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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72·네덜란드·사진)이 중국 21세 이하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중국축구협회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히딩크 감독이 10월부터 21세 이하 대표팀을 이끈다. 21세 이하 대표팀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내년 3월)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1997년생 위주로 구성된 21세 이하 대표팀을 꾸려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리더십이 도쿄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의 구체적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히딩크 감독은 중국축구협회와 3년 계약을 맺었다. 연봉은 400만 유로(약 52억1800만 원)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앞서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매체 베로니카 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사령탑 부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은퇴할 나이가 됐지만 좋은 자리를 얻게 됐다. 1차 목표는 도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는 것이며, 그들(중국 21세 이하 대표팀)은 충분히 올림픽에 출전할 만한 실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9)의 ‘원 포인트 레슨’ 1호 수강생은 왼쪽 측면 수비수 홍철(수원)이었다. 대표팀 소집 후 첫 전술 훈련은 측면 공격 전개였다. 중앙 수비수가 측면에 위치한 홍철에게 긴 패스를 연결하면 홍철이 골문으로 쇄도하는 공격수에게 크로스를 올렸다. 벤투 감독은 홍철을 따로 부른 뒤 크로스 각도와 타이밍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홍철이 바나나처럼 휘어 들어가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성공시키자 벤투 감독은 “나이스!”라고 외치며 박수를 쳤다. 첫 경기에서 빠른 공수전환을 보여준 ‘벤투호’의 공격은 측면에서 시작된다. 벤투 감독은 측면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것을 선호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 때도 수비를 견고히 한 뒤 측면 수비수의 공격 가담으로 빠른 공수전환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 측면 수비수들이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한국 57위) 칠레는 끈끈한 조직력이 장점인 팀. 대표팀 측면 수비진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멤버인 이용(전북)과 홍철이 건재한 가운데 윤석영(FC서울)과 김문환(부산)이 주전 경쟁에 도전장을 낸 모양새다.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7일·한국 2-0 승)에서는 이용과 홍철이 선발 출전했다. 왼발 킥이 장점인 홍철은 예리한 크로스를 선보였고, 이용은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줬다.칠레전에서는 윤석영과 김문환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 측면 수비수 윤석영은 2016년 10월 캐나다와의 친선 경기 이후 1년 11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에서 뛰던 그는 6월 FC서울로 임대 이적한 뒤 부활했다. 서울 관계자는 “가시와 레이솔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윤석영이지만 서울에서는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경기력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윤석영은 올 시즌 12경기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홍철과 경쟁하는 윤석영은 “홍철이 코스타리카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 큰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문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의 활약을 통해 대표팀에 입성했다. 과거 공격수로 뛰었던 그는 재치 있는 돌파가 장점이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김문환은 후반 41분에 교체 투입된 탓에 장점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이용과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는 김문환은 “성인 대표팀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화끈한 경기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은 벤투호의 인기는 칠레전에서도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판매한 칠레전 티켓이 10일 오전에 모두 매진되고, 현장 판매분(200장)만 남아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유효 좌석 4만760석)이 팬들로 가득 찬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양 팀 감독도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벤투 감독은 소속팀과 대표팀의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이 일고 있는 손흥민(토트넘)을 칠레전에도 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선수는 칠레전에 나설 수 있는 정상적인 컨디션이다”고 말했다. 최정예 멤버로 칠레를 꺾어 보겠다는 것이다. 레이날도 루에다 칠레 감독은 “한국 성인 대표팀과 아시아경기 대표팀(23세 이하)의 경기를 모두 분석했다. 강한 집중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루에다 감독은 ‘칠레 대표팀 선수가 최근 한국 팬의 사진 촬영 요청에 손가락으로 양쪽 눈가를 당기는 인종차별적 포즈를 취했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축구에 관한 질문만 해달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9)은 좀처럼 웃지 않았다. 한국 사령탑 부임 후 첫 경기였던 7일 코스타리카전(2-0 한국 승)에서 그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한국의 골이 터졌을 때도 주먹을 불끈 쥐었을 뿐 표정 변화는 없었다. 평가전 결과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선수들의 전술 수행 능력을 테스트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기성용(뉴캐슬)은 “새 감독님이 오시면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뛴다. 앞으로도 이런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벤투호’는 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의 강호 칠레(한국 57위)와 평가전을 치른다. 칠레전에서는 아시아경기 득점왕 황의조(감바 오사카·사진)와 미드필더 황인범(아산 무궁화FC) 등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금메달 멤버들이 집중 점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벤투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서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황의조와 황인범을 선발로 내세우지 않았다. 황의조와 황인범은 코스타리카전에 교체로 출전해 각각 23분, 10분을 뛰었다. 체력을 비축한 둘은 칠레전에서 본격적인 대표팀 주전 경쟁에 나선다. 황의조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최전방 원톱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벤투 감독은 “원톱이 중앙에만 위치하기보다는 많이 움직여서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시아경기에서 황의조는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 뒤 공간을 허무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또한 측면을 오가면서 연계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모로코와의 친선경기 이후 약 11개월 만에 성인 대표팀에 복귀한 황의조는 생존 경쟁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각오다. 그는 “대표팀에 복귀해 관중의 함성 소리를 들으니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드필더에서는 ‘재간둥이’ 황인범이 선발 출격 대기 중이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에 대해 “아시아경기에서의 활약을 직접 보고 대표팀에 발탁했다. 