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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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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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0-29~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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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드맥스에서 아리랑까지… K리듬 또 일냈네

    한국의 리듬이 또 한 번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범 내려온다’ 열풍에 이어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두 번째 시리즈가 세계인을 ‘힙한’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관광공사가 유튜브 채널 ‘Imagine your Korea’에 공개한 시즌2의 8개 영상은 서울, 부산·통영, 대구, 서산, 순천, 강릉·양양, 경주·안동을 각각 90∼120초 내외로 비춘다. 3일 올라온 이들 영상은 게재 후 약 열흘 만에 평균 조회 수 700만 회를 기록 중이다. 가장 인기를 끈 ‘머드맥스’ 서산 편은 14일 기준 850만 회에 달한다. 함축적으로 표현한 지역별 특징을 영상미 넘치는 화면, 세련된 음악과 함께 버무렸다. 작위적인 모습보단 자연스러운 속살을 담아내며 국내외에서 호평받고 있다. 이 ‘세련된 국뽕’에 모두가 환호하는 이유는 뭘까.○ 빼어난 영상 속 K힙합과 민요 시즌2 영상의 첫 번째 인기 요인은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빼어난 영상미와 음악으로 꼽힌다. 영화 ‘매드맥스’를 차용해 ‘머드맥스’로 연출한 서산 편에서 경운기 수십 대가 갯벌을 질주하는 장면은 백미다. 경주 편에서는 어슴푸레한 새벽녘을, 서울 편에선 도시의 세련된 감성을 담아냈다. 하회탈, 호미, 한복, 막걸리 등 한국을 상징하는 전통 소재와 음식도 틈틈이 등장한다. ‘K힙합’도 톡톡히 역할을 한다. 지난해 ‘범 내려온다’ 속 판소리가 ‘조선의 힙합’으로 불린 점에 착안해 한국 힙합과 민요를 섞었다. 유명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 AOMG의 아티스트들이 ‘사랑가’ ‘아리랑’ ‘쾌지나칭칭나네’ ‘옹헤야’ 등 민요를 힙합과 결합시켰다. 촬영 현장에서 음원을 계속 틀며 아티스트, 제작진이 곡에 어울리는 장면들을 담았다. 영상의 오리지널 음원은 17일 음원사이트에서 공개된다.○ 한국의 뿌리와 현재의 조화 이번 시리즈에선 어르신들이 자주 등장한다. 삶의 터전인 갯벌, 밭, 전통시장, 마을 어귀에서 한결같이 생업을 영위하는 이들은 진한 울림을 준다. 젊음, 역동성, 화려함을 내세운 여느 한국 홍보 영상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한 시청자는 “오늘날 한국의 역동적 모습 뒤에서 뿌리처럼 이를 지탱하는 노년 세대의 모습이 멋지게 담겨 울컥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겹고 따뜻하다”며 호응하는 해외 구독자도 많다. ‘젊은 한국’의 모습은 아티스트, 군무, 화려한 야경, 바쁜 거리 모습 등으로 표현됐다. 이번 시리즈는 한국 홍보 외에 ‘세대 간 통합’에도 긍정적 효과를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별 키워드 하나씩 영상을 보고 나면 ‘서산은 갯벌’ ‘순천은 시골’ ‘경주는 유적’처럼 지역별로 하나의 인상적 이미지가 남는다. 관광지를 주르륵 나열하기보단 키워드 한 가지만 남기는 ‘로컬 브랜딩’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한 지역의 면모를 자연스럽게 담는 방식을 선택해 라이프스타일, 골목, 사람들의 숨결이 유쾌하게 묻어난다. “머릿속에 지역을 각인시키는 게 먼저다. 관광지 정보는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게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팀장의 설명이다. 관광공사가 해외 관광객을 타깃으로 2011년 개설한 ‘Imagine your Korea’의 구독자 수는 지난해 ‘범 내려온다’의 히트로 가파르게 상승해 현재 약 43만 명. 한국 구독자 비율은 31%까지 불어났다. 해외 구독자 비율은 국가별로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태국 순이다. 유럽, 미주 지역 구독자도 많다. 오 팀장은 “한국을 재발견할 수 있는 ‘설레는 한국’을 앞으로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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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 내려온다’ 열풍 잇는다…K-힙합과 민요로 세계 홀려

    한국의 리듬이 또 한 번 세계를 뒤흔든다. 지난해 밴드 이날치,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협업한 ‘범 내려온다’ 열풍에 이어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의 두 번째 시리즈가 세계인을 ‘힙한’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 부산·통영, 대구, 서산, 순천, 강릉·양양, 경주·안동을 비춘 시즌2의 8개 영상은 각각 1분 30초~2분 내외. 이 짧고 강력한 영상들은 3일 게재된 후 약 열흘 만에 평균 조회수 700만 회를 기록 중이다. 가장 인기를 끈 ‘머드맥스’ 서산 편은 14일 기준 무려 850만 회. 함축적으로 표현한 도시별 특징을 영상미 넘치는 화면, 세련된 음악과 함께 버무렸다. 작위적인 모습보단 자연스러운 도시의 속살을 담아내며 국내외서 호평 받고 있다. 당초 해외 관광객을 타깃으로 개설된 유튜브 채널 ‘Imagine your Korea’의 한국 구독자 비율도 약 31%까지 불어났다. 이 ‘세련된 국뽕’에 모두가 환호하는 이유는 뭘까.●“이거 뮤직비디오야?” 빼어난 영상 속 K-힙합과 민요시즌2 영상의 첫 번째 인기요인은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빼어난 영상미와 음악으로 꼽힌다. ‘머드맥스’를 연출한 서산 편에서 경운기 수십 대가 갯벌을 질주하는 장면은 백미로 꼽힌다. 경주 편에서는 어슴푸레한 새벽녘의 모습을, 순천 편에선 정겨운 시골의 모습, 서울 편에선 도시의 세련된 감성을 미학적으로 담아냈다. 하회탈, 호미, 한복, 막걸리, 인삼 등 한국을 상징하는 전통 음식, 소재도 틈틈이 등장한다. 빼어난 영상미는 이현행, 정용준 감독 등의 손길을 거쳤다. 케이팝 열풍을 주도하는 장르 중 하나인 ‘K-힙합’도 톡톡히 역할을 한다. 지난해 ‘범 내려온다’ 속 판소리가 ‘조선의 힙합’으로 불린 점에 착안, 본격적으로 한국 힙합과 민요를 섞었다. 유명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 AOMG의 아티스트들이 ‘사랑가’ ‘아리랑’ ‘쾌지나칭칭나네’ ‘옹헤야’ 등 민요를 힙합과 버무렸다. 영상 제작 전 미리 음원을 완성한 뒤 촬영 현장에서 아티스트, 제작진이 이를 수없이 반복재생하며 곡에 어울리는 장면들을 담았다. 영상의 오리지널 음원은 이달 17일 별도로 음원사이트서 공개 예정이다.●한국의 뿌리와 현재, 아름다운 신구(新舊) 조화 이번 시리즈선 유독 어르신, 노년세대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삶의 터전인 갯벌, 밭, 전통시장, 마을 어귀에서 한결같이 생업을 영위하는 이들의 모습은 진한 울림을 준다. 젊음, 속도, 역동성, 화려함만을 내세운 여느 한국 홍보 영상과 차별적이다. 한 시청자는 “오늘날 역동적인 한국의 이미지 뒤엔 뿌리처럼 한국을 지탱하는 노년층이 있다. 이들의 모습을 자연스러우면서 세련되게 담아 울컥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일 지나던 탑골공원 근처 어르신들의 모습도 한국의 멋이 될 수 있다니 신선하다”는 댓글도 있다. 외국인 구독자들도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겹고 따뜻하다”며 호응했다. 세계가 흔히 떠올리는 ‘젊은 한국’의 모습은 아티스트, 군무, 화려한 야경, 바쁜 거리 모습 등으로 표현됐다. 한국관광공사도 이번 시리즈가 한국 홍보라는 목표 외에도 ‘세대 간 통합’이라는 부가적 목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도시별 하나씩만, 로컬 브랜딩영상을 보고 나면 도시별로 하나의 강력한 이미지가 남는다. 보여주고픈 관광지를 마구잡이로 욱여넣기보단 하나의 키워드만 남기는 ‘로컬 브랜딩’ 전략이 먹혔다. ‘서산은 갯벌’ ‘순천은 한국적 시골’, ‘경주는 문화유적’ ‘양양은 서핑’이 대표적이다. 이를 보여주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한 도시의 여러 면모를 라이프스타일, 골목,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작위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머릿속에서 남기만 한다면 관광지 정보는 다른 곳에도 얼마든 널려있다. 잊히지 않는 영상이 우선”이라는 게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팀장의 설명이다.김기윤기자 pep@donga.com}

