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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로 취임 4주년을 맞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역사적인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길에 올랐다. 이날 밤 도쿄(東京) 하네다 공항을 통해 출국한 아베 총리는 27일 낮(한국 시간 28일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의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한다. 애리조나기념관은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당시 침몰해 승무원 1177명이 숨진 애리조나전함 위에 세워진 추모 시설로 미일 정상이 진주만에서 희생자들을 함께 추도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베의 진주만 방문은 올 5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답례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출국에 앞서 일본 경제단체 경단련(經團連) 관계자들을 만나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주만에서 ‘부전(不戰)의 맹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 4월 미국 의회 연설에서 밝혔듯이 “2차 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언급하겠지만 일본의 전쟁 책임이나 희생자에 대한 사죄 등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만난 집권 자민당 고위 관계자들에게도 진주만 방문과 관련해 “전후 총결산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하와이 방문 기간 중 다음 달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바마 정권 8년, 이 중 오바마-아베 정권이 함께한 4년을 되돌아보며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방침이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 승리로 집권한 아베 총리는 4년간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경제정책과 미일 동맹 강화에 힘을 쏟아 왔다. 아베 정권 4년을 함께해 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취임 4주년인 26일 기자회견에서 “집권 당시 미일 관계는 정상회담 일정도 못 잡을 정도로 최악이었다”며 “아베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등 극히 양호한 관계가 됐다”고 자찬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진주만미국 하와이 오아후 섬에 있는 만. 미 태평양함대사령부가 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전투기 등으로 기습 공격해 2400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 이 중 전함 애리조나의 침몰로 1177명이 희생됐다. 미국은 다음 날 선전포고하고 ‘리멤버 펄하버(진주만을 잊지 말라)’를 구호로 반격에 나섰다.}
일본 정부와 주요 언론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의 26일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이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은 아베 총리에 앞서 1950년대에 일본 현직 총리 3명이 이미 진주만을 방문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5일 아베 총리의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본 현직 총리 최초의 진주만 방문’이라고 소개했지만 4번째 방문이 되는 셈이다. 2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와이에서 발간되는 일본어 일간지 ‘하와이호치(報知)’는 1950년대에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총리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1956년 10월 29일 모스크바에서 러-일 교섭을 마치고 귀국길에 호놀룰루에 기항해 해군본부를 방문했고, 기시 총리는 이듬해 6월에 방미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과 회담한 뒤 호놀룰루에 들렀다. 이 신문 1957년 6월 29일자 영어판은 “기시 총리가 28일 진주만을 방문해 국립 태평양기념묘지에 헌화했다”고 적었다. 앞서 8일 일본의 한 인터넷 언론도 “진주만을 처음으로 찾은 현직 총리는 1951년 9월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며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해 위령하는 것은 아베 총리가 현직 최초”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애리조나 기념관은 1962년 건립됐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하와이호치 보도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외무성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것은 이번 방문이 급하게 추진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한 것에 대해 버락 오바마 정권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 뒤 일본 측이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제안하고 서로 상세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서울 강남지역 A초등학교에 1학년 딸을 보내는 이모 씨(39)는 최근 아이가 A형 인플루엔자(독감) 확진 판정을 받아 분통을 터뜨렸다. 이달 중순 이 씨 딸의 옆 반 아이들 26명 중 20여 명이 감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학교에 우려를 전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학교 측은 “독감이 유행하니 개인 청결과 손 씻기를 철저히 해 달라”는 알림장을 보냈을 뿐이다. 최근 독감이 퍼지면서 25일까지 서울에서만 초등학교 8곳이 조기 방학에 들어갔다. 감염병은 확산하고 있지만 관련 교육을 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당국의 대응 매뉴얼은 부실하고, 공공장소 위생수칙 준수 수준도 많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공을 위한 개인 위생관리 미국 초중고교 공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면 필요한 예방접종을 완료했다는 병원 기록을 정해진 기간 내에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등교하지 못한다. 방과 후 스포츠 활동을 할 때도 별도의 건강검진 기록을 사전에 내야 한다. 버지니아 주의 한 공립 중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P 양(14)은 “학교 식당에서 먹은 점심식사가 체했는지 속이 메스꺼워 조금 구토를 했는데 선생님이 간호실로 연락하더니 나를 바로 귀가 조치시켰다”고 말했다. P 양은 “속이 괜찮아졌고 수업을 끝까지 들을 수 있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규정상 학교에 있을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해서 들었다”고 덧붙였다. 뉴욕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한 소아과 전문의 Y 씨(재미동포)는 “학생이 고열이 있는 등 전염병 증세가 의심될 경우엔 ‘다른 학생에게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완치됐다’는 전문의의 소견서가 있어야 학교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학교 등 집단시설에서 독감 환자가 발생하면 그 규모에 따라 일시적인 학급폐쇄, 학년폐쇄, 휴교가 단행된다. 일례로 11월 말 독감 주의보를 내린 오카야마(岡山) 현은 11월 30일까지 2곳이 휴교하고 7곳이 학년폐쇄, 3곳이 학급폐쇄를 단행했다. 야마나시(山梨) 현에서는 187개의 학교나 보육원, 유치원이 폐쇄 조치됐다. 고령자 입소시설에서는 독감 유행기에는 독방을 마련해둘 것을 권고한다. 환자가 발생하면 가능한 한 독방에서 요양시킨다. 