그는 좋은 기술력과 패스 능력을 갖췄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생애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황인범이지만 황의조, 손흥민(토트넘) 등 아시아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팀 전술에 적응할 수 있다. 황인범은 “최대한 편하게 아시아경기에서 한 것처럼만 하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칠레의 에이스인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FC바르셀로나)은 경계 대상 1호다. 유벤투스(이탈리아),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유럽 명문 클럽을 두루 거쳐 올 시즌부터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그는 공격 전개 능력과 강력한 압박 능력을 모두 갖춘 ‘만능 미드필더’다. 당초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달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팀 훈련에 평소처럼 참가했고, 체육관에서 하체 운동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손흥민(토트넘)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 영국 축구사이트 ‘90min’은 최근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의 체력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7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83분을 뛰었다는 소식을 접한 토트넘 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한국 대표팀에 손흥민을 쉬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외신과 토트넘 팬들의 지적대로 손흥민은 올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혹독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5월 13일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러시아 월드컵 준비에 돌입했다. 온두라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을 치른 뒤 오스트리아로 출국해 월드컵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해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6월 29일 월드컵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짧은 휴식을 취한 그는 7월 16일 영국으로 출국해 토트넘의 프리시즌 훈련에 참가했다. 미국, 스페인 등에서 프리시즌 경기를 치른 그는 영국으로 돌아와 뉴캐슬과의 2018∼2019시즌 EPL 개막전에 나섰다. 이후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참가해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아시아경기에서 2일 간격의 조별리그는 물론이고 16강부터 결승까지 6경기에 출전해 매번 다리에 경련이 일 정도로 뛰었다. 손흥민은 “중고교 이후 이렇게 (많이) 뛰어본 건 처음이다”라며 “(주장인) 내가 피곤해하면 다른 선수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더 땀 흘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한 뒤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성인 대표팀에 합류해 코스타리카전에 출전했다. 5월 13일 레스터시티전을 시작으로 코스타리카전까지 118일 동안 손흥민은 20경기를 소화했다. 5.9일에 한 번꼴로 경기에 나선 셈. 경기 출전 시간은 1409분(추가시간 제외)에 달한다. 또한 그는 영국→한국→오스트리아→러시아→한국→영국→미국→스페인→영국→인도네시아→한국으로 10번이나 국경을 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장시간 이동에 따른 체력 소모도 심했다. 손흥민은 칠레전(11일)을 마친 뒤에는 소속팀으로 돌아가 다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래도 ‘슈퍼 소니’ 손흥민은 늘 최선을 강조한다. “축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리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마지막 시리즈(2발)를 남겨두고 1위 아르템 체르노우소프(러시아)와 2위 진종오(39·KT)의 점수 차는 1.6점이었다. 서바이벌 방식의 결선에서 줄곧 선두를 달린 체르노우소프와 한때 7.2점 차까지 벌어지며 탈락 위기까지 몰렸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2위까지 올라온 진종오였다. ‘러시아 선수가 오늘 너무 잘 쏴서 절대 이길 수 없겠다. 욕심은 버리되 한 발이라도 신중하게 쏘자.’ 이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 진종오의 ‘욕심을 버린 한 발’은 그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놓았다. 크게 한숨을 내쉰 뒤 격발에 들어간 진종오는 10.3, 10.4점을 기록한 반면 체르노우소프는 9.1, 10.0점에 그치면서 흔들렸다. 극적으로 동점(241.5점)을 만든 진종오는 슛오프(1발)에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10.3점을 쏴 9.5점에 그친 체르노우소프를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결선 사격장을 가득 메운 400여 명의 한국 관중은 “진종오”를 연호했다. 반면 ‘부부젤라’까지 불며 열광적 응원을 펼치던 러시아 관중은 침묵에 휩싸였다. 진종오는 6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공기권총 10m 개인전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또한 그는 이 종목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집중력의 신’ 진종오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초반에 흔들려도 끝내 역전을 만들어내는 ‘진종오스러운 경기’였다”며 웃었다. 우승 확정 직후 진종오는 올림픽 금메달 때도 흘리지 않았던 굵은 눈물을 흘렸다. 주최 측의 미숙한 경기 운영과 불운이 겹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공기권총 10m가 떠올랐기 때문. “아시아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내서 욕도 많이 먹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생애 첫 아시아경기 개인전 금메달을 노렸던 진종오는 경기 전 시험 사격의 마지막 1발이 전자 표적 모니터에 보이지 않는 오류에 휘말린 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려 5위에 그쳤다. 진종오는 “당시 장염까지 걸려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음식도 가려 먹고 양치도 생수로 했는데….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이 겹치면서 한순간에 무너져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열린 본선에서 진종오는 실수가 겹쳐 5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하지만 진종오는 메달 주인공을 가리는 결선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아시아경기에서의 불운을 털어냈다. 진종오는 “실수 한 발로 평생 후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선수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런 그에게 올림픽 목표를 물었다.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오늘 하루만큼은 사격을 잊고 기쁨을 즐기고 싶어요.” 창원=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가 레알 마드리드(레알)를 떠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가 라이벌 호날두의 이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메시는 4일 스페인 ‘카탈루냐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호날두가 이적했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호날두와 메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를 나란히 5회씩 수상하며 자존심 경쟁을 벌여왔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소속 호날두와 FC바르셀로나(바르사) 소속 메시의 리그 맞대결은 세계적 흥행 카드였다. 