    •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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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데스타운, 당신이 꿈꾸는 뮤지컬의 모든 매력

    황홀하면서 서정적인 음악, 탄탄한 극본,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 그리고 뮤지컬이 주는 몽환적 판타지까지. 당신이 꿈꾸는 뮤지컬의 매력들이 ‘하데스타운’에 있다. 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후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 음악상 등 8관왕을 휩쓸었다. 대사 없이 노래로 극을 전개하는 ‘성스루 뮤지컬’로 미국 밖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데믹으로 18개월간 극장 문을 닫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2일 하데스타운을 시작으로 뮤지컬 무대가 다시 열렸다. 작품은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신화에선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하러 저승에 간 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를 음악으로 감동시켜 아내를 데려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지상의 문턱에서 ‘뒤돌아보지 말라’는 하데스의 명령을 어겨 홀로 돌아온다. 극중 오르페우스는 클럽에서 일하는 가난한 웨이터로, 에우리디케는 가난과 추위를 피하려고 스스로 지하세계행을 택하는 인물로 각색됐다. 하데스는 부당계약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광산 운영자이자 자본가로,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자유분방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라이선스 공연의 관건은 원작의 완성도를 어떻게 재현하고, 관객의 공감을 얼마나 끌어내는지에 달렸다. 국내 프로덕션이 내놓은 이번 무대는 원작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췄다. 1등 공신은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낸 배우들. 국내의 내로라하는 뮤지컬 장인들이 빚어내는 화음과 연기력은 관객을 지하와 지상으로 끌고 다니며 신화 속으로 빨아들인다. 특히 해설자이자 헤르메스 역할의 최재림 강홍석을 비롯해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등 출연진이 발군이다. 앙상블의 역동적 군무와 화음도 풍성함을 더한다. 어딘가 묘하게 몽환적인 매력은 포크와 뉴올리언스 재즈를 오가는 음악에서 나온다. 7인조 밴드가 이를 완벽하게 뒷받침하는데 신화에서 리라(lyra)를 즐겨 연주하는 오르페우스처럼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다양한 현악기 소리를 들려준다. 트롬본의 기교와 드럼은 흥을 돋운다. 무대 전환은 최소화했다. 원작에선 지하세계로 푹 꺼지는 듯한 하강 무대장치가 있으나, 국내에선 무대 뒤로 사라지는 장치로 대신했다. 중앙에서 회전하는 턴테이블 무대를 걷는 배우들을 통해 삶의 순환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를 읽을 때만큼이나 상상력을 동원해 극을 음미하는 맛이 있다. 최근 몇 년 새 브로드웨이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작품이지만 태동기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아나이스 미첼은 어려서부터 오르페우스 신화에 빠졌고, 2010년 포크송 앨범 ‘하데스타운’에 이 이야기를 녹여냈다. 이후 여성 연출가 레이철 차브킨과 함께 추가로 15곡을 작곡했다. 귀에 맴돌던 노래들을 눈에 보이는 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작품에 대해 “연대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종, 성별, 자본에 의해 나뉘고 분리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함께 일어서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국내 무대에선 인종에 대한 이야기는 덜 부각되는 편이다. 하지만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그려진 에우리디케 등과 하데스에 맞서는 오르페우스를 통해 연대를 말한다. 극에서 결말은 신화와 비슷하다. 마치 돌이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이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시시포스 신화’와도 닮았다. 틀어질 줄 알고, 어긋날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노래하고 연대하고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마음을 울린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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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생각하는 뮤지컬의 모든것 ‘하데스타운’에 다 있다

    황홀하면서 서정적인 음악, 탄탄한 극본,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 그리고 뮤지컬이 주는 몽환적 판타지까지. 당신이 꿈꾸는 뮤지컬의 모든 것들이 ‘하데스타운’에 다 있다. 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2019년 브로드웨이에 정식 개막한 뒤 본 공연 3개월 만에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 음악상 등 8관왕을 휩쓴 작품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 극을 전개하는 ‘성스루 뮤지컬’로 미국 밖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이 처음. 18개월 간 극장 문을 닫았던 미국 브로드웨이도 2일 하데스타운을 시작으로 뮤지컬 무대를 재개할 만큼 미국서도 제일 ‘핫한’ 작품 중 하나다. 극 중 인물들의 노래가 차가운 지옥도 녹이듯, 하데스타운도 한국, 미국서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관객들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낸다.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하러 저승에 찾아간 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를 음악으로 감동시켜 아내를 데려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지상 문턱 앞에서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깨버려 홀로 지상에 돌아온다는 그 이야기다. 극 중 오르페우스는 클럽에서 일하는 가난한 웨이터로, 에우리디케는 가난과 추위를 피하려 스스로 지하세계 행을 택하는 인물로 각색됐다. 하데스는 부당계약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광산 운영자이자 자본가로,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자유분방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원작의 완성도가 높아 라이선스 공연의 성패는 이를 어떻게 재현하고, 얼마나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지에 달렸다. 결과적으로 한국 프로덕션이 내놓은 무대는 원작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췄다. 1등 공신은 캐릭터 특징을 살려낸 주역 배우들. 국내서 내로라하는 ‘뮤지컬 장인들’이 빚어내는 화음과 연기력은 관객을 지하, 지상으로 마구 끌고 다니며 신화 속으로 빨아들인다. 특히 극의 해설자이자 ‘헤르메스’ 역할의 최재림 강홍석을 비롯해 주인공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등 전 출연진이 발군이다. 앙상블의 역동적 군무와 화음도 풍성함을 더한다. 어딘가 묘하게 몽환적 구석을 가진 작품의 매력은 포크, 뉴올리언스 재즈를 오가는 음악서 나온다. 7인조 밴드가 이를 완벽히 뒷받침하는데 신화 속 ‘리라(lyra)’를 즐겨 연주했다는 오르페우스처럼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현악기 소리가 돋보인다. 트롬본의 기교와 드럼은 흥을 돋운다. 무대 전환은 최소화했다. 원작에선 지하세계로 푹 꺼지는 듯한 하강 무대 장치가 있으나 국내선 무대 뒤로 사라지는 개폐식 장치로 대신했다. 중앙서 회전하는 턴테이블 무대를 걷는 배우들을 통해 삶의 순환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를 읽을 때만큼이나 상상력을 동원해 극을 음미하는 맛이 있다. 작품이 몇 년 사이 브로드웨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태동기는 한참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아나이스 미첼은 어려서부터 오르페우스 신화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고, 2010년 포크송 앨범 ‘하데스타운’에 이 이야기를 녹여냈다. 이후 여성 연출가 레이첼 차브킨과 협업해 추가로 15곡을 작곡했다. 귀에 맴돌던 노래들을 눈에 보이는 극으로 함께 탈바꿈시켰다. 그는 작품이 “연대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종, 성별, 자본에 의해 나뉘고 분리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함께 일어서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국 무대서는 인종에 대한 이야기는 덜 부각되는 편. 하지만 주체적 여성 캐릭터와 하데스에 맞서 노래하는 오르페우스를 통해 연대를 말한다. 신화에서도, 극에서도 결말은 비슷하다. 마치 돌이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돌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시지프스 신화’와도 닮았다. 틀어질 줄 알고, 어긋날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노래하고, 연대하고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짙다. 작품도 우리 인생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김기윤기자 pep@donga.com}

    • 202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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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가 콘텐츠다” 제로 웨이스트 알리는 ‘환경 유튜버들’