방이 모자랄 경우 환자끼리 같은 방을 쓰게 하더라도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환자 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감염병 자녀 등교시키면 벌금 3100만 원 영국은 학교마다 구체적인 감염병 관리 지침을 내려보낸다. 영국에서는 △피부 감염병 15개 △설사 구토 감염병 3개 △호흡기 감염병 3개 △기타 13개 감염병에 대해 격리 기간과 치료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관리하고 있다. 긴급하게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유럽은 유럽연합(EU) 질병관리통제센터(ECDC) 차원의 관리에 들어간다. 2014년 ECDC에 따르면 전체 감염병 사례 110만 건 중 성병인 클라미디아와 임질, 설사를 동반하는 캄필로박터와 식중독을 유발하는 살모넬라, 결핵 등 5개 감염균이 85만 건으로 77%를 차지했다. 자녀가 감염병에 걸린 것을 알고도 등교시킨 ‘양심 불량’ 학부모에게 벌금 2만5000유로(약 3150만 원)를 부과하도록 한 독일의 규정도 눈에 띈다. 호주는 학교 내에 감염병 의심 학생을 위한 별도의 격리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고, 싱가포르는 교사와 교직원이 정기적으로 감염병 연수를 받도록 한다. ○ “아파도 학교에 가라” 하지만 한국에선 어떤 상황에서든 자녀의 등교를 강요하는 학부모의 인식도 문제로 꼽힌다.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자발적으로 등교를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석 기록이 대학 입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나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다. 한 가정과의원 원장은 “아이가 독감으로 의심돼 검사를 권해도 부모가 ‘약만 처방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인천의 한 중학교에선 학생 1명이 결핵 감염 사실을 4개월이나 모른 채 등교를 계속했다가 같은 학교 학생 167명에게 결핵균을 옮기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이후 일선 학교에선 일시적으로 감염병 예방 교육을 늘렸지만 이 같은 ‘반짝’ 학습은 학생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식사 전 손 씻기’를 실천하는 중고교생은 2009년 56.5%에서 지난해 47.4%로 오히려 줄었다. 감염병 매뉴얼이 불명확하고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제작된 ‘감염병 위기대응 매뉴얼’은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내용으로만 구성돼 학교의 특성이나 여건이 반영돼 있지 않고, 평상시 활용되는 ‘예방관리 매뉴얼’은 감염병의 특성과 예방 수칙만 나열돼 있어 수학여행, 대학수학능력시험, 방학 등 상황에 따라 적용하기가 어렵다. 교육부는 2월 ‘학생 감염병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학생들의 등교중지 기준을 세분해 9월부터 조기경보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으로 연기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기경보 체계를 도입하려면 지역별, 학교별 감염병 환자를 신속히 파악해야 하는데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법정 전수감시 감염병 ::전파력이 강하거나 집단 발병의 우려가 있어 환자가 발생하면 병·의원이 반드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감염병. △콜레라 등 마시는 물을 통해 전염되는 감염병 △수두 등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쓰쓰가무시병 등 간헐적 유행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 △메르스 등 해외 유입 감염병이 이에 해당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도쿄=서영아 / 파리=동정민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54·사진) 여사가 21일 교토(京都)대 특별강연에서 기자가 취재하는 줄도 모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가 낭패를 봤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키에 여사는 전날 한 고교생이 “(일본은) 미국처럼 즐거운 선거를 할 수는 없는가”라고 질문하자, “즐거운 선거를 통해 트럼프 씨가 선출돼 버렸는데 잘된 일일까요?”라고 반문했다. 아키에 여사의 재치 있는 답변에 강연장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아키에 여사는 또 ‘주요 인사의 의외의 면모를 말해 달라’는 요청에 지난주 방일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여과 없이 털어놓았다. 아키에 여사는 “지각을 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일본과는 상식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15일 야마구치(山口) 현을 찾은 푸틴 대통령은 2시간 이상 늦게 정상회담장에 도착했지만 지각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아베 부부는 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또 “원자력발전소는 가능하면 없는 게 좋다”며 원전 반대의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원전 재가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키에 여사는 탈(脫)원전 지론을 밝혀 부부간에 엇박자를 낸 것이다. 아키에 여사는 강연이 끝난 뒤 “강연장에 기자들이 있는지 몰랐다”며 난처해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미국과 좋은 관계를 쌓아나가야 한다. 미국은 영향력이 크니 아주 이상한 일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폭주하지 않도록 일본이 영향력을 발휘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모리나가(森永)제과 창업가의 외손녀인 아키에 여사는 과거에도 남편과는 다른 정치적 입장을 거침없이 발언해 관심을 모았다. 과거 한 주간지 인터뷰에선 아베 총리와 사이에 자녀가 없는 이유는 ‘자신 탓’이라며 “불임치료도 해봤으나 효과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끌려 다녔다'는 비판을 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일 내년 빠른 시기에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의 한 강연회에서 "이번 정상회담 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방문 초대를 받았다"며 "내년 빠른 시기에 러시아를 방문해 관계 개선을 위한 기운을 한층 가속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회의에 참석할 일정이 이미 잡혀 있지만 그 전에 방러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15, 16일 러-일 정상회담에선 일본이 영토문제에 대해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경제 협력 부분만 양보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야당은 물론, '아군'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마저 공개적으로 실망을 표하는 등 후폭풍이 적지 않게 몰아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이날 강연에서 "'어떤 비판이 있더라도 한걸음이건 반걸음이건 평화조약체결에 향해 구체적인 걸음을 전진해간다'는 결단이 이번 푸틴 대통령과의 합의 내용"이라며 강변했다. 이어 "영토문제에서 진전이 없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반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합의한 공동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일본인과 러시아인이 함께 일하면서 이해와 신뢰가 깊어지면 북방 4도를 '대립의 섬'이 아닌 '공존의 섬'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러일 양국이 영토문제에 대해 시기하고 의심하는 마음의 성에 갇혀 있다"며 양국민의 신뢰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러시아 방문 시기는 내년 3월 독일, 5월 이탈리아 방문 일정에 맞추거나 4월말 골든위크 때가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아베 총리가 보다 빠른 시기에 방러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가급적 빨리 가고 싶다는 총리의 생각에 맞춰 외교 루트를 통해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주일미군이 13일 오키나와(沖繩) 해상에서 불시착 사고를 냈던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의 비행 중단 결정을 19일 오후에 전면 해제했다. 