하지만 호날두가 7월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당분간 둘이 같은 리그(유럽클럽대항전 제외)에서 맞붙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메시는 “레알은 세계적 팀이지만 호날두가 없기 때문에 전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날두가 합류한 유벤투스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려 볼 수 있는 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무대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나선 호날두와 달리 메시는 바르사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메시는 “나는 바르사에 머물 것이다. 우리 가족들도 이곳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2019시즌 초반 메시와 호날두의 명암은 엇갈리고 있다. 메시는 프리메라리가 3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는 등 계속 골 감각을 뽐내고 있다. 반면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이탈리아 무대로 옮긴 호날두는 세리에A 3경기에 출전했지만 아직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은 “이탈리아 리그는 다른 리그보다 수비수들의 수준이 높다. 호날두에게는 새로운 리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2017∼2018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하는 개인상 수상 경쟁에서는 호날두가 앞서가고 있는 모양새다. 4일 호날두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 최종 후보 3인에 선정됐다. 그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수상 경쟁을 펼친다. 반면에 메시는 12년 만에 최종 후보에서 탈락했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레알의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메시가 이끄는 바르사는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그쳤다.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메시는 이번 시즌 최우선 목표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잡았다. 메시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야 한다. 바르사는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나이스 크로스!” “더 해보자! 더!” 3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는 외국인 코치들의 격려와 선수들의 힘찬 기합 소리가 함께 울려 퍼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49·포르투갈·사진) 부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의 공식 훈련이었다. 이날 NFC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정전으로 조명탑 불까지 꺼지는 등 악조건이었지만 새 사령탑의 눈도장을 받으려는 선수들은 약 1시간 동안 치열하게 공격 전개 훈련 등을 소화했다. 벤투 감독은 날카로운 눈매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어로 (선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조금 어렵다”면서도 “선수들에 대해서는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코스타리카)과 11일(칠레)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둔 벤투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한 기존 멤버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젊은 피’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아시아경기에 참가한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긍정적 분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그들의 능력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 유형도 설명했다. “신체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다.” 아시아경기 멤버인 황인범(22·아산 무궁화FC)이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황인범(177cm, 70kg)은 다소 마른 체격이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은 좋은 기술력과 패스 능력을 갖췄다. 체격이 크지 않더라도 적극적이고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중앙 수비수로 출전해 페널티킥을 내주는 등 부진했던 장현수(27·FC도쿄)가 다시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멀티플레이어를 중용하겠다는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장현수는 중앙 수비수 외에도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공수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한국 사령탑 데뷔전을 치르는 벤투 감독은 한국 팀 특유의 색깔을 유지하는 가운데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이 가진 적극성과 강한 정신력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공격과 수비 전술에 변화를 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표팀은 이날 뜻하지 않게 ‘외박’을 하게 됐다. NFC 변압기 문제로 숙소를 비롯한 건물 전체가 정전됐기 때문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은 경기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하루를 보낸 뒤 내일(4일) 다시 NFC에서 훈련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파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징집 위기에 처했던 손흥민이 아시아경기 우승으로 병역 의무를 피하게 됐다.” 한국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2-1로 꺾고 우승하는 순간 영국 BBC, 미국 CNN 등은 손흥민(26·토트넘)의 병역 혜택 소식을 긴급하게 타전했다. 소속팀 토트넘은 트위터를 통해 “소니! 아시아경기 우승 축하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 중인 손흥민의 군 면제는 국내 축구팬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관심사였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공격수였던 게리 리네커는 트위터에 “손흥민을 한국 군대로 2년간 임대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글을 올렸다. EPL에서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명실상부한 ‘월드스타’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8강), 2018 러시아 월드컵(조별리그 탈락) 등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뒤 번번이 굵은 눈물을 흘렸던 ‘울보’ 손흥민이 마침내 활짝 웃었다. 연장 혈투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펄쩍 뛰어올랐다. 한국이 2-1로 앞선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 아웃돼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손흥민은 이승우와 황희찬의 연속 골을 모두 도와 ‘승리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30분(연장전)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골도 넣고 실점도 했는데…. (우승의) 행운이 우리에게 와서 기쁩니다.” 손흥민에게 이번 결승전은 ‘운명의 한판’이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곧바로 병역 문제와 직면하게 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입대 연기 사유인 ‘국외 거주’로는 만 27세까지만 입대 연기를 할 수 있다. 마지노선인 2019년 12월까지 1년 3개월여가 남은 상황이라 손흥민에겐 이번 아시아경기가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대회였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기록하거나,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특례가 주어진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며 유럽에서 꾸준히 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손흥민의 몸값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21골), 2017∼2018시즌(18골)에 연달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가치를 끌어올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지난달 손흥민의 시장 가치(예상 이적료)를 9980만 유로(약 1298억 원)로 측정했다. 