    당신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누군가에게는 콘텐츠가 된다? 유튜브 세계에선 이미 현실이 된 얘기다.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운동), 쓰레기 대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쓰레기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 효율적 재활용법, 친환경 조리법이 콘텐츠 소재가 되고 있는 것. 콘텐츠 취지에 공감하며 각자 실천 중인 정보를 공유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다. 유튜브 채널 ‘발명! 쓰레기걸 Trash girl’은 지난해 7월 개설 후 1년 만에 약 4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채널 운영자는 ‘쓰레기를 재활용해 발명품을 만드는 사랑의 발명가’를 표방한다. 생활 쓰레기의 쓸모를 새로 찾아 유쾌하게 재해석한 발명품을 내놓는다. 예컨대 미용실에서 쓰는 마네킹 머리 모형을 개조해 도시락 통을 만드는 식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들을 모아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 과자 집도 짓는다. 구독자들은 “쓰레기에 미친 천재”라며 열광하고 있다. 20대 대학생 안혜미, 맹지혜 씨가 운영하는 구독자 7만 명의 유튜브 ‘쓰레기왕국’ 채널도 MZ세대 사이에서 화제다. 채널 이름은 지구가 일회용 폐기물로 뒤덮인 쓰레기 왕국으로 변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들은 그릇을 들고 다니며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오거나, 다 쓴 플라스틱 샴푸 통을 분해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플라스틱 없는 주방을 만들거나, 제주도 여행에서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활동도 곁들였다. ‘친환경 여행’ 콘텐츠에는 많은 이들이 “휴가 때 나도 따라 해보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시민단체 서울환경연합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플라스틱 방앗간’ 코너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정보를 제공한다. 쓰레기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과정이나 택배 쓰레기를 해체 분리해 배출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동이 서울환경연합 미디어홍보팀장은 “쓰레기, 환경을 다루면 구독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당장 조회 수를 올리기 쉬운 콘텐츠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환경 문제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각종 생필품을 포장 없이 판매하는 알맹상점은 ‘친절한 래교(zero-waste)’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구독자는 약 2만 명. 플라스틱 줄이기, 친환경 비누 만들기, 신문지 재활용 등 환경보호 실천 방법을 감각적인 영상에 녹여냈다. 충성 구독자들이 많은 편이다. 해외에서도 찾아보는데 한 베트남 구독자는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 많다. 유용한 팁을 베트남에서도 많이 실천했으면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쓰레기 관련 콘텐츠가 관심을 모으면서 이른바 ‘쓰레기 박사’로 불리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관련 유튜브 채널에 자주 출연하고 있다. 홍 소장은 “몇 년 전 쓰레기 대란 같은 사회문제를 비롯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쓰레기 콘텐츠 수요를 늘렸다. 지금은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이나 살림 노하우 같은 정보성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향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환경보호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유난 떤다’ ‘너무 튄다’는 시선이 아직 존재하기에 유튜브 콘텐츠는 이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이 팀장은 “유튜브에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지만 환경 콘텐츠만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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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질 마네킹으로 만든 도시락통?… 쓰레기, 콘텐츠가 되다

    당신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 누군가에겐 콘텐츠다? 이 말은 유튜브 세계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친환경, 제로웨이스트, 쓰레기 대란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쓰레기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실천법, 재활용 방법, 업사이클링, 친환경 조리법 등 쓰레기, 절약과 관련한 모든 것들이 콘텐츠 소재가 된다. 영상별 댓글창에는 콘텐츠 취지에 공감하며, 각자가 실천 중인 여러 정보 공유에 열을 올리는 이들이 모여든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채널은 ‘발명! 쓰레기걸 Trash girl’이다. 지난해 7월 채널을 개설한 이래 1년 만에 구독자 약 40만 명을 끌어 모았다. 채널 운영자는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발명품을 만드는 사랑의 발명가”를 표방한다. 일상에서 흔히 버리는 쓰레기들의 새로운 쓸모를 찾아 유쾌하게 재해석한 발명품으로 내놓는다. 미용실에서 버리기 직전인 마네킹 모형 머리를 개조해 도시락통으로 만든다. 또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들을 모아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 과자집도 지었다. 구독자들은 버려질 쓰레기들을 모아 만든 기상천외한 예술품, 발명품에 “쓰레기에 미친 천재들 같다”며 열광하고 있다. 20대 대학생 안혜미, 맹지혜 씨가 운영 중인 구독자 약 7만 명의 유튜브 채널 ‘쓰레기왕국’도 MZ세대 사이서 큰 화제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일회용품, 폐기물로 뒤덮인 ‘쓰레기 왕국’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채널명을 지었다. 이들은 다회용 그릇을 들고 다니며 식당에서 직접 음식을 받아오거나 흔히 쓰는 플라스틱 샴푸통을 분해한 뒤 버리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플라스틱 없는 주방 만들기’ 콘텐츠도 화제였다. 3박4일 제주도 여행을 떠나 쓰레기를 최대한 발생시키지 않으며, 쓰레기 줍기 활동도 곁들였다. ‘친환경 여행’ 콘텐츠에는 수많은 이들이 “휴가 때 꼭 나도 따라해보겠다”며 공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시민단체인 서울환경연합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속 ‘플라스틱방앗간’이라는 코너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분리배출 정보 등을 제공한다. 기후변화, 지구회복성 같은 더 큰 주제도 포괄한다. 이동이 서울환경연합 미디어홍보팀장은 “쓰레기, 환경이라는 주제는 조회수나 구독자를 끌기에 쉽지 않다. 당장 조회수 올리기 쉬운 시의적 콘텐츠보다는 장기적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포장, 껍데기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알맹상점’은 ‘친절한 래교(Zero-waste)’라는 채널을 운영한다. 구독자는 약 2만 명. 플라스틱 줄이기, 비닐 줄이기를 비롯해 살림, 일상 속 실천법을 감각적 영상에 녹여냈다. 충성 구독자들이 많은 편이다. 해외 시청자도 많은데 한 베트남 출신 구독자는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 많다. 유용한 팁을 베트남에서도 많이 실천했으면 한다”는 반응도 보였다. 쓰레기를 다룬 콘텐츠가 각광받다 보니 일명 ‘쓰레기 박사’로 불리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여러 콘텐츠에 자주 모습을 비추는 단골 출연자가 됐다. 홍 소장은 “몇 년 전 쓰레기 대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비롯해 전 지구적 환경에 대한 관심이 ‘쓰레기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 아직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 살림 노하우 같은 정보성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지만, 향후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환경 보호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유난 떤다’ ‘너무 튄다’는 시선이 여전히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에 유튜브 플랫폼은 이들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이 팀장은 “자극적 콘텐츠가 널려있는 유튜브에서도 환경 콘텐츠만큼은 장기적 관점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기윤기자 pep@donga.com}

    •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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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선이 부른 빈곤, 풍요시대 속 비극과 닮아… 견디는게 인생”

