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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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8-28~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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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장에 술냄새 발냄새

    요즘 공연계에서 자주 쓰이는 신조어 ‘관크’는 관객의 분노를 부르는 용어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로, 관람에 방해를 주는 다른 관객들의 무례한 행위를 뜻한다.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입힐 때 쓰이는 ‘크리티컬’이라는 말이 관객과 합쳐져 ‘관크’로 불리게 된 것이다. 공연족들 입길에 오르내리는 관크의 종류는 다양하다. 유난히 큰 머리로 뒷자리 관객의 시야를 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공연장 내 음식물 섭취, 더 좋은 위치로 옮기는 자리이동에 심지어 공연 중 ‘오바이트(구토) 관크’까지 등장한다. 뮤지컬 공연의 VIP석은 대개 10만 원 이상인 만큼 비싼 돈을 낸 관객일수록 ‘관크’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극장 현장에서 관크를 자주 접하는 하우스매니저(객석·로비 관리 총괄)들이 전하는 관크의 실상은 이렇다. 블루스퀘어 김영신 공연운영팀장은 “뮤지컬 ‘엘리자벳’ 초연 당시 60대 여성 관객이 공연 중 쿠키를 먹었다. 옆자리의 20대 관객이 인터미션 때 (쿠키를 먹지 말라고) 60대 관객에게 직접 항의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해 큰 싸움이 났다”며 “알고 보니 60대 노인이 당뇨병 환자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는데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상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싸움은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고 나서야 마무리됐다. 연말 연초에 특히 자주 일어나는 단골 ‘관크’가 있는데 바로 ‘음주로 인한 오바이트 관크’다. LG아트센터의 이선옥 하우스매니저는 “회사원들이 회식에서 술을 마신 뒤 송년회 또는 신년회 형식으로 단체 관람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데, 공연을 보다 속이 안 좋아 구토하는 관객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올해 초 ‘라카지’ 공연 때도 음주 뒤 술 냄새를 풍기며 온 관객에다 토하는 경우까지 있어 항의하는 다른 관객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민망한 관크도 있다. 한 하우스매니저는 “겨울마다 들어오는 단골 민원 사안으로는 ‘발 냄새’가 많다. 공연장에 난방이 되다 보니 가죽 롱부츠를 신고 온 여성 관객들이 불이 꺼진 후에는 부츠를 벗고 관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발 냄새와 가죽 냄새 때문에 관람에 방해를 받았다며 항의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블루스퀘어 김영신 팀장은 “주변 관객들을 위해 서로 조금씩 배려 있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관크 없는 공연 문화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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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무용서 현대무용 선회… 그 절박함이 큰 힘 됐어요”

    벨기에 ‘로사스 무용단’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벨기에를 유럽 현대무용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1983년 로사스 무용단을 만들어 이끌고 있는 안무가 아네 테레사 더 케이르스마커르(55)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무용의 미니멀리즘’을 확립하며 현대 무용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로사스 무용단의 30여 명의 무용수 중 유일한 동양인 단원은 한국인 윤수연 씨(34)다. 로사스 무용단은 7, 9, 10일 사흘간 LG아트센터 무대에서 ‘로사스 댄스 로사스’와 ‘드러밍’ 공연을 선보인다. 윤 씨는 두 공연 무대 모두 오른다.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만난 그는 “2007년 로사스 무용단에 입단한 뒤 유럽,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공연을 했는데 한국 무대는 처음”이라며 “고국에서의 첫 공연이라 설레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그는 지금은 세계적인 현대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대학 졸업 때까지는 한국무용 전공자였다. “일곱 살 때부터 한국 무용을 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공연에서 좋은 역할을 맡았는데 교수님이 그 대가로 ‘답례’를 요구하셨어요. 당시 집안 형편이 안 좋아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지만 그때 입은 상처가 컸죠. 한국 무용에 대한 회의가 들어 그때부터 부전공으로 현대무용과 발레 수업을 들었어요. 현대무용 수업을 통해 로사스 무용단의 존재도 알게 됐죠.” 그는 졸업 후 유럽행을 택해 200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댄스 아카데미에 진학했다. 2004년 9월 케이르스마커르 단장이 세운 무용학교(P.A.R.T.S)에 입학해 다시 현대무용의 기법을 배웠다. 2007년 케이르스마커르 단장 눈에 띄어 로사스 무용단에 입단했다. 현재 이 무용단의 주요 레퍼토리에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현대무용에 뛰어든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춤을 익혔어요. 그 땀의 결실로 조금씩 꿈이 이뤄지게 된 거죠.” 이번에 공연하는 ‘로사스 댄스 로사스’와 ‘드러밍’ 모두 이 무용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그는 “‘로사스 댄스 로사스’는 4명의 여자 무용수가 의자 위에서 춤을 추는데 2011년 비욘세가 뮤직비디오에 이 공연 일부와 비슷한 장면을 넣었다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드러밍’에 대해서는 “12명의 무용수가 1초도 쉬지 않고 반복적인 패턴에 따라 열정적으로 추는 춤이 일품”이라고 소개했다. 4만∼8만 원, 02-2005-011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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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무용’의 중심 벨기에 로사스 무용단 내한공연