아시아경기를 통해 병역 문제까지 해결한 만큼 손흥민의 몸값이 1억 유로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홀가분해진 손흥민이 소속 팀에서 꾸준히 활약을 이어간다면 몸값은 계속해서 오를 것이다”고 전망했다. 손흥민(1골 5도움)은 이번 대회에서 골 욕심을 버리고 팀플레이에 집중하는 ‘변신’도 했다. 2년 전 올림픽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다 득점 기회를 수차례 놓치는 아픔을 겪었던 그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 대신 중앙 미드필더로도 활약하며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주장으로서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며 동료들의 투쟁심을 자극했다. 손흥민은 “잔소리, 나쁜 소리도 많이 했는데 후배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구나’ 하고 받아줘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에게 앞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금메달에 안주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더 노력하자고 했습니다. 또 국민의 응원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국민 덕분에 금메달을 땄습니다. 금메달은 제가 걸고 있지만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울었느냐’는 질문에 “(울지 않으려 했는데) 응원 온 교민들을 보니 살짝 눈물이 났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보고르=김배중 wanted@donga.com / 정윤철 기자}
한국이 일본에 1-0으로 앞선 연장 전반 11분. 프리킥 상황에서 손흥민(토트넘)이 볼을 올려주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황희찬(함부르크)은 돌고래처럼 뛰어올라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에 성공한 그는 일본 응원단 앞을 산책하듯 뛰어갔다. 2010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일본 관중을 바라보면서 보란 듯이 성큼성큼 뛰었던 박지성(은퇴)의 ‘산책 세리머니’를 재연한 것이다. 상징적 세리머니를 마친 황희찬은 동료들과 함께 춤을 추며 또 한 번 기쁨을 나눴다. 일본이 연장 후반 10분에 1골을 만회하면서 황희찬의 골은 한국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우승을 확정한 결승골이 됐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해 대회 2연패와 함께 역대 최다 우승(5회)을 달성했다. 그동안 훈련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경기에서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말을 아꼈던 황희찬이었다. 대회 내내 부진한 경기력 등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부정확한 패스로 공격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았고, 경기에서 패한 뒤 상대 선수와의 인사를 생략해 매너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었지만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로 경고를 받으면서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 순간에 한국의 우승을 확정짓는 골을 터뜨리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황희찬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팀 선수들 모두 더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의 선제골을 터뜨린 이승우(베로나)는 ‘일본 킬러’로 우뚝 섰다. 한국은 63%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일본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했다. 하지만 당돌한 이승우의 ‘한 방’으로 첫 골을 낚았다. 연장 전반 3분 손흥민이 슈팅 기회를 만들기 위해 드리블을 했다. 일본 수비수들은 손흥민에게 슈팅 각도를 주지 않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때 이승우가 공을 낚아채며 왼발 슈팅을 시도해 골을 터뜨렸다. 선배이자 주장인 손흥민이 드리블 중이던 공을 빼앗아(?) 골로 연결한 것. 손흥민은 “드리블하는데 승우가 ‘나와! 나와!’라고 외쳐서 비켜줬다. 승우가 좋은 마무리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골을 성공시킨 뒤 광고판 위에 올라가 세리머니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이승우가 밟고 올라간 광고판은 일본 기업의 것이었다. 이승우는 4년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챔피언십 8강전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말한 뒤 2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각급 대표팀 공식 경기에서 2차례 일본과 맞붙은 그는 한일전에서만 3골(2승)을 챙기며 일본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승우는 “아시아경기에서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성장해 한국을 빛낼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항서 매직’의 베트남은 아랍에미리트와의 3, 4위 결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4위가 됐다. 정윤철 trigger@donga.com / 보고르=김배중 기자}
“우리가 준비한 대로만 경기를 펼친다면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4년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챔피언십 8강전 일본과의 경기를 앞둔 이승우(20·베로나)의 당돌한 인터뷰는 화제가 됐다. 경기에서 지거나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면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숙적’ 일본과의 맞대결이지만 10대였던 그는 두려움이 없었다. 경기에 출전한 그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중앙선 전부터 약 60m를 드리블해 수비수 3명과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성공시키는 등 2골을 폭발시키며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8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이승우는 또 한번 일본을 격침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1일 오후 8시 30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결승전을 벌인다. 한국이 일본을 꺾으면 통산 다섯 번째 우승에 성공한다. 대회 초반 감기 몸살을 앓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승우는 이란과의 16강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컨디션을 되찾기 시작했다. 29일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는 민첩한 움직임을 앞세워 2골을 뽑아내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승우는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를 뚫어내는 돌파력과 창의적인 플레이가 강점이다. 한국의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깜짝 골을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해외 빅 클럽들도 아시아경기에서 맹활약 중인 이승우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스포르트’는 “이승우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AC밀란 등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경기가 이승우의 능력을 보여주는 쇼케이스 무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생애 두 번째 한일전(각급 대표팀 공식 경기 기준)을 앞둔 이승우는 “우리는 결승전에 나서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온 팀이다. 모든 선수가 합심해 마지막 한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은 한일전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여 있다. 수비수 김민재(전북)는 “결승에서 일본에 진다면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농담을 우리끼리 하기도 했다. 