    어부들에게 ‘만선(滿船)’은 풍요의 상징이다. 물고기로 가득 찬 배를 보기만 해도 자식들 먹일 생각에 배부르다 했던가. 하지만 연극 ‘만선’에서 만선은 풍요만을 뜻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어민의 빈곤과 상실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말이 돼버린다. 작품에서 ‘구포댁’ 역의 배우 정경순(58)은 “만선 때문에 이 사달이 나는 거다. 누군가는 만선하려고 용쓰다 또 희생당하고…. 시대가 풍요롭다 해도 어디에나 가난과 비극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만선’이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1960년대 어민 ‘곰치’의 가족을 통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천승세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희곡은 1964년 초연됐다.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선정돼 당초 지난해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로 연기됐다. 주인공 ‘곰치’와 그의 아내 ‘구포댁’은 베테랑 배우 김명수(55)와 정경순이 각각 맡았다. 2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이들은 “정통 사실주의 연극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데 이 작품이 제격이다. 어떤 배우가 해도 이미 절반은 먹고 들어갈 만큼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극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운명이다. 대대로 어부인 곰치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바다에서 죽고, 아들 셋마저 바다에서 잃는다. 하지만 자신의 운명에 순종하듯 만선의 꿈을 접지 못하고 뱃일을 고집한다. 배를 빌려 고기잡이를 하기에 잡아온 물고기는 선주에게 넘어간다. 배 임차료에 빚 부담까지 떠안는다. “요즘 관점으로 보면 곰치는 참 답답한 사람이죠. 만선한다고 삶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바다만 고집해요. 하지만 그가 절벽 끝에서 기댈 곳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평생 해온 거라곤 그물질뿐인 사람이 과연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을까요.”(김명수) 반면 구포댁은 지독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정경순은 “여성에게 순종만 강요하던 시대에 도저히 실성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자식을 잃은 한과 뭍으로 나가 살려는 희망을 동시에 품고 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미칠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두 배우는 연극무대, 드라마, 영화에서 잔뼈가 굵었다. “모든 연극은 힘들어도 때가 되면 항상 고프다”고 할 만큼 무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 1960년대 부모 세대의 감성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정경순은 “옛날에는 자식을 많이 낳은 만큼 많이 죽기도 했다는데 가슴속에 자식들을 한처럼 묻고 사는 게 어떤 감정일지 가늠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김명수는 천 작가의 삶을 참고해 곰치 캐릭터를 구체화했다. “천승세 선생은 문인들 사이에서 ‘500년 조선에도 없을 만한 가부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남성성이 강한 분이셨다고 해요. 다만 아내, 자식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은 누구보다 극진했죠. 곰치 캐릭터에 천 작가의 모습이 묻어있다고 봤어요.” 60년 전 작은 어촌에서 기구한 운명을 짊어진 채 사는 별난 이들의 이야기 같지만 작품은 지금 우리에게 묻는다. “‘돈보다 상전이 어딨냐’는 대사가 있어요. 지금 우리 얘기잖아요. 동서고금 우리네 인생은 돈 때문에 비루해도 그걸 겪어내야 하는 게 인생이겠죠.”(김명수 정경순) 19일까지, 2만∼5만 원, 14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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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립니다]제35회 인촌상 수상자 발표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7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5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4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기관 및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7, 8월 2개월간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2021년 제35회 인촌상 수상자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습니다. ▽교육= 아주자동차대학 ▽언론·문화= 박세은 발레리나 ▽인문·사회= 이종화 고려대 교수 ▽과학·기술= 선양국 한양대 교수 인촌상운영위원회(위원장 안병영)는 올해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 대해 5월 1일부터 후보자를 접수해 8월 말까지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동아일보와 경성방직을 설립하고 중앙학교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를 통해 인재를 양성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87년부터 인촌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시상식은 10월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치를 예정입니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억 원과 메달을 수여합니다. 제35회 인촌상 영광의 수상자들자동차 전문 기술인 양성 26년 한우물… 한국 車산업 이끄는 맞춤형 인재 배출 교육 아주자동차대학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 양성.’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전문대의 정의다. 국내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전문대의 정의에 부합하는 학교 중 하나로 아주자동차대학을 꼽았다. 충남 보령시 아주자동차대학은 1977년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학교법인 대우학원 소속으로 1995년 대천전문대학으로 출발했다. ‘세계 수준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을 목표로, 국가와 세계의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역량을 갖춘 기술인 양성 하나를 위해 26년간 ‘자동차’ 외길을 걸었다. 박병완 총장(사진 왼쪽)은 “한 학년이 500명 정도인 작은 학교에서 인촌상같이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게 돼 너무나 기쁘고 영광”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아주자동차대학의 핵심 교육가치는 ‘경험’이다. 현장에 나갔을 때 바로 업무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해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배출해 내고자 노력했다. 대표 프로그램은 ‘아주 파란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졸업까지 실제 자동차 1대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쌓게 된다. 현대모비스, BMW, 아우디 등 500여 개 산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통해 ‘산업계 맞춤형 인력’도 배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학생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드론 등도 정규 교육과목으로 개설했으며, 친환경 자동차 및 e모빌리티 전공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실습용 전기자동차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높은 취업률’이라는 결과로 반영됐다. 지난해 아주자동차대학의 취업률은 73%다. 2016년부터는 북유럽의 직업교육 선진국인 핀란드 직업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4년째 전기자동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충남도, 보령시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캠퍼스 주변인 주포면 일원에 230억 원을 투입하는 ‘자동차 튜닝산업 생태계 조성사업’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박 총장은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발전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공적 아주자동차대학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기술인 양성을 목표로 1995년 대천전문대로 개교했다. 2004년 교명을 변경하고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 대학으로 관련 직업교육 발전을 선도해 왔다. 풍부한 산업체 경력의 우수한 교수진과 폭넓고 깊이 있는 교육이 가능한 실습실을 갖춘 글로벌 수준의 자동차 관련 직업교육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건설기계, 드론에 이르기까지 ‘움직이는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다. 2015년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최우수 등급, 고등직업교육 품질인증대학 등 각종 평가에서 13관왕을 달성했다. 산업정책연구원이 선정하는 ‘국가산업대상’에서 인재양성 부문 대상을 2년 연속 받았다. 동양인 첫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가장 낮은 자리서 가장 빛나는 별 될것” 언론·문화 박세은 발레리나 “감히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스스로 되묻습니다. 더 많은 땀과 열정을 쏟아 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발레리나 박세은(32)은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 소식에 놀라워하며 말했다. 그는 6월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최고 등급 무용수인 ‘에투알(´etoile·별)’로 지명됐다. 352년 역사의 BOP에서 동양인 최초로 이룩한 쾌거다. 새 시즌 준비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연습 중인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박세은은 역대 최연소 인촌상 수상자다. 인촌상을 받은 예술가 가운데 무용수로는 처음이기도 하다. 그는 “한태숙 연출가, 한강 소설가, 봉준호 감독 등이 받은 상을 받게 돼 놀랍다. 그만큼 크고 영예로운 상을 주셔서 기쁘다”며 “발레리나의 수명이 워낙 짧아서 그런 점까지 감안해 저만의 외로운 싸움을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의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술에는 완벽이라는 게 없다. 내일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오늘 더 열심히 배운다는 신념으로 춤을 춰왔다”며 “인촌 선생께서 교육으로 나라를 살리셨듯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떠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일보와 인연이 각별하다. 서울예고 1학년이던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는 “제 오랜 팬들은 대부분 동아무용콩쿠르 때부터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다”라고 했다. 인촌상 심사위원들은 승급과 서열관리가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BOP에서 박세은이 에투알로 지명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에투알은 빈자리가 나야 후임을 지명하는 ‘별의 자리’로 단 16명에게만 주어진다. 또 BOP는 단원 150명 중 95%가 BOP 발레학교 출신일 만큼 발레 종주국인 프랑스의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박세은은 피나는 노력과 빼어난 실력으로 프랑스 현지 무용계 인사들은 물론 관객들로부터 예술성, 스타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용을 시작한 이후 ‘춤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배움의 자세로 추는 것’이란 말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콧대 높은 프랑스 무용수들에게 배운 것을 제 춤으로 만들었듯 겸손하면서도 가장 빛나는 별이 되겠습니다.”공적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 금상을 수상하며 무용계에 이름을 알린 박세은은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06년 미국 잭슨 콩쿠르(IBC)에서 금상 없는 은상, 2007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 1위,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까지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가운데 세 곳을 휩쓸었다. 2009년 특채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했으며 2011년 준단원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 입단해 10년 만에 최고 무용수인 에투알에 올랐다. 2018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BOP 단원의 정년은 42세로, 박세은은 향후 10년간 에투알로 무대에 선다. 인재육성이 국가경제 미치는 영향 연구… “사람을 모으고 키웠던 仁村 업적 떠올라” 인문·사회 이종화 고려대 교수 “누구보다 인재 양성에 힘써 왔던 인촌 선생님을 기리는 상을 받아 그 어떤 상보다 영광스럽습니다. 수상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연구와 사회봉사에 힘쓰겠습니다.” 이종화 고려대 정경대학장 겸 정책대학원장(61)은 “지금까지 한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에 더 기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인촌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9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거친 이 교수는 거시 및 국제 경제 분야에서 경제 성장과 인적 자본 등에 대한 연구로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은 한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다. 그가 경제학자로서 평생을 바쳐 온 연구 주제는 ‘인재’, 더 넓게는 ‘사람’이다. 국가의 대표적 자원인 ‘인재’를 육성하는 방식이 국가 경제의 흥망성쇠를 어떻게 가르는지가 주된 관심사다. 그런 그에게 일제강점기에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를 통해 인재 양성에 매진했던 인촌 김성수 선생을 기리는 인촌상은 감회가 클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인적 자본을 평가하는 방식과 교육이 인재 양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측정하는 기본 자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요즘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경제학자들이 이론 연구와 더불어 현실 경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이다. 학계와 대중의 접점을 늘리고 이념을 떠나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정책 당국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교수는 “경제학계가 사회의 다양성을 어떻게 반영할지, 현실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해결책을 제시할지에 대해 동료 경제학자들과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계에서 부지런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영문 저널에 102편, 국문 저널에 21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현재 진행 중인 논문도 10여 편에 이른다. 지난달부터 고려대 정경대학장을 맡았다. 내년엔 한국경제학회 회장으로 일한다. 그는 “늦어도 오전 5시에 일어나 대부분의 연구와 글쓰기를 아침식사 전에 한다”며 “사람이 가진 시간은 다 비슷하니 주어진 시간을 집중해 쓰려 한다”고 말했다. 공적 거시경제, 경제성장, 인적자본 분야의 뛰어난 연구 업적으로 국내외 학계에서 주목받은 경제학자다. 국내외 학술지에 12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1993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07년부터 4년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지역협력국장, 조사국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며 세계 금융위기 극복과 다자 간 경제협력에 기여했다. 2011년부터 2년간 대통령국제경제보좌관 겸 주요 20개국(G20) 셰르파(사전교섭대표)로서 대외경제정책 수립과 국제 협상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경제학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차기 회장에 선출됐다. 2차전지 양극소재 연구 세계적인 권위자… “전기차 한번 충전 1000km 가게 만들것” 과학·기술 선양국 한양대 교수 “20여 년간 열심히 한 우물을 판 덕분에 과분한 상을 받았습니다.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인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2차전지 양극소재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습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부 교수(60)는 인촌상 수상 소식을 듣고 “저보다 더 훌륭한 연구자들도 많은데 제가 상을 받게 돼 연구자로서 영광이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선 교수는 휴대전화와 전기차에 적용되는 2차전지 양극소재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권위자로 꼽힌다. 1992년 서울대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6년부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2차전지 연구개발(R&D)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00년부터 한양대에서 연구하고 있다. 선 교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비롯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670여 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모바일 산업의 성장을 보며 2차전지의 쓰임새가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리튬이온전지 양극소재가 배터리의 내구성과 안전성, 충전용량 등을 결정하는 핵심으로 보고 니켈코발트망간(NCM)을 활용한 양극소재를 누구보다 먼저 연구하기 시작해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선 교수는 “일찍부터 NCM 양극소재 분야를 눈여겨봤고 깊이 있게 연구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기존 양극소재와는 다른 독창적인 구조로 수명이 길고 안전성이 월등하다”고 했다. 최근에 출시돼 관심을 끌고 있는 기아의 전기차 EV6와 현대차 코나 전기차 유럽형에 적용된 배터리도 선 교수가 연구 중인 양극소재를 활용했다. 전기차 플랫폼에서 1회 충전에 10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구현하는 양극소재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NCM 양극소재에서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핵심 소재인 니켈의 함량을 높이면서도 내구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연구를 지금도 수행 중이다. 선 교수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유망하거나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파고들어 깊이 있게 연구하다 보면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혁신, 현상,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적 리튬이온전지로 대표되는 2차전지 양극소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네이처’를 포함한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논문의 피인용 횟수만 5만1352회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 있는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 기업에 기술을 제공하며 학문적 업적은 물론이고 산업계 발전에도 기여했다. 1992년 서울대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거쳐 한양대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과 미국 전기화학회 석학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35회 인촌상 심사위원▽교육 △위원장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전 포스텍 총장 △위원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백순근 서울대 교수 ▽언론·문화 △위원장 양승목 서울대 명예교수 △위원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문학평론가, 이주향 수원대 교수, 최맹호 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인문·사회 △위원장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전 총장 △위원 김영민 서울대 교수,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과학·기술 △위원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석학교수△위원 김승환 포스텍 교수, 이긍원 고려대 교수,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연구위원 보령=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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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무대서 만나는 100人 100色 ‘서울 이야기’