    벨기에 ‘로사스 무용단’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벨기에를 유럽 현대무용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1983년 로사스 무용단을 만들어 이끌고 있는 안무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55)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무용의 미니멀리즘’을 확립하며 현대 무용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혀왔다. 로사스 무용단의 30여 명 무용수 중 유일한 동양인 단원은 한국인 윤수연 씨(34)다. 로사스 무용단은 7, 9, 10일 사흘간 LG아트센터 무대에서 ‘로사드 댄스 로사스’와 ‘드러밍’ 공연을 선보인다. 윤 씨는 두 공연 무대 모두 오른다.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만난 그는 “2007년 로사스 무용단에 입단한 뒤 유럽,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공연을 했었는데 한국 무대는 처음”이라며 “고국에서의 첫 공연이라 설레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그는 지금은 세계적인 현대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대학 졸업 때까지는 한국무용 전공자였다. “일곱 살 때부터 한국 무용을 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공연에서 좋은 역할을 맡았는데 교수님이 그 대가로 ‘답례’를 요구하셨어요. 당시 집안 형편이 안 좋아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지만 그 때 입은 상처가 컸죠. 한국 무용에 대한 회의가 들어 그 때부터 부전공으로 현대무용과 발레 수업을 들었어요. 현대무용 수업을 통해 로사스 무용단의 존재도 알게 됐죠.” 그는 졸업 후 유럽행을 택해 2003년 노트르담 무용학교에 진학했다. 2004년 9월 케이르스마커 단장이 세운 무용학교(P.A.R.T.S)에 입학해 다시 현대무용의 기법을 배웠다. 2007년 케이르스마커 단장 눈에 띄어 로사스 무용단에 입단했다. 현재 이 무용단의 주요 레퍼토리에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현대무용에 뛰어든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춤을 익혔어요. 그 땀의 결실로 조금씩 꿈이 이뤄지게 된 거죠.” 이번에 공연하는 ‘로사스 댄스 로사스’와 ‘드러밍’ 모두 이 무용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그는 “‘로사스 댄스 로사스’는 4명의 여자 무용수들이 의자 위에서 춤을 추는데 2011년 비욘세가 뮤직비디오에 이 공연 일부와 비슷한 장면을 넣었다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드러밍’에 대해서는 “12명의 무용수들이 1초도 쉬지 않고 반복적인 패턴에 따라 열정적으로 추는 춤이 일품”이라고소개했다. 4만~8만 원, 02-2005-0114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201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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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은 ‘오페라의 유령’ 이야기는 ‘팬텀’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 뮤지컬 ‘팬텀’이 28일 베일을 벗었다. 팬텀은 개막 전부터 공연족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작품.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을 무대로 옮겼다는 점과 공연계 티켓 파워로 떠오른 가수 박효신과 뮤지컬 스타 류정한, 신영숙,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 발레리나 김주원까지 호화로운 출연진이 대중의 구미를 당겼기 때문이다. 199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국내 무대에서는 이번에 처음 선보였다. ‘팬텀’과 ‘오페라의 유령’을 비교해봤다.○ ‘킬링 넘버’ 경쟁에선 오페라의 유령 승(勝) 뮤지컬 ‘팬텀’은 러닝타임(170분) 내내 30곡이 등장하지만 귀에 꽂히는 ‘킬링 넘버’로 내세울 만한 곡은 없었다. 크리스틴 다에 역의 소프라노 임선혜, 팬텀 역의 박효신, 카를로타 역의 신영숙 등이 뛰어난 가창력을 빛낼 기회가 드물었다. 단순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곡이 일부 있지만 후크송 역할을 하지 못했다. 또 일부 배경음악은 다른 뮤지컬에서 여러 번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밋밋했다. 같은 원작 소설의 다른 버전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이 ‘더 팬텀 오브 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같은 주옥같은 킬링 넘버를 지녔다는 점에서 음악적으론 ‘구관이 명관’이었다. ○ 스토리텔링에선 팬텀의 승(勝) 반면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에 비해 스토리텔링 측면에선 친절했다. 주인공 팬텀이 흉측한 얼굴을 가면에 가린 채 왜 유령처럼 극장 지하에서 은둔하며 사는지, 왜 팬텀이 유독 크리스틴 다에의 목소리에 끌려 사랑에 빠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설득력 있게 풀어 나간다. 하지만 웃음을 주기 위해 뜬금없는 말장난이나 일명 ‘잔개그’를 필요 이상으로 남발한 것은 오히려 거슬렸다. 또 일부 연희 장면에선 연출가 로버트 조핸슨의 ‘자기 복제’가 엿보이기도 했다.○ 신의 한 수인가, 자충수인가 28일 무대에서 마이크를 착용해 전막 공연을 마친 소프라노 임선혜는 뮤지컬 배우들과 달리 가사전달력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고음을 노래할 때는 소프라노 특유의 창법과 목소리가 돋보였지만 그 외의 부분에선 가사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성악 발성의 임선혜의 목소리와 창법은 다른 뮤지컬 배우들과 융화되지 못하고 혼자 튀는 느낌이었다.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벨라도바는 2막 초반부에 12분가량 등장한다. 김주원은 아름다운 춤을 선보이지만 전체 작품에 녹아들지 못해 극의 흐름과 동떨어진 발레 공연처럼 보였다. 7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4만 원. 02-517-633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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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t 물폭탄이 10분간 무대에 쏴아…