오스프리는 사고가 잦아 ‘과부 제조기’로도 불리는 기종으로 사고 발생 6일 만에 비행을 재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예전 같으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일본 여론의 눈치를 본 뒤에야 비행 재개를 결정했겠지만 이번엔 신속했다. 주일미군이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해 태도를 바꾼 게 아니냐는 얘기가 일본에서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오스프리 불시착 사고가 일어나자 곧바로 ‘중대한 사고’로 규정하고 주일미군에 안전대책 확보를 요구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를 통해 오스프리 비행 중단을 요구했고 미군 측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주일미군은 사고기 수습이 겨우 끝난 16일 밤 일본 정부에 “공중 급유 훈련 중 급유호스가 끊어져 생긴 사고”라며 “기체 이상이 아니므로 비행을 재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주일미군 측의 강경한 태도에 일본 정부는 적잖이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아베 총리가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밤 TV뉴스에 출연했을 때만 해도 “(불시착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을 강조했던 일본이었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미국 측은 좀처럼 (오스프리) 비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일본에서만은 일시적으로 멈추도록 했다”고 말했다. 비행 재개 방침이 통보된 16일 밤 일본 방위성은 긴박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 주재로 17일 새벽까지 비밀회의가 이어졌다. 기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재실등도 끈 상태로 비행 재개 상황을 언제 발표할 것인지 조정했다. 일본 정부 측으로선 19일을 제외하곤 촌각을 다투는 현안이 쌓여 있었다. 20일에는 일본 최고재판소가 미군 후텐마(普天間)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정부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왔고, 22일에는 미군 비행장의 일부 반환식이 열린다. 또 26, 27일은 아베 총리의 하와이 진주만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한 방위성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비행 재개가 난항을 보이면 ‘(미국이) 오키나와에서 나가겠다’고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일미군 철수를 거론했던 것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다. 이나다 방위상은 19일 미군 측의 비행 재개 방침에 대해 “합리성이 인정된다. 공중 급유 이외의 비행 재개는 이해된다”며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고 이후 오스프리 전면 철수를 촉구해온 오키나와에서는 “오키나와가 식민지냐”고 반발하고 있다.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현 지사는 “언어도단”이라며 “더 이상 (정부를) 상대하지 못하겠다”고 강한 불신감을 토로했다. 아사히신문은 20일 사설에서 ‘일본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미군 말대로 움직이는가’라며 ‘너무 빠른 비행 재개로 미군 및 일본 정부와 현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난달 28일 오전 8시 반경 일본 아오모리(靑森) 현청에 신고가 들어왔다. “평소보다 2, 3배의 오리가 죽어 있다”는 식용오리 사육농장 주인의 목소리였다. 검사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이 나온 직후인 오후 10시 40분에는 도살처분 담당 인원이 배치됐다. 이튿날 오전 4시엔 아오모리 현 직원과 자위대가 농가에 도착해 방역 작업을 시작했고 이날 중 오리 1만7000여 마리에 대한 도살처분이 끝났다. 그 사이 중앙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AI 확진 판정이 나온 당일 오후 11시경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AI정보 연락실이 설치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올겨울 AI 확진 판정 건수는 18일 현재 13개 지역 69건(사육조류, 분변, 물 검체 포함)으로 과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AI의 집단 발생은 5건에 그쳤다. 철저한 경계와 방역시스템 덕분이다. 올해 AI와의 씨름은 지난달 18일 가고시마대에서 현지 채취한 환경시료(새 둥지의 물)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고로부터 시작됐다. 사흘 뒤 아키타(秋田) 현 등에서도 AI 확진 보고가 들어오자 환경성은 같은 날 AI 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3으로 올렸다. 일본 정부 지침에 따르면 도살처분은 24시간 이내에, 매장은 72시간 안에 완료하도록 돼 있다. 니가타(新潟) 현의 한 농장에서는 지난달 28일 죽은 닭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하루 뒤 닭 31만 마리를 도살처분했다. 동시에 농장에서 반경 10km 안에 있는 농장 59개소의 닭과 달걀 출하를 금지하고 농장으로 가는 길에 검문소를 설치해 드나드는 차량을 소독하는 등 철저한 방역에 나섰다. 나고야의 한 동물원은 12일 시설에서 죽은 조류 5마리 중 3마리에서 AI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오자 곧바로 동물원 시설을 잠정폐쇄했다. 철새를 관장하는 환경성, 사육조류를 관장하는 농림수산성,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제각기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겨울을 맞는다. 11월이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발생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이들은 “AI를 100%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5월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자신에게 환영하는 편지를 보냈던 피폭 여성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고 NHK가 19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감사 편지를 받은 사람은 히로시마 시에 사는 마쓰모토 아키코(松本曉子·73) 씨. 만 두 살이 채 안 됐을 때 폭심지(爆心地)에서 약 2km 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피폭됐다. 모녀는 일시적으로 머리가 빠지고 잇몸에서 피가 나는 증세를 보였지만 어머니에게서 미국을 원망하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고 한다. 마쓰모토 씨는 오바마 대통령이 5월에 히로시마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대사관으로 환영 편지와 함께 핵 피해의 참상을 호소하며 히로시마에 사는 미국인 시인 아서 비너드 씨의 시집 등을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편지는 13일 마쓰모토 씨에게 도착했고 비너드 씨가 19일 일본어로 번역해 줬다. 편지에는 “사람들이 과거를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는 길을 택한다면 보다 밝고 보다 평화로운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도야마(富山) 현 다카오카(高岡) 시는 400여 년 전부터 일본 최고의 동기(銅器) 생산지였다. 