    서울이란 도시는 어떤 질감, 빛깔, 냄새를 갖고 있을까. 대체로 비슷한 이미지를 그릴지 모르지만, 깊게 파고들면 각 장면은 조금씩 다를 가능성이 크다. 같은 공간에도 각자의 인생, 경험, 시선이 다르게 녹아 있기 때문. 모두의 삶 속에 녹아든 서울의 모습을 다양하고 구체적 모습으로 시각화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천만 개의 도시’가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심오하면서도 거대한 이 작업을 맡은 건 박해성 연출가(45).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형식, 접근 방법이 어떻든 자유도가 큰 작품이었다. 서울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을 다루거나 도시를 상징화한 작품은 그간 많았다. 대신 완전히 반대로 접근하기로 했다”며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작품은 여느 연극과 사뭇 다르다. 주인공 중심의 일정한 서사가 없다. 대신 시민들의 다양한 일상을 담은 47개의 장면으로 잘게 쪼개져 있다. 100여 개의 캐릭터 중엔 장애인, 외국인 그리고 동물도 있다. 각 장면 속 인물들은 시간 순이나 서사를 따르는 대신 동시다발적으로 발화하고 연기한다. 때문에 작품은 모자이크 같기도 하고, 최근 유행하는 ‘쇼트폼(짧은 형식)’ 콘텐츠를 무대화한 느낌도 든다. 전 과정은 배리어프리(barrier free·장애인 친화적)로 진행된다. “각자의 서울이 다른데 대표적 이미지로만 모으려면 누군가의 개별성을 희생해야 하잖아요. 서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이 순간을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이 공존하는 무대를 떠올렸습니다.” 작업 방식도 독특했다. 1년에 걸친 사전 준비작업 중 박 연출가는 전성현 작가와 함께 시민 20여 명을 인터뷰했다. 그는 “시민들의 인생 이야기보다는 사소한 일상, 순간들에 대해 얘기했다. 인터뷰에 등장한 공간, 인물, 사연을 분할하고 해체한 뒤 재조립해 새로운 장면과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또 “47개의 장면을 한 작품에 담는 게 큰 도전이었다. 이런 형식이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에게도 연기는 큰 숙제였을 것”이라며 웃었다. 관객들에게도 작품은 도전해 볼 만한 숙제다. 3일 공연을 본 한 관객은 “서사가 없어 당황했지만 마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광장에서 사람 구경하며 멍 때리는 것 같은 색다른 체험”이라고 털어놨다. 박 연출가는 “작품을 연출하면서 추출해낸 키워드 중에도 일상과 다른 순간으로 ‘몰입’ ‘멍 때림’ 등이 있었다”고 했다. 연극적 근본주의를 견지한다는 평가를 받는 박 연출가는 지난해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했다. 앞서 ‘스푸트니크’ ‘믿음의 기원2: 후쿠시마의 바람’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코리올라너스’ 등을 선보였다. 공대생이었던 그는 우연히 학내 극회에 발을 들였다 연극에 빠졌다. “창작자가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지만 “거대한 사상과 이론도 가장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이야기로 풀어내는 연극에 끌렸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에서도 박 연출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울’의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뇌했단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생각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고민해 보려 합니다.” 2만5000∼5만5000원. 14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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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리 중 40%는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다

    쓸모없는 인간은 없다. 하지만 쓸모없는 노동은 있다? 미국의 저명 인류학자이자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대담하게 비판하며 명성을 떨치던 저자가 세상엔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는 무의미한 일자리가 전체의 40%에 육박한다는 주장을 들고나왔다. 이러한 일자리를 일컬어 그는 ‘불쉿 잡’이라 칭했다. 불쉿(불싯·Bullshit)은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등의 의미를 지닌 비속어. 이는 일하는 사람조차 노동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특징을 갖는다. 여러 경제학자들은 예부터 20세기 말이면 인류가 적은 시간 노동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누리고 살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불쉿 잡은 증가하고 있다. 학자들은 어떤 변수를 예측하지 못한 것일까? 책은 이에 대해 파고들며 이 같은 현상이 사회 구성원에 미치는 심리적, 정치적, 문화적 영향을 파헤친다. 저자는 변화의 원인으로 금융자본주의의 성장 그리고 진영 논리와 관계없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는 오늘날 각국 정부의 정책을 꼽았다. 지난 100년간 생산 자동화가 생산직을 대거 없앤 반면 사무직을 급격히 늘려간 점도 한몫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가짜 일’ ‘일만을 위한 일’이 대거 생겨났다고 말한다. 불쉿 잡의 특징은 또 있다. 바로 그 일을 수행하는 당사자가 이 사실을 가장 잘 안다는 것. 저자는 사모펀드 최고경영자(CEO), 광고 조사원, 보험 설계사, 텔레마케터, 컨설턴트 등을 예로 들며 이들이 사라져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반면 교사, 간호사, 쓰레기 수거 요원, 음악가, 항만 노동자 등이 없어지면 막대한 사회적 파장이 생길 것이라 분석했다. 재밌는 건 이러한 무의미한 일이 쓸모 있는 일보다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고액 연봉,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직업의 위계를 읽어낸다. 이런 주장이 다소 과격한 일반화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확연히 드러났듯, 그의 주장엔 공감할 지점이 적지 않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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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대의 이기적인 눈 먼 자들을 말한다…‘2021눈먼자들’