    16일 막이 오른 국립극단의 신작 연극 ‘리어왕’의 백미는 1막 마지막에 10분간 이어지는 ‘폭풍우’ 장면이다. 2t 가까운 물이 무대 위에서 실제 비처럼 대차게 쏟아진다. 리어왕과 충직한 신하 켄트, 광대 3명은 45도가량 기운 무대에서 뿌리째 뽑힌 나무와 함께 비를 맞으며 힘겹게 버틴다. 빗속에서 리어왕은 자신의 우매함을 자책하며 두 딸에게 재산을 물려주던 그날을 후회한다. ‘리어왕’은 우매한 권력자의 인생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심술궂고 제멋대로인 리어왕은 세 명의 딸을 불러 모아 괴팍한 방식으로 재산을 상속한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봐라.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물려줄 재산과 권한의 양을 정하겠다.” 장녀 고너릴과 차녀 리건은 마음에도 없는 사탕발림을 쏟아내지만, 막내인 코딜리아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에 차라리 입을 다물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재산은 고너릴과 리건의 몫으로 돌아가고, 코딜리아는 아버지에게 버림받는다. 재산을 챙긴 뒤 리어왕을 대하는 고너릴과 리건의 태도는 사뭇 달라진다. 아버지를 구박하고, 심지어 ‘적’으로 여긴다. 그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리어왕은 거적때기 옷을 입고 황야로 나가 방황한다. 리어왕의 무대는 전체적으로 단순하다. 크게 5개의 판으로 구성된 무대가 배우들의 복잡한 동선을 잇는 복도 역할을 하며 궁전의 웅장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이태섭 무대감독은 “그냥 비가 오는 시늉만 내고 연기할 수도 있지만 요즘 관객들은 직접 체험하거나 눈으로 확인하는 걸 좋아해 많은 양의 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리어왕 켄트 광대 등은 대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흠뻑 비를 맞으며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들이 많은 비를 맞기 때문에 물의 온도를 15∼20도로 미지근하게 맞춘다. 이 감독은 “무대 위로 쏟아진 물은 무대 아래 깔아놓은 방사포에 모은다”며 “공연이 끝나면 스태프가 부리나케 달려가 방사포에 담긴 물을 빼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폭풍우 장면에 등장하는 고목 한 그루도 인상적이다. 이 감독은 “뿌리째 뽑혀 사방으로 흔들리는 고목은 리어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폭풍우 장면에서 경사를 45도 기울인 것도 불안한 인간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02-727-095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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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숭벗고 천방지축 동작 거침없이… “팔다리 여러곳 까지고 난리났어요”

    “김지영에게 저런 면이 있었어?” 23일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연습이 한창인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연습실. 남녀 주인공 카타리나와 페트루치오의 결혼식 장면에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37·카타리나 역)이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팔자걸음으로 성큼성큼 발레리노 김현웅(34·페트루치오 역)에게 다가가 팔을 찰싹 친다. 분이 덜 풀렸다는 듯 이내 발길질을 마구 해댄다. 결국 심술궂은 표정의 김지영이 한 발을 앞에 내밀고 시쳇말로 ‘일진’ 자세로 주변을 살핀 뒤 망아지처럼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신혼여행 장면에선 말에 올라탄 김지영과 김현웅이 말에 매달린 채 360도 회전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바로 한 달 전, 고전 발레 ‘지젤’ 무대에서 이들이 보여준 우아한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국립발레단의 2015년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말괄량이…’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전 예술감독 존 크랭코가 안무한 희극발레다. 말괄량이 카타리나가 신사 페트루치오와 결혼하면서 현모양처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이번 작품에서 ‘내숭’을 벗고 ‘천방지축’을 온몸으로 드러낼 예정이다. 전막 리허설을 마친 김지영과 김현웅은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보여드린 ‘그랑 파 드 되’(고전발레에서 남녀 주역 무용수가 함께 추는 2인무) 동작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 많아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남자 무용수가 여성 무용수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사뿐히 내려놓는 리프트 동작만 봐도 확연히 달랐다. 겉보기에는 김현웅이 김지영의 허리를 잡아 들어올린 뒤 바닥에 던지는 것 같다. 김현웅은 “내동댕이치는 것 같지만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게 포인트”라며 “발레리노로 살면서 쇄골에 발레리나를 받치고 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첫날 공연에 서는 것이 두려웠던 적이 없는데, 이 작품만큼은 걱정이 너무 큽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무용수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레기도 하고요.” 김지영은 자신의 팔과 다리를 보여주며 “여기저기 다 까지고 난리”라며 “연습하다 한번은 바닥에 뚝 떨어져 착지하는 데 살짝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18년 무대에 서며 이렇게 망가지는 건 처음이라 재밌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괜한 엄살일까. 본공연을 일주일가량 앞둔 이들의 모습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게스트 티처이자 트레이너로 한국을 방문한 필리프 바란키에비치는 “주역들은 물론이고 군무 단원들 또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용수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나날이 연기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죠.” 바란키에비치와 함께 연습실에서 단원들을 지켜보던 강수진 예술감독은 특히 카타리나 역의 김지영에게 여러 조언과 주문을 쏟아놓았다. 1997년부터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말괄량이’ 카타리나를 연기한 덕분인지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것 같았다. 강 단장은 “지영 씨도 그렇고, 함께 카타리나 역을 맡은 이은원 씨와 신승원 씨 모두 이 작품을 통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어 기쁘다”며 “세 명 다 각기 다른 색깔의 카타리나를 만들어내 서로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29일∼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5만 원, 02-587-6181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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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덩이 쭉 빼고, 발길질…‘말괄량이’로 돌아온 국립발레단

