이 한 방향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의 COI 위원은 18일 방한해 정부 당국과 탈북자들에게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의견을 수집했고 이날 기자회견을 끝으로 국내 조사활동을 마쳤다. 그는 “공청회에 참가한 증인들에게서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았다”며 “북한 내 여성 인신매매, 수용시설에서의 여성 학대, 국제 해적 행위 등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에 대해 인권조사단의 방북을 허용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는 (우리에게) 직접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쌓인 증언에 대해 북측이 대답을 안 하면 결과는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인권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소동을 벌이는 것은 대화 분위기가 비위에 거슬리거나 그것을 깨기 위한 것”이라며 COI 활동을 비난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방한 중인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은 26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공허한 약속이나 거짓말에 대해 절대 인센티브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매케인 의원은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 초당적인 굳건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북한을 계속 압박해야 하고 6자회담도 재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케인 의원은 1박 2일의 짧은 방한 일정에도 탈북자 단체 대표들을 만나는 등 북한 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북한의 강제수용소를 겪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알았고, 우리가 그들을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매케인 의원과 함께 방한한 셸던 화이트하우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을 맺자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의 조치 없이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어렵고 더욱이 북한의 인권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너무 잔악하고 극악무도한 문제이며 이러한 과거의 아픈 기억에 대한 고통을 줄이는 일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이 평화헌법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지금 현실은 일본의 평화헌법이 제정됐을 때와 다르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매케인 의원은 한일관계를 회복하고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김정은)는 핵무기 보유를 시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동중국해 영토 분쟁 등에서 자기 목소리를 두드러지게 내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공통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미일 3국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각국이 상당히 힘겨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역사 문제로 한중일 3국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역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미래 지향적인 선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아주 깊은 성찰과 국제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날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필요한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유엔은 내부적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법적 정치적 제도적 검토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남북한이 23일 열린 적십자 간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내달 25일 갖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날짜로 정해진 ‘9월 25일’이 당초 정부가 북측에 역(逆)제의한 금강산관광 관련 실무회담의 날짜와 같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전후한 양측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추석(9월 19일)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고 제의한 이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말도 반납한 채 준비를 서둘렀다. 반면 북한은 1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관련 접촉 하루 전에 금강산관광 회담을 갖자”며 두 사안을 연계하려 했다. 금강산 회담을 앞세우고 이산가족 상봉 날짜는 뒤로 미루려고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 양측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쟁점이 됐던 이산가족 상봉 장소와 규모뿐 아니라 시기에 대해서도 밀고 당기기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측은 금강산관광 회담 개최 가능성이 있는 9월 25일 이전에 상봉행사를 갖자고 요구하고, 북측은 금강산관광 회담 이후를 주장하다가 중간 지점에서 절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금강산 관련 실무접촉을 8월 말 또는 9월 초로 당기자는 북한의 제의에 대해 이르면 이번 주초에 북측에 답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제의한 대로 25일로 회담 날짜를 재차 제의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각에서는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회담 날짜를 당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요구대로 8월 말에 하는 방안이나 아예 25일 이후에 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정부가 제시한 방안대로 25일 당일 혹은 다소 앞당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5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상회담을 통해서 남북 간에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이 많은 문제를 한 번에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상들 간에 만나서 큰 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인식의 정상회담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어떤 의미에서는 정상들이 만나서 ‘아, 이런 문제 정도는 이제 좀 풀어야 되겠다’ 하는 그런 때가 있을 거라고 본다”며 회담 성사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서 5·24조치가 해제 수순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개성공단 