    현대무용 단체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는 ‘2021눈먼자들’을 4, 5일 서울 양천구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가 2016년 처음 공연한 작품은 재공연 때마다 안무, 연출을 가다듬으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무대를 선보여 왔다. 강한 리듬과 환상적 공간을 특징적으로 구현하며, 이를 현실 세계와 대조시키는 독특한 장면 구성이 흥미를 끄는 작품이다. 현대무용의 난해함을 극복하고, 일반 관객과 적극적인 소통을 꾀하는 시도다. 작품은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에 인간성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현대사회가 만들어내는 불편한 이미지, 자극 속에서 눈이 멀어버린 현대인의 모습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크게 7개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미지의 세계에서 시작해 내면 갈등, 비난의 화살, 세뇌, 폭발 등의 순간을 거치며 또 다른 미지의 세계에서 마무리된다. 무용수들은 화려한 조명 속에서 다채로운 색상의 의상을 갖춰 입고, 군무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춤, 몸짓을 선보인다. 작품은 프랑스 장-프랑수와 뒤두르 무용단, 아리엘 무용단, 부르노 자깡 무용단 등에서 활동한 김성한이 안무했다. 2002년 귀국 후 그가 2005년 창단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는 ‘훔치는 타인들’ ‘구토’ ‘아유레디?’ ‘비트사피엔스’를 대표작으로 선보였으며, 지난해부터 양천문화회관의 상주예술단체로 활동 중이다. 전석 2만 원, 양천구민 1만 원, 전체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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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하는 회사? 한마디로 ‘일하는 방식 실험’ 크리에이티브그룹이죠”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회사의 고공 성장기를 거치며, 자신도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은 그야말로 짜릿했다. 연이은 야근에 주말 반납도 자청했다. 언제부턴가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공황증세, 이명증, 디스크, 무기력, 번아웃 증후군까지. 일이 싫었던 건 아닌데…. 뭐가 문제였을까. 네이버 라인프렌즈 내 같은 팀에서 브랜드경험 기획자, 디자이너로 일하며 비슷한 고민을 나누던 세 사람은 퇴사를 결심했다. 큰 울타리를 벗어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문제가 보였다. “우리는 일을 싫어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을 미칠 듯 좋아한다. 다만 일하는 태도가 조금 달랐을 뿐.”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어 ‘모빌스 그룹’이라는 회사를 세운 ‘MZ세대 윗자락’ 모춘(38), 소호(35), 대오(37)를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 사람은 본명 대신 별명을 쓴다. “주체적으로 일하자는 다짐을 담아 새 이름을 지었어요. 본명을 쓰면 왠지 노예근성이 다시 나올 것만 같아서요. 회사가 망하면 본명으로 되돌아가야죠.”(모춘) 이들은 2019년 퇴사 순간부터 창업, 작업 과정 자체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 ‘MoTV’에 올렸다. 현재 구독자는 약 5만 명, 시청자 주 연령대는 23∼34세다. 모빌스 그룹이 일하는 방식을 동경하는 팬들로부터 ‘노동계의 아이돌’ ‘자유노동자들’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간의 이야기를 담아 올 4월 낸 책 ‘프리워커스’는 3개월 만에 3만 부 이상 팔렸다. 지난해와 올해 노동절에 이들의 메시지를 담은 상품을 전시·판매한 팝업스토어엔 1만 명이 넘게 몰렸다. 하지만 콘텐츠를 처음 접한 이들은 여전히 “그래서 뭐 하는 회사인데?”라고 묻는다. 소호는 “한마디로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라고 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이들은 물건, 상품이 아닌 일에 대한 메시지를 판다. 메시지는 간명하고 유쾌하다. 일할 때 가능한 한 천천히 일하자는 ‘ASAP·As Slow As Possible’,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는 ‘Small Work Big Money’, 어젠다 없는 삶을 갈구하는 ‘No Agenda’ 등이다. 대오는 “더 뾰족하고 구체적인 브랜드와 메시지를 고민한다. 타 업계와 만나는 방식을 끊임없이 시도한다”고 했다. 메시지에 공감한 구글, 오뚜기, 뉴발란스 같은 유명 기업들도 이들에게 손을 뻗고 있다. 모빌스 그룹의 현재 구성원은 7명. 규모가 커지며 직원 네 명을 뽑았는데 모두 ‘MoTV’ 구독자 출신이다. 3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었단다. 부하 직원보다는 일하는 태도가 잘 맞는 동반자를 채용한 느낌이다. 회의는 ‘수다 타임’에 가깝다. 소호는 “주체성, 솔직함, 유머, 끈기를 봤다. 함께 일할 땐 성과보다 개인 성향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대오는 “저희도 학점이 안 좋다. 이력서에서 수치화된 점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웃었다. 이들은 ‘슬로 푸드’ 같은 존재다. 천천히, 오래 음미해야 이들이 전하는 가치와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다. 최근 브랜드 업계에서 모빌스 그룹이 자주 언급될 만큼 이들의 이야기가 갖는 파급력은 커지고 있다. 모춘은 “처음 ‘빅 머니’의 목표로 세웠던 수익 월 100만 원은 이미 달성했다. 그런데 조금 일하고 얼마나 벌어야 할지, 얼마나 덜 바쁘게 일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 매일 ‘갈지자’로 오가며 늘 실험 중”이라고 했다. 소호는 “7명이 일해도 더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한다고 느껴진다. 일종의 캠페인 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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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퇴사, 일은 자유롭게… 노동계의 아이돌 “메시지를 팝니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회사의 고공성장기를 거치며, 자신도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은 그야말로 짜릿했다. 연이은 야근에 주말 반납도 자청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공황증세, 이명증, 디스크, 무기력, 번아웃 증후군까지. 일이 싫었던 건 아닌데…. 뭐가 문제였을까. 네이버 라인프렌즈 사내 한 팀에서 브랜드경험 기획자, 디자이너로 일하며 비슷한 고민을 나누던 세 사람은 결국 퇴사를 결심한다. 큰 울타리를 벗어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오고 나니 비로소 문제가 보였다. “우리는 일을 싫어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을 미칠 듯 좋아한다. 다만 일하는 태도가 조금 달랐을 뿐.”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어 ‘모빌스 그룹’이라는 회사를 세운 ‘MZ세대 윗자락’ 모춘(38), 소호(35), 대오(37)를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 사람은 본명 대신 별명을 쓴다. “주체적으로 일 하자는 다짐을 담아 새 이름을 지었어요. 본명을 쓰면 왠지 노예근성이 다시 나올 것만 같아서요. 회사가 망하면 본명으로 되돌아가야죠.”(모춘) 퇴사 순간부터 창업, 작업 과정 자체를 영상 콘텐츠화 하여 이들은 유튜브 채널 ‘MoTV’에 올렸다. 현재 구독자는 약 5만 명, 시청자 주 연령대는 23~34세다. 모빌스 그룹이 일하는 방식을 동경하는 팬들로부터 ‘노동계의 아이돌’ ‘자유노동자들’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 ‘프리워커스’는 3개월 만에 3만 부가 넘게 팔렸다. 지난해와 올해 노동절에 이들의 메시지를 담은 상품을 전시·판매한 팝업스토어엔 1만 명이 넘게 몰렸다. 하지만 콘텐츠를 처음 접한 이들은 여전히 “그래서 뭐하는 회사인데?”라고 묻는다. 분명히 뭔가 인기는 있는데 정체는 잘 모르겠다는 것. 소호는 “한 마디로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라고 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이들은 물건, 상품이 아닌 일에 대한 메시지를 판다. 메시지는 간명하고 유쾌하다. 일할 때 가능한 한 천천히 일하자는 ‘ASAP·As Slow As Possible’,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는 ‘Small Work Big Money’, 어젠다 없는 삶을 갈구하는 ‘No Agenda’ 등이다. 사무실 탈출을 꿈꾸는 ‘Out of Office’도 있다. 대오는 “더 뾰족하고 구체적인 브랜드와 메시지를 고민한다. 또 디자인 분야를 넘어 타 업계와 만나는 방식을 끊임없이 시도한다”고 했다. 메시지에 공감한 구글, 오뚜기, 뉴발란스 등 대기업들도 이들에게 손을 뻗고 있다. 세 사람이 시작한 모빌스 그룹은 현재 구성원이 7명이다. 규모가 커지며 네 명의 직원을 뽑았는데 모두 ‘MoTV’ 구독자 출신이다. 3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었단다. 부하 직원보다는 일하는 태도가 잘 맞는 동반자를 채용한 느낌이다. 회의는 ‘수다 타임’에 가깝다. 소호는 “주체성, 솔직함, 유머, 끈기를 봤다. 함께 일할 땐 성과보다 개인 성향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대오는 “저희도 학점이 안 좋다. 이력서에서 수치화된 점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웃었다. 셋은 마치 업계서 ‘슬로 푸드’ 같은 존재다. 천천히, 오래 음미해야 이들이 전하는 가치와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다. 최근 브랜드업계서는 모빌스 그룹이 가장 자주 언급될 만큼 이들의 이야기가 갖는 파급력은 커지고 있다. 모춘은 “처음 ‘빅 머니’의 목표로 세웠던 수익 월 100만 원은 이미 달성했다. 그런데 조금 일하고 얼마나 벌어야 할지, 얼마나 덜 바쁘게 일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 매일 ‘갈 지’ 자로 오가며 늘 실험 중”이라고 했다. 소호는 “7명이 일해도 더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한다고 느껴진다. 일종의 캠페인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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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가리면 가릴수록 새로운 세상이 보여요”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요즘, 이들은 마스크를 하나 더 얹었다. 가면을 쓰면 상대의 눈동자도 보기 힘들다. 그 대신 이들은 남들과 다른 걸 느낀다. “나를 가리면 가릴수록 새로운 세상과 환상이 보인다”고. 창작 집단 ‘거기 가면’의 스테디셀러 가면극 ‘소라별 이야기’가 다음 달 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국내 연극계에 이토록 오래 이어진 가면극은 없었다. ‘연극계의 변방 중의 변방’이라는 가면극을 붙잡고 지금껏 이끌어 온 이는 백남영 연출가(53·중앙대 연극학과 교수). 그를 25일 대학로 중앙대 공연예술원에서 만났다. 백 연출가는 “배우는 본래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만 가면극에선 감추는 게 우선이다. 이 작품을 왜 하는지 매번 공연마다 고민하는데, 나를 가림으로써 자신을 더 드러내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극계의 다양성을 지키는 의의도 있다”고 털어놨다. ‘소라별 이야기’는 주인공 동수 할아버지가 11세 동심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을 그렸다. 시골 개구쟁이 4총사와 서울에서 온 소녀의 순수한 사랑, 우정, 이별을 담았다. 2011년 중국 베이징의 중앙희극학원(중국국립연극대학) 실험극장에서 열린 ‘세계연극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이며 기립박수를 받았고 이후 독일 신체연극 축제 등에도 초청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반(半)마스크를 착용해 입과 하관만 보인다. 배우들은 일반극보다 훨씬 과장된 몸짓으로 연기한다. 백 연출가는 “가면극은 100% 비사실주의 연극이다. 흔히 ‘철판 깐다’는 말처럼 배우는 내면에 있는 감정을 더 뻔뻔하게, 과장해서 표현하고 관객은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초연과 크게 달라진 건 없으나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거친 대사나 장면을 소폭 수정했다. 백 연출가는 가면극 배우이기도 하다. 2009년 국내서 처음으로 논버벌 마스크 연극 ‘반호프’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2019년에는 1인 가면극 ‘더원’을, 지난해에는 2인 가면극 ‘더투’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가 가면에 심취한 때는 1997년 신체극을 배우러 떠난 독일 폴크방예술대 대학원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식 공연장도 아닌 작은 펍에서 배우 두 명이 나와 말 한마디 없이 가면만 바꿔 쓰고 수십 명의 인물을 연기했어요. 연극은 대사가 중심인 청각적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그 편견이 와장창 다 깨졌죠.” 마음속에 ‘가면’을 늘 품고 있던 그는 귀국 후 여러 시도를 해봤다. 하지만 한국에선 “가면을 왜?”라는 물음만 나왔다. 가면을 처음 접한 이들이 “가면이 한국 얼굴이 아니네? 좀 이상하다”고 하면 그는 “무대에서 가면이 잘 보이려면 입체적으로 제작하느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침내 2009년 뜻이 맞는 동료들과 ‘거기 가면’을 직접 창단한 뒤 꾸준히 가면을 쓴다. 그는 “가면 쓰고 연기하면 땀이 흥건하다. 종이 재질이라 매번 드라이어로 잘 말려서 모셔놓는 게 일이다. 극단에서 가면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며 웃었다. 작품을 접한 관객들은 “참 좋다” “상업적이지 않아 더 좋다”는 반응을 보인단다. 그는 “변방에 물러나 있는 가면극을 조금은 중심부로 밀어보고 싶다. 배우와 마스크가 만나는 순간 창조되는 제3의 인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전석 3만 원, 8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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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가 인정한 ‘마스크 연극’… “나를 가릴수록 새 세상-환상이 보인다”