수백 개의 소규모 공방이 주물 연마 착색 등 체계적 분업을 통해 수준 높은 불교용구와 차 도구, 미술품 등을 만들어내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일본 사회 전반을 강타한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 그리고 생활양식의 변화 바람은 이곳을 비켜가지 않았다. 다카오카의 동기, 철기(鐵器) 매출액은 1990년 374억5000만 엔(약 3782억 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급전직하해 2012년에는 120억 엔(약 1212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젊은이들이 하나둘 도시로 떠나가면서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공방들이 줄을 이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장인들이 떨쳐 일어섰다. 선구자는 주물 회사 노사쿠(能作)의 4대째 사장 노사쿠 가쓰지(能作克治·58) 씨. 2003년 사장에 취임한 그는 정해진 일만 하청받아 하던 지역 시스템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디자인의 완제품을 내놓아 좋은 평을 받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이웃 기업에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며 다카오카 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다카오카의 혁신은 젊은 장인 지망생들을 이 지역으로 불러 모으는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찾아간 다카오카는 고즈넉한 전통의 정취와 젊은 열기가 함께 어우러진 곳이었다.전통산업 시스템을 깬 선구자 노사쿠 노사쿠는 1916년 창업 이래 청동 및 황동으로 불교용구나 꽃병을 주조해 중간상에 넘기는 하청업체였다. 중간 제품을 넘겨주는 역할만 하니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가 없었다. 4대째 사장인 노사쿠 씨는 판매원이나 디자이너의 의견을 참고해 스스로 디자인한 인테리어 잡화, 테이블웨어, 조명기구 등을 개발해냈다. 2003년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상품을 도쿄 전시회에 내놓자 반응이 좋았다. 대표 상품은 주석 100%를 사용한 바구니 등 주방용품. 부드러운 주석의 특징 덕에 힘을 주면 자유자재로 구부러진다. 용도에 맞게 과일 그릇이나 와인병 받침대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고이즈미 마코토(小泉誠) 씨에게 ‘주석은 좋은 소재이긴 한데 너무 부드러워 구부러지는 게 단점’이라고 했더니 그가 ‘구부려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더군요. 노사쿠의 히트 상품은 여기서 탄생했습니다.” 노사쿠 제품은 현재 아시아 유럽 등 15개국으로 수출된다. 15년 전 채 10명도 되지 않던 직원 수는 어느새 120여 명으로 불어났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도 50대에서 30대로 낮아졌다. 주석의 항균성과 부드러운 특성을 살려 의료용품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장녀 지하루(千春·30) 씨는 나이든 장인들이 공장에서 금속을 녹이는 가업(家業)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일찌감치 고베(神戶)의 패션 관련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다 2008년경 노사쿠의 주석 제품이 화제가 된 것을 계기로 3년간 일한 회사를 그만두고 귀향했다. 지하루 씨는 “주물이라고 하면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3D산업의 이미지가 컸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따로 직원모집 공고를 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일하겠다는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쿠는 지역 공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공장 견학을 하고 간 관광객과 학생이 8000여 명에 이른다. 내년 봄 신사옥이 완공되면 이를 연간 2만 명 규모로 늘려 다카오카 시와 도야마 현의 관광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다카오카에서 사랑받지 못한다면 외부로 나가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역 공헌은 아낌없이 해야 한다”는 게 노사쿠 씨의 지론이다.“필연이 느껴지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 100년 이상 불교용구를 제조해온 황동 주물 제조업체 후타가미(二上)도 2000년대 들어 매출이 전성기의 60%까지 줄어들었다. 위기의식에 휩싸인 후타가미 도시히로(二上利博·57) 4대째 사장은 디자이너 오지 마사노리(大治將典) 씨와 의기투합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9년 후타가미의 제조 기술과 오지 씨의 디자인을 결합한 생활용품 브랜드 ‘FUTAGAMI’가 탄생했다. 후타가미는 거푸집에서 꺼낸 그대로, 꺼칠한 표면을 살린 제품들을 만든다. 고운 모래로 틀을 만들기 때문에 모래의 질감이 살아 있다. 사용하면서 색깔이 변하는 것도 즐길 수 있다. 후타가미 사장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보다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만든다”는 것에 집착한다. 물건이 넘치는 시대이기에 필연을 느끼게 하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만난 고졸 신입사원 이가라시 사야카 씨(19)는 “고교 때부터 이 회사를 노렸다”며 “졸업과 동시에 취직해 꿈이 이뤄졌다”고 기뻐했다. 현재 직원 16명의 평균 연령은 38세. 매출의 85%를 신브랜드가 차지하며 세계 22개국에서 판매된다. “본업이던 불교용구 제작은 60세인 직원 한 사람이 전담합니다. 기존 일감이 줄었다기보다 다른 분야의 매출이 늘어난 거죠.”전통 기술로 빚어낸 소리, 특이한 주석 접시가 지켜준다-시마타니쇼류공방 1909년 창업한 시마타니쇼류(昇龍)공방은 불교에서 독경할 때 울리는 좌종(坐鐘·우묵한 그릇처럼 생긴 종) 전문 제조업체다. 황동판을 망치로 두들겨 둥그렇게 만드는 작업부터 최후의 조음(調音) 기술까지, 대대손손 기술이 이어져 왔다. 4대째 사장인 시마타니 요시히로(島谷好德·43) 씨는 도쿄의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지만 결국 가업을 잇기 위해 낙향했다. 성형에 7년, 조음에 12년, 한 사람 몫을 하기까지 긴 세월이 흘렀다. 특히 조음은 장인의 감에 의존해 좌종의 입 부분을 망치로 두들겨 조화 있는 소리를 이끌어내는 기술로, 일본 내에서도 기술자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수가 적다. 그의 부친이 이 기술로 지난해 일본 정부로부터 ‘현대의 명공(名工)’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기술이 매출을 보장하는 건 아니었다. 매출은 전성기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그에게 힘이 된 것은 같은 처지의 다카오카 전통산업청년회 회원들이었다. 이들과 10여 년 전부터 기프트쇼(일본 최대의 생활잡화 국제박람회)에 출전했다. 전환기는 2013년에 찾아왔다. 망치로 단금 하는 고유의 기술을 살려 내놓은 얇은 주석 접시 ‘스즈가미’가 엄청난 히트를 친 것이다. 색종이처럼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이 특이한 그릇은 3년간 4만여 장이 팔려 나갔다. 5명이던 사원은 현재 14명으로 늘었다. 자신감을 회복한 시마타니 씨는 “본업인 좌종도 해외에 소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유럽의 전시회에 스즈가미와 함께 좌종도 내놓아 보니 그 차분한 음색에 반한 프랑스인들이 명상용으로 주문해왔다고 한다.전통기술 살려 금속에 ‘색’ 입히니 해외에서 주문 쇄도 모멘텀팩토리 오리이의 전신인 오리이착색소는 금속 그릇의 최종 공정인 착색 전문 기업이었다. 도료를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약품이나 무, 매실, 술, 식초 등을 이용해 금속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색을 끌어낸다. 3대째 사장인 오리이 고지(折井宏司·46) 씨는 도쿄의 정보통신 기업에 취직해 일하다 집안 어른으로부터 “오리이착색소의 기술이 유실된다”는 걱정을 듣고 26세 때 귀향했다. 그러나 입사 2년 뒤 회사 매출은 전성기의 45%로 줄었다. 