    “김지영에게 저런 면이 있었어?” 지난 23일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연습이 한창인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연습실. 남녀 주인공 카타리나와 페트루치오의 결혼식 장면에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37·카타리나 역)이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팔자걸음으로 성큼성큼 발레리노 김현웅(34·페트루치오 역)에게 다가가 팔을 찰싹 내려친다. 분이 덜 풀렸다는 듯 이내 발길질도 마구 해댄다. 결국 심술궂은 표정의 김지영이 한 발을 앞에 내밀고 시쳇말로 ‘일진’ 자세로 주변을 살핀 뒤 망아지처럼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신혼여행 장면에선 말에 올라탄 김지영과 김현웅이 말에 매달린 채 360도 회전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바로 한 달 전, 고전 발레 ‘지젤’ 무대에서 이들이 보여준 우아한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국립발레단의 2015년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29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말괄량이…’는 셰익스피어의 동명원작을 바탕으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전 예술감독 존 크랑코가 안무한 희극발레다. 말괄량이 카타리나가 신사 페트루치오와 결혼하면서 현모양처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이번 작품에서 ‘내숭’을 벗고 ‘천방지축’을 온몸으로 드러낼 예정이다. 전막 리허설을 마친 김지영과 김현웅은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보여드린 그랑 파드 되(grand pas de deux·고전발레에서 남녀 주역 무용수들이 함께 추는 2인무) 동작들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 많아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남자 무용수가 여성 무용수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사뿐히 내려놓는 리프트 동작만 봐도 확연히 달랐다. 겉보기에는 김현웅이 김지영의 허리를 잡아 들어올린 뒤 바닥에 던지는 것 같다. 김현웅은 “내동댕이치는 것 같지만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게 포인트”라며 “발레리노로 살면서 쇄골에 발레리나를 받치고 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첫날 공연에 서는 것이 두려웠던 적이 없는데, 이 작품만큼은 걱정이 너무 큽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무용수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레기도 하고요.” 김지영은 자신의 팔과 다리를 보여주며 “여기저기 다 까지고 난리”라며 “연습하다 한번은 바닥에 뚝 떨어져 착지하는데 있어 살짝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18년 무대에 서며 이렇게 망가지는 건 처음이라 재밌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괜한 엄살일까. 본 공연을 일주일가량 앞둔 이들의 모습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게스트 티처이자 트레이너로 한국을 방문한 필립 바란키에비츠는 “주역들은 물론이고 군무 단원들 또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용수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나날이 연기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죠.” 필립과 함께 연습실 앞에서 단원들의 연습을 지켜보던 강수진 예술감독은 특히 카타리나 역의 김지영에게 여러 조언과 주문을 쏟아놓았다. 1997년부터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말광량이’의 카타리나를 연기해온 덕분인지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것 같았다. 강 단장은 “지영씨도 그렇고, 함께 카타리나 역을 맡은 이은원씨와 신승원씨 모두 이 작품을 통해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어 기쁘다”며 “세 명 다 각기 다른 색깔의 카타리나를 만들어내 서로 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29일~다음달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원~5만 원, 02-587-6181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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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무용 ‘이미아직’ 佛샤이오극장 무대 선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이 프랑스 샤이오국립극장 초청으로 프랑스 무대에 오른다. 샤이오국립극장 무대에서 한국 안무가의 작품이 초청된 것은 최승희(1911∼1969) 공연 이후 처음이다. 샤이오국립극장은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대표적인 무용 공연장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내년 샤이오국립극장에서 안애순 예술감독의 ‘이미아직’ 공연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미아직’은 내년 6월 7일부터 5일간 1200석 극장에서 공연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초연된 ‘이미아직’은 몸은 이미 죽었지만, 영혼은 아직 떠나지 못한 죽음 직후의 상태를 표현한 작품. 특히 전체 90분 공연 가운데 김동현 조형준 등 7명의 남자 무용수들이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추는 20분간의 격렬한 춤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무용수들이 각자 자유롭게 표현해 낸다. 안 감독은 “한국 전통 상례 문화에 등장하는 꼭두를 모티브로 한 이미아직을 통해 한국 현대무용의 예술적 성과를 프랑스에 알릴 생각”이라며 “샤이오국립극장 측에서 이미아직을 통해 동양인이 가지고 있는 죽음과 삶의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과 한국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 동시대적 작품이란 점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샤이오국립극장 초청 공연에 앞서 24∼26일 국내 무대에도 ‘이미아직’을 올린다. 초연 때와 달리 무대 미술과 영상을 보완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관람료는 3만∼4만 원, 02-3472-142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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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정성화 “‘영웅’은 내 인생의 작품, 짜릿함에 또 빠졌어요”

    “소속사에선 더이상 뮤지컬 ‘영웅’ 무대에 오르지 않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어요. 하지만 제가 강행했죠. 제게 영웅은 ‘인생의 작품’이기 때문이죠.” 3년 만에 창작뮤지컬 ‘영웅’ 무대로 돌아온 배우 정성화(40)를 17일 만났다. 2009년 초연 이후 2010년 재공연, 2011년 뉴욕 공연, 2011∼2012년 3번째 공연까지 주인공 안중근 의사 역을 맡은 그의 복귀는 순탄치 않았다. 그는 “2013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역을 원 캐스트로 맡아 1년 정도 무대에 올랐는데, 어느 날 집에서 영웅 넘버들을 듣다가 다시 영웅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마음속에 타올랐다”며 “하지만 영웅에 내가 다시 나온다고 하면 관객의 기대치가 높을 텐데 소속사에선 ‘잘해야 본전’이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고민했다. 소속사의 말처럼 관객들에게 혹시 실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섰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지? 무대 위에 있는 게 내 일인데. 내가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내 연기를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닌가.’ 기본으로 돌아가니 마음이 쉽게 정리됐어요.” 그는 연습 첫날인 지난달 16일 서울 남산에 있는 안중근기념관에 가서 참배부터 했다. 안 의사에 대해 경건한 마음가짐을 지닌 채 연습을 하고 싶어서였다. 제작사 에이콤 윤호진 대표는 “여느 때보다,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은 “마치 연출가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안 의사를 자꾸 공부하고 연기할수록 부채의식이 생겨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의미 없는 움직임이 하나라도 있으면 굉장히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트리플 캐스팅으로 안 의사 역을 함께 맡고 있는 강태을 민영기는 물론이고 앙상블 친구들에게도 ‘이런 에너지로 한번 가보자’ 하면서 동선과 감정 표현 등에 대해 제안했죠. 이젠 모두 함께 만드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이전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이 많이 보강돼 더욱 쫀쫀해졌다”고 평했다. 어색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의 듀엣 넘버 ‘영웅’의 관련 장면이 빠지는 대신 중국 소녀 링링의 죽음 장면 내용이 보강됐다. 음악도 녹음반주(MR)에서 오케스트라로 바뀌었다. 그는 “내 연기도 쫀쫀해졌다”고 자평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영웅에 대해 ‘인생의 작품’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1994년 SBS 개그맨 공채 3기 출신인 정성화는 2004년 ‘아이 러브 유’로 뮤지컬에 데뷔한 뒤 2007년 톱스타 조승우와 함께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연기하며 처음으로 주연 배우급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개그맨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2009년 영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각종 뮤지컬 상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고 ‘톱배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영웅은 제게 짜릿한 맛을 주는 작품인 거 같아요. 저만의 맛이 나는 ‘정성화표 안중근’의 세계를 많이 구축했거든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영웅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뮤지컬 영웅은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 오른다. 6만∼12만 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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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하던 아들 살인범 전락한다면… 가해자 가족은 무엇으로 사는가