    요즘 모두가 마스크를 쓸 때, 이들은 얼굴에 마스크를 하나 더 얹었다. 남들은 코와 입만 막아도 답답하다는데 이들은 얼굴 전체를 가리고 연습한다. 가면을 쓰면 상대의 눈동자도 보기 힘들다. 대신 이들은 남들과 다른 걸 느낀다. “나를 가리면 가릴수록 새로운 세상과 환상이 보인다”고. 창작 집단 ‘거기 가면’의 스테디셀러 가면극 ‘소라별 이야기’가 다음달 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국내 연극계서 이토록 오래 이어진 가면극은 없었다. ‘연극계의 변방 중의 변방’이라는 가면극을 붙잡고 지금껏 이끌어 온 이는 백남영 연출가(53·중앙대 연극학과 교수). 그를 25일 대학로 중앙대학교공연예술원에서 만났다. 백 연출가는 “배우는 본래 자신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만 가면극에선 감추는 게 우선이다. 이 작품을 왜 하는지 매번 공연마다 고민하는데, 나를 가림으로써 자신을 더 드러내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극계 다양성을 지키는 의의도 있다”고 털어놨다. ‘소라별 이야기’는 주인공 동수 할아버지가 11살 동심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을 그렸다. 시골 개구쟁이 4총사와 서울에서 온 소녀의 순수한 사랑, 우정, 이별을 담았다. 2011년 중국 베이징의 중앙희극학원(중국국립연극대학) 실험극장에서 열린 ‘세계연극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이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10개국 연극 팀이 전통을 주제로 공연을 해야 했죠. 가면과 한국적 전통 소재를 섞어 동서양의 보편적 정서를 표현해봤어요.” 이후엔 독일 신체연극 축제 등에도 초청받을 정도로 큰 인기였다. 작품서 배우들은 반(半)마스크를 착용한다. 배우의 얼굴 중 입과 하관만 보인다. 배우들은 일반극보다 훨씬 과장된 몸짓으로 연기한다. 백 연출가는 “가면극은 100% 비사실주의 연극이다. 흔히 ‘철판 깐다’는 말처럼 배우는 내면에 있는 감정을 더 뻔뻔하게, 과장해서 표현하고 관객은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초연과 크게 달라진 건 없으나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거친 대사나 장면을 소폭 수정했다. 백 연출가는 가면극 배우이기도 하다. 2009년 국내서 처음으로 넌버벌 마스크 연극 ‘반호프’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2019년에는 1인 가면극 ‘더원’을, 지난해에는 2인 가면극 ‘더투’ 시리즈도 선보였다. 그가 가면에 심취한 때는 1997년 신체극을 배우러 떠난 독일 폴크방예술대학교 대학원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식 공연장도 아닌 작은 펍에서 배우 두 명이 나와 말 한 마디 없이 가면만 바꿔쓰고 수십 명의 인물을 연기했어요. 연극은 대사가 중심인 청각적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그 편견이 와장창 다 깨졌죠.” 마음속에 ‘가면’을 늘 품고 있던 그는 귀국 후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한국선 ‘가면을 왜?’라는 물음만 되돌아왔다. 가면을 처음 접한 이들이 “가면이 한국 얼굴이 아니네? 좀 이상하다”고 하면 그는 “무대에서 가면이 잘 보이려면 입체적으로 제작하느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결국 2009년 뜻이 맞는 동료들과 ‘거기가면’을 직접 창단한 뒤 꾸준히 가면을 쓴다. 그는 “배우들이 가면 쓰고 연기하면 땀이 흥건하다. 종이 재질이라 드라이로 매번 잘 말려서 모셔놓는 게 일이다. 극단에서 가면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며 웃었다. 작품을 접한 관객들은 하나같이 “참 좋다” “상업적이지 않아 더 좋다”는 반응을 보인단다. 그는 “변방에 물러나 있는 가면극을 조금은 중심부로 밀어보고 싶다. 배우와 마스크가 만나는 순간 창조되는 제3의 인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전석 3만 원, 8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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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불교 대표적 선승 고우 스님 봉암사서 입적

    대표적 선승인 고우(古愚) 스님(사진)이 29일 경북 봉화군 봉암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85세. 법랍 60세. 경북 성주군에서 태어난 스님은 작가의 꿈을 키웠지만 군 복무 중 폐결핵에 걸려 1961년 요양을 위해 경북 김천시 수도암을 찾았다가 출가했다. 1968년 선승의 본산인 봉암사의 명맥을 되살리기 위해 스님들과 뜻을 모으고 봉암사로 들어가 결사 정신을 되살렸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벌인 ‘10·27 법난’으로 총무원 기능이 마비되자 탄성 스님을 총무원장에 추대하고 스님은 총무부장을 맡아 사태를 수습한 뒤 석 달 만에 봉암사로 돌아갔다. 참선 수행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1987년 적명 스님과 함께 전국선원수좌회를 창립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2006년 경북 봉화군에 금봉암을 창건해 법문과 참선에 매진했다. 2007년 조계종 원로의원에 추대됐고,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 품계를 받았다. 장례는 봉암사에서 5일간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과 다비식은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반에 거행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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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개 언론단체 “30일 국회 시위… 언론법 위헌소송”