정상화가 5·24조치와 저촉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당연히 유념을 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북한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5·24조치를 조금 이완시키면 우리 국민 정서상 그걸 수용하기가 참 어렵다”고 덧붙였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제21회 한일포럼은 24일 폐막식에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식민지 침략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죄 표명)와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지향한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의의를 재확인해야 할 때”라는 내용의 한일공동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최근 한일 양국은 역사 인식의 정치적 쟁점화로 마찰을 빚고, 이에 민간교류 및 경제관계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양국은 역사로부터 비롯된 문제가 한일관계 전체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하여 대국적 견지에서 대처하여야 한다”며 “양국은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2015년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일포럼은 국제교류재단이 주관하는 연례행사로 22∼2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올해에는 양국의 정계 학계 재계 언론계 관계자 69명이 참가했다. 한일포럼은 폐막식에서 “양국이 다양한 레벨의 대화 채널을 강화하고, 나아가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22일 북한을 방문해 공단 설비를 점검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42개 입주기업 관계자 152명과 당국자 및 유관기관을 포함해 총 253명이 차량 134대에 나눠 타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시설점검을 마치고 귀환했다. 이들의 방북은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뒤 처음이며, 지난달 19일 공단 설비 점검차 방북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기계 등의 상태를 살펴보고 돌아온 입주기업인들은 “설비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었다”며 안도했다. 김석철 소노쿠쿠진웨어 대표는 “한 달 전에 비해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며 “오히려 공장 내 습기도 많이 빠졌고 바닥에 고인 물도 말라 있었다”고 전했다. 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는 “이르면 하루 이틀 안에 설비를 복구하고 가동할 수 있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공단이 하루빨리 재가동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철 제시콤 대표는 “공단 정상화가 결정되자 그 사이 아웃소싱을 맡아왔던 중국 업체가 곧 물량이 끊길 것으로 보고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걱정했다.김호경·김철중 기자 whalefisher@donga.com}
“최근 들어 한일 양국의 정상이 대화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러한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사진) 전 일본 총리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막된 한일포럼 특별강연을 통해 “한일 양국은 중장기적으로 공통의 과제가 많다. 양국이 빨리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에 큰 화근을 남길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한일 간 불신의 고리를 끊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양국 국민의 내셔널리즘이 좁고 배타적인 방향을 향하려 할 때 이에 편승하고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강한 의지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교류해 왔고 언어적 공통점 등 너무 가까운 존재라 잘되면 거만해지고 잘 안 되면 상대를 비난한다”며 “양국의 리더십을 통해 이러한 유혹을 이겨내고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4일까지 열리는 한일포럼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일본국제교류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연례행사로 이번이 21회째다. 올해 한국 측 회장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일본 측 회장은 모기 유자부로(茂木友三郞) 기코망 사장이 맡았다. 한편 일본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방한해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했다. 이하라 국장은 조 본부장에게 “한일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협력 정신을 토대로 북핵 문제 해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중·조숭호 기자 tnf@donga.com}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과 세슘의 해양 유출량이 최대 30조 베크렐(방사성 물질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에 달한다고 도쿄전력이 인정했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오염수 배출 방지공사를 실시한 2011년 5월 이후 최근까지 바다로 유출된 오염수의 양과 원전 앞 항만의 방사성 물질 농도 등을 토대로 이같이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스트론튬은 하루에 30억∼100억 베크렐씩 총 10조 베크렐이, 세슘은 하루 40억∼200억 베크렐씩 최대 20조 베크렐이 유출됐다. 이 같은 수치는 정상적으로 원전을 가동할 때의 연간 방사성 물질 배출 관리기준(2200억 베크렐)의 100배를 넘는 것이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정부가 규정한 배출 한도는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는 지상과 지하를 가리지 않고 계속 유출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도쿄전력은 지하수가 원전용지로 흘러들기 전 빼내 바다로 흘려보낸다는 계획이지만 탱크에서 유출된 오염수가 지하수와 섞여버리면 오염수 처리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정부가 14일 일본 외무성에 오염수 유출 현황과 일본 측 대응 조치에 관한 정보 제공을 요청한 데 대해 일본 측이 조속히 답변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고텐바=배극인 특파원·김철중 기자 bae2150@donga.com}