    당신에게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있다. 아직 착하고 순수한 어린아이로만 보이던 아들. 그런데 그 아들이 같은 반 친구를 잔인하게 죽인 뒤 암매장한 살인범이란 얘기를 경찰관한테서 듣게 된다면. 살인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당신 아들에게도 대입할 수 있을까. 살갑던 이웃이 당신의 가족을 ‘살인범의 가족’이라 부르며 멀리할 때 당신은 어떤 심정일까. 국립극단의 연극 ‘소년 B가 사는 집’(연출 김수희 극본 이보람)은 관객에게 ‘당신이 가해자 가족이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내내 던진다. 대환이는 14세 때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이고 살인죄로 복역하다 모범수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또 다른 자아인 ‘소년 B’의 환영을 마주한다. 스스로 세상에서 버림받고 은둔해야 하는 것이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믿고 연민과 동정을 거부하지만 “하루(살인을 저지른 날)였어. 그 하루가 내 전부가 되는 건 아니잖아”라며 자신을 향한 타인의 불편한 시선에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이 작품은 가해자뿐 아니라 그 가족으로서 겪는 아픔을 정면으로 다룬다. 대환이의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강애심과 아버지 역의 이호재의 연기가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그들의 동선과 대사에선 ‘연기’가 아닌 ‘모성애’와 ‘부성애’가 느껴진다. 강애심이 떫은 감을 먹다 얼굴을 찌푸리는 딸을 향해 “떫은 감이 시간이 지나면 더 달아져”라는 대사를 읊는데 그의 시선은 ‘감’을 향해 있지만 마음은 아들 대환이를 향해 있다. ‘소년 B가…’는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젊은 연출가 시리즈 중 하나다. 지난해 CJ문화재단의 신인 공연 창작자 발굴 지원 프로그램인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으로 초연해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연출을 맡은 김수희(39)는 기국서 이윤택 김광보 최용훈 박근형 양정웅 등 스타 연출가를 배출한 ‘혜화동 1번지’의 5기 출신이다. 무대 세트는 다소 기울어진 경사와 사선으로 이어진 2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대환이의 집을 배경으로 한 무대세트는 가정집 특유의 따스함과 동시에 불안정한 골조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관객은 이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특징과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26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1만∼3만 원, 1688-596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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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살인범 가족이라면? 14세 아들의 살인에 집안은…

    당신에게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있다. 아직 착하고 순수한 어린 아이로만 보이던 아들. 그런데 그 아들이 같은 반 친구를 잔인하게 죽인 뒤 암매장한 살인범이란 얘기를 경찰로부터 듣게 된다면. 살인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당신 아들에게도 대입할 수 있을까. 살갑던 이웃이 당신의 가족을 ‘살인범의 가족’이라 부르며 멀리할 때 당신은 어떤 심정일까. 국립극단의 연극 ‘소년 B가 사는 집’(연출 김수희 극본 이보람)은 관객에게 ‘당신이 가해자 가족이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내내 던진다. 대환이는 14세 때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이고 살인죄로 복역하다 모범수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또 다른 자아인 ‘소년B’의 환영을 마주한다. 스스로 세상에서 버림받고 은둔해야 하는 것이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믿고 연민과 동정을 거부하지만 “하루(살인을 저지른 날)였어. 그 하루가 내 전부가 되는 건 아니잖아”라며 자신을 향한 타인의 불편한 시선에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이 작품은 가해자 뿐 아니라 그 가족으로서 겪는 아픔을 정면으로 다룬다. 대환이의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강애심과 아버지 역의 이호재의 연기가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그들의 동선과 대사에선 ‘연기’가 아닌 ‘모성애’와 ‘부성애’가 느껴진다. 강애심이 떪은 감을 먹다 얼굴을 찌푸리는 딸을 향해 “떫은 감이 시간이 지나면 더 달아져”라는 대사를 읊는데 그의 시선은 ‘감’을 향해 있지만 마음은 아들 대환이를 향해 있다. ‘소년 B가…’는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젊은 연출가 시리즈 중 하나다. 지난해 CJ문화재단의 신인 공연 창작자 발굴 지원 프로그램인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으로 초연해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연출을 맡은 김수희(39)는 기국서 이윤택 김광보 최용훈 박근형 양정웅 등 스타 연출가를 배출한 ‘혜화동 1번지’의 5기 출신이다. 무대 세트는 다소 기울어진 경사와 사선으로 이어진 2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대환이의 집을 배경으로 한 무대세트는 가정집 특유의 따스함과 동시에 불안정한 골조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관객은 이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특징과 심리상태가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26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1만~3만 원, 1688-596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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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1세대 김용걸 이어 최영규 솔리스트 활약… 한성우-안주원도 꿈 키워