    국내 주요 언론단체들이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30일 언론중재법 개정 반대 시위를 벌인다. 이날 법안 통과 시 위헌심판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30일 오후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폐기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 7개 언론단체는 이날 기자회견 후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날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7개 언론단체들은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심판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한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24일 이들은 개정안 철회를 지지한다는 언론인 2636명의 서명지를 국회와 청와대에 각각 전달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는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중재법 개악 후 권력의 횡포와 부패는 사회 곳곳으로 파고들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기구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와 ‘저널리즘 윤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 시도에 대해 “파쇼 독재 정권의 영구화를 기도하는 게 분명하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긴급 현안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절대 다수 의석수에 취해 입법 독재에 중독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 개혁이라는 가짜 구호를 동원해 언론까지 장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외신엔 적용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에 대해선 “외신까지 통제하자니 국제 망신이 두려워 그런 것”이라며 “쓴웃음이 나오는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고집한다면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뜻을 모아 필리버스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중재법은 다원적 민주주의 대원칙인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억압하고, 거대 자본과 권력에 대한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개악안”이라며 “민주당은 본회의 처리를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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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 풍요의 시대를 말하다

    현 시점 인간 사회가 충분히 풍요로운지 단정할 순 없지만,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는 인류사에서 30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학창시절부터 익히 들어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생산과 소비의 폭발적 증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없었더라면 사회 속 개인은 지금보다 더 치열한 경쟁 상태에 놓였을지도 모른다. 책은 거시적, 미시적 관점으로 인류의 풍요의 기원을 톺아본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동서양과 한국의 다양한 사례들을 가로지르며 폭넓게 자본주의의 흐름도 조망한다. 경제사를 다룬 내용이 많지만, 통계나 수치보다는 여러 사례와 인과관계 설명을 통해 비교적 쉽게 풀어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역사적 흐름과 사건에서 한발 더 들어가 ‘왜’에 주목했다. 화석연료 시대가 열리며 영국은 이 시대적 전환을 맞아 산업혁명을 연 반면에 중국은 해양 진출을 포기한 뒤로 민간 부문에서 산업화를 이룩하지 못했음을 말한다. 이 밖에도 시기별 국가의 흥망성쇠를 경제사적 관점에서 쉽게 설명한다. 책 후반 저자는 현 사회의 풍요와 함께 찾아온 위기에 대해서도 말한다. 기후 변화, 불평등을 비롯해 자본주의 체제의 지속 여부에도 질문을 던진다. 그는 국제사회, 글로벌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을 통해 조심스럽게 희망을 말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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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판 기사마다 ‘입막음 소송’ 남발, 권력비리 보도 위축될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전략적 봉쇄 소송(SLAPP)’이 남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허위나 조작 보도의 개념을 모호하게 정의한 데다 언론사의 고의 및 중과실까지 추정할 수 있도록 한 탓에 비판 보도의 대상이 된 이들이 일단 소송으로 대응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일명 ‘입막음용 소송’이라 불리는 전략적 봉쇄 소송은 공적 의제에 관한 비판이나 반대 여론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애초에 소송의 주요 목적이 승소가 아니라 상대에게 비용 부담이나 정신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언론 보도를 대상으로 전략적 봉쇄 소송이 이어질 경우 기자와 언론사들이 법적 대응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비리 의혹 제기나 비판적 보도, 취재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전략적 봉쇄 소송이 불러올 위축 효과를 훨씬 강하게 만들었다”며 “기자가 사실로 여겨 보도했더라도 만약 나중에 허위로 밝혀질 경우 언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이 이뤄지고, 원고의 입증 책임이 사라지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언론재갈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특히 권력과 재력을 가진 이들이 손쉽게 전략적 봉쇄 소송을 제기해 비판적 보도를 막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기존 언론 상대 소송에서도 일반인보다 공직자나 기업의 제소 비율이 더 높은 상황을 감안하면 언론중재법은 이 격차를 더 벌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언론중재위원회가 2019년 발간한 ‘언론 관련 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언론 관련 소송 중 단체, 유명인, 공적 인물이 원고로 제기한 소송은 236건 중 162건으로 68.6%에 달했다. 반면 일반인이 소송을 제기한 비율은 31.4%에 그쳤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언론 관련 소송 제기는 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일반 국민을 위해 추진한다고 주장하는 언론중재법 개정 취지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법조계도 전략적 봉쇄 소송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소송이 헌법상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9년 기준 29개 주가 ‘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법(Anti-SLAPP law)’을 두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목적의 소송을 법원이 조기에 각하하도록 하는 장치다. 앞서 올 2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재판관 9명 중 위헌 의견을 낸 4명의 의견서를 보면 전략적 봉쇄 소송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의견서에는 “공적 인물과 공적 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보도를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에 대해서도 형사절차가 개시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이 가능해졌고, 표현의 자유는 심대하게 위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보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면서 “언론에 의한 피해는 언론에 의해 구제하는 게 원칙이다. 반론이나 잘못된 내용은 독자들이 지면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고 밝혔다.전략적 봉쇄 소송(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승소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나 감시를 막기 위해 하는 소송. 주로 기업, 정부, 공직자 등이 공적 관심사나 의제와 관련해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개인이나 조직, 단체를 대상으로 제기한다. 국민의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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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삼총사,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19세기 초 조선, 세도정치의 폐단이 극에 달하며 민생은 수렁에 빠진다. 이 시절 함께 나고 자란 세 명의 죽마고우가 있었으니…. 이 중 하나는 큰돈을 벌어 이웃과 백성을 구하고자 했고, 혁명을 일으켜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는 이도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이 권력을 잡아 폐단을 바로잡고자 했다. 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한 방식은 각자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을지 모른다. ‘삶이 팍팍할수록 노래를 부르며 한과 울분을 달래고 싶지 않았을까?’ 이 같은 작가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서양 음악에 한국 정서를 버무려 개량한복과 같은 선율을 얹으니 흥이 넘치는 뮤지컬 한 편이 탄생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예술단들이 모여 만든 합동공연 ‘ART―9세종’의 뮤지컬 ‘조선 삼총사’가 다음 달 17∼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3인 3색의 삼총사 배우 허도영(32·김선달 역), 한일경(40·홍경래 역), 김범준(32·조진수 역)을 최근 만났다. 서울시뮤지컬단 소속인 이들은 “서울시뮤지컬단 창단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무대에 서게 됐다. 유쾌하면서도 웅장한 무대를 기대해 달라”고 했다.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간다. 1811년 발생한 홍경래의 난을 역사 배경으로 삼았다. 홍경래는 극 중 삼총사 중 유일한 실존 인물이다. 한일경은 “셋 중 유일하게 실존 인물을 맡았다. 역사 인물을 어떻게 올곧이 담아낼지 고민이 많은데 사실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차별로 인해 쌓인 분노를 ‘마초 같은 캐릭터’에 담아 표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설화로 전해지는 평양 출신 희대의 사기꾼 김선달 역을 맡은 허도영은 익살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그는 “그저 강물을 팔아먹는 사기꾼이 아니다. 능글맞아도 임기응변이 뛰어난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김범준이 맡은 조진수는 세도가 풍양 조씨 출신의 금위영 대장이다. 김범준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김선달이 돋보였지만 조진수도 극의 균형감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실제 성격도 조진수와 비슷해 이입하기가 쉬웠다”며 웃었다. 세 인물은 극 초반 유년 시절을 제외하곤 끊임없이 견제하고, 충돌한다. 주로 음악을 통해 이들의 격정을 객석에 전한다. 한일경은 “음악적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2막에서 일어날 갈등의 기폭제가 될 폭풍전야와 같은 넘버 ‘꿈꾸는 자들의 세상’을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의 미덕 중 하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단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것. 앞서 2019년 ‘극장 앞 독립군’에서 여러 아티스트가 협업한 무대가 호평을 받자 두 번째 프로젝트로 이번 공연이 나올 수 있었다. 아쉽게도 지난해 팬데믹으로 공연이 한 차례 무산됐다. 허도영은 “연습을 멈추고 1년 만에 다시 작품을 준비하는데 생각보다 다들 기억을 잘해서 놀랐다”고 했다. 김범준은 “여전히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기분이다. 마스크를 써도 연습 인원에 제한이 있어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훈련을 하다 실제 무대에 서면 배우들은 더 힘차게 날아다닐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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