그는 시가 운영하는 디자인공예센터 인재양성스쿨에 3년간 다니며 주물과 가공 기술을 공부한 끝에 얇은 동판에 착색하는 기법을 개발해냈다. 동이나 황동 소재에 오묘한 색감을 낸 이 회사의 상품은 점차 알려져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호텔, 두바이의 고급 빌라 등의 인테리어 자재용으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매출은 3년 전 5000만 엔에서 2년 전 8000만 엔, 지난해 1억2000만 엔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수작업이 많아 몇 달 치 주문이 밀려 있습니다. 저희가 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착색 작업에 열중하던 호리우치 마리도 씨(23)는 교토에서 금속공예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연고가 없는 다카오카까지 찾아왔다. 그는 “하루하루 일 배우는 재미에 빠져 산다”며 “회사가 잘되니 급여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방학 때면 도쿄의 미대생들이 찾아와 졸업하면 오겠다고 말하는 일도 부쩍 늘었다고 오리이 사장은 자랑한다.다카오카 장인들의 ‘마을 만들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경기 침체, 젊은층의 대도시 집중…. 일본에서는 요즘 ‘지방 소멸’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인구 17만 명의 중소도시 다카오카도 이런 걱정에서 벗어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장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거꾸로 대도시에서 다카오카를 찾아오는 움직임이 적지 않아 일본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 ‘마을 만들기’에는 외지인, 젊은이, 무모한 사람 셋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다카오카 장인들의 현대화에 선구자 역할을 한 노사쿠의 사장은 사진기자 출신으로 결혼 뒤 처가의 가업인 노사쿠에 입사한 경우이니 ‘외지인’에 해당한다. 이런 그가 발상의 전환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젊은이들이 모이고 있다.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다 보면 경쟁이 치열할 것 같지만 다카오카 장인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도우며 공생을 지향한다. 상대의 잘 팔리는 물건을 피하면서 개발을 진행한다. 가령 노사쿠는 주석 100% 소재의 구부러지는 특성을 살려 술잔, 주전자, 구부러지는 접시를 만들지만 후발 주자인 시마타니쇼류공방의 히트 상품인 스즈가미에는 손대지 않는다. 이번에 둘러본 4개사 모두 주문을 감당 못 해 수개월 치 일감이 밀려 있지만 무모하게 회사를 늘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했다. 자신들은 공장이 아니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장인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가는 곳마다 “왜 대량생산을 해서 많이 팔고 많이 벌어들이지 않느냐”고 물으면 “우리가 만드는 물건은 수작업을 거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중요한 것은 자기 지역 고유의 가치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입니다. 다카오카의 전통공예나 수백 년간 지켜온 거리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죠. 그 매력을 잘 살리면 젊은 금속공예 크리에이터들이 찾아오게 되는 겁니다.” 다카오카 시 디자인공예센터 히노 도루(日野利) 씨의 말이다. 이들은 ‘지방 소멸’이란 말에 온몸으로 반론한다. “미래는 지방에서 시작된다”며.다카오카(도야마)=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오후 야마구치(山口) 현 나가토(長門) 시의 전통 료칸(旅館) 오타니(大谷) 산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 최대 현안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문제와 경제협력 등을 논의했다. 야마구치는 아베 총리의 고향으로, 정상회담이 열린 오타니 산장은 과거 일왕이 투숙하기도 했던 명소다. 냇물이 흐르는 산속 온천을 회담장으로 정한 것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푸틴 대통령과 인간적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아베 총리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의 피로를 온천에서 풀어 달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러일 관계에 큰 진전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좋지만 회담에서 피로하지 않으면 된다”고 답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에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것처럼 순순히 양보하진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오후 9시경 정상회담을 끝낸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모두 3시간, 양국 간 문제와 국제적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뒷부분 95분간은 통역만을 끼고 푸틴 대통령과 일대일로 회담했다. 쿠릴 4개 섬에 대한 특별한 제도하에서의 공동경제활동, 평화조약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야마구치에 오기 전 옛 섬 주민에게서 받은 편지를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논의는 내일도 이어질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전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회담은 ‘지각 대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푸틴 대통령이 출국을 2시간 이상 늦추면서 일정이 다소 틀어졌다. 당초 정상회담은 오후 4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일부러 늦게 출국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미리 와서 기다리던 아베 총리는 그 사이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의 묘소를 참배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숙원인 쿠릴 4개 섬 반환 문제에서 진전을 기대하고 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회담에 이어 만찬을 함께한 두 정상은 16일 도쿄에서 한 차례 더 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푸틴은 2009년 방일했으나 당시는 총리 신분이었고 대통령으로서는 11년 만에 일본을 다시 찾았다.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은 올해에만 4번째, 아베 1기 내각까지 포함하면 총 16회째가 된다. 옛 소련과 일본은 1956년 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조약 체결 후 소련이 쿠릴 4개 섬 중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두 섬을 인도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양국 간 평화조약은 전후 71년이 지난 지금도 체결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영토 문제 진전에 매달리는 것과 달리 러시아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강제병합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나 일본과의 경제협력 강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역내 강국인 일본과 러시아의 접근에 중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외교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자국과 신밀월 관계인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 개선에 경계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는 지역의 평화 및 안정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 27일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할 때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을 동행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이미 아베 총리 수행이 확정된 상태다. 