일본에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후배들을 단단히 정신 무장시켰다. 그는 베트남전 후 라커룸에서 “우리끼리 새로운 역사를 만들자. 잘 쉬고 잘 회복한 뒤 결승전에 나서서 상대를 부숴 버리자”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황의조는 (내가) 패스만 해주면 골을 성공시킬 정도로 골 감각이 좋다.”(손흥민) “손흥민이 워낙 좋은 패스를 주기 때문에 나는 슈팅에만 집중할 수 있다.”(황의조) 26세 동갑내기 황의조(감바 오사카)-손흥민(토트넘)의 ‘황손 콤비’가 환상적 호흡을 앞세워 한국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결승에 올려놨다. 베트남과의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4강전 전반 28분. 손흥민은 상대 문전으로 쇄도하는 황의조를 힐끗 본 뒤 베트남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히 깨뜨리는 패스를 찔러줬다. 이를 받은 황의조는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벤치에서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황급히 작전판을 꺼내 전술을 수정할 정도로 상대의 경기 흐름을 완벽히 깨뜨린 골이었다. 2009년 17세 이하 대표팀 숙소에서 긴장을 풀기 위해 함께 춤을 추며 우정을 쌓았던 둘은 9년 뒤 아시아경기 와일드카드의 중책을 맡고 팀을 이끌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손흥민의 도움 2개를 골로 연결했던 황의조는 이날도 손흥민과 골을 합작했다. 황의조는 대회 득점 선두(9골)를 질주했다. 그는 황선홍이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세운 최다골 기록(11골)에 2골 차로 다가섰다. 황의조가 대표팀의 ‘주연’이라면 손흥민은 ‘특급 조연’ 역할을 하고 있다. 골 욕심이 많은 손흥민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동료들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전에서 손흥민은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연계 플레이에 집중했다. 손흥민은 “내가 아니라도 우리 팀에는 골을 넣을 선수가 많다. 동료들이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둘은 후배들에게 강한 투지를 불어넣는 역할도 하고 있다. 손흥민은 “경기 전 동료들에게 ‘오늘만 생각하고 집중하자’고 말했다. 우승해서 대한민국에 기쁜 뉴스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후배들에게 ‘우리가 강호 우즈베키스탄을 8강에서 꺾었지만 아직 가진 것(금메달)이 없다’며 정신무장을 시켰다”고 말했다. ‘날쌘돌이’ 이승우(20·베로나)도 베트남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이승우는 “한국인 사령탑끼리 맞붙는 경기여서 우리에게도 특별한 날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김학범 (한국) 감독님을 위해서 뛰자고 했는데 승리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골을 터뜨린 후 방송 중계 카메라에 당당히 키스를 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그는 결승전에 대한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승우는 “우리는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온 팀이다. 철저히 준비해 우승하겠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 / 보고르=김배중 기자}
‘박항서 매직’이 멈췄다. 조국 한국이 마법의 행진을 막아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돌풍을 잠재웠다. 대표팀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4강전에서 베트남을 3-1로 꺾었다. 동갑내기 황의조-손흥민의 ‘황손 콤비’와 겁 없는 신인 이승우가 빛났다. 전반 28분 이진현(포항)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토트넘)은 상대 문전으로 쇄도하는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힐끗 쳐다본 뒤 베트남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히 깨뜨리는 패스를 찔러줬다. 이 패스를 받은 황의조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베트남 수비진을 얼어붙게 만드는 한국의 두 번째 골이었다. 벤치에서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황급히 작전판을 꺼내 전술을 수정할 정도로 상대의 경기 흐름을 완벽히 깨뜨린 골이었다. 2009년 17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돼 숙소에서 함께 춤을 추며 우정을 쌓았던 둘은 9년 뒤 와일드카드의 중책을 맡고 아시아경기에서 출전해 환상적 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손흥민의 도움 2개를 모두 골로 연결했던 황의조는 이날도 손흥민의 패스를 득점으로 만들어냈다. 손흥민은 “황의조가 놀라운 득점 리듬을 유지한 덕분에 우리가 계속해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대회 9호 골을 기록해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그는 황선홍이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세운 최다골 기록(11골)에 2골 차로 다가섰다. 한국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덕분에 황의조와 손흥민은 각각 후반 14, 27분에 교체돼 물러나며 결승전을 위한 체력을 비축했다. 황손 콤비와 함께 한국 공격을 이끈 선수는 ‘활력소’ 이승우(베로나)였다. 전반 7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황의조와 베트남 수비수가 몸싸움을 벌이다가 공이 흘러나오자 빠르게 전진하며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방송 중계카메라에 키스를 하는 골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출했던 이승우는 후반 10분에는 베트남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볼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한국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민첩한 움직임과 탁월한 슈팅 기술 등 이승우의 장점이 빛난 골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박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탄탄한 조직력을 갖춰온 베트남은 한국의 벽에 막혀 사상 첫 결승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베트남은 후반 25분 쩐민브엉의 강력한 프리킥으로 1골을 따라붙었지만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후반 막판 베트남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지만 한국은 와일드카드 골키퍼 조현우(대구)가 여러 차례 선방을 보여주며 위기를 벗어났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서부터 5경기 무실점 행진을 벌였던 베트남은 한국의 빠른 돌파와 압박으로 대량실점하며 무너졌다. 결승 진출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아래 사상 최초로 이 대회 준결승에 진출하며 자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는 쾌거를 이뤘다. 박항서 감독은 이 대회 준결승 진출로 1월 23세 이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준우승이 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했고 다시 한번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거듭났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일격을 당하며 거센 비판에 시달리고 이어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강호들과 잇달아 마주치며 가시밭길을 걸어왔으나 마침내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다음 달 1일 대회 2연속 우승이자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갓의조.’ 2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8강전이 끝난 뒤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황의조(26·감바 오사카·사진)는 ‘신(God)’을 의미하는 ‘갓의조’가 돼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해트트릭(3골)을 작성한 그는 이번 대회 8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황선홍이 세운 최다 골 기록(11골)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황의조는 남자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최초로 단일 국제대회에서 두 번의 해트트릭(우즈베키스탄전, 바레인전)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 5경기에서 17개의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 중 8개가 골이 됐다. 47%라는 높은 성공률의 비결은 슈팅 기술에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슈팅을 하기 좋은 위치로 공을 보내는 감각적인 볼 터치와 상대 수비가 반응하기 힘든 한 박자 빠른 슈팅이 황의조의 장점이다”고 평가했다. 23세 이하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뽑힐 때만 해도 과거 성남 시절 김학범 현 아시아경기 대표팀 감독과의 사제 인연이 부각돼 ‘인맥 발탁 논란’에 휩싸였던 그다.