북한이 9월 25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갖자는 정부의 제안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오늘 판문점 연락채널의 연장근무를 요청했지만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관련 수정합의안을 보내왔을 뿐 특별한 답변 없이 근무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로써 북한이 제의한 22일 금강산관광 관련 회담은 사실상 무산됐다. 북측은 23일로 예고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장소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당국자는 “우리 측이 제안한 대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진행할 경우 이미 준비가 돼 있어 23일 회담 개최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남북관계는 불신이 매우 높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주도해 신뢰에 입각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고 밝혔다. 간담회는 새 정부 취임 6개월 만에 발간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해설서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설서에는 △신뢰 형성과 비핵화 진전에 따른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의 발전적 계승 등 추진과제 등이 정리돼 있다. 류 장관은 “신뢰는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며 교류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서 축적될 수 있다”면서 “다만 평화를 깨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단호히 대처하는 것도 신뢰 형성 과정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관련해 “(금강산관광에 대한) 남북의 쟁점 자체는 복잡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남북관계 전체를 놓고 볼 때 금강산관광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22일 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처음으로 시설 점검차 방북한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 제의와 관련해 “9월 25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수정 제의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0일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5년이 경과하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발전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급하게 회담을 개최하기보다는 다음 달 25일에 열자는 전통문을 오후 6시 50분경 통일부 명의로 북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는 추석(9월 19일)을 전후해 열릴 예정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분리한다는 종래의 의사를 반영한 조치다. 다만 회담 장소는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을 수용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일 오후 1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로 보내온 통지문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은 연관돼 있고 서로 분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자신들의 제의에 남측이 호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고,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부터 23일 판문점에서 하자는 19일 남측 제안에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1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 “22일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을, 23일 이산가족 상봉 관련 실무접촉을 금강산에서 갖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당초 정부는 회담 장소가 금강산이라는 점에도 부정적 태도를 보였으나 9월 25일이면 금강산에서 이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뤄진 다음이어서 장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부가 금강산 회담을 수정 제안함에 따라 관광 재개를 논의하겠다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 ‘금강산관광 회담후 이산상봉’ 北 연계에 ‘이산상봉 행사뒤 금강산회담’ 분리 대응 ▼7월 10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관광 재개를 연계해 두 회담을 열자고 했을 때 정부는 ‘우선 개성공단에 집중해야 한다’며 금강산 회담 자체를 거부했었다. 회담이 시작되면 남북 간에는 관광 중단의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내건 관광 재개의 조건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3가지였다. 또 관광 중단 이후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측 관리 인력을 내쫓고 면회소 등 시설을 몰수한 것에 대한 보상 문제도 정리돼야 한다. 아울러 관광이 재개될 경우 대가를 종전처럼 현금으로 지급할 것이냐를 놓고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현금 지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저촉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094호는 ‘북한 핵, 탄도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등에 기여할 수 있는 대량 현금(벌크캐시)’을 북한과 주고받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하지만 유엔은 ‘경제·사회적 발전을 위한 원조’는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관광대금의 성격을 놓고 남북 간에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한국이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지 않으면 유엔이 이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은 의도적인 딴죽 걸기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대해 “모처럼 마련된 북남 사이의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상대방을 모독하는 용납 못할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한 것에 대해서도 “남조선 당국자는 이 전쟁모의에서 (중략) 호전적 망발을 거리낌 없이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조숭호·김철중 기자 shcho@donga.com}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관련 실무접촉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분리해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북한의 제의를 받은 지 하루가 지난 19일에도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산가족 문제를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어제 정부가 이산가족 부분만 언급한 것은 두 사안을 별개로 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문제에서 소위 ‘끼워넣기식’으로 특정 사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에서 