일본 총리가 외상과 방위상을 모두 대동하고 해외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일본의 외교와 방위를 담당하는 투 톱과 함께 진주만을 찾아 위령의 뜻을 전하고 다시는 이 같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미일 화해를 강조하려 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자위대를 지휘·총괄하는 방위상이 아베 총리와 함께 진주만을 찾아가 고개를 숙이고 헌화한다면 아베의 위령과 화해의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또 아베 총리가 방문 첫날인 26일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숨진 전사자들이 잠든 하와이 호놀룰루의 미 국립태평양기념묘지를 찾아가 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27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진주만에 침몰한 전함 애리조나함 위에 설치된 애리조나기념관도 방문한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수년간 공들여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진주만 방문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 여론을 돌리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러시아에 영토 문제란 없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본뿐이다.” 15, 16일 일본 방문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은 러시아의 영토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푸틴 대통령의 강성 발언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영토 반환과 관련해 모종의 성과를 기대하는 일본 여론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뜻이 있다. 아베 총리는 12일에도 “북방영토 문제는 내 세대에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북방영토 반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은 러-일 간 평화조약 체결에 대해 “목표로 하고 있지만 복잡한 문제”라고 밝혔다. 양국은 1956년 소일(蘇日) 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조약 체결 후 소련이 쿠릴 4개 섬 중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등 두 섬을 인도한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선언 9조에 2개 섬 양도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누구의 영유권으로 넘어간다는 것인지, 어떤 조건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공동선언의 틀 내에서도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일본이 미국 주도의 대(對)러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제재를 하면서 어떻게 양국 간 경제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높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에서 져야 할 의무가 있는데 러시아와의 합의를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미일 동맹관계 자체를 문제시한 것으로 풀이했다. 일본 언론은 러시아가 강경으로 돌아선 데는 푸틴에게 호의적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당초 러시아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 고립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러시아에 우호적인 트럼프의 당선으로 일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언제라도 회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14일 일본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토 문제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들을 대거 쏟아냈다. 실제로 회담에서 영토 문제와 관련해 아무 성과가 없을 경우 아베 총리는 상당한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는 러시아가 영토 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해 일본으로부터 경제 분야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극우 정치인의 장례식에서 평화헌법 개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13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도쿄 시내에서 열린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 전 법무상의 고별식(장례식)에 참석해 조사를 통해 “헌법을 스스로의 손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선생의 신념이야말로 자민당의 골격이었다”며 “선생이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 뜻을 저희가 확실히 이어받아 계승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은 참석자들 대부분이 아베 총리의 ‘약속’이 헌법 개정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선생은 격동의 쇼와(昭和) 시대를 건너온, 너무도 위대한 보수정치가였다. 그 서거를 맞아 다시금 그 존재의 크기를 통감한다”고 추도했다. 고별식에는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중의원장,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 등 정·재계 관계자가 다수 참석했다. 오쿠노 전 법무상은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생전에 평화헌법 개정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을 줄곧 주장해온 강경파로 지난달 16일 향년 10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972년 문부상, 1980년 법무상, 1987년 국토교통청 장관을 지냈다. 오쿠노는 국토청 장관으로 있던 1988년 5월 중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중일전쟁에 대해 “당시 일본에 침략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오쿠노 전 법무상은 생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망언을 했다. 1996년에는 “군 위안부는 모집에 참가한 사람들이 상행위(商行爲)를 한 것으로 국가가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말해 피해자들의 분노를 샀다. 그는 또 “일본 정부가 그렇게 심한 일을 하지 않았으므로 일본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올해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13일 공식 연기됐다. 한중일 정상회의의 올해 의장국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중일 정상회의를) 내년 적당한 때에 일본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의장국인 일본이 제시한 개최 일정(12월 19~20일)에 중국이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따라 권한대행 총리가 대리 참석할 수밖에 없게 된 한국의 상황이 회의 연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본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에서 참석하고 싶지 않은 중국에게 '핑곗거리'를 줬다는 것이다. 