    세계적인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는 발레리나가 대부분이고 남성 무용수는 드문 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인 발레리노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5월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정단원으로 입단한 발레리노 최영규(24)는 현재 솔리스트로서 주역을 꿰차며 활동 중이다. 영국 로열발레단 연수단원으로 활동했던 발레리노 한성우(22)는 2013년 12월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 입단해 코르드 발레(군무)로 활동 중이다. 발레리노 안주원(22)도 지난해 1월 ABT에 입단해 코르드 발레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현재 국립발레단 객원 수석무용수인 발레리노 김현웅(34)은 2012년 미국 워싱턴발레단의 객원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다. 한국인 남성 무용수로 세계무대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펼친 발레리노로는 단연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2)가 꼽힌다. 김 교수는 2000년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해 화제가 됐다. 이후 5년 만에 솔리스트가 돼 주역으로 활동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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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민 “동양인 첫 ‘수석 승급’ 어깨 무거워”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YAGP) 콩쿠르 갈라 공연 참석차 미국 뉴욕에 도착한 순간, 동행한 마린스키발레단 지도위원이 그러더라고요. ‘기민, 발레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라고요. 확인한 뒤 너무 놀랐죠. 제 이름 옆에 항상 꿈꿔온 ‘수석무용수’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었어요.” 15일 미국 뉴욕에서 전화를 받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3)의 목소리가 살짝 들떠 있었다. 마린스키발레단은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기민을 수석무용수(Principal·프린시펄)로 승급시켰다고 공식 발표했다. 동양인 발레리노가 세계적인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가 된 건 처음이다. 그는 “2011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때에도 동양인 발레리노 최초 입단 기록을 세웠는데 이번 수석무용수 승급으로 또 한 번 새로운 길을 연 것 같아 기쁘면서도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서양에서 활동하는 동양인 발레리노의 핸디캡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냥 잘하는 정도론 부족하고 특출하게 잘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남들보다 더 연습에 열중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발레단은 1783년 설립돼 232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정상급 발레단이다. 여느 발레단과 달리 별도의 승급시험 제도가 없다. 대신 평소 무대 위 무용수들의 자질과 실력을 평가해 승급을 결정한다. 그는 “이번 승급은 깜짝 선물 그 자체”라고 기뻐했다. 마린스키발레단의 등급은 ‘수석무용수-제1 솔리스트-제2 솔리스트-코리페(군무)’로 나눠져 있다. 그는 26일 마린스키발레단 간판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인 ‘셰에라자드’ 공연에서 황금 노예 역을 맡아 수석무용수로서의 첫 무대를 갖는다. 또한 6월 1, 6일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발레 ‘라 바야데르’의 주역 ‘솔로르’ 역을 맡아 객원 무용수로 데뷔 예정이다. 한국 발레리노가 ABT 무대에서 주역으로 서는 것 역시 처음이다. 김기민은 “지금까지는 동양인 남성 무용수가 주역을 맡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동양인 수석무용수의 진가를 알리는 데 더 주력하겠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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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수장 출신 배우 2명, 무대에 오르다

    《 한때 문화 행정을 좌지우지했던 전직 장관들이 나란히 연극 무대에 오른다. 연극 ‘아빠 철들이기’에서 철없는 ‘심 봉사’ 역을 맡은 김명곤 세종문화회관 이사장(63)과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주인공과 해설자 1인 2역을 맡은 유인촌 유시어터 대표(64)가 그 주인공. 김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2006년 3월∼2007년 5월) 문화관광부 장관을, 유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2008년 2월∼2011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비슷한 시기에 본업에 돌아온 두 배우를 만나 ‘행정’이 아닌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판 돌아오니 살맛나요” 김명곤 전 장관 ‘아빠 철들이기’서 심봉사역 이름 석 자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무대에 오르는 건 무려 16년 만이다. 배우에서 국립극장장, 문화관광부 장관을 거쳐 최근 세종문화회관 이사장까지 맡은 김명곤의 무대 복귀작은 심청전을 비튼 ‘아빠 철들이기’(국립극장 KB하늘극장)다. 그의 역할은 ‘심 봉사’. 날마다 사고 치고 들어와 딸 심청의 속을 들었다 놨다 하는 캐릭터다. 오랜 공백기간 동안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컸던 걸까. 그는 19일 ‘아빠…’ 공연이 끝나면 다음 달 1일부턴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 오르는 연극 ‘아버지’에서 소외된 이 시대의 아버지로 변신한다. 최근 만난 김명곤은 “연극쟁이가 연극판에 돌아와서 그런지 요즘 살맛 난다”며 웃었다. “장관도 했고, 극장장도 했고, 연출가도 했고,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직접 무대에 서 관객을 만난다는 건 늘 긴장되고 새롭습니다. 3일 첫 공연 때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입이 바짝바짝 마르더라고….” 16년 만의 무대 복귀작으로 ‘아빠…’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박하나 작가가 어느 날 ‘아빠…’의 원작인 ‘소녀 심청’ 대본을 들고 찾아와 ‘나중에 영화감독 하면 쓰세요’라고 했다”며 “심청, 춘향, 홍길동, 놀부가 등장인물인 퓨전 사극이었는데 대본을 읽고 보니 영화보다 연극, 마당극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직접 류기형 연출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그러더라고. ‘이 작품에서 심 봉사는 김 선생님이 적임자예요’라고…. 내심 기뻐하며 캐스팅 제안을 수락했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명량’에서 왜군 수장 도도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에게 심 봉사 역은 가볍고 철없는 캐릭터가 아닐까. 그는 “무게 잡는 연기보다 힘 빼고 하는 연기가 더 어렵다”며 “90년대 초반 마당놀이나 연극에서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심 봉사도 어울린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무대는 고향 같은 곳이에요. 장관 등 외부 일 할 때보다 요즘이 마냥 행복합니다.” 3만5000∼4만5000원. 1544-1555▼“체력 키우며 신나게 연습중” ▼유인촌 전 장관 ‘페리클레스’서 1인2역 유인촌은 배우와 장관의 이미지가 모두 강렬하다.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최불암)의 둘째 아들 용식 역을 비롯해 수많은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35개월 동안 맡아 역대 문화부 장관 중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2011년 장관을 마친 그는 다시 배우로 돌아갔다.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광대무변의 연극 ‘파우스트’ ‘홀스또메르’에 출연했다. 이번엔 외부 극단의 작품에 서기로 했다. 예술의전당이 제작하는 셰익스피어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해설자 ‘가우어’와 ‘늙은 페리클레스’ 1인 2역에 도전하는 것. 8일 만난 그는 “예술의전당은 과거 이사장을 지냈던 곳이라 부담스러웠지만 양정웅 감독이 적극 캐스팅을 한 데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좋아해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2개월 전부터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8시간씩 연극 연습에 매달리고 있다. 장기간 공연을 버틸 체력을 기르기 위해 휴식 시간 틈틈이 운동까지 하고 있다. 그는 “하루 24시간 연극 이야기만 하는 젊은 친구들과 작업하면서 열정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연극배우들이 주로 연출가 선생님의 지시만 잘 따라 연기하면 됐었죠. 근데 양 감독은 다르더라고요. 배우가 스스로 끌어낼 수 있도록 이끌더군요. 제 연기 스타일과도 잘 맞아서 요즘 신나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극장 유시어터를 젊은 창작자들에게 하루 1만 원에 대관해주는 걸로 화제를 모았다. “후배의 창작 활동을 돕고 싶어요. 사재를 들여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상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마음이고요.” 이번 작품에서 그는 경계에 선 배우다. 해설자 가우어로 연기할 땐 관객과 같은 관찰자로서 작품을 바라보고, 늙은 페리클레스로 분할 땐 깊이 있게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매력 있어요.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연기할 때마다 힐링되는 기분입니다.” 다음 달 12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6만 원. 02-580-130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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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곤 前장관, 16년만의 복귀작서 ‘심봉사’로 변신한 이유는?