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비난을 극복했다. 최근에는 황의조의 선발과 관련해 긍정적 패러디물도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의 사진과 함께 “(황의조를) 제 인맥으로 겨우 모셔올 수 있었다”는 합성 사진이다. 황의조가 와일드카드로 뽑힌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올 시즌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9골(득점 공동 8위)을 기록하며 물오른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만 해도 손흥민(토트넘) 등 해외파의 대표팀 합류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대회 초반부터 팀 공격을 이끌 선수로 자신의 전술을 파악하고 있고, 컨디션도 좋은 황의조를 선택했다. 한국의 에이스로 거듭난 황의조가 볼을 잡을 때마다 한국 관중은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의 큰 함성과 함께 “황의조!”라고 외친다. 그가 골 폭풍을 몰아칠 때는 관중석에서 “황의조가 오늘 제대로 미쳤다”는 유쾌한 욕설(?)도 나온다. 28일 생일을 맞은 황의조는 이날 점심으로 대표팀 조리사가 만든 미역국을 먹었다. 그는 “내 골로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보고르=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정윤철 기자}
“인터뷰는 베트남 언론을 위해서만 하겠습니다.” 베트남 23세 이하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결전을 앞두고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정보를 주기 싫다는 눈치였다. 28일 한바탕 소나기가 내린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경기장. 29일 오후 6시(한국 시간) 한국과 베트남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4강전을 앞두고 경기 전날부터 양 팀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당초 한국은 파칸사리 경기장에서, 베트남은 12km 떨어진 다른 경기장에서 오후 6시에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실제 경기와 같은 시간에 훈련을 해 신체 리듬을 조절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베트남은 돌연 한국과 같은 경기장을 쓰겠다고 했다. 그라운드 컨디션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결전을 앞둔 양 팀의 훈련은 같은 경기장에서 약 1시간 사이로 진행됐다. 한국, 베트남 순이었다. 양 팀 모두 몸 풀기와 러닝 등 훈련 초반 15분만 공개하며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는 많은 월드 스타가 있지만 우리도 그들과 똑같이 아시아경기 4강에 오른 팀이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전날 시리아와의 8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응우옌반또안(22)은 베트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출신 박항서 감독의 지도 아래 승승장구하고 있는 베트남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박 감독의 지휘를 받아온 베트남 대표팀은 끈끈한 조직력이 강점이다. 1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황금 세대’의 탄생을 알린 베트남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특히 베트남이 대회 무실점(8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김학범 한국 감독은 “무실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팀이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베트남은 공격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대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경계 대상 1호는 2골을 터뜨리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 응우옌꽝하이(21)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멀티 플레이어인 응우옌꽝하이는 문전을 파고드는 침투력과 날카로운 패스를 넣을 수 있는 킥력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베트남과의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우위에 있다. 한국은 23세 이하 대표팀 간 전적에서 무패(4승)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베트남이 최근 급상승에 있어 낙관은 금물이다. 양 팀 모두 8강전에서 연장 혈투를 벌였기 때문에 4강전은 체력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휴식 시간이 짧아 힘들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베트남도 우리와 같은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이날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생일을 맞은 선수들을 위해 대표팀 조리사가 만든 미역국을 먹으며 체력을 회복했다. 반면 베트남은 체력전이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박 감독은 “우리는 한국보다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더 많이 뛰는 축구를 해야 한다. 체력 소모가 많다는 부분이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왼쪽 무릎을 다친 한국의 와일드카드 골키퍼 조현우(대구)의 베트남전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감독은 “내일까지 조현우의 상태를 파악해 보고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보고르=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정윤철 기자}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9·포르투갈)이 선택한 ‘젊은 피’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인상적 경기력을 보여준 황인범(22·아산무궁화FC)과 김문환(23·부산)이었다. 벤투 감독은 27일 코스타리카(다음 달 7일), 칠레(다음 달 11일)와의 평가전에 나설 국가대표팀 명단 24명을 발표했다. “미래에 대표팀의 주축이 될 재능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한 벤투 감독은 그동안 23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 참가한 아시아경기를 면밀히 관찰해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0일 입국한 벤투 감독은 당일 저녁에도 숙소에서 23세 이하 대표팀의 경기를 TV로 시청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전했다. 23세 이하 대표팀 선수 중에는 미드필더 황인범과 수비수 김문환이 생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황인범은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패스가 장점이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문환은 왕성한 활동량과 상대 측면 공격수를 철저히 봉쇄하는 악착같은 수비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 공격을 이끌고 있는 와일드카드 황의조(감바 오사카) 손흥민(토트넘·이상 26) 조현우(27·대구)도 모두 소집된다. 특히 아시아경기에서 8강까지 팀 내 최다인 8골을 터뜨린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는 지난해 10월 모로코와의 친선경기 이후 약 11개월 만에 성인 대표팀에 복귀했다. ‘벤투호 1기’ 24명 중 17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이다. 벤투 감독은 기존 대표팀 선수를 주축으로 팀을 운영하면서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나갈 계획이다. 대표팀 은퇴를 고민 중인 ‘캡틴’ 기성용(29·뉴캐슬)도 소집 명단에 포함됐다. 