특히 3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미뤄진 점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박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경우 지난해 12월 군위안부 합의 이후 개선 흐름으로 돌아선 한일관계에 동력이 생길 가능성도 기대됐었다.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이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재임 중 한차례도 이웃 일본을 방문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또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사이의 양자회담이 열렸다면 양국 정상 간에 손상된 신뢰를 다소나마 복원하는 기회가 됐을 수 있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일본 정부는 내년 '적당한 때'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의 정치 상황이 정상화하기 전에 일정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한국 정상외교의 공백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나아가 트럼프, 시진핑, 아베 신조, 블라디미르 푸틴 등 주변 4강의 각축전 속에 '사령탑 없는' 우리 외교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해외의 주요 언론들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긴급 속보를 내보냈다. AP통신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충격적으로 추락했다”며 “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가 무거워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부결시키기 어려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87년에는 폭력 시위를 통해 군부 독재를 끌어내렸지만 이번에는 평화 시위로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더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또 “(박 대통령 하야가 아닌) 탄핵안이 헌재로 넘어가면서 새누리당은 차기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벌게 됐다”고 분석했다.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며 안보정책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정권 이양기와 이번 탄핵 사건이 맞물려 대북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NYT는 “차기 대선에서 진보적인 인사가 당선될 경우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는 곤란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당장 19,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불투명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지난해 말 도출된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나 지난달 23일 체결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의 진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 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뿐만 아니라 GSOMIA, 위안부 문제도 변수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기득권에 대한 대중의 거센 저항이 한국에 상륙했다”며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는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뿐만 아니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가결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의회 개혁을 위한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 후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실각에서 확인됐던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 박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도 크게 반영됐다며 “특히 한국인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청년실업이 악화됐다고 비판한다”고 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공습했던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이달 말 방문해 희생자를 위령하기로 했다고 NHK 등이 5일 보도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진주만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총리관저에서 기자단에 “이달 26, 27일 하와이를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하고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과 미국의 평화 가치를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오바마 대통령과 잠시 서서 대화하며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1941년 12월 8일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군 태평양 함대를 선전포고 없이 기습 공격해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5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를 찾았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투하에 대해 사죄하진 않았지만 아베 총리와 함께 위령탑 앞에 서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성사되기 전 미국 측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확답하지 않았다. 당시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 NHK는 아베 총리가 하와이를 방문하는 것은 양국 간 신뢰를 깊게 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강고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동안 미국 내에서 ‘미국 대통령은 히로시마를 방문했는데 일본 총리는 진주만을 찾지 않는가’라는 여론도 있었다며 두 정상의 결단은 전후 71년을 맞은 미국과 일본 간 화해에도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NHK는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과 아베 총리의 뉴욕회담 일정이 결정되자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에 강력히 경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신문은 5일 “당시 일본 정부는 뉴욕회담을 통해 미일동맹을 재확인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며 이해를 구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양국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백악관에선 “트럼프는 아직 대통령이 아니다”란 반대 목소리가 거셌고, 특히 수전 라이스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가장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북한 김정은이 최근 한 달간 아홉 차례나 군(軍) 관련 행보에 나서면서 대남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4일 북한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우리의 공군) 비행 지휘성원(지휘관)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2016’을 참관했다. 