개성공단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금강산관광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부는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의 피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됐던 만큼 확실한 책임규명 없이 재개 논의에 나설 수 없다는 태도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강산관광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포함되지 않지만 입장료 지불 등 현금 지원 성격이 강해 유엔 조치와 상충될 수 있다”면서 “경제협력 의미가 큰 개성공단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제안한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이 적극 수용해 이를 계기로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발전돼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 논의가 이산가족 상봉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정부는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을 이산가족 상봉 뒤로 미루자고 역제의를 하거나 일단 회담에 나가 정부의 원칙을 직접 전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군사연습 첫날인 19일 오전 8시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지하 벙커) 상황실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하 벙커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 NSC를 주재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오전 9시부터 위기관리센터 회의실로 옮겨 을지연습에 따른 ‘을지 국무회의’를 열었다. 30분 뒤 같은 장소에서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일반 국무회의’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 모두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었다. 위기관리센터 회의실은 전시(戰時)에 비상 국무회의를 여는 곳으로 박 대통령이 이곳에서 회의를 연 것도 처음이다. 지하 벙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여는 등 자주 회의를 했던 곳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회의를 여는 걸 자제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정부도 을지연습에 따라 NSC와 국무회의를 위기관리센터에서 열었다”고 말했으나 안보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을지 국무회의’에서 “천하가 태평하다고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는 말을 인용하며 수도권과 후방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북한의 테러와 생화학 무기 공격 등 세세한 부분까지 대비태세 지침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개전 초기 (북한의) 장사정포 포격 시에 주민 대피와 방호시설을 점검하고 수도권과 후방 지역에 대한 테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사이버 공격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을 비롯해 최근 나타나는 새로운 도발 양상을 고려한 훈련에도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보유한 다양한 생화학무기가 사용될 경우 많은 의약품이 일시에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탄저균 같은 생물학 무기의 치료제나 백신이 충분히 구비돼 있는지, 화학무기가 사용될 경우 군과 민간 모두 충분한 의약품 보급을 받을 수 있는지, 의약품 생산 공장들이 포격을 당할 경우 대안이 있는지 치밀하게 고려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시설이 폭격받을 경우 전기 수도 가스 등을 공급받지 못할 상황일 때 전시 비상식량이 충분한지, 민간에 보급되는 전시 식품이 전기 수도 가스 없이 만들어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 달라”는 지시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대비는 국가안보와 국민안위에 가장 필수적인 것으로, 한시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안보태세를 강조한 것은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했지만 여성 대통령으로서 안보에 약점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테러와 생화학 무기 공격 징후 첩보를 감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을지 국무회의’에서 “1968년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을지연습이 시작됐다”고 말한 것처럼 청와대 기습사건에 대한 악몽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편 북한은 을지연습에 대한 비난을 자제한 채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남북이 불신하고 대결하던 과거를 털어버릴 때가 됐다. 남북관계 개선의 비결은 ‘우리 민족끼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외세 의존, 외세와의 공조에 계속 매달린다면 신뢰는 고사하고 대결의 악몽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는 정도로 을지연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어떤 경우에도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윤완준·김철중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간 실무 접촉을 23일에 갖자’는 남한의 제안을 18일 수용했다. 그러나 회담 장소는 남한 제안(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을 받아들이지 않고 금강산을 역(逆)제의했다. 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이산가족 상봉 관련 접촉 하루 전인 22일에 개최하자고 추가 제의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오후 5시경 대변인 담화를 통해 “오는 추석을 계기로 금강산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진행하며 10·4선언 발표일에 즈음하여 화상상봉을 진행하도록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한 북남적십자 실무회담은 남측의 제안대로 23일에 개최하도록 한다. 