벤투 감독은 “이번 명단에는 러시아 월드컵 멤버를 기본으로 하면서 최근 경기에서 활약이 좋고, 성장 가능성을 보인 젊은 선수들을 소집했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이 연장 후반 12분 황의조의 활약으로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 키커로 나선 선수는 이 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감각을 보이고 있던 황의조도, 대표팀의 주장인 슈퍼스타 손흥민도 아니었다. 손흥민이 킥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순간, 황희찬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형, 제가 페널티킥을 찰게요. 자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황희찬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보였다. 제가 황희찬을 좋아한다. 최근 황희찬이 힘든 경기를 치렀기에 자신감을 주기 위해 양보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황희찬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같은 방을 쓰기도 했다. 올림픽은 물론 2018 러시아 월드컵에도 같이 나가며 활약한 둘은 친분이 두텁다. 그러나 이날 황희찬에게 키커를 맡기는 것은 황희찬과 손흥민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황희찬은 최근 경기 실수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고 있었다. 황희찬은 경기에서 패한 뒤 상대 선수와의 인사를 생략해 매너가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또한 상대 선수를 도발하는 동작으로도 보이는 축구 기술을 펼치다가 실패하면서 국내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바레인과의 1차전(1득점) 이후 무득점에 시달리고 있었다.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실패할 경우 더 큰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황희찬을 믿었고, 황희찬은 페널티킥 성공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필요했다. 황희찬이 슈팅을 하는 순간 긴장 때문에 차마 볼 수 없어 등을 돌리고 있던 손흥민은 황희찬의 페널티킥이 성공해 그물을 흔들자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이날 후반에 황희찬이 교체 투입된 후 김학범 감독도 많은 비난에 시달렸다. 공교롭게도 황희찬이 투입된 후반 이후 한국의 조직력이 급격히 흔들리며 역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희찬은 결정적인 순간 골을 성공시키며 그동안의 많은 심리적 부담을 털어냈다. 여기에는 손흥민을 비롯해 그가 페널티킥을 차도록 믿고 맡겨준 동료들과 김 감독의 배려도 있었다. 황의조는 “황희찬이 이번 골로 자신감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더 좋은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적인 경기 후 눈물을 쏟은 건 선수가 아닌 김 감독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김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나 잘했다. 너무나 힘들게…”라고 말을 이어가다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정윤철 trigger@donga.com / 브카시=김배중 기자}
‘난타전’ ‘혈투’란 수식어가 그대로 어울리는 경기였다. 이틀, 사흘 간격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경기 일정과 무더위 속에 펼쳐진 120분간의 총력전이었다. 반칙만 양 팀 합계 42개가 쏟아지는 격렬한 경기에서 무려 7골이 터진 공방전 끝에 얻어낸 극적인 승리였다. 옐로카드만 9장이 나왔다.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나 곧 쓰러질 것만 같았던 연장 후반 12분. 한국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선수는 의외였다.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황희찬(잘츠부르크)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날린 슛은 골대 오른쪽으로 향했으나 골키퍼 손에 걸렸다. 그러나 워낙 강슛이었기에 구석 골문을 흔들었다. 한국이 4-3으로 다시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황희찬은 심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의를 벗으며 자신의 유니폼을 보여주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간의 설움을 날리는 듯한 표현이었다. 한국이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리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축구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1월 중국 쿤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4로 크게 졌던 23세 이하 대표팀은 이 경기 승리로 짜릿한 설욕에 성공했다. 연장 후반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페널티박스 내에서 공을 발로 툭 띄워 수비수의 키를 넘겼다. 당황한 우즈베키스탄 수비수가 황의조를 손으로 잡아당겨 넘어뜨렸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황의조의 ‘원맨쇼’에 가까웠다. 무명이었던 황의조는 과거 성남 시절 김학범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과의 사제 인연이 부각돼 ‘인맥 발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저런 얘기에 신경 쓰기보단 컨디션을 잘 관리해 많은 골을 기록하겠다”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8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대표팀은 전반에만 2골을 터뜨린 황의조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전반전을 앞섰다. 황의조는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아 전반 5분 만에 측면에서 첫 골을 넣은 뒤 전반 35분 폭발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대표팀은 측면 수비와 압박이 실종되며 후반 8분 우즈베키스탄 에이스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 12분 알리바예프의 슈팅이 수비수 황현수(FC서울)의 발에 맞고 굴절돼 골이 되면서 2-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패색이 짙었던 순간 손흥민과 황의조가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30분. 측면에서 상대가 헛발질한 볼을 빼앗은 손흥민은 골문으로 쇄도하던 황의조에게 패스했다. 황의조는 이를 오른발 슈팅으로 침착하게 연결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3-3으로 연장전에 돌입한 대표팀은 연장 전반 11분 알리바예프가 이승우(베로나)와 몸싸움을 벌인 끝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에 섰다. 이후 황의조가 얻어낸 값진 페널티킥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표팀은 29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4강전을 치른다. 이날 베트남은 연장 접전 끝에 시리아를 1-0으로 꺾었다. 손흥민은 병역법상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만 28세’ 전에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 아시아경기에서는 금메달을 따야만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 이날 황의조에게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하며 황금 콤비를 이룬 손흥민은 “황의조가 좋은 득점 리듬을 유지한 덕분에 우리가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선수들이 끝까지 하나로 뭉쳐 승리했다. 내가 계속 골을 터뜨려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 / 브카시=김배중 기자}