이 통신은 대회 개최 날짜를 밝히지 않은 채 김정은이 “침략의 본거지들을 가차 없이 초토화해 버리고 남진(南進)하는 인민군 부대들에 진격의 대통로를 열어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날 대회는 추격기조와 경비행기조로 나눈 편대가 원 모양의 지상표적에 폭격과 사격을 진행하고 돌아오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김정은은 우승자들과 사진을 함께 찍었다. 김정은의 군 관련 행보는 북한 언론이 지난달 4일 제525군 부대 직속 특수작전 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한 이후 아홉 번째다. 11월 한 달 내내 군부대만 다닌 셈이다. 대남 위협 발언도 ‘남진’은 물론이고 “남조선 것들을 쓸어버리라”는 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전투비행술 대회에는 최근 9개월 동안 언론에서 사라졌던 이설주도 다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부친이 비행사인 것으로 알려진 이설주는 2년 전에도 김정은과 함께 같은 전투비행술 대회를 참관했다. 그가 공식 석상에 등장했던 이전 행사는 3월 28일 평양 보통강변에 새로 건설된 미래상점 방문이었다. 출산 때문이라는 설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견제 때문에 공개 활동을 못 했다는 첩보 등이 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이와 함께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전날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남쪽이 퇴진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을 구하려 군사도발을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우리를 자극하여 북남 사이에 충격적인 무장충돌사건을 조작해내고, 그것을 구실로 남조선 인민들의 박근혜 퇴진 투쟁을 억누르며 여론의 초점을 안보 문제로 돌려 박근혜 역도를 파멸의 위기에서 건져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올해 5월 평양에서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당과 군의 고위 간부 100여 명에게 스위스제 고급 시계를 선물했다며 4일 사진을 공개했다. 시계 상표가 들어갈 부분엔 노동당을 상징하는 붓, 망치, 낫이 새겨진 마크가 붙어 있으며 아래쪽에는 7차 당 대회를 뜻하는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었다. 스위스제 시계는 유엔과 한미일 정부가 엄격하게 규제하는 사치품이어서 북한의 유엔 제재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나 전란 등 급변 사태를 가정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선양(瀋陽)발 기사에서 북-중 국경 지역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난민 유입에 대비해 지린(吉林) 성에서 식량 저장고나 수용시설 확보가 시작됐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대회에서 고위급 간부들에게 스위스제 손목시계를 나눠줬다고 아사히신문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유엔과 한미일이 북한에 대한 사치품 수출을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는 중에도 북한이 여전히 제재망을 피해 사치품들을 입수한 실태가 드러난 셈이다. 이 스위스제 시계는 약 3600명인 당대회 참가자 중 당중앙위원장급이나 군사령관 등 100명 정도에게 보내졌다고 전해진다. 북한 소식통이 아사히신문에 제공한 시계 사진을 보면 문자판 위쪽의 통상 상표가 들어가는 자리에 지식인과 노동자, 농민을 '펜과 망치, 낫'으로 표현한 북한노동당 마크가 붙어 있다. 그 아래에 북두칠성을 그렸는데 이는 제 7회 대회를 나타낸다고 한다. 제조업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북한이 시계를 특별 주문할 때 스위스제 표시를 넣지 않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정은에 의한 배려품'임을 강조하는 외에 제재를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신문은 이밖에 간부들에게 기념품으로 냉장고나 TV 등도 보냈으며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질이 다소 떨어지는 시계 등을 나눠줬다고 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최순실 씨 국정 농단 파문이 한국 측 요구로 재개된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2일 “한일 간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이 정체되고 있다”며 “적어도 누가 협상 내용을 결정하는지 알 수 없어 협상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전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지명했지만 야당 반발에 부닥쳐 임명이 불투명해지면서 유일호 부총리가 계속 자리를 지키는 엉거주춤한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재부는 “실무진에서 협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 측을 통해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2월 통화스와프를 중단했지만 한국 측 요구로 8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통화스와프 계약을 다시 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업 분야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 지원은 불공정한 조치라며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이 공적 지원으로 살아남는다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며 세계 조선업계에서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배경에 한국 정부의 불공정 지원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회생 절차는 정부의 결정이 아니라 채권단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결정이며 정부는 개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파리=동정민 특파원 /세종=손영일 기자}
일본이 한국 정부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 지원은 불공정한 조치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OECD 조선업 분야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등에 불공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최근 5년간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과 해운업에 융자 및 보증 등으로 5조 엔(약 51조 21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세계 조선업계 수요가 공급 능력의 3분의 2에 그치는 상황에서 이같은 한국 정부의 지원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인식이다. 일본 정부는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이 공적지원으로 살아남는다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며 세계 조선업계에서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배경에 한국 정부의 불공정 지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유럽연합(EU)도 한국의 조선업계에 대한 대응을 문제시하고 있어, 일본과 유럽이 협력해 압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세계 조선업 시장은 한·중·일 3개국이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글로벌 조선업 정보제공업체인 BIMCO를 인용, 일본 조선소들의 올해 1~10월 신규 수주가 90% 가까이 줄었으며 같은 기간 한국 조선소들의 선박 건조량 지표인 환산톤수도 84.2%, 중국 조선소들은 58.5%가 각각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고통이 끝날 가능성은 당분간 보이지 않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