장소는 금강산으로 하여 실무회담 기간에 면회소도 돌아보고 현지에서 그 이용 대책을 세우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조평통 대변인은 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한 뒤 “(이 회담에서는) 관광객 사건 재발 방지 문제, 신변 안전 문제, 재산 문제 등 남측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에 이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온 겨레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기쁨을 안겨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 15분경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우리 측의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 관련 제안에 동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변인은 “회담 장소는 당초 우리 측이 제의한 대로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할 것을 다시 제의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북한이 제의한 금강산 관광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남과 북은 지난달 개성공단 정상화 관련 1차 실무회담 장소를 놓고서도 남한은 판문점 평화의 집, 북한은 개성공단을 각각 제안하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결국 1차 회담 장소는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절충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금강산 관광 회담 개최 여부가 이산가족 상봉 회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그것이 북한의 노림수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4개월여 동안 멈춰 있던 개성공단의 기반시설이 대체로 양호해 재가동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KT 수자원공사로 구성된 남측 시설점검팀 30명이 17일 개성공단에 들어가 전력 통신 용수 관련 시설을 점검한 결과다. 방북했던 한전의 개성공단 담당자는 18일 “장마철에 침수됐던 곳들도 양호한 상태”라며 “입주기업들이 설비를 점검하는 데는 문제가 없고, 재가동 일정에 맞춰 송전방식을 바꿔 전력량을 끌어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통신 설비도 곧바로 재개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점검팀의 다른 관계자가 전했다. 19일에는 환경분야 전문 인력이 추가된 총 34명의 점검팀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2차 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입주기업들도 이번 주 순차적으로 설비 점검을 위해 방북할 예정이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합의사항 중 하나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을 위해 이르면 19일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북측과 본격적인 협의를 제의할 방침이다. 한편 북한은 19일 시작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군사연습과 관련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UFG를 ‘북침전쟁연습’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 관계자는 “UFG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협의나 향후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 박영호 △북한연구센터 〃 박형중 △국제관계연구센터 〃 전병곤 △북한인권연구센터 〃 이금순 △통일학술정보센터 〃 김수암 △기획조정실 연구협력부장 이기현 △〃 대외협력부장 김장호 ◇한림성심대 △평생학습처장 겸 평생교육원장 홍성욱}
남북관계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계기로 화해·협력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한적)는 16일 국제적십자연맹(IFRC)의 요청을 받아 북한 수해 복구를 위한 구호물자 구매를 위해 10만 달러(약 1억1200만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적이 북한에 구호물품을 보내는 것은 2010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대북 수해지원에 대해 유보적이었던 정부의 태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이날 북한에 제안한 대로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해 23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게 되면 인도적 지원 문제도 논의할 방침이다. 북한은 역대 적십자 회담에서 식량 지원 등을 요청해왔다. 정부 일각에서는 “쌀 지원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기는 어렵고 수해지원 명목으로 구호물자를 우선적으로 북으로 보내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단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영유아 및 취약계층 지원과 관련해 5개 국내 민간단체와 유니세프의 대북 지원을 승인했다. 정부의 결정 이후 현재까지 5개 단체가 추가로 대북 지원을 신청했고 기존에 보류된 단체를 포함해 총 9개 민간단체의 신청 10건이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유엔도 개성공단 합의 타결과 이산가족 상봉 제의 소식이 전해진 15일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을 촉구했다. 유엔은 세계식량계획(WFP) 등 산하기구를 통해 대북 지원을 해왔다. 한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남북 관계의 변화 기류가 나타나고 있어 그동안 정부의 승인 거절을 우려했던 국내외 단체들도 인도적 지원 요청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민간의 인도적 지원이 쏟아질 경우 자칫 ‘대북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승인하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추가 지원 승인을 결정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며 “수해지원 여부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밝혔지만 개성공단의 실질적 재가동은 물론이고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또 다른 고민이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수십만 t의 식량 지원은 정치적 목적이 반영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민간과 협의해 소규모라도 꾸준하게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북한 내 분배에 대한 모니터링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는 16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23일에 갖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번 추석(9월 19일)에 이산가족 상봉을 희망한다”고 제안한 데 따른 정부의 후속 조치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오전 11시 40분경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23일 판문점 내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실무접촉을 갖자는 내용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통지문은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의 강수린 위원장 앞으로 보냈다. 당국자는 “북측이 순수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접촉에 적극 응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날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실무접촉에 나서면 양측은 이산가족의 상봉 시기와 장소, 규모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한국전력, KT, 수자원공사 등을 포함한 남측 시설 점검팀 30명이 차량 12대에 나눠 타고 17일 방북할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