    이름 석자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무대에 오르는 건 무려 16년만이다. 배우에서 국립극장장, 문화부 장관을 거쳐 최근 세종문화회관 이사장까지 맡은 김명곤의 무대 복귀 작은 심청전을 비튼 ‘아빠 철들이기’(국립극장 KB하늘극장)다. 그의 역할은 ‘심봉사’. 날마다 사고치고 들어와 딸 심청의 속을 들었다 놨다 하는 캐릭터다. 오랜 공백기간 동안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컸던 걸까. 그는 19일 ‘아빠…’ 공연이 끝나면 다음달 1일부턴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 오르는 연극 ‘아버지’에서 소외된 이 시대의 아버지로 변신한다. 최근 만난 김명곤은 “연극쟁이가 연극판에 돌아와서 그런지 요즘 살맛 난다”며 웃었다. “장관도 했고, 극장장도 했고, 연출가도 했고,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직접 무대에 서 관객을 만난다는 건 늘 긴장되고 새롭습니다. 3일 첫 공연 때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입이 바짝바짝 마르더라고….” 16년만의 무대 복귀 작으로 ‘아빠…’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박하나 작가가 어느 날 ‘아빠…’의 원작인 ‘소녀 심청’ 대본을 들고 찾아와 ‘나중에 영화감독 하면 쓰세요’라고 했다”며 “심청, 춘향, 홍길동, 놀부가 등장인물인 퓨전 사극이었는데 대본을 읽고 보니 영화보다 연극, 마당극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직접 류기형 연출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그러더라고. ‘이 작품에서 심봉사는 김 선생님이 적임자에요’라고…. 내심 기뻐하며 캐스팅 제안을 수락했지.” 지난해 개봉된 영화 ‘명량’에서 왜군 수장 도도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에게 심봉사 역은 가볍고 철없는 캐릭터가 아닐까. 그는 “무게 잡는 연기보다 힘 빼고 하는 연기가 더 어렵다”며 “90년대 초반 마당놀이나 연극에서 익살스런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심봉사도 어울린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무대는 고향 같은 곳이에요. 장관 등 외부 일 할 때보다 요즘이 마냥 행복합니다.” 3만 5000~4만 5000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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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으로 돌아온 유인촌 전 장관 “연기할 때마다 힐링되는 기분”

    유인촌은 배우와 장관의 이미지가 모두 강렬하다.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최불암)의 둘째 아들 용식 역을 비롯해 수많은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35개월 동안 맡아 역대 문화부 장관 중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2011년 장관을 마친 그는 다시 배우로 돌아갔다.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광대무변의 연극 ‘파우스트’ ‘홀스또메르’에 출연했다. 이번엔 외부 극단의 작품에 서기로 했다. 예술의 전당이 제작하는 세익스피어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해설자 ‘가우어’와 ‘늙은 페리클레스’ 1인 2역에 도전하는 것. 8일 만난 그는 “예술의 전당은 과거 이사장을 지냈던 곳이라 부담스러웠지만 양정웅 감독이 적극 캐스팅을 한데다 세익스피어 작품을 좋아해 출연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2개월 전부터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8시간씩 연극 연습에 매달리고 있다. 장기간 공연을 버틸 체력을 기르기 위해 휴식 시간 틈틈이 운동까지 하고 있다. 그는 “하루 24시간 연극 이야기만 하는 젊은 친구들과 작업하면서 열정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연극배우들이 주로 연출가 선생님의 지시만 잘 따라 연기하면 됐었죠. 근데 양 감독은 다르더라고요. 배우가 스스로 끌어낼 수 있도록 이끌더군요. 제 연기 스타일과도 잘 맞아서 요즘 신나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운영중인 극장 유시어터를 젊은 창작자들에게 하루 1만원에 대관해주는 걸로 화제를 모았다. “후배의 창작 활동을 돕고 싶어요. 사재를 들여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상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마음이고요.” 이번 작품에서 그는 경계에 선 배우다. 해설자 가우어로 연기할 땐 관객과 같은 관찰자로서 작품을 바라보고, 늙은 페리클레스로 분할 땐 깊이 있게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매력 있어요.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연기할 때마다 힐링되는 기분입니다.” 다음달 12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6만 원, 02-580-130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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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1주년]무언극 ‘델루즈’… 무대 위로 건져 올린 그날의 상처