‘난타전’ ‘혈투’라는 수식어가 그대로 어울리는 경기였다. 이틀, 사흘 간격으로 이어지는 촘촘한 경기일정 끝에 무더위 속 펼쳐진 120분간의 총력전이었다. 파울만 양 팀 합계 42가 쏟아지는 격렬한 경기였고 무려 7골이 터진 공방전 끝의 극적인 승리였다. 연장후반 11분 한국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선수는 의외였다.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진한 경기력과 잦은 실수로 비난을 받았던 그가 키커로 나서자 온갖 우려가 쏟아졌다. 그가 날린 슛은 골대 오른쪽으로 향했으나 골키퍼 손에 걸렸다. 그러나 워낙 강슛이었기에 구석 골문을 흔들었다. 한국이 4-3으로 다시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황희찬은 심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의를 벗으며 자신의 유니폼을 보여주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간의 설움을 날리는 듯한 표현이었다. 한국이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리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축구 8강 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1월 중국 쿤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4로 크게 졌던 23세 이하 대표팀은 짜릿한 복수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대표팀은 29일 4강전을 치른다. 연장 후반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페널티박스 내에서 공을 발로 툭 띄워 상대 수비수의 키를 넘겼다. 당황한 우즈베키스탄 수비수 루스타미온 아슈르마토프는 황의조를 손으로 잡아 당겨 넘어뜨렸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황의조의 ‘원맨쇼’에 가까웠다. 황의조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과거 성남 시절 김학범 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사제 인연이 부각돼 ‘인맥 발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저런 얘기에 신경 쓰기보단 컨디션을 잘 관리해 많은 골을 기록하겠다”던 그는 이번 대회 8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대표팀은 전반에만 2골을 터뜨린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활약을 앞세워 2-1로 전반전을 앞섰다. 중앙돌파를 시도하던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전반 5분만에 측면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황의조는 전반 35분 폭발적인 오른 발 중거리슛으로 두 번째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대표팀은 후반 들어 측면 수비가 약화되고, 조직적 압박 수비가 실종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대표팀은 후반 8분 우즈베키스탄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다급해진 대표팀은 미드필더 진영에서 패스 미스가 속출했다. 최용수 SBS 해설위원은 “빠른 패스로 공격을 전개해야 하는데 (미드필더들이) 너무 공을 잡고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조직력이 흐트러진 대표팀은 후반 12분 알리바예프의 슈팅이 수비수 황현수(FC서울)의 발에 맞고 굴절돼 자책골이 되면서 2-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패색이 짙었던 순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선수는 와일드카드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였다. 후반 30분. 측면에서 상대가 헛발질한 볼을 빼앗은 손흥민은 골문으로 쇄도하던 황의조에게 패스했다. 황의조는 이를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3-3으로 연장전에 돌입한 대표팀은 연장전반 11분 우즈베키스탄 에이스 알리바예프가 이승우(베로나)와 몸싸움을 벌인 끝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수적 우위에 섰다. 이후 끊임없이 상대 골문을 두드리던 대표팀은 황의조가 얻어낸 값진 페널티킥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우즈베키스탄에 1-4로 진 것이 말이 되나. 박살내서 (빚을) 갚아줘야 한다.” 23세 이하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26·토트넘·사진)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8강전(27일 오후 6시·한국 시간)을 앞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며 더 강한 투지로 우즈베키스탄전을 준비하자는 얘기였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악연이 있다. 1월 중국 쿤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김봉길 전 감독이 이끌었던 23세 이하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에 1-4로 크게 졌다. 해당 연령대 대표팀에서 우즈베키스탄에 당한 첫 패배였다. 당시 한국을 꺾은 우즈베키스탄은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 세대’의 탄생을 알렸다. 아시아경기에 참가 중인 우즈베키스탄 선수 20명 중 16명이 AFC 챔피언십 우승 멤버다. 장윤호(전북) 등 5명이 AFC 챔피언십에 이어 아시아경기에 출전 중인 한국은 이번 8강전에서 ‘쿤산 악몽’을 안긴 우즈베키스탄에 설욕을 노린다. 우즈베키스탄은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13골(한국 10골)을 터뜨리며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4골을 터뜨린 최전방 공격수 자비킬로 우린보예프(23)가 경계 대상 1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성인 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인 우린보예프는 위치 선정 능력과 골 결정력이 탁월하다”고 분석했다. 와일드카드인 미드필더 자롤리딘 마샤리포프(25)의 돌파도 위협적이다. 한 위원은 “마샤리포프는 성인 대표팀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이 날카롭다”고 말했다. 한국은 와일드카드 골키퍼 조현우(대구)의 부상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우는 이란과의 16강전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반월상 연골판(반달 모양의 바깥쪽 연골판)이 부어 있는 상태로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다. 하지만 김학범 대표팀 감독은 26일 “조현우의 우즈베키스탄전 출전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골문은 송범근(전북)이 맡게 됐다. 송범근은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1-2 한국 패)에서 2골을 내주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선수는 아픔을 겪으며 성숙해진다. 송범근이 우즈베키스탄전을 위해 아픔을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수비수들도 적극적 압박 등으로 송범근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공격진은 이란전 선발이었던 ‘삼각 편대’ 손흥민, 황의조(감바 오사카), 이승우(베로나)가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공격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손흥민은 “8강에 오른 팀들은 모두 우승을 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춘 팀들이다. 사소한 실수가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달구벌 데헤아’ 조현우(27·대구)가 ‘원조’ 다비드 데헤아(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서로를 응원하는 영상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26일 조현우의 후원사인 아디다스와 축구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는 조현우와 데헤아가 주고받은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조현우는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이 스페인 대표팀 수문장인 데헤아를 닮아 ‘달구벌 데헤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상에서 조현우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함께 경기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다음 월드컵에서 경기를 꼭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스페인은 맞붙지 않았다. 조현우는 “한국 축구팬들과 선수들은 당신을 보면서 축구에 흥미를 느낀다. 당신을 따라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당신이 첫 번째 골키퍼(최고라는 뜻)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우의 영상은 데헤아와 축구 영상을 촬영 중인 슛포러브를 통해 전달됐다. 데헤아는 조현우에게 보낸 영상에서 “넌 정말 훌륭한 골키퍼야! 너의 선수 커리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너와 한국 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도 했다. 앞서 데헤아는 대구 구단이 페이스북에 올린 조현우의 인터뷰에 ‘좋아요’를 눌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