    공연계도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무대로 올려 추모 행렬에 동참한다. 연극, 거리극, 2인극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세월호가 남긴 상처를 치유할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은 16∼25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 세월호 1주기 추모 기획공연 ‘델루즈(Deluge): 물의 기억’을 올린다. 2011년 2월 호주에서 발생한 대홍수의 실종자를 추모하는 작품. 이번에는 새로운 버전을 선보인다. 무대에 가득 널린 물병들이 물에 대한 소소한 연상을 일으킨다. 또 특별한 대사가 없는 무언극이어서 소리와 강렬한 몸짓만으로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전달한다. 경기 안산시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거리 예술을 통해 희생자들을 기린다. 다음 달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2015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통해서다. 총 61개 작품 중 10여 편이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다룬다. 개막작인 오브제극 ‘안.녕.安.寧’은 희생자와 생존자, 유가족의 평안을 기원한다. 2인극 ‘올모스트, 단원’은 안산지역 고교생과 교사가 만든 8∼19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단원고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시민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단장 이강숙)은 21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경동교회에서 추모 칸타타 ‘정의가 너희를 위로하리라’를 공연한다. 작곡가이자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인 이건용이 작곡한 이 칸타타는 내레이션과 합창으로 이뤄졌다. ‘슬퍼하는 사람아’ ‘평안히 쉬게 하소서’ 등 10곡으로 구성됐다. 지휘를 맡은 홍준철은 “입장료도, 화환도, 박수도 사치스러워 삼가겠다”고 말했다.김정은 kimje@donga.com·김지영 기자}

    •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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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이들의 ‘왜’에 석학들이 답했다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게 되면 아기가 태어나는 거란다.” “사랑하면 왜 아기가 생기는 건데?” 이런 대화.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은 부모님과 주고받았던 질문과 대답 아닐까. 순수한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은 신기하고 궁금한 것투성이다. 아이들의 질문을 마주한 어른들은 마치 정답을 아는 듯 대답하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렇게 답하는 것이 맞나’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건데 이유를 물어보니 답을 못 하겠네’라며 고민하거나 당황하기 일쑤다. 저자인 제마 엘윈 해리스는 두 살배기 아들을 뒀다. 아들의 수백 가지 질문에 과연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10곳의 도움을 받았다. 만 4∼12세 아이들에게 가장 궁금한 게 무엇인지 역으로 직접 물어보러 나선 것이다. “피는 왜 빨갛죠?” “원숭이는 왜 바나나를 좋아해요?” “사람은 왜 화장실을 가야 하나요?” “밤이 되면 왜 어두워져요?” “코끼리의 코는 왜 긴가요?” 하나같이 어른들의 시각에선 너무 당연해 ‘왜’라는 의문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의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모은 100여 개의 질문을 각 분야 전문가에게 보냈고, 전문가들은 나름대로의 설명을 전해왔다.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라는 질문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잠자리에 들고 나면 뇌는 정말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하지요. 깨어 있을 때 놓쳤던 것을 꿈에서 다시 한 번 되짚으며 혹시 손상된 부분이 있으면 치유도 하고, 정말 원하는 일이 일어나도록 해보기도 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두려움 같은 것들도 들춰 보는 겁니다.(중략) 꿈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완전한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아이들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에 언어학자이자 미디어 학자인 놈 촘스키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가 내놓는 답변이 흥미롭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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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가 있는 날, 지방확대… 기업 참여 늘릴것”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의 참여를 늘리고 회원 기업별로 특화된 메세나 활동을 활성화하겠습니다.” 2월 제9대 한국메세나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0·사진)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주 정기총회를 갖고 이사장과 부회장 등을 추가로 뽑아 재정 확대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향후 역점 사업으로 메세나법 활성화와 ‘문화가 있는 날’의 확대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7월 시행된 메세나법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메세나 활동 비용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게 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며 “재임기간 이 법이 개정되도록 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메세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문화가 있는 날을 지방으로 확대해 참여 기업을 늘리는 것도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기업 메세나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무엇보다 기업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미지가 나쁜 기업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좋은 기업 문화 형성은 물론이고 마케팅 효과와 생산성 제고에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친이 1977년 금호문화재단을 설립해 문화예술인을 지원했고, 고 박성용 명예회장도 클래식 영재 지원 등에 힘썼다”며 “앞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한국의 메디치가(家)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1994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의 발의로 창립했다. 기업 회원을 기반으로 경제와 예술의 균형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현재 국내 229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박 회장의 임기는 2018년 2월까지.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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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촌 “유시어터 하루 1만원에 대관”

    “하루 1만 원에 250석 공연장을 빌려 줍니다.” 요즘같이 공연계에 상업 논리가 판치는 시절에 웬 뚱딴지같은 얘기인가 싶겠지만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4·사진)의 말이다. 유 전 장관은 젊은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자 5월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공연장 ‘유시어터’(250석)를 하루 1만 원에 빌려주기로 했다. 현재 100∼250석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 대관료는 30만∼80만 원 선이다. 유 전 장관은 8일 “대학로 소극장들이 경영상 이유로 문을 닫는 등 공연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지난해부터 젊은 예술가들과 틈틈이 접촉해 ‘1만 원 대관’을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5월부터 올해 말까지 ‘1만 원 대관료’ 혜택을 받을 공연은 이미 결정된 상태다. 5월 첫 공연 주자는 소프라노 김지현 독창회(6일). 뒤이어 바리톤 김창환 독창회(7일), 현대무용가 이윤경-유석훈(9일), 김영미(22, 23일)의 공연이 펼쳐진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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